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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접속하니 응급실에 내원한 익숙한 이름이 뜬다. 아, 또 오셨구나. 수년간 치료하면서 대부분의 항암제에 내성이 생겼고, 몸이 쇠약해 더이상 항암치료를 하기 어려워 말기암 진단을 내렸던 분이다. 통증 때문에 응급실을 또 찾은 것이다. 한 달 사이에 세 번째 방문. 응급실에서는 혈압, 맥박, 호흡 같은 ‘바이털사인’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대개 비응급 환자로 분류된다. 아마도 환자는 진통제를 투여받고 집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유행하는 이 상황에서는 뭔가 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 같았다. 이분이 가능하면 응급실에 다시 오지 않도록, 아니 오지 않아도 되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시국에’ 나와 같은 종양내과 전문의들이 해야 할 일은 암환자들이 응급실에 와야 할 상황을 최대한 줄여 주는 일이다. 코로나19는 메르스보다 치명률이 낮다고 하지만, 면역기능이 약해진 말기암 환자에게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될 수 있다. 감염되면 사망 위험도 높고, 병원에서 접촉하는 의료진을 통해 다른 환자에게 전파할 위험도 높다. 모르핀 주사를 맞고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은 그에게 묻는다. “지난번 진료실에서 호스피스 설명 드렸지요? 기억나시나요?” “아유, 난 그런 거 싫어요. 이대로 죽기만 기다리란 말이에요? 선생님이 책임지고 고쳐 줘요. 뭐라도 해봐야지. 나 버리지 마세요, 선생님.” 예상했던 대답. 많은 환자들이 항암치료가 더이상 어렵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기서 내쳐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힘들어도 어떻게든 큰 병원의 응급실을 전전하는 것이 그들의 탓만은 아닐 것이다. 4기 진행암 환자에게 항암치료는 암의 진행을 억제해 시간을 벌어 주는 치료이다. 그러나 결국 암을 끝장내는 치료는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결국 내성이 생겨 병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나, 이런 치료의 속성을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헤매는 환자가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대신 많은 환자들은 자신 나름의 사고방식으로 질병과 치료과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언젠가는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의 성을 마음에 쌓고, 그것을 힘든 치료과정을 견뎌낼 보루로 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성을 지금, 내가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할 수밖에. 다만 이전에 좀더 잘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나는 이전에 외래진료실에서 이분의 통증 양상이 어떤지 확인하고 진통제를 미리 충분히 드렸어야 했다. 호스피스를 죽으러 가는 곳이라 생각하고 거부하는 마음을 다독이고,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다스리기 위해 호스피스 의료기관이 어떤 치료를 할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알렸어야 했다. 대형 병원의 최신식 의료시설과 기술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시기는 이미 많이 지났음을 이해시켰어야 했다. 고통스러울 수 있는 연명치료보다는 환자를 편안하게 하는 완화치료에 의료진이 더욱 집중할 수 있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안내했어야 했다. 그러나 외래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3분 안에 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는 환자가 견뎌내야 했던 극심한 통증, 그리고 세 번이나 응급실까지 이송되는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이 겪었을 공포와 불안, 매일 사선을 넘나들어야 하는 응급실 의료진의 부가적인 노동, 피로와 소진, 그것에 더해 코로나19 감염의 위험까지. 뭔가, 정말 많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환자는 응급실에서 비로소 진통제 용량을 늘렸고, 더 아프면 진통제를 얼마나 늘려 복용해야 하는지 교육받았으며, 입원할 호스피스 병원을 안내받았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인사를 나누며 환자는 울먹인다. 그의 희망이 무너진 날. 그에게 평화로운 삶의 마무리가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기를.
  • [김선영의 의(醫)신전심]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김선영의 의(醫)신전심]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접속하니 응급실에 내원한 익숙한 이름이 뜬다. 아, 또 오셨구나. 수년간 치료하면서 대부분의 항암제에 내성이 생겼고, 몸이 쇠약해 더이상 항암치료를 하기 어려워 말기암 진단을 내렸던 분이다. 통증 때문에 응급실을 또 찾은 것이다. 한 달 사이에 세 번째 방문.  응급실에서는 혈압, 맥박, 호흡 같은 ‘바이탈 사인’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대개 비응급 환자로 분류된다. 아마도 환자는 진통제를 투여받고 집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유행하는 이 상황에서는 뭔가 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 같았다. 이분이 가능하면 응급실에 다시 오지 않도록, 아니 오지 않아도 되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시국에’ 나와 같은 종양내과 전문의들이 해야 할 일은 암환자들이 응급실에 와야 할 상황을 최대한 줄여 주는 일이다.  코로나19는 메르스보다 치명률이 낮다고 하지만, 면역기능이 약해진 말기암 환자에게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될 수 있다. 감염되면 사망 위험도 높고, 병원에서 접촉하는 의료진을 통해 다른 환자에게 전파할 위험도 높다.  모르핀 주사를 맞고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은 그에게 묻는다. “지난 번 진료실에서 호스피스 설명 드렸지요? 기억나시나요?” “아우 난 그런 거 싫어요. 이대로 죽기만 기다리란 말이에요? 선생님이 책임지고 고쳐 줘요. 뭐라도 해봐야지. 나 버리지 마세요, 선생님.”  예상했던 대답. 많은 환자들이 항암치료가 더이상 어렵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기서 내쳐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힘들어도 어떻게든 큰 병원의 응급실을 전전하는 것이 그들의 탓만은 아닐 것이다.  4기 진행암 환자에게 항암치료는 암의 진행을 억제해 시간을 벌어 주는 치료이다. 그러나 결국 암을 끝장내는 치료는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결국 내성이 생겨 병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나, 이런 치료의 속성을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헤매는 환자가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대신 많은 환자들은 자신 나름의 사고방식으로 질병과 치료과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언젠가는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의 성을 마음에 쌓고, 그것을 힘든 치료과정을 견뎌낼 보루로 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성을 지금, 내가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할 수밖에. 다만, 이전에 좀더 잘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나는 이전에 외래진료실에서 이분의 통증 양상이 어떤지 확인하고 진통제를 미리 충분히 드렸어야 했다. 호스피스를 죽으러 가는 곳이라 생각하고 거부하는 마음을 다독이고,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다스리기 위해 호스피스 의료기관이 어떤 치료를 할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알렸어야 했다. 대형 병원의 최신식 의료시설과 기술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시기는 이미 많이 지났음을 이해시켰어야 했다. 고통스러울 수 있는 연명치료보다는 환자를 편안하게 하는 완화치료에 의료진이 더욱 집중할 수 있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안내했어야 했다. 그러나 외래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3분 안에 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는 환자가 견뎌내야 했던 극심한 통증, 그리고 세 번이나 응급실까지 이송되는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이 겪었을 공포와 불안, 매일 사선을 넘나들어야 하는 응급실 의료진의 부가적인 노동, 피로와 소진, 그것에 더해 코로나19 감염의 위험까지. 뭔가, 정말 많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환자는 응급실에서 비로소 진통제 용량을 늘렸고, 더 아프면 진통제를 얼마나 늘려 복용해야 하는지 교육받았으며, 입원할 호스피스 병원을 안내받았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인사를 나누며 환자는 울먹인다. 그의 희망이 무너진 날. 그에게 평화로운 삶의 마무리가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기를.
  • “콧줄 차고 10m 걷기도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콧줄 차고 10m 걷기도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폐질환 외 눈·피부 등 각종 질환 고통 피해자 절반 자살 생각… 일반인의 3배 “피해 범위 확대·입증 책임 완화 개정을”“콧줄을 차고도 채 10m를 걷기가 어렵습니다. 사람 구실을 못 하게 됐다는 절망감에 몹쓸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서영철(62)씨는 3년 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어항 속 금붕어처럼 가방 모양의 산소발생기를 어깨에 메고 살아야 하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11년 전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본 뒤 서씨에겐 천식이 찾아왔다. 이어 폐렴과 협심증 등 합병증이 따라왔다. 이제 1년에 2~3차례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그의 일상이 됐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가 건강이 악화한 피해자 2명 중 1명이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 피해 역시 천식, 폐 질환을 넘어 코, 피부, 눈, 심혈관계 등 광범위하게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18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피해자 6590명(피해 인정자·미인정자) 중 실제로 조사에 응한 피해자는 672명(성인 465명, 아동·청소년 207명)이다. 피해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처음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피해자의 절반가량(49.4%)이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을 시도한 피해자도 11.0%에 달했다. 일반 인구의 자살 생각(15.2%), 자살 시도(3.2%)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심각한 상황이다.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경우에도 15.9%가 자살을 생각했고, 4.4%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하는 질환 외에도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현재 폐 질환, 천식, 태아 피해(산모의 유산, 사산, 조산 등), 폐렴, 기관지 확장증, 성인·아동 간질성 폐 질환 등만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성인 피해자의 경우 폐 질환(83.0%)뿐만 아니라 비염 등 코 질환(71.0%), 피부염 등 피부 질환(56.6%), 결막염 등 안과 질환(47.1%), 위염·궤양(46.7%), 심혈관계 질환(42.2%)을 앓는 피해자도 상당했다. 아동·청소년 피해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 가운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갖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21.4%였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역학회의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를 ‘가습기살균제 증후군’으로 폭넓게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20대 국회에는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 범위를 확대하고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특별법’(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은 지난달 9일 여상규·정점식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 의원이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혀 의결이 보류됐다. 오는 24일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이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진중권 “586세대가 대통령을 운동권 낡은 정치문화에 가둬”

