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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순 벌목공 장기홍씨의 서울생활(시베리아 북한벌목장:7·끝)

    ◎판이한 생활환경… 적응에 큰 어려움/전셋집 마련이 정부지원의 전부/강연·출판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일반대학생과 똑같이 경쟁”… 졸업후 취업이 가장 걱정거리 러시아에 있는 북한벌목장은 인권불모지라는 세계의 지탄속에 날로 스러져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정부가 벌목장탈출 북한노동자들을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이들 북한벌목장은 다시 한번 엄청난 충격을 받게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북한이 하루 아침에 벌목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북한은 벌목장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15억∼20억루블의 외화수입을 놓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 북한에 다녀온 러시아 벌목기업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산은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 민둥산』이라고 말하고 있다.그 정도라면 목재를 계속 확보하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과업이다. ○서울 신앙처럼 갈구 러시아로서도 북한 벌목장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러시아의 벌목기업 우르갈레스의 발레리 수크노발렌코 총지배인은 『러시아에는 노동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북한노동자들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일부 주민들이 북한벌목장이 계속 존재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그런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벌목장이 계속 남아 있게 된다면 북한노동자들의 탈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우리정부의 수용방침이 그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탈출자의 수는 엄청나게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제 북한노동자들이 벌목장을 탈출해 서울로 오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물론 그 과정이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일은 이제 그들이 서울로 귀순한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노어로문학과 3학년에 러시아어 회화를 곧잘하는 서른한살의 만학도가 있다.이름은 장기홍.지난 91년 러시아의 비르비잔에 있는 북한벌목장을 탈출,헝가리의 우리대사관을 통해 귀순한 북한의 벌목노동자 출신이다. 장씨는 북한에 있을 때 신의주사범학교에서 트럼본을 전공한 음악도였으며 큰형이 도당지부에서 일하는 성분좋은 집안 출신이었다.그 역시 돈을 벌기 위해 러시아행을 선택했고 과중한 노동과 북한사회에 대한 절망감에서 자유를 찾아 벌목장을 탈출했다.탈출순간부터 서울에 오기를 신앙처럼 갈구했지만 서울에서의 삶이 그에게 희망만을 주고 있지는 않다. ○“북서왔다” 결혼 반대 낯선 사람과의 만남,북한에서 듣던 것과 정반대의 얘기들,지하철을 갈아타고,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증권이 무엇인가를 몰라 대화에 끼지 못하고.이 모든 달라진 환경이 그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이따금씩 떠오르는 북한에 있는 가족의 얼굴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도 장씨를 괴롭게 하고 있다. 장씨는 지난 92년 스스로 희망한대로 대학에 입학했다.그러고는 대학에서 만난 이른바 「신세대」들 사이에서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한결같이 자신감에 넘친 표정,현란한 옷차림,기름진 얼굴,거리낌 없는 감정 표현.아직도 벌목장에서 걸린 동상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있는 장씨는 『내가 과연 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릴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강의가 끝난 뒤 학우들과 술이라도 한잔 마시면서 벌목장 생활과 탈출경로를 추억거리로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그러나 그런 자리는 좀체 만들어지지 않았다.어쩌다 학우들과 어울릴 시간이 있더라도 그들은 벌목장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이 장씨에게 묻는 것은 주로 『러시아에 유학가면 어느 학교가 좋겠느냐』 『러시아의 교육수준은 어느 정도냐』 『모스크바에서 하숙집을 구할 수 있느냐』는등 대체로 자기중심적인 문제들이었다. ○그래도 적응 빠르편 그런 날들 속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장씨는 이제 지금 살고 있는 부천에서 초만원의 전철을 타고 학교에 다니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벌목장 탈출자를 포함해 북한에서 건너온 귀순동포 가운데서는 가장 빨리 우리사회에 적응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게 됐다.그런 장씨조차도 『서울생활에 아직 반도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장씨는 지난해 5월15일 결혼을 했다.옆집에 사는 같은 연배의 만학도가 그의 처제를 소개해줬다.「예상대로」 그녀의 부모는 처음부터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다.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그저 북에서 온 사람에게 아끼는 딸을 준다는것이 꺼림칙하다는 것이었다.결국 그녀의 부모를 찾아가 자기도 「남한청년」과 다를 것 없는 똑같은 사람이라고 이해를 구했다.『벌목장의 힘든 노동을 이겨낸 의지와 정열로 따님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도 했다. 그렇게 어렵게 결혼을 했지만 가장노릇하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우선 생활비가 걱정이었다.학비는 일단 연세대측에서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한숨돌릴 수 있다.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부천에 전세집을 마련했다.그러나 그것으로 지원은 끝이었던 것이다. ○대가없인 안도와줘 지난해 6월 「월남귀순용사특별보상법」이 「귀순북한동포보호법」으로 개편됐다.귀순자에 대해 「평생보장」을 약속하던 냉전시대적인 전시용 보상제도는 사라진 것이다. 장씨는 현재 이곳저곳에서 요청해오는 강연회의 연사로 나가는 강연비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벌목장 시절의 얘기를 담은 「울음보가 터진 남자」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이곳 저곳 강연회에 나가다 보니 수업에 충실할 수가 없었다.특히 지난 학기에는 성적이 무척 저조했다.그러나 이제 누구도 대가 없이 장씨를 도와주지는 않는다. 장씨의 꿈은 학교를 졸업한뒤 무역회사에 들어가 일하는 것이다.직장을 얻는 과정에서 다른 학우들과 똑같은 경쟁을 거쳐야 한다는 것 또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벌목장 탈출자를 포함,북한에서 넘어온 귀순자가 5백4명이나 된다.이들은 친목회를 만들어 해마다 회장과 부회장을 선출하는등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있다.이들 가운데는 대학에서 정치학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술주정뱅이로 전락한 사람까지 다양한 삶들을 보이고 있다.장씨는 이에 대해 『북한사회든 남한사회든 어디서나 열심히 하는 사람은 잘살고 그렇지 않으면 못사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제 러시아에서 건너오게 될 북한노동자들은 지금까지 북한에서 넘어온 귀순자들과는 또 다르다.최근에 러시아벌목장으로 가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평양출신이고 고등교육을 받은 「성분좋은」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벌목장에 가지 않고 북한에 계속 살았다면 그 체제의 기반이 됐을사람들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꺼번에 서울에 몰려올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그들은 이곳에 와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한걸음 한걸음 우리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통일의 선발대」 역할을 해낼 것인가.아니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며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될 것인가. 이 사회에 적응하려는 그들의 노력,그리고 그들을 포용하려는 우리사회의 열린 마음이 그 해답을 결정해 줄 것이다.
  • 종족분쟁 확산일로… “죽음의 르완다”

    ◎총성·악취·포연… 키갈리시 아비규환 방불/투시족 대학생 선별살육 등 곳곳서 만행 권력을 둘러싼 종족분쟁으로 내전 일주일재를 맞고 있는 르완다에서는 12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2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학살참극이 계속되고 있다.이와함께 2만여명의 반군병역이 수도 키갈리 교외에 집결한 것으로 12일 알려진 가운데 수도 키갈리외에도 제2의 도시 부타레 등지로 유혈격전이 확산되는 등 사태진정의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키갈리발 외신들은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는 혼돈과 절망,유혈 외에는 찾을 것이 없다고 전하고 있다.반군과 정부간의 교전에 따른 총성과 포격을 키갈리에서 훨씬 떨어진 외곽지역에서도 생생하게 들을수 있을 정도. 게다가 치안 실종의 호기를 틈탄 약탈자들로 키갈리 시내는 아비규환이 바로 이곳임을 보여주는 처절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거리 곳곳에 널브러진 채 며칠이 되도록 치워지지 않고 있는 시체들로 거리에선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불타고 있는 곳곳의건물로부터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검은 연기들이 분출돼 키칼리 시내의 하늘은 낮에도 온통 시커멓게 뒤덮여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휴전을 성사시켜보려는 유엔측 중재노력마저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르완다주민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암울 속에서 빠져나갈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형편. ○…키갈리 주민들을 더욱 절망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술취한 군인들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가하는 잔혹 행위.대다수의 군인들이 대낮부터 술에 취한 상태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제멋대로 검문소를 설치,행인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아무데서나 가택수색을 한다며 가정집을 침입,희생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현지의 국제적십자 관계자들은 지난 4일간의 후투족과 투치족간 내전으로 수도 키갈리에서만 1만명이 사망하는등 전국적으로 2만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 그러나 아직도 학살참극이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11일에는 키갈리 시내 중앙병원에만 1천여구의 시체가 쌓여있는 것으로 확인돼 사태의 참혹성을드러내고 있다. ○…키갈리에서 북서쪽으로 약90㎞ 떨어진 기세리에 있는 제7일안식일재림파대학에선 무장한 후투족 병력들이 한밤중에 대학구내에 난입,투시족 학생들만 골라 학살하는 참사가 발생.파리로 탈출한 이 대학의 한 목사는 『그들은 외국인들은 건드리지 않았다.그저 투시족학생들만 골라낼 뿐이었다.모든 것이 순식간이었다.그리고 방금전까지 함께 떠들고 웃던 수백명의 학생들이 처참한 시체로 남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하기도. ○…11일 밤에는 이번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94명의 르완다 어린이들이 프랑스 병력의 도움으로 군용기편으로 파리로 긴급 수송. 이 고아들은 수도 키갈리 근처 마사카에 위치한 고아원에 있다가 프랑스 공정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는데 이 지역은 지난 7일 이래 가장 극심한 유혈참사가 벌어진 지역이었다. 고아들은 파리로 수송된뒤 일부는 입양됐으며 나머지는 파리 근교의 수녀원등에서 보호를 받고있다고 프랑스 군당국이 밝혔다.
  • 개고기 시비(외언내언)

