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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계관 “수뇌상봉 절실”… 트럼프 “따뜻하고 매우 좋은 뉴스”

    김계관 “수뇌상봉 절실”… 트럼프 “따뜻하고 매우 좋은 뉴스”

    김 부상, 전례없이 공손… 美 비난 안해 전문가 “북·미 모두 판 깨려는 것 아냐” 일각 “한국·유엔 등 조율 필요한 시점”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5일 ‘언제라도 문제를 풀어 나갈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를 듣게 된 것은 매우 좋은 뉴스”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양측의 ‘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을 별안간 취소한 지 하루도 채 안 돼 양측이 적대적인 표현을 삼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미 간에 물밑 접촉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당초대로 6월 12일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봤다.먼저 김 부상은 이날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위임에 따라’라는 전제를 붙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고자 노력한 데 대해 내심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북·미 정상회담의 공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등 전례 없이 공손한 표현을 썼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날 허를 찔렸음에도 비난의 표현은 없었다. 오히려 김 부상은 “불미스러운 사태는 (중략) 관계 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 말미에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 달라”고 언급된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에 밝힌다”고 답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핵·경제 노선을 종료하고 경제 개발 집중 노선을 채택한 데다 비핵화 조치를 선포한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빠른 경제 제재 완화를 원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절박함이 읽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서신 역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면서도 퇴로를 열어두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은 김정은 위원장을 ‘각하’(His Excellency)라고 표현하는 등 김 부상의 담화만큼 정중했다”며 “편지의 의도가 ‘대화의 판을 깨려는 게 내가 아니다’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이 그간의 강경한 태도를 다소 굽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트위터로 화답하면서 북 특사단의 방미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편지는 비핵화 협상 구도의 판을 깨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물밑 협상에서 북한이 가져올 카드에 따라 다르지만, 트럼프식 해법에 북한이 완전히 동의한다면 6월 12일에 그대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볼 때 적어도 6~7월에는 충분히 새로운 정상회담 일정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이 못마땅해하는 중국보다는 한국이나 유엔이 나서서 조율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트럼프 “北 돕기 위해 투자… 조건 충족 안되면 회담 연기”

    트럼프 “北 돕기 위해 투자… 조건 충족 안되면 회담 연기”

    트럼프 “비핵화 이뤄져야” 강조…특유의 승부사 기질 발휘한 듯文대통령 “기회 놓치지 말아야”대화 모멘텀 살리기 긴밀 공조北체제 보장·제재 완화 등 협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다음달 12일로 예정된)북·미정상회담이 6월에 열리지 않을 수 있는 ‘상당한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북·미회담 준비는 진행형이지만, 연기될수도 있다. 연기되더라도 괜찮다”고도 말했다. 이어 “비핵화는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다”면서 “김 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며, 한·중·일은 기꺼이 북한을 돕기 위해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북한이 한·미를 겨냥한 비난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비핵화 대화가 움츠러든 가운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그 역시 북·미대화의 ‘판’을 깨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배석자없는 단독회담은 낮 12시 5분(한국시간 23일 오전 1시 5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기자들의 질문을 30여분간 받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공동 목표를 구체적인 합의로 끌어내기 위해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했다. 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할 경우 체제 보장과 제재 완화, 경제 재건 지원 등 ‘밝은 미래’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도 협의했다. 전날 ‘1박 4일’ 일정으로 미 워싱턴DC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과 뒤이은 확대정상회담을 겸한 업무 오찬 등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두 정상의 양자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어렵게 마련된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만드는 역사적 대업을 함께 이룩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 북·미 회담과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북·미 담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만 한다는 절박함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회담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힘을 통한 평화’라는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 평화라는 꿈에 다가설 수 있게 됐다”면서 “수십년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위업을 해내리라 믿는다”고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면서 “최근 미국인 억류자 세 명을 석방한 데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공개하는 등 북·미 회담 성공을 위한 성의를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양 정상은 최근 북한이 ’리비아 모델’(선 핵폐기·후 보상)에 노골적 불만을 표시하며 북·미 회담 재고를 언급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평화적 해결에 대한 확신을 심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열악한 노동환경 못 버틴 실습생, 투명인간 취급당해”

    “열악한 노동환경 못 버틴 실습생, 투명인간 취급당해”

    “누군가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면 ‘너네가 공부를 못하니까 그런 곳에서 사고를 당하는 거야’라는 말이 돌아옵니다.”지난 18일 경기 평택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은아(19) 특성화고졸업생노조위원장은 특성화고 학생을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누군가 죽었을 때만 잠시 주목받을 뿐”이라며 “잠깐의 관심이 아니라 근본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작은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인 특성화고졸업생노조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출범했다. “노동 현장을 손톱만큼이라도 고쳐 내겠다”는 의지로 출발한 특성화고졸업생노조는 지난 2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설립 신고서를 냈고, 11일 필증을 교부받았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노조를 만든 이유는 절박함 때문이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지난 3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졸업생(400명)들은 취업후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 강제 야근 등 강제노동(24%), 고졸이어서 받는 차별과 무시(23%), 연장노동수당 미지급(18%), 성추행·성희롱(12%), 임금체불(10%) 등을 꼽았다. 하지만 근로계약서가 무엇인지조차 교육하지 않고 취업률에만 목매는 학교, 아이들을 싼값에 쓰는 부품 정도로 여기는 기업들 사이에서 학생들은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다. 이 위원장은 “취업해서 겪는 문제를 학교에 이야기하면 ‘그런 것도 못 버티냐’, ‘세상은 만만치 않다. 그러니 버텨라’라는 답만 돌아온다”며 “버티지 못해 학교로 돌아오면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고 했다.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2017년 1월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 같은 해 11월 제주 음료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일하다 숨진 이들은 모두 특성화고 졸업생과 현장 실습생이었다. 이 위원장은 “학교를 다니면서 12시간이 넘는 근무시간, 임금체불, 사내 따돌림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뉴스를 통해 접한 동료와 선후배의 죽음은 차원이 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왔다”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잠시뿐이었고,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신저를 통해 ‘노조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전국에서 30여명의 학생이 지난 1일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서로 얼굴조차 모르던 학생들은 광장에서 ‘억울한 죽음을 끝내자’는 팻말을 함께 들었다. 노조 출범 이후 현재까지 특성화고 졸업생 110여명이 가입했다. 대부분 올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20살이다. 노조는 이달 중으로 조합원 토론회를 거쳐 하반기쯤 정부에 교섭을 요구할 방침이다. 특성화고 졸업생의 노동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와 처우 개선 대책 마련을 제안하고, ‘특성화고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이 위원장은 “간단한 노동교육조차 하지 않고, 취업 현장으로만 내모는 특성화고의 현실은 1960년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변하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현장실습 기간만 줄일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노동 현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악어 에스코트?’ 두루미의 가족 보호 본능

