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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이탈리아서 되찾은 문학인생

    소설가 김영하는 1995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다섯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단편소설집을 내놓았다. 2004년 한 해에만 황순원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을 휩쓸기도 했다. 또한 라디오 진행자로, 국립예술학교 교수로 인생의 절정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5월 훌쩍 한국땅을 떠났다. 캐나다로 가기 전 이탈리아에서 잠깐 동안의 ‘정착민’이 됐다. 김영하가 자신의 문학인생 전반부를 되짚어 보는 에세이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로 돌아왔다. 부제가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다. 즉 여행 에세이다. 하지만 단순한 여행기라기보다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서 한 달 남짓 보내면서 겪었던 일을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경험으로 풀어낸다. 그 속에서 자신을 담담하게 돌아본다. 김영하는 “부족한 게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의 삶은 실로 숨막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새 원하는 것을 다 가진 중년의 사내가 돼 있었고, ‘내 안의 어린 예술가’는 어디로 갔는지, 무사한지 찾아야 했다.”고 홀연히 떠난 배경을 설명했다. 관광지보다는 생활의 터전으로서 그가 겪은 이탈리아 남부의 리파리섬,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아그리젠토는 아름답기만하다. 신화와 역사, 현실이 버무려진 지중해를 끼고 있는 마을들은 고즈넉하다. 김영하는 그곳에서 잃어버린 것을 기억해 낸다. 김영하는 직접 지중해 풍광을 찍은 사진을 책 곳곳에 담아냈다.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김영하의 사진 속 지중해는 배낭을 꾸리고픈 충동이 들게 한다. 마지막 팁. 그의 공식 등단 작품은 1995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이다. 하지만 1992년 ‘무협 학생운동’이 있다. 무협소설에 빗댄 정치풍자 소설이다. 김영하는 당시 대학원생 신분으로 하이텔 통신에 연재했고, 책이 나오자 운동권 학생들이 돌려가며 낄낄대면서 읽었다. 출판사도 비교적 유명했고 버젓이 ‘김영하’라는 실명을 썼으니 작품 이력에서 빠지면 섭섭할 법하다. 아무튼 김영하가 썼으면서도, 호부호형을 허락받지 못한 ‘김영하의 사생아’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92세 민족시인의 절절한 염원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 백범 김구 선생이 남긴 휘호엔 이런 것이 있다. 한결같음으로 세상의 모든 변화에 대처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명제를 삶에서 풀어내는 이가 문단에 있다면 아마도 시인 이기형일 게다. 그의 시에는 요즘 보기 드문, 목놓아 외치는 감정의 격앙이 있다. 애써 온갖 첨단 공학적 기법까지 동원해 시를, 문학을 ‘짓는’ 세상에서 굽이치는 감정만 가지고 쓴 시는 촌스럽기 십상이다. 게다가 통일이니, 민족이니, 역사니 하는 것들은 어느 시대의 훈장은 될지언정 시대에 뒤처졌다는 손가락을 받기 딱 좋다. 에두름없이 번쩍이는 칼날을 들이대니 불온하기까지 하다. 55편의 연작시 ‘지리산’을 쓴 이 시대 마지막 민족시인 이기형이 ‘절정의 노래’(들꽃 펴냄)를 내놓았다. 1년6개월 만의 신작 시집이다. 1917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났으니 이제 아흔둘이다. 도쿄 일본대학 예술부 창작과에서 문학을 공부한 노시인에게 시는 큰 길이다. 60여년 분단의 고샅길에서 통일의 영마루로 달음박질치는 몸부림이다. 일제에서 미국으로 이어진 외세에 저항하며 민족의 기개를 목놓아 부르짖는 큰 길이 바로 시다. 그는 ‘…제대로 된 세상에 살고파/인간다웁게 살고자/마지막 보루 문학을 뜨겁게 껴안고/여기 만고의 낙동강가/천년바위에 줄지어/늠실늠실 억겁의 푸르름을 본다’(‘억겁의 푸르름’)고 자신의 속에 품어온 시의 의미를 부여했다. ‘돌아온 들에 봄은 왜 오지 않는가’, ‘떡잎’, ‘멋진 통곡’ 등 시편은 이기형은 변하지 않았지만 문학 측면에서 머무르지도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럼에도 서정성이 부족하다는 평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서슬 푸른 칼날 바닥에 질펀히 널려진 섬세하고 여린 감성은 쉬 드러나지 않을 뿐 명징하기만 하다. 북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며 쓴 시 ‘북쪽 아내에게’는 절절하다. ‘…구만리 장천을 바라 터지는 가슴/내 뭔 말 하리오’ 그의 아내는 평생을 흠모했던 지도자 몽양 여운형 선생의 육촌여동생으로 이미 숨을 거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CD금리 2%대 진입 눈앞에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이 품귀사태까지 빚으며 금리가 급락하고 있다. 14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91일물 CD금리는 전날보다 0.11%포인트 하락한 연 3.02%를 기록했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CD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0.91% 포인트 급락하며 3% 붕괴 초읽기에 들어갔다.한국은행측은 “기업은행이 이날 6개월짜리 중금채를 2.5%의 금리로 발행하면서 3개월짜리 CD 금리도 함께 떨어졌다.”고 풀이했다.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도 전날보다 0.20% 포인트 하락한 5.24%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7월 11일 5.22% 이후 가장 낮다. CP금리는 금융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해 11월 7%대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들어서만 1.25% 포인트 떨어졌다. 단기 시장금리가 이처럼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시중에 부동자금이 풍부하고 한은이 ‘의도적으로’ 이 부문으로의 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국민은행 관계자는 “돈은 넘치는데 마땅히 운용할 곳이 없다 보니까 자금이 CD나 CP로 몰리고 있다.”며 “은행들도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어 CD 발행을 거의 하지 않아 낮은 금리에도 매수하겠다는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CD금리 급락으로 여기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보느라 대출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인데 CD금리가 너무 빨리 떨어져 은행들마다 수익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전했다.정성민 유진선물 애널리스트는 “쌓여 있는 단기성 자금이 CP나 CD로 급속히 몰리고 있지만 정작 물건이 없어 사지 못하는 품귀현상까지 생기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때문에 단기적으로 신용물 금리가 하락하겠지만 문제가 되는 신용등급 ‘BBB’ 회사채 금리가 떨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이승엽 없어도…화려해진 2기 WBC 타선

    이승엽 없어도…화려해진 2기 WBC 타선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이번 대회는 대표팀 성적 못지 않게 세대교체의 당위성도 부여된 대회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 은퇴를 발표한 박찬호는 물론 올시즌 팀내 입지 강화에 신경써야 할 이승엽의 불참은 이번대회가 향후 한국대표팀 주역들을 발굴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대표팀 수석코치인 김성한의 말을 빌리자면 이번대회 멤버 수준이 1회대회 때보다 더 낫다고 평가한다. 이승엽과 이종범을 제외하곤 타격에서 제몫을 해준 선수가 거의 없었던 지난대회와는 달리 이종욱-정근우-이용규-김현수가 올림픽을 통해 이미 검증을 받았고,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합류로 인해 타선의 짜임새가 월등해졌기 때문이다. 한방이 아니면 득점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던 지난 대회와는 달리 기동력과 장타력을 고루갖춘 선수들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김동주의 불참으로 인해 생긴 3루 공백도 최정과 이범호의 합류로 대비책이 마련됐다. 최정은 올시즌 타율 .328 홈런 12개를 기록하며 포스트 김동주의 대안으로 떠올랐으며 1회 대회에 참가했던 이범호는 경험이 믿음직스럽다. 김성한 코치는 “올시즌 최정 선수의 스윙을 보면 신인티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레벨이 올라와 있다. 많은 야구인들이 최정 선수의 장래성을 높이 평가하는데 김동주가 없어도 최정과 이범호 이 두선수로 충분히 3루에 대한 고민을 덜어낼수 있을 것” 이라며 항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승엽의 공백은 김태균과 이대호가 그 역할을 대신할것으로 보인다. 1회대회 멤버였던 김태균은 당시와 비교할때 지금의 기량이 더욱 정점에 올라와 있다는 평가다. 올시즌 31개의 대포를 쏘아올리며 첫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음은 물론 2006-2007년 2년연속 3할을 밑돌았던 타율도 올시즌 .324를 기록하며 정교함을 되찾았다. 올림픽에서 맹타를 휘둘렀던 이대호는 향후 대표팀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이미 성장했다. 김성한 코치는 “김태균과 이대호 앞에 발빠른 주자들이 출루하면 이 두선수들이 쓸어담을 타점은 많아질 것” 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추신수의 활약도 기대해볼만 하다. 작년 9월 AL ‘이달의 선수’에 선정될 만큼 이미 그의 방망이 솜씨는 절정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아시아라운드를 통과해 본선라운드에 진출하게 되면 이번대회 강력한 우승후보국 중 하나인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해야 한다. 국내파 위주의 대표팀 선수들이 경험하지 못한 야구를 유일하게 체험한 추신수인지라, 그의 조언과 경험치가 대표팀 전력에 큰 도움을 줄것은 자명하다. 외적인 전력분석에 덧붙여 추신수의 직접조언이 더 큰 힘을 발휘할수 있을듯 싶다. 비록 이번대회가 병역혜택에 대한 메리트는 없지만 추신수의 활약여부에 따라 내년 11월에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의 WBC 합류는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그의 기량을 평가받는 자리임은 물론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에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소속팀 없이 1년 넘도록 무적생활을 최근까지 해왔던 김병현도 이번대회에 참가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국내복귀 보다는 다시한번 해외진출에 뜻을 품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준다면 각 구단의 러브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대회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후쿠도메 코스케(시카고 컵스)에게 허용했던 홈런을 되갚아 주겠다는 출정식에서의 각오도 그가 대표팀에 꼭 참가해야할 이유 중 하나다. 이렇듯 대표팀 세대교체의 이면에 숨겨진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은 이번대회를 보는 또다른 즐거움이 될듯 싶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스포츠 통신원 윤석구 rock7304@hanamil.net@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21년만에 고국서 음반 내는 ‘엔카 여왕’ 김연자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21년만에 고국서 음반 내는 ‘엔카 여왕’ 김연자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특유의 꺾기 창법이 여전히 생생하다. ‘수은등’ ‘진정인가요’ 등 주옥 같은 히트곡으로 1980년대 초·중반 절정의 인기를 한몸에 모았던 가수 김연자(50)씨. 그는 88 서울올림픽 폐막식에서 고(故) 길옥윤이 작곡한 ‘아침의 나라’를 불렀다. 이 노래는 동시에 일본어로 개사돼 불려졌고,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오히려 더 큰 바람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김씨는 국내활동을 중단하고 일본으로 훌쩍 건너가 신인처럼 뛰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그녀 특유의 열정은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인연이었던지 그는 1989년 이후 모든 연예인들이 꿈꾼다는 NHK ‘홍백가합전’에 무려 3회나 출연하는 ‘절정의 호황’을 누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단숨에 일본 톱가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오리콘 엔카 가요차트 1위, 일본 레코드 대상, 일본 유선방송 최다 리퀘스트 가수상까지 거머쥐었다. 일본 매스컴에서는 김씨를 가리켜 ‘엔카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그가 낸 싱글앨범만 31장에 이르고, 해외공연 때마다 고정팬들이 따라다닐 정도로 여전히 높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가 최근 잠시 귀국했다. 오는 2월 말 국내 음반 발매를 앞두고 녹음을 하러 고국을 찾았다. 한국에서는 21년만에 음반을 내는 셈이다. 앞으로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할 예정이다.지난 9일 일본 출국에 앞서 김포공항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송창식씨가 작사·작곡한 노래 담아 →오랜만에 고국을 찾았습니다. -지난 8월6일 일본에서 새 앨범을 내고 활동할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임종을 못해 마음이 많이 아팠지요. 딸 셋 중 제가 장녀거든요. 지난 12월27일 귀국했을 때에도 아버지의 산소를 가장 먼저 찾았습니다. 이후 열흘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모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지요. 때마침 음반녹음도 계획돼 있었고요. →새 음반은 어떤 내용입니까. -송창식씨가 작사·작곡한 노래 ‘안돼’, ‘슬픈 얼굴 짓지 말아요’, ‘불꽃’과 ‘아침의 나라’, ‘수은등’, ‘당신은’ 등을 담았습니다. 송창식씨는 다른 가수에게 노래를 잘 안 주기로 유명한데 잘 아는 지인을 통해 곡을 어렵사리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활동하게 됩니까. -예, 그럴 생각입니다. 이젠 한국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자주 와야지요. 4월에 일본에서 다시 신곡을 내고 5월쯤 국내 콘서트도 생각 중에 있어요. →일본에서 톱가수로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주변에서 ‘열심히 노래하고 인간관계가 모범적’이라는 얘기를 들어요. 뭐니뭐니해도 공연장을 쫒아다니는 팬들 덕분이죠. 그녀는 지금도 공항로비에 일본에서 온 팬들이 많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1년에 100일은 콘서트, 100일은 방송출연, 나머지 100일은 음반작업에 몰두한다. 아이가 왜 없느냐고 묻자 “너무 바빠서….”라며 웃는다. 웃음에 얼핏 외로움이 묻어나는 건 무슨 까닭일까? 그는 1982년 18세 연상의 밴드악단장 출신 재일교포 김호식(현재 예총 일본지부장)씨와 결혼했다. →현재 사는 곳은 어디인가요.  -도쿄 스기나미구에 살고 있어요. 치와와 강아지 세 마리와 남편하고 오붓하게 살지요. 한국에는 방배동에 집이 있고요. 고향 광주에는 아직도 친척분들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 “인생의 마지막은 한국서 보내고 싶어” →일본팬들이 귀화하라고 종용도 했을 터인데….  -일본 언론과 인터뷰할 때 그런 제의를 자주 받아요. 그럴 때마다 고국이 한국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대답해요. 사실 제 인생의 마지막은 한국에서 보내고 싶거든요. 전 지금도 일본공연이나 해외공연 때면 한국 노래를 빼놓지 않고 불러요.  그는 15세 때 가수로 데뷔했다.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로 올라와 TBC에 오디션 프로그램 ‘가요 신인스타’에 합격한 것이 1974년 10월이었다. 일본에서는 1977년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을 일본어로 불러 데뷔했으며, 현재 그와 함께 생활하는 스태프만 50명에 이를 만큼 대형가수로 우뚝섰다.  그녀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우선은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고, 데뷔 40주년 즈음해서 국내에서 큰 행사를 가질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일본에서 굳건한 ‘성좌’를 일군 그녀가 새삼 우뚝해 보였다. km@seoul.co.kr
  • 진단없이 OK라더니… 건강한 사람만 받는 보험사

