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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화 강경파 의료개혁 반기 vs 오바마는 협상 거부… 끝내 ‘파국’

    공화 강경파 의료개혁 반기 vs 오바마는 협상 거부… 끝내 ‘파국’

    미국 정치권이 30일(현지시간) 예산안 처리 실패로 연방정부 폐쇄를 초래한 것은 곪을 대로 곪은 미국 정치의 난맥상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CNN의 영국인 앵커인 피어스 모건은 “위대한 나라 미국이 어떻게 이렇게 됐느냐”고 개탄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의료보험 개혁(오바마케어) 예산을 뺀 예산안을 처리해서 상원에 보내면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오바마케어 예산을 넣은 예산안을 처리해 다시 하원에 보냈다. 이런 식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양측은 유치한 핑퐁게임을 각각 3차례씩이나 반복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티파티(보수주의 유권자 운동) 돌풍에 힘입어 의회에 입성한 강성 공화당 의원들이 당내 여론을 주도하면서 미국 정치는 비타협적 극한 정쟁으로 내몰렸다. 예산안 처리, 재정적자 감축, 국가부채 상한 인상 등을 둘러싼 정쟁은 ‘연례행사’가 됐고 단기 미봉책으로 근근이 파국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종일관 강경한 자세로 협상을 거부함에 따라 정부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해 ‘리스크’가 줄어든 데다 자신의 핵심 치적인 오바마케어를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애초부터 타협의 여지를 좁혔다<서울신문 9월28일자 참조>. 공화당 역시 오바마케어에 대한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가 워낙 심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극명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접점을 찾기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비판 여론 때문에 양측이 곧 타협할 것이라는 낙관론 속에서도 예상보다 폐쇄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적지 않은 이유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부 폐쇄를 일부러 유도하는 승부수를 띄웠다는 음모론도 나돌고 있다. 실제 1995년 빌 클린턴 정권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21일간 정부 폐쇄가 이어졌고 이에 따른 역풍으로 이듬해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전례가 있다. 한편 이번 정부 폐쇄가 당장 한국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무부는 이날 “비자 발급 업무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관 또는 농산물·식품 검역에도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주미대사관은 전망했다. 다만 미국 내 유명 국립공원이 폐쇄됨에 따라 관광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교포들의 영주권 또는 시민권 발급 업무가 지연될 수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영화 多樂房] ‘허니’

    [영화 多樂房] ‘허니’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만큼 아름답고도 슬픈 일이 있을까. 세월은 무심한 듯 아이의 여린 육체와 정신을 뒤흔들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누구나 겪어야 할 통과의례일 뿐이라는 위로도 어른이 된다는 사실의 서글픔을 무마시킬 수는 없다. 26일 개봉한 ‘허니’는 그 통과의례를 고요히, 그러나 혹독하게 당면하고 있는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 장면에서 카메라는 벌통을 설치하기 위해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유수프(보라 알타스)의 아버지 야쿱(에르달 베식시오그루)을 롱테이크로 관찰한다. 자연에 둘러싸인 한 인간과 침묵 속에도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은 축소된 삼차원의 우주를 보여줌과 동시에 이 영화의 주제를 집약하고 있다. 한없이 조심스러우면서도 절박함이 느껴지는 야쿱의 느린 움직임은 나무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하는 다음 장면의 위태로움을 배가시킨다. 유수프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스승인 아버지와의 유대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이 단선적인 궁금증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간의 성장과 자연의 섭리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시종일관 잔잔한 ‘허니’의 긴장감을 이끌어간다. 학교생활조차 녹록지 않은 말더듬이 유수프는 아버지를 따라 벌꿀을 채취하거나 아버지의 귀에 속삭이듯 마음을 털어놓는 것 외에는 즐거운 일이 없다. 그에 반해 성실하고 따뜻하지만 다분히 현실적인 어머니의 염려와 잔소리는 유수프에게 또 다른 짐일 뿐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유착은 성장드라마에 있어 다소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야쿱이 간질로 쓰러지는 장면에서 그 어색함이 얼마간 해소된다. 유수프에게 아버지는 해결사이기 이전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연약함을 가진 애틋함과 돌봄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벌통을 설치하기 위해 멀리 떠난 야쿱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아들은 점차 관습적 구조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깨닫게 된다. 아침 식사를 앞에 두고 훌쩍거리는 어머니를 바라보던 유수프는 그토록 싫어하던 우유를 단숨에 들이켠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부탁한,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아들의 의무를 나름의 방식으로 수행한 것이다. 그날, 유수프는 학교에서도 마지막 남은 칭찬 배지를 받는다. 여전히 말을 더듬는 여섯 살 꼬마에게 이 성급한 보상은 인간의 성장이 자발적이기보다 외부에 의해 촉구되는 것임을 보여 준다. 유수프가 그토록 욕망하던 칭찬 배지는 아버지의 부재와 동시에 찾아온 성장에 대한 압박이자 ‘사회’로의 초대이다. 물론 위안도 있다. 신령하고 위엄 있는 존재로서 영화의 미장센을 압도하는 터키 고산지대의 숲은 유수프에게 삶의 동력을 선사한다. 세미 카플라노글루 감독은 그렇게 유수프를 자연의 일부로 위치시키면서 영화를 맺는다. 영화의 시작부터 함께했던 숲은 그렇게 마지막까지 신비로운 위용을 드러낸다. 탁월하고 정성스러운 촬영이 백미(白眉)라면, 음악 대신 삽입된 자연의 다채롭고 영롱한 소리들은 사치스러운 덤이다. ‘허니’는 타르코프스키와 브레송, 베리만의 자장 아래 있으면서도 영상의 현대적 세련미가 더해져 카플라노글루 감독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엿보게 한다. 무엇보다 그가 어린 시절 자주 거닐었다는 장중한 아나톨리아 숲의 정기(精氣)가 깊숙이 영혼을 불어넣어 준 작품이다. 103분. 전체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극과 극](10) 희망을 던지고 기적을 쏜다…고양 원더스의 하루