    ‘악어 에스코트?’ 두루미의 가족 보호 본능

    두루미 한 마리가 양날개를 펼치고 악어를 ‘호위’ 하는 듯한 모습이 화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이 사연을 지난 8일(현지시각) 외신 데일리 메일이 소개했다. 지난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샬롯(Port Charlotte) 한 골프장을 지나던 수컷 두루미 한 마리가 마치 악어 한 마리를 ‘근접 에스코트’ 하듯 날개를 펼치고 옆으로 걷고 있는 포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악어를 위한 에스코트가 아닌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상 속 다른 두루미 가족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오해였으며, 수컷 두루미는 자신을 악어와 가족 사이의 장벽으로 사용한 용감하고 헌신적인 가장이었던 것이다.  이 40초짜리 영상은 에릭 드렉슬러(Eric Drexler)라는 남성이 그의 페이스북에 업로드해 3백 만 번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2미터 길이의 날개를 가진 두루미가 한 수역에서 다른 수역으로 악어를 호위하고 있는 듯 해 보였지만 실상은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글을 남겼다.  재밌는 점은 두루미의 가족보호에 대한 ‘절박함’과 달리 악어는 두루미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진 영상=ANIMAL Lover League/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46일 단식 ‘유민아빠’ 김영오씨 3일차 단식 김성태에 공개편지

    46일 단식 ‘유민아빠’ 김영오씨 3일차 단식 김성태에 공개편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46일 동안 단식 농성을 했던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5일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나흘째 단식 투쟁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김영오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저는 단식을 시작하고 하루에 5000~1만 개의 악플에 시달렸다. 자식을 잃은 아빠를 비난하고 조롱하며 죽은 아이들을 오뎅이라 부르고 한 달에 3만 원 국궁은 200만 원의 사치 스포츠가 되어 온갖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정치인이라는 분이 고작 ‘천개’의 욕 문자 밖에 못 받으셨느냐. 저보다 존재감이 없으시다.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는 말 못 들어보셨나? 저는 악플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말에 ‘공개 된 장소의 단식투쟁이 실내에서 하는 것보다 5배가 힘들다’고 하셨느냐”면서 “국회 앞마당이 어떻게 공개된 장소인가. 저는 서울 시내 광화문 한복판에서 음식물을 먹거나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 사이에서 단식 했다. 저는 폭식 투쟁하는 일베들이 편히 먹을 수 있게 배려하여 자리도 깔아줬다. 누군가 봉지만 들고 지나가도 달려가 그 봉지에 먹을 게 있나 뜯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개된 장소의 단식이 힘드신가. 국회라는 비공개적인 공간에서 고작 3일 단식하셨다. 그 정도도 각오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서 단식을 하겠다고 시작하셨느냐”면서 “절박한 상황에서 조롱당하는 일이 힘들다고 하셨나.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에 억울한 것만큼 참기 힘든 일이 없다고 한다. 저를 비롯하여 우리 유가족들은 자식을 잃은 비통함과 억울함 가운데 온갖 모욕과 비난 죽은 아이들을 조롱하는 바로 김성태 의원님과 그 지지하는 세력들을 4년간 참아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드루킹보다 세월호가 먼저 아니냐. 아직 미수습자가 5명이나 있다. 진상규명도 하지 못하고 4년이 흘렀다”면서 “무엇이 두려워 세월호 진상 규명은 하나하나 방해를 하시면서 드루킹은 이렇게 단식까지 하시면서 절박함을 얘기하시냐. 생명이 먼저 아니냐. 제가 단식할 때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 같던 김성태 의원님 자식을 잃은 부모와 정치인 어느 쪽의 심정이 더 절박할 것 같느냐”고 되물었다.끝으로 “지금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 아니냐. 46일 단식을 한 사람으로서 인간적으로 단식하는 사람을 조롱하고 싶지 않지만 세월호를 방해한 당신과 자유한국당은 비난하고 조롱하고 싶다”면서 “46일 단식을 마치고 병원에 갔더니 10일을 전후로 단식한 사람들의 데이터는 있어도 46일 단식한 사람의 데이터가 없어 회복하는데 의사들조차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는 저로 인해 하나의 데이터가 생겼으니 걱정 마시고 단식으로 인한 몸의 변화, 단식 후 회복까지 제가 카운셀러가 되어드리겠다”고 글을 맺었다.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단식 투쟁 3일차인 5일 “수원 청명고 학생 2명이 국회 노숙 단식 현장에 찾아 왔다. 만남은 힘들고 지치고 어려운 시간임에도 큰 힘이 솟게 하는 거 같다. 국회 운영을 정말 잘해야 하겠다는 자성의 계기도 되었다”면서 “이 참에 한 말씀만 첨언드리면 피자, 치킨 감사드리지만 그만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농성에 대해 논평을 내고 “여야 협상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노숙단식농성을 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씨줄날줄] 책과 장미/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책과 장미/이순녀 논설위원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주도(州都) 바르셀로나에선 매년 4월 23일이 되면 거리마다 책과 장미꽃으로 넘쳐난다. 카탈루냐 수호성인인 산 조르디를 기리는 축일인 이날 남자는 여자에게 장미를, 여자는 남자에게 책을 선물한다.옛날 어느 왕국에서 악행을 일삼는 포악한 용에게 제물로 바쳐진 공주를 백마 탄 기사 산 조르디가 구출한 뒤 죽은 용이 흘린 피에서 자라난 장미꽃을 공주에게 바쳤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연인이 장미꽃과 책으로 서로 마음을 전한다 해서 ‘카탈루냐 밸런타인데이’로도 불린다. 1995년 유네스코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4월 23일로 정한 것도 대문호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1616년)이자 ‘산 조르디의 날’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카탈루냐 관광청이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산 조르디의 날’ 행사를 열었다. 지난 21일, 22일 서울로 7017 장미무대와 교보문고 광화문점 등에서 책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는 동시에 카탈루냐 문화를 홍보하는 일석이조의 기획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책의 날에 책과 장미꽃을 나눠 주는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독서단체 관계자들이 423명의 시민에게 책과 장미꽃을 증정할 예정이다. 책의 날을 하루 앞둔 어제 광화문광장이 거대 야외 도서관과 서점으로 깜짝 변신했다. 문체부와 책의해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책 축제 ‘누구나 책, 어디나 책’이 23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매년 청계광장에서 열던 행사를 올해는 광화문광장으로 옮겨 규모를 키웠다. 잔디광장에 탁자와 의자를 비치해 서재처럼 꾸민 ‘라이프러리’(라이프+도서관), 어린이들이 책 속에서 놀 수 있는 ‘북 그라운드’, 책 모양 조형물로 꾸민 ‘포토존’ 등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한쪽에선 북콘서트와 저자와의 만남도 열렸다. 역사학자 신병주 교수가 강연하는 부스에는 자리가 부족해 선 채로 듣는 관객도 많았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고요서사’, ‘망고서림’ 등 독특한 개성으로 화제를 모은 독립책방의 부스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올해는 정부가 지정한 ‘책의 해’다.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지정됐다.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 #무슨 책 읽어?’가 공식 표어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을 위해 해시태그(#)를 붙인 것이 눈길을 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대한 위기감과 절박함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 아닐까 싶어 한편으론 씁쓸하다. coral@seoul.co.kr
  • 이이경 “특수분장 때문에 화장실 12시간 못 갔다” (인터뷰 ①)

    이이경 “특수분장 때문에 화장실 12시간 못 갔다” (인터뷰 ①)

