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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란민 수천 명 뒤로하고…텅 빈 수송기 카불공항 탈출

    피란민 수천 명 뒤로하고…텅 빈 수송기 카불공항 탈출

    아프가니스탄 현지 영국인이 수천 명의 피란민을 뒤로하고 텅 빈 상태로 카불공항을 이륙한 수송기 내부를 공개해 충격을 안겼다. 카불에서 비영리 동물보호단체를 이끌고 있는 영국인 남성 폴 파팅(52)은 아내 카이사(30)가 노르웨이로 탈출하면서 매우 수치스러운 상황을 마주했다고 20일 스카이뉴스에 밝혔다. 파팅은 19일 노르웨이로 향하는 군용 수송기에 아내를 태워 카불에서 탈출시켰다. 하지만 어렵사리 몸을 실은 수송기에 실제 탑승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탄 수송기가 텅 비어 있었다. 카불을 탈출하려는 수천 명의 피란민이 공항에 남아 있는 걸 생각하면 매우 수치스럽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그의 말대로 수송기 좌석은 몇 줄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파팅은 “사람들은 공항에 들어갈 수 없고, 만석이든 아니든 수송기는 일단 이륙한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여권이나 출국서류가 있어도 공항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수송기에 탈 수 없을 만큼 카불 상황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사태에 대한 서방 국가의 소극적 대처를 꼬집었다. 그는 “아프간 사람들을 남겨둔 채 현지를 떠나는 가슴 아픈 상황이 되리란 건 기정사실”이라면서 “우리는 아주 끔찍한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남겨두고 떠날 것이며 마지막 날, 마지막 비행기가 이륙할 때 군인들이 크게 다칠 거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영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자신이 이끄는 동물보호단체 현지 직원과 그 부양가족, 보호소 동물들을 카불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아내를 먼저 해외로 도피시키고 자신은 카불에 남았으나 영국 국방부가 탈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내가 탄 군용 수송기는 자리가 텅텅 빈 상태로 카불을 빠져나갔는데, 현지 직원과 그 부양가족을 위해 사재를 털어 마련한 전세 민항기는 이륙조차 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파팅은 “직원 25명과 그들의 부양가족, 나까지 69명이 탈 수 있는 전세 민항기를 섭외했다. 빈 화물칸에는 보호소에 데리고 있던 동물들을 태울 계획이었다. 비자 문제도 해결됐다. 하지만 국방부가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해 출국할 수 있는 서류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전세 민항기의 공항 착륙도 막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순전히 개인 돈으로 마련한 전세 민항기다. 세금 한 푼 들어가지 않았다. 직원과 가족 외 다른 피난민을 태울 수 있는 130개의 예비 좌석도 남아 있다. 하지만 국방부가 우리 목숨을 가지고 놀고 있다. 카불을 탈출해 영국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직원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상상도 못할 거다. 그러나 전세 민항기 착륙이 거부당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쁨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고 호소했다. 파팅은 국방부가 화물칸에 개와 고양이를 태우는 것을 노출하기 꺼려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피란민 사이에서 동물들이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거라고 짐작했다.이에 대해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월러스 장관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영국 여권 소지자로 검문소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물론 민항기 이륙은 장담할 수 없다. 내 말은 그들에게 일단 자격은 있다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동물 구조 상황을 노출하는 게 꺼려지는 거냐는 파팅의 지적에 대해서는 “탈출이 절실한 피란민 앞에서 사람보다 동물을 우선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장악 이후 카불 공항 밖은 필사의 탈출을 위해 몰려든 수천 명의 아프간인들로 매일같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탈레반이 총격과 폭력으로 아프간인의 탈출을 막으면서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나토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 이후 카불공항 안팎에서 최소 20명이 사망했으며 여기에는 2살 여아도 포함됐다. 이 같은 대혼란 속에 공항에 투입된 미국 수송기 28대와 연합군 항공기 61대가 지난 24시간 동안 1만6000명 가량을 대피시켰다. 영국과 독일, 나토 등은 오는 31일까지 철군은 불가능하다며 대피 시한 연장을 촉구했지만, 탈레반은 기한을 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주요 7개국, G7 정상은 현지시간으로 24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아프간 철군 시한 연장과 난민 수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 탈레반에 두 차례 죽을 뻔했던 아프간 전 판사 “그들요, 절대 안 변해요”

    탈레반에 두 차례 죽을 뻔했던 아프간 전 판사 “그들요, 절대 안 변해요”

    요즈음 매일 아침 그녀가 잠에서 일어나면 전화에 아프가니스탄의 친구들이 보내온 절망적인 문자와 음성 메시지들이 가득 차 있다. 마르자 바바카카일은 아프간의 지방 판사로 일하다 두 차례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살해 위협을 받고 탈출해 2008년부터 영국에 머무르고 있는데 “인간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정말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간) 야후! 뉴스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았다. 탈레반이 그녀의 목숨을 노린 것은 여성을 보호하려는 그녀의 노력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첫 살해 시도는 1997년 그녀의 고향인 바글란주를 탈레반이 점령한 바로 다음날 있었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는 어제일처럼 기억이 생생하다며 탈레반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다. 난 희망을 버렸다. 여성들뿐만 아니다. 아프간의 새 세대는 물론 모두에 대해 그렇다.” 바바카카일은 인터뷰 도중 그녀가 받은 음성 메시지 하나를 들려줬는데 유명 여성 정치인의 것이라고 했다. 물론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까봐 우려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몇초마다 끊기는 가운데 그 정치인은 훌쩍이며 “난 무섭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라고 속삭였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마저 장악한 뒤 이렇게 받는 절박한 메시지가 매일 수십통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곧바로 여성의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지 여성 활동가들은 전혀 믿지 않는다고 했다. “여성들이 아프간에서 벌여온 운동들은 똑똑한 것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하룻밤새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이렇게 말하기 쉽지 않은데, 받아들이기 어렵다.” 많은 친구들이 20여년 전 자신처럼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하는데 북부 풀 이 쿰리 출신인 바바카카일은 “내 인생 최악의 나날들이었다”고 돌아봤다. 커다란 무장 차량을 타고 온 아홉 탈레반 전사가 그녀의 집 문을 박차고 들어와 소리를 지르며 집안 곳곳을 뒤졌다. 간신히 문 뒤에 숨어 5시간을 버텼다. 그들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가 숨은 곳을 대라며 어머니의 뺨을 갈겼다. 그녀가 가정법원 판사로서 학교와 난민대피소를 만들었다는 것이 이유였다.1990년대 이 나라의 여성 판사는 몇 명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임용 자격을 얻은 뒤 날아갈 듯이 기뻐했는데 얼마 안 있어 법률적 제약이 너무 심해 공정한 판결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해서 그녀는 1994년 여성을 돕고 이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단체를 결성했다. 의사에 반한 결혼이나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교육시켜 취업을 돕는 일이었는데 탈레반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었음은 물론이다. 탈레반이 집안을 뒤진 다음날, 그녀와 가족들은 이웃 파키스탄으로 피신해 몇년을 지냈다. 미국이 침공한 뒤 2007년 카불로 돌아가 여성을 돕는 일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정기적으로 찾게 됐다. 어느날 편지를 받았는데 ‘내일 널 죽인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니가 피하라고 해 그녀는 평소 들고 다니던 작은 여행가방에 모든 것을 챙겨 병원 밖으로 나왔다. 도로를 걷는데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와 그녀를 친 뒤 달아났다. 반년을 입원해 있었는데 치아가 모두 부러지고, 등과 다리도 다쳤다. “(탈레반이) 두 번이나 날 공격했다. 때때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뭘 잘못했지’라고” 회복된 뒤에도 그녀는 카불에 머물렀지만 탈레반 전사들의 살해 위협은 계속됐다. 해서 영국 정부에 망명 신청을 했고, 받아들여져 두 번째로 아프간을 벗어났다. 그런데 다시 13년 만에 비록 몸은 멀리 있지만 탈레반 악몽에 다시 붙들리고 있다.
  • 아프간 공항서 2세 아이 압사… “탈출 불가능, 희망을 잃었다”