    진단 없이 전화 한 통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본 회사원 조모(51)씨는 2주 전 A생명보험사의 종합보장 상품에 들었다. 첫 달 보험료 6만 6000원도 납입했다. 일주일 뒤 보험사의 간호사가 조씨를 찾아와 혈액을 채취해 갔고 이틀 후 ‘고령, 지방간 의심,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계약승낙불가’라며 돈을 돌려주고 일방적으로 보험가입을 취소했다. 깜짝 놀란 조씨는 대형병원을 찾아 종합검진을 받았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무진단 가입’, ‘전화 한 통이면 누구나 언제든 질병 보장’ 등의 문구로 가입을 유도하는 생명보험사들이 실제로는 젊고 건강한 소비자만 선별해 가입시키고 있어 “보험업의 존재 이유를 배반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연령이 높은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혈액검사 등 건강검진을 실시해 보험가입을 거부하고 있었다. A사는 실제로 보험가입 대상자의 위험을 심사하는 언더라이터(underwriter)에게 “위험도가 높은 가입자는 대부분 보험가입 초기에 보험사고를 유발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정확하게 위험을 평가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A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보험사가 보험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거나 위험의 평가가 불가능한 보험대상자에게 ‘거절체’라고 이름 붙여 가입에 제한을 두고 있었다. 반면 ‘우량체’의 가입은 적극 유도하고 있었다. 보험사들의 이러한 얌체 영업 때문에 최근 보험 가입자들의 해약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 6개 대형보험사에 계약거절 건수를 요구했지만 이들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고 하나같이 “계약거부가 많으면 오히려 회사에 손해”라고 해명했다. S생명 관계자는 “보험업체의 몸 사리기가 최근 절정에 달했다.”고 실토했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대표는 “보험제도는 ‘일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일인을 위해’라는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건강한 사람들만 가입시킨다면 보험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열린세상] 퍼블릭 아트 운동에 주목하자/이성형 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

    [열린세상] 퍼블릭 아트 운동에 주목하자/이성형 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

    외국인들이 서울에 오면 놀라는 것이 많다. 고층 아파트가 촘촘히 들어선 것을 보고 놀란다. 디자인의 단조로움에 더욱 질린다. 좁은 공간이라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지만 핑계거리가 되지는 못한다. 수려한 산세에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이지만, 외국 도시들과 비교하면 문화적 역량에 한계를 느낀다. 아파트 천국을 꿈꾸었던 르 코르뷔지에가 모스크바에서도 실현하지 못했던 꿈을 서울이 실현한 것이다. 시멘트 건물은 오래되면 빛바랜 슬럼가의 풍경이 된다. 서울의 미래는 런던이나 파리보다는 브라질리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속도전과 기능주의의 대가일 것이다. 가끔 최고경영자과정에 강의를 가면 보는 풍경이다. 검은색 정장의 기사, 검은색 자동차, 검은색 양복의 중년 남자, 여자들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엘리트들은 어두운 색조를 좋아한다.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폭탄주도 한 잔씩 나눠 마신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인테리어와 칙칙한 색조 속에서 아이들은 자란다. 아파트와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예술적·문화적인 감수성을 이야기하겠는가? 경제가 위기라고 한다. 공적 자금을 풀어서 돈이 돌게 해야 한다고 한다. 건설 공사에 돈을 푸는 것은 한편으로 이해가 간다. 건설사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지만, 그 돈은 결국 땅 속에 스며들고 물길 따라 흘러갈 뿐이다. 왜 살아 있는 사람에게, 우리 일상과 밀접한 경관에, 문화 사업에 풀면 아니 되는 것일까? 툭하면 문화입국 운운하는데. 1930년대 미국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공황기 미국도 댐 공사를 했다. 하지만 대규모 재원을 동원하여 문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소위 ‘뉴딜 문화 프로그램’이다. 프 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5년에 오랜 측근인 해리 홉킨스를 지명하여 대규모 고용 구제 프로그램으로 공공사업진흥청(WPA)을 만들었다. ‘페더럴 원’이라 불린 프로젝트는 미술·음악·연극·작가·역사기록 등 5개 분야로 구성되었다. 총 4만명의 문화 사업 관련자들이 이 공공예술(퍼블릭 아트) 프로그램으로 밥벌이를 했다. 미국의 문화적 경관을 대규모로 변화시키는 문화입국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예술가들은 이웃 멕시코에서 벌어지고 있던 벽화예술 운동에 감동을 받았다. 절정기였던 1936년에 5300명의 예술가들이 고용되어, 공공건물에 2500점 이상의 벽화를 그렸고, 그림 10만 8000점, 조각 1만 8000점을 남겼다. 난민촌과 마을회관에 만든 미술학원에서 5만명의 아이와 성인이 무료로 미술교육을 받았다. 음악가 1만 6000명도 일자리를 얻었다. 오케스트라·실내악단·합창단·오페라단이 구성되어 매주 300만명의 관객 앞에서 5000번의 공연을 행했다. 입장권은 대단히 싼 가격에 팔았다. 1939년의 경우 27개 주에서 13만 2000명의 어린이들이 매주 무료로 음악 교습을 받았다. 1500명의 작곡가는 5500곡을 남겼다. 연극인들도 절정기에 1만 2700명이 혜택을 받았다. 작가들은 6686명이 고용되었다. 작가들이 기록한 ‘아메리칸 가이드 시리즈’는 오늘날에도 인용되는 가장 포괄적인 미국 대백과사전이다. 우리 귀에도 익숙한 노벨문학상 작가 솔 벨로, 영화인 오손 웰스, 버트 랭카스터, 팝아티스트 잭슨 폴락, 작곡가 에런 코플랜드도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였다. 심지어 멕시코 벽화가인 리베라, 시케이로스, 오로스코도 혜택을 받았고,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칭송하는 벽화들을 미국의 공공건물에 남겼다. 우리도 이 위기를 문화입국의 기회로 삼을 수는 없을까. 왜 살아 있는 사람에게, 우리 일상과 밀접한 경관에, 문화 사업에 풀면 아니 되는 것일까? 툭하면 문화입국 운운하는데. 이성형 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
  • ‘작전명 발키리’ 톰 크루즈, 독일제복을 입다

