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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위암의 두 운명

    얼마 전, 같은 위암에 걸렸으면서 운명이 극명하게 갈린 두 지인을 접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한 친구는 어느 날 별 증상도 없는데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종합검진을 받고 싶다고 했다. 검진 결과 위에 2㎝ 가량의 용종이 있어 내시경으로 간단하게 들어냈다. 또 병리검사에서 점막에 위암이 있었는데 역시 바로 제거했다. 암보험을 들어 보험사로부터 거액의 보상까지 받았다. 다른 이는 친구의 매제이다.5개월 전쯤부터 속이 쓰려 아무래도 위검사를 받아봐야 하겠다며 나를 찾아왔다. 검사를 해보니 3기 위암이었다. 위의 3분의 2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배를 열어보니 이미 임파선에도 전이가 돼 있었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으로 전체 암의 20%나 된다. 이웃 일본도 마찬가지다. 서구에서도 20세기 초까지는 가장 많은 암이 바로 위암이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줄어 지금은 희귀 암이 되었다. 이 시기는 냉장고가 급격히 보급되는 때여서 신선한 음식의 섭취가 위암을 많이 줄이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암의 원인을 몰랐으나 최근 헬리코박터라는 균이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균은 우리나라 사람의 80%가 갖고 있는데, 위 내시경검사에서 균이 발견되면 항생제로 쉽게 없앨 수 있다. 위암이 점막에만 생긴 초기에는 임파선 등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없어 내시경이나 전기 소작기로 수술없이 완전 절제가 가능하다. 점막하층에 생긴 경우라도 수술로 95%는 완치할 수 있는데, 이는 결핵 완치율보다 높은 수치다. 문제는 암이 단계를 지난 경우다. 이 경우 다른 장기나 임파선으로의 전이가 많아 완치율이 크게 떨어져 3기 완치율이 50%를 넘지 못한다. 거기에다 위의 3분의 2 이상을 절제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후 식사에 적응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린다. 이러니 아무래도 정기적인 내시경검사를 받아 헬리코박터균을 없애고, 암이 생겼더라도 초기에 쉽게 치료하는 것만큼 좋은 대안은 없다. 이 작은 차이가 큰 운명의 간극을 만들어 낸다. 대항병원장
  • 소크라테스씨 질문 있어요/크리스토퍼 필립스 지음

    “절제란 무엇일까요?” “공자의 이상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들은 절제란 스스로의 행동을 이끄는 이상적인 중간을 찾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공자는 음주 같은 나쁜 습관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죠. 그런데 한국의 술 소비량은 기록적입니다.” “가난했던 한국은 부유한 사회가 되었고 물질적인 면에 집착하고 있어요. 극단에서 극단으로 이동했을 뿐, 중간점은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미국의 교육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크리스토퍼 필립스가 서울 근교에서 스무명 남짓한 학생들과 나눈 대화다. 필립스는 ‘철학이란 인간의 삶을 탐구할 수 있는 역동적인 삶의 방식’이란 뜻에서 ‘철학적 탐구를 위한 사회(www.philosopher.org)’를 만들었다. 그는 그리스, 스페인, 멕시코, 일본, 한국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철학 카페를 열었다. 병든 사회를 치유해 줄 방법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던 소크라테스의 삶을 실천하려 했던 것이다. 필립스는 세계인들에게 덕, 중용, 용기, 정의, 경건함, 선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그들과 나눈 대화를 묶어 ‘소크라테스씨, 질문있어요!(김현우 옮김·민음사 펴냄)’를 썼다. 그가 세상 사람들과 나눈 대화에는 ‘한국 사람들의 술 소비량이 높은 것은 절제력이 부족한 탓일까.’와 같은 작은 문제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사람들이 속마음을 숨기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9·11테러 희생자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주면 정의가 실현되는 것일까.’와 같은 보다 현실적인 시사 문제도 있다. 소크라테스뿐 아니라 공자, 부처, 마호메트, 틱낫한, 정약용, 이율곡까지 동서고금을 뛰어넘는 위대한 현자들의 가르침까지 끌어들여 다양한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예컨대 한국과 타이완은 모두 절제라는 유교적 도덕률을 따르지만 한국의 술 소비량은 타이완의 3배나 된다. 한국의 지배적 남성 문화는 음주를 권장할 뿐 아니라 음주가 남성의 힘과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긴다. 반면 타이완에서는 유교적인 가치 체계에 따라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은 개인의 약한 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눈 필립스의 노력은 결국 ‘더 인간적인 삶’을 위한 것이었다.1만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전자 브리핑 실효성 의문

    전자 브리핑 실효성 의문

    정부가 브리핑실 통폐합과 함께 내놓은 취재 지원 서비스 강화 방안의 핵심은 전자브리핑제 도입과 정보공개법 개정 추진이다. 전자브리핑제는 프랑스 외교부가 실시중인 방식으로, 브리핑 참석이 어렵거나 신속한 답변을 원하는 기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국정홍보처의 주장이다. 브리핑 내용을 동영상으로 실시간 온라인 송출하고, 속기로 풀어 텍스트로도 제공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잇단 질의·응답 힘들어 그러나 기자들은 물론 언론학자들도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낸다. 통상적으로 언론브리핑은 질의와 응답, 또 그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 꼬리를 물고 이루어지는데, 전자브리핑에선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한번에 응답이 끝날 수 있는 간단한 질문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문에 대한 답변 속도와 질이 보장될지도 미지수. 언론 속성상 분초를 다툴 때가 많은데, 전화 혹은 대면을 통했을 때만큼 답변이 이루어지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만족스럽지 않은 답변을 올릴 경우 제대로 된 답변을 요구하기도 매우 어렵다. 답변 여력 때문에 기자별, 혹은 사별로 질문 수를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부작용이 예상된다. 홍보처 관계자는 “시스템 정착을 위해서는 기자들의 절제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질문을 했을 경우 정부가 입맛에 맞는 질문에만 답변하는 폐단이 있을 수 있다. ●‘정보공개법 개정´ 구체내용 없어 정보공개법 개정 추진 방안은 정부가 ‘마지못해’ 내놓은 인상이 짙다. 개정 방향만 내놓았을 뿐 어떤 조항을, 언제까지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빠져 있다.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 답변 시한(15일)이 너무 길고, 답변 예외 기준이 추상적이라는 점, 빠르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언론의 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인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선 홍보처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길섶에서] 장애 체험/장상옥 편집부 차장

    한 사내가 덮쳤다. 드디어 일이 터졌다.“우지∼직” 으악! 내 무릎. 며칠전 기자협회 축구대회에서 상대선수가 육탄 공격으로 나의 왼쪽 다리를 기습했다.X선 촬영을 해보니 인대가 끊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40대에 20대 열혈 청년처럼 공수를 넘나들며 그라운드를 누비다 보니, 불상사가 났다. 변변히 들어놓은 상해보험도 없는데 어쩌나. 시간과 공간이 멈춘 듯하다. 지지대를 한 뻗정다리로 건널목을 건너니 사람들이 쳐다본다.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만 이용해야 한다. 등산 가자는 친구들의 문자메시지 아우성도 뿌리쳐야 한다. 통증이 전해지는 무릎에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누워 지내야 한다. 육체적 손상에 정신도 위축된다. 일상의 목표는 물거품이 된다. 본의 아닌 장애 체험으로 신록이 부르는 이 계절에 답답함이 엄습한다. 장애인들의 한평생 삶은 얼마나 불편할까.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마음의 문이 열린다. 장상옥 편집부 차장 okgogo@seoul.co.kr
  • “취재자유·알권리 침해 헌법소원 대상 된다”

    “취재자유·알권리 침해 헌법소원 대상 된다”

