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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닐로 장덕철 소속사 “‘그알’ 방송, 죽고 싶을 만큼 참담” [전문]

    닐로 장덕철 소속사 “‘그알’ 방송, 죽고 싶을 만큼 참담” [전문]

    ‘그것이 알고 싶다’ 음원 사재기 의혹 편 방송이 화제인 가운데, 가수 닐로와 장덕철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측이 공식입장을 밝혔다. 5일 리메즈는 보도자료를 통해 “다시 음원 사재기와 관련하여 당사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입장을 되풀이해야 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 절망스럽다.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와 관련 깊은 유감을 넘어 죽고 싶을 만큼 참담하다”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부인했다. 리메즈는 “문체부 및 관련 기관들에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수많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강력하게 이야기 해왔음에도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의혹도 해소되지 못했다. 그 기간 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은 셀 수도 없는 악플과 따가운 시선 등을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누구보다 공정한 보도로 더는 무고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진실된 취재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조차 저희 가수들의 자료화면을 수차례 띄우며 마치 사재기를 한 가수인 마냥 대중을 호도하는 방송을 송출했고, 실체 없는 의혹제기로 끝난 방송 이후 저희는 더욱 심각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리메즈는 “최근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실명부터 공개한 모 가수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 모두에게 정식 사과를 요구하는 바”라며 “음원 사재기 업체들과 의뢰를 한 기획사, 그리고 유통사까지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조사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일부 가수들의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다루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해당 가수로 닐로, 장덕철, 송하예 등이 언급됐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은 “노래방 인기 순위에서 아무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올라왔다. 일반적인 역주행 곡은 노래방에서 많이 가창되고 그 다음에 음원 차트에서 결과가 나온다”, “이 정도 실력에 이 정도 인기면 단독 공연을 엄청 성황리에 해야 하는데 텅 비어서 공연을 취소했다”며 닐로의 음원 사재기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리메즈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리메즈 입니다. 다시 음원 사재기와 관련하여 당사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입장을 되풀이해야 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 절망스럽습니다. 1월 4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와 관련하여서도 깊은 유감을 넘어 죽고 싶을 만큼 참담함을 느낍니다. 저희는 2018년 4월 소속 가수의 곡이 음원 차트 1위를 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모든 소속 가수들이 사재기 루머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오고 있습니다. 당시 문체부 및 관련 기관들에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수많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강력하게 이야기 해왔음에도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의혹도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은 셀 수도 없는 악플과 따가운 시선 등을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공정한 보도로 더는 무고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진실된 취재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조차 지난 4일 저희 가수들의 자료화면을 수차례 띄우며 마치 사재기를 한 가수인 마냥 대중을 호도하는 방송을 송출하였고, 실체 없는 의혹제기로 끝난 방송 이후 저희는 더욱 심각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보도했던 대로 실제 사재기가 있고 실행자가 있다면 카더라식 제보를 받은 그 분들의 실체를 더욱 명확히 밝혀 주시고, 카더라 제보와 여러 조작 정황 자료 화면이 마치 저희와 관련 있는 듯한 뉘앙스로 방송되었는데 저희와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교묘하게 편집하여 보도하였는지, 왜 방송을 통해 저희를 사재기 집단으로 여론몰이 하시는지 그 배후가 궁금하며, 연관성이 없다면 강력하게 정정보도를 요청 드립니다. 가요계에 음원 사재기가 뿌리 뽑혀야 된다는 것에는 당사 역시 매우 공감하는 바이며, 최근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실명부터 공개한 모 가수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 모두에게 정식 사과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더불어 음원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검찰과 경찰을 비롯 모든 수사 기관에게 저희부터 수사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요청 드립니다. 저희 리메즈의 모든 것에 대하여 철저하게 조사 해주시고 명백히 밝혀 주시기를 강력하게 촉구하며, 저희 또한 음원 사재기 업체들과 의뢰를 한 기획사, 그리고 유통사까지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조사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입니다. 하루 빨리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범죄자가 밝혀지고 음원 시장의 혼란을 바로 잡고 제 2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진=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최준용 아내 한아름 “평생 배변주머니” 고백..임신 가능성은?

    최준용 아내 한아름 “평생 배변주머니” 고백..임신 가능성은?

    최준용 한아름 부부가 아픔도 사랑으로 치유하는 진한 가족애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다. 3일 방송된 MBN ‘모던패밀리’에서는 배우 최준용(53)과 아내 골프 선수 한아름(38)이 정기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한아름은 2013년 대장에서 용종 3822개가 발견돼 대장제거술을 받아 평생 ‘배변 주머니’를 차야 하는 남모를 아픔을 안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혈변, 많은 양의 출혈이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이런 대장을 처음 봤다 하더라. 한두 개면 용종을 떼면 되는데 대장 처음부터 끝까지 다 용종이라, 대장을 모두 절제하고 그 다음에 소장을 항문으로 잇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일반 사람처럼 변을 볼 수 있게”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16시간 수술을 하고 나왔더니 가족이 수술 기록지를 들고 저를 구급차에 태워서 다른 병원에 가더라. 엄마한테 ’수술 잘 됐다는데 왜 다른 데로 가느냐’고 했더니 ‘소장이 기형적으로 작아 항문에 닿지 않는다’고 했다”며 “원래 3개월만 배변 주머니를 차고 재수술을 해야 했는데, 평생 차야 하는 영구적인 장애를 입게 됐다”고 고백했다. 한아름은 “진짜 충격이었다”며 “‘나 어떻게 살지? 33살밖에 안 됐는데, 처녀인데 주머니 차고 어떻게 살지?’ 했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연애 시절부터 이를 안 최준용은 한아름 씨를 사랑으로 보듬었고, 두 사람은 한아름 씨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는 동시에 임신 가능성을 묻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담당의는 “자연 임신이 가능하긴 하나, 한아름 씨가 앓는 선종성 용종증이 유전병이다. 나중에 2세도 같은 병에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두 사람은 충격을 받았지만, 다시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최준용의 모친은 병원에서의 일을 묻고, 한아름 씨는 대장제거술 후에 ‘배변 주머니’를 차며 겪었던 절망과 고통을 이야기하다가 끝내 눈물을 쏟았다. 그는 “사실 방송에서나 외부에서는 남편의 조건만 부각돼 제가 희생하는 것처럼 비쳤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아픈 날 남편이 안아준 거였다. 남편의 진짜 모습을 알리고 싶어서 (방송에서) 몸 상태를 고백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아름 씨의 눈물에 최준용의 어머니는 같이 울어줬으며, 최준용은 조용히 눈물을 닦아줬다. 나아가 최준용은 “내가 나이가 한참 많지만 나중에 아내가 거동이 힘들어질 때 보살펴줘야 하니 딱 1분만 더 살고 싶다”라고 고백해 사랑꾼 면모를 드러냈다. 이후 세 사람은 “사랑한다”며 서로를 감싸 안았고, 다 같이 준비한 식사를 함께 먹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이날 방송은 평균 시청률 3.01%(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시각장애 성폭행범 “감옥에서 인도견과 지내게 해달라” 법원의 답은

