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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대소변 다 받았다”…대장암 이겨낸 한무 고백

    “아내가 대소변 다 받았다”…대장암 이겨낸 한무 고백

    원로 코미디언 한무(77)가 대장암으로 투병했던 근황을 공개했다. 7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TV 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한무가 2018년 대장암 수술 후 1년 가까이 투병하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경험을 털어놨다. 한무는 1970~80년대 전설적인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를 통해 독특한 외모와 ‘방귀 개그’로 인기를 누렸던 원로 개그맨이다. 한무는 70대 초반이던 2018년 대장암 선고를 받았다. 투병 과정에서 그를 간호하며 곁을 지킨 건 미8군 밴드 출신인 7살 연하의 아내였다. 과거 월남 전쟁 당시 위문공연이 한창이던 때, MC를 보던 한무는 같은 무대에 섰던 한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는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두 사람은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한무의 아내는 남편의 대장암 선고 이후 하루에도 수십 번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내고도 한 마디 불평 불만도 하지 않았고, 끝까지 절망하지 않았다고 한무는 전했다. 한무는 “수술 받았을 때 아내가 고생을 너무 했다. 6개월간 대소변을 다 받았다”며 “진짜 잘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라고 말했다. 한무는 아내의 정성스런 병 간호 덕에 다행히 1년 간의 투병 끝에 현재는 건강을 되찾았다. 한편 한무는 이날 방송에서 고(故) 개그맨 서영춘을 떠올리며 ‘붕어’라는 자신의 별명을 그가 붙여줬다고 전했다. 한무는 “붕어라는 별명 덕에 CF도 찍어서 돈 많이 벌었잖아. 그거 히트했다”고 회상했다.
  • 여성 향한 폭력 멈출 때까지…22년째 안 씻은 인도 남성

    여성 향한 폭력 멈출 때까지…22년째 안 씻은 인도 남성

    “여성에 대한 폭력과 토지 분쟁, 무고한 동물을 향한 학살이 멈출 때까지 목욕을 하지 않겠다 맹세했다.” 무려 22년 동안 간단한 샤워 한 번 하지 않은 남성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전까지는 결코 목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aj.tv·NEWS18 등은 7일(현지시간) 확고한 신념 아래 여성들을 향한 폭력 근절, 토지 분쟁, 무고한 동물 학살이 끝나지 않는 이상 목욕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62세 남성의 사연을 전했다. 인도 비하르주 바이쿤트푸르 마을에 살고 있는 다람데브 람은 올해로 22년째 목욕을 하지 않고 있다. 이미 오랜 기간 씻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유명한 그를, 동네 사람들은 그가 어떤 신념 아래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됐는지에 더 집중했다. 다람데브는 최근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22년 동안 샤워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과 토지 분쟁, 무고한 동물을 향한 살해가 멈출 때까지 목욕을 하지 않겠다 맹세했다”고 생각을 밝혔다. 다행히 다람데브는 오랜 기간 씻지 않고 있음에도 건강 상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와 아들 세상 떠나 홀로 수행다람데브는 1975년 처음 일을 시작해 1978년 결혼해 자식을 낳고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 1987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며 각종 잔혹 행위와 폭력이 늘어난 것을 깨달았다. 또 무고한 동물을 향한 학대와 학살, 토지 분쟁으로 인한 가족, 친척 등 사람들 사이의 다툼이 증가한 것을 보고 큰 좌절감을 느꼈다. 2000년이 되자 다람데브는 여성을 향한 폭력 근절과 동물 학대 금지 등을 바라며 스스로 소원이 이뤄질 때까지 샤워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명상을 시작했고, 영적인 수행의 일환으로 목욕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씻지 않고 직장에 출근한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도 됐지만 의지를 꺾지 않았다. 2003년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두 아들이 모두 먼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혼자만의 싸움을 계속했다. 결국 2022년이 된 현재 그는 무려 22년 동안 샤워를 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다람데브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때까지 어쩌면 죽을 때까지 평생 목욕을 하지 않고 살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두 남매가 모두 자폐인인 어머니의 절망과 희망/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두 남매가 모두 자폐인인 어머니의 절망과 희망/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아무리 TV 리모컨보다 책을 좋아하는 책벌레라지만, 요즘엔 나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홀려 있다. 리듬을 타듯 피아노를 연주하듯 허공을 짚는 우영우의 손짓, 세상에서 맥락이란 것을 제일 어려워하는 귀여운 로봇 같은 어투, 이 어눌한 모습 너머로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들을 세심하게 읽어내 복잡한 사건을 척척 해결해 가는 히어로 우영우를 응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누군가는 이것이 장애인의 현실을 모르는 자의 판타지일 뿐이라고도 하겠지만, 자폐에 대해 무지하거나 편견을 갖고 있던 누군가가 자폐인의 상동행동(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발달장애인의 몸짓)이나 반향어를 보고 ‘저 사람 너무 이상해. 가까이 가기 싫어’가 아니라 ‘어? 우영우랑 비슷하네. 아, 저 사람은 자폐인이구나’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만 해도 우영우는 어떤 복지나 교육도 대번에 해내지 못한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이 드라마 너머에 거대하고 막막한 장애인의 진짜 현실이 있음을 나는 안다. 사람들은 회전문 앞에서 망설이고 큰소리에 깜짝 놀라며 헤드셋을 쓰는 무해하고 안쓰러운 우영우를 사랑하지만, 괴성을 지르거나 몸을 뒤틀고,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장애인은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새롭고 도전적인 드라마 한 편이 그 모든 장애인 서사의 엄중함과 폭넓음을 감당해 내지 못한다고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정말 ‘현실적이고 뭔가 다른 장애인’의 이야기를 원한다면 지금 서점에 가 보길 권한다. 서점에는 수많은 스펙트럼과 상황에 놓인 발달장애인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다만 우영우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 미디어가 이들에게 빛을 비춰 주지 않고 외면한다면 당신만이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손 내밀어 빛이 돼 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누가 뭐라든 너는 소중한 존재’(스타라잇 펴냄)라는 책을 읽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말 못 하는 자폐아인 줄로만 알았던 아이가 천재 법조인이 되는 이야기라면 이 책은 걷기도 전에 책을 줄줄 외우고 영어로 말해서 영재교육을 시키려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급속한 퇴행과 함께 자폐 진단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청천벽력으로 둘째 남동생마저 자폐 진단을 받는다. 두 남매가 모두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어머니의 육아란, 매일의 싸움이란 웬만한 드라마의 서사를 초월한다. 자폐인 두 남매의 어머니이자 영어교사로 일하는 이수현 작가는 우리가 드라마에서 가슴 아파했던 장애인을 향한 경멸과 혐오의 시선들을 수천수만 번 겪어 온 사람이다. 자폐인을 향한 세간의 그 시선, 마치 전염병이라도 걸린 양 두 남매에게 내리꽂히는 세상의 그 냉랭한 시선은 이 꿋꿋하고 용감한 엄마에게도 매번 가슴에 ‘물집이 터지고 진물이 흐르는’ 고통이다. 하지만 그가 장애인들이 많이 사는 미국 데이비스를 방문했을 때 중증자폐인들이 소리를 지르자 비장애인들은 전혀 놀라지 않고 웃으며 대꾸했다. “오늘 기분이 좋은가 봐!” 한국은 오랜 시간 가혹한 차별적 시선을 이 어머니와 두 남매에게 던졌지만, 지금도 이수현 작가는 자폐인 두 남매가 이 땅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매일 큰 싸움을 치르고 작은 기적을 빚어내며 바로 여기서 살아가고 있다. 이 두 남매는 영재에서 자폐아가 된 게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어느 면에서는 영리하며 또 다른 면에선 타인의 도움과 따스한 시선이 간절히 필요한 두 남매의 유일무이한 삶을 하루하루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 신경외과 교수의 호소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본질 봐달라”