    정부가 기자실을 통폐합하기로 하고 전자대변인을 언론 접촉 창구로 제한하는 문제와 관련, 법조계에선 대체로 ‘언론의 취재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자실운영 당연한 행정서비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지내다 3월 퇴직한 서상홍 변호사는 22일 “행정부내 지침이라고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알권리는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통해 구현되는데 그동안 기자실 운영과 공무원 접촉 등으로 누릴 수 있던 취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알권리 침해와도 직접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실 운영이 정부가 주는 시혜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국민 자체가 국가인 이상 행정서비스를 시혜로 볼 수 없다.”면서 “당연히 해야 할 행정서비스를 안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하고 있던 것을 없애는 것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헌재 사무처장을 지낸 박용상 변호사 역시 “신문은 국민의 정보 소스이고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면서 “기자의 취재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헌법연구관 출신인 이석연 변호사는 “기자실은 정부부처의 소유물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국민의 이름으로 설치한 국민의 것이다.”면서 “자기 뜻에 안 맞는다며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건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며 기본권의 핵심인 보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말했다. ●공공복리 위해 비밀공개 금지는 합헌적 반면 헌법재판관을 지낸 이시윤 변호사는 “정부부처에 대한 자유로운 취재를 막는다는 점에서 언론통제지만 국가안전보장·공공복리·질서유지를 위해 직무상 비밀 공개를 금지한다고 본다면 제한이 합헌적일 수 있다.”면서 “정부의 세세한 조치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변호사는 “단지 기자실이라는 공간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놓고 따지는 문제라면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전자대변인 등으로 언론 접촉 창구를 제한하는 것은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홍성규 이재연기자 cool@seoul.co.kr ■ 시민·사회단체·학계 우려…“언론감시 거부하겠다는 것” 정부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확정발표한 데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는 일제히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학자는 “빈대 한 마리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방안을 마련하면서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무시한 데다 해당 부처와의 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은 ‘밀실행정’이라는 비난도 높았다.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문종대 교수는 “기존의 폐쇄적인 기자실 운영에 따른 폐단을 수정하는 것이 통폐합뿐이냐.”고 반문한 뒤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비쳐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정보가 잘 소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보공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사실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내용이어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무공간의 무단출입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정부 문건을 몰래 빼돌리는 등 법적으로 저촉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사무실 출입을 막아선 안 된다.”면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각종 정책을 자세히 설명할 의무가 있고, 그것을 기자들이 대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김기태 교수 역시 “기자실 운영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방식의 하나로 기자들의 공적 취재원인 공무원 접촉 자체를 차단하는 정책은 그 자체로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대로 밀어붙인다면 기자실 운영의 폐해를 고치겠다는 의도는 전해지지 않고,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한 비난만이 쇄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상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진보와 보수, 친정부, 반정부를 떠나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면서 “열리고 참여한다는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정부라면서 홍보 효율성 차원에서 기자실이나 브리핑룸 등을 없애고 통폐합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나 공론 형성 없이 정부 입맛에 맞는 것만을 강요하는 민주주의의 전횡”이라면서 “몇몇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입맛에 맞는 정보만 던져 주고 나머지는 가린다는 이야기인데 참여정부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일 때 경찰 수뇌부는 ‘검찰과 달리 일선 경찰서에는 기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숨길 게 없다. 어항 속처럼 투명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면서 “그런 경찰이 이제 와서 기자실을 폐쇄한다면 고문 수사를 하겠다는 건지 원래 어항 속처럼 투명한 조직이 아니었던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도 “경찰서에서 감시의 눈길이 없어지면 분명 인권 침해의 요소가 높아질 수 있다. 일선 경찰서의 인권침해가 많이 개선됐지만 지금도 폐쇄적인 공간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박홍환 임일영 정서린 박창규기자 stinger@seoul.co.kr ■ 정부 브리핑 표정 이날 정부중앙청사 10층 브리핑실에는 신문·방송 등 국내 언론사 출입 기자들이 총출동했고, 외신기자도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창호 홍보처장도 이런 관심은 처음이라는 듯 브리핑 내내 떨리는 목소리가 감지됐다. 한 기자가 “대선 예비후보들이 모두 반대하는 상황에서 예산 낭비가 아닌가?”라는 지적을 했다. 그러자 김 처장은 “그럴 리는 없다.”면서 “역사를 거꾸로 되돌릴 만큼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되받았다. 다른 한 기자가 “사무실 무단 출입이 문제가 된 사례가 있느냐.”고 질문하자 잠시 머뭇거린 김 처장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사해 보고 만약에 있으면 한두 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처장이 “낡은 관행”이란 단어를 반복하자 한 기자가 “낡은 관행 속에서도 전문기자로 명성을 날린 분”이라고 쏘아붙이면서 미묘한 감정대립이 일어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도 신문기자 출신인 윤승용 홍보수석이 출입 기자들에게 설명하다 항의성 질문이 잇따르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출입 기자들은 “청와대 송고실인 춘추관은 참여정부의 개방형 브리핑제의 취지에 가장 근접하게 운영되고 있어 존치하기로 했다.”는 윤 수석의 설명에 대해 “취재원 접근이 막히고, 알권리도 차단당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기자는 “취재에 어려움이 많다. 비서관들이 전화도 받지 않고, 사실 확인도 안해 주고, 전화 걸었다는 메모를 남겨도 콜백이 안 온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박찬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전자브리핑 실효성 의문 정부가 브리핑실 통폐합과 함께 내놓은 취재 지원 서비스 강화 방안의 핵심은 전자브리핑제 도입과 정보공개법 개정 추진이다. 전자브리핑제는 프랑스 외교부가 실시중인 방식으로, 브리핑 참석이 어렵거나 신속한 답변을 원하는 기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국정홍보처의 주장이다. 브리핑 내용을 동영상으로 실시간 온라인 송출하고, 속기로 풀어 텍스트로도 제공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잇단 질의·응답 힘들어 그러나 기자들은 물론 언론학자들도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낸다. 통상적으로 언론브리핑은 질의와 응답, 또 그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 꼬리를 물고 이루어지는데, 전자브리핑에선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한번에 응답이 끝날 수 있는 간단한 질문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문에 대한 답변 속도와 질이 보장될지도 미지수. 언론 속성상 분초를 다툴 때가 많은데, 전화 혹은 대면을 통했을 때만큼 답변이 이루어지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만족스럽지 않은 답변을 올릴 경우 제대로 된 답변을 요구하기도 매우 어렵다. 답변 여력 때문에 기자별, 혹은 사별로 질문 수를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부작용이 예상된다. 홍보처 관계자는 “시스템 정착을 위해서는 기자들의 절제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질문을 했을 경우 정부가 입맛에 맞는 질문에만 답변하는 폐단이 있을 수 있다. ●‘정보공개법 개정´ 구체내용 없어 정보공개법 개정 추진 방안은 정부가 ‘마지못해’ 내놓은 인상이 짙다. 개정 방향만 내놓았을 뿐 어떤 조항을, 언제까지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빠져 있다.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 답변 시한(15일)이 너무 길고, 답변 예외 기준이 추상적이라는 점, 빠르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언론의 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인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선 홍보처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무릎연골 손상땐 봉합술이 낫다

