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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살 연하 약혼녀와 헤어져” 전 남아공 대통령의 고백

    “53살 연하 약혼녀와 헤어져” 전 남아공 대통령의 고백

    시티프레스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5세 약혼녀 논카니소 콘코와 갈라섰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말 결별했다. 올해 초 다른 매체 ‘선데이선’은 콘코가 주마와 사이가 안 좋으며,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아들의 ‘부재하는’ 아버지에 대해 절망감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자신이 주마와 함께 있는 사진을 줄곧 올렸던 콘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그런 사진을 지웠다. 주마와 콘코는 어린 아들이 있다. 이들은 현재 별거 상태로 알려졌으며 이에 콘코는 주마 전 대통령이 더반의 발리토 근처에 마련해 준 집에서 나갔다. 콘코의 아버지 파르테스쿠는 현재 딸과 연락이 안되지만 자신은 한 번도 주마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인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2013년 줄루족 갈대 댄스에서 당시 19살인 콘코를 만났다. 콰줄루나탈 출신인 콘코는 줄루족 전통을 유지하는 데 큰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주마와의 관계가 드러나자 그녀는 홍보담당 일을 하고 있던 비영리 여권신장 단체를 그만둬야 했다. 한편 주마는 10년간에 걸친 실정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으며, 부패 연루 사건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법인의 활발발] 헌 부대에 새 술을 담아 보니

    [법인의 활발발] 헌 부대에 새 술을 담아 보니

    얼마 전 지인들에게 한 장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 어느 단체에서 결의한 발표문이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 결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물었다. 독자들께서도 다음의 내용을 보시고 짐작해 보시라. “생명살림의 운동은 이 시대 우리 사회 최고의 운동이다. 상황은 절박하고 시간도 촉박하다. 기후위기와 전면적인 생명의 위기는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한 문제이다. 오늘의 기후 온난화, 생태계 파괴는 내일의 기후파탄과 종의 대절멸로 치닫고 있다. 우리는 뭇 생명, 지구 생명의 위기를 극복할 결정적이며 전면적인 대전환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글을 받은 대부분의 지인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실상사에서 나온 결의문이라고 했다. 혹은 어느 환경단체나 대안적 마을 운동을 하는 곳에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결의문의 중심 말을 보면 출처를 그렇게 짐작할 만하다. 그런 답변을 보내 온 지인들에게 출처를 알려주었다. ‘2020년 2월, 전국새마을지도자 일동’.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1972년 대통령령으로 설치·발족한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가 모태가 된 새마을운동중앙회에서 결의된 내용이다. 이 문건은 실상사에서 마련한 지리산 연찬회라는 공부모임에서 새마을운동 관계자가 발표한 것이다. 나와 인연한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 실로 놀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믿지 않고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의심하거나 무시한다. 왜 그런가. 예부터 행한 행위들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의심과 무시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업적과 한 시절의 영광을 존재의 의미로 지켜간다. 나름의 신념과 가치, 관행을 과감하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바꾸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치와 방향, 사업의 전환은 자신들의 역사의 부정이요 왜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비록 빛과 어둠이 함께하고 있지만, 빈곤과 절망을 걷어내고 근대화에 나름 공헌한 새마을운동은 역사적 가치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박정희의 정신적인 유산을 물려받은 그의 딸의 등장과 그에 기대고 있는 새마을운동의 퇴행이 안타까웠다. 당연 진보적인 사람들을 비롯한 곳곳의 사람들에게 새마을은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로 인식됐다. 그런 새마을운동이 이렇게 변신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의문의 전문에 이어 실천항목을 보았다. 그중 하나가 ‘남을 탓하며 중앙과 지방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생명살림 국민운동을 펼치겠다’는 결의다. 진정성이 보였다. 또 유기농업과 유기농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며 지구온난화와 미세 먼지를 줄이는 운동과 함께 땅심과 밥상을 살려나가는 운동을 결의했다. 철학과 현장 실천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이 보였다. 이런 결의와 실천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렇게 변할 수 있고 변하려는 시도와 용기가 놀랍기만 하다. 새마을운동의 이런 변화와 전환은 대립과 대결의 한국 사회에 성찰과 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지금의 자리가 불변의 진리임을 고집한다면 적대적 관계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각자가 성찰하고 변화할 때 서로를 보는 시선은 변할 것이고, 그 변화는 신뢰와 상호 존중의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새롭다는 것, 그것은 과거와 관행에 머물지 않는 끊임없는 변신을 의미한다. 지금 새마을운동은 미래지향적 현재진행형의 새로움이다. 흔히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 또한 관습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헌 부대에 새 술’도 가능하다. 아니 ‘오래된 부대에 새 술’이라고 해야겠다. 이렇게 변신에 성공한다면 새마을운동은 ‘오래된 미래’로 도약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성찰의 시대,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누리집에 들어가 보니 다음과 같은 말이 가슴을 울린다. “‘생명’을 아끼고 살리며 평등을 넘어선 ‘평화’ 인권을 넘어선 ‘공경’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전 지구적 연대와 확산을 소망합니다.” 미혹의 문명을 넘어서려는 깨달음의 문명으로의 전환이다. 아! 정말 새마을운동 아닌가.
  • 뿌리 깊은 흑인=범죄자, 일상이 된 차별의 삶

    뿌리 깊은 흑인=범죄자, 일상이 된 차별의 삶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끝난 2016년 11월 미국 대선 다음날 미 흑인사회에는 실망과 분노, 공포감이 밀려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인종차별적이고 황당하기까지 한 가짜뉴스를 버젓이 말하고 다니는 미 정치 역사상 ‘최악의 이단아’가 대통령이 됐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에 흑인 사회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3년 6개월여 전 미 흑인사회가 느꼈던 불길한 예감은 결국 틀리지 않았다. 미국에선 흑인이 범죄자로 오해를 받고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자기 집에 멀쩡하게 있던 흑인이 침입자로 오인받아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불심검문도 일상다반사다. 2017년에는 중형 세단을 몰던 흑인 검사가 이유 없이 백인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은 일이 주목받기도 했다.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흑인이 고급 차를 몬 것 자체만으로 불심검문을 받게 됐기 때문이었다. 위조지폐 사건 용의자로 오인받아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역시 ‘흑인=범죄자’라는 잠재적인 인식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흑인을 살해한 가해자들은 대체로 정당방위임을 주장하지만, 결국 인종차별적 동기에 의한 범죄임이 드러나는 경우도 반복된다. 2012년 주유소에서 흑인 소년 조던 데이비스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된 백인 남성 데이비드 던은 사건 현장에서 10대 흑인 소년들이 자신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위협했다고 주장한 10대들 가운데 전과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총기도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 2월 조지아주에서 대낮에 조깅을 하던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를 총으로 쏴 죽인 백인 부자 사건도 이들이 당시 총격으로 쓰러진 피해자에게 인종차별적 비속어인 ‘니거’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최근 살인 혐의재판 청문 절차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소득·실업률 등 통계로 본 ‘삶의 민낯’ 이처럼 인종차별로 인한 사건은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 어떤 대통령보다도 흑인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한 대통령”이라고 자화자찬한다. 자신의 임기 동안 낮아진 흑인 실업률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9월 흑인 실업률은 5.5%까지 떨어지며 미 노동부가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 흑인 빈곤율 역시 2018년에는 1960년대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처럼 보이는 이 같은 통계는 사실 오바마 행정부의 업적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오바마 행정부 동안 흑인의 경제적 삶은 지속적으로 나아져 실업률은 12.6%에서 7.5%로 낮아졌고, 빈곤율 역시 2010년 전후로 낮아지기 시작해 오바마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에 21.8%까지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흑인의 삶을 개선시킨 오바마 행정부의 영향이 트럼프 대통령 때까지 이어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실업률과 빈곤율 하락보다는 소득 격차와 같은 통계를 보는 것이 미국의 현실을 더욱 정확하게 보여 준다. 백인과 흑인의 중위소득은 각각 7만 1000달러와 4만 1000달러로, 흑인은 백인보다 60%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 백인보다 절반밖에 벌지 못했던 1970년대와 비교하면 격차가 좁혀진 것이지만, 이조차도 1970~2000년 사이에 이뤄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연구결과다. 흑백 간 재산 격차는 소득보다 훨씬 더 크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흑인의 순자산은 백인의 10분의1 수준인 1만 7600달러에 불과했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도 6월 첫째주 보도에서 “흑백 간 현재 자산 격차는 1990년대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직장을 갖고 있는 인구로만 비교하기 때문에 실제 경제적 불평등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종차별의 도시 ‘미니애폴리스’ 특히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했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는 미국에서도 가장 인종차별이 심하고 인종 간 격차가 큰 지역으로 꼽힌다. 플로이드의 사망 역시 이 지역의 오랜 인종차별 문화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사회조사(ACS)의 자료를 인용해 2018년 미니애폴리스의 백인 가정의 중위소득은 8만 3000달러, 흑인 가정의 중위소득은 3만 6000달러로 나타나 흑백 간 소득격차가 우리 돈 5700만원인 4만 7000달러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흑인 가정 4곳 가운데 한 곳만이 집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집을 소유한 백인 가정은 76%에 이른다. 이 같은 차이의 배경에는 단순히 소득 격차 때문만이 아닌 20세기부터 내려온 뿌리 깊은 제도적 연원이 자리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는 20세기 전반기에 유색인종에 대한 부동산거래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었는데, 다른 인종끼리 서로 집을 사고팔 수 없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주거환경은 인종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게 됐다. WP는 미네소타대 연구진을 인용해 “인종에 따라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가 확산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도시 주변의 가난한 지역으로 밀려나게 됐다”고 전했다.●위기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흑백 격차 이 같은 불평등은 불황이나 전쟁과 같은 사회적 위기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같은 대위기는 흑인과 같은 사회 밑변의 삶이 얼마나 더 악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였다. AP통신 등은 지난달 미국 각 지역의 코로나19 관련 피해 통계를 집계한 결과, 코로나19 사망자의 42%가 흑인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흑인 인구 비율이 14%인 미시간주에서 흑인 사망은 전체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루이지애나주에선 사망자의 70%가 흑인으로 나타나 이 지역 인구의 흑인 비율(32%)을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흑인들이 감염에 더 취약한 직업을 갖고 있고,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WP는 지난 5일 사설에서 “미국의 인종차별은 1863년 노예해방선언으로도, 1964년 민권법 제정으로도, 2008년 흑인 대통령 당선으로도 해결되지 못했다”면서 “이는 여전히 우리의 문제로 남아 있다”고 썼다. 이코노미스트도 “시위 현장의 흑인들은 자신들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고, 소득·직업·건강 앞에서도 평등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서 “이들의 삶은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미셸 오바마 “분노가 전달되면 역사 바꾼다” 졸업생 축사