    [극과 극](10) 희망을 던지고 기적을 쏜다…고양 원더스의 하루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가 공식 출범을 앞두고 23일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소속 선수 3명을 영입했다. 김종민(27·포수), 오현민(26·투수), 채선관(25·투수)이 바로 꿈을 이룬 주인공들. 이로써 고양 원더스는 지난해 5명, 올해 9명 등 창단 이후 2년간 14명의 프로구단 입단 선수를 배출하게 됐다. 가장 낮은 곳에서 야구를 꿈꾸는 사람들, 그들의 시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부상·계약해지…좌절의 문턱에서 잡은 희망의 끈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국가대표야구훈련장.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홈구장인 이곳에 40명의 선수들이 운동장에 모여 있었다. 그러나 제각각 디자인이 다른 유니폼에 임시 등번호가 적힌 조끼를 입은 이 선수들은 고양 원더스 선수들이 아닌 고양 원더스 선수가 되고자 모인 지원자들이었다. 이날은 고양 원더스의 새 선수를 선발하기 위한 ‘2013 트라이아웃’ 3일째 되는 날. 지원자 100여명 중 서류를 통과한 86명이 지난 1~2일 이틀간 달리기, 수비·타격, 투구, 연습경기 등의 1차 테스트를 치렀다. 이날 이곳에선 1차 테스트를 통과한 40명의 지원자들에 대한 최종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비선수 출신 트라이아웃과 달리 이날은 선수 경력(대한야구협회 6년 이상 선수 등록자, 학생 포함)이 있는 이들에게만 지원 자격이 주어졌다. 야구를 향한 꿈 못지않게 절박함과 절실함으로 채워진 지원자들인 셈이다. 황건주(24·투수)씨는 2008년 동산고를 졸업하자마자 SK 와이번스의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했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1군 경기에 뛸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팔꿈치 부상을 입어 2010년 9월에는 수술까지 받았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지난해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쓰라렸다. “입단했을 때 동기 중에 고등학생이 저 혼자였어요. 1군 선배들은 물론 저보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도 많았구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많이 위축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순 없었다. 그대로 돌아서기엔 야구가 너무 좋았다. 공익근무요원 복무 중 재활 훈련을 마치고 소집해제 뒤 인근 고등학교 야구부 훈련에 참여하는 등 글러브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김선민(23·유격수)씨와 오세직(24·유격수)씨도 각각 소속팀이 있었다. 김선민씨는 2010년 삼성 라이온즈에 신고선수로, 오세직씨는 NC 다이노스 창단 멤버로 뛰었다. 그러나 각각 2011년, 2012년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김선민씨는 “오히려 빨리 군대를 해결하고 처음부터 다시 야구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어요”라고 말했다. 오세직씨는 계약해지 뒤 야구를 그만두려 했지만 잠시 쉬는 동안 야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놓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전성환(28·유격수)씨는 최종 테스트를 뛰는 최고령 지원자였다. 지원 자격(1985~1995년생)으로서도 최고령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대학 1학년 때 어깨 부상을 당했다. 어린 마음에 운동이 지겨워진 것도 있었다. 대학을 그만뒀고 입대했다. 제대한 뒤 트레이너, 웨이터, 막노동 등 온갖 일을 다했다. 그러나 돌고 돌아 돌아온 곳은 다시 야구였다. 2011년부터 야구연습장에 나가 사회인 야구팀 코치를 맡았다. 가르치다 보니 야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1군으로 뛰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스스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테스트를 받아보니 쉽지만은 않았다. 전성환씨는 “꾸준히 운동을 해온 친구들과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최종 테스트에 온 것만으로도 일단은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합격하면 죽기살기로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합격한다고 해서 이들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연봉은 약 1000만원. 한국 프로야구 2군 선수 연봉 240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2년 한국 프로야구 연봉 1위인 김태균 선수(한화 이글스·15억원), 미국 프로야구 연봉 1위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3000만 달러)와 비교할 때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나 적은 연봉은 지원자들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황건주씨는 “연봉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알아보지도 않았다. 적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지금 내게 연봉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꿈은 프로 무대를 밟는 것이다. 이들에게 야구의 꿈을 이어주는 곳이 고양 원더스인 것이다. 관중도 환호도 없지만…패자부활을 꿈꾸다 이들은 김성근 감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오세직씨는 “김성근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지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감독님께 배워서 하루빨리 프로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SK 시절 김성근 감독을 스승으로 모시기도 했던 황건주씨 역시 “프로 가는 것이 최종 목표지만 합격하면 다음 목표는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기량을 쌓는 것”이라면서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트라이아웃은 합격자 수를 정해놓지 않은 채 실력과 발전 가능성만으로 선수를 뽑을 예정이다. 냉정하게 말해 지원자 중 상당수는 이날 가슴에 품었던 꿈에서 다시 멀어져 갈 것이다. 최종 합격할 이들 역시 갈 길이 멀다. 최종 테스트 전날이었던 2일 고양 원더스 구단주인 허민씨가 미국 뉴욕주 프로비던트 뱅크 파크에서 열린 독립리그의 마운드에 올랐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허민 구단주는 선수 경험이 전무한 기업인이다. 첫 등판에서 3이닝 5실점의 호된 신고식을 치렀지만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정식 야구선수로 마운드에 섰고 공을 던졌다. 야구와 전혀 관계 없는 길을 걸어왔지만 자신의 구단을 갖게 됐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야구선수의 꿈을 이뤘다. 꿈이란 꾸는 것은 아름답지만 이루긴 어렵기에 한편으론 잔혹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꾸준히 꿈을 꾸는 자에겐 기회가 오지만 꿈조차 꾸지 않는 이에겐 아무 것도 없다. 그렇기에 운동장에 선 모든 지원자들이 이날만큼은 승자였다. 글·사진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프로축구] 부산, 죽다가 살아났다

    [프로축구] 부산, 죽다가 살아났다

    째깍째깍 흐르는 시간이 무심하고 또 야속한 밤이었다. 90분간의 피 말리는 K리그클래식 생존 레이스에서 부산이 웃었다. 인저리타임에 터진 박용호의 결승골을 앞세워 성남을 골 득실 차에서 누르고 그룹A행 막차에 올랐다.부산은 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47분 터진 박용호의 결승골로 선두 포항에 2-1 승리를 거뒀다. 승점 40(11승7무8패)에 골 득실(+6)까지 따진 끝에 겨우 상위 스플릿 마지노선인 7위를 확보했다. 벼랑 끝에 몰린 부산은 한지호가 전반 43분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 갔다. 그러나 경기 종료를 5분 남기고 김은중이 포항 임대 후 첫 골을 넣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룹B로 떨어지는 불행한 예감을 애써 지우는 사이 박용호가 극적인 결승골을 꽂아 넣어 승점 3을 안겼다. ‘1위 굳히기’에 나선 포항보다 상위 그룹으로 향하는 부산의 절박함이 더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기 후 멀뚱히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단은 같은 시간 성남이 경남에 1-0으로 이겼다는 소식에 참았던 환호를 뱉어냈다. 승점은 40으로 같았지만 골 득실에서 성남(+5)보다 부산이 앞섰던 것이다. 승점이 같을 때 골 득실 차-다득점 순으로 가리는 규정상 성남(36골·부산 33골)이 한 골을 더 넣었더라면 상위 그룹 한 자리는 성남 차지였다. 성남은 황의조가 30초 만에 경남 골망을 흔들어 올 시즌 최단골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1-0으로 승수를 쌓았을 뿐 그룹B에 머물게 됐다. 진다면 그룹B로 떨어질 위기였던 수원은 전남과 득점 없이 비기면서 5위(승점 41·12승5무9패)로 상위 스플릿에 안착했다. 제주는 페드로의 결승골을 앞세워 대전을 2-1로 꺾었지만 부산과 성남이 모두 이기는 바람에 9위(승점 39·10승9무7패)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스플릿 전쟁’만큼이나 선두 다툼도 한층 치열해졌다. 포항이 이날 부산에 덜미를 잡히면서 울산, 전북(이상 승점 48)에 승점 1차로 쫓기게 됐다. 울산은 강원을 2-1로 누르고 1위 탈환에 시동을 걸었고, 전북은 인천을 2-0으로 꺾고 10연속 무패(7승3무)를 이어 갔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프랑스 별장 존재 남편도 알고 있었다” “아내는 미치광이… 증언은 다 거짓말” 부부간 진실게임