    최근 들어 무릎 연골에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부쩍 늘고 있는 가운데, 무릎의 반월판 연골이 손상된 경우 절제술보다 봉합술이 퇴행성 차단에 유리하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다. 관절 전문 힘찬병원 관절센터 정광암 소장팀이 2002∼2003년 사이 이 병원에서 반월판 연골 손상으로 봉합술과 절제술을 받은 환자 각 80명씩 160명을 선별, 치료 후 4년 이상 경과를 관찰한 결과 봉합술 그룹이 절제술 그룹보다 퇴행성 소견이 훨씬 적게 나타났다. 무릎 연골 중 반월판 연골은 허벅지 뼈와 종아리 뼈 사이에서 체중 전달, 관절뼈와 연골 보호는 물론 관절의 윤활 기능 등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사람이 서 있을 때는 반월판 연골을 통해 체중의 50% 정도가 전달되기 때문에 이 연골이 없으면 뼈끼리 서로 부딪쳐 관절염이 오기 쉽다. 조사 결과, 절제술을 시행한 그룹의 경우 연골판을 50% 이상 잘라낸 환자들로,80명 중 약 60%인 48명에게서 통증, 부종과 X레이상 골극 생성, 연골하 경화 소견과 관절 간격 정도가 좁아지는 등의 퇴행성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비해 연골판을 봉합한 그룹의 경우 80명 중 약 6%에 해당하는 5명의 환자에게서만 퇴행성 변화가 관찰됐다. 특히 40대 이상의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반월상 연골 손상 중 연골 뿌리 부분에 파열이 생기는 경우 퇴행성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반월판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무릎 관절염 진행이 빨라지기 때문에 연골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연골을 절제하는 것보다 가능한 한 연골을 봉합해 치료하는 것이 좋으며, 불가피한 경우 최소한의 절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나 최근에는 치료의 편의성 때문에 일부 의료기관에서 무분별하게 연골을 절제해 치료하는 경우가 늘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정 소장은 “연골판을 절제할 경우 연골 기능이 잘라낸 부분만큼 떨어져 보통 사람보다 퇴행성 관절염이 올 확률이 2배 이상 높다.”며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관절 기능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한 절제보다 봉합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이두한 원장의 건강 이야기] 대장에 웬 꽈리

    5년쯤 전의 일이다. 저녁 무렵,50대 남자가 배를 움켜쥐고 응급실로 들어섰다. 일주일 전부터 왼쪽 아랫배가 뻐근하게 아프더니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더 심해지고, 오한이 들면서 고열에 구토까지 한다고 했다. 그 전에도 매년 한 두 차례씩 복통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곤 해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증상이 점점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는 것이다. 살펴보니 배꼽 왼쪽 아랫부분에 주먹만 한 종괴가 있었는데 누르면 몹시 아파했다. 이런 경우 가장 의심되는 질환은 게실염에 의한 농양이다. 초음파상 농양이 있고 응급검사 결과 S결장에 여러 개의 게실이 관찰되어 의심의 여지없이 게실염으로 진단했다. ‘게실’이라는 질환이 있다. 대장의 벽이 마치 꽈리처럼 부푸는 병으로, 대장내시경을 하다 보면 흔히 발견된다. 선천적인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장내의 압력에 의해 장의 약한 부분이 장 밖으로 부풀면서 생긴다. 서양에서는 대장의 좌측, 즉 S결장에 잘 생기나 우리나라에서는 우측, 즉 맹장이나 상행 결장에 잘 생긴다. 대부분은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되나 간혹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게 염증을 일으키면 복통이 오는데 대개는 자연적으로 증상이 소실되거나 항생제 투여로 간단히 염증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드물게는 염증이 진행되어 농양을 형성하거나 장에 천공이 생겨 출혈이 심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도리없이 손상된 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처럼 암과 관련이 있는 질환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실이 우측 대장, 즉 맹장 부위에 많기 때문에 게실염이 심한 경우 흔히 맹장염이라고 하는 급성 충수돌기염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더러는 외과의사들이 곤혹스러워하기도 한다. 다행히 두 경우 모두 수술을 필요로 하는 질환이라 그리 큰 문제는 없으나, 서로 수술하는 방법이 다르고, 위험도와 수술 후의 경과도 다른 만큼 수술 전에 미리 확실한 진단을 해야 할 필요는 있다.대항병원장
  • 내 자궁에 혹이?

    폐경기 이전의 여성에게 많아 40대 여성의 50%에서 발생하는 자궁근종은 여성의 자궁에 생기는 양성 종양이지만 증상이 애매해 많은 사람들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임 등 임신 관련 합병증을 겪는가 하면 자궁암으로 발전하기도 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자궁근종이란 여성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양성 종양으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폐경기 이전 여성의 경우 연령대에 따라 20∼5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으며, 특히 40대 발병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에 발병률이 높고 폐경 후에는 감소해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유형에 따라 자궁 밖으로 돌출되는 장막하근종, 자궁 근육 속에 생기는 근종, 자궁강으로 돌출하는 형태인 점막하근종 등으로 나뉜다.●증상 대부분 특이 증상이 없으나 사람에 따라 월경 과다, 생리통, 골반통, 배뇨 장애, 변비 등의 증상이 올 수도 있다. 임신과 관련된 자궁근종의 합병증으로는 불임, 유산, 조기 진통, 태반 조기박리, 난산, 산후 출혈 등을 들 수 있다.●치료가 필요한 증상 자각 증상만 없다면 대부분의 근종은 치료가 필요없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증상은 다음과 같다.▲비정상적인 자궁 출혈 ▲심한 생리통과 성교통, 하복부 통증 등 만성 통증 ▲돌출된 근종이 꼬이거나 점막하근종이 튀어나와 생긴 급성 통증 ▲근종이 요관을 눌러 소변보기가 어렵거나 콩팥 기능에 이상을 초래한 경우 ▲불임의 원인으로 작용할 때 ▲골반내 장기를 압박할 경우 ▲단기간에 빨리 자라 암이 의심스러울 때 등이다.●치료 크게 내과적 치료와 외과적 치료가 있다. 물론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아예 자궁을 들어내는 적출술이지만 임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환자의 상황에 따라 내과적 치료나 자궁근종 제거술, 자궁동맥 색전술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외과적 수술의 경우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주로 복강경이나 개복해 자궁 또는 근종을 절제하는 복식 수술법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복식 대신 질을 통한 수술법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질식은 레이저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자궁이 임신 12주 이하의 크기로 골반 아래쪽에 있을 때만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궁근종을 제거하는 또 방법으로 최근에 일반화된 동맥색전술이 있다. 자궁근종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인위적으로 막아 자궁근종을 괴사시키거나 퇴화시키는 방법이다. 대퇴부를 통해 직경 1∼2㎜ 가량의 미세한 도관을 자궁 부위에 삽입한 뒤 설탕 알갱이 같은 색전 입자를 투입해 혈관을 막는 방식이다. 질식 자궁적출이나 근종 제거처럼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수술 및 회복 시간이 빠르며, 색전술은 국부마취로도 시술이 가능하다.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김수녕·영상의학과 박상우 교수팀은 최근 5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자궁동맥 색전술을 시행한 결과, 환자 모두에게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의료팀은 시술 후 월경 과다 97%, 통증 84%, 생리통 90%, 빈뇨 100%가 치료됐으며, 근종의 크기는 평균 직경이 2.9㎝ 줄었다고 설명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이두한 원장의 건강 이야기] 만성 대장염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하루종일 수술을 마치고 늘어진 몸을 잠시 추스르려는데 내과병동에서 장출혈이 심한 환자가 있다는 연락이 왔다. 뛰어가 보니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한 데다 머리까지 길어 얼핏 여자로 착각할 수도 있는 29세의 남자 환자였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이 환자는 모든 내과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출혈이 멈추지 않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로, 응급수술이 필요했다. 몸은 무거웠지만 도리가 없었다. 밤을 새워가며 대장을 전부 절제하는 수술을 시도했다. 드물지만 대장에는 원인도 모르고, 치료도 힘든 만성 염증성 질환 두 가지가 있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그것이다. 이 질환은 원래 서양 특히 북유럽인들에게 많았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식생활의 서구화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질환은 장에 원인 모를 염증이 생겨 출혈을 일으키고, 장을 틀어막는가 하면 천공이나 누공을 일으키기도 한다. 크론병은 소화관 중에서도 주로 소장과 대장에 문제를 일으키나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염증을 일으킨다. 또 크론병은 장결핵과의 구분이 어려워 진단도 쉽지 않다. 원인은 면역체계의 변화와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원인을 모르는 만큼 치료도 힘들다. 보통은 강력한 소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데 70∼80%는 효과가 있으나 나머지는 듣지 않아 면역 억제제나 항암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일단 증세가 호전되다가도 투약을 중단하면 다시 악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을 복용할 때라도 심한 출혈이나 장폐색 등의 합병증이 오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크론병은 재발이 잦아 재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앞의 환자는 염증이 대장에만 있어 대장을 절제한 후 겉으로는 건강을 회복했으나 대장이 없는 탓에 배변이 잦아 이로 인한 불편까지는 치료할 수가 없었다. 이런 환자를 볼 때마다 인간의 한계가 더 절실하게 부각된다. 의학이 더 빨리 발전해 난치병 환자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한 나날이다. <대항병원장>
  • [난 이래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 정책 생산능력 탁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번 대선의 집권가능성을 시험하는 잣대는 단연 정책생산 능력이다. 한국 정당 가운데 민노당이 정책정당에 가깝다면, 심 의원은 정책적 능력으로 볼 때 가장 탁월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심 의원은 한·미 FTA와 국민연금법 등 핵심현안만 봐도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민노당의 집권가능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정치인이다. 치열한 역사의식으로 대중조직 속에서 꾸준히 단련돼 자기절제력 또한 뛰어나다. 한없이 부드러운 여성이기도 하다. 민노당과 여성, 한·미 FTA 반대세력은 수는 많은 데도 여전히 소수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수파가 제 목소리 내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이번 대선의 중요한 목표라면 심 의원만 한 적임자가 없다.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맹장염,터지기 전에