    미셸 오바마 “분노가 전달되면 역사 바꾼다” 졸업생 축사

    인종차별 시위 언급하며 투표·집회 등 직접 행동 촉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졸업생들을 위한 축사에서 “분노가 모여 전달되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면서 투표·집회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셸은 7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졸업식을 하지 못한 올해 대학·고등학교 졸업생을 위해 유튜브 영상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축사를 전했다. 그는 “최근 몇달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함께 인종과 권력에 의한 차별 때문에 우리의 기반이 흔들렸다”면서 “현재 일어나는 일들의 원인은 수십년간 방치된 불평등과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할) 모든 답을 가진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면서 “대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불평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셸은 “분노는 강력한 힘이고 잘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노만 홀로 남겨두면 마음을 좀먹고, 혼란을 야기할 뿐이지만 분노가 모이고 여러 방법으로 전달되면 역사를 바꾸는 원천이 된다”고 강조했다. 미셸은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박사와 소저너 트루스, 여성해방운동을 펼친 루크리셔 모트, 노동운동가 세자르 차베스, 성 소수자 차별반대 운동이었던 ‘스톤월 항쟁’ 참가자들을 거론하며 “이들은 모두 분노뿐만 아니라 희망, 원칙, 동정심에도 이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전을 실현하려면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다”면서 “그러려면 자신들의 비전이 의회 권력과 국회의원, 대통령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고 덧붙였다. 미셸은 졸업생들에게 집과 주변 공동체에서부터 행동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거나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을 펼치는 것도 유용하지만 더 나아가 모든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유권자 등록과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는 데 동참하자고 권하라”고 말했다. 미셸은 “특권과 혜택을 덜 가진 사람을 멀리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선 남을 탓하면서 사회적 지위를 얻는 길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이는 당신의 영혼을 죽이고 마음을 냉담하게 만들어 삶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신 당신의 특권과 목소리를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자”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월드피플+] 시위 현장서 외친 사랑의 맹세…길에서 결혼식 올린 커플 (영상)

    [월드피플+] 시위 현장서 외친 사랑의 맹세…길에서 결혼식 올린 커플 (영상)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비무장 흑인이 사망한 이른바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 세계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평화로운 시위대 사이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커플의 모습이 공개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일간지인 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케리 앤 퍼킨스와 미셸 고든 커플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독특한 방식으로 참여하길 원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이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찾은 결혼식 장소는 다름 아닌 시위 현장이었다. 신랑과 신부는 안면부지의 수많은 시위대에 둘러싸여 즐겁게 춤을 췄고, 인종차별 시위를 하던 사람들 역시 이들에게 환호성을 보내며 앞날을 축복했다. 두 사람이 ‘투데이 쇼’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은 평화로운 시위대에 둘러싸여 아름다운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입을 맞추며 평생의 사랑을 약속하는 행복한 신혼부부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해당 영상은 5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온라인상에는 이들의 특별한 결혼을 축하하는 댓글이 쏟아졌다.한 네티즌은 “아름다운 커플의 결혼을 축하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사랑이 필요한 이 시점을 잘 보여준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들의 행복과 사랑을 기원한다. 이들의 결혼식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훗날 두 사람의 아이가 이 모습을 본다면, 2020년에 일어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더욱 특별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부부의 선행도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위해 모아뒀던 돈을 인종차별 피해자 등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쓰기로 약속했다. 부부는 “우리 집에는 이미 필요한 것들이 모두 있다. 그래서 모아둔 돈과 새로 산 가구 등은 기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슬퍼만 하기엔 시간이 아까워… 절망의 끝에서도 행복한 청춘

    슬퍼만 하기엔 시간이 아까워… 절망의 끝에서도 행복한 청춘

    발광병(發光病)은 원인 불명의 불치병이다. “증세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바로 피부에 생기는 이변이다. 빛난다. 밤에 달빛을 쐬면 몸에서 형광색처럼 은은하고 옅은 빛이 난다. 병세가 악화될수록 그 빛은 서서히 더 강해진다. 그래서 발광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설명은 사노 데츠야의 소설 ‘너는 달밤에 빛나고’(박정원 옮김·디앤씨미디어·2018)에서 옮겨 왔다. 일본에서 50만부 판매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을 읽고 감독 쓰키카와 쇼는 곧바로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영화가 소설과 같은 제목의 ‘너는 달밤에 빛나고’(10일 개봉)다. 그는 이전에도 비슷한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쓰키카와 쇼는 스미노 요루의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영화화해 이 작품으로 2018년 일본 아카데미상 남녀 신인배우상과 화제상을 받았다. 확실히 그는 싸구려가 아닌 볼만한 대중영화를 만들 줄 아는 능력을 가진 감독이다. 쓰키카와 쇼가 라이트 노벨 특유의 리듬감을 이해하고 있어서다. 라이트 노벨은 나쁘게 표현하면 클리셰의 반복, 좋게 표현하면 데이터베이스화된 양식을 변주하는 장르다. 두 편의 원작만 놓고 봐도 그렇다. 주인공이 고등학생인 청춘물,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학생과 그 곁을 지키는 남학생의 귀여운 로맨스라는 패턴이 똑같다. 그래서 라이트 노벨과 이를 영화화한 작품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통속성과 상업성만 있을 뿐 작품성은 없다는 논리다. 다른 의견도 있다. 관점에 따라 여기에서 얼마든지 독특한 작품성을 발견해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중 하나가 ‘감정 알고리즘의 변화’다. 암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노벨-영화의 주인공은 비탄에만 잠기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고전 비극의 주인공을 떠올려 보면 둘의 차이가 더 뚜렷해진다. 라이트 노벨-영화의 주인공은 사별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운명에 슬퍼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실천한다. ‘너는 달밤에 빛나고’에서 발광병을 앓는 마미즈(나가노 메이 분)의 버킷리스트를 다쿠야(기타무라 다쿠미 분)가 대신 이뤄 주려는 노력은 이런 맥락에서 자연스럽다. 물론 다쿠야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파르페를 먹는다고 발광병이 치료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덕분에 마미즈는 웃음을 되찾았고 자신의 삶을 좋은 기억들로 채웠다. 이는 다쿠야도 마찬가지다. 이때 분명히 언급해야 할 점은 이들의 태도가 사토리(득도) 세대의 모습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의 등장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는 달밤에 빛나고’ 등의 출현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일본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한국도 유사하게 감정 알고리즘의 변화를 겪는 중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단독] 거래도 출금도 막혔다… 수천억 삼킨 ‘좀비 코인’

