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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in] 한나라 ‘姜 트리오’ 부활?

    한나라당 ‘3강(姜)’ 강재섭 전 원내대표, 강삼재 전 사무총장, 강창희 대전시당 위원장의 트리오가 ‘부활’을 꿈꾸고 있다. 정치경력이 비슷하고 절친한 사이인 이들은 최근 중앙 정치무대로 돌아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는 말도 들린다. ‘총대’는 강 전 원내대표가 맸다. 그는 6일 “당이 강삼재 전 의원과 같은 분들에게 일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원 사격했다. 또 “(강 전 총장의)5선 경험과 경륜은 한나라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정국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의 통찰력과 위기마다 빠르게 내리는 결단력은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 당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전 총장은 옛 안기부의 대선자금 전용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정계를 떠났다가 지난해 10월 무죄가 확정돼 정계에 복귀했다. 다음달 26일 경남 마산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신고식을 치를 계획이다. 강 전 원내대표는 대권과 당권 도전의 갈림길에서 고심하는 중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당내에서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 위원장은 당초 열세로 분류됐던 대전시장 선거에서 박성효 후보를 당선시킨 ‘공로’를 발판으로 도약을 채비하고 있다. 전당대회에 출마하거나,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뮤지컬계 신데렐라’ 미스사이공 김보경 vs 맘마미아 이정미

    ‘뮤지컬계 신데렐라’ 미스사이공 김보경 vs 맘마미아 이정미

    무명 단역에서 단숨에 주역으로 발돋움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여기 꿈 같은 동화를 눈앞의 현실로 마주한 두 배우가 있다. 올 여름 치열한 흥행 경쟁을 벌일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맘마미아’의 헤로인, 김보경(24)과 이정미(23)다. 둘다 이제 겨우 2∼3년차 신인인 데다 출연작은 한 손에 꼽을 정도. 그것도 일명 ‘떼(그룹)신’으로 불리는 앙상블 경력이 전부이다. 주역을 따냈다는 기쁨도 잠시, 한솥밥을 먹던 극단(신시뮤지컬컴퍼니)동료에서 라이벌로 숙명적인 대결을 앞둔 두 배우를 만났다. ●끼많은 배우 김보경 VS 야무진 배우 이정미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너두 많이 말랐네. 어디 아픈 데는 없지?” 얼굴을 보자마자 서로의 건강부터 챙기는 모습이 여간 다정하지 않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보경은 2003년부터 신시에서 활동해 왔고, 단국대 연영과에 재학 중인 이정미는 2004년 ‘맘마미아’를 계기로 신시와 인연을 맺었다. 둘은 지난해 ‘갬블러’일본 공연때 앙상블로 함께 무대에 서며 친해졌고, 뒤이어 ‘아이다’를 8개월 동안 하면서 속내를 털어놓는 절친한 사이가 됐다. 나이는 김보경이 한 살 많지만 이정미가 학교를 한해 일찍 들어가 동갑내기처럼 지낸다. “보경이는 끼가 참 많아요. 그러면서도 차분하고, 책임감도 크죠. 가진 게 많은 친구라 뭘 하든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이정미)“야무진 면은 정미 못 따라가요. 어른스럽고, 아는 것도 많아서 제 인생 상담도 곧잘 해주죠.(웃음)”(김보경) ‘신분 상승’은 했지만 무대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앙상블이든 주인공이든 배역은 중요치 않아요. 무대에 서는 그 순간이 기쁘고, 그래서 늘 최선을 다하고 싶은 욕심뿐이에요.” ●비운의 여인 ‘킴’ VS 상큼발랄한 소녀 ‘소피’ ‘미스 사이공’한국 공연(28일∼8월20일 성남아트센터,9월1일∼10월1일 세종문화회관)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공연계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킴 역에 낙점될 것인가였다. 그만큼 킴은 여배우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매력적인 배역이다. 올초 ‘아이다’공연을 관람하러 온 영국 제작진이 김보경을 눈여겨보고 오디션 참가를 권했고, 치열한 경쟁 끝에 주역을 따냈다. 김보경은 “미군 병사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에서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강인한 어머니의 면모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오가는 연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킴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2년 전, 중년 아줌마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흥행신화를 일으킨 ‘맘마미아’(18일∼9월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결혼을 앞두고 친아버지를 찾으려는 깜찍발랄한 스무살 신부 소피의 이야기다. 초연 때 배해선이 소피를 연기했고, 이정미는 앙상블로 무대에 섰다.“내 나이 또래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는 그는 “앙상블은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소피는 춤과 노래, 연기까지 모두 소화해야 돼 공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박해미, 이태원, 전수경 등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신인인 그에겐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비슷한 시기에 공연을 올리는 만큼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흥행 예측을 해달랬더니 약속이나 한 듯 “색깔이 너무 달라 비교하기 힘들다. 둘다 좋은 작품이니 둘다 보라.”고 권했다. ‘그래도 꼭 한 작품만 봐야 한다면’이라고 되묻자 잠시 마주보며 웃더니 “한국 초연작“(김보경)“검증된 흥행작”(이정미)을 내세우며 금세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지씨 친구들 말 한마디에 ‘들썩’

    “충호가 열린우리당 의원 소개로 일자리를 구했다고 말했어요.” “충호와 막역한 친구가 한나라당 당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출소해 밑바닥 인생을 살다 지난 20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공격한 지충호(50·구속)씨의 행적을 짐작케 하는 것은 평소 그가 지인들에게 했던 말이 전부다. 상황은 검·경합동수사본부도 마찬가지로 25일 연일 지씨의 가족과 친구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與·한나라 정치인과 친분 정황 못찾아 합수부는 아직까지 지씨가 실제로 정치인과 친분이 깊었다는 정황을 찾지 못했다. 십수년간 수감생활을 해 사회적응이 어려웠던 지씨를 의원들이 맞아줬다고 받아들이기도 상식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선거철을 맞아 지씨가 했다는 한마디 말에 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서 폭풍이 친다는 나비효과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지인들은 지씨가 열린우리당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 취직자리를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지씨는 스스로 광고를 보고 찾아가 정수기 제조업체 C사에 취직한 뒤 “인천 지역 열린우리당 의원을 잘 알아 취직이 됐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다녔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그와 절친했던 친구 A씨는 한나라당 인천 모 지구당 부위원장을 지냈던 적이 있다. 지씨는 A씨에게 돈을 받기도 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성향에 대해 훈계를 듣기도 했다.물론 실체는 없었다는 것이 지인들의 평이다. 지씨가 스스로에 대해 과시하는 말을 많이 했지만, 지인들은 모두 신경쓰지 않고 흘려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김교흥 의원 “일자리 알선한 적 없어” 선거 국면이라 지씨의 말 한마디로 지역구 판세가 바뀔 수 있다. 지씨의 행적과 말 한마디에 정치권이 들썩이는 이유는 그 말 한마디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적을 근거로 야당은 지씨 뒤에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사용하는 ‘정치테러’라는 말에 펄쩍 뛰고 있다. 이름이 공개된 의원들은 더하다. 지씨가 찾아간 의원실로 지목된 열린우리당 김교흥 의원은 “지씨에게 일자리를 알아봐 준 일이 없다.”고 관련성을 부인하는 한편,“지씨는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을 만나기도 했다.”고 역공을 폈다.●반쪽짜리 정보에 여·야 주판알 튕기기 팀을 꾸린 지 사흘째에 접어든 수사팀의 행보는 유독 신중하다. 합수부는 팀을 구성하고 이틀째부터 지씨에게 조서를 받기 시작했다. 신병을 확보하고 사흘 만이다. 선거일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합수부가 지씨 대신 ‘나비효과’의 진원지로 변경될 수 있다는 판단에 수사팀의 행보가 더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며 정치권은 수사팀의 신중한 행보가 어느 쪽에 유리한지 재기에 바쁘다. 수사팀이 게걸음을 걷고 있는 사이 지씨의 지인들의 입을 빌린 ‘반쪽짜리’ 정보만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지인들에 용돈…카드할인…베일 벗는 지씨 ‘돈줄’