    얼마 전 친구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아들놈의 배가 아파 난리라는 것이었다. 전날 저녁부터 배탈이 난 듯 더부룩해 소화제를 먹였는데 밤 사이 오른쪽 아랫배가 점점 더 아파지더니 아침에는 허리도 펴지 못하고, 토하며, 열도 난다고 했다. 아이는 병원에 들어오면서도 통증 때문에 허리를 펴지 못했으며, 잘 걷지도 못했다. 흔히 우리가 맹장염이라고 부르는 병이 있다.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충수돌기라는 마치 벌레처럼 생긴 꼬리가 달려있는데, 여기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 흔히 맹장염이라고 하는 ‘충수돌기염’이다. 충수돌기염은 대개 충수돌기가 막히면서 시작된다. 충수돌기가 막히면 마치 체한 듯 명치 부위가 더부룩하고 갑갑한 느낌을 받다가 충수돌기에서 염증이 시작되면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로 옮겨간다. 통증은 배를 건드리면 더 심해지고, 허리를 펴면 당기듯 아프다. 그뿐이 아니다. 열도 나고, 식욕이 떨어지며, 구토증이 오기도 한다. 이 병은 흔하고 간단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어 더러는 환자로부터 “맹장염 하나 확실히 진단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을 들을 때가 있다. 하지만 충수돌기염은 충수돌기의 위치나 염증 정도에 따라 증상이 너무 다양해 종종 외과의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거나 골탕을 먹이기도 한다. 오죽하면 외과학 교과서에도 ‘급성 충수돌기염 수술 후 진단 정확도가 80% 이상이면 훌륭한 외과의사가 아니다.’고까지 하겠는가. 다시 말해 진단 정확도가 80% 이상이라는 것은 확실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수술 시기를 늦췄기 때문이며, 그만큼 충수돌기의 천공 가능성도 높았다는 일종의 질책이기도 하다. 치료를 위해서는 염증이 생긴 충수돌기를 절제하고 주위의 염증을 제거하면 된다. 터지기 전이라면 합병증없이 쉽게 회복되고, 후유증도 없으나 일단 터져서 고름이 복강으로 퍼지면 수술이 어렵고, 복강 내 농양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며, 덩달아 회복도 더디다. 따라서 충수돌기염이 의심되면 빨리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게 현명하다. 기왕 해야 할 수술이라면 ‘80%의 진단 정확도’에 얽매이지 말고 터지기 전에 손을 보는 게 낫다.
  • 조울 자살 부르는 장애 당신도 예외 아니다.

    화창한 봄이 되면 있던 병도 나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흔히 조울병이라고 하는 양극성 장애가 대표적인 경우다. 양극성 장애는 지나치게 기분이 들뜨는 조증(躁症), 기분이 처지는 울증(鬱症) 상태가 교차해 나타나는 질환으로, 특히 계절성의 경우 가을, 겨울에는 우울증이 심한 반면 봄, 여름에는 조증이 심해져 문제가 된다. 최근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을 일으킨 조승희씨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이 “혹시 양극성 장애를 가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데서도 이 병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종류 양극성 장애는 크게 1형과 2형으로 나눈다.1형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울병으로, 조증과 우울증이 교차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비해 2형은 우울증은 1형과 비슷하나 조증의 상태가 가벼운 경우이다. 이런 경조증을 가진 사람은 분위기를 잘 띄우며, 말이 많고, 괴짜 성향이나 변덕이 심하다. 조증의 증상이 가벼워 주변에서 치료를 기피하기도 하며 이 때문에 사회적응 등에 문제가 생겨 자살을 부르기도 한다.1·2형 외에 조증과 울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혼재성, 조증과 울증의 순환 주기가 매우 짧은 급속순환형, 환청이나 망상 등 정신병 증상이 동반되는 정신병형이 있는가 하면 특정 계절에 따라 조증과 울증의 증상이 두드러지게 심해지는 계절성도 있다. ●원인과 발병률 아직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의학계에서는 유전적인 소인과 함께 뇌의 변화, 스트레스 등이 발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성은 강도가 낮아 부모가 모두 양극성 장애를 가졌더라도 자녀가 이 병을 가질 확률은 일반인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양극성 장애 환자의 뇌 상태는 일반인과 다르다. 뇌의 활동성에 변화가 뚜렷한가 하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도 정상인과 달리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하다. 이 때문에 뇌의 반응 조절이 안돼 양극성 장애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한다. 정상인이 평생 동안 양극성 장애를 앓을 확률은 3∼5%선.100명 중 3∼5명은 평생 1회 이상 양극성 장애를 경험한다는 뜻이다. ●진단 한 질환이지만 조증과 울증의 진단기준은 다르다. 정신질환 진단기준(DSM-Ⅳ)에 따르면 비정상적으로 고조된 들뜬 기분이 1주일 이상 지속되고 여기에 더해 다음 항목 중 3개항 이상이 해당되면 조증으로 본다.▲지나친 자신감이나 과대한 생각 ▲수면 욕구 감소 ▲지나치게 말이 많아짐 ▲생각의 속도와 양이 빠르고 많음 ▲주의, 집중이 안 되고 부산함 ▲지나친 활동량 ▲도박, 쇼핑, 음주, 섹스 등 즐거움에 지나치게 몰두함. 우울증은 우울감이나 일상적인 일에 대한 흥미 감소와 함께 다음 증상 중 5개 항 이상이 적어도 2주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거의 하루 종일 우울한 느낌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체중이나 식욕의 감소 또는 증가 ▲불면증 혹은 과수면 ▲초조감,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 축 처지고 가라앉는 느낌 ▲피로감, 활력의 감퇴 ▲스스로 가치가 없다는 생각과 과도한 죄책감 ▲생각이나 집중, 결정의 어려움 ▲죽음에 대한 반복적 생각 또는 자살 계획의 수립과 시도. ●양극성 장애와 자살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2일부터 11일 동안 전국 26개 병원에서 양극성 장애 환자 1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1회 이상 자살 충동을 느꼈으며, 이 가운데 3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시도자의 평균 자살 시도 횟수는 2회였다. 전문의들은 양극성 장애의 경우 조증과 우울증 간에 감정 기복이 심해 자살률이 일반인의 20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치료 양극성 장애의 주요 치료 수단은 약물과 전문의 상담이다. 특히 질환의 특성상 신경세포를 안정시키고, 뇌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꾀해야 하는 만큼 약물없이는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체적 건강과 의지력 강화,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의 안정 등은 약물치료에 곁들이는 보조적인 치료 수단일 뿐이다. 치료제로는 리튬 등 기분조절제, 카바마제핀 등 항경련제, 쿠에티아핀 등 항정신병 약물 등이 주로 사용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최초의 양극성 장애 단일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쎄로켈’(성분명 쿠에티아핀)이 미국, 유럽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조증과 우울증의 적응증을 인정받아 치료의 새로운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흉터없는 수술’ 시대

