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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아프리카 작은 아랍 모로코

    북아프리카 작은 아랍 모로코

    험프리 보가트(1899~1957). 미국의 전설적인 배우지요. 그러나 외모로만 보자면 게리 쿠퍼, 록 허드슨 등 조각 같은 미남형 배우와는 분명 거리가 있습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껄렁대는 ‘왈짜’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도 영화에서만큼은 참 많은 여배우들의 입술과 가슴을 훔친 운좋은 사나이였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사블랑카’에서도 중·장년층 남성들의 ‘로망’이었던 잉그리드 버그먼의 사랑을 듬뿍 받는 행운까지 차지했지요. 그 영화의 배경이 된 도시, 카사블랑카가 있는 나라가 아프리카 북부의 모로코입니다. 독특한 문화와 풍경으로 ‘지중해의 별’이라고도 불립니다. 가난한 나라인 탓에 외모는 남루하지만,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서면 뭇사람들의 가슴을 훔칠 만한 보석 같은 풍광들을 내보입니다. “열려라, 참깨!”를 외치면 보물창고가 활짝 열리듯 말입니다. ●지브롤터 해협의 국경도시 탕헤르 │탕헤르·카사블랑카 손원천특파원│모로코로 들어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코스는 스페인의 최남단 도시 타리파에서 배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모로코 최북단 항구 도시 탕헤르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벌려 놓았다는 지브롤터 해협의 폭은 불과 14㎞.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유럽과 아프리카 두 대륙이 얼굴을 맞대고 있는 셈이다. 저 유명한 트라팔가 해전이 벌어진 곳도 예서 멀잖다. 탕헤르의 첫 인상은 어수선하고 칙칙했다. 서유럽의 현관 앞에 서 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까닭에 스페인 밀입국을 꿈꾸는 모로코 청소년들이 늘 기회를 엿보며 어슬렁대는 곳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15세기 말 포르투갈이 세운 요새, 카스바다. 탕헤르 항에서 오른쪽으로 5분 정도 올라가면 카스바 안쪽 마을, 메디나가 시작된다. 메디나는 고대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아랍식 구(舊)시가지를 일컫는 말. 반대로 프랑스풍으로 건설된 신(新)시가지는 빌 누벨이라 부른다. 구불구불 이국적인 골목길을 따라 가면 오른편에 예전 성곽이 나오고, 성벽에서 바다로 난 조그만 문을 지나면 곧바로 해안가 언덕이다. 탕헤르 최고의 전망 포인트. 곧 무너질 것 같은 성벽 옆으로 지브롤터 해협과 탕헤르 항, 그리고 멀리 유럽대륙까지 좍 펼쳐진다. 메디나도 천천히 둘러보는 게 좋겠다.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길에서 탕헤르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 간혹 전통의상 젤라바(djellaba)를 입은 남자와 히잡을 두른 여인들이 그 골목길을 오간다. 모로코인에게 집은 요새화된 성소(聖所)다. 거리로부터 가정을 엄격하게 분리하기 위해 낮은 층의 창문은 한낮에도 거의 닫아 둔다. 메디나를 걷는 동안 단 한 차례 창문 여닫는 소리를 들었던 것도 그런 까닭. ●구세계와 신세계가 공존하는 풍경들 모로코는 화려한 색채와 신비로운 분위기가 가득한 나라다. 어디서고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데, 누구라도 이곳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라는 사실을 잊게 될 만큼 강렬하다. 지리적 특성을 살펴보면 그 까닭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북서쪽 모서리에 있다. 대륙의 교차로에 서 있는 만큼 외부의 침략을 많이 받은 모로코는 19세기 서구 열강의 진출이 본격화하자 이들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모로코가 다른 아랍국가와 달리 각양각색의 인종과 다양한 문화를 갖게 된 것도 이런 역사의 산물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나라는 프랑스다. 빌 누벨이 메디나 인접한 곳에 들어차기 시작하면서 모로코의 얼굴, 특히 도시의 얼굴은 큰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여전히 모로코 외형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과 문화는 뒤섞일 수 있어도, 자연환경만큼은 그럴 수 없는 것. 탕헤르에서 카사블랑카까지 340㎞ 구간을 이동하며 만나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드넓은 초록빛 구릉과 독특한 형상의 코르크 나무들, 그리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낙타 등, 이곳이 정말 아프리카가 맞나 싶을 만큼 경이로운 풍경을 펼쳐낸다. 또 현대적인 4차선 고속도로 옆으로 여전히 보행자와 우마차가 다니는 등 구세계와 신세계가 공존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탕헤르에서 버스로 4시간 남짓 달리면 ‘하얀 집’이란 뜻의 카사블랑카에 닿는다. 북아프리카 최대의 항구 도시이자, 모로코의 경제 수도다. 2차대전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싹튼 남녀의 사랑을 그린 동명의 영화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는 거의 대부분 미국 세트장에서 촬영됐고, 실제 카사블랑카는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카사블랑카 없는 영화 카사블랑카 예나 지금이나 낭만과는 다소 거리가 먼 카사블랑카가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된 까닭은 뭘까.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2차대전 당시 카사블랑카는 유럽 부자들의 피란처였다. 유럽 대부분을 독일군이 점령한 상황에서 미국으로 갈 수 있는 통로는 포르투갈의 리스본뿐이었고, 카사블랑카는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편이 남아 있던 유일한 곳이었다. 그러나 독일과 친한 스페인이 중간에 버티고 선 탓에 유럽 피란민들이 곧바로 리스본으로 가지 못하고 지브롤터 해협을 에둘러 카사블랑카로 모여든 것. 당시 유럽인들이 느꼈을 절박함과 카사블랑카의 이국적인 풍경이 어우러져 ‘로망’과도 같은 곳이 된 건 아닐까. 카사블랑카란 이름은 오래 전 포르투갈인들이 지금의 앙파힐 지역에 하얀 집들이 밀집된 모습을 보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카사블랑카의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앙파힐 주변에 밀집돼 있다. 부호들의 별장이 늘어선 앙파힐 등대를 지나면 대서양 끝자락에 섬처럼 떠 있는 하산 2세 회교사원과 만난다. 모스크 첨탑(미나레트)의 높이가 200m에 달하는 세계 세 번째로 큰 회교사원으로, 5억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해 10년 만에 완공됐다. 사원 안쪽 2만명, 바깥쪽 8만명 등 모두 10만명이 함께 예배를 볼 수 있다. 하산 2세 사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해무(海霧)다. 겨울철 바닷물과 공기의 온도차가 클 때 생기는데, 해무가 사원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여간 아름답지 않다. 특히 해질녘 붉은 노을이 깔릴 때면 신비로운 느낌마저 든다. 이 밖에 앙타힐 등대 주변 해안가와 시내 중심부의 모하메드5세 광장 등도 주요 볼거리다. 글 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화폐는 디르함과 유로 등이 사용된다. 미국 달러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1유로(약 1600원)는 10디르함 정도. →겨울이라 해도 낮에는 긴 팔옷 하나면 충분하다. 하지만 밤엔 다소 쌀쌀해 걸쳐 입을 외투를 가져가는 게 좋다. →물은 생수를 사서 마셔야 한다. 1~2유로. 콜라 등 음료수 가격도 비슷하다. →차량들의 난폭운전이 심하다. 도로 횡단시 반드시 차가 정지한 것을 확인하고 건너야 한다. →화장실은 무료지만, 간혹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20센트 동전 1~2개 주면 된다. →사진 찍는 것에 민감하다. 관공서, 경찰 등 공무원, 여성 등의 사진을 찍을 때 특히 유의해야 한다. →콘센트 형태가 우리와 같다. 국내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탕헤르에서 스페인 타리파까지의 뱃삯은 편도 35유로. 오전 9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8차례 운항한다. 1시간 남짓 소요된다. ■ 인천-도하 직항 3월말 개설 카타르항공은 3월 말부터 인천과 카타르 도하를 잇는 직항노선을 새로 연다. 일본 오사카를 경유하는 현 인천~도하 노선이 폐지되면서 여행 시간도 종전 14시간30분에서 5시간가량 단축된다. 여행 패턴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규철 페가수스 여행사 이사는 “현재 북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스페인에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등까지 버스로 내려왔다가 되돌아 가야 하는 등 비효율적인 면이 있었다.”며 “그러나 직항노선이 개설되면 반대로 도하에서 곧장 카사블랑카 등으로 날아간 뒤 서유럽을 둘러보고 나오는 방법이 있어 국내 여행자들이 북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카타르항공은 인천~도하 직항편을 주7회 운항할 예정이다. 한편 새 노선 개설을 앞둔 카타르항공은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들을 위해 지난 2006년 도하국제공항 내에 문을 연 프리미엄 터미널의 시설 정비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파와 자쿠지, 레스토랑 등 휴게시설은 물론, 각종 회의장 및 면세점까지 갖췄다. 얘래 탈라(41) 카타르항공 한국지사장 은 “카타르항공 승무원 1000여명 중 300여명이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 노선에 관심이 많다.”며 “직항 노선 개설을 통해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역동적인 여행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 ‘3경기 6골’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돌아왔다

