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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의 달」이 시름의 5월로…전국가대표체조선수 수유여중 박소영양

    ◎훈련중 평행봉서 떨어져 하반신마비/어머니가출,아버지도 직장서 쫓겨나/교사ㆍ학우들,비디오ㆍ전단만들어 각계 온정호소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속에서 우리들의 청소년들이 희망과 꿈을 마음껏 펼치는 5월입니다. 그러나 싱그러운 꽃향기와 밝은 햇살을 멀리하고 하반신 마비로 어두운 병실에서 신음하고 있는 박소영양의 딱한 모습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소영이의 아픔과 절망,외로움을 대신해 줄 수는 없겠지만 여러분들의 따뜻한 손길이 닿는다면 소영이는 다시 새삶을 찾을 것입니다』 90년 북경아시안게임과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 체조선수로 뽑혔으나 훈련도중 척추를 다쳐 6개월째 병실에서 신음하고 있는 박소영양(15ㆍ서울 수유여중 3년)을 돕기 위해 스승의 날 선생님들이 쓴 호소문이 전교생과 학부모들을 울렸다. 이 학교 교사 70여명은 소영양이 물리치료를 받는 모습,옷을 갈아입느라고 애를 쓰는 모습,어린 남동생이 혼자 밥짓고 빨래하는 모습등 눈물겨운 장면을 담은 15분짜리 비디오테이프와 호소문을 만들어 15일부터각계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소영양은 국가대표선수로 뽑힌지 3일만인 지난해 12월26일 학교체육관에서 동계강화훈련도중 2단평행봉 위에서 「몸비틀어 손바꾸어잡기」동작을 하다 실수로 떨어져 척추가 부러져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어 경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다. 소영양은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하반신이 마비돼 주위의 도움없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불구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먹는것 입는것 움직이는것조차 곁에 아무도 없으면 할수가 없다. 이 때문에 아버지 박일룡씨(51)와 어린동생 찬희군(13ㆍ전농중1년)이 눈물로 간호하고 있다. 게다가 12월에는 재수술까지 받아야 한다. 첫 수술에서 쇠붙이로 뼈마디를 고정시켜 놓았으나 뼈가 자라기 때문에 곧 쇠붙이 제거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박씨는 간병을 하느라 직장일을 제대로 못한 나머지 직장에서조차 쫓겨나 생계마저 막연하다. 이에 앞서 지난봄 가정불화로 어머니마저 가출한 터여서 사정은 더욱 딱하다. 처음에는 몇군데에서 성금도 들어왔으나 시간이갈수록 온정의 손길도 멀어만 갔다. 86년 아시아경기대회에 앞서 훈련도중 부상당한 전체조국가대표 김소영양(20)은 평생 무료진료와 1급 장애자보상 혜택을 받고 있으나 또다른 처지인 소영양은 이같은 혜택도 없다. 소영양은 다행히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밥값을 제외한 입원비 치료비 등을 지원받고 있으나 내년에 졸업을 하게되면 이마저 끊기게 되어 살아갈 길이 아득하다. 이를 보다못한 학교 선생님들은 스승의 날인 15일 이종록교장선생님 주재로 기념행사를 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영이를 돕자는데 뜻을 모았다. 즉석에서 모금함을 마련,성금을 모았더니 2백36만4천원이나 됐다. 급우들을 비롯한 전체학생들도 그동안 돕기운동을 벌여 2백10만여원을 모았다. 그러나 이같은 정성도 소영양이 오는 12월 수술을 받고 새삶을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선생님들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끝에 소영양의 고통을 직접 그림에 담은 15분짜리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각계각층에 마음으로 호소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소영양이 병실에서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가 들어있는 호소문도 1만여장을 만들었다. 교사들은 우선 이 비디오테이프 50여개를 복사해 각급 학교에 보내 많은 학생들이 직접 보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를 통해 시민들이나 각계인사들이 함께 보고 소영양을 돕는데 나서도록 추진하고 있다.
  • 권위는 살리고 존중돼야 한다(사설)

    우리 사회가 지금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권위와 권위주의의 혼동이다. 조국 광복후 40여년 동안 쌓여 나온 권위주의를 추방한다고 하면서 참다운 권위까지를 능멸ㆍ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권위의 빛이 바래면서 윤리ㆍ도덕적인 가치관이 땅에 떨어짐으로써 정신적인 받침대를 잃고 방황하는 꼴이 되었다. ○참다운 권위의 적이 권위주의 권위주의는 권위와는 엄격히 구별하여 생각 되어야 한다. 권위주의란 권위를 등에 업고 고가호위하는 악덕이다. 그것은 대화하고 화합하는 것보다는 위압하며 전천하는 짓이다. 그것은 부당하게 상대를 위축시킨다. 그것은 힘을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배경 삼아 정당한 언동을 탄압한다. 결코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편익을 위해 설정해 놓은 획일주의의 우리 속에 가두려 든다. 그렇다 할 때 진정한 권위의 측면에서 보자면 권위를 훼손ㆍ악용하는 권위의 적이 바로 권위주의라는 것의 실상이다. 더구나 그것은 그동안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전횡되어 오기까지 했다. 그래서 민주화의 물결 따라 그것은 배격되어 온다. 당연한 일이면서 바람직스러운 방향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 우리가 지키고 가꾸고 받아들여야 할 참다운 권위 그것까지 허물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위아래도 없고 질서도 없는 뒤죽박죽의 사회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권위 무너질땐 남는 건 혼돈ㆍ절망 우선 하나의 가정을 놓고 생각해 보자. 부모의 혹은 가장의 권위가 살아야 그 가정은 온전하게 유지될 수가 있다. 그래야만 가정의 체통이 서게 되고 또 그 때 그 가정에는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내게 될 것이다. 어찌 가정에 한정하여 생각할 일이겠는가. 하나의 회사라면 그 회사 사장의 권위가 살아야 하고 상아탑으로 눈을 돌린다면 교수의 권위 혹은 총장ㆍ학장의 권위가 살아야 한다. 법정의 권위도 살아야 하며 장관의 권위도 살아야 하고 파출소 말단 순경의 권위도 살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의 혈액순환이 원활해 진다. 사리가 그러하건만 오늘의 우리 사회현실은 어떠한가. 복합적인 원인으로 해서가장의 권위는 실추되어 가고 회사의 사장은 사원들의 감금 대상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총장실이나 학장실은 학생들의 농성장이 되고 교수는 학생들한테 욕설 듣고 멱살 잡히며 머리도 깎인다. 법정에서는 구호와 야유가 난무하고 경찰관은 범인의 흉기에 찔리며 파출소는 습격 당하고 불에 타기도 한다. 이래서 권위는 아무데서고 찾아볼 수 없게 되어 간다. 예의ㆍ염치도 스러져 간다. 지키고 가꾸어져야 할 권위를 잃을때 그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불행이나 불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해진다. 교수가 권위를 잃을 때 이미 교육 현장은 교육현장일 수가 없다. 민주를 외치는 그 입으로 법정을 소란하게 할 때 민주사회의 가장 소중한 보루인 법질서는 깨어진다. 법질서가 무너질때 범람하는 것은 악이며 무질서이고 남는 것은 절망과 혼돈 뿐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서울신문 12일자 14면)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전국의 파출소 피습사건은 70여건에 이른다. 파출소 습격도 하도 많이 일어나다 보니 이젠 불감증에 걸려 버렸지만 이건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경찰이란 존재가 무엇인가. 공권력 유지와 국가 안녕질서 유지의 최첨단이 아닌가. 그게 권위를 잃을 때 그것은 곧바로 우리 모두의 생존권 위해로 되돌아 온다. 또 우리는 지금 그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도 하다. ○권위주체에게 요구되는 엄격성 그렇기는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권위의 주체가 권위를 누릴 수 있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객체에게 요구하기에 앞서 그자체가 먼저 엄격성과 도덕성을 갖춤으로써 권위를 살릴 수 있어야겠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권위확립의 1차적인 책임은 권위의 주체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 다음 권위에의 도전에는 서릿발 같아야 한다. 하나의 가정만 해도 그렇다. 가장이란 사람이 가정사에 등한하면서 가장으로서의 권위만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가장으로서의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운위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이 아니겠는가. 그러고서야 비로소 자녀에게도 떳떳할 수가 있다. 잘못된 일에 당당하게 회초리를 들 수가 있다. 이는 가정만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사회 모든분야에 대해서도 똑같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과연 스승이 스승다웠으며 사장은 사장다웠던 것인가. 법관은 법관다웠으며 경찰은 경찰다웠던가 하는 자성도 물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물을 때 한점 부끄럼없이 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층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겪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의 진통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 더 뒤집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권위 잃은 사회의 비극에 유념하면서 권위를 세우며 받드는 쪽으로 우선 모두의 지혜를 모아 나가자는 말이다. 설사 권위의 주체에 다소의 흠결이 있더라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지나치게 훼손하며 실추시키는 일은 자제해 나가자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너무 가혹하게 자학하듯이 권위를 짓밟아 왔던 것이나 아닌가 성찰해 보면서 말이다. 권위의 주체가 스스로 도덕성과 엄격성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 사정에 통치권의 명운을 걸라(사설)