    아프간 공항서 2세 아이 압사… “탈출 불가능, 희망을 잃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시민들의 엑소더스(탈출)가 이어지는 가운데, 2세 여아가 공항에서 압사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여아는 카불에 있는 한 미국회사에서 통역관으로 일했던 여성의 딸로, 당시 이 여성은 어린 딸과 남편, 장애가 있는 부모와 자매 등 일가족과 함께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카불의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아수라장이 된 공항에서는 탑승 수속장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웠고, 여성과 어린 딸은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에 넘어지고 말았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눈을 뜬 이 여성은 품에 안고 있던 두 살 배기 딸을 찾아 나섰지만, 아이는 이미 사람들에게 짓밟혀 압사당한 후였다. 이 여성은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밀려드는 사람들에 넘어진 뒤 누군가는 내 휴대전화를 밟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내 머리를 발로 차기도 했다.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면서 “딸이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아이를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절망했다.이 여성은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하기 전 미국인을 도왔다는 이유로 보복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가족들과 아프간을 떠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탈레반은 이전과 다른 유화 정책을 펴겠다고 공표했음에도, 총을 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미군 또는 미 정부 관련 단체에서 일한 이들을 색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색출된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에 의해 현장에서 총살당하거나 끌려가고 있으며, 위 여성처럼 탈출에 실패한 사람들은 언제 있을지 모를 탈레반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과거 미군과 서방구호단체에서 통역관으로 일했던 30대 남성은 “탈레반을 뚫고 공항까지 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두 번 정도 시도했지만 포기했다”면서 “탈출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공식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저항세력이 집결하자 진압작전에 돌입했다. AFP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판지시르 계곡에 수백명의 진압군을 투입했다. 반 탈레반 세력의 저항이 장기화 될 경우, 아프간은 끝을 기약하기 어려운 내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내전이 시작되면 저항세력이 외부의 도움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탈레반 오자 꿈 사라졌다”… 아프간의 절규 알린 졸리

    “탈레반 오자 꿈 사라졌다”… 아프간의 절규 알린 졸리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 근대사를 그린 소설 ‘연을 쫓는 아이’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왼쪽)가 아프간 난민을 외면하지 말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앤젤리나 졸리(오른쪽)는 인스타그램을 개설, 첫 글로 아프간 소녀에게 받은 편지를 올리며 관심을 환기시켰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이 급박했기에 탈레반에 의한 민간인, 특히 여성들의 희생을 막을 조치 또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이들은 촉구했다.호세이니는 21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아프간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면서 “모든 국가가 국경을 열고 아프간 난민들을 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인을 파트너라고 불렀던 미국이 떠나고, 잔인하게 학대하고 테러를 가한 단체의 손으로 나라가 넘어갔다”고 개탄한 뒤 “40년 동안의 전쟁, 혼란, 피란 위기를 겪으며 아프간인들은 지쳤다”고 말했다. 아프간이 혼란했던 시기를 ‘40년’으로 늘려 잡은 것은 그의 소설인 ‘연을 쫓는 아이’의 모티브이기도 한 아프간 현대사를 염두에 둔 것이다. 2003년 발간돼 2007년 영화화된 ‘연을 쫓는 아이’는 1979년 소련의 침공과 내전에 이은 1996년 탈레반의 집권, 2001년 미국의 아프간전쟁에 이르는 이 나라의 역사를 짚는다. 호세이니 자신도 1976년 아프간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탈레반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아프간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호세이니는 “카불의 변화는 초현실적”이라면서 “(소련 침공 전까지) 히피족이 찻집을 어슬렁거리고 여성들이 변호사와 의사로 일하는 등 번영했던 도시 카불에서 한순간 자유가 사라졌던 것처럼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아프간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진 다음에도 자신과 친구의 안전, 국가의 미래, 탈레반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아프간인들을 기억해 달라”고 요청했다. 탈레반이 노선 변화를 장담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호세이니는 “그들은 말이 아닌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며 불신했다. 졸리 역시 아프간의 여성 인권이 위협당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졸리는 21일 인스타 계정을 열며 “9·11테러 발생 2주 전 아프간 국경을 방문했을 때 탈레반에서 도망쳐 나온 아프간 난민들을 만난 적이 있다. 20년이 지나 아프간인들이 또다시 공포와 불확실에 사로잡힌 나라를 떠나는 것을 보니 끔찍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재 아프간 국민들은 소셜미디어로 소통하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능력을 잃어 가고 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자 싸우는 전 세계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고자 인스타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프간 여성의 대변인을 자임한 졸리는 다음날 ‘아프간 난민을 도와 달라’는 아프간 소녀의 호소가 담긴 편지를 올렸다. 편지는 “탈레반이 왔을 때 우리의 모든 꿈이 사라졌다”는 소녀의 절망적인 호소를 전하는 내용이다.
  •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았다”… 구호물자 약탈하는 아이티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았다”… 구호물자 약탈하는 아이티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규모 7.2의 지진이 닥치고 일주일여, 21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는 2000여명, 부상자는 1만 2000여명으로 늘어났고 13만채가 넘는 가옥이 부서진 가운데 아이티 이재민들의 절망은 깊어만 가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정부와 국제사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현장까지 도달하는 도움은 크게 부족한 데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 AFP에 “정부와 비정부기구(NGO)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수없이 봤고,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도 지나가지만 나한테 온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빗물 가득한 바닥에서 자며 비참하게 지내고 있다. 정부에서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주일이 넘도록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한 이재민들 중 일부는 굶주림과 고통 속에 구호물자를 약탈하고 있다. AP는 “레카이 지역에 주차된 적십자 트럭에서 사람들이 취침용 패드를 훔치고 있었고 배급을 앞둔 식량이 도난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인근 또 다른 마을에서는 반쯤 열린 컨테이너 트럭에서 한 남성이 식량 꾸러미를 훔쳤다가 식량을 빼앗으려는 주민들에게 들키기도 했으며, 미국의 한 구호단체는 식수와 식량 등을 싣고 가던 트럭에서 일부를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는 “아이티의 치안 상황이 악화돼 주민을 돕는 일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된다. 치안 악화를 막기 위해 당국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본 생존에 관한 지원 이후의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에 대한 국민과 국제사회의 불신이 상당하다. 최대 30만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2010년 대지진 때 정부가 국제 지원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암살당한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이끌고 있는 아리엘 앙리 총리는 공정성을 약속했지만, 다시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얼마나 지원이 지속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면서 “인명 구조 단계에서 자금은 조달되겠지만 문제는 복구 단계를 위한 자금이 있는지 하는 것이고, 그것이 더 큰 고민”이라는 한 국제 재난지원 기구의 우려를 담았다. “많은 사람이 초기에는 관대하겠지만, 얼마 안 가 종종 자금이 바닥난다”고 했다. 특히나 “코로나19, 아프간 난민 등 인도주의적인 문제가 동시에 터지면서 자금 지원에 대한 요구가 아이티에 대한 지원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NYT는 예상했다.
  • 탈레반 포용은 없었다

