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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져드는 매력 충만한 전통음악…지원·관심 커지길”

    “빠져드는 매력 충만한 전통음악…지원·관심 커지길”

    전통 축제 만들어 온 김주섭·김정오 대표 젊은 국악인 등용문 ‘대한민국대학국악제’ 지역 공동체와 소통한 ‘생생우리음악축제’ “국악의 가능성 목격…아르코 시도 든든” 올해 전국의 공연예술축제를 하나로 묶은 브랜드 ‘아르코 썸 페스타’가 처음 시작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축제들이 한 이름으로 협업하도록 돕고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하면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축제 간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추진했다. 이런 움직임이 더욱 반가운 건 전통예술 분야 기획자들이다. 전통예술을 보존하면서 현재형 예술로서 부각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만난 대한민국대학국악제의 김주섭(사단법인 문화문 대표) 예술감독은 ‘아르코 썸 페스타’에 대해 “우산 속에 있는 듯하다”면서 “홀로 하면 외롭고 쉽게 지치는데 정부 기관이 관심을 갖고 외곽 지원을 해주니 든든하다”고 부연했다. 올해 14회를 맞는 대한민국대학국악제는 국내 유일의 창작 국악 경연대회로, 젊은 국악인들에게는 실력을 인정받는 관문으로 평가된다. 13회를 거쳐오면서 ‘조선팝’이라는 장르를 내세우고 활약하는 서도밴드, 해외 팬덤을 공고히 다지고 있는 상자루,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 김진아, 국악·대중 가수로 활동하는 김주리 등을 배출했다. 이날 본선 진출팀을 심사하고 왔다는 김주섭 감독은 “예전에는 40팀 안팎으로 지원했는데 이번에는 19팀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마도 올해 우승 상금(500만원)을 절반으로 줄어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국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서도밴드나 상자루처럼 전통음악에 새바람을 일으킬 젊은 국악인들을 발굴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오는 14일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 소나무홀에서 열리는 대학국악제에서 우승하면 2026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고자 할 때 컨설팅을 해주면서 이후 활동 기회를 적극 도울 계획이다. 생생우리음악축제를 기획한 김정오 문화발전소 열터 대표도 “처음에는 공연할만한 공간을 찾을 때 ‘우리와 분위기가 맞지 않다’고 거절하거나 제한된 시간에만 빌려주었다”는 그는 “7년이 지난 지금은 공간이 최대한 많은 협조를 해주고 함께 즐겁게 준비를 한다. 우리음악은 경험하지 않으면 몰라도 한 번 경험하면 누구나 좋아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생생우리음악축제는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책방·공원·아틀리에 등 지역 문화공간에서 열리는 국악 공연이다. 2018년 첫 회는 화성시 전역에서 했지만 2020년부터는 봉담지역으로 좁혔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우리음악’이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작은 공간에서 음향 없이 표정, 감정을 생생하게 느꼈을 때 그 소통이 더욱 잘 될 것이라 생각해서다. 김정오 대표는 “봉담은 농촌마을의 공동체이고 오지랖이라는 참견, 서로에 대한 관심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에 주목했다”고 웃더니 “전통예술을 매개로 ‘함께’와 ‘공동체’를 접목할 방법을 꾸준히 고민했고 실천했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22일 전야제를 열고 23~24일 본축제로 나눠 국악 아티스트 13팀이 신명나는 공연을 선보인다. 김정오 대표는 “국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알리고 소통하면서 국악을 좀 더 잘 알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그런 축제를 희망한다”고 덧댔다. 두 기획자는 전통예술의 가능성을 생생히 목격했다. 하지만 K팝의 인기가 절정을 찌르는 이 순간에도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히 낮고 지원은 적은 현실을 느끼기도 한다. 그나마 ‘아르코 썸 페스타’로서 “같은 장르의 축제를 하는 사람들과 고충을 나누고 방향성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데 위안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지원에 대한 바람도 털어놨다. 김주섭 감독은 고 박성용 금호그룹 선대 회장을 떠올렸다. “고 박성용 회장님은 악기은행을 만들어 클래식 영재들에게 악기를 빌려주고 교육을 하는 등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그때 아이들이 지금 한국 클래식을 이끌고 있죠. 하지만 국악계에는 관심이 크지 않고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말한 K컬처 300조원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통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절실합니다.”
  • 한여름 해변서 열리는 특별한 도서관..해운대해수욕장 8월16일

    한여름 해변서 열리는 특별한 도서관..해운대해수욕장 8월16일

    부산문화재단은 오는16일 해운대해수욕장 송림공원 인근 백사장에서 부산바다도서관 팝업도서관을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 한여름 해변에 열리는 아주 특별한 도서관이다. 부산바다도서관은 바다, 책, 문화를 연결한 부산형 야외 독서문화 축제로,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민락수변공원에서 총 6회에 걸쳐 약 3만명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여름휴가의 절정기인 8월에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팝업도서관의 테마는 ‘해변의 서재’다. 백사장 위에는 빈백, 선베드, 파라솔로 구성된 리딩존이 펼쳐지고, 약 1,000여 권의 책이 여름과 어울리는 주제별(여행과 로컬, 휴식과 힐링, 아동·유아, 다문화)로 제안된다. 특히, 물놀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워터프루프존’은 해변 독서의 즐거움을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 현장 방문 인증 시 디저트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리드브루’, ▲책 속 문장을 손글씨로 새기고 교환하는 ‘한 줄의 온기’등 책을 중심으로 한 시민 체험 콘텐츠도 풍성하다. 여기에 부산바다도서관 시민서포터즈가 기획한 ▲‘콘텐츠 아이디어 투표존’▲반려동물과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펫 전용 쉼터 ‘멍독멍글’, 까지, 참여와 선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부산문화재단 오재환 대표이사는 “이번 팝업도서관은 바다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시민들이 책과 다시 연결되는 특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열린세상] 모소 대나무와 K예술 지원

    [열린세상] 모소 대나무와 K예술 지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이어 최근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세계 뮤지컬계의 가장 권위 있는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K컬처가 가히 절정에 달했다는 생각을 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봉준호 감독으로 대표되는 K무비,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으로 이어지는 K클래식, 세계 곳곳에 아미 팬을 거느린 BTS를 비롯한 K팝,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K드라마까지 큰 물줄기를 이룬 오늘의 K컬처가 있기까지 무엇이 있었을까. 문득 중국 극동지방에서 자란다는 희귀종 모소 대나무가 떠오른다. 이 대나무는 4년 동안 전혀 자라지 않거나 자라도 3㎝ 남짓이라고 한다. 그런데 5년째 되는 해에 죽순을 올리고 하루에 30㎝ 이상씩 자라 6주 만에 15m 이상 치솟으며 울창한 대나무숲을 이룬다. 자라지 않는 4년 동안은 땅속 깊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고 이 과정이 끝나면 5년째 되는 해에 급속히 자라 숲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 모소 대나무 이야기는 예술 지원에 있어 곧잘 인용된다. 하나는 신진(청년) 예술가가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성장, 발전 과정을 좀처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다 어느 날 불쑥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는 성장이 없어도 꾸준히 정성을 들여 모소 대나무를 가꾸는 농부의 혜안과 인내심이 마침내 빛을 발하듯 예술 지원에도 이런 농부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의 K컬처도 모소 대나무와 같은 과정이 있었다. 문학에 한정해 본다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의 30년 넘는 한결같은 번역출판 지원과 국제교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을 지원해 널리 알린 대산문화재단은 1992년 창립 이래 문학을 전문적으로 지원했다. 종적으로는 대산청소년문학상, 대산대학문학상, 대산창작기금, 대산문학상에 이르는 생애주기에 맞춤한 지원으로 한국문학이 체계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횡적으로는 한국문학번역 지원, 국제교류 지원, 서울국제문학포럼과 동아시아문학포럼을 통해 한국문학이 활발히 세계문학과 만나고 진출하게 했다. 그 배경에는 교보문고 입구에 역대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걸고 가운데 비워 둔 한 자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대산문화재단을 세운 교보생명의 대산 신용호 창립자의 뜻이 있다. 그 의지는 “예술·문화 지원은 결과 예측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므로 좋은 정책을 가지고 일관되게 지원해야 한다”는 신창재 회장의 운영철학으로 이어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얼마 전 김혜순 시인이 ‘죽음의 자서전’으로 독일 세계문화의집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오늘의 K컬처는 영화아카데미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금호문화재단, 우란문화재단, CJ엔터테인먼트, 교보생명 등 많은 농부들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40여년을 정성 들여 지원했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문화강국과 문화산업 300조원 시대 등은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쉬운 것은 2022년 대선 때 유망한 청년 예술인들이 5년간 창작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청년 예술인을 위한 1만 시간 지원 프로젝트’라는 모소 대나무 심기 공약이 이번 대선에는 빠졌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최근 박은관 시몬느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연세대와 함께 3~5년을 바라보는 창작지원형 문학상 제정을 비롯해 인문학 진흥과 창의적인 인문인 양성 지원에 나선 것은 반갑고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K컬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은 새로운 농부가 나오고 새로운 모소 대나무를 계속해서 심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곽효환 시인·전 한국문학번역원장
  • [길섶에서] 까치호랑이

    [길섶에서] 까치호랑이

    지난주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를 보러 간 김에 뮤지엄숍을 찾았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까치호랑이 문화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인기절정이라는 ‘까치호랑이 배지’는 당연히 ‘SOLD OUT’(매진)이었다. 예약은 하루 수십만건씩 들어온다고 했다. 이 영화에는 갓을 쓴 까치가 등장한다. 그런데 나란히 세 개인 까치 눈이 갤럭시폰 렌즈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쏟아지자 삼성전자는 이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붐을 일으킨 현상을 재빠르게 마케팅에 활용하는 모습에 세계적 기업이 된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똑같은 ‘까치호랑이 배지’를 파는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날까지도 한산했다고 한다. 중앙박물관도 까치호랑이 같은 민화(民畵)를 중요하게 다루지만 본산은 민속박물관이다. 파급력이 큰 대중문화에서 우리 민속이 이렇게 세계적인 주목을, 그것도 젊은이들로부터 받은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쯤은 민속박물관도 로비를 이용한 작은 규모의 ‘까치호랑이 특별전’ 정도는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 ‘기생충’ 정재일 음악감독·장민승 작가 콜라보… 바람에 실려 떠도는 제주의 기억 따라가다