    공직자의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청와대에 특명사정반을 설치했다고 한다. 기구의 명칭부터가 날이 예리한 칼처럼 서슬이 보인다. 이미 은행장의 자리가 가차없이 날아가기도 했고 상당히 힘이 있어 보이는 계층이 포함된 부동산 상습투기혐의자의 명단도 공개되었다. 서울시의 고위공직자도 조사를 받고 있고 국토개발행정을 맡고 있는 고급공무원 한사람도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어마어마한 명칭답게 상당히 굵직한 직위의 공무원들이 조사를 받고 상당히 충격스런 이름들이 부끄러운 명단속에 포함되어 드러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를 맥풀리게 하고 슬프게 한다. 특별단속을 벌이지 않았다면,얼개가 듬성한 망을 빠져나가 감쪽같이 넘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소매치기나 절도같은 잡범들의 「단속기」가 되면 인원수를 채우려고 몇명씩 잡아들이고,그 시기가 지나면 서로 눈감아주며 「공존」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려져 있는 일이지만 명예와 보람을 구축하여 공직생활의 빛나는 정상을 바라보게 된 고위공직자가 특별단속 때마다 줄줄이 드러난다는 것은 실망스럽고,정떨어지게 하는 일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특별단속을 한다면서 하찮고 경미한 작은 비리만을 마지못해 몇가지 들춰내고 말던 지난날의 형태를 생각하면,공직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비리중에서도 가장 절망적이고,집요하게 없어지지 않는 것이 공직자의 수뢰다. 공직자만 청결하고 부패하지 않으면 부도덕한 기업인이나 비윤리적인 호화계층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도 어느 정도 방지될 수 있고 사회정의를 실현시킬 기본 토대도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이부분에 관한 한 대단히 비관적이다. TV카메라가 무작위로 어떤 길목을 지키면 정복경찰이 작은 뇌물을 받는 장면이 줄줄이 찍히고 큰 칼을 휘두르면 머리큰 공무원들이 떼지어 다친다. 그런 장면들이 악의를 가진 외국인들의 조롱거리가 되어 국민전체를 치욕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사회에도 비리가 완전히 제거되거나 공무원의 부정이 전혀 없는 사회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진국을 자처하며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음을 내세우는 사회가 부패와 오염을 이토록 예사롭게 끼고 산다는 것은 문제이다. 잔디속에 생긴 잡초를 서둘러 뽑지 않으면 생명질긴 잡초가 잔디를 뒤덮어 잡초밭이 되고 만다. 「잡초밭」을 「잔디밭」이라고 할 수는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비리가 잡초처럼 번성해서 품질이 높은 좋은 사회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걱정스런 것은 바로 이점이다. 정부가 서슬푸른 명칭으로 사정반을 설치한다는 의지를 보여도 국민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결의를 여러번 보아왔지만 처음에 조금 반짝 서둘다가 마침내는 흐지부지하고 말았던 일을 너무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단속이 조금 가혹해지면 이내 무사안일의 무능화 증상을 드러내고 마는 것이 공무원 사회의 교지풍토이기도 하다. 「무능」은 「부정」과 똑같은 비리이다. 「통치권차원의 의지」란 말이 나오고 있다. 단지 「보여주기 위한 결의」로서가 아니라 정말로 통치권이 명운을 걸고 이번 「특명반」의 소임을 다하라. 그것이 서로 살아남는 길이다.
  • 폭력시위는 끝내야 한다(사설)

    이게 무슨 일인가. 전국 17개 도시에 화염병이 날고 특히 서울 도심에는 밤새워 최루탄이 터져야 할 일이 도대체 무엇인가. 과연 우리에게 지금 그럴만한 일이 있는가.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이 대학생 격렬시위의 재확대는 참으로 무의미하고 마땅히 그 사연을 따져야 할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태는 일어났고 미국문화원 건물마저 탔으며 또 반복되는 부상자와 구속자의 수가 기백명단위로 높아졌다. 개탄하기도 이제는 지쳤으나,그러나 또 개탄하면서 망연해 질 수밖엔 없다. 물론 느닷없는 일이 아니라 예고됐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규모의 상황에 우리가 어떤 느낌을 받느냐에 있지는 않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번 시위를 조직하면서 전대협이 추구했던 소위대중성의 재확보가 혹시 성취됐다고 운동권학생들이 믿게되는 것이나 아닌가에 있다. 그동안 전대협은 동구권의 변화까지 겹쳐 실제로 마땅한 운동 이슈를 못찾아 왔고 이를 합당분쇄로 내걺으로써 대중성의 재기를 시도해 왔음은 공지된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엇보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이번에 들고 나온 이슈가 결코 공감 확대의 주제일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실 정치권의 문제이지 체제의 본질문제도 아니고 도덕적 정통성의 문제도 아니다. 학생시위가 여기에까지 매달리는 것은 오히려 오늘의 학생운동이 이제는 그저 타성적으로 운동을 유지해 가려는 악습에 젖어 있다는 것을 논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또 오늘날 우리 젊은세대의 상상력이 너무나 비창조적이라는 데 절망감을 갖는다. 젊은이들의 주장이란 어느 시대에 있어서나 그것이 기성체제에 즉시 수용은 되지 않더라도 무엇인가 새관점과 감각을 일깨우고 기성이념이 다시한번 스스로를 반성케 한다는 데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전과 달리 이즈음의 행태는 기성체계의 답답함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정체적 고루함까지 느끼게 할 뿐이다. 그러므로 주장하는 바의 끝이 어떤 미래의 조망인가를 우리는 알 수 없다. 우리가 과연 이 새세대를 향해 이 나라의 내일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인지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사태가 이런 식으로 더 계속된다면 우리는 최소한 치안질서에 있어서도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어느 시기에 있어서나 지켜야 할 질서마저 그동안 운동적 상황에 의해 많은 유예를 해오던 관습으로 확고히 하지못한 형태를 만들어 왔던 것이 또하나 우리의 병폐이다. 예컨대 화염병사용을 엄히 규제토록 법을 만들었으나 여전히 이 법의 준용은 많은 예외를 만들고 있다. 시위가 크면 클수록 이러한 시행형식은 더 기본적 질서와 사회적 약속들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낸다. 따라서 우리는 지켜야 할 마땅한 질서규범들의 원칙들을 좀 더 선명히 다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기초 위에 정치적 시위의 격렬함과 폭력이 어떤 민주화도 이룩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가야만 할 것이다. 정부가 재천명한 사회질서 확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이제는 실제로 실천되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이제 폭력시위는 끝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는 또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진지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 KBS에게 용기를(사설)

