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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딩 관통하는 고가도로 나온다

    앞으로 서울시내에서도 상업건물을 관통하는 고가도로와 아파트 지하에 있는 지하철역 등을 볼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24일 도시계획시설 부지를 복합적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허용 범위와 운용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도시계획시설 부지는 도로와 철도, 공공청사, 학교, 병원 등 53개 시설이 들어서는 땅이다. 현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이 부지에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일반 건축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일정한 범위를 정해 입체적으로 도시계획시설이 결정된 때는 예외이지만 그동안 명확한 범위와 기준 미비로 규정을 활용하지 못했다. 시 기준안은 하나의 부지에 두개 이상의 도시계획시설을 수평이나 수직으로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지하에는 주차장을 설치하고 지상에는 도서관을 짓거나 같은 땅에 공공청사와 도서관을 함께 건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민간이 소유한 토지나 건축물 공간의 일부에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할 수도 있다. 아파트 지하에 있는 지하철 역이나 상업용 건물을 관통하는 고가도로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또 철도와 공공청사 등 13개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고 남은 공간에 일반 건축물을 지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지하철 차량기지를 복개한 자리에 아파트나 업무용 빌딩을 건립할 수 있다. 장래황 시설계획과장은 “도시계획시설의 중복·복합화를 활용하면 대규모 토지수용으로 인한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공 재정을 절약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부족한 토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CEO 칼럼] 삼한사온(三寒死溫)… 삼한사온(三寒四溫)/고광현 애경산업 대표

    [CEO 칼럼] 삼한사온(三寒死溫)… 삼한사온(三寒四溫)/고광현 애경산업 대표

    어릴 적 고향 대전의 겨울을 아련히 떠올리면 추억이 참 많다. 친구들과 해질녘까지 놀다가 집에 오면 손등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마치 가뭄 때 논바닥 같았다. 검붉은 두 손을 따뜻한 물에 담그면 고통스러우면서도 묘한 쾌감이 들곤 했다. 그때도 참 매섭게 추운 날씨였지만 따뜻한 기억들로 남아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우리 아이들이 춥다고 호들갑을 떨면 나의 어린 시절은 더 추웠노라고, 요즘 추위는 거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말해주곤 한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요즘 추위도 여간 매서운 게 아니다. 오랜만에 어릴 적 추위를 떠올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 추위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맞게 춥고 더운 것이라면 모를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이라 하니 더욱 그렇다. 몇 년 전부터 사계절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봄, 가을이 사라지다시피 해 여름과 겨울이 무척 길어졌다. 지난해 봄에도 한참 동안이나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이 지속되더니, 올겨울은 한반도 겨울의 상징인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사라져 한(寒)만 있고 온(溫)은 온데간데없다. ‘삼한사온’(三寒死溫)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인류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면서 오존층이 파괴된 데서 비롯됐다. 혹한(酷寒), 혹서(酷暑), 홍수 등 악순환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의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지구온난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과 접한 공기층의 온도가 상승하고 이 압력으로 아시아와 유럽 북쪽으로 찬 공기가 밀려와 혹한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추워지는 역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근 50일 이상 한반도 곳곳을 휩쓸며 무려 20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를 살처분한 끔찍한 구제역 재앙도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상혹한과 구제역 사태에서 다시 한번 환경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된다. 과거에 환경문제는 현실이 아니라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교과서에서 우리는 후세를 위해 우리 강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최근의 이상기후를 보고 있노라면 당장 우리에게 닥친 문제라는 점을 실감한다. 후세가 아니라 나 자신의 편안한 삶을 위해 친환경이 대두된 것이다. ‘친환경 경영’을 올해 기업경영의 화두로 삼고 있는 나 자신도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방안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곤 한다. 양치질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기만 해도 매번 10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평생으로 따지면 약 55만ℓ라고 하니, 결코 적지 않다. ‘조금 적게’이거나 ‘꼭 필요한 만큼만’ 써도 친환경은 가능하다.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화장지, 복사용지 등 소모품을 조금 적게, 꼭 필요한 만큼만 쓰고 더 나아가서는 친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와이드 슈머’(Wide-sumer·넓다와 소비자의 영단어를 합친 말로 넓은 시야를 갖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신조어)가 돼 보는 것도 괜찮겠다. 많은 기업이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친환경을 매우 중시하면서도 제품 가격이 좀 더 비싸거나 조금이라도 성능이 떨어지면 이를 결코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같은 조건이라면 친환경 제품을 택하겠다는 의견이 무려 80%에 달하지만, 알뜰한 소비자들은 실제 구매 시에 친환경 제품보다는 값싼 제품을 더 선호한다. 결국 소비자의 자발적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 큰 편익을 제공하고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가 기업에 있는 셈이다. 이런 게 요즘 얘기하는 ‘스마트 그린’이 아닐까. 겨울철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중국이나 일본 출장을 갈 때는 짐을 최대한 줄여 탄소배출량 감소에도 동참해야겠다.
  • [서울플러스] 연말정산 상담 서비스