    [단독] 거래도 출금도 막혔다… 수천억 삼킨 ‘좀비 코인’

    7억 쏟아 20만원 남은 전직 교사 암호화폐 지식 없이 투자 시작한 60대 지인 끌어들여 月 200만원 ‘홍보 수익’ “불안했지만 ‘연예인 인증샷’ 등에 안심”코인 폭락→ 다른 코인 투자 피해 반복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서 소송 꺼려” 다단계 코인 사기 피해자 김모(55)씨는 지난해 1월 딸의 옛 담임교사인 박모(63)씨 앞에서 손목을 자해했다. 오래전 이혼 후 경남의 한 중소도시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마련한 아파트 담보 대출금 4000만원을 코인 투자로 날린 후였다.  김씨는 투자을 권유했던 박씨가 보상하지 않으면 분신하겠다고 했다. 퇴직교사인 박씨 역시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다. 그도 트레이드코인클럽(TCC)이 발행한 암호화폐 ‘티코인’에 쏟아부은 1억원을 모두 잃었다. 자신의 투자금뿐 아니라 함께 투자했던 지인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박씨는 “나도 다 접고 싶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박씨와 김씨, 두 사람의 인연을 악연으로 바꾼 건 코인 투자였다. 이들의 코인 투자 과정에서 지난 3년간 휩쓸고 간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코인 사기 피해자들 대부분이 두 사람처럼 노후 불안감이 짙은 ‘베이비 붐’ 세대다. 이들은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다. 현재 TCC 피해자 집단 소송 참여자 107명에 대한 조사에서도 5060세대가 55명(5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퇴직 후 당뇨를 앓아 써 주는 곳도 없고 돈을 더 벌 방법도 마땅치 않은데 코인만이 살길로 보였다.” 박씨는 딱 이런 마음이었다. 그의 투자는 백숙이나 먹자던 친분 깊은 지인의 소개로 시작됐다.  “코인이란 게 있는데 지금 1만원 넘지만 조만간 30만원까지 오를거야. 나만 믿고 사 봐.” 지인의 호언장담 사이로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TV 뉴스가 박씨의 귓가에 환청처럼 맴돌았다.  박씨는 처음에는 부인 몰래 코인을 사들였다. 1개 가격이 1만 3000원. 박씨는 지인들을 하위 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매달 200만원 안팎을 수익금으로 받았다. 2018년 1월부터는 임대료 60만원짜리 사무실을 빌려 본격적으로 하위 투자자들을 모았다.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부인도 이즈음 합류했다. 박씨가 굴린 지인들의 투자금은 6억원 규모로 불었다. 그의 TCC 암호화폐 지갑 속 코인은 지인들을 대신해 관리하는 코인 6만개를 합쳐 17만개에 달했다. 상위 사업자들은 그가 불안감을 토로할 때마다 고급 호텔에서의 사업설명회나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 줬다. 이를 사업 순항의 증거로 활용한 셈이다.  꽃길만 걸을 듯했던 그의 행보는 개당 1만 3000원에 매입한 코인이 하루아침에 4분의1인 3000원으로 폭락하면서 끝났다.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 온 지인들의 원망 어린 얼굴부터 먼저 떠올랐다. 그중 교사 시절 애제자의 어머니가 바로 김씨였다. 박씨는 “말년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 막막하다. 집 앞 다리만 보면 극단적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와 지인들이 투자한 코인은 망가졌지만 상위 사업자들은 그새 다른 코인(H3)으로 갈아타 또 투자자들을 꾀었다. 티코인 1개와 새로 만든 코인 8개를 교환해 준다는 뻔한 사기 행각에도 출금이 막힌 하위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렸다. 하지만 새로운 코인조차 200원에서 400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가 한순간 2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박씨 등 피해자들은 그렇게 두 번 울었다.  박씨는 상위 사업자들을 상대로 한 피해자모임의 고소마저 포기한 상황이다. 1인당 부담해야 할 소송 비용 20만원조차 부담스럽게 됐다. 그의 암호화폐 계정에는 TCC 투자로 얻은 티코인 17만개가 출금이 막힌 채 쌓여 있다. 그는 “전 재산과 맞바꾼 코인인데 17만개를 다 팔아도 소송비 20만원도 못 건지는 게 어이없다”면서 허탈해했다. 그 와중에 1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코인 17만개 계정이 사라진다는 경고 공지까지 떴다. 사기꾼들은 살던 아파트까지 처분하고도 2억원 넘게 빚을 떠안은 박씨의 영혼까지 탈탈 털었다.  다단계 코인 사기의 끝은 절망적이다. TCC 국내 1호 사업자에게 아파트·토지 담보 대출, 카드론 등으로 투자한 돈 3억원을 사기당했다는 김모(38)씨는 “월 이자만 300만원을 떠안고 있는데 다 포기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강모(49·여)씨는 암 진단으로 받은 보험금 1150만원을 날려 치료마저 막막하다. 권유안 서울시 민생사법경찰 방문판매수사팀 수사관은 “다단계 사기의 특징 중 하나가 잘 아는 지인끼리 투자 소개를 주고받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신고나 소송에도 적극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노년을 극심하게 방황하며 보낸다. 고교 동창 소개로 코인에 투자했던 7000만원 중 단돈 10원도 회수하지 못한 요양사 한모(52)씨는 울화증으로 얼굴에 열꽃이 피고 공황장애도 앓고 있다. “다른 코인은 위험하지만 내가 상위 투자자들과 친분이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소개했던 둘도 없던 친구는 연락조차 끊겼다. 한씨는 원금이라도 회복하겠다며 돈을 빌려 다시 코인을 사는 지인과 피해자끼리 서로를 등치는 ‘폭탄 돌리기’를 목격하며 절망했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비트코인 투기 광풍 이후 무법지대를 악용한 사기 범죄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사기로 목숨을 끊는 이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단독] 돈도 사람도 잃었다… 절망이 된 ‘코인의 욕망’

    [단독] 돈도 사람도 잃었다… 절망이 된 ‘코인의 욕망’

    “돈을 벌고 싶으십니까? 이 코인에 투자하세요. 여러분은 벼락부자가 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달 초 서울의 한 대형 호텔에서 열린 신규 암호화폐(가상자산) 투자설명회 무대에 선 강연자가 대박을 장담하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이날 설명회는 300명 넘게 몰려 성황을 이뤘다.국내 암호화폐 거래는 2013년 7월 첫 거래소인 코빗이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동시에 국내 다단계 유사수신 업계에서 암호화폐는 새로운 상품으로 각광받으며 등장했다. 국내 첫 다단계 유사수신사범 전문수사관 김현수 서울 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은 7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산업적 성격과 별개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다단계 업체들의 주도로 다양한 투자 상품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다단계 투자는 사기와 사업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는 초창기의 채굴기 투자 방식에서 암호화폐공개(ICO) 투자를 거쳐 ‘증권형 토큰 공개’(STO)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상장 초기 구매한 코인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출현했다. 국내의 암호화폐 관련 다단계 사업들은 금융 피라미드 사기 범죄와 유사해 논란이 된다. 투자 수익이 하위 투자자에서 꼭짓점인 상위 사업자에게로 수렴되는 구조 때문이다. 특히 암호화폐 가치가 하락한 이후부터 사기 피해도 급증했다. 채굴기 사업은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2014년 9월 설립된 비트클럽네트워크는 채굴기 투자자에게 채굴로 확보한 코인을 수익으로 지급하고, 그 일부는 상위 투자자·채굴업체와 나누는 방식을 도입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채굴업체 A사의 국내 1호 투자자 B(47·여)씨가 이 사업을 국내에 들여온 장본인으로 꼽힌다. B씨가 미국 본사를 소개하거나 일부 투자자를 대리해 투자금을 전달하면 본사는 채굴된 코인을 수익으로 투자자에게 분배했다. 서울신문과 만난 B씨는 “당시 500만원 투자자에게는 2018년까지 최대 20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2018년 1월 당시 비트코인 시세는 최대 2500여만원이었다. B씨 주장대로 투자자들이 받은 코인을 최고점에 팔았다면 4년 동안 최대 100배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하지만 A사 역시 2017년 이후 참여한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손해를 입었다. B씨는 “전체 투자자의 15% 정도만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A사 이후 국내 채굴 업체 규모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암호화폐 채굴량과 가격 상승폭이 줄면서 수익률은 현저히 낮아졌다. 2017년 12월 2700억원대의 암호화폐(이더리움) 채굴기 투자 사기로 처음 알려진 마이닝맥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투자자 1만 8000여명에게서 2700억원을 받았다. 투자사 대표는 회사 자금 46억여원을 유용한 혐의(횡령)로 이듬해 5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마이닝맥스 사건을 기점으로 다단계 투자 방식도 ICO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신규 코인 발행을 이유로 투자자를 모은 뒤 해당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해 수익을 분배한다. 하지만 코인 개발이 불발되거나 단기 수익만 노린 불량 코인 등도 난무했다. 2018년 4월 침몰 러시아 함선인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며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SGC)을 발행했던 ‘신일그룹’과 ‘신일그룹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일 국제거래소 전 대표 유모(66)씨는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ICO 방식에 이어 증권형 토큰인 STO형 투자 피해도 나타났다. STO는 암호화폐의 일종인 토큰을 부동산이나 채권 등 회사의 실물자산과 연동해 발행하는 것이다. 일종의 주식처럼 실물자산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사기나 범죄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홍보한다. 지난해 STO 투자자들을 모집한 T사는 현재 사기 혐의로 고소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T사는 증권형 토큰 상장 명목으로 받은 투자금 5억 7000만원에 대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아 피소됐다.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교수는 “증권형 토큰은 ICO와 달리 실물자산과 연계된 증권으로 취급돼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는다”면서 “지금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STO는 공모가 아닌 개인들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모 방식인데,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인원수 제한 등 엄격한 규제가 이뤄진다. 이런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STO는 모두 불법”이라고 단언했다. 올해 들어 상장된 코인에 대한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해외에 기반을 둔 신규 코인이 많다. 초기에 코인을 구매하면 이후 발생하는 코인을 계속 이자로 지급하는 새로운 투자 기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집 중이다. 김대규 온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부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암호화폐 투자도 있지만 무작정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사업은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그동안 실제 제품 판매에 주력해 온 다단계 업체 상당수가 대거 코인으로 업종 전환을 한 상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단독] 거래도 출금도 막혔다… 수천억 삼킨 ‘좀비 코인’