    직업이 없는 테러범 지충호(50·구속)씨가 어떻게 많은 돈을 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지씨의 ‘자금원’은 지인들이 준 돈, 카드깡으로 마련한 돈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합수부는 지씨를 지원한 배후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접지 않고 수사를 지씨 주변인물들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청송보호감호소에서 가출소한 지씨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찾아간 지인들에게 돈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불법 카드할인을 해 현금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도 여의치 않자 그는 5월 초쯤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지구당을 찾아가 구직과 대출알선을 부탁하기도 했지만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씨와 절친한 관계인 김모(57)씨는 “지씨는 근거없이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씨는 지난해 11월 신용카드 한 장을 발급받아 6개월 동안 764만원을 사용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수감생활을 오래 해 지씨에게는 연체 기록이 없었고, 신용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돼 카드를 발급했다.”고 설명했다. 지씨는 자신의 신용등급을 이용, 갱생보호공단에서 만난 신용불량자 2명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휴대전화를 개설시켜 주기도 했다. 지씨가 교도소 동기들이 만든 불법 카드할인 회사에 주민등록번호를 주고 현금을 받아 썼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지씨 자신도 카드 사용대금이 많은 데 대해 합수부에서 “불법 카드할인을 받아 대금이 많이 나왔을 뿐, 실제 사용한 금액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광고를 보고 찾아간 정수기 회사 C사에서 닷새 만에 해직되는 등 직업을 구하지 못한 지씨의 자금 사정은 날로 악화돼, 지난 14일 요금미납으로 휴대전화가 끊기기도 했다. ●여당 정치인 들먹이며 대출 시도 이달 초쯤부터 지씨는 돈이 떨어져 갔다. 지씨는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시도했다. 이전부터 알고 지낸 새마을금고 이사장 서모(59)씨는 “지씨가 친구 최모씨와 함께 찾아와 3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겠냐고 물어, 직업이 없어 안 된다고 대답했다. 다시 찾아온 지씨가 C사에 취직됐다고 말했지만, 확인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씨는 세 차례 새마을금고를 찾았고, 마지막 방문 때 우연히 인천 지역의 한나라당 구의원 이모씨와 동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지씨가 열린우리당 의원의 지원을 받아 취직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합수부는 “지씨가 광고를 보고 찾아갔고, 열린우리당측에서 취업을 알선한 적이 없다.”고 결론냈다. ●심부름 센터에 80만원…수상한 계좌 발견 가능성 휴대전화가 끊기기 전까지 지씨는 요금으로 매월 7만∼26만원을 썼다. 지씨의 친구 A씨는 “지씨가 수감되기 전 내연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심부름센터에 80만원을 주고 의뢰했다.”고 말했다.80만원은 또 다른 친구 B씨가 준 100만원에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부는 이밖에도 지씨가 이상한 씀씀이를 보인 적이 없는지 집중조사하기 위해 모든 금융기관에 지씨 명의 계좌가 개설돼 있는지 문의했다. 현재까지 5개 금융사가 지씨 명의 계좌가 없다고 통보해 왔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22)群鷄一鶴(군계일학)

    儒林 (594)에는 群鷄一鶴(군계일학)이 나온다. 닭의 무리 가운데 한 마리의 학이란 뜻으로,‘많은 사람 가운데서 뛰어난 인물’을 이른다. ‘群’은 손에 방망이를 들고 명령하는 어떤 官職名(관직명)을 나타낸 ‘君’(군)과 群集性(군집성) 동물을 지칭하는 ‘羊’(양)이 결합된 形聲字(형성자)이다.用例(용례)에는 ‘群輕折軸(군경절축:가벼운 것도 많이 모이면 수레의 굴대를 부러뜨린다는 뜻으로, 작은 힘이라도 뭉치면 큰 힘이 됨을 이름),群雄割據(군웅할거:여러 영웅이 각기 한 지방씩 차지하고 위세를 부림)’등이 있다. ‘鷄’자에서 音符(음부)로 쓰인 ‘奚’는 ‘포승에 묶여 꿇어앉은 사람’의 상형이며,意符(의부)인 ‘鳥’(조)는 ‘새’의 상형.‘鷄犬相聞(계견상문:인가가 잇대어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름),鷄口牛後(계구우후:큰 집단의 꼴찌보다는 작은 단체의 우두머리가 나음을 이름),鷄鳴狗盜(계명구도:비굴하게 남을 속이는 하찮은 재주 또는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등에 쓰인다. ‘一’은 가로의 한 획으로 數(수)의 ‘하나’를 나타냈다.數의 첫째라는 점에서 ‘처음’‘근본’의 뜻이 파생하였고, 둘 이상의 것이 아닌 하나라는 뜻에서 ‘한결 같다’‘오로지’라는 뜻이, 둘로 나뉘지 않고 합쳐져 있는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鶴’은 形聲字로 ‘두루미’를 나타낸다.用例에는 ‘鶴首苦待(학수고대: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림),鶴林(학림:석가모니의 입멸이 슬퍼서 숲이 말라 흰 학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되었다는 데서 유래하여 석가모니의 열반을 이름)’등이 있다. 晉書(진서)의 기록에 의하면, 혜소는 竹林七賢(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혜강의 아들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先親(선친)의 절친한 벗인 산도(山濤)의 薦擧(천거)로 벼슬길에 나갔다. 왕은 죄인의 아들이나 아비는 벼슬길을 제한하는 社會的(사회적) 通念(통념)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斷行(단행)하였다. 죄인의 아들인 혜소를 천거에 의해 任用(임용)하면서 주청한 것보다도 오히려 더 높은 벼슬을 除授(제수)한 것이다. 혜소가 처음 洛陽(낙양)에 올라 왔을 때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七賢(칠현)의 한 사람인 왕융(王戎)에게 “어제 사람들 틈에서 처음으로 혜소를 보았지요. 그의 氣像(기상)은 닭의 무리 속에 서 있는 학과 같았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왕융은 “자네가 그 사람의 아비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지.”라고 하였다. 혜강이 훨씬 뛰어난 인물이었음을 의미한다. 혜소는 얼마 후에 여음의 太守(태수)가 되었고, 늘 職分(직분)에 충실하고 강직함을 잃지 않았다.永興(영흥) 元年(원년), 팔왕의 난이 한창일 때 왕은 河間王(하간왕)을 치려고 군사를 일으켰으나 전세가 불리하자 혜소를 불렀다. 부름을 받은 혜소가 行在所(행재소)에 도착한 것은 왕의 군사가 탕음(蕩陰)에서 패배했을 때였다. 혜소는 모두들 도망해버린 행재소에서 홀로 왕을 警護(경호)하다가 화살을 맞아 鮮血(선혈)이 御衣(어의)를 물들였다. 전쟁이 끝난 뒤 近侍(근시)들이 왕의 의복을 빨려하자,“이것은 혜시가 흘린 忠義(충의)의 피다. 씻어 없애지 마라.”하며 옷을 빨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儒林 (605)-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1)