    ‘기생충’ 정재일 음악감독·장민승 작가 콜라보… 바람에 실려 떠도는 제주의 기억 따라가다

    고요한 밤바다 위 어선의 불빛으로 시작된다. 어둠을 뚫고 떠오르는 이 불빛은 제주의 노동, 생업,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생명력을 암시하며 관객을 천천히 서사의 물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어지는 장면은 제주 곳곳의 물길과 지층, 패총, 동굴, 숲과 폭포로 이어지며 마치 물이 흘러가듯 유기적으로 전개된다. 화면은 롱테이크와 슬로우 줌을 통해 자연의 리듬에 호흡을 맞추고, 컬러는 짙은 블루와 그린 계열로 구성되어 수분을 머금은 감각을 형성한다. 카메라는 수평선과 수직절리를 오가며 시간과 공간, 생성과 침식의 방향성을 교차시킨다. 사려니숲을 스치는 안개, 엉또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절정과 고요를 넘나들며 영상 내 순환의 구조를 완성한다. 사운드트랙은 낮은 현악기의 지속음과 잔잔한 파도, 물방울 소리로 이루어져 시각적 흐름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음과 음악 사이의 경계가 무너질 때 관객은 어느덧 제주 자연의 일원이 된다. 이 시퀀스(촬영술)는 제주의 물을 단지 풍경이 아닌 생명의 은유로 풀어내며, 태초의 기억처럼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존재를 각인시킨다. # 빛의 벙커 ‘서귀 - 수취인 불명’ 展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선보여국내 최초 몰입형 복합문화예술 공간 ‘빛의 벙커’는 장민승 작가, 정재일 음악감독과 함께 제주의 자연을 주제로 한 신작 ‘서귀 - 수취인 불명’ 展을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5개월 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제주의 자연과 신앙, 그리고 존재의 순환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제주콘텐츠진흥원의 2024~2025년 지역문화산업연구센터(CRC)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으며, ㈜티모넷이 기획·제작을 맡았다. ‘서귀’는 총 16분 20초 분량의 파노라마 멀티채널 영상으로 구성되며, 한라산 선작지왓, 윗세오름, 문섬, 엉또폭포 등 제주의 지형과 영등굿, 동자석, 살장, 기메 같은 제의적 상징을 결합한다. 여섯 개의 시퀀스를 따라 물, 바람, 눈, 흙, 불, 그리고 다시 물로 회귀하는 여정을 그려낸다. 관객은 영상 속에서 한 편의 장례이자 탄생의식을 통과하며, 자연과 인간의 순환성에 감각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장민승 작가는 장소의 기억과 경계를 테마로 영상과 설치 작업을 이어온 아티스트다. 이번 작품에서는 ‘미여지뱅뒤’라 불리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지대를 직접 답사·촬영하며, 제주의 지층·지형·제의적 풍경을 시적인 구성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음악감독 정재일은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OST로 국내외에서 잘 알려진 작곡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토속적 리듬과 클래식 선율을 결합해 공간을 채우는 감각적 사운드 레이어를 구현했다. #선작지왓, 윗세오름, 문섬, 엉또폭포와 영등굿, 동자석 등 결합… 살아있음, 흘러감, 되돌아감 체험빛의벙커 관계자는 “제목 ‘서귀(西歸)’는 ‘서쪽으로 돌아감’, 즉 죽음을 은유하는 한자어로, 제주 신앙에서 저승으로 향하는 여정을 의미한다”면서 “부제 ‘수취인 불명’은 끝내 전해지지 못한 감정의 잔향을 상징한다. 영상은 생명과 죽음, 기억과 존재를 오가며 관객 스스로가 ‘떠나는 자’ 혹은 ‘배웅하는 자’로 전환되는 체험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경유하는 체험’으로 구성된 이 전시를 통해 제주라는 장소를 매개로 ‘살아 있음’, ‘흘러감’, 그리고 ‘되돌아감’의 감각을 시청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바람에 실려 떠도는 제주의 기억을 따라간다”면서 “지나간 시간들이 바람을 타고 여전히 이 땅 위에 머물고 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 포항에 ‘쇠’ ‘바다’ 말고 볼끼 있겠능교… 어데 그 아찔한 매력에 ‘퐝’ 빠져 보실랍니껴

