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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가위 공연] 고궁 뮤지컬에서 가족극까지 입맛 따라 골라보세요

    [한가위 공연] 고궁 뮤지컬에서 가족극까지 입맛 따라 골라보세요

    한가위 선물치고는 매정하게 짧은 3일간의 연휴다. 귀향·귀경길 걱정에 고향방문을 뒤로 미뤘다면 모처럼 공연장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좋을 뮤지컬, 아이와 보면 유익할 연극, 연인 또는 맘맞는 친구와 함께하면 더욱 유쾌해질 무대를 소개한다. ●부모님과 함께 휘영청 달밝은 고궁 야외무대에서 즐기는 공연은 어떤 기분일까. 고궁뮤지컬을 표방한 대장금이 그 답이다. 드라마 ‘대장금’에 충실했던 초연 당시의 버전과 달리 이번 작품은 공연 장소인 경희궁의 장점을 살려 웅장하면서 함축적인 합창극 형태의 뮤지컬로 재탄생했다.30일까지 월∼토 8시. 일요일은 쉰다.1544-1555. 연극 잘자요, 엄마는 자신이 선택한 삶의 또 다른 방식인 자살을 엄마에게 설득시키려는 딸과 그런 딸을 끝내 이해해야만 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절제된 감성으로 표현했다. 나문희, 손숙, 서주희, 황정민 등 연기파 여배우들의 열연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다.11월2일까지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02)766-6007. ●자녀와 함께 아동·청소년연극의 보증 수표인 학전과 극단 연우가 손잡은 대장만세는 버림받은 아이들의 성장통을 동물 세상에 빗대 따뜻하게 그린 가족극이다. 음악극적인 요소와 그림자극이 더해져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10월12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만 4세 이상.(02)763-8233. 퓨전 국악극 마법의 동물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마법에 걸린 동물 친구를 구하기 위해 환상의 세계로 떠나는 두 친구의 신비한 모험담을 통해 환경오염 문제 등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11월2일까지 창조콘서트홀1관.(02)747-7001. 드로잉쇼는 국내 최초의 미술 공연이다. 무대 전체를 화폭 삼아 손으로 그린 작품들이 마법처럼 눈앞에서 펼쳐진다. 무기한, 대학로 질러홀.24개월 이상.(02)766-7848. ●연인과 함께 눈으로만 즐기는 공연이 따분하다면 직접 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뮤지컬 제너두가 제격이다. 단 매회 30명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 그리스 여신 키라와 예술 지망생 쏘니의 사랑 이야기가 신나는 음악이 흐르는 롤러스케이팅 무대위에 펼쳐진다.11월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02)745-5570. 연극 39계단은 무대예술만의 고유한 장점을 극대화한 코믹스릴러 작품이다.4명의 배우가 130여개의 캐릭터를 순식간에 넘나드는 장면은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에선 결코 맛볼 수 없는 경이로운 감동이다.10월1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안내표지판 ‘업그레이드’

    안내표지판 ‘업그레이드’

    거리를 산발적으로 점령한 사설 안내표지가 읽기 쉽고 깔끔하게 개선된다. 서울시는 민간·공공시설에서 설치한 모든 사설 안내표지를 시가 정한 표준디자인 매뉴얼에 따라 디자인하고, 새롭게 설치할 때는 지역 구청의 심의를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사설 안내표지는 시설물을 안내하기 위해 보도에 설치하는 표지이다. 관공서나 학교·종교시설 등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29종의 시설물이 대상으로, 구청에 허가만 받으면 시설주가 직접 설치할 수 있었다. 시는 우선 사설 안내표지 설치를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신설할 경우에는 구청 심의위원회의 공공성 심의를 거쳐 통과한 경우만 설치하도록 하고, 구청이 직접 설치하되 소요비용은 구청이 시설주에게 징수하면 된다. 사설 안내표지 디자인은 지난 6월 디자인 서울 가이드라인의 일환으로 개발·발표한 ‘사설 안내표지 표준디자인 매뉴얼’을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서울색과 서울남산체 등을 활용하고, 내용은 시설명(한글·외국어), 거리, 방향표시(화살표), 픽토그래피(그림)로 한정한다. 표지 크기는 800×170㎜, 설치높이는 2.5m로 정해 보행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보행 장애물을 최소화해 걷기 편한 가로환경을 조성하고 무분별한 지주 설치를 막기 위해 모든 사설 안내표지는 기존 가로등에 통합 설치한다. 현재 서울 거리에 설치된 사설 안내표지는 5만 4000여개로, 종교시설이 35%, 공공기관이 21%를 차지한다. 시설주가 사설 안내표지 점용료로 내는 비용은 한 해 10만 1000원으로, 비용이 저렴해 무절제하게 세워지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자치구와 합동으로 이번 사설 안내표지 디자인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국토해양부가 정한 29종 이외의 불법 사설 안내표지는 자진철거 권고 기간을 거친 후 모두 철거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존의 사설 안내표지를 모두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불법으로 설치된 사설 안내표지는 강제로 철거하고, 철거 비용 변상금은 시설주에게 물리기로 했다. 권영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정동길에 시범적용해 18개 무허가 표지판을 철거하고 허가 표지판 7개를 2개로 통합해 가로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봤다.”면서 “난립한 사설 안내표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편안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시민 보행권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오곡백과 풍성한 추석…위장은 괴롭다

    ●평소보다 과식 많고 음주도 늘어 소화불량·설사 환자 증가 소화불량엔 ‘판크레아틴’ 제제,묽은변엔 ‘미야이리균 효과 일년 중 먹거리가 가장 풍성하다는 추석이 다가온다.그러나 먹거리가 풍성한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소화기능이 약하거나 비만으로 인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명절음식이 달갑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름에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이 많고,앉아서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음식에 손이 가 과식을 한다는 것이다.물론 과음도 빼놓을 수 없다.오죽하면 몇 개월 고생해서 뺀 살을 고스란히 찌워서 온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래서 명절에는 평소보다 과식과 과음을 하는 경우가 많아 더부룩함과 복부팽만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한국갤럽이 2008년 1∼2월 전국의 성인 남녀 1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소화불량 유병률 ’ 조사 결과 남녀 모두 소화불량의 증상으로 더부룩함과 복부팽만감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소화불량의 주요 원인으로는 남녀 모두가 과식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이 가운데 남성은 과식·음주·스트레스를,여성은 스트레스·기름진 음식 섭취 등을 들었다. 이 같은 결과는 평소보다 기름진 음식을 과식하고 과음하는 경향이 높은 명절의 음식섭취 증후군(?)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명절음식은 전·튀김이나 고기 등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음식이 많아 식체나 배탈이 생기기 쉽고,과식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특히 소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기름진 음식이나 과식 등으로 인한 위부팽만감이나 속이 더부룩한 증상을 해결하는데 가장 적합한 소화제로는 ‘판크레아틴’과 ‘시메치콘’ 성분이 함유된 소화제인 ‘훼스탈’이 대표적이다.훼스탈은 과식으로 인한 더부룩함과 위부팽만감의 증상을 제거하는,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소화제이다. ‘판크레아틴’ 성분은 돼지의 이자에서 추출한 소화효소로 단백질과 지방 및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프로테아제·리파아제·아밀라아제의 조합이다.‘시메치콘’은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았을 때,위의 가스 혹은 팽만감이 있는 경우 그 증상을 현저히 호전시킨다. 또 잦은 과식이나 과음으로 인한 복부팽만감이나 묽은 변이 자주 나타난다면 장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평소 미야이리균이 함유된 정장제를 복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명절.그러나 자칫 방심하면 과식과 과음을 하기 쉬운 만큼 어느 때보다도 절제력이 요구되는 시간이다.
  • 웃기는 배우? 진지한 배우? 김수로가 말하는 진실&편견