    KBS가 되살아났다. 우선 반갑고 다행스럽다. 멎어가는 심장처럼 재방이나 돌려가며 침잠해 있던 KBS­TV가 생기돋는 프로그램으로 생명의 맥박을 되찾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스럽다. 특히 KBS비상대책위측이 스스로 방송정상화의 용기를 한걸음 먼저 내디뎠다는 사실이 우리들 시청자에게는 반갑고 고맙다. 투쟁은 관철되지 않았지만 「KBS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거듭된 충고」를 받아들였다는 그들의 뜻은 충분히 평가받을만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은 초연의 전화와 방불한 절망적인 파국을 예측시키던 「공권력의 투입」없이 KBS의 생음을 다시 듣게 된 일이다. 그것은 현대중공업사태가 한걸음 앞서 보여 주었던 그 사막처럼 황량하고 암담한 뒤끝과 비교해 보지 않더라도 상상만으로도 몸서리 쳐지는 일이다. 갖가지 첨단기기와 막대한 기자재,그리고 엄청나고 다양한 도구들과 우아한 「현장」들,모두를 놓고 보아도 KBS와 「현중」은 비교가 안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기질의 「보이는 것들」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방송이라는 매체의 재산은 보이는 것은 그 일부분도 안된다. 거대한 KBS가족공동체 안에 내재된 정신적 자원과 무궁무진한 재능,능력등 「안보이는 것」이 그 몇십배도 넘는다. 그뿐인가. 프로그램을 통해,이미지를 통해 직간접으로 길들고 길들여진 「시청자와의 관계」는 또 얼마나 큰 것인가. 미운정 고운정 들어버려 때로는 연민까지도 떨칠 수 없었던 애정과 우애ㆍ신의는 무한한 크기의 재산이다. 파행방송이 계속되는 동안 『동회에 가서 KBS시청료를 통합공과에서 분리해 달래서 거부하겠다』며 분노하는 이웃과도 많이 만났다. 그럴때 우리는 화풀이 삼아 하는 그 말의 속심경을 서로 위로하며 달래기도 했다. KBS를 사랑하는 이 뜨겁고 소중한 마음도,극한으로 치닫다가 마침내 파열하듯 다가왔을 공권력에 의한 파국과 만났다면 기어이 깨지고 말았을 것이다. 소용돌이 처럼 솟아 올랐을 낙담과 분노는 치유할 수 없는 갈등과 혐오를 부르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가 충돌 직전에 빗겨간 듯한 파국을 가상하며 이렇게 술회하는 것은 제작거부 중이던 기간중에 이미 KBS가 그와 유사한 경험을 우리에게 시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먹을 휘두르며 상사와 동료가 서로 헐뜯고 증오하고 갈라져 싸우는 일의 비극속에 KBS가 20일 가까이 절어져 있었던 일은 슬프고 괴로운 일이었다. 시청자는 방송을 통해 내일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 비록 갈등과 증오가 필연적인 사회라 하더라도 머리카락보다 가늘게라도 숨어있는 낙관의 가능성을 보고 싶어한다. KBS식구들은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우리는 확신하고 있다. 지난 20일 동안 우리가 괴로웠던 것은 그일을 포기한 듯한 KBS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방송정상화와 함께 「투쟁」도 이제는 끝냈으면 좋겠다. 누구도 KBS의 방송민주화를 방해할 세력은 없다. 진작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 우리는 여기서 서기원신임사장의 임명을 놓고 새삼스럽게 합법을 이야기하거나 공권력에 얽힌 견해를 재론할 생각은 없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일은 KBS가 방송의 위상이나 민주화에 대한앞날을 서사장때문에 악화되리라고 예단하는 일은 온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만은 조용히 충언하고 싶다. 전 서울신문 사장인 서기원씨가 KBS를 위해 방해되는 인사가 되는 것을 서울신문 사원들도 원치 않는다. 또 그런 결함이 있는 인사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별로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한사람의 공민권이 제한되 듯하는 누에 KBS노조원이 빠지지 않기를 비는 마음도 간절하다. 서기원사장 또한 자존심과 긍지로 자신의 입지와 처신 진퇴를 스스로 다스릴 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믿고 있다. 비록 깊은 상처를 남기기는 했지만 영광을 되찾으며 함께 승리하는 슬기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KBS가족 모두에게 또한번의 용기를 기대한다.
  • 「집없는 일가」의 애끓는 유언/육철수 사회부기자(현장)

    ◎“서민울리는 경제 정책에 비애” 11일 상오 서울 강동구 영암병원 영안실에는 30대후반의 아주머니 7∼8명이 연신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오른 전세값을 마련하지 못해 『서민의 비애를 느낀다』는 유서를 남기고 10일 자살한 엄승욱씨(40·부동산중개소 직원·강동구천호1동32의4)일가족 4명의 빈소에는 「서민의 비애」를 아는지 모르는지 향연만 무심히 타오르고 있었다. 엄씨 가족은 지난해 10월부터 황경렬씨(50)집 반지하 4평짜리 단칸방에서 보증금 50만원·월세9만원의 셋방살림을 했지만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이들의 단란한 가정에 죽음의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지난3월말. 집주인으로부터 증축을 위해 방을 비워줘야 되겠다는 독촉을 받고 부터였다. 엄씨가 갖고 있는 재산이라고는 부동산중개업관계로 고객을 안내하기 위해 월부로 산 프레스토승용차 1대와 50여만원이 저금된 예금통장이 고작이었다. 이 돈으로 이사할 처지도,전세를 구할 수도 없었다. 엄씨는 실의의 나날을 보내다 끝내 일가족동반자살이라는 끔찍한 길을 택하고야 말았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엄씨부부는 부모에게 남긴,눈물로 쓴 유서에 이렇게 적고 있었다. 『주님께서 현숙한 처녀를 어머님 눈에 띄게 하셔서 좋은 아내를 주셨고 귀여운 남매까지 선물로 주시는 축복을 허락하셨다.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 가족인가. 그러나 한가지,다만 한가지 남들처럼 돈 잘버는 재주만은 주시지 않으셨다…(중략)…아버지때부터 시작되어 오고 있는 가난을,오르는 집세도 충당할 수 없는 서민의 비애를 자식들에게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고. 김씨부부의 유서에는 또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위정자들에 대한 부탁도 있었다. 『정치하는 자들,특히 경제담당자들이 탁상공론으로 실시하는 경제정책마다 빗나가고 실패하는 우를 범하여 가난한 서민들의 목을 더이상 조르지 않도록 그들에게 능력과 지혜를 주시어서 없는자들의 절망과 좌절이 계속되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 외언내언

    나는 흑두루미올시다. 대한민국 여객기로서는 처음으로 모스크바행하는 KE913편 동물칸의 「귀빈」이 될 뻔했던. 공항에서 딱지 맞고 사람님네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친구들과의 북행길에서 나는 힘이 달려 충남태안 갈대밭에 「불시착」했었지요. 그때의 절망감이란 형언할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한국사람들의 온정에 힘입어 기력을 회복했지요. 고마운 한국사람들은 거기 그치지 않고 나를 고향으로 보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감격했지요. 신문에는 『갔다』고까지 보도되었더군요. 그런데 못갔습니다. 실망 때문에 병이도질 것만 같군요. 부탁입니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우리는 두나라 사이가 얼어붙었을 때에도 어김없이 장애를 받음이 없이 국경을 넘나들었습니다. KAL 여객기가 격추 당한 그해까지도 말입니다. 우리는 오며가며 애기를 나눴지요. 『사람들은 이상해. 왜 땅에 줄을 긋고 법을 만들면서 네것내것 한다지?』한데,그 인위의 법이란 것이 또 나를 고향에 못가게 한다는군요. 고향에 가서 한국의 아름다운 인정한바탕 자랑하려 했는데…. 애원합니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키케로라는 로마사람이 말했다고 하더군요. 『가장 엄격한 법률은 가장 나쁜 해약』이라고요. 한국의 하늘 땅 소련의 하늘땅이 다 우리의 삶의 터전인데,사람님네들,우리에게 문화재보호법이 무슨 상관인가요. 왜 그것을 「엄격하게」적용하여 사람 중심으로만 자연의 영위를 보려고 하는 것인지요. 『…가장 태양을 사랑하고 원해야 할 후조이기에/마음의 구속이란 금물이었고/외로움을 날려버린 기류에 살라 함이어라』고 노래한 조병화시인의 「후조」를 생각합니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사람님네들,듣건 대법은 운용의 묘라고들 하더이다. 너무 법,법 하면서 법의 올가미 속에 들어가는 꼴이 하늘을 나는 우리 눈에는 우습소이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 “국민적 합의 바탕위 점진 실시”/실명제 논란… 전문가의 시각

    ◎불로소득 용납않는 「조세형평」 이뤄야/경기침체 등 부정적 충격 없게 보완을 정부는 금융실명제의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그동안 계속해서 정부의지를 천명해 왔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내년 1월부터 실시하게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점점커지고 있다. 계획대로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그 부작용이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완된 실명제」가 정말로 실효성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이것이 조세의 형평이나 사회정의를 개선하는데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도 생긴다. 더구나 최근에 3당통합으로 거대여당이 출현한 이후 정치권 및 경제계의 움직임이나 그들의 속성으로 볼때 이제 일반국민은 자조와 무력감에 빠지는 듯하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그런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의도조차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실명제의 좌절을 기정사실로 만들고 그에 따른 실의와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다. 아직까지 금융실명제 실시의 당위성에 대해서 총론적인 합의는 이루어져 왔다고 생각된다. 금융자산소득과 근로소득에 대해서 공평한 세금 즉 동등한 세율을 적용하자는데 대해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듯한 사람들도 원칙적으로 실명제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불로소득이나 부정한 축재를 독식하고 탈세를 계속하겠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강변하기에는 명분상 곤란하거나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은 실명제실시와 관련되는 구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사사건건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서 반대하고 나서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금융실명제의 전면적인 정면거부 움직임도 조만간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은 이미 작년에 통과된 종합토지세제가 실시도 하기전에 개정부터 함으로써 거의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정책의 신뢰성이 없고 경제활동의 윤리성ㆍ도덕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점진적인 개선 또는 개혁을 기대하라는 주장은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흔히 실명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가 실시될 경우 일어날지도 모르는 갖가지 부작용을 우려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것이 경제전체에 크게 부정적인 충격을 준다면 재검토해 보아야 하며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죽는 것만 좋다는 식의 절망적인 사고방식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흔히 논의되고 있는 「실명제의 부작용」이라는 것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마치 최근 우리 경제의 모든 문제의 근원은 실명제 실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증시침체,기업의 투자의욕 상실,그리고 경기침체의 원죄가 실명제라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투기의 극성,금융자금의 부동자금화,그리고 재산의 해외도피도 실명제의 부작용이며 앞으로 엄청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이야기들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어느 정도 현실적인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실명제를 좌절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과장ㆍ왜곡ㆍ또는 협박일 수도 있을 것같다. 사실 일반국민은 실명제가 무엇인지 또 그 효과나 기술적인 문제 및 구체적인 부작용의 가능성 등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실명제를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로소득이나 부정소득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실명제가 그들의 이익과 어떻게 상충하는지를 너무 잘알고 있다. 따라서 금융실명제 실시의 문제는 바로 이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는 것같다. 일부에서는 실명제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이해를 촉구하기 보다는 이것이 실시되면 마치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야단들이다. 사실상 그럴듯한 근거도 없이 갖가지 부작용ㆍ충격 등을 과장 왜곡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거나 연기 또는 반대하기에 앞서 이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실명제의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도 우선 그 실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며 이런 목적을 위해서 과장이나 왜곡이 없는 올바른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
  • 소 리투아니아 무력개입 가능성 높다/미지가 내다본 「독립」전망