    어느날 개 한마리가 길가에 버려진다.그 개를 기르던 가족이 바캉스를 떠나며 개를 차에 태우지 않은것이다.버림받은 개는 매정하게 떠나는 차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가지만 결국 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고 만다.자동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도 한참후에야 자신이 버림받았음을 안 개는 절망속에서 방황한다… 최근 출판된 「그 어느날,한마리 개는」이라는 책의 내용이다.벨기에의 화가 모니크 마르탱이 그린 64편의 연필화 스케치로 구성된 이 책은 단 한마디의 글도 없는 특이한 책이다.도서관의 사서들이 어느 항목에 분류해 넣어야 할지 몰라 당황할만큼 특이하지만 그 어느 책보다 더 『잘 말해졌고 보여졌고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이 고발하고 있듯이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여름 바캉스철이면 개들이 버려져 떼죽음의 수난을 당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평소에는 거의 인간에 준하는 대접을 하며 애지중지 개를 기르던 프랑스인들이 긴 여행을 떠나면서는 가차없이 내다버리는 것이다.함께 데려가기는 번거롭고 그렇다고 「개 호텔」에 맡기기는 돈이 아까워서다.그렇게 버려진 개가 한해에 약 10만마리에 이른다고 「르 피가로」지가 지난해 보도한바 있다.그래서 여름의 파리는 「개판」이라는 우스개도 나온다.나흘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버려진 개는 시 당국에 의해 안락사당한다. 동물보호운동가로 유명한 프랑스의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지난달 30일 우리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야만적 행위」를 그만 두지 않으면 한국산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것이다. 바르도처럼 한국의 식문화를 이해 못하는 외국인들이 가끔 우리의 보신탕에 시비를 걸어 오는데 소나 돼지처럼 식용으로 사육하는 개를 먹는쪽과 애지중지 기르던 자신의 애완용 개를 길가에 버려서 죽게 만드는쪽 가운데 어느쪽이 더 「야만적」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 이 총리의 공명선거 의지/이목희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1일 상오 청와대와 내무부에서 잇따라 열린 국무위원간담회와 시도지사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김영삼대통령과 이회창국무총리의 사전선거운동 엄단 지시가 워낙 서릿발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총리는 과거 야당의원을 지낸 박태권충남지사와 최기선인천시장을 직접 겨냥했다.이총리는 『시도지사 가운데는 내가 선관위원장을 하던 89년당시 야당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도 있다.야당에 있을 때 관권선거가 얼마나 빈번하고 선거의 공정성에 흠을 주는지 절감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물의를 일으킨 두사람을 비롯한 정부·여당 인사뿐만 아니라 야당에까지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 내무부 관리들은 총리가 시도지사회의에 참석한 것이 처음인 것 같다고 밝혔다.이날도 총리는 원래 참석멤버가 아니었는데 전날 최형우내무부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참석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총리는 사석에서 선거와 관련한 얘기들을 많이 한다.『내년의 단체장선거 때까지 총리직에 있을지 확신할수는 없지만이번만큼은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고 총리실 관계자들은 전한다. 그는 지난 89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을 그만둘 때를 회고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말한다. 그때 그는 동해재선거에 출마한 여·야후보들을 모두 고발하는 「기개」를 보였다.그러나 과열된 선거전은 가라 앉지 않았다.『선거가 끝난 뒤 노태우대통령이 내가 고발한 당선자를 청와대로 불러 격려하는 것을 보고 절망감을 느꼈다』고 회상한다.그는 결국 선관위원장직 사퇴서를 던지고 말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김대통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다.잘못이 있으면 고치겠다는 의지에 있어서는 김대통령과 이총리는 난형난제로 평가된다. 이들 두사람의 의지가 실천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총리직은 대통령직보다는 덜 정치적이며 이총리는 정치권과 그리 깊은 인연이 없다. 선거법을 위반한 사람들을 무차별 제재하는 「악역」을 총리가 맡고 대통령은 반발하는 정치세력으로부터 총리를 보호하는 그림을 그려본다. 이총리는단체장선거를 관리하는 가장 중립적인 내각을 이끌 적임자같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 발라뒤르총리 “우울한 취임 1주”/불 학생 임금삭감 항의시위 확산

    ◎내년 5월 대선 앞두고 인기도 급락/노동단체·학부모 가세… 사회문제화 프랑스의 신춘정국이 학생 시위로 엄청난 몸살을 겪고 있다.유력한 차기 대통령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에두아르 발라뒤르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거릴 정도다. 3월들어 시작된 학생시위는 전국에 대규모로 확산되고 있다.25일의 시위는 파리를 비롯한 전국의 75곳에서 21만명 이상(리베라시옹지 추산)의 학생등이 참가했다.5번째 시위 가운데 최대규모다. 파리에서 3천3백여명의 진압경찰에 맞서 학생들이 돌과 화염병을 던져 경관 48명이 부상당했고 일부 과격학생들은 은행과 상점을 파괴하기도 했다.또 낭트시에서는 사제폭탄과 보도블록을 던지면서 경찰서를 습격했으며 무기판매 상점도 약탈했다. 학생시위는 노동총동맹(CGT),민주프랑스노동동맹(CFDT)및 노동조합(FO)등 노조단체와 일부 학부모까지 합세해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68년 5월 이후 최대로 꼽히는 이번 학생시위의 도화선은 발라뒤르총리의 고용증대정책. 프랑스의 실업률은 21.2%(3백30만명)로 유럽 국가 가운데 최대이고 4분의 1이 25세 미만의 청소년이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법정 최저임금(SMIC)보다 낮은 보수를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해 고용기회를 확대하려는 것이 발라뒤르총리의 소위 고용촉진정책(CIP)이다. 프랑스는 최하 5천8백86프랑(약 82만원)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주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새 정책에 따르면 기업은 이 최저 임금의 30∼80%만 지급하게 된다.나머지를 근로자에 대한 직업훈련에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20세 전후의 젊은 학생들이 이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는 사실상의 임금인하를 초래한다는 점때문이다.특히 바칼로레아(BAC)라는 어려운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한뒤 2년동안 전문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기존 최저임금의 80%정도의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에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CIP가 「젊은이들의 노예제도」라고 주장하면서 『CIP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뛰쳐 나온 것이다. 노조단체 역시 그들이 그동안 투쟁하면서 쟁취한 최저임금 수준이 하향조정되는 일은 있을수 없다면서 연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가 확산되자 발라뒤르총리도 젊은 학생들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27일 알려져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그러나 CIP의 시행이 「생존의 고통」이라면서 단호한 입장을 보여온 그가 자존심을 어느정도 꺾을지는 미지수이다. 「CIP 사태」를 지켜보는 프랑스 국민과 언론의 시각은 예민하고 심각하다.바로 26년전 샤를르 드골 당시대통령을 하야시킨 「68년 5월」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때문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68년 사태가 정치에 대한 믿음과 희망에서 비롯됐던데 비해 이번 사태는 정치에 대한 비웃음과 절망에서 나온 차이점을 지적,심상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최근 여론조사결과 발라뒤르총리의 인기는 7%가 떨어졌다. 오는 29일이 발라뒤르총리의 취임1주년이고 학생들은 31일 6번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내년5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발라뒤르총리가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 아름다운 삶/손춘익 아동문학가(굄돌)