    진중권 “586세대가 대통령을 운동권 낡은 정치문화에 가둬”

    “민주당, 단단히 고장났다…위기인데 위기인 줄 모른다”“쓴소리하면 극성 친문에 ‘양념’당해…자유주의 아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586세대가 대통령을 과거 운동권 시절의 낡은 정치문화에 가둬버렸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위기인데 위기인 줄 모른다”면서 “(민주당이) 고장이 나도 단단히 고장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 의식을 가진 극소수의 의원들마저 괜히 쓴 소리 했다가는 극성스러운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양념’ 당할까, 권리당원인 친문 조직표를 (의식해) 두려워 말을 못 한다”면서 “안에서 비판을 못 하면 밖에서라도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극성 지지자들이 집단으로 ‘양념’질을 해대는 바람에 밖에서 비판을 못 한다”고 비판했다. ‘양념’이란 19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쟁 후보였던 안희정·이재명 후보에게 비난 문자를 보낸 데 대해 문재인 당시 후보가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이라며 지지자들을 감싼 데서 비롯된 말이다. 최근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썼다가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경우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비판에 민주당이 결국 고발을 취하했지만,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고발에 나섰다.진중권 전 교수는 “상황이 이 지경인데 민주당은 그냥 손 놓고, 아니 이 상황을 즐긴다”면서 “다수의 지식인이 기가 죽어 침묵하는 사이 일부는 대중독재의 흐름에 기회주의적으로 편승하거나 아예 어용선동가가 돼 그 흐름을 주도하고 그 공으로 돈도 벌고 공천도 받는다”고 개탄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민주당의 586세대 정치인들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상황이 이 지경인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더 절망적인 것은 이게 문제라는 것을 인식조차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철저한 자유민주주의자 김대중, 노무현은 젊은 386들을 데려다가 자유주의 틀 내에서 자기 뜻을 펼치게 해 주었는데 어느덧 그들이 586 주류가 되어 대통령을 만들고 그 대통령을 과거 운동권 시절의 낡은 정치문화에 가둬버렸다”면서 “이들이 당정을 장악, 이 나라 정치 문화가 졸지에 80년대 운동권 문화에 물들어 버렸다”고 했다.그 결과 “이견을 가진 이의 존재를 묻어버리는 식으로 처리하고, 상대를 없애버려야 할 적으로 간주하고, 투표를 적으로 섬멸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면서 “이건 결코 자유주의적 정치문화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러한 정서로 세뇌된 여권이기에 “청와대에서 조국 임명을 강행했던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이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하게 한 중대한 정치적 실수를 하고도 외려 국회의원으로 영전한다”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어 “이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한 사안(조국 사태)인데 외려 김용민, 김남국 등 조국 키즈들을 영입한다”면서 “(이 모든 일이 위기도, 문제도, 실수도 인식 못 하는 여권의 정신 상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갑갑하다”고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살해 후 자살’이다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살해 후 자살’이다

    가족을 살해하고 본인도 사망한 끔찍한 사고가 지난주 발생했다. 부부의 직업이 한의사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이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겁다. ‘어떻게 그럴 수가.’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제 정신인가.’ ‘오죽하면 그랬을까.’ 부모라도 자식의 생명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자식이 동의한 적도 없다. 그러므로 ‘동반자살’이 아니다. 분명 살인이며 최악의 아동학대이다. 자녀살해는 해외에서는 자살사망의 0.1%로 보고되나 국내에서는 0.2~0.4%로 다소 높다. 왜곡된 가부장제 영향도 논의된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13년간 자녀살해는 모두 230건 발생했다. 피해자의 59%는 9세 이하, 가해자 부모는 46%가 자살로 사망했다. 가해자는 30~40대 아버지가 많았지만 어머니인 경우는 피해아동이 영아가 많아 산후우울증과의 연관성이 추정된다. 살해동기는 가정불화, 경제문제, 정신질환 순이었다. 가해자는 자식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는 왜곡된 이타주의를 느낀다. 아이의 미래와 교육과 복지시스템에 대한 절망과 불신이 있었다. 부모 없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믿음이다. 미국에서도 자녀살해는 연 500건 발생한다. 가족살해 후 자살한 사람 중 정신질환이 80%에 이르렀다. 57%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정신질환자 가운데 80%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질환이 악화된 상태에서 그런 행동을 저질렀다. 가해자 가운데 70%는 자식을 위해 선택했다고 믿었지만 정신질환으로 선택을 할 능력 자체가 제한된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살해 후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고위험군에 접촉하는 지방자치단체나 복지기관 등에서 자살위험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아이의 미래에 대한 질문 등을 통해 살해의도도 비중 있게 파악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은 위험을 발견하면 격리해 아동의 안전을 우선 확보하고 법원이 치료를 명령하고 지원도 연계한다. 우리나라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조사 결과도 자살사망자의 47.6%가 사망 한 달 이전에 지자체나 의료, 복지기관을 방문했던 것으로 나온다. 이때 조기에 발견해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또한 친권을 넘어 아이의 생명을 보호할 실질적 서비스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서비스가 있다 해도 누군가 알아채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필자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겪는 고통을 들은 뒤 그래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지 묻는다. 대부분 종교, 신념, 가치관 등을 꼽지만 그중에서도 ‘가족’을 떠올리는 경우가 제일 많다. 많은 사람들이 그 힘으로 오늘의 고난을 견디고 산다. 그런데 나와 가족 모두에게 희망이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설마 하기 전에 혼자 끙끙 앓고 있을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 한 명이 내민 손으로 한 가족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 [단독] 막다른 삶 내모는 ‘벌금의 역설’…무거운 죗값, 무심한 구제의 손