    ‘작전명 발키리’ 톰 크루즈, 독일제복을 입다

    ‘수리 아빠’ 톰 크루즈가 애꾸눈 장교로 돌아왔다. 톰 크루즈는 신작 ‘작전명 발키리’에서 독일장교로 다시 한번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통해 카리스마 있는 액션배우로 거듭난 톰 크루즈는 이번 영화에서 히틀러 암살이라는 거대한 반역을 주도했던 실존인물을 그려냈다. ’작전명 발키리’는 참혹함이 절정을 이루던 당시 히틀러의 만행에 반기를 든 최상위 권력층 내 비밀 세력이 히틀러 사망에 대비해 세워놓은 ‘발키리 작전’을 이용, 히틀러를 암살하고 나치 정부를 전복하는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 톰 크루즈가 연기한 강직한 성품의 슈타펜버그 대령은 조국과 국민을 위하는 충성스런 장교이자 ‘히틀러 암살’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톰 크루즈는 흡입력 있는 연기를 통해 슈타펜버그 대령의 신념과 용기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펼쳐 보인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영화관계자들은 “톰 크루즈의 절제된 연기가 압권이다. 스토리가 감동적이다.”라고 호평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전명 발키리’는 오는 22일 일반 관객들을 찾아간다. 서울신문NTN 이현경 기자 steady101@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등장인물: 어머니,아들,딸,아버지(1인1역),외교통상부 관계자,무장단체 요원들,기자들,시민들,각 단체 대표들(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시민단체장),동시통역사(이상 1인다역) ▶시간 및 공간: 현대,대한민국 ▶무대: 이 극은 장면의 전환이 많다.따라서 기본적으로 빈 무대를 사용하며,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분위기를 상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품들을 사용한다. 1장 방 세 개짜리 반 지하방의 거실.한밤중.붉은 색,취침등이 켜져 있다.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잠시 후,다시 울리는 전화벨.거실 한 구석에서 토막잠을 자던 어머니,잠에서 깨어 전화기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와 손을 뻗는다.어머니,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인다.전화벨이 끊어진다.잠시 후,다시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딸이 방문을 열고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나온다. 딸 에이 씨! 어머니 그들일까? 딸 시끄러워.빨리 받아. 어머니,쉽게 전화를 받지 못한다.아들,방에서 나온다.어머니,망설임 끝에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 여보세요? 외교통상부 (소리)여기 외교부인데요! 어머니 (말을 자르며)어디요? 외교통상부 외교통상부요! 어머니 무슨 일이시죠? 외교통상부 (소리)조금 전에 주 파키스탄 대사관에 이 전화번호하고,김만수씨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무장단체의 메시지가 전달됐는데요.저희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을 해야 해서요.김만수씨 집에 계시면 좀 바꿔주시죠. 어머니 제 남편요?그럼요.지금 방 안에서 자고 있는걸요.잠깐만요. 어머니,남편의 방 문 앞에 가서 문을 두드린다. 어머니 나와서 전화 좀 받아봐요! 정적.아무런,인기척이 없다.어머니,남편의 방문을 다시 두드린다. 딸 그냥 열어! 어머니 항상 잠겨 있잖니. 딸,아버지 방의 문고리를 거칠게 돌린다.쉽게 열린다.어두운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아버지의 방은 파키스탄 어느 민가로 전환된다.환영처럼,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무장 단체 요원들.무장 단체 요원 중 한 명이 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에서 다른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으려 하는 도중,무대 밝아진다.거실,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머니 언제 없어진 걸까?(사이)너하곤 종종 얘길 하지 않았니. 아들 옛날 얘기예요. 딸 정확히 3년 전이야!내가 연기학원을 그만둔 날이었으니까. 아들 저녁을 먹는데 느닷없이 ‘난 파산했다.’고 말했죠. 딸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지. 어머니 ‘양심적으로 갚으려고 했는데.이젠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랐구나.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얘기했어. 아들 침묵.한참 후에 엄만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살죠?’라고 물으셨죠. 어머니 니 아빤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니?’라고 대답했고. 딸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들 그 이후,우리가 있을 땐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어머니 산 입에도 거미줄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딸 우리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도. 아들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딸 어쩌다 가끔 소리는 들려왔어. 아들 아직 살아 있구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족들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방 너머에서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어머니 한참을 누군가와 애기하는 듯했지. 아들 알 수 없는 중얼거림. 딸 끙끙 앓는 신음소리. 어머니 다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아들 무서운 비명소리. 딸 귀신이 곡하는 소리. 어머니 깊은 한숨소리. 아들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소리가 시작되었죠.우리가 들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어머니 아주 서툰 연기였지. 아들 동정을 바랐겠죠.아니면 자기 역시 힘들다는 걸 알리고 싶었거나. 딸 TV 볼륨을 높이면 더 크게 소리를 내.소리를 죽이면 멈추고.마치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아들 우리의 일과에 맞춰,늘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서 정해진 시간에 끝이 났죠. 침묵.소리,사라진다. 딸 유령 같았어.살아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아들 방 안에서 도대체 뭘 했던 걸까요? 어머니 시간을 죽였겠지. 딸 바깥의 상황을 살피며 어떡하면 더 불쌍하게 보일까 궁리했든가. 아들 우리가 나가고 나면? 어머니 밥을 먹거나,TV를 보거나.살아 있다는 흔적을 남기듯이. 아들 외출은? 어머니 가끔 신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긴 했는데.먼지가 그대로인 걸 봐서는 멀리 다녀온 것 같지는 않더라. 침묵. 어머니 신음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였더라? 아들 (사이)이주 전쯤 이었을 거예요.아버진 누군가와 얘길 하고 있었어요.누군가와 비밀스런 대화를 하듯,‘이브라힘!’이라는 말을 반복했죠.미친 게 아닐까 의심했어요.제 인기척이 느껴지자 급하게 전화를 끊더라고요.그러곤 다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죠.늘 그랬던 것처럼.갑자기 짜증이 밀려 왔어요.그래서 제가 한마디를 했죠.(사이)에이! 씨발.조용해지더군요.평화가 내려앉은 것처럼. 어머니 네가 좀 심했구나. 아들 씨발.아버지가 즐겨 내뱉던 단어죠.침묵을 제외한 유일한 단어. 딸 아빤 언제나 화가 나 있었어. 아들 늘 긴장해야 했지요. 어머니 말을 안 하니까 더 불안했지. 딸 그래도 얼굴엔 다 쓰여 있었어.알아서 기어라! 아들 복종과 침묵의 룰.일종의 계약이었죠. 딸 누구 맘대로? 아들 아빠 맘대로. 딸 왜? 아들 그야,이 집의 가장이니까. 사이.어머니,갑자기 하품을 한다. 어머니 이러면 안 되는데….자꾸 졸음이 오는구나. 딸,크게 하품을 한다. 어머니 니 아빠가 지금 잡혀있는 곳이 어디라 했지? 아들 파키스탄요. 어머니 거긴 어떤 곳이니? 아들 끝없는 모래사막 주변으로,깎아놓은 듯한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요. 어머니 경치가 무지 좋겠구나. 딸 이런 홀가분한 기분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아. 아들 신경 써야 할 무언가가 없다는 거. 딸,바닥에 눕는다.하품이 전염된다.아들 역시 하품을 한다.아들도 바닥에 눕는다.어머니도 하품을 한다.어머니,졸음을 참는다.어머니,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뒤진다. 아들 왜요? 어머니 오늘이 이자 내는 날이구나. 딸 에이-씨.기분 잡치게 그딴 소린 왜 해. 어머니 미뤄달라고 사정 좀 해볼까? 아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 하세요! 아들과 딸,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고민한다. 어머니 근데 니 아빠는 왜 거길 간 걸까?(사이)진짜 아버질 죽일까?(사이)이자는 어떻게 마련하지? 무대 천천히 어두워진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밝아지는 무대.그 소리에 잠에서 깨는 어머니.조심스럽게 현관으로 걸어가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애쓴다.누군가 밖으로 난 거실의 창문을 열려는 시도를 한다.어머니,아들의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간다.어머니,아들을 앞세워 걸어 나온다.현관문과 거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이번엔 확실하지? 아들 그냥 아무도 없는 척해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딸,부스스한 모습으로 방문을 열고 나온다. 딸 (소리를 지르며)에이-씨!왜 이렇게 시끄러워! 어머니와 아들,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딸을 바라본다.조금 전보다 더 격렬하게 현관문과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딸 뭐야? 어머니 그들. 딸 아빠,파키스탄으로 도망갔다고 해. 아들 그럼 우리가 갚아야 돼. 딸 왜? 아들 가족이니까. 딸 더 이상은 아니라고 해.아버지는 우릴 버리고 떠났다.그래서 우리도 기억에서 아버지를 죽였다.그러니까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딸,현관문을 벌컥 연다.일제히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아들,딸을 밀쳐내고 문을 닫는다.딸,화장실로 뛰어간다. 어머니 뭐였니? 아들 기자들. 어머니 왜? 아들 인터뷰하러. 어머니 뭘? 아들 우리. 어머니 왜? 아들 테러리스트에게 가장을 인질로 잡힌 가족,극적이잖아요. 딸,화장실에서 나온다.세수를 하고 나온 얼굴이다.급하게 화장품을 바른다. 딸 에이 씨,쌩얼이었는데.인터넷에 엽기사진으로 돌아다닐 게 분명해. 아들 이 상황에 그딴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니? 딸 내 미래가 걸린 심각한 상황이니까. 아들 미친년! 어머니 (소리를 지르며)그만. 아들과 딸,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갑자기 굳게 닫혀있던 창문 틈 사이로 머리 하나와 마이크가 불쑥 들어온다. 기자1 김만수씨는 왜 파키스탄에 간 겁니까? 어머니 (당황해서)몰라요. 기자1 짐작 가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어머니 정말 몰라요.한 달 간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으니까. 기자1 암중모색! 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2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2 와신상담!그렇다면 어떤 큰 결심이 있으셨단 얘기군요.최근 평상시와는 다른 특별한 말이나 행동은 없었나요? 어머니 늘 신음소리와 한숨소리뿐이었죠. 기자2 고뇌에 찬 인간의 탄식!집에선 주로 어떤 생활을 하셨죠? 어머니 유령처럼 살아있다는 작은 흔적만 남겼어요. 기자2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1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1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한 수양!그리고요? 어머니 가끔 TV를 봤어요. 기자1 어떤 프로그램이었죠? 어머니 동물의 왕국. 기자1,안간힘을 다해 버틴다.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3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3 저희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이군요.인터뷰를 종합하면 김만수씨는 한 달 동안의 칩거를 통해 생태계의 문제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그 뜻을 펼치고자 파키스탄에 가신 거네요? 기자3의 얼굴이 사라진다.창 밖에서 기자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온다.무대 점점 어두워지고,주변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해 증언한다.증언자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모습이 다양하게 재현된다. 여성 그 아저씨,특별했어요.전 한 무리의 고양이들이 아저씨네 집 창문 앞에 모여 있는 걸 자주 봤어요.‘야옹!야옹!’고양이들이 선창을 하면,‘야옹!야옹!’아저씨는 화음을 넣었죠.합창하듯이.무언가 교감이 이루어지는 듯했어요.그걸 지켜보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청년 마치 축지법을 연마하는 도인 같았어요.매일 아침,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의 수련이 시작되죠.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제 창문 앞을 스쳐 지나가요.‘사-삭!사-삭!’지면과 발바닥의 마찰이 없는 것처럼.잠시 후 다시 ‘사-삭!사-삭!’제 창문 앞을 스쳐지나,집으로 들어가면 수련이 마무리됐죠.아저씨 손에는 언제나 수련의 징표가 들려있었죠.요 앞 지하철역에서 나눠주는 무가지요. 무대 밝아오면,거실에 심각하게 앉아 있는 가족. 딸 에이 씨!아빠가 무슨 사이비 교주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대잖아.내 미니홈피는 온통 악플로 도배야.(엄마에게)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들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 되지. 딸 진실이라 해도 안 믿어. 아들 거짓말이라도 해서 믿게끔 만들어야지. 딸 난 결백하다,자살이라도 해야 겨우 믿을 걸? 아들 이런 건 어때?예를 들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서 파키스탄에 갔다고 하든가,국가적 사명을 가지고 갔다고 하든가.그러면 악플 달 이유가 없는 거잖아. 딸 (비아냥거리며)아빠가 틈만 나면 욕을 퍼붓든 두 가지네. 아들 조작하면 어때?직접 확인할 수도 없는데. 어머니 있잖니….아버지 말이다.예전에 교회를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구나.결혼하기 전에.해병대에서. 딸 (화를 내며)그게 뭐 어쨌다고! 아들 해병대와 교회!완벽한 알리바이야!(사이,아들 부산을 떤다)엄마는 아빠 서랍장에서 해병대 군복을 찾으세요.그리고 넌 십자가 목걸이 가져오고.빨리!지금부터 우리 집 가훈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예수천국 불신지옥!’아버진,신의 부름을 받고 귀신을 잡기 위해 파키스탄에 간 거야! 무대 점점 어두워진다,해병대 군복을 입은 해병전우회장(이하 해병)이 성명서를 발표한다. 해병 김만수 해병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호랑이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잡아요.네!김만수 해병은 귀신처럼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기 위해 스스로 인질로 붙잡힌 겁니다.세계 평화를 위한 김만수 해병의 희생을 우리가 헛되이 하면 되겠습니까?테러리스트를 쓸어버리고 김만수 해병을 구합시다,여러분! 이에 질세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띠를 두른 한 기독교 단체 대표(이하 기독교)가 성명서를 발표한다. 기독교 할렐루야!김만수 신도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홀로 미개한 땅 파키스탄에 간 것입니다.배고픔과 병으로 죽어가는 파키스탄을 어린 영혼들을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사탄과 악마의 소굴로 몸소 걸어 들어간 것입니다.김만수 신도,죽으면 천국 갑니다.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다 죽은 자,반드시 하나님의 땅에서 영생을 누립니다.하지만 김만수 신도는 반드시 살아 돌아와서,하나님의 뜻으로 사는 자는 사탄의 총칼 앞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간증해야 합니다,여러분! 암전. 2장 무대 밝아지면,다시 거실.아버지의 방문에는 빛바랜 해병대 군복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군복엔 반짝이는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다.아들과 딸,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들 아버지는 언제나 해병대 정신과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며 사셨지만,단 한 번도 저희들에게 그것을 강요하시진 않았습니다.저희에겐 언제나 관대하셨죠.그래서 저희 가족은 교회에 나가지 않은 거고,저도 해병대에 가지 않은 겁니다.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엄격하셨습니다.항상 먹고사는 문제로 인해 세계평화와 전도에 자기 한 몸을 바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셨죠.(동생에게)그렇죠? 딸 (대답하지 않는다) 아들 감사합니다.여기까지 하죠. 일상의 거실로 되돌아온다. 딸 오빠,거짓말 진짜 잘하더라. 아들 다 우릴 위해서야.(답답하다는 듯)그래,너 연기하고 싶어 했잖아.그냥 지상 최대의 연속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거라 생각해. 딸 지상 최대의 사기극이겠지. 아들 사기라니?이건 아버지,어머니,그리고 너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문제라고. 딸 그럼 오빤? 아들 나는 예비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팔고 있잖아.법조인으로서의 내 인생은 오늘로 끝이라고.후회는 안 해.가족을 위해 나 스스로 포기한 거니까. 딸 그토록 바라던 게 이루어졌네. 아들 신문에 니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릴 걸.졸지에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가 되는 거지.넌 그냥 내 계획대로만 따라와.그럼 모든 게 잘 될 테니까. 딸,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아들,자리에 눕는다.TV를 튼다.TV에선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아들,잠시 웃는다.그때,TV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온다. 소리 뉴스 속봅니다.조금 전 파키스탄에 납치된 김만수씨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입수되었습니다.인질범들의 구체적 협상 조건이 담긴 테이프가 몇 시간 전 알 자지라 방송국에 우편으로 전달되었다는 사실이 알 자지라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무대 어두워지면,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몸엔 폭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매달려 있다.폭탄을 두른 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인질 석방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다.외교통상부 관계자,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무장단체 요원이 나온다.동시통역사가 진행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과장된 무장단체 요원의 몸짓을 따라하며 통역을 하는 동시통역사.가족들도 토론의 장에 불려 간다.이들은 토론에 참여한 방청객으로,패널의 말을 듣고 반응한다. 동시통역사 우리는 김만수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는 탈레반 인질 10명의 맞교환을 요구한다. 외교통상부 인질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철칙입니다.테러리스트의 석방이라니요?국제사회의 비난이 불 보듯 뻔합니다. 해병 일단 교환합시다.교환하고 나서 아예 싹쓸이해 버리자고요.해병 1개 연대면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독교 하나님은 김만수 형제를 사랑하십니다.잘못된 길로 빠진 테러범들도 사랑하십니다.일단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고,테러범들이 하나님 앞에 참회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몸에 감긴 폭탄을 터뜨리겠다. 기독교 오,지저스!당장에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십시오. 해병 저런 사지를 찢어죽일 놈들. 외교통상부 인질 맞교환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미국 정부와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기독교 세계는 모두 하나님의 나라입니다.미국도 하나님의 나랍니다.우리는 형제입니다.형제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면 미국은 어떤 조건도 내세우지 않을 겁니다. 해병 미국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나랍니다.국민들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군사작전도 불사합니다.안보문제라면 해병 전우회라도 특공대로 보냅시다.해병대는 예비역도 귀신 잡습니다. 무장단체 요원,황당한 표정이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협상시한은 내일 낮 12시!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무사 생환을 촉구하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손뼉을 치며,찬송가를 부른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우리가 구해옵시다.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반동에 맞추어 ‘팔각모 사나이’를 부른다.) 상대에게 질세라,목청 높여 노래한다.무장단체 요원,어이없다는 표정이다.가족들,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아 제지당한다.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다만……. 모두 숨을 죽인 채,통역이 되기를 기다린다. 동시통역사 미화 100만달러를 지불한다면,인질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 ‘와~’,기독교 단체와 해병전우회가 서로 끌어안고 환호한다. 기독교 기적입니다!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해병 저 놈들,겁먹은 거야!해병대의 패기에 얼어버린 거야! 그때,시민단체장(이하 시민단체)이 나타난다.젊은 여성이다. 시민단체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낭비할 순 없습니다! 해병 지금 사람 생명보다 돈이 중요해! 기독교 하나님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명이 중하다 말씀하십니다. 시민단체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마련합니까!외교부 예산에서 마련하시겠습니까?아니면 국방예산에서 마련할까요?종교인에게 세금을 거둘까요? 침묵. 해병 솔직히 100만달러면 바가지 아니야? 기독교 목사님들,항상 베풀기 때문에 배고픕니다. 해병 정부가 나서서 협상금 내려야 하는 거 아니야?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협상금을 낮추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 협상금,우리 깡으로 깎아봅시다.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시민단체 잠깐!왜 팔각모 사나이죠?여해병도 있는데!이건 남녀 차별이에요! 서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느라 바쁘다.참다 못 한 어머니,토론장으로 뛰어들어 말한다. 어머니 사람 목숨 가지고 지금 뭣들 하시는 거예요!그 돈,우리가 갚을 테니,일단 살리고 봐요! 침묵. 외교통상부 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해 미화 100만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무장단체 측에 공식적으로 통보합니다.단,추후 김만수씨 가족에게 협상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 일체를 청구하되,도의적 차원에서 이자는 받지 않겠습니다.이상.기자회견을 마칩니다. 가족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다.어머니를 노려보는 딸과 아들. 딸 에이- 씨! 아들 도대체 왜 나서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요! 침묵. 아들 젠장 무덤에 들어가서도 청구서 받게 생겼군. 딸 둘이 알아서 잘 해봐.그 돈 갚느라 내 청춘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아들 니 청춘은 금값이고,내 청춘은 똥값이냐? 딸 오빤 장남이잖아. 어머니 니들은 걱정 말아라.내가 갚으마.일을 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들 뭐 생명보험이라도 들어놓은 거 있어? 