    |파리 이종수특파원|“여성으로서 담낭 수술 뒤 배에 흉터가 남지 않아 너무 기쁘다.” 세계 최초로 흉터없이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사는 30세 여성이 25일(현지 시간) 언론에 기쁨을 털어 놓았다. 이전에는 담낭 수술을 할 경우 옆구리나 배를 절개해 내시경을 넣어 잘랐기 때문에 흉터가 남아서 여성들에겐 큰 부담이었다. 무흉터 담낭 제거 수술의 신기원을 이룬 주인공은 자크 마레스코 박사가 이끄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의료팀. 이들은 지난 2일 환자의 질벽을 자른 뒤 소형 비디오 카메라와 조직·혈관 절제용 정밀 의료기구를 갖춘 내시경을 복강에 투입해 수술에 성공했다. 물론 질벽에는 약간의 수술 흔적이 남지만 곧 아무르게 되고 이전처럼 복부 등 외관의 흉터는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의료진은 먼저 환자의 질벽을 잘라 카메라를 장치한 2mm 주사 바늘을 복강에 투입했다. 그 바늘을 통해 복강에 인체에 해롭지 않은 가스를 주입하여 내시경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이어 의료진은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조종해 담낭 절개에 성공했다. 마레스코 박사는 “이번 수술의 목적은 흉터가 환자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기존의 피부층 절개 방식으로 도구를 투입하는 방식에 비춰보면 획기적 성과”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이번 프로젝트 연구를 위해 3년 동안 720만유로(약 90억원)가 투입됐다고 설명했다.vielee@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前 주미대사 박건우 경희사이버대 총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前 주미대사 박건우 경희사이버대 총장

    조승희 사건은 참상 자체의 충격 못지않게 한·미 양국의 사회와 가족, 문화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됐다. 많은 반대정서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타결된 FTA, 북핵 2·13합의의 후속조치 등 한·미 외교 현안이 민감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었기에 미묘한 파장도 있었다. 박건우(69) 경희사이버대 총장은 주미 대사 등 외교관생활 38년을 대부분 미주지역에서 보낸 미국통이다. 그로부터 이번 사건 대응에 대한 평가와 교훈, 한·미 현안 해결에 있어 대미 전략 등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서울 회기동 총장실에서 있었다. ●애도 표현으로 족해… 그 이상은 어색 ▶미국인들의 참사 대응방식이 우리와 크게 다른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죠. 긴 미국생활 경험에서 보면 종교 때문인지는 몰라도 죽음에 대한 철학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우리는 죽음은 곧 단절이고 끝이라 여겨 슬픔이 더하는 것 같고, 또 슬픔은 다 쏟아내야 가벼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미국인들은 오열하면서도 참아내고 주어진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딛고 일어서느냐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참사를 막아보려다 희생된 교수 두 분을 통해서도 위로를 느끼고, 미국이 합중국인 만큼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다수 민족이 합해 미국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는 이념도 작용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한 명의 외톨이가 저지른 일이라는 이해의 출발점에서 시작된 것이죠. 만일 이 사건이 미국 밖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다거나, 조직적인 음모가 있었다면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이런 차분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겠죠.” ▶주미 대사가 사과 표현과 함께 32일 금식기도를 제안하고 정부는 조문사절을 보낼지 검토했다고 하는데 이런 대응이 적절했다고 봅니까. “우리가 혈연, 지연,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다보니까 책임의식이 좀 앞서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덟살 때 미국 이민을 가 15년 동안 한번도 한국 땅을 밟지 않은 사람에게 우리가 어떻게 손을 뻗칠 수가 있었겠어요. 서구사람들 기준에서 보면, 진정에서 우러난 애도 표현으로 족하지 그 이상은 어색합니다. 더구나 정부나 관료 입장에서는 권한의 범위 안에서 정제되고 절제된 언어를 구사했어야 합니다. 말이 길어져도 애도의 참뜻이 빗나갈 수 있고, 더 이상 나가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일이 있나 하는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외국인들 인종문제 거론 자체를 싫어해 ▶이번 일로 미국의 총기 규제가 강화될까요. “그들의 총기 철학이 우리와 전혀 다릅니다. 건국 초기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정당방위 수단이 총이었어요. 총기사용은 헌법으로 보장될 뿐만 아니라 총을 많이 가질수록 큰 사건을 방지한다고 생각하죠. 참사가 있을 때마다 선거이슈가 되지만,‘표’때문에 약화되고 말아요. 초유의 끔찍한 사고 앞에 어떤 자극을 받을지 저도 지켜보고 싶습니다.” ▶교민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교민 중엔 2,3세까지 키워놔서 미국 주류사회에 들어간 가정도 많지만, 이번 경우처럼 가계와 교육비 때문에 자녀들과 대화를 못갖는 가정도 많습니다. 더 큰 장래의 목표를 위해서 자리잡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이번 사건에서 큰 교훈을 얻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미국 교민들 걱정을 하면서 인종문제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참으로 삼가야 할 표현입니다. 미국인들은 한국인들로부터 인종문제 우려를 듣는 것 자체를 싫어합니다. 정부의 공식 언급에서도 이런 표현을 봤는데, 이것은 미국 사회에 대한 모욕이예요.” 박 총장은 언어 이상의 진심어린 교감의 한 사례를 소개했다. 며칠 전 국내 거주 미국인들과 만찬을 가졌는데 아무도 이번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다. 말미에 좌중에서 연로한 한국인 한명이 일어서서 말했다.“오늘 미국 친구들에게 경의를 표해야겠다. 마음이 너무나 아플텐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그 마음을 읽을 때 내 마음은 더욱 아팠다.”이에 한 미국인 여성이 일어나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그 말씀 한마디로 충분하다. 고맙다.”박 총장은 이번 일이 한·미간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는 경제 뛰어넘는 큰 의미 ▶한·미 FTA 타결로 양국간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과제가 있겠습니까. “한·미동맹 관계가 지난 몇년 동안 조금 어려움을 겪은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1995년 제가 주미대사 시절, 워싱턴 DC에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세워졌는데, 그 이후 한·미동맹의 의지가 흐려지는 걸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만이 한반도 평화가 정착된다고 믿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번 한·미 FTA의 획기적 타결은 역사적인 일로 경제를 뛰어넘는 중요성과 의의를 갖는다고 봅니다. 미국의 대일, 대중 관계에 자극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대일, 대중, 동북아 관계에서 기초가 될 일입니다. 정부의 피해분야 보전 의지를 믿고 국회 비준과정을 슬기롭게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북핵 2·13 합의가 BDA 문제 등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수순으로 풀어야 합니까. “제가 4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경험에 기반해 볼 때 북한은 시간끌기 단계로 들어간 듯합니다. 선거 등 한국 미국 정치동향과도 연관돼 있겠죠.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냐인데, 이의 지연은 결정적인 폐기결심이 흔들리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듭니다. 다음으로 핵폐기 초점이 어디냐도 중요합니다. 만일 미·북이 영변 핵시설은 폐기시키고 이미 제조된 핵무기는 제3국으로 이전 안시킨다는 보장만으로 지나가려 한다면 우리 정부와 국민은 크게 우려할 일입니다. 이 부분 우리 정부가 강한 반대의지를 미국에 보여야 하고, 그 근거가 바로 한·미동맹이 되는 겁니다. 그점에서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큽니다.” 박 총장은 평화체제 수립도 좋은 표현이긴 하지만, 북이 핵을 가진 것을 묵인한 평화체제 수립은 맞지 않는 것이라며 북측 제안이 있더라도 한·미동맹관계를 기초로 이 문제를 비켜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정조대왕 화성행렬도를 기초로 한 국빈환영식을 선보였는데 어떻게 보셨는지요. “의전은 우리 국민의 정서를 전달하는 좋은 매개체입니다. 예우와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지요. 저희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개선문에서 받은 환영식은 훨씬 대단했었어요. 의전장에게 전화하여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 줬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어 잘하는 비결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단어보다 문장을 통째로 외우세요. 저는 지금도 수첩에 문장을 적어 갖고 다닙니다.” 웃저고리 안주머니에서 꺼낸 수첩에는 영어 문장들이 빼곡했다.70세 나이가 믿기지 않는 활기찬 용모가 이해되는 듯했다. yshin@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그는 누구 1937년 8월 대전에서 태어났다. 대전고 서울대 법대 졸업. 제14회 외무고시에 합격,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38년을 봉직했다. 주미 대사관 참사관(1973), 미주국장(1982), 주 캐나다 대사(1991∼94), 주미 대사(1995∼98) 등 북미 관계 요직은 모두 거쳤다.2002년 월드컵축구유치위원회 사무총장, 외무부 차관, 남북한 미국 중국 4자회담 수석대표(1998∼1999)도 지냈다. 퇴직후 2000년부터 경희대 교수로 변신,2003년부터 경희사이버대 총장직을 맡고 있다. 오랜 외교관 생활에서 체질화된 듯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직설적이기보다는 우회적인 편이었지만 메시지는 분명한 답변을 했다.
  • 주미대사 ‘시선’ 청취자에 사과