    [단독] 막다른 삶 내모는 ‘벌금의 역설’…무거운 죗값, 무심한 구제의 손

    한대호(31·대전·가명)씨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후 ‘가난이 죄’가 되는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벌금의 역설’이다. 누군가에겐 소액일 수 있는 200만원이 없어 막다른 길로 내몰린 상황에 한씨는 자괴감을 느꼈다. 배달 대행 라이더 한씨는 2018년 12월 비접촉 교통사고로 인생의 첫 전과를 달았다. 쉬는 날 한 푼이 아쉬워 치킨 배달에 나선 게 삶을 흔드는 중대 사건의 발단이 될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신호대기 중 성급히 좌회전을 했다. 후방의 직진 차로에서 달려 나오던 시내버스가 그의 오토바이를 보고 급정거했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지만 버스 안 승객 4명이 다쳤다. 그는 교통사고처리법 치상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넉 달 만에 ‘피고인 한대호는 벌금 200만원에 처한다’는 약식명령문을 송달받았다. 상대 버스 기사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고아인 그는 한 달 수입 100만원으로 생계를 잇고 있었다. 한씨는 약식명령을 선고받기 전 한 가닥 선처의 희망을 품고 ‘기초생활보장수급 혜택 없이 배달 일을 하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는 장문의 탄원서도 법원에 보냈다. 그는 “승객들이 다쳤으니 벌을 받겠다”고 자신했지만 벌금 200만원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죗값이었다. 비접촉 사고이지만 운전면허가 정지돼 배달 일을 더이상 할 수 없었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에 나섰지만 한 달 수입은 100만원에서 55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그는 법원에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신분만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벌금 선고 한 달 이내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교도소 노역이 불가피했다. 그는 “가난하다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서도 “돈을 구하지 못해 감옥으로 가게 될 현실이 두렵고 비참하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교통사고로도 범죄자가 된다. 그 죗값이 ‘경미한 벌금형’으로 치부할 만한 소액이라도 법의 심판대에 선 취약계층은 위기 상황에 빠진다. 국가가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한 대안은 곳곳에 문턱이 숨어 있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숫자나 서류상 자격 요건을 우선하는 제도 체계의 불합리도 크다.윤경백(31·가명)씨도 이 문턱에 걸려 좌절했다. 신장 장애와 12살부터 소아 당뇨를 앓아 온 그는 부정기적인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고 있다. 지난해 5월 오토바이 접촉 사고가 났을 때 윤씨는 돈이 없어 가입하지 못한 자동차 의무 보험부터 떠올렸다. 과실을 따져 볼 엄두도 못 내고 합의금 50만원을 약속하며 무마했지만 발가락 절단 수술로 인해 두 달여간 입원했다. 윤씨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피해자에게 수차례 사정했다고 해도 기한 내 합의금을 해결하지 못한 건 그의 잘못이었다. 경찰도 윤씨에 대한 교통사고 과실 유무는 조사하지 않고 채무 변제를 하지 못한 이유만 추궁하며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넘겼다. 윤씨는 법원에서 합의금의 두 배나 되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당뇨 합병증으로 양쪽 발가락 네 개를 절단하고 한쪽 눈을 실명한 장애인이다. 윤씨와 아내는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인 연금을 합쳐 월 100만원으로 생활한다. 일주일에 사흘씩 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증도 그의 절망을 더했다. 윤씨는 벌금을 분납하려 했지만 “벌금의 20%를 먼저 내야 분납이 가능하다”는 법원 설명에 좌절했다. 여윳돈 20만원도 없는 형편에 6개월 내 잔금을 모두 완납해야 한다는 조건의 분납도, 성치 못한 몸으로는 사회봉사도 어렵기에 두 가지 모두 그의 상황에서는 대안이 되지 못했다. 윤씨는 급한 마음에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벌금은) 개인적인 일이라 도와줄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밥도 먹기 힘들다”고 엉엉 우는 그에게 주민센터는 쌀을 내줬다. 노역의 갈림길에 선 그의 구명줄이 된 건 장발장은행이었다. 국가는 벌금 때문에 생계 곤란에 처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사람들에게 “현재 곤란 상황에 처해 있냐”고 무심히 묻는다. 법률적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제공되는 긴급 생계 지원은 사후적 처리다. 벌금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가는 환형유치자들을 사전 구제하는 지원은 여전히 장발장은행 등 민간에 맡겨진 채 남아 있다.수감 생활로 생계가 끊긴 경우 정부의 긴급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지원 조건은 구금 기간 1개월 이상으로 그 문턱이 높다. 하루 10만원으로 산정되는 노역 일당으로 따지면 300만원 이상 벌금을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 이하, 단돈 몇십만원의 벌금이 버거워 노역을 산 이들은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피고인들이 판사에게 “벌금형 대신 집행유예를 온정으로 베풀어 달라”고 읍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국선변호를 맡아 온 정혜진 변호사는 “집행유예는 언제든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고 범죄 경력 조회 시 실효 기간도 벌금형보다 길다”면서 “벌금형에서 집행유예로 형종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소액 벌금도 못 내 노역을 가는 경우 벌금형 집행유예 등을 통해 구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18년 1월부터 벌금형 집행유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정식재판에서 벌금형 집행유예를 받은 건수는 1606건이지만 약식명령의 벌금형 집행유예는 전례가 없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뱃속에 동생 가진 엄마 살해한 폭탄테러범 둘 15년 만에 만났어요”

    “뱃속에 동생 가진 엄마 살해한 폭탄테러범 둘 15년 만에 만났어요”

    엄마를 숨지게 한 폭탄테러범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얘기를 나누면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 인도네시아의 17세 소녀 사라 살사빌라는 지난해 10월의 어느날 자바섬 연안의 누사캄방간 섬에 마련된 교도소 두 곳을 찾아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테러범 둘을 만나러 가면서 이런 질문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라의 아버지 이완 세티아완은 지난 2004년 9월 9일 모터바이크를 운전해 자카르타 주재 호주대사관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뒷좌석에 둘째를 임신한 아내 하릴라 세로야 다울라이가 자신의 등에 몸을 착 달라붙이고 있었다. 산달이 몇 주 앞으로 다가온 산모의 진단을 받으러 가던 길이었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하릴라가 허공으로 붕 날았다. 이 공격에 3명이 죽고 50여명이 다쳤다. 이슬람 과격 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자생적 조직 제마 이슬라야마가 2002년 발리섬을 시작으로 202명의 목숨을 빼앗은 일련의 폭탄테러에 당한 것이었다. 이완은 눈에 금속 파편이 날아들어 시력을 잃었고, 하릴라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지자 수술대에 올랐고, 분만에 들어갔다. 이완은 “신에게 감사하게도 아내는 자연분만을 했다”고 말했다. 그날 밤 리즈퀴가 태어났는데 이름은 “은총”이란 뜻이었다. 이완과 첫딸 사라는 “엄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했다”면서 “뼈들이 부러진 상황에도 동생을 자연분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의 투병 끝에 하릴라는 사라의 다섯 번째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 이완은 지금도 눈물이 글썽해 “날 완성시킨 사람을 잃은 것은 지금도 얘기하기조차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그 역시 복수를 별렀다. “살아남은 테러범들이 죽었으면, 그것도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끔찍한 고문을 당해 살가죽이 벗겨지고 상처에 소금이 뿌려져 그들이 폭탄 때문에 다른 사람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 깨닫게 해줬으면 하고 바랐다. 나나 우리 아이들이나 믿을 수 없을 만큼 힘겨운 시간을 버텨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15년이 흘러 아빠와 곧 고교를 마치는 사라, 중학생인 리즈퀴는 사형수 둘을 만나러 갔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는 테러범과 희생자 가족을 만나게 하는 독특한 재활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서였다.영국 BBC 레베카 헨슈케 기자가 이들의 만남에 동행했다. 4개월이 지나 17일에야 보도한 것은 이들의 만남을 다큐멘터리 ‘폭탄테러범과의 대면(Facing the bombers)’으로 제작해 오는 22일과 23일 밤 9시 30분(한국시간 다음날 새벽 6시 30분) BBC 뉴스채널을 통해 방송하기 때문이었다. 사라는 섬 안으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여느 10대처럼 휴대폰에만 달라 붙어 있었지만 헨슈케 기자가 몇 마디 물어보자 “그들이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이유를 물어보겠다”고 결연하게 답했다.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이완 다르마완 문토(일명 로이스)는 손과 다리에 수갑을 찬 채 휠체어에 앉아 이들 가족을 만났다. 유죄가 확정된 법정에서 주먹을 쥐어 흔들며 “사형을 선고해줘 고맙다. 순교할 수 있게 해줘서”라고 외쳤던 로이스를 향해 이완이 “아이들이 어머니를 잃게 만들고 아버지의 시력을 잃게 만든 사람을 만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겠다고 한다”고 입을 열었다. 로이스는 폭탄이 터졌을 때 이완이 어디에 있었는지 물어봤다. 이완은 답한 뒤 “테러가 일어난 밤, 아이가 태어났는데 바로 이 아이”라고 손만 쳐다보는 리즈퀴를 가리켰다. 그러자 로이스는 “나도 아이가 있다. 몇년 동안 아내와 아이를 보지 못했다. 너무 보고 싶다. 내가 당신보다 나쁜 상황일 수도 있다. 당신은 아이들이 있지만 우리 아이는 내 얼굴도 모른다”라고 답했다. 모두가 사라를 바라봤다. 말할 게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사라가 울음을 터뜨렸고 아버지가 그녀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그녀가 힘겹게 품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왜 그랬느냐고? 로이스는 “나이가 들면 이해할 것”이라며 “내가 무슬림들을 희생시켰다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 옳지 않다. 난 무슬림을 죽일 수 없다. 그냥 다치게 할 뿐. 옳지 않다”고 답했다. 헨슈케 기자가 끼어들었다. “무슬림들은 희생되지 않았다는 거냐.” 그는 재빨리 “어느 쪽이든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대꾸했다. 그는 급진적인 설교자 아만 압두라흐만과 함께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압두라흐만은 이슬람 국가(IS)와의 연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은 인물이다. 둘은 감옥에서도 2016년 자카르타 테러를 함께 꾸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완 가족이 떠나기 전 로이스는 자신을 향해 기도해달라고 했다. “모든 인간은 실수를 저지른다. 내가 어떤 식으로든 당신들을 망가뜨렸다면 사과한다. 나도 고통스럽다. 정말 그렇다.” 이완은 눈물을 참다가 밖으로 나와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는 여전히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구나. 기회가 생기면 다시 그럴지 몰라 두렵구나. 정말 실망스럽다. 그는 엄청난 고통을 야기해놓고 인정조차 안하려 한다.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그 섬에는 다른 교도소도 있어 아마드 하산을 보러갔다. 그는 하릴라를 숨지게 한 폭탄 매설에 더욱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 역시 법정에서 주먹을 쥐어 흔들고 취재진을 향해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봤는데 이날은 완전히 딴 사람처럼 보였다. 이완은 전에 그를 만난 적이 있었고, 아이들이 만나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드는 “신에게 감사하게도 아이들을 만나 얘기할 수 있어 고맙다. 난 너희 아버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빨리 지나가길 바랐는데 마침 폭탄이 터진 것이다. 폭탄을 옮긴 내 친구도 그 순간 희생됐다. 이완의 자녀들이 날 용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라지는 목소리로 “난 결점 투성이 인간이다.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사라는 조용히 바라보다 결연하게 “왜 그딴 일을 저지른거냐? 이유가 뭐냐”라고 물었고 그는 “친구들과 난 잘못된 교육과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참다운 지식을 얻거나 우리가 하는 일을 이해하기 전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답했다. 사라는 오후 4시에 만나 자신의 다섯 살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던 기쁨에 들떴던 날, 어머니를 잃어 얼마나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털어놓았다. “어렸을 때 늘 엄마는 어디 있는 거냐고 아빠에게 물었어요. 그러면 아빠는 알라의 집에 계신다고 했어요. 난 그게 어디냐고 물었고요. 그러면 모스크라고 하셨어요. 모스크에 달려가면 할머니가 집에 가면 엄마가 올 거라고 했어요. 그러면 또 집에 가서 기다렸지만 엄마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어요.”하산은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벌려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고 계속해 알라의 용서를 구하는 주문을 외었다. 겨우겨우 “알라 신이 너희를 만나 어떻게든 설명해보라고 하셨단다. 하지만 너희들에게 설명할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구나. 사라를 내 자식마냥 삼겠다. 제발제발 용서해주렴. 네 손에 맡기겠다”고 말을 이어갔다. 리즈퀴, 하산, 이완, 사라 넷이 손을 잡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교도소를 나와 페르미산 해변 백사장을 셋은 함께 손잡고 내달렸다. 사라는 그제야 밝게 웃었다.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사진 BBC 홈페이지 캡처
  • 미래한국당, 새보수 정운천 합류로 5억 실탄 확보

