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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무 “LG 수익 개선·사업 구조 고도화”

    구본무 “LG 수익 개선·사업 구조 고도화”

    “절박함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경험 못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구본무(71) LG그룹 회장이 최고 경영진을 불러 수익 개선과 신성장 사업 육성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29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27일부터 2일간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글로벌 경영환경과 경쟁 양상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특히 구 회장은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신성장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일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LG는 주력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신성장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LG 시그니처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를 늘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G시리즈, V시리즈와 함께 보급형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설비투자비 4조~5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부가가치가 높은 올레드에 투자한다. LG화학은 기초소재와 정보전자 소재에서 기술이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원가 경쟁력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성장 사업 부문에서는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솔루션 등을 전략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LG전자는 미래 자동차 핵심부품 개발사로서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우위를 선점한 LG화학은 글로벌 생산을 확대한다.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효율적 사용을 돕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 투자도 늘린다. LG화학은 전력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종류를 다양화하고 LG전자는 초고효율 고급 태양광 모듈 생산을 확대한다. 이번 회의에는 구 회장을 비롯해 구본준 LG 부회장,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40여명이 참석해 이틀 동안 20여시간에 걸쳐 ‘끝장 토론’을 벌였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지난 25일 약속 장소로 그를 만나러 가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던 단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우주소년 아톰’,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달 착륙 아폴로 11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그는 어딜 가든 이런 단어들이 들어간 질문을 몇개는 받는다. 어릴 적 하늘을 바라보며 한번쯤 우주 과학자를 꿈꿔봤던 사람이 어디 한둘이랴. 그들이 한꺼번에 궁금증을 쏟아놓는다. 그러면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조광래(57)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이전에 몇 번이고 되풀이했을 대답을 매번 진지한 표정으로 들려준다. 그가 달려온 28년의 ‘로켓 인생’을 들어봤다. -한겨울 저녁 8시를 넘어서자 사위가 캄캄해졌다. 후배 한 명을 데리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있는 우리 기숙사 방문을 나섰다. 나로호 3차 발사를 16시간 앞둔 2013년 1월 29일 밤이었다. 저 멀리 나로호가 우뚝 서 있는 발사대가 보였다. 겨울 밤공기를 맞으며 걸어가는 우리 두 사람 손에는 차례주와 과일, 북어포 같은 것들이 들려 있었다. 발사대 앞에서 술을 올리고 큰절을 드렸다. 과학을 하는 사람이 그래도 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학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당시엔 내 안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방울의 정성까지도 모두 쏟아붓고 싶은 절박함뿐이었다. ‘1, 2차 발사 실패가 총책임자(당시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인 나의 정성이 모자라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온 번민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다음날 오후 4시, 굉음과 함께 나로호의 거대한 흰색 몸체가 하늘로 솟구쳤다. 그 이후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발사 성공 이후 계속된 브리핑과 언론 인터뷰, 보고, 회의를 거쳐 한밤중 기숙사로 돌아오니 참을 수 없는 허기가 밀려왔다. 허겁지겁 컵라면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컴컴한 창문 밖으로 발사대가 눈에 들어왔다. 어제 이 시간에 저 자리에 서 있던 나로호가 안 보인다. 1차 발사(2009년 8월), 2차 발사(2010년 6월) 직후 빈 발사대를 보던 때가 지옥이라면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하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갈구하던 것을 막상 성취하고 난 다음의 허탈함인가. -“조 박사, 제발 얼굴 좀 펴고 다녀.” 이 말을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들었는지 모른다. 2001년 42세에 ‘우주발사체사업단장’이란 중책을 맡고 나서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기까지 12년. 표정이 변하고 인상만 바뀐 게 아니었다. 몸에 이상이 찾아왔다. 2005년 1월 어느날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이러다 죽는 건 아닌가.’ 공포감이 밀려왔다. 병원에 갔더니 ‘공황장애’라고 했다. 러시아 우주로켓 개발사인 흐루니체프와 공동 개발 계약을 맺고 본격 작업을 시작한 지 석 달 만이었다. 공황장애는 지금도 달고 산다. 생활의 일부가 된 신경안정제, 그리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하얗게 세면서 나타난 노안은 나로호가 내게 준 멍에이자 훈장이다. -나는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지만, 우리 식구는 광산업 기술자셨던 아버지의 업무 특성상 지방 이사를 자주 했다. 초등학교 입학은 충주에서 했는데, 아버지께서 일본으로 기술연수를 떠나시면서 가족 전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 정착했다. 이른바 ‘뺑뺑이’ 1기로 혜화동에 있는 경신고에 입학했다. 어린 시절 이사가 잦아서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았던 때문일까,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만 정신이 팔렸다. “너 그렇게 공부 안 해서 커서 대체 뭐가 되려고 하느냐”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막상 대학 진학 때가 되니 서울대나 연·고대 같은 곳은 엄두도 못 냈다. 재수를 해서 동국대 전자공학과에 들어왔지만, 나중에 뭘 해봐야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대학에서도 공부보다는 ‘불교학생회’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조계종 9대 종정이셨던 월화 스님으로부터 수계(석가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 지켜야 할 계율에 대한 서약식)를 받았다. -2학년 때인 1979년 ‘10·26 사태’가 나면서 휴교령이 내려졌다. 학교를 가지 못하니 친구와 선후배들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집에만 있다 보니 “내가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됐다. 갑자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공부를 소홀히 해 전공 기초지식이란 건 아예 없다시피 했다. 친한 선배들이라고 해봐야 같이 어울려 술 마시며 놀기만 했지, 나보다 나을 게 없었다. 일단 ‘전자공학의 기초’라는 책을 들고 도서관에 가서 무작정 외웠다. 정말 외우고 또 외웠다. 이듬해 3학년이 시작되면서 공부에 대한 눈이 조금이나마 트이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머리 좋은 우리 아들이 드디어 마음잡고 공부 좀 하나보다”라며 반겼다. 10·26 사태로 인한 휴교령이 내 인생에 차지하는 의미는 이런 것이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미래에 대한 욕심이 커져 갔다. 하지만 동시에 ‘세칭 일류대학이 아닌데 앞으로 뭘 하겠나’라는 자괴감도 커져 갔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조교 자리를 줄 테니 장학금 받고 학교 기숙사에서 숙식하면서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그것은 내가 학교 간판에 대한 시름을 잊고 모든 것을 공부와 연구에만 매달리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88년 29세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첫 입사는 기상청으로 했다. 서울올림픽에 맞춰 관악산에 기상레이더가 설치되면서 기상청에서 전파 분야 전공자를 필요로 했다. 지방대에서 교수로 오라는 제안도 있었는데 현장에 가까운 곳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입사한 그날 기상대 대장이 날 부르더니 “기술직들은 이직이 많은데, 앞으로 5년은 무조건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각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뜻하지 않은 강요를 받으니 답답할 것 같기도 하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 며칠 후 사표를 던졌다. -전공인 통신·전파 분야 관련 직장을 찾던 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전신이었던 천문우주과학연구소가 당시 ETRI 부설기관으로 있었는데, 당시 소장인 김두환 박사는 로켓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ETRI 원장에게 “로켓을 연구해야겠는데 전자공학을 전공한 연구원을 보내달라”고 했고, 내가 낙점됐다. 서울올림픽 개막 때인 1988년 9월이었다. 이듬해 10월 한국기계연구소 부설로 항공우주연구소가 만들어지면서 나는 자동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항공공학자와 기계공학자가 주를 이룬 신설 항공우주연구소의 연구 인력은 45명 정도였다. 전기·전자공학 전공자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나는 곧바로 ‘로켓 전자파트’의 팀장이 됐다. 1단형 고체연료 과학로켓인 KSR-1(1993년)과 2단형 고체연료 과학로켓인 KSR-2(1997년) 개발 때는 전자파트 책임자를 맡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인 2002년의 KSR-3 때는 개발 총책임을 담당했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친 나로호 발사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실패를 하면 매번 조사위원들이 나타났다. “실패자들이 무슨 말이 많으냐. 앞으로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는 엄포를 한두 번 들은 게 아니었다. 그것도 로켓 관련 논문 한 편 없는 사람들로부터. 내가 그런 사람들을 ‘입 전문가’라고 부르는 이유다. 밥을 지을 때는 뚜껑을 덮어놓고 뜸을 들여야 한다. 중간에 자꾸 뚜껑을 열어보고, 불이 약하다고 불을 키우면 밥이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겠나. -1차 발사는 위성 덮개인 ‘페어링’ 2개 중 하나가 열리지 않아 실패했다. 100kg짜리 위성만 남아야 하는데 330kg의 무거운 페어링이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 보니 궤도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초속 8㎞의 추력이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전기로 화약을 폭발시켜 페어링 고정장치를 깨뜨려야 하는데 그 전기 장치가 방전된 게 문제였다. 전체 부품 15만개인 나로호의 모든 곳을 수백, 수천번씩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지상시험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그 부분을 그냥 넘어간 게 화근이었다. 나라도 한 번 더 살펴보았더라면 어땠을까, 자책에 자책을 거듭하며 그날 밤 몸이 상하도록 술을 들이부었다. 하지만 마음의 고통은 이듬해 2차 발사 실패 때가 훨씬 컸다. ‘첫 시도’에 대한 아량과 관용이 완전히 사라지고 싸늘한 비난만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나로호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러시아제 로켓’이라는 것이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전체 3단 중 1단 엔진은 러시아제가 맞다는 것이다. 다른 2단, 3단 로켓에 비해 1단이 가장 크고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로호 자체가 아니라 나로호의 시스템이다. 남들보다 50년 이상 로켓 연구를 늦게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모든 것을 우리의 기술로 다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그만한 비효율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공동개발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배우지 못했을 기술과 노하우를 얻었다. 나로호 다음 단계인 한국형 발사체(KSLV-2)의 개발 계획서가 현재 4000페이지 이상 완성돼 있다. 엔진 제작까지 포함해 우리 자력으로 만든 것이다. 러시아와 1차적인 공동개발이 없었다면 가능했겠는가. 기술은 어느 아침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기술 약소국의 비애는 겪어보지 않으면 실감을 못한다. ‘소유스’ ‘제니트’ 등으로 유명한 러시아 최고의 로켓엔진 회사 에네르고마시에 2000년 “엔진을 사고 싶다”는 제안을 넣었다. 에네르고마시가 앞서 1997년 미국과 엔진 101개 수출 계약을 체결한 전례를 앞세워 우리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이를 막았다. 이유는 “미국은 엔진 기술이 있지만, 한국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러시아 흐루니체프와 공동개발을 하면서 눈동냥, 귀동냥했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러시아 기술진은 그들의 1단 로켓에 대해 우리가 물어보면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할라치면 함께 들어온 자국 보안요원이 다가와 옆에 쓱 달라붙었다. 그러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래도 보안요원들이 식당까지는 오지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 술을 같이하면서, 족구를 하면서 들은 얘기들이 많고 그것이 기술과 노하우로 상당부분 이어졌다. -2017년 10월 원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일반 연구원 자격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의 달 탐사 목표가 2020년인데 그때가 정년이다. 그때 후배들과 함께 박수를 칠 기회를 얻게 돼 너무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로켓 연구를 평생의 업처럼 생각하고 전념하다보니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처음 입사한 1988년부터 지금까지 28년 동안 가족 휴가를 간 것은 외아들이 네 살 때 안면도로 2박 3일, 그 아이가 고 2때 제주도로 2박 3일 단 두 번뿐이었다. 아들은 아직도 불만이 많다. 자기가 클 때 자기 옆에 아빠가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단다. 자기는 아빠처럼 안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는데, 그 아들이 나처럼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대견하면서도 미안하다. -많은 사람들이 “왜 로켓을 개발하지, 왜 우주개발을 해야 하지, 왜 달 탐사를 해야 하지”라고 묻는다. 우주개발의 목적은 인류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있다. 지금 우리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쓰고 있는 우주개발 파생 기술들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또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미래 거주공간 개발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렇지만 우주나 로켓 개발은 국가안보기술과 직결돼 있다. 그런 것들을 뛰어 넘어 과학기술 연구자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관심을 갖는다. 나는 그 연구자의 본능을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조광래 원장은 조광래(57)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걸어온 길은 척박했던 우리나라 로켓 개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2013년 1월 30일 세 번째 시도 만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그의 필생의 업적이다. 1988년 항우연의 전신인 천문우주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출발해 1993년 한국 최초의 과학로켓 KSR-I 프로젝트에 팀장으로 참여하면서 23년 ‘로켓 인생’이 시작됐다. 이후 KSR-II, KSR-III를 거쳐 나로호에 이르기까지 모든 로켓 개발 현장에 그가 있었다. 고비고비마다 성공에 대한 찬사도 많았지만, 실패에 따른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2014년 10월 항우연 원장으로 취임해 2020년 달 탐사를 위한 KSLV-II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동국대 전자공학과 학사, 동국대 마이크로파공학 석사·박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체계그룹장(1993년)-우주발사체사업단장(2001년)-나로호발사추진단장(2011년)
  • [기고] 위안부 합의는 ‘절박함’에서 나왔다/김계춘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지도신부