    탈레반 포용은 없었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일주일이 된 22일 탈레반의 ‘포용’은 역시 말잔치에 그쳤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탈레반은 ‘사면령’ 선포가 무색하게 이전 정부 관계자 색출은 물론 반대 세력을 잔인하게 처형하는 등 보복을 일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에 대항해 왔던 아프간 바드기스주의 하지 물라 아차크자이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밤 처형됐다. 트위터에는 그의 처형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 퍼져 큰 충격을 줬다. 천으로 눈을 가리고 두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은 경찰청장에게 수십발의 총탄이 쏟아졌다. 총질은 그가 사망한 이후에도 그치지 않았다. 끔찍한 모습에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은 역시 탈레반’이라며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 지도층 가운데 탈레반과 손잡는 세력이 나오면서 혼돈과 절망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탈레반에 쫓겨 국외로 도망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동생이 탈레반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충성 맹세 현장 영상 또한 트위터로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동영상을 보면 가니 대통령의 친동생인 하슈마트 가니 등 한 무리의 남성이 서로 손을 잡고 구호를 외친 뒤 이마에 키스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자리에는 탈레반 연계조직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가 참석했다. 하슈마트 가니는 아프간의 정치인이자 ‘가니 그룹’이라는 사업체의 회장이다. 형은 국민을 버리고 2000억원 가까운 돈을 가지고 아프간을 떠나 아랍에미리트(UAE)에 체류 중이고, 동생은 탈레반과 손을 잡았다며 비판이 거세다. 이에 하슈마트는 트위터에 “나는 매일 밤마다 교육계와 경제계 관계자들이 아프간을 떠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하며 탈레반 측에 선 것이 정당하다고 역설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UAE에 사업장을 둔 아프간계 기업은 탈레반의 정권 장악이 기업인으로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아프간인 사업가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에서 기업인을 대상으로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가 빈번했는데 그런 범죄 조직이 탈레반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치안 강화로 그런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 “내 옆 남자, 군인이 쏜 총에 다리 맞았다” 아비규환 카불 공항(종합)

    “내 옆 남자, 군인이 쏜 총에 다리 맞았다” 아비규환 카불 공항(종합)

    AP통신 “아프간 민간인 7명 더 숨졌다”“서방국가 군인들이 쓰러진 사람들 돌봐”미·독, 자국민에 “카불 공항 가지 말라”한 임신부, 미 군용기 착륙 직후 출산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수만명의 탈출 인파가 몰리면서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22일 영국 국방장관의 성명을 인용해 카불 국제공항 인근의 혼잡으로 인해 아프간 민간인 7명이 더 숨졌다고 보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도 전날 공항 외곽에서 무더위 속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탈수와 탈진, 공포를 겪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최소 3명의 시신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이 서로 짓눌리고 있으며 대피 작전에 투입된 서방국가 군인들이 탈수로 쓰러진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은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에 나섰으며 서류를 갖추지 않은 아프간인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이미 탈출에 성공한 아프간 사람들도 여전히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간을 떠나 카타르 수도 도하에 도착한 피난민들은 21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떠난 것에 대한 절망감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을 호소했다. 도하로 탈출한 한 아프간 여성은 “조국을 떠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을 떠나기 전 수천명의 사람이 카불 공항으로 몰려드는 충격적인 광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공항으로 몰려들 때 내 옆에 서 있던 한 남자가 군인들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았다”고 했다.탈레반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관계자는 15일 이후 공항 안팎에서 최소 12명이 총에 맞아 숨지거나 압사했다고 19일 밝히기도 했다. 앞서 아프간 매체 톨로뉴스는 공항 내 탈레반 지도자를 인용해 공항에서 총격으로 사망하거나 압사한 사람이 최소 40명이라고 추산했다. 진입이 어려워진 일부 엄마들은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철조망 너머 경비를 서는 외국군에게 아기를 건네는 비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미국과 독일 당국은 아프간 내 자국민에게 잠재적 보안상 위협이 있다며 카불 공항으로의 이동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당국의 개별 지침을 받은 게 아니라면 카불 공항으로의 이동을 피하고 공항 출입구를 피할 것을 미국 시민들에게 권고한다”고 밝혔다. 독일 대사관도 타레반의 통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자국민에게 카불 공항으로 가지 말 것을 권고했다. 와중에 미 군용기로 탈출하던 임신부가 착륙 직후 아기를 무사히 출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CNN 방송에 따르면 미 공군 수송기 C-17를 타고 탈출하던 A씨는 전날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 기지에 착륙 직후 여아를 출산했다. 산모와 아기는 인근 의료 시설로 옮겨졌으며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비행 도중 진통을 시작했으며, 착륙하자마자 미 공군 의료진이 투입된 가운데 수송기 화물칸에서 출산했다. 한때 비행 고도가 8534m에 이르면서 기압이 떨어져 기내에서는 위급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미 공군은 트위터로 출산 소식을 전하면서 “기내 기압을 높이기 위해 긴급히 비행 고도를 낮췄으며, 그 덕분에 임신부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오늘마음읽기]죽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마음읽기]죽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7회>진료실 밖 진료실 이야기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우울과 겹치면 ‘죽음’ 생각 커지기도우울 심할 땐 판단·결정 미루고 시간 갖기‘다 잘못될 것 같다’ 극단적 생각들면주변 의견 듣거나 약물 치료도 도움 #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일곱 번째 회에서는 삶을 스스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왜 드는 것인지,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설명해드립니다.진료실로 한 사람이 들어옵니다. 굳은 표정에 어깨는 잔뜩 처져 있네요. 눈치를 보며 의사인 제 시선을 피합니다. 대화는 자꾸 겉돈다는 느낌이 들고요. “직장 생활과 주변 사람들에 지쳤다”고 얘기하는데 실은 진짜 고민을 털어놓지 않는 인상입니다. 표정이나 느낌에 비해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스트레스만 말하고 있기 때문이죠.“정신과 진료실에 오실 때까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죠. 그만큼 힘겨운 상황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혹시 너무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극단적 생각도 하고 있지 않으세요?”침묵이 흐릅니다. 정막함은 솔직해지기 위한 과정입니다. 잠시 뒤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이때부터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합니다.“선생님, 삶이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그런 제 자신이 너무 두려워요. 출근해서 일할 때는 그럭저럭 버티다가도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다시 우울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는 물고, 죽음을 자꾸 생각하게 돼요.”그제야 진료실 안은 절망 앞의 죽음이라는 진짜 적을 마주하게 됩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닙니다. 생의 난관 앞에 부딪힐 때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스치듯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생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삶은 게임처럼 리셋할 수 없어요 문제는 심한 우울감에 휩싸여 있을 때입니다. 난관을 극복할 수 없는 절망으로 판단하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절실히 반복하며 충동적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왜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들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진료실에서 저는 두 가지를 주로 고려합니다. 첫째는 ‘리셋(초기화)하고 싶다는 희망’이고, 둘째는 ‘절박한 상황이 불러온 인지 왜곡’입니다. ‘리셋하고 싶다는 희망’에는 어느 순간 망쳐버린 지금의 인생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반영돼 있습니다. 전자기기 전원을 끄듯 다 그만두고 쉬고 싶다는 심리입니다. 절망적 고통을 견디기엔 너무 힘들고, 생명이 끝나면 고통도 사라질 것이라고 믿어 버립니다. 인생을 마치 게임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캐릭터를 키우다가 잘못되면 지우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하지만 죽고 난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게 함정입니다. 이 고통이 끝날지 혹은 더 큰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확률조차 가늠할 수 없는 무모한 도박에 나의 인생을 맡긴다는 건 너무나 위험한 선택입니다. 그렇기에 ‘리셋하고 싶다는 희망’은 그저 의미 없는 희망일 뿐이고 여기에 내 삶 전체를 걸어서는 안 됩니다. ■부정적 판단만 든다면 잠시 심호흡하며 결정을 미뤄볼까요? 죽음에 대한 다른 고려 요인은 ‘절박한 상황이 불러온 인지 왜곡’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집니다. 불안하거나 걱정스러운 여러 가지 상황을 머리 속에 그려보며, 각 시나리오에 맞는 대처법을 떠올리죠. 그런데 심한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집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만들어 냅니다. 이 정도가 되면 우리의 생각은 긍정보다는 극단적인 부정으로 흘러갑니다. 모든 것이 잘못될 것 같이 왜곡돼 보이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견디다 보면 돌파구가 생겨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당사자는 죽음 말고는 해결책이 없을 것 같은 극단적 절망으로 느끼게 되죠. 내가 지금 절실히 느끼는 절망은 실재하는 현실이 아니라 내 판단력이 흐려져 만들어 낸 가상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선택으로 연결됩니다. 그렇기에 심한 우울을 느낄 땐 이혼이나 퇴사같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은 미뤄 두라고 조언합니다. 죽음에 관한 판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당장 죽음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느끼는 나의 판단력에 물음표를 붙이고, 일단 시간을 가지며 상황 변화를 지켜봐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판단하기보다는 주변의 여러 의견을 들으며 소통하는 게 좋습니다. 정신의학적 약물 치료도 인지 왜곡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의 뇌 안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마구 터져 나오게 되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과도한 도파민의 활성화는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생각을 악화시킵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주요우울장애의 치료로 도파민의 작용을 방해하는 항정신병약물을 항우울제와 함께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울증상에서 동반되는 인지 왜곡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개인적으로 호스피스완화병동에서 주치의로 일하며 여러 환자분들의 임종을 곁에서 지켜드린 적이 있습니다. 환자 중에는 비교적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분도,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는 분도, 의식이 없는 분도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현재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고통을 줄이고 가까운 이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리셋하고 싶다는 희망’이나 ‘절박함이 불러온 인지왜곡’은 없습니다. 암처럼 큰 질병 탓에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도 모든 분이 매일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갑니다.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마지막까지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분의 삶은 존경할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들을 돌보고, 동료들을 챙겼던 고 임세원 선생님이 쓴 책 제목이 떠올립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이광민 전문의는 마인드랩공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삶의 실체적 방향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됐다. 오랫동안 임상에서 청소년과 청년, 암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챙겨왔다.
  • “신분 없애고 유니폼 태워라” 아프간 여자 선수의 절망…FIFA “상황 주시”