    미래한국당, 새보수 정운천 합류로 5억 실탄 확보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4일 새로운보수당 정운천 의원의 합류로 현역 의원 5명을 채워 약 5억원의 경상보조금을 확보했다. 정 의원은 이날 새보수당을 탈당해 미래한국당에 입당했다. 불출마 선언 후 한국당에서 이적한 한선교·김성찬 의원, 한국당에서 제명 절차를 거쳐 당적을 옮긴 조훈현·이종명 의원과 함께 미래한국당 멤버가 됐다. 보수진영의 유일한 전북 지역구(전주을) 의원인 정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독주, 그에 따른 국민들의 배신감과 절망감을 저는 절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그러기 위해서 보수의 승리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한국당에서 보수 승리와 전북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의 이적은 미래한국당의 경상보조금을 3억원이나 올리는 효과를 나타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은 20석 이상 교섭단체인 정당에 보조금 총액의 50%를 우선 배분하고, 5석 이상의 정당에는 5%를, 5석 미만 정당에는 2%를 나눠준다. 정 의원이 합류하지 않았다면 미래한국당은 4석으로 약 2억원의 경상보조금만 받을 수 있었지만 이날 5석이 되면서 약 5억 8000만원 수령이 가능해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은 지금 불출마 의원들을 가짜 제명해 가짜정당으로 보내는 위장전입 방법으로 혈세인 국고보조금을 더 타낼 궁리마저 하고 있다”며 “한국당의 가짜정당 만행에 선관위가 맞장구를 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 기교를 부리지말고 죽어라, 집을 무너뜨려라망설이지 마라 나의 회색빛 돌고래는저편 해안으로 헤엄쳐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돌고래는 자기 앞으로 바다를 불어내었고, 갖은재주를 피우며 헤엄쳤다 물결이 철썩였다이제 돌고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해안은소금딱지로 변했고 텅 비었고돌고래를 잃어버렸다는 소문이다, 어느 누구도이제 출구를 알지 못한다 - 사라 키르시는 분단 시절 동독의 시인이다. 분단의 아픔을 밝고 투명한 상상력의 언어로 노래했다. 독일이 한 몸이었을 때 돌고래는 끝없는 해안을 따라 헤엄쳐 갔다. 물살을 타는 몸짓은 자유로웠고 물을 뿜는 휘파람 소리는 아름다웠다. 파도의 집을 무너뜨리고, 기교를 부리지 않고 살아도 좋았다. 한순간 독일의 해안은 소금딱지로 변했고 돌고래의 춤은 사라졌다. 어느 누구도 출구를 알 수 없는 절망의 시간이 찾아온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렇다. 돌고래의 춤은 사라지고 사랑 잃은 허탈한 사람들이 반도의 좁은 땅 안에서 헛기침을 한다. 곽재구 시인
  • 런던지하철 플랫폼에 발길 끊기면 생쥐들의 드잡이가

    런던지하철 플랫폼에 발길 끊기면 생쥐들의 드잡이가

    요 귀여운 녀석들이 옥신각신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닷새를 꼬박 런던 지하철 플랫폼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 채 기다렸단다. 바닥에 딱 붙는 앵글을 잡기 위해서였다. 두 마리는 처음에 각자 갈 길을 가다 승객이 떨어뜨린 음식 쪼가리를 갖겠다고 멱살을 잡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잠깐 다투고 다시 각자 갈 길을 갔단다. 영국 사진작가 샘 롤리가 드잡이를 벌이는 두 마리 검정 생쥐를 포착한 이 사진이 올해의 야생동물(WPY) 사진전 루믹스(LUMIX) 사람들의 선택 부문을 수상했다고 BBC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실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WPY 경쟁 부문은 지난해 10월 선정이 완료됐지만 런던 자연사박물관을 찾아 전시회를 지켜본 이들이 투표해 여러 부문 대상을 수상하지 못한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차지한 작품들을 뽑았다. 2만 8000명 가량이 롤리의 ‘역에서의 옥신각신’을 선택해 ‘나머지 중 최고’로 뽑았다. 브리스톨에서 BBC의 자연사 영화를 만드는 팀의 연구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보통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는데 운이 좋아 이 장면을 건졌다. 플랫폼 바닥에서 닷새를 보냈는데 아마도 언젠가는 뭔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는 데 열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척박한 환경인데도 이들 동물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지속성에 존경의 마음을 품는다고 털어놓았다. “예를 들어 이 지하철 생쥐들은 햇볕을 보지 못하고 풀들에 베이는 느낌을 알지도 못한 채로 태어나 일생을 지하에서 보낸다. 어떻게 보면 아주 절망적인 상황인데 몇달, 어쩌면 일이년을 살다 죽는다. 생쥐는 아주 많고 먹을 거리는 아주 적어 부스러기 같은 것을 놓고도 다툼을 벌인다.” 아울러 함께 관람객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을 아래에 소개한다.그리고 56회 WPY 응모작들은 현재 전문가 패널의 심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대상 수상자는 오는 10월 결정돼 공개된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식상함 벗고 날선 메시지… 신선함 품은 보석 뮤지컬