    [기고] 위안부 합의는 ‘절박함’에서 나왔다/김계춘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지도신부

    위안부 할머니들은 어린 나이에 성적 노예로 전락해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당했다. 또한 전쟁 중에 많은 고난을 겪으며 한이 맺혔다. 상실된 사랑은 인간의 사랑으로만 치유된다. 그러므로 가해자들의 사죄와 아울러 우리도 그분들에게 사랑 어린 위로와 도움을 베풀어야 한다. 일본은 과거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가려 했으나 국제적 압력과 한국의 끈질긴 사과 요구에 드디어 지금까지보다 진일보한 국가적인 공개 사과를 했다. ‘아베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와 반성’을 약속함과 동시에 ‘민간기금이 아닌 일본 정부 예산에 의한 상처 치유 노력’ 등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과거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예로부터 어느 한쪽만 100% 만족하는 협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쪽 모두 어느 정도의 불만을 감수하고 최선책 아니면 차선책을 택하는 것이 외교다. 이번 한·일 위안부 회담도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지만 국제적 안보환경과 경제문제, 한국과 일본의 선의의 국민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 생전에 해결해야 할 절박함 때문에 이 정도의 합의를 본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 가야 하겠는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뜰 때까지 논쟁만 벌여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 아직 살아 있는 할머니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부족한 면은 우리가 채워 드리고 위로해 드려야 할 것이다. 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그나마 국익을 위해 상당한 결실을 거두며 합의한 내용에 딴지를 거는 것은 무책임하며 할머니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권 사각지대인 북한 공산정권은 한·일 양국의 합의를 정치적 흥정의 산물이라고 선동하며 분란을 일으키지만 본시 나라 간에는 정치적 흥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대부분 정의구현 사제들로 구성돼 있음)가 정치인들과는 달리 할머니들의 억울함을 치유하며 위로해 드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분란을 일으키고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기 짝이 없다. 정평위의 성명은 반대만 일삼는 정치인의 편에 서서 이번 협상에 억울하지만 찬동한 할머니들을 선동해 반대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정평위가 과연 그동안 할머니들을 얼마나 방문하면서 도움을 드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는가. 교회가 언제부터 정치적인 투쟁에 목을 매고 이성적 토론과 하느님의 자비는 도외시하고 일부 정치 세력의 편향된 의견에 경도돼 하느님을 팔게 됐는가. 세상에서는 완전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세상이 완성될 때까지는 미흡한 것이 있기 마련이므로 저세상에 이르러야 완전한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현세의 정치 문제에서 완전한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미련함의 소치다. 정평위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평화를 가져오기보다 교회와 나라에 분란을 일으키고 서로 미워하도록 만들었다. 세속 정치 문제는 평신도들이 더 잘 알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위원회의 이름이 뜻하듯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 박대통령, 내일 대국민담화…북핵 대응·법안 처리 호소

