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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영화]

    [토요영화]

    ●애정만세(EBS 오후 11시10분) 데뷔작 ‘청소년 나타’로 주목받은 타이완 차이밍량 감독의 1994년작.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영화 시작 10분이 지나도록 대사와 음악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는 절제된 대사와 무음으로 일관하고,하나의 상황을 오래 보여주는 수법으로 현대인의 고독을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다.홀로 공원을 산책하던 여주인공의 긴 통곡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묘지를 파는 게이인 시아오강은 우연히 비어있는 아파트의 열쇠를 발견하고 그 아파트에 몰래 들어가 방 한 곳을 차지한다.그날 저녁,부동산업자 메이가 아정과 하루를 즐기기 위해 아파트로 들어온다. 그 후 아정도 열쇠 하나를 몰래 가지고 나와 또 다른 빈 방에 숨어든다.아파트에서 숨바꼭질을 즐기던 두 남자는 친구가 된다.만성 불면증으로 괴로워하던 메이는 아정을 찾아간다.아정과 격정의 밤을 보낸 그녀는 새벽녘에 조용히 나와 홀로 공원을 산책하다 여전히 혼자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갑자기 통곡하기 시작한다.113분. ●국화꽃 향기(KBS2 오후 11시10분) 박해일,장진영 주연의 최루성 영화.김하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대학 신입생 인하는 지하철역에서 불의 앞에 당당한 희재를 본 뒤 사랑하게 된다.학교 동아리에서 희재를 다시 만난 인하.사랑을 고백하지만 희재가 받아들이지 않자 힘들어한다.몇년 뒤 희재는 약혼자와 부모를 사고로 잃고 세상과 벽을 쌓은 채 살아간다.라디오 PD가 된 인하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번 사랑을 고백한다.뒤늦게 이룬 사랑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두 사람.그러던 중 희재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109분.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반항아로 돌아온 수애

    반항아로 돌아온 수애

    카메라를 벗어나도 좀체 무장해제를 못하는 배우가 있다.신세대 탤런트 수애(24)가 그렇다.TV드라마에서 굳혀온 이미지는 인터뷰 자리에서도 그대로다.소리없는 수줍은 미소,숫기없이 조용한 몸놀림.인터뷰에 앞서 카메라에 포즈를 취하면서도 그저 수줍다.뚱하다가도 조명빛에 반사적으로 오만가지 표정을 연출하는 여느 여배우들과는 딴판이다. 왕년의 미녀배우 정윤희를 닮아서 붙은 별명이 ‘리틀 정윤희’.안방극장을 통해 그렁그렁 눈물 머금은 눈으로 기억돼온 그녀가 스크린을 노크했다.새달 3일 개봉하는 영화 ‘가족’(제작 튜브픽쳐스·감독 이정철)의 여주인공이다. 그런데 수애의 스크린 도전에는 뭔가 특별한 데가 있다.데뷔작이 그 흔한 로맨틱 드라마도,잘 생긴 남자스타와 투톱을 이룬 것도 아니다.상대역은 아버지뻘인 대선배 주현(63).어긋나기만 해온 부녀의 화해를 슬픈 엔딩으로 그려내는 영화에서 수애는 낯선 모습이다. “뿌리깊은 오해로 홀로된 아버지를 증오하는 전과4범의 반항아”라고 캐릭터를 소개하고 “담배를 피우고,각목으로 유리창을 때려부수는 거친 모습을 처음 보여주게 됐다.”며 차분히 말한다.출연을 결정했을 때 소속사 식구들조차 그런 연기가 상상이 안 된다며 한참 의아해 했단다.그녀 자신도 “뭐가 뭔지도 모르고” 결석할 줄 모르는 학생처럼 성실히 촬영에만 매달렸다.낯선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일부러 해본 적도 없었다. “영화란 게 참 이상하더라고요.막상 완성본을 봤더니 그 넓은 스크린 위에서는 제가 딴사람이 돼있는 거예요.수애가 아니었어요.” 긴장을 풀지 못하더니 그 말끝에야 배시시 웃는다. 지금까지의 주요 TV 출연작은 ‘러브레터’‘4월의 키스’‘회전목마’.전작들에 비하면 모처럼 거친 캐릭터이나,특유의 억압된 눈물연기는 첫 영화에서 오히려 더 확실히 각인시켰다.그녀의 감정연기는 기대 이상이라는 게 기자시사회장의 중평이었다.그토록 증오하던 아버지가,자신의 눈앞에서 건달친구들에게 수모를 당하는 대목.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가슴 밑바닥의 슬픔을 소름돋게 끌어올린 명장면으로 꼽힌다. “너무 힘들게 찍어 애착도 많이 가네요.감독님 주문대로 슬픔과 분노를 100으로 다 보이지 말고 힘껏 절제하려고 노력했죠.보호감호 중에 취업한 미용실에서 유리창 너머로 아버지를 바라보는 그 신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이상하죠?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 뒤 참았던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어요.” 부모 속을 썩였던 그 비슷한 ‘전력’이 있었을지 모른다.“넉넉지 못한 집안살림이었지만,가족 모두가 늘 밝고 건강했다.”고 대답한다.혹여 연예계에 발을 들이기까지 부모의 반대는 없었을까.“반대했다기보다는 다들 너무 놀라셨죠.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제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엄마가 펄쩍 뛰셨어요.‘너한테 그런 끼가 어딨냐’고 어이없어 하시면서….” 사실 연기자를 꿈꾼 적은 없었다.고교(경기여상)졸업 후 친구 몇과 어울려 가수를 넘보긴 했다.그러다 말로만 듣던 ‘길거리 캐스팅’.친구들과 삼겹살 집에 앉아있다가 운명처럼 데뷔기회를 얻었다.2002년 MBC 베스트극장 ‘짝사랑’편이 드라마 데뷔작.이후 곧바로 주말드라마 ‘맹가네 전성시대’에 캐스팅되는 행운을 잡았다.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인터뷰 제의가 부담스러워 죽겠다.”는 왕초보 배우.첫 영화가 얼마만큼 흥행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그런 건 정말 모르겠고요.그냥 스크린에 저,수애가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다른 모습을 또 보여줄 것이다.11월부터 방영될 KBS 2TV 사극 ‘해신’에서 해상왕 장보고와 운명적 사랑을 나누는 신라여인이 된다. ■수애의 셀프 카메라 Q.가족? “엄마,아빠,남동생 하나” Q.본명은? “박수애.예명을 안써도 될 만큼 예쁘지 않나?” Q.연기자가 안됐다면 지금쯤? “결혼했을 거다.한곳에 묶이는 성격이 못돼 직장생활은 못 했을 거니까.” Q.열흘 휴가가 주어진다면? “(시간이)아까워서 아무데도 못갈 것같다.말 되나?(웃음)” Q.친한 스타? “드라마에서 호흡 맞췄던 조현재,이동욱,지진희” Q.유난히 ‘밝히는’ 음식? “닭요리라면 사족을 못쓴다.미사리 닭도리탕집 들르는 게 요즘 낙이다.” Q.즐기는 패션스타일? “추리닝,청바지,티셔츠.짧은 옷을 입으면 온종일 배꼽 가리느라 아무것도 못한다.” Q.나만의 색깔? “스트레스 녹여주는 파랑,초록” Q.요즘 하루 용돈? “밥값 빼면 한푼도 안 쓴다.” Q.닮고 싶은 배우? “장만옥.카리스마 연기 최고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씨줄날줄] 신용교육/우득정 논설위원