    시각장애 성폭행범 “감옥에서 인도견과 지내게 해달라” 법원의 답은

    열 살 소녀를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고까지 해 7년형이 선고된 영국의 시각장애인이 감옥 안에서 인도견과 함께 지내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리버풀 왕실법원 재판부는 매클레스필드 럼리에 살며 법정 장애인으로 등록된 닐 넬리스(42)가 래브라도 리트리버 인도견 딕비를 데리고 나와 청원하는 것을 듣고 교도소 규칙 때문에 허락할 수 없다고 했다고 BBC가 2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대신 재판부는 인도견을 다시 훈련시켜 다른 시각장애인을 돕도록 했다. 넬리스의 변호인 레이철 셴턴은 사이먼 버크선 판사에게 “5년 동안 자유와 이동의 편리함을 선사한 인도견의 혜택을 입은 한 남성이 완전히 낯선 여건에 놓여지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면서 그가 어린 소녀에게 입힌 피해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감옥이란 절망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뢰인이 커다란 물체만 구분할 수 있는 퇴행성 안과 질환을 앓고 있어 이미 감옥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도 있고 정신건강도 좋지 않으며 정서불안, 자폐증 증세를 앓고 있다고 변호인은 호소했다. 그러나 버크선 판사는 소녀의 어린 시절을 송두리째 앗아간 범행의 잔인함을 잊으면 안된다고 판시했다. 소녀가 어머니 친구에게 했던 말 “엄마의 어린 소녀는 더 이상 없어요”를 대신 들려줬다. 넬리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다섯 가지 중대 성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7년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평생 성범죄 전력자로 등록하고 무기한 성폭력 예방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손성진 칼럼] 링컨 코스프레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손성진 칼럼] 링컨 코스프레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악스러운 정치를 보며 절망에 빠졌던 한 해가 지나갔다. 무엇이 정의인지도 모른 채 나만이 옳다는 아집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에게 뇌동돼 우리는 없고 단지 피아 구분만 있는 분열과 혼돈의 상황에서 또 새해를 맞았다. 새해 새 아침 분위기가 이토록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총선이라는 전장(戰場)이 있는 해이기에 더욱 그렇다. 자의와 무관하게 국민은 이전투구의 혼란 속에 휩쓸려 들어가서 상대를 물고 뜯는 대리전의 전사가 될 것이다. 우리 정치가 이처럼 극혐의 대상으로 내몰린 것은 물론 정치인 그들에게 귀책된다. 권력을 향한 사욕(私慾)과 당익(黨益) 외에는 어떤 가치조차 외면하는 정치인들의 본모습을 우리는 지난 1년 동한 무수히 목격해 왔다. 선거를 치르며 자유, 민주, 공정, 평등이라는 신성한 용어들을 추한 정치 모리배들의 입을 통해 또 얼마나 들어야 하는지 벌써 정신적 아노미가 덮쳐 온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국민이 원하는 대로”, “국민의 뜻을 따라”를 외치며 링컨 코스프레를 펼칠 것이다. 참과 거짓을 인식하지 못하며 잠시라도 현혹된 대중, 일부 국민은 코스프레의 들러리가 돼 일제히 박수를 보낼지도 모른다. 국민, 대중은 때로는 무지몽매해서 정치의 도구가 되기도 했지만 사실 역사를 이끌어 온 것은 정치가가 아니라 민중, 대중, 국민이라는 집합체였다. 가까운 조선시대를 봐도 임금은 왜병을 피해 궁궐을 버리고 도망갔어도 백성들은 의병을 일으켜 적과 싸웠다. 무능한 왕과 매국노들은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양반 노비를 막론하고 국민은 만주 벌판에서 풍찬노숙하며 독립을 위해 투쟁했다. 광복 후 전장에 몸을 내던지고 산업현장에서 피땀 흘려 외화를 벌어들인 것도 국민이었다. 그사이 권력욕에 함몰된 위정자들은 국민을 위하기는커녕 못살게 굴고 탄압했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살게 된 것은 근면 성실한 한국인의 DNA 때문이지 특정 정치인 덕이 아니다. 하야, 피살, 자살, 구속으로 점철된 역대 대통령들의 전횡과 삼류 정치, 동물 국회로 대변되는 무뢰집단 국회를 보노라면 분노보다 서글픔이 앞선다. 정치인들이 밤을 새워 이어 간 필리버스터링에서도 “국민, 국민” 했지만 고맙고 애틋하게 생각할 국민은 없으며 그들끼리의 지긋지긋한 밥그릇 싸움임을 잘 알고 있다. 근로자의 유리지갑에서, 자영업자의 얄팍한 호주머니에서 긁어간 세금으로 얼기설기 엮은 예산안을 떼부자가 인심 쓰듯 통과시켜 버렸다. 당파 이익을 위해서라면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아 아이 잃은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정치였다. 국민과 기업이 가야 할 길을 이끌어 주고 막힌 곳을 뚫어 주는 게 정치다. 욕구를 달성하라고 혈세로 억대 연봉을 주고 온갖 특혜를 부여하고 있는 게 아니다. 자기 돈처럼 마구 뿌리라고 나랏돈을 맡겨 놓은 것도 아니다. 관(官)의 갖은 규제로 사업을 못하겠다는 아우성이 현장에 나가 보면 넘쳐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토했다는 울분도 그런 불만의 폭발이다. 막힌 수도관 뚫듯이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도리어 물길을 틀어막고 있으니 나라가 거꾸로 갈 수밖에 없다. 상대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대열의 선봉에 정치인들이 있었다. 통합과 화합은 입에 발린 수사(修辭)였음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조금의 차도도 없는 중병 환자처럼 대한민국의 정치는 퇴보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경자(庚子)년 총선은 우리의 정치에도 변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 90도로 절을 하며 표를 달라는 가식에 찬 행동, 당선하고야 말겠다는 몸부림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진정성으로 무장한 정치만이 구태 정치의 과오를 씻고 신뢰를 얻는 길이다. 최악(最惡)은 피해야 했기에 차악(次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에게 차선(次善)도 아닌 최선(最善)을 뽑을 정치의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럼으로써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땀을 흘리는 신선한 새 인물들로 활기가 넘쳐나는 21대 국회를 보고 싶다. 향후 5년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시기다. 비틀거리는 대한민국이 난국을 돌파하고 선진국으로 들어서느냐, 아니면 더 큰 위기 국면에 들어서느냐 하는 갈림길이다. 특히 4차 산업 등 미래 산업의 앞자리를 선점하지 않으면 자칫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그래서 국회와 정부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기회는 있지만 시간은 여유롭지 못하다.
  • [길섶에서] 지는 해, 뜨는 해/박록삼 논설위원

    모든 부정한 것은 어제 그 해에 묻어 사라졌길. 운 없고, 욕심부리고, 심술궂고, 비관하고, 남 미워하고, 절망하게 만든 것들도 그 해에 모두 녹아내렸길. 부모가 자식을 해하고, 스스로 생을 저버리며 남은 자들 몸서리치게 만든 끔찍한 소식들도, 뿌연 미세먼지 습기 찬 마스크 속 헐떡거림도 그 해와 함께 지나가버렸길. 2019년 마지막 날 서쪽으로 떨어진 그 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 또한 숙명으로 알고 모두 껴안고 떠나길. 그리하여 2020년 첫날 떠오른 저 해에는 모든 상서로운 것, 기뻐 덩실거리는 것, 희망찬 것, 넉넉히 낙관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길. 다툼도 미움도 없고 평화와 화해로움이 넘쳐나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괜히 제 볼 한 번 꼬집어 볼 수 있길. 남북은 물론 북한과 미국도 싸우지 않고 서로 사이 좋게 손잡으며 한반도가 지구촌 평화의 중심으로 우뚝 서길. 그래서 전쟁 없는 세상, 만백성이 고루 주인인 세상, 가난과 굶주림에 눈물짓는 이 없는 세상, 그 세상이 2020년 저 해와 함께 두둥실 떠오르길. 많은 이들이 늘 새 해를 보며 다짐하곤 한다는 건강은 물론 유창한 외국어 하나쯤 하는 꿈도 덤으로 가져다주길. 1년 뒤 저물 해 앞에 서서 지난 1년 동안 참 잘 살았노라며 당당히 보내 줄 수 있길. youngtan@seoul.co.kr
  • 주민보다 길고양이가 더 많은 시리아 마을의 슬픈 사연

    주민보다 길고양이가 더 많은 시리아 마을의 슬픈 사연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사는 폐허와 같은 동네.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30일 영국 BBC에 소개된 이 마을은 몇 개월 전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시리아 북서부에 있는 카프르 나블이다. 시리아 반군의 점령지역이었던 카프르 나블은 지난 10월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병원 등 의료기관 4곳이 무너지는 등 민간시설 상당수가 파괴됐다. 당시 일부 시설에서는 의료진 등 수십명이 사망했고, 마을 주민들의 피해도 상당했다. 폭격 이전에는 주민 수가 4만 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10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지역에 사는 32세 남성 살라 자르 역시 폭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절망 속에서 그를 보듬어 준 것은 다름 아닌 카프르 나블에 ‘함께 사는’ 길고양이들이다. 주민 자르에 따르면 이 지역에 서식하는 고양이는 수 백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림잡아도 주민 수보다 많은 숫자다. 이 지역 고양이들이 모두 어디에서 왔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확실한 것은 수많은 고양이를 돌볼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자르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을 떠났고 남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먹이와 물 등 보살핌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남은 마을 주민들이 고양이들을 맡아 돌보기 시작했다. 한 집당 적어도 15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을 맡아서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르는 “우리가 길을 걸을 때마다 약 20마리, 많게는 30마리의 고양이가 우리와 함께 걷는다. 일부는 집으로 함께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우리 마을 주민들은 언제나 굶주림에 시달리지만,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도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폭탄 테러로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 역시 자주 부상을 당한다. 의약품 등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다친 고양이를 치료해주기 위해 큰 도시로 나갔다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주민들은 남겨진 길고양이들과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 기쁨과 고통, 그리고 수많은 두려움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르는 “이 지역 고양이들은 우리의 인생 파트너가 되었다”면서 “만약 또다시 폭격과 같은 일이 발생해 이 지역을 떠나야 한다면, 반드시 고양이들을 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함께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연말연시 계절성 우울증’ 섣부른 위로보다 믿고 기다려 주세요