그때,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아무도 문을 열려 하지 않는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마지못해 딸이 현관문을 연다. 딸 에이 씨!누구야! 얼굴을 내미는 검은 양복의 대부업체 직원. 대부업체 여기가 김만수씨 댁이죠? 아들 인터뷰 안 해요.그냥 가요. 아들,문을 닫으려 한다.대부업체 직원,필사적으로 문을 막아서고 안으로 들어온다. 대부업체 (주머니에서 계약서를 꺼내 들이밀며)하지만 계약서상에는……. 아들 약속 취소합시다. 대부업체 그러면 법적인 문제가……. 아들 기자양반.기자 양반이 양심이 있어야지.아무리 특종이 밥 먹여 준다 해도,당사자가 원치 않는 취재를 하면 쓰겠어! 대부업체 기자라니요?전 희망캐피탈에서 나왔는데요,김만수씨 대출금 관계로. 아들의 표정이 굳어진다.대부업체 직원 얼굴에 미소를 띠고,친절하게 말한다. 대부업체 경황이 없을 줄은 압니다만,국가에서 청구한 돈을 먼저 갚으시느라 연체 이자가 산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처하게 되시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찾아왔습니다.상환일은 앞으로 삼일.만약에 그 기한 내에 갚지 못하시면,김만수씨의 협상금 중 일부를 차압할 계획입니다.뭐,확실히 돈을 갚으시겠다는 약속만 해주시면 도의적인 차원에서 일주일정도 기한 연장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암전. 3장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를 하는 아파트의 베란다이다.의자 위에 올라가 창과 창틀을 닦는다.매우 힘겨워 보인다.허리가 아파 쉬는 어머니.크게 하품을 한다.어머니,다시 창을 닦는다.창을 닦는 속도가 느려지고 어머니,꾸벅꾸벅 존다.그 모양이 위태롭다.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어머니.초겨울 낮의 나른한 햇살에 평화롭게 잠든 어머니.잠시 후,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누군가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휴대전화가 울린다.휴대전화 소리에 놀란 어머니,균형을 잃고 창문 밖으로 떨어질 뻔한다.다시 균형을 잡고 전화를 받는 어머니. 어머니 여보세요. 아들,무대 오른쪽에 나타난다. 아들 나예요! 어머니 웬일이니.아침밥은 챙겨먹었니? 아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어머니 잠깐만…….누가 왔나보다.조금 있다가 다시……. 아들 문 열면 안 돼요. 어머니 왜? 아들 경찰이에요. 어머니 경찰? 아들 아래를 봐요. 어머니,아래를 내려다본다.무대 왼쪽,고개를 쳐들어 위를 바라보고 있는 일군의 사람들. 어머니 어디 구경거리라도 있니? 아들 엄마. 어머니 나를 왜? 아들 자살하려는 줄 아니까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기요!전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들 미쳤어요?당장 죽을 것처럼 행동하세요. 어머니 왜 그런 거짓말을 하니. 아들 우리를 살리는 거짓말이니까요.아버지 얘기를 해요.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해서,돈을 모으는 거예요. 딸,무대 왼쪽에 나타난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내려와 제발! 사람들,딸을 쳐다본다. 어머니 (창 밖을 내다보며)저 아래서 소리 지르는 애,미애 아니니? 딸,실신한다.사람들,딸의 얼굴에 물을 붓고,뺨을 때린다. 어머니 어머,쟤 왜 저래.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들 연기하는 거예요. 어머니 내려가 봐야겠구나. 아들 가만히 계세요.제가 그러라고 시킨 거예요.극적 효과를 위해서.모든 게 제가 짠 시나리오예요.얘기를 시작하세요.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사람들 관심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으니까요.일단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어머니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지. 아들 (화를 내며)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좀 하세요.이게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고 희망이에요.(사이)저는! 어머니 (작은 목소리로)저는. 아들 크게!그래서 저 사람들한테 들리겠어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사람들,딸을 내팽개쳐 둔 채,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아들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사이.사람들,웅성거린다. 아들 저는 죄인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죄인입니다. 아들 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아들 이젠 우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이젠 우세요. 아들 (화를 내며)진짜 울라고요! 어머니의 실수에 사람들 동요한다.실눈을 뜬 채 상황을 지켜보던 딸,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지른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 사람들,딸을 쳐다본다.어머니,우는 시늉을 한다. 아들 더 크게 울어요. 어머니,대성통곡을 한다.사람들,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좋아요.사람들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자 이번엔 발을 하나 밖으로 빼세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뭐 하세요!빨리요! 어머니,발을 하나 뺀다.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사람들 웅성거리며,눈을 가린다. 아들 아주 좋아요!어,잠깐….저게 뭐지?큰 일이에요.옥상에서 구급대원들이 내려와요.(사이)그냥,뛰어내려요.안전 매트 때문에 죽지는 않을 거예요! 어머니 여기서? 아들 여기서 끝나면 해프닝이지만,뛰어내리면 충격이 돼요.남편들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려 한 어머니를 보며 잠시나마 사라졌던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겠지요.주부들은 가슴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남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거고요.그리고 그런 기회를 준 어머니에게 기꺼이 자신들의 지갑을 열겠지요.따지고 보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에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어머니!빨리요!그들이 와요! 어머니,뛰어내린다.딸,비명을 지르며 실신한다.암전. 4장 거실.어둠 속,아들과 딸이 나란히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아들 얼마야? 딸 기다려. 딸,조심스럽게 클릭을 한다. 아들 (손으로 자릿수를 셈하며) 9억 5천 백……. 딸 7십 4만 5천원. 아들 (환호하며)됐어.성공이야. 딸 (아들을 기쁘게 끌어안으며)지금도 계속 들어와. 아들 (감격에 겨워)고생 끝났다. 딸 이게 다 오빠 아이디어 덕분이야. 아들 니 연기가 큰 몫을 했지.(비명 지르며 쓰러지는 흉내를 내며)아! 딸 근데 솔직히 아깝다.협상금을 다 모은 걸 알게 돼도,사람들은 계속 돈을 보내줄까? 아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어?계좌추적 해 보는 것도 아니고. 딸 더도 말고 한 5억만 더 들어왔으면 좋겠다. 아들 우선 집 한 채 사고,작은 가게 하나 내고,남으면 차 한 대 사고…. 딸 왜 집하고 가게야?그냥 똑같이 반으로 나눠. 아들 가게해서 돈 많이 벌면,너 시집갈 때 한 몫 단단히 챙겨줄게. 딸 그럼 가게는 내가 할게. 아들 널,뭘 믿고. 딸 오빤,뭘 믿고? 어머니,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아들,어머니를 보며 반가워한다. 아들 다녀오셨어요. 딸 다녀오셨어요. 어머니,말이 없다.넋이 나간 사람 같다.어머니,외투를 벗어들고 딸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 (은밀하게)어머니한테는 돈 얘기 하지마.괜히 신경 쓰시게 하지 말자고. 딸 남은 돈,모두 돌려주라고 할까봐 그러지? 아들 그렇게 되면 어머니나 너한테도 안 좋은 일이잖아. 어머니,옷을 갈아입고 나온다.아들,어머니를 부축해 자리에 앉힌다. 아들 (어깨를 주무르며)피곤하시죠. 어머니 일은 잘 처리됐니? 딸 아직 많이 모자라요. 아들 그래도 협상금 정도는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 한 시름 놨구나. 딸,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니 큰일이다.일,그만 나오라는구나.협상금은 해결됐다고 해도,당장 사채 갚을 일이 막막하네. 아들 걱정마세요.이제 일 그만두셔도 돼요.어머닌 이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잖아요.잡지 인터뷰도 줄을 이을 거고,방송출연 요청도 쇄도할 거예요. 침묵. 어머니 남 속이는 일은 그만하자. 아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세요. 어머니 나중에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떡하니. 아들 용서하겠지요.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이면,모두 용서되는 시대니까요. 침묵. 어머니 뉴스에 니 아버지 소식은 없었냐? 아들 만날 똑같은 뉴스의 반복이죠.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침묵. 어머니 니 아버진 벌써 죽은 게 아닐까? 아들 아버진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의지가 강한 분이잖아요.평생을 자기 뜻대로만 살아오신 분이에요.심지어는 우리들까지도 자기 뜻대로 만드셨죠. 어머니 그래서 걱정되는구나.테러범들한테까지 제 고집 부릴까봐. 아들 걱정하지 마세요.(사이)도장 좀 주세요.일단 돈 좀 찾아서 아버지 협상금부터 보내야겠어요. 어머니 네 침대 밑에 있어. 아들 제 침대요? 어머니 거기가 제일 안전할 것 같아서. 침묵. 아들 그럼 쉬세요. 어머니 법아. 아들 네? 어머니 아니다. 어색한 침묵.아들,자기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자신의 주머니에서 카드 명세표를 꺼내 본다.한동안 아들 방을 쳐다보다,고개를 푹 숙인다.그때,방문을 열고 뛰쳐나온다. 딸 큰 일 났어. 아들,자기 방에서 뛰어나온다.딸,TV의 전원을 켠다. 소리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무장단체에 피랍된 김만수씨와 관련된 새로운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되었습니다.이 동영상은 알자지라에 의해 공개된 테이프의 원본으로 보이는데요.아마도 누군가가 테러범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인터넷상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무대 어두워지면,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두 명의 무장 단체 요원들. 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의 다른 요원,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아버지의 목에 칼을 대고 있던 무장단체 요원,칼을 떨어뜨리고,성명서를 읽던 무장단체 요원의 말이 꼬인다.그 순간,아버지가 피식하고 웃는다.갑자기,해병전우회장과 시민단체장이 무대 위에 난입해 설전을 벌인다. 해병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순간에 미소라?이게 바로 해병대 정신입니다. 시민단체 돈 뜯어내려고 연기하다 실수하니까,지들끼리 히히덕거리는 거 아닙니까.이건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입니다.정부가 얼마나 물러 터졌으면,이런 사기를 칩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악입니다. 시민단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아직도 사기꾼을 우상화하실 작정입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깡입니다. 시민단체 속아서는 안 됩니다.어젠 김만수 부인이 국민을 상대로 쇼를 벌이더군요.누가 봐도 어설프지 않습니까?실제 자살하려는 사람은 그렇게 말이 많지 않아요!김만수 부인이 떨어진 건 의도된 거라고요.뒷조사를 해봤더니,김만수씨 빚이 조금 있더군요. 해병 그게 뭐요?요즘 은행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시민단체 다 사채빚이라는 게 문제지요.여기 증거자료가 있습니다. 해병 뒷조사는 불법 아니에요?정의니 어쩌니 떠들어 대더니 다 가식이구먼? 시민단체 (당당하게)어쨌든지 결과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습니까!이건 다 정부의 무능 때문이에요.정부가 일을 확실하게 했다면,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뭐,가족은 진실을 알겠죠.내일 12시,외교통상부에 나와서 가족들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것을 강력하게 건의합니다. 해병 네,해병대 정신으로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세요. 두 사람,사라진다.가족들,둘러앉아 있다. 딸 에이- 씨.좀 어떻게 좀 해봐.다 오빠가 벌인 일이잖아. 아들 (화를 내며)나도 지금 생각중이야. 어머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돈 돌려주자. 아들 미쳤어요? 어머니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니까,용서해 줄 거야. 아들 그럼 나랑 미애는?평생 빚쟁이한테 시달리면서 살라고? 딸 차라리 죽어버리지! 침묵. 아들 일단 아버지가 왜 웃었는지만 밝히면,어머니가 벌인 자살소동에 대한 의심은 사라질 거예요.아버진 도대체 왜 웃었을까? 딸 저번처럼 그냥 모른다고 할까? 아들 오히려 더 의심할걸? 딸 모르는 게 사실이잖아. 아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거짓을 말해야 믿는 게 사람들이잖아.(사이)이건 어때?아버지는 무서우면 웃는 버릇이 있다. 딸 그러면 해병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말하겠지. 아들 그럼 이건?아버지는 지금 납치범들의 행동을 비웃는 것이다.웃음은 의지의 표현이다. 딸 그러면 시민단체에서 의심하겠지.그렇게 의지가 있는 사람이 사채를 끌어다 썼느냐고. 아들 (화를 내며)에이- 씨! 사이,가족들 생각한다.딸,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문갑 위,작은 액자를 들고 온다. 딸 이게 언제지? 어머니 아버지 생일파티 같구나. 딸 여기 날짜가….내가 여덟 살 때네? 아들 난 케이크 자르는 칼을 들고 있고. 딸 난 그 앞에서 편지를 읽고 있고. 아들 아버진 웃고 있어. 어머니 얼마 후,니 아버진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지.그 친구를 잡겠다고 전국을 헤매다가 정작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보지도 못했고. 아들 그때부터였어.아버지가 웃지 않은 건.아버진,그때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딸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어머니 마지막으로 웃었던 그때를? 그때,아들 휴대전화의 벨이 울린다.아들,전화를 받는다. 아들 여보세요. 무대 한 쪽,이브라힘의 모습이 나타난다.한국어를 제법 구사한다. 이브라힘 안녕하세요. 아들 누구시죠? 이브라힘 이브라힘이다. 아들 (잘 못 알아듣는다)누구요? 이브라힘 만수형님 같이 일하던 이브라힘이다.집에도 몇 번 갔다. 아들 이브라힘? 이브라힘 그래 이브라힘이다.지금 옆에 누구 있냐? 아들 가족들요. 이브라힘 노 폴리스? 아들 네. 이브라힘 만수형님,나랑 같이 있다. 아들 뭐라고요? 이브라힘 걱정 말아라.만수형님 다 좋다. 아들 무슨 소리예요?아버지가 왜 당신이랑 있죠? 이브라힘 믿어라.내가 만수형님 목소리 들려준다. 이브라힘,수화기에 녹음기를 가져다 댄다.아들,전화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전환한다. 아버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모든 건 다 내가 꾸민 일이다.대충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구나.협상금이 전달되면,나는 협상금의 3분의1을 이브라힘 몫으로 떼어주고,나머지를 해외 계좌에 송치해 둔 채 한국으로 들어갈 거다.그 돈이면 내가 진 빚 갚고도 넉넉히 남으니까,사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사이)일단 이브라힘한테 빌린 돈으로 그럭저럭 지낸다.솔직히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잠자리도 불편해 죽겠다.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구나.(사이)메시지 받거든,그곳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브라힘한테 좀 전해라.꼭! 어머니,전화를 끊어버린다.긴 통화대기음,암전. 5장 외교통상부 내의 작은 방.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가족이 앉아 있다.긴 침묵. 어머니 지금 몇 시니? 아들 7분 남았어요. 딸 시간, 뒤로 미뤄. 아들 무슨 꿍꿍이냐고 더 의심할 걸? 딸 그럼 빨리 결정하든가?뭐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난 아까 결정했어. 어머니와 아들,딸을 쳐다본다. 딸 난 우릴 속였다는 게,용서가 안 돼. 아들 그래서? 딸 협상금 주지 마. 어머니 그럼 아빤? 딸 어떻게 되겠지. 아들 이브라힘이 순순히 보내줄까? 딸 알아서 해결하겠지. 어머니 그래도 그럴 순 없다. 딸 왜? 어머니 니들 아버지니까. 딸 아버지다워야 아버지지.다 늙어서 그나마 엄마 대접 받고 살려면,엄마도 결정 잘해.어떡할 거야? 엄마,충격을 받은 듯 무너진다. 딸 에이-씨!시간 없어.빨리 결정해!아니면 나가서 내 맘대로 말한다! 딸,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아들 아버지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 딸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난 더 이상 그렇게는 못 살아.그나마 아버지한테 빚이 있었으니까,우리가 숨이라도 쉬면서 살았던 거 아니야?아마 빚 갚고 나면 그 빌어먹을 가장의 권위를 내세워서 다시 우리 숨통을 조일 거야.우리가 빚이라도 진 것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청구하겠지. 아들 그래도 아버지는 돈은 잘 벌어 왔잖아.그걸로 우리도 한동안 먹고살았고. 딸 결정적인 순간엔 아버지 편드는 걸 보니까,오빠도 별 수 없는 남자구나. 아들 누구 편을 들어!솔직히 너한테 들어가는 돈이 나보다 몇 배는 많았잖아. 딸 돈을 주니까 그게 사랑인 줄 알았고.하지만 지금은 그게 사랑이 아닌 건 알아.난 그냥 먹이를 주면 반사적으로 꼬리를 흔드는 개랑 다를 바 없었어. 아들 네 허영심을 채우려면 돈이 필요하니까,그래서 꼬리친 건 아니고? 딸 마약이라도 발라 놓으셨는지,끊어버리기엔 너무 달콤하더라고. 아들 그 돈이 아깝다.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장사를 했으면 재벌 됐겠다. 딸 나도 더러워서 진즉에 독립하려 했어.근데 빌어먹을 집구석이 당장에 원룸 마련해줄 돈 한 푼 없는데 어떻게 해!우리 협상금 나눠 갖고,여기서 다 갈라서자.아빠야 그냥 납치범들한테 죽었다고 생각하면 되지.사실 우리한테 아빤 죽은 거나 다름없었잖아.그리고 엄마한테 한 가지 충고하는데,이 새끼한테 밥 얻어먹을 생각 하지도 마.말하는 본새가 아빠랑 똑같아. 어머니,딸의 뺨을 때린다. 아들 그 년 잘 맞았다!계집애가 주둥아리를 함부로 나불대더라고.어디 오빠한테 대들어! 어머니,아들의 뺨을 때린다. 어머니 이놈의 종자들 다 지긋지긋해.애비나 새끼나 다 돈 생각뿐이야.돈이 가족보다 중요해?(사이)그럼 나도 이참에 엄마 딱지 버리고,돈 한 번 밝혀볼까?(사이)앞으로 모든 일은 내가 알아서 해.토 달면 알몸으로 확 내쫓아버리는 수가 있으니까,조심해! 어머니,아들의 전화기를 빼앗아든다.이브라힘에게 전화를 한다. 어머니 여보세요?이브라힘?나야.김만수 아내.남편한테 전해.협상금이고 뭐고 땡전 한 푼 보내 줄 수 없으니까,알아서 오든지 거기서 살든지 맘대로 하라고. 뭐?난 모르는 일이니까,빌려준 돈은 알아서 받아! 무대 한 쪽,단상이 마련되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어머니,아들의 가방에서 협상금이 담긴 통장을 꺼내든다.그리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다. 어머니 우선 제 남편 일과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저희 가족은 남편이 왜 목에 칼이 들어온 순간에 웃었는지 모릅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솔직히 전 남편의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예전에는 먹고사는 게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먹고살 만하니까 더 잘살아 보겠다고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욕심 부리다 쫄딱 망해먹고 나선 가족 볼 면목이 없다고 방에서 나오질 않아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남편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를 두고 말이 참 많았습니다.듣고 있으면 하나같이 다 그럴듯합니다.근데 자기들 맘대로 사람을 살렸다 죽였다 합니다.하긴 그게 직업이니까,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겠지요.그래도 이건 아닙니다.먹고사는 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합니까?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해서 다 용서가 됩니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통장을 단상 위에 놓는다. 어머니 남편은 지금 무장단체에 붙잡혀 있는 게 아닙니다.같이 일하던 파키스탄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대한 대가로 사기극에 가담해 달라고 협박한 모양입니다.네,베란다 사건은 다 쇼입니다.남편이 진짜로 붙잡힌 줄 알고, 사기를 친 겁니다.다들 엄청난 돈을 보내주셨더군요.‘이 끔찍한 땅에도 아직까지 온정이란 게 살아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남편의 협상금에 보태라고 보내주신 돈,여기 그대로 있습니다.한푼도 건드리지 않았으니 다들 찾아가세요.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제가 국민여러분을 기망했으니 책임을 져야죠.저를 사기 미수죄로 처벌하십시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욕 하실 분들,실컷 욕하십시오.하지만 저도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욕 좀 해봅시다.자기만 배불리 먹겠다고 돈 떼어 먹은 최동렬,돈 제때 갚지 못한다고 인질 협상금까지 차압하겠다는 희망캐피탈,니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에필로그 어머니와 가족,거실에 둘러앉아 있다.어머니,상 위에 장부를 펼쳐놓고 있다.그 옆에서 아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놓고 있다. 아들 일이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사기 미수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거,정말 기막힌 아이디어였어요. 딸 덕분에 떼인 돈도 받아낼 수 있었고,사채이자도 탕감 받을 수 있었고.정말 연기가 죽여줬어요. 어머니 니들만 잘난 줄 알았지?니들이 누구 배에서 나왔는데! 아들과 딸,웃는다.어머니의 표정은 냉담하다. 아들 근데 아버지는 왜 안 돌아오세요? 어머니 그 인간 고생 좀 할 거야.이브라힘한테 돈 부쳐주면서 그랬지.그 인간 정신차릴 때까지 한 달 정도 파키스탄에서 일 좀 시키라고 했거든. 딸 그래도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어머니 그 인간이 한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야.그건 그거고,계산을 마저 끝내 볼까? 아들 근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어머니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는 거,이게 너희들 사고방식 아니니?싫으면 집 나가시든가. 아들 어디까지 했죠? 어머니 부부생활 항목. 아들 섹스를 하는데 들어가는 노동 비용을 20~24세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 어머니 니 아버진,평균에도 못 미쳤다.최저로 계산해. 딸 (자판을 두드리며)시간당 최저 임금은 삼천 칠백 칠십 원이야! 아들 그럼 반올림해서 시간당 사천원.칼로리 소모가 보통 노동의 10배는 될 테니까 시간당 4만원을 잡고……. 어머니 1시간까지 가본 적은 없는데?보통 30분 안에 끝났어. 아들 그럼 최저 임금의 이분의 일인 이만 원에 한 달 평균 20회 정도 관계를 맺는다고 치고……. 어머니 스무 번은커녕 열 번도 채 안 됐어. 아들 그럼 열 번으로 계산하면 40만원,그 대가로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성매매를 하기 위해 지불하는 최소비용 회당 7만원……. 어머니 내가 칠만 원짜리밖에 안 돼 보이니?십만 원으로 해. 아들 거기에 엄마가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오만 원 정도 더하고……. 어머니 난 절정에 다다른 적이 없었어.기껏해야 다섯 번에 한 번 정도? 아들 그럼 쾌락의 비용을 만원으로 계산하고,모두 더하고 빼면 대략 한 달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지불해야 할 돈이 오십만 원,일 년이면 육백만 원.어머니가 결혼한 지 30년이 됐으니까……. 어머니 솔직히 너 중학교 들어간 이후로는 관계를 안 했다. 아들 그럼 14년치만 계산 하면,총 팔천사백만 원. 어머니,장부에 기재한다. 어머니 자,다음 항목은 가사 노동에 대한 미지급분에 대한 피해보상 청구. 딸 (자판을 두드리며)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시급 이만 오천 원에서 5만원 사이래. 어머니 시급 사만 원 정도가 적당하겠구나. 아들 하루 평균 15시간의 가사노동을 했다고 가정하고……. 어머니 깨어 있는 동안은 다 가사노동 아니야?난 평균 5시간도 채 못 잤어! 아들 그러면 계산이……. 어머니 이리 내.넌 대학까지 나온 놈이 뭐 그렇게 계산이 느려.들인 돈이 아깝다.이러다 너랑 미애 청구서는 오늘 안에 만들지도 못하겠네. 암전.
  • ‘산장의 여인’ 추모 콘서트