    포항에 ‘쇠’ ‘바다’ 말고 볼끼 있겠능교… 어데 그 아찔한 매력에 ‘퐝’ 빠져 보실랍니껴

    철로 만든 조형물 ‘스페이스 워크’롤러코스터급 스릴에 곳곳서 비명정선이 반한 ‘내연산 12폭’도 백미 전망대서 바라본 삼용추에 눈호강 환호공원서 즐기는 공짜 미술작품바다 위로 늘어선 포항제철도 근사이름은 여러 차례 들었다. 그 가운데 8할 이상이 상찬의 말이었던 곳. 경북 포항의 내연산 12폭포다. 겸재 정선도 반했다는 그 유명한 폭포를 이제야 찾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명불허전이다. 바다가 포항의 얼굴이라면, 내연산 12폭포는 포항의 속살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포항은 예술 여행으로도 적합한 도시다. 특히 철 재질의 조각과 조형물 분야의 볼거리들이 많다. 게다가 무료 관람이라 더 기쁘다.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이름을 줄여 부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요즘 물축제가 한창인 전남 장흥은 ‘좡’이다. 현지인 발음으로 ‘자응’이라 하다 아예 ‘좡’으로 축약해 부른다. 포항도 비슷하다. ‘퐝’이 애칭처럼 쓰인다. 실제 관광안내서 등 홍보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포항 최고 핫플… 외국인 관광객 가득 그 ‘퐝’의 요즘 최고 핫플레이스는 환호공원의 스페이스 워크다. 독일의 부부 작가가 철로 만든 체험형 조형미술 작품이다. 나라 안팎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이 작품을 보러 찾아온다. 과장 좀 보태 사방이 온통 중국말투성이일 때도 있다. 현지인과 달리 외지인은 스페이스 워크를 찾을 때 약간의 날씨 운이 필요하다. 어렵게 포항을 찾은 날에, 하필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오를 수가 없다. 옆에서 보는 건 가능하다지만, ‘관람’과 ‘체험’의 차이는 무척 크다.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경험했던 스페이스 워크를 이번엔 기어코 올랐다. 그리고 그 느낌은 놀이공원에 가서 롤러코스터를 보느냐, 타느냐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이 이야기는 잠시 뒤에. 우선 방학 맞은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곳부터 소개한다. 로보라이프뮤지엄은 로봇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의 성지다. 무엇보다 입지가 좋다. 무려 ‘퐝’공대(포항공대) 캠퍼스 안에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공과대학을 거쳐 가다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배우는 게 있을 터. 맹모삼천지교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건 분명하다. 로보라이프뮤지엄은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에서 운영하는 로봇전문과학관이다. 지능로봇체험관, 로봇교육실 등 전시 체험 공간으로 구성됐다. 휴머노이드 댄스 로봇,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로봇 등 온 가족이 즐길 만한 볼거리가 많다. 온라인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이제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 내연산 계곡을 말할 차례다. 포항 시민들의 휴식처로, 계곡을 따라 12개 폭포가 늘어서 있다. 이를 ‘내연산 12폭’이라 부르는데, 보통은 일곱 번째인 연산폭포까지만 갔다가 돌아온다. 등산보다는 쉽고 산책보다는 약간 어려운 수준의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계곡 전체 길이는 13㎞를 훌쩍 넘기지만 연산폭포까지는 3㎞가 채 못 된다. 넉넉잡아 1시간 남짓이면 족하다.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지는 폭포 위 전망대까지 포함할 경우 1시간 이상 더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건 폭포가 내뿜는 서늘한 음이온을 온전히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거다. 나라 안에서 이름깨나 났다는 계곡들의 경우 계곡물에 발도 못 담그게 막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가마솥더위에 물을 보고도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건 숫제 고문과 다름없잖은가. 내연산 계곡은 다르다. 깊고 위험한 곳을 제외하면 스스럼없이 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계곡에선 천막 쳐 놓고 오랜 기간 특정 구역을 ‘강점’하는 무속인을 흔히 보게 마련이다. 계곡이 깊고 암벽의 존재감이 묵직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하다. 한데 내연산 계곡엔 무속인이 남긴 치성의 흔적이 거의 없다. 천막은 한 곳 있었지만 탐방객 시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리 볼썽사나운 모습은 아니다. 계곡에 별다른 시설도 없어 깔끔한 느낌이 더하다. 내연산 폭포는 국가유산 명승이다. 공식 명칭은 ‘포항 보경사 내연산 폭포’다. 12개 폭포 전체가 아니라 일곱 번째 폭포인 연산폭포 구역까지만 명승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명승 지정 기준 가운데 제1호인 ‘자연경관이 뛰어난 계곡’, 제4호 ‘역사문화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폭포·협곡·급류’ 기준을 충족했다고 봤다. 이 짧은 선정 기준안에 내연산 계곡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심안’으로 세 폭포 그려낸 겸재 정선 폭포 유람의 들머리는 보경사다. 오층석탑(보물) 등 볼거리가 꽤 있다. 계곡으로 들면 한동안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첫 번째는 상생폭포다. 이후 보현~삼보~잠룡~무풍~관음~연산폭포 순서로 이어진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폭포들이지만, 역시 절정은 6폭인 관음과 7폭 연산이다. 겸재 정선이 남긴 진경산수의 걸작 ‘내연산 삼용추’에 등장하는 바로 그 풍경이다. 겸재는 5폭 무풍(4폭 잠룡이란 견해도 있다)부터 7폭 연산까지 ‘일필휘쇄’로 그렸다. 쓸어내리듯 한 번의 재빠른 붓질로 그림을 완성했다는 뜻이다. 사실 세 폭포는 하늘을 나는 새의 시선으로 봐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겸재는 마음의 눈, 그러니까 심안으로 시야를 확장해 세 폭포를 그린 것이다. 그 결과가 걸작 ‘내연산 삼용추’(국내 최대 검색 사이트의 인공지능(AI)은 세 폭포를 상생·관음·연산이라 적고 있는데, 틀렸다. 상생은 첫 번째 폭포의 이름이다. ‘거짓말쟁이’ AI는 믿지 마시길)다. 폭포가 깃든 절벽 주변으로 각자(刻字)가 무척 많다. 모두 400여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그중 하나가 겸재가 새긴 글씨다. 포항 인근 청하 현감으로 재직하던 겸재가 1734년 무렵 연산폭포를 찾아 ‘갑인추(甲寅秋) 정선(鄭敾)’이란 글자를 새겼다. 폭포 옆 웅덩이 바로 위에 있다. 내연산 계곡을 새의 눈으로 굽어볼 수 있는 요처가 있다. 선일대와 소금강 전망대다. 서로 다른 절벽 위에서 마주 보고 있는데, 새로 조성된 소금강 전망대의 풍경이 빼어나다. 선일대와 명승으로 지정된 연산, 관음 등 폭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다만 두 번 산행해야 한다는 게 함정이다. 3폭 삼보폭포 위에서 소금강 전망대와 연산폭포로 직진하는 코스가 갈린다. 외지인으로서는 딜레마다. 전망대까지 다녀오자니 폭염에 체력이 달릴까 두려워서다. 내연산 일대가 처음이라면 소금강 전망대는 ‘버킷 리스트’로 남겨 두길 권한다. 소금강 전망대는 가까운 곳을 보는 폭포와 달리 우람한 암벽과 주변 산이 어우러진 너른 전경을 보는 자리다. 가을, 사방이 홍엽으로 물들 때도 묵직한 풍경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관음과 연산 등 폭포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눈 호강은 충분하다. 이제 문화와 예술로 여정을 채울 차례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설치미술 작품, 스페이스 워크로 간다. 꼭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생겼는데, 몸이 뒤집히는 원형 구간을 제외하고 전 구간을 실제 걸어 볼 수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몇몇 구간에선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한데, 과장 좀 보태 새된 비명 소리를 각국 언어로 들을 수 있다. 조형물 아래 안내소에선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안전하다는 등의 안내 방송이 계속 나온다. 한데 어쩐지 이 방송을 들을 때 더 섬찟한 느낌이다. 날씨에 따라 스페이스 워크 입장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는 게 좋겠다. ●‘철의 도시’답게 ‘스틸 아트’ 전시 가득 스페이스 워크가 들어선 환호공원에는 볼거리가 많다. 그중 하나가 포항시립미술관이다. 철의 도시에 걸맞게 ‘스틸 아트’(Steel Art)를 지향하는 전시 공간이다. 스페이스 워크를 찾은 이들 상당수가 온 길을 그대로 돌아가는데, 미술관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면 ‘어마어마한’ 작품들과 마주할 수 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미술관 앞 잔디 정원엔 거장 이우환의 ‘관계항’(Relatum), 국내 시머트리(상하좌우 대칭) 작품의 대가로 꼽히는 문신의 ‘개미’ 등의 작품이 있다. 미술관 뒤, 그러니까 스페이스 워크로 올라가는 길엔 류인의 ‘지각의 주’ 등의 작품이 상설 전시 중이다. 류인은 주로 남성의 몸을 통해 역동적인 생명력을 표출시켜 온 조각가다. 지난 세기말인 1999년 43세 나이로 요절했다. 그의 작품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 걸 고려하면, 이것만으로도 포항시립미술관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태양을 피하려면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최옥영의 스틸 아트전 ‘물성, 감각하는 철’을 비롯해 조각, 회화 등 세 분야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14일까지 볼 수 있다. 미술관이 깃든 환호공원 아래는 영일대 해변이다. 포항의 인기 스폿 중 하나다. 여기도 전체가 ‘거리 미술관’이다. 숱한 조형미술 작품들이 모래사장 위에 빼곡하다. 해변에서 맞는 밤 풍경도 근사하다. 바다 건너 포스코의 제철소 건물은 딱 미래 영화의 한 장면이다. 굴뚝 여기저기에서 불꽃이 솟는 모습이 꼭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의 첫 장면을 보는 듯하다. 포스코 건물의 외벽으로는 경관 조명도 해 뒀다. 이 덕에 밤의 스카이라인이 한결 돋보인다. ●포항 젖줄 형산강… 운하에도 예술 향기 포항을 관통하는 형산강은 포항의 젖줄이자 시민의 안식처다. 형산강이 바다와 합류하기 전, 그러니까 동빈내항 어름의 기수역에 포항운하가 조성돼 있다. ‘탈랑교’, ‘말랑교’, ‘우짤랑교’ 등 향토색 짙은 이름의 인도교 덕에 낮 밤을 가리지 않고 어렵지 않게 포항운하 주변을 어슬렁댈 수 있다. 포항운하 주변에도 문화예술 공간이 꽤 많다. ‘동빈문화창고1969’가 인상적이다. 버려진 옛 수협냉동창고를 되살린 복합문화공간이다. 현재 임시 운영 중인데, 전시된 작품들이 아주 독특하고 충격적이다. 무료이니 꼭 들러 보길 권한다. 3전시관에선 안효찬의 연작물인 ‘생산적 미완 #11’, ‘다리#2’ 등이 전시 중이다. ‘생산적 미완’은 시멘트와 철근으로 구축물을 만들고 그 위에 건설 중인 건물과 타워크레인, 건물에 필적할 크기로 과장된 돼지 모형, ‘걸리버’ 돼지에 올라탄 초소형 인간 모형 등을 배치했다. 인간이 쌓아 올린 디스토피아적 도시와 인간에 의한 자연의 희생을 표현한 것이다. 파이프와 철근으로 가득한 공장 안에도 새끼 돼지가 죽어 있지만, 이를 보는 사람 모형의 얼굴엔 전혀 표정이 없다. 공장 굴뚝에선 간헐적으로 연기가 나온다. 연기가 나올 때마다 주변의 찬 공기에 눌려 납작하게 퍼져 나간다. 이 모습이 꽤 전율스럽다. 아울러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을 설치미술로 구현한 황선정의 ‘미누이 헤야: 센소탈릭 나선의 춤’, 1만 5000여장의 이미지로 태양 표면을 구현한 프랑스 출신 기욤 마르맹의 ‘온 로드’(On Lord) 등 독특한 작품과 만날 수 있다.
  • 일제 이름 벗겨내고, 100년 만의 귀환… 국력이 된 ‘한반도 식물’[홍희경의 탐구]

    일제 이름 벗겨내고, 100년 만의 귀환… 국력이 된 ‘한반도 식물’[홍희경의 탐구]

