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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농구] 전자랜드 “6강 티켓 포기 못해”

    이 경기를 내주면 더 따져볼 것도 없이 6강플레이오프 티켓을 놓치는 전자랜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 하나하나가 모여 기어이 6강 티켓을 향한 실낱 같은 희망을 부여잡았다. 전자랜드는 2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LG전에서 테런스 섀넌(33점)과 리온 트리밍햄(22점)의 활약에 힘입어 91-83으로 승리했다.28승25패가 된 전자랜드는 SK와 공동 6위에 올랐지만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다. 23일 KCC전 한 경기만을 남겨놓은 전자랜드가 이 경기를 이기더라도 SK가 22일 KCC를 꺾어버리면 6강행 티켓을 SK에 넘기게 된다. SK와의 상대전적에서도 2승4패로 뒤져 동률이 되더라도 6강에 나갈 수 없다. 전자랜드는 1쿼터 섀넌과 트리밍햄에게만 공격을 의존하며 17-20으로 끌려갔다.2쿼터 들어 LG가 턴오버 6개를 저지르며 틈을 보인 사이 전자랜드는 섀넌이 13점을 퍼붓고 정병국(10점)이 4점을 보태며 반격을 시작, 전반을 44-41로 앞선 채 끝냈다. 3쿼터 초반 주태수의 레이업과 추가 자유투, 이홍수의 3점슛, 김성철의 2점슛으로 52-43으로 점수를 벌리며 공격에 활기를 찾았고 골밑에서 위력을 발휘한 섀넌을 앞세워 71-62로 성큼 앞서갔다. 마지막 쿼터에서도 트리밍행과 섀넌이 번갈아 점수를 보탰고 속공에 이은 정병국, 정선규의 슛이 림을 가르면서 6분55초를 남기고 81-62까지 달아나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LG는 4쿼터 들어 종료 5분43초 전 한정훈의 자유투가 첫 득점일 정도로 무력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원주에선 KTF가 접전 끝에 정규리그 1위팀 동부를 83-81로 꺾었지만 6강 탈락의 아픔을 씻기엔 역부족이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한나라당 공천개혁에 대한 단상/ 명지대 정치학 교수

    [김형준 정치비평] 한나라당 공천개혁에 대한 단상/ 명지대 정치학 교수

    18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한나라당이 지역구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지역구 현역의원 109명 중 42명(38.5%)을 교체했고,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과 서울 강남권에서 현역의원을 각각 43.5%,50%를 탈락시켰다.2004년 17대 총선 때 35.4%,2000년 16대 총선 당시 31.0%와 비교해 볼 때 역대 최대 물갈이가 이루어졌다. 기득권을 포기하며 아픔을 감수할 때에만 개혁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각성과,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대대적인 물갈이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여하튼 ‘대학살’로 비유될 만큼 파격적인 현역의원 물갈이 공천은 적어도 규모 면에서 한나라당을 바꾸라는 국민 요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공천개혁은 국민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2%가 부족하다.‘배제의 논리’만 있었지 ‘영입의 미학’이 없었고, 당의 근본체질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선 중진 의원을 탈락시킨 정치 신인들의 무게감이 약해 보이고,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전문성과 개혁성이 부각되지 못한 것이 핵심 이유일지 모른다. 더욱이 한나라당 지역구 후보 공천자 경력을 살펴보면 여전히 법조인(13.5%)의 강세가 유지되었고, 여성 후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6.5%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변신을 어렵게 하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개혁 공천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배제와 영입의 논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수소(H3/8)와 산소(O)가 결합되어야만 비로소 물이 되는 이치와 똑같다. 영입의 감동은 없고 배제의 논리만 부각되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감동은 쉽게 사라지는 ‘불꽃놀이형 공천’이 될 위험성이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지역구 당선자 243명중 초선 의원은 133명으로 54.7%를 차지했다. 이러한 수치는 16대 국회 당시 38.8%보다 훨씬 높은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 직후 실시한 의원 평가에 따르면,100점 만점에 평균 75.5점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16대 국회 첫 국정감사 당시 75.4점과 비교해 볼 때 큰 차이가 없었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정치 신인의 대거 등장 자체가 국회의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첫째, 지역구 공천에서 부족했던 2%를 비례대표 공천에서 만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계파간 나눠먹기나 당내 유력인사들의 ‘내 사람 심기’라는 시비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전문성을 갖춘 천하의 인재를 영입하는 데 당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례대표를 지역구에서 탈락한 계파인사를 구제하는 ‘패자부활’의 장으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간에 공천경쟁 1라운드가 ‘물갈이 경쟁’이었다면 제2라운드는 필연적으로 ‘비례대표 영입 경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대선 승리의 꽃가마에서 내려와 땅을 짚고 민심에 더욱 귀기울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고 ‘견제론’이 50% 후반으로 급증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실정이다. 더욱 낮은 자세로 세상을 직시하며 민심 이반의 확대재생산을 조기에 막지 못하면 과반의석 확보라는 목표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셋째, 대통령의 불필요한 선거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장·차관 워크숍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정치안정론’이 벌써부터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2004년 총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개입 발언이 탄핵 사태를 초래했고 그후 대통령의 권위가 급속하게 추락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두 번의 실질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낸 성숙한 유권자들은 선거 결과가 아니라 선거 과정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 [현장 행정] 용산구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현장 행정] 용산구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이런 꼴로 사느니 빨리 죽는 게 낫겠다 싶어. 그렇다고 이대로 죽자니 너무 원통해. 참을 수가 없어.” 13일 용산노인복지관 소속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서후진(44)씨를 맞은 홍옥순(81) 할머니의 주름진 눈가에 금세 물기가 번졌다. 서씨를 매만지는 거칠고 오므라든 두 손에선 일주일 만에 찾아온 말 동무를 잠시라도 더 붙들어 두고픈 절박함이 묻어났다. “희망을 버리면 안 돼요. 봄볕 좋은 날 남산에 꽃구경 가자는 약속 잊지 않으셨죠?” 서씨의 따뜻한 위로에 할머니가 소녀처럼 반색하며 되물었다.“정말로 가는 거야? 그런데 진달래 피려면 한참 남았지?” ●생활관리사 16명 고군분투 서씨는 지난해부터 지역의 혼자 사는 노인 집을 돌며 말벗이 돼주고 있다. 가난과 질병, 외로움의 삼중고와 싸우는 분들을 더 자주 찾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서씨가 돌보는 홀몸 노인은 모두 35명. 일주일에 한번 집을 방문해 건강과 주거상태를 살피고 두 차례씩 전화 해 안부를 챙긴다. 용산에는 서씨 같은 생활관리사가 16명 더 있다. 지난해 23명이었지만 새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최근 6명이 줄었다. 홍옥순 할머니의 집을 나와 한강로1가 김점순 할머니와 용산동 안순애 할머니 집을 거쳐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전쟁기념관 서편 최정숙(82·가명) 할머니 집. 행정구역상 한강로1가 13번지에 속하는 이 지역은 적산(敵産)풍 목조가옥과 전쟁 직후 날림으로 찍어낸 벽돌집 수십 채가 어지럽게 지붕을 맞댄 용산의 대표적인 불량주택 밀집지역이다. “손녀한테선 연락이 왔어요?”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최정숙 할머니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지난번엔 몸이 아파 연락을 못했던 거래. 그런데 이번에 장학금을 받게 됐다네. 어릴 적부터 공부 하난 잘했거든. 같이 살겠다는 걸 억지로 떼어내 기숙사로 보냈는데 너무 기특해.” ●정부 예산 삭감… 독거노인에 불똥 노인들이 쏟아내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묵묵히 들어주는 것도 생활관리사들의 중요한 임무다. 사연들 대부분이 먼저 간 배우자에 대한 그리움과 연락 끊긴 자녀에 대한 원망,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들이다. “방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분들이라 얘깃거리가 많을 리 없지요. 그저 말을 나눌 상대가 그리웠던 겁니다.” 이날 서씨가 방문한 네 집 가운데 용산동 박순자 할머니는 지병인 당뇨가 악화돼 입원하는 바람에 2주째 얼굴을 보지 못했다. “전화를 받지 않을 땐 불길한 예감에 가슴을 졸이지요. 가끔은 안부전화가 아니라 생사확인 전화를 걸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생활관리사들이 한달 동안 받는 보수는 60만원 남짓. 발품을 파는 고단함에 비하면 많지 않은 규모다. 용산구가 소액의 활동비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구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20%나 삭감한 상황에서 자치구 힘만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주민 기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구 의정 초점] 금천구의회 교육특위