    “신분 없애고 유니폼 태워라” 아프간 여자 선수의 절망…FIFA “상황 주시”

    前여자축구팀 주장, 현지 선수에 통화로 당부“위험에 처해도 도와줄 사람 없어 숨어 살라”“살아 남으려면 SNS·신분·축구장비 없애라”“아프간 국가대표 자부심과 행복 덧없게 돼”실제 선수들, 활동기간 살해 협박·성희롱 당해FIFA “현지 상황 예의주시…연락하며 지원”여성 억압으로 비난받아온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미군 철수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함에 따라 부르카를 벗고 마음껏 필드를 내달리던 ‘자유의 상징’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들이 추후 보복이 두려워 신분을 없애고 숨어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프간 전 여자축구팀 주장은 탈레반의 보복 우려에 여자 축구 선수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현 상황을 전하며 선수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겨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선수들의 신분증과 사진, 이름을 없애라는 말까지 했다고 좌절했다. “국가대표 유니폼 불태워 없애라” “여성 인식 높이려 노력했는데 가슴 찢어져” 국제축구연맹(FIFA) 측은 이런 호소에 “상황을 주시 중”이라며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 아프간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인 칼리다 포팔은 탈레반의 통치 속에 살아남기 위해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신분증을 없애고 축구 장비 또한 태워버리라고 호소했다. 아프간 여성축구협회 공동 창립자로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포팔은 “탈레반은 과거 여성을 살해하고 강간하고 돌팔매질했다”면서 “여자 축구 선수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팔은 그동안 아프간 젊은 여성들에게 강하고 대담하라며 격려해왔지만,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앞으로는 숨을 죽이며 조용히 숨어 살라고 정반대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아프간 여자 축구선수들에게 전화해서 안전을 위해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하고 자신의 신분과 사진, 이름을 없애고 은신처로 몸을 숨기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그들의 국가대표팀 유니폼까지 불태워 없애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포팔은 아프간 여자 축구선수들에게 이런 호소를 하는 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 “가슴에 대표팀 마크를 달고 경기에 출전해 국가를 대표한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우러 갈 사람이 전혀 없다면서 “언제 자신의 집에 누군가 문을 두드릴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포팔은 “우리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제는 입을 닫고 도망치라고 말해야 한다.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간 여자 선수들은 선수로 활동하는 내내 성희롱과 살해 협박 등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각종 SNS 플랫폼의 여자축구 대표팀 공식 계정들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나라 붕괴에 女선수들 호소 매우 고통스러워” 포팔은 이어 “우리는 나라가 붕괴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아프간 남녀들이 추구했던 자부심과 행복이 덧없게 된 거 같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아프간 여성은 남성의 동행 없이는 외출이 안 됐고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으며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까지 착용해야 했다. 한편 FIFA 대변인은 “아프간의 현 상황에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 우려와 공감을 표한다”면서 “아프간축구연맹 및 관련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관련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 하루 만에‘부르카’ 미착용 외출 여성 총살 앞서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이 부르카를 입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현실은 판이하게 달랐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전날 한 남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져 있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여성을 끌어안은 채 비통해하는 사진이 찍혔다. 폭스뉴스는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타하르 지역의 한 여성이 몸을 다 가리는 의복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무장 세력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포용적 시대를 열겠다고 탈레반이 약속한 날,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자비후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첫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이슬람 율법이 보장하는 선에서 여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날 복장 문제로 총에 맞아 여성이 숨지면서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이 주장하는 온건 통치에 회의적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 유병록 시인 ‘아무 다짐도…’ 노작문학상

    유병록 시인 ‘아무 다짐도…’ 노작문학상

    올해 노작문학상에 유병록 시인의 시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창비)가 선정됐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관하는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 문예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운동을 주도했던 노작 홍사용(1900~1947) 시인을 기리고자 2001년 제정됐다. 전년도 1월부터 당해 연도 6월까지 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뽑는다. 2010년 등단한 유 시인은 지난해 출간한 시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에서 상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절망과 슬픔을 객관화하려고 시도했다. 수록작 ‘염소 계단’에서는 염소를 키운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슬픔을 염소에 옮겨 놓고, ‘모두 헛것이지만’에서는 가족이 모두 있는 집을 짓는 상상으로 고통과 거리를 두기도 한다. 심사위원들은 “의식과 사물 사이에 조화를 이루고 있고, 감성적이면서도 그것을 적절하게 절제하고 정돈하는 능력이 돋보였다”며 “시의 구절구절에서 시적인 진심이 느껴지고 무게감이 있어 작품 세계와 작가의식에 대한 신뢰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상금은 3000만원이며 시상식은 오는 10월 23일 경기 화성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 50년마다 물 채워진다더니…사막으로 변한 볼리비아 호수

