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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봄바람 살랑 곁을 내주니 맺힌 응어리 절로 풀리네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봄바람 살랑 곁을 내주니 맺힌 응어리 절로 풀리네

    미리내마을 버들강아지엔 벌써 뽀얀 솜털이… 동토의 왕국에서 ‘봄의 전령’을 만나다강원 정선의 산들은 불퉁스럽습니다. 곧추서거나, 깎아질렀지요. 폭도 좁아서 앞산과 뒷산 사이에 빨랫줄을 걸 수 있을 정도랍니다. 고분고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위압적이지도 않습니다. 불퉁스러운 겉모습과 달리 은근하게 곁을 내어주지요. 그러니 이를 어머니 품 같은 산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습니다. 강원도 사람들은 이렇게 수직으로 솟구친 바위절벽을 ‘뼝대’라 부릅니다. 앞을 막아서는 뼝대와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절망입니다. 이어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 체념하고, 순응하게 됩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현실도 그제야 조금씩 납득이 되고요. 절망 속에서 순리를 찾게 되니 참 역설적인 풍경이라 하겠습니다. 이스라엘의 통곡의 벽과 닮았다고 할까요. 정선에 들어 뼝대와 만나거들랑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목청껏 불러 보시지요. 가슴 한 켠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세상에 상처 입은 도회지의 장삼이사들이 응어리진 가슴을 풀고 싶을 때 찾아도 좋겠습니다. 뼝대가 감싼 마을이 정선 곳곳에 있다. 그중 하나가 남면 낙동리 개미들마을, 광덕리 미리내마을이다. 지장천(옛 동남천)이 흘러가며 파놓은 계곡에 깃든 마을들이다. 지장천은 계속 흘러 가수리에서 동강과 몸을 섞지만 사람이 만든 길은 미리내마을 어름에서 끊긴다. 그러니 ‘이동’의 측면에서 보자면 낙동리와 광덕리 일대를 정선의 오지라 말해도 틀리지 않겠다.충북 제천에서 국도로 갈아탄다. 이른바 ‘38국도’다. 저 유명한 7번 국도의 ‘중부권 버전’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산골마을을 헤집고 가는 길이다. 별어곡역을 지나 정선읍 쪽으로 한참을 달리면 선평역이 나온다. 정선선의 무인 간이역이다. 역 주변의 경치가 수려해 간혹 영화 촬영장소 등으로 이용된다. 정선 사람들에게 정선선은 바깥 세상으로 연결되는 통로였을 것이다. 낡은 기차에 올라 서울로 향할 때의 설렘을 누구나 하나쯤은 추억으로 갖고 있을 터다. 선평역 뒤는 백이산이다. 수양산에 들어 고사리로 연명했다는 중국 백이, 숙제의 고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백이산 일대는 조선 건국에 반대하며 낙향한 일곱 명의 고려 유신이 숨어들었던 땅이다. 선평역 맞은편의 ‘거칠현동’(居七賢洞)에 관련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온다. 일곱 명의 고려 유신은 매일 산정에 올라 옛 도읍지에 절하고 한시를 지어 망국의 한을 달랬다고 한다. 이들이 지은 한시는 ‘정선아리랑’의 시초가 됐다. 어려운 한시를 우리말로 푼 뒤 장단을 입힌 것이 구전돼 정선아리랑이 됐다는 것이다. 이 일대에서 ‘정선아리랑 발상지’란 현판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데 여량면 아우라지 일대도 정선아리랑 발상지로 꼽힌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로 시작되는 ‘정선아리랑’의 내용을 곰곰 뜯어 보면 아무래도 여량면 아우라지에 전하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선평마을에서 라면처럼 굽은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면 개미들마을이 나온다. 농촌체험 관광지로, 강원도 안에서도 여러 체험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것으로 소문난 마을이다. 물론 겨울은 휴식기다. 그 때문에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고 할 만큼 적요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마을 주변 풍경도 빼어나다. 물길이 굽어지는 곳마다 바위 절벽이 기세 좋게 솟구쳤다.개미들마을에서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 미리내마을이다. 마을 앞으로 지장천이 흐른다. 개천 가운데엔 물고기 모양의 ‘천년돌다리’가 조성돼 있다. 마을의 융성을 기원하며 조성한 일종의 조형물이다. 개천 주변으로는 버들강아지가 뽀얀 솜털을 드러내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 머지않은 게다. 마을에서 1㎞쯤 더 아래로 내려가면 잘 닦인 도로가 갑자기 사라지며 비포장도로로 변한다. 승용차로는 가기 어렵고, 지프차라야 오갈 수 있는 길이다. 이 험한 길 너머에 덕래산 용소폭포가 있다. 용소폭포는 어디서나 흔하지만 광덕마을의 용소폭포는 모양새가 독특하다. 폭포 위 바위벼랑이 U자형의 소리굽쇠 형태로 파였다. 자연적으로 형성됐다기보다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움푹 파인 바위 아래로 맑은 계곡수가 쉼 없이 흐른다. 폭포는 얼었어도 그 아래 용소는 봄을 닮은 초록빛이 가득하다. 나라 안에서 봄이 늦기로 이름 난 동토(冬土)지만 자연의 순환은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선 안엔 뼝대와 강물이 만나 물돌이동을 이루는 곳이 꽤 많다. 그중에서도 탁월한 전망 포인트로 꼽히는 곳이 병방치다. 이웃한 영월의 선암마을과 함께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어 인기다. 해발 583m의 절벽 끝엔 스카이워크가 조성돼 있다. 길이 11m의 U자형 구조물로, 바닥에 깔린 강화유리 위를 걷다 보면 꼭 하늘 위에 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스카이워크에서 목재데크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 맞는 풍경도 빼어나다. 정선읍 일대에선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과 만날 수 있다. 바로 섶다리다. 정선읍내를 휘돌아가는 조양강에 놓여 있다. 섶다리는 늦가을에 놓아 얼음이 녹는 이듬해 봄까지 사용하는 전통 나무다리다. 섶은 원래 땔감으로 쓸 만한 잔가지의 나무들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은 소나무 등 제법 굵은 둥치의 나무들을 이용해 만든다. 병방치에서 정선읍까지는 차로 15분 거리다.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이색 레포츠 하나 덧붙이자. 하이원 리조트가 설상차를 타고 스키장 곳곳을 누비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코스는 마운틴베이스를 출발해 밸리허브와 마운틴탑을 거쳐 다시 마운틴베이스로 복귀하는 약 9㎞ 구간이다. 설상차는 스키장 슬로프의 눈을 다듬을 때 쓰는 특수 차량이다. 경사가 급한 슬로프를 오르내릴 때 제법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설상차 투어는 슬로프 정설시간인 오전 7시, 오후 5시 등 하루 2회에 걸쳐 매회 1시간 동안 운영된다. 해 뜰 녘과 해 질 녘에 운행하는 셈이다. 그 덕에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오르기 힘든 시간대의 산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38번 국도를 따라 가다 남면에서 좌회전해 59번 지방도(거칠현로)로 갈아탄다. 이어 낙동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개미들마을, 미리내마을이 나온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나들목으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을 지나가는 방법도 있다. 하이원리조트의 설상차는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 5000원이다. 마운틴 고객센터에서 탑승 신청을 받는다.→맛집 : 하이원리조트가 있는 사북, 고한 쪽에 맛집들이 많다. 토박이식당(591-7729)은 생태찌개를 잘한다. 탱탱한 생태 살과 칼칼한 국물이 일품이다. 용석집(592-6615)은 손으로 빚은 만둣국이 일품이다. 정선의 대표적인 음식은 곤드레나물밥이다. 정선읍내의 동박골(563-2211)과 싸리골식당(562-4554)은 ‘곤드레나물밥의 양대산맥’이라 일컬어지는 집이다. 정선 특유의 콧등치기 국수와 황기 족발 등을 내는 동광식당(563-3100)도 널리 알려졌다. 정선 5일장은 끝자리 2, 7로 끝나는 날에 열린다. 수수부꾸미, 김치전 등 토속적인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다. →잘 곳 : 하이원리조트(1588-7789)가 가장 추천할 만한 곳이다. 늘 스키어들로 붐비지만 평일은 다소 여유가 있다. 하이원리조트 일대에도 소규모 호텔이나 모텔들이 즐비하다. 번잡한 것이 싫다면 민둥산역 인근에서 찾아도 좋겠다.
  • ‘앵커브리핑’ 손석희 “정치가 휩쓴 대한민국 사회, ‘몸의 중심’은 어디인가”