    서초구(구청장 진익철) 연말정산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연말정산 상담서비스를 운영한다. 다음 달 28일까지 오케이민원센터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받을 수 있다. 설 연휴가 있는 주를 빼고 매일 운영된다. 상담 세무사가 직접 진행하며 세금상담과 세금절약 노하우도 배울 수 있다. 오케이민원센터 2155-6275.
  • 정부청사 일회용컵 없애기 ‘용두사미’

    정부청사 일회용컵 없애기 ‘용두사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18일 환경부와 손잡고 일회용컵 없는 매장 만들기를 선언하면서 한때 떠들썩하게 전개됐던 관가의 ‘일회용컵 없애기’ 운동의 실효성 여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서울신문이 18일 세종로·과천·대전 정부종합청사를 대상으로 ‘종이컵 없는 청사’ 시행 여부를 파악한 결과 시도는 있었으나 성과는 거의 없는 일회용 정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청사가 일제히 ‘종이컵 없는 청사’ 만들기를 시도한 것은 2009년 5월. 환경부가 ‘일회용품 줄이기 추진계획’ 권고 공문을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에 띄우면서부터였다. 당시 환경부는 자원절약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해 공공기관의 상주 직원들에게 개인용 다회용컵(머그잔)을 사용하고 방문객용으로도 다회용컵을 비치하게 하는 실천수칙을 마련했다. 단, 어쩔 수 없이 사용한 종이컵은 회수대를 설치해 철저히 재활용하는 쪽으로 유도했다. 캠페인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경우는 전 직원들에게 다회용컵을 일괄 지급하기도 했다. 캠페인 이후 청사 내 상주 직원들의 다회용컵 보유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당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의 경우는 본부 직원 760명 가운데 570명(75%)이, 지식경제부는 전체 811명 가운데 750명(92%)이 다회용컵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종이컵을 다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 부처의 머그잔 보유 실태를 집계 중”이라면서 “우리 부의 경우 일회용 컵 대신 개인컵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국장실의 경우 손님들이 있어 일회용컵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과천 사회부처의 한 사무관도 “처음엔 개인용컵을 사용했지만, 일일이 씻기가 번거로워 일회용컵 사용 횟수가 늘고 있다.”면서 “세제를 이용한 세척으로 물 사용량이 늘어나면 경제적으로는 더 손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세종로 중앙청사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캠페인을 통해 전체 상주 직원(4140명)의 90% 이상이 머그컵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이를 사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라면서 “게다가 하루평균 1000명이 넘는 청사 방문객들에게까지 친환경 잣대를 들이대는 건 더더구나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로 청사에서는 한때 민원실 등 외부인용 자판기 컵을 다회용 플라스틱으로 대체했으나, 세척과정에서의 위생 논란으로 결국 종이컵을 몰아내지 못했다. 정부대전청사도 마찬가지다. 대전청사는 환경부의 권고 캠페인에 한발 앞서 2006년 자발적으로 일회용컵 줄이기 운동을 펼친 곳이다. 친환경 정책의 하나로 청사 내 자판기와 일부 사무실 컵을 플라스틱 재활용컵으로 바꾸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으나, 위생 및 비용 문제로 얼마 못 가 유야무야됐다. 한편 스타벅스는 25일 서울 매장 29곳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전체 330개 매장 안에서는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금까지는 손님의 취향에 따라 다회용컵(머그잔)과 종이컵을 함께 사용했다. 개인 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가격을 300원 할인해 준다. 매장 밖으로 커피를 가져가는 ‘테이크 아웃’ 판매는 현행처럼 일회용컵이 제공된다. 유진상·황수정·박승기기자 sjh@seoul.co.kr
  • 백화점·호텔 실내 20도 이하로