    식상함 벗고 날선 메시지… 신선함 품은 보석 뮤지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대표적인 공연예술 지원 사업인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을 통해 해마다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성 높은 창작품을 선보여 왔다. 특히 이 사업을 통해 무대에 오른 뮤지컬 작품들은 비교적 대중이 즐기기 편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품은 연극적 요소까지 갖춰 기성 대형 뮤지컬에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에게는 보석 같은 존재로 통한다. 창작산실은 지난 1월 5일 막을 내린 ‘안테모사’를 포함해 올해 4편의 신작 뮤지컬을 선보인다. ●봄을 그대에게… 1987년 최루탄 속 청춘들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봄을 그대에게’는 관객을 최루탄 가스 매캐한 1987년 봄, 서울의 대학가로 소환한다. 작품은 갓 대학에 입학한 명하와 명하의 고향으로 농촌봉사 활동을 왔던 대학생 누나 수인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청년들의 사랑과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그린다. 2016년 ‘87년 봄’이라는 공연명으로 충무아트센터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에 선정돼 낭독공연 후 보완을 거쳐 본무대를 준비하고 있다.●Via Air Mail… 생텍쥐페리 ‘야간비행’을 무대로 3월 7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비아 에어 메일’(Via Air Mail)은 생텍쥐페리 소설 ‘야간비행’을 모티프로 창작했다. 1920년대 열강국들의 하늘 항로 개척경쟁 시대를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도 책무를 다하는 네 인물을 통해 소멸하는 한 개인의 비애와 불멸의 꿈이 가진 숭고함을 그린 작품이다. ‘용기와 도전’이라는 원작 메시지에 현대 사회의 과열된 기술 경쟁과 물질문명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았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와 연극 ‘환상동화’를 선보인 김동연 연출이 작품을 풀어낸다.●아티스… 몽마르트르 예술가들의 재능·질투 뮤지컬 ‘아티스’(ARTIS)는 19세기 말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4명의 삶을 통해 예술가들의 재능과 시기, 질투 등을 그린다. ‘애정’이라는 착각 아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상처를 주는 천재 작곡가 에릭을 중심으로, 연인 엘로이즈와 후원가 파트릭, 에릭을 동경하는 작곡가 지망생 마티스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7년 충무아트센터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로 선보인 이후 전면 수정을 거쳤다. 3월 21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7년만에 LPGA 우승... 박희영 절망 끝에서 부활

    7년만에 LPGA 우승... 박희영 절망 끝에서 부활

    박희영(33)이 연장 접전 끝에 7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을 거머쥐었다. 9일 호주 빅토리아주 서틴스 비치 골프 링크스의 비치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ISPS 한다 빅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박희영은 유소연(30), 최혜진(21)과 4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 지었다. 2008년 LPGA 투어에 뛰어든 박희영은 2011년 첫 승을 올리고, 2013년 2승째를 거뒀다. 그러나 이후 6년 7개월 동안 추가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16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상금 순위 110위에 그쳐 LPGA 출전 자격을 잃었다. 시즌 후 11월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준우승하며 2020시즌 LPGA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극적인 부활을 알린 박희영은 우승 상금 16만 5000달러(약 2억원)도 얻었다. 박희영은 올 시즌 3경기 만에 나온 LPGA 투어 한국인 선수 첫 우승자다. 박희영은 우승 후 “작년에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더는 골프를 칠 마음이 안 들어서 골프를 그만두려고 했다”며 “하지만 나 자신을 믿었다. 나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이 우승은 신의 선물 같다”고 밝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봉쇄 직전 우한행 마지막 열차 탄 中 시민기자 실종…”공안이 끌고갔다”

    봉쇄 직전 우한행 마지막 열차 탄 中 시민기자 실종…”공안이 끌고갔다”

    봉쇄 전 마지막 열차를 타고 신종 코로나 사태의 최전선 우한으로 들어가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던 중국 시민이 사라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은 우한으로 들어간 변호사 겸 시민기자 천추스(34)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했다. 천씨의 어머니는 7일 새벽 올린 영상을 통해 “6일 낮 우한 야전병원 취재를 간다던 아들이 저녁 8시부터 연락이 안된다”라며 천씨를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몇 시간 후 중국 공안은 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격리 겸 구금했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천씨의 친구는 실종 직전까지 그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며 천씨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았다고 공안을 의심했다. 강제 격리가 아닌 합법적 구금이라면 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며, 왜 가족과 연락할 수 없느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일단 천씨는 며칠 전 "가슴에 통증이 있지만 젊어서 괜찮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렸다가 공안 당국에 끌려가 처벌을 받은 의사 리원량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천추스마저 공안에 체포됐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여론은 들끓고 있다. 현재 중국 공안 당국은 천씨가 언제 어디로 끌려갔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우한행 편도 티켓을 끊고 열차에 몸을 실은 천추스는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이 심해지자 유튜브와 트위터 등으로 직접 보고 들은 우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첫 동영상에서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우한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운 나쁘게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이곳을 탈출해 피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이후 봉쇄된 우한의 병원을 돌며 현지 상황을 취재한 그는 “병원 복도에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시체가 널려있다. 눈에 띄는 사람 중 절반 정도는 산소호흡기를 차고 있다. 장례식장이 쏟아지는 시신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사람도 있다. 마스크는 물론 모든 의료물자가 부족하다”라며 전 세계에 도움을 호소했다. 정부의 은폐와 언론의 축소 보도에 대한 비난도 쏟아냈다. 진추실은 “감염을 진단하고 가둬두는 게 전부다. 도움을 거부하는 정부에 절망감을 느낀다”라거나 “중무장한 기자들은 병실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아무도 진실을 취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의 보도는 CNN과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에게도 소중한 정보원이 되었다.이 때문에 중국 정부에게 천추스는 눈엣가시와도 같았다. 실제로 그의 부모는 칭다오 공안에게 조사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예의주시 속에 천씨는 일주일 전 또다른 유튜버의 구금 사실을 언급하며 “나도 끌려갈 수 있다. 목숨 걸고 취재하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중국 북부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난 천추스는 성우와 방송 진행자를 거쳐 2014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베이징TV ‘나는 연설가’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홍콩 시위 현장을 취재한 뒤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연락이 두절돼 실종설이 떠돌았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경제 체질 강화·산업생태계 구축… ‘전북 대도약의 해’ 만들 것”

    “경제 체질 강화·산업생태계 구축… ‘전북 대도약의 해’ 만들 것”