    ‘앵커브리핑’ 손석희 “정치가 휩쓴 대한민국 사회, ‘몸의 중심’은 어디인가”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최근 절도죄로 경찰에 붙잡혔던 한 청년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청년은 밤마다 노인정에 숨어들어 밥과 김치를 꺼내 주린 배를 채웠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청소와 설거지를 해놓고 수차례 도망갔다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 청년이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한글을 읽지 못하는 사정을 듣고, 밥값 3만원을 주고 일자리를 소개해줬다. 한 달 뒤 이 청년은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3만원을 건네줬던 형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절도 피해를 입은 노인정의 노인들은 청년의 사정을 전해 듣고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JTBC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는 이 청년의 사연 소개로 운을 떼며 8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했다. 손 앵커는 직장과 결혼도 포기한 채 15년 동안 돌봐왔던 친형을 흉기로 찌르고 경찰에 자수한 동생의 사연을 이어서 소개했다. 동생은 2003년 형이 갑자기 뇌병변 장애로 드러눕자 형 곁에서 병수발을 해왔다. 그러나 오랜 병시중에 동생마저 폐질환에 우울증까지 왔다. 이런 사정을 들은 경찰은 오랜 병간호에 지친 동생이 우발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고, 동생이 구속되면 형을 돌볼 사람이 없는 만큼 동생을 구속하지 않았다. 손 앵커는 또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 대신 일자리에 뛰어든 19세 아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언급했다. “‘엄마는 이제 쉬어.’ 식당일 하는 엄마 대신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던 19살 아들은 지문이 다 닳도록, 심지어 화장실에 가서도 일을 재촉당해야 했습니다. 아들은 결국 회사 창고에서 목을 매 숨졌지만, 부모는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습니다.” 손 앵커가 위의 ‘가슴 찡한 사연’ 세 가지를 소개한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정치는 태풍의 근원이 돼서 대한민국 전체를 휩쓸고 있지만, 지극히 평범한 이들이 버텨내는 하루하루, 삶은 여전히 계속되거나, 멈춰섰거나.” 그러면서 손 앵커는 시인 정세훈의 여덟 번째 시집 <몸의 중심>에 등장하는 시 ‘몸의 중심’의 일부 구절을 인용했다.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숨쉬는 폐가 아니다. 피 끓는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그곳으로 온몸이 움직인다.’ 이어 “그러나 우리 사회의 아픈 곳, 세상이 보듬어야 하고 또한 살펴야 할 사람들 대신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는 이들은 지금도 자신이 제일 아프다면서 소리를 지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손 앵커는 “(청와대의 사진이 화면에서 등장하며) 하루하루 시간을 벌고 싶은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사람, 그 연명을 위해 또 다른 시간들이 타들어가고, 광장의 다른 편에서는 그 이후를 도모하는 사람들(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윤상현·조원진·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모습이 화면에 등장). 그 욕망을 위해 또 다른 희망들이 타들어간다”면서 “번져가고 있는 가축 전염병과, 장보기 두려운 먹거리의 가격과, 실업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어루만져주지 않으면 안 될 상처난 몸의 중심. 세상이 어느새 뒷전으로 밀쳐내버린 가슴 저릿한 몸의 중심”이라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뇌물 혐의 등을 적용받는 피의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가로막은 데 이어, 대면조사 일정까지 미뤄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평범한 시민들의 무력감과 체념 분위기를 부추기는 듯한 모습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텍사스 레인저스 톰 브래디 셔츠 수색령, 정작 그는 “반지 하나면 충분”

    텍사스 레인저스 톰 브래디 셔츠 수색령, 정작 그는 “반지 하나면 충분”

     슈퍼볼 대역전 드라마는 전날 끝났지만 뒷얘기는 이어지고 있다.  거짓말 같은 드라마의 주인공 톰 브래디(40·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사라진 셔츠를 찾기 위한 수색령이 텍사스주에 발동됐다. 그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팰컨스와의 제51회 슈퍼볼에 입고 연장까지 뛰어 땀에 절은 셔츠를 벗고 챔피언 셔츠로 갈아 입었다. 경기 중 입었던 셔츠를 가방에 넣어 들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런데 축하 파티를 즐긴 뒤 가방을 열어보니 경기 중 입었던 셔츠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유니폼을 끝내 찾지 못한 브래디는 구단 버스를 향하며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인) 이베이에 곧 나올 것”이라며 웃어넘겼다.   그는 다음날에도 “이베이에 그 물건이 나오면 누군가 내게 알려줘 추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 셔츠를 18개월 동안 병명이 알려지지 않은 투병을 해온 어머니 게일린에게 선물할 계획이었는지 한 기자가 묻자 즉답을 피하고 “그것들은 보관할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이다. 난 반지 하나 차지하면 그만“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댄 패트릭 텍사스주 부지사는 “텍사스에서는 손님 환대와 풋볼을 매우 중요시한다”며 “톰 브래디의 유니폼은 큰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이미 NFL 역대 최고의 소장품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 정도로 중요한 유니폼이 텍사스에서 도난당했다고 역사에 쓰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텍사스 사람이고, 댈러스 카우보이스 팬이지만 어제 저녁 휴스턴에서 열린 슈퍼볼의 성공은 우리 주 전체의 큰 승리였다. 나는 어떤 것도 이 승리를 더럽히길 원치 않는다”며 “유니폼을 가져간 사람은 반드시 돌려줘야 할 것이다. 텍사스 보안관(정직원 162명, 보조직원 62명)들이 뒤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텍사스 보안관들과 영문 이름이 똑같은 메이저리그 구단 텍사스 레인저스는 농담 소재로 활용했다. 텍사스 구단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브래디의 유니폼을 찾으라는 특명이 부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아드리안) 벨트레를 수사반장으로 임명하라. 그러면 도둑들이 제 발로 자수할 것”이라고 적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슈퍼볼 MVP 톰 브래디 “땀에 절은 내 윗옷 돌려줄 수 없나요?”

    슈퍼볼 MVP 톰 브래디 “땀에 절은 내 윗옷 돌려줄 수 없나요?”

    애틀랜타 팰컨스에 한때 25점이나 뒤지던 경기를 기적처럼 연장 끝에 34-28로 뒤집고 개인 통산 다섯 번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와 네 번째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40)가 경기 중 걸쳤던 윗옷을 잃어버렸다. 브래디는 경기 직후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 스타디움 라커룸에서 축하 파티를 즐겼는데 누군가 슬쩍 들고 간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그는 구단 버스로 향하던 도중 ESPN 기자에게 다가와 “그래요.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인) 이베이에 곧 나올 겁니다”라고 농을 해댔다. 취재진도 그가 가방을 들고 라커룸에 들어가는 장면과 몇몇 구단 스태프들이 라커룸에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브래디는 USA투데이 스포츠 기자에게는 “분명히 거기 있었어요. 내가 어디에 뒀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라고 억울해 했다. 그가 이날까지 일곱 차례나 슈퍼볼을 경험하면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년 전 2월 1일 제49회 슈퍼볼에서 시애틀 시호크스를 28-24로 제쳤을 때도 윗옷을 잃어버렸다고 ESPN은 전했다. 아울러 이번 슈퍼볼을 하루 앞두고 애틀랜타 팰컨스의 공격 코디네이터 카일 섀너헌이 휴스턴 공항에서 이날 경기의 공격 플랜이 담긴 백팩을 잃어버린 일이 있었다. 이에 따라 애틀랜타의 공격 전술이 통째로 뉴잉글랜드 쪽에 유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왔으나 이날 경기 초반은 완벽하게 애틀랜타가 주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전설’ 짱구 vs 들소 독도서 첫 복싱 대결

