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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릭이슈] ‘지중화 맨홀’ 안전판 아쉽다

    [클릭이슈] ‘지중화 맨홀’ 안전판 아쉽다

    지난달 부산과 인천에서 잇따라 행인이 맨홀을 지나다 감전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자 ‘도심속의 지뢰’ ‘문명의 수치’라는 격한 말들이 쏟아졌다. 이들 사고는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전선 지중화(地中化)에 따른 구조적 결함보다는 사후 안전관리 소홀에서 빚어진 것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사고 직후 정부와 한전측은 맨홀 재질을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교체키로 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장맛비가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후 9시 24분쯤 이모(15·고1)양은 인천시 중구 전동의 한 도로에 설치된 맨홀을 지나다 맥없이 쓰러졌다. 주변에는 쇼크를 줄 만한 아무런 시설이 없었음에도 이양은 영원히 일어나지 못했다. 맨홀 속에 감춰진 전선이 ‘감전사’의 원인으로 등록되는 순간이었다. 쓰러진 이양을 일으켜 세우려던 박모(38·여)씨 역시 감전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앞서 오후 9시쯤 박모(19)군도 같은 장소에서 감전돼 실려갔다. 순식간에 3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다. 지난달 1일에는 고모(23·여)씨가 부산시 동래구 온천1동에서 맨홀을 지나다가 감전사했다. ●맨홀 사고는 지중화 산물 사고가 난 맨홀들은 지중화공사로 뚜껑밑에 전기시설물이 담겨 있는 곳이었다. 지중화란 철탑과 전신주 등 지상에 있는 송전선과 배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것으로 안정성과 도시미관을 위해 80년대 후반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지중화율은 10%. 한전 인천지사 관내(인천·부천·김포·시흥)는 지중화율이 이보다 월등히 높아 30.9%에 이른다. 감전사는 지중화사업 등에 힘입어 2001년 132명에서 2002년 87명,2003년 72명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맨홀 감전사고에서 보듯 지중화사업에도 맹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압보다 저압 접속함이 위험 지중화에 따른 저압접속함은 전국적으로 2만 735개, 고압 맨홀은 2만 768개, 고압 핸드홀은 1만 9848개에 달하나 통상 ‘맨홀’로 불린다. 사고가 난 맨홀들은 전압이 낮은 220V(일반용) 또는 380V(동력용)를 다루는 저압접속함으로 전기를 소비처에 배분하는, 일종의 ‘소매상’ 기능을 한다. 저압접속함이 주로 2만 2900V를 다루는 고압 맨홀보다 위험한 것은 맨홀 바로 밑에 있어 전기가 유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접속함은 가로 50㎝, 세로 75㎝, 깊이 65㎝에 불과해 전선이 많으면 맨홀 뚜껑과 닿게 돼 있다. 인천에서 사고가 난 접속함은 2회선 8가닥의 전선이 공간을 꽉 채운 상태였다. 반면 고압 맨홀은 통상 2.5m 깊이에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다. 물론 정상적인 전선은 절연물질로 감겨 있어 맨홀 뚜껑 등에 닿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테이프 등 절연체에 이상이 생긴 전선이 도체(導體:전기를 전도하는 물질)인 맨홀 뚜껑과 붙게 되면 뚜껑은 전기 그 자체가 된다. 경찰은 “인천 사고 현장검증시 접속함에 있는 전선 이음새에서 이상이 발견됐으며, 여기서 흘러나온 전기가 접속함에 붙어 있던 맨홀 뚜껑을 통해 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비오는 날은 맨홀 접근 삼가야 사고 당일 내린 비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전기가 도체인 물을 통하면 전압은 그대로지만 전류의 세기가 커진다. 인천 사고시 78㎜의 많은 비가 내려 맨홀 밑 접속함은 물론 길 위까지 10∼15㎝의 물이 찬 상태였다. 부산 사고 또한 집중호우가 내린 날 일어났다. 비오는 날은 맨홀 근처에 가는 것도 삼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 특성상 맨홀 위보다 반경 2m 이내가 위험하다.”며 “불가피하게 맨홀 근처에 가더라도 보폭을 넓게 하고 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통신호등, 가로등, 입간판 등 누전 위험이 있는 시설물에는 가까이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맨홀뚜껑 플라스틱 교체 및 안전관리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 맨홀 사고가 전기 누출에 따른 것인 만큼 맨홀 뚜껑을 절연체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전 배전기자재 구매시방서에는 강도와 내구성이 높은 주철제품을 맨홀 뚜껑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2007년까지 맨홀 뚜껑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고강도 플라스틱(FRP)으로 교체키로 했다. 아울러 2006년까지 저압접속함내 전선 접속부를 절연 테이프로 감는 대신 접속부 자체를 응고시키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저압접속함과 뚜껑 사이에 절연 고무판을 설치하는 작업은 지난 3일 완료됐다. 아예 저압접속함의 깊이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중화에 따른 사후 안전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한전이 관리하는 맨홀은 대체로 한달에 한번씩 차량으로 순시하면서 외형만 점검해 왔다. 따라서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는 한 뚜껑을 열어보지 않는다. 정기점검은 고작 1년에 한번이어서 신뢰성을 주지 못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는 각종 도로굴착 공사로 지중 전선이나 저압접속함이 손상돼 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관간의 협조체제 등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서울 2호선 전동차 ‘신형’ 교체

    국제 표준화 기준에 적합한 신형 전동차가 서울 지하철을 달린다.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는 5일 법정 수명인 25년이 지나 10월 말까지 신형으로 교체될 2호선 전동차 54량 가운데 10량을 우선적으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이후 전동차 의자 등 편의시설을 불연재 등으로 바꾼 경우는 있어도 이처럼 차량 전체를 항목별로 국제기준에 따라 제작한 전동차가 운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새 전동차는 산소 발생, 화염 절연, 연기 독성을 포함한 각 안전항목에 대해 국제표준화기구(ISO)등 규정에 따라 마련된 새 건설교통부령의 ‘도시철도 차량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의 기준을 맞춘 것들이다. 공사 안천헌 차량 팀장은 “화재 안전성은 물론 냉난방 자동조절 및 이산화탄소 자동감지 기능 등을 갖췄으며, 기존 전동차의 열발산 문제를 해소해 내구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지난달 제작을 마친 이 10량에 대해 성능 시험과 시운전을 마치고 이날 전동차 1편성으로 운행에 투입했으며,10월 말까지 올해로 법정수명을 넘기는 나머지 44량의 노후 전동차도 모두 교체할 계획이다. 공사는 1∼4호선 전동차 가운데 법정 사용내구연한을 넘어선 전동차를 단계적으로 신형 전동차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 구간에서 운행 중인 전체 1944량 가운데 올해로 20년 되는 차량은 106량이며 10년 이하 된 차량은 22량이다.1974년 개통한 1호선의 경우 89년 이후 전량 교체됐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주유마일리지 최초 도입 6개월새 매출 두배 올려”

    1993년 서울 압구정동의 새서울주유소. 이곳에서 기름을 넣으면 1500원짜리 양말이 공짜였다. 한번 더 넣으면 스카프, 종이카드 위의 60번을 다 채우면 무료 온천 숙박권이 나왔다. 사은품이라고 해봤자 200원짜리 휴지 하나가 전부이던 시절에, 그것도 주네 마네하며 승강이가 벌어지던 당시로써는 엄청난 파격이었다. 업계 최초로 ‘주유 마일리지’를 도입,6개월 만에 매출을 두배로 끌어올린 이가 지금의 권기연(40) 새서울그룹 대표이사 사장이다. 한동안 조용하던 그가 최근 강원도 양양의 골프빌리지 조성과 수입차 딜러 가세로 다시 한번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양양국제공항에서 클럽하우스까지 도보로 3분 거리인 골든비치CC(가칭·27홀)는 ‘비행기에서 내려 걸어가는 국내 최초의 골프장’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그린에 골프텔(50실)과 콘도미니엄(100실)까지 갖춰 동해안 최고의 골프 빌리지로 조성한다는 게 권 사장의 꿈이다. 오는 9월 회원권을 분양한다. 서울에서 너무 멀지 않느냐는 지적에 권 사장은 “동서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불과 1시간30분 거리”라며 자신있어했다. 그의 핸디는 10. 얼마전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본 닛산차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 공식딜러로도 선정됐다.“강남 터줏대감이라 누구보다 강남사람들의 심리를 잘 안다.”는 그는 “새달 1일부터 본격 시판에 들어가 연말까지 700대, 내년에는 1800대를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입사 당시 300억원에 불과하던 회사 매출을 지난해 5개 계열사(㈜양양공항컨트리클럽,SS모터스, 호텔 덕구온천,㈜새서울석유,㈜새서울정보통신) 1000억원으로 불려 놓은 그인 만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는 경상북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천리건재상’집 막내아들이다. 동네이름(안동시 천리동)에서 상호를 딴 그의 아버지(권영복·현 그룹 회장)는 1977년 서울 개봉동에 사실상 그룹의 모태가 된 대원주유소를 인수하면서 서울로 사업기반을 옮겼다. 이듬해 압구정동에 새서울주유소를 냈다. ‘주유소 재벌’에서 정보통신·골프장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은 스물여덟살의 젊은 2세가 경영에 합류하면서부터. 권 사장은 “자식들 중에 공부를 제일 못해서”라고 설명했지만 “3형제중에 사업가 소질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주위의 얘기다. 중앙대 경영학과를 나와 쌍용자동차에서 1년쯤 샐러리맨 생활을 한 그는 93년 과장으로 ㈜새서울석유(주유소 운영업체)에 입사했다. 처음 석달간은 기름만 넣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주유 마일리지’를 도입하게 됐을까.“기름넣으면서 보니까 완전 배짱장사라더구요. 뭔가 고객들을 재미있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마진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그러나 사은품값만 한달에 몇천만원이었다.“철없는 2세가 사업을 말아먹으려 한다.”며 임직원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아버지(당시 사장)도 못마땅해했다.“마일리지를 도입한 지 두달 만에 매출이 엄청나게 치솟으면서 갈등이 싹 해결됐다.”는 권 사장은 이때부터 ‘오너 아들’이 아닌 ‘장사꾼’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결국 입사 3년 만에 사장이 됐다. 주유원들을 전부 이끌고 일본 MK택시로 ‘친절연수’를 떠날 만큼 직원들 투자에도 적극적인 그는 5년내 매출 1조원대 돌파라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내년 예상 매출액은 2500억원이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MTBE 지하수 오염 실태와 대책