    “제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는 미치광이입니다. 그녀의 말은 증언으로서 효력이 없어요”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는 23일 이틀째 진행된 공판에서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를 증언한 부인 구카이라이를 정신병자로 몰아세우며 결백을 주장했다. 문화혁명 당시 강성 홍위병 행세를 하기 위해 ‘반당 분자’로 몰린 아버지를 걷어차 갈비뼈를 부러뜨린 냉혈적인 면모를 거침없이 보여줬다. 검찰은 구카이라이의 증언을 앞세워 보시라이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10일 사전 녹화한 구카이라이의 동영상을 통해 가족의 스폰서 격인 쉬밍(徐明) 다롄스더유한공사 회장이 구카이라이에게 사준 프랑스 별장의 존재를 이미 보시라이가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적시한 보시라이의 수뢰 규모 가운데 이 별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구카이라이는 동영상에서 “나는 아들이 앞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이 집(별장)을 아들에게 물려주려 했다. 보시라이도 이런 생각을 지지했다”며 남편이 별장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카이라이는 자신이 쉬밍으로부터 다른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보시라이가 인지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보시라이가 2002년 선양(瀋陽) 자택에서 (쉬밍이 구카이라이에게 사 준) 별장 파워포인트를 구카이라이 등과 함께 본 적이 있다고 밝힌 당 중앙기율위원회 자술서 내용을 공개, 전방위로 압박했다. 반면 보시라이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검찰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부인 구카이라이의 닐 헤이우드 살인 전력을 언급하며, “구카이라이의 증언은 정신병에 의한 결과이자 형을 감경받기 위한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증거로서)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구카이라이와 쉬밍의 증언에서도 보듯 내가 별장의 구매 과정에 개입했다거나 별장의 재산권 등에 대해 알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아들 보과과(薄瓜瓜)가 2003~2007년 쉬밍의 돈으로 항공료 일체를 결제했으며 이 금액이 무려 414만 위안(약 8억원)에 달한다는 구카이라이의 증언을 제시하며 보시라이를 코너로 몰아세웠다. 구카이라이는 2003년 이후 가족들은 물론 영국에 있는 보과과의 친구들, 교사, 학교 관계자들이 베이징과 충칭을 방문할 때마다 들어간 항공료와 호텔비를 모두 쉬밍이 지급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보시라이는 이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시라이는 전날보다 더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평소 즐기던 안경도 쓰고 나왔다. 앞서 재판장이 심리를 시작하면서 법에 따른 진행을 당부하자 “전날 재판장은 교양 있고 이성적인 데다 공평한 모습을 보여줬고 나는 이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재판 이후 좌파 네티즌들은 보시라이의 ‘선전’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경계한 듯 관영 언론들은 보시라이의 증언은 모두 거짓이며, 그의 뻔뻔함은 연기 대상감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재판은 24일에도 계속될 예정이어서 실제 판결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홍의 남자’ 내가 된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열정적인 ‘홍 반장’이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운 면도 있다. 2013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인 23명의 선수들. 첫 ‘베스트 11’도 이 냉정함 속에서 결정될 게 뻔하다. 홍명보의 사람, 누가 가장 절실할까. 한때 홍명보의 ‘복심’으로 통했으면서도 정작 런던올림픽 본선 최종 명단에서는 제외된 홍정호(24·제주 유나이티드). 대표팀 주장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할 정도로 입지가 탄탄했다. 그러나 본선행을 3개월 앞둔 지난해 4월 K리그 경남FC전에서 십자인대 부상을 입고 탈락, 올림픽축구 ‘동메달 신화’를 눈으로만 봐야 했다. 지난달 29일 성남 원정전에 4경기 연속 출장, 헤딩 선제골로 부활을 알렸지만 종료 10분을 남기고 페널티킥을 내주는 등 본업인 수비에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가장 최근인 16일 울산전에서는 김신욱(울산)에게만 2골을 내주는 등 총 4실점했다. 그러나 홍정호는 18일 NFC 훈련이 끝난 뒤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면서 “동료들은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왔지만 난 도전자로 여기에 왔다.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2010아시안게임과 역시 올림픽 본선행 직전 탈락한 김동섭(24·성남 일화)도 ‘홍 반장’의 눈길에 목마르다. 그는 “A대표가 되겠다는 목표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 왔다”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30·경찰청)도 에이스 자리를 되찾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는 ‘홍명보의 아이들’. 사상 최약체로 평가되는 대표팀의 불안감만큼이나 이들의 절박함도 최고조에 올라 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이슈 & 논쟁] 한국사 수능 필수

    [이슈 & 논쟁] 한국사 수능 필수

    반만년 역사를 한 학기에 가르치는 파행적 교육법으로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과 한국사 교육이 위기에 처했다.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6·25전쟁을 ‘북침’이라 일컫고, ‘3·1절’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학생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뒤늦게 역사교육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서며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손에 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반영만큼 효과적인 대책이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과 중국과 일본이 촉발시킨 ‘역사전쟁’에 맞서기 위해 한국사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 하지만 한국사 수능 필수가 능사일까. 입시 위주 암기식 역사교육이 우리 역사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양측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본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357시간 교육…中·日보다 적어 더이상 외면받는 과목 방치 안돼” 최근 국가적 이슈가 돼 버린 역사교육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으로 역사교육 강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은 매우 기형적인 교육방식과 입시제도에 의해 ‘학교에서 가르치지만 배우지 않는 과목’으로 전락했다. 또 중국·일본과의 역사 갈등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한국사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정작 학생들은 소 닭 보듯이 역사 과목을 보고 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중국에서는 애국주의 교육의 핵심으로 중국사가, 일본에서는 과거 영광 재현을 위한 과목으로 일본사가 강조되는데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육에 손을 대더니 학생에게 외면받는 한국사를 만들어 버렸다는 현실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중국·일본과 역사전쟁을 한다면서도 현재 시행 중인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육 시간을 총 357시간(초등 102시간, 중등 170시간, 고등 85시간)으로 중국(446시간), 일본(375시간)에 비해 가장 적게 만들었다. 게다가 ‘집중이수제’라는 학원주입식 단기 속성 방식이 도입되면서 중·고교에서는 2년에 배울 한국사 내용을 1년 또는 1학기에 몰아서 가르쳤다. 결국 이미 중학생 때부터 한국사는 재미없고 짜증만 나는 과목이 돼 버렸다. 더욱이 한국사는 2005학년도 대입수능 필수에서 선택과목이 되면서 27.7%만 선택하더니 서울대 진학생만 공부하는 과목이 된 이후인 2013학년도 수능에서는 전체 응시생의 7.1%(4만 3918명), 그리고 201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는 6.7%(4만 243명)가 선택했다. 만일 서울대마저 입시 과목에서 한국사를 제외한다면 한국사는 선택 0% 과목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상황이 됐다. 이는 대입이란 지상목표 앞에 입시와 관련이 없는 과목이면 어떤 명분과 논리로도 선택받지 못하는 가슴 아픈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최근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하는 도중 극소수 학생만이 기초적인 역사 관련 물음에 답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중에 특강이 끝나고 고 3학생이 자신은 서울대를 준비하지 않아 진작 한국사를 포기해 우리 역사를 잘 몰랐는데 1학년 후배가 답을 잘하는 것을 보고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났다고 했다. 솔직히 한국사를 공부하고 싶어도 서울대에 갈 학생이 아닌 사람은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해 선택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반면 미국 조기 유학을 준비하는 지인의 아들은 미국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시험인 SAT를 준비하면서 미국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우수한 인재가 유학을 가면서 미국사는 열심히 하지만 한국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 성장한 ‘우수한 해외유학 인재’가 우리나라에 돌아와 국가 운영에 참여할 때 과연 무엇을 근거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이공계 학생들은 더더욱 역사 과목을 접할 길이 없다. 정말 역사가 필요 없는 것일까. 1980년대 철길을 도로로 바꿔 확장하는 공사가 실시됐는데, 일제가 의도적으로 우리 역사 유적을 파괴하고 한반도의 혈맥을 끊기 위해 부설한 철길을 도로로 덮게 됐다. 뒤늦게 이를 알려 주니 당시 지역 국토관리청장이 공사 설계 때 그 내용을 알았으면 유적을 복원한 뒤 도로 방향을 바꿨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당시 5억원이면 될 유적 복원이 이제 1000억원이 넘는 대공사가 돼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역사 지식과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사례다. 인문계뿐만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에게도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사 교육 정상화는 대입수능 필수화가 아니면 현실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답이다. 학생들의 부담이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 미래의 주역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국가 백년을 아니 만년을 위해 할 것은 해야 한다. [反] 나인호 대구대 역사교육과 교수 “시험 위한 역사교육 본질 흐려져…정치·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전락” 얼마 전 여러 언론은 청소년들의 역사에 대한 무식함을 연일 질타했다. ‘3·1절’과 ‘6·25’에 대한 무지, ‘야스쿠니 신사(神社)’의 ‘젠틀맨’(紳士)으로의 오해와 같은 비난이 그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사교육의 강화와 한국사의 수능 필수 과목 지정’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정확한 진단에 입각한 타당한 주장일까. 먼저 정량적 기준에서 볼 때 한국사가 경시되고 있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많은 사람들이 개탄하기를 국사 과목이 서울대 입시를 위한 소수에게 한정돼 대다수의 학생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2012학년도의 경우 사회탐구 영역 가운데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12%에 불과했으나, 같은 한국사 계열인 ‘근현대사’ 과목은 45%로 세 번째로 많이 선택된 과목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역사 지식은 모두 ‘근현대사’에서 가르치는 것들이다. 국사 과목이 외면을 당해 한국사 지식이 빈곤하다는 말은 사실과 어긋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사를 모르고는 각종 공무원 시험 및 공기업 시험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해야겠다. 9급 공무원, 경찰 공무원 그리고 소방공무원 시험에서 한국사는 필수 과목이다. 또 외무·행정고시에 지원하려면 한국사검정능력시험 2급에 합격해야 한다. 올해부터 중등교원임용시험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 시험 3급 합격이 필수적이다. 이 밖에 각종 공기업 시험에서 이 시험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둘째, 시험 준비를 위한 한국사 교육 및 학습이 더 큰 문제다. 네덜란드의 역사가 호이징가가 말했듯이 역사란 과거가 우리에게 던져 주는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시험을 위한 역사교육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역사교육 과정에 담긴 이론과 현장 교사들의 교육학적 고민은 시험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역사는 이제 필연적으로 암기 위주의 딱딱하고 지루한 과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주제를 선택해 심도 있는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역사 에세이를 쓰게 하는 유럽 및 미국의 역사교육과 단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올리기 위해 주입식으로 교과서의 진도를 끝내야 하는 우리의 역사교육은 결코 같은 것일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사의 수능 필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암기 위주의 수업이 아닌 토론과 이해 위주의 역사 수업을 주장한다면 이는 공허한 수사학에 불과하다. 셋째, 한국사만을 강조한다면 이는 외눈박이 역사교육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수능 관련 통계를 한 번 더 언급하자. 불과 8%의 응시자만이 선택한 세계사는 사회탐구 과목 가운데 꼴등을 차지했다. ‘세계화’의 시대에 우리의 세계사 인식은 쇄국시대에나 걸맞은 수준이다. 미국 및 유럽, 그리고 일본의 역사교육에서 자국사와 세계사의 비중은 거의 반반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개정 7차 교육과정 이후 ‘세계사 속의 한국사’ 교육의 틀이 갖춰졌다. 그러나 현재 국제 역사학계의 흐름이 초국사(transnational history), 더 나아가 글로벌 히스토리의 패러다임 속에서 진행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사와 세계사가 더욱 유기적으로 통합된 역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사 교육을 강조하는 목소리 가운데 역사교육을 국가안보와 애국주의, 즉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도구로 간주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현재 동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한·중·일 삼국의 ‘역사전쟁’은 ‘과거를 현재의 욕망으로 해석’하려는 이러한 민족주의 역사학의 산물이다. 더 나아가 근래 과열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을 보자. 역사가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위한 날카로운 무기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역사가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기능하는 한 나는 역사교육의 강화에 반대한다. 이런 역사의 과잉은 니체가 말했듯이 현재의 삶을 질곡시킨다. 미래를 향한 창조성과 에너지를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 팬택 ‘베가아이언’ 띄우기 총력전