    ‘전설’ 짱구 vs 들소 독도서 첫 복싱 대결

    1980년대 한국 프로복싱 전성기를 이끈 ‘짱구’ 장정구(오른쪽·54)와 ‘들소’ 유명우(왼쪽·53)가 독도의 링에서 맞붙는다.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한 프로복싱을 살리자는 취지와 독도 사랑으로 의기투합을 이뤘다. 불규칙한 독도의 날씨를 고려해 경기 날짜를 3월 1일부터 중순 사이에 기상이 허락하는 날로 잡는다.가수 김장훈(가운데)의 소속사인 공연세상과 유명우를 대표로 한 YMW 버팔로프로모션은 1일 “3·1절 특집 이벤트로 레전드 매치를 펼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각각 2009년과 2013년 국제복싱 명예의전당(IBHOF)에 헌액된 복싱 영웅이다. 1983년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른 장정구는 1988년 15차 방어에 성공한 다음 챔피언 벨트를 자진 반납할 정도로 매서운 주먹을 뽐냈다. 유명우는 1985년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플라이급 타이틀을 거머쥔 뒤 1991년 17차 방어에 성공하며 한국 프로복싱 사상 최다 방어 기록을 갈아 치웠다. 두 사람은 현역에서 은퇴하고도 프로모터들로부터 숱한 러브콜을 받았지만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레전드 매치는 김장훈의 기획으로 탄생했다. 김장훈은 지난해 6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세계적인 화제가 된 이세돌 9단과 독도에서 바둑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유명우는 “불미스러운 일들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위안과 힘을 불어넣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며 웃었다. 버팔로프로모션 관계자는 “레전드 매치에 앞서 세계 챔피언을 꿈꾸는 유망주들의 경기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MB, 유승민에 “경제전문가의 전문성과 포용의 리더십 보여달라” 주문

    MB, 유승민에 “경제전문가의 전문성과 포용의 리더십 보여달라” 주문

     대선 주자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31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해 새해 인사 겸 대권 도전 의지를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유 의원에게 “경제전문가로 전문성을 잘 살리고,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이날 대선 캠프 총괄을 맡은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 민현주·박정하 대변인 등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유 의원에게 “요즘 국민의 삶이 어렵고 힘드니 경제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잘 살려 선거운동을 하고 국민이 푸근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고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  유 의원의 캠프에서 중책을 맡게 된 진 전 장관을 비롯해 김 의원과 박 대변인은 친이명박계 직계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은 “유 의원의 선거 참모진을 보니 젊고 능력 있는 인재를 모은 것 같아 믿음이 간다”고 평가했다.  유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을 지내던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의 ‘이명박 저격수’로 활약했다. 한 때 적진에 있던 친이계 인사들이 유 의원의 대선 캠프에 합류해 함께하게 된 것이다. 박 대변인은 유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의 20여분에 걸친 비공개 만남에 대해 “서로간 다 아는 분들이고 양 진영에 섞여서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두루두루 덕담과 환담을 주고 받았다”면서 “2007년 당내 경선과 이 전 대통령의 종로 선거 얘기와 경험담이 오갔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이 전 대통령에 앞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의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찾기도 했다.  유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맞이한 손 여사에게 큰 절을 올리며 새해 인사와 건강을 기원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는 “바른정당이 아버님(YS) 당시 통일민주당과 이념이나 생각에서 맞닿아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큰 결심해서 출마하셨으니 바른정당이 정말 바르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나라도 바로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유 의원은 “상도동 출신들이 대구·부산 등에서 활동하시면서 많이 도와주신다”면서 “새누리당 내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바른정당 의원이 32명으로 수는 적지만 잘해서 보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전과10범 여성 또 사찰 털다 징역형

    전과10범 여성 또 사찰 털다 징역형

    절도 전과 10범인 40대 여성이 출소 3개월 만에 점집과 사찰을 털다가 검거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전주지법 제1형사부는 3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박모(40)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1일 오후 1시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사찰에 침입해 40여만원이 든 돼지저금통과 시주봉투를 훔치는 등 전주 시내 사찰과 점집 등 9곳을 돌며 56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2013년 6월 절도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출소한 뒤 3개월 만에 또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 박씨는 비교적 감시가 소홀한 점집과 사찰을 노려 동전과 돼지저금통, 귀금속, 보석 모조품 등을 싹쓸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누범 기간에 반복해 범행했고 피해보상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프로농구] 잇단 퇴출 위기 사익스, 16득점 ‘반전의 활약’

    [프로농구] 잇단 퇴출 위기 사익스, 16득점 ‘반전의 활약’

    스물넷 청년에게 힘겨운 한 주가 흘렀다.시즌 두 번째 퇴출 위기에 몰린 키퍼 사익스(KGC인삼공사)가 30일 서울 잠실체육관을 찾아 벌인 삼성과의 프로농구 4라운드 대결에서 20분을 뛰며 16득점으로 83-73 완승을 거들었다. 3연승을 내달리며 지난 시즌부터 삼성에 당한 4연패의 설움을 갚은 인삼공사는 홈 2연패로 주저앉은 삼성에 1.5경기 앞선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사익스는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지난달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영입 불발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그는 지난 26일 구단이 자신을 대체할 에릭 와이즈에 대한 가승인을 또 신청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시간 뒤 가드 김기윤이 다치는 바람에 김승기 감독은 세 경기를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시험대에 오른 사익스는 26일 오리온전 7득점 10어시스트, 이틀 뒤 전자랜드전 10득점 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따라서 이날이 한국농구연맹(KBL) 마지막 경기일 수 있었다. 절박해진 사익스는 와이즈가 관중석을 찾아 지켜보는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 전반을 6득점으로 밋밋하게 보낸 그는 3쿼터 초반 두 차례 연거푸 놀라운 스피드와 점프로 드라이브인슛을 성공한 데 이어 쿼터 종료 2분여와 직전 원핸드 덩크슛을 잇따라 꽂았다. 와이즈가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김 감독은 31일 둘 중 한 명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리온은 홈에서 동부를 67-60으로 꺾고 홈 4연승을 내달리며 2위 삼성에 반 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황야도 천국이 되리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황야도 천국이 되리

