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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사당패 맥을 이어가는 사람들

    남사당패 맥을 이어가는 사람들

    SBS는 남사당패를 소재로 한 창사 20주년 특집극 ‘초혼’을 12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한다. 서민 사회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민중 예인 집단인 남사당패의 처절한 삶을 통해 우리의 혼과 전통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곰탕’ ‘백정의 딸’ ‘행복한 여자’ ‘노란 손수건’ 등의 박정란 작가와 ‘그린로즈’ ‘태양의 남쪽’ ‘아버지의 집’ 등을 연출한 김수룡 PD가 손을 잡았다. 박정철은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학진(안정훈)의 남사당패에 들어가 기예를 배우며 자라나는 창수역을 맡아 남사당패의 희로애락을 그리게 된다. 극 중에서 꽹가리를 치는 그는 실제로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을 찾아가 배웠다. 박정철은 “창수의 내면을 표현하고 아픔을 승화하기 위해서는 꽹가리가 필수라서 쉴 때도 늘 옆에 두고 연습했다.”면서 “특히 미봉과 복잡한 상황, 아픔 등이 내재된 사랑을 해야 하는 터라 감정을 절제해가며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15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어름산이(줄타기)가 되는 미봉역을 맡은 신예 정은별은 “처음에는 선머슴 같은 모습이지만 차츰 여성적인 모습으로 변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낼 것”이라면서 “한달 동안 매일 7시간씩 줄타기를 했는데, 줄 위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팔뚝과 무릎을 다치고 멍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천민들의 놀이판’으로 시작된 남사당놀이에는 천민들의 애환과 예인의 혼이 담겨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해학, 그리고 권력에 대한 무언의 항거가 담긴 문화유산으로, 남사당 여섯 마당 중에 꼭두각시놀음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돼 있다. 연출을 맡은 김수룡 PD는 8일 “‘초혼’을 통해 우리의 혼이 담긴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한다.”면서 “연기자들이 꽹가리를 치느라 손에 피멍이 들 정도로 열심히 하는 등 제작 과정 자체가 더 아름답고 감동적인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왕의 밥상

    고려·조선조를 거치면서 왕이 말타고 전장을 누빌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니 기마민족의 유전자를 가진 후대의 호방한 영걸들이 비육지탄을 느꼈을 법도 하지만 암튼 옛적의 “나를 따르라.”라고 호령하던 기상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편안함이 왕족의 호의호식을 부추겨 역대의 수많은 왕들이 당뇨병의 고통 속에 살았답니다. 하릴없이 먹고 놀다 보니 비둔해지고, 그러니 몸이 무거워 활동을 멀리하게 되며, 그럴수록 병이 깊어졌던 것이지요. 아시겠지만 대사질환인 당뇨병은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있는 제1형, 인슐린 분비량이 필요량보다 부족한 제2형 등으로 구분하는데, 문제는 제2형입니다. 원인이야 다양하지만 이게 상당 부분은 잘 먹고 편해서 생기는 병이거든요.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베타세포가 지쳐 필요할 때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고, 그러니 섭취한 포도당을 분해하지 못해 핏속의 당분 함량, 즉 혈당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알고 보면 당뇨병 참 무섭습니다. 어디에, 어떤 합병증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옛적, 거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항상 몸을 움직여야 목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던 세상에서는 사람들, 당뇨 걱정 별로 안 했지만 요새는 다릅니다. 주변에 혈당 높은 사람이 넘쳐나 의사들은 ‘당뇨대란’을 걱정합니다. 그러나 이런 당뇨병을 이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좀 절제해서 먹고 몸을 많이 움직이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왕의 밥상을 동경하지만 그거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세상의 섭리가 그렇듯 먹고 싶은 것 모두 먹고, 무거워진 몸 움직이기 싫어하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신은 공평하다고들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jeshim@seoul.co.kr
  • [女談餘談] 신승훈과 ‘슈퍼스타K’/이은주 문화부 기자

    [女談餘談] 신승훈과 ‘슈퍼스타K’/이은주 문화부 기자

    얼마 전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신승훈과의 인터뷰 자리에서도 단연 화제는 ‘슈퍼스타K’였다. 마침 다음날 올릴 공연에서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등 ‘슈퍼스타K(슈스케) 2’의 톱4와 리허설을 마친 그는 “그 친구들이 무대 위에서 너무 절제돼 있어서 여기 심사 볼 사람 아무도 없으니 편하게 하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말했다. 데뷔 20년이 된 가수와 아직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지망생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가요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슈퍼스타K’가 몰고온 인기와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대회는 끝났지만, 톱4가 부른 음원이 각종 온라인 음악차트에서 기성가수들을 제치고 모두 10위권 안에 드는 등 인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슈퍼스타K’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승훈은 “요즘 젊은 세대들은 끈기도 없고 컴퓨터 음악에만 길들여져 있는 줄 알았는데, ‘슈퍼스타K’에서 데뷔도 안 한 젊은이가 기타 하나를 들고 노래하는데 음악적 진정성이 느껴져 감동받았다.”면서 “나 역시 아버지가 중학교 2학년 때 사준 기타를 잡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4일 어렵사리 만난 ‘슈퍼스타K 2’의 준우승자 존박은 “많은 분들이 ‘슈퍼스타K’를 보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노래 하나로 그동안 못 이뤘던 꿈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고 공감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다. ‘슈퍼스타K’의 감동은 완벽한 가수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들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었다. 우승자뿐만 아니라 탈락자에게도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슈퍼스타K’는 삶과도 닮은 부분이 많다.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매일매일 냉정한 심사위원의 평가 속에 울고 웃으며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슈퍼스타K’ 신드롬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무언의 격려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이제는 더 이상 겉모습에 휘둘리지 말고 내면의 진정성을 바라보자고. 무조건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여유를 가져보자고. erin@seoul.co.kr
  • 삶의 성찰·따뜻한 인간애 녹인 詩80편

    삶의 성찰·따뜻한 인간애 녹인 詩80편

    따뜻한 감성과 절제된 시어로 많은 이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보듬어온 정호승(60) 시인의 신작 시집 ‘밥값’(창비 펴냄)이 출간됐다. 시인의 열 번째 시집으로 ‘포옹’ 이후 3년여 만에 나온 이번 시집에는 삶에 대한 성찰과 따뜻한 인간애가 녹아 있는 시 80여편이 실려 있다. 우선 시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고 위로를 건넨다. ‘고비 사막에 가지 않아도/ 늘 고비에 간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면서/ 오늘도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 이번이 마지막 고비다’(‘고비’) 하루하루가 고비인 삶 속에서 인간다움이 사라져 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은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상황 속에서도 절망보다 희망을 발견해 볼 것을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나는 이미 충분히 불행하다/ 불행이라도 충분하므로/ 혹한의 겨울이 찾아오는 동안/ 많은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중략)// 남의 불행에서 위로를 받았던 나의 불행이/ 이제 남의 불행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충분한 불행’ 중) 또 ‘비록 지옥 말고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다 할지라도/ 자살하지 마라/ 천사도 가끔 자살하는 이의 손을/ 놓쳐버릴 때가 있다’(‘별들은 울지 않는다’ 중)며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고 느껴지는 힘겨운 순간에도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희망의 끈을 놓치 말 것을 권유한다. 여러 편의 시를 통해 자신 또한 현실 속에서 한없이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겸허함을 드러낸 시인은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서로가 양보하고 희생하며 한데 어우러져 사는 삶을 소망한다. ‘길을 떠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짐은 멀리 던져버려도/ 어느새 다른 사람의 짐이/ 내가 짊어지고 가는 짐의 절반 이상이다’(‘짐’ 중) 부끄럽고 미약한 존재이며 매일 힘겨운 일상에 치여 사는 평범한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이란 거창한 것이라기보다 각자가 자신이 처한 조건 속에서 자그마한 고민과 실천을 키워나가는 것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시인은 그 인간다운 삶의 길을 ‘밥값’하는 것이라고 소박하게 부른다.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중략)//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밥값’ 중) 그의 시에서 모두가 밥값하는 세상은 종교적인 성스러움, 자연의 경건함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시인은 “세상에는 가도 되는 길이 있고 안 가도 되는 길이 있지만 꼭 가야 하는 길이 있다. 나는 이제야 그 길이 시와 시인의 길임을 확신한다.”고 ‘시인의 말’에 적었다. 시인의 ‘밥값’에 대한 성실한 자기 고백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시론] 중국도 스마트 외교를 배워라/김승채 서울평화상 기획·연구실장 고려대 겸임교수