    팬택 ‘베가아이언’ 띄우기 총력전

    삼성전자의 530억원 투자로 일단 한숨을 돌린 팬택이 신제품인 ‘베가아이언’ 띄우기에 한창이다. 다양한 제품군으로 무장한 경쟁사와는 달리 팬택은 사실상 베가아이언이 유일한 신제품이다. 현금 유동성에 압박을 풀어줘야 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베가아이언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팬택은 갤럭시 S4에 맞설 제품으로 ‘베가아이언’을 내놓았다. 2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아이언맨3의 개봉 시기와 베가아이언의 출시 시기를 겹치게 할 정도로 마케팅에도 신경을 썼다. 하지만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호평에도 아직 판매 성적은 2%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팬택은 베가아이언 제품 구매자에게 자신만의 문구를 새겨주는 ‘시그니처(Signature) 서비스’를 이달 말까지 진행 중이다. 금속 테두리에 자신만의 문구를 새겨 세상에 하나뿐인 휴대전화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다. 마크 제이컵스, 버버리 등 세계적인 명품의 핸드백을 만드는 장인이 직접 맞춤형 가죽 케이스를 제작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한 달간 거리홍보전도 벌인다. 지난 5일부터 팬택 임직원들은 서울 강남역, 부산 서면역 등 전국 15개 지하철역 인근 거리에 나가 가장 가까운 팬택 서비스센터를 일러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직원들이 단체로 거리에 나선 이유는 팬택은 애프터서비스가 불편하다는 통념 때문이다. 팬택 관계자는 “전국에 87개 전용 서비스 센터를 갖췄지만, 여전히 팬택은 서비스센터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서비스센터가 있다는 점을 알려 판매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벤처 성공신화’로 불렸던 팬택은 국내외 금융환경 악화로 2007년 4월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11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지난해 5년 만에 726억원의 적자를 내며 다시 자금난에 부딪혔다. 내부에선 베가아이언마저 밀리면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다. 팬택 관계자는 “정부의 보조금 규제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선전 중”이라면서 “워크아웃을 겪으며 더 물러날 수 없다는 직원들의 절박함이 팬택의 가장 큰 무기”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CEO칼럼] 우리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CEO칼럼] 우리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흔히 명문 구단이라고 불리는 세계 유수 스포츠 클럽들의 공통점은 어떤 조건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이다. 주축 선수들이 팀을 옮기고, 부상으로 이탈하는 선수들이 많아도 결코 좌초하는 법이 없다. 초반에 좀 삐끗하더라도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어느덧 우승권에 가 있다. 가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한두 해 반짝하는 팀이 있긴 하지만 명문 구단과는 거리가 있다. 스포츠 팬들은 이를 두고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말한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처럼 어떤 스포츠의 어느 리그에서도 우승은 해본 팀이 계속하는 경향이 있다. 명문 구단은 이기는 것에 익숙하고, 이기는 법을 알기 때문에 어떤 조건에서도 치고 올라간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선수가 바뀌고 감독이 바뀌어도 그들의 자신감은 DNA처럼 계속 이어져 클래스를 유지해 나간다. 우스운 가정이지만 만약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누가 어려움을 잘 극복 하는지 겨루는 ‘어려움 극복 올림픽’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우승을 밥 먹듯 하는 ‘명문 국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일제 식민지 통치에서 시작해 6·25전쟁, 1, 2차 오일 쇼크,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 위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기적적인 성장을 일궈 냈다. 1960년대 초까지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던 나라, 당시 케냐의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낮은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세계 굴지의 경제 대국이 됐다. 골드만 삭스 회장은 이런 우리를 보고 “내 평생 아프리카 수준의 소득 국가에서 주요 7개국(G7) 수준 소득 국가로 탈바꿈한 경우는 처음 본다” 며 “모든 국가가 보고 배워야 할 모범국“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1997년 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극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반복되는 시련을 통해 골수에 박힌 ‘위기 극복 DNA’가 재도약의 기회를 만든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아무리 위기를 극복해도 늘 새로운 형태의 위기가 찾아오곤 한다. 지금도 우리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세계를 덮은 불황은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고, 기업들은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모든 성장 요소는 막혀 있는 듯 보이고 새로운 활로를 뚫기도 쉽지 않다.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까지 퍼진 먹구름은 이 땅의 젊은이들마저 한계치로 떠밀고 있다. 미래가 되어야 할 그들은 이미 ‘88만원 세대’나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 세대’로 내몰리고 있다. 모두가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의욕이 꺾일 수 있을 때다. 하지만 유례없는 어려움 앞에서도 위기 극복 경험을 통해 우리는 분명 이 상황을 이겨내고, 그 결과 더욱더 큰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옛날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또는 ‘하면 된다’와 같은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쪽이 더 힘들다고 비교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지금은 세계가 하나로 묶여 있어 과거처럼 우리만 열심히 잘한다고 극복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를 볼 때 우리의 DNA는 절박함의 크기가 클수록 더 진가를 발휘했다. 사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할 수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능력을 보여 줄 때다. 마라톤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구간은 반환점이라고 한다. 지금껏 뛰어 온 거리를 다시 뛰어야 한다는 부담과 앞뒤로 뛰는 선수들에 대한 압박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2013년의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반드시 이겨내겠다던 출발선에서의 다짐이 약해졌다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보자. 내친김에 위기 극복을 넘어 올해 안에 반전의 기회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먼 훗날 또다시 ‘그때 우리 참 대단했지’라고 얘기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 보자. 우리의 클래스는 영원하다.
  • “개성공단 정상화 위한 방문 허용을”