    [단독] 거래도 출금도 막혔다… 수천억 삼킨 ‘좀비 코인’

    7억 쏟아 20만원 남은 퇴직 교사다단계 코인 사기 피해자 김모(55)씨는 지난해 1월 딸의 옛 담임교사인 박모(63)씨 앞에서 손목을 자해했다. 오래전 이혼 후 경남의 한 중소도시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마련한 아파트 담보 대출금 4000만원을 코인 투자로 날린 후였다. 김씨는 투자을 권유했던 박씨가 보상하지 않으면 분신하겠다고 했다. 퇴직교사인 박씨 역시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다. 그도 트레이드코인클럽(TCC)이 발행한 암호화폐 ‘티코인’에 쏟아부은 1억원을 모두 잃었다. 자신의 투자금뿐 아니라 함께 투자했던 지인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박씨는 “나도 다 접고 싶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박씨와 김씨, 두 사람의 인연을 악연으로 바꾼 건 코인 투자였다. 이들의 코인 투자 과정에서 지난 3년간 휩쓸고 간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코인 사기 피해자들 대부분이 두 사람처럼 노후 불안감이 짙은 ‘베이비 붐’ 세대다. 이들은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다. 현재 TCC 피해자 집단 소송 참여자 107명에 대한 조사에서도 5060세대가 55명(5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퇴직 후 당뇨를 앓아 써 주는 곳도 없고 돈을 더 벌 방법도 마땅치 않은데 코인만이 살길로 보였다.” 박씨는 딱 이런 마음이었다. 그의 투자는 백숙이나 먹자던 친분 깊은 지인의 소개로 시작됐다. “코인이란 게 있는데 지금 1만원 넘지만 조만간 30만원까지 오를거야. 나만 믿고 사 봐.” 지인의 호언장담 사이로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TV 뉴스가 박씨의 귓가에 환청처럼 맴돌았다. 박씨는 처음에는 부인 몰래 코인을 사들였다. 1개 가격이 1만 3000원. 박씨는 지인들을 하위 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매달 200만원 안팎을 수익금으로 받았다. 2018년 1월부터는 임대료 60만원짜리 사무실을 빌려 본격적으로 하위 투자자들을 모았다.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부인도 이즈음 합류했다. 박씨가 굴린 지인들의 투자금은 6억원 규모로 불었다. 그의 TCC 암호화폐 지갑 속 코인은 지인들을 대신해 관리하는 코인 6만개를 합쳐 17만개에 달했다. 상위 사업자들은 그가 불안감을 토로할 때마다 고급 호텔에서의 사업설명회나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 줬다. 이를 사업 순항의 증거로 활용한 셈이다.꽃길만 걸을 듯했던 그의 행보는 개당 1만 3000원에 매입한 코인이 하루아침에 4분의1인 3000원으로 폭락하면서 끝났다.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 온 지인들의 원망 어린 얼굴부터 먼저 떠올랐다. 그중 교사 시절 애제자의 어머니가 바로 김씨였다. 박씨는 “말년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 막막하다. 집 앞 다리만 보면 극단적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와 지인들이 투자한 코인은 망가졌지만 상위 사업자들은 그새 다른 코인(H3)으로 갈아타 또 투자자들을 꾀었다. 티코인 1개와 새로 만든 코인 8개를 교환해 준다는 뻔한 사기 행각에도 출금이 막힌 하위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렸다. 하지만 새로운 코인조차 200원에서 400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가 한순간 2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박씨 등 피해자들은 그렇게 두 번 울었다. 박씨는 상위 사업자들을 상대로 한 피해자모임의 고소마저 포기한 상황이다. 1인당 부담해야 할 소송 비용 20만원조차 부담스럽게 됐다. 그의 암호화폐 계정에는 TCC 투자로 얻은 티코인 17만개가 출금이 막힌 채 쌓여 있다. 그는 “전 재산과 맞바꾼 코인인데 17만개를 다 팔아도 소송비 20만원도 못 건지는 게 어이없다”면서 허탈해했다. 그 와중에 1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코인 17만개 계정이 사라진다는 경고 공지까지 떴다. 사기꾼들은 살던 아파트까지 처분하고도 2억원 넘게 빚을 떠안은 박씨의 영혼까지 탈탈 털었다.다단계 코인 사기의 끝은 절망적이다. TCC 국내 1호 사업자에게 아파트·토지 담보 대출, 카드론 등으로 투자한 돈 3억원을 사기당했다는 김모(38)씨는 “월 이자만 300만원을 떠안고 있는데 다 포기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강모(49·여)씨는 암 진단으로 받은 보험금 1150만원을 날려 치료마저 막막하다. 권유안 서울시 민생사법경찰 방문판매수사팀 수사관은 “다단계 사기의 특징 중 하나가 잘 아는 지인끼리 투자 소개를 주고받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신고나 소송에도 적극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노년을 극심하게 방황하며 보낸다. 고교 동창 소개로 코인에 투자했던 7000만원 중 단돈 10원도 회수하지 못한 요양사 한모(52)씨는 울화증으로 얼굴에 열꽃이 피고 공황장애도 앓고 있다. 한씨는 원금이라도 회복하겠다며 돈을 빌려 다시 코인을 사는 지인과 피해자끼리 서로를 등치는 ‘폭탄 돌리기’를 목격하며 절망했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암호화폐 사기로 목숨을 끊는 이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단독] “돈 잃고 사람 잃어 인생 포기”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그림자