    웃기는 배우? 진지한 배우? 김수로가 말하는 진실&편견

    가끔 영화 외적으로 대중의 선입견과 싸워야 하는 작품이나 배우를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코미디 영화 ‘울학교 이티’(제작 커리지필름·감독 박광춘)의 주연 김수로(38)가 바로 그런 예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둔 그를 만나 김수로를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미디 영화 ‘울학교 이티´ 11일 개봉 영화 기자들 사이에서 김수로는 ‘진지한 남자’로 통한다. 자타 공인 코미디 연기의 ‘대가’로 꼽히며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지 유쾌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이미지와는 꽤 거리가 있는 별명이다. “실제 성격이 좀 예민한 편이에요. 제 기사 밑에 100개의 댓글이 좋아도 101번째가 안 좋으면 마음의 상처를 받죠. 웃길 때 웃기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참석자 모두가 원할 때만 하자는 주의예요. 일종의 결벽증이라고 할 수 있죠.” 오락프로그램에서 구사하는 화려한 입담도 출연하기 3개월 전부터 에피소드를 수집하고 재구성할 정도로 치밀한 구석도 있다. 어린시절 말 잘하고 재밌는 학생이었던 김수로는 선생님들에게 ‘까분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일부러 공부에 매달렸다. 그가 체육교사의 영어교사 변신기를 그린 학원물로 컴백한 것도 고등학교 때 그를 가르쳤던 담임교사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100개 댓글 좋아도 1개 안 좋으면 상처받는 ‘예민男´ “국어 담당인 선생님께서는 2년 내내 저만 유독 국어책 읽기를 시키셨어요. 연극영화과를 지망했던 제가 형편이 어려워 연기학원을 다니지 못했던 사정을 아시고는 발성과 발음 연습을 시키신 거죠. 지금까지 선생님은 저에게 절대적인 존재지만, 요즘은 그런 ‘사제지정’은 거의 찾아볼 수 없더군요.” 그가 최근의 흥행 부진 이후,1년 반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울학교 이티’는 올추석 극장가의 유일한 코미디 영화다.‘흡혈형사 나도열’‘간 큰 가족’‘재밌는 영화’ 등 김수로표 코믹연기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도 있지만,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출 위기에 놓인 체육교사의 도전기를 통해 붕괴된 공교육의 현실과 우리 사회의 영어 콤플렉스를 꼬집는 등 나름의 ‘사회성’도 지닌 영화다.“사회 모순의 희생양이 되기보단 좀 창피하고 우스꽝스럽더라도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천성근은 저보다 나은 인물인 것 같아요. 예전엔 과장된 연기가 많았지만 이번엔 매우 인간적이고 사실적인 모습을 담으려고 했어요. 후반부엔 인물에 동화돼 감정 절제가 안돼 힘들었지만….” ●“고민 없는 웃음은 거짓” 진짜 모습은 ‘고민男´ 이번 작품으로 기존의 학원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김수로는 “솔직히 코미디 빼고는 A급 시나리오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코미디에 다른 장르가 합쳐진 결코 가볍지 않은 웃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한국 코미디가 침체기라고 하는데, 욕설과 화장실 유머로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고민과 고통이 수반되지 않는 웃음은 관객들이 깊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연기 철학이죠. 휴머니즘이 녹아들어 웃고 나면 가슴 한켠이 아린 그런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요즘 김수로는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에서 ‘김계모´라는 캐릭터로 맹활약 중이다.“이미지 훼손을 걱정하는 분도 계시지만, 배우라고 무게 잡느니 대중과의 스킨십을 늘리자고 작정했어요. 분에 넘치게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보답하고 싶었고요.” 영화 후반부에 꽤 유창한 발음을 뽐내는 그의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 될까.“지난해부터 전치사 좀 씁니다. 해외여행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죠. 처음에 일부러 어눌한 척하느라 힘들었다니까요.”(웃음)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최태환칼럼] 속가의 편견, 불가의 법

    [최태환칼럼] 속가의 편견, 불가의 법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았다. 일주문 옆 임시 천막이 그대로다.‘이명박 정부 규탄 단식’을 위해 마련됐다.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설치됐다. 대웅전 안엔 대형 걸개가 너풀댄다.‘헌법 수호를 위한 사천왕 기도법회’ 걸개다. 사찰 마당과 법당 주변이 어지럽다. 각종 플래카드들이 대웅전 밖 가득 쌓여 있다. 지난달 27일 범불교도대회 때 사용했던 것들이다. 임시 게시판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범불교도대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진관 총무원장의 인터뷰가 눈길을 잡는다. 불교계가 불편한 마음을 쉬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방방곡곡 산문이 들썩했다.1만여 사찰·암자에서 정권규탄 법회를 가졌다.‘종교 편향’ 규탄의 결기가 여전하다. 서슬이 9월 하늘빛보다 더 푸르고 짙다. 일그러진 스님들 표정은 언제쯤 온화함을 되찾을까. 불교계가 이처럼 대규모 집단시위를 한 건 정부수립 이후 처음이다. 이해가 된다. 정권 주변 사람들로부터, 얄팍한 ‘이교도’들로부터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능욕을 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 때부터였다. 불교계는 여러 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정권의 편향 사례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차별 시정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건성이었다.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승려대회 이후도 침묵이다. 불교계는 추석까지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제2, 제3의 범불교도대회·승려대회 개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진지한 해결 노력이 당연히 나와야 한다. 하지만 불교계 역시 절제가 필요하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속가의 진리가 불가라해서 달리 해석될 리 없다. 불교계는 이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나름의 의지는 충분히 보였다. 속세의 권력행태에 더 이상 민감할 필요가 없다. 지나치면 자칫 집단이기로 비칠 수 있다. 종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속가보다 더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스님들이 얼마전 하안거를 마쳤다. 현각(玄覺) 스님의 법어가 생각난다. 현각은 푸른 눈의 납자다. 외국인 최초로 봉안사에서 하안거를 마쳤다. 수행도량의 지존인 봉안사다. 그는 “바깥의 빛은 그림자일 뿐”이라고 했다. 내 안에 있는 빛을 찾으라고 했다.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물어보면 참 나가 보인다고 했다. 자기성찰, 깨달음의 강조다. 불교계 스스로를 향한 자기반성, 성찰의 촉구에 다름아니다.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다. 하지만 지금 한국불교는 개신교나 가톨릭만큼 국민의 가슴 속 깊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중심 종교이지만, 영적 가르침이나 만족감을 주는 데 상대적으로 한계를 보인 게 사실이다.‘호국’의 가르침을 강조했지만, 반독재·민주화 과정에선 앞서 언급한 종교에 비해 역할이 적었다. 어려운 중생을 제도하기보다는 사찰의 몸집을 불리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썼다.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한 자기 성찰의 과제들이다. 지난 봄 원명 스님이 통도사 영축총림의 방장이 됐을 때다. 그는 “방장은 섣달의 부채와 같은 존재”라고 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주위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속세에 비친 불교계 역시 ‘섣달의 부채’와 같았으면 한다. 속가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사부대중의 마음을 끌어안는 넉넉함을 보였으면 한다. 정권의 뉘우침은 그들의 몫으로 지켜보자. 논설실장 yunjae.seoul.co.kr
  • 제작자로 나선 박찬욱 “이익 안날까 불안”

    제작자로 나선 박찬욱 “이익 안날까 불안”