    MTBE 지하수 오염 실태와 대책

    인류가 향유하는 삶의 질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에 크게 기대고 있다. 과학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물들일 것이란 기대도 여전히 팽배하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그 발명품은 사람이나 생태계에 꿀만 주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달콤한 맛을 선사하지만 결국 독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여러 화학물질이 대표적이다. ‘꿈의 살충제’로 불리며 농산물 수확을 획기적으로 늘린 DDT는 1960년대 레이첼 카슨의 저서,‘침묵의 봄’ 이후 그 해악성을 비로소 드러냈다. 변압기 절연유에 함유된 PCBs(폴리염화비페닐)는 오늘의 전력산업을 가능케했지만 다이옥신과 더불어 인류가 근절해야 할 대표적 오염물질로 판명돼 전 세계적으로 축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냉장고 등의 냉매로 쓰이는 CFC(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MTBE의 두 얼굴 자동차 연료 첨가제로 쓰이는 MTBE는 결국은 이들 화학물질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은 아니다.”는 견해가 많다.MTBE의 긍정적 역할 때문이다. 휘발유의 연소를 도와 유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등 대기질 개선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오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1993년 ‘무연 휘발유’ 정책에 따라 의무적으로 MTBE를 휘발유에 혼입한 이후 서울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히 줄어들었다.1992년엔 1.9이었지만 이듬해 1.5으로 대폭 감소한 뒤 이후 1.0∼1.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자동차가 일산화탄소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MTBE의 저감효과는 통계적으로 볼 때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KEI 박용하 박사)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크다. 지하수에 조금이라도 섞이면 강한 불쾌감과 쓴 맛 등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1997년 핀란드에서 유조차 운전수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두통과 구토, 어지러움, 호흡 곤란 등 인체 신경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를 비롯한 동물에 대한 실험에서는 림프암, 신장암, 간암 등을 유발한다는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인체 발암성 여부는 확실치 않다. 미국 일부 주에서 MTBE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게 불과 10여년 전인데다, 그동안 위해성 연구 자체도 드물었던 탓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청 등이 MTBE를 ‘동물에서는 발암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지만 인체발암물질로는 분류할 수 없는 물질’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발암 개연성이 부정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인체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는 없지만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위해성을 추측하고 있는 상태”(환경부 토양수질관리과 오흔진 사무관)라고 한다. ●전국 지하수 관정 200만여곳 현재 주유소나 저유소 주변에서 지하수를 개발, 사용하고 있는 시설은 전국적으로 2030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63곳을 선정한 이번 조사에서 16곳에서 MTBE가 소량 검출됐고,3곳(5%)에선 미국환경청의 먹는물 허용권고치(20∼40ppb)를 5∼22배가량 웃돌았다. 단순비교할 경우, 현재 전국에 위치한 ‘주유소 옆 지하수 이용시설’ 가운데 5%인 100여곳이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더욱이 지하수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땅밑 사정을 알기 어렵다는 점은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현재 전국적으로 지하수 관정은 폐공을 제외하더라도 200만여곳 뚫려 있는데, 이 가운데 37%가량인 45만여 곳은 인·허가 면제 시설이어서 제대로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유소를 비롯한 기름저장 시설과, 땅속에 매설된 송유관 등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지하수는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MTBE가 갖는 속성도 골칫거리다.“휘발유에 함유된 다른 유독성 물질인 BTEX보다 물에 30배나 잘 녹는데다 일단 토양에 유출되면 단시간에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지하수에 확산되고, 분해가 잘 되지 않아 복원도 어렵다.”(KEI 박용하 박사)고 한다. 한번 오염되면 파장이 오래 지속된다는 얘기다. MTBE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은 아니다.2002년 KEI가 주유소 5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곳에서 지하수 오염 사실이 확인됐었다. 그러나 당시는 휘발유로 이미 오염된 주유소를, 이번에는 무작위로 선정했다는 점이 다르다.63곳 가운데 오염 가능성이 높은 곳을 의도적으로 선정한 곳이 10군데, 나머지는 모두 무작위로 선정됐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다. 오염지역이 아닌 무작위 선정 지점에서 MTBE가 검출됐던 것. 올해 300∼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인 본격적인 실태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책마련엔 시간 걸릴 듯 기름유출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그동안 수차례 불거졌었다.2000년 7월 서울 6호선 녹사평역 기름유출 사건,2001년 12월 안양 인덕원 송유관 유출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내년 1월부터 노후화된 한국종단송유관(TKP) 296㎞에 대한 철거작업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MTBE 등 유해물질로 인한 지하수 오염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관리 대책은 빨라야 내년 이후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본격 실태조사를 거친 뒤 토양 및 지하수 오염물질로 지정하는 등 대책을 검토할 예정인데 정부 반응은 무척 조심스럽다. 환경부 관계자는 “실태조사가 끝나더라도 곧바로 규제에 착수할 수는 없고, 오염물질 지정 여부는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결과 추이 등을 봐가며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경우 MTBE에 의한 지하수 오염 및 이로 인한 환경피해에 대해 정유업계에 책임을 지우고 있는데, 산업계 부담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 “MTBE를 대체할 물질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MTBE의 국내 유통량은 연간 75만t가량이 생산돼 이 가운데 85% 정도인 65만t이 소비되고 있는데, 어떤 대책이 나오든 산업계와 국가경제 전반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동안은 스스로 지하수 사용에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 교수는 “MTBE 검출사실을 확인한 후 먹는물 사용은 물론 세수나 목욕물로도 되도록 쓰지 말라고 주의를 강력히 환기시켰다. 인체 유해성이 확증되진 않았지만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마구잡이 운동 ‘무릎 관절염’ 부른다

    마구잡이 운동 ‘무릎 관절염’ 부른다

    무릎 관절염 환자 수가 감기환자를 앞질렀다. 최근의 웰빙 붐에 편승한 무분별한 운동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2003 건강보험 심사평가통계연보’에 따르면 그 해 무릎관절 이상으로 병원을 찾은 50대 이상의 환자는 모두 58만 9000여명으로 2000년의 3.1배나 됐으며, 같은 기간 감기로 병원을 찾은 58만 4000여 명보다 많았다. 우리나라 55세 이상 노인의 80%가 가졌다는 무릎 퇴행성관절염, 예방·치료법을 살핀다. ●체중 1㎏ 늘면 무릎 3㎏ 부담 무릎관절에 감당할 수 없는 체중이 실리면 관절뼈를 감싸고 있는 연골이 빨라 닳을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3년 건강검진 수검자 중 체질량지수(BMI)가 23을 넘는 과체중자가 전체의 56.2%나 됐으며,50∼60대의 비만율은 65.6%나 됐다. BMI가 23을 넘으면 질병 위험도가 높은 ‘위험체질’에 해당하며,25가 넘으면 ‘비만 1단계’로 분류한다. 지난달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의 체형조사에서도 50대에 BMI 25 이상인 비만자가 51%나 됐다. 이런 통계는 50대 이후 무릎 관절염 환자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 통상 체중과 무릎이 받은 압력비는 약 1:3. 즉, 체중 1㎏이 늘면 무릎의 부담은 3㎏가 된다. 특히 비만이 진행되면 무릎의 안정을 꾀하려고 체중을 무릎 안쪽에 싣게 되는데 이때 무릎에 과체중이 얹히면서 연골이 빠르게 닳아 ○자 다리가 되며, 이 상태가 되면 정상보다 연골 마모가 훨씬 빠르다. ●운동 전혀 안해도 무릎 빨리 닳아 운동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며 대드는 마구잡이식 운동이 무릎관절질환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운동은 무릎 관절을 혹사시켜 연골 마모 등 퇴행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것도 빠른 퇴행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맨손체조나 산책 등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가벼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좋다. 산책·등산 때는 바닥이 너무 얇은 신발보다 두툼하면서 쿠션이 좋은 걸 신어 관절 충격을 줄여야 한다. 다른 운동을 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게 현명하다. 관절에 무리를 주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무릎꿇고 걸레질하기, 쪼그려 앉아 빨래하기 등은 쉽게 생각하는 가사활동이지만 무릎을 많이 굽혀 관절 마모도가 높다. 특히 걸레질을 할 때는 체중의 6배에 해당되는 무게가 무릎관절에 실리므로 막대걸레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낮은 곳의 물건을 꺼내거나 들 때도 무릎을 굽힌 자세보다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꺼내며, 이를 옮길 때는 밀거나 바퀴달린 상자를 이용하도록 한다. 장시간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면 일시적인 무릎 통증이 느껴지는데 이는 연골에 윤활액이 공급되지 못해 뻣뻣해진 것으로, 이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서면 연골이 손상되므로 가능한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 음주는 관절 통증을 심하게 하므로 피하는 게 좋으며, 부득이 술을 마신 경우에는 다음날 일찍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하면 통증이 준다. 관절연골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해서 항산화영양소인 비타민A와 베타카로틴이 많은 시금치 당근 등의 녹황색채소와 감귤 등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이 좋다. ●걸레질 금물… 서서 막대걸레 이용해야 심하지 않은 관절염은 진통소염제나 근육이완제 등의 약물로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관절 내에 염증이나 찌꺼기가 있어 무릎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는 경우라면 간단한 수술로 깨끗하게 씻어주면 된다. 연골이 닳아 얇아진 경우 간단한 수술로 이 부위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연골의 재생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보다 증상이 더 심각하다면 손상된 관절 부위를 제거, 새 관절로 바꾸는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도 있다(그림). 물론 최후의 선택으로, 인공관절의 수명은 대략 20년 안팎이다. ■ 도움말 척추관절전문 나누리병원 정형외과 윤재영 과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무릎관절염 예방체조 1. 무릎 차기 누워서 허공을 향해 발바닥을 찬다. 한쪽 무릎을 편안하게 가슴 쪽으로 가져온 뒤 발바닥이 천장을 향하도록 무릎을 쭉 펴고 다리를 뻗는다. 양발을 번갈아 한다. 2. 무릎 들기 등을 곧게 펴고 앉아 한쪽 무릎이 곧게 펴질 때까지 위로 든다. 천천히 내린 다음 이번에는 반대쪽 다리로 반복한다. 다리를 뻗을 때 뒤쪽 허벅지 근육에 긴장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무릎을 곧게 편다. 3. 다리 올리기 무릎을 구부리지 말고 한쪽씩 45도로 들어올려 멈춘다. 매일 하면 한 달쯤 후 효과가 나타난다. 4. 가슴까지 무릎 굽히기 편안하게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다음 가슴 쪽으로 무릎을 최대한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 [안동환기자의 현장+] 서울 성동전력소 지하전력구를 가다