    [구 의정 초점] 금천구의회 교육특위

    ‘금천구 의원들은 학교로 출근한다.(?)’ 지난 1년간 부산하게 움직인 금천구의회 교육환경개선특별위원회(교육특위)활동 덕에 나온 말이다. 12일 금천구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해 3월26일 교육특위를 발족, 지난 1년간 활동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하위권을 맴도는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이 특위구성을 재촉했다. 중학생만 되면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금천구를 떠나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었다.‘떠나는 맹모(孟母)’를 잡아보자며 궁리와 연구를 거듭한 교육특위는 이달 27일 1년간의 대장정을 정리한다. ●의원님은 학교투어 중 지난 6일 금천구의회 교육특위 위원들은 강원과 경기, 서울을 도는 학교투어에 나섰다. 자립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학교 등의 운영현황을 미리 파악해 구에 맞는 모델을 찾기 위해서다. 이날 방문한 학교는 자립형사립고인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등학교, 기숙형 사립고인 경기 광명시 진성고등학교, 이웃인 구로구의 개방형 자율학교 구현고등학교 등 3곳이다. 의원들은 교육환경부터 진학률, 학사일정, 수업내용, 교재, 실제 학생이 부담하는 월 교육비까지 꼼꼼히 체크했다. 투어에 참가한 김대영 위원은 “3곳 모두 나름의 교육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곳”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현실을 고려해 실현가능하고 효과적인 형태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학교투어에서 조사한 내용들을 활동보고서로 정리할 계획이다. ●학교이전 등 초석 다져 지난 1년간 교육특위는 시민단체, 학부모, 교사 등을 만나며 5차례 130명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또 학생과 학부모 77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나타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교육청과 서울시교육위원회, 서울시의회 등 총 7개의 기관을 방문해 설득하고 협의해 나갔다. 작지만 알찬 소득도 이어졌다. 우선 독산3동에만 몰려 있는 중학교(3개)를 시흥4동으로 옮겨달라는 지역주민과 학생들의 민원은 남부교육청 등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구체화되는 중이다. 의회에 따르면 금천구 독산3동에 위치한 한울중학교는 오는 2011년까지 시흥4동 흥일초등학교로 이전할 전망이다. 흥일초등학교는 2010년 인근 신흥초등학교와 합쳐진다.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2006년 6억원이던 구 교육경비 보조금도 13억원으로 늘어났다. 학부형과 학생들의 요구사항이었던 ▲방과 후 프로그램 확대 ▲원어민교사 확대 ▲우수교사 확보 ▲저소득학생 급식비 지원 ▲학교 시설개선 및 지원 ▲교육전담부서 신설 ▲학교안전망 구축 등도 구청과 교육청, 경찰서 등의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받았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잘 나가는 그녀에게… ’

    격세지감이 느껴지게 하는 작품들이 있다. 수 크레이머 감독의 ‘잘 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 같은 영화들 말이다.‘Gray Matters’라는 간단한 원제가 제법 복잡하게 번역된 이 영화는 말 그대로 ‘그레이(Gray)’라는 여자에게 닥친 어떤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그레이’는 오빠에게 이렇게 말한다.“말할 게 있어. 음, 나 말야. 뭔가 좀 다른 건데. 아! 내 이름에서 ‘R’만 빼면 돼. 그러니까, 게이(Gay:동성애자)라고.” 헤더 그레이엄이 주연을 맡은 이 여주인공은 예쁜 외모에 날씬한 몸매, 게다가 좋은 직장까지 가진 말그대로 ‘잘 나가는 그녀’이다. 그런데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오빠뿐, 도무지 연애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녀 스스로도 뭔가 연애 문제가 잘 안 풀린다고 믿는다. 그러던 중 오빠와 함께 각자 이성 애인을 찾아보자고 나서고 너무나 완벽한 올케감을 만난다. 문제는 그녀에게 오빠뿐만 아니라 그레이도 반했다는 사실. ‘잘 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는 게이, 동성애자들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상당히 진지하게 그 문제에 접근해 간다. 동성애자 문제를 대중 영화의 문법에서 정면에서 다룬 작품은 1993년작 ‘필라델피아’를 들 수 있다.‘필라델피아’에서 동성애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둔중한 무게감 속에서 다뤄진다. 그런데 ‘잘 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는 ‘게이’,‘동성애’와 같은 문제를 진지하지만 또한 가볍게 다룬다. 한 가족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갑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들은 ‘척 앤 래리’에서 보았던 과장법이나 ‘프리실라’에서 보았던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줄어든 데는 ‘퀴어 애즈 포크‘나 ‘L워드’같은 드라마들의 역할이 컸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런 미국 드라마들이 동성애자들을 재미있는 볼거리로 만든 것도 사실이다. 섹시한 게이, 바람둥이 게이, 늙어서 인기가 없는 게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인간 군상들은 실상 이성애에 빠진 우리들의 것과 다를 바 없다. 영화 속 그레이는 수줍게 “저 오늘 처음 커밍아웃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드라마에서 상세하게 보여주었던 러브신이 아닌 동성과 첫날밤을 보낸 후 뛸 듯이 기뻐하는 그레이를 보여주면서 막을 내린다. 어쩌면 우리는 ‘게이들은 어떻게 섹스할까.´와 같은 원초적인 질문에 매달렸던 것은 아닐까. 그런 호기심을 편견의 완화로 오해하면서 말이다. 15세 관람가. 영화평론가
  • [사설] 한국노총의 노사 선진화 약속 주목한다