    [시론] 중국도 스마트 외교를 배워라/김승채 서울평화상 기획·연구실장 고려대 겸임교수

    중국 차기 최고지도자로서 입지를 굳힌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지난달 24일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참전을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서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했다. 뒤 이어 중국 정부도 “중국 정부의 정론 (定論)”이라고 못박고 나섰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학자들을 동원해 한국전쟁과 중국 인민의용군이 참전한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은 다르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스탈린과 마오쩌둥(毛澤東)의 인정과 지원 아래 이뤄진 김일성의 남침이라는 사실은 옛 소련 등에서 비밀해제된 다양한 문건을 통해 이미 규명된 것이다. 중국의 초·중·고교 역사 교과서는 한국전쟁에 대해 “6·25전쟁이 발발했고 미 제국주의가 침략했다.”는 표현으로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평화·안전을 위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막으려 북한을 지원하고 입장을 두둔하는 것은 현실정치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중국이 강대국으로 신뢰를 얻으려면 최소한 한국전쟁이 남침이었음을 인정하고, 한국전 개입은 1949년 건국한 신생 중국이 자국 보호를 위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는 정도까지는 인정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중국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면서 정작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다면 누가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 시대에 걸맞은 국격을 갖춘 나라라고 인정할 것인가.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지각 있는 사람으로 강한 감정 절제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 시진핑 부주석이 격에 맞지 않게 중국의 힘을 과시하고 주변국들의 감정에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년 뒤에 국격 있는 중국을 만드는 데 앞장설 최고 지도자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2위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계층·지역·세대 간 불균형과 민족문제, 정치개혁 문제 등 내부 모순이 고조되는 와중에 외부 모순까지 만들려고 하는가.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하드 파워는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최근 중국은 소프트 파워까지 증대시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상하이협력기구(SCO) 같은 다자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공자학원 등을 세워 유교문화 등 중국의 전통 문화를 적극 홍보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중심, 미국 표준의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항하는 중국적 가치와 규범을 세계 표준으로 하려는 ‘베이징 컨센서스’를 전파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결합하여 권위를 증대시키는 21세기의 종합국력인 스마트 파워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군사력과 경제력은 막대한 달러 자산과 전세계가 군침을 흘리는 거대한 소비시장, 세계 최대 규모의 제조공장으로 충족될 수 있다. 그러나 공자상을 세우고, 중국 전통 가치를 선양하고, 중국어를 교육하는 것만으로는 중국의 가치와 문화가 우월하다고 느끼게 할 수 없다. 보편적인 행동 규범, 올바른 역사인식에 근거한 외교활동이 충족되어야 한다. 중국은 이미 평화로운 발전(和平發展), 조화로운 세계(和諧世界), 대국책임론이라는 훌륭한 말들을 만들어 냈다. 이 수려한 언어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실천해 보여야 한다. 이미 30년 전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중국 지도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코 패권을 가지려 하지 마라. 나서지 마라.(決不當頭)” 그의 말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행동 방침이 돼 왔다. 그것이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뿌리이다. 중국 지도부는 역사와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고, 국격을 갖춘 중국, 친해지고 싶은 중국을 만드는 길이다.
  • 들짐승女 서우 VS 섬뜩女 신은경 ‘독한 스타일 대결’

    들짐승女 서우 VS 섬뜩女 신은경 ‘독한 스타일 대결’

    MBC주말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카리스마 모녀 신은경과 서우가 펼치는 불꽃튀는 대결이 뜨겁다. 길들여질 것 같지 않은 ‘들짐승녀’ 서우와 보는 이들이 섬뜩할 정도로 ‘이중적인 섬뜩녀’ 신은경. 이 두 여배우들은 서로 각기 다른 트라우마를 지닌 캐릭터를 소화할 뿐만 아니라 스타일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악녀를 표현해내는 매력적인 스타일로 극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욕망의 불꽃’ 속 그녀들의 독한 스타일 포인트을 살펴봤다. ◆ 신은경의 독한 포인트! 블링블링 볼드쥬얼리로 럭셔리하게 드라마에서 ‘욕망의 결정체’ 신은경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 무엇도 가리지 않는 악녀역할을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 반면 드라마 속 그녀의 표독스러운 성격과는 달리 패션만은 정갈하고 고혹적인 패션으로 욕망을 숨기고 있다. 그녀는 재벌집 며느리답게 깔끔한 헤어스타일에 클래식한 패션이 더해져 청담동 며느리룩을 완성하고 있다. 블랙 컬러 등의 원피스 같은 미니멀한 베이직룩에 빅사이즈의 볼드한 주얼리를 매치하거나 드롭형 펄주얼리를 착용해 내면의 욕망이 절제된 럭셔리 패션으로 승화시켰다. 뮈샤의 김정주 주얼리 디자이너는 “신은경처럼 고품격 럭셔리 스타일을 완성하고 싶다면 모노톤의 심플한 의상에 볼드한 액세서리를 착용해 포인트를 주면 더욱 기품 있고 절제된 미를 발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우의 독한 포인트! 개성통통 ‘샤기헤어’로 트렌디하게 ‘욕망의 불꽃’에서 서우는 과거 어둠을 등지고 성공의 빛을 향해 질주하는 비련의 악녀 백인기 역할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녀는 화려하기만 한 여배우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컬러가 담긴 ‘여배우룩’으로 2030세대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헐렁한 느낌의 상의와 짧은 팬츠, 호피무늬 모자나 다양하고 트렌디한 헤어스타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녀는 밝은 오렌지 브라운 헤어 컬러 염색으로 화려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귀 밑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과감하게 층을 줘 가볍게 흩날리는 ‘샤기’커트로 백인기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완성했다. 준오헤어의 상아 원장은 “최근 자신만의 개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내추럴한 분위기를 주는 샤기 커트를 연출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서우처럼 층을 많이 낸 샤기 커트는 한층 시크하고 트렌디한 분위기를 완성시켜 준다”고 말했다. 사진 = 키스바이뮈샤, ‘욕망의 불꽃’ 캡처컷,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채현주 기자 chj@seoulntn.com
  • [사설] 쌀 달라면서 전방 GP에 총 쏘는 北