    이태식 주미대사가 MBC 표준FM(95.9㎒)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사과문을 보내 미국 현지의 추모 기도모임에서 사과의 뜻을 포함한 표현을 했음을 인정했다. 이 프로의 진행자 손석희(성신여대 교수)씨는 25일 방송에서 “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과 관련해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중 절제되지 못한 표현을 하게 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당시 발언내용에서도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해 청취자 여러분을 오도하게 됐음을 사과드린다.”는 이 대사의 사과문을 읽었다. 이 대사는 사과문에서 “당시 저는 가해자와 피해자 중 3명이 거주하는 지역의 한인 교회에서 주선한 추모 기도모임에서 진행자의 요청으로 즉흥연설을 했으며, 내용을 차후 확인해 본 결과 사과의 뜻을 포함한 표현을 했다.”며 “본의 아니게 청취자 여러분을 오도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6) 군위 인각사 일연의 부도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6) 군위 인각사 일연의 부도

    경북 군위에 있는 인각사(麟角寺)는 일연(一然·1206∼1289)이 ‘삼국유사’를 완성한 절입니다. 보각국사 일연은 78세에 이곳에 와서 주지로 있다가 84세에 입적했습니다. 인각사에는 일연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는 보각국사정조지탑(普覺國師靜照之塔)과 생애를 기록한 보각국사비가 남아 있습니다. 비문에는 저서가 100권에 이른다고 적어 놓았지만,‘삼국유사’는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존(國尊)으로 추앙받았지만,‘삼국유사’를 지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일연의 부도와 비가 겪은 수난의 역사를 보면 ‘너무’ 좋은 것이 어째서 좋지 않은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부도는 일연이 세상을 떠난 석달 뒤 인각사에서 동남쪽으로 2㎞쯤 떨어진 능선자락에 세워졌습니다. 일연이 봐두었던 대단한 명당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조선 후기 불교에 대한 유림의 탄압이 극심하던 시절 한 양반집안이 명당을 찾은 끝에 일연의 부도를 무너뜨리고 무덤을 들였습니다. 도진(道晉·1850∼1902)스님 등이 나서 제자리에 세워놓았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양반이 명당값을 쳐서 산을 비싸게 사들인 뒤 일연의 부도를 60m 떨어진 곳에 옮겨놓고는 역시 조상의 산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부도는 한일합병 이후 몇년이 지나지 않아 사리장치를 탐낸 못된 사람들이 다시 무너뜨렸고, 이후 반세기 가까운 동안 방치되고 말았지요. 1958년 3월 현장을 찾은 미술사학자 이홍직은 “나는 이 부도를 냉정한 미술품만으로는 볼 수 없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보살피며 사리가 놓였던 구멍을 응시하였다.…되돌아오는 차중에서 나는 침통한 감상에 묵묵하였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부도는 1962년 인각사 정문 앞으로 옮겨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사리공이 비어있는 것도 모르는 무지한 도굴꾼이 한차례 더 손을 댔다고 합니다. 1978년에는 명부전 앞으로 이전됐는데, 최근 인각사가 유명세를 떨치면서 복원을 위한 발굴조사가 벌어지는 바람에 임시장소로 옮겨졌습니다. 안식을 얻으려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지요. 보각국사비는 1295년 8월에 완성됐습니다. 유명한 문인 민지(閔漬)가 왕명으로 지은 비문은 지금 흔적만 드문드문 남았을 뿐 차라리 바위조각이라고 해야 좋은 몰골입니다. 중국의 서성(書聖) 왕희지(307∼365) 글씨를 집자한 까닭에 무절제한 탁본이 계속되면서 크게 닳았습니다. 비석을 갈아마시면 일연의 신통력으로 과거에 급제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벼룻돌로 쓴 작자도 있어 벌써 1760년 이전에 열몇쪽으로 깨졌다고 합니다. 좋은 글씨와 비석으로 추모하려 했던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고대문화가 풍요롭다면 일연의 덕분입니다.‘삼국유사’에 담긴 옛사람의 신비로운 행적에도 고대사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숨겨져 있지요. 그런 일연의 부도와 비가 이 땅에서 갖가지 이유로 횡행한 반달리즘(문화파괴)의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의 부도가 땅위에 나뒹굴면서 참된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고, 높은 자리에서도 낮게 처신한 선사의 높은 뜻마저 나뒹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dcsuh@seoul.co.kr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7)크론병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7)크론병