    “개성공단 정상화 위한 방문 허용을”

    “개성공단은 123개 입주기업이 허허벌판에서 피땀을 흘리며 이뤄낸 역사입니다.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간절히 원합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촉구대회’에서 개성공단 연혁보고를 하던 중 끝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회원사 대표, 법인장, 직원 등 500여명도 눈물을 훔쳤다. 유 부회장은 “바이어와의 신뢰 때문에 목숨마저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이번 사태로 공단이 폐쇄된다면 역사가 두고두고 그 책임을 묻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업들을 살리고 남북 평화협력을 위해 공단을 다시 열어야 한다”면서 개성공단 방문 허용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이날 계획됐던 방북이 또 무산되자 정부와 협의를 통해 오는 30일 방북을 재신청하기로 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공단이 완전히 폐쇄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별다른 해결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열정과 피땀으로 가꿔온 우리의 재산과 일터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함과 비장함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우리 일터를 지키기 위해 더 새롭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민간 경제교류의 마당이 남북 군사갈등으로 방해를 받거나 다른 목적을 위한 흥정 대상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개성공단은 남북평화의 상징이다’, ‘개성공단은 우리 가족의 생명줄이다’, ‘개성공단이 흔들리면 협력업체도 쓰러진다’ 등 구호를 외치며 공단 정상화를 촉구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제자의 열정, 스승의 배려 ‘배움의 꽃’ 피우다

    제자의 열정, 스승의 배려 ‘배움의 꽃’ 피우다

    “OMR 카드의 원 안에 정확히 칠하셔야 해요. 아는 문제를 틀리면 속상하잖아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성여중 2학년 2반 교실. 앳된 외모의 여교사가 주름진 제자의 손을 잡고 기말고사 답안 작성을 돕는다. 담임교사인 강래경(31·역사 과목)씨와 제자 박춘자(71) 할머니다. 박 할머니는 2반 학생 40명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지난해 입학해 벌써 세 번째 치르는 시험인데도 답안 작성은 여전히 서툴다. 강 교사는 “아이들 시험 감독을 할 때는 커닝 등 부정행위를 막는 게 교사의 역할이지만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답안 작성을 돕는 것이 임무”라며 웃었다. 칠순의 제자와 서른된 스승. 이 ‘어색한 동거’는 만학도 전문 교육기관인 일성여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학년 과정인 이 학교 학생 600여명은 대부분 50~70대다. 강 교사가 아이들 대신 때늦게 공부를 시작한 이들을 가르치기로 한 것은 야간학교(야학)의 추억 때문이다. 사회교육을 전공한 그는 대학생 시절 야학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학생과 교사 역할을 병행했던 터라 몸은 고됐지만 선생님을 귀하게 여기는 늙은 학생들의 진심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다고 한다. 강 교사는 “야학 학생들은 선생님이 배고플지 모른다며 압력밥솥을 들고 와 밥을 지어 주기까지 했다”면서 “배우고자 하는 절박함은 만학도가 어린 학생들보다 더 깊다는 생각이 들어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고 말했다. 4년차 교사인 그는 짧은 가방끈 탓에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온 학생들을 상대하면서 나름의 배려 방법도 익혔다. 강 교사는 “우리 학생들은 교사의 설명을 알아듣지 못하고도 모두 이해한 척하는 일이 많다”면서 “부족한 배움 탓에 행여나 상대방에게 무시당할까봐 수십년에 걸쳐 몸에 익힌 방식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4년쯤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진짜 이해했는지 가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이 아는 체해도 자기 지식으로 소화하지 못한 듯하면 자존심 상하지 않게 반복 설명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노()학생들은 스승의 배려가 고마우면서도 늘 미안하다. 고옥남(71) 할머니는 “10대 학생들은 한 번에 알아듣는 내용을 우리는 열 번, 스무 번 설명해 줘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짜증날 만한데도 강 선생님은 표정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다시 설명해 주신다”고 말했다. 정작 강 교사는 “삶의 지혜는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결혼한 터라 시어머니를 대하는데 익숙하지 않은데, 시어머니 또래인 학생들이 “살림과 관련해 아는 일도 모르는 것처럼 시어머니에게 물어보면 좋아할 것”이라는 등 조언을 해 준다. 칠순의 제자들은 이날 강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한 송이씩 안겼다. “선생님이 저희에게 바라는 게 뭐겠어요. 지각 안 하고 졸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할게요.”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개성공단 운명은] 입주기업대표단 방북 또 무산

    [개성공단 운명은] 입주기업대표단 방북 또 무산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의 30일 방북 계획이 또 무산됐다. 입주기업 대표단 10여명은 이날 오전 경기 파주 남북출입국사무소(CIQ)에 모여 공단 진입 허가를 기다렸지만 끝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북한이 우리 측과 미수금 정산 문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사실상 입주기업 대표단의 방북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에 대해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방북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며 “하지만 입주 기업들의 지속적인 방북 시도를 통해 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에 입주 기업들에게 공단 정상화는 절박함 그 자체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정부가 부가가치세 납부 유예 등을 약속했지만 세무서에서는 납부 유예를 조건으로 보증보험을 요구하고 있다”며 “보증보험이 300만원에 달해 부가가치세 연체료보다 오히려 높다”고 토로했다. 이어 “방북은 무산됐지만 공단 정상화에 따라 기업의 존폐가 달린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입주 기업 대표단은 지난 27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 철수를 결정하자 우리 정부와 북측에 30일 방북을 요청했다. 또 거래처 소유의 제품과 원부자재 보호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고, 남북 당국 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북측은 앞서 지난 17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단의 방북을 거부한 데 이어 22일 범중소기업계 대표단의 방북도 승인하지 않았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3742건 실종가족 찾은 이건수 경위 세계기록 인증