    ‘으라차차 와이키키’ 속 이준기라는 캐릭터는 염치와 체면은 잃어버린 지 오래됐지만 특유의 긍정에너지로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코믹한 캐릭터 속 이이경은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는 배우 이이경의 종영인터뷰가 진행됐다. 현장에서 만난 이이경은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속 준기와는 달리 중저음의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Q. 평소 성격이 원래 진지한 편인지 궁금하다. 저 원래 이런 (진지한) 성격이에요. 준기 같은 성격이면 평상시에 살기 힘들어요. (웃음) 감독님께서도 제가 준기와 다른 성격이기 때문에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Q. 드라마를 마친 소감은? 아직은 (드라마 속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믿기지 않는 것 같아요. 드라마 본방송도 못 볼 정도로 촬영을 하고 있거든요. 댓글만 조금 보고 있어요. 하지만 작품이 끝난 뒤에 이어서 다른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 ‘준기’ 캐릭터 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연기한 부분은? 일단 목소리 톤을 동구(김정현 분)나 두식(손승원 분)과 다르게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준기’라는 캐릭터가 항상 사건의 시작에 있는 친구였거든요. 그래서 목소리 톤을 띄웠어요. 또 준기가 가진 절박함과 애처로움을 잘 표현하기 위해, 준기의 진심이 담긴 신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더 망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했어요. Q. 몸을 쓰는 장면이 많았다. 부상은 없었는지? 아무래도 몸을 많이 쓰니까 상처가 많이 나더라고요. 신이 끝나고서야 피가 나는 걸 알았어요. 흉터가 남았는데, 영광인 것 같아요. 볼 때마다 찍었던 신들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Q. 분장 신도 많았다. 힘들었던 점은?초반에 나왔던 특수분장이 제일 힘들었어요. 모든 게 제약됐거든요. 분장만 세 시간이 걸렸어요. 손톱까지 붙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잡을 수도 없었고, 핸드폰도 못 했어요. 수술용 본드로 붙이는 바람에 잘 떨어지지도 않았고요. 화장실도 못 가서 처음에는 12시간을 참았어요. 두 번째 촬영 때는 결국 손승원 배우가 화장실을 같이 가줬어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Q. 특수분장은 힘들었지만 드라마에서는 잘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색보정이 들어가니까 느낌이 달라졌어요. 실제로 보면 제 얼굴이 아예 없었거든요. 색보정을 하고 나니까 제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는 (느낌이)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고생해서 분장한 만큼 장면이 잘 나와서 좋다고 했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준기가 서진(고원희 분)이 면도 해주는 장면이요. 서진이가 수염이 나는 콘셉트였잖아요. 그게 분장으로 털을 붙인 거였어요. 털을 붙이는 데만 30분이 걸려요. 그래서 최대한 NG가 안 나게 하려고 열심히 했어요. ‘사랑해’, ‘결혼하자’ 이 대사가 전부 애드리브였어요. 다들 피곤한 상태였는데 그 신을 찍고 많이 웃었어요. 감독님들도 고개를 돌리고 계시더라고요. Q. 애드리브가 많았는지 궁금하다. 대사 절반이 다 애드리브였어요. 카메라 테스트 리허설을 하면서부터 애드리브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작가님께서 ‘준기야, 너는 내 대본에 얽매이지 말고 너 하고싶은 거 다 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걸 감독님께서 드라마에 잘 반영해주셨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NG를 낸 것도 일부러 저런 것 아니냐고 캐릭터의 모습으로 봐주시더라고요. 저를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인지도를 더욱 굳힌 이이경. 이번 작품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Q. 이번 드라마에 만족하는지? 네, 만족해요. 후회없이 했던 것 같아요. 보통 드라마가 끝나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이번엔 정말 마음껏 했던 것 같아요. Q.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시즌2가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설레는 일이죠. 하지만 시즌1의 준기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 두려움도 있어요. 준기를 못 뛰어넘을 것 같아요.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이이경 “허리사이즈 34→28, 대본만 보니 저절로 빠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퍼블릭 뷰] 3년만에 3조7000억 상환… 재정 위기에 대처하는 공복들의 자세

    [퍼블릭 뷰] 3년만에 3조7000억 상환… 재정 위기에 대처하는 공복들의 자세

    # 하루 이자만 12억… 인천亞게임 후 감축 프로젝트 “막대한 빚을 갚지 않고는 시민들을 위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인천시는 2014년 말 눈덩이처럼 불어난 시 부채를 6000여 공직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시와 산하 공사·공단의 총부채는 13조 1600억원으로, 연간 이자는 4500억원이고 하루 이자만 12억원에 달했다. 이듬해 1분기의 시 본청 예산 대비 부채비율은 급기야 39.9%까지 치솟아 ‘재정위기 자치단체’(부채비율 40% 이상) 직전까지 이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결국 시는 재정위기 단체의 전 단계인 ‘재정위기 주의단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12월 말 시와 산하 공사·공단의 총부채는 10조 1000억원으로 줄었다. 3년 만에 3조 600억원을 상환한 것이다. 여기에 인천시교육청과 산하 10개 구·군에 지급하지 못했던 법정교부금 등 6900억원까지 갚아 총부채 상환액은 3조 7500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21.9%로 뚝 떨어져 재정 정상 지자체(부채비율 25% 이하)로 돌아섰다. 행정안전부는 달라진 인천시의 재정상태를 보고 지난 2월 12일 재정위기 주의단체 해제를 의결했다. 마침내 ‘부채도시’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 재정 정상 도시로 돌아선 것이다. 3년 만에 이뤄진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 수당·연가비 삭감… 중복사업 정비로 세원 절약 그러면 어떻게 짧은 기간에 3조 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빚을 갚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이자 갚기에도 바쁜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인천시 공직자들의 절박감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시는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부채 감축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갔다. 시의 6000여 공무원은 하나가 돼 안으로는 씀씀이를 줄이고 밖으로는 재원을 늘리는 데 힘썼다. 수입과 지출, 채무 상황을 총괄 지휘하는 재정기획관실을 신설하고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공무원 수당·연가보상비와 축제 등 행사성 경비 삭감, 중복사업 정비 등을 단행하는 동시에 탈루세원 발굴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유정복 시장 자신도 업무추진비를 줄이는 등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 공직자 절박함·실행력으로 ‘부채도시’ 오명 벗어 아울러 시는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을 늘려 받기 위해 역량을 다했고, 그 결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민선 6기 4년(2015~2018년) 동안 인천시가 중앙정부로부터 확보한 보통교부세(용도가 지정되지 않아 시가 임의로 쓸 수 있는 돈)는 1조 8700억원으로 이전 민선 5기의 8000억원보다 무려 1조 700억원이 늘었다. 용도가 지정된 국고보조금 역시 민선 5기보다 2조 9800억원이 증가한 9조 6800억원을 확보했다. 공직자들이 중앙부처의 문이 닳도록 지속적으로 방문해 인천의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결과이다. 이와 함께 전국의 리스·렌트 차량 53%의 등록지를 인천으로 유치해 연간 3000억원의 세수를 창출해 냈다. 과정은 고됐지만 열매는 달았다. 채무 상환으로 생긴 여력으로 영유아부터 고교생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첫 지자체가 됐고 모든 경로당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으며 모든 신생아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복지가 창출됐다. 재정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인천시 전 공직자의 굳은 각오, 그리고 강력한 실행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극적인 반전’은 없었을 것이다.
  • [In&Out] 인구 감소 시대 최초의 국토종합계획/차미숙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장