    계속된 설사로 5년 사이 몸무게가 15㎏이나 줄어든 김성일(가명·40)씨. 변이 묽어지더니 나중에는 복통과 설사가 일상적으로 반복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장염으로 알고 1년 동안이나 치료했지만 증세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병원을 옮겨 내시경검사와 조직검사를 해보고서야 자신이 크론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염증으로 대장의 대부분이 심하게 헐어 있었고, 여기에 점액과 피가 엉겨 장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는 망연자실해 했다. 김씨가 앓고 있는 크론병은 대장 전체에서 만성적인 염증이 진행되는 희귀난치 질환이다. 한솔병원 이동근(병원장·외과) 박사는 이런 크론병이 주는 위험이 설사와 장의 염증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크론병은 대장뿐 아니라 소장에도 염증을 유발합니다. 통상 환자의 3분의1은 소장에만 염증이 생기며,3분의1은 대장에, 나머지는 대장과 소장에 모두 염증이 나타나는데, 문제는 이 병을 가진 환자의 대장암 발병률이 정상인보다 무려 10배나 높다는 점이지요.” 지금까지 크론병은 북미와 북유럽권에서 주로 발생했다. 그랬던 것이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20∼30대에서 발병 빈도가 높다.“지난 99년만 해도 국내 크론병 환자는 1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으나 2005년에는 4500∼5000명으로 늘었습니다.6년만에 4∼5배가량 폭증한 겁니다.” 이 박사는 아직까지 크론병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렇지만 감염과 면역기능 이상, 유전·환경·정신적 요인 등이 작용해 발생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특히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는 것이 최근의 발생률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크론병은 일단 발병하면 증상이 완화되다가도 어느 순간 재발하는 패턴이 반복되곤 한다.“염증이 장벽을 침범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배가 아프고, 설사와 장출혈이 계속됩니다. 이 때문에 빈혈과 비타민 결핍증, 탈수, 식욕부진, 발열, 체중감소 등 영양 불량상태가 계속되면서 체중이 줄게 되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설사와 복통이 계속되면서 항문 주위에 치루, 치열, 농양, 항문 협착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듯 증상이 장의 한 부분에 국한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 전체에 염증이 번지고, 헐게 되므로 장 천공, 천공된 장이 생살을 뚫고 나오는 누공이나 발열 같은 전신 증상이 흔하게 동반되고, 어린이는 발육장애 등 합병증으로 평생을 시달리게 됩니다.” 임상적으로 보면 치루가 약물 치료나 수술로도 잘 낫지 않고 자꾸 재발하면 크론병일 확률이 높다. 크론병 환자의 30%는 치루, 치핵, 치열 등 항문질환을 동반한다. 설사를 자주 하고 항문 주변의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면 크론병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그뿐이 아닙니다. 크론병 환자의 30%는 한 가지 이상의 다른 질환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관절 이상인데, 전체 크론병 환자의 약 16∼23%가 관절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외에도 누공, 농양, 항문협착증이 발생하며, 대장암 발생률도 크게 높이지요.” 더러는 크론병의 합병증을 엉뚱한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있다. 크론병이 맹장 부위를 침습하면 급성 맹장염과 증상이 비슷해 맹장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잘못하면 수술 후 봉합 부위를 뚫고 장의 내용물이 흘러나와 일을 키우는 사례도 없지 않다. 또 크론병 환자가 치핵수술을 하는 경우 30%는 합병증인 창상 치료가 어렵고 이 중 일부는 항문을 제거해야 하는 부작용이 따르므로 수술 전에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거쳐 치핵의 발생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크론병은 병 자체도 고통스럽지만 치료도 힘들다.“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하지만 잘 낫지 않을 뿐더러 수술을 하더라도 여러번을 되풀이해야 합니다. 또 발병 부위에 따라 치료 예후도 각각입니다. 예컨대 크론병이 소장에서 나타나면 치료가 매우 어렵지만, 대장에만 발생한 경우라면 대장 전체를 절제하는 방식으로 80%의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거든요. 만약 수술이 필요없는 경우라면 꾸준히 약을 복용해 건강한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입니다.” 약물치료의 경우 급성기에는 스테로이드 제제와 5-아미노살리실산, 메트로니다졸 같은 항생제를 사용하며, 항생제의 효과가 없을 경우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박사는 “크론병은 완치할 수는 없지만 치명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만큼 잘 치료받으면 얼마든지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며 “치료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환자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 중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시시때때로 되풀이되는 재발 증상. 재발 원인은 확실치 않으나 감염성 장염이나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과의 인과성이 강하며, 특히 급성은 위험도가 높아 변이 묽거나 고열, 오한이 있으며, 구토에 복통이 심해지고 배가 불러오는 경우라면 빨리 의사를 찾아야 한다.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도 만만찮다. 다행히 2002년부터 보험급여가 지급돼 환자 부담금이 외래와 입원치료 모두 20%로 낮아졌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효과적인 염증치료제로 손꼽히는 ‘레미케이드’의 경우 한번에 2∼3병을 사용해야 하는데 병당 70만원의 고가 약물이어서 보통은 사용할 엄두를 못낸다. 이 박사는 이 때문에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지금은 누공 등 증상이 심한 환자에 한해 3회까지만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이 약물을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최소한 크론병 환자에게는 회당 150만원이나 하는 소장 캡슐내시경 검사도 보험 적용을 해줘야 정확도가 20%에 불과한 현행 소장투시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지요.” 이 박사는 끝으로 이런 당부를 전했다.“모든 희귀난치병의 고통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환자와 가족의 노력은 물론 사회와 정부의 깊은 이해와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크론병도 마찬가집니다. 모든 환자들이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 아니겠습니까.”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조기숙 교수 “대선용 통합신당은 정당정치 역행”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조기숙 교수 “대선용 통합신당은 정당정치 역행”

    “이번 대선은 사상 최초로 정책·이념 대결을 벌이는 정상적 정치구도 선거가 될 것이다.”“한나라당 대선후보 지지율은 허상이다. 국민은 토론과정을 거치며 결국 집합적으로 이성적 선택을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냈던 정치논객 조기숙(48)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입을 열었다.2002년초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바닥을 길 때 노 후보의 당선을 예견하여 선거 참여에까지 이르렀던 그다. 그새 ‘참여정부 사람’이란 입장이 더해졌지만, 그는 이번 선거에도 학자로서 정치논평가 역할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종이신문과는 거리를 둬 온 그를 다그쳐 이대 교수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범여권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현재 논의가 한창인 범여권 통합과 대선후보 선정은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대선용 통합신당 창당은 반대합니다. 정당은 투표의 준거틀이 되는데 그걸 선거 때마다 새로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정당정치 발전에도 역행합니다. 오히려 녹색당 창당 같은 정당 분화가 옳은 방향이지요. 그러나 후보단일화는 필요합니다. 우리 헌법은 결선투표를 허용 안합니다. 국민은 이를 요구할 권리가 있어요. 결선투표에 준하는 게 후보단일화입니다. 그를 위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범여권 진보진영 세력들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은 찬성합니다.” ▶노 대통령을 밟고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고 했는데 근거는 뭔가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은 개인보다는 시대정신의 승리라고 봅니다. 시대정신으로 대변되는 세력이 누구냐 하면 긴장보다는 평화를 택했고, 특권과 정경유착의 정치보다는 투명한 민주정치를 택한 시민세력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 서구에서 부르주아혁명을 가져왔던 시민계급 세력이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봅니다. 광주민주항쟁 때부터 배태되기 시작한 이들은 정치적 식견이 풍부하고 중산층이라 공익을 위해서 자기돈 내고 자발적 결사체를 형성할 만큼 사회적 자본도 갖추고 있어요. 노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서도 20% 지지율은 유지했던 기반이 되는 세력이지요. 이들이 특정 대통령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비토 세력이 되는 데는 힘이 있거든요.“ ▶여권에서 국민경선을 한다면 후보군 중 누가 가장 좋겠습니까. “경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가려질 테지만 누가되든 상관없다고 봅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면 진보진영을 대표하게 될 것이고, 이번 선거는 세력 간의 싸움이 되지 인물싸움이 되진 않을 거거든요. 그러나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진 히든카드는 있는데 아직은 발설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대략의 범주라도 제시해주시죠. “크게 보면 지금까지 진보는 민주화 진영인데 이게 반독재란 목표를 제외하면 통일성이 없습니다. 분열 요인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상당히 진보적이면서, 온건진보와 보수진보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죠. 중도적인 후보는 안 될 것으로 봅니다. 고건 씨가 무너지는 걸 봐도 ‘중도’는 허상이죠. 역사적으로 봐도 이번 대선은 정당의 재연합이 이뤄질 수 있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정당들도 양극화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번대선은 사상 처음 정책·이념 대결될 것 ▶정당이 어떻게 재편된다는 건가요. “정당의 순환사이클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국 이후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여촌야도 현상이 있었죠.1987년 대선 때 민주주의가 성취되면서 그 구조가 깨지고 지역정당 구도가 등장합니다. 지역정당 구도도 노무현 대통령 집권으로 어느정도 깨지고 ‘새정치 낡은정치’구도가 되었죠. 그런데 ‘새정치’가 노 대통령 때 빠르게 성취돼버립니다. 새로운 정당 재연합이 일어날 조건이 된 것이죠. 과거 정치구도가 민주 대 반민주, 지역정당, 새정치 낡은정치 같은 비정상적인 구도였다면 새로운 정당재편은 정상적인 정치구도가 처음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정치 본연의 의제가 중심 쟁점이 되는 정당 구도죠.”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후보는 경쟁력이 있을까요. 이명박, 박근혜씨가 상당히 앞서가는데요. “굉장히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명박씨는 참 유능한 서울시장이었다고 봐요. 업무추진력도 있고 목표지향적이죠. 박근혜씨는 정치인의 자기절제가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가를 보여준 탁월한 정치인이죠. 그러나 대통령은 시대정신과 맞아야하는데 이분들은 역사를 되돌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벌써 성장 문제같은 핵심 공약들을 건드렸는데, 지금 양극화 문제가 성장이 부진해서 오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회창씨가 패배한 것도, 고건씨가 중도하차한 것도 대통령에게 필요한 미래를 꿰뚫는 통찰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성장정책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것 같은데요. “경제가 어렵다 해서 지금은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TV토론에 들어갔을 때 50%의 추인을 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봐요. 이번 선거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갖고 제대로 한번 경쟁해보는 정치선거가 될 겁니다. 교육, 복지, 부동산 분야에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차별적 대결을 벌일 거고, 공개토론 과정에서 학습이 된 국민들은 집합적으로 다수가 시대정신에 맞는 사람을 선택할 겁니다.” ▶노 대통령은 개헌 철회로 모양새만 구긴 꼴이 아닙니까. “노 대통령의 특징은 결과지향적이 아니라 과정지향적이라는 겁니다. 이점 이명박씨와 크게 구별되는데, 그래서 손해도 많이 봅니다. 그러나 미래를 보는 사람은 첫삽을 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개헌은 국민적 어젠다가 됐고, 국회약속도 받았으니 과정상 의미가 있고 성공했다고 봅니다.” ●노대통령 정책은 시장 친화적인 진보 ▶한·미 FTA로 진보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데, 노 대통령은 진보를 포기한 건가요. “진보와 좌파를 같게 보는데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좌파는 일률적 복지를 주장하고, 시장주의적 진보는 시장의 역할을 존중하되 약자에게 차등적 배려를 하자고 합니다. 저는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에서 좌파 집권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노 대통령이 맘 속으로는 유럽의 좌파를 동경할지 몰라도 정책은 시장 친화적 진보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좌파로부터 신자유주의자 비난을 받는 거지요. 진보세력이 다양한 분화를 하겠지만, 좌파가 현실적인 타협을 추구한다면 한나라당보다는 진보진영과 협조해야지요.” ▶3불정책 옹호자로서 최근 격화되는 논란을 어떻게 보십니까. “3불정책은 자동차 운전에서 신호등과 같은 최소한의 제한에 불과합니다. 지식기반시대를 맞아 이를 뛰어넘는 획기적 대책이 필요한데도, 교육부는 이는커녕 끊임없이 신호를 위반하는 서울대에 범칙금조차 물리지 않고 있어요. 오죽하면 산업시대 본고사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나오겠어요. 대선에서 핫이슈가 될 거로 보고 책을 쓰고 있습니다.” ▶고부군수 조병갑이 4대조로 알려졌는데 이를 과거사 문제와 대비하는 것은 어떻게 봅니까.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사안을 갖고 특정인을 공격하는 반지성적 야만적 행태예요. 어떤 인권단체도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점에서 슬픔을 느낍니다. 과거사규명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시키자는 거고 동학농민은 특별법으로 명예가 이미 회복됐습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들출 이유가 없었죠.” 그럼에도 조교수는 노 정부 참여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고 했다. 민주화운동 시절 역할이 다르다 느껴 유학길을 택했지만, 현장에 동참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가졌는데 그 짐을 덜었기 때문이다. 정치논평은 계속할 생각이다. 노 대통령 때처럼 뜻하지 않게 선거 참여를 할 수도 있지만,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정무직 진출은 않겠다고 미리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yshin@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그는 누구 1959년 경기도 안성 출생. 이화여대 정치학과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정치학 석사·박사. 이대 국제대학원 교수.2002년 정치논평가로 활동 중 당시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예측, 언론의 관심을 모았고 이후 선거과정에 참여했다.2005년 2월부터 1년간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을 지냈다. 노 후보에 대한 부당한 언론 공격에 침묵할 수 없어 선거에 뛰어들었고 청와대 시절엔 아름다운 장미꽃을 위해 정원사가 된 심정으로 온몸으로 맞섰다고 한다.‘16대총선과 낙선운동’‘한국은 시민혁명중’‘마법에 걸린 나라’등 저서. 상당히 진보적이면서, 온건진보와 보수진보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죠.
  • 암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