    ‘산장의 여인’을 부른 가수 권혜경씨의 추모비 건립을 위한 콘서트가 청주에서 열린다.가수협회 충북지회는 27일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지난 5월 77세로 사망한 권씨를 추모하는 콘서트를 연다. 권씨는 인근 청원군 남이면에서 20여년간 암 투병생활을 했다.청원은 권씨에겐 제2의 고향인 셈이다.콘서트에는 권씨와 함께 활동했던 원로 가수들과 충북지역 향토 가수들이 출연한다.콘서트 수익금은 청원군 문의문화재단지에 권씨의 추모비를 건립하는 데 쓰인다.입장료는 1만원. 강원 삼척 출신인 권씨는 1957년 ‘산장의 여인’,‘동심초’,‘호반의 벤치’ 등을 부르면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키워드로 풀어본 퀴즈2008] 온 가족이 함께 풀어보세요

    연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경제에 주름살을 지우며 시작한 무자년이 노무현 전 대통령 형의 구속으로 5공 이후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 철창행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이어가면서 저물어 간다.올 한해 뉴스 속의 키워드를 퀴즈형식으로 정리해 본다.다사다난했던 순간들을 재음미하며 새로운 희망의 기축년을 맞이하자. 출제 채종규 DB팀 전문위원 jkc@seoul.co.kr 1월 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2일(이하 현지시간) 사상 처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7월11일 147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로 12월24일 현재 35달러대로 급락,급격한 오르내림을 보였다.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가격지표로 활용되는 WTI는 어떤 단어들의 약자인가? ② 1953년 네팔인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인류 최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에드먼드 힐러리 경(卿)이 11일 숨졌다.88세.그는 등반가로서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명성을 안겨준 네팔과 셰르파 부족을 위한 학교·병원 설립 등에 평생을 바쳤다.인류에 꿈을 선사했던 ‘겸손한 영웅’인 그의 국적은? ③ 22일 주식시장에서 선물가격이 급등락하면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지시키는 제도가 올해 처음 발동했다.올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심한 날이 많아 여느 해보다 이 제도가 자주 나왔다.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26,19번씩 기록했다.올 ‘증권가 사람들이 가장 애용하는 차’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이 제도는? 2월 ① 국보 1호 숭례문이 10일 사실상 전소됐다.지난 600여년 동안 서울을 꿋꿋하게 지켜왔던 성문이 한 70대 노인의 화풀이성 방화로 사라진 것.문화재 관리 부실이 빚은 참사로 선조들과 후손들에게 면목 없게 됐다.성곽까지 포함한 완전 복원은 2012년께 이뤄질 듯.숭례문은 조선 어느 왕 때 세워졌나? ②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취임사에서 이 대통령은 국정목표를 ‘선진화 원년’으로 정하고 5대 국정방향을 ‘섬기는 정부,경제발전과 사회통합,문화창달과 과학기술 발전,안보 및 평화통일 기반 강화,인류공영 이바지’ 등으로 제시했다.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곳은 여의도 어디? ③ 26일 미국을 대표하는 한 교향악단이 평양에서 역사적인 첫 공연을 가졌다.남북한은 물론 CNN 등을 통해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된 이날 공연은 북한 국가 ‘애국가’와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의 연주로 시작,북한 작곡가의 ‘아리랑’으로 마무리했다.북·미 문화교류의 첫걸음을 뗀 교향악단의 이름은? 3월 ① 2일 러시아 대통령선거에서 푸틴 대통령의 심복인 이 사람이 집권당 후보로 나와 압승을 거뒀다.취임식은 5월7일 열렸다.공언한 대로 그는 고향·대학·정치적 대선배인 푸틴을 총리로 임명했다.사실상 푸틴의 집권 2기가 열린 셈.올해 43세로 러시아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인 그는 누구? ② 22일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경제 회복’을 내세운 국민당 후보가 당선됐다.5월20일 취임한 그는 ‘친중국 노선’을 견지,12월15일 중국과 59년 만에 통상(通商),통항(通航),통신(通信) 등이 전면적으로 이뤄지는 ‘대삼통’ 시대를 열었다.청렴·능력·외모 등 ‘대중 정치인의 3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평을 듣는 그는? ③ 24일 북한은 “북핵문제 타결 없이는 ○○공단 확대가 어렵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남북경협사무소에 상주하던 남측 당국 인원 11명 전원을 쫓아냈다.이후 북한은 12월1일부터 ○○관광을 금지하고 남북간 경의선 철도 운행도 중단했다.빈 칸에 공통적으로 들어갈 지명은? 4월 ① 8일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36번째 우주인 배출국이 됐다.우주정거장에 9일 동안 머무르면서 18가지 과학실험을 실시하는 등 총 12일간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내 우주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을 고취시켰던 이 우주인의 이름은? ② 제18대 총선이 9일 열렸다.투표율은 46%로 역대 최저.의석 분포는 한나라당이 과반수인 153석,민주당 81석,자유선진당 18석,친박연대 14석,민주노동당 5석,창조한국당 3석,무소속 25석.이후 한나라당은 친박연대와 무소속의 일부 합류로 172석의 거대 여당이 됐다.우리나라 국회의원 총 의석수는? ③ 22일 탁월한 역량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21년간 ‘글로벌 삼성’을 이끈 이 사람이 경영일선에서 전격 퇴진했다.‘삼성 특검´ 수사 결과 조세포탈 등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된 것.“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는 신경영 등을 주창했고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사람은 누구? 5월 ① 2일 ‘미국산 ○○○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서울에서 처음 열렸다.‘6·10항쟁´ 21주년에는 절정을 이뤘고 8월까지 이어졌다.구호는 대운하 반대 등 국정전반에 대한 비판과 대통령 퇴진 요구로 확대됐다.대통령은 소통 부족에 대해 사과했으며 ○○○ 추가협상이 이뤄졌다.빈 칸에 공통으로 들어갈 품목 이름은? ②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5일 8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그의 대표작은 1897년 동학혁명이 실패로 끝난 한가위부터 1945년 8월15일 광복에 이르는 거친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각자 앞에 놓여진 삶을 다양하게 감당하는 인간상을 그려낸 이 작품이 꼽힌다.우리나라 현대문학의 금자탑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의 제목은? ③ 중국 쓰촨성(四川省) 원촨(汶川) 현에서 12일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공식 사망자 6만 9142명,실종자 1만 7551명에 피해를 입은 사람만도 37만여명이나 되는 대참사.지진 발생 당일 여진의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도착,구호활동을 지시하며 이재민을 위로,‘감동 정치’를 보여준 중국 총리는? 6월 ① 7일 프로야구 사상 첫 2000경기 출장 기록을 히어로즈 소속 선수가 달성했다.그는 이외에도 1991년 프로데뷔 이래 18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7월11일),양준혁에 이어 사상 2번째 2000안타(9월11일),사상 첫 3루타 100개(10월3일) 등을 이뤄냈다.시즌 내내 지칠 줄 모르는 노장 투혼을 발휘한 이 선수는? ② 농촌진흥청은 9일 세계작물다양성재단이 북극에 설립한 기관에 국내 고유 식물종자 5000여점을 기탁했다.해외에 우리 종자기지를 마련해 식량 주권의 초석을 마련한 셈.최대 450만종의 씨앗들을 핵전쟁 등 모든 재앙으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 식량종자 복원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이 기관 명칭은? ③ 27일 북한은 20여년간 북핵 문제의 상징물이었던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이날 해체된 냉각탑은 1979년 북한 자체 기술로 착공해 1986년쯤 본격 가동했던 것.냉각탑 안에는 냉각과 증발장치가 있었으나 작년 말 핵시설 불능화 과정에서 뜯어내 ‘빈 껍데기’만 남았었다.빈 칸에 알맞은 단어는? 7월 ①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씨가 군사보호지역으로 들어갔다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졌다.정부는 합동 진상조사 등을 북측에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했다.아직도 북측은 전향적인 반응이 없다.남북화해의 상징사업인 금강산관광이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셈.금강산의 겨울 이름은? ② 독도 영유권 표기와 관련,14일 일본은 ‘교과서 해설서´에 “자기네 땅”이라고 썼으며 미국 지명위원회는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했다가 부시 대통령 지시로 1주일만에 ‘한국´과 ‘공해´로 각각 원상회복했다.그러나 독도 표준명칭은 1977년부터 표기한 ‘○○○○ 바위섬´ 으로 남아 아쉬웠다.빈 칸에 알맞은 단어는? ③ 31일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지성파 작가가 별세했다.향년 69세.그는 1965년 등단한 뒤 40여년 동안 토속적 민간신앙에서부터 산업화 사회의 인간 소외,언어에 대한 탐색,예술과 정신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주제를 통해 인간존재의 의미를 파헤쳐 왔다.영화 ‘서편제’ 원작자로도 잘 알려진 이 작가는? 8월 ① 1일 정부는 전 서울대 교수의 인간 체세포 배아 복제 연구를 승인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이유는 논문 조작(2006년 3월)과 난자 취득에 관한 윤리적 문제로 교수직에서 파면된 점,난자 불법매매 등으로 기소된 점 등을 꼽았다.이로써 2년5개월간의 연구 재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전 서울대 교수는? ② 60억 인류의 축제 베이징 올림픽이 8일 화려한 개막식을 갖고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슬로건은 ‘하나의 세상,하나의 꿈’.한국은 선수 267명이 25개 종목에 출전,유도 수영 양궁 역도 배드민턴 태권도 야구 등에서 금 13,은 10,동 8개를 획득,종합 7위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2012년 올림픽 개최지는? ③ 27일 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이 처음 붙잡혔다.그는 탈북자 지원금 등으로 대북 무역회사를 차린 뒤 중국,북한 등을 오가며 북한 보위부의 지령을 받아 국정원 등의 위치정보를 빼내고 황장엽씨 등 탈북자 소재를 추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군 안보강사도 맡아 장교 100여명과 접촉한 이 여간첩의 이름은? 9월 ① 15일(현지시간) 158년 역사의 미국 4위 투자은행이 파산 신청을 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잠재돼 있던 국제 금융위기의 발화점이 돼 버린 셈.이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90포인트 급락하는 등 세계 증시는 대폭락의 수렁에 빠졌다.우리나라 산업은행이 한때 인수를 고려했던 이 은행은? ② 24일 중국 제조 수입과자 2종에서 인체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보건당국은 중국산 분유 및 유제품 함유 가공식품과 관련된 이 물질의 위험성이 처음 제기된 지난 10일 이후 즉각적인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일정량 이상 복용하면 신장결석·신부전 등을 일으키는 이 물질은? ③ 30일 가석방된 성폭력범 53명에게 실시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인 이것이 처음 부착됐다.부착자들은 외출할 때 단말기를 꼭 갖고 다녀야 한다.이것을 떼거나 이것과 단말기가 1m 이상 떨어지면 관제센터에 즉각 경보가 울리고 보호관찰관에게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성폭력범 재범 방지용인 이것은? 10월 ① 20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한 연예인이 2일 ‘사채업 괴담’에 따른 인터넷 악플 등에 시달리다 자살했다.영화와 TV,CF 등에서는 탄탄대로를 달린 반면 사생활은 전 야구 선수 조성민씨와의 이혼 등으로 순탄치 못했다.지난 1월에는 자녀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바꿔 화제를 모았던 이 연예인은 누구? ②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0차 람사르 총회가 28일 경남 창원에서 열렸다.주제는 ‘건강한 습지,건강한 인간’.공식 방문지로 창녕군에 있는 이 늪이 지정돼 주목을 받았다.국내 최대·최고(最古) 자연 내륙습지(2.31㎢,약 70만평)로 동식물 1000여종이 살아 숨쉬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이곳은? ③ 30일 한·미 통화스와프(맞교환) 협정이 처음 맺어졌다.외환시장 안정용으로 규모는 300억달러.12월12일에는 일본,중국과 기존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원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그만큼의 달러,엔,위안화 등을 들여올 수 있게 된 것.미·일·중 3개국과의 외화 맞교환 총 규모를 달러로 환산하면? 11월 ① 4일 ‘변화´를 내세운 오바마가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미국 건국 232년 만에,링컨의 흑인노예 해방 선언 145년 만에 이뤄진 기념비적인 사건.인종 편견과 차별의식을 일거에 깨뜨린 오바마는 포용력도 발휘,대통령 경선 라이벌을 차기 국무장관으로 중용했다.국무장관 내정자는 누구? ② 헌법재판소는 13일 이 제도에 대해 개인별이 아닌 세대별 합산(통상 부부 합산) 부과는 ‘위헌’이고,1가구1주택 보유자에 일률적으로 과세하는 것은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2005년 참여정부 때 부동산 투기 억제 명목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폐지 수순에 들어섰다.종부세로 약칭되는 이 제도는 무엇? ③ 우리 해군 두번째 이지스 구축함 ‘율곡 이이함’이 14일 진수됐다.미사일과 어뢰,적 전투기 등 공중과 해상의 1000여개 표적을 동시에 탐지 추적하고,이 가운데 20여개의 표적을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2010년 해군에 인도 예정.12월22일 취역식을 갖고 작전 배치된 국내 최초 이지스 구축함은? 12월 ① 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무 것도 모르고 힘 없는 시골노인”이라고 소개했던 형이 구속됐다.세종캐피탈 쪽에서 세종증권 매각 성사에 따른 성공보수금을 받은 혐의.‘봉하대군´으로도 불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 형의 이름은? ② 8일 올해 수출이 4000억달러를 돌파했다.1964년 1억달러 수출 후 44년 만에 4000배가 넘는 성장을 한 셈.특히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이뤄져 의미가 크다.우리나라 수출이 1000억달러 고지에 오른 해는? ③ 교수신문이 22일 발표한 올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는 것을 꺼린다.´는 뜻으로 잘못이 있는데도 남의 충고는 싫어하는 정치권과 정책시행자들의 태도를 비유했다.이 사자성어는 무엇? ■‘키워드로 풀어본 퀴즈 2008’ 정답 [1월] 1) West Texas Intermediate 2) 뉴질랜드 3) 사이드카 [2월] 1) 태조 2) 국회의사당 3) 뉴욕필하모닉 [3월] 1)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2) 마잉주 3) 개성 [4월] 1) 이소연 2) 299 3) 이건희 [5월] 1) 쇠고기 2) 토지 3) 원자바오 [6월] 1) 전준호 2) 스발바르 세계종자저장고 3) 영변 [7월] 1) 개골산 2) 리앙쿠르 3) 이청준 [8월] 1) 황우석 2) 런던 3) 원정화 [9월] 1) 리먼 브러더스 2) 멜라민 3) 전자발찌 [10월] 1) 최진실 2) 우포늪 3) 900억달러 [11월] 1) 힐러리 클린턴 2) 종합부동산세 3) 세종대왕함 [12월] 1) 노건평 2) 1995년 3) 護疾忌醫(호질기의)
  • 고종수 안정환 이동국 이을 新트로이카는?