    ‘연말연시 계절성 우울증’ 섣부른 위로보다 믿고 기다려 주세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을 ‘2030년 인류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질환’으로 꼽은 바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 우리 주변의 우울증 사례에 대해 쉬쉬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울증을 현명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울증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울증 상태가 되면 생각의 흐름이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방향으로 가는 특징이 있고 주변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보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지나친 확신이나 위로의 말을 건네면 오히려 우울증 환자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거나 ‘정신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같은 말은 독감에 걸려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나을 수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최근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A씨는 스트레스와 과로, 동료와의 갈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어렵사리 잠들더라도 새벽에 깨어 다시 잠들기 어려운 나날이 반복된다고 했다. 그는 “불안과 초조, 불면, 우울, 식욕·성욕 감퇴, 죄책감 같은 우울증의 여러 증상 가운데 가장 두려운 것은 무기력증”이라면서 “귀찮다는 것과 무기력하다는 것은 다르다. 그 어떤 것도 지속하기 힘들 정도의 무기력 때문에 일상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믿고 기다려 주겠다는 정서적 지지와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민 교수는 “우울증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해서 나타나는 질환”이라면서 “각각의 요인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같이 고민해 주고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도움 방법”이라고 권했다. 이 교수는 “다만 심각한 우울증상이 수주간 지속되거나 한 차례 이상 재발한 우울증은 자신의 의지로 해결하기보다 의사와 상담해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울증은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 말고도 호르몬 이상,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여러 약물, 신체 질환, 뇌병변 등 여러 의학적 이상 요인에 의해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우울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치료의 첫 단계라는 의미다. 우울증 약을 자의적으로 끊지는 않는지 주변에서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약물치료는 우울증 치료의 기본이다. 우울증은 재발 위험성이 큰 질환이며, 재발의 가장 큰 요인은 우울증 치료약 복용을 스스로 중단하는 것이다.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최소 6개월 이상은 치료약을 계속 복용해야 우울증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의료진과 상의 없이 갑자기 우울증 약을 끊게 되면 약의 종류에 따라 구토, 소화장애, 두통이 발생하고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다. 초조와 불안,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도 생긴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교수는 “아직 우울증에 특효인 약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골라야 한다”면서 “약물치료를 중단할 때는 의사와 함께 서서히 약을 줄여 나가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 정도로 잘못 인식해 제때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면 심각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질병 못지않게 우울증도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치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국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혈관계 부작용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항콜린성 성분이 포함된 우울증 약이 치매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희의료원 이 교수는 “아직 하나의 연구 결과에 불과하며 항콜린성 성분이 포함된 일부 우울증 치료제에 해당하는 연구결과이기 때문에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치매에 걸린다는 것은 지나친 염려”라고 지적했다. 노인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매 위험도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노년기에 발생한 우울증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찬바람 불면 계절성 우울증 주의보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뚜렷한 이유 없이 우울해지는 느낌을 받기 시작해 겨울철이 되면 잠을 많이 자는데도 자꾸 기운이 빠지고 피로감을 주체할 수 없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주요 우울증의 11% 정도가 계절과 관련돼 있는 특성을 보이는데 특히 일조량이 적은 가을이나 겨울에 계절성 우울증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30대 중반 주부 이모씨도 그런 경우다. 그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그럴 리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기운이 빠지고 멍해졌을 뿐, 우울하진 않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남편이 속을 썩이지도 않고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집안 형편이 갑자기 나빠진 것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왠지 불안하고 걱정과 잡생각이 많아졌으며 하루 종일 피곤한 증상이 나타나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싶어 병원을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결국 이씨는 계절성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계절성 우울증은 해가 짧아지는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조량 감소 탓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위도 지역과 사계절이 뚜렷해 일조량의 계절변화가 심한 지역에서 계절성 우울증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겨울이 길고 밤 시간이 유난히 많은 북유럽 지역이나 안개가 많고 햇볕을 보기 어려운 영국을 상상하면 된다. 계절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식욕이 늘어나는 현상을 경험한다. 입맛이 없어지는 일반적 우울증과는 다른 양상이다. 특히 탄수화물이 많은 밥이나 라면, 빵을 비롯해 단 음식을 자주 찾는다. 잠들기 전에 식욕이 증가해 밤참을 자주 먹다 보니 체중도 늘어나게 된다. 또 불면증이 심한 일반적 우울증과 달리 수면 욕구가 늘어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고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싶어진다. 하지만 잠을 많이 자도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워 잘 움직이지 않고 짜증이 늘어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태현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계절적 요인에 의해 기분이 우울해질 수 있다”면서 “계절의 영향에 지나치게 예민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급격한 기분 변화를 보일 수 있는데 이런 증상을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 중에는 유난히 여성이 많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일반적인 우울증은 평생 유병률이 남성은 5~12%인데 여성은 10~25%로 2배 정도 높고, 여성의 경우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비율이 일반적 우울증을 앓는 비율보다 더 높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이 남성에 비해 계절성 우울증에 취약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하 교수는 “남성과는 다른 성호르몬 분비체계, 즉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뇌하수체 자극 호르몬의 분비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될 뿐”이라고 밝혔다. 계절성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중증 환자에게는 날마다 일정 시간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이 가장 우선적인 치료법으로 추천된다. 무엇보다 일상 생활에서 춥다고 실내에만 머무르지 말고 활기찬 야외활동을 늘려 햇빛 쬐는 시간을 많이 갖는 생활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으로 인체의 동력을 충전해야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서울광장] 우리끼리 줄 세우는, ‘미친 집값’ 계급 사다리/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우리끼리 줄 세우는, ‘미친 집값’ 계급 사다리/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지금 대한민국에는 딱 두 부류의 인간이 산다.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둘만 모이면 미친 집값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건 금물이다. 집이 없는 사람도, 겨우 한 채 있는 사람도 울렁증을 앓기는 매한가지다. 미쳐버린 집값이 제정신이라도 차리는 날에는 어쩌나. 겨우 집 한 채인 사람들은 이런 초라한 계산에 좌불안석이다. 집이 없는 사람은 숫제 고민할 일도 없다. 서울에 내 집 갖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다시 태어나는 편이 빠르다”는 좌절의 목소리, 주위에 흘러넘친다.  정말 이러다가는 무슨 변고가 터질지 모른다. 몰상식을 넘어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상황에 버텨 줄 사회적 근력이 남았을지 밑천이 아슬아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똑 떨어지게 자신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던 어정쩡한 말은 청와대 참모들 때문에 봉변을 당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1급 이상 전·현직 참모들의 집값은 지난 3년간 평균 40%나 뛰었다. “내가 강남 살아 봐서 안다”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송파구 아파트,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과천 아파트는 10억원 넘게 올랐다. 청와대 불로소득이 들통나지 않았더라면 12·16 부동산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가 얼마나 발등이 뜨거웠으면 경실련의 집값 발표 닷새 만에 비밀작전처럼 부동산 극약처방을 냈을지 짐작이 된다.  절망스러운 현실의 문제는 따로 있다. 집값 처방이 주택 빈곤층을 더 고약하게 소외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집값 9억원’을 기준으로 부동산 피라미드의 계급을 감별받고 있는 중이다. 무주택자와 실거주를 위한 살뜰한 처방은 없이 9억원 넘는 집에 은행 대출을 묶겠다고만 한다. 이것은 9억원짜리 집을 엄두라도 낼 수 있는 일부에게만 말을 거는 정책이다. 미친 집값에 무감각해져서 9억원이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시시하게 들린다. 하지만 절대 다수 서민에게는 그렇지 않다. 집이 없는 사람들과 17차례의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집값이 고꾸라진 지방 서민들에게는 달나라 이야기다. 오죽했으면 “한 채만 남기고 팔라는 홍남기(경제부총리)보다 빚내서 집 사라던 최경환(박근혜 정부의 경제부총리)의 말이 훨씬 인간적이었다”고들 한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적어도 모든 부동산 계층에게 공평하게 말이라도 걸어 준 것 아니었냐고.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불평등과 갈등의 수렁으로 사회가 통째로 빠져 있다. 서울과 지방,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청와대의 불로소득을 성토하지만, 기실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어진 계급사회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장하성, 김수현의 집값만 두 배로 튀겨졌나. 아니다. 성실한 근로소득이 죽었다 깨어나도 감당할 수 없는 아파트 불로소득은 일상의 도처에서 서로를 반목하게 한다. 강남 집 한 채가 죄냐, 앉아서 수억 벌었으면 세금 토해야지, 서로 삿대질이다. 없는 사람들을 정책 우위에 두겠다던 진보 정부가 절대 다수의 서민을 신(新)부동산 계급의 밑바닥에 고착시켰다. 그 배신감을 감당하기 힘들다.  계급 사다리의 어느 칸에 자신이 있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사회의 구조에 동의할 수 있는 것. 철학자 존 롤스는 그것이 공정한 사회라고 정의했다. 이 우아한 사회 정의론은 이제 우리에게는 부합하지 않는다. 내가 밟고 있고 내 자식이 밟아야 할 사다리의 칸이 적나라하게 줄 세워진 계급사회로 굳어지고 있다. 며칠 전 통계청 조사결과에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평균 아래’라고 답한 사람이 76.4%였다. 상대적 박탈감이 꼭대기까지 차올랐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사람들이 따져 묻고 있다. 너나없이 강남 집을 가졌으니 강남 우파든 강남 좌파든 제살 깎는 강남발 집값 잡기 정책에 진심을 낼 수 있겠는가. 청와대를 포함해 고위 공직자의 태반이 상위 5% 부자들이다.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이 현실에서 그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장치를 구상하겠는가. 정책의 진심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당정청 수뇌부가 “공직자들은 한 채만 남기고 다 팔라”고 똑같은 말을 한다. 집이 레고 블록도 아니고, 이런 입에 발린 말은 듣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염장을 지르는 소리다. 본의가 아니었다면 증명할 방법이 딱 하나 있다. 청와대의 다주택자 누구든 강남 집부터 내놓아 보라. 노영민 비서실장이 강남의 반포 아파트부터 먼저 팔아 보시라. sjh@seoul.co.kr
  • [서울광장] 우리끼리 줄 세우는, ‘미친 집값’ 계급 사다리/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우리끼리 줄 세우는, ‘미친 집값’ 계급 사다리/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지금 대한민국에는 딱 두 부류의 인간이 산다.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둘만 모이면 미친 집값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건 금물이다. 집이 없는 사람도, 겨우 한 채 있는 사람도 울렁증을 앓기는 매한가지다. 미쳐버린 집값이 제정신이라도 차리는 날에는 어쩌나. 겨우 집 한 채인 사람들은 이런 초라한 계산에 좌불안석이다. 집이 없는 사람은 숫제 고민할 일도 없다. 서울에 내 집 갖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다시 태어나는 편이 빠르다”는 좌절의 목소리, 주위에 흘러넘친다. 정말 이러다가는 무슨 변고가 터질지 모른다. 몰상식을 넘어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상황에 버텨 줄 사회적 근력이 남았을지 밑천이 아슬아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똑 떨어지게 자신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던 어정쩡한 말은 청와대 참모들한테 봉변을 당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1급 이상 전·현직 참모들의 집값은 지난 3년간 평균 40%나 뛰었다. “내가 강남 살아 봐서 안다”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송파구 아파트,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과천 아파트는 10억원 넘게 올랐다. 청와대 불로소득이 들통나지 않았더라면 12·16 부동산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가 얼마나 발등이 뜨거웠으면 경실련 발표 닷새 만에 비밀작전처럼 부동산 극약처방을 냈을지 짐작이 된다. 절망스러운 현실의 문제는 따로 있다. 집값 처방이 주택 빈곤층을 더 고약하게 소외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집값 9억원’을 기준으로 부동산 피라미드의 계급을 감별받고 있는 중이다. 무주택자와 실거주를 위한 살뜰한 처방은 없이 9억원 넘는 집에 은행 대출을 묶겠다고만 한다. 이것은 9억원짜리 집을 엄두라도 낼 수 있는 일부에게만 말을 거는 정책이다. 미친 집값에 무감각해져서 9억원이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시시하게 들린다. 하지만 절대 다수 서민에게는 그렇지 않다. 집이 없는 사람들과 17차례의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집값이 고꾸라진 지방 서민들에게는 달나라 이야기다. 오죽했으면 “한 채만 남기고 팔라는 홍남기(경제부총리)보다 빚내서 집 사라던 최경환(박근혜 정부의 경제부총리)의 말이 훨씬 인간적이었다”고들 한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적어도 모든 부동산 계층에게 공평하게 말이라도 걸어 준 것 아니었냐고.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불평등과 갈등의 수렁으로 사회가 통째로 빠져 있다. 서울과 지방,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청와대의 불로소득을 성토하지만, 기실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어진 계급사회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장하성, 김수현의 집값만 두 배로 튀겨졌나. 아니다. 성실한 근로소득이 죽었다 깨어나도 감당할 수 없는 아파트 불로소득은 일상의 도처에서 서로를 반목하게 한다. 강남 집 한 채가 죄냐, 앉아서 수억 벌었으면 세금 토해야지, 서로 삿대질이다. 없는 사람들을 정책 우위에 두겠다던 진보 정부가 절대 다수의 서민을 신(新)부동산 계급의 밑바닥에 고착시켰다. 그 배신감을 감당하기 힘들다. 계급 사다리의 어느 칸에 자신이 있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사회의 구조에 동의할 수 있는 것. 철학자 존 롤스는 그것이 공정한 사회라고 정의했다. 이 우아한 사회 정의론은 이제 우리에게는 부합하지 않는다. 내가 밟고 있고 내 자식이 밟아야 할 사다리의 칸이 적나라하게 줄 세워진 계급사회로 굳어지고 있다. 며칠 전 통계청 조사결과에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평균 아래’라고 답한 사람이 76.4%였다. 상대적 박탈감이 꼭대기까지 차올랐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사람들이 따져 묻고 있다. 너나없이 강남 집을 가졌으니 강남 우파든 강남 좌파든 제살 깎는 강남발 집값 잡기 정책에 진심을 낼 수 있겠는가. 청와대를 포함해 고위 공직자의 태반이 상위 5% 부자들이다.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이 현실에서 그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장치를 구상하겠는가. 정책의 진심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당정청 수뇌부가 “공직자들은 한 채만 남기고 다 팔라”고 똑같은 말을 한다. 집이 레고 블록도 아니고, 이런 입에 발린 말은 듣고 있는 서민들을 더 초라하게 한다. 본의가 아니었다면 증명할 방법이 딱 하나 있다. 청와대의 다주택자 누구든 강남 집부터 내놓아 보라. 노영민 비서실장이 강남의 반포 아파트부터 먼저 팔아 보시라. sjh@seoul.co.kr
  • 민주당 인재영입 1호, 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 최혜영