    황야도 천국이 되리 -오마르 하이얌 새해가 되니 옛 욕망이 되살아나, 생각에 잠긴 영혼은 고독을 찾아 숨어드네, 거기는 모세의 하얀 손이 나뭇가지에서 뻗어 나오고 예수가 땅속에서 한숨 쉬는 곳. Now the New Year reviving old Desires, The thoughtful Soul to Solitude retires, Where the WHITE HAND OF MOSES on the Bough Puts out, and Jesus from the Ground suspires. *설을 앞두고 페르시아의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아랍어로 ‘4행시들’을 뜻한다)를 읽고 있다. 새해가 되어 옛 욕망이 되살아난다니. 얼마나 절묘한 표현인가 감탄하면서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 나오는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mixing Memory and desire)라는 구절이 연상되었다. 엘리엇도 오마르 하이얌의 시를 읽었음이 틀림없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을 보며 모세의 하얀 손을 생각하고, 대지에서 예수의 숨결을 느끼며 들판을 거니는 시인. 페르시아에서는 새해가 춘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 대기에 충만한 봄기운을 받으며 욕망이 다시 꿈틀댔으리. 왜 인류는 새해를 기념했을까. 우리의 몸과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마음은 새순처럼 젊어지기를 소망해서가 아닌지. ‘모세의 하얀 손’은 구약의 출애굽기 4장 6절에 나오는 기적을 일컫는다. “여호와께서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외투에 넣으라 하여 그가 손을 품에 넣었다 꺼내 보니 그의 손에 나병이 생겨 피부가 눈같이 하얗게 된지라.” 내가 페르시아어를 배웠다면 원문을 더 깊이 이해하련만. 저 훌륭한 영국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1809~1883)가 영어로 옮긴 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려니 정말 힘들다. 루바이야트에는 제목이 달려 있지 않다. 번역본마다 엮인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놓았다. 앞에 소개한 시는 ‘루바이 4’다. 피츠제럴드가 번역한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를 뒤적이다가 압운을 발견하고 놀라 기절할 뻔했다. Desires, retires, 그리고 한 행 건너 suspires. ‘-ires’로 끝나는 AABA의 각운을 만들려 얼마나 머리가 아팠을까. 피츠제럴드를 만나 오마르 하이얌은 다시 태어났다. 구글에서 ‘Omar Khayyam’을 치면 위키피디아에 아주 기다란 글이 딸려 있다. 시인을 소개하는 글에 웬 포물선과 원이 나오나 의아해하면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며 철학가인, 그리고 어쩌다 시도 썼던 오마르 하이얌의 생애를 따라가 보았다. (세계의 명시를 소개하며 내가 그 골치 아픈 3차 방정식을 다시 공부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다재다능했던 하이얌은 이슬람의 셰익스피어이며 또한 아이작 뉴턴이었다. 오마르 하이얌(1048~1131)은 페르시아의 북동부 지역 거점도시인 니샤푸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직업에서 따온 하이얌이라는 성은 ‘천막 제조업자’를 뜻한다. 어린 오마르는 사마르칸트의 학교를 거쳐 부하라로 옮겨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를 이끄는 학자가 되었다. 그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새로운 발견을 담은 수학 논문들을 썼고 그중 일부가 서양에 전래돼 근대과학을 낳는 토대가 되었다. 셀주크의 술탄 말리크샤 1세의 요청으로 1079년에 그가 만든 새로운 달력은 16세기에 나온 그레고리 달력보다 더 정확했다. 지금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하이얌의 달력에 기초한 ‘이란 달력’을 사용한다. 그는 원과 포물선을 교차시켜 3차 방정식을 푸는 기하학적 방법을 연구한 최초의 수학자였다. 그리고 그는 천 편의 시를 쓴 시인이었다. 한 사람이 어떻게 그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길 수 있는지. 그의 시를 읽으며 게으른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 여기 나뭇가지 아래 빵 한 덩이, 포도주 한 병, 시집 한 권- 그리고 당신이 내 옆에서 노래 부르니- 황야도 천국이 되네. Here with a Loaf of Bread beneath the Bough, A Flask of Wine, a Book of Verse - and Thou Beside me singing in the Wilderness - And Wilderness is Paradise enow. * 빵과 치즈, 포도주 한잔, 그리고 재미난 읽을거리가 있으면 당신이 내 옆에 없어도 천국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나. 하이얌의 4행시에 보이는 현실주의. 어디까지나 여기 이곳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라는 현세주의는 고대 수메르인의 길가메시 서사시와 일맥상통하지 않나. * 황금의 알갱이를 아껴 썼던 사람이나, 비처럼 바람에 날리게 마구 뿌렸던 사람이나, 황금빛 대지로 돌아오지는 못하지 죽어 묻히면, 누가 다시 파 보기나 할까. And those who husbanded the Golden Grain, And those who flung it to the Winds like Rain, Alike to no such aureate Earth are turn‘d As, buried once, Men want dug up again. * 조금의 감상도 허용하지 않는, 번뜩이는 허무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런 시가 있는데 내가 뭘 더 보태나, 참담한 마음에 그만 은퇴하고픈 충동이 일어난다. 새해에 절대로 읽어선 안 되는 시를 괜히 집적거렸다.
  •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雪國 #금강에서 설악을 굽어보다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雪國 #금강에서 설악을 굽어보다

    【신선대 오르니 금강의 산자락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발 아래엔 수바위·화암사·푸른 동해가 한눈에 펼쳐지네】 오랫동안 겨눠 왔던 숲길이 있다. 설악의 끝자락과 금강의 첫 봉우리를 한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강원 고성의 화암사 숲길이 그 주인공. 한데 그간 도시의 직장인들이 이 숲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걸핏하면 통제됐기 때문이다. 산행 적기인 봄, 가을엔 ‘산불조심 기간 입산통제구역’으로, 겨울철 눈이라도 내리면 위험 구간으로 지정돼 사람들의 발길을 막았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상시 개방 구간으로 지정됐다. 기막힌 설경을 언제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설악의 북쪽, 그러니까 울산바위 오른쪽으로 봉우리 하나가 불끈 솟았다. 당당한 산세의 신선봉이다. 설악산의 북쪽 끝이면서 금강산 1만 2000봉의 남쪽 제1봉이기도 하다. 신선봉은 출입통제 구간이지만 그 아래 능선의 신선대(성인대)까지는 호젓한 숲길을 밟아 오를 수 있다. 그 코스가 바로 화암사 숲길이다. 길이는 4.1㎞ 정도.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산행 코스는 두 개다. 화암사에서 오르거나 화암사 못미처 휴게소에서 오른다. 원점 회귀를 해도 되고, 반대편으로 내려설 수도 있다. 휴게소를 들머리 삼아 오른다. 초반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제법 힘에 부쳐 겨울인데도 콧잔등에 땀이 맺힌다. 장딴지가 뻐근해질 즈음 거대한 바위가 막아선다. 인근 주민들에게 쌀을 내줬다는 전설을 품은 수(穗)바위다. 모양새가 볏가리를 닮아 오래전엔 화암(禾岩)이라고 불렸다. ‘금강산 화암사’(剛山 禾岩寺)란 절집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수바위 위 웅덩이엔 항상 물이 고여 있다. 가뭄에 이 물을 떠서 주위에 뿌리면 비가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온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서 하늘이 툭 터진다. 여기가 신선대다. 제법 굵은 바위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해발고도는 불과 645m. 설악의 이름난 봉우리들엔 견주기 어렵고, 미시령보다도 낮다. 하지만 전망만큼은 탁월하다. 북설악 일대의 전경과 신선봉 등 금강의 산자락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발 아래로 수바위와 화암사, 고성 쪽 동해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신선대에서 낙타바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풍경은 더욱 깊어진다. 거대한 너럭바위를 딛고 서면 코앞으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그 너머로 공룡의 등줄기를 닮은 거대한 봉우리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다. 설악의 웅장한 자태를 한 발짝 물러서 완상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지 싶다. 울산바위 왼쪽으로는 흰 눈에 파묻힌 속초와 푸른 동해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동해의 만경창파를 보는 것만으로도 온갖 시름들로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울산바위 오른쪽은 미시령이다. 능선을 따라 미시령 옛길이 구절양장처럼 구불구불 내려오고, 미시령터널 속으로 드나드는 자동차들은 개미처럼 작다. 산행 끝자락은 화암사다. 설악산 코앞에 있으면서도 열에 아홉은 모르고 지나친다는 숨은 명소다. 절집의 개창 시기는 신라시대까지 올라가지만 가람 내 대부분의 전각들이 중창 등의 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고색창연한 맛은 덜하다. 절집에서 100여m 뒤쪽의 산자락에 미륵대불이 서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금강의 봉우리들은 물론 멀리 속초 시내까지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절집 마당으로 내려서면 찻집 란야원이 객을 반긴다. 날아갈 듯한 기와집의 규모가 커 얼핏 승방처럼 보이는 집이다. 찻집 안으로 들어서면 빼어난 풍경이 기다린다. 문설주를 액자 삼아 바라보는 수바위 자태가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번 여정에서 명태와 만난 건 행운이었다. 명태는 ‘1어4색4미’라는 표현만큼이나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한때 ‘국민생선’이라 불릴 만큼 우리와 친숙한 녀석이었지만, 지금은 남획과 수온 변화 등으로 우리 연안에서 가뭇없이 사라졌다. 급기야 2014년 ‘현상금’까지 내걸고 어미 명태를 찾았다. 이른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산 건 50만원, 죽은 개체에도 5만원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듬해 살아 있는 암컷 한 마리가 고성군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에 신고됐다. 길이 70㎝에 달하는 싱싱한 명태였다. 이 암컷의 등장은 여러 모로 ‘기적적’이었다. 씨가 마른 상황에서 잡힌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암컷인 데다 상처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암컷은 단박에 양식을 통한 ‘2세’ 확산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명태는 보통 자망으로 잡는다. 작은 그물코에 물고기가 꽂히게 해 잡는 방식이다. 당연히 그물에 걸린 명태가 온전한 경우는 드물다. 한데 이 암컷은 정치망에 잡혔다. 수심 200~300m 아래에 서식하는 명태가 매우 드물게 수심 40~50m를 회유할 때가 있는데, 바로 이 암컷이 얕은 수심을 회유하다 정치망에 걸려든 것이다. 우연과 행운이 겹쳐진 셈. 암컷은 곧바로 수컷 몇 마리와 합사됐고, 자연 부화에도 성공했다. 최근 이 암컷의 후손들이 동해안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이 공식 확인됐다. 2015년 말 20㎝ 정도의 어린 명태 1만 5000마리를 동해 연안에 방류했는데, 지난해 고성 앞바다에서 채집된 명태 가운데 2마리가 이때 방류했던 명태로 확인된 것이다. 이제 토종 명태가 우리 바다로 돌아올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화암사 아래, 그러니까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와 속초 노학동 학사평 일대에 볼거리가 많다. 속초시립박물관, 발해역사관, 국립산악박물관, 테디베어뮤지엄 등과 고성 쪽의 조각미술관 ‘바우지움’ 등 공공과 민간에서 운영하는 전시·체험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서며 새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실내형 테마파크 ‘얼라이브 하트’(www.aliveheart.co.kr)와 ‘다이나믹 메이즈’도 관심을 끌고 있다. 착시 미술과 미로가 결합된 이색 체험 공간이다. 산행의 피로는 온천에서 푼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눈 덮인 설악산 자락을 완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시령 아래 있는 설악 워터피아는 물놀이와 스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천 테마파크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 10여개의 노천 테마탕이 일품. 일반 사우나 시설도 갖췄다. 글·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33)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가 44번 국도로 갈아탄 뒤 속초까지 곧장 간다. 경기 양평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강원 홍천, 인제 등을 지나 미시령 터널을 넘는 방법도 있다. 화암사(633-0090)는 미시령 터널을 나가 미시령 옛길 쪽으로 좌회전해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국립산악박물관(682-2084)은 화요일에 휴관한다. →잘 곳 : 미시령 아래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1588-2299), 델피노 골프 & 리조트(1588-4888) 등 유명 리조트들이 많다. 설악동의 켄싱턴 스타 호텔(635-4001)은 영국 왕실을 콘셉트 삼은 테마 호텔이다. 객실 발코니에서 설악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맛집 : 도치알탕이 제철 음식이다. 말랑말랑한 살과 오도독 씹히는 알을 묵은 김치와 함께 끓여 내 시원하다. 속초 영랑호 인근의 포장마차촌에서 맛볼 수 있다. 십여개 업소가 늘어서 있는데 당근마차(632-3139)가 그중 알려졌다. 골뱅이무침, 도루묵구이, 간장새우장 등을 곁들여 낸다. 고성 거진항 초입의 성진회관(682-1040)도 권할 만하다. 입 안에 톡톡 터지는 도치알찜도 별미다. 도치알탕은 3월 말까지 먹을 수 있다. 거진시장 뒤편의 장미경양식(682-2084)은 옛날식 돈가스를 내는 집이다. ‘최북단 돈가스’라고 하면 주민 누구나 알 정도로 제법 유명한 집이다. 달달한 소스와 고소한 튀김옷을 입은 고기, 가니시로 나오는 시금치가 독특하게 어우러진다. 곁들여 나오는 강원도식 김치도 별미다.
  • 표창원, ‘더러운 잠’ 논란에 “판단은 여러분의 몫” (전문)