    고종수 안정환 이동국 이을 新트로이카는?

    축구 팬들이여.고종수 안정환 이동국이 부진하다고 울상짓지 말라.이들을 대신할 新트로이카가 한국 축구의 미래를 향해 무럭무럭 크고 있다. ●고종수의 왼발을 대신할 김형범의 무회전 프리킥  너 축구공? 나 김형범이야.뚜벅뚜벅 걸어가.공 딱 놓고 그냥 차.들어갈 때까지….  첫번째 고종수의 왼발을 대신할 이는 전북의 김형범(24)이다.김형범이 누구냐고?무관심한 당신을 위해 귀가 솔깃할 얘기를 해 주겠다.  축구공으로 ‘마구’를 구사한다면 믿을 수 있겠나.그는 ‘특별한 비법’을 통해 회전을 주지 않고 공을 찬다.공에 회전이 들어가지 않으면 공기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움직임이 변한다.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골키퍼 앞에서 공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한다.물론 진짜 사라지는 건 아니고,공의 움직임이 그만큼 변화무쌍하다는 소리다.야구의 너클볼을 생각하면 쉽다.  올해 그는 데뷔 5년차다.그가 눈에 띈 것은 2006년 12월.김형범은 당시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 오클랜드 시티전에 출전,’환상적인 슛’으로 상대편 골대를 갈랐다.팬들은 이 슛에 열광했다.느린 화면으로 보니 공에 회전이 없었기 때문이다.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그것처럼….후에 김형범은 “그건 무회전 슛이 아니었다.”면서도 “그 날 이후 주니뉴(올랭피크 리옹) 등의 플레이를 보며 무회전 킥을 연마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대단한 ‘노력파’다.  김형범의 올 시즌은 그 어느해보다 뜨거웠다.프로 데뷔 이후 최다인 31경기에 출전,7골 4도움을 기록했다.그 중 프리킥으로만 4골을 넣었다.‘무회전 프리키커’란 별명이 부끄럽지 않은 활약이었다.어떤가.이 정도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종수의 왼발’에 견줘도 되지 않을까.  ● “동국이형 뒤를 잇겠습니다” 이근호  올해 가장 돋보이는 선수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근호((23 대구FC)를 들겠다.그는 올 시즌 32경기에 나서 13골을 넣었고 도움도 6개를 기록했다.흔히들 대형스트라이커,대형스트라이커라고 할 때 ‘경기당 0.4골을 넣느냐 못 넣느냐’를 잣대로 들이댄다.자 나눗셈을 해 보자.13 나누기 32는?  하지만 이근호가 더욱 빛났던 것은 외국 선수들하고 경기할 때 ‘쫄지’ 않았다는 것이다.그의 국가대표 데뷔는 지난해 6월 서귀포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친선경기였다.그는 전반 11분 골을 넣으며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다.  이근호는 A매치 통산 14경기 6골을 기록하며 ‘국제무대에서도 통하는 선수’란 인상을 심어줬다.아직 비교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이대로 간다면 이동국의 기록(A매치 71경기 22골)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최근의 상승세가 무섭다는 것이다.그는 10월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 2골,15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2차전에서도 2골을 몰아넣으며 절정의 골감각을 보여줬다.또 지난달 20일 리야드 킹파드 경기장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B조 3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19년 사우디전 무승 징크스’를 없애는 데 선봉장이 됐다.  이처럼 국제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이근호는 ‘월드컵 불운’에 시달렸던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반지의 제왕’ 기성용  “대표팀 후배 중 해외 리그 진출에 도전해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기성용”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기성용(19 서울)에 대한 평가다.  기성용은 ‘고비마다 한 방’을 터뜨린 선수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올해 터뜨린 6골(리그 4골,A매치 2골) 중 4골이 승부의 향방을 바꿨다.특히 10월 29일 라이벌 수원전에서의 결승골,9월 10일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동점골 등은 그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다.과거 안정환이 월드컵 때 눈부신 활약으로 ‘반지의 제왕’으로 떠올랐던 것을 연상시킨다.  이런 활약이 인정받아 그는 올해 K-리그 대상 ‘베스트 11’ 미드필더 부문에 뽑혔다.90표로 최다득표의 영예를 누림과 동시에 1998년 고종수(당시 20·수원)가 가지고 있던 ‘최연소 베스트 11’ 기록도 깼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Let’s Go]태양이 머무는 곳, 거제도

    [Let’s Go]태양이 머무는 곳, 거제도

    거제도의 바다는 웅장하다.특히 남쪽 홍포의 빨려들 듯 망망한 바다는 거제바다의 본성이라 할 만하다.몇 해 전 홍포와 태양을 주제로 한 사진으로 세인들의 입에서 탄성을 뽑아낸 작가가 있다.‘시간을 찍는 사진가’ 서성원(44)씨.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거제도의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다 홍포의 아름다움에 빠져 여태 떠나지 못하고 있다.그의 작품은 태양과 달,그리고 별의 궤적이 대부분이다.특히 사진 전문가들이 태양의 궤적을 담는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 여길 때도 그는 공장의 용접용 필터로 해를 찍었다.짧게는 2~3시간,길게는 며칠씩 셔터를 열어 빛을 빨아들였다.광기에 가까운 그의 지독한 열정 덕에 일상적인 풍경들이 새로운 사진의 영역이 되었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그의 손에 이끌려 햇살 가득한 거제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보았다. ●무지개 마을로 알려진 홍포의 비경 거제는 지금 피보다 붉은 동백이 한창이다.동백은 필 때보다 떨어졌을 때가 더 아름다운 꽃.머지않아 꽃봉오리가 통째로 질 때면 거제의 해안도로는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 터다. 서 작가 작품 대부분의 모태가 된 곳이 홍포다.주민들은 저녁 노을에 무지개가 뜬다고 해서 ‘무지개 뜨는 마을’이라고도 부른다.새벽녘 무지개마을을 출발해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를 따라 여차방향으로 가던 서 작가가 도로변 샛길을 따라 갯바위 아래로 내려섰다.도로 위에서라면 전혀 볼 수 없는 곳이다.열흘이건 보름이건 사진을 찍을 때면 늘 텐트를 치던 곳이란다.왼쪽으로 대·소병대도가 지척이고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바다와 통영의 섬들이 주르륵 펼쳐져 있다.가운데 멀리로는 일본땅 대마도가 아련하다.이런 곳에서의 해맞이는 얼마나 특별한 경험이 될까. 여명의 바다 위로 점점이 떠있는 고깃배의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인다.수평선 주변이 서서히 여명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뭍과 바다 모두가 숨을 죽인 순간,시뻘겋게 달궈진 해가 거제 바다를 뚫고 솟아올랐다.순간이고 찰나였다.해가 뿜어내는 빛으로 사위는 온통 붉게 물들었다.홍포(紅浦)란 이름에 걸맞은 풍경.거제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한려수도에 대비해 혁파(赫波)수도,혹은 적파(赤波)수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홍포에선 일출·일몰 다 볼 수 있어 홍포는 앉은 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단 해가 대·소병대도 사이에서 떠 통영 쪽으로 지는 이맘 때라야 가능하다.홍포의 이름도 따지고 보면 해넘이 풍경에서 비롯된 것.그러나 정작 서 작가가 해넘이 전망 포인트로 이끈 곳은 상동동 계룡산(566m)이었다.거제도 중심부에 우뚝 솟은 산으로,정상 못 미친 곳에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통신대 건물의 잔해가 남아 있다. 서 작가는 “건물 잔해 너머로 지는 해가 슬프도록 아름다워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용광로처럼 타올랐던 태양이 뉘엿뉘엿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자취를 감출 무렵,통신대 건물이 길게 땅그림자를 남기며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다도해 해넘이 풍경의 절정.거제만과 통영쪽 다도해 사이로 빨려들어가는 해가 더없이 장엄하고 화려하다.장승포에서 상동동 방향으로 가다 용산마을에서 좌회전해 임도를 따라 오르면 계룡산 통신대 유적지가 나온다. ●에티오피아 황제가 일곱 번 ‘원더풀’ 외친 ‘황제의 길’ 거제도가 자랑하는 절승의 하나가 해안도로다.길이가 무려 398㎞에 달한다.면적으로는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해안도로 길이는 제주도보다 길다.바다를 품은 해안도로를 따라 섬 전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시간쯤.다만 장승포항을 기준으로 북쪽보다는 홍포,해금강 등 경승지들이 늘어선 남쪽이 권할 만하다.거제의 남쪽은 그야말로 비경의 연속이다.명승 2호로 지정된 해금강과 신선대,바람의 언덕(작은 사진),학동몽돌해수욕장 등은 물론이려니와 해안 마을 어디를 가도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경들과 마주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도로는 ‘황제의 길’이다.망치삼거리와 구조라해수욕장을 잇는 14번 국도의 한 부분으로 길이는 4.5㎞ 남짓.1968년 거제도를 비공식 방문했던 에티오피아의 셀라시에 황제가 망치고개에 올라 거제바다를 바라보며 일곱번 ‘원더풀’을 외쳤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 하지만 황제도 보지 못한 도로가 있다.여차와 홍포를 잇는 비포장길이 그것으로,거제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을 펼쳐 보인다.3.3㎞ 구간에 대·소병대도와 매물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들어차 있다. 한적한 섬을 원한다면 소매물도가 좋다.등대섬으로 잘 알려진 곳.행정구역상 통영에 속하지만 거제도에서 더 가깝다.저구항에서 소매물도까지 30분쯤 걸린다. 글·사진 거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거제도 ▲맛집:요즘 거제엔 굴이 제철.거제면 내간리 송곡굴구이는 굴을 쪄서 내는 굴구이 ‘원조’로 입소문 난 집이다.굴구이(4인 기준)는 1만 8000원,굴무침 1만 2000원.632-7255. ▲잘곳:최근 문을 연 관광호텔 ‘상상속의 집’이 정갈하다.객실 크기나 시설 등이 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수준.바다쪽 전망도 좋아 모든 객실에서 해오름의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창가 쪽에 자쿠지시설도 갖췄다.장승포에서 지세포 쪽으로 우회전하면 된다.평일 14만원,주말 17만원.inspirationpoint.co.kr,682-5251~2.
  • 올해는 나 터치폰이 주인공!내년엔 스마트폰 내가 대세