    신경외과 교수의 호소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본질 봐달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지난달 24일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가운데, 이 사건을 계기로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집도할 뇌혈관외과 전문의가 부족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런 점에서 “본질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는 방 교수가 이번 사건 기사에 단 댓글이 화제가 됐다. 방 교수는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아산병원 현직 간호사분이 그것도 근무 중에 쓰려졌는데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해 수술했으나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우선 위로했다. 이어 “그 큰 병원에 수술 집도할 의사가 학회, 지방 출장으로 부재 중인데 공분해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많아 나이 50대 중반의 뇌혈관외과 교수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말씀드린다”고 댓글을 단 이유를 밝혔다. 방 교수는 “국내 ‘빅5’ 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는 고작 2, 3명이 전부이고 아산병원도 뇌혈관외과 교수는 2명밖에 없다”며 “본질은 우리나라 ‘빅5’ 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는 기껏해야 2~3명이 전부라는 현실이며 큰 아산병원도 뇌혈관 외과 교수는 2명 밖에 없어 밤에 국민들이 뇌출혈로 급히 병원을 찾았을 때 실력있는 뇌혈관 의사가 날밤을 새고 수술하러 나올 수 있는 병원이 전국에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고 당일 한 분은 해외 학회 참석 중이셨고 또 한 분은 지방 출장 중이셔서 뇌혈관외과 교수가 아닌, 뇌혈관 내시술 전문 교수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보려고 색전술로 최대한 노력했지만, 결국 출혈 부위를 막을 수 없었고 머리 여는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병원에 없어 환자를 살려보려고 수소문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외과 교수 달랑 2명이서 1년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을 서고 있는데, 과연 국민 중 몇 프로가 50살을 넘어서까지 인생을 바쳐서 과로하면서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또 “뇌혈관 수술의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진료비)로 인해 지원자도 급감해 없는 한국 현실에서 뇌혈관외과 의사를 전임의까지 양성해 놓으면 대부분이 머리 열고 수술하지 않는 코일 색전술, 스텐트 등 뇌혈관내시술(신경중재시술)을 하는 의사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며 “큰 대학병원에는 뇌혈관외과 교수가 그나마 2~3명이라도 있지, 중소병원이나 지방 대학병원에는 1명만 있거나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40대 이상 실력있는 뇌혈관외과 의사는 거의 고갈된 상태”라며 “신경외과 전공의들도 전공의 4년을 마치고 나면 현실의 벽에 절망하며 대부분 척추 전문의가 돼 한일합방시대 독립운동을 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방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에서 중증의료를 얘기하지만, 정작 신경외과는 필수진료과인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여서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책임자를 처벌하고 끝나는 식이 아니라 고갈돼 가고 있는 뇌혈관외과 의사를 보호하고 실력있는 후학을 양성할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이 근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30대 간호사 A씨는 지난달 오전 출근 직후 극심한 두통 증상으로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의료진은 A씨에 대해 뇌출혈로 진단하고 곧바로 혈류를 막는 색전술 처치를 했지만, 출혈이 멈추지 않자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긴급 전원 조치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A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후에도 회복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병원 관계자는 “해당 간호사에게는 일차적으로 출혈을 막기 위한 색전술 등의 광범위한 처치가 적절히 시행됐지만, 이미 출혈 부위가 워낙 커진 상황이었다”라며 “당시로서는 전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를 떠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응급시스템을 재점검해 직원과 환자 안전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의료인력 부족 등 의료환경 문제로 공론화하자 정부도 진상조사를 예고했다.
  • 로마제국 역병 그리고 흑사병… 이타주의가 흥망성쇠 갈랐다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로마제국 역병 그리고 흑사병… 이타주의가 흥망성쇠 갈랐다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경계를 넘나드는 역사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차용구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가 국내외 이슈를 역사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진단하는 ‘비아 히스토리아’(via historia)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라틴어로 via는 ‘길’과 ‘여행’, historia는 ‘역사’를 뜻합니다. 따라서 비아 히스토리아는 역사가 걸어온 길, 즉 ‘역사의 길’을 의미합니다. 3주마다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는 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철학자로서 어떻게 해야 훌륭한 통치자가 될지 성찰하는 ‘명상록’을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철인황제(哲人皇帝)도 후대에 그의 이름을 따서 ‘안토니누스 역병’으로 불린 감염병으로 재임 기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로마제국은 ‘팍스 로마나’, 즉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구가했지만 서기 165년부터 20여 년간 계속된 질병으로 서서히 위기에 빠져들었다. 천연두로 알려진 이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구의 20~30%가 사망하자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로마제국은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국력도 약해졌다. ● 인류와 공존해 온 감염병 로마제국은 3세기 중반에 ‘키프리아누스 역병’이 번지면서 다시금 큰 혼란을 겪었다. 도로에 버려진 시신이 먼지처럼 취급될 정도로 전염병 앞에서 감염된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방치됐다.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늙은 부모를 방치하면서 거리에서는 감염자가 굶어 죽었고 감염된 시신 또한 넘쳐났다. 무엇보다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위가 거의 당연하게 여겨졌다. 가급적 ‘빨리 그리고 멀리 도망가서 되도록 늦게 돌아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던 시절에 도망치지도 못하고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대다수에게 감염병은 가혹한 형벌과 같았다. 하지만 감염병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동시대 로마인들의 이기적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교회를 이끄는 지도자인 주교 키프리아누스는 신자들에게 병에 걸린 이웃들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돌보라고 권했다. 부유한 신자들은 기금을 출연하고 가난한 자들은 봉사를 하도록 했다. 공동체에 대한 신자들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면서 신자와 비신자 구분 없이 모든 취약 계층을 도와주고 치료하도록 고무했다. 심지어 그리스도교를 박해하고 살해했던 사람들도 도와주었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계명을 준수하며 모든 인간에 대해 인자(仁慈)를 실천한 것이다. 키프리아누스는 감염된 자들을 돌보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훈련이라고 신자들에게 강조하면서 “악을 선으로 이기고, 관용을 베풀고, 원수를 사랑하고, 핍박하는 자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위기 상황일수록 지도자의 통치철학과 리더십이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순교를 갈구하면서 환자에게 음식물을 주고 그들을 보살폈다. 그러다가 감염되기도 했지만 이를 자발적 순교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돌보는 자들이라는 ‘파라볼라노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었다. 이러한 끊임없는 자선과 선행은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에 공동체적 연대를 불러왔다. 교회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빈민 구호 활동은 박해받던 종교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결국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자기희생 정신이 자기중심적인 로마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것이다. 질병 치료에 앞장서서 살신성인의 순교정신을 실천한 그리스도인들의 이타적 행동은 재난 상황에서 더 많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안토니누스 역병’과 ‘키프리아누스 역병’이 발병하던 시기에 그리스도교 신자의 수가 4만명에서 600만명으로 급증했다. 교회 규모가 150배 늘어난 것이다. 로마제국 인구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전염병이 유행하던 때 희생양을 찾으려고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박해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비약적인 성장이다. 교회 지도자들의 솔선수범,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감, 비신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고민, 이를 신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교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이러한 성공 사례는 코로나19로 절망에 빠진 우리 국가와 사회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사즉생(必死卽生), 즉 대의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으면 오히려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유럽을 강타한 최악의 재앙 흑사병 14세기 중반 유럽 사회에는 흑사병이라는 뜻밖의 전염병이 널리 유행했다. 불과 6년 만에 인구의 3분의1에서 2분의1 정도가 사망한 엄청난 재앙이었다. 격리를 뜻하는 영어 ‘쿼런틴’(quarantine)은 ‘40일’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 giorni’에서 유래했다. 이는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 때 항구로 들어오는 배의 선원들을 지정 장소에서 40일 동안 격리한 데서 비롯했다. 도시 간 왕래와 모임 금지, 공중위생과 환경 개선 조치를 취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신을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구덩이를 깊게 파고 매장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부유한 자들은 비축한 음식물로 격리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인근 교외로 피신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은 생계를 위해 거주지 인근에 머물러야 했기에 전염병에 집중적으로 희생됐다. 결국 흑사병은 생활 환경이 열악한 ‘방역 사각지대’인 빈민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매일 출근하지 않고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일용직 노동자, 택배·배달 노동자,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콜센터 노동자 등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과 같다. 고위 성직자들은 근무지를 무단으로 벗어나 교구 외곽의 안전한 곳에 머물렀다. 지도층은 자기희생이라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을뿐더러 위기를 극복할 지혜도 부족했고 장기적인 안목도 갖추지 못했다. 무능한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불안한 시민들은 허위 정보, 음모론에 의존하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언행을 일삼았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 사람들을 죽이려 한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렸고, 평소 유대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이를 빌미로 유대인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유대인이 많이 거주하던 오늘날 중부 유럽 지역에서만 1348년에서 1351년 사이에 400여 개가 넘는 도시와 마을에서 유대인이 죽임을 당했다. 1923년 일본의 관동대지진 당시에도 ‘조선인이 일본인들이 마시는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그 소문을 믿은 일본인들이 수많은 조선인을 학살했던 뼈아픈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거짓 소문, 정치 프로파간다, 부정확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떠돌아다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하지만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불만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힘없는 약자에게 행하는 차별과 폭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자 문제의 원인을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흑사병을 신이 인간의 죄를 징벌하는 것이라고 보아 진정한 참회를 해야 한다며 스스로 몸에 채찍질을 하는 채찍질 고행단이 등장했다.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웃을 대신해 모든 것을 내 탓(mea culpa)으로 돌리는 자발적 고행은 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었다. 고통 분담을 외면하지 않고 솔선수범해 사회적 책임을 온몸으로 떠맡았기 때문이다. 감염병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살을 파고드는 채찍 소리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사회 지도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몸담은 조직의 무능함과 모순을 드러내고 개혁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요인이 됐다. 흑사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교회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위신도 크게 떨어졌다.●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특정 종교 단체의 사례이지만, 고대의 역병과 중세의 흑사병이 불러온 위기에 대응했던 서로 다른 양상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위기 상황에서 사회의 흥망성쇠는 지도자의 올바른 상황 인식 능력에 달렸다. 둘째, 지도부는 문제의 근원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셋째, 위기를 이겨 내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따를 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약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회는 국제적 신뢰를 잃을 것이다.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교인들이 자신들을 핍박했던 원수에게조차 자비를 베풀었기에 감염병이 돌 때마다 개종자 수가 늘었음을 기억하자. 위기 상황에서 진정성이 신뢰라는 자본을 쌓은 덕분이다.마지막으로, 이타주의는 감염병 위기를 헤쳐 나가는 주요 대처 방안이다.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도 “타인의 불행은 내게 재앙이 된다”고 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탈리는 이타주의를 앞세운 국가와 국민만이 코로나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역사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야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중앙대 교수·작가
  • [여기는 중국] “도저히 못 살겠다” 중국화에 뿔난 홍콩 공무원들 ‘줄사표’