    [안동환기자의 현장+] 서울 성동전력소 지하전력구를 가다

    긴장감에 어느새 몸이 굳어진다. 알지 못하는 장소에 대한 두려움이 팽팽하게 목덜미를 잡아끄는 순간 “산소농도 20.8% 안전합니다.”라는 다부진 목소리가 들려 온다.“자, 가자.” 20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한국전력 성동전력소의 송전용 지하터널 입구.‘허가자 외 출입금지’라고 쓴 푯말이 걸려 있는 철문을 열고 가파른 철제 계단을 조심스레 40m쯤 내려갔다. 지중(地中)전기원 장지원(35)씨와 김동국(38)씨가 산소 농도를 측정한다.18% 이하면 작업은 불가능하다. 마장동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미금까지 16.7㎞에 걸쳐 뻗어 있는 지하 전력구. 지상세계의 어지러운 소음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의 심연 속에 잠긴 듯하다.‘성동∼미금’구간은 단일 전력구로는 서울에서 가장 길다. 일반인들에게는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서울의 또 다른 지하세계이다. 대한(大寒)인 이날 지상세계는 영하 7.8도, 체감기온 영하 12.5도로 동장군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터널 안은 23도로 초여름이다. 스웨터를 입은 등에서는 어느새 땀이 배어 나왔다. 직경 3.5m의 원형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지하 회랑. 천장에는 1.5m 간격으로 형광등이 달려 있고 산소며 이산화탄소 센서와 화재 센서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양쪽 벽면에는 34만 5000V짜리를 비롯해 초고압 송전케이블 20여개가 자리잡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4분의1이 마비될 수도 있다. 지상세계의 찬란한 빛도 실상은 캄캄한 지하세계가 있어 존속하는 것이다. 입사동기라는 장씨와 김씨는 11년째 지하터널에서 일해온 베테랑 콤비. 이들의 임무는 고압 송전선로와 각종 구조물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 작업의 위험성 때문에 반드시 2인1조로 현장에 투입된다. 배낭 안에 든 장비는 이들의 생명줄. 소화기와 유독가스 속에서도 30분 동안 쓸 수 있는 5000㎖ 휴대용 산소통 2개, 산소탐지기와 전류측정기, 각종 공구와 표면온도계가 가득 들었다.660V의 전류를 막아주는 절연 장갑과 절연화도 필수품이다. 기자도 안전모와 절연 장비를 착용한 채 산소통을 들고 따라 나섰다. 34년째 터널 일을 해왔다는 소방석(55) 정비실장은 “터널에서 불이 나면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힌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터널 속을 전력질주해 방화문이 닫히기 전에 탈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터널은 지하철 노선과 비슷하다. 출발점인 성동부터 신답∼동대문여중∼전농로터리 등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장씨와 김씨는 40리가 넘는 지하터널의 환기구와 각종 시설, 노선을 머릿속에 완벽하게 꿰고 있다. 지하터널의 지리를 모르면 만일의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터널의 바닥은 80㎝에 불과하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다. 작업을 하며 이동하기 때문에 1㎞를 나아가는 데 1시간쯤 걸린다. 평균 작업거리는 1주일에 25㎞. 탁한 공기 속에서 마스크를 쓴 채 하루 4시간씩 일하는 이들에게 터널은 두려운 일터다. 터널 안에서 초고압 송전선의 절연이 파괴되면 폭발하고 만다.500m 밖 맨홀이 들썩일 정도의 위력이다. 이 때문에 여러 갈래의 송전선이 합쳐짐에 따라 저항이 커지는 합류 지점은 표면온도계로 꼼꼼히 발열을 확인한다.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자 장씨는 “그런 상황은 생각하기도 끔찍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표지판이 ‘성동 기점 600m’를 가리키자 장씨는 활기찬 목소리로 “우리 머리 위로 청계천이 흐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개 전력구는 지하철보다 10m 이상 아래에 만들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전동차 소리도 들린다. 300m를 더 전진하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터널 안 배수홈으로 맑은 지하수가 흐르는 것이다. 김씨가 전등을 비추며 수위를 확인한다. 벽면에 누수가 생기거나 지하수의 수위가 높아지면 초고압의 전류가 물줄기를 타고 지상으로 솟구칠 수도 있다. 지중전기원은 5분 대기조.24시간 가동되는 주제어시스템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한밤중에도 출동한다. 장시간 터널에서 작업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밥상’은 삼겹살.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지 않으면 목이 개운찮은 기분이란다. 그래도 장씨는 “남들이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하고, 남이 안 하니까 내가 한다는 자부심이 크다.”며 웃었다. 성동에서 1140m 떨어진 ‘동대문여중’.1시간30분 만에 다시 지상으로 오른다.10층 높이의 계단을 오르다 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순간 햇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환기구를 열어 머리만 빠끔히 내미니 주위로 행인들이 지나고 도로에선 자동차가 달린다. 김씨의 바람은 조금 엉뚱하다.“제발 취객들이 환기구에 토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자기 집 대문에 묻은 오물이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동전력소에는 9명의 지중 전기원들이 모두 40㎞에 이르는 터널과 도로 2∼3m 아래 묻힌 38㎞의 지상 관로를 책임지고 있다. 지도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서울의 거대한 지하터널은 그들에게 어떤 존재일까.‘너를 지켜 오직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처럼 지중전기원으로 사는 인생의 또 다른 길이 아닐까. ■ 도움주신 곳 한국전력·서울전력구건설처·성동전력소 sunstory@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지하 전력구란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지하 전력구’는 ‘지하 공동구’와는 다르다. 지하 공동구가 통신·가스·수도·난방의 종합 운반로라면 전력구는 각 지역 변전소로 전력을 공급하는 단일 통로이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765∼154㎸의 초고압 전력이 간다. 송전철탑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보면 된다. 국내에서는 1974년 성동변전소가 처음 만들었다. 송전선로의 지중화에 따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자연재해에 노출된 송전철탑도 사라지고 있다. 현재 지하 전력구는 총연장이 337.8㎞에 이른다. 서울에만 134.2㎞의 지하터널이 있다. 부산·인천·대전·제주 등에도 지하 전력구가 달린다. 전국의 지중전기원은 74명이다. 우리나라의 지중화율은 8.3%로 100%인 싱가포르나 11.9%인 일본보다는 낮지만 1.1%의 미국이나 3.0%의 프랑스보다는 높다. sunstory@seoul.co.kr
  • [오늘의 눈] 내용없는 여야대표 신년회견/문소영 정치부 기자

    “반부패협약 체결하자.”-18일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 “무정쟁 해로 제안한다.”-19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이틀간 릴레이로 이어진 여야 대표들의 신년기자회견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레토릭’이었다. 기자는 자연스레 ‘백 투더 더 퓨처’가 됐는데, 지난해 총선이 끝난 뒤 5월3일이었다. 당시 여야 대표였던 정동영 의장과 박근혜 대표는 첫 대표회담를 갖고 ‘새정치·경제발전 협약’체결을 발표했다.▲민생우선, 경제우선 ▲부패정치와의 완전 절연 ▲원칙과 규칙에 입각한 의회주의 정치구현 등이었다. 당시 언론은 ‘여야 대표의 상생의 정치선언’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2005년 신년 기자회견을 자처한 여야 대표들의 기자회견문은 당시의 내용을 거의 바꾸지 않은 채 선물포장만 바꾼 회견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너나없이 민생·경제 우선을 밝혔고,18일 임 의장은 대야 관계에 대해 “의회주의 원칙과 상생의 정신”을 밝혔다. 박 대표의 야심찬 ‘무정쟁의 해 제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은 주요 어젠다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적으로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 ‘선진한국으로 가기 위한 국민과의 12가지 약속’이라며 어수선하게 과제들을 열거하고, 물량공세를 펴 국민들에게 거의 ‘감동’을 주지 못했다. 무책임하다. 한나라당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상생의 정치를 선언하고도 파행을 일삼았던 지난해를 돌아보면 박 대표는 ‘무정쟁의 해 선언’이 과연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또 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쌀소득보전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여당안으로 ‘쌀소득보전기금설치 및 운용법’이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 중이다. 이런 식이라면 심하게 말해서 여야 대표가 합동 신년기자간담회를 가져도 크게 무리가 없고, 지난해 5월 여야 대표간 협약체결 내용을 참조하라고 해도 큰 차이가 없을 뻔했다. 문소영 정치부 기자 symun@seoul.co.kr
  • 삼성 일류기술 이들이 만들었다