    박대통령, 내일 대국민담화…북핵 대응·법안 처리 호소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13일 오전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에 따른 우리의 대응과 엄중한 경제 현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형식으로 이뤄진다. 당초 신년 연두 기자회견이 준비됐으나 안보와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긴박한 사정을 감안해 한 해 ‘국정운영 구상’을 ‘담화’라는 무거운 형식으로 전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난해 8월 6일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앞서 내놓은 4차례 담화 중 3차례는 경제 문제를 비롯한 국정 운영과 관련해 국민적 협조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한 차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표명하고 핵심 법안 처리에 대한 절박함을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담화 및 회견도 예년 신년 기자회견처럼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방송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담화 발표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당면 현안뿐 아니라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구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14년 1월 6일과 2015년 1월 12일 연두회견을 열고 언론과 일문일답 시간을 가졌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국가대표급 5대 해장국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국가대표급 5대 해장국

    황태 해장국에는 한국인의 지혜가 듬뿍 담겼다. 황태로 말리기 전의 명태는 본래 흔한 어종이고, 살 맛도 퍽퍽하기 때문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가축 사료로 썼을 뿐이다. 사실 우리도 1970년대 이전엔 어선 정박장에 마구잡이로 깔린 명태를 사람들이 질겅질겅 밟고 가던 모습을 옛 사진에서 볼 수 있다. 그렇게 천대받던 명태가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면서 고단백질의 해장 식품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런데 동해의 명태가 지금은 단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다. 제 식구가 못되게 군 탓인지 순박한 명태가 결국 ‘가출’을 해서 몇 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명태는 서민과 친숙… 명칭 20여가지로 불려 명태는 서민들에게 친숙한 생선이어서 이름도 20여 가지나 된다. 살집이 있는 생태, 바로 얼린 동태, 딱딱하게 마르면 북어, 먹음직스럽게 말리면 황태다. 이 밖에도 백태, 망태, 먹태, 추태, 춘태 등이 있다. 북어는 동해의 차가운 해풍에 바싹 말린 것이다. ●얼었다 녹기 2~3개월 반복… 살 노래져 황태 함경도 원산 지역에선 밤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뚝 떨어졌다가 낮엔 눈부신 겨울 햇살이 차가운 물기를 말렸다. 이곳의 북어가 한겨울 두서너 달 동안 밤낮으로 꽁꽁 얼었다가 눅눅해지면서 살이 노랗게 변하고 포실포실해지더니 황태라는 별칭을 얻은 것이다. 6·25전쟁 이후 남한에서 원산과 비슷한 곳이 강원도 인제·평창이었다. 해안가는 아니지만 깊은 산의 골을 끼고 있어서 더 혹한의 조건이었다. ●건조 과정서 아미노산 성분 24배나 많아져 북어나 황태는 마르면서 생태보다 오히려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급증한다. 단백질은 4배 증가하고, 아미노산의 경우 24배 이상 많아진다. 특히 아미노산 가운데 간 해독과 면역력에 좋은 메티오닌, 타우린, 아스파라긴 등이 황태 또는 북어 해장국을 탄생시켰다. 덕장에서 말리는 과정에서 북어의 단백질 구조가 깨지며 우리 몸에 좋은 체액이 나오기 때문이다. ●외국 해장 식품은 속에 자극 주는 토마토·식초 황태 해장국은 황태 채와 무를 들기름으로 살살 볶은 뒤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육수가 우러나게 하면 맛있다.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을 위해 불 끄기 직전에 넣고 새우젓, 파, 마늘 등으로 간을 한다. 각종 채소와 버섯, 두부 등을 넣어도 좋다. 북어 대가리와 무 등으로 미리 육수를 만들기도 한다. 뜨끈하고 진한 국물 맛에 밤사이 지친 속이 편안해진다. 외국에서 공통적으로 꼽는 해장 식재료는 토마토와 식초다. 토마토는 수분과 비타민 함량이 풍부하다. 음주 후 갈증에는 수분 보충이 필요하고, 비타민은 피로 회복에 좋다. 하지만 비타민에 의한 피로 회복은 당장 필요한 알코올 분해와 간 보호 이후의 문제다. 미국에선 핫소스를 뿌린 피자와 햄버거 또는 꿀물로 해장을 한다. 피자와 햄버거엔 토마토가 들어간다. 소금, 후추, 식초, 브랜디 등을 섞은 해장술인 ‘프레디 오이스터’를 먹기도 한다. 그리스에서는 시큼한 레몬주스에 커피 원두를 갈아 먹는다. 프랑스도 양파 수프인 ‘아루아뇽’으로 속을 달랜다. 자극적인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어서 속을 푸는 게 아니라 불편한 속에 더 자극을 주는 것뿐이라고 본다. 그들 주변에 우리 해장국의 식재료가 없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재료를 하찮다고 여긴 탓인지 어떤 절박함이 부족한 것인지, 그들은 몸에 좋고 맛있는 해장국을 만들지 않았다. 우리 옛 어머니들의 지혜에 오로지 감사할 뿐이다. kkwoon@seoul.co.kr
  • 하나은행, 역전패 충격 씻어내며 단독 2위로

     KEB하나은행이 황망한 역전패의 충격을 털어내며 신한은행을 5연패로 몰아넣었다.  지난 4일 삼성생명에 종료 47초를 앞두고 7점 차로 앞서다 51-52로 역전패한 하나은행은 8일 경기 부천체육관으로 불러 들인 신한은행과 4라운드 마지막 대결을 69-58 압승을 거뒀다. 샤데 휴스턴이 28득점 11리바운드, 첼시 리가 19득점 10어시스트 둘다 더블더블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하나은행은 10승10패 승률 5할을 맞추며 단독 2위로 올라섰고, 지난 주말 KB스타즈에 종료 직전 충격적인 2점 차 역전패를 당했던 신한은행은 9승11패로 삼성생명, KB스타즈와 공동 3위를 형성했다.  하나은행은 1쿼터부터 잘 풀렸다. 김이슬과 김정은이 3점슛 하나씩을 집어넣었고 리와 휴스턴이 6점씩으로 거들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김단비의 3점슛 두 방 6점으로 1쿼터를 13-18로 뒤졌다.  신한은행은 2쿼터 종료 4분30여초를 남기고 모니크 커리의 2점으로 첫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에 맥을 찾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김정은 5득점, 리와 휴스턴이 4점씩 보탠 반면, 신한은행은 커리가 8점 올린 게 팀 득점의 전부로 이 쿼터에만 8-15로 밀려 전반을 21-33으로 뒤졌다. 21점이라면 한창 잘나가던 시절 한 쿼터 득점보다 못한 점수였다. 리바운드 수 12-19로 한참 밀렸으니 다른 도리가 없긴 했다.  3쿼터 종료 4분29초를 남기고 신한은행이 32-42로 쫓아왔다. 윤미지와 최윤아가 5점씩 넣었지만 하나은행은 강이슬에게 3점슛 두 방을 허용해 38-49로 간격은 그리 좁혀지지 않았다.  4쿼터 종료 8분여를 남기고 42-50까지 쫓아오자 하나은행은 휴스턴의 연속 4득점으로 한숨 돌렸으나 신한은행은 김단비의 3점으로 9점 차로 좁혔다. 그러나 리의 연속 4득점과 휴스턴의 연속 6득점을 묶어 64-49로 멀찍이 달아났다.  종료 2분56초를 남기고 박종천 하나은행 감독은 “무리하지 말고 3점 맞지 말고 수비에 집중하자”고 선수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나흘 전 당한 뼈아픈 역전패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었다.  종료 2분여를 남기고 휴스턴이 나홀로 드라이브인으로 골망을 갈라 사실상 승기를 잡았고 정인교 신한은행 감독은 주전을 쉬게 하고 앞서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나섰던 후보 선수를 내보내 백기를 들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뉴스 분석] “그만 나가 줬으면”… 감원에 갇힌 세밑 구조개혁