    몇해전 경제대국 일본의 한도시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니 요즘도 일본에서는 도처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것이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인지 아니면 일본국민성의 한 단면인지는 단정하기 어려우나 TV화면에서 생생하게 목격한 그 장면이야말로 다름아닌 일본이 2차대전의 폐허를 딛고 오늘처럼 경제대국의 기적을 일으키게 된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는 듯했다.일본의 오늘을 이룩한 것은 두 말할 나위없이 성실하고 겸허하고 친절한 일본국민들의 총체적 역량이 결집된 당연한 결실이리라.비록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의 잔학성에 대한 혐오감은 상존한다고 해도 그러나 그 절망을 딛고 일어선 그들의 인간승리는 마땅히 이웃나라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한 작은 예에 지나지 않겠지만 현역에서 정년퇴직한,따라서 이미 회갑·진갑을 다 넘긴 소위 상류층 인사에 속하는,우리라면 은닉해둔 재산으로 골프채나 휘두르고 희귀한 보약이나 수소문하고,또 외국여행이나 일삼을 지도 모를 사장·고위공무원·대학교수출신들이 다시 그도시의 환경미화원으로 재취업을 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말하려는 것이다.여느 환경미화원이과 전혀 다르지 않게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손수레에 빗자루와 삽과 쓰레받기를 싣고 다니며 부지런히 온 거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있었다.혹시 생활이 궁핍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 다가온 지자제선거에 출마라도 꿈꾸는 제스처일까? 물론 전혀 그런 이유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TV 진행자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들려 준,비록 여생이나마 사회에 조그만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처럼 거리로 나와 빗질을 하게 되었노라는 말을 경청해서 만이 아니었다.그 이전에 이미 그 일에 헌신적인 그들의 표정과 자세에 사회적 봉사와 또 그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역력히 드러나 있었으니 말이다. 부러운 사람들이다.삶이 아름다우려면 적어도 그 경지까지는 가야 하지 않을까.
  • 무너지는 생지옥 시베리아 북한벌목장:1

    ◎서울신문 왕상관·이도운특파원 그 현장에 가다/“나는 이렇게 탈출했다” 김호씨 증언/도주­피체반복 6년만에 러거주증 획득/현장 운전수 3년만에 불순자로 낙인/몽고­중아 유랑… 두번 잡혔다 다시 도피/한국망명 신청했으나 “부답”… “서울거리 걸어 봤으면” 러시아 극동지역의 북한벌목장을 탈출한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서울로 가는 꿈을 안고 러시아 전역을 떠돌고 있다. 북한당국의 추적과 지역주민들의 밀고에 쫓기는 불안과 긴장,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돌봐주기는 커녕 무슨 흉물보듯 대하는 이민족들의 멸시,그리고 망명에 대한 한국정부의 어정쩡한 방침 때문에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서울행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망명을 신청하기도 한다. 이들의 삶은 그야말로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참하기만 하다.특히 최근에는 이들의 입을 통해 벌목장의 인권유린등 온갖 비행이 폭로되는 것을 꺼리는 북한당국이 탈출자를 붙잡기 위해 특무대원을 러시아 각지에 파견하고 있어 거의 절망적인 불안속에서 고달픈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숨어다니며 고려인(한국계 러시아주민) 행세를 하기 때문에 만나보기도 여간 어렵지 않다. ○4명에만 망명 허가 기자는 지난 13일부터 러시아에서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노동자와의 접촉을 시도한 끝에 1주일이 지나서야,그것도 다섯 단계를 거쳐서야 블라디보스토크 근처 아르좀의 한 주택가에서 김호라는 탈출노동자를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김씨는 지금까지 러시아정부로부터 망명허가를 받은 오직 4명뿐인 북한노동자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김씨는 망명허가를 받고도 여전히 계속되는 북한측의 테러위협 때문에 지금도 은신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북한에서의 성장과 파란만장한 도피과정,러시아로부터 망명허가를 받은 법적 위상등 북한벌목장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한 몸에 안고 사는 매우 특이한 인물이었다. 김씨는 59년7월20일 평안남도 혜산에서 태어났다.3남2녀 가운데 둘째아들이었다.아버지는 혜산일대에서 유명한 교육자였고 누나가 의사,형은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다녔으며,여동생도러시아어 교사를 하는 성분좋은 집안이었다.고등중학교를 마친 뒤 군에 입대,휴전선근처 공군부대에서 복무하다 평안북도 정주의 군관학교를 거쳐 82년 소위로 임관했다.몇년동안 장교생활을 하다 「10만군 축소계획」에 따라 제대를 하게 된다. ○현장 당비서차 운전 사회에 나와 운전을 하던 김씨는 러시아 벌목장으로 돈을 벌러가려고 마음을 먹었다.88년 5월16일 러시아행 열차를 타고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의 북한벌목장 가운데 하나인 튀르마에 도착했다. 러시아에 와보니 세상이 달랐다.튀르마는 지방의 소도시였지만 주민들의 삶은 자유로웠고 상점에는 물건이 가득한,일종의 「천국」이었다.김씨는 벌목장에서 공산당책임비서의 운전사로 근무했다.책임비서는 벌목장에서도 위치가 확고했기 때문에 김씨도 열악한 생활환경이었지만 그런대로 적응해 지낼 수 있었다. 김씨의 운명이 바뀐 날은 벌목장에 온지 3년이 조금 넘은 91년8월24일이었다.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우리도 러시아처럼 민주주의를 해야한다』고 「불순한」 말을 내뱉은 것이 화근이었다.바로 다음날 김씨는 당위원회의 호출을 받았다.안전부에서도 김씨를 찾았다.그는 본능적으로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았다.『산에 좀 갔다오겠다』며 숙소를 나와 그길로 열차를 잡아탔다. 김씨는 러시아에 와서 북한에서의 삶이 허구였다는 것을 어느정도 깨닫기 시작했다.그렇다고 탈출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그러나 당위원회와 안전부에서 자기를 부른 것은 전날밤의 일만을 갖고 따지는 것이 아니었다.이미 그동안의 여러가지 발언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 분명했다.이제 북한으로 돌아간다해도 정치범수용소 신세를 모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결국 서울로 달아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그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하바로프스크로 갔다.시장에서 윤씨라는 고려인 할머니를 만나 그 집에서 며칠동안 숨어살았다.갖고 있던 총재산 1백달러를 주고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고려인의 신분증을 빌렸다.그리고 9월7일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고려인 아내도 맞아 김씨는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 한국대사관을찾아가 망명을 요청했다.그러나 한국대사관에서는 김씨에게 이렇다,저렇다 하는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낙담천만이었다.게다가 북한당국의 추적망이 좁혀오는 것을 느꼈다. 모스크바에 더 머무르기가 어려웠다.9월 중순 고려인들이 많아 러시아보다는 신변이 안전한 중앙아시아 카자흐공화국으로 들어갔다.그러나 거기서도 결국 정착지를 찾지 못하고 고민끝에 북한 안전요원의 발길이 미치지 않을 것같은 몽골로 건너갔다.몽골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고려인 청년 한명을 만났다.그 만남이 김씨의 운명을 또한번 바꿔놓았다.카자흐공화국의 타슈켄트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청년은 김씨에게 함께 일하자고 했다. 그는 마침내 청년의 동생인 마야(5월이라는 뜻)라는 아가씨를 아내로 맞게 됐다.곧바로 두사람은 부부가 되고 마야의 친척들이 김씨의 신분증을 만들어주기 위해 관리를 매수할 돈을 모았다.그러나 관리들의 실수로 여권이 2중으로 발급됐고 행정처리 과정에서 그 사실이 드러나 김씨는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경찰은 김씨를 수도인 타슈켄트로 이송해 신분확인 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경찰에 수감된 김씨는 우연히 목공일을 돕다가 만일에 대비해 칼 하나를 훔쳐뒀다. 김씨의 신분확인은 한달만에 끝났다.벌목장을 탈출한 사실이 드러났고 경찰은 신병을 북한측에 넘겨주기로 결정했다.그러나 그는 죽으면 죽었지 북한에 다시 잡혀갈 수는 없었다.경찰이 호송차에 태우기 직전 품속에 숨겨둔 칼을 꺼내 자기배를 찔렀다.그리고 경찰호송차 대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그는 다음날 밤 의사와 간호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탈출했다. 한 고려인 집에 숨어 치료를 받은 김씨는 마야와 함께 이번에는 우즈베크공화국으로 넘어갔다.우즈베크는 바다가 육지로 변한 척박한 땅이다.탈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같이 끓는 모래밭 2정보를 일궈 해바라기를 심고 지게로 물을 지어 날랐다.해바라기가 자랄 때까지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처형이 사는 블라디보스토크 이웃으로 가 중국과의 국경지역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 때가 92년 여름.국경에서 떠돌이 북한인을 사귀게 됐다.며칠뒤 그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보니 러시아 경찰 두명이 다가와 『신분증을 보자』고 했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도망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결국 다음날 북한 안전요원들에게 넘겨지고 말았다.안전요원들은 김씨를 차에 태운뒤 팔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우고 받줄로 묶었다.다리에는 마치 부러진 다리를 기브스하듯 철제 족쇄를 두른뒤 40㎏짜리 여행용 가방에 묶었다.하바로프스크의 북한임업대표부를 거쳐 기차로 3시간 떨어진 비르비잔 벌목장의 감방으로 끌려갔다. 부인 마야는 김씨가 잡혀가자 혼자서 하바로프스크의 북한임업대표부로 찾아갔다.몇날며칠을 임업대표부 앞에 앉아 김씨를 풀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하바로프스크주정부등 관계당국을 찾아 남편의 구명운동을 벌였다.러시아 국적을 가진 마야가 독하게 달려들자 북한측으로서는 골치아픈 일이었다.문제가 커지기 전에 김씨를 북한으로 빼돌리기로 했다. 지난해 4월3일 김씨는 북한으로 가는 열차에 태워졌다.그러나 기차를 타고 가는 이틀동안 감방에서 주은 핀침으로 수갑을 풀었다.일행은우스리스크역에서 기차를 바꿔타려고 역사로 나왔다.4명의 안전요원 가운데 2명이 표를 사러가고 2명이 남았다.김씨는 그틈에 2명의 안전요원 가우데 한명은 면상을 들이받고 다른 한명은 수갑을 찬 손으로 머리를 내리쳐 쓰러뜨리고 도망쳤다. 김씨는 북한 안전요원을 피해다니고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다니는 편법으로는 도저히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마야의 친척집으로 숨어들어가 모스크바의 법률가협회에 망명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곧이어 모스크바로 날아가 인권위원회와 유엔,외교성등에도 도움을 청했다.모스크바당국은 김씨의 망명신청을 일단 접수했다.러시아의 법적보호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2년 지나면 시민권 북한은 김씨의 망명을 허가해주지 말도록 각종 채널을 통해 러시아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그러나 지난해 10월4일 러시아공민권위원회는 김씨의 망명을 허가했다.그리고 지난 1월26일 모스크바에서 김씨에게 편지가 날아왔다.그 안에는 특정지역(김씨의 경우 블라디보스토크)의 거주를 인정하는 「비트 나 지제스트로」가 들어있었다.이 거주증은 2년만 지나 본인이 원하면 러시아시민권인 파스포트로 교환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씨의 꿈은 여전히 남한에서 살아가는 것이다.벌목장을 탈출한 순간부터 닥쳤던 가시밭길은 모두가 서울로 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목숨을 걸면서까지 탈출한 것은 가족과 함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었다.러시아에서는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김씨는 그러나 막상 한국측에서 『넘어오는 북한사람을 모두 받아주기만 하는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몹시 씁쓸해하고 있다.『떼를 쓴다고 될일도 아니갔디요』라고 계면쩍게 웃는 그의 표정이 꽤나 측은해 보였다.그는 『서울에 대해서는 잘 모르갔디만 아마 가보면 내눈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묻자 그는 『그저 서울거리를 걸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 러시아에는 김씨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탈출노동자들이 수백명에 이른다.이들이 벌목장을 탈출했다는 사실은 결코 영예로운일이 아니다.행여 그들이 지나간 삶을 서울에서 보상받으려 해서도 안될 것이다.그러나 결국 누군가는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러시아와 북한,그리고 한국 이 세나라가 이들의 관련당사국이다.러시아는 이미 이들을 받아들일 몸짓을 보이고 있다.북한도 이들을 모두 붙잡아가는데 혈안이 돼있다.물론 그 이유는 서로 다르다.그러나 정작 이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자유조국」은 아직 문을 열지 않고 있다.
  • 수고했다(외언내언)