    “웅비의 2020년, 힘찬 발걸음으로 전북 대도약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북은 그동안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발전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 도민들에게 성과를 안겨 드릴 차례가 됐다”며 “개인의 삶과 지역의 가치가 인정받는 전북을 만들겠다”고 새해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경제 체질 강화, 산업생태계 구축, 자존의식 고취에 더욱 정진해 전북인으로서의 자긍심과 기상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송 지사는 “농업 중심지 전북은 ‘절망의 산업시대’를 겪었으나 이제 도민들이 체감할 만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도민 일자리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연일 계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 대책 진두지휘로 지칠 법도 하지만 전북의 희망을 설명하는 그의 얼굴과 표정에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이 넘쳤다. 올해 전북도정의 지표가 될 사자성어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이다.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 굳센 각오로 일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다음은 송 지사와의 일문일답.-민선 7기 1년 반이 지났다. 성과는. “전북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토대를 확실히 다졌다. 핵심동력인 새만금이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이 확정됐고 신항만은 재정사업으로 전환됐다. 새만금항 인입철도는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으로 확정돼 공항·항만·철도 등 교통 트라이포트의 토대를 갖추게 됐다. 대기업 이탈로 흔들리던 경제 체질은 튼튼하게 바뀌고 있다.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사업 확정, 전북 군산 상생형 일자리 협약 체결, 친환경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자동차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단초를 마련했다. 전북의 대표 산업인 탄소소재산업은 소재·부품·장비산업 국산화의 선봉에 서게 됐다.” ●“소비심리 전국 평균 웃돌아 경제회복 기대” -도민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나. “공항, 항만, 철도 등 기반시설 조성과 효성, 명신을 비롯한 151개 기업의 투자 이전, 군산형 일자리 협약 체결 등 경기 전망을 밝게 하는 호재가 이어졌다. 경제지표도 청신호가 켜졌다. 2016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고 고용률과 실업률, 취업자 수 등 3대 고용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100.8로 전국 평균 98을 웃돌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50년 숙원인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의 주춧돌을 놨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재정사업 평가위원회 의결로 행정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되고 추진만 남았다. 동북아 경제 허브 새만금의 조기 완성을 위해 공항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새만금 국제공항을 2024년 착공해 2028년 완공할 계획이다. 공사수행 방식에 패스트트랙 적용을 건의해 개항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국가예산 규모가 2년 연속 7조원을 돌파했다. “전북의 독자권역화를 확실히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국가예산은 지난해보다 8.1% 늘어난 7조 5068억원을 확보했다. 새만금 예산은 역대 최대인 1조 4024억원을,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도정 핵심사업 예산은 1조 9951억원을 확보했다. 미래형 글로벌 상용차 전진기지 조성 등 320건의 신규사업 예산은 앞으로 5조 2100억원까지 늘어나 전북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새해 도정 운영 방향은. “그동안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발전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 이제 도민들에게 성과를 안겨 드릴 차례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민생에서 변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힘쓰겠다.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사업은 새만금 국제공항, 상용차 혁신성장 사업, 군산 상생형 일자리,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삼락농정, 융복합 미래산업, 여행체험 1번지 조성 등이다. 개인의 삶과 지역의 가치가 인정받는 도를 만들어 가겠다.” -전북경제 체질변화와 새로운 산업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경제 체질이 단기간에 환골탈태할 수 없겠지만 전북만의 해법을 찾고 있다. 친환경자동차 규제자유특구, 상용차혁신성장산업, 군산 상생형 일자리로 전북을 미래 친환경 전기차 산업의 거점으로 키워 내겠다. 탄소융복합소재의 상용화와 고급화를 추진해 경제보복 위협 등에 대비하겠다. 재생에너지의 연구와 평가, 실증기반을 확충하겠다. 전북연구개발특구는 강소연구개발 특구 지정으로 이어 나가고 금융생태계 조성에도 노력하겠다. 군산 상생형 일자리에 이어 식품기업 유치를 통한 익산형 일자리와 수소 연료전지 생산단지 조성을 통한 완주형 일자리 등을 추가로 발굴해 산업생태계가 도민 일자리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새만금, 사람·돈 모이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새만금 내부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기반시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공항건설이 본격 추진되고 동서도로는 올해 완공된다. 남북도로와 신항만, 인입철도도 차질 없이 조성할 계획이다. 임대용지 활성화, 투자진흥지구 지정,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구축에도 노력하겠다. 새만금 수질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새만금에 교통과 도시, 산업단지 등 3대 발전 인프라를 견고히 구축해 사람과 돈이 모여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고 기울어졌던 동서축을 바로 세울 균형추로 만들겠다.” -전북 자존의 시대를 강조했다. “전북은 경제개발 과정에서 소외돼 ‘절망의 산업시대’를 겪었다. 차별과 낙후를 극복하고자 균형발전의 새 이름으로 ‘전북 몫 찾기’를 주창했다. 나아가 역사, 문화, 사회의 중심지로서 전북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전북자존의 시대’를 강조했다. 그 결과 전북 출신 인사들이 다수 현 정부의 고위직에 진출했고 2년 연속 국가예산 7조원 이상 확보, 국가종합발전계획에 전북 독자권역 반영, 13개 공공·특행기관 유치, 전북의 역사 재조명 등 각 분야에서 값지고 알찬 결실을 거두고 있다.” -민선 6기부터 추진한 삼락농정 성과는. “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성과를 보여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시행 농산시책평가에서 전국 최우수상을 받았다. 농가소득 증가율이 2017년 전국 9위에서 2018년 1위로 급상승하고 농가소득은 3위를 기록했다. 농촌관광산업이 특화된 제주와 경기도를 제외하면 전국 최고 수준이다. 광역지자체 최초로 도입한 주요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는 중소농가의 실질적 소득 보전의 수단으로 안착했다. 올해부터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 농민공익수당이 지급된다. 농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도 활기차게 진행 중이다. 고령화와 인구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의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혁신성장·포용발전… 총선공약 30건 발굴” -오는 4월 21대 총선이 실시된다. 지역 숙원사업 공약 반영 대책은. “혁신성장과 포용발전을 양대 축으로 하는 총선공약 30여건을 발굴했다. 혁신성장 부문은 사회기반시설 조성과 첨단산업 육성을 골자로 전주~대구 고속도로 건설, 전주~김천 철도 건설, 익산역 유라시아 철도 시발역 선정, 새만금 하이퍼루프 실증단지 구축 등을 선정했다. 포용발전 부문은 사회적경제 특별지구 지정, 전북권역 재활병원 건립, 반려동물산업 클러스터, 곤충산업 육성, 국립스마트 치유농업원 조성, 마이산 치유관광 복합관광단지 등이다. 발굴한 현안 사업들이 각 정당과 입후보자의 총선 공약에 고루 반영되도록 하겠다.” -신종 코로나 발생으로 지역경제에 타격이 우려된다. “지난달 31일 전북에서도 첫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능동적이고 선제적 대응으로 다행히 추가 감염은 없다. 확산 방지를 위해 전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지역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수출기업 지원에도 나섰다. 도민의 건강과 지역경제 보호를 위해 평소 매뉴얼보다 한 단계 높은 대응을 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꽃피는 봄이 오면

    [유세미의 인생수업] 꽃피는 봄이 오면

    ‘또야?’ 한밤중에 사이렌 소리가 꿈결처럼 들려도 이젠 놀랍지 않다. 이 좁아터진 골목길에 새벽 무렵이면 사흘이 멀다 하고 앰뷸런스가 들이닥친다. 앞집 부부 때문이다. 싸우면 여자는 호흡곤란이 온다. 숨을 못 쉬고 눈이 돌아가니 일단 119를 부르고 응급실까지 실려 갔다가 남편을 죽일 듯 욕하며 돌아온다. 구급차에 실리면서도 남편 머리끄덩이를 놓지 않은 채 악다구니를 쓰는 그녀를 동네 사람들은 딱히 말리지 않는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구급대원들도 그냥 놔둔다. 그럴 사정이 있겠지…. 이런 코미디 같은 장면은 이웃에게 처음에야 구경거리지, 이제는 새벽잠 설칠라 나와 보지도 않는다. 사연은 이렇다. 남자가 퇴직을 했다. 아직 오십대 중반인데 기다렸다는 듯이 방구석에 들어앉은 남편에게 아내는 돈 벌 방법을 찾으라 화를 냈다. 퇴직하니 ‘감옥으로부터 만기 출소한 느낌’이라며 좋아하던 남자는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방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일하고 싶지 않다고 버텼다. 좁아터진 집에서 머리엔 까치집이요, 라면냄비를 끌어안고 TV를 보며 종일 히죽거리는 남편을 참을 수 없는 여자는 새벽마다 호흡곤란이 왔다. 울화병이다. 그런 아내를 보며 ‘살기가 너무 힘들다. 한꺼번에 늙어버리면 좋을 텐데 찔끔거리고 세월이 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는 남자. 그들에게는 세월이 짐이다. 희망이 없어서.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살아간다. 희망 없이 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는 사람, 나이에 관계없이 날마다 터질 듯한 소망으로 사는 사람. 똑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희망이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요양원에 사는 순복씨. 아흔이 넘은 그녀는 혈혈단신이다. 자식도 없다. 한국전쟁 때 남편이 죽었다. 그때 그녀 나이가 스물둘이었다. 꽃 같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더 여린 꽃 같은 그녀가 길고 험한 세월을 홀로 살아낸 이유는 단 하나, 국립묘지에 남편과 함께 묻히고 싶어서였다. 죽어서라도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 하나가 그녀를 평생 외롭지만 씩씩하게 살게 했다. 암 말기인 순복씨에게 그녀를 돌보는 후원자들이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 묻는다. “무섭긴… 이제야 만날 수 있나 싶어 자꾸 웃음이 나.” 아무리 기억하려 애써도 이제는 세월만큼이나 흐려진 신랑 얼굴. 그런데 이상하지, 시집갈 날을 받아 놓은 새색시처럼 그녀는 마음이 설렌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벼루를 만드는 달인이 출연했다. 내년 여든 살이 된다는 그는 3대째 벼루를 만드는데 한평생을 보냈다. 인터뷰에서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평생 하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제는 그 이름조차 생소한 벼루를 온 생애에 걸쳐 한결같이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매일 ‘내일은 더 잘 만들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4대째 드디어 가업이 끊긴 지금도 그 희망은 유효하다. 어쩌면 내일 최고의 작품이 나올 수도, 오늘보다 더 좋은 벼루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늙어 거칠어진 그의 두 손을 가슴 떨리는 소망으로 채운다. 봄은 해마다 다시 온다. 온 세상에 공평한 것은 아무리 추워도 계절이 바뀌면 곧 다시 싹이 트고 꽃이 핀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어수선하고 손에 잡히는 것도 없고 점점 더 엉망이 되는 것 같은 상황이라도 꽃피는 봄 같은 꿈을 놓지 말자. 인생의 어느 마디에서나 소망을 품어야 살아갈 힘이고 기운이 된다. 당장 캄캄한 시간이라 절망할 필요 없다. 내일은,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희망만 있다면 이미 봄이 시작된 것이다. 땅속의 아우성이 또다시 인생의 꽃망울을 터트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박지원 “황교안, 등 떠밀려 종로 나올 것…혈투하면 파장 올 것”

    박지원 “황교안, 등 떠밀려 종로 나올 것…혈투하면 파장 올 것”