    북한이 얼마 전 무려 7700억원어치의 쌀 50만t을 달라더니 이번에는 총질을 해댔다. 북한군이 강원도 최전방의 우리 군 경계초소(GP)에 총격을 가한 배경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엔사 특별조사팀이 나선 만큼 곧 실체가 밝혀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분명한 건 북측의 두줄타기 장난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쪽에선 유화 제스처, 다른 한쪽에선 긴장 조성으로 깐죽거려도 현혹될 우리가 아니다. 북측은 그런 상투적인 대남 전술로는 어떤 대가도 얻을 수 없다. 이번 총격 사건이 우발적이었다면 북측이 사과하거나 최소한 우리에게 통보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북측이 애매모호한 태도로 남측을 헷갈리게 하려 든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만약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의도적인 도발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단 두발만을 쏜 것은 지극히 북한스럽다. 절제된 도발로 약간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대남 유화 제스처도 유지하려는 속셈 정도가 아닌가 짐작된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2중 계산으로는 털끝만큼의 긴장감도 조성되지 않을 것이다. 일부 언론은 총격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이는 북측의 얄팍한 의도를 알리려는 뜻일 뿐 결코 말려든 게 아님을 북측은 알아야 한다. 행여 일부 좌파세력들이 북측에 동조한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북측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긴장을 조성하려고 덤빈다면 그 또한 오판이다. 우리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군사 대비태세와 경호 경비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남북 군사실무회담 북측 대변인은 “대화 거절로 초래되는 파국적 후과(결과)” 운운하며 위협했다. 총격 사건이 그 협박에 따른 행동이라면 북측은 오판임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나 국민들은 의연히 대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에 관한 한 우리의 입장은 단호하다. 남북 정상회담이든, 군사실무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북측의 변화가 선결 조건이다. 철부지를 달래려고 사탕주듯 하는 남북관계는 마감됐다는 현실부터 북측은 직시하라. 13개월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오늘로 사흘째다. 이산가족 일부는 사망 또는 건강 등의 이유로 상봉이 무산됐다. 남북이 분단된 지 60년이 지났다.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부터 성의를 보여라.
  • 한국 대표 여성작가 이성자·윤영자·천경자 불꽃같은 예술혼 ‘아름다운 대화’

    한국 대표 여성작가 이성자·윤영자·천경자 불꽃같은 예술혼 ‘아름다운 대화’

    이성자(1918~2009), 윤영자(1924~), 천경자(1924~).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의 폐허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불꽃같은 열정과 예술혼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한국 대표 여성 작가들이다. 비슷한 연배에다 공교롭게도 이름의 끝자를 공유한 이들 3인의 전시회가 ‘아름다운 대화’란 제목으로 서울 남대문로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타계한 이성자는 전쟁 직후인 1951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이응로·김환기 등과 함께 세계 미술의 중심지에서 활동했다. 구상과 추상이 어우러진 초창기 작업을 거쳐 생명의 근원을 기하학적인 상징물로 표현하는 데 주목했던 작가는 말년에는 인간과 우주의 존재론적 성찰을 화폭에 담는 데 열중했다. 평생 파리에서 살았던 작가는 2001년 프랑스 예술문화공로훈장과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전시작 16점은 유족을 통해 파리에서 공수해 왔다. 윤영자는 홍익대 미술학부 첫 여성 졸업생이면서 목원대 미술학부를 창설한 한국 여성 조각의 선구자다. 절제된 형상과 리듬감 있는 곡선으로 인체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킨 그의 작품들에는 여성과 모성이란 일관된 주제가 녹아 있다. 공공조형물 제작에도 활발히 나선 그는 석주문화재단을 만들어 여성 미술인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작가 소장품 15점이 전시됐다. 천경자는 이국적인 정취와 독창적인 화풍의 여인과 꽃 그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원로 화가다.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93점을 기증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딸과 지내고 있는 그는 건강 악화로 투병 중이다. 전시에는 개인 컬렉터 소장의 미인도와 꽃 그림 10점이 걸렸다. 11월 15일까지. (02)726-4428.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영화리뷰] ‘나탈리’ 베드신만 남은 습작용 3D

    [영화리뷰] ‘나탈리’ 베드신만 남은 습작용 3D

    올해 초 한창 3차원(3D) 입체영화 붐이 일었을 때 일부 영화인들이 “에로영화도 3D로 만들어 달라.”고 농을 쳤었다. 우스갯소리였지만, 어떤 이들은 이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모양이다. “진짜 한 번 만들어봐?” 이런 식으로. 그 시작이 어찌됐건 적나라한 3D 로맨스 ‘나탈리’가 28일 개봉했으니 세간의 이목을 끄는 건 당연한 일. 그래도 영화니까 일단 내용부터 살펴보자.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온 명품 조각 ‘나탈리’. 하지만 실제 모델이 누군지 일절 알려지지 않다가 거장 조각가 황준혁(이성재)의 개인전에서 10년 만에 공개된다. 전시회 마지막 날, 준혁은 자신을 찾아온 평론가 장민우(김지훈)에게 나탈리의 실제 모델인 오미란(박현진)과의 격정적인 사랑을 들려주게 되지만, 정작 민우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했었다고 말한다. 미란을 둘러싼 엇갈린 기억, 그리고 그 비밀이 밝혀지는데…. 왠지 줄거리만 따져 본다면 예술에 접목된 에로티시즘, 치명적인 예술의 아름다움과 현실 간의 딜레마, 이런 식의 고상한 말들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를 어쩐다. 나탈리 3D는 그냥, 단순히, 적나라하게 ‘야한 영화’ 되겠다. 빼곡히 들어찬 정사신에 음모까지 노출하고 3D 효과를 첨가하면서 실감(?)을 배가시킬 뿐, 예술과 사랑의 본질을 꿰뚫는 시도는 전무하다. 한마디로 야한 장면이 휘두르는 막강한 힘에 정신이 팔려 있는 영화다. 시나리오부터가 문제다. 감정이 전혀 절제되지 않은 이들의 화법은 마치 신파를 떠올리게 하고, 영화 속 벌어지는 상황은 막장 드라마도 시시해서 쓰지 않을 만큼 어처구니가 없다. 예술과 사랑이라는 상황만 차용했을 뿐, 그 예술을 통한 감정적 깊이에 대한 고민은 묻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깊이가 얕다 보니 결국 적나라한 베드신만 남게 됐고, 그러다 보니 베드신은 영화의 목적이 돼 버렸다. 마냥 정사신에 ‘올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성의 빈약함으로 인해 베드신의 영상미조차 상쇄돼 버린다. 감정의 깊이가 얕은 베드신이 3류 에로물의 베드신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렇다고 새로운 에로 영화의 길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범람하는 ‘야동’(야한 동영상)의 시대 속에서 3D 멜로물이 과연 블루 오션이 될 수 있을까. 그저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영화의 야한 장면만 추출·편집한 ‘나탈리 엑기스’ 파일이 돌아다니는 상황이 우려될 뿐이다. 이성재가 말했다. “내 엉덩이와 박현진의 가슴만 떠오른다면 영화는 실패한 거다.”라고. 미안하다. 정말 그랬다. 전작 ‘동승’에서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줬던 주경중 감독은 대작 3D(‘현의 노래’)를 찍기 전에 경험 삼아 나탈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감독의 말대로 작품은 습작용 한계를 넘지 못했다. 당연히 18세 이상 관람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영화리뷰] ‘된장’

    [영화리뷰] ‘된장’