    광복 80년 우리말 이름 정체성 회복만리화·회양목·북한 지역 품종 등하버드대 소장하던 15종 돌아와기후변화로 식물들 서식지 급변연구 협력은 인류 생존 필수 조건한반도 온대·아한대·난대 공존기후변화 연구의 천연 실험실“글로벌 생물다양성 보전 허브로” #1. 창씨개명 학자의 우리 이름 되찾다 2005년 조류인플루엔자 공포가 절정에 달했을 때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가 전 세계 팔각향 생산량의 90%를 독점 구매했다. 지금은 합성으로 만들지만 당시만 해도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 제조에 필요한 시키믹산을 추출하려면 대량의 팔각향이 필요했다. 팔각향은 수천년간 동양에서 사용된 약제였지만, 현대적 지식과 특허를 더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은 서양 제약회사였다. 커리 재료인 인도의 강황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1995년 미국 미시시피대 의료센터가 강황의 상처 치료 효능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인도 가정에서 수천년간 사용되던 ‘할머니의 처방’이 돌연 ‘미국의 새로운 발명’이 되자 인도 과학기술연구회는 즉각 반발했다. 인도 측이 고대 산스크리트 문헌과 1953년 의학 논문 등을 증거로 제출, 2년 만에 해당 특허는 취소됐다. 인도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2001년 전통의학 디지털 도서관(TKDL)을 구축했다. 인도는 그때 깨달았다. ‘지금 기록하는 자가 미래의 주인이 된다.’ 우리는 어떨까. 100년 전 일제강점기에 정리된 식물들은 일본 식물로 소개되었다. 한반도 소나무의 영어 이름은 ‘재패니즈 레드파인’이었다. 국립수목원은 이런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펴 왔다. 2015년 광복 70년에는 소나무의 영어 이름을 ‘코리안 레드파인’으로 바꾸는 등 자생식물 4173종의 영어명을 새롭게 정했다. 광복 80년인 올해 국립수목원은 한발 더 나아가 학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창씨개명 표기된 명명자의 이름을 우리 이름으로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기록하는 자가 미래의 주인’이 되는 현실에서 과거 기록의 오류를 바꾸려는 노력을 이어 가겠다는 의지다. #2. 美로 ‘이민’ 갔던 우리 식물 귀국 되돌아오는 것은 이름뿐만이 아니다. 실제 식물도 한국으로 돌아온다. 국립수목원은 100년 전 해외로 유출된 우리 식물의 재도입 사업을 진행했다.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아널드수목원이 소장하고 있던 한반도 식물 12종을 삽수, 발근묘, 종자 형태로 제공받아 순화 온실에서 안정화 작업을 거친 후 광복 기념 전시 중 선보일 예정이다. 아널드수목원은 세계 최고의 온대식물 컬렉션을 자랑하는 곳으로 북위 35~40도 온대기후대에 위치한 한반도의 식물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 왔다. 이들은 20세기 초부터 한반도를 주요 식물 채집 대상지로 삼았고 그 결과 대규모 ‘식물 이민’이 이뤄졌다. 지금도 아널드수목원에서 한반도 원산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구상나무, 진달래나 개나리 계통 식물들이 보스턴의 추운 겨울을 견디며 자라고 있다. 이번에 돌아오는 한국 식물에는 1917년 식물 채집가 어니스트 헨리 윌슨이 가져간 만리화를 비롯해 1919년 수집된 회양목, 분단 이후 접하기 어려웠던 북한 식물들이 포함됐다. 향후 미국 자생식물 교류도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 식물 유전자원을 되찾는 의미 있는 귀환인 동시에 기후변화 시대 식물 생존 연구라는 ‘기초과학’ 영역에 한국이 공식 파트너로 합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3. “100년 전 풍경 찾습니다” 공모전 한반도의 식물은 언제나 사람 곁에서 자랐다. 마을 뒷산에, 논밭 둘레에, 집 주변에 뿌리내렸다. 산속 깊은 곳에서 자라도 사람의 발길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한 세기 전 윌슨이 식물 채집을 하며 촬영한 사진에는 그 시대의 사람들과 건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식물이라는 자연유산을 되찾는 과정에서 100년 전 일상을 기록한 문화 콘텐츠까지 덤으로 얻게 된 선물이다. 윌슨이 1917년 10월 9일 촬영할 때 웅장한 바위산 사이로 쏟아지던 금강산 구룡폭포의 풍경은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도시화 전 한적한 산촌이던 청계산은 이제 수백만 시민들이 찾는 도심 속 등산로가 됐는데, 자생식물들은 어떻게 적응했을까. 외지와의 왕래가 드물던 울릉도의 해안 식생은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지금의 풍경 속에도 남아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립수목원은 ‘우리 식물의 잃어버린 기록을 찾아서’라는 사진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윌슨 원정대가 촬영한 7개 장소(울릉도·포천·제주·지리산·단양·청계산·서울)의 현재 모습을 시민들이 직접 촬영해서 100년 전과 비교해 보는 공모전이다. 지금의 풍경과 100년 전 풍경의 접점을 찾는 감성적인 행사로 보이지만,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급변한 우리 생태계의 모습을 시민들이 함께 기록하는 과학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4. 식물의 정치학, 독점에서 교류로 식물의 귀환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 외교’ 방향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문화재 반환이 ‘돌려주면 사라지는’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띤다면, 식물의 귀환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유출된 원본의 후손을 돌려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지구의 반대편에서 함께 자라는 후계목들을 지속적으로 서로 나누고, 지역별로 축적된 연구 성과를 나누며, 미래의 새로운 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9~20세기 서구 열강들이 식물원에 쏟아부은 투자는 명백히 정치적이었다. 영국 큐 가든의 연구가 인도 차(茶) 산업 융성으로 이어지고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 향신료를 독점한 것처럼 식물 지식은 곧 국부가 됐다. ‘빨리 가져가서 독점하는 것’이 승리의 공식인 시대였다. 기후 위기는 역설적으로 이런 독점 전략의 종언을 이끌었다. 지구온난화 앞에서는 수천년간 잘 자라던 식물이 어느 순간 절멸될 수 있기에 식물들의 생육지별 생존 데이터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 지역 간 경쟁에서 협력으로, 독점에서 교류로 패러다임이 바뀔 동력이 생긴 것이다. 이번 협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인적 교류, 연구 협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기후 위기 지표이자 해법으로 떠올라 기후 위기는 식물의 자원으로서의 가치에도 변화를 가하고 있다. 식물이 기후 위기를 알리는 가장 정확한 지표로 활용되는 동시에 그 위기를 완화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봄꽃이 일찍 피고 단풍이 늦게 드는 현상은 기후 패턴의 변화와 계절 실종 현상을 보여 주는 증거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방안 역시 식물들의 탄소 흡수와 산소 생산, 도시 열섬 완화 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될수록 자연과의 교감이 더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30일 “기후변화로 식물 생육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각국의 식물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이 인류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면서 “이번 광복 80년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식물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은 시작일 뿐 장기적으로는 식물 자원 외교 관련 기능을 강화해 한국이 글로벌 생물 다양성 보전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식물 연구의 양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과학 연구 분야에 비해 시민 참여의 문턱이 낮은 것이 식물 연구의 특징이다. 식물 연구의 상당 부분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시민과학과 연계할 부분이 많다. #6. 2030년대 1.5도 상승, 내일은 늦다 불리한 것은 시간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상승하는 시점이 2030년대로 앞당겨졌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뜻이다. 많은 식물 종들이 현재 생육지에서 생존의 어려움을 갑작스럽게 겪고 있다. 특히 고산식물이나 한대성 식물들은 더이상 북쪽으로 이동할 곳이 없어 멸종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에 비해 기초과학 연구 환경이 열악한 것도 우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동안의 식물 관련 연구는 주로 농업과 식량 위주로 이뤄져 생태계 전반에 대한 기초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연구는 분단 현실 앞에서 좌절한다. 남북 간 식물 교류가 단 한 차례도 없어 북한 지역 식생 변화를 놓치고 있는 데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물의 북상 연구는 휴전선 부근에서 단절되고 있다. 그래도 기회는 남아 있다. 한반도에는 온대와 아한대, 난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지리적 특성상 다양한 기후대의 식물이 어우러져 자라고 있어 기후변화 연구의 천연 실험실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 독일 등 동위도대 식물 연구 선진국과 교류할 수 있는 귀중한 자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늦었더라도 시작하는 게 유일한 선택지다. 윌슨이 그랬듯, 지금은 우리가 미래에 쓸 데이터를 축적할 시간. ‘기록하는 자가 미래의 주인’이라면 오늘 우리가 남기는 데이터가 내일 우리 후손들의 생존 키트가 될 것이다. 홍희경 논설위원
  • 이열치열… ‘핫’ 밴드로 더위 날려

    이열치열… ‘핫’ 밴드로 더위 날려

    여름의 절정인 8월에 국내외 밴드들이 이열치열로 무더위를 날릴 태세다.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하던 밴드 음악은 엔데믹 이후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 공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각광받고 있다. 선두에 서 있는 팀은 바로 잔나비다. 지난 4월 정규 4집 앨범을 발매한 뒤 전국 투어 전석 매진을 기록한 잔나비는 최근 한여름의 정서를 담은 디지털 싱글 ‘사옵뮤 외전: 여름방학 에디션!’을 깜짝 발표했다. 이어 오는 8월 2~3일 데뷔 후 처음으로 ‘K팝의 성지’ KSPO돔에 입성한다. 국내 밴드가 정상급 아이돌 그룹이 서는 대규모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갖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데뷔 11년 차를 맞는 잔나비는 강렬한 록 사운드부터 문학적인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팝 발라드까지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여 왔다.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은 3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꿈에 그리던 공연장이고 이 시대의 밴드로서 KSPO돔 무대에 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기에 뿌듯하고 스스로 대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디밴드 특유의 느릿느릿한 행보를 꿋꿋이 응원해 주는 팬들 덕분”이라면서 “요즘 거스를 수 없는 대지의 기운이 밴드 신을 두텁게 감싸고 있음을 하루하루 느끼며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20회째를 맞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는 국내외 밴드 58개 팀이 집결한다. 다음달 1~3일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의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된 상태다. 올해는 오아시스, 블러 등과 함께 영국 브릿팝을 대표하는 밴드 펄프가 데뷔 42년 만에 첫 내한 공연을 펼친다. 펄프의 기타리스트 마크 웨버는 한국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먼 곳에서도 저희 음악을 들어주셨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면서 “기존 곡은 물론 새 앨범 수록곡을 통해 우리가 어떤 감정으로 음악을 나누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국내 밴드 신을 대표하는 크라잉넛, 자우림, 혁오 등도 펜타포트 무대에 오른다. 최근 데이식스, 루시, QWER 등 밴드형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는 혼성 밴드 터치드는 오는 8월 12일 신보 발매에 이어 같은 달 23~24일 단독 콘서트 ‘어트랙션’을 개최한다. ‘페스티벌의 강자’ 소란은 전국 7개 도시의 클럽을 순회한다. 소란의 보컬 고영배는 “데뷔 때 공연했던 클럽에서 음악의 본질에 집중하고, 팬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감정을 교류하고 싶었다”면서 “라이브 밴드로서의 음악적 지향점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여정”이라고 밝혔다.
  • “여장하면서 느낀 여성의 고충”…‘초미녀’ 남배우의 경험담 [이런 日이]

    “여장하면서 느낀 여성의 고충”…‘초미녀’ 남배우의 경험담 [이런 日이]

    드라마 속 역할을 위해 여장을 한 남배우는 여성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최근 일본에서는 ‘여장남자’ 역을 열연한 일본 배우 마츠모토 레오(25·남)가 작성한 ‘여장해보니 여성이 힘들다고 느꼈던 것’이라는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첫 방송한 일본 TBS방송 드라마 ‘신데렐라 클로젯’에서 여장을 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 마츠모토는 드라마가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화제가 됐다. 시청자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인이다”, “심장을 저격당했다” 등 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마츠모토는 자신의 엑스(X)를 통해 여장하며 느낀 ‘여성들의 힘들다고 생각한 순간’을 잇따라 게시하며 여성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지난 12일 첫 게시글을 시작으로 24일까지 총 5개의 에피소드를 올렸는데, 조회수는 총 1000만회가 넘는다. 첫째, 바람 불 때 잡아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둘째, 피곤한 하루를 보낸 뒤 기다리고 있는 마스카라 지우기. 마스카라를 지우다 보면 입도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셋째, 힐은 오르막보다 내리막길이 더 지옥이다. 넷째, 메이크업은 무너지는 게 당연하고,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거다. 다섯째, 나갈 때마다 팔이나 어깨가 피곤하다. 주머니에 휴대전화와 지갑만 넣고 다니는 남자가 부럽다. 이같이 여성이라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공유하자 여성 누리꾼들은 “나도 여자지만, 나갈 때마다 가능한 한 짐을 적게 하고 있다. 가방이 무거우면 정말 힘들다”, “습하고 끈적거리면 힘들게 올린 속눈썹도 처지고, 파운데이션도 무너져서 여성들에게 여름은 정말 전쟁 같다” 등 자신의 일화를 답글로 덧붙였다. 또 “여장을 해보면서 완전히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재밌다”, “정말 딱 맞는 게시물들만 올라와서 매번 공감한다”, “이런 말을 전해줘서 고맙다” 등 박수를 보낸 누리꾼도 있었다. ‘신데렐라 클로젯’ 등장인물 소개에 따르면 마츠모토가 연기하는 카미야마 히카루는 절망에 빠진 여자 주인공 하루카를 도와주는 정체불명의 ‘초절정 미녀’이지만, 사실은 미용 전문학교에 다니는 여장남자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가 여장을 하는 이유는 “꾸미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드라마는 원작 만화를 실사화한 것으로, 평범한 여대생이 메이크업과 패션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는 청춘 러브스토리다. 현지 넷플릭스에서도 스트리밍 중이다.
  • 폭염이 바꾼 외국인 관광지도… K팝 댄스학원·박물관에 발길