    장석춘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이 그제 취임 일성으로 노사관계의 선진화와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이같은 목표 실현을 위해 한국노총이 앞장서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것이다. 그동안 노조의 투쟁·반대·대립 일변도에 익숙해진 터라, 장 위원장의 각오가 새삼스럽게 들린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국가경제의 주요 축을 담당하고, 노사화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의지 표명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전경련·대한상의·경총 등 재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여기에는 노사관계를 재정립하지 않고는 지금의 경제난을 타개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어서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노총의 친(親) 정부, 친 기업 행보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노조로서 응당 해야 할 고유영역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서 한나라당 정권과 결탁해 지나치게 정치화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노동단체의 준(準)정치집단화는 이해할 부분이 있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려 한 것과 동일선상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이 정부와 정책공조에 성공하면 국민의 신망을 얻고 선진화한 노사관계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노총의 변화 의지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하겠다. 우리는 특히 한국노총이 대기업 노조에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그 여유자금을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에 쓰게 하겠다고 한 발언에 주목한다. 근로자의 차별과 양극화 해소,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주체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높이 평가한다. 정부와 기업도 한국노총의 이런 양보와 희생에 마땅히 부응할 것으로 믿는다.
  • [특파원 칼럼] 중국인의 수구초심/이지운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인의 수구초심/이지운 베이징특파원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 사람들은 왜 굳이 고향에 가려는 거죠?” 뉴스 앵커가 거듭 묻는다.“새해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것은 중국인의 오랜 전통입니다….” 여전히 확신이 없는 현장 기자의 답변. 앵커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한다. 관련 뉴스가 끝나도록 앵커는 ‘그래도 납득이 안 된다.’는 표정이다. 지난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한 홍콩 신문의 칼럼에 소개된 CNN 뉴스의 한 장면이다.“현장의 미국인 기자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설을 쇠는 중국인의 전통이 아니라 엄청난 재해속에서도 그 많은 사람들이, 왜, 힘들게, 위험을 무릅써 가며 굳이 고향에 가려는 심리”라고 칼럼니스트는 지적했다.‘제발 남아라, 남아라, 남아라’라는 제목의 이 글은,“일단 길에 오르는 순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귀성길의 포기를 호소하고 있다.‘신체는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이를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논어 구절까지 동원한 데에 절박함까지 느껴진다. 중국중앙TV(CCTV)도 곳곳 폭설의 참상을 전한다. 길게 멈춰 늘어선 차안에서 안전의 위협, 추위·감기, 굶주림 등과 며칠간 사투를 벌여온 이들을 연일 비춰주고 있다. 그럼에도 광저우(廣州)역 앞에는 흩어졌다, 모였다 하는 수십만 군중이 여전하다.TV의 카메라를 향해 “열차개통을 기다린 지 1주일째”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멈춰선 차에서 내려 봇짐 지고 수백리 산 길을 걸어 고향에 도착한 이들의 사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한국사람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아진다. 실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귀향길, 왜 굳이 가려는가.“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번이 아니면 영영 뵙지 못할 것 같다.”고 울먹이는 20대 초반의 아가씨에게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후난(湖南), 후베이(湖北), 안후이(安徽), 저장(浙江), 장쑤(江蘇) 등의 숱한 기차역과 각급 장거리 버스터미널 주변을 새까맣게 뒤덮고 있는 수천만명의 농민공들이 모두 이런 사연을 갖고 있지는 않을 터. 광둥성만 2200만명, 저장성 항저우(杭州)에만도 1000만명 이상이 외래 농민공들이다. 1억 5000만명 이상의 농민공을 배출해낸 중국 농촌의 가족 형태와 귀성객의 구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우선 최근 중국의 귀성은 과거 한국의 귀성과 내용이 다르다. 한국의 전형은, 고향을 떠난 형제들이 각각 그들이 구성한 핵가족과 함께 부모를 찾아뵙는 것이었다. 지금 중국은 젊은 부모가 어린 자식을 만나기 위해, 부부가 상봉을 위해 고향을 찾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농촌에는 노인과 어린이만 남겨진 가정이 부지기수다. 부모가 함께, 또는 따로따로 외지로 나가 일을 하기 때문이다. 직계 가족이 아닌 친척의 손에 맡겨진 어린아이들도 상당수다. 학교도 못 가고 노동 현장에 내몰리는 사연이 흔하디흔하다.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이 학업도가 떨어지고 탈선하는 확률이 높다고 각종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외지에서나마 부부가 함께 일하면 그나마 사정은 낫다. 서로 수천리 떨어진 타지에서 수년간 떨어져 지내다 붕괴되는 가정도 숱하다. 최근 광둥성 둥관(東莞)에서 만났던 30대 초반의 농민공 천(陳)씨도 이런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천씨는 고향 쓰촨(四川)성의 대도시에 나와 일을 하고 있는 부인을 못 본 지 4년이 돼간다고 했다.5살배기 딸은 고향 부모에게 맡겨 놓았다. 춘제마다, 모든 농민공들이 고향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슴아픈 사연은 늘어난다. 적은 임금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해를 거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번 폭설은 가정을 확인하러, 지키러 가는 이들을 더욱 조바심나게 했다.100년만의 폭설로 새삼 조명된 중국인의 수구초심(首丘初心) 이면에는 핵가족마저도 분해시킨, 산업화의 그늘이 짙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지운 베이징특파원 jj@seoul.co.kr
  • 세계경제포럼-세계사회포럼 또 의제 맞불