    교육인적자원부가 2005학년도부터 사용될 중·고교 교과서에 신용관리와 합리적인 소비생활의 중요성을 다룬 내용을 대폭 수록하기로 했다고 한다.중고교 학습과정을 통해 신용과 절제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토록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전체 신용불량자 370만명의 절반이 30대 이하이고,한국의 금융교육 수준이 조사대상 60개국 중 51위라는 수치를 감안하면 신용교육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더구나 신용불량자 5명 중 1명은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도 않은 10대이거나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20대다.모두가 카드사들의 ‘길거리 모집’에 현혹됐거나 휴대전화를 흥청망청 사용했다가 뒷감당을 못해 신용사회의 낙오자 부류에 편입됐다.게다가 이들의 때이른 파탄은 한 가정의 파멸로 귀결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크게는 가계 부실,소비 부진 등으로 이어져 국가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있다. 그래서 올 들어 재정경제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카드사 등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청소년을 위한 경제교실을 개설했는가 하면,관련 사이트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한결같이 ‘신용은 재산이다’‘신용카드는 현금’ 등 외상이 종국에는 독약이 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조상 전래의 정설이 무지의 소치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약보다는 독에 먼저 손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참아야 하느니라.’라는 공자 말씀보다는 ‘10억원 만들기 열풍’이 훨씬 솔깃하다.‘써야 번다.’는 장사꾼의 이치가 절약의 미덕을 압도한다.12살짜리 어린이가 1000만원을 모았다는 이야기가 책으로 소개되고 주식투자법,최고경영자 되는 길,리더십 교육,노조 다루는 법 등이 어린이 경제교육이라는 표제 아래 버젓이 팔리는 세상이다.더구나 요즘 어른들조차도 사족을 못쓰는 ‘웰빙’이라는 유행어로 포장돼 있다고 한다. 가짜가 판을 치는 요지경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왕따가 되지 않아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남의 믿음을 저버려선 안 된다.이것이 신용의 출발점이다.따라서 신용교육을 유관기관이나 학교에만 맡길 일은 아니다.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쏟는 열정의 10%만 투자한다면 자녀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낙오자’의 멍에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레이저 이용 전립선비대증 당일치료

    전립선 비대증을 레이저를 이용해 하루에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신치료법이 국내에 도입됐다.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80W의 고출력 KTP레이저를 이용한 내시경 치료법에 대해 식약청에 신기술 등록을 신청했다고 최근 밝혔다. ‘KTP레이저 요법’은 532nm(나노밀리)의 강한 단파장 녹색광선인 KTP레이저를 짧은 시간 연속적으로 투사,비대한 전립선 조직을 기화시켜 없애는 최신 치료법이다. 지금까지 전립선비대증의 대표적 치료법이었던 ‘경요도 전립선절제술’은 수술후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하는 등 정상 회복까지는 5∼6주가 소요됐으며,5일 이상 요도 카데타를 삽입해야 하는 불편에다 역행성 사정,발기부전,요실금,요도협착 등의 부작용이 잦았다. 이에 비해 ‘KTP레이저 요법’은 입원 없이 국소 마취나 정맥 진정제만으로 당일 시술할 수 있고,하루 동안 요도 카데타를 삽입한 뒤 3∼4일 후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미국에서의 5년에 걸친 임상시험 결과 요실금이나 요도협착,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이 치료법은 2002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의료진은 임상 결과 KTP레이저로 치료한 경우 전립선비대증 평균 증상점수가 수술 전 23.9점에서 수술 1년후 2.6점으로 크게 줄었고,최대 소변속도도 7.6㎖/sec에서 30.7㎖/sec로 4배 이상 향상됐다. 또 배뇨후 잔뇨량과 전립선 크기도 정상에 가까웠으며,거의 모든 환자에게 제한없이 이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KTP레이저 요법은 약물치료와 달리 전립선비대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문의(02)3410-3558.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시네마 천국]‘쓰리, 몬스터’ 20일 개봉

    ‘쓰리,몬스터’(제작 영화사 봄·20일 개봉)는 그야말로 세가지색 공포를 맛보이는 공포영화다.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3개국 합작으로,잔혹과 엽기가 어우러져 끔찍하고도 불가사의한 공포의 묘미를 안긴다. 첫번째 단편인 박찬욱 감독편은 근육이 오그라들 정도로 극악한 영상이 뇌리에 대못처럼 박힌다.유능하기로 소문난 젊은 영화감독(이병헌)의 집에 침입한 괴한(임원희)은 피아니스트인 감독의 부인(강혜정)을 피아노줄로 친친 동여맨 채 살 떨리는 게임을 제안한다. 밖에서 데려온 어린 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여자의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겠다고 위협하는 괴한은 알고본즉 감독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해온 엑스트라.“능력있고,부자인데다 착하기까지 한 건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며 이유없는 살의를 품은 괴한 앞에서 남자는 덮어두었던 이기적 본성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인간의 숨겨진 위선을 들춰내기로 작정한 듯하다.대저택 세트장에서 한 순간도 비켜나지 않는 박 감독의 작품은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가장 원색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자의 손가락이 잘려 믹서기에서 분쇄되고,그런 극한상황에서 인간성을 잃도록 강요당하는 남자의 모습은 처절하도록 잔인하다.사이사이 끼어드는 유머마저 비릿하게 느껴질 정도. 거기에 비하면 일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공포는 ‘서정적’이다.사소한 질투에서 비롯된 끔찍한 파국을 그린 영화는,잔혹영상이 빠진 덕분에 감정의 결이 한층 더 생생히 살아난 느낌이다.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여류 소설가 교코(하세가와 교코)앞에 17년전에 죽은 쌍둥이 언니 쇼코의 환영이 찾아온다. 서커스 단원이었던 어린 시절,의붓아버지(와타베 아쓰로)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언니를 죽인 기억이 악몽처럼 되살아나는 것. 절제된 대사와 몽환적인 화면으로 다듬어진 영화는 슬픔의 정조를 진하게 뿌린다.미이케 감독은 최근 개봉된 ‘착신아리’로 강도높은 공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간의 악마성과 모성을 정면충돌시킨 드라마라면 얼마나 끔찍할까.홍콩 프루트 챈 감독편은 인간의 탐욕을 먼지 한톨조차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발가벗겼다. 이 영화에서 공포의 대상은 자기욕망에 충실하기 위해 인간성을 포기하는 ‘사람’ 자체다. 남편(양가휘)이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우자 왕년의 인기배우였던 칭(양천화)은 젊음을 되찾기 위해 혈안이다.그러던 중 젊어지는 신비의 만두에 대해 알게 되고,메이(베일링)가 몰래 만들어 파는 만두를 사먹기에 이른다. 낙태아를 재료로 만두를 빚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들은 비위가 상한다.하지만 메이의 날렵한 칼끝과 만두를 삼키는 매혹적인 칭의 입이 번갈아 클로즈업되는 장면들이 경쾌한 어조로 역설되는,아주 독특한 ‘잔혹미’가 돋보인다.남편의 사랑을 되찾아 아이를 갖게 된 칭의 마지막 선택은 스릴러물의 반전만큼이나 충격적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론] 파산에 대한 오해와 편견/전병서 중앙대 법학 교수 ·변호사

    [시론] 파산에 대한 오해와 편견/전병서 중앙대 법학 교수 ·변호사

    소비자신용이나 소비자금융의 급팽창으로 과중,누적된 다중채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개인 채무자가 급증해 범죄·자살·이혼·가족해체 등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채무자 자신의 무절제하고 경솔한 생활태도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다만,이를 전적으로 채무자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일단 돈을 쓰게 하고,높은 수수료와 연체료를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려고 한 신용카드회사와 같은 대여자의 과잉여신,조금 삐딱하게 말한다면,약탈적 대출도 한몫을 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법원이 채무자에게 파산선고를 내리고,별다른 사유가 없으면,곧 채무를 면제해주는 형태로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게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파산·면책제도가 점차 주목받고 있다.올 상반기에 전국 법원에 신청된 사건수가 벌써 3759건으로 지난해 1년 동안의 사건수와 비슷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그렇지만 한해 200만건 가까운 미국,20만건 가까운 일본에 비하면,경제규모를 감안하더라도 매우 적은 수이다. 빚은 갚아야 한다는 채무자의 도덕적 마음가짐이 근저에 깔려 있기도 하지만,예를 들어 파산하면 일생동안 손가락질 당하며 살게 되는 것이 아닌가,호적이나 주민등록에 기재될 뿐만 아니라 자식의 취직이나 결혼에 지장이 있지 않은가,회사에서 해고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나 편견이 상당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법원은 직장에 파산사실을 통지하지 않는다.또 파산사실이 관보에 공고되지만,일반인이 관보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본적지의 파산자명부에 기재되어 신원증명사항의 하나가 되지만,파산자 명부는 제3자가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리고 나중에 면책을 받으면,완전히 복권된다.이런 사정이 두려워 파산신청을 망설이고 있는 채무자라면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개인파산제도가 그다지 이용되지 않은 것은 위와 같은 심정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만,결과적으로 현행 개인파산·면책법제가 제대로 기능을 다하지 못했고,경제적 파탄을 아직까지는 채무자 개인의 문제로 방치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파산법상 이원화돼 분리되어 있는 파산절차와 면책절차를 가급적 일체화시켜 처리하여야 할 것이고,면책불허가사유인 낭비를 너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권에 미치는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는 점과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문제 삼아 개인파산면책제도에 대하여 부정적 입장도 만만치 않다.그러나 국민이 최저한의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나아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의 실현과도 무관하지 않다.따라서 부정적으로 볼 것만이 아니라,적절하면서 바람직한 실무상 운영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채무자가 경제적 재출발을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상담의 필요성에 주목하여 미국의 CCCS(Consumer Credit Counselling Service)와 같은 소비자파산상담제도나 전문상담원의 상담절차를 두고 있는 캐나다를 그 본보기로 삼을 수도 있다.또한 경제적 파탄의 예방을 위하여 신용이용의 계획성이나 그 전제가 되는 생활습관의 건전성에 관한 소비자교육도 필요하다. 채무자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또 다른 법적 제도로,오는 9월23일부터 시행되는 개인회생절차에도 관심을 갖기를 기대한다. 전병서 중앙대 교수 법학·변호사
  • 盧대통령 “언론 스스로 자기권력 절제해야”