    영화 제목이 ‘된장’이란다. 구수하고 수수한 느낌이다. 어머니의 손맛을 주제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모성애를 그려냈을까. 아니면 농촌에서의 삶을 통해 안빈낙도(安貧道)를 찬양하는 영화일까. 모두 아니다. 젊은 감각의 로맨스 영화다. 탈옥 5년 만에 검거된 희대의 살인마 김종구. 그를 잡은 것은 경찰도 검찰도 아닌 된장찌개의 신비스러운 맛이었다. 제보를 받은 방송국 PD 최유진(류승룡)이 취재에 나서지만, 이 기막힌 사건의 열쇠를 쥔 ‘된장 달인녀’ 장혜진(이요원)은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연이어 밝혀지는 3명의 죽음. 방송취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수많은 관계자들의 흥미진진한 진술이 이어지고 미스터리는 반전을 향해 치닫는다. ‘된장’은 무척 감각적인 영화다. 충무로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장진 감독이 기획했고, 동화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여감독 이서군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고루하거나 촌스러울 리는 만무할 터. 이 감독이 밝힌 영화의 취지는 나름 신선하다. “보통 생각하는 아주 오래된 전통의 이미지와 반대되는, 젊고 동화적이면서 다채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 삶 속에서 된장처럼 초라하고 소박해 보이는 것들이 꼭 그래야 하는가, 정말 소중하고 마법 같고 풍성한 이야기로 만들어 질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영화는 많은 재료들이 버무려지면서 비로소 맛과 향기를 내는 된장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영화의 전반부, 된장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한 인물의 모습에서 왠지 ‘식객’류의 요리 영화가 떠오른다. 시골의 정경은 드라마 ‘전원일기’와 같은 귀농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가슴 아린 사랑은 절제되고 깨끗한 일본 로맨스 영화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도깨비’라는 신화적인 요소와 ‘음모론’까지 뒤섞인다. 하지만 그 장르적 버무림의 성과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그 위대한’ 된장의 맛과는 달리 허전하고 밋밋하다. 또 장진 감독은 “페이크 다큐, 애니메이션, 멜로드라마 등 총체적 장르를 만날 수 있어 한가지로 칭하기 곤란할 만큼 독특한 장르의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너무 혼란스럽다. 감독의 과한 욕심이 재미, 감동, 긴장감 가운데 어느 토끼도 잡지 못했달까. 편향된 대중영화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안쓰럽다. 의외로 대중영화의 범위가 참 좁아 ‘새로운 시도’란 것을 대중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거다. 도전은 분명 미덕인데, 막상 그만한 성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아니함만 못해버리니까. 이를 어찌해야 할까. 21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객원칼럼]끝이 없는 공직자의 무한책임/박명재 CHA의과학대학교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객원칼럼]끝이 없는 공직자의 무한책임/박명재 CHA의과학대학교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제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지난 여름은 유난히 길고 무더웠다. 특히 내게는 기상적인 더위 위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짜증스럽고 곤혹스러운 두 가지 더위가 더했다. 하나는 영포회(정확히 말하면 영포목우회) 소란이었다. 소란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관여했던(실제 이름을 명명하고 초기 총무와 한 차례 회장을 지냈다) 영포목우회는 26년 전에 고향 출신 공직자들의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나로서는 최근 10년 가까이 이 모임에 관여한 바가 없었다. 일부 정치권이 제기한 민간인 사찰파문과 현 정부의 인사편중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이른바 영포라인과 중첩 내지 동일시되어 오해를 받게 되었지만, 기실 그 실체와 실상은 여느 친목단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만 이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은 자두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처럼, 대통령이 나온 고향의 공직자들은 더욱 언행과 몸가짐 그리고 사사로운 모임 하나까지 오해를 불러오지 않도록 조심하고 자제하는 자기절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도 칙칙하고 곤혹스럽게 달라붙는 국새파동이었다. 경찰의 수사와 행정안전부의 조사로 대체적인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참으로 어이없고 개탄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국새 제작 관리의 중심에 있었던 주무장관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고 정부와 국민에게 죄송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어느 언론사 기자와의 대담에서 “국새의 제작과 관리는 정부 의전의 가장 중요한 일로서 장인의 숨결과 영혼이 담긴, 그야말로 사심과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작업인데, 만일 장관의 직무와 책임 범위 안의 잘못이 있다면 모든 책임을 감수하겠으며, 설령 그것이 장관의 감독과 책임 밖의 일이라 할지라도 정부와 국민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한다.”는 심경을 밝혔으며 지금도 그 심경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굳이 변명 같지만 3년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당시 국새의 제작 및 관리과정을 상세히 기억할 수 없는 나는 당시의 제작일지를 행안부로부터 받아 꼼꼼히 들여다봤다. 필자가 장관으로 부임한 날짜는 정확히 2006년 12월 13일이고 국새제작은 2005년부터 시작되어, 내가 취임할 당시 이미 사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새제작자문위원회가 5차례 회의를 거쳐 국새 모형과 제작 당선자로 문제의 민홍규씨를 결정한 뒤였다. 국새제작과 관리는 그 후 담당 국·과에서 추진하였으며, 내가 장관으로서 국새 관리에 관여한 것은 경남 산청에서 처음 국새를 제작하여 개물(開物)하고 시인(試印)하는 행사(2007.12.3)와 국새가 완성되어 이를 인수(2008.1.30)한 일이었다. 국새파동이 나면서 연일 이 두 장면이 언론과 방송매체에 클로즈업되면서 참으로 괴롭고 곤혹스러웠다. 분명히 밝히지만 재임 중에 국새 제작과 관련하여 어떤 하자나 문제점을 보고 받은 적이 없었고, 그래서 공직을 떠난 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건이었다.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문제가 된 금도장은 나로서는 보지도 받지도 알지도 못한 일이었다. 자기 변명같이 다소 장황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세상살이, 특히 공직자의 길이 얼마나 어렵고 그 책임이 끝이 없다는 깨달음을 연역해 내기 위한 것이다. 일전에 공직을 오래 전에 그만둔 동기 한 사람이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장관의 책임은 그 이상 갈 거야.”라고 한 적이 있다. 공직을 떠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고 해방된 줄 알았더니 이번 사건을 통해 공직자의 책임은 무한하고 끝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비록 법적 책임은 없다 하더라도, 또한 그 시효가 소멸되었다 하더라도 마음속에 지게 되는 양심의 고통과 번민은 지울 길이 없다. 옛말에 모름지기 공직자는 죽는 날까지 세 가지 거울, 즉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는 동경(銅鏡), 국민의 거울인 인경(人鏡), 그리고 역사의 거울인 사경(史鏡)을 지녀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다. 공직자의 정책결정과 집행, 그 행동의 결과와 책임은 재임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퇴임 후에도 예기치 못하게 국민의 시각과 역사의 거울에 때로는 직진되고, 때로는 반사되고, 때로는 굴절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 보고 말거야…딱! 세편

    보고 말거야…딱! 세편

    이미지 연극의 대표작으로 한국에 첫선을 보인 미국 작품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와 독일 차세대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햄릿’은 91%, 일본 전통과 접목된 일본 작품 ‘디오니소스’는 83%의 유료 점유율을 기록했다. 러시아 민요에 물소리와 피아노·바이올린까지 배경음악으로 깔아둔 극단 숲의 ‘갈매기’, 폭력과 광기를 격한 신체언어로 토해내면서도 한국어 대사를 슬쩍 집어넣어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던 슬로베니아의 ‘맥베스’는 매진 행렬에 기립박수까지 얻어냈다 지난달 24일 개막, 반환점을 돌아선 서울연극올림픽. 세계의 문제작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반응이 좋다. 다만 작품 당 공연기간이 2~3일에 불과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많다. 어~하다가 자칫 놓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폐막일(11월 7일)까지 남은 11개 작품 가운데 놓치면 아까울 작품 세 편을 서울연극올림픽 사무국으로부터 추천받았다. # ‘지하철의 오르페우스’(왼쪽)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살리기 위해 지옥으로 내려가 환상의 연주를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오르페우스에서 따왔다. 작품 속에서 오르페우스가 내려가는 곳은 지옥이 아니라 파리의 ‘지옥철’. 재치있는 현대적 변용이다. 하루에도 수만명이 오가는 지하철에서 운명의 여인을 만날 수 있을까. 만난다 한들 계속 볼 수 있을까. 1인극 형식도 현대사회 인간의 고독과 두려움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칠판 위에 지하철 노선도와 각종 숫자 및 기호를 그리고, 영상까지 비추는 독특한 무대다. 23~25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 ‘아이아스’(가운데) 아킬레우스가 남긴 무기를 차지하려다 아무 상관없는 양들을 죽여버린 뒤 자신의 어리석음과 광기를 후회하며 자살해 버린 그리스 용장 아이아스 이야기다. 극히 절제된 신체언어가 관전 포인트라 아이아스 얘기를 미리 공부하고 보는 게 좋다. 텅빈 무대에 아이아스의 상징인 쌍칼을 들고 있는 배우 세 명이 번갈아가며 아이아스와 주변 인물들을 연기한다. 짧고 반복적인 대사와 작은 몸 동작만으로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연극올림픽 위원장을 맡고 있는 테오도로스 텔조폴로스(그리스)의 연출작. 28~30일 아르코예술극장. #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오른쪽)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헨리크 입센의 말년 작품을 인도 연출가 라탄 티얌이 재해석한 작품이다. 티얌은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 프린지 대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출가. 원작은 조각가 루벡과 그의 부인 마야 이야기를 통해 지나친 사랑이 어떻게 사람을 파괴하는지 그려낸다. 티얌은 원작의 내용과 주제의식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를 인도 동부 마니푸르 지역으로 고스란히 옮겨온다. 해외에서 격찬받은 뛰어난 시각적 효과를 직접 누릴 수 있다. 22~24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칠레광부 33인 전원구조] 매몰~구조 3대 관전포인트