    박찬욱 감독이 첫 제작 작품인 영화 ‘미쓰 홍당무’(감독 이경미ㆍ제작 모호필름)의 주연 배우인 공효진, 이종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일 오전 서울 삼청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는 액션장면이나 스케일이 큰 영화가 아니라 볼거리 라고는 배우들뿐이다. 그런데도 영화를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근원은 배우들에게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배우들의 연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공효진의 경우는 화내는 것도 다양하게 화를 낸다. 아주 짧은 시간에도 굉장히 변화가 많아 다양한 표정을 가진 배우다. 이종혁의 경우는 절제미가 있다. 계산을 하면서 연기하기 때문에 역할 소화를 잘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감독과 제작을 하는 것은 다르다. 이경미 감독에게는 풍족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게 미안하고 배우들에게는 24시간 촬영을 하면서 고생을 시킨 게 미안했다. 또 투자자에게는 이익을 내줘야 하는 생각에 불안해서 미안했다.”고 제작자의 고충도 털어놨다. 한편 한편 툭하면 얼굴이 빨개지는 삽질의 여왕 양미숙(공효진 분)이 짝사랑하는 남자(이종혁 분)의 사랑을 얻기 위해 벌이는 몸부림을 그린 ‘미쓰 홍당무’는 10월 16일 개봉한다.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08 美 대선- 구스타브 덮친 공화당 全大 첫날] 매케인 “지금은 미국인으로 행동 나설때”

    |세인트폴 김균미특파원|초강력 허리케인 구스타프의 영향으로 1일(현지시간)부터 미네소타주의 쌍둥이 도시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이 대폭 축소됐다. 공화당 전당대회운영위원회는 31일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법적 절차들만 첫 날 2시간반동안 마치고 이틀째부터 행사 일정은 구스타프의 진전 상황에 따라 그날그날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축제의 장인 전당대회는 허리케인 구스타프로 인해 긴장과 절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언론의 관심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구스타프와 구스타프가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뉴올리언스로 옮겨지면서 민주·공화 양당은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선거자금 모금도 구호행사로 매케인 상원의원은 31일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일정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뒤 새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 지명자와 함께 미시시피 잭슨으로 가 허리케인의 예상진로 및 대피상황 등을 보고받았다. 매케인 의원은 “지금은 공화당원이 아닌 미국인으로서 행동에 나설 때”라면서 “공화당 전당대회는 축제가 아닌 행동을 요구하는 국가의 부름에 응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전당대회 첫날 북핵 폐기를 강력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정강정책을 채택하고, 전당대회 대표만 선출한 뒤 공식일정을 마무리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매케인이 후보지명 수락연설을 전당대회장이 아닌 구스타프의 피해가 예상되는 남부지역 현지에서 위성으로 대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운영위원회 측은 또 각종 행사를 허리케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모금행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착수했다. 한편 1일 전당대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던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전당대회에 불참키로 했다. ●재난상황 ‘준비된 대통령´ 될까 매케인측은 구스타프에 따른 정치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이를 매케인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준비된 대통령’으로 매케인의 모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불참도 그와 이미지가 중첩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반기고 있다. 하지만 ABC와 CBS 등 미국 주요 방송들이 주요 앵커들을 세인트폴에서 철수, 뉴올리언스로 급파하고 언론의 관심이 구스타프로 집중되면서 언론 노출이 극도로 줄어드는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또 구스타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부실해 3년전 카트리나 악몽이 되살아날 경우 공화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마바측 득과 실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진영도 구스타프로 인해 전당대회 효과가 조기에 마무리되고,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페일린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오바마 후보는 이날 뉴올리언스 언론들과 연쇄 인터뷰를 갖고 남아있는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할 것을 호소했다. 오바마는 또 수백만명의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부를 독려하고 피해 지역에서의 자원봉사를 요청하겠다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kmkim@seoul.co.kr
  • 눈 앞이 번쩍 ‘섬광증’ 시력에 적신호

    눈 앞이 번쩍 ‘섬광증’ 시력에 적신호

    광주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지영(45)씨는 고도 근시로 두꺼운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어느 날 밤 목이 말라 잠이 깬 김씨는 불을 켜지 않았는데도 1시간 이상 눈앞이 번쩍거리는 증상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잦은 야근과 올림픽 하이라이트 시청 때문에 피로가 쌓인 것이라고 생각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눈이 침침해지고 한쪽 눈의 시력이 점점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 결국 안과를 찾았다. 검사결과 ‘망막박리’라는 진단을 받은 김씨는 망막수술을 받고 나서야 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왜 눈이 번쩍거리나? 어두운 곳에서 계속 눈이 번쩍이는 증상을 ‘섬광증’ 또는 ‘광시증’이라고 부른다. 미세하게 반딧불 빛 같은 것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하게는 번개가 치듯 번쩍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눈을 세게 얻어맞거나 딱딱한 물체에 부딪혔을 때 ‘별이 보인다.’는 표현과 같은 증상이다. 섬광증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지 않고 장시간 증상이 계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섬광증은 노화에 따른 유리체의 변성에 의해 생긴다. 안구 크기의 75%를 차지하는 유리체는 막에 둘러싸인 젤의 형태로, 안구의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 충격을 완화하고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어 눈에 노화가 진행되면 젤 형태의 유리체가 물로 변하는 ‘액화현상’이 나타난다. 유리체 중심부의 액화현상은 40세 이상 중노년층에서 90% 가까이 관찰된다. 유리체의 절반 이상이 액체로 변하는 증상은 20대에서 13%,70대 이상에서 70% 정도 나타난다. 변성된 유리체는 움직임이나 충격에 의해 출렁거리면서 망막을 잡아당긴다. 이 때 망막 시세포는 망막이 당겨지면서 받는 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꾸는데, 이것이 번쩍거리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빨리 손 안쓰면 치명타 섬광증이 위험한 것은 유리체와 망막이 분리되는 ‘후유리체박리’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체가 망막을 강하게 잡아당기면 혈관이 파열되고 유리체 출혈이 생긴다. 또 망막이 떨어져 나가는 ‘망막박리’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는 섬광증뿐만 아니라 먼지나 머리카락, 파리 같은 것이 날아다니는 듯한 ‘비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섬광증과 후유리체박리가 함께 나타나면 안과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시력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 유리체 출혈이 있으면 망막의 상태를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를 통해 망막박리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약 망막박리가 같이 나타나면 유리체 절제술 등의 수술을 통해 시력을 보전하게 된다. 주로 망막버클링, 가스주입술 등의 수술이 시행된다. 망막박리가 없으면 ‘레이저 광응고술’ 등을 통해 미리 증상을 예방해야 한다. 빛사랑안과 이동호 원장은 “피곤할 때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 치료를 미루다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면서 “눈앞이 반짝거리는 증상은 망막박리와 유리체 출혈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문화마당] 솔제니친 문학의 유통기한/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문화마당] 솔제니친 문학의 유통기한/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얼마 전에 타계한 솔제니친의 이름 앞에는 늘 ‘반체제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30여 년 전 내가 솔제니친을 처음 접했을 때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반체제’라는 단어였다.‘저항’이라든가 ‘반체제’ 같은 말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던 시절이었다. 그가 세상을 하직하자 러시아 안팎에서 씌어진 수많은 추모 기사들 역시 그의 문학보다는 반체제적 업적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수용소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지식인이었고, 억압에 저항한 러시아의 양심이었으며, 조국에서 추방당한 자유의 투사였다. 그러나 이 업적은 그에게 훈장인 동시에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 되었다. 그도 독자도 끝까지 ‘반체제’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비판으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 구소련의 억압적인 체제를 비판했고, 서구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을 비판했고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비판했다. 일각에서 그를 한물간 ‘욕쟁이 할아버지’처럼 생각한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그러나 솔제니친의 비판정신은 러시아 문학의 전통에 미루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작가는 언제나 그냥 작가가 아니라 민족과 시대를 선도하는 지도자이자 교사이자 예언자였다. 고골은 중년에 도덕가로 거듭났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살아생전에 이미 예언자로 불렸으며 톨스토이 역시 위대한 교사로 추앙받았다. 러시아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이 시대를 풍미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상과 도덕은 언제나 예술의 일부였다. 그러나 19세기 대문호들이 오늘날까지 읽히고 기억되는 것은 그들의 도덕적 업적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문학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고골의 설교는 놀림감이 되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국수주의적인 정치논평은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 톨스토이의 교훈서 또한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들의 문학은 지금도 읽힌다. 그러면 솔제니친은 어떤가. 그는 자기가 철학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며 다만 작가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쩌다가 정치에 말려들긴 했지만 정치를 혐오한다는 말도 했다. 그렇다. 솔제니친은 작가였다. 그의 사상과 도덕은 그러므로 그의 문학과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그것이 고인에 대한 예우다. 만년의 그는 종종 구설수에 올랐다. 러시아로 귀환한 후 그에게 맡겨진 TV 토크쇼가 너무나 지리멸렬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고 한다. 그가 KGB 출신의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한테서 국가 공로상을 받은 것은 변절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이런 이야기들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다. 수용소의 참상을 한 평범한 개인의 일상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묘사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절제된 문체와 심리적 깊이 덕분에 소위 ‘수용소 문학’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는다.‘수용소 군도’의 그 방대한 리얼리티에 담긴 진솔하고도 정확한 역사의 증언은 문학작품의 경계를 확장시켰다.‘제 1권’의 문학성과 휴머니즘 역시 감동적이다. 반면 그가 미국 버몬트의 시골에 칩거하며 쓴 여러 권짜리 ‘붉은 수레바퀴’는 너무 지루하고 산만해서 도저히 읽을 수 없다. 앞으로도 누가 그 작품을 읽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솔제니친 문학의 유통기한은 얼마일까. 그는 19세기 대문호들처럼 기억될 것인가. 기억된다면 그의 어떤 소설 때문일까. 판타지 소설과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그의 길고 긴 소설을 얼마나 읽을까. 수천 쪽의 행간에서 무슨 의미를 찾아낼까. 저자의 고뇌와 휴머니즘은 어떻게 해석될까.21세기의 눈으로 저항시인의 죽음을 바라보자니 착잡한 심정이 된다. 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엄마”