    ◎「아제르바이잔 사태」에 군투입이 선례/연방탈퇴 허용땐 고르비 실각 위험성 지난 11일 소련의 리투아니아 공화국은 소연방으로부터의 일방적인 독립을 선언했다. 15개 공화국으로 형성된 소연방에서 각 공화국이 독립을 원할때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아직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할수 있는 사람은 이 세계에 없지만 전문가들은 제 나름대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타임스가 분석한 이 문제에 대한 해설기사를 옮긴다. 리투아니아 의회의 압도적 지지로 이루어진 이번 독립선언은 이웃나라인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도 그 선례가 되어 이들 나라 역시 곧 독립을 선언할 것이다. 런던에 주재하고 있는 전 소련 인권운동가이자 분석가인 부코브스키는 『현재 소련이 처한 위기상황은 1905년 발생한 러시아 혁명에 비유될 수 있다』면서 『크렘린은 지금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학 역사학 교수이며 전 국가안보위원회 소련국장인 리처드 파입스도 얼마전에 민족주의운동이 점차 거세지는 공화국들의 가중되는혼란과 소요사태를 예견하고 『만일 고르바초프가 이들 공화국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엄청난 폭력사태가 유발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인 에드워드 루타크는 『소련의 군부 뿐만 아니라 당과 모스크바 정부는 소 연방의 분열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소련정부는 이런 분열을 막을 방안을 가지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군부가 어느 순간 무력개입을 통해 지난 81년 폴란드사태와 같은 「야루젤스키식의 해결책」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소련이 처한 위기상황은 비단 리투아니아의 독립선언만이 아니다. 라트비아의 민족주의운동 단체인 「인민전선」은 벌써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라트비아공화국 의회는 지난달 1백48대 77로 이들의 독립요구를 지지했다. 또 에스토니아 공화국 의회는 지난달 자신들의 빼앗긴 주권회복을 위해 모스크바와의 협상을 요구했으며 그루지야 민족주의자들은 이같은 발트해3국의 독립을 지지해주고 있다. 그루지야공화국 의회는 이미 지난9일 소련이 러시아 내전기간동안 발트해 3국을 강제합병했던 사실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었다. 지난 1월 민족분규가 있었던 코카서스 지방 아제르바이잔지역의 긴장은 그 어느곳보다 높다. 지난 1월이후 1만7천여명의 소련군이 주둔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지역은 회교도인 아제르바이잔인과 기독교도인 아르메니아인들이 사실상의 전쟁상태에 놓여 있으며 아르메니아인들은 모스크바 정부가 아제르바이잔인과 터키인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길 바라고 있다. 한편 인구가 5천1백만명인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독립움직임 또한 소련정부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이같은 소련연방 각 공화국들의 독립움직임은 공산당의 보수세력들을 무력화시킨 탁월한 정치능력의 소유자인 고르바초프에게 큰 난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11일 모스크바에서는 기존의 헌법을 개정하여 강력한 권한이 보장된 대통령직의 신설을 승인하는 당중앙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고르바초프는 이미 지난 1월 민족분규가 있던 아제르바이잔 지역에 군을 투입했던 것처럼 소련 연방내의 어느지역에서발생한 문제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몸소 보여줬다. 만일 고르바초프가 공화국의 연방탈퇴를 허용할 경우 그는 군부와 KGB에 의해 실각될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고르바초프가 실각하게 된다면 동서관계의 데탕트 분위기는 크게 위협받게 될것이며 각 공화국간에는 심각한 내전이 벌어질 것이다. 부코브스키는 『지금 소련의 상황은 절망적』이라면서 『고르바초프는 이미 자유화 정책을 유보하고 무력을 통한 굴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나머지 14개의 공화국들이 독립을 이루게 되면 인구 1억4천7백만의 러시아 공화국은 발트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가장 큰 땅을 지닌 나라로 홀로 남게될 것이다. 부코브스키는 『이제 붕괴되기 시작한 소련 공산체제는 적어도 앞으로 10년정도는 그 진행과정이 더 계속될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도 『소연방내의 민족적 갈등은 이미 「대러시아 제국 건설」이라는 이름하에 억압되고 있으며 대제국 건설이란 차르시대의 깃발이 다시금 나타나고 있다』고우려를 표하고 있다.
  • 기대와 불안… 「통독」움직임의 반향