    [In&Out] 인구 감소 시대 최초의 국토종합계획/차미숙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장

    정부는 올해부터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을 수립한다. 국토종합계획은 헌법과 국토기본법에 근거한 국가의 최상위 공간계획이다. 현재 제4차 국토종합계획이 추진 중이며 2년 후인 2020년 만료될 예정이다. 그간의 국토종합계획이 산업화와 도시화를 촉진하고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 앞으로 20년을 준비하는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서는 인구 감소와 저성장, 4차 산업혁명, 환경·기후 변화와 가치관 변화, 자치분권 등 메가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국토의 비전과 전략을 담아 내야 한다. 통계청(2015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1년 5296만명으로 인구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이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77개 도시를 분석한 결과, 인구정점을 찍은 지 10년이 지난 도시가 1985년 19개에서 2015년 37개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2040년에는 현재 거주지역 중 절반이 넘는 52.9%에서 인구 감소를 겪고 과소·무거주지역이 5% 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은 인구 감소시대를 전제로 수립하는 최초의 국가공간계획으로서 의의가 크다. 일본은 2008년 1억 2808만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장래 더 급속히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발표되면서 ‘인구 감소=지방소멸’이라는 위기의식이 높았다. 이에 우리나라의 국토종합계획에 해당하는 국토형성계획을 조기 종결시키고 2015년 ‘새로운 국토형성계획’을 수립했다. 본격적으로 인구 감소에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다. 콤팩트(compact)와 네트워크(network)에 기반한 국토공간구조 형성 전략, 노후 인프라의 전략적인 정비·활용과 민간 활력을 통한 출구전략 등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인프라의 노후화가 급격히 전개될 것이 예상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 감소는 과소·무거주지역 및 지역쇠퇴 확산, 지역적 편재에 따른 격차와 국토공간구조의 재편, 대규모·신규개발 수요의 감소 등 인구성장 시대와는 상이한 국토의 이슈와 정책과제들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와 경제침체를 겪는 국토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정책이슈들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축소(smart decline) 전략과 이를 구체화하는 정책수단 및 실행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두고 국토를 녹지공간으로 활용하는 ‘그린인프라 전략’, 신규 개발보다는 오픈스페이스의 소비를 통한 국토공간의 압축적 이용을 활성화하는 전략, 나아가 친환경성을 고려한 ‘자원순환형 국토이용 전략’, 정주인구뿐만 아니라 체재·교류인구를 유도하는 ‘국토공간의 매력도 제고 전략’ 등 인구 감소에도 지속가능한 국토, 현재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의 삶이 나아지는 국토를 만들기 위한 정책수단의 발굴이 필요하다. 최상위 국가공간계획으로서 국토종합계획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자체, 국민 등 핵심 정책 주체들의 인식 전환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달성이 불가능한 인구성장을 목표로 개발수요를 과다 추정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을 지속해 왔다. 이제는 ‘인구 감소’를 전제로 도시·지역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에 수립할 제5차 국토종합계획은 계획 수립 단계부터 국민이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는 ‘국민참여형 계획’이 구현되길 기대한다.
  • 청와대, 미국의 리비아식 해법 수용못하지만 북한의 ‘살라미 전술’도 막아야

    북·미 정상이 만나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을 맞교환하는 포괄식 해법에 무게를 뒀던 청와대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단계적 비핵화’로 기울기 시작했다. 즉, ‘동결→폐기’라는 2단계 북핵 해법으로의 선회이다. 핵폐기 단계를 조금씩 잘라 보상을 받아온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의심하는 미국을, 큼직하게 잘라 통 큰 타결을 보자고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 두 개의 짐을 진 형국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을 골자로 한 미국의 ‘리비아식 북핵 해법’에 대해 반대하며 “검증과 핵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중 관계를 회복하고, 핵폐기 단계를 미세하게 나눠 단계별로 보상하는 ‘단계적·동시적 조� ?� 언급하자 청와대도 ‘현실론’으로 옮겨 가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구상한 비핵화 해법은 단계적 비핵화에 가까웠다. 지난해 6월 29일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핵동결을 핵폐기를 위한 대화의 입구라고 생각하면, 핵동결에서 핵폐기에 이를 때까지 여러 가지 단계에서 서로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결→폐기’라는 2단계 북핵 해법이다. 지난달 25일 평창을 찾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문 대통령은 이 구상을 직접 설명했다. 2단계 북핵 해법에 시동을 걸던 청와대가 북핵 대응 시나리오를 손보기 시작한 건 지난 9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된 뒤부터다. 과거 ‘점층법’으로 대화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복잡한 매듭을 한 번에 잘라 해결하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일괄타결로 가야 한다는 발언이 청와대 핵심관계자에게서 나왔다. 하지만 북·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이 남·북·미 3각 대화에 뛰어들며 비핵화 판이 복잡해질 조짐이 보이자 30일 이 핵심관계자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말을 번복했다.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전환 국면을 놓치지 않으려면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동상이몽’ 격인 북·미 양국을 어떻게든 중재해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과거 핵무기를 미국에 내줬다 몰락한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를 지켜본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을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조건 없는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에 핵폐기 단계를 잘게 나눠 단계별 보상을 얻어내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받아들이라 할 수도 없다. 현재 ‘중재자’ 한국이 처한 상황이 이러하다. 청와대는 우선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보장 원칙에 합의하도록 설득하고, 이후 핵폐기 단계를 ‘동결→폐기’ 2단계로 큼직하게 나눠 보상하는 구상에 다시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부는 남북 접촉 등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018분 동안 이어지는 ‘우리들의 #미투’

    2018분 동안 이어지는 ‘우리들의 #미투’

    일반시민 고발 목소리 밤새 계속 서울대선 성폭력 교수 파면 농성 미투 운동을 통해 폭로된 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와 미투 운동 지지자들이 가해자 처벌과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2일 오전 9시 22분부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이어 말하기 행사를 시작했다. 다음날 오후 7시까지 2018분 동안 이어지는 이 행사는 미투 운동이 시작된 2018년에는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발언을 신청한 시민들은 가정과 학교, 직장 등지에서 겪은 피해 경험을 털어놨고, 활동가들은 광장에 나오지 못한 피해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한국여성민우회의 한 회원은 6세 무렵부터 겪어야 했던 일상적인 성폭력 경험을 되짚으며 “한국에 사는 대다수 여자는 어릴 때부터 줄곧 남자들에게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고 공격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행사 시작 다섯 시간 만에 시민 26명이 발언대에 올랐고, 고발의 목소리는 밤새 이어졌다. 시민행동에 참여한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는 “여성들이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면서 “성폭력이 만연한 성차별적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광장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학생들은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사회학과 H교수에 대한 조속한 징계와 파면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H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학생모임’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본부가 7개월째 H교수의 징계를 내리지 않고 있으며, 결정 연기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학과 학생들은 지난해 3월 “H교수가 학생들을 성희롱·성추행하고 지속적인 폭언과 폭설, 사적인 업무 지시를 일삼았다”고 학교 측에 고발했다. 같은 해 6월 서울대 인권센터는 H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릴 것을 학교 측에 권고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물론 같은 학과 교수들도 솜방망이 징계라며 반발했다. 학교 측은 지난해 9월 교육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했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징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늦장 대응이 광범위한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실질적으로 성폭력을 옹호·방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학교 측은 학생들이 겪은 피해에 대해 사과를 하고 학내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숲에서 키운 아이가 더 크게 자라죠”