    [여기는 중국] “도저히 못 살겠다” 중국화에 뿔난 홍콩 공무원들 ‘줄사표’

    지금껏 홍콩에서도 공무원은 한국처럼 인기 직종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한때는 가장 안전한 ‘철밥통’ 직종으로 불리며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던 공무원에 대한 선호가 모두 옛이야기가 됐다.  홍콩의 중국화가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들의 동요가 일어나면서 지난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의 공무원이 지난 1년 사이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매체 더스탠다드는 2021~2022년 기준 자발적으로 사직한 홍콩 공무원의 수가 3천 743명에 달했으며, 이는 지난 2020년 대비 무려 2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 28일 보도했다. 홍콩 민정국 조사에 따르면, 홍콩 내 전체 공무원 수 17만 8000명 대비 약 2.1%가 이 시기 스스로 공무원직을 떠난 것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공무원 중 32명은 행정부 소속 관리직 이상의 고급 공무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직자 중 10명은 국장급 고위 공무원, 22명은 임원급 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이 매체는 사직서를 제출해 자발적으로 공직을 떠나려는 홍콩 공무원의 수가 지난 2017년부터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애국과 중국 당국에 대한 충성 요구 분위기에 맞서 절망감을 느낀 상당수 홍콩 공무원들이 전례 없는 사직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17~2018년 한 해 동안 총 1천 333명의 공무원이 사직했으며, 이후 2년 동안 공직을 떠난 공무원의 수는 각각 1443명, 1571명 등으로 점차 늘어났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20~2021년에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무원 21명을 포함해 총 1천 863명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콩 당국이 지난 2020년 11월부터 공무원들에게 ‘홍콩 기본법, 안전법, 국가에 대한 충성’을 다하는 선서를 의무화하는 등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지원자 수도 매년 감소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국가에 대한 충성을 내용으로 하는 선서를 거부하는 공무원은 국가 공무원으로의 자격이 박탈된다. 또,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거나 중국을 모독하는 등의 9가지 사례를 위반할 경우 모든 홍콩 공무원은 ‘충성서약 위반죄’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이 법이 공고된 지난 2020년 10월 당시, 충성 서약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약 200명의 공무원이 즉시 해임 조치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난 2017~2018년 1만 7천명 수준이었던 행정관(공무원) 응시자 수는 지난해 9천 700명으로 급감했다. 같은 시기 고위 공무원 응시생의 수도 기존 2만 5000명에서 1만 5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한편, 이에 대해 렁차우팅 공무원노조연맹 회장은 “홍콩 공무원의 근무환경이 각종 정치적 압력의 증가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등 공무원 직종에 대해 청년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상당수 현직 공무원들 역시 제로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일선 현장에 배치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등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동반자살 아닌 살해”…초등생 두 아들 목숨 끊은 친모 징역 20년

    “동반자살 아닌 살해”…초등생 두 아들 목숨 끊은 친모 징역 20년

    생활고를 이유로 두 아들을 살해한 40대 친모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0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41)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아동관련기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A씨의 남편을 비공개로 증인신문한 뒤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4월 5일 주거지인 금천구 시흥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초등학생인 두 아들(8·7)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아들들을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남편을 찾아가 범행을 털어놓고 함께 관할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증거에 의해서도 피고인은 유죄가 인정된다”며 “중요한 것은 피고인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했는지, 그리고 여기에 맞는 적절한 형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재판부는 약 10분간 A씨의 양형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검찰은 A씨가 남편과 별거 뒤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자 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녀들을 살해했다고 봤고, 재판부도 “남편이나 시댁에 대한 복수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낳아서 열심히 키운 자식들을 피고인 손으로 살해하고 피고인마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 한 점을 보면 피고인의 어떤 불안감, 절망감이 정말 상당했을 거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된다”며 남편이나 시어머니, 형제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언급했다. 그러나 곧이어 “피고인이 힘들고 불안에 시달렸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과연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심각했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흔적, 직업을 구해본다든가 아니면 정신과나 상담소에 가서 상담을 받아본다든가 하는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녀들은 태어난 순간 그 자체로 독립된 귀중한 생명이고 아직 꿈을 펼쳐보지도 못했다. 영문도 모르고, 더더욱이나 믿고 따랐던 엄마 손에 의해 소중한 생명을 빼앗겼다”며 “이 사건은 동반자살 사건이 아니라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4월 5일 금천구 다세대주택에서 초등학생 아들 2명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남편과 별거 중 1억원이 넘는 빚으로 생활고를 겪다 범행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별거 상태에서도 남편의 월급으로 생활하던 A씨는 남편이 3월 직장에서 해고되자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후 남편 명의로 된 자신의 주거지까지 압류가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한 나머지 자식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선택을 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이후 극단적 선택을 세번이나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경찰에 자수했다.
  • 극단 선택 5명 중 1명, 코로나에 스러졌다

    극단 선택 5명 중 1명, 코로나에 스러졌다

    2020년 1월 이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이들 가운데 5명 중 1명은 코로나19와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숨지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움과 불안감을 털어놨으나, 이런 호소가 자살 전 경고신호였음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19일 자살 사망자 유족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와 행동 양상, 자살 원인을 추정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코로나19가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 29명의 사례가 포함됐다. 2020년 이후 자살사망자 가운데 복지부가 심리부검을 시행한 132건의 22.0%이다. 20대와 30대가 각 9명, 40대와 50대가 각 4명, 60대 이상이 3명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직업·경제, 대인관계,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실직, 폐업, 부채 증가, 사회활동 제한 등 어려움이 가중되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19명(65.5%)은 사망 전 직업 스트레스를, 23명(79.3%)은 경제 스트레스를 복합적으로 경험했고, 코로나19로 업무부담이 크게 늘어 어려움을 겪은 자살 사망자도 2명 있었다. 또한 29명 중 28명에게 정신과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 중 15명은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이 악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은 94.0%가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유족이나 지인이 이를 눈치챈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최근 7년(2015∼2021년)간 자살사망자 801명과 그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을 한 결과 243명(사망자 기준 32.3%·중복응답)이 수치심, 외로움, 절망감, 무기력감 등을 표현하고 평소보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많이 내며 멍하게 있는 등 감정 상태의 변화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살사망자가 보내는 경고 신호를 알아차리기만 해도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지현 “‘9급으로 서울서 어떻게 사나’…공시생에 모멸감”