    儒林 (605)-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1)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1) 그로부터 사흘 뒤. 율곡은 아침 일찍 집을 떠나 성균관으로 향하였다.3일 전에 본 과거시험에 대한 결과를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 무렵 율곡은 한마디로 상심의 계절이었다.1년 전에 결혼하여 한참 꿀맛 같은 신혼생활을 보내야 할 시절이었지만 아내 노씨는 지병인 폐병으로 병약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결혼하던 해 절친한 친구 성혼의 아버지였던 청송선생에게 보낸 율곡의 짤막한 편지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금년 봄에 혼씨(渾氏:성혼)와 함께 공부를 하고자 했건만 아내의 병이 심하여 서울에 올라가지 못하니 한탄할 뿐입니다.” 율곡의 집안과는 달리 처가 노경린의 집안은 비교적 넉넉하여 서울에 있던 집도 처가에서 장만하였지만 그 무렵 율곡의 집은 가세가 기울어 형제들이 모두 굶주림을 면치 못할 정도로 궁핍하였다. 어머니 신사임당이 죽고 나자 무능한 아버지는 더 이상 집안을 돌볼 여력이 없어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율곡이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양명에 오르는 길뿐이었던 것이다. 그 무렵 얼마나 율곡이 고통스러웠던가는 조익(趙翼)이 상소한 다음과 같은 글을 통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인조실록 13년 조에 실려 있는 상소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율곡의 집이 가난하여 형제들이 모두 굶주림과 추위를 면치 못하였는데, 그의 처가는 재산이 조금 있어서 장인 노경린이 서울에 집을 사주어 살도록 하였습니다. 그러자 형제들의 가난함을 차마 못 보아서 곧바로 그 집을 팔아 무명을 사다 나누어 주었으며, 끝내는 한 고랑의 터전도 없게 되었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되었으므로 형제들을 모두 불러와 같이 살며 죽을 쑤어서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어린시절부터 폐질을 앓았으나 죽을 때까지 예의와 공경을 다하고 죽은 뒤에는 자제들을 불러 모아 예절을 다하였습니다. 집안에서의 몸가짐이 이와 같았으니 인륜을 다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록에 기록된 대로 굶주림과 추위를 면치 못하는 대가족들을 위해 처가에서 마련해준 집까지 팔아 그 당시 물물교환의 척도로 삼던 무명을 나누어 줄 수밖에 없었던 청년 이율곡. 그뿐인가. 율곡은 가족을 위해 반드시 급제했어야 할 과거시험에서 낙방까지 하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9번이나 과거에서 장원급제하여 ‘구도장원’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조선 최고의 천재였던 율곡도 과거시험에서 한번 낙방하였다는 사실에서는 거의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스승 퇴계를 만나고 돌아간 직후 그 해 봄에 치르는 과거시험에서 그대로 낙방하였던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퇴계가 율곡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위로의 구절이 있음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옛 사람이 이르기를 ‘젊은 나이에 과거에 오르는 것은 하나의 불행이다.’라고 하였으니, 자네가 이번 과거에 실패하였던 것은 아마도 하늘이 그대를 크게 성취시키려한 까닭인 것 같으니 아무쪼록 힘을 쓰시게나.”
  • [5·3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24時-(6) 서울시장] 민노 김종철 “서민 흉내만 내지않아”

    [5·3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24時-(6) 서울시장] 민노 김종철 “서민 흉내만 내지않아”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인 김종철(36)전 대변인에게는 논리정연하고 똑똑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지난 15일 토론회 준비를 하면서 김 후보는 토론문을 직접 작성했다. 이현 수행팀장은 “워낙 토론과 대화를 좋아한다. 상대방 정책을 거의 외울 정도”라며 혀를 내두른다. 때문에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미지가 겹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성과 현실성 없다, 비판만 한다.’는 당에 대한 평가와 직결된다. 때문에 김 후보는 “변해야 한다.”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고 한다. 당선 여부는 물론,‘차세대 주자’ 바람을 일으키는 데 주력하는 것도 ‘장도’(長途)를 향한 포석이다. 당 1세대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칼날같다. 김 후보는 “이제 민노당을 거부하는 시민은 없다. 하지만 당은 원내에 진출하기 이전 구사했던 ‘타격’ 중심에만 여전히 머물러 있다.”며 대안제시 능력을 강조했다.‘젊음’과 ‘생활’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로 들린다.30∼40대 평범한 사람들이 좋은 일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시장이 목표다. 알고 보면 그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미니 홈피에 한 탤런트가 심판 복장을 하고 아이스크림 광고하는 사진을 패러디해 올려놓았다. 아들 석영이(8)에게는 친구같은 아빠로,‘못난 짓해도 다 받아준다.’는 2살 연상의 아내 정혜정씨에게는 틈만 나면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주는 자상한 남편이다. 김 후보가 사회운동에 발을 들여놓기 전 근무했던 회사를 그만둘 때 보유했던 7600주(시세 2억원 정도)를 동료들에게 나누어준 이야기는 그의 진면목을 들여다보게 하는 일화다. 김 후보는 스승의 날,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를 찾았다. 절친한 대학 선배가 근무하는 학교다. 일각에서는 스승이자 선배인 서울대 정운찬 총장을 만나라는 주문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 서열화를 반대하는 데 주목을 받기 위해 정 총장을 만나러 모교를 찾는 것은 거부한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일일교사로 교단에 선 김 후보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근대화되지 않은 부분이 여성에 대한 대우다. 당당해지는 훈련을 하라.”고 주문했다. 김 후보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시장 후보로 나선 행보만 봐도 호텔 룸메이드,KTX 여승무원, 지하철 여성 미화원 아주머니를 만나는 게 최우선이다. 그는 “시장 후보 모두 서민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잘 모른다고 하면 될 일을 흉내를 내려고 하니 언짢다.”며 ‘서민 논쟁’에 쐐기를 박았다. 유력 후보와 표 차가 벌어질수록 적어도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은 확실히 민노당의 ‘진보적 가치’를 지지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당 지지율은 10%를 넘는데 후보 지지율은 3%대에 머물고 있는 현 상황을 푸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는 벌써 구두 굽을 두번이나 바꿨다. 세번째 교체도 머지않아 보인다.16일 서울 수유리 4·19탑을 참배하는 것으로 출정식을 치른 그는 닳고 닳은 구두 뒷굽으로, 한 발씩 내딛고 그만큼만 얻는데 행복해하는 ‘서민’을 향해 또 다시 먼 길을 나섰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儒林 (602)-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8)

    儒林 (602)-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8)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8) 조선왕조의 역사를 통틀어 율곡이 23세 때에 쓴 ‘천도책’의 내용은 최고의 명문장으로 손꼽힌다. ‘천도책’의 내용은 명나라의 조정 사이에서도 널리 회자되어 많은 중국의 선비들이 율곡을 ‘해동의 주자’라고 일컬을 정도였다.‘천도책’의 내용이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루어져 있음인가는 출제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양응정의 문집인 ‘송천유집(松川遺集)’에도 ‘천도책’의 내용이 전재되어 있음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또한 이 ‘천도책’의 중요한 점은 율곡이 평생 동안 추구하였던 이기론이 23세의 젊은 나이 때 이미 정립되었으며, 이러한 철학관은 평생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음인 것이다. 평생 동안 성리학연구에 몰두하였던 율곡의 이기론은 ‘이(理)가 아니면 기(氣)는 근거할 데가 없고 기가 아니면 이는 의착할 데가 없다.(非理則氣無所根 非氣則理無所依著)’라고 36세 때 절친한 친구 성혼에게 보낸 편지에서 주장함으로써 ‘이(理)’와 ‘기(氣)’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이미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율곡의 독특한 이기론은 이미 ‘천도책’의 내용에 그 단서를 보이고 있다. 이는 퇴계가 주장하였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 즉 ‘이(理)는 기(氣)의 주재(主宰)요, 기(氣)는 이(理)의 자료’로서 이와 기를 두 가지로 나누었던 사상과 정면으로 대비되는 것이었다. 훗날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퇴계의 ‘이기이원론’은 마치 ‘말을 타고 출입하는 사람의 경우에 비유(人馬之喩)’할 수 있다. 퇴계는 사람이 말 위에 타고 있을 때, 사람은 이(理)이고, 말은 기(氣)이므로 사람과 말이 함께 타고 있지만 말을 부리는 것은 사람이므로 사람과 말은 분별(分別)되어야 하듯 이와 기는 마땅히 분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훗날 퇴계와 조선조사상 최대의 논전을 벌였던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과 같이 율곡은 ‘사람이 간다’하면 ‘말도 간다’하고,‘말이 간다’하면 ‘사람도 간다’는 것이므로 이와 기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원론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퇴계는 ‘이와 기는 서로 나누어 생겨난다’는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주장하였다. 퇴계는 맹자가 말하였던 측은지심의 인(仁)과 수호지심의 의(義)와 공경지심의 (禮)와 시비지심의 지(智)의 사단(四端)은 성선설의 요인이 되는 것으로 이는 이(理), 즉 이성이 바라는 것이요, 기쁘고(喜), 화내고(怒), 슬퍼하고(哀), 즐겁고(樂), 사랑하고(愛), 미워하고(惡), 탐욕스러운 것(慾)과 같은 7가지 감정은 기(氣)가 발한 것으로 퇴계는 기(氣)라는 말 위에 이(理)의 사람이 올라탄 것으로 ‘칠정의 말’을 ‘사단의 이성을 가진 사람’이 잘 다스릴 수 있다면 공자처럼 군자에 이를 수 있음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율곡은 이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 [코드로 읽는책] 메타피지컬 클럽/루이스 메넌드 지음