    올 한 해도 수많은 휴대전화가 나왔다 사라졌다.큰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것들도 많다.올 한 해 인기를 끌었던 휴대전화의 흐름과 내년에는 어떤 제품이 인기를 얻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LG등 거의 모든 제조사서 출시 올해 가장 큰 흐름은 풀터치스크린폰의 인기를 꼽을 수 있다.기존의 키패드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닌 화면을 손가락 등으로 만져 조작하는 방식이다.아무런 반응이 없어 작동 여부를 알 수 없었던 초기에 비해 지금은 소리나 진동 등을 통해 이용자가 작동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지난해부터 조금씩 선보이던 풀터치스크린폰은 올해는 절정에 달해 삼성전자의 햅틱시리즈,LG전자의 터치웹폰, 팬택계열의 프레스토,모토로라의 모토프리즘까지 에버의 KTFT를 제외한 모든 휴대전화 제조사에서 풀터치스크린 휴대전화를 출시했다. ●키패드 없애고 화면 커져 위젯 기능 유용 풀터치스크린이 인기를 끌면서 키패드가 없어진 만큼 화면이 커지고 보다 선명한 화면을 얻기 위해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를 사용한 휴대전화가 등장하기도 했다.풀터치스크린폰의 등장은 또 휴대전화의 이용자환경(UI) 변화를 가져왔다.삼성전자의 ‘햅틱UI’나 LG전자의 ‘헬로UI’가 대표적이다.여러번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UI도 보다 간편하게 변화했다.UI의 대표적인 예가 최근 인기를 끌 수 있고 있는 ‘위젯’ 기능들이다.바탕화면에 날씨,증권,뉴스 등 자주 사용하는 아이콘을 이용자가 마음대로 배치해 바로 편리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이전에도 위젯 기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위젯의 참맛을 즐기려면 풀터치스크린폰이 가장 유용하다.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인터넷 그대로 휴대전화에서 사용하는 풀브라우징 서비스도 올해 빼놓을 수 없다.LG텔레콤의 3세대(3G) 데이터서비스 오즈가 대표적이다.풀터치스크린폰으로 이전보다 큰 화면을 사용하게 되는 등 풀터치스크린폰과도 연결되어 있다.하지만 아직까지 유선인터넷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인터넷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액티브X 등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모든 인터넷 사이트와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앞으로 고쳐야 할 점이다. ●휴대전화 + 컴퓨터 = 스마트폰 내년 휴대전화 업계의 관심사는 스마트폰이다.휴대전화가 단순한 전화기에서 벗어나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풀브라우징 서비스를 통한 인터넷까지 하면서 휴대전화는 이제 이 모든 기능을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기기가 되고 있다.이같은 흐름의 최첨단에 있는 것이 휴대전화와 컴퓨터가 결합된 ‘스마트폰’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은 인기가 없었다.가격은 비싸고 단말기가 두껍고 무거운 등 별다른 장점이 없었기 때문이다.또 데이터요금마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하지만 이같은 분위가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야심차게 내놓은 T옴니아가 대표적이다.T옴니아는 일 개통수 1000대 이상을 기록하는 등 판매가 순항 중이다.경기침체와 100만원대의 비싼 가격을 감안하면 엄청난 판매행진인 셈이다.T옴니아의 성공여부에 따라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야심작 ‘T옴니아´ 하루 개통수 1000대로 순항 내년 4월부터 국산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를 의무적으로 휴대전화에 탑재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내년의 큰 변화 중 하나다. 내년 4월부터 위피 의무화는 사라지지만 이미 이동통신사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들이 위피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어 상당기간 동안 위피는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외산 단말기의 도입도 보다 쉬워지게 된다.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단말기의 유통을 좌우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외국산 단말기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로서는 보조금 등 도입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때문에 본격적인 외국산 단말기 도입보다는 저가 단말기나 국내 제조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23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30분) 시종일관 끊이지 않는 울음소리에 눈코 뜰 새 없는 세 쌍둥이네 집.홀로 세 아이 목욕시키랴 기저귀 갈랴 금세 녹초가 되고 말지만 아이들을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 꼼꼼히 식사노트까지 적는 엄마 오르나.몽골에서 온 오르나의 세 쌍둥이 육아일기.행복한 세쌍둥이 주형,주은,주경이네를 찾아가 본다.●1대100(KBS2 오후 8시55분) 첫 번째 도전자!놀라운 내공의 실력자,조형기.100인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한 그의 퀴즈 지식.그는 연예인 최초 5000만원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두 번째 도전자! 시각 장애인의 희망찬 도전.행복 전도사인 김기현.대학 강의에 라디오 DJ,이제는 퀴즈 정복까지 꿈 많은 그녀의 당찬 퀴즈 도전기 지켜본다.●그분이 오신다(MBC 오후 7시45분) 전진과 키스한 후 들뜬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리는 영희.그러나 다시 연락한다던 전진에게서는 소식이 없고,전진의 지갑 속에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한편 월급에서 2만원이 모자라는 성진은 경순이 지각비로 깎은 것을 알고 못 받은 2만원을 때우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다.●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30분) 열 받으면 ‘성난 팔자 눈썹’으로 변신.자해에 막말,괴성으로 주변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아이.집,문구점, 마트 어디서든 멈추지 않는 분노를 표출하는 행동.잦은 출장으로 아이와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싱글대디.아빠 혼자만의 육아법은 어땠을까.초절정 반항지존이 된 아이의 원인을 찾아본다.●다큐 인(EBS 오후 10시40분) 크리스마스 깜짝 파티를 위해 오랜만에 읍내로 간 7남매.1000원씩 걷은 걸로는 턱 없이 부족해 큰언니 소혜가 3년 모은 저금통을 깼다.철없는 동생들은 ‘이거 사자,저거 사자.’난리다.7남매가 떴다 하면 온 읍내가 떠들썩해 물건 하나 사기도 쉽지 않다.과연 부모님을 위한 깜짝 파티는 성공할 수 있을까?●U-경영 2부(YTN 오전 10시30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전이되고 있다.세계 경제의 부진은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소비심리 위축 등 내수 전체 부문의 침체로 나타나고 있다.이런 상황에도 미리 구축해 놓은 IT기반을 바탕으로 불황을 이겨내는 기업들이 있다.그들의 시스템과 노하우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 중국,5조위안 ‘철도 뉴딜’

    중국,5조위안 ‘철도 뉴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이 2020년까지 모두 5조위안(약 1000조원)을 투입해 철도길이를 4만 1000㎞ 이상 연장하는 내용의 ‘중·장기 철도망 계획’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22일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보도했다.당초 계획은 1만 6000㎞였다.수정안이 완성되는 2020년이면 중국의 철도 운영노선은 모두 12만㎞ 이상으로 늘어난다. 신문은 루둥푸(陸東福) 철도 부부장(차관)의 말을 인용,“경기침체 타개를 위한 내수 촉진과 철도 수용능력 확충을 겨냥한 프로젝트”라면서 “프로젝트를 통해 600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루 부부장은 철도 확장 프로젝트가 “특히 향후 2년간 시급한 철도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면서 또한 “지역 개발을 통한 성장 촉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수정 계획안은 모든 성(省)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가 연결되는 고속철도망을 구축,인구 90% 이상이 철도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원대한 목표를 담고 있다.도시간 고속철도망은 보하이(渤海) 주변지역,창장(長江)델타지역,주장(珠江)델타지역의 3대 도시권에서 청두(成都)와 충칭(重慶),황허(黃河) 중·하류지역,우한(武漢),관중(關中),해협 서안 도시 등 인구 밀집 지역으로 전면 확장된다.시속 250㎞ 이상인 철도 건설은 1만 600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베이징·상하이·정저우(鄭州)·우한 등 중심도시는 인근의 성정부 소재지와 1~2시간의 교통권이 되고,주변도시와 30분~1시간의 교통권이 형성된다. 현재 중국 철도망의 운송력은 줄곧 과부하 상태였던 것으로 평가된다.인민일보는 “2008년 말까지 철도 운영노선은 7만 9000㎞로 1인당 철도 보유량은 6㎝에 불과,담배 한 개비의 길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화물 운송도 마찬가지다.일일 차량 수요 만족도는 불과 35% 정도로 집계된다.철도부 운송국 부국장 겸 운영부 쑤순후(蘇順虎) 주임은 “매년 설 연휴 여객 운송 절정기에는 베이징~광저우(廣州) 철도 남부구간은 아예 화물 운송을 중단한다.”면서 “이로 인해 창장델타지역,주장델타지역으로 통하는 화물 운송이 커다란 타격을 입으며,개별 사업체와 사회 전반의 생산비용이 배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이날 철도망 계획 외에도 경기부양을 위해 대출 및 예금금리를 인하했다.중국 인민은행은 “1년짜리 대출금리를 5.58%에서 5.31%로,예금금리도 2.52%에서 2.25%로 인하했다.”고 밝혔다.인민은행은 이와 함께 대형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6%에서 15.5%로,중소형 은행의 지급준비율은 14%에서 13.5%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jj@seoul.co.kr
  • EPL 사령탑 트렌드는 ‘영국 노신사’

    EPL 사령탑 트렌드는 ‘영국 노신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08~09시즌이 중반기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성적에 따라 경질되거나 사임하는 등 사령탑들의 물갈이도 잦은 계절이다. 이런 가운데 자국 출신 베테랑 감독들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이 평가받고 있어 흥미롭다. 성적부진 혹은 팀의 재정적 불안함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젊음과 패기보다는 노련미와 안정감을 갖춘 ‘영국 노신사의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다. ◇젊은 피 보다는 노장이 좋다? 시즌 초반 극심한 성적부진을 보인 스페인 출신 후안데 라모스(54) 감독을 일찌감치 경질한 토트넘은 지난 10월말 자국 출신 해리 레드냅(61) 감독을 선임했다. 베테랑인 레드냅 감독은 감독 부임 후 지난 11월 5경기 가운데 3승을 이끌었고. 토트넘은 강등권을 벗어나 16위에 자리잡고 있다. 구단 매각문제로 시끄러운 뉴캐슬은 지난 9월 케빈 키건(57) 감독이 구단주와 갈등으로 사임한 뒤. 임시체제를 백발이 성성한 조 키니어(61) 감독에게 맡겼다. 당초 구단 매각 예정시한인 11월까지 임시직이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키니어 감독은 결국 이번 시즌말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지난 18일에는 블랙번의 새 사령탑으로 또다른 베테랑 영국인 지도자 ‘빅 샘’ 샘 앨러다이스(54) 감독이 복귀했다. 프리미어리그 최초의 흑인 감독으로서 이번 시즌 블랙번의 사령탑으로 출발했던 젊은 지도자 폴 잉스(41) 감독은 지난달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이번 시즌 감독 가운데 가장 젊었던 선덜랜드의 로이 킨(37) 감독 역시 이달 초 사임한 걸 고려하면 프리미어리그의 30대 지도자는 이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38·미들즈브러) 감독이 유일해졌다. 20개 구단 평균 연령은 52세. 리그 최고령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67·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비롯해 60대 감독은 5명이나 된다. 젊은 지략가들이 하나 둘 팀을 떠나면서. 이번 시즌 EPL은 경험과 노련미를 앞세운 ‘노신사’들의 지략대결로 뜨겁다. ◇외국인보다는 영국인 감독 선호 자국인 감독을 선호하는 트렌드도 흥미롭다. 프리미어리그 20개팀 사령탑 가운데 영연방 국가 출신이 아닌 감독은 4명뿐이다. 리버풀의 라파엘 베니테즈(스페인). 첼시의 루이스 스콜라리(브라질). 아스널의 아센 웽거(프랑스). 웨스트햄의 지안프랑코 졸라(이탈리아)가 그들이다. 나머지 팀은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 영연방 국가 출신의 지도자들이 맡고 있다. 최근 토트넘이 스페인 출신 라모스 감독을 경질하고 레드냅 감독을 선임했듯. EPL에서는 잦은 사령탑 교체 속에 자국 감독에 대한 선호도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분위기다. 게다가 17위로 부진한 웨스트햄의 이탈리아 출신 졸라 감독도 최근 벼랑 끝에 몰려 경질 가능성이 높아져 외국인 감독은 또 한명 줄어들 수도 있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 동티모르 여행기③] 마우비시, 커피로드 그리고 그린 빈