    아비규환에 찬 소말리아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더이상 삶의 땅이기를 포기한 것처럼 서로 죽음을 퍼부으며 으르렁거리는 곳.그 비극의 땅에「평화유지」를 목표로 파견되었던 우리의 유엔 평화유지군(PKO)이 돌아왔다. 죽음이 그득한 그곳에서 무사히 돌아와 준 것만도 고맙다.평화롭게 공생하기 위한 인류공동체인 국제연합(UN)의 일원이 되어 처음 참여한 소임을 무난히 마치고 돌아온 늠름함이 우선 믿음직스럽고 거기 더하여 그들이 안고 온 공로가 우리를 더욱 흐뭇하게 한다. 원래 내전은 국가간의 전쟁보다 더 참혹하고 비관스럽다.그중에서도 절망적인 소말리아에 파견된 우리국군은,그나라 스스로도 포기한 것과 다름없는 것들을 땀흘려 다시 일궈 왔다. 『헐벗고 척박한 소말리아땅을 푸르게 가꾼다』는 뜻으로 상록수로 정해진 부대이름 그대로 관개수로공사를 성공시켜 주변 5천◎규모의 농경지를 경작이 가능한 「땅」으로 바꿔놓고 돌아왔다.그로 해서 현지사람들이 고마워한 것은 물론이고 참전국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경작지만이 아니라 「길」도 닦고 다리도 놓아주고 허물어진 「집」들도 고쳐주고 지어주었다. 「집」과 「길」과 「땅」은 사람이 살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이다.사람은 이것만 있으면 최소한으로 살아남을 수 있고 이것 없이는 다른 무엇이 있어도 살아남을 수 없다.그것을 해주고 높은 평판까지 안은 대한민국 국군은 참으로 현명한 군인이다.「세계인」의 본분을 충분히 수행하고 돌아온 그들이 우리는 대견스럽다. 그들이 심은 이 상록수가 희망이 되어 오래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도 그곳의 초연이 제발 이제 그만 가라 앉았으면 좋겠다.그리하여 죽음의 재앙에서 헤어나 새로운 소말리아가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지구촌의 희망을 위해 빛나는 공헌을 하고 돌아온 우리 국군의 노고에 거듭 찬사를 보낸다. 정말 수고가 많았다.
  • 아태지역/빈민 8억3천만명/경제 성장 불구 세계빈민의 75%

    【방콕 연합】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는 18일 30여년에 걸친 꾸준한 경제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절대빈곤이 아태지역 많은 나라에 엄연한 현실로 남아있으며 세계 11억 빈민의 4분의3에 해당되는 약 8억3천만명이 아태지역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ESCAP은 이날 93아태경제사회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이들 빈민층 가운데 50%이상이 인간이하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이란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앙카 태국등의 농촌인구 4억6천5백만명이 아태지역 빈곤층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빈곤층 이하에서 허덕이고 있는 아프카니스탄 미얀마 베트남의 많은 빈민은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ESCAP은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전적으로 절망적인 것은 아니며 아태지역의 경제적인 변천은 빈곤퇴치에 괄목할만한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ESCAP은 오는 4월5일부터 13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될 제50차 ESCAP총회에 제출할 이 보고서에서 역내 국가들은 빈곤퇴치를 위해 특히 농촌우선의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고 고용창출과 인구억제,환경보호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 아동문학계의 대가들/손춘익 아동문학가(굄돌)

    아동문학가 마해송 선생.그가 쓴 「바위나라와 아기별」(1923년)은 이 땅 최초의 창작동화로 일제하는 물론 현금에 이르도록 어린이들의 심금을 울려 주는 동화가운데 하나이다.아마 지금 사회 각계각층의 원로·중진들만 하더라도 망각해버렸는지는 모르지만 어린 시절은 분명 그 동화의 한 애독자가 아니었을까.헐벗고 굶주린,좌절과 절망의 늪,피란지 대구에서도 마해송 선생은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어린새싹들의 미래를 축복해마지 않았으며 또한 황량한 6·25의 폐허를 딛고 「어린이헌장」을 제정하고 끊임없이 어린이운동을 실천하였다.겸허와 성실로 일관된 그의 일생은 애오라지 이땅의 어린이와 아동문학을 위해 바친 것이었다.식민지 청년인 그가 24세때 일본 굴지의 종합월간지 문예춘추의 편집장을 지낸 것이나 혹은 한때 일본문화계에서 누린 명성도 어쩌면 그가 전생애에 걸쳐 꼬장꼬장하게 걸어온 그길의 추임새에 지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고인이 되고 말았지만 이주홍 선생과 이원수 선생은 명실상부한 아동문학계의 쌍벽이었다.1920년대부터 두 분이 한결같이 동시,동화,소년소설,동극 등 아동문학 전반에 걸쳐 활발한 창작활동을 지속해 온 것만 해도 그렇거니와 그보다도 그들의 문학에 일관된 저항정신과 서민의식이야말로 함부로 넘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물론 작품성향이나 작가적 개성은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지만.그러나 그들의 문학정신은 항상 야성을 잃지 않았으며,그러므로 이 땅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많은 아동문학 작품들을 남기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한국아동문학계는 혹독했던 지난 시절보다도 오히려 더 큰 시련과 좌절에 부딪쳐 있는지도 모른다.불신주의,혹은 상업주의의 팽창,그에 편승한 문화계의 독주와 편향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가 있을까? 어두운 밤에 촛불을 켜듯,일찍이 아동문학에 초석을 놓은 대가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당대의 위기와 절망에 맞서 그들은 과연 어떻게 올곧은 길을 걸어 올 수가 있었을까? 문득 이원수 선생의 좌우명이 떠오른다.「풍우에 시달림을 슬퍼할 초목이 있으랴.나도 그런 초목이고 싶다」
  • 김 대통령 정상회담 조속개최 제의 배경