    [인터뷰 플러스] “숲에서 키운 아이가 더 크게 자라죠”

    “숲이 키운 아이, 엄마의 성찰로 더 크게 자란다.” 동네마실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이하 동네마실) 김재경 이사장의 육아법이자 교육철학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순수한 욕심을 담은 ‘동네마실’은 현재 21가족이 모여 애 키우면서 삶의 진리를 깨닫는 수행공동체다. 김 이사장이 ‘숲의 양육법’을 7년째 실천해 온 데는 아이들은 숲에서 놀게만 해도 영유아기에 필요한 발달은 물론 평생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실천적 경험 때문이다. 아이들은 숲에서 놀수록 자기 안에 잠재돼 있는 재능과 소질이 더욱 잘 발현될 수 있다. 나아가 나무들이 스스로 옷을 입고 벗고 양분을 섭취하며 옆 나무와 숲을 이루는 것처럼, 산에서 놀면서 스스로 먹고 자고 싸는 훈습으로 온전한 사람으로 서고 어울려 사는 법을 깨쳐간다. 산으로 모이고 산에서 헤어지는 아이들. 도봉산이라는 교실에서, 자연물을 교구 교재 삼아, 인성교육의 살아있는 현장 ‘동네마실’을 찾아 김 이사장의 ‘애 키우다 도인 되는 삶’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친정아버지의 부음으로 홀로된 어머니를 위해 갑자기 도봉구로 이사하고, 내 아이를 기관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키우고자 큰아이 4세 때부터 도봉산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산에 다니는 것만으로 신체발달 충족과 인성의 변화를 몸소 느끼며 ‘숲에서 아이를 교육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습니다. 7년 전 도봉어린이문화정보도서관 이순임 관장님의 도움으로 영유아 숲교육기관을 표방한 ‘숲놀이 공동육아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육아는 엄마 자신 삶의 변화로 시작되는데, 자신은 변하지 않은 채 ‘내 아이만 최고’로 키우려는 엄마들로 모임이 몸살을 알았습니다. 숲유치원이 인기를 끌면서 숲도 취하고 사교육과 선행학습도 하고 싶은 엄마들이 일반유치원과 병행하거나 옮겨가기 일쑤였어요. 그래서 지속가능성과 진정한 숲교육 실천을 위해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11가족이 뜻을 모아 까다로운 보건복지부 인가를 득했고, 조합 산하 ‘도봉산탐험대 숲어린이집’이라는 민간어린이집을 개원했죠. 여기에 여행성찰학교를 테마로 한 초등생 방과후 활동인 ‘도봉산 무수골서당’까지 개설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과 달리 이익배당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사회적협동조합을 고집했습니다. →내 아이만 앞서게 키우고 싶어 하는 시대인데요. 육아관이 궁금합니다. -‘동네마실’은 아이나 어른에게 모두 같은 정신을 요구합니다. ‘스스로 자기 앞가림’과 ‘더불어 사는 삶’입니다. 부모님이나 배우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내 몸을 움직여 삶을 일구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할 겁니다. 애쓰지 않아도 ‘더불어’가 되죠. 자기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스스로’와 ‘더불어’를 가능케 합니다. 또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게 해 ‘결핍의 미학’도 가르칩니다. 사람의 창조성이나 자주성은 결핍을 통한 절박함을 극복하는 데서 발휘되잖아요. 예컨대 물건 살 때 심사숙고해 장난감 자동차를 안 사주면, 결핍이 인내를 키우고 상상력으로 이어져 산의 나뭇잎이 나뭇가지와 결합해 변신합체 자동차가 됩니다. 아이들 간의 분쟁도 부모들이 먼저 개입하지 않고 불편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 대처하는 가운데 남의 마음을 이해해 가는 교육을 하는 거죠. →조합원 구성과 운영은 어떻게 합니까. -‘동네마실’은 부모 중심의 가족모임으로 성찰수행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영유아, 초등 부모들로 구성된 소비자조합원을 기반으로 교사조합원, 후원자조합원, 자원봉사자조합원으로 구성됩니다. 영유아는 ‘도봉산탐험대 숲어린이집’ 원장이 중심을 잡고 ‘프로그램 없는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초등생은 ‘도봉산 무수골서당’에서 남편 김병식 씨가 훈장을 맡아 평상시 인문학, 인성, 체력단련 등을 통한 여행준비와 실전여행으로 총화합니다. ‘내아이 스스로 키우기’를 실천하는 엄마조합원은 평상시 당번제로 교육에 동참하고, 아빠조합원은 한 달에 한 번 ‘아빠와의 산행’으로 육아 참여를 의무화합니다. ‘동네마실’ 조합원이 되려면 사교육 전면금지 선서를 합니다. 사교육 왕국에서 ‘사교육 독립운동’을 하는 셈이죠. →성찰수행공동체라 하셨는데요. 구체적 설명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가 핵심이죠. ‘육아는 수행이다’라는 관점 아래 엄마의 변화가 아이 키우는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엄마가 성찰한 결과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 습관을 바꾸고 결국에는 삶의 변화를 꾀하자는 겁니다. 혼자 하면 흔들리고 의심하여 진전을 이루기 힘들기에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엄마의 힘이 가족에게 전이되고 가족들이 ‘우리’가 되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이죠. →일반 어린이집과 비교해 ‘도봉산탐험대 숲어린이집’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통합연령반으로 운영되는 동네마실 ‘도봉산탐험대 숲어린이집’은 체험식 숲활동이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산으로 갑니다. 산에 도시락 짊어지고 가 놀다가 밥 먹고 또 노는, 놀이가 삶이 되는 곳이죠. 프로그램은 없고 숲이 교실이고 자연물이 교구 교재죠. 몸을 충분히 쓰면서 익힌 배려와 협동, 자제력과 인내 등의 마음쓰기가 인성으로 자리 잡습니다. 또한 여타 협동어린이집에 비해 최소한의 출자금(상한 100만원)과 조합비(월 10만원)로 입소 가능합니다. 돈보다 가치철학을 중시하는 것의 실천이죠. 더욱 다른 점은 월급 받는 교사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삶입니다. 한겨울 눈밭에서 애들과 함께 뒹굴며 밥 때를 잊고 노는 교사들을 보면 가슴 뭉글해집니다. 또 주4일 등원으로 교사의 휴식권리를 보장하고 가정보육을 통해 아이와 엄마가 오롯이 하루를 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실천합니다. 인증제 및 CCTV는 우리 어린이집에서는 불필요한 일이죠. →이런 조합을 운영하자면 어려움도 많을 텐데요. -산에서 더 놀고 싶은 아이들은 도시락이 필수인데 무조건 단체급식을 요구하는 현행법, 협동어린이집 11가족 지침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또한 저는 지금까지 월급 한번 받지 못하고 사재를 들여왔는데, 아이를 숲에서 키우는 장점만 취하려들 뿐, 엄마 삶의 변화를 통한 교육을 실천하려 들지 않는 부모들이 조합을 흔들 때 정말로 기운 빠집니다. 하지만 서로 논쟁을 벌이고 실수를 인정하고 하나 되려 노력하며 자기 몫을 하려는 조합원들 때문에 다시 힘을 냅니다. 우리는 도봉산 무수골에 월세방 한 칸을 사무실처럼 쓰며, 동네 어르신 이남수 목사님의 배려로 도봉제일교회에 무상으로 공간을 임대해 숲어린이집을 개원한 가난한 조합입니다. 현재 조합의 가치철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생애주기별 성찰수행공동체를 지향하는 조합의 특성상, 임의공간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산 가까운 곳 ‘새 터전’ 마련이 시급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우리 조합은 ‘생애주기형 마을수행공동체 동네마실센터 및 한옥 숲어린이집’ 건립을 위한 정부와 서울시, 도봉구의 실질적 지원과 민간의 후원이 절실합니다. →향후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초등생 방과후 협동조합 설립을 필두로 해 든든한 후방지원부대인 ‘아빠들 모임’의 건실화, 동네마실센터 및 한옥 숲어린이집 건립, 성찰문화의 생활화 등이 목표입니다. 아울러 미취학 아이들 문자교육 금지법안 청원운동도 지속할 것입니다. ‘개천에서 용 키우는 비영리민간공익법인’이 조합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에만 지대한 관심을 갖습니다만, 우리가 키우는 용은 동네에서 내 삶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살며 주변에 착한 영향력을 미치는 동네 미용사일 수도, 이 나라 이 민족을 이끄는 민주주의와 통일의 일꾼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중에 대통령이 나올 줄 누가 알겠습니까. 저희가 가는 길을 잘 지켜봐 주시고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핵단추” “핵 버튼” 극한대결서 극적 반전