    盧대통령 “언론 스스로 자기권력 절제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언론을 ‘권력’으로 규정하고 ‘자기 절제’를 당부했다.노 대통령은 “정보를 수집·가공·배급하는 일이 갖는 엄청난 권력적 요소 때문에 정치 권력이 그것을 장악하려 했고,지배하려 했고 그렇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언론인) 여러분이 때로는 목숨과 인생을 걸고 싸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게 하느냐를 결정하는 힘을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이 갖고 있는지,아니면 집단으로서 언론인 여러분이 갖고 있는지 항상 자문한다.”면서 ‘언론 권력’의 위력을 평가했다.그러면서 “만일 정치 권력에 의해 그런 정보를 통제하려는 기도가 없다면,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한다면 권력은 누구에게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언론 권력’과 ‘정치 권력’간의 상관 관계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권력의 남용 가능성,월권의 유혹 등의 속성을 짚으며 “여러분이 끊임없이 사회정의와 언론자유 침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데 그런게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경우 스스로 권력자로서의 절제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이어 “스스로의 절제로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 게 진정 어려운 싸움”이라며 “자기 스스로의 자만,감정,오기,이해관계나 언론사와의 관계,제사회 세력과의 이해관계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렵느냐.”고 부연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마에스트로 손끝서 탄생한 3色 카르멘

    마에스트로 손끝서 탄생한 3色 카르멘

    역시 ‘마에스트로 정명훈’이다.그의 손 끝에서 전해오는 미세한 떨림은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제 갈 길을 찾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허공을 바라보는 시선엔 모든 소리를 재료로 삼아 상상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영혼이 느껴진다.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소리의 흐름을 따라 흔들리는 그의 몸짓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아름답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에 자리잡은 국립오페라단의 연습실.오페라 ‘카르멘’의 합창 연습이 한창이다.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연습실로 달려온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는 피곤한 기색 하나 없었다.합창단원들은 대가의 등장만으로도 긴장했고,소리의 길이,강약,리듬,발음까지 하나하나 교정해 주는 철저한 지도에 귀를 기울였다.엄격하지만 칭찬에도 인색하지 않은 정씨.“역시 한국 사람들은 노래를 잘 해.”라며 만족한 듯한 웃음을 보여줬다.그러나 “발음은 아직 부족하다.”며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새달 7∼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카르멘’은 국립오페라단·프랑스 오랑주 축제위원회·일본 오페라 진흥회가 공동 제작해 프랑스·한국·일본 순으로 공연하는 3개국 합작 프로젝트다.정명훈씨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80여명을 이끌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오페라를 지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일본 공연은 새달 18∼20일. 출연진도 3개국에서 골고루 뽑았다.카르멘 역에는 정명훈씨가 “카르멘을 위해 태어났다.”고 표현한 프랑스의 베아트리체 우리아 몬존(7·9일)과 일본을 대표하는 메조소프라노 미호코 후지무라(8일)가 캐스팅됐다.이들과 각각 호흡을 맞출 돈 호세 역은 빈첸초 라 스콜라와 정의근씨.코러스는 국립오페라합창단과 일본 후지와라오페라합창단이 반반씩 자리를 채웠다. ‘카르멘’은 자유분방한 집시 여인 카르멘을 사랑하는 군인 돈 호세의 질투가 빚은 비극을 그린 오페라.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이 원작이고,작곡가 조르주 비제가 이를 각색해 1875년 오페라로 초연한 이후 가장 대중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카르멘이 호세를 유혹하려고 부르는 노래 ‘아바네라’를 비롯해 ‘꽃노래’‘투우사의 노래’ 등 많은 아리아가 사랑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원작 그대로 프랑스어로 진행된다.국립오페라단이 프랑스어로 ‘카르멘’을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정은숙 예술감독은 “5월부터 전문가들을 동원해 한 명 한 명 프랑스어 공부를 철저히 했다.”면서 “62년에 탄생한 국립오페라단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는 무대”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앞서 지난 7월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야외무대인 고대로마극장에서 선보인 ‘카르멘’은 9000석이 넘는 객석이 매진되는 등 이례적인 관심을 모았다.오페라 코미크의 상임연출 겸 음악감독인 연출자 제롬 사바리가 커튼콜 때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할 정도로 정명훈씨의 지휘와 음악 역시 격찬을 받았다. 서울 공연은 오랑주 공연 때와 비슷한 야외무대의 특징을 극장 안에서 맛볼 수 있도록 시원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으로 연출한다.‘폐허 위에서 펼쳐지는 비극’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절제와 역동성을 적절히 배합시키고,무엇보다 음악을 돋보이게 할 예정이다.5만∼25만원.오후 7시30분.(02)586-5282.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Doctor & Disease] 서울아산병원 김청수박사

    [Doctor & Disease] 서울아산병원 김청수박사

    전립선.무게 15∼20g의 고작 밤톨 크기인 이 전립선이 바로 여성에게는 없는 남성성의 상징이다.정액의 20∼30%를 차지하는 전립선액을 분비하는 외분비선(성선)이다.이 전립선이 커져 가운데를 관통하는 요도를 압박해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 바로 ‘어른 병’이라 할 수 있는 전립선 비대증이다.“전립선 비대는 주로 노화의 결과로 나타나는데,다른 인체 부위는 노화하면 쪼그라들지만 유독 전립선만은 커지는 게 특징이지요.” ●“남성 생활의 질 측정하는 계측기” 대한전립선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김청수(48) 교수.그는 전립선 비대증을 ‘성인 남성의 생활의 질을 측정하는 계측기’라고 했다.“다른 증상도 많지만 특히 한밤 수면 중 화장실을 찾는 야간빈뇨가 문제가 됩니다.보통 7시간 정도의 수면 중 소변 때문에 2∼3회나 잠을 깬다면 그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또 이게 급뇨여서 수면 중에도 참지 못합니다.” 잘 알것 같지만 생소한데,전립선 비대증은 어떤 질환인가. -가장 보편적인 전립선 질환이다.간단히 말해,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배뇨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병으로,탈모의 원인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대사물질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발병 추세는 어떤가. -10년 전에 비해 5∼6배나 환자가 늘었다.예전에는 50대 환자가 많았으나 요즘엔 40대가 많다.전립선은 나이가 들면서 계속 커지는데 보통은 40대에 질환이 나타나 50대의 50%,60대의 60%,70대의 70%는 이 질환을 갖고 있다.이 사람들이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40∼80세 남성 중에 임상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70%를 넘는다. 급증 원인은 어디에 있나. -수명의 연장,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서구형 식생활의 영향이 크다.지방이 많은 육류 중심의 식사로 인한 체내 콜레스테롤의 증가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켜 전립선 비대화를 촉진한다. ●‘오줌발’ 약해지는 증상 일반적 그는 과도한 지방 섭취가 전립선 비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만,지방이 전립선에 축적된다기보다 전립선 비대를 촉진하는 DHT를 다량 생성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물론 전립선이 커져서 생기는 질환이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더러는 전립선 크기는 정상이지만 전립선 조직이 과증식하면서 요도를 막아 소변을 보지 못하는 요폐색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최근 국내에서 급증하는 정립선암도 우려스러운 병증.그는 “그래서 전립선 이상이 감지되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가장 일반적이면서 진단 때 중요시하는 점은 빈뇨,즉 소변이 잦고 시원찮은,속된 말로 ‘오줌발’이 약해지는 증상이다.빈뇨란 특별한 이유없이 2시간마다 소변을 봐야 하는 경우를 말한다.또 일단 소변욕을 느끼면 참기 어려운 급뇨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가진단도 가능한가. -설문형으로 묻고 답하는 문진은 가능하지만,다른 자가진단은 어렵다.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문진 외에 전립선의 크기와 통증을 확인하는 직장수지검사,염증과 혈뇨 여부를 보는 소변검사,특이항원검사가 포함된 신장기능혈액검사가 일반적이다.이 과정에서 암 여부도 다 확인한다.요석검사나 전립선 및 신장초음파,방광기능검사,방광경검사 등은 특별한 경우에 시행하는 검사다. ●전립선암과 전립선비대증 증상 비슷해 증상으로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을 식별할 수도 있는가. -암은 증상이 거의 없거나 비대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예컨대 소변을 보기 어렵거나 빈뇨,요실금,혈뇨 등 비대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더러 정액에 피가 묻어나는 혈정이 나타나기도 한다.증상만으로는 비대증과의 감별이 쉽지 않다.보통 직장수지검사 때 딱딱하게 만져지면 암일 가능성이 높다.전립선 비대증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대증 치료는 어떻게 하나.최근에는 약물치료가 보편화한 것 아닌가. -신장기능 악화,요로감염,전립선 혈관확장과 혈뇨,잔뇨에 의한 결석,급성 요폐로 소변을 못보는 경우가 아니면 약물 치료가 일반적이다.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수술을 하는데,내 경우 환자 10명 중 8∼9명은 우선 약물로 치료를 한다.약제는 전립선 요로 부위를 확장시켜 주는 ‘알파 교감신경차단제’나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5알파 환원효소억제제’가 주로 쓰이지만 약물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되지 못한다.이 경우 수술을 하는데,표준치료법은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이다.예후가 가장 확실한 수술이다. ●환자 10명중 8~9명은 약물치료 약물로도 단기간에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가. -비대증이 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약물로 일시에 병증을 다스릴 수는 없다.약물치료는 대부분 장기치료다.또 부분적으로 정액량이 감소하거나 성욕 감퇴 등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지만 약제를 바꿔주면 해소되는 문제다.어떻든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한의학 분야에서도 전립선 질환에 대해 상당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말하는데…. -주로 전립선 염증을 두고 그런 얘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한방도 객관적 검증만 거친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바라건대,양·한방이 보완대체요법을 공동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실제로 화분(花粉)이나 소팔메토 등 한방약제가 부분적으로 전립선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채식 위주로 하면 예방 가능 김 박사는 보통의 양의라면 배타적이기 쉬운 한방 문제도 이처럼 전향적으로 짚었다.적당한 운동과 채식 위주의 섭생,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전립선 비대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신뢰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김청수 박사 프로필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 ▲미국듀크대의대 비뇨기과 전임의 ▲한국비뇨기과학회 정회원 ▲대한비뇨기과학회 〃 ▲대한전립선학회 학술이사 ▲미국비뇨기과학회 회원 ▲현,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 [사설] 카드 수수료 분쟁 서민만 피해본다