    미국의 남북전쟁은 남부에서 노예제를 쓸어버렸지만 그와 함께 북부가 쌓아온 지적 문화의 뿌리 또한 뽑혀나갔다. 미국이 그 문명을 대체할 문화를 개발하고, 사상들을 찾아내고, 사고방식을 확립하는 데는 거의 반세기가 걸렸다.‘메타피지컬 클럽’(루이스 메넌드 지음, 정주연 옮김, 민음사 펴냄)은 그 힘겨운 지적 여정의 기록이다. 미국인들이 마침내 찾아낸 새로운 사상, 오늘의 미국이 있게 한 ‘단 하나의 사상’, 그것은 바로 프래그머티즘(pragmatism, 실용주의)이다. 프래그머티즘은 남북전쟁 이후 미국인의 사고와 생활방식을 바꿔놓은 지극히 미국적인 철학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능률주의·연방주의에 철학적 기초를 제공했다. 뉴욕시립대 영문학 교수인 저자는 오늘날 프래그머티즘이라 불리게 된 미국의 정신이 선조들의 강렬한 삶의 경험으로부터 어떻게 형성돼 왔는가를 생생히 그려낸다. 책은 19세기 미국 지성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네 거인의 발자취를 좇는다. 남북전쟁의 영웅이자 진보적인 연방대법관이었던 ‘위대한 반대자’ 올리버 웬들 홈스,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형이자 젊은 시절 홈스의 절친한 친구였던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 기호학의 창시자 찰스 샌더스 퍼스. 이들은 1872년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비공식 토론 모임을 가졌고, 그것을 ‘메타피지컬 클럽(Metaphysical Club)’이라 불렀다. 고작 9개월 정도 지속된 모임이었지만, 이 클럽에서 바로 프래그머티즘의 단초가 마련됐다.‘형이상학적’이란 뜻이 담긴 ‘메타피지컬 클럽’에서 실용주의 정신이 태동한 것은 아이로니컬한 일. 이들 세 사람의 저작과 훗날 퍼스의 제자이자 제임스의 친구, 홈스의 팬이었던 교육학자 존 듀이의 연구에 힘입어 프래그머티즘은 비로소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됐다. 프래그머티즘은 관념적인 진리 추구에 몰두해온 유럽철학의 전통에 반기를 드는 한편 인간 이성의 상대성과 오류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런 만큼 사상과 신념을 신성의 제단에서 세속의 세계로 끌어내렸다는 평가가 따른다. 유럽의 철학자들은 종종 프래그머티즘을 철학의 체계도 갖추지 못한 ‘보잘것 없는 사상’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쟁의 참화 속에서 싹튼 프래그머티즘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 미국의 법과 교육, 사회, 나아가 예술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 지성 네 명에 대한 종합 전기인 동시에 남북전쟁 이후 100여년에 걸친 ‘현대 미국’ 탄생의 역사다.2만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인사의 패러독스/이목희 논설위원

    어느 정권이든 ‘이너 서클’이 있게 마련이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은 하나회 출신이 좌지우지했다. 김영삼·김대중 정권은 상도동계·동교동계로 불리는 측근이 정권의 축이었다. 현 참여정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꼬마 민주당’을 같이한 동지, 그리고 386 출신 참모가 핵심이다. 청와대에 근무한다고 모두 실력자는 아니다. 이너 서클에 들지 못해 인사·정보에서 물 먹으면 아무리 수석급이라 해도 실세 행정관에게조차 밀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및 비서관 인사가 발표됐다. 코드인사·보은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청와대 동아리’를 만들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런 정도의 지적으로 정권내 이너 서클은 꿈쩍 않을 것이다. 비서관 한명 기용하는데도 핵심의 눈짓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너 서클 인사라고 항상 중용되지는 않는다.5공화국 초기의 K씨. 그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의 친분을 입에 달고 다녔다.“절친한 친구 사이야. 내 말은 뭐든지 들어주지.” 틀린 얘기가 아니었음에도 그는 중용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 화병으로 크게 고생했다. 동료·후배처럼 대함으로써 대통령을 불편하게 하는 이에게는 요직이 돌아오지 않는다.‘인사의 패러독스(역설)’이다. 이번 청와대 인사는 이너 서클이 작동했으되, 대통령에게 편한 이들을 기용하는 용인술의 전형이다. 정권 초기에는 구색을 맞추려고 좀 껄끄럽더라도 중량급을 포함시킨다. 대통령이 업무에 익숙해지면 편한 보좌진을 포진시켜 친정 체제를 강화한다. 정권 말기 레임덕이 심해지면 다시 중량급에 손을 내미는 정치사가 반복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인사가 그래도 다른 점은 지연·학연 측면이다. 각 지역에는 그곳을 대표하는 명문고가 있다. 부산의 P고, 대구 K고, 광주 K고 등이다. 영남정권에서 호남 출신을 쓸 때 명문고 출신은 되도록 배제한다. 비명문고 출신을 발탁해 지역 주류 인맥의 결집을 막으려는 것이다. 호남 정권은 그 반대로 보면 된다. 노 대통령은 영남 출신이지만 호남 세력을 주 기반으로 집권했다. 게다가 상업고를 나왔다. 따라서 ‘지연·학연의 패러독스’는 약한 편이다. 곳곳에 정실인사 경향은 나타나지만 특정지역 세력을 마음먹고 해체하려는 시도는 노골적이지 않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새로운 조선을 꿈꾼 실학자들의 교우·도전과 좌절