    [뉴스 분석] “그만 나가 줬으면”… 감원에 갇힌 세밑 구조개혁

    50대 초반인 A씨는 그룹 간 전격 스와프(맞교환)로 하루아침에 삼성 배지를 뗄 때만 해도 별 걱정이 없었다. 인수당한 회사가 업계에서는 잘나갔기 때문이다. 적(籍)이 바뀐 뒤에도 열심히 일했다. 아니 삼성맨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 아무래도 ‘팔려간’ 처지이니 갑절은 해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함에서였다. 그런데 12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만 나가 줬으면 좋겠다”는 통보였다. 눈앞이 아득했다. 30년 가까운 직장 생활을 면담도 아닌 전화 한 통으로 정리당할 정도로 일을 못했나 하는 자괴감이, 이렇게 사람들을 무지막지하게 잘라낼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가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 것은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였다. 심장이 너무 벌렁대 처음 며칠은 아무 생각이 안 났다는 게 A씨의 고백이다. 세밑 감원 한파가 매섭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금융권에서만 올 1~11월 5만 1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중에는 스스로 그만둔 사람도 있지만 ‘명퇴’(명예퇴직), ‘찍퇴’(찍어서 퇴직) 등으로 떠밀려 나간 사람이 부지기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던 2009년의 5만 5000명에 육박한다. 올해를 한 달 남겨놓고 12월에 희망퇴직이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2009년 규모를 능가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감원 한파가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세밑과 새해 초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수익이 크게 줄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2%대 전망이 더 많다. 정년 60세 연장으로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해야 하는 점도 기업들이 내세우는 ‘감원 불가피론’의 한 근거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는 “경영진 입장에서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생산성은 거의 ‘제로’”라며 “거액의 퇴직금을 쥐여 주고서라도 미리 내보내야 추후 인건비 압박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구조 개혁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감원이라는 손쉬운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비판도 있다.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강조하는 구조 개혁의 개념이 모호하다 보니 기업들이 이를 인력 구조 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유가 하락으로 (제조 원가 등) 비용 부담을 던 기업들이 지금 과연 이렇게 사람을 많이 잘라야 할 정도로 위기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출범 초기 기업들이 (자의 반 타의 반) 늘렸던 고용을 이참에 고스란히 뱉어내고 있다”면서 “정부가 구조 개혁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하고, 감원은 (정부가 내년 성장의 주축으로 삼고 있는) 내수 회복에도 큰 걸림돌인 만큼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사설] 구직 청년 가슴에 피멍 들이는 ‘두산 명퇴극’

    갓 입사한 사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회사의 처사가 가혹하다는 질타가 쏟아지자 박용만 그룹회장이 1~2년차 사원은 예외로 하라며 수습했다. 회장의 긴급 지시에 ‘20대 명퇴극’은 외견상 제동이 걸렸지만 현실이 달라질 것은 없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대기업들의 감원 칼바람은 갈수록 거세질 기미다. 지금 같은 무더기 희망퇴직 권고가 계속된다면 2030 청년세대라고 외풍을 당해낼 재주는 없을 것이다. 여론에 노출된 대기업이 이런데, 중소기업 쪽의 상황은 오죽하겠는가 싶다. 구조조정 한파는 기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피부로 실감하는 현실이다.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던 1997년 외환위기 때를 떠올리게 된다는 불안한 목소리가 높아진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도 사무직의 40%를 감원한다는 목표로 신입 사원까지 무리하게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한 모양이다. 올 들어 네 번째 희망퇴직을 진행했다고 하니 기업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만하다. 이례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삼성을 비롯해 업계 전반에 감원 바람이 불어닥쳤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에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절박함을 알면서도 ‘두산 방식’에 비판이 쏠리는 까닭은 분명하다. 사회병(病)이 되고 있는 실업 문제에 대기업의 좌표에 걸맞은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최고라는 암울한 청년실업 시대가 아닌가. 20대 신입 사원을 명퇴시키겠다는 발상을 하기까지 몇 번이나 숙고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벼랑에 내몰린 구직 청년들에게는 희망의 싹을 자르는 횡포가 아닌지 짚고 넘길 문제다. 희망퇴직 불응 사원에게는 날마다 회고록을 쓰라며 압박했다고도 한다. 실직이 누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현실에서 참담한 마음마저 든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기업의 자세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신성장 동력에 과감히 투자하고 사업 재편을 통한 개혁의 노력부터 보여 줘야 할 것이다. 만만한 인력이나 줄이고 보겠다는 식의 안이한 처방은 기업 불신과 사회 갈등에 더 깊은 골을 파는 일이다.
  • [신기후체제 ‘파리 협정’ 채택] 선진국, 年1000억弗 개도국 지원…발효기준 충족 시기가 관건

    [신기후체제 ‘파리 협정’ 채택] 선진국, 年1000억弗 개도국 지원…발효기준 충족 시기가 관건

    ‘일단 자축하자. 그리고 내일부터 모두 실행에 나서자.’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12일(현지시간) 신기후체제 합의문이 채택된 순간 모두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며 품었을 생각이다. 산업화 시대 이전보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이상 오른 지금,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은 파리 협정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협정 이면을 보면 선진국과 개도국 간, 산유국과 비산유국 간 이해관계를 하나씩 절충한 모습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를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제한하고,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노력한다’는 공동 목표를 향해 196개 당사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 의심이 제기됐다. 당장 55개국 이상, 글로벌 배출량의 총합 비중이 55% 이상에 해당하는 국가가 비준해야 하는 발효 기준이 언제 충족될지 불투명하다. 파리 협정에 따라 2020년 이후 선진국들이 떠안은 짐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돕기 위해 최소 1000억 달러(약 118조원)씩을 매년 지원하고 2025년부터 지원액을 갱신한다”는 규정이다. 숲 보존 노력도 강조됐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선진국이 기피하던 ‘의무 조항’은 삽입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기후변화 적응 과정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지는 섬나라 등에 대한 손실·피해 지원에 법적 구속력을 두는 것을 꺼려 왔다”고 전했다. 역으로 개도국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감축 책임을 떠맡게 됐지만, 당사국이 자체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는 데다 개도국에 대한 기대치가 선진국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제사회가 5년 단위로 점검하는 이행 점검 시스템을 만들고, 각국이 5년마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각국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게 협정의 기본 정신에 녹아 있어서다. 파리 협정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던 산유국도 한숨 돌린 분위기다. 파리 협정 당사국들은 ‘인류 활동에 의한 가스 배출량이 흡수원의 가스 흡입량과 균형을 맞추도록 급속 감축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2050년으로 멀리 잡은 데다 ‘실질적 배출량이 순제로(0)인 탄소 중립이 되도록 한다’는 초안에 비해 화석연료 사용 감축 제한 강도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COP21에서 한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추정치의 30%, 2030년 추정치의 37%를 줄이겠다”던 기존 로드맵을 가다듬어 감축 목표 및 실행계획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문재인, 안철수 집앞 ´문전박대´... 심야회동 불발