    신용카드사와 가맹점간 수수료 분쟁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어서 소비 위축과 서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비씨카드는 할인점 업계 1위인 이마트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강행할 기세다.반면 이마트는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는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가맹점 단체들도 모든 카드의 결제 거부를 거론하며 수수료 인상 철회에 가세했다. 이번 분쟁은 3년 전 대형 백화점 3사가 주도권을 쥐고 수수료 인하를 추진했던 것과 달리,카드사가 가맹점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카드사와 할인매장의 대표성을 띠는 업체간 힘겨루기로 볼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이 관철될 경우,다른 카드사와 가맹점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대부분 카드사들은 최고 30%대의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받고 있다.이런 터에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나서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비씨카드는 현금서비스 축소 이후 신용판매 위주로 영업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수수료를 올려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그러나 카드사의 경영 부실 책임을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이라고 가맹점 측은 비판한다.감사원 특감에서 드러났듯,카드사의 경영난은 무절제한 카드 남발에서 비롯됐다.카드사는 수수료 인상이 가격 상승을 유발,할인매장 주 고객인 서민층 부담을 크게 할 수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가맹점도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카드사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필요하면 감독당국이 중재에 나서 분쟁 확산을 막아야 한다.
  • 男만큼 마시는 女 ‘큰 코 다친다’

    男만큼 마시는 女 ‘큰 코 다친다’

    ‘소셜드링킹(Social Drinking)’,‘키친드링킹(Kichen Drinking)’을 아십니까. 최근 들어 여성의식의 고양과 함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이런 유형의 음주자도 급증하고 있다.남성의 음주에 관대한 우리 사회가 여성이라고 이상하게 여길 이유는 없으나 문제는 여성들의 이런 음주행태가 건강을 위협한다는 데에 있다.특히 술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가정에서 혼자 마시는 술은 쉽게 습관성에 이를 뿐 아니라 우울증을 발현시키며,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키친드링킹·소셜드링킹 올해로 직장생활이 8년째인 정수경(32·여)씨는 최근 직장건강검진에서 알코올성 간염 진단을 받았다.정씨는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휴직,치료를 받고 있다.그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없이 술로 풀다보니 나중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술을 마시게 되더라.”고 털어놨다.이처럼 ‘소셜드링킹’은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업무에서 오는 부담감이나 직장내 성차별 등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습관적으로 술을 찾는 경우를 말한다.주로 친구나 동료들과 동행하나 혼자서 마시는 경우도 적지 않다.특히 직업적 스트레스가 원인인 만큼 폭음하기 쉽고,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습관성에 빠지게 된다. ‘키친드링킹’은 가정에서 빚어지는 고부간 혹은 남편과의 갈등이나 자녀 문제,소외감 등이 작용해 주로 집안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다.처음에는 자주 마시지 않지만 점차 횟수가 늘면서 중독으로 발전,나중에는 밤중에 가족들 몰래 술을 마셔야 잠이 드는 경우도 있다.실제로 이런 형태의 음주가 원인이 돼 내과나 신경정신과를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 ●실태와 문제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음주자는 86년 20.6%이던 것이 92년 33.0%,99년 47.6%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덩달아 간 질환 등 음주로 인한 건강 악화로 입원하는 여성환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여성 지방간 환자를 보면 90년에는 6%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는 2배가 넘는 13%로 늘어나 여성 음주의 심각성을 입증하고 있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하루에 알코올 80g(소주 1병 정도) 이상을 15년 또는 그 이상 마셨을 경우 간경변을 포함한 간조직의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그러나 여성의 경우 1일 알코올 섭취량이 20g(소주 2잔 정도) 정도만 되어도 간경변 등 간 손상이 올 수 있으며,특히 간의 건강 상태가 안 좋거나 단백질 및 비타민 섭취가 충분하지 못할 경우는 발병 유형이 훨씬 심각하다.특히 여성의 경우 다이어트로 영양결핍 상태에 있거나 식사를 거르는 횟수가 잦아 음주의 영향이 더욱 빠르고 직접적으로 나타난다.전문의들은 “보통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 해독 능력이 떨어지나 술을 마시는 양과 패턴은 유사해 상대적으로 음주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음주 여성의 건강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술에 약하다.남성보다 체지방이 많고 알코올 대사율이 낮기 때문이다.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도 알코올과 무관하지 않다.에스트로겐은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독성 물질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증가시키고,간의 지방 분해력을 떨어뜨려 더 많은 지방을 축적하게 한다.때문에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간 질환이 빨리 오고,손상도 심하다. 이밖에도 여성의 습관성 음주는 생리불순을 초래하고 심혈관 질환이나 암 발생률도 높인다.또 임신 후 유산하거나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증가하며,우울증 등 정신적,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기도 한다. 통계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금주 성공률이 낮다는 것도 문제다.주위 사람들의 지속적인 보살핌이 없을 경우 다시 술을 가까이 하기 쉽다.특히 자녀가 없거나 모두 성장한 주부의 경우 외로움이나 소외감 때문에 음주를 계속하게 되므로 습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의지가 필요하다. ●절제가 최선 어떤 경우에도 철저한 절제가 최선이다.간혹 술이 세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있지만 이는 알코올에 대한 적응력의 문제일 뿐 간의 건강 상태와는 관계가 없다.술은 마실수록 효소활동이 증가해 주량이 늘어나지만 대신 뇌와 신경계는 갈수록 무뎌진다.즉,‘술이 세다.’는 것은 중추신경계의 문제일 뿐 간의 건강을 의미하지 않는 만큼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간이 약한 여성은 절제하는 것이 좋다.만약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충분한 안주와 함께 먹어야 한다.안주가 간을 보호하지는 못하지만 강한 알코올로부터 위벽의 손상을 어느 정도 막아주며,음주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영양장애,특히 단백질과 비타민,광물질 등의 부족현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 도움말 이영상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길병원 소화기내과 권소영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폭염 스트레스 기억력 가물 ?