    EBS 다큐멘터리 ‘명의’(19일 오후 10시50분 방영)는 ‘환자의 가슴을 치료하는 의사-서울대학교병원 노동영 교수’편을 통해 환자의 몸에 있는 암세포뿐 아니라 마음에서 자라는 암까지 치료하는 진정한 의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유방암 예방 운동인 ‘분홍 리본’ 캠페인을 우리나라에 확산시킨 노동영(사진 왼쪽·51) 교수는 유방암 치료의 권위자.바쁜 일정에도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유방암 환우회 ‘비너스회’를 후원하는 등 자신에게서 치료받은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방암은 예로부터 이어져 온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 깨지며 발병률이 높아진 병. 그런 만큼 유방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몸을 많이 움직이고 야채·콩 등 한국식 식단을 가까이하며 젖을 먹여 아이를 키우는 등 전통적 생활양식을 회복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방암 발병률은 서구적인 식생활의 영향으로 인해 꾸준히 증가, 위암과 대장암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유방암은 조기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며 최근에는 유방의 모양을 보존하는 수술도 가능해진 만큼 무엇보다 조기발견을 위한 자가진단과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하다. 유방암은 완치율이 높은 대신 유방절제로 인한 심적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다. 노 교수는 “병원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곳이 아니라 아픈 곳을 낫게 해 주는 곳”이라며 유방암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 환자에게 더욱 따뜻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솔로3집 ‘나무로 만든 노래’로 돌아온 이적

    솔로3집 ‘나무로 만든 노래’로 돌아온 이적

    ‘음악작가’ 이적이 솔로 3집 앨범 ‘나무로 만든 노래’를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싱어 송 라이터’라는 흔한 표현을 두고 굳이 ‘음악작가’라고 한 이유는 뭘까. 그는 음악가이면서 동시에 ‘지문사냥꾼’이란 소설로 등단한 어엿한 신진 작가이기 때문이다. 무려 13만부 이상 팔려 베스트셀러 작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3집 앨범 속지에 기록된 제작 관계자의 면면을 보자. ‘Produced by,All songs Written,Composed by,Performed by 이적’이다. 쉽게 말해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다소 욕심이 과한 것은 아닐까? “나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중심에 서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노래만 부르고 연주는 노련한 세션맨들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죠.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보자면 그 편이 훨씬 나았을 거예요.” “하지만 잃어버리는 것도 있어요. 피아노 건반 하나를 두드릴 때도 손가락의 강약에 따라 느낌이 다르죠.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노래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실제 곡을 만든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에요.” 앨범 제목에서 느껴지듯 어쿠스틱 사운드가 주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의 노래들로 앨범이 가득 채워졌다. 물론 제목 또한 그의 작품. “군더더기 기교는 빼고,(곡을 만들 때)맨 처음 피아노와 기타를 치면서 받았던 투박한 느낌 그대로를 살리려고 애썼어요. 당연히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고, 낡고 단순하죠.” 어깨에 힘 빼고 편안한 목소리로 팬들에게 말을 걸겠다는 함의다. 이번 앨범은 1번 트랙 ‘노래’에서 시작해 12번 ‘무대’에서 끝난다. 어딘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노래’의 가사 중 ‘한순간이 내 인생을 바꾼∼’이란 대목은 초등학교 시절 그의 우상이었던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표현한 것이다. “내 삶의 모든 것이 노래로 귀결될 것임을 ‘노래’에 담았어요.‘무대’에는 가수로서의 희열과 허무함이 녹아 있죠. 내 세상처럼 느껴졌던 조그만 무대도 불이 꺼지고 나면 허무함만 남게 되더군요. 이런저런 음악에 대한 단상을 앨범 앞뒤에 넣고 싶었어요.” 타이틀 곡은 ‘다행이다’. 피아노를 치며 애절하게 고백하는 그의 모습이 자화상처럼 그려지는 작품이다. 이전과 달리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진솔한 보컬이 일품이다. “특별히 성량이 우렁차졌다거나, 창법이 바뀐 것은 아니에요. 예전에 비해 음역의 폭이 다양해졌고, 그만큼 노래를 해석하는 방법에 깊이가 더해진 거죠.” 이적이 지난 10여년간 다양한 실험적인 음악을 통해 대중음악의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켰다는 것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그가 이번엔 ‘나무 냄새 나는’ 사운드를 들고 돌아왔다.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쌉싸름한 레드 오렌지 같은 앨범이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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