    삼성종합기술원(SAIT)은 4일 기술부문에서 삼성을 대표하고 리더십과 미래가치를 지닌 핵심연구원인 ‘사이트 마스터(SAIT Maste r·삼성종합기술원 기술명인)’ 6명을 선발, 임명했다고 밝혔다. 주인공은 송세안(48), 이상윤(39), 김철순(40), 좌성훈(45), 신승주(41), 이상국(43)씨. 사이트 마스터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으로 초일류 목표에 도전,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잠재력이 무한한 연구전문가들이며 향후 삼성그룹 차원에서 선발하는 슈퍼급 기술명인인 ‘삼성 펠로’ 후보들이라고 삼성측은 밝혔다. 송 마스터는 단일 원자 영상화 나노분석 기술과 세계 유일의 엑스(X)선 전자방출 분석기를 개발했다. 이상윤 마스터는 디스플레이 재료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하이브리드 타입의 새 유기절연체를 개발, 세계최고 수준의 유기TFT(초박막)를 실현했다. 김 마스터는 1998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세계 최저소음 실현 등을 통해 삼성의 스토리지 사업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좌 마스터는 1996년 세계 최초의 자기저항망식의 헤드를 이용한 기가급 HDD 개발에 성공했으며 신 마스터는 독자기술로 잉크젯 헤드를 개발했다. 이상국 마스터는 입는 입력장치인 ‘SCURRY(스커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목회자로 변신 양동생 전 대우조선 노조위원장

    목회자로 변신 양동생 전 대우조선 노조위원장

    한국 노동운동에서 전 대우조선 노조위원장 ‘양동생(52)’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군부의 폭압통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987년 대우조선 초대 노조위원장에 선출돼 3년간 강성 노조를 이끌었다. 연이은 분신 등 투쟁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대우조선사태를 보려고 9시뉴스를 보는 이가 적지 않았을 정도다. 대우조선 투쟁을 보도하기 위해 국내 취재진은 물론 외신기자들까지 거제 바닷가에 다 몰렸다. 노동계의 동투(冬鬪)가 급피치를 올릴 무렵 많은 이들이 그의 근황을 궁금해했다. 투쟁강도가 세면 셀수록 또렷하게 되살아나는 ‘투사’이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을 접고 개척교회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여러 날 수소문한 끝에 그의 소재지를 알아냈다. 통화가 되기 무섭게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그가 알려준 대로 서울 양천구 신월2동 한양중앙교회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는 이 교회 담임목사였다. ●운명과도 같았던 노동운동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어서일까. 그의 모습 어디에서도 국내외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 강성 노조위원장이었다는 사실을 찾아낼 수 없었다. 첫인상이 그처럼 편안해 보일 수가 없었다. 노동운동에 투신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양 목사는 그저 옛날 일이라며 이내 인터뷰에 응했다.“아마 그때가 5공에서 6공으로 넘어가는 시기일 겁니다. 경제 중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특혜를 줘서라도 기업인들을 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상대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거셌습니다.” 양 목사는 당시 시대상황을 기업인에게는 특혜, 노동자에게는 탄압이라는 식으로 이분화했다. 그는 노동법을 배운 적도 없고 알지도 못했지만 탄압국면을 맞닥뜨리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운동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고 했다. 임시 노조위원장에 이어 87년 8월 대우조선 초대 직선 노조위원장에 선출된 그는 바야흐로 본격적인 투사의 길을 걷게 된다.“노조설립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두달 동안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싸웠습니다. 결국 거제군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신고필증을 받아냈지요.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대우조선 노조가 설립된 것입니다.”이를 계기로 현대 등 대기업 중심의 노조설립 투쟁이 폭발적으로 전개된다. ●투쟁원칙에 충실했다. 노조 설립은 회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양 목사는 “졸다가 걸리면 바로 징계를 받고 뼈 빠지게 일해도 분배가 안되는 현실은 바로잡아야 할 투쟁대상이었다.”며 인권보호와 작업환경 개선, 임금 인상 등을 주요 교섭안건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가가 있어야 회사가 있고 회사가 있어야 조합이 있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대우조선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한 투쟁에서 대정부 투쟁으로 투쟁의 본질이 급격히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는 이를 주사파의 개입 때문이라고 단정지었다. 자신의 원칙이 대중에 의해 휘둘리는 순간이었다. 그는 “노동운동을 그만두고 감옥에서 쉬고 싶을 정도로 심신이 몹시 지쳐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우중 회장과의 일화도 공개했다.“88년 봄으로 기억합니다만 김 회장이 ‘게스트하우스’(영빈관)에서 독대를 요구했어요.” 그는 말을 이어갔다.“대우조선 때문에 다른 대기업 노조들이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있다면서 정부가 시범 케이스로 대우조선을 치겠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회사를 정리하겠다고 말합디다. 피가 거꾸로 솟았지요.” 양 목사는 이런 김 회장을 새벽 4시까지 설득했다고 말했다.“당신이 좌절하면 안된다. 존경받는 기업가가 되도록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이후 그는 3만여 조합원을 모아놓고 건전한 노조, 합리적인 노조로 가겠다고 선언한 뒤 75%의 조합원으로부터 찬성 서명을 받아냈다. 이어 DJ(김대중)·YS(김영삼)·JP(김종필) 등 야당지도자를 차례로 만나 건전한 노조로의 탈바꿈을 약속하고 회사를 없애려는 기도를 막아줄 것을 호소했다. 중앙일간지 편집국장들도 다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임기1년 남기고 목회자의 길로 89년 12월 양 목사는 중대결심을 하게 된다. 당시 집사였던 양 목사는 노조위원장 임기가 1년여 남았지만 떠날 것을 결심한다. 노동운동이 어느정도 정착된 만큼 목회자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이다. 양 목사는 당시 ‘서울로 올라가라.’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고 가족과 함께 무작정 상경했다고 밝혔다. 이 때부터는 노동운동과도 절연했다.TV도 없애버리는 등 세상일과 등을 졌다. 언론과의 인터뷰 요청도 모두 물리쳤다. 본지와의 인터뷰가 노조위원장을 그만둔 뒤 처음이라고 밝혔다. 서울에 올라온 그는 구로구 궁동에 있는 연세중앙교회에 둥지를 틀었다.10년간 목사가 되기 위한 훈련에 들어갔다. 안수집사, 전도사, 목사고시를 거쳐 99년 11월 양천구 신월2동에 한양중앙교회를 개척했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서 태어난 그는 YS와 같은 고향이다. 찢어지게 가난해 고등학교를 못갔다. 나중에 방송통신고를 졸업했다. 서울로 올라와 청량리시장에서 죽을 고생을 하다 군에 다녀온 뒤 77년 대우조선의 전신인 조선공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정확히 10년이 지나 한국의 노동판을 완전히 뒤바꾸는 중심 인물이 된다. 양 목사는 노동운동은 ‘공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독불장군식으로 해서는 다 깨진다는 것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조차 ‘그들만의 노동운동’이라고 비판한 대목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노동계에 충고했다. 최용규기자 ykchoi@ seoul.co.kr
  • 儒林(248)-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儒林(248)-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공자가 노나라로 돌아오자마자 애공은 공자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정치란 과연 무엇입니까.” 이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대답하였다. “정치는 신하를 선임(選任)하는데 달려있습니다.” 공자의 대답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속설과 일치되는 내용이지만 현명한 사람을 널리 구하여 등용하기보다는 자기 비위에 맞는 주위사람들을 등용하기 쉬운 정치의 속성을 바로잡으려는 충정에서 나온 대답이었을 것이다. 계강자가 공자에게 같은 질문을 하였을 때도 공자는 마찬가지로 짤막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을 뿐이다. “곧은 사람을 천거하여 그릇된 사람 위에 놓으면 그릇된 사람도 곧아집니다.” 많은 사람들은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행한 공자의 두 가지 대답이 자신의 위대한 경륜을 몰라준 노나라의 위정자에 대한 가시 돋친 대답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미 고향에 돌아왔을 때부터 정치와는 절연 선고를 하였던 공자였으므로 공자 자신도 더 이상 벼슬에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또한 노나라의 조정에서도 비록 폐백을 갖추어 공자를 초빙하였지만 그에게 알맞은 벼슬을 주려하지 않았다. 설혹 정치에 관한 미련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무능한 애공과 한층 더 무도해진 권신 계강자의 탐욕을 목격하고는 노나라의 정치 환경이야말로 자신의 이상을 실천해 볼 곳이 못된다는 것을 공자는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이러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노나라에서는 공자를 끝내 등용해 쓰지 아니하였다. 공자 또한 벼슬 구하는 것을 단념하고 있었다.” 특히 공자는 계강자의 탐욕과 부정에 대해서 크게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공자는 계강자의 아버지였던 계환자가 제나라로부터 보내온 예기들을 물리치지 않고 이에 탐닉하자 ‘여자를 앞세워 나라를 망치려는 계략이라네. 나라의 기둥들이 저 꼴이라면 남은 것은 오직 파멸일 뿐, 모름지기 군자는 멀리 도망가서 한가로이 여생을 보낼 뿐’이라고 노래 부르며 주유천하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들 계강자의 부정부패는 계환자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다. 계강자는 노나라 제일의 재상가였으면서도 권력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하려 하였다. 그 무렵 노나라의 전세(田稅)는 구부(丘賦)를 따르고 있었다. 구부는 정나라의 재상 자산(子産)이 만든 세금제도로 논밭 일구마다 전세로 군마 한 필과 소 세 마리나 그에 해당하는 곡식을 징수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은 계강자는 새로운 세법으로 개정하여 일구마다 전세를 따로 받고 또 말 한 필과 소 세 마리를 겹쳐 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기존의 전부(田賦)이외에 세금을 더 중과하는 악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계강자는 이 악법을 시행하기 전 공자에게 사람을 보내어 의견을 물어보도록 하였다. 이는 공자로부터 개정되는 세법을 사전인증 받았음을 널리 알림으로써 백성들의 비난을 피해 보려는 교활한 수법이었다. 계강자는 공자의 제자인 염유를 보내어 의견을 물어보도록 하였다. 그러나 공자는 ‘나는 모른다.’고만 대답할 뿐이었다. 세 번째가 되었을 때 계강자는 몸소 공자를 찾아가 다음과 같이 묻는다. “당신은 국로(國老)로서 당신의 의견을 들어 정치를 행하려 하는데, 어찌하여 좋은 의견을 말하지 않습니까.”
  • 절연침으로 여드름 치료