    민주당 인재영입 1호, 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 최혜영

    발레리나 꿈꾸다 교통사고로 장애 판정장애에 대한 사회 인식 바꾸는 데 앞장서‘무명’ 인사에 의외라는 평가 나오기도민주당, 설까지 영입명단 순차적 발표더불어민주당이 내년 21대 총선의 첫 영입 인사로 최혜영(40)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을 뽑았다. 최 이사장은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얻은 뒤 장애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는 일에 헌신해 온 인물이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영입인재 1호’로 최 이사장을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최 이사장의 영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치를 하기에는 별로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여성이지만, 저 같은 보통 사람에게 정치를 한번 바꿔보라고 등을 떠밀어준 민주당을 믿고 감히 이 자리에 나섰다”면서 “저는 제가 아닌 이 땅 모든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최 이사장은 신라대 무용학과를 다니며 발레리나의 길을 걷던 2003년 스물넷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다. 꿈을 접은 최 이사장은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강의와 교재개발, 프로그램 연구에 몰두했다. 2009년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하고 국·공립기관, 전국 대학 등에 출강하며 직장과 학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앞장섰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 의무화 제도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 최 이사장은 연극, 뮤지컬, CF 및 의류모델 등을 통해서도 장애인식 개선에 노력해 왔다. 2010년에는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7년에는 나사렛대에서 재활학 박사 학위를 따냈다. 여성 척수장애인으로 재활학 박사가 된 것은 최 이사장이 국내 최초다. 지금은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과 함께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2011년 결혼한 남편 정낙현씨는 수영선수로 활동하다 다이빙 사고로 사지마비 장애를 얻었다. 장애인 럭비선수가 된 정씨는 2014년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 이사장은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불편으로 느끼지 않는 세상, 더불어 산다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을 저는 꿈 꾼다. 그 꿈을 안고 정치에 도전한다”면서 “부디 세상 낮은 곳에서 내미는 제 진심 어린 손을 잡아달라”고 말했다.민주당이 첫 영입인재로 유명인사가 아닌 무명의 40대 여성 척수장애인을 내세운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 평범한 시민, 젊은이의 상식과 울분을 새로운 정치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첫 영입인재를 통해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발표를 시작으로 내년 설 연휴 전까지 10여명의 영입인재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영입인재 대부분이 최 이사장처럼 ‘시련과 고난, 절망’을 ‘불굴의 도전, 희망’으로 바꾼 인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전태일의 유토피아