    ◎무너지는 동독… 일어서는 「거대 독일」 동서독이 통일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국제적인 데탕트 기류에 힘입은 통독논의는 오는 18일 동독의 자유총선후에는 더욱 구체적이고도 가시적인 단계로 뛰어오르게 될 전망이다. 미국과 소련등 강대국들,특히 독일과 인접한 유럽각국은 거대독일의 출현을 우려,통독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데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도 분단극복이 거역할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판단,벙어리 냉가슴앓이를 간직한채 통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통독 움직임을 바라보는 유럽과 미국의 시각,배경및 전망을 살펴본다. ◎미국의 시각/초강대국화 우려,나토잔류 강력 희망/고르비 실각땐 통일행보 지연 가능성/국민열망이 원동력… “올해가 재결합 완성의 해”인식 지난2월 모스크바와 워싱턴을 돌며 통독외교를 벌인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양독의 신속한 통일만이 동독의 경제적ㆍ정치적 붕괴와 동독인들의 서독 이주 사태를 막을수 있다』고 주장했다. 콜총리의 「동독붕괴」발언은 서독측의 정치적 주장이기보다는 객관적 현실을 직시한 것으로 워싱턴은 보고 있다. 동독은 지금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 미국 각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동독 경제위기감 팽배 동독의 미래에 대한 동독인들의 불안감을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동독인들의 대규모 엑소더스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작년에 34만4천명의 동독인이 서독으로 넘어갔다. 올들어 지난 두달간 서독으로 이주한 동독인은 11만5천명에 달한다. 1월의 하루 1천8백명에서 2월엔 하루 2천2백50명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독일문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내년엔 다소 고개를 숙이겠지만 앞으로도 동독 인구 1천6백만명 가운데 1백80만명 이상이 더 빠져 나가 동독의 공동화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독 사회의 공동화 실상은 작년 11월10일의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절반으로 줄어든 동독군이 잘 대변하고 있다. 불과 수개월전만 해도 바르샤바조약기구에서 최강을 자랑하던 동독군은 수천명씩의 탈영자가 발생하고 기강이 무너져 『이미 군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나토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나토측 추정에 따르면 동독국가인민군(NPA)의 병력 수는 작년의 17만3천명에서 지금은 9만명에 불과하다. 동독경제는 지금 파국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숙련 노동 인력의 엑소더스로 사회 각 분야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살쾡이 파업(노동조합의 일부가 본부의 통제를 받지않고 멋대로 벌이는 파업)ㆍ작업정지ㆍ태업 등의 만연으로 심각한 생산 차질이 빚어져 인플레가 계속되고 있다. 동­서독 마르크화간의 공정 환율은 1대1이나 서베를린 암시장에선 10대1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동독경제에 절망과 무질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능성」이 「현실」로 성큼 콜 총리가 지난 2월 제의한 「양독의 통화 단일화」는 1차적으로 동독인 엑소더스의 저지를 겨냥한 것이었다. 날로 시세가 떨어지는 동독의 「장난감」 돈을 서독의 안정되고 태환성 있는 통화로 바꿔주면,그것도 1대1의 공정 환율로 바꿔주면 동독인들이 동독경제의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돼 엑소더스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통화 단일화」의 논리라고 타임지는 풀이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독인의 3분의2와 서독인의 4분의3이 통일을 지지하고 있다. 분단된 독일 국민의 이같은 통일 열망이 통독의 원동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동독을 붕괴의 위기로 몰아가고 서독의 사회복지에 중압감을 안겨주고 있는 동독 주민의 끊임없는 엑소더스야말로 현실적으로 양독의 신속한 통일을 촉구하는 가장 강력한 압력 요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풀이했다. 제임스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얼마전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독일통일이 1990년에 완성의 호기를 맞고 있다』고 년내 통일을 예견하면서 『사실상의 경제 통합과 통일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개방됐을 때만 해도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독일통일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믿고,당초 금년 5월로 예정됐던 동독 총선때까지는 진지한 조치가 요구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난 1월28일 동독정부가 총선일을 3월18일로 앞당긴다고 발표하자 사태의 급박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동독지도부가 5월까지 나라를 지탱해 나갈수가 없기 때문에 총선일을 당긴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3월 동독 총선에선 통일 지지 정당들이 압승할 것이 분명하므로 이제 독일통일은 가능성이 아니라 뚜렷한 현실로 다가섰다고 판단했다. 부시 정부는 국제적인 통독 협상방안을 서둘러서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13일 오타와 회담에서 두 독일과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 영 불 소 4개국간에 합의된 통독협상의 틀 「2+4」가 그것이다. 「2+4」방식에 따르면 먼저 독일이 통일의 경제적 정치적 법적 측면을 논의한다. 그 다음에 두 독일과 4강이 만나서 통일된 독일의 병력 규모라든가 나토와의 관계등 유럽의 안보 문제를 논의한다. 금년 초까지도 소련의 고르바초프는 독일 통일에 반대했다. 나치와의 전쟁에서 2천6백만명의 희생자를 낸 소련이 유럽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인 7천7백만명의 재결합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뜻밖에도 고르바초프는지난 2월초 동독 총리 한스 모드로브의 독일 중립화 통일안을 지지했다. 그리고 서독 총리 콜의 방소를 받아들여 『통독은 독일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통일된 독일의 비대한 힘과 영향력을 억제하는데 나토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일 독일의 나토 편입을 주장하고 있다. 통일 독일의 중립화는 「경제거인」 독일을 고립시켜 강대국이나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상황을 조성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어 고르바초프도 결국 독일의 나토 잔류를 받아 들일것으로 워싱턴은 내다보고 있다. ○통독협상 방안 마련중 콜이 이끄는 서독의 기민당 정권은 소련에서 고르바초프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 새로운 유럽안보체제와 독일 통일을 확정시켜야 한다는 방침 아래 서독의 온 체중을 실어 통독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콜과 한스 디트리히 겐셔 외무장관은 통일된 독일이 나토 회원국이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도 소련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 동독 영토내에는 나토군이 주둔해서는 안된다는 방안을내놓고 있다. 서독은 또 과도기간중 독일 동부에 소련군 주둔을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일부 소련문제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심각한 경제난과 인종분규 등에 직면한 고르바초프가 언제 실각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으며,만일 그가 실각할 경우 그의 대담한 동서긴장완화정책에 따라 급격히 빨라진 통독 행보도 지연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의 시각/동독에 어떤 정부 들어서도 「통독」불변/국제적 지위ㆍ국경ㆍEC와의 관계 촉각/양독의 경제격차가 기폭제… “민족주의 망령 부활”긴장 쾌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동서독 통일 작업을 바라보는 서유럽 나라들의 요즈음 모습은 엉거주춤한 상태 바로 그것이다. 그냥 보고만 있을 수도,그렇다고 달리 어떻게 해볼 묘책도 그들에게는 있어 보이질 않는다. 『독일은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독일민족의 소리를 외면할 처지가 못되며,자국의 이해에 관련된다 하여 민족자결의 명분에 반하는 처신을 할 입장이 아닌 것이다. ○국제정치 변화가 촉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통독에심한 거부감을 가져오던 서유럽나라들이 어느새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동독총선이 끝난 뒤에 곧 통일이 실현될 것이라든지,오는 7월1일부터는 서독 돈이 동독에서도 통용되는 등 통화 통합과 경제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성급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불가능한 소리로만 들리지는 않는 상태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같은 현실인식은 통독작업이 급진전될 수 있었던 상황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동서 냉전체제의 종식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말할것도 없이 독일의 분단은 2차세계 대전의 결과입니다. 전쟁이 끝나면서 독일은 두쪽으로 갈라졌으며 그것이 바로 냉전시대의 개막신호였습니다. 이러한 대결 구조가 존속되는 한 독일의 분단상황도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반대로 냉전시대가 종료되면서 분단국의 재통일문제가 부각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요』 런던 국제관계연구소의 토머스 펠러만 박사는 독일의 재통일 문제를 국제정치 상황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조명하면서 동서간 대립과 대결구조의 해소는 분단민족의 통합을 촉진시킬수 있는 가장 중요한 모멘트가 될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반도라 해서 이같은 국제정치 질서의 흐름이 외면해 지나칠 이유가 없으며 당사자들(남북한 지칭)이 이같은 분위기를 자기 것으로 흡수 소화할때 분단이라는 긴 터널의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같이 분단국 재통일 문제의 부각은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가 촉매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대부분의 견해이지만 이에 곁들여 『동독의 소멸』현상을 중요한 모멘트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개혁을 완강히 거부하던 호네커정권이 무너지면서 동독의 공산당은 물론 과거의 동독 자체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서독은 책임있는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다고 구체적인 통일 논의는 오는 18일의 동독 총선뒤로 미루어 놓았습니다. 총선뒤 동독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 첫 과제는 서독의 통일 스케줄에 자신들의 일정표를 짜맞추는 일이 될것입니다』 파리사회과학연구소의 코르넬리우스 교수는 줄곧 두개의 독일을 고집해 오던 공산당 정권의 붕괴로 통일논의의 최대 장애가 제거된 셈이며 이로인해 국민들의 통일욕구가 분출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서독이 대화할 책임있는 상대가 없는 때를 역으로 통일논의의 최적기로 삼아 기회를 놓칠세라 안팎으로 뛰어 통일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산당 붕괴로 새 국면 이와함께 동서독간에 빚어진 경제ㆍ사회적 격차가 통일작업을 재촉하는 계기의 하나가 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5월 헝가리가 국경철조망을 걷어 치운 뒤부터 시작된 동독인들의 대량 탈출 현상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에도 계속되어 요즈음도 하루 2천∼3천명이 서독으로 넘어오고 있다. 그들은 체제나 이념문제를 떠나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보다 잘사는 형제들 곁으로 향하는 대열이다. 『서독으로의 탈출 대열이 보여주듯 파탄지경에 이른 동독경제는 서독경제의 도움이 절실하며 칼자루를 쥔 서독의 통일논의에 응할수 밖에 없는 상황』(불 리베라시옹지)이 통독작업을 서두르게 하는 원인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그동안 동서독이 꾸준히 힘기울여온 통일기반 조성 작업이 그 토대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서독에 의한 대동독 경제원조,인적교류,문화ㆍ체육교류등을 통한 민족동질성의 고취등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통일논의가 동서독 국민들에게 다같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지닌다. 이와같은 통독논의의 가속화에 대한 원인분석 뒤에 따르는 관심은 자연히 통일독일의 지위와 국경보장문제, EC(구주공동체)와의 관계등에 대한 것이다. 서유럽 사람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서독 페이스 불가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날 곡괭이를 들고 장벽을 부수겠다고 달려드는 독일 젊은이들의 모습을 TV를 통해,신문을 통해 보면서 섬뜩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알랭 투랜박사(파리 국제전략연구소)는 많은 유럽사람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장면을 한맺힌 통일염원의 표출로 보기보다는 「민족주의 망령의 부활」을 느꼈을 것이라고말했다. 그들은 통일독일이 다시 유럽을 지배하거나 중부유럽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려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싸여있다. 이같은 통독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서 연유하는 것이 요즈음 초점이 되고 있는 오데르­나이세국경선 선보장문제이며 헬싱키협약 준수의무 요구나 EC통합범위 안에서의 통독작업 진행 주장 등이다. 콜총리가 6일 오데르­나이세 국경의 불가침성을 인정하겠다고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통독을 보는 유럽 사람들의 불편한 심기가 씻은듯 가셔질리는 없는 것이다.
  • 1,111명 3ㆍ1절 가석방/법무부 발표