    최근 암수술을 받고 투병 중인 시인 이해인(63) 수녀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은 시집 ‘엄마’(샘터)를 펴냈다. 지난해 어머니 김순옥씨가 별세한 뒤 써내려간 사모곡 60여편과 이에 앞서 어머니를 소재로 썼던 20여편의 동시, 유품 사진 등을 함께 묶었다. ●“아플 때 제일 먼저 불러보는 엄마” 올해로 수도생활 40년, 시인생활 30년을 맞은 그는 지금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항암치료에 몰두하고 있다. 시인은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절제된 시어로 드러낸다.“몸이 아프고/마음이 아플 때/제일 먼저 불러 보는 엄마/엄마를 부르면/일단 살 것 같다/엄마는/병을 고치는 의사/어디서나/미움도 사랑으로/바꾸어 놓는 요술천사/자꾸자꾸 그리워해도/그리움이 남아 있는/나의/우리의 영원한 애인/엄마.”(‘엄마’ 중에서) 시인 자신의 간절한 사모곡이지만, 세상 모든 자식들의 마음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그만큼 그의 시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한껏 멋을 낸 어머니에게 수수하게 차려 입으라며 잔소리를 해대는 둘째딸,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카레라이스를 너무 좋아한 딸…. 시인은 ‘귀염둥이 딸’로 생전의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언니 같고 친구 같던’ 자애로운 어머니를 추억한다.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나이 든 어른도/모두 어린이가 됩니다/밝게 웃다가도/섧게 울고/좋다고 했다가도/싫다고 투정이고/변덕을 부려도 용서가 되니/반갑고 고맙고/기쁘대요.”(‘엄마를 부르는 동안’ 중에서) 세상을 등진 수도자이지만 어머니 앞에서만큼은 여전히 천진난만한 딸일 뿐이다. 시인은 어머니의 삶의 지혜를 새삼 되새기기도 한다.“엄마가 모아 두신/수백 개의 단추들을/제가 수도원으로 가져간다니/매우 기뻐하셨지요/“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단추는 얼마나 쓸모가 많은지 몰라”/하시던 엄마가/블라우스에 장식도 만들고/치마의 앞뒤를 분별하는/표지판도 된다며/단추 자랑을 하시던 엄마.”(‘단추 예술’ 중에서) 시인은 ‘엄마’의 주인공처럼 지혜로운 ‘원더우먼’이 되고 싶은 소망을 내비치기도 한다. ●어머니가 만들어 준 도장집·꽃골무 등 사진 실어 시집에는 시인과 어머니가 주고 받은 편지와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준 도장집과 꽃골무, 괴불 주머니 등의 사진도 실려 있다. 시인은 출판사 관계자를 통해 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심경을 들려 줬다.“지금 아픈 것이 어쩌면 다행인지 몰라요. 투병의 고통을 통해 더 넓고 깊게, 모든 이들을 끌어안고 보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갑상선암 32%↑

    갑상선암 32%↑

    갑상선암과 유방암, 난소암 환자가 급증해 여성들의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처음으로 공개된 암질환별 치료비와 입원기간에선 췌장암 환자가 평균 1150여만원의 돈과 32일의 시간을 필요로 해 가장 무거운 부담을 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건강보험 암 진료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위암 등 11대 암에 걸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한 환자는 18만 8206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6년에 비해 1만 7841명(10.5%) 늘어난 수치다. 질환별로는 갑상선암 환자가 2006년 1만 8361명에서 지난해 2만 4295명으로 32.3%나 급증했다. 이어 난소암(16.8%), 유방암(16.3%), 대장암(12.3%), 식도암(8.6%) 등의 순이었다. 특히 여성이 걸리는 난소암과 유방암 외에도 갑상선암 환자 10명 중 8명(84.2%) 정도가 여성이어서 여성 암환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국립암센터 박은철 국가암관리사업단장은 “암질환은 매년 10%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는데 생활양식과 환경의 변화가 5%, 초음파 등 검사장비의 발달과 보급확대가 5%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최준호 교수도 “건강검진이 확대되면서 갑상선암 등의 발견율이 높아졌는데 미국도 같은 이유로 연평균 8% 정도 환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환자와 가족에게 가장 많은 부담을 지우는 암질환으로는 췌장암이 꼽혔다. 대학병원에서 췌장암 전체 절제술을 받을 경우, 평균 1159만원의 치료비와 32.9일의 입원기간이 필요했다. 이어 식도암 치료를 위한 식도절제술(1071만원·27.2일), 간암 치료를 위한 간엽절제술(865만원·23.5일), 방광절제술(791만원·26.1일) 등의 순이었다. 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는 “암은 발생률 못지않게 사망률이 중요해 질환별로 적절한 조기진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시위문화 더 퇴행해선 안된다

    지난 주말 심야의 서울 도심이 폭력 시위와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의 색소 물대포로 얼룩졌다. 광복절인 지난 15일 100회째 촛불시위를 기점으로 시위자 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으나 시위 양상은 더 거칠어지고 있다. 과격 시위와 초강경 진압이란 악순환이 고착되지 않도록 양식있는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일 때다. 얼마 전 쇠구슬을 장전한 새총과 염산병이 등장하더니 엊그제 서울 명동성당 앞 시위에선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투석전이 재연됐다. 일부 시위꾼들이 보도블록을 깨 만든 1300여개의 돌을 경찰을 향해 던진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큰 불상사라도 생길까봐 걱정스러울 정도다. 시위자들이 전공을 세우기 위한 사냥감이라도 되는 양 경찰이 토끼몰이식 진압에 나서는 것도 우려스럽긴 매한가지다. 색소 물대포를 뿌려댄 뒤 무차별 연행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사복경찰이 다른 사복체포조를 연행할 뻔한 해프닝까지 벌어진 게 아닌가. 시위꾼들의 폭력도, 경찰의 마구잡이 진압 방식도 도를 이미 넘어선 형국이다. 4개월째 지속된 촛불시위의 불꽃은 갈수록 사위어 가는 형국이다. 이는 촛불의 ‘순정’은 이미 정부에 충분히 전달되고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일 게다. 미국산 쇠고기수입에 따른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우려가 추가협상으로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뜻이다. 까닭에 백번 양보해 아직 촛불을 들 이유가 남아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이제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도로를 점거해 다수 시민의 통행이나 생업을 방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물론 시위문화를 업그레이드할 책임은 경찰에게도 있다. 경찰은 강경 진압은 다시 극렬한 시위를 낳을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공권력을 철저히 절제해 합법적으로 행사할 때 불법시위는 오히려 여론으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다.
  • 여덟 고수들 전통 춤판