    박지현 “‘9급으로 서울서 어떻게 사나’…공시생에 모멸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 사적 채용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 대표 직무대행을 향해 “뻔뻔하다”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19일 페이스북에 “여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는데도 ‘사적 채용’이 뭐가 잘못이냐며 뻔뻔함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권 대행은 이번 논란이 불거진 뒤 “내가 추천했다”면서 “(업무 역량이) 충분하다”고 했다. 권 대행은 그러면서 “높은 자리도 아니고 9급으로 들어갔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라고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를 두고 “합격의 그날만을 기다리며 온종일 책과 씨름하는 공시생과 청년들에게 허탈을 넘어 모멸을 안기는 발언”이라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과 최소한의 생계도 유지 못할 최저임금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노동자들을 절망에 빠트린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실상 삭감과 다를 바 없다”며 “그래 놓고 서울에서는 최저임금보다 10만원을 더 줘도 못산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최저임금은 높일 생각이 없나? 우리는 그거 갖고 못살지만 니들은 그거 갖고 살란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퇴근을 반납하고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이 수두룩한데 임기 내 공무원을 5%나 줄이겠다고 하면서, 전공과 무관한 성악과 출신을 시민사회 수석실에 임용했다”며 “고생하고 계시는 공무원 줄일 생각보다, ‘사적 채용’된 친인척과 지인의 자녀들부터 내치라”고 했다. 또 박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정권을 잡았다. 분노한 청년들이 들고일어나기 전에 대통령실의 지인 인사, 친인척 인사를 모두 원점으로 돌리시라”면서 “그렇지 않다면, 권성동 원내대표의 경거망동과 태도는 윤 정부가 내세운 공정한 사회에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나…자살사망자 801명 심리부검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나…자살사망자 801명 심리부검

    2020년 1월 이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이들 가운데 5명 중 1명은 코로나19와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숨지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움과 불안감을 털어놨으나, 이런 호소가 자살 전 경고신호였음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19일 자살 사망자 유족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와 행동 양상, 자살 원인을 추정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코로나19가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 29명의 사례가 포함됐다. 2020년 이후 자살사망자 가운데 복지부가 심리부검을 시행한 132건의 22.0%에 해당한다. 20대와 30대가 각 9명, 40대와 50대가 각 4명, 60대 이상이 3명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직업·경제, 대인관계,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실직, 폐업, 부채 증가, 사회활동 제한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19명(65.5%)은 사망 전 직업 스트레스를, 23명(79.3%)은 경제 스트레스를 복합적으로 경험했고, 코로나19로 업무부담이 크게 늘어 어려움을 겪은 자살 사망자도 2명 있었다. 또한 29명 중 28명에게 정신과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중 15명은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이 악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화훼업을 한 40대 남성 A씨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로 꽃 수요가 급감하고 꽃값이 폭락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사망 3개월 전에는 2000만원 가량 빚을 져 매일 독촉을 받았다. 또한 끊었던 음주·도박에 손을 대 아내와 다퉜고, 집을 나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은 94.0%가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유족이나 지인이 이를 눈치챈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사망자가 보내는 경고 신호를 알아차리기만 해도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최근 7년(2015∼2021년)간 19세 이상 성인 자살사망자 801명과 그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을 한 결과 수치심, 외로움, 절망감, 무기력감 등을 표현하고 평소보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많이 내며 멍하게 있는 등 감정 상태의 변화가 있었다는 유족의 응답이 243명, 32.3%(사망자 기준· 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평소에 즐기던 활동을 더는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는 등의 무기력·대인기피·흥미상실 등의 신호도 185명(24.6%) 있었다. 자살 사망자는 1명 당 평균 3.1개의 사건을 동시에 체험했다. 주요 사건은 부모·자녀 등 가족관계(60.4%), 부채·수입 감소 등 경제 문제(59.8%), 동료 관계·실직 등 직업문제(59.2%)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또한 자살사망자는 스트레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우울이나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거나 악화해 자살에 이르는 공통점을 보였는데, 사망 전 치료나 상담을 받은 사람은 전체 심리부검 대상자의 52.8%로 절반을 겨우 넘었다. 중·장년기 자살사망자의 경우 12% 정도가 병·의원 외에 금융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유족들은 사별 후 어떤 문제를 겪었을까. 심리 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95.2%는 사별 후 일상생활에 변화를 경험했다. 면담에 참여한 대부분의 유족(71.4%)이 수면 문제를 겪고 있었고, 60.9%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 상태를 보였으며 음주 문제를 경험한 유족은 20.6%로 확인됐다. 가족을 자살로 잃은 유족은 때로 같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의 42.8%가 생존 당시 자살로 가족이나 지인을 잃은 자살 유족이었다. 약 60%의 유족이 심리부검 면담 당시 자살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사별 기간이 3개월 이하(61.2%)로 짧거나, 25개월 이상(61.5%)으로 긴 유족에게서 자살 생각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자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유족을 향한 비난을 우려해 자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제대로 도움받지 못한 유족이 전체의 72.3%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포착] 러軍 공습에 사망한 4세 아이 장례식…“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분통