    절연침을 이용해 난치성 여드름을 치료하는 ‘고바야시 치료법’이 국내에 소개됐다. 이 치료법을 개발한 일본의 고바야시 도시오 박사는 최근 대한미용피부외과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 기자간담회를 겸한 시연회를 갖고 자신의 치료법을 소개했다. 고운세상피부과가 주최한 시연회에서 고바야시 박사는 “여드름이 피지선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에 착안, 미세한 절연침으로 피지선을 제거한 결과 1∼2회 치료만으로도 성인의 난치성 여드름을 재발없이 치료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이 치료법은 특수 절연침을 이용해 여드름이 발생하는 피부의 피지선만을 선택적으로 파괴, 여드름균의 서식처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라며 “이렇게 치료받은 환자들을 2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재발률이 10%에 못미쳤다.”고 소개했다. 이 임상 결과는 최근 일본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일본미용외과학회에서 발표됐으며, 국내에서는 고운세상피부과 팀이 ‘이 방법으로 여드름 환자를 치료, 고바야시 박사와 근사한 치료 결과를 얻었다.’는 요지를 대한피부과학회에서 발표했었다. 고바야시 박사는 “이 치료법은 증상이 가벼운 경우 1회, 중등도 이상은 1개월 간격으로 매회 30분씩 2회 치료하며, 만성 화농성여드름을 가진 20세 이후의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위기 몰린 민속씨름

    LG씨름단 해체로 와해 위기에 몰린 민속씨름에 연이어 충격파를 던진 최홍만의 K-1 진출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12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제는 연예인으로 자리를 굳힌 강호동이 주인공.1990년 만 19세도 안 된 나이에 천하장사에 등극한 ‘괴동’의 등장으로 이만기-이준희-이봉걸 트로이카 시대는 작별을 고했다. 천하장사 꽃가마에 다섯 번이나 오르며 모래판을 주름잡았으나 92년 소속 팀과의 불화로 4년 남짓한 프로생활을 접었다. 당시에도 민속씨름계는 강호동을 적극적으로 말렸다. 그러나 이번 최홍만 경우처럼 영구 제명이라는 극한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절연을 예고할 만큼 현재 민속씨름 상황이 절박한 것이다. 사실 LG씨름단의 제3자 인수 작업이 물밑으로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빠진다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테크노 골리앗’은 떠났다. 그리고 단 2개의 씨름단이 남은 민속씨름의 위기는 더 커졌다. 민속씨름계는 “나의 길을 찾겠다.”며 K-1으로 가버린 최홍만의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강호동 이후 김정필 백승일 이태현 등 장사가 나타났던 것처럼 최홍만의 뒤를 이을 스타가 자랄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서럽다.”는 최홍만의 항변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이제 어떻게 다시 씨름이 ‘쑥쑥’ 자라날 수 있는 밭을 일굴지 중지를 모을 때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학술·종교플러스] 영등포 쪽방지역서 성탄연합예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연합예배’가 25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지역에서 성탄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린다. 쪽방지역 주민, 노숙자, 조선족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음식과 선물을 전달함으로써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들에게 복음을 통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사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인 박천응 목사의 사회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성수삼일교회 어린이 난타 공연,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인 박수현 목사의 축도, 기독여민회가 기획한 퍼포먼스, 음식과 선물 나누기 등으로 진행된다.
  • 儒林(245)-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儒林(245)-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오늘날 산둥성 사수이현(沙水縣)동북쪽에 도천(盜泉)이라는 우물이 있다. 어느 날 공자는 그곳을 지나다가 목이 말라 고통스러워하였다. 제자들이 마침 우물을 발견하여 표주박에 물을 가득 담아드렸으나 공자는 문득 우물의 이름부터 물었다. 제자들이 도천이라고 대답하자 공자는 서슴지 않고 물을 버려 버린다. “어찌하여 물을 버리십니까.” 제자들이 의아한 얼굴로 묻자 공자는 대답하였다. “도천이란 우물의 이름은 문자 그대로 도둑의 우물이란 뜻이 아닌가. 그러니 아무리 목이 마르다고 하더라도 도둑의 물은 마실 수가 없는 법이다.” 그날 밤 공자는 해가 저물어 ‘승모(勝母)’란 마을에 이르렀다. 간신히 숙박할 집을 마련하여 머물도록 하였으나 공자는 밤이 늦었음에도 수레에 올라 다른 마을로 가자고 말하였다. 제자들이 다시 그 이유를 묻자 공자는 수레 위에서 말하였다. “승모라는 마을의 이름은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인데, 이것은 자식의 도리가 아니며, 그런 이름을 가진 마을에서 묵는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일이 아닐 것이냐.” 이 두 가지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보더라도 좋게 말하면 공자는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모자를 고쳐 쓰지 않던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는 군자였지만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형식에 사로잡힌 율법주의자였던 것이다. 그러한 공자였으므로 ‘새가 나무를 선택해야지 어찌 나무가 새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공문자에게 말하였던 것은 네 번이나 찾아간 위나라에서도 이미 마음이 떠나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 절연의 선언과도 같은 것이다. 위나라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열국들과 정치적 이상을 펼치기 위해서 ‘상인을 기다리는 옥’처럼 천하를 주유하였던 열정과 13년의 모든 지난 과거세월에 대해서도 단절을 선언하는 일종의 절교장전(絶交章典)인 것이다. 이로써 공자의 주유열국은 종말을 맞게 된다. 때마침 노나라에서는 계강자가 폐백을 갖추어 공자를 초빙하였다. 이는 염유의 충고를 받아들여 계강자가 소인으로 지목되던 공하, 공빈, 공림들을 벼슬자리에서 쫓아내고 공자를 정식으로 초빙하였던 것이다.‘공자가어’에는 이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어느 날 염유가 계강자에게 말하였다. ‘나라의 성인이 있는데도 등용하지 않고 잘 다스려지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뒷걸음질치면서 남보다 앞서기를 바라는 일과 같은 것이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공자께서 위나라에 계신데 위나라에서는 공자님을 등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자기네가 지닌 재능을 이웃나라에서 쓰도록 한다는 것은 지혜로운 행위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청컨대 폐백을 정중히 갖추고 그 분을 맞아들이도록 하십시오.’” 계강자가 이 의견을 받아들여 소인들을 축출하고 이 말을 애공에게 알리니 애공이 이를 승인하는 것으로써 정식으로 초빙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공자는 13년 만에 노나라로 돌아오게 된다. 제자들에게 서둘러 수레를 준비시켜 위나라를 떠나 노나라로 돌아가자고 말하자 제자들이 그 까닭을 물었다. 제자들에게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좋은 새는 나무를 잘 살펴서 깃들고, 현명한 신하는 군주를 가려서 섬긴다.(良禽相木而棲 賢臣擇主而事)” 이것이 13년 동안이나 둥지를 틀 나무를 찾아 헤맸던 좋은 새, 즉 공자의 마지막 귀거래사(歸去來辭)인 것이다.
  • 단풍에 취한 가을 산행길 부상 조심