    폭염 스트레스 기억력 가물 ?

    한낮의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반복되면서 소지품을 잃어버렸다거나 천식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공통점이 없을 듯한 무더위와 건망증,천식은 실제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찌는 듯한 날씨 속에 최근 경찰과 지하철의 유실물센터 직원들은 분실물을 정리하기에 바쁘다.서울지방경찰청 유실물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106건에 불과하던 신고건수가 6월 168건,7월 19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폭염이 절정에 이르고 있는 8월 들어서는 6일 현재까지 60건의 유실물 신고가 들어왔다.직원들이 물건과 서류 정리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광동한방병원 원영호 박사는 “날씨가 더워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신체적으로 무리가 따라 뇌세포에 일시적인 장애가 오는 건망증이 생기기 쉽다.”면서 “열대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데 따른 피로와 집중력 감퇴도 또다른 원인”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운동과 독서,충분한 수면,과일과 야채의 섭취,술·담배의 절제 등이 건망증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천식환자들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이나 꽃가루와 황사가 날리는 봄철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현실은 오히려 여름이 더욱 괴롭다.무더위로 인해 대기 속에 오존(O)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는 “오존은 대기권 밖에 있을 때는 지구환경에 도움을 주지만 대기에 섞여 있을 때는 무서운 오염물질”이라면서 “특히 무더위로 인한 오존의 증가는 천식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1990년부터 1995년 사이 서울시의 오존농도를 조사한 결과 25도 이하에서 평균오존 농도는 30.0ppb로 나타났지만 35도 이상에서는 평균 57.1ppb를 기록해 거의 두 배의 증가세를 보였다.장 교수는 “무더위가 계속되면 천식환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면서 “기관지가 민감한 천식환자들은 에어컨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은 만큼 적당한 실내 온도를 맞추고 필터도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전경린 새소설 ‘황진이’

    전경린 새소설 ‘황진이’

    ‘정염의 작가’ 전경린이 황진이(이룸출판사 펴냄)를 소설로 불러냈다.‘끼’라면 남 못지 않은 작가와 역시 ‘끼’라면 둘째가 서러운 조선시대 기녀와의 만남 자체로 눈길을 확 끈다.3일 서울 인사동에서 작가를 만나 작품구상과 자료 수집에서부터 황진이의 해석과 형상화 등 원고지 1540장에 자신을 태운 10개월의 여정을 들어보았다. 이태준·최인호,북한의 홍석중 등이 다루었던 인물을 다시 소재로 한 까닭은 무엇일까? “여고 시절 마냥 끌린 여성들이 나혜석 윤심덕 전혜린 그리고 황진이였다.‘언젠가 소설로 옮기고 싶다.’고 마음먹었다.게다가 등단 10년을 맞아 현재를 무대로 한 어떤 스토리도 황진이만큼 끌리지 않았다.” 조숙했던 여고생 전경린을 사로잡은 여성들은 모두 당대의 문제적 인물.여성문제를 감각적 문체로 빚어온 작가의 작품세계와 맥이 닿는다.따라서 곧바로 ‘전경린의 황진이는?’이라는 호기심으로 이어진다.“야담·야사는 황진이의 몸을 남자를 유혹하는 위험하고 저급한 것으로 규정하는데 저는 이것이 표피적이라 판단,몸 이데올로기를 긍정하고 존중했다고나 할까요.이야기 얼개는 야사를 존중했습니다.” 황진이의 정신적 세계에 무게를 뒀다는 말이다.그래서 작가는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홀려 파계하게 만들거나 서경덕을 유혹하는 장면을 단순하게 처리한다.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기생 황진이’의 가장 큰 자긍심은 역시 사랑”이라는 작가의 시선은 선비 이사종과의 사랑을 묘사할 때 어느 판본 못지않게 후끈하다.“자기 운명의 모순 속에 스스로 갇히면서도 그 속에서 억압을 풀어가는 황진이와 선비 이사종의 운명적 사랑을 그릴 때 제일 행복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둘의 사랑은 절제된 열정이기에 더 뜨거워 가슴이 델 것 같다. 황진이를 낳기 위해 들인 공은 만만치 않다.야사나 야담은 샅샅이 훑었고 송도 거리를 그리기 위해 이중환의 택리지와 조선시대 생활사 관련자료 등 엄청난 자료를 섭렵했다.이런 내공은 서얼 차별이 조선시대에 시작됐다거나 서경덕의 주기론에 대한 설명,서경덕의 제자인 허난설헌과 허균의 아버지인 허엽과 토정 이지함의 사연 등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나아가 당대 유교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바라보는 비판으로 피어나기도 한다.“이전의 황진이 묘사는 남성적 서술에 유린당한 면이 있습니다.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면 품위 있고 진정한 학자이고 넘어가면 위선이라는 구분도 너무 작위적입니다.” 창작 도중 작가에게 힘을 준 것은 인간의 보편성이었다.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500년 전의 황진이나 현대 여성의 내면의식에 흐르는 동질성을 발견하고 자신감이 생겼고 이후에는 그 느낌을 따라갔다고 한다. 작가는 작중 인물에게 자신의 내면의식을 불어넣으면서 대화한다.그 과정에서 닮은 점도 발견할 것이다.“신분 차별의 희생양 황진이나 도읍의 영화를 한양에 내준 송도,유교 가운데 주변부 이론인 주기론의 서경덕 등 모두가 비주류잖아요.제도적 권위나 출세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제 생각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이런 애정은 작품 끝까지 이어져 “갖은 세파를 넘어온 황진이 앞에 또 하나의 생이 열리는 듯한” 신비감 속에 소설은 막을 내린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새광고] 40년된 눈꽃대신 숟가락 새 로고

    국내 대표 식품브랜드 백설이 40년간 사용한 눈꽃 로고를 숟가락 모양으로 바꾸었다.새로운 로고와 함께 생태,감자,토마토로 이어지는 세편의 연작 광고도 선보인다.주부가 요리할 때 좋은 원재료만큼 백설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세련된 영상미,잔잔한 배경음악,절제된 광고문구가 눈길을 모은다.세편 모두 같은 배경음악은 일본의 듀엣 르 커플의 ‘위시즈(Wishes)’란 곡이다.
  • 패션에 부는 ‘크로스오버’

    ‘남성 패션 속의 여성미를 찾아라.’ 올 시즌 최고의 화두는 단연 메트로섹슈얼.미(美)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여성복보다 더 화려한 디자인의 옷을 소화하는 남성들이다. 반대로 여성들은 몸매의 곡선을 드러내거나 소매가 짧은,또는 상당히 노출이 심한 옷으로 여성성만 강조하지는 않는다.긴팔 셔츠와 재킷,박스형 니트 등 남성적인 스타일을 섹시한 여성미와 조화시키는 ‘퓨전 패션’으로 외모나 능력 모두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감각적인 패션을 소화한다. ●성적인 강약을 조절한 패션 크리스찬 라크르와 옴므 주선희 디자인실장은 “거리낌없이 남성적인 패션을 즐기면서 여성과 남성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섞어 연출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당대 최고의 유행 패션만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경향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소비하고,개성적인 연출을 중시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남성들이 액세서리를 착용하거나 피부 트러블과 눈밑 검은 그림자(다크서클)를 완화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고,여성은 (전통적인 분류로)남성의 영역에 도전하는 등 남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단순히 ‘기이한 현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너무 여성스럽거나,너무 남성스럽지 않은 ‘강약을 조절한’ 옷차림을 자신만의 개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패션을 아는 자신감이라고 해석한다. ●수혁 스타일 속의 은근한 여성미 173㎝의 큰 키에 균형잡힌 몸매를 가진 이화수(29·PR프리랜서)씨의 패션 성향은 ‘중성’이다.하늘하늘한 시폰 원피스나 목선이 많이 파인 셔츠로 시원한 여성미를 드러내는 패션과 재킷,마 소재의 박스형 긴팔 니트 등 절제된 남성적 패션을 넘나든다. “즐기는 패션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윤수혁(이동건 역)의 옷차림을 떠올리면 되죠.거칠게 마무리된 티셔츠,낡지만 멋스러운 청바지,얇고 밝은 색상의 재킷….수혁처럼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모습을 좋아하거든요.” 남자용,여자용을 구분하는 시대착오적 발상보다 나한테 어울리고 내 마음에 드는 의상을 찾아보니 딱 ‘수혁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옷을 빌려 입은 것 같은 어정쩡한 셔츠 스타일은 사양한다.약간 허리선이 들어가게,레이스로 장식된 화려한 톱을 안에 받쳐 입어 여성적인 매력을 은근히 드러낸다. 약간 벙벙하게 큰 마 소재의 긴팔 니트는 여름에도 덥지 않으면서 은근히 굴곡을 드러내 마냥 노출을 하는 것보다 더 섹시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허리선이 낮고 몸에 달라붙어 다리가 길어보이는 ‘로 라이즈 진(low rise jean)’은 절제된 섹시미의 절정. ●깔끔한 절제미의 캐피스룩 자그마한 체구에 반달형 눈이 귀여운 박나영(27·오길비)씨는 캐주얼과 정장을 접목시킨 ‘캐피스(캐주얼+오피스)룩’을 즐긴다. “업무상 사람들을 만날 때 ‘천생 여자’라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능력’보다 ‘여성’의 이미지가 앞서는 느낌이랄까.주름이나 리본 장식을 배제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인의 정장과 니트를 즐기죠.긴팔 셔츠는 여름에 더워 보일 수 있겠지만 냉방이 강한 실내에서나 공식적인 회의에서는 아주 유용합니다.” 보통 여름이면 민소매 원피스,귀여운 짧은 소매 셔츠,시폰 치마 등에 눈이 가지만 나영씨는 귀공자풍의 긴팔 남성 셔츠를 선호한다.반팔 셔츠가 가벼워 보일 때 줄무늬 긴팔 셔츠로 깔끔한 이미지를 살린다.양쪽 소매를 걷어 올리면 활동적으로 보이고,밑단이 레이스로 처리된 민소매톱을 입고 셔츠 아랫단을 허리에 묶으면 자유분방하면서 섹시하다.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데님바지·면바지·정장바지와 직선적인 느낌이 있지만 화려한 무늬의 남성 셔츠를 섞는 퓨전 스타일로 마냥 남성적이지도,한없이 여성적이지도 않은 옷차림을 연출한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20) ‘무소유 경영’ 실천 전재준 삼정펄프 회장