    [포착] 러軍 공습에 사망한 4세 아이 장례식…“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분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약 5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중부에서 사망한 4세 아이의 장례식이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열렸다. 로이터,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중부 빈니차에 살던 리자 드미트리에바(4)는 지난 14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폭격으로 세상을 떠났다.다운증후군을 앓아왔던 리사는 폭격이 있던 당일, 어머니와 함께 언어치료센터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을 받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어머니인 이리나는 다리가 절단되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러시아군의 공습이 있기 직전, 어머니는 치료를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광장을 뛰어놀던 딸의 모습을 휴대전화에 동영상으로 담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의 민간인 공격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해당 동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자신이 타던 유모차를 끌며 아장아장 걷는 리사의 생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밝은 표정으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리사의 마지막 모습은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알리는 상징이 됐다.현장에서 사망한 어린 소녀의 장례식에는 아버지 아르템 드미트리예프, 할머니 라리사 드미트리예바 등 가족과 일부 친지들이 모였다. 러시아군의 잔혹한 전쟁 범죄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빈니차 지역 방송사가 장례식을 생중계했다. 리사의 어머니는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회복했지만, 다시는 딸과 함께 걸을 수 없다는 현실에 절망했다. 어머니는 생중계되는 어린 딸의 장례식 방송을 통해 리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봐야했다. 숨진 리사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흰색 꽃관을 머리에 쓴 채 관 속에 누워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곰인형과 토끼 인형이 관에 넣어졌다. 리사의 할머니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의 마지막을 보기위해) 왔는지 보렴”이라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리사의 어머니인 이리나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세상은 우리 아이들과 군인, 우크라이나 국민이 살해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신경쓰지 않는다”며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군의 빈니차 공습으로 리사 등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2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흑해 잠수함에서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고, 빈니차 도심의 복합쇼핑몰과 문화센터에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민간인 다수가 사망하거나 다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노골적인 테러 행위”라며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테러 국가로 지정돼야 한다는 것을 재입증했다”고 비판했다.한편, 러시아군은 며칠째 전선에서 떨어진 도시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측은 군사시설을 겨냥했다고 주장하지만, 민간인과 민간시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5일에는 드니프로 산업 단지와 거리가 러시아 순항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3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했다. 발렌틴 레즈니첸코 드니프로페트로우크 주지사는 16일 “사망자 중에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도 있다. 그는 낮 근무를 마치고 다음날 새벽 근무를 준비하려 차고로 돌아가고 있었다. 살 날이 많이 남은 젊은 친구이자 두 아이의 아빠였다”고 전했다.
  •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사회적 절망 끊는 디지털 생태화폐/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사회적 절망 끊는 디지털 생태화폐/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실망과 절망은 다르다. 실망은 희망을 잠시 잃는 것이라 되찾으면 되지만, 절망은 희망이 아예 끊겨 버린 것이다. 사회가 절망하면 큰 일이다. 요즘은 수단일 뿐인 돈으로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있다. 정부와 은행이 중앙관리하는 법정화폐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고안된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있다. 교환하고 저장할 수 있으며 거래, 결제와 정산, 그리고 기축통화 역할 가능성 얘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화폐임이 틀림없다. 암호화폐의 기반은 블록체인인데, 법정화폐의 부작용 극복을 위해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이 2008년 제안했다. 그런데 암호화폐의 가치 기준은 아쉽게도 원화,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와 동일하다.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어 거래 매개라기보다는 투자의 대상이다. 법정화폐의 가치 기준은 노동과 시간에 일부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돈 자체에 내재돼 있다. 달러처럼 강한 화폐 속에 다른 화폐의 가치 기준이 담겨 있다. 법정화폐를 극복하면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안된 지역화폐도 있다. 팬데믹 시기 지원금으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지역화폐 가치 기준 역시 법정화폐와 동일하다. 지역화폐와 암호화폐 모두 환전이 돼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가치 기준이 같아 법정화폐가 야기한 문제 해결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법정화폐와 가치 기준을 달리하는 화폐는 혹시 없을까? 재밌고 모험적인 새로운 가치 기준 하나를 상상해 보자. 우리가 매일 누는 똥을 수세식 화장실에 버리지 않고 특수하게 설계된 변기와 연결 장치를 통해 물도 아끼고 바이오 에너지와 퇴비를 만들면 일정량의 가치가 생기는데, 여기에 가치 기준을 두는 돈을 만들어 ‘똥본위화폐’라 이름 붙이자. 한 사람의 하루 똥 가치에 10꿀을 주고 세상 모든 가치를 똥본위화폐 단위인 꿀로 가격을 매겨 보는 것이다. 똥본위화폐는 똥의 생태적 가치를 믿는 모든 사람에게 매일 지불되는데, 사용하지 않으면 조금씩 없어져 한 달 뒤엔 모두 사라지도록 설계된다. 부패해 자연 속으로 돌아가 순환하는 돈에 자본의 욕망이 생길 리 없다. 지불되자마자 일정 부분 동료와 나눈다. 나눔으로써 연결되니 사회적 연대 가치가 만들어진다. 지금이야 정부와 은행이 지불을 보증하니 화폐를 믿지만, 대중 사이 믿음에 기반하는 생태화폐가 만들어지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베이커리, 과일가게, 카페는 오늘 다 팔지 못하는 빵, 과일, 커피를, 영화관은 주중 빈 좌석을 똥본위화폐로 지불하는 것을 허락하면 된다. 정부 세금에 의존하지 않는 기본소득 역할도 가능하겠다. 마을, 도시, 국가별로 꿀의 지불 규모가 다르겠지만, 그 과정조차 재미있게 공유된다. 가치 기준이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돌아오게 만들어 절망 너머 세상을 보여 주는 경제생태철학이다. 가치 기준 자체를 바꿀 용기만 있으면 족하다.
  •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심장이 뛸 때 우리는/정신과의사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심장이 뛸 때 우리는/정신과의사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이야기를 슬며시 꺼내는 순간이 있다. 그 마음속 이야기를 우리는 ‘심중(心中)의 이야기’라고도 쓴다. 마음의 여러 갈래를 연구하는 학문은 심리학(心理學)이라 부른다. 마음을 나타내는 한자인 마음 심(心). 심은 마음을 뜻하지만 사실 심장이라는 장기의 이름이다. 글자를 만든 원리 자체가 심장의 모양을 본뜬 상형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귀여운 아기의 재롱을 볼 때,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의 눈부신 미소를 볼 때 우리는 ‘하트 뿅뿅’을 날린다. 이 하트(heart)란 영어 단어 역시 심장이라는 장기의 이름이다. 벅차오르는 사랑하는 마음. ‘사랑’도 ‘마음’도 그 단어가 원래는 ‘심장’을 뜻한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모든 감정의 근원을 심장에서 찾았던 모양이다. 타당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스러운 대상을 볼 때, 우리의 신체 기관 중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심장이니까. 쿵쿵쿵. 비단 사랑을 느낄 때뿐만 아니라 걱정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도, 불안할 때도,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제일 먼저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니까. 하지만 메스를 들고 심장을 아무리 헤집어 봐도, 사랑과 분노를 일으키는 근원은 찾을 수 없다. 정확히 말해 심장은 감정의 근원이라기보다는 결과다. 감정의 근원은 심장이 아니라 뇌이기 때문이다. 때론 대뇌피질의, 주로는 변연계의 복잡한 작용을 통해 우리는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경험한다. 뇌에서 보내는 여러 가지 시그널에 심장은 그저 결과로서 반응할 뿐이다. 해부학과 생리학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친구와 심중의 이야기가 아닌 뇌중의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일까? 연인에게는 하트뿅뿅이 아닌 브레인뿅뿅을 날려야 현대인다운 것일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우리는 실제론 뇌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여전히 말로는 ‘마음 가는 대로’ 하겠다고 말한다. 결별을 선언하는 연인 앞에서 한국 사람은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하고 영국 사람은 ‘heartbreak’라고 하지, 뇌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이나 세로토닌의 작용이 찢어지거나 ‘break’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왜? 관습적인 언어 표현들은 새로이 발견된 과학적 사실에 맞춰서 일일이 바꿀 필요는 없기 때문에? 그도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마음’, ‘心’, ‘heart’라는 표현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금 나의 전신을 뒤흔드는 이 감정을 차가운 이성적 설명보다 ‘뜨거운 심장’의 작용으로 이해하고 싶어 하길 원하기 때문 아닐까. 뇌와 심장으로 상징되는 차가운 이상과 뜨거운 감성. 어찌 보면 우리 모두는 저 두 가지 추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산다. 낙심의 시기에 떠올리는 두 경구가 있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말을 떠올릴 때면 뇌의 이성적 판단으로 생긴 절망을 뇌의 의지로 이겨내 보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하지만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갖자’라는 말을 떠올릴 때 왠지 조금은 더 위로를 받는다. 나에겐 뇌의 절망을 극복할 ‘심장’이 있다는 말 같아서. 객관적인 팩트의 세계와 주관적인 감정의 세계라는 두 축. 이것은 사실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세계가 가진 두 얼굴이다. 삼면거울에 비춰 본 내 얼굴이 하나의 얼굴이되 세 개의 면모를 가지듯. 기쁨과 슬픔 또한 대뇌의 특정 영역에서 솟구치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이란 것을 우리가 알게 되고 그것을 일부 조절할 수 있는 이런저런 약물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슬픔은 언제나 심장의 힘찬 박동이니까.
  • 8월의 ‘할렐루야’ 떼창… 한여름 무더위 한 방에 날려 볼까

    8월의 ‘할렐루야’ 떼창… 한여름 무더위 한 방에 날려 볼까

    한여름 휴가철을 맞아 무더위를 식혀 줄 국내 주요 합창단의 이색 합창 축제가 잇달아 열린다. 여름철 만나는 겨울 레퍼토리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진다. 서울시합창단은 다음달 9~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한여름의 메시아’ 공연을 연다. ‘메시아’는 바로크 시대 음악가 헨델의 걸작으로 하이든의 ‘천지창조’, 멘델스존의 ‘엘리야’와 함께 세계 3대 오라토리오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는 연말 단골 레퍼토리지만 이번에는 이색적으로 8월 초 무대에 오른다. 이에 따라 서울시합창단은 화려함과 웅장함보다 선율을 강조한 경쾌함과 우아함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지휘는 박종원 서울시합창단장이 맡았다. 합창단원 소프라노 허진아를 비롯해 유럽에서 인정받은 카운터테너 정민호와 테너 김세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속 바리톤 강주원이 참여한다. 바로크 전문 연주 단체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협연한다. 특히 서울시합창단은 ‘메시아’ 중 ‘할렐루야’의 악보를 객석 입장 시 배포해 관객과 함께 부를 계획이다. 국립합창단은 다음달 12일과 30일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2 써머 코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12일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작곡가 본 윌리엄스가 남긴 최초의 교향곡 ‘바다 교향곡’을 선보인다. 30일 무대에선 뮤지컬 ‘광주’, 오페라 ‘1945’ 등의 작곡가 최우정이 시인 최승호의 작품 ‘눈사람 자살 사건’을 중심으로 그려 낸 ‘마지막 눈사람’을 연주한다. 두 작품 모두 국내 초연이다. ‘바다 교향곡’은 윤의중 국립합창단장 겸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국립합창단과 함께 광명시립합창단, 시흥시립합창단, 파주시립합창단, 클림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이 곡은 빠른 도입부, 느린 2악장, 스케르초 3악장, 피날레 4악장으로 구성되는 독일 전통의 고전적 교향곡 기준을 따르고 있다.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의 시집 ‘풀잎’에서 발췌한 시에 합창곡을 붙였는데 윌리엄스는 인간의 삶과 영혼, 자유와 평등, 개척의 정신을 바다와 항해에 비유한 휘트먼의 시에 매료돼 자신의 첫 교향곡을 작곡하게 됐다. ‘마지막 눈사람’은 눈과 눈사람에 관련된 단상과 이야기가 있는 짧은 시편을 엮은 작품이다. 빙하기의 지구에 홀로 남은 눈사람의 독백을 통해 문명의 폐허 위에 서 있는 한 존재의 절망감과 고독, 허무를 다룬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고자 영상과 연출 요소를 가미하며 배우 김희원이 내레이션을 맡는다.
  • 휴가철 맞아 합창의 향연…‘한 여름의 메시아’·‘바다 교향곡’ 등