    3742건 실종가족 찾은 이건수 경위 세계기록 인증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들은 행여라도 아이가 찾아올까 하는 마음에 이사는커녕 집 한번 못 비웁니다. 그 마음을 아니까 저도 절박한 마음으로 수사를 하는거죠.” 경찰청 182실종아동찾기센터에서 근무하는 이건수(46) 경위는 ‘가족찾기의 달인’이다. 지난 11년 동안 가족 상봉을 도와준 게 모두 3742건에 달한다. 거의 하루에 한건 꼴이다. 이 중에서 입양인의 국내 가족을 찾아준 것이 1651건이나 된다. 이 경위는 30일 미국 월드레코드 아카데미로부터 공식 세계기록 인증서를 받는다. 국제적으로 비교 대상이 없는 기록이지만 이 정도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족 상봉을 도왔다는 사실에 의문을 달기는 불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미 한국기록원도 지난해 6월 이 경위를 ‘최다 실종가족 찾아주기’ 기록 보유자로 등재한 바 있다. “본격적으로 실종자 찾는 일을 시작한 건 2002년부터였어요. 경기 남양주경찰서 민원실의 헤어진가족찾기팀에 배치됐는데, 아이를 잃어버리고 절규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무슨 사명감처럼 치솟아오르더군요.” 그는 숱한 가족상봉을 이끈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절박함 덕분”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2남 1녀를 둔 아버지로서 실종자 부모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었고, 가족상봉만 도울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10여년간 실종아동을 찾기 위해 전국에 가보지 않은 곳이 없고 부모 잃은 아이와 비슷한 인상의 어린이가 발견됐다는 제보가 접수되면 주말이라도 현장에 달려갔다. “주말에도 늘 집을 비워 아이들에게는 빵점짜리 아빠예요. 그래도 남편과 아빠가 하는 일의 의미를 알고서 애써 이해해 주는 가족들이 너무 고맙지요.” 이 경위는 실종자를 찾는 과정은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별다른 단서없이 수십년 전의 기억에 의존해 끊긴 인연을 다시 이어주는 일이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하지만 작은 실마리에 기대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어느 순간 기적이 온다. “지난해 한 50대 남성이 ‘강원도 태백에서 50년 전 가족과 헤어졌다’는 기억만 가지고 저를 찾아왔어요. 태백 일대를 며칠간 함께 훑고 돌아다녔는데 결국에는 외삼촌집부터 실마리를 찾아 마지막엔 어머니, 형과 만날 수 있었지요. 그럴 때면 저 스스로 기적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놀라움을 느끼게 되지요.” 이 경위는 날씨가 좋은 4~6월 가족 나들이를 나갔다가 아이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가까운 파출소 등에 아이의 지문을 사전에 등록하면 혹시 아이를 잃어버려도 찾기 쉽습니다. 지난해 7월 이후 벌써 18명의 아이가 등록된 지문으로 가족을 찾았지요.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었으면 좋겠어요.”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北 ‘버튼 누르면 美도 타격’… 전시상황 전개 무력 과시용인 듯

    北 ‘버튼 누르면 美도 타격’… 전시상황 전개 무력 과시용인 듯

    전략 미사일 부대 사격 대기상태 지시, 원자로 재가동 공언 등으로 위협과 도발을 계속해온 북한이 실제 군사도발 수순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한반도는 물론 태평양 괌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3000~4000㎞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의 동해안 배치는 북한이 그 동안 말로만 공언해온 전시상황이 발사 버튼 하나로 실제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무력 과시용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되는 병력과 장비의 전진기지 중 하나인 괌의 미군 지역을 비롯해 태평양 해상으로 펼쳐지는 미군 증원전력을 위협하기 위해 이런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한·미 정보당국이 파악할 수 있도록 열차를 이용해 무수단 미사일을 실어날랐다는 점에서 실제 발사 의도가 있다기보다 위협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는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이은 위협과 도발에도 미국이 아랑곳하지 않자 한반도 긴장을 전시상황 직전까지 몰고가는 초강경 대응만이 해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안은 다르지만 이날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제한 조치와 관련,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시키겠다고 위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직접적인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자 폐쇄 가능성을 보다 구체화된 형태로 거듭 언급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미국을 향해서는 실제 핵 공격을 암시하는 ‘첨단 핵타격 작전 최종 비준’ 통고를, 한국에는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2차 경고장을 보내는 초강수를 둔 것은 위협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술인 동시에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상황에 대한 절박함의 다른 표현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동해상에서 국가급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한 이후부터 대남·대미 위협 강도를 빠르게 높여 왔다. 3월에 있었던 ‘1호 전투근무태세 지시’(26일), ‘남북 간 군 통신선 차단’(27일), ‘사격 대기상태 지시’(29일), ‘남북관계 전시상황 돌입 선언’(30일)에 이어 이달 2일 원자로 재가동 선언과 이날 군 총참모부의 핵 타격 위협까지 연일 불안한 상황을 연출했다. 쉴 새 없는 도발 위협은 그만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마음이 조급해졌음을 시사한다.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실제 괌 등을 공격할 가능성은 낮지만, 긴장을 강조해온 연장선상으로 보면 강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시험발사나 훈련 목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3월부터 동·서해에 선박과 항공기 항해금지구역도 설정해 놨다. 국방부도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국지도발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의 과단성을 보여주기 위한 서해 북방한계선(NLL)부근과 군사분계선(MDL)일대의 국지도발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새터민·부인 대행 알바… 절박한 일곱명의 여자들

    문학평론가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손현주’라는 이름 석 자를 신인작가 중 첫손가락에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2009년 문학사상 신인상, 2010년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두 차례나 작가와 마주한 인연 덕분이다. 방 교수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이보다 문제적인 등단작은 없을 것”이라며 작가에게 번번이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청소년소설 ‘불량가족 레시피’로 알려진 손현주 작가가 2010년 평사리 문학대상 수상작인 단편 ‘두 시간’을 포함해 총 7편의 단편을 실은 첫 소설집 ‘헤라클레스를 훔치다’(문학동네 펴냄)를 내놓았다. 방 교수의 머릿속에 담긴 잔상처럼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눈여겨보지 않은 소외된 자리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쉬운 연민과 희망으로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각기 다른 시기, 다른 지면을 통해 발표된 작품들이지만 화자가 모두 여성이고, 주인공들이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작가는 한 발을 떼기 위해 턱밑까지 차오르는 진창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네들에게 섣부른 희망을 불어넣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식의 흔한 메시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표제작 ‘헤라클레스를 훔치다’는 북한에서 귀순한 이소향이라는 여성 새터민이 주인공이다. 남한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생계마저 막막한 주인공은 완벽한 동거를 꿈꾸다 우연히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헤라클레스’라는 남성 인형을 훔친다. 달콤했던 시간도 잠시, 밀린 월세 독촉에 그녀의 안락한 보금자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엄마의 알바’는 16세 어린 딸의 시선으로 가족을 다룬다. 깡통주식으로 큰 빚을 지고 집을 나간 아빠와, 아빠를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엄마의 이야기다.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나날이 변해 가던 엄마는 급기야 부인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상대 아저씨를 좋아하게 된다. 상처 입은 엄마를 바라보던 딸은 아빠를 찾아 집으로 데려온다. 극적 화해는 없었지만 가족은 일상적인 아침을 맞는다. ‘콜라 버리기’는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떠나고 홀로 딸과 자폐아인 아들을 키우며 사는 여성 이야기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재혼을 위해 회사에 등록한 훤칠한 외모의 남자에게 푹 빠진다. 아들의 존재를 숨긴 채 만남을 이어간다. 자폐를 가진 아들과 중국행 비행기를 탄 주인공은 아이를 그곳에 버려둔 채 서울로 돌아온다. 작가는 타인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도, 함부로 말할 수도 없는 이들의 절박함에 어떠한 도덕적 잣대도 들이대지 않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정부조직 개편 부처 로비에 휘둘려선 안 돼