    [칠레광부 33인 전원구조] 매몰~구조 3대 관전포인트

    ■ 지상의 리더십 - 33번의 환호 피녜라 대통령 ‘감동 100배’ 극비 프로젝트 “와, 이것 좀 보세요. 광산 밑으로 내려간 구조 캡슐 동영상이군요. 정말 특별한 순간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네요.” 칠레 광부 구출 작업이 시작된 13일(현지시간) 땅 밑으로 내려간 구조 캡슐이 화면으로 긴급 전송되자 CNN방송의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는 갑자기 말을 더듬었다. 그러고는 입을 닫았다. 지하 622m로 내려간 캡슐 동영상이 느닷없이 공개됐을 때 생방송 중이던 세계 뉴스 앵커들은 하나같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수천명의 취재진에 칠레 당국은 지하 상황을 생중계할 비디오 카메라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다. 덕분에 세계 언론은 칠레가 기획한 ‘감동 시나리오’에 그대로 허가 찔렸다. CNN방송은 “(사전 예고 없이 전 세계에 공개된 지하 동영상은) 달 착륙이나 걸프전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에 버금가는 역사적인 방송 이벤트였다.”고 흥분했다. ‘광부들의 생환 스토리’를 생중계하면서 칠레가 거둔 마케팅 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 CNN 등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갖춘 방송이 시종 구조장면을 생중계한 데 따른 국가 브랜드의 광고효과는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힘들다. 69일 만의 생환이 안겨 주는 감동의 이면에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기획력’으로 무장한 리더십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광부들의 생존 사실을 알리는 쪽지가 탐침봉에 매달려 올라온 것은 지난 8월 22일. 광부들이 쓴 쪽지를 보여주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세계에 약속한 그날 이후 피녜라 대통령은 코피아포 광산을 국가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깜짝 카드를 줄기차게 내밀었다. 맨처음 크리스마스 이전으로 잡았던 구출 시기를 11월 초, 이달 말에 이어 다시 최초 예상일보다 두달여 빠른 지난 12일로 앞당기면서 세계 언론들이 연일 코피아포발 속보를 싣게 만들었다. 지구촌 언론을 의식한 흔적도 역력했다. 지상으로 구출된 광부들이 말쑥하게 면도까지 끝내고 나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69일 생환 드라마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썼던 ‘피녜라호(號)’의 위기관리 능력은 그래서 더욱 뜨겁게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는 셈. 이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칠레 억만장자 대통령의 3대 성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제난, 8개월 전의 대지진에 이어 이번 구출작전까지 취임 이후 맞닥뜨린 3가지 비극을 해피엔딩으로 잘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지하의 리더십 - 69일간의 희망 영웅 우르수아 “가족을 위한 위대한 싸움” 33명의 매몰 광부 가운데 자청해 마지막에야 ‘죽음의 막장’에서 나온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54). 절망 속에 있던 매몰 광부들 사이에 유대와 단결을 이끌어낸 그의 지도력은 33인이 비극의 그림자를 떨쳐내고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광명의 동아줄을 놓치지 않게 했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매몰 광부들의 생존이 알려지지 않아 바깥 세상과 완전히 단절됐던 최초 매몰 17일 동안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동료 광부들에게 희망을 일깨우며 질서와 절제 속에서 두려움과 고통을 감내하게 했다. 그는 동료들이 48시간에 한 번씩 스푼 2개 분량의 참치와 쿠키 반 조각, 우유 반 컵을 나눠 먹으며 버티도록 했다. 구조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에 대비한 것이다. 안전모에 달린 전등 사용도 엄격히 제한했다. 식수 확보를 제외하고는 불도저 등 중장비 사용도 못하게 했다. 대피소의 부족한 산소를 고갈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광부들의 다양한 이력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고 팀을 나눠 경계와 휴식을 번갈아 하도록 해 체력을 아꼈다. 한 팀이 잠자리에 들면 다른 팀은 갱도 추가 붕괴나 지하수 유출 등의 유사시에 대비토록 ‘불침번’을 세웠다. 주변 청결을 위한 청소와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도 규칙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행시켰다. 우물 세 개를 파서 식수를 조달하기도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열광팬이자 노래를 잘 부르는 동료에게는 다른 동료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유쾌한 노래를 부르고 합창하면서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간호사로 일했던 동료에게는 다른 동료의 치료와 심리 건강 유지를 살피도록 했다. 우르수아는 13일(현지시간) 구출 캡슐에서 나온 직후 “우리는 힘과 정신력을 갖고 있었고 싸우길 원했다. 가족을 위해 버텼다.”면서 “이는 위대한 일이었다.”고 벅찬 표정으로 말했다고 AFP가 전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효과적인 대응 - 22시간의 환희 광부 심리안정 배려속 굴착 경쟁시켜 급물살 ‘우리는 모두 살아 있다.’ 칠레의 산호세 광산 붕괴 17일 만에 매몰 광부들이 전해온 쪽지에서 기적은 시작됐다. ‘희망의 끈’을 발견하자 칠레와 국제사회는 저력을 발휘하며 기적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 칠레 국민이 남미인 특유의 흥분을 절제하며 침착하게 대응할 때 세계는 69일간 구조 작업을 도우며 기적의 조각을 함께 맞춰갔다. 칠레의 초기 대응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광부의 심리 안정을 유도하고자 세심한 배려를 했다는 점이다. 땅 위와 아래를 잇는 유일한 보급 통로를 통해 화상 카메라를 내려 보낸 뒤 지상의 소식을 수시로 전하며 광부들을 위로했다. 특히 사고 발생 41일째인 지난달 14일에는 매몰 광부인 아리엘 티코나의 아내가 출산하는 장면을 녹화 영상을 통해 전했다.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며 광부들은 생에 대한 집념을 이어갔다. 또 전화와 영상장치를 통해 가족들과 자주 연락을 취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4개월로 예상됐던 구조기간을 두 달 가까이 줄인 것도 평가받을 만하다. 칠레 정부는 각국에서 온 토건 기술자에게 3개의 구출 통로를 동시에 파내도록 경쟁시켰다. 이 가운데 미국 굴착기 기사인 제프 하트(40)가 작업한 ‘플랜 B’ 통로가 가장 빨리 완성돼 신속하게 구출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국경을 초월한 지원 또한 구조 작업에 큰 보탬이 됐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은 앞선 기술을 전수해 구조캡슐 ‘피닉스’ 고안에 도움을 줬고 일본 역시 특수 제작된 우주복을 칠레에 보내는 등 온정을 나눴다. 스티브 잡스가 보내온 아이팟이나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전달한 묵주 등도 광부들에게 힘이 됐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씨야+다비치+방시혁=감성발라드 ‘다 컸잖아’

    씨야+다비치+방시혁=감성발라드 ‘다 컸잖아’