    ◎장기복역 좌익수 22명 포함/시국ㆍ공안사범 대상서 제외/보안법위반 재일교포 서승씨 풀려나 법무부는 3ㆍ1절에 즈음하여 재일교포 간첩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서승씨(45ㆍ대전교도소수감중) 등 장기좌익수 22명을 포함,일반형사범ㆍ소년원생 등 모두 1천1백11명을 오는28일 가석방 또는 가퇴원시킨다고 26일 발표했다. 법무부의 관계자는 『종전에는 형기의 90%이상을 복역한 좌익수 가운데 행형성적이 1ㆍ2급인 모범수만을 대상으로 가석방기준을 삼았으나 이번에는 형기의 75%이상을 복역하고 행형성적이 3급인자까지로 완화,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풀려나는 서씨는 서울대에 유학중이던 지난71년 국가보안법과 반공위반혐의로 구속기소돼 73년3월 무기징역의 확정판결을 받았으며,88년12월 징역 20년으로 감형돼 지금까지 16년11개월을 복역해 왔다. 서씨는 지난71년 4월19일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던중 조사실에 있던 경유난로의 연료연결호스를 뽑아 온몸에 경유를 끼얹고 난로를 껴안은 채 얼굴을 난로속으로 들이밀어 자살을 기도,얼굴과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에대해 『고문에 못이겨 자살하려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서씨는 변호인 접견시 『배신당했다는 절망감에 자살하려 했다』고 말했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서씨의 가석방에 대해 『서씨가 국법을 준수하고 성실히 살아가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한데다 재일교포로 장기간 복역한 점 등을 감안해 인도적 차원에서 석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서씨 등 22명의 장기좌익수 이외에 재야ㆍ노동ㆍ학원사건으로 구속된 시국ㆍ공안사범들은 현재 재판에 계류중이거나 가석방 대상자가 없어 이번 가석방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석방될 장기좌익수는 다음과 같다. ◇대구교도소 ▲차풍길(46ㆍ징10ㆍ재일교포 간첩사건) ▲김연삼(54ㆍ무기ㆍ남파간첩사건) ▲김성규(49ㆍ징10ㆍ재일북괴공작원포섭간첩) ▲유종인(51ㆍ무기ㆍ 〃 ) ▲권환성(54ㆍ징15ㆍ 〃 ) ▲이성국(35ㆍ징10ㆍ납북어부간첩) ▲김상원(30ㆍ징10ㆍ재일교포간첩사건) ▲이학돌(63ㆍ무기ㆍ남파간첩사건) ▲이기상(62ㆍ무기ㆍ 〃 ) ▲안승억(54ㆍ징12ㆍ남파간첩사건) ◇대전교도소 ▲서승(45ㆍ무기ㆍ재일교포간첩) ▲차만석(74ㆍ무기ㆍ남파간첩) ▲이대식(51ㆍ무기ㆍ재일북괴공작원포섭간첩) △광주교도소 ▲이태(31ㆍ징12ㆍ월북기도) ▲윤계동(66ㆍ징10ㆍ남파간첩사건) ◇전주교도소 ▲정정학(43ㆍ무기ㆍ월북기도) ▲김연건(53ㆍ무기ㆍ남파간첩사건) ▲김용이(47ㆍ징7ㆍ납북어부간첩) ▲이준태(46ㆍ무기ㆍ재일교포간첩사건) ▲유낙진(61ㆍ무기ㆍ남파간첩사건) ▲강철순(56ㆍ무기ㆍ재일교포간첩사건) ◇안동교도소 ▲김장길(47ㆍ징10ㆍ재일북괴공작원포섭간첩)
  • 유민 한일합섬 구로공장 생산부 염색과/노태우대통령에 바란다

    ◎근로자 복지향상ㆍ사회악 조속 근절을 밝고 풍요로운 내일을 위해 3당합당의 어려운 결단을 내린데 대해 먼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제 여대야소로서 정치권이 어느정도 안정됐으니 국민의 복지,그 가운데서도 우리 근로자들의 안정된 생활과 복지향상을 위해 보다 많은 정책적인 배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나기시작한 「경제위기」현상을 누구보다 먼저 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작업현장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려는 다짐들을 굳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각오를 하고 있는 대다수 근로자들은 올들어 부쩍 심화되고 있는 생활의 어려움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실정이다. 날로 치솟는 집값ㆍ전세값과 피부로 느껴지는 물가상승은 우리들에게 절망감만 느끼게 할 뿐이다. 영동등 서울의 번화가에는 하룻밤에 몇십만원의 술값이 듣다는 술집 등이 즐비하지만 우리 근로자들은 몇십만원의 월급을 받기 위해 한달내내 작업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한켤레의 면장갑이 다 해져 못쓰게 됐을 때 다시 새것을 지급받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낄정도로 우리들의 꿈은 소박하다. 이를 위해서는 말뿐이 아닌 무주택근로자에 대한 주택공급이 최우선으로 보장돼야 하겠으며 어렵더라도 의무교육을 고등학교로까지 확대하는 용단을 내려야 하겠다. 무엇보다도 우리들이 열심히 일하는 뜻을 사회가 소중하게 인식해 주고 그래서 우리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도록 부탁하고 싶다. 지금 사회 전반에 만연된 사치ㆍ과소비ㆍ향락의 풍조와 일확천금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행위는 우리 근로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사회악이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시켜 주시기를 바란다. 또한 전국의 많은 작업현장에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이 아직도 상당수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 이들도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고맙겠다.
  • 「선생님」들의 도박(사설)

    억대의 판돈을 걸고 상습도박을 하던 국민학교 교사가 구속되었다. 「선생님」이,그것도 국민학교 선생님이 노름죄로 구속되었다는 보도는 우리를 허탈하게 만든다. 더구나 이들 교사들에는 충북 관내의 국민학교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 순박한 지방의 중년 교육자들이 이렇게 고른 분포로 걸려든 것을 보면 도비를 가릴 것 없이 노름에 병들어 있는 것이 우리 사회임을 뜻하는 것 같다. 이미 「고스톱공화국」이라는 비칭이 붙을 만큼 때도 장소도 가리지 않는 노름 성행의 사회이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학교 선생님 사이에까지 「억대도박」이 이렇게 예사롭게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암담하게 한다. 다른 분야가 다 오염되었어도 「선생님」들만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데 오히려 더 적극적인 증상에 빠져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도박에 관한한 국민학교에서 고교에 이르는 전 계층의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서 상당히 심각한 지경인 것이 우리 형편이다. 국민학교 아이들을 상대로 전자도박을 하는 기계가 학교주변에 즐비하고 소풍이나 수학여행 길에서 학생들이 빠져드는 놀이가 「디스코」를 앞질러 「고스톱」이라는 것은 일선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증하는 일이다. 심지어는 학교 교실등에서도 판을 벌여 등록금이나 책값을 날리는 중고생들이 적지 않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농촌에서조차 한번 단속을 시작하면 군단위에서도 멀쩡하게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상습 도박꾼 속에 포함되어 걸려든다. 주부도박단은 심심하면 줄줄이 잡혀들고 범죄조직과 반드시 연계되게 마련인 폭력도박조직에 말려들어 범죄의 하수인이 되고 이혼에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이 망국적인 현상이 요즘들어 부쩍 심해지고 있으니 그걸 보고 자라는 청소년들이 물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면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는 도박중독증적인 중상을 지난 노름인구가 급증중이라고 한다. 충동조절의 기능에 장애를 받는 일종의 정신질환인 이 노름병은 마약이나 알콜만큼 질기고 그폐해는 더 크다. 상대가 있어야 하는 속성 때문에 피해범위가 넓고 한번 빠지면 그것이 악습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그 피해를 도박으로만 만회할 수 있다는 집요한 환상에서 놓여나지 못하기 때문에 고치기가 매우 어려운 질환인 것이다. 그런 질환성 행태에 다름아닌 교사들 자신이 빠져드는 일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런 일이다. 성인이 되어 노름병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경우를 분석해보면 사춘기에 도박구경을 자주했거나 심부름을 많이 한 경우,부모가 돈타령을 너무 하고 그 관리에 허황된 습성을 보인 경우 등이 많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를 지키는 도덕적 파수병이어야 할 「선생님」들이 파렴치한 인격파탄의 전형인 노름꾼적 범죄에 의외로 많이 빠져들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일이다. 새마을운동이 성공적이던 시절,분명히 치유의 성과를 올렸던 경험을 살려서라도 이 망국적 질환에서의 회생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교육환경에서의 각성이 시급하다.
  • 시부모와 정통윤리(사설)