    “핵단추” “핵 버튼” 극한대결서 극적 반전

    북한·미국 간 합의의 역사를 보면 사실 ‘정상회담’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다. 북은 과거 비핵화 합의를 수차례 깨뜨린 전력이 있다.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이듬해인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하면서 북·미 대화의 단초를 마련했다. 북·미 양측은 1994년 10월 로버트 갈루치 당시 북핵 특사와 강석주 외무성 부상의 협상을 통해 핵시설 동결과 경수로, 중유 제공을 상호 교환하는 제네바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으로 대북 중유 공급 중단 조치가 이뤄지자 북한은 2002년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 앞선 제네바 합의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이후 2003년 8월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 회담에서 나온 것이 2005년 9월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로드맵을 담은 ‘9·19 공동성명’이다. 이 역시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창구인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제재하자 북한은 6자회담 탈퇴를 선언하고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이후 몇 차례 6자회담을 거쳐 2007년 발표된 2·13 합의에서는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 대신 에너지 100만t 지원을 이끌어 냈다. 올 들어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아치는 등 ‘말의 전쟁’과 맞물려 우발적 군사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 2개월여 만에 북이 전격적으로 ‘해빙’ 무드로 돌아선 것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대북 제재를 풀어야 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절박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자치광장] 왜 미세먼지에 맞서야 하는가/정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자치광장] 왜 미세먼지에 맞서야 하는가/정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

    1군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우리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4년 서울에서만 1874명이 초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했다. 이는 아시아 4개국 16개 도시 중 몽골 울란바토르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국내 초미세먼지로 인한 심혈관과 폐질환 사망자 수도 조사된 8개 도시 중 서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 중에서도 특히 사망률이 높은 것은 폐암이다.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랜싯(Lancet) 보고서(2013년 8월)를 보면, 초미세먼지(PM2.5)가 5㎍/㎥ 높아질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한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조기사망률은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약 1만 7000명에 달한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는 2060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가 연간 5만 2000명까지 늘어나 중국, 인도 다음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고농도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서울형 비상저감 조치를 시행한 것은 시민들의 건강과 목숨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미세먼지 절반 이상이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되는데 서울시만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농도의 발암물질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자동차로부터 나오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이다. 서울시가 2016년 수행한 ‘초미세먼지배출원 인벤토리 구축 및 상세모니터링 연구’에 의하면 서울 지역 PM2.5에 대한 서울 지역 배출원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난방·발전이 39%로 가장 높고, 이동 오염원이 37%로 뒤를 잇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부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 1월 23~25일 파리시 전역에 2005년 이전 등록된 경유 차량 운행을 제한한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15%, 질소산화물(NOx)은 20%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우리도 차량 2부제의 효과를 경험한 적이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수도권에 강제 차량 2부제를 실시했을 때 교통량이 19.2% 줄며 미세먼지 농도가 21% 감축됐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매년 9월 중 하루를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고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서울 ‘차 없는 날’로 정하고, 시민들이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2016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을 달성하면 심혈관계와 호흡기계 질환과 관련해 3조 2744억원의 건강 편익이 발생한다. 미세먼지가 일상의 재난이 된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시민의 의식 전환과 참여다. 차량 2부제 등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동참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적인 결단이다.
  • ‘그냥 사랑하는 사이’ 종영 D-DAY 이준호, 원진아에 “고마워 사랑해”

    ‘그냥 사랑하는 사이’ 종영 D-DAY 이준호, 원진아에 “고마워 사랑해”