    [단독] “돈 잃고 사람 잃어 인생 포기”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그림자

    코인 사기로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피해자들표적이 된 기술 취약 중장년층 “노후 막막” 울상사기 판치는 코인 시장 관리·감독 절실다단계 코인 사기 피해자 김모(55)씨는 지난해 1월 딸의 옛 담임교사인 박모(63)씨 앞에서 손목을 자해했다. 오래 전 이혼 후 경남의 한 중소도시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마련한 아파트 담보 대출금 4000만원을 코인 투자로 날린 후였다. 김씨는 투자를 권유했던 박씨가 보상하지 않으면 분신하겠다고 했다. 퇴직교사인 박씨 역시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다. 그도 ‘인공지능(AI)이 코인을 사고 팔아 투자금을 불려준다’는 암호화폐 다단계 투자업체 트레이드코인클럽(TCC)과 이 업체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티코인’에 쏟아부은 1억원을 모두 잃었다. 자신의 투자금 뿐 아니라 함께 투자했던 지인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박씨는 “나도 다 접고 싶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박씨와 김씨, 두 사람의 인연을 악연으로 바꾼 건 코인 투자였다. 이들의 코인 투자 과정에서 지난 3년간 휩쓸고 간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코인 사기 피해자들 대부분 두 사람처럼 노후 불안감이 짙은 ‘베이비 붐’ 세대들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낮아 사기꾼들의 표적이 된다. “퇴직 후 당뇨를 앓아 써주는 곳도 없고 돈을 더 벌 방법도마땅치 않은 데 코인만이 살 길로 보였다.” 박씨는 딱 이런 마음이었다. 그의 투자는 백숙이나 먹자던 친분 깊은 지인의 소개로 시작됐다. “코인이란 게 있는 데 지금 1만원 넘지만 조만간 30만원까지 오를거야. 나만 믿고 사봐.” 지인의 호언장담 사이로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TV 뉴스가 박씨의 귓가에 환청처럼 맴돌았다. 박씨는 처음에는 부인 몰래 코인을 사들였다. 1개 가격이 1만 3000원. 박씨는 지인들을 하위 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매달 200만원 안팎을 수익금으로 받았다. 2018년 1월부터는 임대료 60만원짜리 사무실을 빌려 본격적으로 하위 투자자들을 모았다.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부인도 이즈음 합류했다. 박씨가 굴린 지인들의 투자금은 6억원 규모로 불었다. 그의 TCC 암호화폐 지갑 속 코인은 지인들을 대신해 관리하는 코인 6만개를 합쳐 17만개에 달했다. 상위 사업자들은 그가 불안감을 토로할 때마다 고급 호텔에서의 사업설명회나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줬다. 이를 사업 순항의 증거로 활용한 셈이다. 꽃길만 걸을 듯 했던 그의 행보는 개당 1만 3000원에 매입한 코인이 하루 아침에 4분의 1인 3000원으로 폭락하면서 끝났다.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온 지인들의 원망어린 얼굴부터 먼저 떠올랐다. 그 중 교사 시절 애제자의 어머니가 바로 김씨였다. 박씨는 “말년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 막막하다. 집 앞 다리만 보면 극단적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와 지인들이 투자한 코인은 망가졌지만 일부 상위 사업자들은 그새 다른 코인(H3)으로 넘어가 또 투자자들을 꾀었다. 티코인 1개와 새로 만든 코인 8개를 교환해준다는 뻔한 사기 행각에도 출금이 막힌 하위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렸다. 하지만 새로운 코인조차 200원에서 400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가 한순간 2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박씨 등 피해자들은 그렇게 두 번 울었다.‘TCC 사건’ 피해자모임 대표 김희수(40)씨는 현재 집단 고소를 준비 중이다. 개인 피해자들이 전국 각국에서 진정을 넣어 개별 수사가 진행 중이만 집단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단 소송의 대리인인 최우석 변호사는 “TCC가 트레이딩 시스템의 핵심으로 앞세운 AI를 직접 본 사람이 없어 사업의 실체성이 없는 폰지 사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폰지 사기란, 하위 사업자의 돈으로 상위 사업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말한다. 이어 최 변호사는 “TCC는 국내에 다단계 법인으로 등록도 하지 않았다”면서 “방문판매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Top 20’ 상위 사업자로 알려진 이들은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하는 모양새다. 피해자들에 의해 가해자로 지목된 정모(41)씨는 “나도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본 금액이 있어 상위사업자라 칭하면 곤란하다”면서 “회사쪽 사람이 아니라서 본사와도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박씨는 상위 사업자들을 상대로 한 피해자모임의 고소마저 포기한 상황이다. 1인당 부담해야 할 소송 비용 20만원조차 부담스럽게 됐다. 그의 암호화폐 계정에는 TCC 투자로 얻은 티코인 17만개가 출금이 막힌 채 쌓여 있다. 그는 “전재산과 맞바꾼 코인인데 17만개를 다 팔아도 소송비 20만원도 못 건지는게 어이없다”면서 허탈해했다. 그 와중에 1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코인 17만개 계정이 사라진다는 경고 공지까지 떴다. 사기꾼들은 살던 아파트까지 처분하고도 2억 넘게 빚을 떠안은 박씨의 영혼까지 탈탈 털었다. 다단계 코인 사기의 끝은 절망적이다. TCC 국내 1호 사업자에게 아파트·토지 담보 대출, 카드론 등으로 투자한 돈 3억을 사기 당했다는 김모(38)씨는 “월 이자만 300만원을 떠안고 있는 데 다 포기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강모(49·여)씨는 암 진단으로 받은 보험금 1150만원을 날려 치료마저 막막하다. 권유안 서울시 민생사법경찰 방문판매수사팀 수사관은 “다단계 사기의 특징 중 하나가 잘 아는 지인끼리 투자 소개를 주고받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신고나 소송에도 적극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노년을 극심하게 방황하며 보낸다. 고교 동창 소개로 코인에 투자했던 7000만원 중 단돈 10원도 회수하지 못한 요양사 한모(52)씨는 울화증으로 얼굴에 열꽃이 피고 공황장애도 앓고 있다. “다른 코인은 위험하지만 내가 상위 투자자들과 친분이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소개했던 둘도 없던 친구는 연락조차 끊겼다. 한씨는 원금이라도 회복하겠다며 돈을 빌려 다시 코인을 사는 지인과 피해자끼리 서로를 등치는 ‘폭탄 돌리기’를 목격하며 절망했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비트코인 투기 광풍 이후 정부가 암호화폐를 무시하는 정책 기조를 지속하면서 무법지대를 활용한 사기 범죄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암호화폐 사기로 목숨을 끓는 이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며 제도권 안에서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 추적기’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받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인공항문’으로 살고 싶지 않아”…30대 남성의 죽음 허락한 英법원