    ‘3경기 6골’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돌아왔다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돌아왔다. 2005/06시즌 바르셀로나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2년 연속(2004, 2005년) FIFA(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호나우지뉴가 AC밀란의 상승세를 이끌며 이탈리아 무대를 휘젓기 시작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조국 브라질의 우승에 일조하며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호나우지뉴는 2003년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에 입단하며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했다. 호나우지뉴는 사무엘 에투, 데쿠 등과 함께 프리메라리가, 국왕컵, 챔피언스리그 등 거의 모든 대회를 석권하며 세계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호나우지뉴의 바르셀로나 생활은 생각보다 일찍 막을 내리고 말았다. 모든 것을 이룬 탓일까. 호나우지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시작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신성’ 리오넬 메시의 성장과 함께 바르셀로나에서의 입지는 점차 좁아져 갔다. 결국 2008년 쫓기듯 AC밀란으로 이적했고, 밀라노에서의 생활 역시 순탄치 못했다. 적어도 지난 시즌까지는 그랬다. 카카 중심의 밀란에 호나우지뉴의 자리는 없었고 외계인에서 지구인이 된 호나우지뉴의 플레이는 평범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카카가 팀을 떠나자 호나우지뉴는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신임 레오나르두 감독은 호나우지뉴를 왼쪽에 배치하며 그의 능력을 극대화시켰고, 동시에 프리롤까지 부여하며 창의력을 이끌어냈다. 호나우지뉴 스스로의 노력도 그의 부활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호나우지뉴의 부진은 전술적 변화와 역할보다는 개인의 기량 저하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2006년을 기점으로 늘어난 체중과 훈련부족은 호나우지뉴의 마법을 잃게 만들었다. 과거 엘클라시코 더비에서 보여준 화려한 개인기는 물론 엄청난 순간 스피드와 번뜩이는 패스 역시 빛을 잃고만 것이다. 밀란 이적 초기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량 저하로 인해 경기력이 들쑥날쑥했고, 그로인해 감독과 팀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기량이 살아나자 본인은 물론 밀란 역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피를로-호나우지뉴-보리엘로(혹은 파투)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밀란의 연승행진을 이끌고 있다. 밀란의 레오나르두은 감독 최근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나우지뉴가 예전의 절박함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최근 그의 활약은 모두를 즐겁게 하고 있다.”며 호나우지뉴의 부활을 반겼고,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부회장 역시 “호나우지뉴에 대한 논란은 이제 끝났다.”며 호나우지뉴가 밀란의 새 시대를 이끌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분명 호나우지뉴의 최근 활약은 인상적이다. 시에나전 해트트릭을 비롯해 3경기에서 무려 6골을 폭발시켰다. 페널티킥이 포함돼 있기는 하나 팀의 에이스로서 확실한 마침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의 ‘완벽부활’을 외치기에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조금씩 기량이 회복되고 있으나, 과거 한 두 명은 가볍게 채치던 폭발적인 스피드와 개인기는 여전히 봉인된 상태다. 물론 29세의 호나우지뉴에게 25세의 호나우지뉴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축구팬들이 기억하는 호나우지뉴는 적어도 리오넬 메시에 버금가는 개인기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못지 않은 순간 스피드를 지녔던 외계인이었다. 어느덧 서른을 앞둔 지금, 호나우지뉴의 완벽 부활은 이뤄질 수 있을까. 밀란과 호나우지뉴의 상승 곡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영화리뷰] ‘쏘우-여섯번의 기회’

    [영화리뷰] ‘쏘우-여섯번의 기회’

    한 무리의 고리대금 동업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철창 안에서 깨어난다. 머리에는 시간이 지나면 양쪽 관자놀이를 파고든다고 하는 두꺼운 못이 달린 도구가 씌워져 있다.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자신의 살점을 떼어내 저울 위에 더 많이 올려 놓은 사람만이 살 수 있다고 겁을 준다. 절박함에 몰린 이들 남녀가 스스로 자신을 난도질하는 장면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진다. 7일 개봉한 ‘쏘우-여섯 번의 기회’는 이렇듯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을 몬도가네식으로 바꾼 장면으로 시작한다. 첫 장면을 꾹 참고 넘겼다고 안심하면 오산이다. 이후로도 눈을 똑바로 뜨고 화면을 응시하기 힘든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처음 등장한 ‘쏘우’는 120만달러(약 14억원)의 초저예산을 들여 전 세계 흥행 수입 1억달러(약 1140억원)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해마다 할로윈 시즌을 장식하는 시리즈가 됐다. 이야기의 틀은 언제나 비슷하다. 연쇄 살인마 직쏘(토빈 벨)가 마련해 놓은 덫에 걸려든 사람들이 살기 위해 죽고 죽이는 게임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직쏘는 3편에서 숨지지만, 돈 맛을 본 제작자들은 직쏘가 미리 안배해 놓은 살인 계획과 후계자를 등장시키며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기상천외한 반전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반전의 파괴력은 잦아들고, 잔혹함의 강도만 세지고 있다. 직쏘는 자신의 살인 게임에 그럴 듯하게 철학적인 메시지를 덧대고, 특히 6편에서는 미국 의료보험 제도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나 메시지를 찾는 게 크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과거 회상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전작에서는 가려졌던 비밀들이 공개되기 때문에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눈만 부릅뜨고 있어도 막판 반전을 미리 눈치채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6편이 역대 시리즈 가운데 성적이 가장 나빴다. ‘블레어 위치’를 연상케 하는 저예산 호러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돌풍에 밀린 탓이 크다. 그래도 미국에서만 2~3배 남는 장사를 한 때문인지 시리즈는 계속된다. 7편 제작이 이미 시작됐다. 이번에는 입체영상(3D)이란다. 18세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남루한 인간풍경 탄식과 웃음으로 묘사

