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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들·딸은 어디에…/김성수 사회부 기자(현장)

    ◎구조 잇단 낭보에 실종자가족 애간장 『내 아들,내 딸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12일 하오 서울 교대 체육관.실종된 홍원오(25·삼풍 직원)씨의 어머니 김연심 할머니(64)는 사고발생 열나흘이 지나도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 소식이 없자 멍하니 비내리는 창밖만을 응시했다.기적처럼 살아 부모 곁으로 돌아온 최명석(21)군에 이어 유지환(18)양…. 김씨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국의 늑장구조 작업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난 다음날인 30일 전남 해남에서 올라와 체육관옆 비닐로 만든 임시천막에서 새우잠을 잔지 벌써 13일째­.아침 6시면 잠에서 깨 다음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깐 눈을 붙이지만 곤히 잠든 날은 단하루도 없었다.「피를 흘리며 살려달라고 품안으로 달려드는 아들 모습」에 선잠마저 달아나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자리를 뜰 수도 없다.아들이 살아 돌아오면 제일 먼저 현장에 나가 볼을 비비며 반기고 싶기 때문이다.이제는 그 작은 소망마저 시신이라도 제대로 찾기를 바라는 것으로 서서히바뀌고 있지만 김씨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씨처럼 실종자 가족들에겐 최군이나 김양의 극적구조가 부럽기만 한 「남의 일」이 되기 시작한 지 오래다.내 아들,내 딸이 살아 돌아온 듯한 기쁨도 잠시,또다른 절망감이 엄습해오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이미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최군과 유양의 극적구조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안다. 안양에서 올라온 신현규(61)·황성자(54)부부도 마찬가지다.지난달 29일부터 서울교대 105호 강의실앞 복도에서 기거하며 막내딸 오선(25·삼풍직원)씨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3∼4일 동안은 아침 일찍부터 병원영안실,대책본부,사고현장을 찾아다니며 딸의 소식을 수소문했지만 이제는 사망자명단 발표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자식에 대한 미련은 좀처럼 떨치기 어려운 것일까.신씨는 딸의 근무지가 유양이 구조된 곳 바로 옆이라며 주민등록증에 붙은 딸의 사진을 어루만지면서 볼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 기적은 또 있었다(사설)

    기적이 다시 일어났다.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끈질긴 인간승리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잔해 속에서 2백85시간의 사투를 벌이다 구조된 유지환양(18)의 생환모습은 실낱 같은 기적을 기다리던 온 국민의 가슴을 다시 한번 뭉클하게 했다.매몰 11일째에 최명석(21)씨가 구출되자 많은 국민은 또 다른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시간이 흐를수록 기대감이 사그라들어가는 가운데 유양의 생환은 끈질긴 인간생명력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웠다.빠른 건강회복과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 온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린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에서 최군의 경우와 함께 유양의 생환은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인한 것인가를 보여준 대드라마다.13일동안 콘크리트 틈새의 어둠에 갇힌 채 담요에 물을 적셔 목을 축이며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극한상황을 딛고 일어선 그녀의 사투는 불확실성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용기를 준다.유양의 투지와 집념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본 받아야 할 모습이다. 참사후 매몰자의 생존 가능성은 여러번 지적되어 왔으며 그때마다 우리는 마지막 생존자의 구출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해왔다.유양의 생환은 아직도 생존자가 더 있으리라는 개연성을 높여주었으며 우리는 다시 한번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말고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 해줄 것을 강조한다. 지하에 매몰된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마실 물과 공기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매몰자의 생존의욕이 중요하다.그런 예가 바로 11일째에 구조된 최씨와 13일간 버틴 유양의 경우다.시간은 흘렀지만 아직도 생의 의욕을 불태우는 매몰자가 있다는 전제 아래 구조활동도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악조건하에서도 2주가까이 헌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구조대원들의 투지에 온국민과 함께 기대를 건다.
  • “생존자3명 더있다”헛소문에 한때 술렁/유양 회사·실종자가족 표정