    씨야와 다비치 그리고 작곡가 방시혁이 뭉쳤다. 씨야, 다비치는 가을을 적시는 로맨틱 발라드 ‘다 컸잖아’를 발표, 음악팬들을 찾아간다. ‘다 컸잖아’는 히트 작곡가 방시혁의 작품으로 세련된 선율이 돋보이는 슬픈 가사의 곡. 씨야와 다비치는 이 곡을 통해 슬프고 애절하면서도 절제된 감성을 자유자재로 표현 가창력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다 컸잖아’는 11일 엠넷닷컴을 통해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 ▶ 이유진, 예비신랑과의 화보 최초공개▶ LPG, 뺑소니범 검거에 일조 "의상에 피범벅"▶ ’왕비호’ 윤형빈, 걸그룹에게 "엄청 무식해" 독설▶ 어차피 존박 우승?…’슈퍼스타K2’ 픽션과 리얼 사이▶ ’꽈당보라 vs 꽈당승연’, 몸 바친 무대공연 뒤 아픔
  • 브리오니, 신라호텔 리뉴얼 오픈 ‘모던+고급’

    브리오니, 신라호텔 리뉴얼 오픈 ‘모던+고급’

    남성 신사복 브랜드 브리오니가 신라호텔 매장의 인테리어를 전면 개편, 11일 리뉴얼을 오픈했다. 브리오니의 새로운 글로벌 부티크 콘셉트를 적용한 브리오니 신라 호텔점은 절제된 컬러와 세련된 인테리어로 모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재탄생 했다.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온화하고 깊이 있는 베이지가 메인 컬러로 사용됐고, 브론즈 메탈과 글로시한 블랙 컬러의 가구로 모던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고객의 동선을 고려해 남성복과 여성복 섹션으로 나눠진 매장은 의류와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 VIP 고객의 휴식과 상담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도 마련됐다. 브리오니 브랜드 총괄을 맡고 있는 우성희 이사는 “국내 VVIP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집중되는 매장인만큼 새롭게 선보이는 인테리어 콘셉트로 고객들이 보다 편안하게 쇼핑을 즐기고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 = 브리오니 서울신문NTN 이효정 기자 hyojung@seoulntn.com ▶ 이유진, 예비신랑과의 화보 최초공개▶ LPG, 뺑소니범 검거에 일조 "의상에 피범벅"▶ ’왕비호’ 윤형빈, 걸그룹에게 "엄청 무식해" 독설▶ 어차피 존박 우승?…’슈퍼스타K2’ 픽션과 리얼 사이▶ ’꽈당보라 vs 꽈당승연’, 몸 바친 무대공연 뒤 아픔
  • 냉혹한 일본의 군주 히로히토의 두 얼굴

    냉혹한 일본의 군주 히로히토의 두 얼굴

    우리에게 일왕 히로히토(裕仁·1901~1989)는 1945년 항복 선언문을 낭독하는 라디오 속의 떨리는 여자 같은 목소리로 기억된다. ‘히로히토 평전’(허버트 빅스 지음, 오현숙 옮김, 삼인 펴냄)은 그가 ‘유약하고 유명무실한 천황’이란 가면 속에서 아흔 살 가까이 천수를 누린 냉혹하고 잔인한 군주였을 뿐이란 사실을 냉정하게 지적한다. 944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쓴 역사학자 허버트 힉스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와 극동 언어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국 빙엄턴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힉스 교수가 10년간 집필한 ‘히로히토 평전’은 2001년 퓰리처상 실화 부문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도 출간된 이 책은 일본과 미국 심지어 한국 정부까지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 히로히토의 전쟁 책임론을 정면으로 다루어 큰 화제를 모았다. 1901년 태어난 히로히토의 이름은 중국 격언에서 유래한 ‘풍요해지면 백성이 평안하다.’란 뜻이다. 히로히토의 아버지 요시히토는 수백 년에 걸친 왕실 근친혼으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뇌막염에 걸렸고, 끝내 황실의 낙오자로 전락했다. 생후 70일에 히로히토는 궁정을 떠나 퇴역 해군 중장인 후견인 가와무라 가에서 양육된다. 가와무라 백작은 히로히토를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에 귀를 기울일 줄 알며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인간으로 기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는데 힉스 교수는 용기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히로히토의 성격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유치원 때 히로히토는 러·일전쟁 놀이를 하며 자랐고, 형을 때린 히로히토의 동생은 부모의 초상 앞에서 사과 맹세를 해야만 했다. 일곱 살이 되어 입학한 학습원의 원장은 러·일전쟁 영웅인 육군 대장 노기 마레스케였다. 노기는 히로히토의 할아버지인 메이지 천황의 장례식 당일 배를 갈라 창자를 꺼내는 셋푸쿠(할복) 의식으로 생을 마감했다. 절약, 인내, 품위 있는 절제와 같은 노기의 가르침은 히로히토의 몸에 배었다. 운동신경이 무뎠던 히로히토는 표본 채집과 분류 연구 등에 매료돼 민달팽이, 불가사리, 해파리 등 동식물 수집을 취미로 삼는 박물학자, 해양생물학 후원자로 성장했다.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1921년 섭정 취임한 히로히토는 고노에 후미마로 공작의 피해망상적 내셔널리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훗날 고노에는 중·일전쟁을 일으키는 총리가 된다. ‘열강들은 인종적인 경쟁심에 사로잡혀 일본이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지위에 오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고노에의 견해는 히로히토뿐 아니라 엘리트, 궁정 관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중·일전쟁 동안 히로히토는 군 전체의 행위를 도덕적이며 합리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무대 뒤에서 전략을 정하고 전쟁을 지도하는 최고 지휘관의 역할은 용의주도하게 감추었다. 중국 국민당과 4년에 걸쳐 전쟁을 치르면서 히로히토는 더 큰 목적을 위해 일본 국민의 안위에 대한 위험을 무릅썼다. 특히 히로히토는 화학무기 요원과 장비를 중국에 보내는 것을 재가했으며 독가스 사용을 허가했다. 1940년에는 중국에서 세균무기를 시험 사용하는 것을 처음 재가했다. 이는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이 대량 독가스를 사용하는 행위로 이어진다. 패전을 앞두고 히로히토가 걱정한 것은 신하도 백성도 아니고 ‘국체’(national polity)를 상징하는 ‘3종 신기’(神器·검, 곱은 옥, 청동거울)의 안위였으며, 그가 끝까지 지키고자 한 국체는 나라의 제도나 정치 체제가 아니라 바로 황조황종(皇祖皇宗)의 후손인 자기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의 정치 지배층은 천황이 침략전쟁으로 자기 나라 인민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면서, ‘정치에 대한 책임’을 온 국민이 나눠 짊어져야 할 ‘패전 책임’으로 바꿔 놓았다. 일본 국민은 도리어 천황 앞에서 신하로서 패배의 책임을 져야 했다. 타인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의 지위를 결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점에서 그는 근대의 군주 가운데 가장 솔직하지 못했던 인물 축에 들었다고 저자는 평가했다. 일왕은 종전 후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를 설파하고 다녔고 전쟁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오히려 종전의 공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방문 때는 디즈니랜드에서 미키마우스와 함께 웃는 모습을 연출하며 인자한 평화애호자로서 이미지를 굳혔다. 이토록 합당하지 않은 가면과 함께 그나마 종전 직후 일본 진보 세력에 의해 표면화되는 듯했던 전쟁 책임론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져버렸다. 3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조선시대 바로미터 수라상과 상소문