    다시 의제대결이 시작됐다. 매년 1월말이면 세계화 담론과 반세계화 담론이 ‘지구적 대결장’에서 맞부딪친다. 세계화 진영은 스위스 다보스에 37년째 붙박이 전진기지를 세워 왔고, 반세계화 진영은 전 세계(2005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2006 베네수엘라 카라카스·파키스탄 카라치·말리 바마코,2007 케냐 나이로비)를 돌며 다보스와 대결하는 대항캠프를 7년간 꾸려 왔다. 전자는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며 세계 각국 정상과 장관, 국제기구 수장, 재계 및 금융계 최고 경영자들을 불러 모아 세계경제 발전방안을 논하고, 후자는 이름 없는 생활인들이 ‘세계사회포럼’이란 이름으로 다보스가 상징하는 세계화엔진에 맞불을 놓는다. ●각자 의제 놓고 마주선 두 포럼 올해도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두 포럼이 각자의 의제를 놓고 마주섰다. 세계경제포럼은 23일부터 ‘협력을 통한 혁신의 힘’을 의제로 4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세계사회포럼도 하루 앞선 22일부터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슬로건 하에 전 세계 72여개 국가에서 공동행동에 돌입했다. 두 포럼은 참석자 면면에서 양극단이라 할 만하다.‘2008 세계경제포럼’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 등 27개국 정상과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및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사공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이 다보스를 찾아 신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한다. 반면 세계사회포럼에 유명인사는 거의 없다. 각 나라에서 살아 가는 평범한 생활인들이 참여자 대부분을 구성한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개개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대항 공간’으로 세계사회포럼을 활용하는 측면이 크다.72여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는 점에서 규모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2008년 1월 양 포럼은 ‘불투명한 세계경제’란 공통 변수를 만났다. 변수는 동일하되, 변수를 해석하는 관점은 상이하다. 두 포럼의 대결 각이 명확해지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협력을 통한 혁신의 힘’이란 세계경제포럼의 올해 의제는 세계가 당면한 ‘공동의 위기’를 전제로 깔고 있다.▲전 지구를 심한 독감에 걸리게 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 ▲점점 커지는 식량안보 위협 ▲천정부지로 치솟는 에너지 가격 등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리스크 2008’ 보고서 골자는 세계화란 양지에 깃든 불길한 그림자를 드러낸다.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가중될 거란 절박함을 포럼 의제는 함축하고 있다. ●‘다른 세상’은 가능한가 세계사회포럼의 시각은 정반대다. 세계화의 균열은 ‘협력’이란 ‘포장된 언어’ 이면에서부터 파생된다고 본다. 현실 속 세계화는 국가간 ‘협력’보다 자본·군사 강국의 ‘독주’에 기반한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교토의정서 비준거부와 대 테러 전쟁 확대는 ‘협력적 세계화’의 감춰진 진실이다. 세계사회포럼은 현재의 위기 극복은 세계화 담론이 지배하는 ‘기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2008 세계사회포럼’은 예년과 달리 특정 국가에 모여 진행하는 행사 대신 나라별 자체 기획에 따라 치러진다.‘세계사회포럼-1·26 세계행동의 날’ 한국조직위원회 류미경 조직기획팀장은 “해를 거듭하면서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해당 국가의 요구와 문제의식을 반영한 일상화된 포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지난해 케냐 나이로비 대회에서 제안돼 합의됐다.”고 설명했다.22일 정오 전 세계 동시다발적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발을 뗀 ‘2008 세계사회포럼’은 26일 ‘전쟁과 신자유주의, 인종주의와 가부장제에 맞선 세계 공동행동’으로 절정을 이룬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빈민을 위한 원탁회의가 개최되고, 볼리비아에서는 차별반대 전국 캠페인이 발족되며, 프랑스에서는 이주민 및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대규모 집회가, 독일에선 공공재 사유화를 반대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국내에선 비정규직 차별과 이주노동자 문제, 빈곤의 여성화와 기후온난화, 장애인 차별 등 14개 의제를 놓고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토론할 예정이다.33개 단체,1000여명이 참여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신당 지도부·초선 탈출구없는 대치