    여덟 고수들 전통 춤판

    전통춤의 주류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부터 재야의 마당춤꾼까지, 전통 춤판의 개성 강한 여덟 고수가 실력을 겨루는 춤판이 벌어진다. 28일부터 9월1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열리는 ‘팔무전’(八舞傳). 지난 6월부터 코우스 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진옥섭이 기획한 춤판으로 명무(名舞)의 계보를 그대로 이어 유파별 발표회로 진행하던 전통춤 공연과는 사뭇 달라 신선하다. ‘팔무전’의 큰 특징은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등 전통춤판의 정형화된 고전 장르뿐만 아니라 무대에선 흔치 않았던 교방춤과 한량무, 북춤이나 채상소고춤류의 마당춤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 먼저 이매방류의 승무를 이수한 진유림이 우리춤의 대표격 레퍼토리인 ‘승무’를 춘다. 일제 강점기 최고의 춤꾼으로 평가되는 한성준이 창안한 빼어난 발디딤 기교의 춤 ‘태평무’는 박재희의 몫.‘한량이 추던 허튼 춤’이라는 ‘한량무’는 임이조의 사위로 풀어진다. 갓을 쓴 도포 차림의 한량이 커다란 부채를 들고 장단에 맞춰 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살풀이춤의 고수들이 맞붙는 무대란 점도 흥미거리이다. 하얀 명주수건을 들고 추는 살풀이춤은 원래 굿판에서 즉흥적으로 추었던 허튼 춤. 기녀(妓女)나 재인(才人), 창우(倡優)들이 즐겨 추면서 예술 춤으로 승화한 레퍼토리이다. 이번 무대에선 정재만 숙명여대 교수의 한영숙류 ‘살풀이춤’과 이정희 경기무속음악진흥회장의 ‘도살풀이춤’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떻게 풀어지는지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영숙류 ‘살풀이’가 천신·지신·조상신과 교감하는 과정의 엄숙하고 단아한 절제미가 돋보이는 춤이라면, 경기도당굿에서 흔히 추었던 ‘도살풀이춤’은 무겁고 장대한 춤으로 구분된다. 정 교수는 이번 무대에서도 사뿐사뿐 섬세하게 옮겨가는 발 디딤새의 우아한 춤사위를 그대로 추어 보일 예정이다. 김운태의 ‘채상소고춤’은 호남·영남 농악, 경기·충청 풍물의 소고춤 가락과 사위를 뒤섞어 새로 만든 신명나는 춤. 쉴새없이 돌아가는 전립(모자) 꼬리와 다양한 장단에 얹은 춤사위가 흥미롭다. ‘밀양 북춤의 대가’ 하보경의 손자이자 밀양백중놀이 보유자인 하용부는 ‘북춤’, 박경랑은 ‘교방춤’을 보여준다. 평일 오후 8시·주말 오후 4시30분.(02)567-8026.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절제된 詩語로 죽음을 통곡하다

    절제된 詩語로 죽음을 통곡하다

    옛 선비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을 좀체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자식을 잃어도, 아내를 잃어도, 지음(知音)을 잃어도 그 슬픔을 애써 삭이며 마음 속으로만 울어야 하는 절제를 미덕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슴속에 똬리를 튼 애통함을 어찌할까. 마음의 고질이 돼 몸만 갉아먹을 텐데…. 해서 옛 선비들은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슬픔의 노래인 ‘만시(輓詩)’를 짓게 된 것 같다. 조선시대의 만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낸 ‘옛 사람들의 눈물’(전송열 지음, 글항아리 펴냄)이 나왔다. 한시를 전공한 저자가 조선시대 문집에 실린 만시 35편을 가려 뽑아 그 역사적 유래와 미학적 특징을 분석, 옛 사람들의 슬픔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엿보게 해주는 책이다. ●자신 죽음 읊은 자만시 등 輓詩 35편 저자에 따르면 만시는 자신의 죽음을 기리는 자만시(自輓詩)를 비롯해 자식을 잃은 참척(慘慽)의 아픔을 노래한 곡자시(哭子詩), 먼저 간 아내를 위해 지은 도망시(悼亡詩), 벗을 보낸 아픔을 삭이며 쓴 도붕시(悼朋詩)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자만시. 죽음을 예상하고 자신이 썼다는 점에서, 죽은 뒤 누군가가 써주어야 하는 일반적인 만시와는 사뭇 다르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압축해 표현한 만큼 그 사람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조선 중기 대문장가 이식의 자만시 등 3편이 실렸다.“살아온 세월이 예순네 해나 되었어도/장부의 한평생 쉴 틈이 없이 고달팠네/문장의 헛된 명성 끝내 화만 초래했고/(중략)/이제 저 세상 돌아가면 모든 생각 끊어지겠지만/푸른 산은 변함없고 물은 동으로 흐르리라” 고위 관료인 대제학을 지낸 이식이 죽기 20일 전에 삶의 역정을 고백한 이 시는 인생이 그저 한번 왔다가 가버리는 나그네의 길이라는 점을 새롭게 일깨워 준다. 자식을 앞세우는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이 있으랴. 오죽하면 ‘상명지척’(傷明之戚·공자의 제자 자하가 자식을 잃고 너무 슬퍼한 나머지 눈이 멀어 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이라고 했을까. 조선 중기 여류시인 허난설헌이 남매를 차례로 잃고 지은 참척의 만시 등 5편이 수록돼 있다.“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다가/올해엔 또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중략)/비록 뱃속에 아기가 있다 한들/어찌 그것이 자라기를 바랄까/부질없이 황대사를 읊조리며/피눈물 흘리며 슬픈 울음소리를 삼키노라” 아이 하나만 잃는 것도 견디기 힘든 고통일 텐데, 그것도 남매를 한꺼번에 먼저 보낸 애통함은 도저히 말로써 표현할 길이 없는 아픔이 녹아들어 있다. ●추사 김정희 아내 잃은 슬픔 노래 인생의 고락을 함께한 아내를 잃은 슬픔 또한 어찌 깊지 않겠는가. 추사 김정희가 유배중 아내의 부음을 듣고 쓴 시 등 아내를 기리는 11편이 실렸다.“뉘라서 월모에게 하소연하여/서로가 내세에 바꿔 태어나/천 리에 나 죽고 그대 살아서/이 마음 이 설움 알게 했으면” 유배 간 남편을 대신해 병든 몸으로 집안 대소사를 감당해야 했던 아내의 죽음을 천리 밖 유배지에서 들을 수밖에 없던 추사의 절절한 슬픔을 오롯이 담아냈다. ●선비들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고찰 둘도 없는 벗을 잃은 통절한 슬픔을 드러낸 만시도 있다. 조선 중기 문장가 이안눌이 40년 지기 권필의 죽음을 애도하며 썼다.“(중략)/내가 오래 살았음이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내게 눈이 있다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네/다시는 이 사람 보지 못하리니/이 험한 길에 부질없는 눈물만 흐르네”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표현을 써 통절함을 강조한 이 시는 벗의 죽음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저자는 “만시는 자신의 슬픔을 설명하지 않는 대신 오히려 깊이 농축된 한없는 슬픔을 느껴보라고 한다.”면서 “제문이나 묘지문 같은 산문이 아닌 만시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말초적 감정에만 매달리고 있는 요즘, 옛 선비들이 슬픔을 시를 통해 승화시키는 절제의 미학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1만 4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병마를 이겨낸 올림픽 스타들의 값진 도전