    “생산업자는 만드는데만 신경써야지.땅팔아 큰 돈벌겠다는 생각은 상도(商道)에 벗어나는 것이야….돈이란 끝이 없어.일만 열심히 하면 벌 수 있는 게 돈이고,영원토록 가질 수 없는 게 돈인 게야.” 전재준(81) 삼정펄프 회장은 젊은 경영인들을 만나면 그의 ‘경영철학’을 이렇게 말한다.‘무소유 경영’이다.그의 삶의 궤적에서도 자본보다는 신용을 중시했던 ‘개성상인’의 상도가 배어 있다.전 회장은 지난 해 시가 300억원 상당의 공장터를 경기 안양시에 기증한다고 밝혀 세간의 관심을 불렀다.최근에는 5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성균관대에 기탁을 했다.그는 기자와의 만남에서도 “자신에게 남길 것과 남에게 줄 것을 정리하는 것으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확고한 신념을 밝혔다.자식들에게도 이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돈버는 것처럼 쉬운 게 없었다 -나는 개성에서 2남매중 둘째로 태어났다.가정형편이 어려워 송도중학교를 졸업한 직후 어린 나이에 일터로 뛰어 들었다.6·25가 발발하기 1년전인 1949년에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로 올라왔다.20대 중반때이다.그당시 개성에는 총성이 끊이질 않아 안전한 곳에서 새롭게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출가한 누님은 개성에 남겨 둘 수밖에 없었다.올해로 87세가 되는 누님의 생사가 불확실하지만 동생인 내가 살아 있는 만큼 생존해 계실 것으로 믿고 있다.며칠전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장면을 TV로 보며 누님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10대때부터 잡화점과 문방구 점원 등 무엇이든지 해냈던 나는 서울 명륜동 4가에 터를 잡고 섬유와 면사장사를 시작했다.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종이 도매상으로 방향을 바꿨다.문방구 점원으로 일해서인지 ‘종이장사’에 익숙했고,나날이 번창했다.열심히 땀을 흘린 만큼 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에만 매달렸다.한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시간도 아까워 호떡 몇개 입에 물고는 달음박질을 쳐 종이를 배달했다.세상에 돈 버는 일이 제일 쉽고 신명나게 느껴지던 때였다. -일에만 미치다 보니 29살이 될 때까지 혼자 지냈다.주위에서 여러번 맞 선을 보라고 권했지만 돈 버는 일이 더 좋은 때였다.그러던 어느날 인척 한분이 무작정 맞선을 보러 가자고 다그쳤다. 그 당시 원조품인 미군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고 있던 나는 땀범벅이 된 얼굴을 가리키며 손사래를 쳤다.그러나 그 분은 막무가내로 집으로 오라고 성화를 내셨다.후환이 두려워 집을 찾아가니 안방에 어여쁜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나는 방에 들어갈 엄두도 못내고 마루끝에 10여분 앉아 있다가 후다닥 집을 나왔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개성에서 소학교 교사를 하다가 남동생과 함께 상경해 외삼촌집에 살고 있었다.같은 동향사람이어서 혼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소학교 선생님은 평생의 반려자가 됐다. ●편법보다는 정도로 승부해야 -결혼후 사업 규모도 점점 커져 종이도매상에서 성보실업,동남교역을 창업했다.이후 1961년 안양역 근처에 인쇄용지 제조회사인 삼덕제지를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기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매출 950억원에 이르는 삼정펄프의 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이다.종이 생산량은 국내 2위이지만 소비자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주위에서는 TV광고도 하고,마케팅을 강화하면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그러나 나는 편법을 쓰고 싶지 않다.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사용하며 평가해야지,이미지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지난 해 안양시에 공장부지를 기증할 때도 일부 직원들은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300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면 ‘톱 브랜드’로 키울 수 있을 텐데 미련하게 기부했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나의 우직하고 외골수적인 경영철학은 개성상인의 피를 이어받은 결과다.아무리 돈이 많아도 거짓말을 하고 속이면 상대를 하지 않았던 개성상인들의 습관이 몸에 뱄기 때문일 것이다.일례로 70m 24롤짜리 화장지팩을 다른 업체들은 언제부턴가 50m로 슬그머니 줄였지만 삼정펄프의 ‘리빙’ 만큼은 70m를 유지하고 있다. -몇년전 세무서 직원이 우리 회사에 왔다가 놀란 적이 있다.은행 무차입은 물론 판공비와 판촉비가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혀를 내둘렀다.허튼 돈 1원도 쓰지 말고 충심으로 제품을 만들어 오직 품질로 승부하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한다. ●땅을 상품화해서는 안돼 -안양시와 성균관대에 땅을 기증한 뒤에 아직도 주위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부동산 재테크에 미련이 없었느냐는 질문이 그치질 않고 있다.그때마다 생산업자는 생산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말을 들려준다.생산업자에게는 땅값이 올라봐야 무의미한 것이다.사업을 그만 두고 땅을 팔면 생산업자는 갈 곳이 없다.진정한 생산업자는 돈 몇푼 남기겠다고 땅을 팔아버리기 보다는 공장을 못하게 되는 사실을 아파해야 한다. -지난 해 안양시내 한복판에 있던 삼덕제지 공장부지 4364평 기증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대규모 제지회사들이 생겨나면서 300억원에 달하던 안양공장의 연매출이 30% 정도로 떨어졌고,설비를 확장하려고 해도 주변이 도심지라 처리에 고심했다.어느날 집사람이 공장을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기증하자고 제안해 “바로 이 것이다.”라고 무릎을 쳤다. -공장 땅은 땀흘려 번 것이 아니다.노력해서 번 돈이 아닌 만큼 내가 쓸 수는 없다.공장을 운영하며 먼지나 진동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항상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안양시민들의 도움으로 회사를 이 만큼 성장시킬 수 있었고 이제 공장을 이전하는 만큼 보상차원에서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이곳에 공장을 세운 것은 나지만 계열사들을 거느릴 정도로 회사가 커진 것은 결국 안양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땅은 가꿀 수 있는 사람이 가져야 -이번에 성균관대에 기증한 경기도 포천군 일대 토지 40만여평도 나와 아들들보다 더 좋게 가꿀 수 있는 사람들에게 주자는 차원에서 이뤄졌다.포천 땅은 70년부터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조경·조림사업에 매달려 잣나무와 낙엽송이 수십만 그루에 이를 정도로 울창한 산림으로 탈바꿈했다.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자주 그곳에 들를 수 없게 됐다.이미 아들들에게 상속한 땅이지만 아들들도 가꿀 능력이 안된다고 판단했다.40년 넘게 명륜동에 살면서 인연을 맺었고 조경학과가 있는 성균관대에 기증키로 했다. -토지공개념 차원에서 정부도 공장 건폐율 규제를 없애야 한다.일본만 해도 병원,학교,공장에는 건폐율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땅을 가지고 투기를 하지 않는 양심적인 기업가에게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부자로 죽는 일은 부끄러운 일 -세아들과 딸에게는 집 한 채 정도씩만 물려줬다.다행히 자식들이 별다른 불만을 달지 않아 고마울 따름이다.지난 해부터 집사람과 나는 여생을 의미있게 마칠 수 있는 계획을 짜고 있다.회사도 크게 일구고 자식들도 잘 키웠는데 인생을 잘 마무리하자는 차원이다.단돈 1원도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지 않은 나도 이렇게 자수성가했는데 자식들은 더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도 기부를 결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안양과 포천 땅 기증을 위해 여러 차례 가족회의를 했으나 자식들 모두가 기증에 흔쾌히 동의했다.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만 내 것보다 남의 것을 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자식들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전재준 회장은 부(富)의 사회환원이라는 차원에서 그의 경영원칙은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될 만하다.불필요한 것은 갖지 않는 절제의 삶을 실천했기 때문이다.그의 기부의 바탕은 ‘내 것’과 ‘네 것’ 혹은 ‘우리 것’의 구분을 허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도권의 도심에서 공장을 뜯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만으로도 칭송받을 만한데 엄청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주거지역내 공장부지를 선뜻 공원 터로 내놓는 일은 좀처럼 실천하기 어렵다.성균관대에 기증한 땅도 두 아들에게 이미 상속한 땅을 두 아들의 동의를 얻어 내놓은 것이어서 큰 감동을 줬다. 그러나 이런 전 회장은 정작 본인과 가족에게는 엄격하다.경기 평택,충남 천안,경남 함안 등 3곳에 3만평 규모의 공장을 소유한 탄탄한 기업의 오너이지만 회장 집무실은 보잘 것이 없다.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은 80평에 불과하고 한쪽 구석에 칸막이를 친 집무실이 있다.부인과 그럴싸한 여행조차 하지 않았다.20년전 환갑때 자동차를 타고 동해안 일주를 갔다 온 것이 고작이다. 이 회사 한홍일 상무는 전 회장 책상 모서리에 세워 놓은 우산을 가리켰다.전 회장이 72년 일본에 갔을 때 사왔는데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 SBS ‘형수는 열아홉’ 주연 정다빈