    단풍에 취한 가을 산행길 부상 조심

    만산홍엽의 눈부신 ‘단풍 산’이 부르는 계절이다.주 5일제 근무와 웰빙 열풍으로 올 가을은 어느 때보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그러나 마냥 즐거워 보이는 등산에도 복병이 있다.준비없이 산에 올랐다가 당하는 부상이 그것.전문의들은 “2∼3년 전에 비해 등산 인구가 1.5배 이상 증가할 만큼 산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안전 지식은 거의 전무하다.”며 “초보자는 물론 숙련된 사람도 등산에 앞서 충분한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산 부상 등산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특히 40대 이후의 중·노년층이 심신의 건강을 지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다.그러나 좋은 만큼 부상도 많다.등산 초보자나 불규칙하게 등산을 하는 사람 중 30% 정도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등산에서 얻는 대표적인 손상은 흔히 ‘알이 뱄다.’고 말하는 지연성 근육통.대퇴부나 종아리·허리근육 등에 피로 물질이 쌓여서 오는 근육통으로 2∼3일에서 7일 정도 지속된다.이런 경우 휴식과 함께 환부에 온습포로 20분 정도 찜질한 후 스트레칭을 하면 도움이 된다.평소 등산을 하지 않던 사람이 근육통 말고 가장 많이 입는 부상은 무릎관절,발목관절,허리손상 등이다.특히 운동량이 부족한 중년 이후의 나이에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신체 균형과 유연성 결여로 근골격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으며,더러는 연부조직 파열 골절과 관절연골 손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비만한 사람은 하산할 때 자신의 체중에 배낭 무게까지 더해져 무릎연골이 손상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이런 손상은 자신의 체력에 걸맞지 않은 코스를 택하거나 사전에 신체 유연성과 균형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결과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유연성과 균형감각 산에 오를 때는 몸이 허공에 떠있는 시간이 적고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신체에 가해지는 체중 부하가 늘어나 관절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반면 하산 때는 신체의 무게중심이 높고 허공에 떠 있는 시간이 많아 신체 불균형 상태에서 넘어져 얻는 손상이 많으며,충격 때문에 관절에 상해를 입을 수 있다.산은 경사 지형이기 때문에 다리를 움직일 때 근육의 근력 강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하며,신체의 전반적인 유연성과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산에 오를 때는 발바닥이 지면에 완전히 닿도록 해 안정감을 확보한 다음 무릎을 충분히 뻗어 펴면서 이동하는 자세가 좋다.무릎 각도가 어중간하면 체중 때문에 무릎관절에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내려올 때는 발바닥을 가볍게 지면에 접촉시키며 무릎관절을 살짝 굽혀 충격을 흡수하는 보행법이 좋다.또 시선은 발자국 앞에 둬 전신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풀기 (1)종아리 근육 스트레칭=벽이나 나무를 짚고 서 한쪽 다리를 살짝 굽히고 다른 쪽 다리를 쭉 뻗어 6초간 스트레칭하기를 5회 반복한다. (2)대퇴근육 강화와 유연성 운동=체중의 10분의1 정도 되는 배낭 등을 발목 위에 얹은 다음 무릎 각도가 0도에서 90도가 될 때까지 서서히 폈다 굽히기를 5회 반복한다. (3)발바닥 종 아치 만들기=오른 발을 왼발보다 반 걸음 앞에 둔 다음 체중을 왼발에 싣는다.오른쪽 발바닥이 지면에 완전히 닿도록 하고 발가락을 쭉 편 뒤 발바닥 중앙 부분을 들어올려 아치가 되도록 해 6초간 이 자세를 유지하기를 5회 반복한다.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하면 쥐가 날 수 있으므로 서서히 강도를 높이며,신발을 신고 해도 된다. (4)허벅지 스트레칭하면서 균형잡기=오른쪽 무릎을 뒤로 구부려 왼손으로 발등을 감싸쥐고 천천히 당겨 뒤꿈치가 엉덩이에 닿도록 한다.이 자세에서 6초간 균형을 유지했다 풀기를 5회 반복한다.처음에는 벽이나 나무를 짚고 해도 좋다. (5)엉덩이 조이기=서거나 앉은 자세에서 아래쪽 복부를 안으로 꺼지게 한 다음 항문쪽으로 양쪽 엉덩이를 꽉 조여 10초 동안 유지하기를 5회 반복한다.하산시 허리나 무릎에 통증이 증가될 때 이 자세를 유지하면서 내려오면 좋다. (6)상지 및 몸통근육의 유연성 운동=서거나 앉아서 턱을 가슴쪽으로 끌어 당긴다.이 상태에서 머리의 수평을 유지하면서 뒤쪽으로 쭉 밀어 준다.그 자세에서 양팔을 구부리고 양 손바닥은 몸 바깥쪽으로 향하게 편 뒤 가슴을 앞으로 내밀어 등 뒤의 견갑골을 꽉 조여준다.이 자세를 6초간 유지했다가 풀기를 5회 반복한다. (7)쪼그려 앉아 뒤꿈치 들고 균형잡기=완전히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팔을 앞으로 나란히 한 다음 서서히 발 뒤꿈치를 들어올린 자세를 6초간 유지하기를 5회 반복한다. ■ 도움말 안창식 서울보건대학 물리치료과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먼저 가마를 구워야 한다/강형기 충북대 교수 ·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올랐으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한다.그러나 개최 도시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월드컵은 엄청난 실패였다.경기를 앞두고 개최 도시의 관광업계는 많은 손님이 지역에서 숙박할 것을 기대했다.그러나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제에도 우리의 지방도시에는 숙박을 하면서 지역을 관광하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관광이란 ‘관국지광(觀國之光)’,즉 나라(지방)의 빛(光)을 보는 것이다.여기에서 빛이란 생활양식으로서의 문화를 의미한다.고유한 문화가 없는 관광이란 성립할 수 없다는 말이다.마찬가지로 고유한 문화가 없는 곳에서 축제만 따로 성공할 수 없다.월드컵축구대회라는 세기의 축제가 열려도 우리의 개최 도시에 외국인들이 숙박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는 서울만 보면 한국을 다 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사정이 이러한데도 거의 모든 지방은 입만 열면 관광도시요,문화도시다. 축제란 그 지역의 차별화된 공간과 차별화된 시간에 참여자들을 동화시키려는 제전이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세기의 축제,월드컵에는 지방마다 개성 있는 건물,아름다운 경관,다양한 음식,만나고 싶은 사람 등의 차별화된 공간을 준비하지 못했다.보고 느끼고 싶은 차별화된 시간(경기장면)은 TV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배달될 수 있다.따라서 외국인들이 지역에 오고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시간을 담는 차별화된 공간을 준비해야 한다.그러나 우리에게는 차별화된 그릇이 없다. 세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도시의 공통점은 그 도시 자체가 하나의 문화상품이라는 점이다.우리가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나라를 만들려면 차별화된 공간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과거 공업사회와는 달리 오늘날 지식사회에서 지역발전의 열쇠는 얼마만큼 유능한 인재를 결집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아름다운 환경과 문화가 있는 도시에 인재가 모이고 산업도 싹트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들은 어떠한가.누더기 같은 간판,메뉴판이 되어 버린 식당의 유리창,어느 도시에서나 같은 이름의 아파트 단지,주택과 술집들이 뒤섞여 있는 마을에서 주민의 삶은 지역공동체와 절연돼 있다.최근 이러한 도시에 또 하나의 간판이 덧칠되고 있다.문화도시라는 간판이 그것이다.도무지 그 지역 ‘답다’는 맛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거리에서 문화도시를 자랑하는 지자체 지도자들의 모습은 절망감을 안겨준다. 도시의 모습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정치를 집약하는 것이다.도시의 거주자들은 자신이 향유하고 있는 정치를 선택해온 그들의 정치의식과 함께 문화의식 내지는 문화수준을 도시라는 모습으로 표현하며 살아간다.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경관이나 관례를 통해 상식을 몸에 익히고 배우며 실천하게 된다.아름답고 질서 있는 마을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마을의 경관을 보존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가 최고의 교육장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시민의 ‘자치’라는 역사적 경험이 없었고,집안의 정원이라는 사적 공간을 중시하며 살아 왔다.이러한 생활양식은 경제 우선의 지배원칙과 결합하면서 ‘나뿐인 시민들’이 ‘나뿐인 건물’ ‘나뿐인 간판’을 만들어 ‘나쁜 건물’ ‘나쁜 간판’을 즐비하게 했고 결국 모두가 ‘나쁜 도시’의 ‘나쁜 시민’이 되고 있다.이처럼 ‘공적 영역의 의식’인 경관이 파괴된 우리의 도시는 월드컵대회에서 참담하게 증명된 것처럼 경쟁력이 없다. 그러나 마냥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도자기가 가마에서 구워지듯이 개인의 생활은 도시에서 영위된다.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를 구워야 한다. 그러나 가마는 망가뜨리면서 내 도자기만 굽겠다고 나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가마를 구워야 도자기를 굽는다.’는 기본 상식을 온 국민들이 공유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그래야 가정도 기업도 도시도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 ·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 [인사]