    문재인, 안철수 집앞 ´문전박대´... 심야회동 불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해 문재인 대표가 13일 새벽 안 전 대표의 자택을 방문했지만, 회동은 불발됐다. 이로써 안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은 더욱 커졌으면, 비주류 의원들의 동반탈당에 이은 야권재편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다만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오전 11시로 예정된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 이전 접촉하기로 했다고 현장에 배석했던 박병석 의원이 전한 만큼, 극적인 ‘반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날 0시 58분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안 전 대표 자택에 도착한 문 대표는 40여 분가량을 문 밖에서 기다렸지만, 짧은 인사만 나눌 수 있었다. 문 대표가 “만나서 대화로 풀자”는 취지로 이야기했지만 안 전 대표는 회동을 거부한 채 “아침에 맑은 정신에 만나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두 분이 짧은 만남을 가졌다. 서로 인사를 나눴으며 밤이 늦었기 때문에 다시 연락을 하기로 했다”면서 “서로 입장을 전달받았으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평소라면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일정을 소화하기에 바쁠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12일 오후 부산하게 움직였다. 52명의 의원이 이례적으로 토요일 저녁 국회에 모여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하고 문 대표의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의원 22명은 전화통화 등을 통해 추가로 동의 의사를 전달해 12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74명이 동참했다. 김성곤·이미경·이춘석 의원과 박병석·원혜영·노웅래 의원 등 각각 3명씩 대표단을 꾸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를 직접 만났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자신을 찾아온 원혜영 의원 등에게 “혁신 전대를 하면 될 것을 본인이 고집을 피우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의원간담회는 앞서 오후에 열린 수도권 의원 모임에서 의원총회 소집요구가 있었지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수도권 의원 모임의 박홍근 의원은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뿐 아니라 전체 의원들 사이에 안 전 대표의 탈당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당내 중도 성향 모임인 통합행동도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통합전당대회를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문 대표에게는 안 전 대표가 제시한 혁신 전당대회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분당 만은 안 된다며 “통 크게 결단하라”는 절박함을 담았다. 안 전 대표에게는 문 대표가 전대를 수용한다면 과거 줄세우기식 구태의 전대가 아닌 혁신 전대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하라고 했다. 비주류 진영도 끝까지 문 대표를 압박했다. 문 대표의 즉각 사퇴와 조기 전대를 요구해온 비주류 측의 ‘구당모임’은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전당대회 개최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2020모임도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문 대표에게 “당을 살린다는 충정으로” 즉각 혁신과 통합을 위한 전대 수용을 촉구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테러방지 대책 중구난방식 안 돼

    정부와 여당이 테러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때맞춰 국회도 14년째 미뤄 온 테러방지법의 제정에 뜻을 모아 가고 있어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두 가지 사안 모두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것인 만큼 중구난방식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어제 내놓은 ‘테러방지종합대책’의 주요 골자는 내년 예산에서 무장고속보트 도입 비용을 비롯한 대(對)테러 관련 예산 1000억원 정도를 증액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의 대표적 비대칭 전력인 화생방 테러 대비에 가장 많은 3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고 생물테러에 대비한 백신 비축 등에 260억원, 화학 테러 장비 확충에 25억원, 방사능 테러 대비에 10억원을 쓸 계획이다. 또 296억원을 들여 무장 고속보트 5대를 새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테러 방지를 위해서는 관련 예산을 먼저 확보하는 게 당연한 절차일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회가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는 기간 중이니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테러방지종합대책은 예산 확보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번 파리 테러에서 보듯이 작금의 테러는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군사시설이나 국가 주요산업시설 등이 아니라 경기장, 극장, 지하철 등 일반 대중들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물과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추세가 강하다. 따라서 테러 방지를 위한 정부의 종합대책은 이런 부분에 치중되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테러는 외부 침입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내부인에 의해서도 저질러질 수 있는 만큼 장비 구입에만 치중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하철 등 각종 다중시설물에 대한 경비인력 확충과 안전시스템 등을 강화하고 테러 관련 정보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좀더 세심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여야 정치권이 14년째 미뤄 온 테러방지법의 제정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그제 “테러방지법 관련 상임위는 논의를 시작해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합의된 안을 처리한다”고 약속했다. 국정원의 권한 남용 문제 등으로 14년째 논의만 반복되던 국회의 단골 쟁점 법안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고무적이다. 비록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에야 움직이는 정치권의 구태처럼 보이지만 늦게나마 여야가 테러방지법의 필요성과 절박함에 인식을 같이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물론 테러 방지 업무를 지휘하고 책임질 컨트롤타워를 두고 여전히 이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테러방지법이 제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위한 법인 만큼 당리당략으로 중구난방식이 아닌 효율적인 테러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 [경제 블로그] ‘관피아 회장’ 기대하는 저축은행 업계

    [경제 블로그] ‘관피아 회장’ 기대하는 저축은행 업계

    아무리 기다려도 저쪽(정부)에선 ‘깜깜무소식’입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 작업을 진행 중인 저축은행 업계의 요즘 표정입니다. 이번엔 정말 ‘관피아’(관료+모피아)가 오지 않는 것인지, 민간 출신을 뽑아도 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거죠. 최규연 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6일 끝납니다. 차기 회장을 물색 중이지만 녹록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때가 되면 ‘알아서’ 관피아가 내려왔지요. 그런데 최근엔 이런 공식이 막혔습니다. 그렇다고 민간 출신을 뽑자니 ‘인물’이 없습니다. 김하중 동부저축은행 부회장이 0순위로 꼽히기는 하지만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어서 본인이 극구 고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단독으로 회장 후보에 등록했던 김종욱 전 SBI저축은행 부회장은 “업계 경력(2년)이 짧다”는 이유로 만장일치 거부됐습니다. “이럴 바엔 관피아(재경부) 출신 최 회장이 연임하든가 경력이 한번 세탁된 관피아가 왔으면 한다”는 얘기가 업계 안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회장 공백 사태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절박함이 더 커 보입니다. 2011년 1월 삼화저축은행 퇴출을 시작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3년간 이어지면서 업계 규모는 2010년 말 총자산 87조원(104개 사)에서 최근 41조 3000억원(79개 사)으로 반 토막 났습니다.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먹거리를 확보해 줄 ‘힘 있는’ 회장이 절실하지요. 아무래도 민간 출신 회장은 금융 당국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업계의 이런 고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정부 ‘입김’ 대신 소신껏 회장을 뽑기를 바랍니다. 정부에 끈이 없다고 일을 못 하겠습니까. 민간 출신 회장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영상시대 생존법… 그래픽·사진 위주 ‘EBS 지식채널형’ 책 출간