    계약결혼도 모자라서 형수와 시동생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가 나왔다.28일부터 방영되는 SBS 드라마 스페셜 ‘형수는 열아홉’(극본 진수완 연출 이창한).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는 고3 여학생 유민은 부득이하게 계약약혼을 한 뒤 만난 동갑내기 시동생 승재와 사랑에 빠진다.위험천만한 소재에 가슴이 덜컥 내려 앉을 법도 하지만 그러나 걱정붙들어 매시라. 약혼은 그야말로 계약이고 가짜다.부잣집 아들로 의사인 민재는 어머니의 결혼 성화를 피하고자 유민에게 이같은 제의를 한 것.평소 민재를 짝사랑해온 유민은 흑심(?)을 품고 제의를 덥석 받아들인다. 금지된 사랑을 간판으로 세웠지만 드라마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심각한 청년실업 시대에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젊은이들의 성공기다.이창한 PD는 유민과 승재가 건축가와 수학자라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 관전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영화 ‘그 놈은 멋있었다’를 끝내고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정다빈이 유민으로 나온다.댄스그룹 god의 멤버 윤계상이 승재로 나와 안방극장에 첫 도전장을 내민다.민재 역은 ‘살인미소’ 김재원이 맡았다. 유민은 ‘옥탑방 고양이’의 정은처럼 돈을 좀 밝히지만 귀엽고 엉뚱맞은 캐릭터.“제가 그렇게 억척스럽게 생겼나요?” 비슷한 역할만 들어온다며 특유의 눈웃음을 짓는다.“초반엔 정말 많이 망가지지만 중반 넘어서 아프고 힘든 감정 연기를 펼쳐 보인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멜로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는 그는 “언젠가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 언니처럼 연기하고 싶다.”는 야무진 바람도 내비쳤다.성형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부쩍 예뻐진 외모만큼 연기도 늘었다고 자신한다.“절제력이 생겼어요.전에는 슬프면 그냥 막 울었는데 지금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슬픔을 표현할 수 있게 됐죠.” ‘옥탑방‘ 이후 1년만의 복귀.‘파리의 연인’ 김정은 처럼 영화와 TV에서 동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시네마천국]할리우드에 돌아온 ‘킹아더’

    신화와 전설은 아무리 우려먹어도 질리지 않는 할리우드의 ‘밑반찬’인 모양이다.23일 개봉하는 ‘킹 아더’(King Arthur)는 중세 아더왕의 전설같은 무용담을 그린 할리우드 서사액션이다.그러나 ‘카멜롯의 전설’이나 ‘엑스칼리버’ 등 아더왕을 소재로 한 이전의 영화들과는 어법이 사뭇 다르다.결론부터 말하자면,전형적 할리우드 서사액션의 ‘규모’를 즐기려는 관객들에겐 흡족함을 안기진 못할 것 같다.반면,실존인물이 불멸의 영웅으로 남기까지의 진지한 드라마를 곱씹고 싶은 이들에겐 독특한 뒷맛을 선사할 작품이다. 영화는 역사적 진실에 좀더 가까이 접근하는 특화전략을 구사한다.아더왕 이야기를 다룬 여느 영화들과는 주목한 시점부터 다르다.5세기 암흑시대를 살았던 아더왕의 본명은 루시우스 아토리우스 카스투스.브리튼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의 장교 아더(클라이브 오웬)는 15년간의 복무기간을 채우고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에 부풀어 있다.그러나 귀향 하루전날 교황은 색슨족의 위협을 받고 있는 자신의 수제자를 구출해 오라는 특명을 내린다.아더는 랜슬럿(이오안 그루푸드) 등 휘하의 기사들을 다독여 천신만고끝에 구출작전에 성공하지만,결국 대군을 이끈 색슨족의 공격을 받는다. ‘영웅 이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는 아더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싸움터에 나가기 싫어하는 어린 아더의 모습을 부각시키며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웅변하기도 한다.아더왕을 전설속 인물로 착각하게 만드는 팬터지 요소는 최대한 절제됐다.예컨대 신검 엑스칼리버가 맥락없이 등장해 신통력을 자랑하는 설정 등은 보이지 않는다. 빙판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대치전 등 몇차례 사실적인 전투장면이 펼쳐진다.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감지할 파괴력은 없다.오락성을 가미하는 데 동원된 가장 강렬한 조미료는 가슴을 질끈 동여매고 칼과 활을 놀리는 여전사 기네비어.아더,랜슬럿과 삼각관계를 이룬 여인으로 인용돼온 기네비어(키라 나이틀리)는 위상이 사뭇 달라진 셈이다.브리튼의 토착부족인 워드족 지도자의 딸로,액션물에 로맨틱 양념을 뿌리는 ‘얼굴마담’ 역할을 뛰어넘었다. 외신에 따르면 제작진은 “지금껏 한번도 접하지 못했을 아더왕을 구현했다.”고 장담했다.1인 영웅주의에 기대 얄팍한 감동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점은 믿음직하다.그러나 그런 미덕이 관객들의 아쉬움을 보전해줄지는 의문이다.역사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를 찾지는 않기 때문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네마천국]할리우드에 돌아온 ‘킹아더’