    신당 지도부·초선 탈출구없는 대치

    “과감한 쇄신 없이는 안 된다.”(문병호 의원) “각자 목소리를 내기보다 모여서 의논하자.”(이미경 최고위원) 27일 오전 대통합민주신당 최고위원회의에는 당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초선 의원 일부가 자리를 함께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당 지도부는 ‘초선 의원들의 충정과 절박함을 이해한다.’고 말했고, 문병호 의원은 ‘당에 누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얼핏 보기엔 갈등이 봉합되는 것 같다. ●“양측 문제 인식 근본적으로 달라” 하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초선 의원들의 얘기는 달랐다. 한광원 의원은 “꾸지람을 듣는 분위기였다.”면서 “우리는 ‘죽어야 산다.’는 주장이지만 지도부는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랐다.”고 설명했다. 앞서 초선 의원 19명은 이날 오전 회동을 가진 뒤 국회 브리핑을 통해 “지도부의 즉각 사퇴와 참여정부에서 총리, 장관, 당의장,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들은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25일 성명서에 참여한 18명 중 이기우 의원이 빠졌고 김재홍·우제창 의원이 참여, 당 쇄신운동에 나선 초선의원은 19명이 됐다. 이들은 28일에도 모여 지도부와의 문제 인식차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이 아직은 ‘제2의 정풍운동’으로 불릴 만큼 파괴력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일각에서는 공천을 보장받기 더 어려운 초선이라 지도부를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한길 의원 “親盧 2선 후퇴를” 이런 가운데 김한길 의원은 초선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친노(親盧) 2선 후퇴 ▲쇄신위 해체 ▲경선을 통한 당 쇄신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가장 많은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들이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니까 서로 책임을 따지지 말자면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며 친노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경선 출마설에 대해 “당권에 관심 없다.”고 부인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지방시대] 고용 불안에 한숨짓는 소리/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어느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일자리 부족과 고용 불안에 한숨짓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나이 지긋한 이는 또 그대로 걱정이 많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던 노동시장 여건이 외환 위기와 구조 조정기를 거치면서 나타난 변화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경제 환경이 바뀌었으니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작용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저소득 가정과 중산층에 불어닥친 충격이 매섭고 고통스럽다. 사실 대다수 가정은 생계를 책임진 가장의 벌이가 불안정해질 경우 하루하루 견뎌나갈 길이 막막하다.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미칠 영향이 엄청나 그렇다. 당장 경제적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상태가 오래도록 이어지면 일상을 평소처럼 유지하기 곤란할뿐더러 가족 상호간 갈등마저 잦아진다. 열악한 고용 사정이 가족 내부에 긴장을 더하는 조짐들은 숱하다. 우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가장이 식구들을 상대로 드러내는 불만과 분노는 서로에게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주거나 가족 해체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이혼율은 외환 위기 이후 두드러지게 늘어나더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상당수가 이혼에 이른 주된 이유로 경제적 요인을 들어 달라진 살림살이와 가족간 유대 약화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일자리 부족과 고용불안은 어린이나 노인들에게도 고통이다. 우리 사회 보호시설 아동 수만 하더라도 외환위기를 겪기 전에는 매년 수천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이를 훨씬 넘어선다. 그만큼 방치된 아이들이 많고,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탓에 복지시설로 양육을 떠넘기는 부모가 의외로 적지 않다는 뜻이다. 노인보호시설이라 해서 다를 바 없다. 힘겹게 사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다 못해 스스로 집 나서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부양할 능력이 모자라 제 부모를 노인시설에 위탁하는 자식도 여럿이다. 현실이 이처럼 안타까운데도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긴장상태에 빠진 가정의 고통은 가까운 시일 내 끝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한편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경제 기반 흔들림으로 인한 부작용은 일부 가정의 절박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쉽게 풀기 힘든 과제를 던져놓았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이 이웃의 어려움을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각박해진 나머지 문제 해결에 애쓰는 대신 사회 통합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다양한 이해 집단이 타협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저마다 쏟아내는 갖가지 요구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토록 실망스러운 오늘을 더 나은 내일로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양보와 관심이다. 지금껏 그늘진 곳에 관심 기울인 사람들은 많았으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서툴렀고, 관심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예 양보의 필요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양보와 관심 나누기에 익숙한 곳일수록 개인이나 사회의 긴장이 적다. 새로운 대통령을 배출한 한 해의 끝자락이다. 어느덧 계절은 추위를 더해 가는데 구석구석 따스함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부디 새로 시작될 다섯 해 동안에는 일자리 부족과 고용불안이 덜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에 훈훈한 온기가 돌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젊은이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모든 세대들이 벅찬 희망에 들뜰 수 있기를 바란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鄭 “범죄자 어떻게 대통령되나”

    “이번 주에 운명이 걸려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9일 선대위전체회의에서 절박감을 숨기지 않았다.“이번주에 전체 판세의 70%가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통합신당의 한 관계자는 “역대 대선에서 후보 등록 이후 순위가 바뀐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절박함은 곧 퇴로 없는 총공세로 이어졌다. 이날 부산을 찾은 정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범죄자’로 표현하며 거칠게 비판했다. 그는 부산MBC·KBS·KNN 합동초청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왜 그렇게 이 후보를 반대했을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소되고 재판에서 유죄 확정되면 범죄자가 어떻게 대통령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지겠다고 한 발언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재임 중 형사 소추되지 않는다는 법 규정을 근거로 들면서 “이 후보가 이 사실을 뻔히 알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후보 등록 전에 진실을 고백하고 티끌만한 흠결이라도 있으면 책임지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측 김현미 대변인은 “이 후보의 전과 14범 내역을 전부 국민 앞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한나라당 이 후보 소유 빌딩에서 영업중인 유흥주점이 성매매까지 한다는 언론보도 내용도 공격거리로 삼았다. 그는 “최소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면 자기 건물에 성매매 의혹이 있을 때 임대료 손해가 있더라도 정리하는 게 정상적”이라며 “이 후보는 사과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여러 차례 비워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으로 보장된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어 적법한 영업을 부탁했다. 확인한 바로는 성매매로 단속된 적 없고 업주도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부산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대선 D-30 여론조사] “후보등록전 BBK결과 발표해야” 79%

    대선 판도의 핵으로 떠오른 BBK 주가조작사건 의혹에 대해 응답자의 79.4%가 ‘대통령 후보 등록전에 밝혀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8명 정도는 BBK 수사 결과가 대선 후보 등록일인 오는 25일 전까지 발표돼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71.2%)과 이명박 후보 지지층(66.9%)에서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 주목된다. 이는 ‘무분별한 네거티브 공격에 이 후보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물론 무소속 이회창 후보 지지층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지지층의 동의 비율은 각각 90.5%와 89.6%로 더 높았다. 이는 BBK 수사 결과 발표가 이명박 후보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관측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과거에는 여권의 핵심 지지층이었지만 현재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한 20대(85.5%)와 30대(82.8%), 학생(85.8%) 등에서 대선 후보 등록 전 의혹 해소에 동의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온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이는 현재 20∼30대 및 학생층에서 보이고 있는 이 후보에 대한 지지는 견고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휘발성 지지’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남영(세종대 교수) KSDC 소장은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약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BBK 수사 결과가 후보 등록 전 발표될 경우 지지 후보가 달라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정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대선 D-30 여론조사] 李 40%선 무너져… ‘박근혜 악재’ 昌 10%대로