    영상시대 생존법… 그래픽·사진 위주 ‘EBS 지식채널형’ 책 출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 젊은 층은 책과 거리가 멀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 수단도 스마트폰 혹은 TV가 대부분이다. 출판계로서는 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은 물론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절박함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나온 ‘우리가 사는 세계’(천년의상상 펴냄)는 이러한 출판계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텍스트 형식 면에서 보면 마치 모바일용으로 제작한 카드뉴스 같기도 하고, EBS TV ‘지식채널’ 같기도 하다. 복잡한 인문학의 사유 체계를 간명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문장에 그림, 사진, 그래픽 등을 덧붙여 담아냈다. 예컨대 18세기 후반 프랑스혁명의 실패 이후 마지막 계몽철학자로 남은 콩도르세(1743~1794)가 감옥에서 쓴 ‘인간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에 대한 설명에서는 그의 논리를 도표와 함께 설명한 뒤 ‘교육이 평등해지면 재산의 평등도 커진다’, ‘평등이 가능해진 사회에서는 자유도 확대된다’는 식의 책 내용의 정수를 아포리즘 같은 한 줄로 정리하고 있다. 짧게 끊어 가는 호흡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담고 있는 책 텍스트의 정보량과 사고의 깊이는 만만치 않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가 강의 교재로 쓰는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을 고스란히 옮긴 덕이다. 후마니타스칼리지 핵심 교양의 한 축인 ‘세계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근현대 400년을 짚어냈다. 코페르니쿠스의 과학혁명으로부터 시작해 사상혁명, 정치혁명, 경제혁명, 개인의 탄생, 근대 도시의 탄생 등으로 짚은 뒤 서양의 근대적 가치가 동아시아와 어떻게 조우했는지, 한국의 전통사회와 만나 어떤 문제와 과제를 남기며 변화·발전했는지를 담은 기초인문교양 텍스트로 거듭났다.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는 “향후 인문서 출판 경향은 기존의 텍스트를 강화하는 축과 젊은 층이 익숙한 뉴미디어적 형식을 실험하는 흐름 두 축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번 책으로 첫 실험을 시도해 본 만큼 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본격적인 인문학 텍스트로 들어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카드뉴스? 지식채널? 신개념 인문서 ‘우리가 사는 세계’

    카드뉴스? 지식채널? 신개념 인문서 ‘우리가 사는 세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 젊은 층은 책과 거리가 멀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 수단도 스마트폰 혹은 TV가 대부분이다. 출판계로서는 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은 물론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절박함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나온 ‘우리가 사는 세계’(천년의상상 펴냄)는 이러한 출판계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텍스트 형식 면에서 보면 마치 모바일용으로 제작한 카드뉴스 같기도 하고, EBS TV ‘지식채널’ 같기도 하다. 복잡한 인문학의 사유 체계를 간명하면서도 통찰적인 문장에 그림, 사진, 그래픽 등을 덧붙여 담아냈다.  예컨대 18세기 후반 프랑스혁명의 실패 이후 마지막 계몽철학자로 남은 콩도르세(1743~1794)가 감옥에서 쓴 ‘인간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에 대한 설명에서는 그의 논리를 도표와 함께 설명한 뒤 ‘교육이 평등해지면 재산의 평등도 커진다’, ‘평등이 가능해진 사회에서는 자유도 확대된다’는 식의 책 내용의 정수를 아포리즘과 같은 한 줄로 정리하고 있다. 또 거기에서 출발해 ‘이성을 내세우는 급진 진보가 흔히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유의 확장을 꾀하기도 한다.  짧게 끊어 가는 호흡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담고 있는 책 텍스트의 정보량과 사고의 깊이는 만만치 않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가 강의 교재로 쓰는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을 고스란히 옮긴 덕이다. 후마니타스칼리지 핵심 교양의 한 축인 ‘세계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근현대 400년을 짚어냈다. 코페르니쿠스의 과학혁명으로부터 시작해 사상혁명, 정치혁명, 경제혁명, 개인의 탄생, 근대 도시의 탄생 등으로 짚은 뒤 서양의 근대적 가치가 동아시아와 어떻게 조우했는지, 한국의 전통사회와 만나 어떤 문제와 과제를 남기며 변화·발전했는지를 담은 기초인문교양 텍스트로 거듭났다.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는 “향후 인문서 출판 경향은 기존의 텍스트를 강화하는 축과 젊은 층이 익숙한 뉴미디어적 형식을 실험하는 흐름 두 축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번 책으로 첫 실험을 시도해 본 만큼 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본격적인 인문학 텍스트로 들어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프랑스는 혼자가 아니다” 테러 위협 공동대응 ‘한목소리’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프랑스는 혼자가 아니다” 테러 위협 공동대응 ‘한목소리’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15일(현지시간) 터키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1999년 출범한 G20 정상회의에서 테러에 대한 국제 공조가 긴박하게 논의된 것은 처음이다. 의장국인 터키는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주재하는 업무만찬의 의제를 테러리즘과 난민 위기로 정했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를 계기로 주요국 정상들은 테러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특별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로 했다. 16일 발표될 공동성명에는 시리아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것과 함께 난민 재정착 문제,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이 참석했다.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내에서 테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참석을 취소했다. 개막 기자회견에서 반 총장이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주요국들이 더욱 협력해서 테러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테러 척결 의지를 밝혔다. 반 총장은 국제적으로 시리아 사태 해결에 대한 절박함이 되살아난 점을 환영하면서 전 세계가 수년에 걸친 갈등을 넘어 폭력을 외교적으로 종식할 수 있는 ‘드문 순간’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안탈리아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고 IS 격퇴전, 시리아 해법 등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파리 테러와 지난달 터키 수도 앙카라 테러를 ‘문명 세계 공격’으로 규정하고 “우리의 IS 척결 노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적 테러리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입장은 G20 정상회의에서 매우 강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에르도안 대통령과 시리아 군사개입 등을 논의하며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정상들과 별도 회동을 가졌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프랑스는 혼자가 아니다”라면서 이번 회의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큰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 캐머런 총리와 메르켈 총리 역시 테러 대응 방안을 교환할 방침이다. 미국과 러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17개국 외무장관과 유엔 특사, EU 외교안보 대표 등은 전날 빈에 모여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법 일정표에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 등 각국의 입장이 달라 이날 업무만찬 이후 채택할 공동성명에는 선언적 내용만 담길 것으로 보인다. 빈 회담에서도 시리아 해법의 핵심 쟁점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편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2020년 하계올림픽·패럴림픽(도쿄) 등의 국제행사 개최를 앞둔 일본 정부도 이번 테러로 긴장하고 있다. 올해 초 고토 겐지 등 일본인 인질 2명이 IS에 희생된 뒤 일본 정부가 강경한 행보를 이어 왔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올해의 합격자] 국가직 9급 철도경찰직 김태훈씨