    미확인물체처럼 소속 없이 회사 건물의 화장실 청소만 맡은 여자가 붉은 고무장갑과 장화를 낀 채 변기에 앉아 잠깐 졸곤 하는 모습을 스쳐간다(‘미확인물체’). 국적 불명의 ‘본 그랑드’가 동네 빵집 상권을 모두 먹어 치운 거리를 지나(‘라일락로 1번지’), 개업 한 주일도 못 되어서 문을 닫은 ‘화수목 구잇집’ 있던 골목 끝을 지나(‘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바라봄’)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무사(無事)한 일상의 퇴근시간,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매번 심드렁히 던지는 “어디 갔다 오슈?” 질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새삼스레 고민한다(‘현관에 앉아있는 스핑크스’). 이는 고스란히 작가가 시(詩)와 삼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문숙이 두 번째 시집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창비 펴냄)을 냈다. 지난해 나온 첫 시집 ‘천둥을 쪼개고 씨앗을 심다’가 그러했듯 이문숙은 일상 속의 쇠락하는 것, 남루한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그렇다고 늘상 단순한 애정과 연민만은 아니다. 때로는 창처럼 뾰족한 느낌이지만 또 때로는 시편 곳곳에서 묻어나는 권태로움으로 읽는 이까지 나른하게 만든다. 그는 불운했던 고려시대 천재 시인 이규보의 끼니 걱정을 했던 처지(시 ‘가죽옷을 전당포에 맡기고’)와 식용유든 빵이든 먹고살 걱정 없는 자신을 대비시킨다. 이규보와 달리 절박함이 없는 자신의 시에 대한 한탄이기도 하다. 펜을 쥔 주먹, 매일 부글거리는 머리를 몽땅 악어의 벌린 입 속에 집어넣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악어가 입을 다물지 않는 한 그에게 시는 숙명이다(‘악어쇼’). 또한 10년 만에 친구를 만난 뒤 책먼지를 뒤집어쓰며 눈에 독이 들었던 청춘을 회상하고, 무엇을 위해 줄달음치며 내뺐는지 스스로 탄식한다(‘청계천 새물맞이’). 이는 시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뒤 첫 시집을 17년 만에 낸 이가 이문숙이다. 시인 김기택은 추천의 글을 통해 “시인은 지루함과 비루함과 고루함을 낯설게 재구성하고 병치하여 이상한 현실을 만든다.”면서 “탄식 같은 웃음, 웃음 같은 탄식을 만들어 낸다.”고 평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김태영發 군납비리 근절 지켜본다

    군납비리는 잊을 만하면 터지고 일단 밝혀지면 수천만·수억원대의 금품 거래가 도사리고 있다. 무기 구입, 군용품 납품, 군시설 공사 등을 둘러싼 비리가 끊이질 않는 것은 검은 거래가 오갈 소지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군납비리 근절을 강도 높게 지적한 것도 이런 부패고리를 발본하지 않고는 신뢰받는 국군,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사기를 먹고 사는 군 조직에서 비리로 인해 전력이 약화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는 그동안 수십 차례 비리근절을 약속했지만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지난달 불거진 계룡대 근무지원단 납품비리 및 수사방해 사건은 전형적인 검은 커넥션을 또 보여주었다. 더구나 내부고발이 없었다면 쉽게 묻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방위사업청에 파견된 현역 군인들의 복귀 등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사람만 바꿔 커넥션을 끊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모든 군납과 관련해서는 이중삼중의 감시·감독체계로 투명한 시스템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국방분야는 한해 30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남북 군사 대치상황을 고려하면 그리 넉넉하지 않다. 따라서 고비용을 초래하는 비리부터 없애야 함은 불문가지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어제 전군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군납비리 일벌백계 의지와 함께 국방 선진화를 선언했다. 우리는 신망이 두터운 김 장관이 자리를 걸고 군납비리 근절에 앞장서길 기대하며 그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 세종시 대안 주목 美 노스캐롤라이나 RTP 가다

    세종시 대안 주목 美 노스캐롤라이나 RTP 가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뜨겁다. 세종시의 개발 원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30일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정부에 건의한 대안은 미국 동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세계적 연구단지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Research Triangle Park).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대신 이를 모델로 삼아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로 만들자는 청사진을 들고 나왔다. RTP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州都)인 랄리와 인근의 더램, 채플힐 등 3개 도시를 삼각벨트로 잇는 연구개발 중심단지다. 관계 전문가들이 아니고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을 대서양 너머의 거대 연구단지로 하루아침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건 그래서다. ‘한국판 RTP’를 둘러싼 국내의 갑론을박과는 별개로 노스캐롤라이나의 RTP 자체는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모델이다. 그 현장을 찾았다. │더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황수정특파원│지난 2일 오전 8시(현지시간)가 막 넘어선 시각. RTP 본부 건물을 중심으로 반듯반듯하게 정비된 사방의 도로들이 출근차량들로 붐빈다. 도로 양쪽으로 우뚝 솟은 나무들, 드넓게 펼쳐진 녹지 사이사이로 기업 연구소들이 들어서 있다. 얼핏 봐선 교외의 풍광 좋은 숲속에 자리한 기업 수련원들 같다. 그러나 도로 표지판을 훑어보면 그런 생각이 싹 가신다. IBM,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모토로라, 시스코, 머크, 노텔, 에릭슨, 바스프…. 정보기술(IT), 의학, 바이오 기술(BT) 분야의 세계적 기업들이다. 특히 입주기업들 가운데 ‘간판’격인 IBM은 RTP 본부 건물에서 한 블록 건너 지척에 있다. 약 28㎢에 걸쳐 조성된 RTP는 그야말로 연구를 위한, 연구소들에 의한, 연구원들의 공간인 셈이다. RTP의 역사는 지난 1월로 꼭 50년이 됐다. 담배, 목화, 가구 생산을 위주로 1차 산업에만 의존했던 노스캐롤라이나는 당시 소득이 미국 전체 48개 주 가운데 간신히 꼴찌를 면하는(47위) 가난한 주였다. 1952년 이 주의 1인당 주민소득(1049달러)은 미국 전체 평균(1639달러)에 한참 못 미쳤다.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UNC),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NCSU) 등 명문 대학들이 있었으나 지역발전과의 연계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우수 두뇌들은 일자리를 찾아 졸업과 동시에 워싱턴, 뉴욕, 애틀랜타 등 인근 주의 대도시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RTP는 그런 절박함 속에서 탄생했다. 지역내 대학들이 앞장서 연구단지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자 주 정부가 이를 적극 후원했다. RTP의 실질적인 살림을 맡은 리서치 트라이앵글 재단(RTF)측은 “당시 주지사가 직접 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섰으며, 이후 전자공학·바이오 센터 등의 설립을 돕는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은 170여개의 기업들이 입주했다.”고 말했다. 반세기에 걸친 기업과 대학의 유기적인 산·학·연 협동고리 덕분에 노스캐롤라이나는 더이상 미국 동남부의 가난한 시골 주가 아니다. 해마다 포브스 같은 주요 경제전문지들이 선정하는 ‘미국 내 사업하기 좋은 곳’, ‘교육환경 좋은 곳’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지난 4일 때마침 RTP 입주 25주년 기념일 행사로 축제 분위기에 들뜬 바이오테크 회사 신젠타.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옥수수, 콩의 신품종 개발에 주력해온 이 회사는 농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뉴욕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홍보담당을 겸한 과학자인 제인 바흐만은 “본사가 이 곳에 연구소를 설립한 결정적인 이유는 인근 명문대들의 우수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면서 “같은 근무조건이라면 연구인력들로서는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대도시에 근무하는 것보다 저렴한 생활비에 교육환경이 월등한 이 곳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연구소의 직원은 400여명. 이 가운데 절반이 관련 분야의 과학자들이다. 쾌적한 근무환경도 RTP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실제로 신젠타 건물의 경우 연구실 곳곳에서 바깥의 녹지를 감상할 수 있어 숲속 휴식공간을 연상케 했다. 탄탄한 산학 연계는 새삼 말할 것도 없다. 프랭크 케즐러 UNC 교수는 “UNC는 학부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은 의무적으로 RTP 기업 실습을 하게 한다.”면서 “기업들은 대학에 연구자금을 아낌없이 대주고, 대학들은 이를 우수교수 초빙에 활용하니 결국 기업과 대학이 윈윈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RTP의 성과에 힘입어 지난 15년간 노스캐롤라이나의 고용 증가율은 무려 53%. RTP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전체 고용의 22%를 떠맡고 있다. 22년간 NCSU 물리학과에 몸담아온 지청룡(재미과학자협회 회장)교수는 “정보기술 기업에만 입주를 한정한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RTP는 의학, 환경공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응용과학 분야에 문을 열었다는 대목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시가 이를 벤치마킹하더라도 RTP를 똑같이 베낀다면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면서 “세종시만의 지역특성을 살릴 수 있는 개성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jh@seoul.co.kr
  • [재·보선 D-1] 슬로건으로 보는 정당·후보별 쟁점