    [황규관의 고동소리] 전태일의 유토피아

    대구시 중구 남산동 2178-1번지. 이곳에 가면 오래된 집 한 채가 있는데, 조용했던 그 집 주위에도 어김없이 재개발 바람이 불어 몇 년 전에 이미 ‘도시환경정비’가 대문과 담장을 허물어 버리고 말았다. 대구시 중구 남산동 2178-1번지는 우리 현대사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다.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가 최근 대구 시민들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한 이 집은 소년 전태일이 살았던 곳이다. 가족이 가난에 휘둘려 이리저리 찢기는 와중에 가출했던 전태일은 영천을 거쳐 대구로 다시 와 그 사이에 서울에서 내려와 살고 있던 가족들과 재회한다. 그 집이 대구시 중구 남산동 2178-1번지에 있는 지금의 누옥이다. 남산동 집에서 가족들과 재회한 후 전태일은 인근의 청옥고등공민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청옥고등공민학교는 그 당시 명덕국민학교 내에 있었다. 고 조영래 변호사가 ‘전태일 평전’(아름다운전태일)에 옮겨 놓은 전태일의 일기에 따르면 그 시절이 전태일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음이 분명하다. 가을 체육대회를 하며 벅차오른 감정을 적은 것이다. “맑은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깊었으며 그늘과 그늘로 옮겨 다니면서 자라온 나는 한없는 행복감과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서로 간의 기쁨과 사랑을 마음껏 음미할 때 내일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는 내가 살아 있는 인간임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진심으로 조물주에게 감사했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유토피아의 원형질로 남게 되는 법인데, 이것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문학적 유토피아에 가깝지만 전태일에게는 그 모두를 뛰어넘는 어떤 절대적 순간이었던 듯하다. “서로 간의 기쁨과 사랑을 마음껏 음미할 때”는 도대체 어떤 상태일까. 상상만으로도 영혼에서 희열이 일어나는 이런 시간을 우리는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청옥고등공민학교와 남산동 2178-1번지가 그의 ‘마지막 결단’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우연한 기회에 청옥고등공민학교 터가 있었다는 지금의 명덕초등학교 체육관을 바라보면서였다. 사실 전태일은 ‘마지막 결단’ 사흘 전에 대구에 내려와 청옥고등공민학교 시절의 친구 예옥을 만나 자신의 결단을 말하기도 했다.(‘사랑을 시작하다-전태일’ YTN 다큐멘터리) 소년 전태일의 집이 헐릴 위험을 직감하고 대구의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먼저 ‘전태일시민노동문화제’를 열어 대구 시민들에게 전태일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다음 전태일이 살던 남산동 2178-1번지를 대구전태일기념관으로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실 역사적 시간을 현재화하는 일은 그 물질적 흔적들을 가능한 한 많이 보존하고 기록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조 변호사의 기록물 ‘전태일 평전’이 없었다면 전태일의 ‘정신’이 지금처럼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기록되지 않은 것은 역사가 될 수 없다. 내 생각으로 대구전태일기념관의 일차적 의미는 이것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전태일을 단순한 기념비에 가둘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부활시키는 데에 있다. 우리는 대구와 경북을 언제부터인가 역사적 반동의 땅으로 낙인찍고 있지만 그 지역은 해방 이후부터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열망이 가장 뜨거운 곳 중 하나였다. 우리는 독재자 박정희가 정치적 탄압을 통해 그 변화의 열망을 꺾어버리고 지역적 인연을 악용해 개인숭배의 땅으로 만들어 버린 사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대구 시민들은 대구가 “전태일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 ‘창립선언문’)이지 단순히 군사 독재자가 태어난 고장이 아님을 선언하고 나섰다. 나는 이 언어가 부정의 땅에 긍정의 씨앗을 파종하는 가장 근원적인 정치라고 생각한다. 즉 현실 정치의 질곡을 넘어서는 ‘다른’ 정치의 시작 말이다. 따라서 현실 정치에 절망한 우리가 대구전태일기념관 건립에 힘을 보태는 것도 새로운 정치에 함께하는 방법 중 하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대구 바깥의 민주주의자가 열외일 수는 없다. 대구전태일기념관 건립 시민모금의 계좌는 다음과 같다. 대구은행 504-10-351220-9 ㈔전태일의 친구들.
  • [임창용 칼럼] ‘노끈 고백’과 ‘민폐론’

    [임창용 칼럼] ‘노끈 고백’과 ‘민폐론’

    지난 9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심재철 당선자 못지않게 언론의 조명을 받은 이가 김재원 의원이다. 김 의원은 정책위 의장 러닝메이트로서 경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견 발표에서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는 여러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한 게 주효했다고 한다. 그의 연설은 내가 한국당 의원이라고 해도 혹할 만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국가정보원 자금을 총선 여론조사에 쓴 혐의로 현 정부에서 강도 높은 ‘적폐청산’ 수사를 받았던 그는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쏟아냈다. “노끈을 욕실에 넣어두고, 언제든지 죽을 때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 “투명인간처럼 살면서 식당에 들렀다가 낙서를 하나 발견했다. ‘내가 내 편이 돼 주지 않는데 누가 내 편이 돼 줄까.´ 저는 그때 너무 자신을 학대하고 있었던 거다. 제가 제 편이 돼 주지 않으니 아무도 제 편이 돼 주지 않았다.” 그의 절절한 한마디 한마디는 ‘패스트트랙’ 사건에 얽혀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했다. 아마도 이들에게 ‘나도 같은 처지가 되지 말란 법이 있을까. 언제든 검찰에 탈탈 털리고, 동료들이 모른 체 외면해 투명인간이 되지는 않을까’란 불안감이 엄습하지는 않았을까. 경선 현장에 있던 의원들에 따르면 김 의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의 비장한 고백은 여러 의원들의 심금을 울렸고,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한다. 절박한 상황에서 내 편이 없는 것만큼 절망적인 게 있을까. 자살 예방 상담에서도 전문가들은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점을 가장 강조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 편이 있다는 생각이 자살을 막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노끈’이나 ‘투명인간’ 고백은 그만큼 여러 의원들에게 절박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한데 김 의원의 ‘노끈´과 ‘투명인간´ 고백은 보수의 가치 회복과 한국당의 쇄신을 기대했던 내겐 역설적으로 들렸다. 외려 개혁과 쇄신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느껴져서다. 그는 노끈 고백으로 좌중을 사로잡은 뒤 “요즘 우리 당 쇄신, 혁신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편을 들지 않고 회초리를 드니까, 국민들은 우리 스스로 서로에게 매질하는 거로 본다”고 했다. 세상에, 당 쇄신과 혁신을 말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들지 말라니. 우리 편을 안 들고 회초리를 드니까 국민들은 서로 싸우는 것으로만 본다고? 한데 국민이 바보인가. 쇄신하기 위해 스스로 회초리를 드는지, 서로 이해관계 때문에 헐뜯고 싸우는지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우매하다는 말인가. 의원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느슨해진 친박과 강성 수구세력의 결집을 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당은 20대 총선 때의 ‘공천학살’ 사태 이후 본격적인 내리막에 들어섰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에 이어 정권을 내주는 굴욕의 길을 걸었다. 쇠락의 시발점이 된 공천학살은 ‘배신의 정치´와 ‘진박´ 등의 신조어를 남기며 ‘내 편 정치´, ‘우리 편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데 벌써 이런 사실을 까맣게 잊었는지, 다시 ‘내 편, 우리 편’을 찾고 있다. 지난달 김세연 의원이 “당의 존재 자체가 민폐”라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할 때는 쇄신의 불이 댕겨지는 것인가 하는 한가닥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희생은 녹슨 쇠붙이들이 녹아 있는 용광로에 던져진 금붙이 하나에 불과했다. 쇄신을 향한 외침은 반짝임과 함께 녹아버린 금붙이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김재원 의원은 경선 당시 노끈 고백을 하면서 ‘내 편 정치’를 내세워선 안 됐다. 대신 “쇄신에 실패하면 끝이다. 내년 총선에 폭망하고, 영원히 탈탈 털리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고 쇄신의 기치를 내걸었어야 했다. 친박 핵심인 그가 ‘내 편 정치’ 청산을 외쳤다면 한국당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달라졌을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든 험지 출마든 희생을 감내하겠다고 했다면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녹슨 쇠붙이가 녹아 있는 용광로에 금붙이를 아무리 던져 본들 반짝이는 금괴가 나올 리 없다. 유일한 방법은 용광로를 통째로 엎어 버리는 것이다. 이제라도 한국당 구성원들은 내 편 정치, 계파 정치 청산을 향한 노끈 고백을 해야 한다. 당 지도부부터 총선 불출마와 험지 출마를 자처해야 한다. 민폐 정당의 오명을 벗을 길은 국민을 감동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 [김금숙의 만화경] 23살, 프랑스에서 첫 크리스마스