    [올해의 합격자] 국가직 9급 철도경찰직 김태훈씨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시험이 모두 끝난 지금은 수험 생활에 대한 피로감과 불합격으로 인한 무력감, 불안감이 엄습하는 시기다. 하지만 최근 인사혁신처가 내년도 국가직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일정을 공개한 만큼 수험생은 이제부터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내년 시험에 대비해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한다. 서울신문은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을 위해 올해 국가직·지방직 등 공무원시험 및 각종 자격증 시험 합격자 수기를 게재한다. 올해 국가직 9급 철도경찰직에 합격한 이태훈(28)씨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2년 3개월이라는 수험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는 저 자신이었어요. 나이가 많은 축에 끼지도 못하지만 26세에 시작한 수험 생활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취직을 하기 시작했죠.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도 시험에 합격했고, 저보다 늦게 공부를 시작한 사람도 합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이 없어졌어요. 누구 하나 ‘넌 왜 아직 합격을 못하냐’고 대놓고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속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무력감과 제 능력에 대한 불신, 합격에 대한 압박감이 밀려오면서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더군요. 머릿속이 오로지 그런 생각들로만 가득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드디어 이 지옥 같은 터널을 벗어나는구나’라는 해방감이 가장 컸어요. 무력감을 떨쳐 낸 건 절박함이었습니다. 저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수험 생활 중에도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어요. 교재, 학원비 등 수험 생활에 들어가는 돈은 시간에 비례해 늘어만 갔죠. 하루라도 빨리 합격해야 했어요. 수험 생활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단순화’예요. 하루 일과도, 이동 시간도, 공부법도 단순했어요. 오전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조금의 휴식 시간 이후 다시 공부하고, 저녁을 먹은 이후 휴식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저녁 시간에 다시 공부했죠.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은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날에는 하루 일과가 모두 공부였어요. 그리고 이동 경로도 ‘집→도서관→식당→도서관→식당→집’으로 이어졌어요. 학원, 집, 도서관 외에는 다른 장소로 웬만하면 이동하지 않았어요.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고 한자리에서 집중하기 위해서였어요. 물론 저와 사정이 다른 수험생도 많을 테니 무조건 이 방법이 좋다고 말할 순 없겠죠. 과목별 공부법도 ‘단순하게 접근하자’는 생각만 했어요. 국어는 ‘이해→반복 숙달→암기’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해요. 각종 어문 규정들, 표준어나 한글맞춤법, 외래어표기법, 로마자표기법, 고전문법, 한자 어휘나 고유어 등 외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예요. 영어는 가늘고 길게 공부해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문법 강의 등으로 튼튼하게 이론을 쌓아야 하지만 그 후에는 매일 조금씩 시간을 투자하는 방법밖엔 없었어요. 모의고사를 풀고 오답노트를 정리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죠. 한국사는 두꺼운 공무원시험용 교재를 바탕으로 기초를 쌓은 뒤 필기노트로 시대순 정리를 해 보는 게 필수적이에요. 철도경찰직은 필수과목 외에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공부해야 해요. 형법은 기초 이론을 쌓은 뒤에는 판례가 중요하고, 형사소송법은 범죄 인지부터 현행범 체포, 공소 제기, 형의 확정 및 집행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판례는 눈으로 익히고, 조문은 암기하고, 흐름을 이해하니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필기시험 합격 이후 면접시험도 만만치 않았어요. 게다가 철도경찰직은 다른 직렬과 달리 면접시험 이전에 체력시험을 치러야 했어요. 그래서 면접시험 관련 자료와 강의를 통해 실전에 대비하면서 체력시험도 함께 준비하다 보니 압박감이 심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수험 생활 동안 느낀 건 ‘양을 줄여 나가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였죠.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 시간이 짧은 강의나 얇은 기본서가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짧은 시간 안에 합격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공부해야 할 분량은 늘어나게 되고, 체력적·정신적인 한계가 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멀리 돌아가는 느낌이 들더라도 처음부터 두껍고 내용이 풍부한 기본서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엔 방대한 학습량에 힘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을 줄여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아직도 제가 이렇게 합격 수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돌이켜 보면 시험을 준비하면서 참 무식하다고 할 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긴 터널을 지나 합격을 하게 되면 평생 다시 올 수 없는 여유를 만끽하게 됩니다. 합격 이후부터 임용되기 전까지의 시간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시기죠. 한동안 멀리했던 예능 프로그램을 보거나 봉사 활동을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됩니다. 지금 당장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하면서 남은 수험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경제와 민생의 절박함 일깨운 대통령 시정연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는 기록도 세웠다. 역대 대통령은 첫해에만 상징적으로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통상 이듬해부터는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4년차, 5년차까지 이어서 박 대통령이 국회에 나가 직접 국정을 설명하는 관례를 정착시킨다면 의미 있는 일로 평가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어제 연설에서 법정 시한 내 경제활성화 법안 등 예산안 심의 처리를 요청하면서 국회의 초당적 협조를 당부했다. 관심을 모았던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서는 연설 말미에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내년도 국정 운영 방향의 방점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 회복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40여분간의 연설 중에 ‘경제’라는 말을 가장 많은, 56번이나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다. 이어 ‘청년’(32번), ‘개혁’(31번), ‘일자리’(27번)라는 단어도 빈번하게 등장했다. 연설의 상당 부분을 경제 살리기와 4대 개혁과제, 창조경제가 결실을 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내년은 우리 경제의 개혁과 혁신이 한층 심화하고 혁신의 노력들이 경제체질을 바꿔 성과가 구체화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2차 연도인 내년 예산이 4대 개혁을 뒷받침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각론에 들어가서는 노동개혁 후속 입법을 통해 청년고용 절벽을 해소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비준도 당부했다.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주기 위한 중요한 경제활성화법안들이 수년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고 언급하면서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타들어 가는 심경”이라고 했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우리나라가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서민 경제의 어려움과 청년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는 심경도 토로했다. 대통령의 연설이 아니더라도 민생과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놓고 매진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이견을 달 사람이 없다.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악이고 경기 전망이 여전히 밝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올 들어 8월까지 체감 청년실업률은 22.4%로 정부 공식 실업률(9.7%)의 2.3배나 된다. 지난 3분기에 1년 반 만에 0%대 성장을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는 아니다. 올해 3% 성장은 물 건너갔고 내년에도 나아질 조짐이 없다. 수출은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6년 반 만에 처음으로 6%대로 떨어졌다. 안팎으로 악재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민생과 경제에만 오롯이 전력해도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내년에는 총선, 내후년에는 대선이 있어 시간도 많지 않다. ‘국정 교과서’라는 돌발변수로 정쟁을 벌이며 예산안 통과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서는 희망이 없다. 경제를 살리려면 ‘국정화 정국’에서 서둘러 빠져나와야 한다.
  • [열린세상] 일자리 세대전쟁의 해법, 창조적 전문가 육성/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열린세상] 일자리 세대전쟁의 해법, 창조적 전문가 육성/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등을 계기로 이제 우리 사회도 일자리 세대 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니 가속도가 붙고 있다. 우리는 이전과 달리 높은 성장을 기록하지 못하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면서 더이상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목하 유례없는 불황 속에 청년실업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도 증가하고 있다. 의술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져 고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수명이 늘어난 노년층은 은퇴 후 20~30년을 소득 공백기로 살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이제 세간의 버젓한 대학을 나와도 취직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는 판국이다. 설상가상으로 국경을 가로질러 노동력의 이동이 자유로운 글로벌 경제가 도래함에 따라 하얼빈, 지린 등지의 재중 동포는 물론이고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의 사람들까지 ‘코리안 드림’을 찾아 보다 얄팍해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현실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세대 간 전쟁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의 절박함과 사뭇 대조적으로 일자리 감소 요인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컴퓨터, 로봇 등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으며, 증가한 생산성은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 기계와 높아진 생산성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미래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고용 전망의 대가 영국 옥스퍼드대학 마이클 오즈번 교수는 20년 내에 현재 일자리의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회계사와 요리사가 사라질 확률은 95% 정도이며, 아나운서, 버스나 택시기사, 중고품 소매상 등도 사라진다고 한다. 자동화된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현재도 미래에도 우리에게 절체절명의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 아닐 수 없다. 세대 간 일자리 전쟁 해소는 물론이고 저출산과 복지문제 해결도, 고령사회의 대비도 결국 일자리가 키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업 등의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일정한 범역의 사람에게 국한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보다 장기적이고 파급력이 큰 해결책은 창조계층, 특히 ‘창조적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들은 자칫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제로섬일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뛰어넘어 국경을 초월해 팔리는 상품을 통해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특히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이 독보적이다. 미국의 재무장관을 지낸 버클리대학의 로버트 라이히 교수에 다르면 미국은 일생을 창조적 전문가로 살고 있는 사람이 무려 15~20%가 되며, 결국 이들이 미국의 파급력 있는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참 부럽다. 창조적 전문가는 일자리가 ‘포화’됨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통찰력과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기존 산업사회의 일자리가 포화 상태가 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박물관, 미술관 등의 ‘문화’나 ‘예술’을 통해 일자리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전문가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디자인’이나 ‘감성’을 정보기술 산업에 끌어들여 현대문명의 일자리 창출의 한계를 헤쳐 나가고 있는 전문가들도 여기에 속한다. 또 이들은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되는 창조적 기업이나 산업, 일자리가 많은 창조적 지역이나 국가도 만들고 있다. 창조적 전문가의 육성은 단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중요하다. 이들은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키워질 수 있지만 무엇보다 초중고나 대학을 포함해 긴 학교 과정에서 길러져야 한다. 산업문명이 그러했듯이 모든 문명은 시간이 지나면 일자리 포화 상태가 되는 ‘기존사회’가 되고, 이 문제의 해결은 결국 통찰력을 가진 창조적 인재의 손에 달렸다. 우리도 이제 보다 큰 안목에서 일자리 창출의 문명사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재를 길러 나가야 한다.
  •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16] 수능 삼천배 철야기도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16] 수능 삼천배 철야기도