    진중권 “보수 살리려면 黃 자신 버려야”이낙연, 黃 가상 대결서 지지율 두배 앞서 종로 출마 이낙연, 오늘 예비후보 등록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 여부에 대해 “꼼수를 쓰고는 있지만 결국 등 떠밀려 종로에 나갈 것”이라면서 “(황 대표가) 빅매치로 혈투를 하면 전국적으로 파장이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황 대표보다 대선주자 선호도 우세에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종로에 공천하기로 했다. 박 의원은 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자기 당 대표를 종로에 내보내지 못하고 이곳저곳, 심지어 용인까지 넣어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는데 이렇게 하면 한국당이 어려워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황 대표가 종로에 나가야 한다”면서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절반밖에 안나온다고 해서 그걸 피하면, 전국적인 선거에 막대한 지장을 주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해볼만한 전략은 황교안 대표의 종로 공천”이라면서 “거기가 빅매치가 이뤄져 피나는 혈투를 하면 전국적으로 파장이 될 수 있다”고 했다.박 의원은 “만약 황교안 대표가 종로를 선택하고 다른 대표급도 수도권 험지에 나가자고 하면 설득력이 있지만, 당 대표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여론조사를 해대고 당 대표급들 다른 주자들에게는 수도권 험지에 나가라고 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공당의 대표가 종로를 생각했다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선거 뒤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보수를 살리려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자신을 버려야 한다”며 총선에서 황 대표가 서울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진 교수는 “종로, 여론조사를 보니 더블스코어던데 그래도 나가시라, 원칙 있게 패하시라, 가망 없는 싸움이지만 최선을 다해 명예롭게 패하세요”라면서 “철저히 낮은 자세로 임하시라. 이번 선거를, 이미 현 정권에서 마음이 떠났으나 아직 보수에 절망하고 있는 유권자들께 참회하는 기회로 삼으세요”라고 말했다.한편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 출마를 공식화한 이낙연 전 총리가 종로에서 황교안 대표와 대결할 경우 2배 가량의 높은 지지율로 여유 있게 승리한다는 가상대결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일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종로구 유권자 500명(응답률 17.1%)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인 이 전 총리는 53.2%의 지지율을 기록, 26.0%에 그친 황 대표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방법은 성·연령·지역 비례에 따른 할당 추출로 유선 전화면접(16.6%)·무선 전화면접(83.4%)으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종로 출마를 공식화한 이 전 총리는 전날(2일) 지역구로 이사하고 이날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지역 주민 인사 등 본격적인 사전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 전 총리 측은 “서초구 잠원동 자택에 머무르던 이 전 총리가 2일 오후 종로구 교남동 한 아파트에 마련한 전셋집으로 이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종로구 소재 한 교회에서 예배를 본 후 이사 현장에 들러볼 예정이다.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 전 총리는 선대위 체제가 본격 가동되고 경선으로 각 지역 후보가 확정되면 전국적인 지원 유세에 나서야 하는 만큼, 이전까지는 본인 선거운동에 집중하며 종로 바닥을 다진다는 구상이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중국 우한 교민 아산·진천에 순조롭게 격리, 주민들 포용

    중국 우한 교민 아산·진천에 순조롭게 격리, 주민들 포용

    중국 우한 체류 국민들이 31일 국내 이송 후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격리시설에 순조롭게 수용됐다. 지난 29일부터 “천안은 안되고 아산과 진천은 와도 되느냐”며 이틀간 거세게 반발했던 두 지역 주민들은 포용하기로 뜻을 모으고 이들을 받아들였다. 이날 아침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우한 체류 국민 368명 중 유증상자 18명을 제외한 350명이 격리시설로 향했다. 이 중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200명,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150명이 수용됐다. 이들은 2주간 격리된 뒤 이상이 없으면 귀가한다.이날 낮 12시 50분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이들을 실은 경찰버스 12대가 도착했다. 맨 앞 순찰차에 앞뒤로 3대씩 기동대 버스 6대의 호위를 받으며 개발원 안으로 진입하는 버스마다 소독약이 살포됐다. 버스에 탄 교민은 두 좌석에 한 명씩 앉아 마스크를 쓴 채 굳은 표정이었지만 차창 밖 경찰과 취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운전기사는 방역복과 마스크 상태였다. 주민 100여명이 나와 진입과정을 조용히 지켜봤다. 주민들이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해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초사2동 주민 유모(80·여)씨는 “그들도 우리 국민이고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잘 있다 가면 좋겠다”면서 “개발원 옆인 내 가족과 우리 마을도 탈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버스 도착 전 집회 장소를 정리하고 천막들을 자진 철거했다. 주민들은 하루 전만 해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날계란을 투척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었다. 한 주민은 “우리 교민을 무작정 막겠다는 게 아니고, 천안이 안 되니까 아산으로 바꾼 정부의 행태에 화가 났던 것”이라고 했다. 아산 시민들도 따뜻하게 포용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 캠페인이 일고, 한 시민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적은 손팻말을 찍어 올렸다. 또다른 시민은 페이스북에 “아산의 옛 이름 온양온천은 세종대왕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내려와 온천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한 곳”이라며 코로나바이러스 걱정 없이 귀가하기를 응원했다. 오세현 시장도 페이스북에 “아산은 충절의 고장이다. 지친 사람들에게 힘이 돼주자”고 호소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수용된 교민들이 귀가할 때까지 개발원 옆 마을 주민과 함께 하겠다”며 개발원에서 100m쯤 떨어진 폐점포를 임시 집무실, 초사2통 마을회관을 접견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양 지사는 또 이 마을에 부인과 함께 묵을 방도 구했다. 경찰은 병력 1100명을 개발원 주변에 배치해 외지인 접근을 차단하는 한편 잇따를 우한 교민 이송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또다른 격리시설인 진천군 혁신도시 내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도 우한 교민 150명을 태운 경찰버스가 무사히 진입했다. 미니버스와 경찰 대형버스 등 총 17대에 나눠 탑승한 교민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이날 오후 1시 20분부터 10분간의 시차를 두고 개발원에 도착했다. 버스는 정문에서 꼼꼼한 외부 소독절차를 거쳐 안으로 들어갔다. 버스에 탄 교민들 표정에서 긴장감이 드러나기는 아산과 마찬가지였다. 인재개발원 진입로와 주변을 경찰 1000여명이 통제한데다 이들 도착에 앞서 주민들이 정부 결정을 수용키로 하면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송차량 가운데 20인승 버스 1대가 경기도 안성 인근에서 고장나 교민들이 예비차로 옮겨타는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뿐 이들의 도착과정은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들 차량이 인재개발원에 속속 도착하는 사이 진천군 진천읍 주민들은 ‘우한 형제님들 생거진천에서 편히 쉬다 가십시오’ 라고 적힌 현수막을 진입로에 걸기도 했다. 진천읍에 사는 A(78)씨는 “진천을 사랑하는 이웃 50여명이 뜻을 모아 현수막을 내걸었다”며 “아파트 주변에 대형 병원이 많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우한 교민을 막는 것은 너무 야박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대승적 차원에서 교민 수용을 받아들인다며 농성 천막과 인재개발원 주변에 걸었던 수십개의 반대 현수막을 자진 철거했다. 대신 정부에 철저한 방역을 요구했다.윤재선 우한교민수용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처음부터 교민 수용을 반대했던 건 아니다”며 “반경 1.2㎞ 이내에 3만명의 유동 인구가 있고 학생이 6000여명에 달해 지역 선정이 잘못됐다는 부분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민들이 안정된 마음으로 계시다 가셨으면 한다”며 “각 아파트마다 방역을 철저히 하고 마스크 지급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진천하게 생활하게 된 교민 대부분이 유학생들이라고 들었는데, 이들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진천군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철저한 인재개발원 감시관리와 방역 및 위생용품 지원 등을 전개하고 있다. 송기섭 군수는 교민 도착 직후 현장에서 “진천군의 따뜻한 보살핌과 방역당국 보호속에 교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아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진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여기는 인도] 전교생이 단 1명인 학교와 ‘참교육’ 전하는 스승