    [김금숙의 만화경] 23살, 프랑스에서 첫 크리스마스

    “펑” 소리와 함께 목이 긴 크리스털잔에 따라진 샴페인에서는 기포가 하염없이 올라왔다. 이자벨은 그녀의 잔을 내 잔에 부딪치며 “조아이유 노엘”(Joyeux Noel)하고는 윙크를 해 보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이자벨이 혼자 있는 나를 알자스 지방에 사는 그녀의 엄마 집으로 초대했다. 이자벨은 알프스산 아래에 위치한 사보아대학 학생으로 나와는 하숙을 함께 했다. 하얀 테이블보 가장자리에는 이 지방의 상징인 황새가 금색 실로, 냅킨에는 초록색과 빨간색실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수놓여 있었다. 나는 앞에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나이프와 포크, 포도주 잔들과 접시들을 바라보았다. 이자벨의 오빠인 파트리크가 적포도주를 권했다. 나는 머뭇거렸다. 잔을 들자니 포도주 잔이 세 개여서 어떤 잔이 물 잔이고 어떤 잔이 적포도주 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자벨이 내 마음을 알았는지 “이거야” 하고 그중 가장 평범하게 생긴 잔을 가리켰다. 손잡이가 초록색인 것은 백포도주 잔이고 물 잔은 가장 큰 잔이라고 했다. 물을 와인잔에 따라 마시는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적포도주는 잔의 반이 조금 못 되게 따라 주었다. 곧이어 이자벨의 엄마인 프리다가 전채요리를 가지고 왔다. 반쪽씩 구운 사과 위에 치즈를 얹은 음식이 내 접시에 놓여졌다. “본아페티”(잘 먹겠습니다)를 외치고 포크로 치즈를 떠서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멈췄다. 보기와는 달리 코를 찌르는 냄새가 역했다. 조금 맛을 보았다. 퀴퀴했다. 상했나? “염소치즈야.” 이자벨이 말했다. 염소치즈!!! 갑자기 술기운이 확 올라오며 얼굴이 시뻘게지는 게 느껴졌다. 못 먹겠다. 어쩌지? 당황스러웠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프리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입에 넣을까 말까 하고 있는 염소치즈 한 조각을 그녀는 마치 신선한 굴을 넣어 이제 막 버무린 김장김치 맛보듯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양 입에 넣었다. 이자벨도 파트리크도 그의 부인인 안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외계인이다. 나는 지금 어느 별에 와 있단 말인가. 절망스러웠다. 그렇다고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되는 거다. 두 개의 구운 사과에 잘 올려진 나의 염소치즈를 내려다보았다. 어떻게든 먹어야 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음식을 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는 내게 최면을 걸었다.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 하지만 현실은 목구멍으로 넘기려고 하면 할수록 입안에서 이리 돌고 저리 돌아 더 넘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포도주의 도움으로 눈 딱 감고 꾸욱 꾹 밀어 넣었다. 염소치즈를 입안으로 가져갈 때마다 포도주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 내 얼굴은 홍당무가 아니라 잘 삶아진 비트가 돼 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안이 내게 물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뭐 먹어?” 대답하려고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이때 딱히 먹는 게 없었다. 크리스마스 때는 주로 친구들과 어울렸던 것 같다. “우리는 설에 떡국을 먹어.” 갑자기 튀어나온 내 대답에 내가 더 당황했다.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명절이 아니다. 그래서 프랑스처럼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밥을 해먹지는 않는다. 우리는 설과 추석에 그렇게 한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안이 계속 물었다. “프랑스엔 왜 왔어?” 내 입에서는 느닷없이 “화가가 되려고”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샴페인 때문일까. 포도주 때문일까. 아니 나는 염소치즈에 취한 것 같다. 안은 아마도 ‘한국에선 화가가 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설명을 했어야 했다. ‘20세기 초 세계의 많은 화가들이 프랑스에서 활약을 했다. 나도 그들처럼 빈손이어도 열정과 노력과 재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프랑스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프랑스어 실력은 그런 걸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그날 밤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를 되뇌며 잠이 들었다.다음날 이자벨과 프리다는 내게 구경을 시켜 준다며 알자스 지방의 전통 도자기 마을로 데리고 갔다. 하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꽃이 내 손에 닿으며 녹았다. 어제의 후회도 자책감도 눈꽃송이처럼 스르르 녹았다. 1994년 스물세 살, 무작정 홀로 떠난 프랑스에서의 첫 크리스마스였다. 올겨울, 그날처럼 화이트 크리스마스면 좋겠다. “2019년 모두 조아이유 노엘(메리크리스마스)!”
  • 회원국의 ‘마이웨이’… 무시당하는 EU법

    폴란드, EU 요건 무시 사법개혁안 추진 헝가리 오르반 총리, 이민 반대 등 적대적 서로 눈치 보느라 만장일치 처벌도 불가 2016년 영국이 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선언한 뒤부터 지금까지 ‘브렉시트’는 EU 최대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EU에 그보다 더 크고 장기적인 위협을 가하는 문제는 따로 있다. EU법을 비웃고 무시하는 회원국들의 행태다. 폴란드 정부는 EU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안은 판사들이 정치 활동을 할 경우 정부가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와 법원의 분립을 원칙으로 하는 EU 요건을 무시한다. 폴란드 대법원은 자국이 EU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정부에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EU엔 회원국을 쫓아낼 방도가 없다. EU 설립 원칙을 훼손하는 국가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규약 7조가 있긴 하지만, 단지 연합 내에서 해당 회원국 투표권을 정지할 뿐이다. 게다가 이런 처벌마저 실제로 시행되긴 어렵다. EU가 한 회원국에 대해 7조를 발동하면 다른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그런데 세계 최고 수준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EU법을 자의든, 타의든 위반하는 회원국이 많다. 이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때문에 특정 국가를 처벌하는 데에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로넌 매크레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유럽법학과 교수는 “규약 7조는 위반 국가가 한 곳 이상인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설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도 EU법을 위반하는 나라는 폴란드 하나가 아니다. 헝가리에서 3연임한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2010년부터 정부 비판 언론을 탄압하고 의회와 사법부를 장악한 데 이어 학술기관, 중앙은행도 장악, 통제하고 있다. 최근엔 문화·예술 분야까지 통제하려는 정부 입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이민에 반대하고 EU에 적대적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헝가리와 폴란드의 경우 EU가 발의한 7조 절차가 아직 진전이 없는 데 비해 몰타에 대해 유럽의회 의원들이 581대26으로 절차 개시에 찬성했다. 2년 전 정치권 부패를 폭로하다 피살된 탐사언론인 사건에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EU가 모처럼 단합한 것이다. 크로아티아, 그리스, 불가리아 등도 업무 수행 중 소송에 직면한 언론인을 보호하는 법안을 폐지하려 하는 등 언론·표현의 자유 관련 EU 규범을 위반하고 있다. 전 폴란드 주재 영국 대사 찰스 크로퍼드는 “더이상 회원국들이 EU법 기본 원칙을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회원국들이 한 번 법질서에 도전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EU엔 절망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英 학자가 비행기 대신 열차를 갈아타고 중국에 간 이유