    조선시대 왕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느 것 하나 사사로운 것이 없었다. 왕의 모든 행위가 정치요 통치행위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왕의 일상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담은 책 2권이 나왔다. 통치자의 절대권력 뒤에 숨은 절대고독의 실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왕의 밥상’(함규진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은 조선 왕들의 밥상에서 정치를 읽어낸다.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은 대부분 각 지방에서 진상한 식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왕들은 식재료의 상태를 보고 지방 백성들의 상황을 미뤄 짐작해야 했다. 먹는 즐거움조차 온전히 개인적인 것일 수 없었다. 나라에 가뭄·홍수 같은 재난이 들면 왕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아예 밥상을 물리는 감선(減膳), 또는 고기반찬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철선(撤膳)을 시행했다. 신하들의 당파 싸움을 다스리기 위해 이른바 단식투쟁인 각선(却膳)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선의 왕들은 절도 있는 식생활로 양생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식(食)이념을 면면히 전승해 왔지만 연산군과 인종만은 예외였다. 연산군은 무절제하고 몰염치한 식욕을 추구했고, 인종은 반대로 고행에 가까운 거친 식사를 고집했다. 조성왕조실록에 나타난 스물일곱 왕들의 식습관과 통치 윤리를 접목한 대목은 흥미롭다. 왕의 밥상에는 어떤 음식들이 올랐을까. 조선 팔도에서 올리는 진상 및 공납으로 식재료를 조달하긴 했지만 뜻밖에도 외국에서 구입해 들여온 진기한 식재료나 민간에서는 먹지 못할 정도로 귀한 음식은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왕의 밥상은 누가 차렸을까. 저자는 수라간의 주역은 남성 숙수들이었고, 궁녀들은 보조 역할을 맡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1만 4000원. 조선의 신하들이 왕에게 문서로 올리는 의견을 상소라 한다. 상소문은 왕을 비롯한 몇몇 신하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됐던 정부의 공식문서였다. ‘왕에게 고하라’(이호선 지음, 평단 펴냄)는 상소문을 통해 조선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책이다. 상소문은 내용에 따라 간쟁, 탄핵, 시무, 사직 등에 관한 것으로 분류된다. 특히 간쟁은 왕의 결정이나 행동에 관해 지적하는 것인 만큼 왕의 노여움을 살 위험이 컸지만 조선의 신하들은 왕의 잘못을 논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왕은 상소문을 읽고 신하들과 논의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물리쳤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자기성찰을 제도화한 것은 동서양 어느 문명국에 견줘도 탁월했다.”고 말했다. 책은 조선왕조실록 중에서 태종과 세종조의 상소문을 중심으로 조선의 생활풍속, 정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을 추렸다. 가령 1430년 9월1일 사헌부에서 올린 상소문은 왕의 의복과 궁궐의 일용품을 담당하는 관리의 감독 소홀로 왕의 허리띠 장식에 쓰이는 금과 옷감이 도난당한 사건과 관련해 관리의 파직을 청하고 있는데 최근의 ‘국새 논란’과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긴다. 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네이버, ‘한글캠페인’ 진행’나눔손글씨’ 선보여

    네이버, ‘한글캠페인’ 진행’나눔손글씨’ 선보여

    [서울신문NTN 김수연 기자] 네이버가 한글날을 맞아 ‘한글캠페인’을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네이버는 이번 한글캠페인을 통해 기존에 무료 배포한 나눔고딕체와 나눔명조체에 이은 새로운 나눔글꼴체를 선보일 예정이다.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나눔글꼴은 ‘나눔손글씨’로 펜체와 붓체 등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해당 글꼴은 네이버버의 ‘2009 손글씨 공모전’에서 3만 3천점의 응모작 중 대상을 받은 정재경 씨의 손글씨를 글꼴로 개발한 것이다.나눔손글씨는 자연스러운 리듬과 절제된 생동감이 살아 있어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의 문서를 작성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다.이와 함께 네이버는 나눔고딕체에 한자글꼴을 추가했다. 기존 나눔글꼴 이용자의 경우 나눔고딕 3.0 버전을 새로 설치하면 한자를 나눔고딕체로 볼 수 있다.이러한 나눔글꼴 3.0 패키지는 네이버 한글캠페인 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한편 네이버는 나눔손글씨 및 손글씨 공모전 작품들을 활용한 티셔츠, 가방, 한글노트 등 13가지 한글 디자인 제품도 함께 선보인다.제품은 NHN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수익금은 해피빈과 연계된 다문화 가정 한글교육에 기부될 예정이다.김수연 기자 newsyouth@seoulntn.com
  • PIFF 레드카펫, 男vs女 배우들의 패션 포인트는?

    PIFF 레드카펫, 男vs女 배우들의 패션 포인트는?