    표창원, ‘더러운 잠’ 논란에 “판단은 여러분의 몫” (전문)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나체가 묘사된 그림 ‘더러운 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표 의원은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곧, 바이전’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여기에는 대통령의 나체가 묘사된 풍자 그림 ‘더러운 잠’이 전시돼 여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표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시국풍자 전시회 관련 사실관계 및 입장’이라는 글에서 “전 늘 말씀드렸듯 비판을 존중하고 다른 입장을 인정합니다. 다만 허위사실이나 사실왜곡에 기반한 정치공세에는 반대합니다”라고 밝혔다. 표 의원은 “탄핵 심판과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논란을 야기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킨 점에 대해 지적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존중한다”면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회 주최 계기에 대해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장소대관을 위해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의원실로 왔다”며 “도움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국회 사무처에 전시공간 승인을 요청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사무처가 난색을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설득을 통해 결국 전시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표 의원은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라며 “‘예술의 자유’를 지키고 보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예술에 전문성이 없고 예술가가 아니라서 개입이나 평가를 할 자격도 없고 의도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 예술가들이 해 오신 요청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협조를 해 드리는 것이 제 도리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시국풍자 전시회 관련 사실관계 및 입장] 전 늘 말씀드렸듯 비판을 존중하고 다른 입장을 인정합니다. 다만, 허위사실이나 사실왜곡에 기반한 정치공세에는 반대합니다. 1. ‘표현의 자유를 지향하는 작가 모임’의 요청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장소대관을 위해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의원실로 왔습니다. 저는 도움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국회 사무처에 전시공간 승인을 요청드렸습니다. 2. 국회사무처의 난색 표명, 협의와 설득 국회사무처에서는 ‘정쟁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셨고, 작가회의에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닌 풍자라는 예술 장르, 국회라는 민의의 대변장에서 금지해선 안된다’는 입장이셨고 전 “전례가 없지만 시국의 특성과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에서 예술에 대한 사전검열이나 금지를 해서는 안되지 않느냐”고 설득해서 결국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3. 예술의 자유, 정치의 배제 이후 모든 준비와 기획과 진행, 경비 확보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등은 ‘작가회의’에서 주관, 진행했고 저나 어떠한 정치인도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여당 및 친여당 정치인의 “표창원이 작품을 골랐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입니다. 4.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 전시회가 개막하고 현장을 둘러 본 전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 있음을 알았고, 그 외에도 국회의원을 ‘머리에 똥을 이고 있는 개’로 묘사한 조각품, ‘사드’ 문제를 풍자한 만화 등 다양한 풍자 작품들 봤습니다. 특히, ‘더러운 잠’은 잘 알려진 고전 작품인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했다는 설명을 들었고, 분명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정치적 논란 지난 주 금요일(1월 20일) 오후에 전시회가 개막됐고 저녁 8시에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도 열렸습니다. 이후 별 문제없이 전시회가 진행되던 중, 어제 (23일 월요일) 저녁에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에서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고, 이후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확대되었습니다. 제 전화는 불이났고 두 명의 기자에게 간략한 사실관계 설명하는 인터뷰 외에는 어떤 연락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제가 속한 정당에서 절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는 이야기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6. 국회 사무처의 ‘더러운 잠’ 철거 요청 오늘 오전에 국회 사무처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더러운 잠’을 자진 철거해 달라는 요청을 작가께 하겠다 하시면서 제게도 양해와 협조를 요청해 오셨고, 전 국회사무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처음부터 우려를 하고 계셨고, ‘예술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여러 정당이 협력해야 하는 국회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비난 등 ‘정쟁’의 소지가 되는 사안은 방지해야 하는 ‘중립’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철거 여부는 제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작가의 ‘자유’ 영역이라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다만 작가와 주최측인 ‘작가회의’에 사무처의 입장과 우려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7.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1) 전 저를 대상으로 한 조롱과 희화화, 패러디, 풍자 예술 작품에 개입하거나 관여하거나 반대하거나 방해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얼마든지 하십시오. 다만, ‘공인’이 아닌 제 가족,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만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셔야 합니다. 그들은 ‘공인’이 아니며 보호받아야 할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2) 같은 마음으로 대통령이나 권력자, 정치인 등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과 풍자 등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주십사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3) 하지만, 일반 국민이나 예술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표현이 아닌, 정치인 등 ‘공인’이 정치적 목적이나 이해관계 혹은 감정 때문에 모욕 혹은 명예훼손적 표현을 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제가 이번 전시회를 의도했거나 기획했거나 개입했거나 검열 등 여하한 형태로 관여했다면 당연히 비판받고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위에 설명드린 제 역할과 행위 중에 이러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고 비판도 달게 받겠습니다. (4) ‘시기’의 문제 및 ‘의도하지 않은 효과’에 대한 책임 : 지금이 탄핵 심판 및 (조기)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이며, 이러한 상황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서 의도하지 않았을 부작용을 일으킨 점에 대해 지적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존중합니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습니다. 어떻게 져야 할 지는 좋은 안을 주시면 신중히 검토하겟습니다. 어떤 방향의 판단이든 여러분의 판단이 옳습니다. 전 제가 하는 언행이 늘 옳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혼자만 옳다는 아집에 빠진것은 아닌 지’ 고민하고 언행을 합니다. 하지만, 저도 부족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옳지 않거나 적절하지 않은 언행을 할 수도 있겠죠. 늘 배우고 깨우치려 노력합니다. 다만, 논란이나 불이익 혹은 압력이 두려워 피하거나 숨지는 않겠습니다. 8. 저는 ‘예술의 자유’를 지키고 보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예술에 전문성이 없고 예술가가 아니라서 개입이나 평가를 할 자격도 없고 의도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 예술가들이 해 오신 요청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협조를 해 드리는 것이 제 도리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설명이 되었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그대, 잘 가게”/송한수 체육부장