    병마를 이겨낸 올림픽 스타들의 값진 도전

    올림픽은 늘 감동을 준다. 선수들이 수많은 땀과 눈물의 결정체로 크나큰 성과를 얻어낼 때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가슴 찡함을 느낀다. 더구나 보통 사람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경우에는 더욱 큰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병마와 싸워가면서 값진 도전에 나선 이들은 더 따뜻한 시선을 받을 자격이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올림피안들의 도전기를 들여다 봤다. ◇리처즈. 희귀병 베체트병을 극복하고 육상 여자 400m 정상에 도전한다 미국 여자육상대표 사냐 리처즈(23)는 지난해 베체트병이라는 희귀병에 걸리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베체트병(behcet’s disease)은 만성 염증성 질환을 말하며 주로 혈관에 손상을 주는 병이지만 아직도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자메이카 태생으로 12세때 미국으로 건너와 육상 스타로 발돋음하던 그는 지난해 베체트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입에 궤양 증상이 생기고 고통을 수반하는 피부 장애를 겪어왔던 것이 결국 베체트병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2006년 월드컵에서 여자 200m와 400m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선수’로 선정될 정도로 촉망받던 그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그러나 리처즈는 베이징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버리지 않고 병마와 싸웠다. 그는 최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말부터 발작적인 통증은 느끼지 않고 있다. 훈련을 할 때도 감도 좋고 회복 속도도 나아졌다. 하지만 병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로 회복된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라는 리처즈는 “베이징올림픽 400m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육상 여자 400m 결승은 19일 벌어진다. ◇혈액병을 이겨낸 펜싱의 키스 스마트 2004 아테네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은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키스 스마트(30)는 지난 3월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ITP)‘이라는 희귀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혈액의 혈소판이 갑자기 줄어드는 희귀병이다. 담당 의사는 몸의 피를 모두 뺀 뒤 새로운 피를 수혈받는 수술을 권유했지만 올림픽 출전의 꿈을 포기할 수 없기에 거절했다. 대신 집중적인 약물치료를 받았다. 스마트는 올림픽이 개막된 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의사는 비행기에도 타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나는 베이징에 왔다”고 말했다. 희귀병과 싸우고 있던 지난 5월에는 모친 엘리자베스 스마트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스마트의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그는 “4년전 아테네에서 금메달을 놓쳤을 때만 해도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인생에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머니와 한시간이라도 시간을 더 보낼 수만 있다면 운동으로 이룬 성과를 포기할 수도 있다”며 애달픈 사모곡을 불렀다. ◇고환암과의 싸움에서 먼저 승리한 수영의 에릭 섄토 수영에서도 고환암을 이겨낸 ‘제2의 암스트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남자 수영의 에릭 섄토(24)가 고환암에도 불구하고 12일 평영 200m에 출전했다. 섄토는 올해 미국대표 선발전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고환암 판정을 받았다.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베이징에 갈 자격을 얻게 됐지만 그때부터 또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가족과 의사는 올림픽 출전보다 수술을 받을 것을 권했지만 그는 고심끝에 베이징으로 가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전 세계에서 암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서 격려가 쇄도하면서 섄토는 큰 감명을 받았다. 그는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암을 앓고 있는 어떤 이들은 나를 통해 영감을 받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보내준 메시지가 오히려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국뿐만 아니라 암과 투병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해 베이징에 왔다. 그들과 함께 수영하겠다”고 감격스럽게 말했다. ◇암과 싸우는 다른 올림픽 패밀리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 문형철(50) 감독은 지난해 12월 갑상생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올해 1월 암절제 수술. 4월엔 항암치료를 받았고. 훈련지도 일정 때문에 방사선 치료는 올림픽이 끝난 뒤인 11월로 미룬 상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호주 유도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낸 마리아 페클리(36)는 아들 에릭이 시스틴 축적증이란 희귀병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다. 아미노산 생성을 막아 신부전을 일으키는 병으로 전 세계에 2000명밖에 걸리지 않는 희귀병이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5위로 마치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어머니로서 아들을 돌보겠다며. 미국의 아줌마 수영선수 다라 토레스(41)는 스승이 암 투병 중이다. 몇주 전 미하엘 로베르그(58) 코치가 암 판정을 받고 미국에 머물게 돼 베이징에 함께 오지 못했다. 여자 자유형 400m 계영에서 은메달을 시작으로 메달사냥에 본격 뛰어든 모습이다. 그는 이번 메달로 84. 88. 92. 2000년 대회에 이어 올림픽 5개 대회 메달이란 진기록도 세워가고 있다. 이밖에 역도 여자 53㎏급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의 윤진희도 ‘엄마같은 사부’ 김동희 여자역도대표팀 코치에게 메달의 영광을 바쳤다. 고 김코치는 지난 4월 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윤진희의 오늘이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해 뭉클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 조병모·위원석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Beijing 2008] “항암치료는 개인전 7연패 뒤에”

    “개인전 7연패를 하고 나면 11월엔 저도 항암치료를 받을 겁니다.” 베이징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6연속 금메달 행진을 만들어낸 문형철(50) 여자대표팀 감독이 갑상샘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 감독은 치료조차 미루고 여자 선수단을 지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갑상샘암이란 뜻밖의 결과는 지난해 12월 양궁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일제히 받은 신체검사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은 후, 날마다 무리를 한 것이 몸에 치명적이었던 셈이다. 그는 올 1월 갑상샘암 절제수술을 강행했고,4월엔 항암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방사선 동위원소치료는 올림픽이 끝난 뒤인 11월로 미뤘다. 예후가 좋아 치료를 잘 받으면 생명엔 지장이 없다지만 약은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14일 여자양궁 개인전 7연패에 도전하는 문 감독은 “치료만 잘 받으면 살 만큼 살 수 있다고 하니 일단은 올림픽이 먼저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베이징 올림픽특별취재단
  • 신문선 “올림픽중계, 술자리 방담 수준” 비난

    신문선 “올림픽중계, 술자리 방담 수준” 비난

    “최근 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친구들끼리 술자리 방담하는 수준의 언어가 속출하고 있다.” 월드컵 중계을 통해 명해설가로 자리잡은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12일 베이징올림픽 해설진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지상파 TV 3사 올림픽 중계 방송 캐스터와 해설자의 과도한 감정 표현과 부적절한 단어 사용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 교수가 일침을 가한 것. 신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이같이 말한 뒤 “금메달만 좇는 언론의 문제가 극에 달했다.”고 진단했다.그는 “중계방송은 ‘절제된 흥분’이 필요하다.”말한 뒤 “예를 들어 수영선수가 출발부터 결승점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달려라’,‘빠르다’,‘일등이다’,‘아시아 최고선수다’식의 멘트만 하고,심지어 해설자는 아시아 신기록을 세계 신기록이라고 하는 오보를 계속 목소리를 높여 전달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때로는 금메달이 터지는 순간 침묵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현장성을 전달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방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설가의 지나친 흥분에 대해 “방송이 재미없으면 안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스포츠의 본질적인 것을 훼손하고 폄훼하는 멘트는 부적절하다.단순히 시청률에 휘둘려 스포츠 스타를 영웅화.미화 시키고 상대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남발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설가의 본분에 대해 “정확한 용어와 경기 규칙 습득을 통해 전문가적인 자질을 갖춰야 한다.또 선수 개개인에 대한 정보에 밝아야 하며,목소리로 시청자들과 호흡해야 한다.”며 “또 공정한 표현이 필수다.금메달만을 생각해서 상대 국가 선수를 비난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또 올림픽 등 국제 경기를 중계할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애국주의 방송에 대해 “민족 감정을 자극하거나 정치적 대결의 연장선에서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힌 신 교수는 “최근 독도.동북공정 등 정치적 문제를 은연중에 스포츠 중계진이 언급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올림픽 축구예선 최종경기를 앞둔 한국 대표팀에게 “예선경기 운영에 대한 전략적인 분석이 아쉬웠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도전의식을 보여주는 화끈한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을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2) 삼현육각과 춤추는 아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2) 삼현육각과 춤추는 아이