    “엄마가 뿔났다.”, “도둑 잡으러 왔다.”, “신 안산선(線) 타고 여의도 가자.”10·28 재·보선을 이틀 앞둔 26일 각당과 후보는 슬로건 홍보에 열을 올렸다. 선거 막바지 유권자에게 지역 현안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후보자를 각인시키는 데는 슬로건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슬로건은 지역뿐 아니라 중앙 정치의 논리와 쟁점까지, 선거에 관한 모든 것을 압축하며 많은 설명을 쏟아내고 있다. “엄마가 뿔났다.”는 정부·여당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겨냥하고 있다. 경기 수원장안의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외치는 구호다. 4대강 예산으로 교육·복지 예산이 줄어들어 그 피해가 주부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뿔난 엄마’를 위해 일하겠다는 홍보인 셈이다. 이 후보는 ‘10·28은 4대강 국민투표의 날’이라는 구호도 곁들인다.이에 맞서 이 지역의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는 “일하게 해주세요.”라는 한마디로 맞서고 있다. ‘긴 설명 필요 없이 힘있는 여당후보 한번 뽑아보라.’는 얘기다. 경기 안산상록을에 등장한 “신 안산선 타고 여의도 가자.”라는 구호는, 그 자체로 여당 후보의 구호임을 암시한다.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는 ‘신 안산선 기관사’를 자처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슬로건은 이처럼 한결같이 ‘힘’과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경남 양산의 박희태 후보는 ‘화끈한 양산발전’을,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의 경대수 후보는 ‘중부 4군(郡)을 국토개발과 인재개발의 중심으로’를 내걸었다. 다만 여당 후보의 슬로건은 자극적이지 않고 밋밋한 편이다. 여당 후보의 비교우위가 한정돼 있는 탓이다.상대적으로 야권 후보는 다양하고 직접적이고 톡톡 튄다. 때론 절박함까지 묻어난다. 양산의 민주당 송인배 후보는 ‘노무현 집안의 막내 아들’, ‘당신의 한 표가 노무현을 살립니다.’라는 구호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는 “‘양산 박’, 도둑 잡으러 왔습니다.”라고 외친다. 무소속 김양수 후보는 ‘양산이 키운 김양수’라며, 외지인 후보와 자신을 대비시키고 있다.충북의 민주당 정범구 후보는 “그려, 정범구여~.”라는 감탄사로 유권자에게 접근한다. 우선 사투리로 지역 인물임을 드러냈다.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지 않고, 뽑은 뒤의 만족감을 먼저 맛보게 했다. 충청도식 화법이다. 귀금속협회장 출신인 자유선진당 정원헌 후보는 “충청도에 정원헌 같은 보물이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한다. “충청도의 아들 정원헌과 함께 충청도를 금()청도로….”라는 문구도 재치있다.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 “밥이 곧 인권… 대북 식량지원 늘려야”

    “밥이 곧 인권… 대북 식량지원 늘려야”

    “밥이 곧 인권입니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의 이사장인 법륜스님(55)은 13일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열린 ‘대북지원과 인권’ 특강의 연사로 나서 대북 식량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륜스님은 “국민 모두의 공감을 얻기 위해선 우선 대북 식량지원의 목적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식량지원은 북한의 체제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같은 민족의 아사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북한의 식량사정을 걱정하며 인도적 지원 확대의 절박함도 호소했다. 가뭄, 홍수 등 날씨가 나빴던 데다 비료·노동력 부족으로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아 내년엔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기근이 북한을 덮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대량 아사와 영양결핍, 전염병 창궐 등이 우려되는 만큼 식량·비료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정착한 5만여명이나 되는 탈북난민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식량난 때문에 중국으로 넘어온 이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중국의 고용주들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해도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남한은 중국과 외교관계 때문에 비판하지 못하는데 이는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300조원에 이르는 한 해 예산 중 1%(3조원)만 있어도 북한 주민의 식량문제는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 법륜스님은 “북한지역도 우리 영토라고 하면서도 이곳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무관심했던 것은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재·보선 5곳으로… ‘미니총선’ 방불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을 두고 여야가 건곤일척의 일합(一合)을 겨루게 됐다.이 지역 출신의 민주당 김종률 의원이 24일 단국대 비리 혐의로 의원직을 잃은 데 따른 것이다. 이곳의 보궐선거가 확정되면서 10·28 재·보선은 수도권 2곳과 영남·충청·강원 각 1곳 등 모두 5곳에서 실시된다. 호남을 뺀 전국적인 선거로 판이 커진 셈이다. ‘미니 총선’을 방불케 한다. 여야의 호흡은 더욱 가빠지고 있다. 다른 지역 재선거의 공천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데다 다음달 14일 후보자 등록시한까지 적임자를 골라야 하기 때문에 일정이 촉박하다.여기에 야당이 이번 재·보선을 정권 심판의 장(場)으로 규정한 데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충청권의 민심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사활을 건 쟁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충북 지역에서는 8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이 6곳,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1곳씩을 차지하고 있다.한나라당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후보 난립으로 석패하긴 했지만 역대로 여당 우세를 보였던 지역이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충북 행정부지사 출신의 안재헌 전 여성부 차관과 친박계인 이충범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신청했던 경대수 전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과 김경회 지역 당협위원장, 김현일 한국방송광고공사 감사 등이 물망에 오른다.한 석 차이로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한 자유선진당은 당운을 걸고 이곳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 출신인 이용희 의원이 후보 물색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 서너명을 물망에 올려놓고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중량급 인사를 입후보시켜 충북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민주당은 당혹감과 절박함이 엿보인다. ‘충북 패권’을 지켜내기 위해 최대한 빨리 공천 작업을 마무리하고 총력을 쏟는다는 계획이다.당 지도부는 당장 이날 음성군 출신인 정범구 서울 중구지역위원장, 진천군 출신인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으로 후보를 압축하고 공천 절차에 들어갔다.주현진 홍성규기자 jhj@seoul.co.kr
  • 독일로 취업이민 떠났던 여동생 26년만에 오빠 상봉