    ◎“남북문제 당사자 해결” 의지 천명/「선 핵타결」 조건완화… 특사교환 명분 줘/잘안풀리는 대북정책에 탄력성 부여 김영삼대통령이 25일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핵문제를 전제로 하지 않은 남북정상회담 용의」는 기존의 대북한핵정책과 조금 거리가 있다. 때문에 이 발언이 기존 핵정책의 전면수정을 의미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이에 대해 청와대의 정종욱외교안보수석은 『특사교환이 이뤄지면 핵문제를 비롯한 현안들이 정상회담에서도 성공적으로 논의되도록 협의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이라고만 해석했다. 김대통령의 이날 발언 전체를 놓고 보면 남북정상회담 용의의 표명은 국제공조의 단일축으로만 운영돼왔던 북한핵 해결방식에 남북대화라는 또 하나의 축을 추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이는 북한핵문제 해결방식의 다원화를 의미한다.동시에 핵문제와 이를 둘러싼 상황변화에 당사자인 우리정부의 역할과 개입비중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개발 저지에 도움이 된다면」이란 조건을 달기는 했다.그러나 북한핵의 투명성이 보장되기 전이라도 좋으며,또한 핵문제 말고도 남북한의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리고 「모든 것」의 예로는 공존공영방안,생존에 관한 문제,경제문제,통일문제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 자세를 보였다.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과 남북한 특사교환에 의한 상호사찰로 북한핵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을 조건으로,정상회담이나 경협을 논의할 수 있다던 종전의 자세에서 크게 변화한 것임에 틀림없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교환을 제의했을 때 핵문제 논의를 위한 특사교환이어야 한다고 못박아 북한의 제의를 거절한 것에 비교하면 이같은 변화는 의미심장할 수도 있다. 무엇이 이 시점에서 김대통령으로 하여금 직접적인 남북대화,그것도 정상회담을 추구하게 만들었을까. 우선은 한반도위기설의 유포와 진화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생존문제를 미국이나 국제공조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고 판단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지금껏북한핵문제 논의는 미국을 주축으로 한 국제공조체제에 맡겨짐으로써 우리의 의사나 의지가 반영될 공간이 극히 제한됐었던게 사실이다. 핵문제가 대화국면으로만 나간다면 이 방식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그러나 대화가 어려워질 때는 우리의 안보와 생존권이 강대국의 논리와 이해에 따라 우리의 뜻과는 달리 재단될 수도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지난해말부터 나돈 한반도위기설이 바로 그런 조짐의 하나인 것이다.우리의 절박한 생존권이 강대국의 전략만 변하면 언제든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무력감과 절망감을 한반도위기설은 우리정부에 안겨주었고,그 반성 위에서 당사자간 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두번째는 대북정책의 탄력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지난 한해 김대통령은 훌륭한 치적을 쌓으면서도 남북문제에 관한 한 한걸음의 진전도 보지 못해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남북대화와 경제협력등 모든 것을 핵문제해결과 연계시킴으로써 관계진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대화통로도 없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이같은 정책의 선택은 아마도 핵문제 해결에는 국제공조체제가 가장 효과적이고,또한 핵문제가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정세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대통령은 이러한 정세판단이 틀린 것으로 확인된 현시점에서 스스로 남북문제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카드로 남북정상회담 용의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용의가 북한핵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뜻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김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 저지에 도움이 된다면」이라고 스스로 체크포인트를 설정한 것이 우선 그렇다.회견문에서 북한핵문제를 「7천만 민족의 생존문제」「통일을 영원히 가로막을지 모르는 걸림돌」등으로 표현한데서 북한핵문제가 반드시 풀려야 한다는 기본인식은 재확인되고 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남북간 직접대화 용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체제를 통한 해결책의 모색은 여전히 핵해결의 주된 방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고,또 우리에게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측의 노력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용의표명은 사실상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민주애로 돌와왔을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식이다.어찌 보면 고육지책의 느낌마저 든다.
  • 신서정시 시집 3권 나란히 선봬

    ◎황미라 「두꺼비 집」/김경실 「이르쿠츠크…」/이정웅 「포대능선」/초월자에 대한 집요한 그리움 형상화/「두꺼비 집」/도가적셰계·불교적 메시지 담은 선시/「포대능선」/갈등·한과꿈·이상이 내면세게 묘사/「이르쿠츠크…」 신서정시 계열 신진시인 3명이 나란히 시집을발간,눈길을끈다.문학아카데미가 기획시선으로 엮어낸 황미라의 「두꺼비집」과 이정웅의 「포대능선」,그리고 김경실의 「이르쿠츠크의아침」. 이들은 모두 지난 89년 문단에 등단한후 전통 서정시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의 시 언어와 정서를 안고있는 작품경향을 견지, 신서정시 작가들로 주목돼온 열성적 신진들이다. 특히 이번 시집들은 작가들이 그동안 치중해온 작품을 테마별로 모아 각자의 작품경향과 정서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심상」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한후 춘천에서 동인활동을 벌이고 있는 황미라는 시집 「두꺼비집」에서 신을 포함한 초월자에 대한 사랑을 집요하게 보여준다.서문에서 『신에 대한 나의 질문이며 고백이며 투정』이라고 밝혔듯만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외경심과 그를 향한 애틋함을 시인의 명징한 그리움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중심을 가르는 한줄기 강물보다 굳은 땅 상처내지 않고 저만큼 돌아 제슬픔 삭히는 시내가 아름다운 걸 훌쩍 훌쩍 이르러 이제야 깨닫습니다』(별을 내는 어둠중).『분홍살에 덧입혀진 슬픔을 털며 서른일곱 질기고 촘촘한 날들을 빠져나온 생채기,알 수 없는 깊이의 무서움인데 쓰린 부위마다 사납게 그어대는 칼바람,피눈물에 매일 밤이 붉어도 그리움 하나 지우지 못하네 나는 그 무슨 사랑의 채무자,……』(분홍살중)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정웅은 두번째 시집 「포대능선」에서 산과 절,절과 부처,부처와 자신을 연결하는 정신세계를 어린시절 체험과 기억에 담아내고 있다. 평소 산을 즐겨찾는 시인이 산을 주제로 쓴 단편시가 주를 이루지만 선시류로 분류 될만큼 도가적 세계와 불교적 메시지가 혼합된 실험성이 짙게 깔려있다는 평이다. 『아무 일 없는 일 배를 타고 백운대에 올라 얼음 부딪친 불씨로 물을 태웠더니 불꽃이 땅을 꿰고 하늘을 찌르네』(노을중)『말 없는 침묵 없다는 듯 스륵 스륵 정적속에 무슨 소린가 들려오네 그는 침묵없는 말조차 잘라내는 허공의 톱질소린가 발을 멈추고 올려다보니 티하나 허락지 않는 하공 그 원단』(오봉의 눈발) 한편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경실은 신작시집 「이르쿠츠크의 아침」을 통해 내면세계의 정확한 묘사에 치중하는 시인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다. 내면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간직하고 있는 갈등과 한,꿈과 이상을 담아내는가 하면 여행중 발견하게 되는 감동과 지혜를 미적 깊이로 다듬어내기도 한다. 『겨울비 유리창을 두드릴때 일어나던 두통이여 엉킨 실꾸리에서라도 찾아볼까 저당잡힌 오늘을 기름칠 윤내어도 뼛속 깊이 허기지는 사랑을 세상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이는 노곤한 나의 일상이』(겨울일지1중)『작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커 양팔을 벌리면 희망과 절망 모두 다 껴 안을 수 있지요 작지만,아주 작지만』(채송화).
  • 사람우선의 도시 만들어야(사설)