    50년마다 물 채워진다더니…사막으로 변한 볼리비아 호수

    "반세기마다 호수가 채워진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이젠 기대하기 힘든 일인 것 같네요." 볼리비아 푸포 호수 인근에 사는 한 원주민은 바짝 말라버린 호수를 바라보며 절망적인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 볼리비아에서 한때 생명의 젖줄 역할을 한 푸포 호수가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기온이 상승하면서 호수의 물이 과거보다 빠르게 증발하고 있다"며 "수십 년간 주민들에게 물을 대느라 혹사를 당한 호수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안드레스 대학 호르헤 몰리나 교수는 "호수가 완벽한 불행을 맞은 것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말라간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위기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포 호수는 관광지로 유명한 티티카카 호수에 이어 볼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티티카카 호수는 면적에선 푸포를 앞서지만 페루와의 국경에 걸쳐 있다. 온전히 볼리비아 국경 내에 위치한 호수 중에선 푸포가 가장 크다.물이 귀한 볼리비아에서 푸포 호수는 그간 생명줄 역할을 했다. 푸포 호수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푸포 호수에서 물을 끌어다가 밭에 물을 댔다.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는 내륙국가의 어민도 상당수에 달했다. 하지만 호수가 사실상 사막으로 변하면서 이젠 주민들마저 호수 곁을 떠나고 있다. 대대로 호수 주변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아이마라족 원주민들마저 짐을 꾸려 정든 땅을 등지고 있다. 아이마라 원주민들에겐 "50년마다 호수의 물이 새롭게 채워진다"는 말이 구전으로 내려온다. 호수의 사막화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원주민들을 붙잡아 놓은 건 이런 전설에 대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젠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게 원주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로하스라는 이름의 한 원주민은 "50년마다 호수가 물로 채워진다는데 과연 사실인지 이젠 의문이 든다"며 "기후변화와 오염을 생각하면 이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의 엄마로 불려온 땅과 호수가 이젠 지칠 대로 지쳤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며 "호수가 회복된다는 얘기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한때 호수에 떠 있는 섬에서 가축을 키웠다는 원주민 베네딕카 우게라는 "이제 호수에 더 이상 생명은 없다"며 "생존할 방법이 없어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계의 전망도 비관적이다. 볼리비아 학계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안데스 고산시대의 평균 기온은 저지대 땅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만큼 물이 빠르게 증발하고 있어 호수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 다이어트 강박에 ‘먹토’ 반복… 거식증 여성, 남성의 3배

    다이어트 강박에 ‘먹토’ 반복… 거식증 여성, 남성의 3배

    우울·분노 등 동반 폭식증 女, 男 4배최소한의 정상체중 유지 거부하거나음식에 자제력 잃고 폭식 후 구토·설사일정한 일과·식사 시간 갖도록 해야연 1000명당 5.1명 거식증으로 사망사람은 먹지 않으면 죽는 존재다. ‘밥은 하늘’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이처럼 신성하기까지 한 행위를 거부하는 건 그 자체로 질환, 그것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일 수밖에 없다. 날씬하고 마르면 아름다운 사람 대접을 받는 문화 속에서 뭔가 많이 먹는 건 자제력이 없는 사람처럼 비치지나 않을까 눈치가 보이는 시대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 섭식장애다. ●밀접하게 연결된 거식증·폭식증 섭식장애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질환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과 폭식증(신경성 대식증)이 있다. 둘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거식증은 체중 감소를 특징으로 하는데, 살찌는 것이 걱정되고 심지어 두려운 마음이 너무 강하다 보니 실제로는 비만이 아닌데도 비만이라고 믿는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식사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먹고 나서 인위적으로 토하는 행동을 보인다. 폭식증은 단순히 일시적인 과식이나 식탐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자제력을 잃고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폭식 후에는 의도적으로 구토와 설사를 일으킨다. 거식증의 원인으로는 생물학적 요인, 정신적 요인, 사회적 요인 등이 꼽힌다. 생물학적 요인에는 유전적 원인, 뇌의 신경전달 기능의 문제, 신진대사 과정의 변화, 식욕과 포만감에 관여하는 물질의 변화 등이 있다. 정신적·사회적 요인에는 강박적·완벽주의적 성향,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여성의 사회적 역할 변화로 인한 갈등, 신체는 노력만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대중매체에 의해 주입된 정보 등이 있다. 음식 섭취를 줄여 체중을 줄이고,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낮은 자존감과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결하려는 태도도 원인이다. 폭식증은 스트레스, 정신적 요인, 잘못된 식습관 등 다양한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우울, 불안, 절망감, 긴장감, 외로움, 초조,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이 폭식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자기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외부 자극(음식)에 더욱 끌리게 돼 폭식이 일어나는 것이다. 다른 설명으로는 부정적 감정에 압도돼 불안과 혼란을 느낄 때 폭식을 통해 불안을 감소시킨다는 해석도 있다. 여기서 폭식과 구토는 적대감과 충동성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수단이며, 다른 문제로부터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우울감·불안 증상… 고립된 상태서 발병 섭식장애 환자는 우울감, 불안 등의 증상을 보이며 대인관계가 좋지 않아 고립된 경우가 많다. 충동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거나 습관성이 생길 수 있는 약물 남용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섭식장애가 반복되면 구토로 인해 식도 손상이나 치아 부식, 탈모 등 신체적 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설사약 등을 남용할 경우 심각한 신장기능 장애, 심혈관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연령이나 키에 비해 최소한의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를 거부하거나, 자신의 체중, 신체 크기, 외모에 대한 왜곡된 생각 유무 등을 통해 거식증을 진단한다”면서 “폭식증은 반복되는 폭식, 체중 증가를 예방하기 위한 반복되는 부적절한 행동, 최소한 3개월 동안 1주에 평균 두 번 폭식과 부적절한 보상행동 발생 등을 기준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양 상태에 문제가 있거나 내과적인 합병증이 심한 경우, 그리고 심각한 정신장애가 동반될 때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천천히 체중을 증가시키기 위해 영양 공급을 하고, 일정한 일과 활동을 확실히 정해 주고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하도록 돕는다. 식사 후 구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적어도 두 시간 동안 환자를 관찰하며 욕실 사용도 살핀다. 식사를 포함한 인지치료, 자조 모임에 참여하도록 해 사회적 활동을 격려해야 한다. 항우울제, 항불안약물 등을 투여할 수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주 교수는 “거식증의 경우 저체중과 신체 문제의 정도에 따라 입원을 결정하기도 한다. 섭식장애는 정서적인 문제와 스트레스 민감성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인관계에서의 불안정한 정서, 감정조절 문제, 스트레스 관리 등을 돕는다. 또한 가족과의 갈등이 질병 경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주변의 도움 역시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가족 상담 및 동반 치료를 병행하며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 100명 중 1명 신경성 거식증 위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거식증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4280명으로 2019년(3746명)보다 14.3%가량 증가했다. 전체 거식증 환자 가운데 여성이 3232명으로 남성보다 세 배 이상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년 대비 증가율 역시 16.3%나 된다. 특히 10대 여성 환자가 381명, 20대 여성 환자가 387명이라는 것은 거식증의 원인과 관련해 많은 걸 시사한다. 폭식증 환자 역시 지난해 3418명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는데, 성별 격차가 훨씬 더 심한 걸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체 환자 가운데 남성은 348명, 여성은 3070명이었다. 이 가운데 20대가 1284명이었다. 20대 여성 환자가 남성 전체 환자보다 4배가량 많은 셈이다. 특히 20대 여성 폭식증 환자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17.6%나 된다는 건 매우 불안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엽 교수는 “여성이 신경성 거식증을 일평생 가질 위험은 100명 중 0.3~1명으로 높다. 정신건강 문제일 뿐 아니라 공중보건학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신경성 거식증은 호르몬 분비의 이상을 초래해 무월경 등을 보이고 각종 전해질 이상과 심장근육 소실로 치명적인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신경성 거식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1년에 1000명당 5.1명이란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 밀려드는 아프간 난민에… EU, 다시 분열하나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의 공포에 떠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면서 인접국들도 긴장하고 있다. 아프간 내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는 만큼 국경을 넘어 타국으로 표류하는 난민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아프간 난민 수용을 두고 유럽 각국의 분열상이 다시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에선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장악 이전부터 수십만명이 인근 국가로 피난했다. 대다수가 국경을 맞댄 이란, 파키스탄 등으로 향했는데 파키스탄에 있는 아프간인만 이미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이들을 위한 임시 수용소를 마련했지만, 상황이 안정되면 이들이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대규모 난민 사태를 겪은 유럽 국가들은 다시 난민 위기에 처할 것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 내에서도 강경한 입장인 오스트리아는 탈레반의 장악에도 망명 신청이 거부된 아프간인을 추방하는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시리아 난민 수백만명을 수용하고 있는 터키도 추가 유입될 아프간 난민에 우려를 드러냈다. 반면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은 아프간인에 대한 강제추방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독일 정부는 프랑스 등과 사태를 논의하고, 현지 구조 작전과 함께 이웃 국가들에 대한 지원 계획도 조율할 것이라 밝혔다. 알바니아, 코소보도 미국 입국을 원하는 정치 난민들을 임시로 받아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알바니아의 에디 라마 총리는 “현지에 남은 사람들을 보며 절망했다. 독재 정권에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안다”며 “최소한 그들에게 다시 숨 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다만 EU 27개 회원국이 아직 공동 난민 보호정책 등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아프간 난민이 계속 유입된다면 이들 국가의 결속력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 아이티 강진 사망 1300명으로 늘어… 구조 방해하는 폭풍 온다