    [대선 D-30 여론조사] 李 40%선 무너져… ‘박근혜 악재’ 昌 10%대로

    ■ 지지도 변동 - 정동영 ‘魔의 20%’ 못넘어 1강2중 고착 이번 서울신문의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특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부동층이 크게 늘면서 후보들의 지지도가 정체 또는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36.7%로 1위를 고수했지만, 대체로 40%대를 보이던 기존의 지지도는 무너졌다. 대선 후보 출마 직후 20%대의 지지를 누렸던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도 10%대로 하락했고,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여전히 마의 20%대를 넘지 못한 채 10% 대에서 정체되고 있다. 한마디로,‘1강 2중’ 체제가 고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이회창 후보는 자신이 핵심 지지 기반으로 삼으려는 영남 지역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큰 차이로 밀리고 있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는 각각 52.5%와 38.1%인 반면, 이회창 후보 지지도는 19.5%와 22.0%였다. 다만, 이회창 후보의 고향으로 인식되고 있는 충청지역에서는 이명박 대 이회창 지지도가 각각 32.0% 대 24.7%로 차이가 크게 줄어 들고 있다.‘보수 적자론’을 둘러싸고 두 후보가 격돌하고 있지만, 보수층에서는 이명박 후보 지지가 45.9%로, 이회창(20.7%) 후보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오랜 침묵을 깨고 “이회창 후보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면서 사실상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 준 것이 이회창 후보 지지도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 출마에 대해 ‘정도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이 이회창 후보 지지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응답이 63.5%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23.6%)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특히, 대전·충청(71.9%), 부산·울산·경남(60.2%), 보수(66.8%)층에서 높게 나왔다는 것은 이회창 후보에게 악재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이회창 후보 지지층에서조차 61.4%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응답한 것은 이회창 후보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 범여 단일화 - 범여 세후보 합치면 19.9%… 昌에 앞서 둘째, 범여권 후보 단일화 당사자인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들의 지지도를 모두 합하면 19.9%로 이회창 후보(16.9%)보다 높게 나왔다.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일단 지지도 2위를 탈환하면서 이명박 후보와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역대 한국 선거에서는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 초반 강세를 보였던 제3후보 또는 무소속 후보의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3위로 밀려나는 경향을 보였던 점을 상기하면 이회창 후보는 긴장할 수밖에 없고, 범여권은 어떤 일이 있어도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만 현재의 지지도 답보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는 문국현 후보를 포함한 연합을, 총선에서는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도 이와 같은 범여권의 절박함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 BBK 변수 - 서울23·수도권 26% 부동층… ‘폭풍’ 잠재 셋째,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과 맞물려 부동층의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오는 25일 후보 등록을 앞두고 검찰의 1차 수사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이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는 부동층의 증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지지도 변화를 주도하는 20대(30.2%), 화이트 칼라(28.6%), 학생(35.1%)층에서 부동층이 높게 나온 점은 주목할 만하다. BBK 수사 결과에 따라 지지도가 요동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명박 후보의 텃밭인 서울(22.9%)과 인천·경기(26.1%) 등 수도권에서도 부동층의 규모가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요약하면, 현재 대선 후보 지지도는 박근혜 전 대표 변수가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폭풍전야의 고요함과도 같다. 후보 등록 이전 검찰의 BBK 수사 결과가 대선판에 후폭풍을 가져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엄청난 긴장감과 적막함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정리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민족경제론’ 외친 故박현채 그의 삶과 사상 되짚어본다

    ‘민족경제론’ 외친 故박현채 그의 삶과 사상 되짚어본다

    ‘지구화시대의 자립경제’,‘국경 없는 자본’과 ‘민족경제’,‘신자유주의’와 ‘경세제민(經世濟民) 경제학’….2007년 현재 이런 의미쌍은 논리적으로 가능한 언어조합이 아니다. 비현실적인 이항대립이자 형용모순 취급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초국적 자본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 민족경제란 시대착오적 화두(?)를 붙들고 끙끙대는 이들이 있다. 민족경제론의 주창자 고 박현채(1934∼1995) 교수(조선대 경제학과)의 후학들이다. ●진보사회과학 중요유산 박현채 사망 10주기(2005년 8월17일)에 맞춰 계획된 ‘지구화시대 박현채 경제사상의 의의와 재구성’ 토론회가 2년여를 끈 끝에 21일 개최된다. 민주사회정책연구원과 ‘고 박현채 전집발간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린다. 토론회는 박현채 사상의 핵심이자 산업화시대 저항담론의 구심점이었던 민족경제론을 지구화 시대의 맥락에서 재성찰·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독재권력에 맞설 언어가 빈곤했을 때, 민족경제론은 시대가 공유한 무기였다.1978년 ‘민족경제론’(한길사) 출간은 한국 토착경제학의 싹을 틔우는 일대 사건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외자주도형 산업화에 대립각을 세우며 자립경제를 주장했던 박현채의 사상은 비판지식인들의 이론적 전진기지가 됐다.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학자와 책을 묻는 여론조사들은 박현채와 ‘민족경제론’을 늘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왔다. 산업화시대는 갔고, 지구화시대가 도래했다. 민족경제론은 ‘과거의 이론’으로 버려졌다. 국민국가를 넘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파악할 수 있는 이론적 확장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92년 대선 때까지 박현채가 골간을 잡았던 김대중의 ‘대중경제론’도 97년 대선 땐 유종근 전 전북지사와 이강래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의 손을 거치며 박현채의 흔적을 지웠다. 박현채는 잊혀진 존재가 됐고, 민족경제론은 재벌의 경영권 방어논리로 오용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가 불러온 아이러니다. 그렇다면 박현채 후학들은 왜 ‘폐기된’ 민족경제론을 복원하려 하는 것일까. 정확히 말하면 ‘민족경제론의 문자적 복원’이 아닌 ‘민족경제론적 문제의식의 복원’이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민족경제론의 문제의식은 경제총량지표로 파악되는 국민경제가 아닌, 민중 삶을 보장하는 국민경제의 확립”이라면서 “민족경제론은 민중의 기본적 삶과 직결된 공공성이 해체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반드시 재검토돼야 하는 한국 진보사회과학의 중요한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주류경제학이 돌보지 못하는 ‘생활하는 민중의 구체적 삶의 요구’를 지탱하려면 민족경제론의 발전적 재구성이 시급하다는 절박함이 토론회 저변에 깔려 있다. ●DJ 대중경제론에도 영향 토론회의 행간을 읽는 핵심 키워드는 ‘대안적 상상력’이다. 민족경제론 재해석 작업이 당장의 대안을 내놓긴 힘들지만, 대안의 단초가 될 다양한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획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조희연 교수는 민족경제의 재구성 방안으로 공공성 강화를 강조하고,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글로벌 체제의 급진적 변혁 가능성을 탐구한다. 또 권영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은 자립경제의 단초로 쿠바 모델에 주목하는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를 ‘화석연료에 의존한 탄소경제’라고 정의하는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석유 고갈과 동반할 자본주의 파국에 대비하려면 지역공동체 운동과 에너지·식량 자립, 지역자치를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며 생태적 자립경제를 주장한다. 박현채 10주기 및 전집발간에 맞춰 기획된 토론회는 발간작업이 늦어지며 한 차례 연기됐고, 박현채 사상을 계승하는 민족경제연구소 설립이 난항을 겪으며 또다시 늦춰져 이번에 열리게 됐다. 박현채가 몸담았던 조선대가 설립을 거부한 이후 연구소는 성공회대·한신대·상지대가 컨소시엄으로 운영하는 민주사회정책연구소가 내부 기관 형태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사회정책연구소는 한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구화와 공공성’이란 주제로 민족경제론의 현재화작업을 체계화하고 있다. 민족경제론의 재구성은 이제 첫발을 떼고 있는 중이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악몽…희망으로 깨서 다행”