    서울인구가 줄었다는 서울시통계가 나왔다.작년말 인구는 1천89만명.92년에 비해 7만9천명이 줄어든 것이다.「건국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는 관계자의 표현도 따라 나왔다.그럴듯하다.끊임없이 늘어만 왔으므로 줄었다는 말한마디가 뉴스가 될 수 있고 시민의 관심도 끌만하다. 그러나 감각적 순간의 느낌일 뿐이다.이런 수치가 어떤 본질적 변화를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하나의 사실만 보더라도 행정구역상 서울인구가 줄었을뿐이지 수도권인구는 여전히 늘고 있다.지난 10월말현재 수도권 신도시를 포함한 경기도인구는 92년 10월에 비해 6%,39만5천명이나 늘어났다.비율로 따져 「급증」에 해당된다. 「줄었다」는 뉴스속에 분명해지는 것은 오히려 이 공룡처럼 커진 대도시의 심각성이 이제야말로 본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도시로의 인구집중은 불가피하게 차량에 의한 혼잡과 오염,주택의 부족,환경황폐화를 낳고 이에 따라 주거지는 지속적으로 빠르게 외곽으로 밀려나게 마련이다.도심은 위축되고 점점 더 비인간화 된다.도로·교량·하수체계의 부족만이아니라 공공서비스 자체가 도시단위로 감당할 수 없는 단계로까지 악화된다.우리가 지금 어느 단계쯤 와 있는지를 좀더 점검하고 반성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도시사회비평의 고전적 명저 「미국 대도시들의 죽음과 삶」에서 제이콥스(Jane Jacobs)는 「거리의 시선론」을 60년초에 내놓았었다.안전하고 부드러운 대상들을 거리에서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도시의 범죄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거리의 안전은 단순히 사람들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한다는 것일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도시인의 적대감이나 응혹의 감정을 순화함으로써 삶의 분위기를 개선해준다는 이론이었다.이 견해에 동의할 때 서울거리야말로 나날이 사나워지고 거칠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이것이 도시행정의 기능적 과제보다 더 급한 일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 수질·대기·토양에 있어서까지 살만한 도시를 만든다는 일은 이제 모든 나라들이 그 한계를 깨닫고 있다.그러나 절망적으로 위축되어가는 도시에 다시 활력을 추구하며 가능한한 인간적 환경의 개선을 감성적으로 창조해내려는 노력은 커지고 있다.예컨대 파리는 20만대의 도심주차공간을 폐쇄키로 했고 제네바와 코펜하겐은 주차 자체를 금지키로 했다.사람이 우선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울만이 아니라 수도권의 넓이에서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서의 비전을 세워볼 때가 된 것이다.지금 얼마쯤의 인구가 줄고 느는 것은 별로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 “북,막판 사찰수용 가능성”/한 외무,북외교부성명 긍정평가

    【워싱턴=양승현특파원】 미국을 방문중인 한승주외무장관은 12일(한국시간 13일) 대화를 통한 핵문제의 해결가능성을 내비친 북한외교부 대변인의 12일자 성명과 관련,『이번 북한대변인의 발표는 북한이 막판에 사찰을 수용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북한이 IAEA 정기이사회 전에 사찰수용 약속을 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시사로 받아들여져 주목된다. 한장관은 이날 하오 기자들과 만나 『결과적으로 이번 방미가 북한에 명분을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같이 말하고 『한·미·일 3국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가능한한 마지막까지 대화통로를 열어놓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한장관은 『미국이 북한과 간헐적인 뉴욕접촉을 통해서 미­북 3단계회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고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협의도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하고 『최근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강경주장도 미국정부의 공식방침은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장관은 하타 쓰토무 일본외무장관과의 회담 결과에 대해 『일본측으로부터 「안보리의 제재가 결의되면 국내법이 허용하는 테두리에서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하고 『이는 일본이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한 첫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일 3국이 이처럼 북한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더라도 단계적 수순을 밟아 나간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유엔 안보리에서는 시한이 담긴 강력한 촉구결의안 채택,대북 수출금지등 경미한 경제제재,전면적인 금수조치등의 순서를 밟게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북 외교부 대변인 성명 한미양국이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노력을 계속한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한 가운데 북한도 최근 대화를 통한 해결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 경색국면으로 치닫던 북한 핵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12일자 성명을 통해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북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이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이를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촉구하는등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성명은 미국이 전면핵사찰 요구를 계속할 경우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한 지난달 31일의 외교부대변인 성명과 비교할때 커다란 태도변화라 할수 있다』면서 『이는 북한측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전쟁은 북핵해법 아니다” 천명/긴급 안보장관회의 언저리

    ◎미일부 무력충돌 가능성 과장에 쐐기/대미협의 앞두고 우리입장 최종정리 8일 긴급소집된 안보관계장관회의는 이른바 「한반도의 위기설」을 해소하는데 주목적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그것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전쟁을 해결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대원칙의 천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2주일도 못남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이사회를 앞둔 시점임을 감안,북한핵에 대한 정부의 최종적인 대책을 점검한 것도 분명하다.이를테면 군사적 충돌상황에 대한 대응책까지도 검토됐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도 분명하게 우리의 대화노력을 강조하며 우선 두가지 방법으로 위기설을 해소하려 했다.하나는 북한군의 움직임에 특이점이 없다는 점을 공개리에 강조한 것이다.또 하나는 우리 정부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핵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을 재확인 한 것이다. 「한반도위기설」은 두가지 방향에서 제기돼왔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방법도 양면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그것은 북한핵문제를 미국이무력으로 해결하거나,아니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데서 비롯된다.미국 언론들은 이를 과장해 보도함으로써 한반도위기설을 증폭시켜왔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북한측의 움직임과 관련,지상군과 공군의 훈련이 지난해보다 강화되고는 있으나 위기로까지 판단되거나 즉각적인 도발을 할 징후는 발견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북한군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한반도위기의 존재를 부인한 것이다.이와 함께 김영삼대통령은 우리정부가 설령 유엔안보리에 북한핵문제가 회부되더라도 평화적 해결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이는 한·미양국에 의한 한반도위기의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면서 미국내 강경파에 대해 우리견해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이다. 전반적으로 한반도위기설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온건정책」의 재확인으로 나타나고 있다.비록 김대통령이 평화적인 해결노력이 실패할 때에 대비해 국민의 안녕과 생존권을 보장할 대책을 세울것을 지시했지만 기본적으로 여기에 체중이 실려 있지는 않은인상이다.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이상은 아닌 것이다. 정부가 한반도 위기설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만은 아니다.오히려 적극적인 전쟁억제전략의 일환이다.이런 노력이 북한핵문제 해결에 보다 효과적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김대통령은 대화해결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하면서 9일 미국을 방문하는 한승주외무부장관을 통해 이점을 미국측과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와 함께 미국 언론에 의한 한반도위기설의 과장보도가 핵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달하기로 했다.우리정부는 한반도위기설의 유포가 자칫 실제 전쟁을 부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다.정종욱외교안보수석은 이와 관련,『전쟁의 역사를 보면 객관적 상황보다 오해로 인한 절망감에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바 있다.설연휴를 앞두고 2시간이 넘는 안보장관회의를 열고 적극적으로 한반도위기설을 해소하려 했던 이유가 정수석의 발언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이날회의에서 우리의 온건노선을 재확인함으로써 오는 21일 IAEA 이사회를 앞두고 극한점으로 치닫는듯 잘못 보이던 북한핵 관련 위기론은 상당부분 해소되고 있는 셈이다.다만 우리측의 이같은 「강경한 온건론」이 미국측에 의해 어떻게 받아 들여질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 오늘 안보장관회의… 사찰시한 앞둔 위기설 점검

    ◎“북핵 21일까지 대화타결 총력”/「안보리회부」 한­미 공조 논의 정부는 8일 아침 청와대에서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막바지에 이른 북한의 핵문제를 종합점검,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한 종합대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한다. 북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타결시한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오고,미국쪽에서는 강경대응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핵문제는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한다」는 우리정부의 방침이 그대로 재확인될 것인지의 여부가 주목된다. 7일 안보장관회의의 소집을 발표한 주돈식청와대대변인은 『최근의 북한핵문제에 대한 해당부서의 안보상황정세보고와 토의,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회의가 끝난 뒤 청와대외교안보수석의 회의결과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대변인은 회의소집배경에 대해서는 『특별한 회의소집이유가 발생해서가 아니라 최근 북한핵문제가 세계 각국의 관심사항이 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 때문에 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정종욱외교안보수석은 7일 『한반도 위기설에 대한 정부차원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고,북한핵이 중요한 시기에 이르렀으므로 이에 대한 종합적인 정부전략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수석은 『북한을 새로이 압박하거나 코너로 모는 일은 없을 것이며 우리에겐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본방침이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핵사찰은 IAEA와 북한의 문제여서 우리의 방침도 때에 따라서는 제약을 받을 수 있고 국제사회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이날 회의에서 안보리 회부이후의 대응책이 중점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러나 북한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 회부될 때의 북한에 대한 제재문제와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의 한국과 미국의 공조체제문제,이에 따른 남북한 군사적 교전상태에서의 대응책등까지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수석은 전쟁대비책을 검토해야 할 단계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럴 상황은 아니며 한·미간의 전쟁억지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전쟁의 역사를 보더라도 객관적 상황에 의해서라기보다 오인에 의한 절망상태에서 불합리한 행동을 할 때가 많으므로 우리도 북한의 오인을 막으면서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게 해야 한다』고 말해 전쟁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도 논의될 수 있는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 「개혁세력결집」 시급하다/이수인(일요일 아침에)