    18세기 조선의 대표적인 북학론자인 초정(楚亭) 박제가.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손꼽힌 청나라 학자 이조원은 초정을 이렇게 평했다.“…그가 구사하는 문사(文詞)는 아름답고, 별빛같고, 조개껍데기처럼 단단한 기운이 있으며, 교룡(蛟龍)이 사는 수궁의 물처럼 상서로움이 있었다. 어찌 천하의 신기한 문장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스스로 떨쳐 일어나기에는 힘이 부족하였으므로 끝내 그를 알아주는 자가 매우 드물었다.” 서얼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시·서·화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며 이름을 떨친 박제가는 이처럼 의미심장한, 조선의 기남자(奇男子)였다. ‘박제가와 젊은 그들’(박성순 지음, 고즈윈 펴냄)은 실학자 박제가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 형식의 책이다. 박제가라는 인물이 함축하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박제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백탑파 문인들과 그들을 인정하고 등용해 개혁의 길에 나선 국왕 정조다. 연암그룹, 연암일파, 북학파 등으로도 불린 백탑파는 연암 박지원을 중심으로 한 동인집단으로 백탑은 지금의 탑골공원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가리킨다. 박제가는 이 백탑파 문인들과 교류하며 혈연을 뛰어넘는 끈끈한 우정과 학문적 교류를 이어갔다. 이덕무·유득공·이서구·서상수 등이 백탑파의 주요 인물. 박제가는 ‘야숙강산(夜宿薑山)’이란 시에서 이 다정한 벗들을 “기질 다른 형제요 한 방에 살지 않는 부부”로 묘사했다. 이 책에선 이들을 ‘젊은 그들’이라 부른다. 백탑파 인사들은 당시 팽배해 있던 소중화사상을 부정했다. 나아가 조선이 진정한 중화가 되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내실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위해선 청나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것이 바로 ‘북쪽’을 배우자는 북학론(北學論)이다. 이 책은 박제가와 그의 벗들이 일생을 바쳐 주장한 북학론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으며 그 내용은 무엇이고 정조의 개혁정치와는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소상히 다룬다. 북학파의 생각은 북벌론에서 이어져 내려온 소중화사상이나 대명의리론과는 판이한 것이었다. 당시 조선의 사상계는 매우 경직돼 있었다. 경전의 해석을 주자의 주대로 하지 않고 독창적으로 해석하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렸다. 이런 배경에서 박제가는 1778년 청나라 연경에 다녀온 뒤 ‘북학의’를 지어 이용후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의 발달한 문물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중국병에 걸린 ‘당괴(唐魁)’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박제가와 그의 벗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경세론을 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국왕 정조의 지우(知遇)에 힘입은 바 크다. 정조는 특히 박제가를 아껴 견줄 자가 없는 선비라는 뜻의 ‘무쌍사(無雙士)’라 불렀다. 박제가는 정조의 인정을 받아 서얼 출신임에도 규장각 검서관에 발탁됐다. 검서관은 비록 7품 이하의 하급 관직이었지만 표전(表箋, 임금께 올리는 글)을 짓는 등 중요한 일을 맡았으며, 사실상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사관의 임무까지 띠고 있었다. 정조의 개혁정치에 힘입어 박제가는 사회개혁을 위한 여러 시무책들을 올렸다. 그는 중국과의 통상, 서사(西士)초빙론, 중국 유학을 통한 인재양성론 등을 주창했으며 놀고먹는 사족층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생을 도태시키고 수레를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당시로선 무척이나 파격적인 것이었다. 개혁군주인 정조조차 그를 송나라의 급진개혁파 정치가 왕안석과 같다고 평할 정도였다. 조선 후기 사림세력에 맞서 ‘이용후생의 학문’을 주창한 박제가와 스승 박지원, 그들이 존경해마지 않았던 국제적인 학자 홍대용, 박제가의 절친한 벗인 이덕무·백동수·이서구…. 이 책에는 새로운 나라를 꿈꾼 조선 청춘들의 아름다운 만남과 사귐, 도전과 좌절의 이야기가 실렸다.“박제가의 한 몸에는 조선 후기 실학사조의 발흥과 전개, 그리고 몰락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게 저자(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연구교수)의 말이다.1만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위험한 사랑이 온다

    위험한 사랑이 온다

    여성과 사랑, 수없이 다뤄진 이 주제에 파격적으로 접근하는 두 영화가 다음달 4·5일 차례로 선보인다.‘퍼펙트 스트레인저’(Perfect Stranger·수입배급 스폰지)와 ‘라이 위드 미’(Lie with me·수입배급 코랄픽쳐스). 무엇보다 여성과 사랑에 대한 기존 영화의 고정관념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위험천만한 사랑’인 셈이다.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주인공 멜라니(레이첼 블레이크)와 ‘라이 위드 미’의 주인공 레일라(로렌 리 스미스)의 공통점이라면, 사는 게 무료하고 따분하다는 것. 멜라니는 조그만 음식 가게에서 일하지만 정작 장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친구들과 어울려 바를 기웃거리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바에 가는 목적은 물론 단 한가지. 술이야 대충 한잔 걸치면 그만이고, 그럴싸한 남자 하나 꼬셔서 하룻밤 신나게 즐기는 게 속셈이다. 레일라 역시 매한가지. 하드코어 포르노를 틀어놓고 아무리 음부를 문질러대봤자 이제는 별다른 재미도 감흥도 없다. 환락적인 분위기의 무도장을 드나들며 질척이는 남정네들 사이에서 몸을 비벼도 보고 아무런 감정도 없는 섹스에 탐닉해보지만, 이 역시 그다지 만족스럽진 않다. 이런 멜라니와 레일라에게, 바에서, 무도장에서 ‘한 남자’가 다가온다. 멜라니에게는 따사롭고 친절하게 보이는 한 남자(샘 닐)가, 레일라에게는 너무나 멋지고 섹시한 데이비드(에릭 발포)가 다가온다. 두 여자 당연히 넋을 잃고 단번에 빠져든다. 멜라니는 처음 본 낯선 남자임에도 대담하게 너의 집으로 가겠다 하고, 레일라는 벌건 대낮 놀이터에서 다리벌리고 젖가슴을 내보이며 노골적으로 데이비드를 유혹한다. ●납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그리고 사랑 남자를 따라 배에 오른 멜라니.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외딴섬에 와있다. 뭔가 수상하다. 뱅뱅 둘러 말하지만 멜라니의 과거도 다 알고, 멜라니에게 딱 맞는 옷과 장신구도 준비해뒀다. 이상하다 싶던 멜라니, 마침내 깨닫는다. 웬 스토커 같은 남자에게 자신이 납치당한 것. 이쯤이면 여느 공포영화처럼 남자의 광기와 여자의 공포가 맞물리면서 흘러갈 법도 한데 여기서 기묘한 반전이 일어난다. 이 남자를 칼로 찌른 뒤 달아난 멜라니는 결국 되돌아오고 만다. 어딘지도 모르는 망망대해 외딴섬에서 나갈 방법이 없었던 것. 그런데 크게 다친 이 남자를 보살펴주다 ‘납치 피해자’가 아니라 ‘중상을 입힌 가해자’로 변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가 죽은 뒤에 그를 사랑하기까지 한다. 여자를 납치한 남자의 사랑, 이 남자를 따르는 여자의 사랑은 뭘까. 전혀 다른 이 사랑 때문에 결말도 예상에서 한참이나 벗어난다. ●사랑·과거고백… 그리고 파국 드디어 사랑에 빠진 레일라, 모든 것을 내보이고 이해받을 수 있다는 사랑이란 얼마나 좋은가. 더구나 절친한 친구는 결혼하는 마당에도 ‘힘 좋고 오래가는’ 애인은 따로 만난다지 않는가. 레일라는 완전한 사랑을 위해 다음 단계로 곧장 ‘진격’한다. 바로 모든 것 다 털어놓기. 복잡한 가족사에 자신의 온갖 섹스경험을 다 털어놓는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이 고백 앞에서 당황하며 멀어져 가고, 그런 데이비드가 야속한 레일라는 다시 애정없는 섹스에 몰입하면서 파국을 맞는데…. 정말 데이비드가 싫었던 것은 레일라의 지저분한 과거사라기보다는 고백한다는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사랑에 모든 걸 다 거는 사람은, 솔직히 부담스럽다.“널 사랑해.” 이 한마디가 저마다 짊어진 삶의 무게를 모두 덜어내진 않기 때문이다.‘봄날은 간다’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따지던 미숙아 유지태를, 노련한 이영애가 부담스러워한 것과 똑같다. 다만 남자와 여자가 뒤바뀌었을 뿐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나의 곁으로’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 파격적인 노출 때문에 몇 컷을 들어내고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시민들이 정부가 부패한 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특정 국가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 부패한 정치를 일삼던 브라질과 우간다, 싱가포르 정부는 투명한 정치를 위해 부패 척결에 나섰다. 이러한 부패 척결은 지금 국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미디어 바로보기(EBS 오후 8시20분) 지역방송사들이 맡아야 될 지역 지상파 DMB사업구역을 두고 최근, 방송위원회에서는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전체를 단일권역으로 묶어 중앙방송사들이 사업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어 마찰을 빚고 있다. 이에 지상파 DMB 논쟁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SBS스페셜(SBS 오후 10시55분) 사막 위 기적의 도시라 불리며 중동의 다른 산유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른 두바이. 중동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호국 중 하나인 두바이의 변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막위에 펼쳐지는 200조원의 대공사의 장관과 함께, 이런 대규모 건설붐이 가능한 배경과 이유를 분석해본다.   ●신돈(MBC 오후 9시40분) 아이를 낳은 반야는 명덕태후가 대궐로 아이만 불러들일 줄 알고, 미리 도망친다. 반야의 해산소식을 듣고도 공민왕은 노국공주를 볼 면목이 없다면서 모른 척한다. 명덕태후는 대노하여 초선을 불러들여 매질을 한다. 한편, 신돈은 매 맞은 초선을 간호하다가 지금의 자리에서 물러나면 부부의 연을 맺자고 말한다.   ●성장드라마 반올림#3(KBS2 오전 8시50분) 한때는 절친한 친구였던 아영과 시은. 하지만 그들과 함께 했던 은수의 죽음으로 둘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이 멀어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같은 반에서 다시 만난 그들. 다시 잘 지내보려는 시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기만하고, 심지어 사사건건 부딪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신화창조(KBS1 오후 11시) 세계를 놀라게 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실리콘밸리에 우뚝 선 디자이너 김영세. 세계 3대 디자인상을 휩쓸고 빌 게이츠가 격찬한 MP3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다. 한국의 척박한 풍토에서 0.6초에 결정되는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디자인을 수출해 로열티를 받기까지 디자이너 김영세의 성공신화를 만나본다.
  • 최지우를 위한 ‘연리지’ 日 달굴까