    “악몽…희망으로 깨서 다행”

    “기쁨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배형규 목사님과 심성민 형제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피랍자 전원석방 공식발표가 나온 다음날인 29일, 경기 분당 샘물교회의 피랍자가족 사무실은 전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아들 서경석씨와 딸 명화씨 등 가족 2명이 피랍된 서정배(57)씨는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서씨는 “기뻐해서는 안 된다. 희생자에 대한 명복을 빌어야 할 때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서씨가 41일간 겪은 악몽 같은 나날들을 들어봤다. ●7·19 피랍소식 서씨는 아들과 딸이 아프간에서 피랍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 아프간에 좋은 일 하러 간다며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대견스럽게 생각했던 서씨였다. 서씨는 “그때의 심정을 어떻게 말하겠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7·20 포로 맞교환설 탈레반측이 21일 정오까지 아프간에 주둔한 한국군 철수와 포로 맞교환을 요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서씨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듯했다. 과연 협상이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앞섰다.“그 당시에도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란 걸 알아 불안했다.”고 회고했다. ●7·25 피랍자 첫 살해 서씨에게 배형규 목사 살해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행여나 자식들에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절박함에서였다. 특히 아들 때문에 더 불안했다.“남성 인질부터 살해하겠다는 얘기가 들려오니 아들이 걱정돼 잠시도 견딜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7·26 임현주씨 육성공개 배 목사가 살해됐다는 불안감 속에서 임현주씨의 육성공개는 서씨에게 불 행중 다행이었다. 현주씨가 살아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건강할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서씨는 “아들과 딸이 건강히 잘 있는지 걱정이 앞섰고, 어떤 환경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답답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8·13 두명 석방 소식 김지나·김경자씨의 석방소식은 서씨에게 큰 희망이었다.‘이제부터 정말 잘 되겠구나, 한두 명씩 풀려날 수 있겠구나.’생각하며 적어도 이때만큼은 한시름 놓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8·28 전원석방 합의 전원석방 합의가 발표됐을 때 서씨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외신에 오보가 많아 의심은 했지만,2명이 석방된 기억을 떠올리며 모두 풀려날 것이란 희망에 기대를 걸었다. 서씨는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 기다림 덕분에 행복한 소식을 듣게 된 것 같다.”면서 “경석이와 명화를 내손으로 직접 안아보고 싶다.”며 모처럼 웃어보였다.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서씨는 “피랍자들이 풀려나도록 도움을 주신 국민과 정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NPB] 병규 2군 추락

    ‘적토마’ 이병규(33·주니치)가 전격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은 6일 이병규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의 인터리그 경기를 앞두고 나카무라 노리히로와 함께 2군으로 내려갔다고 보도했다. 이병규의 2군행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주니치의 다카시로 야수 종합 수석코치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해 수비 불안을 원인으로 내비쳤다. 앞서 닛칸스포츠는 지난 2일 소프트뱅크전에서 마쓰나카 노부히코의 타구를 중견수 이병규가 잘못 판단해 3루타로 만들어 줬고, 이병규가 공을 쫓을 때도 절박함이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병규는 인터리그 들어 8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등 무난한 활약을 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충격으로 여겨진다. 이승엽(31·요미우리)은 이날 지바 롯데전 8회 네 번째 타석에 안타를 때려내며 2일 세이부전에서 시작된 13타수 무안타를 끊어냈다. 후속타에 힘입어 홈을 밟은 이승엽은 5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요미우리는 5-8로 져 지바 롯데전 9연패에 빠졌다. 인터리그 통산 1승13패.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읽히는 장편 작가 스스로 만들어야”

    “읽히는 장편 작가 스스로 만들어야”

    2007년 5월, 다시 또 한국소설이다. 한국소설에 대한 담론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위기의 한국소설을 진단하고, 위기극복의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전 중견소설가 A씨는 이런 한탄을 했다.“내 소설 가운데 판매부수 10만부를 넘긴 책이 없다.” 문학전문 출판사 사장 B씨도 술자리에서 “어떤 소설을 내도 팔리지 않는다. 이제 소설 출판은 끝난 것 같다.”며 연신 술잔을 기울였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한국소설 거의 없어 지난해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최근에는 김훈씨의 ‘남한산성’이 선전하고 있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국소설을 발견하기란 이제 쉽지 않게 됐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소설 담론’은 그런 점에서 더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의 산물이다.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는 ‘한국 장편소설의 미래를 열자’라는 주제의 특집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장편’을 제시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서영채씨는 평론가 최원식씨와의 대담에서 “문학이 한계지점에 도달했다고 얘기할 때야말로 문학이 발본적으로, 아무런 후광도 없는 근원적 지점에서부터 새로 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 한국소설이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작가들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장편소설이 나오는 토양은 글 쓰며 견디는 전업작가가 많이 있어야 하는 건데, 요즘은 좀 알려졌다 하면 대학 문예창작과에 교수 자리가 나 주저앉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장편소설이야말로 한 작가의 역량이 제대로 드러나는 분야이며 문학의 본령”이라고 역설했다. ●“문예지들 단편 청탁하니까 단편만 써” 장편보다 단편이 쏟아지는 현실에 대해 소설가 김연수씨는 “문예지들이 단편을 청탁하니까 소설가들이 단편만 쓰는 것”이라며 “문학제도가 작가에게 장편을 요구하면 작가는 장편을 쓰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문학평론가 진정석씨는 ‘한국의 장편, 단절의 감각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장편소설의 활성화 움직임은 대중성과 보편성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한국문학에 하나의 전환점, 위기 속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번역가인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연대기적 서술·어색한 결말 호응 못받아” 안 교수는 창비 주간논평에 기고한 글에서 “많은 한국 소설은 시작에서 출발해 간혹 회상이 섞여 들어가는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사건을 서술하고,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 어색한 결말로 끝맺는다.”면서 “외국의 성공적인 소설은 이렇게 창작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계간 ‘문학수첩’ 여름호도 ‘한국 소설과 탈(脫)국경’이라는 특집을 통해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 대거 등장한 탈국경 서사를 소개하면서 한국문학, 한국소설의 외연 확대를 기대했다. 이런 논의를 종합해 보면 결국 한국소설 위기의 ‘해법’은 작가들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작가들에게 2007년 5월의 ‘소설담론’이 어떤 형태의 작품으로 쏟아져 나올 지 주목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꽃만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 5·18 기념재단 엮음