    냉전시대가 돌연히 종식되면서 닥친 온 세계의 「변화」는 역사적 추세이며 국가경쟁시대가 첨예하게 진행되면서 일어난 모든 민족의 「개혁」이 시대정신임은 이제는 의문이 여지가 없다. ○시대적정신 자명 미국이 클린턴정권의 등장이래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제화시대의 선두에 서서,우리가 쌀개방압력을 체험한 바와 같이 다시금 새로운 세계의 패권을 잡아가고 있는 것은 무섭다.유럽이 벌써 경제공동체의 수준에서 국가연합(EU)의 차원으로 진입한 사실은 부럽기 짝이 없다.중국이 개방을 차곡차곡 추진하여 30년,아니 10년 안에 강력한 「대륙국가」로 부상할 바탕을 마련하고 있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더구나 이웃 일본이 40년 자민당 시대의 낡은 체제를 빠르게 극복하는 개혁을 힘차게 실천하면서 95년 신체제의 성립에 성큼 다가선 것은 두렵기 한량 없다.그들의 95년 신체제는 바로 제2의 명치유신이고,그 성립이야말로 그들과 우리 겨레의 낙차를 얼마나 벌리지 예측할 수 없는 근거가 되며 나아가 식민지시대가 분단시대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민족통일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너무나 커지기 때문이다. 이 까닭에 세계사의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서 뒤처질 때 한 나라는 자멸의 운명에 빠져들 것은 분명하다.또한 민족사의 영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개혁의 물결에서 밀려날 때 한 겨레의 진운이 차단될 수밖에 없음도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역사적 대세에서 유리되고 현실적 경향에서 이탈하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는 사태는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그 사건들이 개혁정권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한 획기적 정책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을만한 것인 까닭이다. 제2의 장영자 파동은 금융실명제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율곡사업부정부패사건,그리고 국방장관과 참모총장 불화설은 군사문화의 독소를 뿌리뽑는 군의 개혁정책에 대한 역행적 부정이다. ○위기대책의 부재 국회 노동위의 돈봉투 사건과 원자력 부부외유사건은 공직자 재산공개법의 정신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며,국회의원 제거 음모사건은 공작정치엄금 정책에 경시할 수 없는 훼손이다.또 떼강도 사건은 민생치안 공약에 대한 치명적 타격이다.여기에 덧붙여 국민은 문민시대가 발족하자 마자 부산 철도함몰,목포 비행기추락,부안 여객선 침몰 등의 사건이 개혁적 전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여기에서 지난 해나 올해 일어난 것을 가릴 것 없이 냉정히 살펴 이 사건들을 관통하고 있는 두가지 특징을 추출해 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이 사건들이 모두 30년의 군사독재문화구조에 바탕을 둔 필연적 산물이라는 사실이다.이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문민정권은 자신을 군사정권의 정치적 사생아로 보는 정치적 색맹을 노출함으로써 개혁에 나설 자격을 원천적으로 상실하고 있다는 지탄을 피하기 어렵다.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민정권은 이 사건들의 모든 책임을 스스로 걸머지고 국민에게 사과만 하는 맹목적 겸손을 용감하게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개혁정권은 이 사건들을 자신의 출범 뒤에 빚어졌다는 점에 관해 책임을 지는 자세는 평가받을만 하지만,개혁시대나 군사독재시대의 정치적 책임과 문화적 특징을 준별하는 정치적선전에 실패함으로써 정치적 무능을 스스로 노출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 정치적 색맹과 정치적 무능은 바로 개혁정권의 위기관리능력의 부재와 개혁정책의 실패를 증명할 개연성도 부인할 수 없다. ○정면돌파 외길뿐 낙관적 희망을 차단하는 절망적 구름이 검게 피어오르는 것은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친다.더구나 4월 혁명과 맞물려 우루과이 라운드 비준 파동과 5월 광주항쟁과 겹치고 있는 노사파동이 상승작용할 때 개혁정권은 최대의 위기를 맞이 할 것임에 틀림 없다.무릇 역사적 준비란 역사적 승리로 귀결되어야만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개혁시대에서 개혁정권의 패배가 우리 겨레의 역사적 패배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개혁정권의 역사적 선택은 정면돌파 오직 하나다.정면돌파의 방법은 개혁세력의 결집 뿐이다.개혁세력 형성의 전제는 개혁 청사진의 제시 오직 하나 뿐이다.
  • 「어머니문화」를 위하여/송정숙(일요일 아침에)

    주말의 늦은 밤 우연히 TV를 켰다가 마침 이어령씨가 젊은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과 만났다.주제는 「어머니」였다.그 무궁무진한 재능때문에 다소 건조하게 느껴지는 그가 「어머니」를 화제로 삼고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어린날 그의 어머니의 『서울행』은 『병원행』이었지만 어린 그로서는 그것을 알지 못했으므로 그는 어머니의 서울행에 따르는 「선물」만을 늘 기대했다.그런 어머니의 서울행이 거듭되던 어느 때였다.서울행 채비를 하시며 어머니는 어린 그에게 무엇을 사다주랴 물으셨고 그는 서슴없이 『필통』을 주문했다.그런 철부지 아들을 물끄러미 보시던 어머니는 느닷없이 『엄마 다리좀 한번 주물러달라』고 애절하게 조르셨다.그러나 너무도 철이 없었던 아들은 『숙제해야 한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속이고 나가놀고 말았다.­ ○기품있는 우리문화 시종 달변으로 밝고 유쾌하게 이야기하던 그가 이 대목에 이르러 말문이 막히더니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당신의 마지막을 예측하신 어머니가 두고 떠나기에는,영원한 길을아주 떠나기에는 너무도 안쓰러운 어린아들의 체온을 자신의 다리에라도 새겨보고 싶어 『주물러달라』셨을 터인데 놀기에 팔려 그 소중한 어머니의 소원을 저버린 어린날의 자신을 회한하는 것이리라.그도 「불효자의 설움」을 아는 메마르지 않은 「대한민국 남성」임을 보여주는 프로였다. 그밖에도 이 프로는 여러가지 향기를 전해준 시간이었다.뒤주에 쌀을 담은 어머니께서 정성스레 그 위에「복」자를 새겨넣는 모습이며 수복강령을 써넣은 종구라기를 사용하는 등 집안 여기저기에 문자로 기복의 정성을 심어두고 사시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생활문화의 향기를 형상화한 프로였다.이렇게 향기있고 기품있는 문화가 우리에게 있었음을 알 기회가 우리에게는 빈곤한 터라 이 시간은 빛났다. ○불성실로 감동 반감 그러나 이렇게 좋은 시간도,그 만듦의 불성실로 감동을 반감시킨 것은 슬펐다.이야기 중간중간에 삽입한 극의 장면에서 보이는 어머니모습은 보기에 속이 상할만큼 틀려먹었다.어석어석한 갑사질감의 치마저고리며 턱없이 널따랗게 물린 저고리끝동에 입힌 번쩍거리는 김은박 따위가 도무지 『아니올시다』다.진솔옷은 장속에서 좀이 슬지언정 부엌동자에서는 입지않으셨던 우리네 어머니들.헌옷을 깁는 일을 예술처럼 공들였던 것이 그분들의 문화였다.보선이 「외씨처럼」아름다울 수 있던 것도 좌우 심메트리를 살려 볼받기를 한 그 예술같은 기움질때문이었다.아낙네 저고리의 끝동과 옷고름의 물색(채색)은 지아비와 자식의 상징이었다.금은박입힌 널따란 끝동따위 상스러운 짓은 당치도 않았다.여염의 아낙네 입음새에도 그렇게 법도와 격식이 있었던 것이 우리 문화의 고상함이다.프로그램을 만들며 조금만 정성을 기울였다면 그런 진수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더구나 그날의 주인공은 우리의 초대문화부장관이다.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라면 그런 정도의 정성을 들일만 한 일이다.예역 이어령의 옷도 당치않기는 마찬가지였다.게다가 그 어린 이어령이 들고있는 「귤」이 잘못되어 있었다.그시절 귀하디 귀했던 귤(아마도 문병객이 들고 온 것일)을 병실 머리맡에 아껴두고 어머니는 영원한 길을 떠났다.그 귤과 필통을 안고 눈물짓는 어린 이어령이 등장하는데 그가 든 것은 귤이 아니고 오렌지였다.오렌지가 귤보다 고급이지만 여기서는 귤이 진짜다. 이런 장면들은 당사자에게 한번씩 확인만 했어도 바로잡힐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 불성실이 우리를 암담하게 한다.남못지않은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재능도 지녔는데도 그 『대강대강 해치우는』버릇때문에 우리는 오늘처럼 실패하고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오늘날 우리의 사활이 걸려있는 「국제경쟁력」도 이 불성실때문에 잃고있다.사람들이 모든 자기일을 고품질화만 시킨다면 국제경쟁에서 이긴다.별나고 신기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정밀하게 공들여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길 뿐이다.우리에게서는 그것이 모자라다.너나 할것없이 절망적일만큼 그것이 모자라다. ○「대충 대충」은 안돼 실로 우리가 죽고사는 일이 거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 지금은 가장 다급한 일이다. 충분히 빛나고 아름다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능력을 지녔으면서,흡사 식품속에 플라스틱조각을 박아놓은 것같은뒷맛을 남기는 이 「불성실」의 허물이 우리 모두의 자존심에 탕탕 못질을 하고 있다.이 못부터 뽑자.
  • 팔당사태 한국병의 전형이다(사설)