    아이티 강진 사망 1300명으로 늘어… 구조 방해하는 폭풍 온다

    ‘그레이스가 오기 전에.’ 규모 7.2 지진에 강타당한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가 생존자 수색마저 시간 싸움에 몰리고 있다. 재난 당국의 집계로 15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는 1300명에 근접했지만, 잔해를 뒤지고 있는 현장의 구호 단체들은 사망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NPR 등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네덜란드 적십자는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그레이스’로 명명된 열대성 저기압이 카리브해로 진입하면서 아이티를 더욱 절망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진으로 건물과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강풍에 폭우까지 더해지면 추가 붕괴 우려에 구조 작업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규모 4∼5의 여진에 무너지지 않고 남아 있는 집조차 주민들은 들어가길 꺼려하며 길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레카이 지역에선 주민들이 세간을 챙겨 축구장에서 밤을 보냈고, 시장에는 물과 바나나 등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사려는 주민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고 한다. 한 구호단체 인사는 “집은 사라지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울고 있다. 모든 것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주택 1만 3000채 이상 파손됐고 병원, 학교, 교회 등도 피해를 입었다. AFP는 병원마다 병상은 물론 복도 바닥에까지 부상자들로 가득 차 있는 등 불어난 환자들을 대처하기에 인력도 장비도 크게 부족한 상황을 르포로 전했다. 찢어진 피부를 봉합하려 해도 기구가 없어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하고, 깁스를 하려 해도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 이번 지진은 최대 30만명이 사망한 2010년 대지진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 피해가 집중됐던 수도 포르토프랭스보다는 피해 지역의 인구밀도가 낮아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여러 지리적 환경 탓에 구조에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산사태로 도로가 끊겨 인력이나 물자의 이동이 쉽지 않다. 갱단이 장악한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유엔은 피해 지역으로의 안전한 접근을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가 설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잔해 아래에서 가능한 한 많은 생존자를 구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풍 ‘그레이스’가 오기 전에 집중 성과를 내야 하는데, 폭풍은 현지시간 16일 오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 아프간 몰락엔 무지·무능·무력 ‘3無’ 있었다

    아프간 몰락엔 무지·무능·무력 ‘3無’ 있었다

    美국무 “탈레반 승리 빨랐다” 오판 시인아프간 대통령은 도피… “힘없이 무너져”유엔, 아프간 점령 우려했지만 대응 못해미국은 탈레반을 과소평가했고,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정부는 무능했으며, 국제기구는 무력했다. 미군의 단계적 철군이 시작된 지 3개월 만에 탈레반이 나라 전체를 수중에 다시 넣을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 20년간 1조 달러(약 1169조원)를 투입하며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치른 미국은 허둥지둥 퇴진하며 완벽한 패배를 당했고, 아프간을 ‘인권 사각지대’로 전락시켰다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했다. 탈레반은 15일 무혈입성한 카불의 대통령궁에 의기양양하게 탈레반기를 걸고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보장하고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 구성과 여성의 취업·학업 허용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1996~2001년 탈레반의 공포정치를 기억하는 국민들은 필사의 탈출을 위해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몰려들었고, 공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탈레반 격퇴를 자신했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카불의 함락에 급히 인접국인 우즈베키스탄으로 내빼며 국민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폴리티코는 “미국은 2002년부터 880억 달러(약 103조원)를 들여 30만명의 아프간 군과 경찰을 훈련시켰지만 급여를 위해 허위로 부풀려진 규모, 각종 부패와 낮은 사기 등으로 탈레반의 맹공에 힘없이 무너졌다”고 했다. 외세의 지원이 아무리 든든해도 스스로 자립 기반을 갖추지 못한 정부의 말로가 어떠한지 아프간의 사례가 잘 보여 준다. 1975년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 주재 미 대사관 옥상에서 쫓기듯 헬기로 대피하는 상징적인 장면은 피하고 싶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황 오판으로 헬기가 카불 주재 미 대사관 옥상에서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봐야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테러 근절 임무를 달성했으니) 이것은 사이공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것(탈레반의 승리)은 (철군 이후 6~12개월 뒤로 본) 우리 예상보다 더 빨랐다”며 오판을 시인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NBC방송에 출연해 “아프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이번 (철군) 결정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아프간에서 한 일은 역사상 가장 큰 패배”라고 주장했고, 천문학적 지원에도 자립에 실패한 아프간에서 철군의 당위성을 공감하는 이들도 ‘혼란스런 퇴진’은 비판했다. 영국의 로리 스튜어트 전 국제개발부 장관은 워싱턴포스트(WP)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미국의 역할이 다시 위태로워졌다”고 밝혔다. 유엔은 그간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을 우려했지만 실질 대응에는 나서지 못해 국제기구의 한계가 또다시 노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6일 긴급회의를 열지만 미국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리언 패네타 전 미 국방장관은 공영라디오 NPR에 “탈레반은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에 안전한 은신처를 제공할 것”이라며 “(다시) 미국의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우린 역사 속에서 죽어갈 것” 아프간 소녀, 절망의 눈물(영상)

    “우린 역사 속에서 죽어갈 것” 아프간 소녀, 절망의 눈물(영상)

    미군이 이번 달 말까지 완전 철군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세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탈레반이 아프간의 주요 도시를 모두 점령하고 본격적인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탈레반의 횡포에 대한 두려움을 눈물로 호소하는 10대 소녀의 영상이 공개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이란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마시 알리네자드가 전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것으로,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10대 소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소녀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며 절망의 눈물을 흘렸다.  160만 명 이상이 본 해당 영상은 탈레반이 수도를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준다.영상이 게재된 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으며, 이 분쟁은 여성과 어린이에게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탈레반은 특히 여성과 언론인을 대상으로 인권침해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프간 소녀들과 여성들이 힘겹게 얻은 권리가 박탈당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보는 것은 매우 끔찍하고 가슴아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는 2001년 탈레반 축출 이후 소녀들을 위한 학교를 개설하고 여성들이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미군 철수 선언 이후 탈레반이 수도 카불까지 장악하면서 아프간과 아프간 여성들의 미래는 급격히 어두워졌다.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을 탈레반이 빠르게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여성과 어린이의 일상이 처참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는 셀 수 없이 많이 쏟아졌다.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 당시 여자아이의 교육 금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 등 여성의 삶을 매우 억압했었다. 불안한 치안 상황으로 강간 등의 범죄에 노출되거나 강제 결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철군의 뜻을 꺾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 안팎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을 강행함으로서 동맹국의 신뢰를 잃을 수 있으며, 아프간에서는 여성 및 인권 옹호라는 핵심가치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광복절 ‘역사의 쓸모’, ‘역사평설 병자호란’ 읽어볼까