    최지우를 위한 ‘연리지’ 日 달굴까

    ‘지우 히메’가 4월의 일본열도를 매혹시킬 수 있을까. 13일 국내 개봉되는 ‘연리지’(제작 화이트리시네마·태원엔터테인먼트)는 한류스타 최지우를 앞세워 여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성멜로이다. 제작단계에서부터 ‘지우 히메’에 동경의 시선을 품은 동남아 관객들을 철저히 의식한 기획영화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에는 제작 전에 일찌감치 미니멈 개런티 350만달러(약 35억원)를 받고 팔았다. 국내보다 한달여 앞선 지난 3월 초에 일본 기자시사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작사측은 “일본 원정시사회 현장의 반응은 기대했던 대로 뜨거웠다.”면서 “오는 15일 현지 배급사인 도시바엔터테인먼트를 통해 275개관에서 개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의도에서 읽히듯 ‘연리지’는 최지우가 있어 특별해진 멜로이다. 솔직히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는 멜로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하건만, 그녀의 화려한 존재감이 웬만한 클리셰(진부한 표현)쯤은 눈감아주도록 최면을 건다는 얘기다. 벤처사업으로 성공한 바람둥이 민수(조한선) 앞에 ‘임자’가 나타난다. 비오는 날 버스정류장을 지나치다 만난 여자 혜원(최지우)에게 첫눈에 반해 헤어나오질 못한다. 우연한 만남과 운명적 사랑이라는 멜로물의 공식에 기대어 출발한 영화에는 이후로도 예상을 빗나가는 파격은 없다. 희귀병을 앓는 장기 입원환자인 혜원이 시한부 삶을 산다는 설정이 일찌감치 노출되는데, 이 역시 새로울 것 없는 최루성 멜로의 기본재료일 뿐이다. 혜원과 민수의 사랑이 무르익는 속도만큼 빠르게 다가오는 혜원의 죽음이 드라마에 긴장을 주는 유일한 갈등 기제이다. 두 남녀의 관계에 시종 아무런 잡음이 끼어들지 않는 드라마의 한편으로 민수의 선배이자 직장동료인 경민(최성국)과 혜원의 절친한 친구 수진(서영희), 혜원의 담당의사(손현주)와 간호사(진희경)가 서로 다른 색깔의 사랑을 엮어간다. 관객의 눈물샘 자극을 목표로 예정된 수순을 밟아가는 영화는 극단의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맑은 톤으로 일관하는 드라마가 말할 수 없이 편안할 수도, 지나치게 배제된 정치성에 중반도 채 지나지 않아 몸이 비틀릴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편지’‘엽기적인 그녀’ 등 앞서 재미를 본 국산 흥행멜로의 소재적 장점들을 답습한 듯한 장면들에서도 은유의 한계를 드러낸다. 코미디 전문배우 최성국의 모처럼 정색한 멜로연기는 챙겨볼 만하다.‘연기 잘하는 신인’ 서영희는 또 한번 완벽하게 편안한 조연 몫을 해냈다.‘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을 조연출했던 김성중 감독의 데뷔작.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쇼트트랙 ‘2인자’ 이호석

    [스포츠 라운지] 쇼트트랙 ‘2인자’ 이호석

    그는 지금 캐나다에 있다.26일부터 캘거리에서 개막하는 쇼트트랙 팀선수권 출전을 위해 지난 19일 출국했다. 출국전 합숙소인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만났을 때 앞니가 드러나는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던 그의 얼굴엔 지금쯤 비장한 각오가 서려 있을 것이다. 팀 선수권이 끝나면 바로 31일부터 미국에서 열릴 세계선수권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의 ‘2인자’ 이호석(20·경희대). 토리노 동계올림픽 개인전에서 선배 안현수(21·한국체대)에 밀려 은메달만 2개 따는 바람에 얻은 별명이지만 그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은 절정기… 4년후 기약못해 그가 토리노 올림픽 이후 국내에 돌아와서 처음 느낀 건 알아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었다. 은메달을 ‘2개씩’이나 땄기 때문 아니겠냐는 게 그의 분석이었다. 물론 그도 금메달에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넘버2’를 넘어 ‘넘버1’에 도전해 볼 참이다.“여전히 현수형이 더 잘 하긴 하지만 맞대결 승리를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출국전 각오이기도 했다. 사실 중학교 시절에는 이겨보기도 했지만 이후 안현수가 일찍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는 바람에 좀처럼 기회가 없었단다. 주종목도 1000m와 1500m로 같다. 경쟁자지만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둥 ‘운동을 제일 열심히 한다.’는 둥 안현수에 대한 칭찬을 줄줄이 늘어놓기도 했다.1년여 동안 같은 방을 쓰면서 절친한 사이가 됐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했다. 올림픽 때 안현수에게 금메달을 양보했다는 항간의 말에 대해 “1500m에선 양보한 측면이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그는 “당시 뒤에서 인코스를 파고드는 현수형을 막을 수 있었지만 충돌이 우려돼 길을 내줬다.”고 설명했다. 물론 외국 선수였다면 기를 쓰고 막았고, 충분히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는 것이다.‘한국’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 셈이다. 지금은 절정의 실력을 뽐내고 있지만 4년 뒤 밴쿠버올림픽 대표를 자신하지는 못한다고도 했다.“양궁처럼 국내 선발전이 더 어렵다.”면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자친구가 생겨 행복해요 출국하기 전까지 그를 포함한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 숙소가 마련되지 않아 선수촌과 올림픽파크텔을 오가며 훈련을 했다. 연일 파김치가 됐지만 그는 새로운 즐거움이 생겨 훈련이 신이 난다고 했다. 올림픽 직전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 때문. 올림픽 기간에도 집보다 더 자주 통화했단다. 함께 영화를 보거나 수다를 떨면서 훈련에 지친 몸을 달래곤 했던 그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소는 노래방이다. 스스로 ‘음치’라고 말하고 뚜렷한 ‘18번’도 없지만 신세대답게 신곡은 빠트리지 않고 배워 부른다. 쇼트트랙과는 초등학교 2학년때 인연을 맺었다. 어린 시절 학교가 알아주는 개구쟁이였다. 담임선생님이 말썽일으키지 말고 그 열정으로 스케이트를 해보라고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됐다.“그렇게 심한 개구쟁이는 아니었는데…”라면서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선수생활을 접은 뒤엔 쇼트트랙 코치와 학교 체육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란다. 글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이호석 프로필 *생년월일 1986년 6월25일 *출생지 서울 *학력 홍익초-신목중·고-경희대 *체격 167cm·60kg *혈액형 A *종교 불교 *경력 토리노동계올림픽 금1(계주) 은2(1000·1500m) 세계주니어선수권 개인종합 1위, 500·1500m 1위(2003·04년)
  • [책꽂이]