    거의 모든 주부들에게 공통되는 감정이 있다. 『좌우지간 시자 들어간 식구는 싫다』는 것. 상당한 교육을 받은 여류가 반쯤 공식자리에서 이런 말도 했다. 『… 시어머니가 금덩어리를 이고 문앞에 온대도,그거 이고 도로 가시라고 하고 싶을 심경이다』라고. 억만금을 준대도 「시」자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며느리. 시부모 모시기 싫다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동반자살을 꾀한 충북 제원군의 신모주부도 그런 며느리였던 모양이다. 사대독자인 남편을 보고 분가해 살기를 조르다가 아이들 남매에게까지 농약을 먹이고 자신도 치사량을 음독한 뒤 죽어 버린 그가 「오죽하면 죽을 결심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한다. 그러나 이 부인의 경우 그 죽음은 고민끝의 선택이기 보다는 앙심에서의 선택같은 인상을 받는다. 사대나 독자인 집안에 아들을 낳아주었는데도 그 공(?)을 인정하지 않고 시부모랑 사는 사슬에서 풀어주지 않는 남편과 시부모에게 보복하는 심경으로 아이들까지 데리고 떠나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결과 그 부인은 자신이시부모와 견디기 보다 훨씬 불행할 여건을 자신의 자녀에게 안겨주고 말았다. 「효」란 우리가 지닌 아름다운 전통가치이고,전승시키기에 충분한 뜻을 가진 윤리관이다. 그러나 이것을 실천해야 할 주체에게는 부담스럽고 힘든 덕목이다. 힘든 것을 참는 힘이 거의 다 퇴화해 버린 오늘같은 시대에는 도저히 감내하기가 어려운 덕목인 것이다. 효가 아름다운 덕행이지만 실천하기에 쉽지 않으므로 옛날에는 종순하는 도리로 실천의 계율을 삼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고추당추 맵다지만 시집살이 당할소냐」 시어머니 구박에 목매 죽은 며느리의 혼이 화했다는 쑥국새전설따위가 얼마든지 생길만큼 고부간의 갈등은 역사가 깊다. 동서고금의 영원한 갈등의 관계가 바로 이 관계다. 오늘처럼 컬러TV가 벽지 방방곡곡에 보급되고,그 TV가 자고새면 연속극으로 광고로 날씬하고 매끈한 젊은 부부의 행복한 생활만 보여주고,공처가 남편과 화려한 아내의 젊은 부모밑에 토실토실하게 자라난 자녀만을 「세대」의 모델로 보여주는 형편에서 구질구질하고 귀찮은 시부모를모시고 희생하고 있기란 지겨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나하나로 보면 이런 일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대다수가 공통으로 지닌 문제이므로 사회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농촌의 경우에는 노인모시는 문제가 도시보다 더 빈번하다. 그렇다면 주거양식을 개발하여 어른은 모시되 젊은이들끼리만 누리는 공간도 있는 우리에게 맞는 현대분위기의 집들을 보급한다든지 마을 공동체에서 함께 해결하는 지혜나 방법 등을 사회정책으로 모색해 주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양로원의 인식이 절망적으로 부정적인 우리 사회를 감안하여 한국인의 심성에 부응하는 「노인의 집」을 연구하고 도시서부터 늘려가는 방법도 시급하다. 이런 일은 사회가 공동의 노력으로 마련해 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삶의 공동체가 화해하며 살아가는 기능이 우리에게서는 대단히 약하고 미숙하다. 현대적으로 변화된 예의나 도리,질서 등이 연구 모색되어 표본으로 제시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정으로 잘만 다스리면 사랑하는 가족으로 묶여질 관계가 증오와갈등으로 찢기기만 하는 것은 전체의 불행이다.
  • 인명경시 풍조를 우려한다(사설)

    세상 되어가는 꼴이 너무 절망스럽다. 너무 두렵다. 사람 목숨이 사람 목숨이 아니라 파리 목숨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세태가 아닌가. 언제 어떤 형태의 위해가 나에게도 가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더도 말고 어제 아침신문의 사회면만을 들여다보자. 외박하자는 걸 거절한 데 대한 앙심으로 보이는 술집 남녀 종업원 4명 피살사건이 눈에 띈다. 한 남자대학생은 변심한 여자대학생 애인을 껴안고 분신자살하고 신병을 비관한 30대 여인은 아들 딸과 동반자살했으며 낙방과 가정불화를 비관한 중ㆍ고등학생 6명은 집단 음독을 했다. 그런가 하면 10차례의 범행으로 부녀자 7명을 살해했다는 성남 살인강도범의 여죄를 보도하고도 있다. 광란하는 세태를 느끼게 하는 끔찍하고 몸서리쳐지는 사건들이다. 이런 사건 중에서도 특히 술집 살인사건을 두고는 치안당국에 원망의 화살을 돌리는 국민도 있을 법하다. 범죄소탕령을 거푸 내리면서 특수대까지 발족시켰건만 폭력사건은 끊이지 않는 작금의 사회상과 연관지으면서 갖게 되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기강이나 기풍이 이러할 때 당국의 능력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의 의식구조에 근본적인 변혁이 없는 한 설사 4천만이 경관이 된다 해도 범죄는 일어날 것인지 모른다. 생각컨대 타살사건이나 자살사건이나 본질적으로는 오늘의 우리 사회 병리현상에 연유한다는 점에서 궤가 같다. 물신 숭배사상의 팽배에 따라 도덕ㆍ윤리는 황폐해지고 그것이 마침내 극기심 부족과 인명경시 풍조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찰라주의의 노예가 되면서 무엇이 어떻게 사는 것이 진실로 가치 있는 삶인가 하는 바른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고황에 든 병이 표출시키는 현상이 곧 오늘날 우리 사회의 삭막하고 살벌한 반가치적 작태들이라 할 것이다. 나타난 현상에 대한 대증요법으로서의 치안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 여기에 있다. 원인요법의 이치는 간단하다. 윤리ㆍ도덕을 회복하여 참다운 삶의 뜻이 무엇인가 하는 바른 가치관을 정립 확산시키는 일이다. 그렇건만 그 간단한 일이 실천면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 또한 오늘의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물질숭배 사상은 많은 사람들의 의식구조 속에 정착되었고 그래서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도리어 이단시되면서 사회적인 패배자로도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풍토에 변혁이 와야 한다. 그러지 못하는 한 우리는 전율할 반사회적 작태들을 떨쳐버리지 못한 삶을 이어갈 밖에 없다. 경제가 발전하여 개인소득이 몇만달러 몇십만달러가 되면 무엇하겠는가. 범죄 앞에 떨어야 하는 사회라면 차라리 초근목피로 연명할망정 윤리ㆍ도덕이 살아있는 사회쪽이 인간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을 일이겠는가. 교육열이란 이름 아래 온 사회가 열병을 앓으면서도 인간화 교육에 얼마만한 비중을 두었던가 너 나없이 성찰해봐야겠다. 윤리성ㆍ도덕성을 지닌 인간이 사는 사회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런 사회를 위하여 정치가 경제가 혹은 교육이 이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경제가 풍요로운 사회보다는 인정이 풍요로운 사회로 될 수 있어야 한다.
  • 「저하늘에도 슬픔이」 주인공 이윤복씨 숨져

    【대구】 영화 「저하늘에도 슬픔이」의 주인공 이윤복씨(38ㆍ유한킴벌리대구영업소 사원)가 25일 하오5시 입원중이던 경북대부속병원에서 간질환으로 숨졌다. 이씨는 국교 5년생이던 지난64년 12월20일 알코올중독으로 무위도식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출해버린 절망적인 환경에서 껌을 팔아 가정을 이끌어가는 감동적인 일기를 써 영화화 됐었다.
  • “남북 단일팀 구성 절망적”/6차 체육실무접촉 아무 진전없이 끝나

    ◎북측,7차 실무접촉도 거부 【판문점=공동취재단】 북경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을 위한 남북 체육회담 제6차 실무접촉이 22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으나 북한측이 지난 18일 7차 본회담에서 우리측이 제시한 합의사항 이행보장과 용어해석등이 담긴 부칙 7개항을 모두 철회하라고 되풀이 주장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2시간 만에 끝났다. 우리측은 북측이 계속 태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자 부칙은 만들지 않더라도 별도의 합의서에 그 내용을 담아도 된다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전진적인 자세를 보인 데 이어 25일 제7차 실무접촉을 다시 한번 열어 합의사항 이행보장등에 관해 토의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북측은 우리측이 부칙 7개항을 모두 철회하지 않을 경우 더이상 만날 필요가 없다며 우리측의 제7차 실무접촉 제의마저 거부했다. 우리측 임태순 대표는 이날 접촉이 결렬된 뒤 『현재로서는 단일팀 구성이 절망적』이라면서 『북한측은 체육회담을 단임팀 구성보다 우리측의 개별참가를 저지키 위해 시작한 것 같다』고 밝혔다.
  • 전두환씨의 시계/송정숙 논설위원(서울칼럼)