    광복절 ‘역사의 쓸모’, ‘역사평설 병자호란’ 읽어볼까

    76주년을 맞은 올해 광복절은 대체 공휴일 지정으로 연휴가 사흘이나 된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나들이도 어려울 테니, 이번 연휴 역사책을 읽으며 ‘북캉스’를 즐겨보는 일도 좋을듯하다. 영풍문고가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달 한국역사·지리 분야 순위를 13일 발표했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최태성 강사의 ‘역사의 쓸모’(다산초당)다. 저자가 역사에서 찾은 22가지 통찰을 통해 우리가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예컨대 구텐베르크가 개발한 대량 인쇄 기술과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을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과 엮어 세상을 바꾸는 생각의 조건을 알아본다. 이밖에 죄인으로 기억되지 않으려 500여권의 책을 집필한 정약용, 출신의 한계를 비관하며 절망하는 대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판을 짠 정도전,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생을 바쳐 독립운동을 한 이회영 등 이야기도 펼친다. 2위는 유시민 작가의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돌베개)가 차지했다. 1959년과 2020년의 대한민국, 4·19와 5·16 등 모두 6장으로 구성했다. 6년 만에 개정 증보판으로 낸 책은 2014년 7월 초 이후부터 2020년 12월까지 주목할 만한 사건을 불러내고 인구, 국민소득, 소득분배 등 사회변화를 보여주는 각종 통계자료를 보완했다. 특히 2019년 7월 4일 발표한 일본의 수출규제, 2016년 이후 확장된 미투운동, 장애운동 등도 부연했다. 4위에 오른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페이퍼로드)는 사건보다 배경과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본격적인 연구서나 독자적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책은 아니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의견은 의견대로 구분하고 독자가 생각해볼 실마리를 준다. 예컨대 거란과의 협상전에서 이긴 뒤 재침략에 대비해 귀주에서 거란을 완파한 송희 장군에 대해 복잡한 국제정세 속을 헤쳐가야 할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로 소개한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부담 없이 보고 다음 단계의 역사책을 찾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한국사만 넣었던 기존 한국사 연표에 같은 시기 일어났던 세계사 사건을 더해 한국사와 세계사를 비교할 수 있게 했다. 기존 사진도 여러 장 교체했다. 영풍문고는 순위에 들지는 못했지만, ‘역사평설 병자호란 1, 2’(푸른역사), ‘매국노 고종-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지도자’(와이즈맨), ‘조선의 딸, 총을 들다(인문서원), ‘백범일지’(스타북스), ‘독립혁명가 김원봉’(가디언) 등도 추천했다. 특히 ‘역사평설 병자호란1,2’에 대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는 책”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격랑 속에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교훈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 웅장한 선율이 위로하는 민족의 恨

    웅장한 선율이 위로하는 민족의 恨

    “가거라, 내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날아가라. 향기에 찬 우리의 조국의 비탈과 언덕으로 날아가 쉬어라.” 민족 해방과 독립을 염원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조국을 빼앗긴 참담한 상황에서도 아름다운 선율과 희망찬 가사로 가득하다.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이 곡은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3막에 등장하는 장엄한 합창으로, 젊은 시절 불행을 거듭하던 베르디를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이자 이탈리아 영웅으로 발돋움하게 한 노래다.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나부코’를 13~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기원전 6세기 유다 왕국이 멸망하면서 많은 유대인이 바빌론으로 포로가 돼 이주한 ‘바빌론 유수’ 사건을 다루는 ‘나부코’에 베르디는 당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와 나폴레옹의 지배를 받은 북이탈리아의 해방과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담았다. 국립오페라단은 2005년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전막 공연을 위해 국내외 유명 창작진, 연주자들을 동원해 무대에 힘을 실었다. ‘안드레아 셰니에’(2015), ‘보리스 고두노프’(2017)를 통해 국립오페라단과 호흡을 맞추며 압도적 스케일의 무대를 선사했던 스테파노 포다가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젊은 명장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바리톤 고성현과 정승기, 소프라노 문수진·박현주 등 뛰어난 실력의 성악가들이 출연하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이 웅장한 선율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등 절망 속에서도 놓지 않은 희망을 노래한다. 포다 연출가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한의 정서와 작품 속 베르디와 그 민족 정서가 일맥상통한다”면서 “한이라는 정서를 작품에 그려 내 인류에 대한 성찰과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담론을 풀어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광복 76주년을 기념해 더욱 뜻깊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많은 일상을 놓친 답답하고 지친 관객에게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국립오페라단은 덧붙였다.
  • [영상] 재난영화 한 장면?…피난 배에서 산불 바라보는 그리스인들

    [영상] 재난영화 한 장면?…피난 배에서 산불 바라보는 그리스인들

    그리스 아테네 북부 에비아섬에서 산불이 발생하면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배를 타고 대피했다. AP통신 등 해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에비아섬에서는 6일째 큰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공개된 영상은 배 안에서 공포에 질린 채 화염이 치솟는 섬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배 안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어른과 아이들로 가득 차 있고, 주인과 함께 대피한 반려동물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방에서 화염이 치솟는 가운데, 배로 대피한 시민들은 무기력하고 절망적은 표정으로 산불을 바라봤다. 재난영화를 연상케하는 이 모습은 끔찍한 자연재해가 인류의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절망감을 토로했다. 에비아섬의 한 주민은 “국가와 정부가 부재한 상황이다. 우리는 신의 손에 달려있다”면서 “사람들이 떠나면 마을 전체가 불타버릴 것”이라고 울먹였다. 또 “우리는 앞으로 40년 동안 이 지역에서 직업을 갖지 못할 것이며, 우리를 보호해주던 숲이 사라지면서 겨울에는 홍수로 익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8일까지 그리스 전역에서는 산불로 약 15만6655헥타르가 소실됐다. 2008~2020년 여름 같은 기간 동안 산불로 소실된 평균 면적인 1700헥타르에 비해 수배에 달한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주변 국가는 그리스의 도움 요청에 응답했으며, 지난 8일 세르비아는 소방대원과 소방헬리콥터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니코스 하르달리아스 그리스 시민보호부 차관은 에비아섬에서 대피한 2000명에게 임시 대피소가 제공됐으며, 현재 거센 바람 탓에 에비아 북쪽의 화재가 해변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린 그리스는 지난 2주 동안 치명적인 화재와 싸워왔다. 소방관들은 부상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화재 진압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 했지만 불길을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련의 산불은 34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폭염으로 시작됐다. 그리스 기상청은 지난 2일 그리스 중부 프티오티스주(州) 일부 지역의 한낮 최고 기온이 46.3℃까지 올라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수도 아테네는 지난달 29일부터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한낮 최고기온이 40℃를 넘었다.
  • “아들 구타 사망 숨기기 급급한 軍, 국가에 책임 없다는 법원에 절망”

    “아들 구타 사망 숨기기 급급한 軍, 국가에 책임 없다는 법원에 절망”