    폭염이 바꾼 외국인 관광지도… K팝 댄스학원·박물관에 발길

    서울의 최고기온이 36.4도를 기록하며 폭염 경보가 내려진 28일. 한국을 찾은 베트남 학생 23명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연신 닦으며 마포구의 한 댄스 교실로 들어섰다. 폭염이 절정인 오후 3시, 실내로 들어선 이들은 “이제야 살겠다”, “여긴 엄청 시원하다”며 급하게 냉수를 찾았다. 지난 25일 한국에 입국한 이후부터 극한 더위 탓에 실외 활동 대신 박물관·미술관 등 실내 관광을 다니던 학생들은 이날 차가운 에어컨 바람 아래서 ‘K팝 댄스’를 배웠다. 황민터우(12)는 “한국이 베트남만큼이나 더울 줄은 몰랐다”며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데 박물관만 다니다 춤을 추니 신난다”고 했다. 응우인(12)도 “우선 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야외 활동보다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관광지를 찾고 있다. 기존의 인기 코스인 경복궁이나 북촌한옥마을 같은 유명 관광지는 한낮에 그늘 한 점 없이 더위에 노출되다 보니 시원한 장소를 찾아 다니는 것이다. 베트남 학생들을 인솔하고 댄스 학원을 찾은 9년차 가이드 노태희(38)씨는 “더운 날에는 외국인 관광객은 실내 위주로 코스를 짠다”고 전했다. ‘태양을 피하는 관광’을 선호하면서 실내 체험도 인기다. 외국인 대상으로 국내 여행 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일정을 싹 바꿔서 코엑스나 롯데타워 전망대로 안내학하고 있다”며 “특히 요즘은 한식 체험이나 골격 진단, 스파도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이런 불볕더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기상특보 구역 183곳 가운데 156곳(85%)은 폭염경보가, 24곳(13%)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은 지난 19일 이후 9일째, 인천·청주·강릉은 20일 이후 8일째 열대야다. 29일과 30일 전국 낮 최고 기온은 32~37로 예보됐다. 다만 기상청은 “29일부터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위치와 열대요란 등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변화에 따라 날씨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베트남만큼 더울 줄이야” K팝 댄스 교실 등 ‘태양 피하는 관광’ 유행…서울은 9일째 열대야

    “베트남만큼 더울 줄이야” K팝 댄스 교실 등 ‘태양 피하는 관광’ 유행…서울은 9일째 열대야

    골격 진단·스파 등 ‘실내 체험’도 유행29일·30일 전국 낮 최고 기온 32~37도로 예보 서울의 최고기온이 36.4도를 기록하며 폭염 경보가 내려진 28일. 한국을 찾은 베트남 학생 23명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연신 닦으며 마포구의 한 댄스 교실로 들어섰다. 폭염이 절정인 오후 3시, 실내로 들어선 이들은 “이제야 살겠다”, “여긴 엄청 시원하다”며 급하게 냉수를 찾았다. 지난 25일 한국에 입국한 이후부터 극한 더위 탓에 실외 활동 대신 박물관·미술관 등 실내 관광을 다니던 학생들은 이날 차가운 에어컨 바람 아래서 ‘K팝 댄스’를 배웠다. 황민터우(12)는 “한국이 베트남만큼이나 더울 줄은 몰랐다”며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데 박물관만 다니다 춤을 추니 신난다”고 했다. 응우인(12)도 “우선 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야외 활동보다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관광지를 찾고 있다. 기존의 인기 코스인 경복궁이나 북촌한옥마을 같은 유명 관광지는 한낮에 그늘 한 점 없이 더위에 노출되다 보니 시원한 장소를 찾아 다니는 것이다. 베트남 학생들을 인솔하고 댄스 학원을 찾은 9년차 가이드 노태희(38)씨는 “더운 날에는 외국인 관광객은 실내 위주로 코스를 짠다”고 전했다. ‘태양을 피하는 관광’을 선호하면서 실내 체험도 인기다. 외국인 대상으로 국내 여행 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일정을 싹 바꿔서 코엑스나 롯데타워 전망대로 안내학하고 있다”며 “특히 요즘은 한식 체험이나 골격 진단, 스파도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이런 불볕더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기상특보 구역 183곳 가운데 156곳(85%)은 폭염경보가, 24곳(13%)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은 지난 19일 이후 9일째, 인천·청주·강릉은 20일 이후 8일째 열대야다. 29일과 30일 전국 낮 최고 기온은 32~37로 예보됐다. 다만 기상청은 “29일부터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위치와 열대요란 등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변화에 따라 날씨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특파원 칼럼] 트루스소셜과 미국인의 목소리

    [특파원 칼럼] 트루스소셜과 미국인의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정말 좋아한다. 그가 직접 만든 트루스소셜을 통해 많게는 하루 10개 이상의 게시물을 올린다. 중요한 정책 발표도 있지만 자신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기 집권기 취임 6개월을 맞은 지난 20일은 절정이었다. ‘6개월의 승리’,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 ‘미국 쇠퇴의 종료’ 등의 슬로건과 함께 자신의 모습이 새겨진 이미지컷을 잇따라 올렸다. 이날을 기념일로 자축하며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다. 취재 차 트럼프 대통령의 팔로어가 된 이후 한 달 넘게 그의 글을 읽으면서 종종 동화될 때가 있었다. 일종의 세뇌랄까. 하지만 취재 현장에서 미국인들을 만나면서 그의 주장이 공감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달 ‘노 킹스’(왕은 없다) 시위에서 만난 데이브란 남성은 “나는 어릴 때 미국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왔는지 출신을 따지지 않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벌이고 있는 행각은 법적 근거도 없이 가면을 쓴 요원들로 하여금 사람들을 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DC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로런은 “미국이 역사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사의 결정을 무시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시민운동가뿐만 아니라 지식인 집단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자동차 관세 전문가인 테런스 라우 시러큐스대 법대 학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세로 인해 수입차 가격이 인상되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제조업체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함께 가격을 올릴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걸 우려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블로그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유사한 공급망 혼란이 올지도 모른다. 혼란의 원인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에겐 트루스소셜 팔로어 1000만명을 거느린 트럼프 대통령처럼 성능 좋은 ‘스피커’가 없다. 따라서 언론이 목소리를 전달해 줘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옥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외설적 그림을 보냈다는 의혹을 제기한 월스트리트저널에 100억 달러(14조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인용해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 성과에 의문을 제기한 CNN방송 기자에게는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고 해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CBS방송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미국 언론자유재단은 “언론 자유에 있어 암울한 날”이라고 침통해했다. 미국은 수정헌법 1호에 명시할 정도로 언론의 자유를 중시하고 있다. 퓰리처상의 본고장 미국 언론이 권력에 굴하지 않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주형 워싱턴 특파원
  • 폭염의 폭주

    폭염의 폭주

    주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27일 서울의 한낮 수은주는 38도로 올여름 최고 기록을 찍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도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폭염의 폭주’ 속에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에서 50대 남성이 길가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이에 따라 온열질환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도 11명으로 늘었다. 가마솥더위에 폐사한 가축도 100만 마리를 넘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은 전날 낮 최고기온 37.1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오후 3시 35분쯤 38도까지 올랐다. 서울 최고기온이 38도 이상인 날은 1907년 10월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이번을 포함해도 총 9일에 불과하다. 역대 서울 7월 최고기온인 38.4도(1994년 7월 24일)를 넘지는 않았지만 관측 지역에 따라서는 주말 사이 39도 안팎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경기 가평군의 기온은 39.1도까지 치솟았고 전날 서울 동작구 현충원 39.1도, 금천구 38.6도를 찍었다. 경기 안성시 양성면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오후 한때 40.6도를 기록했지만 기상청은 “장비 통풍팬 장애”라고 설명했다. 7월 최고기온 신기록으로 무더위 절정을 찍은 지역도 많다. 이날 전북 고창(36.1도)과 정읍(37.8도)은 관측 이래 최고기온값을 갈아치웠고, 대관령도 전날(33.1도)에 이어 이날(33.2도) 가장 더운 7월 기온을 기록했다. 이번 극한 더위는 한반도 위를 덮은 2개의 고기압 ‘열돔’ 탓이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를 겹겹이 덮으면서 덥고 습한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기록적인 불볕더위에 온열질환자도 급증했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이틀 연속 100명에 육박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5~26일 각각 99명, 9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누적 환자 수는 231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웃돌았던 25일 성남의 한 길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이 숨지면서 누적 사망자도 11명으로 늘었다.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이 100만 마리가 넘고, 젖소의 우유 생산량도 줄었다. 지난 5월 20일부터 24일까지 폐사한 가축은 101만 1243마리다. 돼지가 4만 8890마리, 닭 등 가금류가 96만 2353마리 폐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만 6148마리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또 낙농진흥회는 젖소가 생산한 가공하지 않은 원유 생산량이 5~10%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제주에선 24일 올해 처음으로 광어 폐사 신고가 들어왔다.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며 벌 쏘임 사고 위험도 커졌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7~9월에 벌집 제거 활동의 80% 이상이 집중된다. 문제는 폭염의 ‘절정’ 구간에는 아직 진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폭염은 오는 3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30일부터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위치, 열대요란 등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변화에 따라 날씨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포토] 해바라기 만개한 제주

    [포토] 해바라기 만개한 제주

    기상청에 따르면 금요일인 25일 찜통더위가 절정에 달하겠다. 서울과 대전의 한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치솟겠고 청주와 세종, 전주, 광주 등은 36도를 기록하겠다. 밤사이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도 곳곳에서 나타나겠으니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겠다. 또한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전 권역이 ‘좋음’에서 ‘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사진은 폭염특보가 발효중인 25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항몽유적지를 찾은 관광객이 해바라기밭에서 한여름 정취를 즐기고 있다.
  • 깨지고, 그을리고, 희미해져도… 숲과 계곡은 결국 버텨내리