    “’인공항문’으로 살고 싶지 않아”…30대 남성의 죽음 허락한 英법원

    영국 법원이 질병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생을 이어갈 수 없다며 ‘죽을 권리’를 요구한 남성에게 죽음을 허락했다. BBC 등 현지 언론의 4일 보도에 따르면 30대로 알려진 이 남성은 잉글랜드 사우스요크셔에 있는 한 병원에서 10년 가까이 대장 질환과 관련한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증상이 악화됐고 결국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의료진은 그가 수술 후 생존 가능성이 60~70%로 비교적 높다고 말했지만, 대장과 항문 기능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영구적으로 인공항문에 배변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아 평생 배변주머니를 착용해야 하는 결과가 생길 것을 대비해 일종의 유언을 남겼다. 그는 “(인공항문과 배변주머니를 단 상태로) 어떻게 일자리를 구하고 연애를 할 수 있을까”라면서 배변주머니를 평생 달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삶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내용을 밝힌 그의 부모는 “아들의 뜻을 존중한다. 아들은 영구적으로 인공항문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삶을 원치 않는다”면서 현지 법원에 아들의 죽음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병원 측을 통해 법적 판결을 맡은 헤이든 판사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의료진으로부터 이 남성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동시에 부모를 통해 남성이 남긴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이틀 후인 3일, 판사는 “(평생 배변주머니를 차야 하는 상황은) 이 남성에게 그저 간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30대의 젊은 남성에게는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며 인공항문을 단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 어떤 지지나 사랑, 또는 이해도 그의 마음을 변화시키기 어려웠다”면서 “이미 10년 동안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견뎌내야 했고 삶의 질이 떨어진 상태였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낮아지고 인간관계도 점차 좁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사는 이 남성의 요청에 대해 “이 케이스는 단순히 죽음을 택하는 것에 대한 사건이 아니라, 삶의 끝을 구상하고 통제하는 성인의 능력에 대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의료진은 환자의 바람대로, 현재 집중치료실에 있는 환자에게 영양제와 산소 공급을 중단하고, 삶을 마감할 때까지 말기 환자들이 모인 요양센터 등에 머물게 하도록 명령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크론병 및 대장암 환자를 지원하는 자선단체 측은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인공항문이나 배변주머니를 찬 환자들도 수술 후 생존율이 높은데, 이번 사례가 같은 질병을 앓는 환우들에게 도리어 절망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지의 한 전문가는 “영국에서만 약 20만 명의 사람들이 인공항문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일부는 인공항문 등을 통해 목숨을 건지고 살아남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고 가족을 이루고 꿈을 이루는 등 충실한 삶을 위한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금요칼럼] 우리가 몰랐던 다산 정약용/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우리가 몰랐던 다산 정약용/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산 정약용을 잘 안다. 나 역시 유명한 그 실학자를 꽤 잘 안다고 은근히 자부했으나 내가 모르는 사실이 너무 많다. 얼마 전 한 권의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일제강점기에 최익한 선생이 쓴 글인데 낯선 이야기가 많았다(‘여유당전서를 독함’, 송찬섭 편, 서해문집, 2016). 현대인이 전혀 모르는 정약용에 관한 설화들이 구한말까지도 널리 퍼져 있었다. 최익한은 정약용 연구를 시작한 학자였는데 월북했기 때문에 남쪽에서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는 어린 시절 고향인 울진에서 한문을 배웠다. 그때 훈장님들로부터 정약용에 관한 일화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눈치 빠르고 재기발랄한 재담꾼 정약용의 모습이 담긴 이야기들이었다. 최 선생이 기록한 설화를 좀 소개해 볼까 한다. 정약용은 열다섯 살 때 풍산 홍씨와 결혼했다. 처가 쪽 친척인 홍인호가 “사촌 매부가 삼척동자구나”라고 정약용을 놀렸다. 그 당시 정약용의 키가 작았다. 나중에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컸다고 하는데, 그렇게 놀림을 당하자 정약용은 바로 말폭탄을 던졌단다. “중후한 장손이 경박한 소년일세.” 축하객들은 신랑이 대담한 데다 재치가 뛰어나서 모두 혀를 내둘렀단다. 정조와 정약용의 재주를 비교하는 이야기도 있다. 임금과 신하가 서로 말장난을 주고받았다는 설화가 강원도와 경상도의 식자층에 널리 퍼져 있었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할 일이다. 정조가 말장난을 시작했다는데, “말이 마치(馬齒) 하나둘 이리(一二)”라고 했단다. 곧 정약용이 응수하기를 “닭의 깃이 계우(鷄羽ㆍ겨우) 열다섯 이오(一五)”라 했다. 다시 정조가 “보리 뿌리 매끈매끈(麥根)”이라고 말을 이었다. 이에 정약용은 “오동 열매 동실동실(桐實)”이라고 화답했다. 정말로 정약용과 정조가 이런 말장난을 벌였는지는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은 두 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 당시 사람들은 정조와 정약용의 사이가 매우 돈독하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조정에는 인재가 넘쳐났으나 정약용만큼 정조의 아낌을 받은 신하는 없었다는 뜻이다. 둘째, 정조와 정약용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재기발랄한 수재라는 뜻이다. 그럼 두 사람 중에서 누가 더 똑똑하다고 사람들은 판단했을까. 설화에 따르면 단연코 정약용이 한 수 위였다. 어느 날 둘이서 다시 내기를 벌였단다. 같은 글자를 세 번 반복해 만든 한자를 찾기로 했다. 수정 정(晶), 간사할 간(姦), 물 아득할 묘(?) 등 이런 글자가 많아 쉽게 끝나지 않을 시합이었다. 문득 정약용이 왕에게 말을 걸었다. “전하께서는 이 한 글자를 모르실 것입니다.” “그게 무엇인가.” “석 삼(三)입니다. 일(一) 자를 세 개 모은 것입니다.” 과연 정조가 쓴 답안에는 이 글자가 없었다. 정약용의 승리였다. 선비들은 정약용의 재주를 부러워한 나머지 그를 골탕 먹이기 위해 꾀를 냈다. 그들은 함께 모여서 한 장의 편지를 썼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괴상망측한 옛날 글자(古字)만 골라서 지면을 메웠다. 인편에 그 편지가 정약용에게 배달됐다. 정약용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단숨에 답장을 써 주었다. 답장을 받은 선비들은 한 글자도 읽지 못해 함께 자전을 뒤적이며 가까스로 해독했다. 정약용은 그들이 보낸 편지를 또 다른 옛 글자로 옮겨 적은 것이었다. 정약용은 하늘이 내린 재상감이었다. 설화에는 그런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이후의 실제 역사는 모두가 아는 대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는 긴 세월 동안 유배객의 쓰라림을 겪어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은 그가 절망하지 않고 학문에 힘써 503권의 저서와 함께 역사 앞에 우뚝 섰다는 사실이다.
  •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구호와 막말로 살펴 본 ‘조지 플로이드’ 사태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비무장한 흑인 시민이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5일(현지시간)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46)가 숨지기 전 내뱉은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는 호소는 차별에 항의하며 거리에 나선 이들의 구호가 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진압과 해산을 강조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상황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맞부딪친 구호와 발언들을 통해 미국 인종차별 시위를 살펴봤다.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백인 경찰 데릭 쇼빈(43)의 무릎에 짓눌려 제대로 호흡할 수 없었던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가 호소했지만 쇼빈 경관은 무려 8분 46초 동안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결국 그를 숨지게 했다. 플로이드의 호소는 인종차별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는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좌절과 겹치면서 이번 시위의 대표적 구호가 됐다.이 표현은 앞서 2014년 뉴욕시에서 벌어진 유사한 사건에서 먼저 등장했다. 흑인 에릭 가너는 불법 담배를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이 졸렸는데, 그 역시 사망하기 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너의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로, 경찰의 목조르기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2014년의 시위에서 시위대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외쳤다. ‘목 조르기’ 체포술 도마에…일부 경찰서는 폐지 선언 한편 이러한 외침을 낳은 ‘목 조르기’ 체포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지방정부들은 목 조르기 등 강압적인 체포 방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전미 유색인종 지위 향상협회(NAACP)는 지난 3일 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을 향해 목 조르기 체포 방식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대부분의 경찰당국은 다양한 형태의 목 조르기 또는 목 누르기를 체포 과정에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에도 일리노이주 시카도에서 쇼핑몰을 찾은 20대 흑인 여성이 경찰관에게 ‘목 누르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3일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경찰은 ‘경동맥 구속’(목 주위 혈관을 압박해 뇌로 흘러가는 피를 차단해 용의자를 실신시키는 체포술)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목 조르기 체포술을 금지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주 경찰의 목 조르기 체포 훈련을 즉각 중단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줄여서 BLM이라고도 일컫는 구호는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벌어진 ‘짐머만 사건’에서 비롯됐다. 동네 방범대원이었던 히스패닉계 혼혈 조지 짐머만(당시 29세)은 순찰 중 후드티를 입고 길을 가던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당시 17세)을 쫓아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총을 쏴 살해했다. 당시 마틴은 편의점에선 산 사탕을 들고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었을 뿐이지만, 짐머만은 마틴이 ‘마약과 관련된 것 같은 수상한 흑인’이라고 생각해 뒤를 쫓은 것이었다.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비무장 10대 소년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쫓아가 살해한 것만으로도 인종차별 논란이 뜨겁게 불거졌는데, 짐머만이 ‘정당방위’로 무죄 평결을 받으면서 공분이 치솟았다. 곳곳에서 시위가 잇따랐고, 이때 처음으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등장했다. BLM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에 반대하는 흑인민권운동 그 자체가 됐다. BLM은 상부 조직이 있는 단체의 형태는 아니지만 지역별로 느슨한 형태로 존재한다. 뚜렷한 가입 절차 없이 다양성·공감 등 몇 가지 원칙을 지키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같이하면 그 일원이 되는 식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형태로 구호와 주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또 미국을 넘어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펼쳐지는 등 국제적 운동이 됐다.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 BLM이 확산하면서 이를 조롱하거나 반대하는 구호도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는 문장이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말을 비틀어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냐’는 조롱이 깔려 있는 표현이다. ALM으로 BLM을 반박하는 이들은 시위 과정에서 흑인이 아닌 경찰관이 희생되고, 한편에서는 치안 부재를 틈타 약탈이 벌어지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두고 일부의 일탈을 전체로 싸잡아 매도하지 말라는 의견과 엄연히 병존하는 현실이라는 반박이 부딪친다. 그러나 ALM이 지적하는 문제들이 해소돼도 흑인을 향한 공권력 남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BLM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것이지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다’고 외치는 게 아니다. ALM에 대해 만화가 크리스 스트라웁은 만평을 통해 “불이 난 집을 놔두고 ‘모든 집이 중요해’라며 멀쩡한 집에 소방호스를 갖다 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백인 경찰 저격’ 댈러스 사건으로 BLM 운동 상처 차별은 갈등을 부르고, 증오를 싹틔운다. 증오는 사람들의 분노를 잘못된 관행 및 구조가 아닌 무고한 이들로 향하게 한다. 이것이 대립을 키우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2016년 댈러스 저격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BLM 행진이 진행되던 중 벌어진 사건으로, 흑인 마이카 존슨(당시 25세)은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 중 백인만 노려 저격해 5명을 살해했다. 열흘 뒤 루이지애나 주에서 비슷한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BLM 운동은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통합 대신 분열 부르는 트럼프의 말말말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사태를 진정시키고 통합과 치유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짐머만에 대한 무죄 평결 당시 시위가 격화하자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차분히 되돌아보자”면서 판결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댈러스 저격 사건으로 희생된 경찰관 5명의 추모식에서는 “미국은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절망에 거부해야 한다”며 통합을 향한 노력을 호소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댈러스 사건에 대해 “우리는 결코 피와 출신 배경으로 묶이지 않았으며 공통의 이상으로 맺어졌다‘면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당부했다. 이처럼 인종차별로 미국이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을 때마다 최고지도자들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통합과 희망을 강조했다. “약탈하면 발포”에 담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 그러나 최근 플로이드 시위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그는 일단 시위대를 급진좌파(ANTIFA)로 싸잡으며 이념적 편가르기를 시도했다. 또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으며 “폭력배(Thugs)”라고 칭했다. ‘Thug’는 단순히 폭력배라는 뜻을 넘어 몇 년 전부터는 ‘흑인 폭력배’라는 인종차별적 의미가 깔린 단어다.분명 시위 사태 속 혼란을 틈타 자행되는 약탈과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러나 정당한 주장을 앞세운 시위대와 약탈을 일삼는 폭도를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한데 묶어 비난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인종차별적 법 집행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는 심지어 “약탈이 시작되면 사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시위 진압에 발포를 허가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아무리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라도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선을 넘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도 시작될 것(When the r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라는 (운까지 맞춘) 표현은 트럼프가 처음 한 말이 아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NPR)에 따르면 이는 월터 해들리 마이애미 경찰청장이 1967년 청문회에서 썼던 표현이다. 극심한 편견을 갖고 있던 그는 흑인들을 상대로 강경한 진압을 자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 역시 소방호스와 경찰견까지 동원해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불 코너 버밍햄 경찰국장의 말을 빌려왔을 것이라고 NPR은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발포’ 발언은 단순히 약탈 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을 넘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가 담겨 있는 표현인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There Is A Better Way!)” 한편 공권력 남용으로 흑인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대해 흑인 사회의 고민도 깊다. 지난 5월 3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45세 흑인 남성이 “형제자매들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데 이제 지쳤다. 난 죽을 각오가 돼 있다”며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자 또 다른 흑인 남성 커티스 헤이스(31)가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헤이스는 시위에 참가한 16세 소년을 향해 “16살인 네가 해야 할 일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거야. 왜냐하면 지금 어른들이 하고 있는 이 짓(시위)은 전혀 안 먹히거든”이라고 외쳤다. 그는 “저 아저씨, 46살인데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나도 31살 먹고 분노하고 있다. 겨우 16살인 너도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위험한 길은 네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라고 호소했다. 헤이스는 4년 전 샬럿에서 무고한 흑인 시민이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을 때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었다며 “매일 밤마다 했는데 전혀 바뀌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년에게 “너와 다른 젊은 친구들은 힘이 있다”면서 “너희들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같은 윗 세대들은 그러질 못했으니까”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외침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됐고 #ThereIsABetterWay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됐다. 헤이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46년 동안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커져간 그의 가슴 속 구멍을 봤다”면서도 “16세 소년이 복수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싸움에 임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거쳐 흑백분리를 법적으로 폐지한 이후 흑인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미국 흑인 사회는 여전히 차별에 좌절하고 있다. 법적으로 평등해졌지만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로 상당수의 흑인들이 여전히 하위 계층에 머물러 있다. ‘공권력 남용에 희생되는 흑인이 많은 것은 흑인 범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구조적 차별을 외면한 것에 가깝다. 매번 시위에 나서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더 후벼파고 있는 게 작금의 미국이다. 헤이스가 걱정했던 16세 소년이 31세, 46세가 되었을 때에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는 21세기에도 미국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홍걸, 김여정 경고에 “협박보다 ‘숨은 메시지’ 봐야”