    5년 단위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이 정부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부처 반발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주 정부조직개편안을 공개하자 일부 부처들은 일제히 로비전에 나섰다. 조직과 권한, 인원을 다른 부처로 넘겨주거나 아예 없애야 하는 부처들은 저마다 반대논리를 내세우며 인수위와 정치권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장관이 직접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아다니는 모습에서는 절박함마저 묻어난다. 정부조직개편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느 쪽이 옳다고 쉽게 단정 짓기 어렵다. 경제부총리 부활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뿐, 그 자체가 경제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조직개편은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이 농축돼 있는, 한정된 자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통상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방안도 ‘통상외교의 실종’이라고 무조건 손을 내저을 게 아니다. 이제는 통상업무를 외교차원을 넘어 기업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외교와 통상을 분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추세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인수위가 밝힌 조직개편안의 일부 내용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계기로 발족한 대통령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를 2년 만에 없애는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을 들을 만하다. 원자력 진흥과 규제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맡게 되면 원자력 안전관리에 소홀할 소지가 많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 진흥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겨 규제와 진흥 기능을 분리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창구가 이원화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모두 ‘현안’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등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대 정부조직개편이 정부안대로 처리된 적은 없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1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총리와 경제부총리 역할 구분이 모호한 점, 미래창조과학부의 과도한 권한 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터다. 정부조직개편안이 부처 이기주의와 공무원들의 밥그릇 지키기 차원의 로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5년 전 정부조직개편 당시에도 관료주의의 벽에 부딪히자 인수위 고위관계자는 “역대 정부가 왜 정부조직을 개편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고 말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처의 주장을 하나둘 들어주다 보면 정부조직개편안은 국정운영 철학이 없는 ‘빈껍데기’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 정부회의 대부분 속기록 작성 안한다

    ‘환경부 0%, 행정안전부 1.2%, 국토해양부 4.8%, 교육과학기술부 8.9%, 기획재정부 8.3%, 지식경제부 12.8%….’ 정부부처 회의 중 속기록을 작성하고 있는 회의 비율이다. 그나마 법적으로 속기록 작성을 지정한 회의조차도 40%는 속기록이 없다. ‘책임 행정’의 실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542개 중 54개는 ‘녹취록 지정’ 회의 3일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는 회의는 542개지만, 이 중 실제로 54개 회의만이 속기록 또는 녹취록을 남기는 회의로 지정돼 있다. 10개 중 9개는 ‘이견 없음’ 등만을 적어 놓은 형식적인 회의록만이 있다. ●“청소년보호위 등 작성 의무 안지켜” 속기록 작성 의무를 지키지 않는 회의도 많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지난해 11번 회의를 여는 동안 한 차례도 속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정책조정위, 저출산고령사회위 등도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속기록 작성 지정 회의 54개 중 22개가 회의를 아예 열지 않거나 서면으로 대체하면서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모든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국무회의 속기록은 우리 사회 모든 현안에 대해 가장 책임 있게 논의하고 결정하는 대표적인 정부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속기록 작성 지정회의에서 제외돼 있다. 2009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속기록 작성을 약속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내용적으로는 국무회의 못지않은 것이 차관회의다. 하지만 법령 개정과 관련해 치열한 논의가 펼쳐지는 차관회의도 속기록 지정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또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회의 역시 43개 회의 중 불과 12개만이 속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참석 회의가 이러한 입장인 만큼 다른 부처 소관 회의들이 속기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음은 필연에 가깝다는 평가다. 게다가 공공기록물관리법의 소관 부처인 행안부가 주관하는 47개 회의 중에서도 중앙과 지방의 의견을 협의하기 위해 만든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단 하나만 속기록을 남길 뿐이다. 특히 국가기록관리위원회, 기록물공개심의회, 기록물평가심의회,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 기록관리표준전문위원회 등 기록물의 관리 및 공개와 관련된 회의조차 속기록을 남기지 않는 이율배반을 드러냈다. ●“공개될 것 우려… 부담스러워해”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결국은 공개될 것이라는 걱정으로 부처에서 속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어서 속기록 작성 회의로 지정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면서 “국가기록관리위를 포함해서 올해 말까지 최소 장관급 이상 회의는 속기록을 작성하도록 지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예컨대 최저임금관련위와 같이 속기록을 남겨야 할 중요하고 민감한 회의일수록 오히려 거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국가기록원이 속기록 작성 지정회의를 더욱 늘리고, 그에 대해 실태조사권을 충분히 활용해 관리해야 실종된 책임 행정 의식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프로축구] 2부 광주FC

    [프로축구] 2부 광주FC

    내년 K리그에서 광주FC를 볼 수 없게 됐다. 광주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43라운드에서 대구에 0-2로 덜미를 잡혀 프로축구 사상 첫 강등팀이 되는 비운을 맞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클럽라이선스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동 강등’이 결정된 상주 상무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강등 팀이 나온 셈이다. 반면 승점 43인 강원은 성남 원정에서 백종환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승점 46으로 1부리그 잔류를 확정 지었다. 승점 42의 광주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승점 3을 보태도 승점 45에 그쳐 강등이 확정됐다. ‘스플릿 시스템’의 첫 희생양이 되는 순간이었다. 승점 47의 대전은 이날 전남과의 원정경기에서 1-3으로 지고도 1부리그에 잔류하는 기쁨을 누렸다. 최만희 감독의 광주는 이날 말 그대로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그 절박함이 발목을 잡았다. 반면 대구는 전반 26분 인준연이 선제골을 뽑아 광주를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광주는 선취골을 넣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대구에 선제골을 내주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한발 다가섰다. 조급해진 광주는 전반 39분 이른 시간에 ‘조커’ 주앙 파울로를 교체 투입하는 강수를 뒀으나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전반 43분 김동섭이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박준혁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만회골 기회를 놓쳤다. 후반에는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에 허점까지 드러내며 후반 17분 최호정에게 추가골을 허용, 전의를 상실했다. 최 감독은 경기 뒤 “팀 창단(2010년 12월) 이후 여러 과정에서 어려웠기에 강등만큼은 되고 싶지 않았다. 우리 팀은 한 단계씩 이뤄나가는 과정이었는데….”라면서 “(K리그 출범) 30년 만에 처음 강등되는 상황인데 계약기간이 남았다고 해서 감독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도의상으로 옳지 않다. 광주로 돌아가서 구단주 등과 거취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막판까지 광주와 강등 싸움을 벌인 강원은 집중력을 끝까지 발휘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강원은 전반 43분 지쿠의 패스를 받은 백종환이 선제골을 터뜨려 승기를 잡은 뒤 상대의 맹공을 모두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포항에서 임대온 지쿠는 1부리그 잔류의 일등공신이 됐다. 포항에서 6골에 그친 지쿠는 강원에선 9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커리어우먼에게 필요한건 [남자語]다