    입대 120일만에 모진 구타로 사망軍 “만두 먹다가 질식사” 은폐 시도군 인권단체 의료기록 입수해 폭로 군사법원 1심서 ‘상해치사’만 유죄2심서 ‘살인죄’ 적용 대법원서 확정법원 4년만에 주범 배상책임만 인정“승주 죽음 헛되지 않게 계속 싸울 것”“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2013년 12월 9일 밝게 웃으며 군대에 간 스무살 막내아들 승주가 4개월 만인 이듬해 4월 6일 부모님과 다시 마주했다. 군 병원을 떠돌다 민간병원 병상에 누운 승주의 몸은 이미 뻣뻣하게 굳고 차갑게 식어 있었다. 군은 ‘윤승주 일병이 만두를 먹다 기도가 막혀 질식사했다’고 했다. 가족들은 군의 말을 믿었다. 선임병들의 잔혹한 구타가 있었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 전 3개월 동안 그저 ‘황망한 죽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는 사이 ‘윤 일병 사건’으로 분노했던 국민들은 기억 속에서 승주를 잊어 갔고, 사법부는 군 당국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있었음에도 지난 7월 22일 한 청년의 죽음에 국가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 직후 “사법부는 죽었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라며 울먹였던 고(故)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66)씨를 지난 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면회 오지 말라더니 이틀 뒤 주검으로 7년이라는 세월에 가슴이 제법 단단해졌는지 안씨는 질문을 조심스러워하는 기자에게 생각보다 담담하게 아들의 참혹했던 사건을 설명했다. 하지만 ‘윤승주 일병이 아닌 막내아들 승주는 어떤 아들이었나’라는 질문에 안씨의 말문이 막혔다. 깊은 한숨과 함께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던 안씨의 두 눈이 순식간에 붉게 충혈됐다. 어머니의 기억을 함께 더듬고자 나란히 앉은 둘째 딸이자 윤 일병의 누나 주영(31)씨의 마스크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옆에 승주 누나도 있지만, 집안의 막내면서도 어쩌면 가장 어른스러운 아이였어요. 간혹 제가 딸들과 싸우고 서운해하거나 힘들어하면 늘 승주가 중간에서 양쪽을 다독여 주며 풀어 줬죠. 대학에서는 기숙사에서 같이 지내던 친구들과 함께 자취를 하고 과대표를 할 정도로 교우관계도 좋았던 그런 아이였어요.” 다정했던 아들이 선임병들의 모진 구타와 가혹행위로 의식을 잃고 세상과의 희미한 마지막 끈을 쥐고 있을 때, 그를 편하게 보내 준 이들도 가족과 친구들이었다. 2014년 4월 6일 밤 병원 후송 당시 이미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던 승주는 누나가 휴대전화로 들려주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듣자 마지막으로 짧고 미세한 심장 박동을 보인 뒤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승주는 입대 120일 만에 고인이 됐다. “4월 6일 그날, 남편한테 전화가 왔어요. 승주가 의식을 잃어서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그런데 저는 그때도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은 안 했어요. 원래 그 전날, 5일에 승주 입대 후 첫 면회가 예정됐다가 취소됐는데 그래서 저는 이렇게 병원에서라도 볼 수 있게 해 주려나 보다 그렇게만 생각했었죠.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어머니 안씨는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승주가 선임병들에게 끌려다니며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기 전인 2014년 4월 5일로 되돌리고 싶다. 식목일이자 토요일이었던 그날은 원래 윤 일병과 가족들의 첫 면회가 예정돼 있었다. 윤 일병은 첫 면회를 앞두고 ‘밖에서 먹던 과자가 먹고 싶다’며 들뜬 채로 가족을 기다렸다. 아들과의 통화에서 함께 생활하는 내무반 선임들의 수까지 확인한 안씨 역시 아들은 물론 선임들과 함께 먹을 음식과 과자까지 모두 마련하고 부대로 출발하는 날만을 손꼽았다. 그런데 면회 일은 다가오는데 아들에게 도통 연락이 오지 않았다. 면회 하루 전날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자 안씨는 부대에서 안내받은 비상연락망으로 전화했다. 전화는 부대 간부의 방으로 연결됐고, 어찌 된 영문인지 윤 일병이 그 간부와 함께 있어 바로 전화를 넘겨받았다. “엄마 왜 여기로 전화했어. 여기로 전화하면 안 돼. 안 돼 엄마… 내일은 안 돼. 내일 훈련이 잡혀서 산으로 가서 여기 없어. 4월은 안 돼. 오지 마.” 윤 일병은 자세한 설명 없이 그저 ‘훈련’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첫 면회가 무산되고 다음날, 이번에는 부대에서 윤 일병의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다. 윤 일병이 만두를 먹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군 병원으로 후송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안씨는 당장 차를 몰아 부대에서 알려 준 연천의료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부대는 ‘윤 일병이 국군양주병원으로 이송 중이니 양주병원으로 오라’더니 이어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이송 중이다’라고 이송 상황을 알려 왔다. “우리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승주는 이미 의식도 없고, 숨도 쉬지 않고 차갑게 굳어 있었어요. 이미 죽은 상태로 도착한 거죠. ”●몸 곳곳에 피멍에도 군은 ‘딴소리’ 병원에 함께 온 윤 일병의 두 누나는 동생의 몸 곳곳에 선명한 피멍과 긁힌 상처 등을 보며 “구타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사복 차림의 헌병대 관계자는 별 대꾸 없이 윤 일병의 사진만 찍어 갔다. 육군은 윤 일병의 사망이 선고된 7일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사인은)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발생한 뇌손상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도 그대로 보고됐으나 정작 윤 일병 부검은 군의 공식 발표 이후인 8일 오후에 진행됐다. 윤 일병 사건은 당시 군의 발표 이후 잊혀져 갔다. 하지만 약 3개월 뒤 비영리 민간단체 ‘군인권센터’가 윤 일병의 의료기록과 군 내 사고 처리 기록 등을 입수하면서 군이 은폐하려 했던 내용이 폭로되기 시작했다. 언론의 취재가 다시 집중되자 군도 그제야 진상 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기도폐쇄성 질식사’라던 윤 일병의 사인은 ‘과다 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사’로 뒤집혔다. 자대 배치 직후부터 지속된 선임병들의 집단 구타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윤 일병의 사인이 명확함에도 군검찰은 애초 선임병들에게 살인죄가 아닌 처벌 수위가 훨씬 가벼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군사재판에 넘겼다가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재판 중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육군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선임병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상해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그나마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선임병들의 살인의 고의를 인정해 살인죄를 적용했고, 이후 대법원은 2016년 8월 주범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가해자 처벌에만 3년, 국가 소송 4년 가해자 처벌에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윤 일병 가족들의 싸움은 그 순간부터 다시 시작됐다. 가족은 건강히 군에 보낸 아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책임은 물론 사건 초기 군의 은폐와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물으려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게 또 4년, 자식을 잃은 가족들의 국가를 상대로 한 지난한 법정싸움이 이어졌다. 안씨는 “어차피 군이라는 조직은 군사경찰도 군검찰도, 군사재판부도 ‘한통속’이라 민간 법원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부장 정철민)는 지난달 주범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인정하는 ‘유족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안씨는 이를 두고 ‘사실상 전부 패소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의 잘못과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군사재판의 부당함을 민간 재판에 호소한 것인데 ‘군사재판부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니 국가의 책임은 없다’는 게 민간 법원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제 인생은 이미 2014년 4월에 끝났어요.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너무 아프고 무섭게 떠난 승주를 위해… 나중에 승주를 다시 만났을 때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 주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겁니다.” 아들의 사건이 있기 전 이른바 진보적 시민단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었다던 안씨는 현재 군인권센터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비슷한 처지의 다른 유가족들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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