    김홍걸, 김여정 경고에 “협박보다 ‘숨은 메시지’ 봐야”

    “자존심 때문에 노골적으로 교류 제안 못 해”“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숨은 메시지 주목”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성명에 대해 “우리 측에게 성의를 보여주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 부부장이 과연 대북 전단 정도의 작은 일 때문에 직접 나섰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금 북측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로 어렵던 나라 사정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자존심과 체면을 지켜야 하기에 노골적으로 남측에 교류 재개를 제안할 수도 없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은 “북측의 말은 항상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협박보다, 그 반대의 경우 우호적인 태도로 바뀔 수 있다는 숨은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 아들인 김 의원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은 이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그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6·15(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선의와 적의는 융합될 수 없으며 화합과 대결은 양립될 수 없다”며 “기대가 절망으로, 희망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세상을 한두 번만 보지 않았을 테니 최악의 사태를 마주 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여정 담화 뒤…靑 “남북합의 지켜져야”·통일부 “대북전단 중단돼야”(종합)

    김여정 담화 뒤…靑 “남북합의 지켜져야”·통일부 “대북전단 중단돼야”(종합)

    “접경지역 긴장조성 행위 개선방안 고려 중” 청와대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기존의 남북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018년 잇단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각종 남북 합의가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파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갔지만, 이날 개최 예정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날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의 긴장 요소로 이어진 사례에 주목해 여러 차례 전단 살포 중단에 대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살포된 전단의 대부분이 국내 지역에서 발견되고 접경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여건을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방안을 이미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군사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제1부부장 명의 대남 비난 담화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묻는 말에 이런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 담화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하지 않았다. 최 대변인은 북측이 먼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상황에서 군사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실효적으로 지켜지는 부분들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김여정, ‘삐라’에 발끈…“군사합의 파기 각오” 이날 새벽 김 제1부부장은 탈북민의 대북 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그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6·15(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선의와 적의는 융합될 수 없으며 화합과 대결은 양립될 수 없다. 기대가 절망으로, 희망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세상을 한두 번만 보지 않았을 테니 최악의 사태를 마주 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면서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노동신문 게재…“탈북민 좌시 않을 것” 경고 이번 담화에서는 지난달 31일 이뤄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당시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대북전단에는 ‘7기 4차 당 중앙군사위에서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 등을 실었다. 김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가 나온 것은 올해 3월 3일과 같은 달 22일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나 이번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던 이전과 달리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서도 게재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전단 살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내부적으로는 탈북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한 경고와 주민들에게 권력 2인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보인 것으로도 보인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그저 살고싶을 뿐” 美 12살 소년이 사망 흑인에게 바치는 노래 큰 울림

    “그저 살고싶을 뿐” 美 12살 소년이 사망 흑인에게 바치는 노래 큰 울림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1명이 목숨을 잃은 뒤 미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12살 어린 소년이 망자에게 바치는 노래가 미국 사회에 큰 울림을 던졌다. CBS와 NBC 등은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의 한 소년이 미국에서 ‘젊은 흑인 남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애환을 담은 노래로 큰 주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사는 키드론 브라이언트(12)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마음속 이야기를 노래로 불러보았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이라는 말과 함께 직접 만든 노래를 선보였다. 흑인차별에 항의하는 티셔츠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서서 소년이 열창한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나는 젊은 흑인 남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 주위를 둘러보면 매일같이 같은 종족에게 벌어지는 일. 나는 먹잇감으로 사냥당하고 있는 거야.” “분쟁을 원하지 않아. 우리는 충분히 분투했지. 난 그저 살고 싶을 뿐. 신이시여 나를 지켜주소서. 그저 살고 싶을 뿐입니다.” 소년은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에 대한 애도와 함께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애환을 노래에 담아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24일 종영한 NBC ‘리틀 빅 샷’(Little Big Shots)이라는 어린이 오디션 시즌4에 가스펠 싱어로 참가한 소년의 노래는 미국 흑인사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 자넷 잭슨 등이 소년의 노래를 공유하며 지지를 표했다. 영화 ‘블랙팬서’에서 나키아 역을 맡았던 흑인 배우 루피타 뇽오는 “소년은 이 노래를 부를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분을 감추지 못했다.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백인 영화배우 에바 롱고리아는 “하느님 이 소년을 보호해주소서”라며 소년의 안전을 기원했다. 오프라 윈프리 역시 축복을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며 소년을 언급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2살 소년 키드론 브라이언트는 강력한 노래로 자신이 느끼는 절망감을 표현했다”면서 “상황은 다를지라도 그들의 고뇌는 동일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비무장 상태였던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백인 경찰인 데릭 쇼빈의 무릎에 목이 짓눌린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는 “숨을 못 쉬겠다”고 애원하다 끝내 사망했다. 이후 경찰의 과잉진압과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DC는 물론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유혈 시위가 잇따르면서 30일 미국 정부는 16개주와 25개 도시에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플로이드를 사망에 이르게 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은 3급 살인과 우발적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에 송구…검찰 수사는 충격”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에 송구…검찰 수사는 충격”