    독일로 취업이민을 떠났던 여동생이 경찰 도움으로 26년 만에 오빠와 상봉했다. 독일 도르트문트에 살고 있는 이모(57·여)씨는 스무살이던 1972년 정부에서 모집했던 파견 간호사 신분으로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족과 생이별하게 된 그는 국제전화가 자유롭지 않았던 당시, 오빠(61)와 꾸준히 편지를 교환하며 안부를 물었다. 그러나 12년 전부터 오빠의 답장이 뚝 끊겼다고 한다. 그 뒤 동생도 다국적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독일인 남편을 따라 미국과 스위스 등으로 이주생활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오빠와 동생이 상대방의 거주지를 알 수 없게 됐다. 바쁜 생활 탓에 한국행을 머뭇거리던 이씨는 이달 초 방한을 결심했다. 나이가 들면서 하루라도 빨리 피붙이를 찾아야겠다는 절박함이 밀려와서다. 지난 17일 독일내 한국인 친구와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는 오빠의 마지막 주소지였던 서울 신월동의 한 빌라를 찾았다. 그러나 오빠는 이사한 지 오래였다. 이씨는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다음날 양천경찰서를 찾았다. 그는 어눌한 한국 말 때문에 경찰서 로비에서부터 애를 먹었다. 하지만 1층 문을 나서다 이씨를 본 형사지원팀의 김태천(45) 경사가 이씨 오빠의 본적지와 나이, 이름 등을 토대로 추적한 덕분에 오빠가 경기 광명시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씨 남매는 지난 19일 경찰의 주선으로 양천경찰서에서 극적인 만남을 가졌다. 동생이 1983년 잠시 귀국해 가족을 보고 떠난 지 26년 만의 만남이었다. 오빠는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는 바람에 동생에게 미처 연락하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이씨는 오는 30일 독일로 돌아간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정세균대표 의원 사직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4일 국회의원 사직서를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 84명 전원이 의원 사직을 결의하는 등 미디어 관련법 강행처리에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도 이날 사직서를 김 의장에게 냈다. 이로써 전날 최문순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 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민주당 의원 84명 가운데 70여명이 이날 정 대표에게 사직서를 맡기고, 사직서 처리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다. 제1야당의 의원 사직서 집단 제출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회민주주의가 존중되지 않는 18대 국회에서는 국민이 주신 국회의원직의 본분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장외투쟁에 집중하기 위해 엿새째 이어온 단식을 중단했다.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25일부터 본격적인 대여(對與) 장외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결의문을 내고 “오늘 우리는 국민의 대표라는 영광스러운 직분을 내려놓는다.”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되고 오직 오만과 독선이 판치는 정치 현실에서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마지막 수단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5일 서울역 앞에서 야3당·시민단체 등과 공동 주최하는 ‘날치기악법 원천무효, 이명박 한나라당 독재정권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국민 속으로 언론악법 폐기 100일 대장정’에 나서기로 했다. 권역별 시국대회와 민생투어, 1000만인 서명 대회도 갖는다. 언론노조 등 시민단체도 ´동조 투쟁´을 선언하고, ‘정권 퇴진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생 돌보기’를 전면에 내걸고 야당이 제기하는 미디어법 투표 불법성 시비에 맞불을 놓았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외부 세력이 수시로 본회의장 앞까지 난입하는 상황에서 의회주의가 제대로 가동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민주당과 동조 투쟁에 나선 언론노조를 겨냥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당5역회의에서 “민주당은 회의장 출입을 막고 폭력을 휘두르는 면허라도 받은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2일 김 의장을 대신해 본회의를 진행한 이윤성 국회 부의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폭력국회로 전락하고, 첨예한 갈등과 대립으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만 끼쳐드린 데 대해 사죄한다.”고 밝히고 “식물국회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절박함과 책임정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의사봉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폭력 방지, 윤리검정, 선거제도 개선 등을 위해 정치인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시민사회정치문화특위 설치를 제안했다. 홍성규 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27㎞ 철책 속 관타나모의 절규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세계 방송 가운데 최초로 관타나모 수용소를 3주 동안 밀착 취재했다. 그동안 단편적인 보도가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장기간 밀착 취재는 처음이다. ‘논란의 중심, 관타나모 수용소를 가다’이다. 11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지난해 여름 촬영됐으며 미국에서는 올해 4월 방송됐다. 관타나모는 쿠바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다. 미국 플로리다 남쪽에서 직선거리로 140㎞ 정도 떨어져 있다. 쿠바 영공을 침범하지 않고 가려면 약 3시간을 비행해야 한다. 이곳은 쿠바의 땅임에도 미국이 영구 임대식으로 빌려서 사용하는 곳이다.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쿠바,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 등 스페인의 마지막 식민지 가운데 유일하게 쿠바를 독립시킨다. 그런데 미국은 쿠바 정부에 매년 금화 2000개를 주기로 하고 160㎢ 면적의 천연요새 관타나모를 무기한 임대해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 정부가 들어선 뒤 쿠바 정부는 관타나모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양쪽이 합의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뭉개고 있다. 새 천년 들어 관타나모는 인권이 실종된 곳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2001년 9·11테러 뒤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관타나모를 테러 용의자들을 억류하는 시설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국제법을 무시한 강제 수용, 고문 등 수용자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 무기한 감금, 변호사와 가족을 포함한 외부와의 단절 등이 자행됐다. 이런 일을 벌이는 곳을 미국 영토 대신 쿠바 영토인 관타나모에 뒀다는 자체가 미국의 두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며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미국 상하원은 수용소 폐쇄와 수감자 송환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200명 이상의 수용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방송에선 27㎞에 달하는 철책과 감시탑으로 둘러싸였고, 보안등급별로 9개 캠프로 나눠진 시설이 소개된다. 수감자 인터뷰나 얼굴 촬영은 할 수 없었지만 절박함을 토해내는 수용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었다. 간수들의 허심탄회한 인터뷰도 곁들여 진다. 또 미군 고위 장교, 전직 수용소 심문관과 전 수감자, 인권보호 소송을 맡은 변호사 등을 만나 수용소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전달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가수 김민우, ‘자동차 팬매王’ 성공담 출간

    가수 김민우, ‘자동차 팬매王’ 성공담 출간

    가수 김민우(본명 김상진ㆍ40)가 인기 가수에서 자동차 판매왕으로 거듭나기 까지 자신의 성공기를 담은 자전 에세이를 펴낸다. 다음달 5일 출간되는 ‘나는 희망을 세일즈한다’는 ‘사랑일뿐야’, ‘입영열차 안에서’ 등으로 사랑 받은 가수 김민우가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전향해 성공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전수한다. 1990년대 데뷔 음반 한장으로 지상파 방송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던 김민우는 돌연 가요계를 떠난 뒤 자동차 판매사원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재규어 판매사인 로열 오토모빌에서 기량을 닦은 그는 현재 벤츠 한국 판매법인인 한성자동차 영업 차장으로 근무하며 제 2의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책에서 김민우는 데뷔 초 갑작스런 인기를 누렸지만 군 입대 후 내리막에 들었던 자신의 가수 활동과 밤 무대를 전전하며 신용불량자가 됐던 경험담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또 우연한 기회에 자동차 세일즈를 만나게 된 이야기와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성실하게 일한 결과 판매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과거를 성공기 형식으로 풀어냈다. 한편 김민우는 지난 1월 결혼에 골인, 자신의 사업 노하우를 더 많은 이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동차딜러학과 교수로서 강단에도 서고 있다. 사진 = 김민우 作 ‘나는 희망을 세일즈한다’ 이미지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만능통장 700만 돌파… 할당제 다시 고개

    만능통장 700만 돌파… 할당제 다시 고개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주택청약종합통장 가입자가 시판 8주 만에 700만명을 돌파했다. 금융당국의 과열경쟁 자제 경고에 주춤하는 듯 싶던 은행권의 유치 경쟁이 다시 가열되는 조짐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신한·하나·기업 은행과 농협 5개 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3일 기준 약 703만명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우리 176만 4000명, 농협 157만 7600명, 신한 157만 6000명, 기업 105만 7000명, 하나 105만 3000명 순이다. 총괄 수탁은행인 우리은행이 부동의 1위를 지킨 가운데 2·3위, 4·5위 간 물밑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특히 출시 초기 4·5위를 기록했던 신한과 기업은행의 ‘뒷심’이 두드러진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가입자 수에서 농협에 무려 22만명이나 뒤처져 있었지만 23일 현재 1600명선으로 격차를 줄였다. 농협은 하루 신규 가입자 수가 1만명 정도인데 반해, 신한은행은 2만 6000명씩 끌어오고 있어 2위 도약이 확실해 보인다. 5위를 달리던 기업은행도 한 달 만에 하나은행을 제쳤다. 하나은행은 “근소한 차이”라며 맹렬한 추격전에 나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판매 할당제’ 등 부작용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종로구 A은행은 여전히 은행원 개인마다 하루 정해진 할당량을 팔아야 퇴근할 수 있다. 인근 B은행도 이달 초 금융감독원 감사 이후 잠시 중단했던 지점별 할당제를 재개했다. 여기에는 다음달 증권사와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격돌을 앞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잠재고객 수를 늘리려는 은행의 절박함도 자리한다는 관측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예금금리가 너무 낮아 신규고객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눈치가 보여도 그나마 기본은 해주는 효자(주택청약통장)를 내칠 수 없는 게 은행들의 솔직한 심정”이라면서 “증권사 CMA에 맞설 뾰족한 대항마가 없다는 것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최재헌기자 whoami@seoul.co.kr
  • [女談餘談] 총천연색 인생을 원하신다면/정서린 국제부 기자