    ■ 서울대 △대학원장 李泰秀 ■ 인제대 (대학본부)△연구교류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全民鉉△연구교류부처장 李晟範△입학관리부센터장 金鎭相 金正久△평가기획부실장 沈美京△경리이사 徐甲洙(부설기관)△면역기능조절연구센터장 崔仁學△화학방재연구〃 鄭尙泰△창의력교육부〃 裵華秀△바이오헬스소재연구센터 부소장 宋英善△약물유전체연구센터 부센터장 沈周哲
  •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서울지하철이 오는 15일로 개통 30주년을 맞는다. 서울지하철은 1974년 8월15일 청량리∼서울역 구간에서 도심 대중교통수단으로 첫 선을 보인 뒤 30년만에 서울시내 하루 유동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000여만명을 실어 나르며 ‘시민의 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하지만 지하철은 때때로 경제난과 신병을 못이긴 서민들이 선로에 몸을 던지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수천억원에 이르는 빚더미를 안고 달리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서울인서울’은 지하철 개통 30주년을 맞아 콩나물시루 출근길과 심야 승객들의 퇴근길 풍경은 물론 볼거리 많은 역사와 지하철 사람들 등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서울지하철 24시간을 집중취재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30년만에 총연장 36배…세계 4위로 민족의 잔칫날인 1974년 제29회 광복절 때 온 국민들을 텔레비전 앞에 끌어모았을 정도로 관심을 끌며 첫 궤도를 밟았던 지하철은 그 뒤 30년 동안 서울은 물론 수도권 도심의 대동맥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서울시내를 오간 교통인구는 2968만명이다.이 가운데 지하철 이용자는 모두 1025만명이다.수송 분담률이 34.6%로 단연 1위다.반면 승용차는 26.9%,버스는 26%,택시는 7%에 머물고 있다.나머지는 오토바이,화물차,특수차 이용자로 5.1%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 서울 지하철은 8개 노선에 263개 역사와 전동차 3508량,노선거리 286.9㎞,연간 수송인원 22억명을 자랑한다.운행거리로 따지면 영국 런던,미국 뉴욕,일본 도쿄에 이어 세계 4위다.수송인원으로는 브라질 상파울루,도쿄 다음으로 많다.고작 7.8㎞ 구간으로 첫 발을 뗀 지 반세기도 안돼 초고속성장을 거듭했다.74년에 견줘 운행거리는 약 36배,역사 수는 29배로 늘어났다.하루 운행횟수도 296차례에서 4297차례로 15배 늘었으며 하루 수송인원은 23만명에서 5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땅 밑을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시 3000만 국민의 눈길을 끌며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했던 지하철도 초기 몇년간의 수송 분담률은 3%대에 불과했다.노선이 짧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시민들은 최도심 일부 구간만 움직이는 지하철이 신기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버스로 갈아타는 불편을 참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국가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현상이 극심해졌다.서울시는 ‘콩나물시루’를 떠올리게 하는 시내버스 등 만성적인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호선 개통 10년만인 84년 5월 강남과 강북을 원형으로 잇는 2호선 54.2㎞가 마무리됐다.이듬해인 85년 10월엔 서울을 X자로 관통하는 3·4호선 54.5㎞가 건설됐다.90년대 들어서도 3호선 지축역을 비롯해 양재∼수서간 연장구간,4호선 상계∼당고개와 사당∼남태령간 연장구간, 2호선 신정지선이 잇따라 개통됐다.이에 따라 20주년 때인 94년에는 총연장 131.5㎞에 114개의 역을 보유하는 위용을 뽐냈다. 96년 12월에는 방화∼상일·마천 52㎞를 잇는 5호선이,99년 7월엔 암사∼모란 구간의 8호선 17.6㎞에 지하철 길이 열렸다.이어 2000년 8월 장암∼온수구간의 7호선 42㎞,이듬해 3월에는 6호선 응암∼봉화산 31㎞가 개통됐다.마침내 2002년 4월엔 9호선 김포공항∼반포 25.5㎞가 착공됐다.바야흐로 3기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화려함 뒤에는 씁쓸한 기억도 많이 담겨 전동차도 처음에는 선풍기가 달린 전동차로 출발했으나 지속적인 투자로 냉방장치가 탑재된 최첨단 제어방식 ‘VVVF’ 전동차를 도입했다. 운임제도는 개통 초기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승차거리 만큼 부담하는 거리비례제였으나 3·4호선 개통 이후 지하철 규모가 커지면서 구역제로 개편됐다.역무자동화시스템(AFC)을 도입,승차권 발권에서 개·집표 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전산화해 지하철 운영 시스템을 몇 단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이후 경제난 등으로 재원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하철마저 ‘동맥경화’ 현상을 빚고 있다.게다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채 더미에 올라앉으면서 원래 목표인 분담률 50%에는 크게 밑돌고 있다. 질적·양적 성장 뒤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82년 현저동 지하철건설 공사장 붕괴사고,84년 영등포구청역과 89년 교대역 침수피해,89년 지하철노조의 3·16파업 등이다. 더군다나 공공성을 띠었다는 점 등의 부담 때문에 요금을 올려받기 힘들어진 데다 노선연장 등 추가건설에 따른 투자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스크린세이버 등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수천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야 하는 등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전력 사용량 ‘구리+의정부시’와 비슷 서울지하철공사와 철도청은 지하철 30년을 이끈 ‘개국 공신’임에도 서울도시철도공사라는 ‘신진 세력’의 등장으로 전동차 등 시설 노후화에 대한 세간의 ‘쓴소리’에 더욱 익숙하다.지하철에 얽힌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고물철’ 지적에 ‘벙어리 냉가슴’ 도시철도공사의 5∼8호선에서 운행 중인 전동차 1564량 가운데 10년 이상 지난 것은 한 량도 없다. 그러나 1∼4호선에는 10년 이상 된 전동차가 지하철공사의 경우 1944량 중 75.4%인 1466량,철도청은 1213량 중 45.6%인 553량이다.특히 20년이 넘은 전동차가 14.8%(469량)로 이들 대부분은 1·2호선에서 운행되고 있다. 까닭에 전동차에 설치된 모니터로 영화도 볼 수 있는 3∼8호선과 달리 편의시설이 부족한데다 이용객이 많아 ‘콩나물 시루’같은 1·2호선의 승객들은 불만이 아닐 수 없다.철도청 관계자는 “도시철도법은 전동차 교체를 위한 내구연한을 25년으로 못박아 임의로 교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다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와 시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지하철공사 관계자도 “2002년까지 신형 전동차의 70∼80% 수준이던 구형 전동차의 냉방기 용량을 높여 1·4호선에서는 5·6번째 전동차를 ‘약냉방 차량’으로 지정,운행할 정도”라면서 “또 2006년까지는 모든 차량의 실내인테리어도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하철은 전기먹는 하마? 전적으로 전기에 의존해 전동차가 움직일 뿐만 아니라,대부분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역사에 불도 밝혀야 하는 만큼 전력사용량도 엄청나다. 지하철공사는 한달 평균 7100만의 전력을 사용한다.이는 서울시 전체 전력사용량의 2.7%에 해당하며,구리시나 김포시의 전략사용량과 맞먹는다.도시철도공사의 전력사용량은 한달 평균 5500만로 의정부시의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연간 전기요금으로 지하철공사는 670억원,도시철도공사는 484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지하철공사는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큰 노후 전동차가 많아 전체 사용량의 71%를 전동차 운행에 쓰고 있는 반면,최신식 역사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도시철도공사는 55%만을 전동차 운행에 들이고 있다. 또 지하철역은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땅 밑 가장 깊은 곳이다.이 중 경기 성남시에 있는 8호선 남한산성역이 지상에서 지하철 승강장까지의 직선거리가 건물 15층 높이에 해당하는 56m로 가장 깊다.서울시내에서는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이 46m로 가장 깊고,노선별로는 ▲1호선 종로3가역 13m ▲2호선 이화여대입구역 30m ▲3호선 충무로역 28m ▲4호선 회현역 23m 등이 깊다. ●전력공급·통행방식도 차이 양 공사가 운영하는 구간에서는 1500V의 직류(DC) 전기가 흐르는 반면,철도청 운영 구간은 2만 5000V의 교류(AC)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까닭에 1호선 서울역∼남영역과 청량리역∼회기역,4호선 남태령역∼선바위역 등 3곳은 전력 공급방식 전환을 위해 전기가 흐리지 않는 ‘절연구간’이 존재한다.철도청 관계자는 “전기의 특성상 지상에서는 교류가,지하에서는 직류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면서 “순환운행하는 2호선을 제외하면 1호선 전동차는 좌측 통행을,3∼8호선 전동차는 우측 통행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승강장 길이는 1호선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에 이르는 9개역이 210m,나머지 1∼4호선의 역은 205m,5∼8호선은 165m 등이다.전동차 길이가 20m이기 때문에 1∼4호선은 10량,5∼8호선은 8량이 한 편성을 이루고 있다. 또 지하철에서 나는 ‘덜커덩’ 소리는 전동차 바퀴가 선로의 연결 부위를 지나면서 발생한다.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선로는 20m가 기본단위지만,용접을 통해 선로의 길이를 늘린다.”면서 “하지만 계절에 따른 선로 팽창률과 선로의 직선화 정도 등을 감안,지역에 따라 선로 길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선로 한개의 길이가 가장 긴 구간은 구파발역∼연신내역 사이로 1360m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지하철역엔 뭔가 숨었다 푹푹 찌는 날씨를 보인 7일 오후 4시 4·7호선 이수역 지하 1층에서는 경복고 록밴드 ‘사육신’의 공연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아 놓고 있었다. 이어 6시엔 ‘메트로 실버악단’이 트럼펫·기타·아코디언·하모니카 연주로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다.피아노까지 동원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6호선 녹사평역 지하에서는 공짜로 사랑하는 이와 백년가약을 맺을 수 있다.역사 유리지붕으로부터 29m 아래까지 햇살이 들어오고 벽면은 갖가지 작품과 유리로 장식돼 황홀한 느낌마저 풍긴다.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시민들이 쏟아져 지하 4층에 폐백실,지하 2층에 신랑·신부 대기실을 만들었다.청소·전기료도 받지 않는다.신랑·신부는 설레는 가슴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4층 전시장에 내려와 나란히 입장한다.피로연장도 갖췄다. 1·2호선 신도림역 열린 쉼터에서는 무료 법률상담이 달라진 ‘지하 세계’를 실감케 한다.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낮 12시 3명의 변호사들이 상담을 해준다.매주 화요일 같은 시간엔 세무,둘째 화요일 오후 2∼4시엔 의료,매일 오전 8시∼오후 6시엔 생활·결혼문제,매주 화요일 오후 2∼4시엔 청소년 상담이 펼쳐진다. 매일 역사 어딘가에서는 남다른 ‘끼’를 지닌 이들의 공연과 시범이 쏟아진다.예컨대 10일 오후 4시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는 배명고 랩 동아리 ‘FMT’가 무대에 오른다.11일 오후 6시30분 공덕역에선 송학봉·남화선·이차석씨의 트럼펫·피아노·클라리넷 연주회가 손님을 맞는다. 4호선 충무로역엔 다섯가지 재미가 있는 곳이란 뜻인 ‘오! 재미동’이 있다.1동엔 영화·디자인 등 예술서적 400여권과 국내외 잡지 37종을 갖췄다.2동에서는 희귀 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물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3동에서는 참가자 마음대로 영화도 만들어 보며 강의도 들을 수 있다.4동은 60석 규모의 무료 소극장,5동은 센터 바깥에 2개의 대형 스크린과 5대의 PDP로 영상물을 감상하도록 꾸민 휴식공간이다.월요일은 쉰다. 전동차 역시 메마른 지하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오는 31일까지 7호선 ‘달리는 문화예술관’에는 차량마다 여성작가들의 미술작품이 꾸며진다.7호선 온수∼도봉산 구간엔 ‘하늘이 내린 살아숨쉬는 땅-강원도’라는 주제의 환경열차를 오는 10월14일까지 하루 왕복 3차례 운행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지하철에선 무슨일들이… 한 비구니 스님이 울긋불긋한 초롱 모금함을 들고 전동차에 뛰어든다.이어 “제 얼굴 한번만 봐주세요.자비사 ‘지우’입니다.여덟살짜리 아이가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하소연이 들려온다.(2004.6.8.오후 1시30분 3호선 수서행) 대중교통의 견인차인 지하철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평일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쯤까지,길게는 하루 19시간 손님을 실어나르는 전동차는 연인들의 사랑,떠나보내는 아픔,일터에서 언제 나왔는지 뒤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의 고달픔을 함께 실어나르고 있다. 주5일제 확산으로 사실상 주말인 6일 오후 11시30분쯤 지하철 3호선 도곡행 3010호 전동차.러시아워를 한참 지난 탓인지 그다지 혼잡하지는 않은 가운데 초로의 나이로 보이는 남성이 경로석에 잠들어 누워 있었다.오른쪽 다리를 반으로 접어 좌석에 구겨넣고 왼쪽 다리는 길게 뻗은 채 때때로 고르지 않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출근길인 같은 날 오전 8시15분쯤 2호선 순환 전동차에서는 몸빼 차림에 배낭을 멘 한 여성이 선반 위에 놓인 신문들을 거둬들이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엄청나게 뿌려대는 무가지(無價紙)로 전동차가 어지럽혀지는 것도 최근 나타난 풍경이다.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경험이 있겠지만 바쁘게 내리다 보니 애지중지 여겨온 물건을 깜빡 하고 잃어버리는 일도 적잖다.서울지하철공사(1∼4호선)가 운영하는 구간에서 습득신고가 들어오는 분실물은 액수로 따지면 연 2억 3000여만원이나 된다.서울시내 지하철 유실물 반입은 지난 6월 168건,7월엔 무려 200여건에 이른다.이에 따라 서울·경기지역에 유실물센터를 일곱군데 개설해놓고 있다.승객들이 분실한 물건을 합치면 자그마치 10억원은 족히 된다는 얘기다. 지하철 승객들에게 언짢게 들릴 수도 있는 뒷얘기도 있다.직원들 사이에서는 ‘사고 3번은 나야 멈춘다.’는 표현이 통설처럼 전해지고 있다.자살사고 등이 발생하면 ‘안전 기원제’를 열곤 한다.특히 승강장이 밝으면 사고가 줄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무관하게 늘 밝게 유지한다. 대신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운행중단 사고가 나면 사고 지속시간이 30분 이하인 경우 대체 교통비로 5000원,그 이상이면 1만원을 승객들에게 지불한다.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있으면 환불만 해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1세대 기관사 정철영씨 “이름 정철영보다 비슷한 발음의 ‘전철역’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지난 1974년 지하철 개통 당시 30명의 ‘1세대’ 기관사 가운데 가장 신참이었지만,30년의 세월 앞에 현직에 남아 있는 유일한 기관사이자 지하철 역사의 산증인이 된 정철영(57) 신정승무사업소장의 지하철 사랑은 남다르다.“약관의 나이에 철도국(현 철도청) 직원의 집에서 가정교사를 했던 인연이 철도 기관사를 거쳐 지하철에 몸담은 지금까지 지속될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지하철이 생긴다는 소식에 주저없이 지원한 선택과 이후 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생활에 후회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지하철 개통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개통행사를 치렀지만,당시 육영수 여사가 서거하는 불상사가 발생해 행사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개통 이후 아침부터 밀려든 시민들은 신기한 듯 지하철을 타면 내릴 생각은 않고 왔다갔다 했고,말끔히 단장된 역사에서는 구경나온 시민들이 둘러앉아 도시락을 까먹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기관사로 줄곧 근무하던 정 소장은 80년부터 열차운행을 통제하는 사령실로 근무지를 옮겼으며,84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개통을 앞두고 있던 3·4호선의 열차운행 자동화업무시스템 제작에 참여했다.이어 94년에는 다시 영국에 가서 2호선의 기존 설비를 개선하는 데 공헌했다.즉 전동차 하나하나,설비 여기저기에 정 소장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게다가 지난 99년부터는 기관사 등 승무원을 관리·양성하는 종로·성수·신정승무사무소 등에서 줄곧 근무하며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사소한 지하철 사고 소식에도 시민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이 앞서곤 한다.”면서 “지하철 30년의 역사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터”라고 말했다. 기차나 지하철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눈을 뗄 수 없다는 정 소장도 내년이면 정년이다.정 소장은 “부부도 30년을 같이하면 최고로 느껴지는데,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소회가 달리 느껴지겠습니까.”라며 말을 맺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DJ역장’ 김만오씨 “작은 노력 하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DJ 역장’으로 더욱 유명한 김만오(56) 경복궁영업사무소장의 말이다.김 소장이 이같은 별명을 얻게 된 것은 1995년 ‘환승 지옥’으로 일컬어지던 신도림역무소장을 맡으면서부터다.“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뛰지 맙시다.’ 등의 딱딱한(?) 멘트로 시작한 역내 방송이 계기가 됐다.”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시민들에게 한발짝 다가선다는 취지에서 차츰 멘트에 위트를 섞고,노래를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97년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신촌역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랩댄스와 힙합 등 젊은이 취향의 노래를 선곡,신촌 대학가의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했다.“방송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시민들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면서 “98년 연·고전 당시에는 초청받아 축제 무대에 서기도 했다.”고 귀띔했다.이어 현재의 자리에 부임한 2001년부터는 김 소장의 책임 하에 있는 9개역(3호선 지축역∼경복궁역 구간)으로 방송 활동영역을 넓혔다.특히 지난해 6월부터는 당시 강경호 지하철공사 사장의 특별지시로 지하철 1∼4호선 114개 모든 역사에서 김 소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시스템상의 문제로 모든 역에 생방송을 할 수 없어 직접 녹음·편집한 90분짜리 테이프를 각 역에 나눠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자비를 들여 편집·녹음장비들을 구입,한때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하지만 큰아들 정균(23)씨와 막내딸 덕교(20)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여전히 어눌하다는 생각이 앞선다.”면서도 “저의 존재 이유는 시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퇴직하는 그날까지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어느 역사에서는 DJ 역장의 “탈법을 일삼는 사람,오늘도 큰소리 뻥뻥 칠거야?’라는 목소리 뒤에 흘러나오는 가수 송대관의 ‘큰소리 뻥뻥’에 환한 웃음을 짓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여성기관사 김현정씨 “앞으로 30년 동안 더욱 편하고 안전한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하철 전동차를 운행한 지 1년 남짓 지난 ‘새내기’ 여성 기관사 김현정(30·서울도시철도공사 신풍승무사무소)씨는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지하철 개통 30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서울지하철공사의 경우 960여명의 기관사 가운데 여성은 한명도 없다.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850여명의 기관사 중 여성이 1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특히 김 기관사는 지난 2002년 말 기관사 채용시험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28명의 신참 기관사 가운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3개월의 이론과정과 6개월의 실습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지하철 7호선 운행 기관사로 정식 배치됐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놀랍다는 모습으로 악수를 청하면 비로소 기관사가 됐음을 실감한다.”고 미소지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 기관사가 전공과 전혀 무관한 기관사에 도전하게 된 데는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됐다.“대학 재학 시절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제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성 기관사를 본 뒤 그 존재를 알게 됐고,이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힘들 거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자동화시스템이 갖춰져 간단한 기계 조작만으로 수백t의 전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성들도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적극 추천한다.“남녀 차별이 없을 뿐만 아니라,근무 여건이나 처우 등도 일반 사기업에 비해 좋은 편”이라면서 “다만 기관사는 전기·전자·기계분야에서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이 있거나,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어 사전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기관사는 “다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상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신경써야 한다.”면서 “전동차 문을 여닫을 때 CCTV 등으로 확인하지만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어 문에 끼이는 등 사고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보다 여유를 갖고 승하차하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씨줄날줄] 박정희 논란/이목희 논설위원