    ‘그냥 사랑하는 사이’ 이준호와 원진아가 그 누구보다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겁다.최종회만을 앞둔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연출 김진원, 극본 류보라, 제작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 이하 ‘그사이’) 측은 지난 29일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마지막 예고편을 공개해 엔딩을 향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지난 방송에서 문수(원진아 분)는 지옥 같은 죄책감의 무게에 강두(이준호 분)를 마주하기 버거워했다. 강두는 이별을 선택하는 문수를 붙잡았지만 자신을 보면 괴롭다는 말에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강두 역시 문수가 더 힘들어질까봐 병에 대해 알리지 못했다. 하지만 상처 받지 않도록 직접 이야기하라는 재영(김혜준 분)의 조언에 강두는 용기를 내 문수의 집을 찾았지만, 결국 얼굴도 못 본채 정신을 잃고 쓰러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 가운데 공개된 예고편은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전개로 궁금증을 더했다. 강두와 문수의 절절함은 예고편만 봐도 눈물이 울컥 쏟아진다. “하고 싶은 말만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너무 모자란 걸 이제야 알았어”라며 건네는 강두의 애틋한 입맞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특히 “고마워, 사랑해. 사랑해 문수야”라는 강두의 절절한 고백은 가슴을 저릿하게 울리며 마지막 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강두를 살리기 위한 이들의 간절한 마음 또한 뭉클하게 그려진다. 수척해진 얼굴로 잠이 든 강두의 얼굴을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지던 문수가 자신보다 큰 강두의 손을 바라보며 짓는 슬픈 얼굴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강두를 위해서 기꺼이 간을 내어줄 수 있는 마리(윤세아 분), 재영의 모습 위로 “그 수술하는 거 네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네가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곁에 살아있었으면 하고 우리가 욕심 부리는 거라고”라는 문수의 내레이션은 이들의 절실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병실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쏟아내는 강두의 눈물에 살고 싶은 절박함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예고편 말미 응급실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문수의 오열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사랑해”라는 강두의 애절한 고백과 결말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문수의 맑은 얼굴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예고편은 오늘 방송될 최종회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눈앞까지 다가온 행복을 손에 쥐는 것 같았던 강두와 문수에게 다시 찾아온 시련이기에 더 가슴 아프다. 끝을 모르고 찾아오던 고난을 함께 이겨냈던 강두와 문수였지만 자신의 존재가 상대방에게 아픔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극복하기 어려웠다. 문수는 죄책감에 강두를 마주하기가 힘겨웠고, 강두는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다. 이별마저도 서로를 위한 선택이었던 강두와 문수에게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괴로워하고 고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가혹한 운명 앞에 강두와 문수의 선택이 어떤 엔딩을 맞을 것인지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예고편이 공개되며 엔딩을 두고 시청자들의 다양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강두를 죽이지 말아 달라”, “있는 힘껏 행복해라 강수커플” 등 청원까지 이어지고 있을 정도로 ‘그사이’의 엔딩과 강수커플의 결말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마지막 회에서는 강두의 병을 알게 된 문수와 이들의 선택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위안과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감을 높인다. ‘그사이’ 제작진은 “차별화된 감성과 따뜻한 위로를 선사해온 ‘그사이’의 마지막도 가장 ‘그사이’ 다운 엔딩이 될 것”이라며 “강두와 문수가 다시 평범한 일상을 찾고 행복해질 수 있을 지 마지막 여정을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 대망의 최종회(16회)는 오늘(30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영화 리뷰] ‘보통 사람’의 초능력이 비루한 현실과 만나 ‘통쾌한 판타지’

    [영화 리뷰] ‘보통 사람’의 초능력이 비루한 현실과 만나 ‘통쾌한 판타지’

    보통 사람들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한다. 권력 혹은 자본 앞에서 맨땅에 머리를 맞부딪는 듯 무력과 절망, 절박함이 앞설 때 한 번쯤 바라게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뒤집어 놓을 힘 혹은 구원이 생겨났으면…. 2016년 첫 실사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모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은 이런 상상이 현실로 옮겨졌을 때의 쾌감을 영리하게 그려냈다.한국 영화에서 드문 소재인 초능력을 평범한 인물에게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판타지로 기울 법하다.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1차원적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장면마다 부려진 만화적 상상력과 극적 구성은 애니메이터로서 연 감독의 역량과 감각에 힘입은 것이다. ●만화적 상상력+극적 구성… ‘한국형 히어로물’ 하지만 ‘염력’은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는 배경과 주제 의식이 남다르다. 자본과 한 몸이 된 공권력의 폭력, 재개발로 삶터에서 밀려나는 철거민의 분투, 언론의 천박한 속성, 인간 내면의 비루함 등을 포착하고 풍자하면서 ‘우리 현실에 발붙인 판타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비판은 연 감독의 전작 ‘부산행’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돼지들의 왕’, ‘사이비’ 등을 관통해 온 주제이기도 하다. 영화는 청년 사장 루미(심은경)가 일군 치킨 맛집에서 시작된다. 활력으로 가득 찼던 식당은 새벽 기습적으로 들이닥친 용역 깡패들의 폭력에 산산조각 난다. 지역 일대가 대형 면세점으로 재개발되면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주민들은 결사항전에 나선다. 용역들의 폭력에 숨진 아내의 부음을 듣고 10여년 만에 딸과 마주한 은행 경비원 석헌(류승룡)은 약수를 먹은 뒤 우연히 얻게 된 염력(초능력의 하나로 물체에 손을 대지 않고 옮기는 능력)을 철거 현장에서 발휘한다. “진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기도록 태어난 사람들”라는 악역 홍상무(정유미)의 말을 보란듯이 짓이기며. 철거민에게 쏟아붓는 물대포, 건물 옥상으로 내쫓기는 철거민들, 컨테이너를 이용한 경찰 투입 등의 장면에서는 ‘용산 참사’가 겹친다. 하지만 초능력이란 현실 밖의 소재와 철거민 문제란 현실 한복판의 이야기가 큰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 데는 ‘어설픈 액션’으로 현실을 구하는 류승룡의 연기가 한몫했다.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소화하는 지질한 소시민 연기, 혀까지 적극 동원해 가며 염력을 쥐어짜는 그의 안간힘은 무거운 현실을 잠시 잊고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할리우드형 히어로들처럼 호쾌한 액션이 아니라 갑자기 주어진 힘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쩔쩔 매고 실수를 거듭하는 모습은 외려 극과의 공감을 높여 준다. 철거민을 ‘슈퍼 을’로 몰아가고, 석헌의 염력을 “북한 소행”이라는 주장을 내보내는 뉴스 장면에서는 일부 종편의 헛발질이 겹치며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매끈하지 않은 액션·완벽하지 않은 CG도 ‘괜찮아’ 석헌이 고층 빌딩이 즐비한 대로를 날아가고 질주하는 장면의 일부 컴퓨터그래픽(CG) 장면은 완벽하게 배경과 인물이 맞물리지 않아 덜컹거리기도 한다. 갈등을 빚다 봉합되는 부녀 관계에 집중하면서 가족 화해라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에 갇히는 한계 등도 있다. 하지만 묵직한 주제 의식을 초현실이라는 생경한 소재로 균형감 있게 풀어내면서도 오락영화로서의 미덕도 줄곧 지켜낸 연상호 감독의 감각이 새삼 다시 보인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1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부겸 “남북 단일팀 분열, 정상이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4일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찬반 논란에 대해 “한쪽은 저주하고, 한쪽은 단일팀 하자고 한다”며 “이게 정상적인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장관은 이날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 개막식 축사에서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이 평창올림픽에 오는 문제로 한쪽은 저주하고 한쪽은 단일팀을 하자고 한다”면서 “이게 정상적인가. 이 정도의 합의로 공동체가 어떻게 앞으로 나가겠나”라며 성토했다. 김 장관은 이어 “여러 사회적 부를 움켜쥔 분들이 조금도 양보할 생각을 않는다”며 “지방 곳곳에는 ‘토호’라고 불리는 권력들이 있어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불균형 성장전략의 결과는 혹독하며 수도권에 집중된 부·권력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일부 부동산 부자들에 농락당하고 균형발전과 국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조롱하는 환경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는 절박함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며 “(여기 참석한) 선생님들이 역할을 해주셔야 한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시골 공립고가 해냈다…인구 소멸 절박함이 통했다