    정부는 1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최근 고유가, 전력수요 급증 등 에너지 위기상황을 넘기기 위한 ‘2011년 에너지수요전망 및 대책’을 마련, 발표했다. 백화점, 호텔 등 주요 건물의 실내온도를 제한하고 전철 운행 간격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철 운행간격 1~3분 늘려 지식경제부는 우선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4주 동안 2000TOE(석유 1t 연소 시 발생하는 에너지)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는 백화점과 호텔 등 전국 441개 대형 건물의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제한한다.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지 않는 건물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을 내리고, 추가 적발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전력피크 시간대 전력사용을 분산하기 위해 오전 10시~낮 12시에는 수도권전철 등 도시철도의 운행간격을 지금보다 1~3분 늘린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하루에 55만㎾ 정도의 전력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백화점 등 대형 건물의 온도 제한으로 10만여㎾, 지하철 운행 간격 조정으로 5만여㎾, 난방기 가동 10분 멈추기로 40여만㎾를 절약한다는 것이다. ●전력 피크 시간에 난방 강제 중단?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백화점 등 에너지 다소비 건물들은 이미 실내온도를 20도로 맞추고 있고, 지하철 운행 간격 조정으로 줄일 수 있는 전력량도 얼마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전력 피크 시간인 오전 11시~낮 12시 전국 대형 건물들이 10분씩 돌아가며 난방을 멈추는 것에도 회의적이다. ●백화점 등 이미 실내온도 20도 백화점, 대형마트들은 느긋하다. 고객들이 실내온도가 높으면 불쾌함을 느끼기 때문에 정부의 조치 이전에도 알아서 권장 온도에 맞춰 왔다는 것이다. 오히려 많은 조명 아래 고객 밀집도가 순간적으로 올라가 예기치 않게 실내온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7일 각 매장에 업무 협조문을 내려보내 개인 난방·전열기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또 조명 격등제를 시행하는 한편 시민단체 또는 정부기관의 불시 검사에 대비해 층별로 하루 네 차례, 4개 지점에서 실내 온도를 자체적으로 측정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등은 사원들을 대상으로 멀티탭 전원 끄기 운동을 벌인다. 신세계백화점은 겨울철 오전 9~11시 3시간 동안 출입구가 있는 지하층 또는 1층에만 난방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당일 아침 온도에 따라 난방 시간을 줄일 방침이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료를 올려 수요 관리에 나서는 것이 가장 올바른 정책이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다.”면서 “녹색성장을 외치는 정부가 언제까지 에너지 과소비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박상숙·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에코마일리지 현금처럼 쓰세요

    서울시는 에코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에코마일리지 카드제’를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도입한 에코마일리지는 에너지를 절약해 온실가스 감축에 이바지한 개인이나 단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현재 시내 35만 가구와 1110개 학교, 2473개 공공기관, 1201개 아파트단지, 2만 728개 사업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에너지를 절약할 때 월 최대 1만 마일리지, 연간 최대 10만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면 판매액의 1~5%가 적립된다. 시는 이번에 우리은행, SC제일은행, 기업은행, 농협, BC카드,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에코마일리지 가입자가 제휴 카드사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멤버십카드 등을 발급받아 평소 적립한 마일리지를 아파트 관리비나 이동통신 요금, 지방세 납부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마일리지에 따라 친환경제품만 지급됐다. 또 세종문화회관과 한강유람선, N서울타워 등 각종 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에코마일리지 홈페이지(ecomileage.seoul.go.kr)에 회원 가입한 뒤 가까운 제휴 은행 또는 카드사를 방문하면 된다. 시는 하반기에 하나SK카드, 씨티은행과도 제휴를 맺고 에코마일리지 카드를 발급할 예정이다. 또 기존에 전기와 수도, 가스 등 에너지 절감 실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줬으나 대중교통 이용과 친환경제품 구입 실적을 기준으로도 마일리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피크타임 난방 중단 모두가 동참하자