    ●스코르타의 태양(로랑 고데 지음, 김민정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이탈리아 남부 작은 마을에서 5대째 살아가는 스코르타 일가의 이야기. 대대로 이어져온 가족의 거짓과 비밀로 온갖 비극적 사건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운명에 맞서 싸우는 스코르타 가문 사람들을 통해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2004년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9400원.●진짜와 가짜의 틈새에서(김광림 지음, 다시 펴냄)화가 이중섭의 50주기를 맞아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원로시인인 저자가 털어놓는 비화.‘내 그림은 가짜’라며 주변의 그림을 몽땅 불사르려는 이중섭을 가까스로 만류한 사연과 군보급품 박스에서 양담배 은박지를 수집해 이중섭에게 전해줬던 일화 등을 실었다.9000원.●기적 불 때(윤진현 책임편집·해설, 범우 펴냄)일제시대 극작가 겸 소설가이자 동아일보·시대일보 기자로 활동한 김정진(1886∼1936)의 작품집. 탄생 120주년을 맞아 ‘범우비평한국문학’시리즈의 하나로 출간된 책에는 ‘사인의 심리’‘십오분간’등 희곡 11편, 평론 3편, 장편소설 ‘독와사’등 대표작들이 실렸다.1만 8000원.●한 뙈기의 땅(엘리자베스 레어드 지음, 정병선 옮김, 밝은세상 펴냄)이스라엘 점령 치하에서 테러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비극을 묘사한 소설. 자유가 억압된 사회에서 맘껏 축구를 할 수 있는 ‘한 뙈기의 땅’을 갈망하는 아이들의 동심이 가슴을 울린다.9000원.●만인보 제21∼23권(고은 지음, 창비 펴냄)‘민족사의 거대한 벽화’를 목표로 1986년부터 내놓고 있는 연작시집.2004년 식민시대에서 한국전쟁 전후를 다룬 시 719편을 묶어 16∼20권을 낸 데 이어 4·19혁명과 5·16쿠데타를 배경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을 416편의 시에 담았다. 각권 8000원.
  • 재미교포 ‘숨은 애국심’ 있었다

    재미교포 ‘숨은 애국심’ 있었다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중에 따낸 나이지리아 유전 개발 계약은 한 재미교포 목회자의 숨은 노력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22일 정부와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이번 유전 개발 계약의 ‘공신’은 나이지리아에서 선교 활동 중인 재미교포 강석영(61) 회장. 유전개발과 발전소 건설 사업이 연결된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했고 계약이 무산될 뻔한 위기상황을 타개하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유학을 떠난 강회장은 미 조지아주 마틴 루터 킹센터 등에서 일하면서 나이지리아와 인연을 맺었다.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 다코루 석유장관 등 나이지리아 수뇌부와 절친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오바산조 대통령의 중국 방문때도 수행했었는데, 당시 후진타오 주석이 주재한 만찬에서 중국측 경호원들이 강회장의 만찬장 출입을 제지하자 나이지리아측이 “이 분은 대통령의 경제고문이나 마찬가지”라고 소개했을 정도라고 한다. 나이지리아 유전 개발은 애초 지난해 8월 한국컨소시엄 65%, 인도의 국영 석유회사인 ONGC 25%, 나이지리아 10% 지분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올 1월 나이지리아 석유부에서 ONGC로 한국측 지분을 인도측에 주겠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전세가 역전됐다.ONGC의 끈질긴 로비가 작용한 탓이다.ONGC는 전 세계 석유회사 가운데 석유생산량 31위(일일 56만 5000배럴), 가스생산량 21위, 자산규모 37위의 ‘메이저급’이다. 우리 정부는 발칵 뒤집혀졌다. 산자부 담당 과장과 석유공사 담당자가 급파돼 나이지리아 정부를 설득하는 데 진땀을 빼야 했다. 인도측에 지분을 넘겨주면 발전소 설립이 어렵다는 게 우리측 논리였다. 이 과정에서 강회장의 ‘핫라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나이지리아 같은 국가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공식 채널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정상외교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만약 강회장이 없었다면 대규모 유전개발이 인도로 넘어갈 뻔했다.”고 말했다. 이후 나이지리아 정부는 우리측 지분을 인도측에 약간 넘겨 주면서 60%,30%,10% 지분을 확인해줬고 이에 불만을 품은 ONGC는 유전 개발에서 아예 빠져 버렸다. 노 대통령 방문 이틀전에야 영국계 석유회사가 지분 30% 참여를 결정하는 등 막판까지 숨가쁘게 돌아갔다. 우리나라 연간 석유 소비의 2.5년치에 해당하는 20억배럴 규모의 나이지리아 유전개발은 올해부터 탐사에 들어가 2014년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유전개발 성공시에는 12억배럴의 원유를 확보하게 된다. 투자비 등을 뺀 순이익만도 2.4억배럴(유가 50달러 산정시 12조원)이 기대된다. 석유 메이저들을 제치고 한국컨소시엄이 6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유전개발과 발전사업을 동시에 추진했기 때문이다. 향후 225만㎾ 규모의 발전소와 가스관로 1200㎞ 건설도 우리측(한전)이 맡기로 했다. 강회장과 한준호 한전 사장은 오랜 지인으로서 더욱 ‘궁합’이 맞았다는 후문이다. 발전사업 덕분에 유전획득비용(일명 서명보너스)도 당초 3억 2000만달러에서 9000만달러로 낮춰졌다. 한편 서울신문은 최근 방한한 강회장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강회장은 국내 지인을 통해 “국가적 사업에 도움이 됐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인터뷰는 물론 신분 노출도 극구 사양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대우건설 인수 누가 뛰나] 삼환기업