    김홍도의 ‘무동’(그림 1)은 너무나 잘 알려진 그림이다. 한데 국악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야 잘 알겠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림의 내용은 낯설 것이다. 이 그림은 삼현육각을 잡히고 있는 그림이다. 삼현육각은 좌고 1, 장구 1, 피리 2, 대금 1, 해금 1로 편성한다. 그림의 왼쪽 위를 보면 벙거지를 쓰고 매달아 놓은 북을 치고 있는 사내가 있다. 좌고를 치는 중이다. 그 오른쪽의 갓을 쓴 사내는 장구를 치고 있고, 또 그 오른쪽의 사내 둘은 피리를 불고 있다. 푸른 저고리를 입은 사내는 뺨이 볼록 나왔으니, 소리를 내느라 한창 기운을 쓰고 있는 참이다. 그 아래 사내는 대금을 불고 있고, 그 아래 사내는 해금을 켜고 있다. 이것이 곧 삼현육각의 편성이다. 삼현육각에 대해서는 국악계에 많은 논문이 있다. 하지만 그 복잡한 사정을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속편’에 알기 쉬운 설명이 있다. ‘오례의’‘악학궤범’ 이하의 음악책에 보이는 악기와 악공은 국가 의례상에 쓰는 정식의 것이거니와 그것 한 판을 갖춤은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또 꼭 그래야만 할 필요도 없어서 언제부터인지 약식의 악반(樂班)이 성립하여 어지간한 경우에는 이것만으로 수용(需用)에 충당하고, 더욱 민간에서의 주악은 이 정도로 만족하는 신 기준이 성립하니, 이것이 삼현육각, 줄여서 삼현 혹 육각이라는 것이요, 근세에 보통으로 풍악을 잡힌다 하면 이것을 가르킵니다. 즉 원래 ‘오례의’나 ‘악학궤범’에서 정한 정식 악반이 아니라, 줄인 약식 악반을 말하는 것이 삼현육각이다. 더 읽어 보자. 삼현육각은 북·장구·해금·피리(한쌍)·대금을 이르니, 삼현육각의 말뜻은 진실로 명백치 아니하되, 대개 삼현은 해금을 따로 친 것이요, 육각은 악기의 총수를 말한 것인 모양입니다(巫樂은 위에 든 5종 외에 지금이 들어가 여섯이 됩니다). 삼현육각 대신 ‘육잡이’란 별칭도 있습니다. 여하간 북·장구·해금·피리 1쌍·대금 여섯 가지 합주는 근세 조선에 성립한 악반 조직입니다. 삼현육각은 언제 생겼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대체로 조선후기에 널리 유행한 음악이다. 삼현육각은 잔치의 흥을 돋울 때 많이 사용되었다. 또는 무용의 반주음악으로, 벼슬아치의 나들이에 위세용 행진곡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물론 삼현육각이 늘 다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었고, 지방에 따라 연주하는 레퍼토리가 약간씩 차이가 지기도 하였다. 기생이 검무를 추는 모습을 그린 신윤복의 그림이 남아 있는데, 여기도 삼현육각이 보인다. 조선후기의 유흥공간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밴드 구성이었던 것이다. 삼현육각이 이렇게 풍속화의 소재가 될 정도로 유명하게 된 것은, 조선후기에 와서 민간의 음악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조금 엉뚱한 이유가 있다. 영조는 무려 52년 동안 왕위에 있었던 인물이다.52년 동안 그가 가장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이 금주정책이었다. 백성이 먹을 곡식도 부족한데 술이 웬 말이냐는 것이 영조의 논리였다. 궁중의 잔치, 제사에도 술을 사용하지 않았고 자신도 마시지 않았으니, 민간에서는 정말 술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민간에서 부모가 환갑을 맞이하면 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술을 쓸 수 없으니, 흥이 안 난다. 그래서 풍악을 크게 잡혀 잔치를 흥겹게 하고, 남에게 과시도 한다. 여기서 음악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 삼현육각에 동원되는 연주자들은 대개 장악원 소속의 악공들이다. 장악원 악사들은 세종에서 성종에 이르는 기간은 제법 대우를 받았으나, 임진왜란 이후부터 국가는 이들의 생계를 책임질 능력이 없었다. 악공들은 여러 차례 조정에 하소연하였으나, 하소연을 들어줄 조정이 아니다. 결국 밖에서 해결책을 찾는 수밖에. 악공들은 기생, 가객(歌客), 금객(琴客) 등과 어울려 일종의 밴드를 결성하여 민간의 요청에 응하고 연주료를 받았던 것이다. 아마 그림에 나오는 삼현육각 역시 그런 밴드일 것이다. 이제 춤을 추는 사람을 보자. 어린 아이다. 옷자락이 날리고 표정도 흥겹다. 추는 춤은 무슨 춤인지 모른다. 국악을 하는 분에게 물어보았더니, 삼현육각 반주에는 궁중무용은 아니고 민속춤을 추는데, 승무나 검무를 춘다고 한다. 검무를 추는 것은 신윤복의 그림에 나오니 확인이 된다. 한데 위의 춤은 승무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춤추는 아이를 무동이라고 한다.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 圖)’(그림 2)는 노인들이 잔치를 벌이고 난 뒤 기념으로 그린 것인데, 중앙의 춤을 추는 두 사람을 자세히 보면 역시 무동이다. 무동이 출현한 것은 기생과 관련이 있다. 원래 기녀제도는 한국만의 독특한 것이다. 물론 기녀는 중국에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기녀를 국가가 관리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습속이다. 조선은 알다시피 성리학을 국가 이데올로기로 삼았다. 성리학은 말하자면 윤리학이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물질적 육체적 욕망을 절제할 것(사실은 끊어버릴 것)을 요구한다. 성리학을 내면화한 사람이 곧 사대부이고, 사대부가 정치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성리학이 주장하는 바다. 그렇다면 사대부들은 보다 윤리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기생제도는 바로 지배자가 되는 사대부들의 윤리화와 충돌하였다. 조선은 성리학을 진리로 표방했지만, 불교사회인 고려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었다. 기녀제도도 그 중 하나였고, 기녀제도에 대해서도 별 말이 없었다. 기녀는 관청의 노비였다. 즉 서울과 지방 관청에 소속된 노비 중에서 일부를 뽑아 기녀로 만들었던 것이다. 더욱이 3년에 한 번 지방의 기녀를 서울로 뽑아 올려 장악원에서 소속시켜 춤과 노래를 가르치고, 궁중의 각종 잔치와 사대부의 잔치에 동원했던 것이다. 아무도 여기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런데 세종 12년 7월 28일 김종서가 기녀를 없애자고, 즉 기녀제도를 없애자고 요청한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예와 음악은 나라를 다스리는 큰 근본입니다.……우리나라의 예와 음악은 중국과도 견줄 만한 것이므로, 옛날에 중국 사신 육옹·단목지·주탁 등이 사명을 받들고 왔다가 예와 음악이 갖추어져 있음을 보고는 또한 모두 아름다움을 칭찬하였으나, 다만 여악(女樂, 기녀)이 섞여 있는 것을 혐의쩍게 여겼습니다. 중국 사신들은 조선에 와서 연회에 참석했고, 거기서 기녀의 춤과 노래를 보았던 것이다. 중국 조정에는 공식적으로 기녀를 동원하는 일이 없었으니, 이들이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세종은 김종서의 말에 망설인다. 이런저런 논란 끝에 기녀를 대체할 수단으로 무동을 쓸 것이 결정되었다. 세종 15년 1월 1일 회례연에서 아악이 초연될 때 무동과 가동(歌童)을 씀으로써 국가의 공식 연회에서 기녀가 제거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기생제도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기녀제도는 여전히 있었다. 무동도 문제가 되었다. 무동은 보통 10대 초반의 노비의 자식을 뽑아서 쓰는데, 이들은 금방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동을 세종 25년에 또 폐지한다. 다시 기녀를 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종 단종 성종 세종 연간에 관료들은 중국 사신의 접대에 기녀를 쓰지 말자고 줄기차게 청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연산군 때는 기녀를 엄청나게 증원했으니, 폐지란 말도 꺼내지 못했다. 기녀가 폐지된 것은 중종 때 조광조가 이끄는 기묘사림에 의해서다. 기묘사림은 연산군의 황음을 경험했던 터라, 기녀를 없애자고 주장했고, 그 주장을 따라 기녀제도가 혁파되었다. 하지만 기묘사화로 조광조 일파가 쫓겨난 뒤 기녀제도는 복구되었다. 이후로는 영원히 기녀를 없애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동은? 무동 역시 그대로 두었다. 이것이 이 그림에 무동이 나오는 연고인 것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차가운 로봇의 따뜻한 러브스토리