    [ 동티모르 여행기③] 마우비시, 커피로드 그리고 그린 빈

    정일근 《삶과꿈》기획위원과 안남용 사진작가는 지난여름 커피 시즌을 맞아 동티모르 커피생산지인 고산지역을 취재하고 왔습니다. 21세기 최초의 신생독립국가이며 우리에게 미지의 국가인 동티모르에 대한 생생한 현지 취재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본지를 통해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잠결에 아라비카 커피향이 코끝을 톡톡, 치고 갑니다. 하늘의 천사가 땅의 첫 커피를 신에게로 가지고 가다 실수로 몇 방울을 떨어뜨린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한 스푼의 커피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의 무게로 느껴집니다. 눈을 감고 커피향기를 맡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커피를 ‘아라비아의 와인’이라고도 한다지요. 손을 내밀면 와인의 부케 같은 커피 특유의 향기가 만져질 것 같습니다. 당신이 커피로 아침을 준비하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아참! 내가 당신을 떠나 아주 멀리 동티모르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커피 향기, 내가 머무는 호텔의 쿡(cook)이 손님들을 위해 아침커피를 준비하나 봅니다. 쿡은 나무로 불을 지펴 솥을 달구어 올해 수확한 생두를 볶고 있을 것입니다. ‘그린 빈’이라 부르는 생두는 다갈색과 검은색 사이에서 제 몸이 익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보지 않고도 그 풍경이 선명해지는 것이 나도 어느새 커피 마니아가 된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 동티모르 산간도시인 ‘마우비시’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나라 수도인 딜리에서 60km쯤 떨어져 있는 마우비시는 해발 1,400m에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도시에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가깝게 내려와 있습니다. 내가 말하는 동티모르의 도시라는 것, 그건 우리가 사는 도시와는 다릅니다. 도시의 모습을 가졌지만 만지면 그냥 부서질 것 같은 신기루 같은 도시입니다. 후, 하고 불면 모두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낡고 오래된 도시입니다. 여긴 이미 오래 전에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풍경도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과거완료형입니다. 만들어지는 풍경이 아니라 사라지는 풍경입니다. 나는 이 도시가 가졌던 영욕의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그 절정의 번성기를 짐작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마우비시는 동티모르가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식민지 시대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는 이제는 오래된 유물로 남았습니다. 유물 같은 이 도시에서 변하지 않고 새로워지는 곳은 십자가가 서 있는 가톨릭식 공동묘지뿐인 것 같습니다. 도시의 높은 곳에 성(城)이 있고, 그 아래 양철지붕을 인 마을이 들어서 있습니다. 마을은 조용하나 가끔 수도 딜리를 오가는 미니버스가 사람들을 데리고 가기도 하고 풀어놓기도 합니다. 꽤 큰 성당과 상설시장도 있고, 삼거리 길에는 로터리가 있습니다. 여기도 가을이 오는지 길가에 핀 쑥부쟁이 꽃도 보입니다. 마우비시도 밤 12시가 되면 어디든 전기가 뚝 끊깁니다. 요란한 도시, 불야성의 밤풍경에 길들여져 있다 산간도시의 밤이 주는 깊은 어둠에 낯설었지만 이내 그 어둠이 주는 평온함을 나는 즐기고 있습니다. 문명이 주는 편리함보다 불편함에서 무엇이든 절실해지는 법이니까요. 내가 머무는 숙소는 이 도시를 다스리던 포르투갈 성주가 살던 성입니다. 성을 개조해 6개의 객실과 레스토랑을 가진 호텔로 만들었습니다. 호텔이라고 하지만 역시 자정에는 전기가 끊기고 아침 저녁시간에 잠시 목욕물이 공급될 뿐입니다. 어젯밤엔 숙소에서 가까운 길거리에서 3인조 밴드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숙소로 오는 길인데 귀에 익은 연주가 흘러나왔습니다. 리듬을 따라 흥얼거려 보는데 그 연주곡은 우리나라에서 <연가(戀歌)>란 제목으로 번안되어 불리는 뉴질랜드 민요였습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학창시절 즐겨 불렀던 그 노래가 이곳에서 연주되고 있다는 것에 신이 나 큰소리로 따라 불렀습니다. 그들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자기들이 동티모르 최고의 밴드라고 자랑했지만 제대로 된 악기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국 공통어인 ‘음악’으로 그들과 내가 소통하는 데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음악은 영원하다는 생각을 하다, 커피나무도 그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선 커피나무만이 영원한 존재입니다. 마우비시 사람들도 커피농사를 합니다. 해발이 높은 지대에서 아라비카 종 커피농사를, 낮은 지대에서 아라비카 종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로부스타 종 커피농사를 합니다. 마우비시를 중심축으로 하여 남으로는 사메지역까지 북으로는 수도 딜리 가까이까지 커피나무는 자라고 있습니다. 수확한 커피나무 열매는 모두 길 위로 모입니다. 그렇게 모인 커피열매들은 트럭을 이용해 수도에만 있는 파치먼트 가공장으로 옮겨집니다. 커피나무가 자라고, 커피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살고, 커피열매가 이동되는 그 길에 나는 ‘커피로드’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실크로드도 있고 소금길도 있듯이 동티모르에는 커피로드가 있습니다. 커피나무 꽃이 눈이 내린 듯 피고, 꽃이 지고 나면 커피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는 커피로드가 있습니다. 비록 지도 위에 기록된 공인된 길 이름은 아니지만 내 마음의 지도에 뚜렷하게 그 길을 새겼습니다. 동티모르에는 커피로드가 있다고요. 동티모르의 커피로드는 그들의 가난한 삶과 함께 가는 길입니다. 지금은 비록 힘들고 고달픈 길이지만 그 길이 그들의 꿈을 이루게 하는 길이길 바랄 뿐입니다. 가난이야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커피로드 위에서 만난 그들이 보여주는 미소는 아름다웠고, 그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 나도 행복했습니다. 그들의 웃음에 흰 커피 꽃이, 붉은 커피열매가 배경이 될 때 몇 배나 증폭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커피나무가 있다는 것, 그건 신이 지금은 힘들고 가난한 이 나라에 준 축복 같았습니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처럼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커피나무를 심고 커피를 따는 사람이 있기에 그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손톱 밑에 새까맣게 때가 앉았고 손등은 커피를 따는 일로 터져버렸지만 내게 환한 미소로 두 손 가득 붉은 커피를 내미는 아이의 손을 만나 내가 울었던 것은 내가 그 아이보다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와 같은 시간에 아침커피를 마시는 당신의 거칠어져 가는 손을 생각합니다. 삶이 당신의 손을 힘들게 하지만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하는 손은 이제 희망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그건 습관이 아니라 한 잔의 커피로 에너지를 충전해 또 하루 분의 삶과 싸워야하는 손입니다. 나는 당신 스스로 그 손에 감사하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이제 커피에 대한 나의 나쁜 고정관념도 버릴 것입니다. 커피 한 잔으로 참으로 많은 손들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돌아가면 당신에게 제일 먼저 올해 새로 수확한 그린 빈을 보여주며 동티모르를 추억하고 내가 명명한 ‘커피로드’를 자랑할 것입니다. 오랜 여행으로 내 얼굴을 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새까맣게 탔고 지독한 풍토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나는 행복합니다. interview -김수일 동티모르 한국대사 동티모르에 이는 한국어 붐 “동티모르는 한국인의 정서가 통하는 나라라 생각합니다. 최근 여야, 동서 간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오래지 않아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동티모르를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도움이 필요한 동티모르를 사랑하는 한국인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동티모르에 한국대사관이 있다. 독립 직후 초기에 대사관이 개설됐으며 현재 부산외국어대 인도네시아·말리이시아어과 교수인 김수일 대사(55)가 동티모르 한국대사로 근무하고 있다. 주부산 인도네시아 명예영사, 외교통상부 자문위원 등을 지낸 외교전문지식을 인정받아 동티모르 대사로 발탁된 학자 출신의 외교관이다. 김 대사는 부산 사람답게 부산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동티모르와 부산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구상들을 풀어놓는다. “동티모르는 산유국입니다. 현재 유전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고, 또한 SOC(사회간접자본) 개발 산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은 물론 부산도 진출할 기회가 많은 나라입니다. 기업들이 동티모르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김 대사는 동티모르와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과 관련 우선협상국 지위를 확보해 수십 조 원의 경재효과가 기대되는 에너지 파트너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동티모르를 돕기 위해 고용허가제에 의한 인력송출 양해각서(MOU)를 체결시켜 6천여 명의 동티모르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파견될 동티모르 근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을 함께 진행시키고 있어 현재 동티모르에 한국어 붐이 일고 있다. 김 대사는 2007년 9월에 부임했다. 2년 6개월의 대사 임기가 끝나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강의를 맡게 된다. 글 정일근 기획위원 / 사진 안남용 다큐멘터리 사진가
  • [FA컵] “우승컵 안고 아시아 가자”

    ‘우승컵을 안고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 창단 뒤 첫 우승을 노리는 경남FC와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한 포항이 21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올시즌 한국축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2008 FA컵 결승에서 맞선다.승리한 팀은 상금 2억원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거머쥔다. 조광래 경남 감독과 브라질 출신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 모두 우승이 목마른 상황이다. 더욱이 조 감독과 파리아스 감독은 브라질식 축구를 지향해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조 감독은 최근 브라질 출신 다마 코치를 데려와 정통 기본기를 전수하며 삼바 축구의 토착화에 심혈을 기울였다.파리아스 감독은 지난해 브라질 출신답게 짜임새 있는 미드필드진과 패스를 통한 공격 축구로 팀을 K-리그 챔피언에 올려놨다. 이러다 보니 결전을 앞둔 각오는 더욱 뜨겁다.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팀을 FA컵 결승까지 올려놓은 조 감독은 “이제 마지막 한 경기만 남았다.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어느 팀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리아스 감독도 “정규리그와 컵대회에서 결승 진출을 이루지 못한 만큼 남은 FA컵 결승에서 꼭 우승하겠다.올해는 더욱 따뜻하게 브라질 휴가를 보내고 싶다.”며 무관 탈출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물론 단순 비교하면 포항이 앞선다.포항은 경남과의 K-리그 역대전적에서 7승1패로 절대 우위에 있다.올해 경남전에서 강했던 데닐손(2골)이 준결승에서는 벤치를 지켰지만 출격 명령을 기다린다.남궁도(1골)와 최효진(2도움) 등의 컨디션도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조 감독은 “이제는 해볼 만하다.”며 기세를 올린다.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인디오의 골 감각이 여전하고,서귀포고 출신의 김동찬이 고향에서 펄펄 날았다.김동찬은 국민은행과의 준결승에서 혼자 4골 등 세 경기 연속 결승골을 뽑아내며 6골로 득점왕을 예약한 상태다.어느 팀이 상대의 허를 찌르며 올겨울을 따뜻하게 보낼지 주목된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여의도 FTA 충돌] 野,망치들고 저지 시도… 與,3초만에 상정

    [여의도 FTA 충돌] 野,망치들고 저지 시도… 與,3초만에 상정

    ‘땅,땅,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가운데 18일 오후 2시 상임위에 상정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1년을 하루 앞둔 날이다.국회 본청 4층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는 이날 오전 미리 입장한 한나라당 의원 9명이 대기하고 있었다.뒤늦게 옆문으로 들어선 박진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모두(冒頭) 발언을 한뒤 단 2~3초 만에 동의안을 상정했다.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선 야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울부짖으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명패를 바닥에 집어던져 깨뜨렸다.여야간 충돌 과정에서 물에 젖어버린 노트북이 아수라장 국회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이날 회의장 밖에선 오전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격돌이 이어졌다.200여명의 여야 의원과 당직자,경위 등이 뒤엉켜 출입구가 봉쇄된 회의장 진입을 놓고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민주당 쪽에선 오전 11시20분쯤 망치 등을 이용해 출입문을 부쉈고,한나라당 의원과 보좌진은 회의장 집기 등을 이용해 출입문을 안쪽에서 다시 봉쇄했다. ●與 오전6시 회의장 입장·봉쇄 이 과정에서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 기물을 부수면 추후에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았고,경위들이 무단진입하는 민주당 당직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캠코더로 사진을 찍었다.민주당 쪽은 사진 채증을 막기 위해 돗자리나 은박지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전기톱이 등장한 것은 오후 1시20분쯤.잠시 연좌농성을 벌이던 민주당 의원들이 뒤로 빠지자 보좌진이 전기톱을 들었다.이를 제지하려던 경위들과 한나라당 보좌진은 민주당 당직자들과 욕설을 퍼부으며 멱살잡이를 벌여 회의장 앞 복도는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이때 회의장 안에서 한나라당 보좌관이 분말 소화기를 쏘면서 사태는 절정을 맞았다.취재진과 의원,보좌진 등은 하얗게 물들었고,일부는 호흡곤란을 호소했다.민주당 쪽도 회의장 안으로 소화기를 쏘아댔다. ●野 전기톱까지 동원, 진입시도 한나라당 미래세대위원장인 손범규 의원은 “국회에서 저따위로 하니까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군인들 시각에서 보면 저런 한심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가 구설에 올랐다.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국회를 총칼에 얻어 터질 쿠데타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으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우리 군을 철저히 모독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아비규환 속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두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 “비준안 상정 무효 투쟁”후유증은 심각하다.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비준 동의안 상정 원천무효 투쟁,특수공무집행방해로 박계동 총장의 법적 책임 추궁,국회의장실 무기한 점거농성 돌입 등을 선언했다.반면 한나라당은 “국회에서의 불법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면서 “폭력을 행사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박진 위원장이 전날부터 외통위 회의장에 대한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을 놓고도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민주당은 “질서유지권은 국회의원이 회의장 질서를 문란하게 할 때 적용되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국회의장 묵인하에 70여명의 경위를 동원해 경호권을 발동했다.”고 주장했다. 오상도 구동회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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