    英 학자가 비행기 대신 열차를 갈아타고 중국에 간 이유

    영국에서 중국까지 열차를 갈아타 가며 불편한 여행에 나선 한 남성의 사연이 영국 일간 미러 등 외신을 통해 17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사우스샘프턴대학의 사회학자 로저 타이어스(37) 박사는 지난 5월 연구 목적으로 영국 남부 사우샘프턴에서 중국 동부 항구도시 닝보까지 가는 교통수단으로 비행기가 아닌 열차를 선택했다. 총 24대의 열차를 타고 2만1700㎞가 넘는 먼 거리를 9개국을 가로지르며 한 달 동안에 걸쳐 횡단한 타이어스 박사는 당시 편도 교통비로만 2000파운드(약 300만원)가 넘는 돈을 썼다. 이는 영국에서 중국까지 비행기로 왕복하는 데 드는 항공료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이렇듯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해 가며 타이어스 박사가 무모한 열차 여행에 나선 이유는 기후 변화에 관한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유엔 전문가들이 재앙적 수준의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은 11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경고성 어린 언급 때문이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는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이 그처럼 기후 변화를 이유로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중에는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도 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어떤 문제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비행기를 이용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각 나라의 정부는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건강과 수많은 동식물의 미래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웨덴의 또다른 환경운동가 마야 로센은 1년간 자국민을 대상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데 10만 명이 동참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플라이트 제로’(Flight Free)라는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동참한 사람들은 1만4000여명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운동가는 이 캠페인을 통해 예전보다 많은 사람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었다면서 열차 이용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처럼 스웨덴에서는 열차로 이동하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올려 인증하는 것이 확산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스웨덴 철도공사(SJ)가 발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비행기 대신 열차로 이동하겠다는 응답자는 37%로, 이는 전년도 초 20%였던 것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반면 스웨덴 최대 공항 운영사인 국영 스웨다비아에서는 지난 7월 스웨덴 국내편을 이용한 승객 수가 전년 대비 12%나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로센은 12년 전부터 비행기를 타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기후 변화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느끼는 절망감에 맞서려면 이렇게 공동으로 선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하는 일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 캠페인은 우리가 함께하면 실제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비행기 대신 열차를 이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기후 변화를 얼마나 더 막을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하지만 타이어스 박사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얼마나 오염을 일으키는지, 사람들을 비행기에 태우고 지구를 가로지르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연료가 얼마나 많은지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비행기 대신 열차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위원회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까지 비행기로 왕복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유럽연합(EU)에 속한 국가에서 연간 가정 난방을 통해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에 맞먹는다. 이에 대해 항공사 290개사가 가입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2005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로저 타이어스/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 생명을 구하러 간 죽음의 땅

    한 생명을 구하러 간 죽음의 땅

    내전 중인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요르단의 한 난민 캠프. 오른쪽 다리를 관통한 총탄 때문에 뼈가 부서진 임신부가 찾아왔다. 시리아 난민이었던 스물세 살의 그녀는 가족도, 친척도 없는 남의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야 했다. 그 아이를 받아 낸 의사도 평범하지는 않다. 정형외과가 전공이면서도 유사시엔 산부인과 의사까지 겸해야 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은 ‘내일’이라고 나아지지 않았다. 교전 중에는 하루 60~70명씩 중환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어려운 상황에도 새 새명은 태어났다. 신간 ‘국경없는 병원으로 가다’는 이 과정을 수년 동안 수행해 온 한 정형외과 의사가 전하는 현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환자들이 죽음의 땅의 정세를 시시각각 (몸으로) 전달”하는 분쟁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일원으로 활동해 온 저자가 틈틈이 적은 일기를 책으로 묶었다. 봉사단체이긴 해도 MSF의 일원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것은 물론 활동 과정에서 겪을 온갖 어려움을 이겨 내기 위한 특별 훈련도 이수해야 한다. 게다가 파견 임무를 수행하려면 ‘그 좋은’ 직장생활도 포기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저자가 구호 활동을 한 곳은 요르단 람사, 아이티 타바, 부룬디 부줌부라, 팔레스타인 가자 등이다. 모두 분쟁 또는 재난 지역으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다. 저자는 파견에 앞서 ‘생존 증명 문답’ 서류와 사망 시 상속인 지정 서류 등을 작성해야 했다. ‘생존 증명 문답’은 납치됐을 경우에 대비해 생존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신과 가까운 사람만 알 수 있는 질문과 답변을 적어 놓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파견된 근무지의 여건은 열악했고 휴식조차 없을 만큼 가혹했다. 저자가 치료한 환자들은 빨래하다 폭탄에 맞아 두 다리가 절단된 상태에서 분만해야 했던 10대 소녀, 허리가 꺾여 휠체어에도 앉을 수 없는 소년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모든 시련을 이겨 내게 한 것은 한 생명을 살렸다는 보람과 의사로서 소명 의식이었다. 저자는 “팀을 이뤄 한 생명을 구하다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더해져 ‘그들’이 된다”며 “의료가 분쟁과 참사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생명에 힘을 주는 하나의 등불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밝히는 작자들’ 허지웅, 혈액암 투병 일기 최초 공개 “망했는데”

    ‘밝히는 작자들’ 허지웅, 혈액암 투병 일기 최초 공개 “망했는데”

    ‘김원희, 허지웅, 양세찬, 유병재’. 신선하고 핫한 MC들의 조합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은 MBC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 ‘비밀 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이하 밝히는 작자들)’, 드디어 오늘(19일)과 내일(20일) 밤 1,2부가 연이어 방송된다. 오늘 밤 11시5분에 방송되는 첫 회에서는 반가운 얼굴 허지웅의 대활약을 볼 수 있다. 혈액암 투병 후, 완치 소식을 알리며 방송계로 돌아온 허지웅은 적재적소마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날카로운 입담과 재치를 보여줘 성공적인 복귀를 알릴 예정이다. 최근 타프로그램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심경을 밝혀 화제를 불렀던 허지웅은 ‘밝히는 작자들’에서도 출연자들의 사연에 어느 때보다 따듯한 공감과 칭찬을 아끼지 않아 출연자들과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그는 이 날 MC 뿐 아니라 낭독자의 역할로 무대에 올라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렸는데. 그가 쓴 글의 제목은 바로 ‘망했는데’. 수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고 살기 위해 알약 스물여덟 알을 삼키던 시절의 심경을 담은 이 글에서 그는 “나는 이제 내가 정말 살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나는 천장이 끝까지 내려와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상상을 했다. 그러면 기뻤다”라는 당시의 절절한 심경을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가장 힘들었던 하룻밤, 정말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때마저도 모든 것을 혼자 떠안으려 했던 허지웅. 하지만 그는 병마와 싸워 이겨냈고, “이걸 배우기 위해 내가 아팠던가” 싶을 정도로 큰 교훈을 얻게 되었다고. 그를 살려내고 그를 한층 더 여유 있고 따듯한 사람으로 바꾸게 했던 그 교훈은 대체 무엇일까? 실제로 허지웅은 ‘밝히는 작자들’ 녹화를 마친 며칠 후 故 구하라 씨의 비보를 듣고 이날 낭독했던 글과 진정성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를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고통을 포장하지 않고, 절망하고 있을 청년들을 담담하게 위로하는 허지웅의 글은 오늘 밤 11시 5분 MBC ‘비밀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밝히는 작자들’은 비밀스런 아지트에서 자신이 직접 쓴 비밀 이야기를 공개하는 낭독회로, 이불킥을 부르는 중2병 허세글부터 동심이 담긴 어렸을 적 일기,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가 담긴 편지글까지 어디에서도 공개된 적 없는 자신만의 글을 공유하는 국내 최초 비밀 공유 프로그램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치료 보석’ 석 달… 아들은 어머니 죽인 치매 아버지를 용서했다