    깨지고, 그을리고, 희미해져도… 숲과 계곡은 결국 버텨내리

    범종은 갈라지고 그을렸다. 아름다웠던 옛 건물은 토대만 남기고 전소됐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선 채 숯이 됐다. 경북 의성의 옛 절집 고운사 일대 모습이다. 지난봄 경북 일대를 강타한 산불은 의성을 지나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지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그 흔적이 여태 처연하다. 반면 산불의 아가리에서 앙버틴 곳들도 많다. 이번 여정은 화마가 스친 경북 북부 특별재난지역의 숲과 계곡, 문화유산을 찾아간다. 재난 지역으로의 여행은 곧 기부다. 행동거지 잘 다스리고 쓸 곳에 돈을 쓰는 게 지역 주민들을 돕는 일이다. 의성 고운사는 신라의 문장가 고운(孤雲) 최치원의 호를 딴 절집이다. 들머리에 들자마자 전소된 건물이 객을 맞는다. 최치원문학관이다. 현대식 건물이지만 ‘괴물 산불’ 앞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 게다. 바로 옆은 법계도림이다. 의상대사(625~702)가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화엄일승법계도(華巖一乘法界圖)를 토대로 만든 미로다. 화엄사상의 요체를 210개 글자의 간결한 시로 축약한 뒤 이를 54개 굽이(角)의 사각형 미로로 만들었다. ●법계도림에서 고운사까지 천년숲길 해마다 초봄이면 법계도림은 꽃잔디로 장식된다. 지난봄에 이 분홍 꽃길을 찾아 걸을 예정이었다. 화엄에 대해서는 단 ‘1’도 모르지만, 걷다 보면 뭐라도 하나는 건지지 싶었다. 소박한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산불은 참 많은 것을 앗아갔다. 법계도림에서 고운사까지는 ‘천년숲길’이 펼쳐져 있다. 늙은 소나무와 굴참나무 등이 1㎞쯤 어우러진 길이다. 화마에 그을려 산 채 숯이 된 노거수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숲길 끝에서 고즈넉한 자태로 객을 맞던 가운루, 연수전 등 늙은 건물들도 토대와 기와 몇 장만 남기고 사라졌다. 범종은 깨진 채 서 있다. 법고, 목어, 운판 등 범종각의 법구사물(法具四物)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세상 모든 생명을 소리로 구원한다는 법구사물이 화마에 스러져 갈 때 절집 납자들의 가슴도 덩달아 ‘숯검뎅이’가 됐을 터다. 그나마 일주문과 사천왕문, 대웅전 등이 살아남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해마다 의성 사람들의 천연 물놀이터가 돼 줬던 점곡 사촌빙벽물놀이장도 올해는 열지 않는다. 산불이 절벽을 훑고 간 뒤 낙석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웃한 사촌가로숲(천연기념물)은 온전히 살아남았다. 1390년쯤 기와집들이 숲을 이루던 사촌마을 주변에 조성된 비보림(기가 약한 곳에 조성한 숲)이다. 현지 주민들은 ‘가리쑤’라 부른다. 바람을 가리는 ‘쑤’(숲)라는 뜻이다. 아름드리나무들이 800m가량 밀집돼 있어 찬찬히 둘러보기 좋다. 사촌마을에서는 1582년 지은 만취당(보물) 등의 고택과 만날 수 있다. 의성, 화엄사상 담긴 미로 법계도림내년 봄 분홍 꽃잔디 다시 만나길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꽃 절정영양, 검마산 자작나무숲 입소문●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언다더니 의성 남쪽의 빙계(氷溪)계곡은 과장 좀 보태 ‘여름에도 개울에 얼음이 언다’는 계곡이다. 계곡 안쪽의 수심 깊은 곳은 대부분 출입 금지다. 여름철 안전사고를 의식한 탓인지 곳곳에서 안전요원이 눈을 부라리고 서 있다. 그래도 빙계계곡의 대표 스타인 얼음 동굴 빙혈과 바람 풍혈, 빙산사지오층석탑(보물)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빙혈에 들면 서늘한 기운이 목덜미를 스친다. 땀이 순식간에 마르고 한기마저 느껴진다. 벽에 걸린 온도계는 영상 5도를 가리키고 있다. 에어컨보다 낮은 온도다. 주변의 풍혈들에서도 에어컨 같은 바람이 쉼 없이 나온다.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언다’더니, 피서지로 딱이다. 풍혈 앞 빙산사지오층석탑은 통일신라 시대 말기부터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석탑이다. 빙계계곡의 웅숭깊은 풍경과 퍽 잘 어우러진다. 안동에서는 아슬아슬하게 화마를 피한 문화유산들을 찾는다. 드라마 제작진의 못질로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유네스코 유산 병산서원도, 국내 최고(最古)의 목조 건물인 봉정사 극락전도 굳건히 살아남았다. 특히 병산서원의 경우 요즘 주변의 배롱나무꽃이 절정을 향해 가는 중이어서 방문하기 딱 좋다. 병산서원 만대루에 오르면 굽이치는 낙동강과 병산 앞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덟 기둥 한 칸 한 칸은 그대로 병풍이 되고 풍경화가 된다. 애초 전소가 예상됐던 만휴정도 방염포로 덮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덕에 살아남았다. 만휴정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유진 초이(이병헌)가 고애신(김태리)에게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라고 말한 뒤 악수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이 장면 하나로 만휴정이 깃든 ‘조용한 계곡’ 묵계(默溪)는 단박에 소셜미디어(SNS) 성지로 떠올랐다. 다만 지난 산불 이후 기약 없이 출입 통제 중이어서 아쉽다. 안동 선유줄불놀이도 시작됐다. 원래 음력 7월 16일 부용대 절벽 아래로 흐르는 강 위에서 열던 시회 겸 불꽃놀이인데, 요즘은 상설 공연화됐다. 6~11월 사이 한 달에 두 차례 토요일에만 열린다. 공연 일정은 안동시청 누리집 참조. 영양은 경북 오지의 대명사 ‘BYC’(봉화·영양·청송) 중 한 곳이다. 한여름에는 ‘오지의 끝판왕’이라 할 수비면이 방문 0순위다. 6·25전쟁 당시 수비면 끝자락의 오무마을 사람들은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살았을 정도였다니 말 다 했다. 요즘 자작나무숲으로 ‘핫 플레이스’가 된 죽파리가 바로 그 수비면에 속한 마을 중 하나다. 검마산의 능선 두어개가 온통 자작나무 일색이다. 영양군에 따르면 면적은 약 31㏊다. 산자락에 축구장 40개 크기 정도의 자작나무숲이 펼쳐져 있는 셈이다.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1993년 조성됐다. 이 일대가 솔잎혹파리 공격을 받아 황폐해지자 대안으로 자작나무를 심었다. 이후 나이(평균 수령 30년)도, 크기(평균 높이 20m)도 비슷한 자작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게 됐다. 들머리에서 자작나무 군락지까지는 2㎞ 정도 숲길이 이어진다. 산책로 수준의 완만한 숲길이다. 길 아래 계곡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시원의 골짜기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탁족을 즐기기 좋다. 계곡 끝에 있는 자작나무숲은 차분하면서도 화사하다. ‘자작자작’한 하얀 수피와 ‘초록초록’한 이파리들이 동화 속 세계를 펼쳐 놓았다. 주변에 검마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반려견과 함께 묵을 숙소도 마련돼 있다. 다만 자연휴양림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조금 더 어렵다는 것은 ‘아는 비밀’이다. 인근에 백암온천도 있다. 온천욕을 즐기는 이라면 부러 찾을 만하다. 자작나무숲에서 수하계곡 쪽으로 가면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나온다. 별 관측이 취미인 이들에게 이 일대는 ‘별들의 고향’이다. 오지라서 빛 공해가 거의 없다. 게다가 ‘밤하늘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명이 낮게 땅을 비춘다. 여름철은 은하수의 시간이다. 뜨는 시간이 빨라져 관측하기가 한결 편하다. 밤하늘보호공원 가운데에 반딧불이천문대가 있다. 우리 은하계 행성은 물론 멀리 심연의 ‘딥 스카이’까지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을 갖췄다. 물론 장비 없이 그저 근처 풀밭에 누워 봐도 된다. ●여름밤 또 하나의 선물 ‘반딧불이’ 영양의 밤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은 반딧불이다. 소리 없이, 연둣빛 불빛을 반짝이며 제 반쪽을 찾아 혼인 비행하는 녀석들의 모습이 강렬하다. 초여름의 애반딧불이 시즌은 지났다. 8월 중순~9월 중순에 출현하는 늦반딧불이를 기대해야 한다. 천문대 바로 앞의 반딧불이 생태공원 일대가 널리 알려진 반딧불이 관찰 포인트다. 천문대 앞으로는 수하계곡이 흐른다. 수하계곡 끝자락에 전쟁도 모르고 지냈다는 ‘그’ 오무마을이 있다. 고립무원의 마을로 사람도 차도 이 마을에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수하계곡 맑은 물은 산자락을 몇 굽이 돌아 울진 땅의 왕피천과 연결된다. 예전에는 사륜구동 지프로 물길을 몇 번 건너야 마을에 이를 수 있었다. 요즘은 오무마을 앞까지 도로가 나 있다. 영양읍에서 가까운 삼지마을은 비단조개를 닮은 독특한 형태가 일품인 마을이다. 옛 삼지마을은 안동 하회마을처럼 물돌이동이었다. 한데 물길이 변경되면서 더이상 물이 돌지 않게 됐고 습지를 거쳐 서서히 육지가 됐다. 이를 ‘우각호’라 부른다. 8월이 되면 삼지마을 연못에 법수홍련이 핀다. 가야 시대부터 전해져 온 토종 연꽃이다. 3㎞ 길이의 탐방로를 따라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웃한 청송도 예전에는 대표적 오지였다. 요즘에는 ‘산소 카페’라는 별칭으로 더 잘 불린다. 청송에서 영덕 방향으로 가다가 부남면에서 남관생활문화센터와 만났다. 청송 출신으로 한국의 1세대 추상화가로 꼽히는 남관(1911~1990)의 이름을 딴 복합문화공간이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2020년 문을 열었다. 실감형 미디어 아트홀이 주요 시설이다. 오는 11월 30일까지 ‘상상, 그 너머의 세계’ 특별전이 진행된다. 본관 뒤 부속 건물은 카페, 체험장이 됐다. 나무로 장식된 카페에서 커피 한잔 홀짝대는 재미가 각별하다. ●옥 같은 물, 쉼 없이 솟아 흐르다 이제 여정의 하이라이트, 계곡과 만날 차례다. 청송과 영덕 경계 어름에 팔각산(628m)이 솟았다. 뾰족한 8개의 암봉이 이어져 있다는 산이다. 팔각산은 아래로 멋들어진 계곡을 만들어 뒀다. 그게 영덕 옥계계곡이다. 계곡이 많은 경북 북부에서도 옥계계곡은 늘 수위로 꼽히는 곳이다. 옥 같은 물이 흐른다는 이름만큼이나 맑은 물이 쉼 없이 솟아 흐른다. 청송과 영덕, 그리고 포항이 이 물줄기에서 한데 만난다. 청송 주왕산 남쪽 자락에서 발원한 물과 저 유명한 포항의 하옥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이 옥계리 침수정 앞에서 합쳐진 뒤 영덕의 젖줄인 오십천으로 흘러간다. 이처럼 자연은 늘 하나다. 청송 얼음골, 영덕 옥계계곡, 포항 하옥계곡 등 사람이 정한 경계가 있을 뿐이다. 영덕 침수정은 ‘베개 침’(枕)자와 ‘양치질할 수’(漱) 자를 쓴다.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한다’는 뜻의 ‘침류수석’(枕流漱石)에서 따온 이름이다. 시루떡 같은 절벽을 병풍처럼 두르고 너른 너럭바위를 타고 앉아 비췻빛 옥계계곡을 내려다보고 있다. 청송과 영덕 경계 뾰족한 8개 암봉팔각산 ‘옥계계곡’ 물 맑기로 유명지품면 일대 다디단 ‘복숭아’ 산지한여름 다 자란 ‘은어’ 이방인맞이침수정 주변에 옥계 37경이 펼쳐져 있다. 피서철에는 수심이 깊은 일부 명소들의 출입이 통제된다. 침수정에서 포항 하옥계곡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면 옥녀교가 나온다. 풍경도 좋고 물놀이하기 좋은 공간도 많다. 다만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화장실이 없는 게 흠이다. 1㎞ 정도 떨어진 옥계계곡 야영장에는 주차장, 매점,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스노클링을 즐겨도 좋을 만큼 물이 맑고 절벽과 어우러진 풍경도 빼어나다. ●자연의 시계는 어김이 없다 영덕 지품면 일대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복숭아 산지다. 이른봄, 선남선녀 달뜨게 했던 화사한 복사꽃이 수밀도의 다디단 복숭아가 돼 이방인을 맞고 있다. 복숭아와 함께 자라는 게 오십천 은어다. 살에서 은은한 수박 향이 난다는 녀석. 복사꽃이 필 때쯤 민물에 올라와 치어로 살다 한여름 무렵이면 성어로 자란다. 해마다 8월 초에 은어 축제가 열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화마가 할퀴긴 했어도 자연의 시계는 어김없다.
  • 파괴의 서사,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낭만주의 미학의 절정 [으른들의 미술사]