    휴가철 맞아 합창의 향연…‘한 여름의 메시아’·‘바다 교향곡’ 등

    한여름 휴가철을 맞아 무더위를 식혀줄 국내 주요 합창단의 이색 합창 축제가 잇달아 열린다. 여름철에 만나는 겨울 레퍼토리와 거장의 대서사시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진다. 서울시합창단은 다음 달 9일과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한여름의 메시아’ 공연을 연다. ‘메시아’는 바로크 시대 음악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걸작으로 하이든의 ‘천지창조’, 멘델스존의 ‘엘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오라토리오로 꼽힌다. 오라토리오는 기도회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노래를 하게 된 데서 기원을 찾는 성악곡이다.‘메시아’는 ‘내 백성을 위로하라’, ‘주의 영광’ 등의 곡들로 이뤄져 있으나 예배음악이 아닌 극장 음악이다. 헨델이 살던 18세기 영국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시사성 있는 사안들을 구약 성서의 일화와 비유했다. 극적 효과가 풍부하지만 다른 오라토리오처럼 줄거리나 구체적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는 연말에 주로 연주하는 단골 레퍼토리지만 서울시합창단에서 이색적으로 8월 초 무대에 올리게 됐다. 서울시합창단은 화려함과 웅장함보다 선율을 강조한 경쾌함과 우아함에 초점을 맞춰 선보일 예정이다.지휘는 박종원 서울시합창단장이 맡았다. 서울시합창단 단원인 소프라노 허진아를 비롯해 유럽에서 인정받은 카운터테너 정민호와 테너 김세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속 바리톤 강주원이 참여한다. 바로크 시대 전문 연주단체인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협연한다. 특히 서울시합창단은 이번 공연에선 ‘메시아’에 나오는 ‘할렐루야’를 관객들과 함께 부른다. 객석 입장 시 관객들에게 악보를 배포할 계획이다.서울시합창단에 이어 국립합창단도 다음 달 12일과 30일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2 써머 코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다음 달 12일 무대에선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작곡가 본 윌리엄스가 남긴 최초의 교향곡 ‘바다 교향곡’을 선보인다. 30일 무대에선 뮤지컬 ‘광주’, 오페라 ‘1945’ 등의 작곡가 최우정이 시인 최승호의 작품 ‘눈사람 자살사건’을 중심으로 그려낸 ‘마지막 눈사람’을 선보인다. 두 작품 모두 국내 초연이다.‘바다 교향곡’ 무대에는 윤의중 국립합창단장 겸 예술감독이 단상에 오르며 국립합창단과 함께 광명시립합창단, 시흥시립합창단, 파주시립합창단, 클림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이 곡은 4개 악장으로 이뤄진 곡으로 빠른 도입부, 느린 2악장, 스케르초 3악장, 피날레 4악장으로 돼 있는 독일 전통의 고전적 교향곡 기준을 따르고 있다.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의 시집 ‘풀잎’에서 발췌한 시에 합창곡을 붙인 형태다. 본 윌리엄스는 인간의 삶과 영혼, 자유와 평등, 개척의 정신을 바다와 항해에 비유한 휘트먼의 시에 매료돼 자신의 최초의 교향곡을 작곡하게 됐다. 그는 1909년에 곡을 완성한 뒤 이듬해 자신의 지휘로 초연했다. 국립합창단이 다음 달 30일 선보이는 ‘마지막 눈사람’은 최우정 작곡가가 최승호의 시 ‘눈사람 자살사건’을 비롯해 눈과 눈사람에 관련된 단상과 이야기가 있는 짧은 시편을 엮은 작품이다. 빙하기의 지구에 홀로 남은 눈사람의 독백을 통해 문명의 폐허 위에 서 있는 한 존재의 절망감과 고독, 허무를 다룬다. 마찬가지로 윤의중 감독이 지휘하고,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하고자 영상과 연출 요소를 가미했다. 배우 김희원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 [나와, 현장] 혼돈의 코인판 ‘구원투수’ 아닌 ‘심판’을/김희리 경제부 기자