    “…이대로 가다가는 어쩌면 광주가 피바다가 될 것이 뻔했기에 그대로 두고볼 수 만은 없었다. 그래서 손에 각목을 들고 머리띠를 두르고 금남로로 시민들은 모여들었다. 그것이 이상복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후로는 상복씨를 아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1권 266쪽) 남은 자와 누리는 자들의 업(業)이요, 트라우마인 5·18은 어김없이 올해도 우리 곁에 돌아왔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했다.“5·18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아직도 많은 상처는 가려져 있고, 밝혀지지 않은 상흔도 적지 않다. 행방불명된 사람과 항쟁 이후 사망한 사람의 가족들은 그 아픔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살아갈 것이다. 5·18광주민중항쟁 행방불명자와 상이 후 사망자들의 기록인 ‘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전2권,5·18민주유공자유족회 구술,5·18기념재단 엮음, 한얼미디어 펴냄)은 지금이 아니면 영영 되돌릴 수 없는 ‘기억’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항쟁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151명의 죽음에 대한 증언록으로 지난해 발간된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책들은 남겨진 가족들의 구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항쟁 이후 사망한 44명과 행방불명자 56명에 대한 유족들의 기억을 담고 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정수만 회장은 “증언집에 수록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그 가족이 품고 살아온 회한의 세월을 통해 우리는 왜 아직도 ‘5·18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야 하고, 그 상처를 사회가 함께 보듬어야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망각하느냐, 기억하느냐. 선택은 하나다.“이제는 잊고 화해하자.”는 망각의 해법은 “그만하면 됐다.”는 가해자 입장의 선택이다. 하지만 진실과 정의를 외면한 과거사 청산은 사죄와 용서를 전제로 한 화해가 아니라 야합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런 일은 더이상 안 된다.”는 자책의 심정을 담아 과거를 청산하려 한다.5·18기념재단 이홍길 이사장은 “이 책이 이분들의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는 없을 것이나,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그분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나누어서 고통의 무게를 줄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마땅히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한다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여든여섯살의 노모는 지금도 텔레비전에 국립 5·18묘지가 나오면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친다. 전에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어 그의 묘비라도 손으로 만지며 하염없이 울어줄 수 있었지만 이제 바깥 출입이 어려울 만큼 건강이 나빠져 그마저 할 수 없는 처지다.…가난한 집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제화공으로 일하고 있던 장재근씨는 5·18민중항쟁에 참여했다가 1980년 6월3일 광주월산파출소에 연행되어 상무대 합동수사본부로 넘겨졌다. 그는 상무대에서 장갑차를 운전한 시민군으로 지목되어 허위자백을 강요받기 시작했다.”(2권 266쪽) 가슴속 깊이 묻어둔 기억을 재생시키는 것은 유족들에게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27년이라는 세월은 기억의 재생에도 긴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그 기억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지금이 아니면 영영 되돌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 책 곳곳에 넘쳐난다. 각권 1만 5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노사안정은 힘의 원천”

    “경영 혁신과 수익 증대도 중요하지만 노사 안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미덕이며 힘의 원천입니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24일 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했다. 글은 최근 노조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받아들여 KTX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노사 갈등을 외부에 표출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2005년 경영 평가 꼴찌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땀 흘렸던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마저 엿보인다.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 in] 인터넷시대 변하지 않아야 할 것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구축되면서 어느새 새롭게 자리한 ‘생활의 발견’을 감지한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혁혁한 구매문화의 변화는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매장을 직접 찾아 물건을 보고 고르는 일은 어쩌면 아날로그 방식을 추억하는 일종의 의식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넷은 무소불위의 위력적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딪힘과 언어가 아닌 연산과 기호에 의해 걸어가는 세상…. 그리 오래 지난 일도 아니다. 시내 골목길마다 붙은 영화포스터를 보고 관람충동을 느낀 것도, 포스터 속의 배우를 내 책상앞으로 가져오고 싶던 충동도 지금의 10대들에게는 우스운 옛날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지난해 10집 음반을 발표한 가수 신승훈이 1990년대 중반 음반을 발표할 때, 전국의 레코드 가게앞에는 음반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당연히 이해하기 힘들겠다. 불과 10년 사이에 변화한 우리시대의 자화상이다. 인터넷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들에게 방송과 영화, 그리고 우리 가요 역시 ‘앉아서 골라보기’ 존재이다. 방영시간과 개봉일자, 발매시기는 의미없는 시간이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다시보기가 존재하고 P2P파일 공유를 통해 영상물과 음악을 다시 접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일도 일상이 되었다. 새로운 창작품에 대한 설레는 마음과 절박함은 기술과 속도가 앗아간 지 꽤 오래 되었다. 그러나 편리한 기술과 속도 앞에 우리의 양심도 내놓았다.1999년 겨울, 대구에서 20년째 레코드가게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상인의 한숨 섞인 푸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탁월한 기술은 당시 음반 주 소비층인 청소년들에게 어떤 방법을 불사하더라도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소장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명뮤지션의 음반이 나올 즈음 평소 하루 200장 정도 나가던 음반판매량이 거짓말처럼 뚝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고 봤더니 정품 음반을 한장 구매한 학생이 컴퓨터에 내장된 CD라이터기로 수백장을 구워 친구들에게 실비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음반재킷 디자인을 컬러프린터해 마치 정품과 유사한 형태로 복원한 채 말이다. 20년을 넘게 한자리를 지켰던 레코드 가게는 몇해 전 결국 대형 마트에 그 자리마저 내주고 말았다. 변화하는 기술과 전광석화 같은 속도가 인간에게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문명이 낳은 윤리적 문제를 응당 겪고 지나야 할 과정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에게 너무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우리에게는 늘 존재한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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