    파괴의 서사,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낭만주의 미학의 절정 [으른들의 미술사]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걸작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1827)은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루브르 박물관과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각각 한 점씩 소장한 이 작품 가운데 루브르 소장작은 1827년 살롱전에 출품된 첫 대형 유화다. 길이 5m에 달하는 이 그림은 당시 파리 관객들을 강렬한 색채와 잔혹한 묘사로 충격에 빠뜨렸다. 비판과 논란이 거세지자 들라크루아는 1844년, 원작의 5분의 1 크기로 두 번째 버전을 제작했다. 이는 구도와 인물 배치에서 루브르 소장작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원작의 강렬한 감정을 응축한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 사르다나팔루스의 비극적인 최후를 다룬 이 그림은 당대 파리 미술계를 뒤흔든 문제작이었다. 화폭 가득 피로 물든 비극과 욕망, 그리고 파괴의 미학이 뒤엉켜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폭군의 몰락과 서구의 시선사방의 적군에게 포위되자 사르다나팔루스는 항복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죽음 이후 남겨질 이들의 비참한 생활을 염려해 자기 부하들에게 애첩과 하인들, 심지어 말까지 모두 학살하라고 명한다. 이러한 죽음과 살해 방식은 서구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를 미개하고 잔혹하며 난폭한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구인의 시각에서 이러한 자살과 가족 살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이는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인들의 왜곡된 시선, 즉 오리엔탈리즘이 작동한 결과였다. 무표정한 광기, 비극의 찬란함들라크루아는 이 비극적 순간에서 유혈과 죽음마저 찬란한 색채와 격정으로 묘사했다. 화면은 붉은색과 금빛으로 지배적이며 누드의 여인들은 절규하며 목숨을 잃고, 하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어 왕의 애첩을 찌르는 잔혹한 장면이 펼쳐진다. 막 데려온 여인의 몸은 활처럼 휘어져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심지어 동물들마저 본능적으로 죽음의 순간을 감지하고 뒷걸음질 친다. 이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사르다나팔루스 자신은 침대에 무표정하게 기댄 채 모든 광경을 내려다본다. 그의 어둡고 나른한 시선은 절망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감각적인 향락을 놓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들라크루아는 그의 사치와 향락을 강조하기 위해 발가락 마디마다 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으로 재현했다. 낭만주의의 등장과 들라크루아의 선구자적 역할들라크루아는 1820년대 프랑스 낭만주의 선구자로 미술계에 등장했다. 당시 고전주의가 지배적이던 미술계에서 그는 색채와 감정의 격렬함을 강조하며 새로운 회화 세계를 열었다. 이 시기 프랑스 정치는 혁명과 왕정복고 사이에서 자유와 억압, 희망과 환멸이 교차하는 혼란의 시대였다. 어떠한 가치도 명확한 의미를 갖기 어려웠던 사회에서 들라크루아는 전통적 미의 기준을 거부하고 고통과 파괴 속에서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아카데미의 규범적인 역사화 대신 낭만주의적 주관성과 감성으로 고대의 비극을 재구성했다. 고전적 조화를 중시하던 이들은 들라크루아의 과도한 감정의 파노라마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시 평단은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그림’, ‘광기 어린 색채와 난폭한 구도’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낭만주의가 점차 힘을 얻으면서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은 고통과 비극을 화려한 색과 역동적인 구도로 표현한 들라크루아 회화의 정점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광기의 미학, 시대를 넘어선 승리죽음과 쾌락, 파괴와 욕망이라는 극단적 주제들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은 없었다. 이 그림 앞에서 관람객은 죽음마저도 ‘연출된 향락’임을 깨닫게 된다. 들라크루아는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을 통해 죽음마저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낭만주의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파국 속에서도 화려함을 잃지 않는 이 회화는 시대를 뛰어넘어 승리한 예술로 남았다. 사르다나팔루스는 모든 것을 불태우며 사라졌지만, 들라크루아는 이 강렬한 회화로 낭만주의 미술사에 영원히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 파괴의 서사,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낭만주의 미학의 절정

    파괴의 서사,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낭만주의 미학의 절정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걸작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1827)은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루브르 박물관과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각각 한 점씩 소장한 이 작품 가운데 루브르 소장작은 1827년 살롱전에 출품된 첫 대형 유화다. 길이 5m에 달하는 이 그림은 당시 파리 관객들을 강렬한 색채와 잔혹한 묘사로 충격에 빠뜨렸다. 비판과 논란이 거세지자 들라크루아는 1844년, 원작의 5분의 1 크기로 두 번째 버전을 제작했다. 이는 구도와 인물 배치에서 루브르 소장작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원작의 강렬한 감정을 응축한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 사르다나팔루스의 비극적인 최후를 다룬 이 그림은 당대 파리 미술계를 뒤흔든 문제작이었다. 화폭 가득 피로 물든 비극과 욕망, 그리고 파괴의 미학이 뒤엉켜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폭군의 몰락과 서구의 시선사방의 적군에게 포위되자 사르다나팔루스는 항복 대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러나 그는 죽음 이후 남겨질 가족과 하인들의 비참한 포로 생활을 염려해 자기 부하들에게 애첩과 하인들, 심지어 말까지 모두 학살하라고 명한다. 이러한 죽음과 살해 방식은 서구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를 미개하고 잔혹하며 난폭한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구인의 시각에서 이러한 자살과 가족 살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이는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인들의 왜곡된 시선, 즉 오리엔탈리즘이 작동한 결과였다. 무표정한 광기, 비극의 찬란함들라크루아는 이 비극적 순간에서 유혈과 죽음마저 찬란한 색채와 격정으로 묘사했다. 화면은 붉은색과 금빛으로 지배적이며 누드의 여인들은 절규하며 목숨을 잃고, 하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어 왕의 애첩을 찌르는 잔혹한 장면이 펼쳐진다. 막 데려온 여인의 몸은 활처럼 휘어져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심지어 동물들마저 본능적으로 죽음의 순간을 감지하고 뒷걸음질 친다. 이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사르다나팔루스 자신은 침대에 무표정하게 기댄 채 모든 광경을 내려다본다. 그의 어둡고 나른한 시선은 절망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감각적인 향락을 놓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들라크루아는 그의 사치와 향락을 강조하기 위해 발가락 마디마다 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으로 재현했다. 낭만주의의 등장과 들라크루아의 선구자적 역할들라크루아는 1820년대 프랑스 낭만주의 선구자로 미술계에 등장했다. 당시 고전주의가 지배적이던 미술계에서 그는 색채와 감정의 격렬함을 강조하며 새로운 회화 세계를 열었다. 이 시기 프랑스 정치는 혁명과 왕정복고 사이에서 자유와 억압, 희망과 환멸이 교차하는 혼란의 시대였다. 어떠한 가치도 명확한 의미를 갖기 어려웠던 사회에서 들라크루아는 전통적 미의 기준을 거부하고 고통과 파괴 속에서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아카데미의 규범적인 역사화 대신 낭만주의적 주관성과 감성으로 고대의 비극을 재구성했다. 고전적 조화를 중시하던 이들은 들라크루아의 과도한 감정의 파노라마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시 평단은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그림’, ‘광기 어린 색채와 난폭한 구도’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낭만주의가 점차 힘을 얻으면서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은 고통과 비극을 화려한 색과 역동적인 구도로 표현한 들라크루아 회화의 정점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광기의 미학, 시대를 넘어선 승리죽음과 쾌락, 파괴와 욕망이라는 극단적 주제들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은 없었다. 이 그림 앞에서 관람객은 죽음마저도 ‘연출된 향락’임을 깨닫게 된다. 들라크루아는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을 통해 죽음마저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낭만주의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파국 속에서도 화려함을 잃지 않는 이 회화는 시대를 뛰어넘어 승리한 예술로 남았다. 사르다나팔루스는 모든 것을 불태우며 사라졌지만, 들라크루아는 이 강렬한 회화로 낭만주의 미술사에 영원히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 “더워서 못 자겠다”…열대야 ‘불면증’ 시달린다면 수면 온도 ‘이 범위’에 맞춰야