    [나와, 현장] 혼돈의 코인판 ‘구원투수’ 아닌 ‘심판’을/김희리 경제부 기자

    지난해 한강 교량 일대에 설치된 자살 위기자 상담 전화기 ‘SOS생명의전화’를 운영하는 한국생명의전화를 취재한 적이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코인 가격이 떨어질 때면 청년들이 ‘한강 수온 몇 도냐’는 농담을 하는데 이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철렁한다”고 털어놨다. 자조 섞어 웃어넘기던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 표현이나 이미지)이 누군가에겐 실재하는 비극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아프게 실감나는 요즘이다. 테라·루나 사태가 터진 지 50일가량이 지났지만 암호화폐 시장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고, 암호화폐 투자 전문 헤지펀드가 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암호화폐에 투자했던 이들에겐 시장 침체와 대출금리 인상이 맞물린 악몽이 현재진행형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최근 주식 또는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금액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파산할 때 변제금 총액 산정에 포함하지 않도록 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앞으로 더 크게 닥쳐올지 모를 후폭풍에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거래소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가 휘청하면서 투자자 이탈이 예상되는 데다 테라·루나 사태를 두고 ‘거래소 책임론’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업비트·빗썸 등 5대 암호화폐 거래소는 부랴부랴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자율 개선 방안을 내놨다. 암호화폐 상장·폐지와 관련한 공동 평가기준과 심사 가이드라인 마련이 골자다. 프로젝트 사업성 및 실현 가능성, 사기 여부 등을 평가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엔 상장폐지를 고려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장 비판이 나온다. 제2의 테라·루나 사태가 터졌을 때의 대응책은 될 수 있어도 사전에 이를 막을 재발 방지책은 되지 못한다는 이유다. 암호화폐 상장과 거래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인 거래소들의 자율 통제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칫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건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2017년 ‘비트코인 열풍’을 거쳐 냉각기를 보내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까지 5년여 동안 특별금융정보법 외 암호화폐를 아우를 뚜렷한 법이나 규제를 내놓지 못했다. 지침이 없다 보니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등이 거래소를 들여다보려고 해도 마땅한 정보 접근 권한도 없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참여자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건 절망 뒤 한 가닥 동아줄 이전에, 신뢰를 갖고 ‘룰’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美대법 후진적 판결에 대안 응수 ‘정치적 성토보다 정책 우선’ 배웠으면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美대법 후진적 판결에 대안 응수 ‘정치적 성토보다 정책 우선’ 배웠으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기간 동안 대혼란기를 보낸 후 한동안 성숙한 세계 리더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듯했던 미국이 다시 큰 분열과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현재 일어나는 갈등의 근본에는 트럼프와 공화당이 편법적으로 임명한 세 명의 대법관이 있다. 이들이 연방 대법원에 들어가면서 균형추 역할을 하던 대법원장의 힘을 완전히 빼버리는 6대3 보수 우세의 구도가 만들어졌고, 이렇게 수적인 우세가 결정되자마자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국민 대다수의 의사를 무시한, 전례 없는 보수 일변도의 판결을 연달아 내놓으며 미국에 충격을 주고 있다. ●낙태 금지 등 잇단 보수 일변도 결정 연방 대법원은 여성에게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보장했던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며 49년 동안 누리던 권리를 빼앗아버렸고, 무차별 총기 난사가 일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휴대할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을 내렸을 뿐 아니라, 공공교육기관에서 공개기도와 같은 종교활동을 허용하면서 ‘국가와 종교의 분리’라는 원칙을 흔들었다. 게다가 회기 마지막 날에는 연방정부 기관인 환경보호청(EPA)이 미국 전역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크게 약화시켜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를 일으킬 때는 대통령의 임기만 끝나면 된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지만, 대법원이 의회나 백악관처럼 정치화되면 얘기가 다르다. 왜냐하면 임기(6년)와 정년(70세)이 정해져 있는 한국의 헌법재판관과 달리 미국의 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이라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평생 자리를 지키기 때문이다. 이를 노린 정치권의 계산으로 하나같이 젊은 판사들을 대법원에 밀어넣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현재의 구도가 바뀌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사법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사태는 판결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공화당 의원들은 내친김에 아예 전국 모든 주에서 임신 중단을 불법화하겠다며 오는 11월 선거만 기다리고 있고, 충격에 빠진 민주당 역시 11월 선거에서 승리해 대법원이 내린 판결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입법을 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그런데 사실상 이런 정치적 견해 차이는 공화당 우세 주(레드 스테이트)와 민주당 우세 주(블루 스테이트)에 따라 극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현재의 상황을 노예제도를 둘러싸고 남북전쟁을 유발한 수준의 극심한 국론 분열로 진단했다.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휴대 권리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 소송의 발원지인 뉴욕주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법안을 재빨리 통과시켰고, 공화당이 임신 중단을 불법화하는 연방법을 만들기에 앞서 주의 헌법을 바꾸는 절차에 들어갔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은 있지만 적어도 우리 주에서만큼은 주민의 안전할 권리, 자신의 몸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이 미국의 역사가 수십 년 뒤로 후퇴하고 있는 것을 개탄하는 만큼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도 크다. 아무리 공화당과 트럼프가 주도한 일이고, 그런 정치인들을 뽑아준 국민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공화당이 대법원 구성을 바꾸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해 오는 동안 민주당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런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중에 즐겨 듣는 미국의 공영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인터뷰를 듣게 됐다. 중간부터 듣게 되는 바람에 인터뷰이가 누구인지 몰랐고, 대법원의 환경보호청 권한 축소와 관련한 인터뷰를 하고 있길래 귀를 기울여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치인인 줄 알았다. 원래 정치인들이 인터뷰어가 끼어들 틈이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빠르게 말하는데 이 인터뷰이도 그랬기 때문이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인터뷰이였다. 그런데 쓸데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했지만, 인터뷰이는 대법원의 결정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았고 대신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기후 변화에 대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환경보호청 외에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들이 있다”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인터뷰이를 다시 한번 소개할 때 들어 보니 그 사람은 현재 백악관에서 기후문제 보좌관으로 일하는 지나 매카시였다. 1954년생으로 현재 68세인 매카시는 학교에서 환경과 의료 정책을 전공하고 1980년대부터 줄곧 환경 정책 분야에서 일해 온 전문가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는 환경보호청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달한 메시지는 아주 적절하고 명확했다. 무엇보다 대법원의 후진적인 결정에 충격을 받은 미국인들, 그리고 기후 문제에서 미국의 리드를 기다리는 전 세계 정부에 안심과 확신을 주는 뛰어난 메시지였다. 워낙 교과서적인 정책 담당자의 소통법이어서 몇 가지 포인트를 소개해 보면 이렇다. ●대법원 직접 공격 자제 우선 매카시는 “적어도 세계인들이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태도는 극복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모두가 절망하고 분노하는 상황에서 함께 대법원을 비난하는 대신 우리 모두가 어렵게 극복하고 이뤄 낸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대법원이 줄줄이 퇴보적인 판결을 내놓는 동안 백악관에서 유지한 태도도 그랬다. 실망스러운 판결이며, 우려스러운 판결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거나, 대법관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말을 삼갔다. 정치적인 이득을 보기보다 더 큰 틀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지키고 헌법을 수호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현재 대법원을 비롯한 공화당 정치인들이 나라를 끌고 가려는 방향은 분명히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이는 위험한 일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렇게 지적하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환경보호청 하나만으로 기후 문제에 대응하려고 계획한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남아 있다”고 안심시켰다. 워낙 충격적인 판결이어서 이런 말을 하는 매카시의 말이 마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고 했던 이순신 장군의 말처럼 비장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수십 년을 한 분야에서만 일해 온 전문가는 빈말로 위로를 하는 게 아니었다. 매카시는 “대법원이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묶었다”는 언론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중에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있지만, 대체에너지에 투자해서 화석연료를 쓰는 것 자체가 경제성이 없도록 만들어 버리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화당도 합의한 대체에너지 관련 투자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보호청이 탄소배출을 규제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대기오염 자체를 규제하는 걸 막지는 않았기 때문에 온실가스와 함께 배출될 수밖에 없는 대기오염물질을 규제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계획이 있다. 그리고 (계획을 실현할) 자원이 있다”는 말로 확신을 심어 줬다. ●세계에 안심과 확신 심어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정보와 정책 방향을 쏟아 놓는 바람에 진행자가 시간 조절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인터뷰를 들은 후에 내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다. 여전히 비관적인 상황인 것은 맞지만 미국 행정부에서 이 문제를 책임지는 담당자는 이 문제를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정치적인 득점을 위해 야당을 공격하는 데 시간을 쓰는 대신 국민에게 분명한 대안과 앞으로의 정책 추진 방향을 투명하게 설명해 줬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민주주의는 소셜미디어 등장 이후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치인들은 더 편해졌다. 많은 나라에서 유권자들이 두 진영으로 갈라져서 상대편의 말을 전혀 듣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굳이 좋은 의정 활동으로 국정에 책임을 지는 대신 팔짱을 끼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다른 당의 방해를 성토하면 된다. 정당의 대표가 자신을 “여론 선동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환경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중요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정책이며, 나라를 살리는 것은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이 아니라 전문가라는 사실을 배웠다. 이제는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정책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영양가 있는 말은 그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오터레터 발행인
  • 전쟁 후 평화 바라는 심정 묘사… 자유당 무너뜨린 ‘노가바’ 유행… 시대의 아픔 함께하고 치유도 [이호섭의 트로트 숨결]

    전쟁 후 평화 바라는 심정 묘사… 자유당 무너뜨린 ‘노가바’ 유행… 시대의 아픔 함께하고 치유도 [이호섭의 트로트 숨결]