    40,50대 중장년층 상당수에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아직도 ‘공주’다.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다닐 때까지 대통령은 ‘박정희’ 한 사람이었다.박 전 대통령의 딸로,한때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했으니 범상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 박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던 시절,유심히 지켜봤다.어떤 정치 초년생보다 기자 접근이 어려웠다.좋게 보면 신비스러웠고,나쁘게 보면 서민적이지 못했다.‘4·15총선’을 거치면서 박 대표의 이미지는 대중적인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하지만 지금도 여러 면에서 가까이 하기 어렵다.그만큼 그에게서 ‘박정희’를 탈색시키기가 쉽지 않다. 박 대표가 청와대·여당을 향해 국가 정체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사상논쟁이 벌어지면서,웬 색깔론이냐는 비판도 나온다.평범한 야당 대표였다면 그 정도에서 그쳤을 것이다.박 대표가 전투를 주도하는 바람에 논전은 ‘박정희 평가’로 방향이 틀어졌다. 친일진상규명법을 개정하려니 박 전 대통령의 일제시대 행적이 걸렸다.의문사 조사범위를 확대하려 하면 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을 깎아내리려 한다는 반발이 나왔다.여권과 박 대표 모두에게 스트레스다.열린우리당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친일규명 대상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여권은 의문사위를 국회로 이관해 여야 협의로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박정희 논란’은 여야간 문제만이 아니다.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공(功) 70%,과(過) 30%”라면서 “박 대표가 큰 정치인이 되려면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야당 내에서도 박 전 대통령 ‘계승론’과 ‘절연론’이 맞붙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복잡한 상황 아래에는 정파 사이의 상호 불신이 깔려 있다.박 대표가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르면서,일련의 여당 입법이 그를 깎아내리려는 것이란 지레 짐작이 나온다.박 대표는 불쾌해하고,정국은 꼬여만 간다.박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올해로 25년.이왕 이렇게 됐으니 적절한 시점·방법을 택해 화끈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어떨까.친일규명법 등은 ‘박정희’를 잊고 정도대로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바람둥이 소문은 거짓 사우디와 유대는 여전”

    |제네바 연합|테러단체 알카에다를 지휘하는 오사마 빈 라덴의 스위스 출신 형수 카르멘 빈 라덴이 쓴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삶의 기록이 이미 18개국에서 16개 언어로 출간된 데 이어 14일 미국에서 영어판으로 나온다.‘왕국의 내부’라는 제목의 이 책은 지난 1974년 예슬람 빈 라덴과 결혼한 뒤 9년동안 사우디에서 살다가 두 딸과 함께 스위스로 돌아온 카르멘의 눈으로 본 오사마 빈 라덴과 그 일가의 삶을 담고 있다. 현재 제네바에 살고 있는 그녀는 책 홍보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 전 AP통신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9·11테러 이후에도 다른 24명의 형제들이 오사마에게 보이는 존경심을 보고 그의 가문이 겉으로는 그와의 절연을 선언했지만 그에 대한 지원을 끊었을 리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위스인 아버지와 이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카르멘은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두 딸에게 왜 사우디를 떠나 14년째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녀는 사우디 정부가 오사마의 사우디 국적을 박탈했지만 오사마 빈 라덴이 사우디 왕가와도 여전히 유대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빈 라덴의 형수인지 처제인지 불분명했던 그녀는 빈 라덴을 분명하게 시동생이라고 지칭하며 오사마가 사막의 열기로 허덕이는 갓난 아들에게 물병을 물리지 못하게 하고 숟가락으로 떠먹이도록 할 정도로 코란에 명시된 원칙에 충실했다고 말했다.오사마가 베이루트에서 바람둥이 노릇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내가 알기론 그는 언제나 경건한 자세를 보였고 가족들도 그의 신앙심을 존경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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