    ‘치료 보석’ 석 달… 아들은 어머니 죽인 치매 아버지를 용서했다

    재판부, 내년 2월 병원서 항소심 판결 “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또 다른 치매 가정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모(67)씨 가족에게 지난해 11월 7일은 악몽이었다. 아들 집에서 손주를 돌보던 부인에게 남편 이씨가 흉기를 휘둘렀다. 2013년 시작된 치매에 차츰 망상증세가 따라왔고, 지난해엔 부쩍 더 부인을 의심하고 괴롭히던 날들이 이어졌다. 결국 이씨는 자신의 손으로 부인을 해치고 말았다. 그런데 이씨는 구치소에 면회온 자녀들에게 “네 엄마는 어디 갔느냐”고 물었다. 과거 어딘가를 맴도는 이씨의 기억 속에 끔찍한 시간은 지워졌다. 슬픔과 절망은 오롯이 자녀들만의 몫이 됐다. 이씨는 요즘 더 깊은 과거를 헤매고 있다. “이제는 30년 전, 자신이 젊었을 때 식당 일 했던 상황을 말한다”고 18일 아들은 말했다. 다만 아들은 깊은 절망과 두려움에서 약간 벗어나 보였다. 지난 6개월 남짓 동안의 변화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4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검사와 이씨 모두 양형부당으로 항소했고 지난 6월 19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에서 첫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못한 이씨를 보고 재판부는 고민에 빠졌다. 아들은 “아버지의 치매를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제 잘못”이라며 재판부에 용서를 구했다. 법원에서 선도적으로 여러 사건에 ‘치료적 사법’ 취지를 적용하고 있는 재판부는 이씨가 구치소에 머무는 것보다 치료를 받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치매에 대한 치료감호는 불가능하다고 1심에서부터 결론 났다. 재판부는 이씨 자녀들에게 치매전문병원을 물색해 치료 계획을 세워오면 이씨를 병원에 머무는 것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직권 보석하겠다고 밝혔다. 자녀들이 전국 병원 가운데 이씨를 받아주겠다는 한 곳을 찾아냈고 재판부는 지난 9월 9일 보석 결정을 내렸다. 치매 치료를 위해 피고인을 석방한 첫 사례로, 이씨는 구치소에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재판부는 10월 14일 이씨가 입원한 경기 고양의 한 치매전문병원을 찾아 주치의와 국선변호인, 이씨 아들과 함께 보석조건준수회의를 가졌다. 휠체어에 앉은 환자복 차림의 이씨는 양복 차림으로 자신을 마주한 재판부를 빤히 바라보며 갸우뚱할 뿐이었다. 치료 경과를 설명한 주치의는 “약물치료로 공격성이 호전되고 있다”며 재판부의 치료적 사법 취지에 공감했다. 이날 오전 재판부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을 법정에서 열었다. 다시 한 달 남짓 동안의 치료상황을 전해듣고 재판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 “치매 증상이 좋아지진 않고 한두 차례 소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약물치료로 공격성이나 이상행동이 더는 악화되지 않고 있다”는 주치의의 설명을 변호인이 전했다. 재판부는 내년 2월 3일을 이씨의 항소심 변론종결 및 선고공판 기일로 잡았다. 재판 장소는 매우 이례적으로 이씨가 입원한 병원이 될 예정이다. 법정에 오기 어려운 이씨를 위한 재판부의 배려다. 다만 법정 외 선고공판은 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두 달 후 재판부가 이씨에게 어떤 판결을 선고할지, 그 이후 이씨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씨 아들 만큼은 크게 달라졌다. 그는 “항소심 재판이 저에겐 아버지를 용서하는 시간이었고, 우리 가족이 다른 치매 가족들이 이렇게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첫 사례가 되길 바란다”며 웃으며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아내 죽인 치매 노인 ‘치료 보석’ 석 달…아들은 아버지를 용서했다

    아내 죽인 치매 노인 ‘치료 보석’ 석 달…아들은 아버지를 용서했다

    “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또 다른 치매 가정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모(67)씨 가족에게 지난해 11월 7일은 악몽이었다. 아들 집에서 손주를 돌보던 부인에게 남편 이씨가 흉기를 휘둘렀다. 2013년 시작된 치매에 차츰 망상증세가 따라왔고, 지난해엔 부쩍 더 부인을 의심하고 괴롭히던 날들이 이어졌다. 결국 이씨는 자신의 손으로 부인을 해치고 말았다. 그런데 이씨는 구치소에 면회온 자녀들에게 “네 엄마는 어디 갔느냐”고 물었다. 과거 어딘가를 맴도는 이씨의 기억 속에 끔찍한 시간은 지워졌다. 슬픔과 절망은 오롯이 자녀들만의 몫이 됐다. 이씨는 요즘 더 깊은 과거를 헤매고 있다. “이제는 30년 전, 자신이 젊었을 때 식당 일 했던 상황을 말한다”고 18일 아들은 말했다. 다만 아들은 깊은 절망과 두려움에서 약간 벗어나 보였다. 지난 6개월 남짓 동안의 변화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4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검사와 이씨 모두 양형부당으로 항소했고 지난 6월 19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에서 첫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못한 이씨를 보고 재판부는 고민에 빠졌다. 아들은 “아버지의 치매를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제 잘못”이라며 재판부에 용서를 구했다. 법원에서 선도적으로 여러 사건에 ‘치료적 사법’ 취지를 적용하고 있는 재판부는 이씨가 구치소에 머무는 것보다 치료를 받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치매에 대한 치료감호는 불가능하다고 1심에서부터 결론 났다. 재판부는 이씨 자녀들에게 치매전문병원을 물색해 치료 계획을 세워오면 이씨를 병원에 머무는 것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직권 보석하겠다고 밝혔다. 자녀들이 전국 병원 가운데 이씨를 받아주겠다는 한 곳을 찾아냈고 재판부는 지난 9월 9일 보석 결정을 내렸다. 치매 치료를 위해 피고인을 석방한 첫 사례로, 이씨는 구치소에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재판부는 10월 14일 이씨가 입원한 경기 고양의 한 치매전문병원을 찾아 주치의와 국선변호인, 이씨 아들과 함께 보석조건준수회의를 가졌다. 휠체어에 앉은 환자복 차림의 이씨는 양복 차림으로 자신을 마주한 재판부를 빤히 바라보며 갸우뚱할 뿐이었다. 치료 경과를 설명한 주치의는 “약물치료로 공격성이 호전되고 있다”며 재판부의 치료적 사법 취지에 공감했다. 이날 오전 재판부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을 법정에서 열었다. 다시 한 달 남짓 동안의 치료상황을 전해듣고 재판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 “치매 증상이 좋아지진 않고 한두 차례 소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약물치료로 공격성이나 이상행동이 더는 악화되지 않고 있다”는 주치의의 설명을 변호인이 전했다. 재판부는 내년 2월 3일을 이씨의 항소심 변론종결 및 선고공판 기일로 잡았다. 재판 장소는 매우 이례적으로 이씨가 입원한 병원이 될 예정이다. 법정에 오기 어려운 이씨를 위한 재판부의 배려다. 다만 법정 외 선고공판은 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두 달 후 재판부가 이씨에게 어떤 판결을 선고할지, 그 이후 이씨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씨 아들 만큼은 크게 달라졌다. 그는 “항소심 재판이 저에겐 아버지를 용서하는 시간이었고, 우리 가족이 다른 치매 가족들이 이렇게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첫 사례가 되길 바란다”며 웃으며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99억의 여자’ 김강우, 심각한 표정 포착..동생이 남긴 열쇠 정체는? [SSEN컷]

    ‘99억의 여자’ 김강우, 심각한 표정 포착..동생이 남긴 열쇠 정체는? [SSEN컷]

    ‘99억의 여자’ 김강우의 복잡한 심경이 담긴 스틸이 공개됐다. 공개된 스틸은 지난 12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 7, 8회에서, 서연(조여정 분)이 돈 가방을 다시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돕고 동생 곁에 있었다던 열쇠를 건네 받은 태우(김강우 분)의 모습을 담았다. 착잡한 표정으로 열쇠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강우의 모습은, 태현(현우 분)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지니고 있던 열쇠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또한, 전직 형사다운 예리한 촉과 애절함으로 진실을 쫓아왔던 태우가, 이번에도 동생이 남기고 간 그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지 역시 관심을 모은다. 배우들의 열연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로 방송 2주차 만에 두 자리 수 시청률 11.3%(6회, 닐슨코리아)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는 ‘99억의 여자’에서 김강우는, 동생 죽음의 진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애를 쓰는 강태우를 연기 중이다. 김강우는 동생을 잃은 강태우의 절망과 분노, 오직 사건의 진실만을 쫓는 냉철함, 99억을 훔칠 수 밖에 없었던 서연을 향한 연민 등, 태우가 그리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섬세한 연기로 녹여내며 캐릭터의 단단함을 더하고 있다. 과연 태우가 동생이 남긴 열쇠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김강우의 활약이 기대되는 ‘99억의 여자’ 9, 10회는 오늘(18일) 오후 10시에 전파를 탄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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