    [女談餘談] 총천연색 인생을 원하신다면/정서린 국제부 기자

    “표현하세욧!” 대학시절 영문학 개론 시간. 5월, 초여름의 더운 공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던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눈을 고쳐 떴다. 마땅한 질문도, 질문에 마지못해 나오는 대답도 없던 학생들에게 중년 여교수님의 호령이 떨어진 것이다. 학생들이 무엇보다 의아했던 건 “‘표현하라’는 말이 과연 청유형이 아닌 명령형으로 쓰일 수 있는 표현인가.”라는 뜨악한 물음이었다. 교수님의 이어지는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인생은 99%가 표현으로 이뤄지는 겁니다. 지금 강의실에서 대답을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여러분이 살면서 이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인생은 잿빛이에요.” 그녀는 ‘인생을 총천연색으로 사는 법’에 대해 충심 어린 조언을 하고 있었다. 10년전 대학 강의실로 머릿속 테이프를 되감아본 건 최근 잇따른 주변의 사례(?) 때문이었다. 며칠 전 직장인들로 붐비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몇 년만에 우연히 대학선배를 만났다. 봄햇살 아래 음울하게 서 있던 그가 인사말을 건네자마자 하는 말. “2년 사귄 여자친구가 갑자기 헤어지잔다. 표현 없고 무뚝뚝한 내 태도에 이젠 지쳤대. 어떻게 해야 되냐?” 그리 친하지도 않은 데다 오랜만에 만난 내게 던진 선배의 첫마디는 그의 절박함을 헤아리게 했다. 얼마전 읽은 한 에세이집에서 광고쟁이로 일하는 필자는 이십년 넘게 살 붙이고 산 남편의 ‘비장의 내조’를 털어놓았다. 그건 바로 알 큰 반지도, 0자 많이 붙은 백화점 상품권도 아닌, 남편이 밤마다 피곤에 전 자신의 몸을 두드려주는 5000원짜리 안마망치였다. 표현은 ‘관계의 정석’이다. 상대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까닭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찬양’처럼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우리는 너무도 친밀하고 심플하고 정확할” 수 있었을 테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언어는 위스키가 아니며, 또 운 좋게도 우리는 우리의 말과 행동을 아우를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지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라는 모 제과의 광고는 이제 신봉하지 마라. 표현하지 않으면, 인생은 잿빛이다. 정서린 국제부 기자 rin@seoul.co.kr
  • 여야 쇄신 박차

    여야 쇄신 박차

    ‘4·29 재·보선’ 결과로 여야 모두 쇄신론에 휩싸였다. 전패한 한나라당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 속에 초선 의원들이 총대를 멨다. ‘절반의 승리’를 거둔 민주당은 당 대표가 선두에 섰다. 쇄신론이 가는 길은 아직 가늠하긴 어렵다. 양당 모두 당내 계파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 한나라 당·정·청 개편 제기 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민본 21’이 4일 4·29 재·보선 참패에 따른 여권의 전면적인 쇄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파장을 낳고 있다. 하지만 쇄신의 폭에 대해 당 지도부와 소장그룹, 계파간 의견이 달라 쇄신론을 놓고 향후 내홍의 가능성도 감지된다. ‘민본 21’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재보선 전패(全敗)에 대해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상황인식이 안이하며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질타하면서 ▲국정기조의 쇄신 ▲대대적인 인적개편 ▲당 화합 등 3대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재보선 결과로 드러난 민심이반의 원인이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과 친이·친박 간의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국정쇄신과 계파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는 오는 10월 재·보선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특히 여권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난 대선 이후부터 누적된 친이·친박 갈등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민본 21 소속의 한 의원은 “우리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누가 결심해야 하는지 알지 않느냐.”면서 “그건 당에서 결단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공을 넘겨받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원론에 공감한다.”면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심은 우리에게 쇄신과 단합을 하라는 것”이라면서 “쇄신과 단합이 우리 당의 당면 과제라는 생각을 갖고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주류인 친이 진영도 “좀 지켜보자.”는 쪽이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선거에서 졌으니 어떤 식으로든 쇄신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면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방향이 정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친박 쪽은 냉랭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친박계가 쇄신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면서 “당 쇄신에 대해선 당 지도부의 판단대로 실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호응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정두언 의원 등 ‘원조’ 소장파 의원들도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민본21의 문제제기에 의견을 같이하고, 당청 회동 후 당 지도부가 내놓는 개혁방안에 따라 입장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민주당 ‘새로운 진보’ 깃발 민주당의 쇄신안은 ‘지도부 발(發)’이다. 이달부터 ‘뉴민주당 플랜’을 본격 가동한다. 당의 노선을 현재의 ‘중도개혁주의’에서 ‘새로운 진보’로 변경하는 게 핵심이다. ‘모두를 위한 번영’을 표방하며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따뜻한 공동체의 3대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아직 당내 논의는 큰 틀에만 머물러 있다. 다만 ‘새로운 진보’가 기존 노선보다는 좀 더 ‘왼쪽’으로 이동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래도 당내 일부에서는 “별 차별성이 없다.”면서 보다 뚜렷한 ‘색깔’을 주문하고 있다. 노선 변경은 지난 4·29 재·보선에서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의 개혁성향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쇄신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세력과의 선명성 경쟁이 불러온 측면도 없지 않다. 뉴민주당 플랜에는 지방선거 승리 방안 및 전국정당화, 정당 현대화 구상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의 실천 과정에서 ‘정세균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정 전 장관 등 거물급 정치인들과의 복귀에 대비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게 정 대표측의 시각이다. 정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뉴민주당 플랜은 민주당이 변화하고 쇄신하면서 과거의 부족함을 채워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의 이슈 선점 노력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가슴속 순애보 일깨우는 글 쓰고 싶어”

    “가슴속 순애보 일깨우는 글 쓰고 싶어”

    “가슴 속 순애보를 일깨우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비둘기집 사람들’의 소설가 은미희(49)씨가 처음으로 역사소설을 썼다. 24일 ‘나비야 나비야’(문학의 문학 펴냄) 출간 기념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작가는 “‘쿨한 사랑’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가슴 속에는 모두 순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짜고짜 섬세한 사랑 얘기를 꺼냈다.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 되살려 다름이 아니라 새 작품의 주제가 바로 순애보다. 순수한 사랑과 문학에 대한 절박함을 그려 내기 위해 작가는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을 되살려 냈다. “요사이 안부 묻사오니 / 어떠하신지요 / 창문에 달 비치니 / 이 몸의 한은 끝이 없사옵니다 / 제 꿈의 혼이 발자취를 낸다면 / 임의 문앞의 돌길은 모래가 되었아오리.” 몸서리치는 그리움을 표현한 시 ‘몽혼(夢魂)’ 등 빼어난 한시 32편을 남긴 이옥봉을 두고 작가는 “나와 그녀는 닮은 점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나 역시 그녀처럼 글을 위해 사랑도 인연도 버리고 지낼 수 있다.”면서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결국 남자를 택했지만, 난 아직 문학을 부여잡고 있다는 점”이라며 웃었다. 많이 닮은 옥봉의 이야기라지만 창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시 말고는 옥봉의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전해오는 자료들이 단편적이라, 옥봉의 남편 운강 조원의 가계, 그 가문의 문집 등 이야기가 나올 만한 것은 모두 훑었다.”고 했다. 그래도 역시 자료가 부족해 작가는 서사의 많은 부분을 상상력에 의존했다고 한다. “시를 읽고 옥봉의 성정과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는 작가는 옥봉의 작품을 분석해 이야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빼어난 여성들이 잊히는 게 안타까워” 허난설헌, 황진이에 비해 덜 알려진 옥봉은 주변의 권유로 알게 됐다고 한다. 작품에 실린 한시는 시인 이근배 선생이 번역해 붙여 주었다. 작가는 “당시는 여성들에게 매우 불리한 시절이었다.”면서 “그때 옥봉과 같은 빼어난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잊히는 게 안타까웠다.”고 창작의도를 설명했다. 더 늦기 전에 역사 속 뛰어난 인물들을 작품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차기작도 역사소설을 고려하고 있다. 옥봉과 더불어 역시 빼어난 여성인 ‘홍랑’도 다뤄 보고 싶고, 40-50대 중년의 섬세한 사랑이야기도 써보고 싶다고 한다. 거의 1년에 한 편씩, 오랜 다작에 지친 작가는 새달말쯤 일본으로 떠나 잠시 몸과 마음을 식히고 돌아올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카우보이의 고향 美 텍사스를 가다