    [여기는 인도] 전교생이 단 1명인 학교와 ‘참교육’ 전하는 스승

    인도 동부에 있는 비하르 주(州)에서도 외진 곳에 위치한 가야 지역에는 작은 초등학교가 한 곳 있다. 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단 한 명뿐이다. 전교생이 한 명에 불과한 이 학교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미국 CNN에 소개된 이 학교의 유일한 학생은 잔하비 쿠마리로, 올해 7살인 여학생이다. 작은 어깨에 가방을 메고 수줍은 얼굴로 등교하는 쿠마리를 맞는 사람은 이 학교에 단 두 명뿐인 교사 중 한 명인 프리얀카 쿠마리다. 이 학교는 1972년 개교해 약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엄연한 공립학교지만, 최근 공교육을 불신하는 학부모들이 늘면서 학생 수가 빠르게 줄었다. 인도 교육 당국은 학생에게 자전거와 교복, 신발과 책가방부터 무료 점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를 공립학교에 머물게 하려는 노력을 펼쳐왔지만, 노력이 무색할 만큼 교실은 텅텅 비어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의 뜻에 따라 인근 대도시에 있는 사립학교로 전학을 간 탓이다. 하지만 이 학교의 유일한 학생인 쿠마리의 사정은 다르다.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은 쿠마리의 부모는 딸을 사립학교에 보내기는커녕 교육 자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과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마리는 배움을 원했고 올해 공립 초등학교 입학을 희망하자, 비하르주 교육 당국은 논의 끝에 이를 허가했다.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학교의 명맥을 잇고, 더 나아가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하르주 가야 지역 대표인 다름라자 파스완은 “어떻게 우리가 학교 문을 닫을 수 있겠나. 만약 학교 문을 닫는다면 이 가난한 소녀에게는 정의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아이도 공부할 권리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쿠마르는 현재 두 명의 선생님과 함께 영어 수업에 매진하고 있다. 쿠마르는 “영어로 내 이름을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지금은 영어로 과일의 이름이나 색깔을 말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함께 공부하거나 놀거나 이야기 할 친구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쿠마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는 “오랫동안 차별에 시달려 왔으며, 역사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최하층 카스트 출신의 학생이 헌신적으로 배우려는 모습에 감명받았다”면서 “이 학생이 없다면 우리 교사들도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우리들도 이 소녀를 매일 간절히 기다린다”고 전했다. 쿠마르의 어머니는 “학교가 딸을 위해 계속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쁘고 행복했다”면서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사립학교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다. 만약 이 학교의 지원이 없었다면 내 딸은 문맹으로 살아가야 했을 것”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나치도 유대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지

    나치도 유대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지

    ‘조조래빗’ 독일인 소년·유대인 소녀 ‘세상 끝 동물원’ 생체실험당한 쌍둥이 어린아이 눈으로 바라본 나치·전쟁 참상 그 속에서도 빛났던 인간의 존엄성 전해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지 75년, 그간 나치의 참상을 조명한 작품들은 수없이 탄생했다. 최근 유대계 감독·작가들 손에서 나온 이 작품들은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영화 ‘조조 래빗’과 어피니티 코나 작가의 소설 ‘세상 끝 동물원’이다. ●‘기생충’ 제치고 토론토서 관객상 ‘조조래빗’ 새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조조 래빗’은 아돌프 히틀러를 우상으로 품고 사는 열살 소년 조조의 얘기다. 전쟁 열기에 한껏 고무된 독일인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병정놀이하듯 유쾌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매켄지 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휩싸인다. 와이티티 감독이 직접 연기한 히틀러는 과장된 액션으로 아이를 어르고 달랜다. ‘수백만 목숨을 앗아간 전범을 희화화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에도, 아이의 상상 속 인물이기에 심리적 방어기제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뿔과 꼬리가 있는 유대인’ 같은 허무맹랑한 우생학을 주장했던 히틀러를 상기하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아이러니로 똘똘 뭉친 게 전쟁일 터. 영화는 ‘희로애락을 가득 담은 롤러코스터’(빅토리아 애드보케이트)라는 외신 평처럼, 러닝타임 108분 동안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을 끄집어내 고양시킨다. 지난해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 등을 제치고 관객상을 수상했고, 새달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미국 작가 어피니티 코나의 소설인 ‘세상 끝 동물원’(문학동네)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생체실험을 강요당한 쌍둥이 소녀의 눈을 통해 홀로코스트를 증언한다. 서로의 생각을 모두 공유하는 열두 살 쌍둥이 펄과 스타샤는 우생학 연구에 골몰하던 나치 의사 요제프 멩겔레의 눈에 들어 ‘동물원’이라는 막사로 간다. 실제로 멩겔레는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에서 유전적으로 특이한 아이들 특히 일란성쌍둥이 1500쌍을 대상으로 한 잔악무도한 생체실험으로 악명이 높았던 인물이다. 스타샤는 스스로를 멩겔레의 실험 대상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그 대가로 할아버지와 엄마가 수용소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지만 갑자기 사라진 펄 앞에서 절망한다. ●손자뻘 유대계 감독·작가들의 작품 이들 작품을 만든 와이티티 감독과 코나 작가는 둘 다 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유대계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유대인 어머니를 둔 와이티티 감독은 어려서 인상 깊게 읽었던 크리스틴 뢰넨스의 소설 ‘갇힌 하늘’을 각색해 ‘조조 래빗’을 만들어 냈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코나 작가는 생체실험 생존자 쌍둥이의 증언록 ‘불길의 아이들’을 읽고 10여년 조사와 집필 끝에 2016년 ‘세상 끝 동물원’을 발표했다. 끝끝내 살아남은 선대 이야기에서 이들이 상기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인간의 존엄성이다. ‘조조 래빗’의 조조와 친구 요키는 어른들이 지은 괴담에 맞서 유대인들도 다 똑같은 인간임을 일찌감치 깨닫는다. ‘세상 끝 동물원’ 속 두 자매 옆에는 허기를 달래는 법을 알려 주는 씩씩한 알비노 소녀, 아이들이 좀더 오래 살아남도록 신상정보를 조작하는 일명 ‘쌍둥이 아빠’가 있다. 여기에 두 작품 모두 ‘춤’으로 인간의 자유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조조의 집에 갇혀 지내던 엘사가 해방의 그날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도 춤이며, 우리에 갇혔던 펄이 끝까지 소중하게 간직했던 것도 양심적인 의사 미리가 준 탭 슈즈였다. 아이들에게서 부모, 형제와 함께 춤을 앗아간 전쟁에 대한 반성이 이들 작품에 오롯이 녹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어느덧 9주기… ‘한국문학 어머니’ 박완서를 그리다

    어느덧 9주기… ‘한국문학 어머니’ 박완서를 그리다

    ‘한국 문학의 어머니’ 박완서(1931~2011) 작가의 9주기를 맞아 그의 저작이 재조명되고 있다. 작가의 서문을 모은 책이 새롭게 출간되는 한편 기존 작품들이 오디오북으로 제작되거나 중단편선으로 엮였다.최근 출간된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작가정신)은 작가의 모든 책에 실린 ‘작가의 말’ 67편을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작가의 소회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 그에 대한 고찰을 솔직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그가 남긴 ‘작가의 말’에서 두드러지는 한 가지는 시대의 변화를 목격한 자의 책임감이다.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 온 작가는 전력을 다해 시대를 증언하고자 하는 냉철한 목격자였다. 동시에 온정적인 시선을 잃지 않았던 따뜻한 서술자이기도 했다. “6·25의 기억만은 좀처럼 원거리로 물러나 주지 않는다. 아직도 부스럼 딱지처럼 붙이고 산다”고 얘기하면서도 “나의 부스럼 딱지가 개인적인 질병이 아닌, 한 시대의 상흔”(‘목마른 계절’ 후기, 1978)이라며 시대의 아픔을 함께 경유하는 식이다. 대문호에게도 예외 없었던, 창작의 고통을 다룬 구절도 눈에 띈다. “써지진 않는데 원고 독촉은 빗발칠 때는 아유, 지긋지긋해, 소리가 입에 붙어 있기도 했습니다.”(‘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1989) 그러나 마흔살 당시로는 늦은 나이에 데뷔, 세상을 뜨기 전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작가를 구원하는 것도 역시 문학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뜻하지 않게 닥쳐온 무서운 고통과 절망 속에서 겨우 발견한 출구도 쓰는 일이었으니까요.” 이어지는 작가의 고백이다.문학동네에서는 단편소설 전집(전 7권)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했다. 이정민, 강재형, 김정근 등 MBC 아나운서 17명이 총 97편에 달하는 작가의 단편 전체를 나눠 낭독한다. 기일인 지난 22일 1·2권이 먼저 나왔고, 새달 4일까지 7권 모두가 제작된다. 이어 추모 낭독회도 열릴 예정이다. 대표 중단편을 모은 ‘대범한 밥상’이 리커버 한정판으로 나오고, 동네서점이 선정한 대표 중단편 4편을 엮은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도 출간된다.문학과지성사에서도 작가의 중단편 10편을 엮은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를 출간했다. 문지작가선 7번째 작품집으로 나온 이 책에는 1975년 초기작 ‘도둑맞은 가난’부터 한국전쟁을 견뎌 낸 여성의 이야기 ‘공항에서 만난 사람’, 생명의 고귀함을 다룬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2000년대 작품인 ‘빨갱이 바이러스’ 등 10편이 수록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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