    『신은 사람보다 생각이 깊다』 1989년 12월31일 밤,증언대에 서 있던 전두환씨는 셔츠소매를 들치며 몇번 시계를 보았다. 훤소와 매도,능멸이 빗발치는 한 가운데서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문채 시계를 보는 모습은 흡사 초침을 밀어올려 자정을 끌어당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자정. 그것은 그가 개입되면서 출발된 연대인 80년대의 말미를 뜻한다. 스스로 자기연대를 끝내기위해 초침을 밀어올리며 시각을 지켜보는 그를 보며 신은 역시 사람보다 생각이 깊다고 탄복한 전기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웰링턴에 의해 워털루전투에서 패배하고 프랑스의회에 의해 「백일천하」의 황위에서도 퇴위당한 나폴레옹이 해외탈출을 하기 위해 바닷가에 섰을 때,다시한번 찾아온 반역의 기회를 포기하는 국면을 전기작가는 그렇게 서술했던 것이다. 절망의 바다위에서 해적처럼 쇠사슬에 묶여져 웰링턴장군에게 끌려 런던으로 연행되는 악몽에 쫓기던 그였지만 그래도 그는 적국의 기사도를 신뢰하는 쪽을 선택한다. 영국 순양함 베렐로폰호에 올라 섭정관의 선처나 고대하며 선상생활하기 열흘,배는 이윽고 영국 플리머드항에 도착한다. 7월의 맑은 아침,『나폴레온 오다!』의 소식에 우리에 갇힌 사자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을 가득 태운 보트들이 삽시간에 순양함을 에워쌌다. 선실에 틀어박혔던 사슬없는 포로 나폴레옹은 멋도 모르고 멈춘 배가 궁금해서 후갑판으로 머리를 내밀고 나왔다. 나왔다가 그는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배위에서,배언저리 보트 위에서,와글와글 소요를 피워대던 영국인들이 일제히 모자를 벗는다. 벗고서 포로나 진배없는 그를 향해 경의를 표했다. 이것이 무슨 뜻이었을까. 전기작가의 말처럼 『증오와 경멸에 차서 그를 바라보고 있던 시민도 황제의 존엄과 고뇌에 찬 모습을 보고는 자기자신의 마음까지 깨끗이 씻어버리고 말았음에 틀림없는 것』이었을까. 적어도 20년 동안은 영국인을 괴롭혀온 적장이 비굴하고 하잘 것 없는 필부였다면 그편이 훨씬 영국인을 불행하게 했을 것이다. 선상에 나타난 나폴레옹을 향해서 일제히 보낸 시민의 「경의」는 영국인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전두환씨가 자기시대의 종식을 위해 자기손목위의 시계초침을 밀어올리며 종언의 순간을 지켜보게 한 것이 신의 어떤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거대한 구획을 그으며 물러가는 세월의 경계선 위에 서서 타기와 질책의 물리적 위하를 직접 견디면서도 높낮이가 일정하고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증언」을 읽어가던 「전대통령」에게서 나는 다행스러움을 느꼈다. 그가 아직도 너무 당당하고 「잘못한게 없다」는 투로 말하는 태도에 사람들은 반성을 모르는 증좌라고 분노했다. 그로 인해 빚어졌던 하고많은 비극과 고달픔때문에 분하고 억울하여 치를 떠는 사람들에게는 그 분노는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더라도,1989년 12월31일 자정을 향해 서있던 전두환씨의 모습이 당당하고 꿋꿋하기까지 했던 일은,그렇지 못했던 것보다 다행한 일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에 그가 비굴하고 용렬하게 구겨져서 머리를 조아리며 잔명을 빌었다면,그편이 훨씬 우리를 불행하게 했을 것이다. 지나간 10년동안,우리의 운명을 쥐고 통치했던 사람이 겨우 그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다면,대체 우리는 무엇이었던가 하는 부끄러움에서 헤어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커다란 실패였을 뿐인 세월이었더라도,그것이 통치자가 지녔던 신념과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면 그쪽이 우리의 자존심을 덜 상처내는 일이다. 80년대의 마지막 시각에 서있던 전두환 전대통령의 태도는,모자라는 반성과 불성실의 혐의로 분노를 충천시키게는 했을 지언정 우리를 참담하게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약사발」이든 「감옥」이든 국민이 내리는 벌이면 기꺼이 받을 것이라는 말을 꾹꾹 눌러가며 다지듯이 말했다. 유배당한 겨울 산사에 아내를 남겨두고,으르렁거리는 정적에 둘러싸여,편들어 보호해줄 아무런 힘도 지원받지 못하는 그가 「감옥」과 「약사발」을 걸고 맹세를하는 것은 결코 수사일수만은 없다. 차라리 죽을망정 욕된 몰골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결의를,그는 눈깊은 산속에서 다지고 나왔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허세도 뜻이 없고,영광이나 영화의 꿈을 꿀만한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그가비실비실 무너지지 않고,들고나온 문서를 막힘없이 좔좔 읽어나가며,그일을 제지 당할때마다 꾸욱 다문 입에 힘을주며 가끔씩 초침을 밀어올리며 자기 시대를 마감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 버티어준 기력이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어쩌면 천하의 사람이 무어라 하더라도,혹은 그것이 비록 허황된 환상의 착각이었을지라도 그딴에는 그것이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아끼는 일이라고 믿고서 행한 일이었음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겪은 시대가 실패와 불행이 예정된 피치못할 운명이었다면 비열하고 못난 통치자를 마지막 날에 보아야 하는 불행을 격게 되지 않은 일만이라도 다행스런 일이다. 증언을 위해 떠나는 전날밤,아내는 남편에게 어떻게 하기를 조언했겠는가. 세상의 쓸데없는 입줄에 오르지 않기 위해 거기 깊은 산중에 떨궈져 있는 아내를 향해 그가 보여주기로 했던 약속된 모습을 아마도 그는 해냈을지도 모른다. 자식을 위해 며느리를 위해 사위를 위해,아직도 어린 막내가 이후에 두고두고 기억해도 부끄럽지 않을 모습이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을지도 모를,그것을 그는 지켰을 것이다. 그의 시대는 그것으로 끝났다. 셔츠소매를 걷어 올리고 들여다보던 시계를 통해 그렇게 끝났다. 그가 선택한 막내림의 모습이 이만큼이라도 우리를 불행하지 않게 한 일에 마지막 묵례를 보내도 좋을 것같다.
  • 90년대를 연다/새희망을 가꾸는 사람들:2

    ◎노사가 뭉쳐 부도회사 살렸다/동양타올,위기 극복 “한마음 작전” 7개월/“삶의 터 포기할 수 없다”… 봉급 반납/직장서 숙식하며 휴일 없이 밤샘작업/채권자들로 감동,빚독촉 않고 격려 노와 사가 따로 없었다. 회사가 부도나자 근로자들이 힘을 합쳐 직장과 기업을 되살려 냈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의 힘은 위대할 뿐이었다. 부도까지 냈던 회사를 노사가 합심,7개월만에 다시 살려낸 동양타올(대전시 대덕구 대화동 142의2ㆍ사장 차승규)노조원 1백24명의 90년대를 맞는 감회는 남달랐다. 87년 공장 새마을운동 우수업체로 1백만달러 수출의 탑까지 수상한 이 회사가 40여억원의 부채를 안고 부도를 낸 것은 지난해 7월5일. 6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자체내의 노사분규라기보다는 회사가 위치한 대전공업단지 2공단내의 40여개 업체들이 지난해초 노사분규에 휩싸이면서 그 여파가 휘몰아 닥쳤기 때문이었다. 타월업체의 협력기업인 대전염색소조합이 노사분규에 들어가 생산에 차질을 빚은데다 서울의 거래소마저 부도를 내 그 여파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부도발생으로 인한 충격과 6월분 임금을 못받게된 노조원들은 우왕좌왕하던 끝에 「회사를 살려야만 직장을 지킬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당시 1백48명의 직원들은 회사수습대책위원회를 구성,월급도 받지 않은 채 근로자들의 힘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차사장과 직원들은 한가족처럼 뭉쳐 비축돼 있던 한달분의 원자재로 작업을 계속했다. 전직원이 7개조로 나누어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한편 거래선들도 찾아다니며 『우리가 회사를 살리겠다』고 설득했다. 나머지 직원들은 회사에서 아예 숙식을 하며 거래선들에게 정상적으로 물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끊겼던 거래선이 다시 연결돼 이 회사제품인 「피에르가르텡」 「니나리치」타월이 백화점 등에 다시 등장,신용을 회복하고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원사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노사의 피나는 노력은 10월 성수기 들어 서서히 결실을 맺어 그동안 밀렸던 봉급까지 받게 되자 근로자들은 자신감과 사기가 충천했다. 『오늘 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다른 업체로 옮길 수 있는 것이 타월업계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모두들 절망에도 굴복하지 않고 회사를 자신들의 힘으로 살려냈다는데 또다른 보람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구사수습대책위원장 안상옥씨(36ㆍ생산부사원)는 오는 4월까지 회사를 완전 정상화시키겠다고 자신했다. 『연말연시의 연휴마저 반납하고 일에 몰두하는 동료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한데 뜻을 모으는 일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깨달았습니다』 안위원장은 『부도가 나면 사장이 도망가는 풍토에서 차사장이 자신의 집마저 저당잡히고 원사자금 등 운영비 조달에 동분서주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고 말했다. 『회사가 부도난데 대해 죄송할 뿐입니다. 직원들이 상여금 뿐만 아니라 봉급까지 반납하며 일하는데 사장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차사장은 근로자들의 애사심이 회사를 살렸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회사가 곤경에 처해있을 때 분규를 주도했던 당시 대책위원장 등 과격파 20여명은 자기 몫을 챙겨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들이 똑똑했는지는 모르지만 결코 현명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직장에는 함께 고생한 동료들이 있기에 보람도 큽니다』 봉제부의 이창숙씨(32)는 현재 다른 사업장보다 봉급이 10%정도 적지만 회사가 정상화만 된다면 더 큰 보상이 따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분규를 겪긴 했지만 회사가 어려울때 근로자들끼리 마음약한 동료를 설득하고 서로 격려하며 직장을 되살리면서 쌓은 인간적인 관계가 새로 얻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안위원장은 80년대 후반이후 악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노사관계가 90년대에는 동양타올의 경우처럼 노사의 자각으로 산업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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