    카우보이의 고향 美 텍사스를 가다

    │포트워스·댈러스(미 텍사스주) 박록삼특파원│100년 전 어느날, 가끔씩 흙먼지 휘몰아치는 휑한 황무지, 말 잔등 위에서 꺼덕대는 카우보이는 외로웠다. 머리 위 뙤약볕은 그의 고독함을 재촉했다. 그는 이방인, 이 땅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그 이전 오랜 시간 선인장과 잡목들이 띄엄띄엄 대지를 지켜왔고, 구름이 잠깐의 그늘을 드리우는 동안 뱀들은 그 바닥에 배를 깔고 혀를 낼름거려왔다. 그리고 그 세월만큼 얼굴이 붉었던 인종들이 대지와 어울려 지내왔다. 고독한 카우보이는 얼굴 붉은 이들의 피를 대지에 흩뿌리거나 자신의 피를 내줬다. 혹은 또다른 카우보이와 죽고 죽임을 교환하며 이제는 그 땅의 주인이 됐다. 그렇다고 그를 마냥 칭송할 수만도, 비난할 수만도 없다. 그 역시 자신과 식솔을 위해 척박한 운명을 개척해왔을 뿐이었다. 미국의 카우보이는 이 땅이 일궈낸 억센 서부 개척 역사이자 ‘강한 미국’의 상징이다. 미국을 찾는다면 ‘고독한 카우보이의 고향’, 텍사스를 빼먹지 말 일이다. 물론 단추 하나 누르면 미사일이 한치 오차 없이 내리꽂는 세상에서, 그리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절대 미덕인 사회에서 한가로이 소떼 모는 ‘낭만의 카우보이’는 시대착오적이다. 텍사스는 지금 박물관 유리전시창 안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박제화와 현대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변화를 향해 몸부림치는 카우보이의 두 얼굴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포트워스(Fort-Worth)다. 이는 곧 미국의 두 얼굴이기도 하다. ●미국여행의 숨겨진 보물 포트워스 한국에서 텍사스는 먼 곳이다. 줄잡아 14~16시간의 비행이 필요하다. 게다가 서부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 말고는 떠오르는 이미지도 그다지 강렬하지 못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소풍 때 보물찾기를 돌이켜보자. 늘 그렇듯 보물은 꼼꼼하거나 운좋은 이들의 눈에만 포착되기 일쑤다. 포트워스는 미국을 찾은 성실한 여행자에게만 주어지는 숨겨놓은 보물이다. 인구 70만명의 작은 도시 포트워스는 댈러스-포트워스(DFW)공항에서 서쪽으로 28㎞쯤 떨어져 있다. 올해 미국에서 ‘가장 특색있는 여행지 12곳’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텍사스 관광 1순위로 꼽힐 정도로 미국인들에게는 선망의 여행지다. 실제 지난해 방문객만 540만명에 달했다. 일단 DFW공항이 있는 그레이프바인에서 포트워스 스톡야드 역으로 향하는 ‘빈티지 레일로드’를 타자. 이 증기기관차는 서부시대로 떠나는 타임머신이다. 오후 1시에 떠나며 요금은 왕복 20달러, 편도 14달러. 4월 마지막 주말에는 강도가 말을 타고 열차를 터는 이벤트도 있다. 증기기관차를 타고 1시간30분 달리면 스톡야드다. 스톡야드는 1800년대 말 목축과 소 거래가 이뤄진 곳으로, 서부 정통 카우보이 정취를 안겨주기에 맞춤이다. 불과 1㎞도 채 안 되는 짧은 거리(익스체인지 애비뉴)에 로데오 경기장, 100년 가까이 된 상점, 선술집, 식당들이 즐비하다. 하루에 두 차례(오전 11시30분, 오후 4시) 보여주는 ‘소떼 몰기’는 옛 카우보이에게는 생계와 관련된 절박함이었겠지만, 이제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서부시대로 돌아간 듯 야릇한 흥분을 주는 관광명물로 자리잡았다. ●뉴욕을 닮고픈 도시 댈러스 이것이 전부라면 텍사스 여행은 그저 박제화된 복고풍에 그치고 만다. 카우보이의 후손들은 내심 뉴욕과 같은 초현대적인 메트로폴리스를 닮고자 한다. 실제로 댈러스와 포트워스, 그레이프바인은 지리적 이점 덕에 각종 컨벤션 회의를 유치하고 있다. 곳곳에 널린 광대한 쇼핑몰, 숨겨진 비기(秘技)인 와인산업 등 호재가 풍부하다. 미국 500대 기업 중 25개가 댈러스, 포트워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고 자랑하는 쇼핑몰인 하이랜드 파크빌리지와 국제적 명품백화점 니먼 마커스, 생활용품 백화점 제이시 페니는 물론, 메이시스·노르드스톰·노스파크가 하나의 건물로 묶인 노스파크센터, 웨스트 빌리지 등 쇼핑몰이 댈러스 곳곳에 펼쳐져 있다. 또 뉴욕에 ‘뮤지엄 마일’이 있다면, 댈러스에는 예술문화거리(Arts district)가 있다. 일본과 중국, 인도의 예술 작품 5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 아시안 아트 크로 컬렉션 박물관과 국내에도 잘 알려진 조나단 보로프스키·조지 시걸 등의 조각품이 전시된 내셔 조각센터, 댈러스 박물관에다가 모튼 메이어슨 심포니 센터 등이 있다. 포트워스에도 박물관 5개가 모여 있다. ●서부 여행의 정수 랜치에서 하룻밤 댈러스와 포트워스 여행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짝퉁 뉴욕’ 댈러스의 소비문화에 지쳤거나, ‘꾸며진 서부시대’ 포트워스에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면 텍사스 여행의 또다른 정수인 랜치(목장)에서 하룻밤을 묵어보자. 텍사스에는 와일드캐터랜치, 웨스트포크랜치, 오일랜치, 오스틴랜치 등 리조트 기능을 겸하고 있는 랜치하우스 550곳이 있다. 와일드캐터랜치(Wildcatter Ranch)는 포트워스에서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144㎞ 정도 달리면 나타난다. 그 면적이 여의도의 두 배가 넘는 180만평이다. 호젓함을 누릴 수 있음은 물론,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말을 타고 넓은 목장을 누비는 짜릿함이 있고, 야생 그대로는 아니지만 클레이접시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볼 수도 있다. 카누타기, 트레킹, 소 먹이주기 체험 등도 있다. 오두막집 스타일의 캐빈은 1박에 350달러가 넘을 정도로 비싸지만 드넓은 황무지에서 맞는 일출과 석양, 바람은 하룻밤 방값 이상의 가치가 충분하다. ■오감 만족 -쇼핑천국 댈러스·멕시코식 스테이크 양도 푸짐 텍사스주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멕시코에 편입됐다가 2년에 걸친 치열한 독립전쟁 끝에 승리, 텍사스 공화국으로 지내다가 1845년 28번째로 미연방에 편입됐다. 텍사스의 별칭인 ‘외로운 별(Lone Star)’의 역사적 배경이다. 한반도의 세 배 면적의 땅덩이 크기만큼 박물관도, 쇼핑몰도, 조각품도 모두 크다. 텍사스의 맛은 ‘텍스-멕스(멕시코식 텍사스음식)’로 통칭된다. 바비큐를 처음 발명했다는 자부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어디를 가도 무지막지하게 큰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만날 수 있다. 정통 멕시코 음식은 포트워스 다운타운의 ‘조 T 가르시아스’에서 맛볼 수 있다. 주말이면 길게 줄을 서야 하고 현금만 받는다. 장사 잘되는 집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오만하다. 특히 텍사스 식도락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양이 엄청 많고 짜다.’는 것. 일단 우리네 팝콘처럼 나초(옥수수 칩)를 바구니 가득 내준다. 어지간한 사람은 샐러드 하나면 충분할 것이다. 만약 격식을 갖춘다고 샐러드에 주요리까지 시켰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또한 담백하게 구워주는 스테이크가 아닌 이상, 주문할 때 ‘짜지 않게 해달라.’는 말을 잊지 말라. ●일주일에 세 차례 인천공항 직항 텍사스 댈러스-포트워스(DFW)공항까지는 일주일에 세 차례(화, 목, 토) 인천공항에서 직항이 있다. 하지만 왕복 요금이 일본 도쿄를 경유하는 델타항공의 두 배에 가깝다. DFW공항에서는 슈퍼셔틀(25달러) 또는 택시(50~60달러)가 원하는 호텔까지 데려다준다. 그러나 차를 빌리는 것이 비용 측면이나 이동성 측면에서 편리하다. 댈러스 유니언역은 전국 각지에서 암트랙(열차)이 오고간다. 고속버스인 그레이하운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글 사진 youngtan@seoul.co.kr
  • [프로농구]KT&G ‘PO 희망가’