    혹한이 장기간 전국을 휩쓸면서 전기 사용량이 결국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어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영하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지는 바람에 낮 12시 기준으로 최대 전력수요가 7313만 7000㎾까지 올라간 것이다. 이는 지난 10일 기록한 7184만㎾를 이레 만에 넘어선 수치일 뿐만 아니라 정부가 동절기 최고치로 예상한 7250만㎾보다 80만㎾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예비전력은 404만 2000㎾에 불과해 위험 수위인 400만㎾에 육박했으니, 대규모 정전 사태 등 그동안 우려한 ‘전기 대란’이 코앞에 닥친 꼴이 됐다. 한파가 지속되자 정부는 지난 12일 국민에게 담화문을 발표해 과도한 전기난방과 불필요한 전기 소비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어 어제부터 전 공공기관에서 에너지 절약을 강화하도록 긴급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절전은 공공기관에만 떠맡길 일이 결코 아니다. 전국민이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하고 피크타임인 오전 11시∼낮 12시와 오후 5∼6시에는 난방기기 사용을 자제하며, 평상시 내복을 입는 습관을 들이는 등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겠다. 예비전력이 부족해지면 전기 품질에 민감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된다. 산업생산에 직접 피해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온풍기, 전기장판, 전기히터 등 전기기구를 주 난방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은 우리사회에서 소득이 낮은 계층이다. 따라서 정전사태가 생기면 그 피해는 대안이 없는 사회적 약자가 떠안게 된다. 그러므로 한겨울에 내복을 입지 않는다거나 실내에서 반팔 차림으로 있는다는 건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절전에 적극 나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산업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피크타임에 난방을 잠시 중단하는 건 물론이고 가정·직장에서 전기 스위치를 하나라도 더 끄는 노력을 벌여 이 겨울을 다 함께 따뜻하게 나자.
  • 공공기관 전력피크시간 난방기 중단

    정부는 16일 겨울철 전력난 해소를 위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 공기업 등 모든 공공기관에 전력 피크 시간대 난방기 사용을 1시간씩 중단하라는 내용의 긴급 에너지절약 강화지침을 시달했다. 전력피크 시간대는 오전 11시∼낮 12시, 오후 5∼6시다. 모든 기관은 적정 실내온도를 섭씨 18도 이하로 유지해야 하고, 승강기 운행도 절반으로 축소 운영하도록 했다. 행정안전부는 일과시간 중 개인 전열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내복입기를 권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앞으로 각 공공기관의 에너지 절약 준수 실태를 불시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청사 입주기관의 에너지 사용 현황을 분석, 공개해 에너지 절약 실천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계속되는 한파로 최대 전력수요가 7250만㎾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범국가적인 에너지 절약 동참이 절실하다.”면서 “전력난이 더 심각해지면 경관조명 소등조치 등 보다 강력한 에너지 절약 시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영하 10도이하 계속땐 일부 정전 우려

    영하 10도이하 계속땐 일부 정전 우려

    강추위로 전기난방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력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영하 10도 이하 한파가 계속될 경우 일부 정전 사태가 우려된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12일 겨울철 난방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 수급 비상 상황과 관련해 에너지 절약 동참을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최 장관은 “오늘(12일)도 영하 11도 이하로 내려가는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최대 전력수요(전력피크)가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수요가 급증하면 예비전력이 비상 수준인 400만㎾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경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낮 12시 최대전력수요가 7184만㎾를 기록하면서 올겨울 들어 세번째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예비전력은 비상 수준에 근접한 407만㎾까지 내려갔다. ☞ 이상한파에 전력 수급 ‘초비상’ 사진 보러가기 최 장관은 “상황이 악화될 경우 일부 지역에 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값싸고 편리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무실과 가정에서 전기히터 사용만 자제하더라도 약 300만㎾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이 정도 양이면 150만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겨울 전기난방 수요는 약 1700만㎾로 전체 전력수요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최 장관은 “겨울철에는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4~6시에 전력수요가 가장 많다.”며 이 시간대에는 꼭 필요하지 않은 전기 사용을 줄이고, 전기난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상 한파탓 전기난방 2004년보다 2배 급증