    [대우건설 인수 누가 뛰나] 삼환기업

    건설 외길 60주년을 맞는 삼환기업은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정하고 대우건설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 1000억원, 당기순익은 650억원이었다. ●건설전문가들 태스크포스팀 구성 창업자인 최종환 명예회장의 장남 최용권 회장의 인수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70,80년대 건설명가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대우건설 인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태스크포스팀은 내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종합조정실 인원 10여명이 매달리고 있다. 노정량(60) 사장이 사령탑이다. 단국대 건축학과 출신으로 금호건설을 거쳐 80년대 초반 삼환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몸담고 있다. 국내 현장소장 상무, 건축사업본부 전무, 부사장 등 현장관리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우건설 인수 이후 삼환과의 시너지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절친한 사이였다. 우직하고 겸손하면서도 판단이 빠르고 예리하다는 평이다. 현장 반장은 박상국(54) 상무가 맡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80년 삼환에 입사, 현장 관리부장, 비서실장, 유럽지사장, 종합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관리·재무쪽에 능통하다. 재무투자자들을 만나 투자를 끌어내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삼환그룹 계열사 관리, 재무, 전략기획 등 입사이후 계속 기획실에서만 근무해온 박상원(42) 이사는 박상국 상무를 지원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 회계법인 삼일 등 자문사와 함께 실사 평가, 시너지 평가 등 내부 관리에 전념하고 있다. ●외환銀등 4곳서 1조원 투자 3조원의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삼환기업-삼환까뮤가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그룹 자체 유동화 가능 자금이 1조원이 넘는다. 외환은행을 비롯해 국내 4개 투자기관으로부터 1조원의 투자를 약속받아 놓았다. 우정사업본부, 군인공제회, 국민연금, 교원공제회 등과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50%+1주’이든,‘주식 72% 전량 매각’이든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매각 주체인 자산관리공사에서 어떤 식으로 매각할 것인지 입장을 정리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 이후 상생을 위해 어떤 경영 전략을 펼칠 것인지가 중요하다.”면서 “대우는 해외건설도 강하지만 국내 주택 분야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만큼 삼환의 재도약을 위한 파트너로 적격”이라고 말했다. 삼환은 국내 오피스빌딩 시공분야에서는 명성이 높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은 탓에 국내 주택 부문에서는 성과가 저조하다. 해외건설의 경우 대우건설과 4개국에서만 사업이 겹치고 각각 14개국씩 다른 시장을 갖고 있어 M&A할 경우 28개국으로 시장이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책꽂이]

    ●일본 전후 정치사(이시카와 마쓰미 지음, 박정진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일본의 비판적 지성 마루야마 마사오는 천황제를 넘어서지 못한 일본의 민주주의는 ‘불구’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국가가 “정신적 권위와 정치적 권력을 일원적으로 점유”하고, 개개인이 천황을 자신과 일체화했던 것이 일본 파시즘의 심리였다면 전후 민주주의의 건설은 천황제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시작해야 했다.1만 5000원.●속마음을 들킨 위대한 예술가들(서지형 지음, 시공사 펴냄) 앤디 워홀은 히스테리 환자들이 빈번하게 강박적인 자위행위에 빠지듯 타인의 성기를 카메라에 담곤 했다. 그런가 하면 에곤 실레는 여성에게 남근이 없다는 사실을 부인, 여성의 음순은 언젠가는 자랄 남근 혹은 거세당한 흔적으로 여겼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성적 비밀과 환상은 우리를 종종 당혹스럽게 만든다.13인의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 그들의 숨겨진 욕망을 읽는다.1만 3000원.●차이나 코드(프랑크 지렌 지음, 송재우 옮김, 미토 펴냄) 황제의 후궁들은 엄격한 서열 속에 산다. 가장 능력 있거나 총애를 받는 후궁은 특별 대접을 받는다. 후궁들은 황제, 하다못해 황태후의 총애라도 얻기 위해 경쟁한다. 총애받는 사람은 비록 서열이 바뀌지 않더라도 대우가 달라진다. 하지만 황제의 총애가 사라지면 후궁은 단지 시녀에 불과하다. 독일 주간지 중국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중국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애쓰는 서구 국가와 기업들을 과거 황제의 총애를 받기 위해 경쟁한 후궁에 비유하며 중국경제를 ‘후궁경제’라 부른다.1만 5000원.●처음 읽는 일리아스(데이비드 보일 등 지음, 김성은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그리스 비극시인 아이스킬로스는 “내가 지은 시는 한낱 ‘호메로스의 잔치마당에 떨어진 부스러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파리스의 비극’이 빚어낸 트로야와 그리스의 10년전쟁 중 마지막 해에 일어난 전쟁을 다룬, 총 24권 1만 5000행의 방대한 서사시다. 호메로스는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 의해 죽기 직전과 직후 50일간의 전쟁상황을 그렸다.‘일리아스’는 트로야의 옛 이름인 일리온, 즉 ‘일리온의 이야기’란 뜻.‘일리아스’를 현대인을 위해 새롭게 풀어썼다.1만 3000원.●마음의 진보(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희재 옮김, 교양인 펴냄) 영국 작가 E M 포스터의 소설 ‘인도로 가는 길’을 보면 무어 부인이 마라바르 동굴에서 메아리 소리를 들으면서 “나불거리기만 하는 딱하고 가소로운 기독교”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는 장면이 나온다.7년간 수녀 생활을 한 저자는 자신의 심정이 꼭 그랬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이내 신을 다시 찾게 된다. 이 자서전엔 그 지난한 깨달음의 흔적이 담겨 있다. 저자는 모든 종교의 윗자리에는 ‘아픔’이 있으며, 이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 종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라고 역설한다.2만원.●다시 쓰는 동학농민혁명사(김기전 지음, 광명 펴냄) 동학혁명의 시발이 된 사발통문을 토대로 우리나라 최대의 민중항쟁인 동학농민혁명의 진실을 밝혔다. 항일가문 후손인 저자는 전봉준의 부친 전창혁을 구출하기 위해 명분상 전봉준을 내세웠고, 대접주인 김개남이 동학교도들을 대거 끌어들여 혁명을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한다.1만 4000원.
  • [20&30] 영화속 싱글라이프

    미국 뉴욕의 일요일 점심시간. 분위기 좋은 카페에 싱글 여성 4명이 모였다. 신문 칼럼니스트·변호사·홍보업체 사장·미술관 큐레이터 등 번듯한 직업에 멋진 애인까지 둔 이들.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며 남이야 듣건 말건 조잘조잘 수다를 떤다. 남자, 섹스, 일, 구두, 옷…. 테이블에 올라오는 수다에는 제한이 없다. 수많은 2030들이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에 나오는 이 장면의 주인공처럼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현실 속 싱글들의 삶이 영화에서처럼 화려할 수만은 없다. 한국영화 ‘싱글즈’의 주인공 나난(장진영 분)에는 서른 안팎 싱글 여성의 보편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상상 속에서 섹스도 하고 직장에 사표도 던지지만 대출금 이자, 공과금, 카드값을 위해 옥탑방에서 회사로 출근하는 고단한 현실을 살아간다. “아침 해주고 밤에 적당히 서비스해주면 남편이 학비도 대주고 용돈도 주겠다는데, 그런 찬스가 어딨냐.”는 친구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결혼’ 대신 ‘일’을 선택한다. 너무도 하기 싫었던 레스토랑 매니저 일이었지만 그 일로 직장에서 최초로 인정받은 기쁨을 결혼과 맞바꾸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잘 나가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친구의 아이를 낳아 혼자 기르기로 결심하는 동미(엄정화 분)라는 캐릭터는 싱글들이 좀체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한번쯤은 상상해 봤을 법한 일종의 판타지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브리짓(르네 젤위거 분)은 출판사에 다니는 30대 싱글. 독신 생활을 즐기면서도 언젠가는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 결혼하겠다고 꿈꾼다. 하지만 몸매도 별로인데다 골초인 그녀가 연애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외로움에 지친 듯 ‘오직 나 혼자만’(All by Myself)를 부르는 장면은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싱글들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속깊은 이성친구’가 인생의 절친한 동반자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혀를 찰 만한 고민들도 그들 앞에서는 자유롭게 펼쳐놓는다. 애인이 없을 때는 애인 대용으로 파티에 데려가거나 어른들에게 인사를 시키기도 한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코르셋’‘결혼은 미친 짓이다’‘파니핑크’ 등 국내외 영화들도 싱글들의 삶을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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