    [프로농구]KT&G ‘PO 희망가’

    19일 프로농구 KT&G-동부전. 두 팀 모두 이유는 달랐지만 절박함은 차이가 없었다. 지난 6일까지 2위 모비스를 3.5경기차로 따돌린 동부의 우승은 확실한 듯했다. 하지만 KTF와 SK 등에 잇따라 덜미를 잡혀 모비스에 0.5경기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자력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 경기전 KT&G 라커룸에는 은희석, 양희종, 김일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들이 부상을 당한 통에 KT&G는 수직하락했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LG가 실수하기를 바라는 상황. 시즌 내내 악재에 시달린 이상범 감독대행은 “지도자를 하면서 이런 일이 또 있겠어요.”라면서 “정신력밖에는 믿을 구석이 없어요. 2시간 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뛰자고만 했어요.”라고 말했다. 3쿼터 종료 7분여를 남기고 47-47, 팽팽한 접전. 김주성(20점)이 3쿼터에만 14점을 몰아친 덕분에 동부가 66-61로 앞선 채 쿼터를 마쳤다. 하지만 KT&G 선수들의 투혼과 집중력은 놀라웠다. ‘찰떡궁합’ 주희정-마퀸 챈들러 듀오의 손발이 척척 맞은 덕에 점수차를 좁혔다. 경기종료 5분39초 전 챈들러의 골밑슛으로 70-69로 역전. 77-76으로 쫓긴 종료 1분여전 주희정이 페너트레이션을 성공, 79-76으로 달아났다. 종료 28초 전 챈들러의 페이드어웨이슛으로 81-76, 쐐기를 박았다. KT&G가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득점방정식’ 주희정(27점 7리바운드)-챈들러(30점)의 활약으로 동부를 84-78로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28승25패가 된 KT&G는 이날 패한 LG를 끌어내리고 6위로 올라섰다. KT&G가 21일 삼성을 꺾으면 자력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르게 된다. 반면 동부는 (33승)19패째를 떠안으며 모비스에 공동 선두를 내줘 자력 우승이 물건너갔다. 삼성은 잠실에서 테렌스 레더(36점 17리바운드)와 이규섭(20점·3점슛 4개)의 활약으로 연장 혈투 끝에 81-77,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30승(23패) 고지를 밟은 삼성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LG는 남은 2경기를 이기고 KT&G의 패배를 기다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 임일영 조은지기자 argus@seoul.co.kr
  • 은밀히 새긴 ‘황제어새’ 고종황제의 혼 오롯이

    은밀히 새긴 ‘황제어새’ 고종황제의 혼 오롯이

    ■ 되찾은 ‘대한제국 국새’ 의미 1897년 10월12일 조선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올랐다. 하지만 황제국에 걸맞은 지위와 화려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2년 전 황비(명성황후)가 시해되는 비극을 겪었음에도 고종은 여전히 러시아와 일본, 중국 등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경국(傾國)의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운명이었다. 고종은 나라를 사실상 빼앗긴 1905년 을사조약을 전후해 열강의 황제·군주에게 적지않은 친서를 보냈는데 대부분 품에 지니고 있던 ‘황제어새(皇帝御璽)’를 찍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17일 공개한 국새가 바로 이 ‘황제어새’다. 따라서 고궁박물관이 이 국새를 되찾은 것은 단순히 조선시대 국새를 하나 더 갖게 된 것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즉위 후 만든 13개에 포함 안돼 고종 13년(1876년) 11월4일 경복궁 교태전이 화재로 소실되면서 이곳에 보관하던 국새도 대부분 녹아버리거나 손상됐다. 이에 따라 고종은 소실된 옥새와 인장을 새로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때의 상세한 제작 과정은 장서각이 소장한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에 보인다. 시명지보(施命之寶)를 비롯한 새로운 보인은 그해 12월27일까지 모두 11과(科·개)가 제작됐다. 고종이 황제로 즉위한 뒤에는 각종 도장 또한 황제의 위상에 걸맞게 새로 만들어야 했다. 대한제국의 선포과정을 기록한 ‘대례의궤(大禮儀軌)’에는 이때 대한국새(大韓國璽), 황제지새(皇帝之璽), 황제지보(皇帝之寶), 칙명지보(勅命之寶), 제고지보(制誥之寶), 시명지보(施明之寶), 대원수보(大元帥寶), 원수지보(元帥之寶) 등 13과를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외교문서에 쓴 비밀국새는 2개? 하지만 황제어새는 이 기록에 들어 있지 않다. 국새의 제작과 관련된 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채 은밀히 추진해야 했던 고종의 위기의식과 절박함을 황제어새는 보여주고 있다. 비밀로 남았던 황제어새는 이처럼 제작 관련 기록이 없는 것은 물론 누가, 언제, 어떻게 해외로 반출했는지조차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았다. 고궁박물관이 고종의 친서에 사용한 국새를 판별한 결과 두 종류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을 박물관은 ‘제1유형 국새’(1903~1906년 사용)와 ‘제2유형 국새’(1905~1906년 사용)로 구별했다. 활자체의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 두 국새에는 모두 ‘황제어새’라는 문구를 새겼다. 이번에 발견된 국새는 ‘제1유형 국새’로 확인됐다. 두 과의 비밀 어새가 존재했던 셈이다. 고궁박물관은 이번에 공개한 비밀 국새가 만들어진 시기와 관련해서는 ‘문화각(文華閣)의 옥새와 책문(冊文) 등을 보수하도록 하다.’라는 고종실록의 기록(광무 5년 11월16일)으로 미루어 1901~1903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위감정 절차와 환수의 의미 문화재청은 이번에 전각, 금속공예, 서체, 매듭 등 각 분야별로 10명에 이르는 평가위원을 따로따로 불러서 국새의 진위를 감정했다. 일반적으로 중요문화재라 하더라도 3명 정도의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국새의 재질 분석, 활자 비교, 국사편찬위의 유리원판 사진 비교 등의 과정을 거쳤다. 국새의 제작 관련 문헌이 없는 상황인 만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국새 구입의 실무를 추진한 정계옥 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10명의 위원 중 매듭을 감정한 분만 상중하에서 ‘하’ 판정을 내렸을 뿐 나머지 위원은 모두 틀림없는 진품으로 감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원수보(국방 관련용 국새), 제고지보(고급 관리 인사 때 쓰는 국새), 칙명지보(칙령을 내릴 때 쓰는 국새) 등 3과의 국새는 관련 제작 문헌(대례의궤)이 존재하지만 사용된 문서가 없는 데 반해 고종의 비밀 국새는 제작 관련 문헌은 없지만 사용된 문서가 존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이 국새는 앞으로 국보 지정 절차를 밟은 뒤 덕수궁 석조전이 복원되면 고종 관련 전시에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환수된 국새는 대한제국기의 정치, 사회, 왕실상 등 학술적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록삼 강병철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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