    이상 한파탓 전기난방 2004년보다 2배 급증

    정부가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할 정도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주요 원인은 이상 한파로 인한 전기난방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있다. 또 경기가 회복되면서 산업용 전력 소비량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12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기온풍기와 바닥전기장판, 전기히터 등의 보급 확대로 전기난방 수요는 매년 증가했다. 올겨울 전기난방 수요는 1700만㎾로 2004년 겨울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다. 전기난방 수요의 급증은 전기요금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해서다. 도시가스와 등유 가격은 2004년 대비 45% 인상된 반면 전기요금은 1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전기 사용량은 49% 늘었으나 등유 사용량은 55% 줄었다. 경기회복에 따라 전체 판매량의 54%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 소비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 소비량은 12.5% 증가해 총 전력소비량 증가율 10.3%를 웃돌았다. 지경부는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경우 최대 전력수요가 7250만㎾까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예비전력이 비상 수준인 400만㎾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예비전력이 부족해지면 전력 주파수 및 전압조정이 어려워져 전기 품질에 민감한 산업의 경우 피해를 볼 수 있고, 100만㎾급 원전 등 대용량 발전소가 고장 날 경우 일부 지역이 정전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경부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관계자들이 참여한 전력수급대책본부를 가동하면서 비상상황 대비에 들어갔다. 신규 발전소 건설과 발전기 정비일정 조정 등을 통해 공급 능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대규모 공장과 사전 약정을 통해 전력 피크를 억제하기로 했다. 지경부는 5대 에너지 절약 실천 항목으로 ▲20도 이하 실내 난방온도 준수 ▲근무시간 전열기 사용 자제 ▲전력수요 피크 시간대(오전 10~낮 12시, 오후 4∼6시) 전기난방 자제 ▲4층 이하 계단 이용 ▲점심·퇴근시간 소등 및 플러그 뽑기를 제시했다. 최경환 장관은 이날 “공급능력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겨울철에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최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전력 공급 비용을 증가시켜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를 이용한 난방이 대중화되고, 경제가 꾸준히 회복세를 탄 상황에서 정부가 겨울철 전력 수요 증가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실제 이번 담화문도 지난해 이맘때 최 장관이 발표했던 담화문과 대동소이하다. 정부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근본 대책을 내놓지 않고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삼성전자 “생활가전 5년 뒤 세계 10% 점유”

    삼성전자가 2015년 생활가전 부문 매출 목표로 300억 달러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생활가전 매출은 100억 달러를 넘었다. 홍창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11일 ‘2011년형 삼성하우젠 스마트에어컨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2015년까지 생활가전 부문 매출을 300억 달러 이상, 세계 시장점유율 10%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사장은 “생활가전 분야의 신성장사업으로 물과 공기, 스마트그리드, 헬스케어 등 4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지역 기반 강화와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에너지효율과 청정 기능이 대폭 향상되고 원격조정 기능이 탑재된 2011년형 삼성하우젠 스마트 에어컨 신제품을 발표했다. 이날 선보인 신제품은 에너지효율 1등급을 획득, 기존 제품 대비 최대 87%까지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청정 능력은 일반 에어컨의 최대 5배에 달한다. ‘스마트 온’이라 불리는 네트워크 기능을 채택해 휴대전화를 통해 외부에서 에어컨을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에어컨 제품 출시를 맞아 오는 17일부터 3월 31일까지 ‘스마트한 예약 대축제’ 행사를 진행한다. 이 기간에 삼성 스마트 에어컨을 구입하면 4~5월 황사가 올 경우 최고 4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7월 이후부터 6개월 무이자 할부로 결제할 수 있는 혜택이 부여된다. 삼성하우젠 스마트 에어컨의 출고가는 프리미엄 홈 멀티 모델이 400만~500만원대, 스탠드형 모델은 200만~300만원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서울플러스] 에너지절약 우수단체에 2곳 선정