    전쟁과 정치인 혐오 은유적 가사민중의 심리 자극한 ‘신 귀거래사’이승만 독재로 ‘물방아~’ 더 인기작가 의도와는 상관없이 재해석 ‘유정천리’ 개사곡 급속도로 유포폭정에 대한 국민 저항·분노 표현“국민 힘 있으면 가짜 정치인 없어”‘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 땅 언덕 위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새들이 우는 속을 알아보련다’ 가수 박재홍이 불러 지금까지도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손로원 작사, 이재호 작곡의 ‘물방아 도는 내력’은 부산에서 설립된 도미도레코드에서 1953년 발표한 노래다. 이 노래가 발표된 1953년은 6·25전쟁으로 삼천리 금수강산이 잿더미로 변해 버린 때로 너 나 할 것 없이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 없는 3무(無) 시대였다. 오랜 전쟁으로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 하루라도 어서 이 지긋지긋한 전쟁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시절을 되찾고 싶은 심정이 하늘에 닿던 때이기도 하다.‘물방아 도는 내력’의 1절에서는 ‘벼슬과 명예’, 2절에서는 ‘서울’, 3절에서는 ‘사랑과 황금’이 싫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으로 태어나 벼슬과 황금을 싫어할 자가 어디 있겠는가. 손끝에 흙 묻히는 시골보다 고대광실 휘황찬란한 서울에서의 삶을 그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렇다면 이 노래에서 말하는 ‘벼슬, 명예, 사랑, 황금, 서울’은 무고한 사람들을 전쟁이나 정쟁(政爭)에 희생시키는 특정인과 집단의 이념, 정치적 야욕에 대한 부정적인 은유법이자 일그러진 공간을 뜻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김일성과 공산당의 만행이 바로 그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1952년 7월 국회를 통과한 발췌개헌안 사건으로 불리는 ‘부산정치파동’처럼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소속 정당의 이익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의 작태도 이러한 부정적인 은유에 해당한다. 당시의 정치·사회적 분위기와 반드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침 이때 ‘물방아 도는 내력’이 발표되자 전쟁과 정쟁에 지치고 실망한 사람들은 저마다 초야로 돌아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샘솟았던 것이다. 즉 이 노래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과 그 속에서 아귀다툼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로부터 평화로운 마음의 쉼터로 가고 싶었던 당시 민중의 심리를 자극한 ‘신 귀거래사(歸去來辭)’로 받아들여졌던 셈이다. 6·25전쟁 중에 발표된 황금심의 ‘삼다도 소식’ 등도 이와 같이 어서 전쟁 상황을 벗어나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고대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6·25전쟁이 휴전으로 일단락되고 정부가 서울로 환도하자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3선 제한 철폐를 핵심으로 하는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으로 정국은 또 한 번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자유당의 독재에 민심의 이반이 이뤄지며 ‘물방아 도는 내력’의 인기는 더욱 높아져 갔다. 작사가 손로원과 작곡가 이재호가 정치적 비판의식을 갖고 이 노래를 창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1970년대 학생운동에서 ‘아침 이슬’이 작곡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운동권 가요로 가장 많이 불렸듯이 자유당의 독재 기간에 ‘물방아 도는 내력’이 많이 불렸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대중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대중가요를 시류나 사건과 결부시켜 스스로 재해석해 부르곤 한다. 수용자의 이 같은 행위를 문학에서는 ‘재맥락화’(再脈絡化)라고 부르며,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중에 의해 의미 내용이 결정된다는 뜻에서 ‘의도의 오류’라고 말한다. ‘물방아 도는 내력’ 1절 가사 중 ‘길쌈을 매고’는 박재홍의 발음으로는 분명한 ‘길쌈’이지만 문맥으로 보면 ‘김을 맨다’는 뜻의 ‘기심을 매고’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1956년 손로원 작사, 박춘석 작곡, 손인호 노래로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발매된 ‘비 나리는 호남선’도 하나의 정치적 사건과의 관계 속에서 유명해진 노래로 기록된다.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 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려야 옳으냐/ 사랑이란 이런가요 비 내리는 호남선에/ 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더란다’ 1956년에 치러진 제3대 대통령 유세 도중 야당 후보였던 해공 신익희가 호남선 열차에서 갑자기 별세하자 ‘비 나리는 호남선’은 새로운 정치 개혁을 열망하던 민중들에 의해 순식간에 크게 유행하게 된다. 이 역시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대중이 이 노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재맥락화했기 때문이다.1959년 반야월 작사, 김부해 작곡, 박재홍 노래로 신세기레코드에서 발매한 ‘유정천리’는 원래 영화 주제가였지만 이 노래 역시 당시의 정치·사회적 영향으로 재맥락화된 가요다.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감자 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못 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 눈물 어린 보따리에 황혼빛이 젖어드네’ ‘유정천리’가 발표된 이듬해인 1960년 3월 15일 제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였던 조병옥은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가 1960년 2월 15일 워싱턴 소재의 한 병원에서 돌연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로써 선거를 통해 이승만 독재를 종식시키려 했던 대중들은 절망했고, 그 같은 마음을 담아 ‘유정천리’를 개사해 부르면서 개사곡은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유포되기 시작했다. ‘가련다 떠나련다 해공 선생 뒤를 따라/ 장면 박사 홀로 두고 조 박사는 떠나간다/ 천리만리 타국 땅에 객사 죽음 웬 말이냐/ 자유당에 꽃이 피네 민주당에 비가 오네’ 이른바 ‘노가바’,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의 전형이 탄생한 것이다. 개사한 ‘유정천리’의 대대적인 유행이 말해 주듯이 민심은 자유당으로부터 돌아서게 되고, 이에 위기를 느낀 자유당은 3·15 부정 선거를 획책했다. 분노한 대중은 결국 4·19 혁명을 일으킴으로써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를 선언했고 자유당 정권은 마침내 무너졌다. ‘유정천리’의 개사곡이 인기를 얻고 정권 교체까지 이루게 되자 신세기레코드는 이를 박재홍의 노래로 정식 음반으로 제작했지만 ‘유정천리’만 한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 이유를 대중음악평론가 이준희는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혁명 분위기에 편승한 상업 기획이라는 점이 오히려 거부감을 유발했던 것”으로 분석했다.폭정이 국민을 억압할 때 국민들은 그에 걸맞은 노래나 개사를 통해 저항하거나 분노를 공유한다. 위정자는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체(國體) 및 정체(政體), 그리고 국민의 생명, 재산, 권리를 지키는 데 복무해야 한다. 비록 고대 그리스 철학자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고 말했지만 정의란 마땅한 것은 행하고, 부당한 것은 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권력자는 저마다 “이것이 정의다”라고 외친다. 그러나 진정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정의다. “검수완박이 정의다”, “경찰국 설치가 정의다”, “대장동 수사가 정의다”, “검찰공화국 저지가 정의다” 등의 구호들이 과연 국민 개개인을 얼마나 위하고 편하게, 여유롭게 할 것인가. 이 구호들이 진정 국민의 이익에 해당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치인 자신들의 이익에 해당하는 것인가. 1950년대나 지금이나 정치인들 스스로는 자기의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오히려 엉뚱하게도 비정치계 쪽에서 그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잘 비춰 주고 있다. KBS ‘2020년 대한민국 어게인’에서 가수 나훈아가 던진 정문일침(頂門一鍼)이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僞政者)는 생길 수 없습니다.” 작곡가·문학박사
  • 민주, ‘97그룹’ 잇따라 출사표…‘어대명’ 기류 바꿀까

    민주, ‘97그룹’ 잇따라 출사표…‘어대명’ 기류 바꿀까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당내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당 안팎에서는 당내 이 의원을 향한 불출마 압박 목소리가 곧 이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라며 당내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의원의 당권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당내 출마선언은 ‘97(90년대 학번·70년대생)그룹’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훈식 의원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 메시지를 통해 “이번주 일요일인 7월 3일 강 의원의 당 대표 출마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재선 의원으로, 원내대변인과 당 전략기획위원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 대선에서는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앞서 강병원 의원과 박용진 의원도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강훈식 의원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른바 97그룹 가운데 ’양강 양박‘(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 4명 가운데 3명이 당권에 도전하게 됐다.박용진 의원은 전날 “민주당이 계파정치와 악성 팬덤의 수렁에 빠져있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이 계파에 휘둘리는 정당이 아닌, 민심을 바라보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차기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지금 민주당에는 패배를 향한 공포와 특정인을 향한 절망적 기대감만이 자리하고 있다”며 “어대명이라는 체념, 그것을 박용진이라는 가슴 뛰는 기대감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박주민 의원은 물론 전재수 의원이나 김해영 전 의원 등 다른 97그룹 인사들의 출마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대에서 세대 교체론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민주당 8·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이재명 의원은 최근 정쟁에 거리를 두면서 민생에 대한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과 정부를 향해 “정쟁이 아닌 민생에 집중해달라”면서 “고통스러운 민생 현실 앞에서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만큼 국민 속을 뒤집는 건 없다”고 밝혔다.그는 “일자리 부족, 고물가, 고금리, 주가 가상자산 하락 등으로 국민들은 하루하루 허덕이는 중에,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이 철 지난 색깔론이나 거짓말로 정쟁을 도발하고 몰두하는 모습이 참으로 딱하고 민망하다”며 “예를 들어 서해 피살 공무원 진상규명이 중요하겠지만, 민생위기 앞에서 이 일을 정쟁 대상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색깔론으로 반전을 꾀하려 했던 이전 보수 정권을 답습해서야 되겠느냐”며 “최악 수준의 가계부채와 고금리 문제에 눈을 돌리자”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금리 인상으로 상가나 소규모 택지가 직격탄을 맞고 지방부터 부동산 하락 위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영끌(영혼을 끌어모아)로 집을 사고 빚투로 생계 유지하던 청년들이 고금리 때문에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 생계형 빚에 대한 이자급증공포를 어르신들이 홀로 감내하게 방치해선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앞으로 더 어려워지겠지만,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하다”며 “정략을 위한 정쟁에 민생을 희생시키는 정치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맥주병 2000개 ‘와르르’…절망한 차주 앞에 시민들 뭉쳤다

    맥주병 2000개 ‘와르르’…절망한 차주 앞에 시민들 뭉쳤다

    화물차에 실려 있던 맥주 2000개가 도로로 쏟아졌다. 시민들이 발 벗고 도운 덕분에 차량 정체는 물론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지난 29일 SBS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의 한 거리에서 5톤 트럭에 실려 있던 맥주 박스가 도로에 일제히 쏟아졌다.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2000병 넘는 맥주병이 깨져 도로는 순식간에 하얀 거품으로 뒤덮였다.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트럭 주인은 차를 세우고 망연자실한 듯 터덜터덜 걸어왔다. 이때, 차주가 나홀로 맥주병을 치우는 것을 본 시민 1명이 맥주 박스를 한쪽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인근 편의점 주인도 빗자루를 들고나와 청소를 도왔다. 그렇게 하나둘 모인 10여명의 시민들이 힘을 모으자, 도로는 30여분 만에 말끔히 정리됐다. 맥주병 유리 파편으로 인한 2차 사고도, 차량 정체도 없었다. 현장 정리를 도운 시민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각자 갈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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