    언제나 부산국제영화제 속 레드 카펫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제인 만큼 국내 외 톱스타들을 한자리에 볼 수 있었던 레드 카펫. 2010 레드카펫 속 배우들은 여느 때보다 한층 우아하면서도 매력적인 스타일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여배우들은 각자의 매력에 맞는 각양각색 스타일을 연출하면서도 같은 듯 다른 스타일을 선보여 흥미로운 관심이 더해졌다. 남자 배우들은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 맞게 어느 때 보다 격식을 갖춘 슈트 패션을 선보였다.◆ 女배우들의 선택 ‘롱 드레스& 볼드한 반지로 고혹적이게’이번 부산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에 등장한 많은 여배우들은 다양한 컬러와 디테일이 들어간 드레스 스타일을 선보였다. 레드 카펫 위 여배우들은 시크한 블랙 컬러를 비롯해 청초한 누드와 화이트 컬러 그리고 강렬한 레드 컬러 등의 드레스를 선택했고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보다 더욱 화려하고 다채로운 레드 카펫 패션을 보여줬다.다양한 드레스 스타일을 선보인 가운데 여배우들의 공통점은 미니 드레스 보다는 롱 드레스를 선택했다는 것.손예진 전도연 박하선 조여정 등이 선택한 롱 드레스는 허리 라인을 살려주고 신체의 단점을 가려주기 때문에 한층 날씬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강조했다. 다 같은 롱 드레스라도 컬러에 따라 각양각색 분위기가 연출됐고 전도연이 선택한 H라인의 블랙 드레스와 손예진의 살구 빛 A라인 드레스 등 다양한 드레스 라인으로 인해 엣지 있으면서도 우아한 매력 등 다양한 분위기가 완성됐다.또한 드레스에 주얼 장식이나 스트라이프 등의 세심한 디테일을 가미시켜 한층 고혹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반면 롱 드레스로 인해 여배우들의 아름다운 다리 라인과 슈즈 스타일을 보기 힘들어 이를 지켜보던 대중들의 아쉬움을 남겼다.그 중에서도 롱 드레스가 가장 잘 어울렸던 배우는 단연 수애. ‘드레 수애’의 별칭에 걸 맞게 섹시와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레드 컬러의 드레스 스타일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레드 카펫 속 여배우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볼드한 반지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드레스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얼리는 배우들의 드레스 스타일을 한층 아름답게 부각 시켜줬다. 화려한 목걸이를 착용해 가슴 라인을 부각시켰던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와는 달리 이번 영화제에서는 볼드한 반지나 뱅글을 매치해 팔과 손 라인을 강조했다.대표적으로 박하선의 유색 반지를 활용한 원 포인트 주얼리 스타일링은 누드 컬러의 드레스와 잘 어울리면서도 과하지 않는 스타일이 완성됐다.뮈샤의 김정주 주얼리 디자이너는 “권위 있는 영화제인 만큼 이번 영화제 속 여배우들은 차분하면서도 고혹적인 매력이 묻어난 스타일을 완성했다”며 “특히 레드 카펫의 필수적인 에티튜드인 손 인사를 하는 스타들은 볼드한 반지 하나만 매치해주면 한층 우아하면서도 손을 들었을 때 얼굴 빛을 밝혀주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女배우들의 ‘업 헤어 & 레드 입술 포인트로 우아하게’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여배우들이 아름다운 네크 라인과 뒤태, 아찔한 가슴라인을 강조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다름아닌 업 헤어 스타일.깔끔하게 뒤로 넘긴 업 스타일은 이번 영화제의 많은 여배우들이 입은 롱 드레스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고 비슷한 듯 다르게 각자의 개성을 살린 업 스타일은 자신의 매력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한 스타일링이었다.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윤여정은 앞을 살짝 띄운 업 스타일로 원숙미를 충분히 살렸고, 한지혜는 여신풍 드레스에 한 올의 머리카락도 흘러 내리지 않게 업스타일을 연출해 패셔니스타다운 진면모를 보여줬다.특히 우아한 헤어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준 엄지원은 고전영화 속 여배우 같은 업 스타일 헤어를 선보여 매혹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또한, 업 스타일과 함께 연출한 여배우들의 강렬한 레드 입술은 또 하나의 액세서리처럼 패션에 포인트 역할을 했다. 깔끔하게 올린 우아한 업 스타일에 이번 가을 겨울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와도 맞물리는 레드 립스틱은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때 귀걸이는 과감히 생략하거나 절제된 디자인을 선택해서 스타일의 강약을 조절하는 센스를 보여줬다.준오 헤어의 상아원장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속 그녀들이 선택한 업 스타일은 아름다운 앞 태와 뒤 태를 모두 살릴 수 있는 완벽한 헤어 연출이다”고 말했다.◆레드카펫 男배우 슈트 법칙 ‘몸에 꼭 맞춘 듯 슬림하게’레드 카펫 위 남자배우들은 자신의 이미지에 걸 맞는 슈트 스타일을 선택했다.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영화제인 만큼 그들은 세련된 슈트 패션을 보여줬고 그들의 공통점은 슬림한 블랙 슈트였다.유지태 안성기 임슬옹 박희순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작년 이맘때쯤 남자 배우들이 착용한 블랙 슈트 보다 한층 더 슬림한 슈트로 트렌디한 블랙 슈트 패션을 완성했다.이렇게 비슷한 블랙 슈트 사이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단연 유지태. 그는 체형에 딱 맞는 블랙 슈트에 그레이 컬러의 커머 밴드를 매치해 슬림함을 강조하고 그의 큰 키와 작은 얼굴을 더욱 부각시켰다.LG패션 마에스트로의 최혜경 디자인 실장은 “영화제처럼 특별한 날에는 말끔한 인상을 강조 해주는 블랙 슈트가 제격이다.”며 “특히 원 버트 재킷을 선택하면 보다 슬림한 슈트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레드카펫 男배우 ‘보우타이로 격식 있게’남자 배우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보우타이를 매치했다는 점이다. 원빈 탑 지성 신현준 등 많은 남자 배우들은 하나 같이 블랙 슈트 차림에 블랙 컬러의 보우 타이를 매치해 한층 격식 있어 보이는 슈트 패션을 완성했다.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배우는 원빈. 그는 여느 배우들과 달리 밀리터리 스타일의 네이비 코트를 착용해 트렌디한 레드 카펫 패션을 완성했다. 여기에 화이트 셔츠가 아닌 라이트 블루 셔츠에 네이비 컬러의 보우타이를 매치해 고급스러우면서도 개성 있는 슈트 패션을 완성했다.반면 지성은 남들보다 높은 셔츠 깃으로 인해 목이 짧아 보이는 효과로 체형의 장점을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LG패션 마에스트로의 최혜경 디자인 실장은 “국제 영화제 같이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넥타이를 보다는 보우타이가 더 잘 어울린다”라며 “단 획일화된 블랙 슈트 스타일을 선택하기 보다는 원빈처럼 네이비 같은 컬러 슈트를 선택한다면 자신만의 개성을 뚜렷하게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사진 = 서울신문NTN DB서울신문NTN 채현주 기자 chj@seoulntn.com ▶ 경찰, 타블로 학력 확인…’학력논란’ 종지부 찍나?▶ 박민영, 빛나는 ‘투명피부’…볼수록 ‘아기피부’▶ PIFF 레드카펫, 女배우들의 우아한 ‘뒤태’ 라인 대결▶ PIFF 레드카펫, 女배우들 ‘베스트 & 워스트’▶ 수애, 부산국제영화제 ‘여신등극’…손예진-이민정 병풍굴욕▶ 브루스 윌리스, 레이디 가가에게 영감 받아 ‘고기가발’
  • [MB정부 파워엘리트] (31·끝)검찰(하)-지검장

    [MB정부 파워엘리트] (31·끝)검찰(하)-지검장

    검찰의 임무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사정(司正)’이다. 수사권과 독점적 기소권이 검찰권의 바탕이다. 이를 오·남용할 때 세간의 비난이 검찰에 집중된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사정을 최전선에서 지휘하는 이들이 바로 전국 지방검찰청을 장악한 지검장들이다. 이들은 수사와 공소에 대한 자신들의 뜻을 활짝 펼 수 있어 ‘검사의 꽃’으로 불린다. 서울 동·서·남·북부, 의정부·인천·수원·춘천·대전·청주·대구·부산·울산·창원·광주·전주·제주 등 주요 지역에 지검장 17명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들은 해당 지역 검찰권을 관장하는 기관장이며, 또 향후 법무부나 대검찰청 등 중앙무대 요직 진출이 예상된다. 서로 경쟁도 치열한 검찰의 ‘잠룡’이다. ●5·6공 비리전담 김학의 지검장 이들을 출신 대학별로 보면 서울대가 독보적 1위다. 17명 중 10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서울 동·서·북부지검, 인천·대구·대전 등 규모 있는 지방검찰청 지휘관 자리를 꿰차고 있다. 고려대 출신은 3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고교별로는 전통적 명문으로 뽑히는 경기고·경북고·광주일고 출신들이 강세다. 지역별로는 서울(5명), 광주·전남(5명), 대구·경북(TK·4명) 등 3지역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한 삼파전 형상을 띠고 있다. 부산·경남은 2명, 충청은 1명이다. 이들 검사장들이 ‘야전 사령관’에 오르기 전인 현장 수사검사 시절 이름을 떨쳤다. 수사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거나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대형 사건을 도맡았던 김학의(54·사시24기) 인천지검장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5공 비리’, ‘6공 비리’로 묶이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및 율곡사업 비리, 대통령 측근 관련 비리수사 등이 김 지검장의 손을 거친 수사작품이다. 김 지검장은 수사 능력뿐 아니라, 꾸준한 교육을 통한 ‘충전형 조직’ 만들기 등 기관장으로서의 조직 철학도 분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조직 단결과 팀워크 수사를 자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검찰권 행사 지론은 소훼난파(巢毁破·둥지가 부서지면 알도 깨어진다). 국민을 위해 검찰권을 행사하되 절제되게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진태·성영훈 지검장 주목 김진태 대구지검장도 대통령 측근비리를 도맡아 수사했다. 그는 1995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소환 조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현철씨 사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 사건 등 굵직굵직한 정권 측근 비리가 그의 손을 거쳤고, 불교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원 서울동부지검장은 사회고위층 외화밀반출 사건, 한국방송광고광사 사장 수뢰 사건, 경찰청 정보국장수뢰사건 등 고위층이 연루된 비리·비위 사건을 자주 맡아 처리했다. ‘기획통’의 대표주자로는 성영훈 광주지검장이 있다.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에는 사교육 비리 수사 등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부장 승진 이후에는 법무부에서 7차례나 근무하는 등 법무 행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섬세한 리더십이 강점이며, 검찰 내 독일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 김영한 수원지검장은 내로라하는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1990년대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낙중 간첩 사건 및 조선노동당 간첩 사건 등이 검사 시절 그의 작품이다. 이후에도 서울지검 공안1부장, 대검 공안1·3과장 등으로 공안 계열에 종사하며 강태운 민주노동당 고문 간첩 사건, 8·15방북단 사건 등을 지휘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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