    친구, 거긴 따스한가. 꼭 요맘때였어. 자네가 세상을 버린 게. 몹쓸 사고 탓에 말이야. 이제 마음 푹 놓게나. 하늘에 고하네. 어기찬 자네 아들 소식을. 어엿이 대학 합격증을 받았지 뭔가. 온 나라에서 내로라할 명문이라지. 인제야 흐뭇하게 웃음꽃 피우게 생겼군. 자네를 보내고서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승에 남은 벗들과도 기쁨을 나눔세. 자넨 ‘텁수룩 사나이’였지. 숯검댕이 턱을 뽐내곤 하더니. 그럼 고백하겠네. 힘겹게 면도한 그 얼굴로 내 얼굴을 비빌 땐 ‘까칠까칠’ 싫기도 했노라. 귀에 박힌 명언(?)도 꾸역꾸역 떠오르네. 대한민국 오천만 국민이 자동차를 살 때까지 ‘무소유’로 남겠다던. 오지도 않을 ‘고도’처럼 기다려지는, 오늘날 국가지도자 마음가짐 아닐까 싶네. 때마침 올해 큰 선거가 있네. 친구 누군간 벌써 자네 모습이 흐릿하다 털어놨어. 절대 서운해 마소. 기억도, 추억도, 끝내 묻히고 말거늘. 철없이 일찍 흩날린 눈발이, 감쪽같이 가을을 지워버리듯. 머릿속 ‘지우개’ 또한 분명히 있다고 믿네만. 그리고 차마 못할 말을 던지네. 이젠 눈을 감으라고. 나도 자넬 놔줄까 하네. 머잖아 봄이야. 송한수 체육부장 onekor@seoul.co.kr
  •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진 영원한 출판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진 영원한 출판인

    한국 출판계의 거목인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4세. 1933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 청진동 옥탑방 한 칸에서 ‘올곧은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뜻을 담은 민음사를 연 ‘출판 1세대’다. 그가 1973년 처음 펴낸 ‘세계시인선’은 원문 번역을 시도하고 최초의 가로쓰기를 도입했다. 고인이 개발한 ‘국판 30절’ 판형은 국내 시집의 표준형으로 자리잡았다. 1974년에는 ‘오늘의 시인 총서’를 펴내 김수영, 김춘수, 고은, 박재삼, 황동규를 소개하며 시의 대중화에 기여했고, 1981년에는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했다. 1976년 계간 문학지 ‘세계의 문학’을 창간한 데 이어 이듬해 소설가 한수산을 제1회로 수상자로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을 통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수상작을 단행본으로 펴내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 상은 신인 작가들의 산실로 통하며 이문열, 한수산, 조성기, 최승호 등 우리 문학의 굵직한 인물들을 키워낸 자양분이 됐다. 고인은 문학뿐 아니라 문예이론 사상과 학술 출판에도 관심을 기울여 기초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197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발간했던 ‘이데아 총서’를 통해 발터 베냐민의 문예이론 등을 국내에 소개했다. 1983년부터 16년 동안 발간된 ‘대우학술총서’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일반 언어학’부터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까지 424권에 달한다. 1994년 자신이 태어난 마을 이름을 딴 비룡소를 만들고 1996년 황금가지, 1997년 사이언스북스 등 자회사를 차례로 설립하며 민음사를 8개의 브랜드를 가진 대형 출판그룹으로 키웠다. 고인은 2005년 1월 아들 근섭씨에게 민음사 대표 자리를 물려주고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인은 한국단행본출판협의회 대표를 역임했고 2005년 45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 등을 치러냈다. 출판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2년 국무총리 표창, 1985년 대통령 표창, 1995년 화관문화훈장, 2006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1년 서울대에 민음 인문학 기금 3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2008년에도 서울대에 인문학 강좌 기금으로 2억원을 기부했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고인은 한평생 오직 한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져 간’ 영원한 출판인이었다”며 “평생을 책이 사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출판문화의 개척자였다”고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위은숙씨와 상희(비룡소 대표이사), 근섭(민음사 대표이사), 상준(사이언스북스 대표이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24일 오전 6시. (02)2072-2020.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당신의 칫솔, 정말 깨끗한가요?

    [건강을 부탁해] 당신의 칫솔, 정말 깨끗한가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칫솔의 위생상태가 심각하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20일(현지시각)자 보도에 따르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칫솔은 배설물, 헤르페스 바이러스,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 이틀 만에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및 곰팡이에 크게 감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치과의사 로나 에스칸더는 칫솔을 깨끗하게 유지해서 건강에 위험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입은 세균 등의 온상"이라며 "수백 만 개의 각기 다른 형태를 가진 미생물 중 일부가 칫솔을 사용하는 사이에 옮겨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욕실 또는 주거환경에 기생하는 미생물이 칫솔에 모인다"면서 "칫솔을 서로 가까이에 놓아두거나 양치하는 컵 안에 접촉하게 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세균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달될 수 있고, 교차 감염의 위험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칫솔을 함께 사용하면 헤르페스나 A,B,C형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옮을 수 있다. 칫솔은 오래전부터 오염의 발원지로 잘 알려져 있다. 1920년대 과학자들은 칫솔 재사용이 구강질병의 원인이라고 보았고, 40년 전 스칸디나비아 치과연구 저널은 칫솔이 연쇄구균에 감염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치과의사들도 같은 칫솔을 사용하는 것이 건강한 세균을 죽이고 장내 세균을 증식시켜 설사, 피부 발진, 중이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에 미국 퀴니피악대학 연구자들은 칫솔의 60%가 대변으로 오염됐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올바른 칫솔 보관법은 다음과 같다. 1. 변기 근처에 칫솔을 두지 마라. 칫솔을 변기 근처에 둬야 한다면 변기뚜껑을 확실히 닫아야 한다. 물을 내리는 사이 오염된 물이 작은 물방울로 분산 되서 칫솔을 오염시킬 수 있다. 2. 수직으로 바로 세워서 따로 보관해라 절대 욕실 진열장에 두지 말아야 한다. 공기가 통하지 않아 박테리아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해 양치 컵에 여러 개의 칫솔을 두는 것도 좋지 않다. 3. 칫솔을 정기적으로 교체해라. 칫솔과 휴대용 칫솔 살균기를 3개월 마다 동시에 교체해야 한다. 만약 감기에 걸렸다면 칫솔을 바꾸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4. 절대 함께 쓰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칫솔을 공유해서는 안 된다. 사진=포토리아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듀엣가요제’ 린, 남편 엠씨더맥스 곡 열창 “눈물 흘린 이유는..”

    ‘듀엣가요제’ 린, 남편 엠씨더맥스 곡 열창 “눈물 흘린 이유는..”