    차가운 로봇의 따뜻한 러브스토리

    ●생명체로 거듭나는 로봇에 초점 장난감(‘토이스토리’)에서 물고기(‘니모를 찾아서’), 생쥐(‘라따뚜이’)까지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캐릭터를 창조해온 픽사는 9번째 작품인 ‘월·E’에선 로봇을 선택했다. 월·E란 이름은 쓰레기를 압축하는 지구 폐기물 분리 수거 처리용 로봇(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의 앞글자를 따 만든 것. 인간이 우주로 떠나버린 뒤 무려 700년간 홀로 지구를 지켜온 이 로봇에게는 어느 날 유사인격이 자리잡는다. 월·E는 매사에 호기심이 왕성하고 진한 외로움도 느낀다. 이런 그 앞에 나타난 외계 식물 탐사 로봇인 ‘이브’. 미끈하게 쭉 빠진 모습에 반한 월·E는 우주로 따라나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사도 별로 나오지 않는 이 두 로봇의 꽤 심각한 러브스토리에 동화되는 것은 생생하고 친근감 넘치는 캐릭터 때문. 각본과 연출을 맡은 앤드루 스탠튼 감독은 쌍안경 모양에서 월·E의 얼굴 모습을 착안했고, 나머지는 기존의 쓰레기 압축기를 참조해 모터와 기어, 톱니바퀴 등을 배치하는 등 기능성 중심으로 디자인했다. 비록 로봇이지만, 머리 동작만 50여가지에 달하는 복잡한 과정이었다. 투박한 월·E에 비해 이브는 마디 없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여성미를 강조했다. 푸르게 빛나는 두 눈과 네개의 움직이는 부품으로 구성된 이브는 절제미까지 선보인다. 제작진은 인간과 비슷한 외모가 아니라 인간과 전혀 소통이 될 것 같지 않은 단순한 기계에 불과한 로봇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따뜻한 생명체로 거듭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아날로그 감수성, 환경의 소중함 일깨워 SF 애니메이션인 ‘월·E’를 보고나서 그다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소재와 주제에서 아날로그적 감수성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E가 인간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전구, 라이터, 소화기 등을 보물인 양 자신의 운송용 트럭에 옮겨 싣는 모습은 인류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여기에 극중에 자주 삽입되는 1969년대 뮤지컬 영화 ‘헬로 돌리’와 바비 맥퍼린의 히트곡 ‘돈 워리 비 해피’ 등은 70∼80년대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스탠튼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주로 70년대 SF영화를 시금석으로 작품의 분위기와 질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한편 서기 2700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지구와 인간들의 모습은 황폐함 그 자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사라지고 쓰레기만이 하늘에 닿을 듯 고층 빌딩처럼 쌓여 있다. 미래 인간들은 호화 우주선에서 로봇들의 시중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오히려 고향별인 지구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린다. 이들에겐 월·E가 지구에서 가져온 풀 한 포기가 인류의 희망을 의미한다. 이제 월·E는 인간이 파괴한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를 쥐게 된 지상 최후의 로봇인 셈이다. 변신로봇 ‘트랜스포머’ 같은 화려함이나 ‘아이언맨’ 같은 영웅심리도 없지만, 환경의 소중함을 가슴 깊숙이 일깨워 주는 것.‘월·E’가 그 어떤 슈퍼 히어로 영화보다 빛나는 이유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당시 수사검사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추억’

    “부검의는 농담조로 유영철이 이미 부검을 모두 해 놓았으니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검의의 말대로 11구의 토막난 시체는 장기가 텅 빈 채 부검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토막이라는 표현은 비인간적이니 쓰지 말자고 하지만, 그 표현이 여기서는 적절할 수밖에 없다.” 2004년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4년 만에 후일담을 밝혔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주임검사를 맡았던 이건석 변호사가 4일 대검찰청이 발행하는 전자신문 ‘뉴스-프로스’ 8월호에서 소름끼치는 ‘살인의 추억’을 떠올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진행된 피해자 11명의 부검은 이 변호사에게 한 편의 참혹한 흑백영화로 남아있다. 부검실의 하얀 벽을 배경으로 검게 부패한 시체 토막들이 곳곳에 흩어진 모습을 보고 10분 만에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당시 유영철은 피해자들의 장기를 분쇄기로 갈아 버리거나, 일부를 먹기도 해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부검들조차 속이 텅 빈 시체를 보고 아연실색했을 정도다. 유영철은 잔인무도한 범행수법으로 세상의 주목을 끌었지만, 검거 이후에도 호기를 부리며 대담한 행동을 이어갔다. 자신이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었다는 유명한 여자 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구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 변호사는 “이유를 묻자 ‘그 변호사가 나에게 희생당할 뻔했기 때문에 오히려 나를 잘 이해할 것이며, 여성이니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범행 동기도 잘 이해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럴 듯한 궤변이었다.”고 말했다. ‘이문동 부녀자 살인사건’을 허위자백했다가 법정에서 곧 번복한 것도 교도소 이감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은 검찰에 대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고 이 변호사는 돌아봤다. “범행 동기나 기억하는 현장 도면 등이 달라서 이 사건은 빼고 기소하겠다고 했더니 나머지 20건의 자백도 번복하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해 어쩔 수 없이 21건을 모두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2차 공판에서 경찰의 회유로 허위자백했다고 증언하더군요.” 지금도 이 변호사에게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는 것은 유영철이 자백했지만 끝내 시체를 찾지 못해 미제로 남은 4건의 부녀자 살인사건이다. 이 변호사는 “사형 확정 뒤 면회 간 수사검사들에게 유영철이 ‘법무부장관의 형집행장을 가지고 오면 여죄에 대해 털어놓겠다.’고 했다는데, 빨리 죽고 싶어서 그러는 것인지 정말 여죄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시체 부패 냄새를 견뎌가며 점쟁이까지 동원해 시체를 매장했다는 산을 훑었지만 끝내 찾아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5년 6월 사형선고가 확정된 유영철은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를 빗은 뒤 아침 식사 설거지까지 하는 등 나름대로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료하게 바닥에 누워있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가끔 무협지 등을 읽지만 운동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루종일 독거실에서 나오지 않고 혼자 지내며 외부인 접견도 거부하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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