    시골 공립고가 해냈다…인구 소멸 절박함이 통했다

    경북 군위고등학교가 최근 3년간 연속으로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자 군위군 전체가 고무된 분위기다. 얼핏 서울대 합격이 뭐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군위는 인구(특히 학생수) 감소로 ‘지방 소멸’ 위기감에 떨고 있는 터라 단순한 명문대생 배출 이상의 의미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인구가 2만 4000여명에 불과한 군위는 경북 영양에 이어 전국(도서 지역 제외)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적다.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36.7% 이상인 초고령화 지방자치단체로 학생이 많지 않아 각급 학교가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현재 군위에는 초등학교 7개교(학생수 483명), 중학교 4개교(255명), 고등학교 2개교(368명)가 있다. 그중 학생수가 301명으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군위고의 사활은 곧 군위군 전체의 사활로 여겨지고 있다. 학생들이 지역에서 미래를 찾지 못하면 군위를 떠날 테고 이는 곧 군위군 전체의 소멸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위고는 최근 발표된 2018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농어촌·도서·산간 지역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에서 이 학교 남화정(19·여) 학생이 영어교육학과에 합격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군위고에서는 2017년에 1명, 2016년에 2명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1953년 개교 이래 서울대에 3년 연속 합격생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0~12년에도 3년 연속으로 서울대에 각 1명이 합격했다. 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줄곧 변변한 학원 하나 없는 군위에서 학교를 다닌 흙수저(?)들이다. 이처럼 군위고가 서울대 합격생을 잇따라 배출하게 된 것은 서울대의 농어촌 특별전형 덕도 있지만, 군위군 전체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해 사활을 걸고 절박하게 노력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별전형이 있다고 모든 농어촌 고등학교가 서울대생을 배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위고는 학생들의 수준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논술 및 자기소개서를 위한 토론식 수업을 진행했다. 지역사회도 학교 및 학생 지원에 파격적으로 나섰다. 지금까지 주민과 출향인 등이 277억원의 교육발전기금을 조성해 매년 10억여원을 장학금, 학교운영비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3년 연속 서울대 합격은 군위군에서는 혁명적 사건”이라며 “학교가 무너지면 지역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남화정양은 “훌륭한 교사가 돼 지역사회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민주항쟁·촛불혁명 잊지 말자”…여야 ‘1987’ 단체관람

    “민주항쟁·촛불혁명 잊지 말자”…여야 ‘1987’ 단체관람

    정치권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의 단체 관람 열풍이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지도부가 단체 관람을 하거나 앞두고 있다. 1987년을 돌아보며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개헌을 추진하는 뜻을 새기자는 취지다.●“개헌 추진 뜻 새기자” 한목소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지도부는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영화관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1987’을 관람했다. 이날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도 함께 관람했다. 안 대표는 영화 관람을 마치고 “너무나 당연한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제대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을 지금 만들지 못하면 10년, 20년 후퇴할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영화를 봤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당직자와 김학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등과 함께 지난 2일 종로구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단체 관람했다. 이 대표는 “현실의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과 사법기관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오늘도 진행 중인 촛불혁명은 87년 항쟁의 마침표가 되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찰청 200여명 오늘 관람 예정 지난해 말 단체 관람을 계획했다가 본회의 개최 문제로 취소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오는 9일 관람키로 했다. 이한열 열사 사망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영결식 선두에 섰던 우상호 전 원내대표도 직접 관람할 예정이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 차장과 국장급을 포함한 경찰청 소속 경찰관 200여명이 4일 ‘1987’을 관람한다고 경찰청이 밝혔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공기가 부족해 숨 막혀”...아빠와 1시간 통화한 딸 끝내 숨져

    “공기가 부족해 숨 막혀”...아빠와 1시간 통화한 딸 끝내 숨져

    “6층인데 앞이 안 보여. 문도 안 열려”, “조금만 참아. 소방관이 왔으니까. 조금만 참아. 힘드니까 말하지 말고. 아빠 말 듣고 조금만 참아”지난 21일 오후 4시 10분 충북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에 갇힌 딸 김다애(18)양과 통화를 하던 아버지의 가슴은 타들어갔다. 아버지는 1시간 2분 15초동안 전화를 끄지 않고 계속 통화를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딸의 기침과 신음뿐이었다. 오후 5시 12분께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애가 탄 김씨가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김양은 더는 받지 않았다. 김양은 결국 8층 현관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꽃다운 나이에 대학 입시가 끝난 뒤 찾아갔던 스포츠센터에서 참변을 당한 것이다. 화마가 엄습하는 고통의 순간을 겪는 딸의 마지막 순간을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로 생생하게 느꼈던 아버지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딸 앞에서 오열했다.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 21일 스포츠센터에 갇혔다가 숨진 희생자들과 마지막 통화를 했던 유족들의 기억에는 아직도 8일 전 참사 당시의 악몽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시뻘건 불길이 건물을 휘감고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던 화재 현장을 지켜보며 발만 동동거려야 했던 유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전화로 생존을 확인하고 “곧 구조되니 조금만 버텨라”라고 응원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유족대책본부는 29일 유족들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통화 내역과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희생자들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닌지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공개한 통화 내용에는 화재 당시의 긴박함, 희생자들의 절박함, 유족의 다급했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신명남(53)씨는 지난 21일 오후 4시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여보 불났어. 빨리 119에 신고해 줘”라고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오후 3시 57분께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신씨는 생존해 있었던 것이다.한동안 통화가 안 되는가 싶더니 오후 4시 6분께 남편이 건 전화를 신씨가 받았다. 그의 첫 마디는 “죽겠어, 살려줘”였다. 그러면서 “목욕탕 화장실 쪽 흡연실에 있어. 공기가 부족해 숨이 막혀. 여보 빨리 와”라고 말했다. 이것이 신씨가 남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전화가 끊기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들은 것은 신씨의 목소리가 아니라 “숨 막혀”, “아, 뜨거워”, “숨을 못 쉬겠어”, “문이 안 열려”, “연기가 들어와” 등 2층 여성 사우나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애타는 목소리뿐이었다. 2층에서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된 정희경(56)씨도 오후 4시 1분께 전화로 남편에게 화재 발생 소식을 전했다. 5분 뒤인 오후 4시 6분께 다시 통화가 되자 정씨는 “빨리 와. 연기가 많아 앞이 안 보여, 숨을 못 쉬겠어”라고 말했고, 10분 뒤 “죽겠어. 빨리 어떻게 해 봐”라고 얘기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7층 출입문 부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최순정(46)씨가 남편의 전화를 받은 시간은 오후 3시 56분이다. 당시 최씨는 남편에게 “여보. 불났어 큰일 났어”라고 말했다. 2분 뒤 남편이 다시 전화를 걸자 “여보 옥상으로 가고 있어”라고 말했고, 오후 4시에도 “옥상으로 간다”는 말을 남긴 채 서둘러 계단을 올라 가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오후 4시 19분까지 7차례나 남편이 건 전화를 최씨는 받지 않았다. 2분 뒤 전화가 연결됐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최씨의 남편은 1시간 17분 52초 동안 전화를 끄지 않고 부인의 이름을 불렀으나 전화기에서는 최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유족들은 이런 통화 내용을 토대로 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살 수 있었는데 늑장 대처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닌지 억울한 점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유족대책본부 관계자는 “희생자들의 사망 시점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며 “진실을 규명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망 시점과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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