    ‘듀엣가요제’에서 가수 린이 남편인 이수의 곡을 열창했다. 20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에는 김윤아, 린, 정승환, 치타, 임슬옹, 김연지의 1라운드 경연이 펼쳐졌다. 이날 ‘듀엣가요제’에서 린 김인혜 팀은 엠씨더맥스의 ‘행복하지 말아요’를 열창, 438점을 받아 왕좌에 올랐다. 린은 첫 소절부터 감정이 격해진 듯 눈물을 참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결국 무대가 끝난 후 눈물을 흘렸다. MC 성시경이 “1절 부르는데 감정을 너무 몰입하는 것 같더라”고 묻자 린은 “감정이 좀 과했다. 노래에 집중하느라 그랬다”고 답했다. 성시경은 “엠씨더맥스 노래다. 그래서 눈물 흘릴 때 이 노래 가사를 생각하는 걸까, 남편을 생각할까 궁금했다”고 짓궂게 물었다. 린은 “인혜가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울컥했던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남편 말고 노래 가사를 생각하면서 불렀다”고 강조했다. 이날 린 김인혜 팀은 1라운드 우승을 차지했다. 2라운드까지 합산 점수로 최종 우승팀이 가려진다. ‘듀엣가요제’는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안희정 “5년 뒤 대통령 하면 어떠냐고?”…이번 대선에 ‘올인’ 의지 표명

    안희정 “5년 뒤 대통령 하면 어떠냐고?”…이번 대선에 ‘올인’ 의지 표명

    안희정 충남지사가 20일 이번 대선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지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진영 인사들과 함께 개헌을 주제로 토론회를 하면서 이와 같은 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단체는 당내 대표적인 비문(비문재인) 진영 의원 모임으로 알려진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모임’으로, 이 모임을 중심으로 한 88명의 의원들이 안 지사를 초청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안 지사는 그동안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됐던 만큼, 여기에 초청된 것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특히 당내 대선 레이스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독주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안 지사가 이후 비문 진영의 지지를 끌어들일지를 두고 당 안팎의 해석이 갈리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대한민국, 자치분권·내각중심 국정운영’이라는 제목의 이날 행사에는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친문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김태년·전해철 의원, 비문진영 인사로 분류되는 변재일 이상민 의원 등이 참석하는 등 주류·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88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안 지사는 인사말에서 이번 대선을 향한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차차기 프레임’과 관련해 “저한테 5년 뒤 하면 어떠냐고 하는데 5년 뒤면 저는 더 지혜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5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큰 열정과 패기를 갖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한마리 제비의 등장이 봄을 알리듯 지도자의 역량의 사회의 전반적 교체를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링에 오르는데 지려고 오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차차기’는 저를 가두려고 하는 프레임이자 저를 공격하고 저의 성장을 가로막는 나쁜 프레임”이라며 “당원 여러분이 그 프레임에서 저를 끄집어내 달라. ‘다음 기회’를 말하는데, 다음 기회가 절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추 대표는 안 지사를 향해 “진짜 잘생겼다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제가 어떤 남자를 두고 이런 표현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이렇게 준비가 다 된 안 지사를 내일 쓰시겠나. 내일 쓰시겠다는 건 안 쓰시겠다는 것”이라고 ‘띄우기’를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편파적이라고 윤리위에 제소되는 것 아닌가”라고 농담을 던진 뒤 “당이 균형을 잘 잡기 위해선 당 대표가 일시적으로 ‘친안’(친안희정)도 됐다가 ‘친김’(친김부겸)도 됐다가 ‘친박’(친박원순)도 되면서 주자들을 부상시키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오늘 저는 충격적 고백을 하겠다. 전 비록 원내대표이지만 안희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지지선언’을 한뒤 “오늘 하루 지지하겠다”고 ‘시한’을 달아 웃음을 끌어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 앞가림부터 잘하는 개신교로” “사회 변화 위한 빛과 소금 될 때”

    “제 앞가림부터 잘하는 개신교로” “사회 변화 위한 빛과 소금 될 때”

    오는 10월 31일이면 독일 성직자 마르틴 루터가 부패 교회에 맞서 비텐베르크 성문에 95개 반박문을 붙인 지 500주년이 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세계 기독교계는 개혁교회로 되돌리자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 개신교계도 다르지 않다. 물질과 세속화에 찌든 교회를 반성하고 개혁 정신을 되찾자는 몸짓들이 이어진다. 개신교계의 진보·보수 측 수장이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계획을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의 입장을 정리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발굴·점검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 진보 성향 교단협의체인 NCCK 김영무 총무는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또렷하게 밝혔다. 특히 ‘묵은 땅을 갈아엎고, 새 터전을 세우리라’는 주제를 콕 짚었다. 한국교회를 성찰하고 교회개혁과 사회변화를 위해 헌신하는 한 해로 삼겠다는 것이다. 우선 ‘생명의 정치’와 ‘은총의 경제’를 위해 교회가 교회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터의 종교개혁을 통해 중세교회가 거듭난 것처럼 한국교회도 새 모습으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NCCK는 다음달 개혁과제를 정리한 ‘새로운 95개 선언’을 발표한다. ‘기억과 반성’ 주제의 심포지엄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를 잇따라 열 계획이다. 김 총무는 부활절(4월 16일)이 세월호 참사 3주년과 겹치고 사순절(四旬節·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교회력 절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이 3·1절과 겹치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촛불 정국과 맞물려 세월호 참사와 3·1절이 내포한 뜻이 크다고 했다. 그래서 기독교 신학과 역사 그리고 현실정치가 만나는 3·1절부터 세월호 참사 3주년까지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있단다. 부활절맞이 주제도 ‘예수는 여기 계시지 않다’로 채택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고난의 현장에 함께하지 않고 예수의 빈 무덤만을 붙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 시국과 관련, 다음달 2∼9일 사회선교정책협의회를 열어 새로운 사회상을 제시하고 촛불 민심의 지속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유럽캠페인을 진행하고 4월 26일~5월 2일 캐나다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 해외 교회여성 연대교류회의’를 개최한다. 김 총무는 그 개혁의 방향을 이렇게 정리했다. “단지 하나가 되어 정치적 힘을 갖는 게 아니라 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할 때입니다.” 보수 교단협의체인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19일 간담회를 통해 “종교 개혁의 핵심은 잃어버렸던 종교의 본질 회복에 있다”며 2017년을 한국 교회 쇄신의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개신교가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의 탓을 한다면 큰 모순입니다.” 132년 전 한국 개신교가 전래된 초창기엔 교육·의료 등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컸지만 지금은 빛과 소금의 역할보다 비난받는 모습이 더 흔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기독교에서 사랑의 실천은 정의의 올바른 구현과 소외된 이웃의 섬김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 가까이 됐는데도 9명의 미수습 희생자가 남아 있다는 이 목사는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뜻도 비쳤다. 이 목사는 “1907년 평양대부흥회는 교회 차원에 머물지 않고 도박, 축첩, 노예제 같은 사회적 악습을 없앤 사회정화운동이었다”며 지금 한국 교회는 뼈아픈 반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특히 “그동안 한국 개신교계는 금권 선거를 비롯한 선거 폐단으로 분열되기 일쑤였다”며 한기총 대표회장과 한기총에 속한 각 교단 총회장 선거를 영구히 폐지하고 대신 순번제 추대 형식으로 치르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정찬주의 산중일기] 연통과 소통