    회계관리 부실과 전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민주당 당선인의 후원금 사적 유용 의혹이 제기된 정의기억연대가 27일 일본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최근 논란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에서 연 2차 기자회견 내용에는 “안타깝게 지켜봤고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지난 30년간 투쟁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지금도 해소되지 않은 원인을 스스로 돌아보고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에서는 “고통과 좌절, 절망과 슬픔의 시간”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의연은 “검찰은 20일 약 12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21일에는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가 계신 마포 쉼터에 들이닥쳤다. 쉼터자료를 제출하기로 검찰에 합의한터라 슬픔과 충격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정의연은 검찰의 모든 수사에 협조적이었으며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려고 했다”며 “공정한 수사와 신속한 의혹 해소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 이사장은 “단독이라는 이름하에 왜곡과 짜깁기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상처가 아물길이 없다”며 “운동의 자성과 변화를 요구한 피해자의 목소리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진실을 외면하고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를 짓밟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가공돼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 화살은 정의연 운동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은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하고 유추할 시간이 필요하고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입을 열어 이번 문제의 본질을 찾아가고 있다”며 “늘 그래왔듯 그 속에서 답을 찾을 것이며 그렇게 더욱 단단한 연대를 구축하려 한다”고 밝혔다. 정의연 지지단체 100여명은 이날 소녀상 옆에 모여 ‘정의연을 응원한다’ 수요시위를 함께 지켜달라 ‘언론개혁’ 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소녀상 건너편 인도에는 자유대한호국단, 엄마부대,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위원회 등이 ‘소녀상을 철거하라’ ‘윤미향을 구속하라’며 맞불집회를 열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속보] 정의연 “할머니 비판 30년 활동 재점검하란 뜻”

    [속보] 정의연 “할머니 비판 30년 활동 재점검하란 뜻”

    정의기억연대 회계관리 부실과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후원금 사적 유용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의연이 27일 열린 일본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지난 1주는 고통과 좌절, 절망과 슬픔의 시간이었다”며 울먹였다. 이 이사장은 “검찰은 20일 약 12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21일에는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가 계신 마포 쉼터에 들이닥쳤다. 쉼터자료를 제출하기로 검찰에 합의한터라 슬픔과 충격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25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을 대구에서 개최해 정의연 등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안타깝게 지켜봤고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지난 30년간 투쟁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지금도 해소되지 않은 원인을 스스로 돌아보고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호소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이용수 할머니 입에 쏠린 눈…“갈등 부각 대신 정부에 해결 촉구하시길”

    이용수 할머니 입에 쏠린 눈…“갈등 부각 대신 정부에 해결 촉구하시길”

    대구 지인들 “윤미향과 갈등 본질 아니다”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전 정의연 대표)의 후원금 유용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이용수(92) 할머니가 오는 25일 기자회견을 연다. 지난 7일 기자회견, 12일 입장문에 이은 3번째 입장 표명이자 최근 논란과 관련한 마지막 견해를 밝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이 할머니는 과연 어떤 심정을 전할까. 21일 서울신문이 대구에서 만난 이 할머니의 지인들은 “윤 당선자와의 갈등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할머니가 진심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가 빨리 해결책을 마련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할머니는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 온 지인들의 의견을 듣고, 생각을 정리한 다음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봉태 변호사 “할머니, 문제 해결 소극적인 정부에 절망”이 할머니와 가까운 최봉태 변호사는 이날 서울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문제의 본질은 이 할머니와 윤 당선자간 갈등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할머니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씀은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정부가 이제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장인 최 변호사(법무법인 삼일)는 2000년대 초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 대표를 지낸 일제피해 관련 소송 전문 대리인이다. 최 변호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의 이 할머니 주장들에 대해 “이 문제의 원인에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와 윤 당선자에 대한 할머니의 서운함이 있다”면서 “본질은 지적하지 않은 채, 윤 당선자와 할머니 사이의 갈등만 부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특히 문재인 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고 일제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이 할머니는 절망감과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면서 “왜 살아 있는 피해자인 할머니의 인권을 외면한 채 피해자 구제에 나서지 않느냐”고 지적했다.이 할머니가 밝힌 수요시위 불참 의사에 대해서도 최 변호사는 “할머니 본인께서 해오신 지난 30년간의 투쟁을 부정하거나 수요시위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 “윤미향, 연대와 소통 제대로 못해” 윤 당선자와 정의연에 대해서는 “윤 당선자가 자신을 이어갈 지도자를 정의연에서 길러내지 못해 이 할머니가 불안함을 느끼신 것 같다”면서 “강제동원 피해자 등 다른 피해자와 윤 당선자가 제대로 연대와 소통을 하지 못해 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의 불만이 터져나오게 한 것 역시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최 대표는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배경으로 윤 당선자를 지목한 바 있다. 실제로 대구에서 만난 이 할머니의 측근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 이후 윤 당선자와의 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논란이 번지는 것을 우려했다. 이 할머니가 평소 교류하던 지인들과 상의 없이 최용상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이 할머니들과 관계된 여러 이해 당사자들, 그리고 할머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여러 의견들을 모아 할머니께 전달할 것”이라면서 “(25일 기자회견만큼은) 윤 당선자나 정의연과 대립하기보다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대의를 전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25일 오후 2시 대구 찻집에서 기자회견할 듯이를 위해서라도 측근들은 “기자회견 전에 이 할머니가 충분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또 다른 논란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윤 당선자와의 만남을 두고 언론이 갖은 해석을 내놓으면서 이 할머니는 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일단 이 할머니는 이날 시민모임 관계자들을 만나 기자회견 장소와 시간, 내용 등을 간단하게 논의했다. 명확하게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이 할머니는 25일 오후 2시쯤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대구의 한 찻집에서 입장을 밝히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우리 이사회에서 몇 가지 논의한 안을 할머니께 전달을 드렸지만, 할머니가 편하게 결정을 내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의 기자회견 참석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다만 지난 19일 윤 당선자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이 할머니는 “용서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측근에 따르면, 이 할머니가 윤 당선자의 참석을 언급한 것 역시 “그날 와서 얘기해보자”는 취지였을 뿐 “반드시 참석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한다. 대구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정치와 예술의 만남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정치와 예술의 만남

    한 여인이 절망적으로 팔을 벌리고 있다. 발아래 돌에는 핏자국이 선연하고, 돌 틈으로는 시신이 팔을 내밀고 있다. 뒤편에는 이슬람 복장을 한 남자가 거만하게 깃대를 잡고 있다. 이 여인은 현실의 인간이 아니고 그리스를 의인화한 존재다. 그리스의 상징색인 흰색과 푸른색 옷을 입고, 전통 모자를 쓰고 있다. 이 그림은 당대 국제 사회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그리스 반도와 에게해 섬들은 15세기 이래 오토만 제국의 지배를 받아 왔다. 계몽주의와 프랑스 대혁명의 영향으로 민족주의가 퍼지면서 그리스에서도 독립운동 조직이 결성됐다. 1821년 봉기가 일어났고, 에게해 섬으로 소요가 번졌다. 유럽은 식민지배에 항거하는 그리스에 주목했다. 작가, 지식인들은 유럽 문화의 뿌리인 그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기금 마련에 나섰다. 영국 시인 바이런은 아예 직접 싸우러 나섰다. 코린트 해협 입구의 항구 미솔롱기는 독립운동의 거점이었다. 오토만은 이곳을 두 차례 공격했으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물러났다. 두 번째 공격 소식을 들은 바이런은 미솔롱기로 출발했다. 시인은 1824년 1월 5일 이곳에 도착했으나 열병에 걸려 전투에 참가해 보지도 못하고 서른여섯 살의 생을 마쳤다. 다음해 4월 오토만은 세 번째로 이곳을 공략했다. 이번에는 속전속결 대신 항구를 봉쇄하는 전략을 택했다. 봉쇄가 일 년간 지속하자 식량이 바닥났다. 그리스인들은 봉쇄를 뚫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으나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1826년 4월 오토만은 미솔롱기를 점령했다. 대량학살이 벌어졌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노예로 팔려갔다. 유럽 지성인들은 그리스가 죽었다고 탄식했다. 들라크루아는 이 그림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발언하지만 낡은 알레고리 형식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이 그림은 강한 인상을 주었고 그리스를 동정하는 여론을 더욱 활활 타오르게 했다.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압박을 받은 오토만은 1832년 그리스의 독립을 인정했다. 들라크루아가 살아 돌아온다 해도 이제 이런 그림은 나올 수 없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같은 매체가 등장하기 전, 그림이 효과적인 정치선전물이었던 시대의 산물이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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