    서초구(구청장 진익철) 반포동아파트와 방배래미안타워가 에코마일리지 에너지절약 실천 우수단체로 선정됐다. 서울시 참여 아파트 1201가구 가운데 모두 20개가 선정됐다. 관내 2개 아파트에는 1000만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되며 상금은 녹화조성비, 고효율시설비 등에 활용된다. 기업환경과 2155-6468.
  • [물가가 걱정이다] “미시대책 한계…정부 거꾸로 간다” “인플레 기대심리 서둘러 차단해야”

    전문가들은 물가급등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취할 조치로 기준금리 인상을 꼽았다. 특히 물가가 크게 급등할 올 상반기에만 기준금리 0.5%포인트 정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더불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기에 차단하는 물가안정 대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물가정책과 관련, 전문가들은 대체로 박한 점수를 줬다. 물가를 잡는다면서 공무원 봉급을 5.1% 인상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공공요금 동결 등을 포함해 지나친 ‘미시 대책’에만 치우쳤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지금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밖에 없다.”면서 “물가 정책은 금리·환율 조정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한 한도 내에서 선별적 가격 통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도 “물가는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로 가야 잡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다소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할 것”이라면서 “1분기에 0.25%포인트씩 높여 올 상반기에만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도 “과도하게 낮은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을 필두로 원자재 비축과 유통구조 개선 등 물가와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5% 경제성장률과 3%대 물가상승률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품목가격 관리 식의 물가 잡기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5%라는 경제성장률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 조정을 통한 안정적인 경제 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플레 기대심리를 서둘러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현재의 물가상승 압력은 수요보다 공급 요인에 의한 압력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공공요금이나 서비스요금을 동결하고 전세가격 안정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지금 당장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를 늦춰 물가 부담을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상승 압력과 관련, 정부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본부장은 “원·부자재값 상승에 따른 장기적인 수급계획을 검토하고 유통 과정에서의 담합과 독점 등 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 기능 강화도 정부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송희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팀장은 물가 변동에 따른 임금인상 연동제를,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휘발유 등에 탄력세를 적용해 세금을 낮춰주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최근 물가 상승의 원인이 대외적 요인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하면 정부뿐 아니라 다른 경제주체들도 물가 안정에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나 개인도 수요를 억제해 물가 인상에 대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개인들은 에너지 절약 운동을 생산자는 에너지 효율을 강화하거나 원자재를 덜 쓰면서 물건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수요를 줄이는 대책이 경제 주체별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희·오달란기자 haru@seoul.co.kr
  • 새해결심 앱 도우미로 꼭 성공하세요

    새해결심 앱 도우미로 꼭 성공하세요

    스마트폰이 일상에 깊이 파고든 요즘 새해 준비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이하 앱)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연 등 새해 결심을 다잡아 주거나 연말정산을 도와주는 등 한해의 시작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앱들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새해 금연 결심이 흔들리는 이들은 ‘금연 다이어리’(왼쪽·애플 앱스토어·무료)를 활용하면 좋다. 금연 다이어리는 금연 날짜를 세어 주는 기능과 함께 금연으로 아끼게 되는 금액 및 시간, 수명 연장 등 금연 효과를 함께 보여 준다. 특히 혼자서 금연 다짐을 지키기 어려운 이들은 금연일기를 트위터에서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해 줄 수 있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이나 구직자들을 위해 시험정보를 제공하는 앱도 있다. ‘2011 시험일정’(오른쪽·애플 앱스토어·무료)은 올해 예정된 토익·텝스 등 어학시험과 컴퓨터·금융·공인중개사 등 각종 자격증 관련 시험 일정을 안내해 준다. ‘13월의 월급’이라고 일컫는 연말정산 시기가 다가오면서 ‘국세청 연말정산 2010’(T스토어·애플 앱스토어·무료)도 인기다. 이 앱은 예상환급 및 납부 세액을 간편하게 계산해 볼 수 있고 세금절약에 도움이 되는 노하우도 제공한다. 올해 달라진 점을 포함해 연말정산과 관련한 상세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가까운 세무서 정보를 확인하는 동시에 국세청 126콜센터로 바로 연결하는 기능도 있다. 연초에 한해의 운세를 점쳐 보는 이들을 위한 앱도 다양하다. T스토어에는 ‘토정비결2011’(유료), ‘손금풀이’(무료), ‘포토관상’(무료) 등이 인기 순위 상위에 올라와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2011 토정비결S’(무료)는 사주에 따른 올해 운세를 비롯해 로또운세, 궁합 등을 볼 수 있다. 단, 회원 가입이 필요하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전력 비상!