    “더워서 못 자겠다”…열대야 ‘불면증’ 시달린다면 수면 온도 ‘이 범위’에 맞춰야

    여름 더위가 절정에 치다르면서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더위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자 불면 증상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화여대의료원에 따르면 무더운 여름철이면 ‘불면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불면 증상이란 환자들이 호소하는 수면의 질 저하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잠에 들기 힘들다 ▲수면 중간에 계속 깬다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선잠을 잔 것처럼 피곤하다 등의 증상을 겪는 경우를 뜻한다. 밤사이에도 최저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속에 불면 증상을 느끼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수 있다. 김선영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과 긴 일조 시간은 멜라토닌 분비 억제와 생체리듬 변화에 영향을 줘 수면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며 “열대야에는 체온조절 중추가 각성 상태가 돼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깊은 수면에도 들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적당한 온도는 18도~20도”라고 설명했다. 불면 원인이 정확하게 진단됐다면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지만,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일상 생활, 수면 습관 등을 개선하는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우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해 생체 시계가 일정한 수면 시간을 인식하게 만들고, 낮에 몸을 움직여 아데노신과 같은 수면 유도 물질을 뇌에 축적하면 밤에 더 쉽게 잠들 수 있다. 특히 매일 같은 시간대에 기상하는 습관이 생체리듬을 안정시키고 불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커피는 체내에 12시간 정도 머무르기 때문에 오후보다 오전 10시 30분 이전에 마시는 게 좋다. 취짐 전 음주는 수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분 섭취량을 늘리고 수면 무호흡을 유발할 수 있어 자제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덥고 습한 열대야로 인한 불면 증상은 하루의 컨디션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약물 치료에 앞서 수면 위생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잠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나 억지로 잠을 자려는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 신궁서 미궁 빠졌다 이젠 강궁… “내려앉았을 때 더 단단해졌다”[스포츠 라운지]

    신궁서 미궁 빠졌다 이젠 강궁… “내려앉았을 때 더 단단해졌다”[스포츠 라운지]

    돌아온 신궁, 안산(24·광주은행)의 미소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세계 정상을 탈환하기 위해 다시 활을 잡았지만 성적 압박에 쫓기기보다 동료들과의 호흡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국 양궁의 새 에이스 임시현(22·한국체대)과의 경쟁 구도에도 안산은 “사선을 벗어나면 같이 웃고 떠드는 친구”라고 애정을 보였다. 그는 “좌절의 시간에 무너지지 않고 정신력을 다졌다. 저는 더 강해졌다”며 양궁 인생 2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발전 탈락 뒤 선수생활 15년 만에 휴식 지난해 스포츠계를 들썩이게 했던 인물 중 한 명이 안산이었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파리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스무 살에 2020 도쿄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그가 대회 2연패에 도전할 기회조차 잡지 못한 것이다. 최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안산은 “주변 많은 분이 (선발전 탈락에 대해) 괜찮냐고 안부를 묻는 걸 보면서 제 실력이 대단했었다고 새삼 느꼈다(웃음)”면서 “양궁을 시작한 초3 때부터 15년 동안 극한 경쟁 속에 살았다. 국대 탈락 이후 부담을 내려놓고 국내 곳곳을 여행하며 일상의 편안함을 되찾았다. 훈련량을 줄이니 팔꿈치 부상도 호전됐다”고 덤덤하게 털어놨다. 재충전을 마친 안산은 지난 4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2025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쟁취했다. 올해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종합대회는 없지만 오는 9월 고향인 광주에서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이 한국에서 열리는 건 2009년 울산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돌아온 안산은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 13일까지 엿새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양궁 4차 월드컵 여자 단체전에서 임시현, 강채영(29·현대모비스)과 함께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안산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고 컨디션도 최상이라 즐거웠다. 제 평균 점수가 가장 높았다”며 “앞으로 대학 대표팀, 국가대표 2진과의 특별 경기를 통해 광주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북한의 출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세계선수권에 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홍보대사로 광주와 양궁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안산은 “유치 단계부터 광주시 직원들과 힘을 모아 성사한 대회라 애정이 남다르다”며 “북한 선수들이 광주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 다른 대회에서 만난 적 있어 반가운 마음이 크지만 우리를 넘긴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 최강 임시현은 경쟁자 아닌 동반자” 개인전에선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세계 최강’으로 거듭난 임시현을 넘어야 한다. 안산은 지난달 튀르키예 3차 월드컵 개인전 결승에서도 임시현에 막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2024 파리올림픽에서 연달아 3관왕에 오른 임시현의 기량을 재확인한 셈이다. “어렸을 땐 잘하는 선수와 맞붙으면 질투가 났으나 지금은 감정을 내려놓고 저 자신에 집중해야 성과가 난다는 걸 깨달았다”며 차분하게 입을 뗀 안산은 “그래서 개인전보다 단체전에 초점을 맞추고 대회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현이와는 라이벌이 아닌 친한 동료 사이다. 둘 다 서로를 보며 보완점을 찾기 때문에 견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선수권의 흥행도 안산이 책임질 전망이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양궁 종목에서 이례적인 ‘팬덤’이 형성됐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안산이다. 그는 “동료들, 지도자 선생님들이 ‘팬들이 너를 보러 대회장에 오는 거냐’고 놀란다. 그런 말을 들으면 팬에 대한 고마움이 커진다”면서 “여자 팬들이 특히 많은데 경기장에 찾아와 손 편지를 주기도 한다. 눈치를 보지 않는 당당한 제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고향 광주서 여는 세계선수권 꼭 우승” 세계선수권에서 가장 견제하는 상대는 3차 월드컵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신흥 강호’ 미국이다. “미국이 같은 선수 구성인데도 기량이 급상승했다”며 경계심을 보인 안산은 “도쿄올림픽 때는 코로나19가 확산했고 인터뷰 일정도 많아 우승 여운을 만끽하지 못했다. 세계선수권에선 단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과정까지 즐기겠다. 나아가 팬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 돌아온 신궁, 안산 “극한 경쟁 벗어나 더 강해진 시간…시현이는 라이벌 아닌 동반자”

    돌아온 신궁, 안산 “극한 경쟁 벗어나 더 강해진 시간…시현이는 라이벌 아닌 동반자”

    돌아온 신궁, 안산(24·광주은행)의 미소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세계 정상을 탈환하기 위해 다시 활을 잡았지만 성적 압박에 쫓기기보다 동료들과의 호흡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국 양궁의 새 에이스 임시현(22·한국체대)과의 경쟁 구도에도 안산은 “사선을 벗어나면 같이 웃고 떠드는 친구”라고 애정을 보였다. 그는 “좌절의 시간에 무너지지 않고 정신력을 다졌다. 저는 더 강해졌다”며 양궁 인생 2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스포츠계를 들썩이게 했던 인물 중 한 명이 안산이었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파리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스무 살에 2020 도쿄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그가 대회 2연패에 도전할 기회조차 잡지 못한 것이다. 최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안산은 “주변 많은 분이 (선발전 탈락에 대해) 괜찮냐고 안부를 묻는 걸 보면서 제 실력이 대단했었다고 새삼 느꼈다(웃음)”면서 “양궁을 시작한 초3 때부터 15년 동안 극한 경쟁 속에 살았다. 국대 탈락 이후 부담을 내려놓고 국내 곳곳을 여행하며 일상의 편안함을 되찾았다. 훈련량을 줄이니 팔꿈치 부상도 호전됐다”고 덤덤하게 털어놨다. 재충전을 마친 안산은 지난 4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2025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쟁취했다. 올해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종합대회는 없지만 오는 9월 고향인 광주에서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이 한국에서 열리는 건 2009년 울산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돌아온 안산은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 13일까지 엿새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양궁 4차 월드컵 여자 단체전에서 임시현, 강채영(29·현대모비스)과 함께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안산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고 컨디션도 최상이라 즐거웠다. 제 평균 점수가 가장 높았다”며 “앞으로 대학 대표팀, 국가대표 2진과의 특별 경기를 통해 광주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북한의 출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세계선수권에 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홍보대사로 광주와 양궁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안산은 “유치 단계부터 광주시 직원들과 힘을 모아 성사한 대회라 애정이 남다르다”며 “북한 선수들이 광주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 다른 대회에서 만난 적 있어 반가운 마음이 크지만 우리를 넘긴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인전에선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세계 최강’으로 거듭난 임시현을 넘어야 한다. 안산은 지난달 튀르키예 3차 월드컵 개인전 결승에서도 임시현에 막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2024 파리올림픽에서 연달아 3관왕에 오른 임시현의 기량을 재확인한 셈이다. “어렸을 땐 잘하는 선수와 맞붙으면 질투가 났으나 지금은 감정을 내려놓고 저 자신에 집중해야 성과가 난다는 걸 깨달았다”며 차분하게 입을 뗀 안산은 “그래서 개인전보다 단체전에 초점을 맞추고 대회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현이와는 라이벌이 아닌 친한 동료 사이다. 둘 다 서로를 보며 보완점을 찾기 때문에 견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선수권의 흥행도 안산이 책임질 전망이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양궁 종목에서 이례적인 ‘팬덤’이 형성됐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안산이다. 그는 “동료들, 지도자 선생님들이 ‘팬들이 너를 보러 대회장에 오는 거냐’고 놀란다. 그런 말을 들으면 팬에 대한 고마움이 커진다”면서 “여자 팬들이 특히 많은데 경기장에 찾아와 손 편지를 주기도 한다. 눈치를 보지 않는 당당한 제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세계선수권에서 가장 견제하는 상대는 3차 월드컵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신흥 강호’ 미국이다. “미국이 같은 선수 구성인데도 기량이 급상승했다”며 경계심을 보인 안산은 “도쿄올림픽 때는 코로나19가 확산했고 인터뷰 일정도 많아 우승 여운을 만끽하지 못했다. 세계선수권에선 단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과정까지 즐기겠다. 나아가 팬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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