    신화와 전설은 아무리 우려먹어도 질리지 않는 할리우드의 ‘밑반찬’인 모양이다.23일 개봉하는 ‘킹 아더’(King Arthur)는 중세 아더왕의 전설같은 무용담을 그린 할리우드 서사액션이다.그러나 ‘카멜롯의 전설’이나 ‘엑스칼리버’ 등 아더왕을 소재로 한 이전의 영화들과는 어법이 사뭇 다르다.결론부터 말하자면,전형적 할리우드 서사액션의 ‘규모’를 즐기려는 관객들에겐 흡족함을 안기진 못할 것 같다.반면,실존인물이 불멸의 영웅으로 남기까지의 진지한 드라마를 곱씹고 싶은 이들에겐 독특한 뒷맛을 선사할 작품이다. 영화는 역사적 진실에 좀더 가까이 접근하는 특화전략을 구사한다.아더왕 이야기를 다룬 여느 영화들과는 주목한 시점부터 다르다.5세기 암흑시대를 살았던 아더왕의 본명은 루시우스 아토리우스 카스투스.브리튼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의 장교 아더(클라이브 오웬)는 15년간의 복무기간을 채우고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에 부풀어 있다.그러나 귀향 하루전날 교황은 색슨족의 위협을 받고 있는 자신의 수제자를 구출해 오라는 특명을 내린다.아더는 랜슬럿(이오안 그루푸드) 등 휘하의 기사들을 다독여 천신만고끝에 구출작전에 성공하지만,결국 대군을 이끈 색슨족의 공격을 받는다. ‘영웅 이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는 아더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싸움터에 나가기 싫어하는 어린 아더의 모습을 부각시키며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웅변하기도 한다.아더왕을 전설속 인물로 착각하게 만드는 팬터지 요소는 최대한 절제됐다.예컨대 신검 엑스칼리버가 맥락없이 등장해 신통력을 자랑하는 설정 등은 보이지 않는다. 빙판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대치전 등 몇차례 사실적인 전투장면이 펼쳐진다.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감지할 파괴력은 없다.오락성을 가미하는 데 동원된 가장 강렬한 조미료는 가슴을 질끈 동여매고 칼과 활을 놀리는 여전사 기네비어.아더,랜슬럿과 삼각관계를 이룬 여인으로 인용돼온 기네비어(키라 나이틀리)는 위상이 사뭇 달라진 셈이다.브리튼의 토착부족인 워드족 지도자의 딸로,액션물에 로맨틱 양념을 뿌리는 ‘얼굴마담’ 역할을 뛰어넘었다. 외신에 따르면 제작진은 “지금껏 한번도 접하지 못했을 아더왕을 구현했다.”고 장담했다.1인 영웅주의에 기대 얄팍한 감동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점은 믿음직하다.그러나 그런 미덕이 관객들의 아쉬움을 보전해줄지는 의문이다.역사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를 찾지는 않기 때문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Doctor & Disease] 서울 상계백병원 박상근 원장

    아직도 뇌는 신(神)의 영역이 넓다.그만큼 뇌 질환은 치명적이다.특히 ‘중풍’으로 불리는 뇌졸중은 죽음에 가장 근접한 질환이거니와 다행히 죽음의 터널을 벗어나더라도 남은 삶이 오로지 힘겨워서 더욱 무서운 질환이다.오죽했으면 다른 병처럼 ‘걸린다.’는 말 대신 ‘중풍을 맞았다.’거나 ‘중풍이 왔다.’고 할까. 뇌졸중에 관해 국내 최고의 임상 사례와 치료이론을 축적한 서울 상계백병원 원장인 신경외과 박상근(56) 박사는 “뇌졸중이야말로 개인과 사회가 함께 병을 부르는 대표적 질환”이라고 말한다.‘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식의 무차별 육식과 운동기피 등 분별없는 생활습관,병원더러 환자의 장기입원을 꺼리게 하는 보험 수가,중환자 요양시설 하나 없는 복지정책이 어우러져 ‘뇌졸중의 시대’를 열었다는 뜻이다. 뇌졸중의 의학적 정의는 무엇인가. -뇌졸중은 뇌 혈류장애에 의한 의식소실,반신마비,언어장애 등 신경장애를 유발한 상태를 뜻한다.운좋게 회복되어도 대부분 행동·언어장애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겪는다.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출혈성(뇌출혈)으로 나누는데,허혈성은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뇌동맥 및 경동맥의 혈전 및 색전과 심인성 색전류,출혈성은 고혈압에 의한 뇌출혈과 혈관 기형,뇌동맥류 파열 등 혈관 질환이 주요 원인이다. ●98년 이후 국내 사망원인 1위 우리나라의 발병 추세는 어떤가. -최근들어 국내에서 허혈성 뇌졸중이 급증,서구 패턴을 보이고 있다.서구형 식생활과 고령화가 원인이다.국내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5명으로 해마다 6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현재 20만명이 넘는 환자가 영구적인 뇌손상으로 고통받고 있다.98년 이후 국내 사망원인 1위다.무서운 질병이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역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육류 및 가공식품의 무절제한 섭취와 이에 따른 비만,음주와 흡연,과로와 운동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원인질환도 짚어 달라. -고혈압과 심장병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뇌경색 환자의 50% 이상,뇌출혈 환자의 60∼90%는 고혈압이 동반된다.또 뇌졸중 환자의 75%는 심장병을 갖고 있다.당뇨병과 고지혈증,비만도 간과할 수 없다. ●전조증상 무시… 더 큰 위험 초래 증상은 주로 어떻게 나타나나. -사실,증상을 체감할 정도면 늦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증상마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혈압,동맥경화 등 원인질환이 있지만 이것도 환자 자신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또 증상이 있더라도 평소에는 ‘이게 무슨 문제가 될까?’하고 여기기 십상이다.그러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더 구체적으로 보면,뇌출혈은 갑자기 두통,현기,구토 등으로 시작해 뇌의 병변 위치에 따라 시력 및 시야장애,반신 혹은 신체 일부의 마비나 언어장애,안면신경장애,운동장애와 경련,의식장애 등을 보인다.뇌경색은 뇌의 일과성 허혈 발작을 빼면 뇌출혈과 비슷한데,이걸 방치하면 40% 정도가 뇌졸중으로 진행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크게 문진과 이학 및 신경학적검사,특수검사법이 있다.최근에는 CT(컴퓨터 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장치),SPECT(단일광자방출 전산촬영),PET(양전자 단층촬영) 등 첨단 진단장비가 많이 보급돼 병증의 위치와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자가진단도 가능한가. -뇌졸중은 뇌혈관 장애가 원인이기 때문에 미처 감지하지 못하더라도 발병 전에 신체 특정부위의 부자연스러움이나 시력장애,두통과 언어장애 등 다양한 조짐이 나타난다.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전조 증상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치료 방법도 함께 소개해 달라. -발병 원인이나 병기,증상에 따라 약물치료냐,수술치료냐를 결정하는데,판단 기준이 다양해 일률적인 설명이 어렵다.중요한 것은 약물이든,수술이든 적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최근 효과가 좋고 부작용을 줄인 약제가 많으나,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이다.간혹 뇌수술이 위험하다며 그릇된 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존해 병을 키우기도 하는데,그건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국가차원 중증환자 관리대책 절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뇌졸중 환자를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복지시책 부재를 꼬집었다.“위험도에 비해 의료수가가 턱없이 낮아 전공의도 많지 않습니다.게다가 질환 특성상 장기입원 환자가 많아 병원 고충도 말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이 정도면 이제 국가에서 중증환자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직도 일반의 뇌졸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예방책을 소개해 달라. -위험인자의 조절이 중요하다.비만관리와 함께 고혈압,심장병,당뇨병,고지혈증 등의 착실한 치료가 필요하다.금연은 필수고,폭음도 경계해야 한다.필요하다면 약물 사용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적절하게 항응고제 등을 사용하되 규칙적인 운동과 싱거운 섭생 등 생활요법을 곁들이면 좋을 것이다. ●“평가는 신의 몫 아니겠습니까” 박 박사는 인터뷰 도중 스스로 오래 살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푸념했다.“뇌혈관 질환을 다루는 의사들은 평생 긴장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응급상황이 많아서죠.혼신을 다해 수술을 마치고 나면 마치 혼이 빠져나간 듯 탈진하곤 하는데,평생 이 일을 하면서 어떻게 오래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 얼핏 우수가 어렸다.항상 병증과 그 병이 주는 고통을 열린 가슴으로 품어 온 그였지만,어느덧 초로에 접어든 지금 어찌 일말의 소회가 없을까.“누군가 해야 될 일이라면 내가 하자고 다그치며 열심히 살아왔고,평가는 신의 몫 아니겠습니까?” ■ 박상근 박사 ▲연대의대 및 대학원,고대의대 대학원(박사) ▲연대의대 및 인제의대 교수 ▲미국미네소타의대 신경외과 연구강사 ▲대한뇌종양학회 회장,대한뇌종양연구회 회장,대한의학레이저학회 학술이사 및 이사장,대한 신경외과학회 상임이사 등 역임 ▲대한신경외과 학회,대한뇌혈관질환연구회,대한 뇌종양연구회,미국신경외과학회 및 미국뇌종양·뇌혈관질환 분과학회 정회원 ▲현,상계백병원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오정식기자 oosing@seou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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