     대학입시 철을 앞두고 종교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전국의 이름 난 사찰이며 교회, 성당들이 수험생과 학부모 모실 채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해마다 이 때 쯤이면 어김없이 목도할 수 있는 연례 행사.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자 연례의 ‘당연한’(?) 풍속도 쯤으로 다가온다.  서울 강남의 고찰 봉은사는 올해 가장 먼저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한 정진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다음달 13일 있을 수능시험을 앞두고 25일 대웅전, 법왕루, 임시법당 등에서 3000배 철야정진 기도를 진행한다고 한다. 도심 속 천년 고찰 봉은사가 또 한 차례 야단법석을 이룰 전망이다. 봉은사에 이어 대구 팔공산의 갓바위며 이른바 ‘기도 발’ 잘 받는다는 영험한 종교 명소들에서도 비슷한 기원의 종교 행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개신교의 예배당이나 천주교의 성당에서도 설교, 미사 때마다 ‘수능 시험 잘보게 해달라’는 기도며 강론의 말씀들은 이미 넘쳐난다.  시험 당일 외국어 듣기평가 시간이면 비행기 이착륙도 멈추는 나라, 새벽부터 수험장 앞에서 수험생을 격려하는 후배·동문들의 응원전이 전쟁터 못지않은 나라, 시험 시간에 늦은 수험생을 경찰이 차량이며 오토바이로 부랴부랴 수송하는 나라…. 경쟁의 열기가 뜨거운 입시 당일의 수험장에 들어가보면 ‘왜 입시 제도가 이 모양인 지’,‘꼭 이래야만 하는 지’ 같은 의심과 불평은 묻히기 일쑤이다.  그 살풍경의 뒷 전엔 늘상 ‘우리 아들 딸, 실수없이 시험 잘 보라’는 염원과 바람의 신심이 넘쳐난다. 그래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내내 수험장 문 밖에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학부모며 가족들의 행렬이 아주 익숙하게 펼쳐진다. 그 뿐인가, 시험 시간에 맞춘 정숙한 기도와 간절한 신심의 몸짓들은 사찰과 교회, 성당에서도 하루종일 이어진다.  ‘학업 원만성취’‘부처님 가피’‘하느님의 보우하사’같은 입시 철 단골 축원이며 설교, 강론엔 ‘지나치다’는 여론이 쏠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지나치다’는 기도와 축원의 열기며 행렬이야 어찌 학부모들 만의 탓일까. ‘기복 신앙’의 절실한 단면이라지만 신앙이 있고 없고를 떠나 너도 나도 그 행렬에 동참하게 되는 것을. 그리고 3000배 같은 힘겹고 피곤한 몸짓들도 ‘자식 잘되라’는 생각 앞에선 터럭처럼 하찮기만 한 것을?.  기복 신앙이면 어떨까. 어차피 종교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나의 행복과 남의 평안을 함께 비는 기원의 문화 영역이다. 위로는 깨달음(菩提)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들의 바른 삶을 추구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높은 경지라면 더 좋겠지만, 일반의 신행에선 ‘나의 절박함’이 우선 아닌가. 기복의 신행을 탓 하기 앞서 세상의 모순된 허물이 더 큰 ‘눈엣 가시’가 아닐까.  올해 봉은사 ‘3000배 철야정진’엔 또 얼마나 많은 신심이 모일까. 밤을 새워 몸을 굽히고 펴는 용맹의 정진 마디마디에엔 얼마나 많은 간절함이 담길까. 철야정진을 알리는 봉은사 안내문의 문구가 눈에 쏙 든다. ‘삶을 돌이켜 참회하고 청정한 삶을 살아갈 계기’ 그 청정한 문구 대로 내 절박함이 남의 안녕과 평화로 곧장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 절박한 기도에 얄팍한 ‘종교 상술’들만 얹히지 않는다면….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프로야구] “2승 문제 없다” vs “2차전은 없다”

    [프로야구] “2승 문제 없다” vs “2차전은 없다”

    “2차전은 없다.”(염경엽 넥센 감독), “2경기 다 잡는다.”(김용희 SK감독) 염경엽 감독과 김용희 감독은 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7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저마다 ‘필승’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는 넥센의 주장 이택근과 주포 박병호, SK의 주장 조동화와 마무리 정우람이 동석했다. 4위 넥센은 1승을 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선다. 첫 경기에서 승리하거나 비기면 2차전을 치르지 않고 준플레이오프에 나간다. 우승을 목표로 올 시즌을 시작했던 두 감독은 모두 아쉬운 마음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염 감독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시즌을 시작했는데 어려운 점도, 부족한 점도 많았다”면서 “세 번째 포스트시즌이다. 어렵게 시작하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삼성 대항마로 꼽혔지만 와일드카드 덕에 5위로 턱걸이한 김 감독은 “모자람이 많았던 시즌”이라면서 “하지만 막판 선수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마지막 티켓을 잡았다. 한 경기만 져도 탈락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과 김 감독은 예상대로 에이스 밴헤켄과 김광현을 나란히 선발투수로 예고해 1차전은 좌완 선발 맞대결로 성사됐다. 염 감독은 “밴헤켄을 선발로 내세운 것은 1차전에서 승부를 끝내겠다는 의미”라면서 “가장 승리할 수 있는 카드”라고 단언했다. 이에 김 감독은 “김광현이 넥센과의 경기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상대했고, 무엇보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것도 강점”이라고 맞받았다. 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김광현의 슬라이더에 많이 당했다. 그 부분 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큰 경기에서는 중심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박병호, 이택근, 유한준 등이 히어로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감독도 “밴헤켄은 체인지업이 워낙 좋고 템포가 빠르다“면서 “경기 후반도 중요하지만 초반에 어떻게 밴헤켄을 공략해 선취점을 뽑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밴헤켄은 올 시즌 15승 8패, 평균자책점 3.62를 작성했다. 목동에서는 9승 1패, 평균자책점 3.41을 찍었다. 특히 SK를 상대로는 2승에 평균자책점 1.73으로 매우 강했다. 하지만 LG에서 이적한 정의윤에게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박재상에게 5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허용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14승 6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넥센전에서는 지난 8월 20일 목동 경기에 한 차례 등판해 6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승패 없이 물러났다.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미친’ 선수가 나올 것이냐는 질문에 염 감독은 “어느 한 선수보다는 박병호와 이택근 두 선수가 미친다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김 감독도 “김광현과 이재원, 정의윤이 미쳐주길 바란다”며 밝게 웃었다. 넥센에서 마지막 포스트시즌이 될 수 있는 박병호는 “그 문제는 나중 일이다. 지난 2년간 가을야구에서 깨달은 점이 많다. 경기에 집중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염 감독은 “두 차례 포스트시즌 동안 선수들에게 즐기라고 얘기했지만 이번에는 즐길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김 감독도 “준플레이오프를 생각할 여유는 없다”며 필승 의지와 절박함을 거듭 강조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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