    연일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최대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7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오전 11시 최대 전력수요는 7142만㎾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6시에 기록된 종전 최고치인 7131만㎾를 경신한 것이다. 이날 최대전력시 공급능력은 7593만㎾로 예비전력은 451만㎾(예비율 6.3%)로, 낮아졌다. 예비전력 451만㎾는 비상 수준인 400만㎾에 근접한 것이다. 지경부는 이상한파에 따른 난방수요 증가와 경기회복에 따른 산업용 전력소비 증가가 겹친 게 전력피크를 기록한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난방수요는 전체 전력수요의 24%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전기 온풍기와 전기장판, 전기히터 등의 보급이 늘면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강추위가 이달 중순까지 이어지면 최대 전력수요가 7250만㎾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공급능력을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또 에너지 절약을 통해 전력수요 감축량을 당초 150만㎾에서 200만㎾로 늘릴 계획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中 경제성장 한국엔 위협”

    중국의 경제 성장이 우리나라에 기회보다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원은 5일 내놓은 ‘중국의 G2(세계 양강) 부상에 따른 위기와 기회요인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경제는 9.2%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 G2로서의 위상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관(官) 주도의 경제 체제와 국부(國富)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이 발전 방식을 전환하려고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7대 신흥전략 산업이 우리나라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7대 신흥전략 산업은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정보기술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신동력 자동차 ▲첨단장비 ▲신소재 산업으로 우리나라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백화점업계 뜨거운 ‘워킹맘 러브콜’

    백화점업계 뜨거운 ‘워킹맘 러브콜’

    지갑은 두둑하지만 돈 쓸 시간적 여력이 없는 워킹맘들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러브콜이 연초부터 뜨겁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한해 3대 큰손 고객의 하나로 워킹맘을 꼽았다. 점심이나 퇴근시간 짬을 내 쇼핑을 하는 30·40대 여성 고객들로 인해 발생한 매출이 2008년에 비해 무려 75%나 늘었다. 이는 전 연령대 매출 신장률보다 26%나 높은 수치다. 롯데백화점은 이에 따라 아이용품뿐 아니라 화장품, 의류 등 자신을 위한 상품 소비에 주저하지 않는 워킹맘들을 위해 할인 쿠폰을 따로 발행, 우송하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또한 점심시간에 장을 본 뒤 퇴근시간에 찾아가는 보관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7월부터 롯데닷컴과 연계해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본점에서 찾아가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시행 중인데, 스마트픽 상품의 매출이 4배 정도 증가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AK몰(www.akmall.com)은 지난해 여성 고객의 구매액을 분석한 결과, 워킹맘들이 전업주부보다 돈을 더 쓴다는 결과를 얻었다. AK몰 관계자는 “워킹맘들의 객단가가 다른 여성 고객에 비해 약 2만원 가까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이날 워킹맘을 위한 해외상품 전문관인 ‘맘스톡톡’을 열었다. 베이비&키즈, 뷰티, 리빙, 푸드, 패션 등 다섯 개의 코너로 구성돼 있는데 워킹맘들이 선호하는 수입 브랜드와 상품 위주로 꾸몄다. AK몰 한혜숙 대리는 “소득 수준이 높은 워킹맘들은 자녀에게 좋은 제품을 입히고 먹이고 싶어하며 다른 워킹맘들과 정보를 많이 공유하고 쇼핑을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워킹맘들이 선호하는 유아용품, 먹거리, 패션아이템을 구비해 시간을 아껴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옥션(www.auction.co.kr)은 최근 장을 하루치가 아니라 일주일치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4인 가족이 1주일간 먹을 수 있는 농산물 식재료를 소량으로 묶은 다섯 종류의 패키지를 선보여 시간 절약뿐 아니라 메뉴 선택의 고민까지 덜어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은평 ‘녹색가게’서 이웃 정 나눠요