    [정찬주의 산중일기] 연통과 소통

    나의 기상 시간은 새벽 3시 반 전후다. 산자락 아래 절에서 도량석을 하는 목탁소리가 들리기 전이다. 캄캄한 밤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난로에 불쏘시개를 찾아 넣고 불을 지피는 일이다. 요즘 불쏘시개는 작년에 고추 줄기를 지지했던 대나무 토막들이다. 마른 대나무들은 연기가 나지 않을뿐더러 의외로 화력이 좋다. 산중 생활 17년째, 겨울철 난롯불 지피기는 하루의 첫 쪽이다. 손전등을 켜들고 땔감을 나르는 일이 번거롭지만 바늘 같은 별빛을 보면 저절로 정신이 번쩍 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산중은 산촌 농부들이 바람단지라고 부르는 곳인데, 찬 바람의 왕래가 잦아 평지인 읍내보다 기온이 4도쯤 낮다. 절 연못의 물이 찰랑찰랑할 때도 산방연못은 살얼음이 낄 때가 많다. 단열이 시원찮은 산방의 방 온도는 제각각이다. 조금 전에 확인한 온도이다. 골방은 11도, 난로가 가까이 있는 거실 겸 차 마시는 다실은 18도, 서재는 16도이다. 다리 뻗고 잠자는 침실은 눈 붙이고 잘 만하니 17도쯤 될 것이다. 뉴스의 주인공들이 들락거리는 구치소 온도는 얼마쯤인지 가 본 적이 없으므로 잘 모르겠다. 산방 안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은 까닭은 화목난로 덕분이다. 다행히 산중 오지라서 땔감은 수월하게 구할 수 있는 편이다. 달포 전에도 농부 김 노인과 함께 썩어가는 나뭇가지를 난로용 화목 크기로 톱질해 두 달분을 비축해 놓은 바 있다. 절약하면 3월까지는 화목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난로 연통 청소도 며칠 전에 했으니 눈보라가 사납게 몰아쳐도 불을 피우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겨울철 산중생활의 첫째 덕목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유비무환이다. 준비를 잘하면 생고생하지 않는다는 만고의 진리가 아닐까 싶다. 초기 불경인 숫타니파타에 목동이 우기를 맞이하여 부처에게 ‘내 움막은 이엉이 덮였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란 구절도 새삼 절절하게 떠오른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이순신 장군이 육지가 아닌 강 초입에서 사변을 막아야 한다는 강구대변(江口待變)이란 방비계책도 같은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숫타니파타의 목동이나 이순신처럼 잘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준비성이 부족한 이가 바로 나다. 멀리 갈 것 없이 난로의 연통 청소만 해도 그렇다. 3년 전에는 읍내에서 연통설치 기술자를 불러 청소했고, 2년 전에는 손재주가 뛰어난 다헌도예 대표를 불러 연통 안의 검댕을 말끔하게 제거했는데, 작년 입동 무렵에는 무심코 건너뛰었다. 아내가 연통 청소를 하자고 했을 때 나는 2년 동안 했으니 괜찮다고 무시했던 것이다. 나의 그런 태도가 화근이 됐다. 며칠 전 꼭두새벽이었다. 난로에 불쏘시개와 화목을 넣고 불을 지피는데 연기만 풀풀 났다. 전기 흡출기를 돌려 겨우 불을 살렸지만 이번에는 연통이 열을 받아 발갛게 달아올랐다. 연통을 설치한 지 10년 만에 연통 마디가 붉어지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놀라서 일단 난로의 잔불부터 껐다. 연재소설 원고도 뒤로 미루었다. 뼛속을 찌르는 것 같은 한겨울의 매운맛을 실감했다. 아침에 지인 두 사람을 급히 불러 연통 청소를 하면서야 그 원인을 알았다. 석탄처럼 고체화된 검댕에 불이 붙어 연통이 달궈진 것이었다. 입동 무렵 전후로 미리 연통을 청소했어야 했는데 방관했다가 영하의 날씨에 덜덜 떨었던 셈이다. 검댕이 연통 속에 차츰 쌓여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화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깨달았다. 연통은 연기와 검댕을 밖으로 내보내는 소통의 통로인 것이다. 불통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아찔하게 실감한 순간이었다. 추위에 떨었던 것은 물론이고 내 산방마저 태워버릴 뻔했으니 말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외치는 시민들의 소리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불통이 지속되다 보면 뜻밖의 상황이 우리를 더 놀라게 할 수도 있다.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이야말로 소통을 막는 연통 속의 검댕 같은 존재가 아닐까. 막힌 연통을 보고 느낀 자각이다. 만약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가 있다면 청소는 빠를수록 좋지 않을까 싶다. 소설가
  • ‘절뚝’ 김정은

    ‘절뚝’ 김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또 포착됐다. 김정은은 2014년 발목에 생긴 낭종(물혹)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근 발목 이상이 재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7일 공개한 기록영화에는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6일 강원도 소년단야영소 등을 시찰하면서 부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이 나온다. 특히 계단을 오를 때 유난히 절뚝거렸다. 김정은이 왼쪽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7월 조선중앙TV가 생중계한 김일성 주석 20주기 중앙추모대회 영상에서 김정은은 다리를 절며 주석단으로 이동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이 왼쪽 발목 복사뼈에 물혹이 생겨 근육 손상이 왔고, 9~10월 사이에 외국에서 전문의를 초빙해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6~13일 사이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였다가 또 며칠 뒤에는 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현재로서는 김정은의 건강 상태에 대해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보고, 관련 상황들을 앞으로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이호준의 시간여행] 굴뚝이 상징하던 것들

    [이호준의 시간여행] 굴뚝이 상징하던 것들

    할머니는 땅거미가 마당을 서성거릴 무렵이면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땟거리가 떨어져 빈속에 물을 채우고 잠들어야 하는 날에도 건너뛰는 법이 없었다. 가마솥의 물이 와글거리며 끓어오를 때까지, 땔감을 밀어 넣고는 했다. 그 순간, 당신의 표정은 황산벌로 떠나는 계백마냥 무겁고 경건했다. 겨울에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온기가 필요 없는 계절에도 불을 지피는 건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남의 산에서 ‘도둑나무’를 해 와야 하는 어린 손자에게는 속 터지는 일이었다. 왜 불을 때느냐고 물으면 “허리가 아파서”라거나 “방이 눅눅해서”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고는 했지만, 둘러대는 말이라는 것 정도는 금세 알 수 있었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었거니와 아프다고 함부로 눕는 법이 없는 당신이었기 때문이다. 불을 지피는 걸로 그날의 ‘의식’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바깥마당 감나무 아래 서서 굴뚝마다 연기가 오르는 양짓말, 아니 그보다 먼 볏고개에 시선을 얹는 게 부엌에서 나온 할머니가 하는 일이었다. 작은 몸피가 어둠 속으로 조금씩 녹아들어가 어둠과 하나가 될 때까지 그렇게 앉아 있었다. 할머니의 그 ‘이상행동’을 이해하게 된 건 세월이 한참 지난 뒤였다. 당신은 소년 적에 집을 떠난 아들, 즉 내 삼촌을 기다린 것이었다. 객지를 떠돌던 아들이 지친 몸으로 돌아와 고갯마루에 섰을 때, 자기 집 굴뚝에서 연기라도 나야 한 달음에 달려올 거라 믿었던 것이다. 봉화를 올리듯, 아들을 부르기 위해 굴뚝에 연기를 피워 올렸던 것이다. 민초들에게 굴뚝은 연기를 배출하는 도구만은 아니었다. 내 할머니가 ‘봉화’로 삼았던 것처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들판에서 놀던 아이들은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에게 굴뚝의 연기는 ‘그리움’이라는 화인(火印)으로 찍히기 마련이었다. 굴뚝의 기억은 아이들이 자라 객지로 나간 뒤에도 고향을 상징하는 깃발로 가슴마다 펄럭거렸다.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 어귀에 섰을 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이면 느닷없이 안도감에 휩싸이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아궁이에 묻어 두고 떠난 감자 익는 냄새라도 맡은 듯, 괜히 목이 메고 눈물마저 찔끔거렸던 것이다. 굴뚝에는 가난한 민초들의 삶이 투영되기도 했다. ‘굴뚝 보고 절한다’는 말은 빚에 쪼들려 야반도주하는 사람이 이웃에게 인사할 수 없어서 굴뚝을 보고 절을 한 뒤 떠난다는 데서 나왔다. 굴뚝에서 나는 연기를 보고 그 집의 상황을 판단하기도 했다. 연기가 난다는 것은 그 집이 끼니를 해결했다는 뜻이었다. 도시 빈민의 삶을 그린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난장이와 대비되는 거대한 굴뚝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벽돌공장 굴뚝에 올라가 고단했던 삶을 마감함으로써 굴뚝으로 상징되는 산업화시대의 비극을 보여 준다. 시간은 언제부터인가 이 땅에서 굴뚝을 지워 버리기 시작했다. 난방과 취사 연료가 바뀌면서 굴뚝에서 오르던 연기도 사라졌다. 설이 가까워져 오면서 기억 저편에 물러서 있던 ‘할머니의 굴뚝’이 생각난다. 객지를 떠돌다가 돌아와 고갯마루에 선 아들은 이제 무엇으로 어머니의 기다림을 확인할까? 굴뚝도 연기도 없는 고향 집을 바라보다 쓸쓸히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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