    카피 한번 끝내준다. “2535 커리어우먼에게 필요한 건 영어가 아니라 비즈니스 공용어다.” 영어보다 더 중요한 비즈니스 공용어? ‘남자어’다. 책 제목도 그렇다. ‘남자어로 말하라’(김범준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여자라도 회사원이라면 회사원답게 조직의 위계질서에 맞춰 말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남자어 입장에서 ‘양성평등’ ‘페미니즘’ 같은 단어는 안드로메다 외계어다. 어머, 이게 뭐야? 가드 올리기도 전에 펀치가 막 쏟아진다. 커피? 까짓 거 팍팍 타줘 버리란다. 아예 ‘영혼을 담아’ 타주란다. 파스타 집에서 와인잔 들고 하는 회식? 우아한 건 네 친구들하고 수다 떨 때나 하란다. 삼겹살과 소주에 온몸을 불살라야 한단다. 숱한 펀치들의 결론은? 까라면 까라다. 그것도 아주 ‘잘’ 까야 한단다. 남자어는 이렇게 구성된다. ‘생존어’ ‘충성어’ ‘접대어’ ‘근태어’ ‘객관어’ ‘인정어’ ‘희생어’. 아이고 난 그런 고리타분한 사람 아니래도, 하면서도 슬그머니 웃는 부장님들의 얼굴과 뻣뻣하게 굳어 버린 채 눈알만 굴리고 있는 여직원들의 얼굴이 눈앞에 교차한다. 물론 저자도 안다. 대한민국의 환경,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 수량화되지 않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사회를 마음껏 원망하란다. 그런데 원망한 다음엔? 저자의 출발점이다. 차별에 서러워 눈물 흘리는 가련한 피해자 코스프레나 하다 말 건가? 그럴 바에야 사장 자리 차지해서 비즈니스 공용어를 남자어에서 여자어로 바꾸라고 제안한다. 회전의자에 앉아 남자 직원한테서 “이사님, 오늘 회식은 이태원에 있는 벨기에식 홍합 요리 먹으러 가요.”라는 얘기를 들어보란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자어를 배워야 한다. 1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男, 남자어를 말하다 대학문 나선 지 10여년째. 자취방에 몰려 앉아 새우깡에 소주 까놓고 첫사랑이 어쩌고 질질 짜던 놈들, 이젠 앞서거니 뒤서거니 ‘초짜’ 관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책임, 선임, 주니어, 과장, 팀장…. 요즘은 워낙 직급 이름이 다양해서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를 지경이지만 어쨌든 교복 다시 꺼내 입은 것처럼 어색하던 녀석들이 이젠 양복에 걸맞은 풍채를 하나둘씩 갖춰 가고 있다. 만나서 하는 얘기의 초점은 거의 비슷하다. 높으신 분들 비위 맞춰 가며 아랫사람 다독이며 성과를 내야 하는 데 대한 스트레스다. 뒷담화 좀 세게 하고 시시덕대던 시절은 가 버린 것이다.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는 이거다. 여자 선후배들이 와서 말을 건네면 긴장된단다. 떨려서? 그럴 턱은 없다. 이야기는 무척 긴데 정작 알맹이가 없거나 알맹이가 뭔지 잘 이해가 안 될 경우가 많다는 거다. 개인적인 얘기야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데 일 얘기라면 답답해진다. 얘기하면 뭔가 해결되고 정리되는 게 아니라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을 때가 더 많단다.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이렇게 하라는 건지 저렇게 하라는 건지. 몇 번을 그러고 나서 되물었단다. 그래서 이건 이렇게 하라는 얘기냐, 이러저러하게 해주길 원한다는 뜻이냐고 그때 나오는 반응은 대개 두 가지란다. 하나는 그렇게 길게 말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 다른 하나는 이렇게 친절한 나에게 왜 화를 내? 그래서 결론은 둘 중 하나다. 남자는 바보이거나 좀팽이인 거다. 물론 장점도 있단다. 요즘 여직원들은 똑똑한 데다 승부욕도 있다.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여성들의 이런 능력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도 이런 일에 몇 번 부딪치고 나면 파도처럼 밀려드는 궁금증은 어쩔 수 없단다. 나를 간 보는 건가? 아니면 자기는 일 하나 처리하는 데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니까 기특하고 대단하게 여겨 달란 건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자기처럼 소중하고 귀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 이런 쓸데없는 부분까지 신경 쓰니까 불쌍하지 않으냐고 하소연하는 건가? 그런데 우리만 그랬던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책에 나오는, 유리천장을 뚫은 한 대기업 여성 임원의 얘기다. “여자들은 상황을 A부터 Z까지 설명해 공감을 얻으면 잘 따라오지만 남자에게 그렇게 하면 무능하게 비칠 수 있더라. 남자들은 경상도식으로 용건만 말하는 걸 선호하더라. 책임자 직급에 오르는 여자 후배들은 꼭 불러서 얘기한다. 경상도식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라고.” 맞다. 끼리끼리 논다고, ‘경상도 보리문둥이’들끼리 둘러앉아 그간 자책만 하고 살았다. 바보도 좀팽이도 아니었다. 그리고 여자 선후배들도 출발점은 선의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女, 남자어를 말하다 회사에 갓 들어와서 얻은 별명이 ‘다나까’였다. 무슨 말을 하든 말미는 “~입니다.” 아니면 “~입니까?”로 끝냈다. 여중-여고-여대를 나왔다는 아이가 막 자대 배치를 받은 이등병이나 쓸 법한 말투를 입에 달고 돌아다니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급기야 “쟤는 여대 ROTC 출신”이라는 농담 섞인 루머까지 나돌았다. 6년 전 입에 붙지도 않는 ‘다나까’를 불경처럼 외우고 다녔던 건 여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보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총합-나약하다, 이기적이다 등-을 상징하는 ‘여대’와 나를 동일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오기가 그때의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친하게 지내는 대학 동창들 중에는 ‘다나까’가 많다. 당시 학교에서 여대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티셔츠에 운동화 신고 다니는 애들과 곱게 화장을 하고 하이힐 신고 등교하던 애들. 페미니스트에게 혼날 만한 이분법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돌이켜 보면 주로 전자는 ‘남자어’를, 후자는 ‘여자어’를 썼던 것 같다. 과제 때문에 조모임을 할 때면 “어머, 어떡하지? 나 오늘 중요한 약속 있는데…뒷일은 너희한테 맡길게.” 하며 바람처럼 사라지던 친구들은 분명 곱게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은 아이들이었다. 그러면 티셔츠에 운동화 신은 아이들이 꾸역꾸역 과제를 마무리하느라 밤을 지새우곤 했다. 바람처럼 사라졌던 그때 ‘하이힐’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 주변의 많고 많은 ‘다나까’들은 지금까지 휴가 한번 제대로 못 가고 꿋꿋하게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아잉, 부장님 이건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라는 콧소리가 나오지 않아 속으로 악 소리 내며 미련스럽게 야근을 하는 친구가 부지기수다. 회식 자리에서 “술 못 마셔요.”라고 손사래를 치면 혹시나 폭탄주 건네는 부장님 손이 ‘무안’해질까 봐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꿀꺽꿀꺽 마시고는 2차로 간 술집 화장실에서 기절한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눈물겹게 버티던 내 주위의 ‘다나까’들은 똑같은 의문을 갖고 있다. 남자 세계에서 남자어를 구사하며 아등바등 버틴다고 뭐가 남지? 여성들이 여성성을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는커녕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금 체제만 강화시켜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질문 말이다. 저자는 “남자어 잘 써서 성공하라.”는데 그렇게 성공해 봤자 지금 체제가 계속된다면 여성을 짓누르는 유리천장은 깨질 리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무리 남자어로 말하고 남자처럼 행동하려 해도 몇몇 남자들은 여성 동료를 그저 여성으로만 보고 있지 않나? 맞잖아요, 저기저기 여자 부하 직원에게 치근덕대는 김 부장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野단일화 정국… 세 후보 기류] 安측 “거대 정당후보와 단일화 협상 골리앗과 싸우는 느낌”

    [野단일화 정국… 세 후보 기류] 安측 “거대 정당후보와 단일화 협상 골리앗과 싸우는 느낌”

    안철수 무소속 후보측에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오는 10일 이후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을 앞둔 가운데 현재 여론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에는 다소 안도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민주통합당이란 거대 정당과의 단일화 싸움인 만큼 캠프 내부에서의 불안감도 적지 않다. 앞으로 지지율을 공고하게 하면서 단일화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안 후보는 31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조정래 후원회장 주최로 열린 ‘시월의 마지막 밤을, 철수와 함께’ 후원회 모임에 참석해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느낌이다. 저와 싸우는 정당들은 거대 정당들이고 전국적으로 수십만명의 조직을 갖고 있어 여러 가지로 비교가 안 된다.”며 대선을 치르는 무소속 후보로서의 힘든 상황을 피력했다. 안 후보가 제시한 시간표대로 캠프는 10일까지는 정책 및 공약 집중, 이후 단일화 논의 시작이라는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 10일까지 시간은 벌었지만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로 부각되면서 단일화 방식 등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더 커졌다.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을, 문재인 후보 측은 국민경선을 선호하고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 이같은 간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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