    요즘 재활용하는 날에 멀쩡한 생활집기들이 버려지는 일이 적지 않다. 필요성이 없어져 집에서는 내놓을 수밖에 없지만, 그런 집기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주말마다 창고세일이 일상화되고, 지역신문에서 창고세일 일정과 판매되는 물건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등 중고용품 재활용이 활발하다. 반면 한국사회에서는 남이 쓰던 물건을 거둬 쓰는 것을 꺼리는 관습 등이 남아 있어 중고용품 나눠 쓰기가 정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쓸만한 중고 생활용품의 재발견은 나눔 실천은 물론 생활비 절약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은평구에는 집에서 쓰던 중고 생활용품을 다시 쓰고 바꿔 쓰는 녹색 소비를 실천하는 동네가 있다. 동네 자체가 이른바 ‘은평구판 아름다운 가게’다. 갈현1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녹색가게’(회장 김미경)를 운영한다. 의류·신발·가방·소형가전제품, 책 등 각 가정에서 쓰지 않는 물품을 주민들로부터 기부받아 판매도 하고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녹색가게의 수익금 전액은 저소득가정에 생활비 지원, 교복 사주기, 김장 나누기 등 이웃돕기에 쓸 예정이다. 녹색가게 주인인 김 회장은 “자원을 아끼는 친환경 소비를 통해 이웃사랑도 실천하고 녹색가게가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더불어 사는 따뜻한 동네가 되기를 바란다.”며 많은 주민의 참여를 부탁했다. 23명의 자원봉사자가 운영하는 ‘녹색가게’는 주말(토·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장소는 갈현1동 주민자치회관 1층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경기 지자체 눈물겨운 예산절감

    경기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수감소 등으로 재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불요불급한 전시·행사성 예산을 줄이는 것은 물론 효용성이 떨어지는 대규모 투자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전기요금이나 난방비 등 에너지를 줄이는 묘안을 짜내고 있다. 3일 해당 지자체에 따르면 2002년과 2003년 도민체전이 열릴 예정이었던 화성시와 용인시는 개최권을 잇따라 반납했다. 화성시는 열악한 재정상태에서 “테니스장과 궁도장 등 상당수 경기장 건립 비용과 리모델링 비용, 대회 운영비 조달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용인시도 “삼가동 시민체육공원에 3만 5000석 규모의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을 짓기로 했지만, 돈이 없어 공사가 지지부진하다.”며 경기도체육회에 양해를 구했다. 시는 또 적자 운영이 예상되는 경전철 준공 확인을 거부하며 개통을 미루고 있으며 영어마을과 용인체육관, 시립골프장 등 6000억원의 투자사업도 중지했다. 광명시는 4억 5000만원이 드는 지역 최대 축제인 광명음악축제를 지난해 개최하지 않은 데 이어 올해 예산에도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오리문화제는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행사비용을 삭감했고, 광명농악축제와 구름산예술제도 예산을 깎았다. 평택시도 여론조사에서 시민 10명 가운데 5명가량이 긴축재정을 위해 축제·행사성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냄에 따라 대표 축제인 평택항축제 예산을 7억원에서 4억 5000만원으로 아껴 치르기로 했다. 경기도는 경기디자인페스티벌 등 9건의 행사 예산 10억 9600만원을 삭감했다. 작은 예산절감 노력도 돋보인다. 성남시는 이달부터 KT 전용회선을 이용하던 대기오염 측정 정보 송출을 행정망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연간 1600만원을 절약하게 됐다. 경기도는 공무원의 올해 국외 여비를 지난해와 대비해 17.2% 4억 500만원을 줄이기로 했고 사무기자재 교체비용 등 자산취득비는 10.6% 24억 2700만원을 덜 쓰기로 결정했다. 또 현재 10m인 가로등의 높이를 7m로 낮춰 발광다이오드(LED)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고도 전력 사용량을 대폭 절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예산집행 과정에서 낭비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종 사업 발주와 설계변경 과정의 원가심사를 하는 ‘계약심사제’도 운영하고 있다. 가평군은 예산절감과 공기단축에 따른 주민편익 증대를 위한 2011년도 건설사업 자체설계단 운영에 들어갔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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