    팔당수계 오·폐수처리장 39개 모두가 하나같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하구의 시설임이 밝혀졌다.그동안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간단없이 받아오고 있었으나 이렇게 전면적 가공의 구조물로 있었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따라서 이 사실은 우리에게 충격이나 분노 이전에 국가적 창피함과 절망감까지를 몰아다 준다. 이 터무니 없고 어이없는 행태가 어떻게 몇년씩이나 지속될수 있었는지,이는 바로 우리 행정능력과 사회조직의 야만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것에 다름이 아니다.때문에 이 사태는 환경오염의 문제로 볼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가 이제나마 국기를 바르게 세우고 잡아 갈수 있는지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할것이다. 이런 이유로 감사원의 결론에도 불만을 갖는다.감사원은 단 1명의 파면을 포함하여 14명에게 책임을 묻도록 내무부에 요청했다.이는 우선 말단 공무원들의 현장에서의 일부 관리 역할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그러나 감사원 자신이 지적했듯이 이 모든 하수처리 시설들은 설계와 시공에서부터 잘못되어 있었다.그렇다면 준공검사,시설가동후 각단계의 관리점검,그동안 만들어진 각종 업무보고문서 전부가 오직 허위와 무책임으로 이어져 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이렇게보면 내무부나 환경처 소관에만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그러므로 이 맹랑한 사태를 그저 지나간 일로 하자는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이점에서 우리는 이 사례가 이 시대의 진정한 개혁대상이라고 믿는다.이 사례는 실제로 가장 핵심적인 한국병의 전형적 실체를 담고 있다.무엇보다 공무원들의 공공적 책임의식의 불재를 명증한다.그런가하면 이 사회에 충만해 있는 불실문화를 증거한다.쓰러지는 아파트나 썩는 다리나 연결관로조차 설치하지 않은 처리장 시설이나 그게 그것으로,이를 누구도 문제라고 보고 있지 않다는 감각적 마비현상까지 뼈저리게 논증해 주고 있다.결국 누구도 어떤 책임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륜이의식이 없는 체제를 뜻하는 것이다.이는 곧 민주주의체제의 기반 자체가 없다는 것과 같다. 이 사태로 사라진 돈이 6백71억원이다.이 배상은 또 어떻게해야 할것인가.우리가 가진 법체계가 이를 회복시킬수 없다면 우리는 곧 이를 배상받을수 있는 법적 조치도 해야만 한다.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결탁을 통해 불실산물을 만들고 적당히 시간만 보내면 된다는 무책임의 가치를 공적으로 사회화하는 것이 될것이다. 현 시설을 정상화하는 개별대책도 또 급히 내놓아야 할것이다.다른 수계의 감사도 빠르게 해야만 할것이다.그러나 보다 중요한것은 공적 책임행정의 윤리적 질서를 이 계기에 찾아 세우는 일이다.
  • 군 치안유지속 병원엔 부상자 북적/LA지진 이틀째 스케치

    ◎약탈혐의자 하루사이 75명 붙잡혀/재보험사 피해보상액 10억불 추정 ○…경찰과 캘리포니아주방위군들이 질서유지를 위해 밤새 거리를 순찰하고 있는 가운데 할리우드에서는 6명이 약탈혐의로 체포되는등 지진이 발생한뒤 하루사이에 지진을 이용한 범죄로 75명이 체포됐다고. ○…1천1백명이상이 이번 지진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밀려드는 부상자들을 위해 주차장에 「간이응급치료시설」이 설치되기도 했다.노스리지시에서는 구세군과 적십자사 단원들이 나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커피·샌드위치·담요등을 나눠주기도. ○…세계 최대 재보험회사인 뮤니히 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지진피해에 대해 약10억달러의 보험료를 지급해야할 것으로 18일 추정. 뮤니히 리사의 크리스천 자코비대변인은 이번 지진에 따른 보험지급액은 지난 8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한 지진당시 약10억달러의 보험금이 지급된 전례에 비춰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 ○…에베르하르트 디프겐 베를린시장은 18일 과거 냉전당시 미국의 지원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면서 베를린시당국은 로스앨젤레스 지진희생자들을 위한 성금모금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약속. 베를린은 냉전당시 미국과 영국,프랑스군의 지원덕택에 공산 동독의 위협을 견뎠으며 지난 48∼49년 구소련의 봉쇄조치때문에 미국 주도의 연합군의 생필품 공수를 받은 적이 있다. 디프겐시장은 리처드 리어던 LA시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베를린시민들은 절망적인 시기에 우리를 지원해준 미국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난 68년 자매결연을 한 LA시의 복구사업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18일 빌 클린턴 미대통령에 보내는 애도전문을 통해 LA 강진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 옐친대통령은 이 전문을 통해 자신은 미국인들이 타고난 결단력과 강인함으로 이같은 재앙을 딛고 빠르게 재기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일본총리는 18일 LA지진으로 숨진 사망자들에게 애도를 표시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빌 클린턴대통령에게 전달. 앞서 하타 스토무(우전자)일본외상도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 앞으로 애도의 뜻을 전달했으며 두명의 일본 지진전문가는 이날 LA 지진 피해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현지로 출발. ○…LA통합교육구 교육위원회는 지진으로 통학이 어려워지고 난방 등에 문제가 생기자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휴교조치,64만여 학생들이 집에서 재해 복구를 돕도록했다. 교육위는 관내 8백여 학교에 대한 피해상황 조사에 나서는 한편 2만8천여 교사들을 포함,7만여 학교 근무자들에게 출근할 수 있는지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교위는 개교일자를 18일중에 결정키로 했다. ○…동부 연안의 혹한과 남부 캘리포니아의 지진피해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로 인해 17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는 원유,난방용 기름,천연가스의 가격이 폭등세를 기록. 시장 분석가인 제리 사무엘스씨는 『가격인상은 주로 동부지역의 추운 날씨에 기인한 것이지만 지진도 한가지 요인이 됐다』고 설명. ○75% 보험미가입 ○…이번 지진은 1백건 이상의 화재를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1천여 건물이 피해를 입고 정전으로이번 지진은 1백건이상의 화재를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1천여 건물이 피해를 입고 정전으로 이번 지진 피해자 4명중 3명이 보험 가입을 하지 않아 대부분의 피해주민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캘리포니아 주택과 빌딩의 약 75%가 지진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으며 이는 정말로 비극』이라며 아쉬움을 표시. ○…지진 발생으로 인해 이날 아침 LA 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되는 바람에 항공사들이 여러편의 운항을 취소하거나 항로를 변경하는 소동을 벌여야 했으며 미국내선 항공망 운항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고. 또한 한 전화교환소가 정전돼 LA 일원의 4개 지역번호 지역에 대한 일부 장거리 전화서비스가 불통되고 있다고 아메리칸전화전신회사가 전언. LA 공항이 항공기 이착륙을 재개한 가운데 주요 항공사들은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항공기 승무원들과 승객들은 지진으로 뒤틀려진 도로때문에 공항까지 가는데 애를 먹고 있다. ○…17일 새벽 미캘리포니아주 남부를 엄습한 지진으로 LA는 물론 서부 다른 5개주와 캐나다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망의 일부가 끊기는 사고가 발생.그 결과 LA 일원의 수백만 가구가 단전되면서 이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유타주 델타시 소재 인터마운틴 발전소가 헛돌기도 했다고. LA에서는 이날 정전이 수시간동안 지속됐으며 유타,오리건,워싱턴,와이오밍,몬태나 및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등지에서는 잠깐씩 정전사고가 발생했다고. ○5백 ㎞까지 영향 ○…LA지역을 대혼란으로 만든 지진은 이 지역 상업 중심가에도 영향을 미쳐 캘리포니아와의 통신을 두절시켰으며 주식시장의 거래도 지연시켰다. 이번지진은 1백건 이상의 화재를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1천여 건물이 피해를 입고 정전으로 1백만명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편 이지역에서 약 4백80㎞ 떨어진 라스베이가스에서도 지진이 감지돼 이번 지진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이 입증. ○…17일 LA를 중심으로 한 남부캘리포니아를 휩쓸고 간 강진이 멈추기가 무섭게 재해지역의 거주자들과 미국 및 각국의 주민들은 국제 컴퓨터통신망을 이용,사고상황과 친인척들의 생사여부를 묻는등 컴퓨터를 주요한 뉴스매체로 활용. 컴퓨터이용자들은 대학이나 직장에 있는 인터네트나 상업용 컴퓨터서비스의 「잡담」채널의 전자메일을 사용,사고소식의 진전상황을 신속히 주고받는 등 분주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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