    ◎“혹시나” 하던 실종자가족들 또한번 울려/유양 소속회사 축제 분위기에 “업무 마비” ▷추가 생존자 소동◁ 유지환(18)양이 극적으로 살아돌아온 11일,다른 실종자의 가족들은 추가 생존자가 있다는 헛소문에 또 한번 울었다. 이날 하오 유양의 생존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고현장과 서울교대에 마련된 실종자신고센터에는 「유양 말고도 같은 자리에 생존자가 3명 더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은 유양이 구출되기 직전 구조대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생존자 3명의 이름을 직접 말한 것으로까지 확대돼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졌다. 그러나 이같은 소동은 구조대원들의 흥분된 분위기와 생존자가 더 있기를 바라는 실종자 가족과 보도진들의 간절한 바람 등이 상승 작용을 한 때문이었다. 여기에 유양의 생존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방송을 시작한 일부 TV방송사에서 생존자가 1명 또는 3명 더있다고 보도해 소문을 부채질했다. 이 때문에 실종자가족들은 「혹시나」하는 기대 속에 급히 현장으로 달려왔다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구조본부에 격렬히 항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생존자가 3명 더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한때 가졌던 희망만큼이나 무거운 절망감에 다시금 빠져들었다. ▷회사표정◁ 유양이 판매사원으로 근무 중인 서초동 삼광유리공업은 유양의 생존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축제분위기 속에 업무가 마비된 상태. 직원들은 유양의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TV 앞에 몰려들어 손에 땀을 쥐고 구조과정을 지켜봤으며 구조가 끝난 뒤에는 삼삼오오 모여 기적같은 생환에 대해 얘기꽃을 피우는 모습. 위례상고 재학 중인 지난해 10월5일 학교 추천으로 이 회사에 입사,줄곧 삼풍백화점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해온 유양은 평소 쾌활하고 자신감 있는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일에도 열심이어서 상사와 동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 회사측은 사고 직후 직원 2∼3명을 서울교대에 마련된 실종자 대책협의회에 파견,날마다 유양의 소식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등 침통한 분위기였으나 이날유양이 구조됨에 따라 직원들도 생기를 되찾으며 환호.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온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준 유양은 이제 회사의 자랑거리가 됐다』며 『직원으로서의 긍지를 드높인 유양에게 회사 차원의 특별한 배려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언. ◎유양 첫 발견 구조원 정상원씨/이름 물으니 “유진환…” 또박또박 대답/“내가 이안에 며칠이나 있었죠” 질문도 『지난 9일 최명석(20)군이 극적으로 구조된 뒤 생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한순간도 버리지 않았는데 그 기대가 헛되지 않아 너무 기쁩니다』 최군이 「사지」에서 생환한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 또다시 2백85시간여만에 유지환(18)양이 구출됐다.다음은 유양의 생존을 처음으로 발견한 영등포소방서 119 구조대원 정상원(30)씨와의 일문일답. ­발견 당시 상황은. ▲이날 하오 1시47분쯤 매몰된 A동 지하1층에서 포클레인으로 콘크리트 상판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다 최군이 발견된 지점에서 남쪽으로 4m,지하1m 정도 내려간 곳에서 40∼50㎝ 정도의 구멍을 발견했다.작업을 중단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깨끗한 사람의 발가락이 보였다.인기척이 들리지 않아 구멍 안쪽을 향해 발가락을 움직여보라고 하니 발가락이 조금 움직였으며 1시50분쯤 신음소리와 함께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발견 당시 유양의 상태는. ▲콘크리트 더미나 철근에 눌려있지는 않으나 한사람이 누워있기 빠듯할 정도의 공간에 있다고 말했다.물을 달라고 해 생수를 준 뒤 조금씩 마시라고 했으며 물에 적신 담요와 물수건을 계속 안으로 넣어줬다. ­구조되기까지 나눈 대화는. ▲처음에 이름과 나이,주소 등을 물었더니 『이름은 유지환이고 18살이며 수유리에 산다』고 또박또박 대답했으며 곁에 다른 생존자는 없다고 했다.이름을 잘못 알아들어 다른 대원에게 틀리게 얘기했더니 『왜 남의 이름을 바꾸느냐』고 농담까지 했다.또 희미하게 웃으면서 『내가 이 안에서 며칠이나 있었죠』라고 물어볼 정도로 정신이 맑아 1시간40여분 동안 구조작업을 펼치면서도 비교적 안심했다. ­구조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콘크리트 상판이꽤 두꺼워 이를 제거하는데 어려움이 컸다.생존자가 호흡할 수있는 통로를 확보하면서 콘크리트 제거 장비가 생존자를 건드리지 않도록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느라 구조시간이 많이 걸렸다.
  • 장마비가 가른 생과 사/박용현 사회부기자(현장)

    ◎최군 옆서 숨진 이승연씨 부친 “인명구조” 애원 「장마비가 희망과 절망의 빛을 동시에 띠고 있을 줄이야…」 10일 상오 서울 삼성의료원 영안실에는 전날 구조된 최명석(20)군과 함께 매몰됐다 숨진 이승연(25·서울 성북구 종암2동)씨의 가족들이 빈소를 외롭게 지키고 있었다.며칠을 견딘 것도 허사로 끝나고 『나 먼저 갑니다.꼭 살아서 구조되세요』라는 유언을 최군에게 남기고 숨진 이씨의 부음은 가족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최군에게 생명수가 된 빗물이 이씨에게는 익사의 고통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조그만 일찍 발견했더라면…』 아버지 이기문(65)씨는 두 아들 틈에서 스물다섯해를 곱게 키워온 「양념딸」의 영정 앞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눈물마저 말라버린 그는 슬픔보다 안타까움에 가슴이 에이는 것 같았다.이씨는 『딸아이의 죽음을 앞으로의 인명구조 활동에 「거울」로 삼아달라』는 말로 표현했다.그는 딸의 희생을 부실공사와 공무원들의 비리뿐 아니라 체계없는 구조활동,너무 이른 구조작업 포기,무책임한 재난 구조 행정 탓으로도 돌리고 있었다. 처음 50대의 아주머니로 알려진 「1남3녀의 어머니」 장이전 할머니(74) 가족들의 슬픔도 마찬가지였다.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최군의 생환은 서울 교대에 모여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희망과 절망을 함께 안겨주는 듯했다. 2백30여 시간에 걸친 사투에서 이긴 인간승리의 낭보에 자기 자식이 돌아온 것처럼 들뜨는 한편 11일만의 생환을 기적이라고 표현하듯 정상적인 구조를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렀다는 걱정이 그들의 표정을 어둡게 했다. 그러나 이들이 의지할 곳은 당국밖에 없었다.실종자 가족 조건순(52)씨는 피로에 지친 표정으로 『아직도 살아있을 것 같은 내 동생의 구조작업을 제발 충실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이날도 지하 어딘가에 묻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미영 은경 선화 순주 지나 연숙 은희 등 실종자들의 웃는 사진을 붙인 피켓들은 교대 정문과 건물벽을 메운채 절망과 희망의 비에 젖고 있었다.
  • 국민 열광시킨 인간의지의 승리(사설)

    그것은 한마디로 기적이요 인간승리의 대 드라마였다.9일 아침 삼풍백화점의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더미속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최명석씨의 생환모습은 비오는 휴일 아침의 온 국민을 감동시키고 환호케 했다.절망과 좌절속에도 희망은 있음을 보여준 모처럼만의 희소식이요,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매몰된지 11일째,정확히 2백30시간동안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잔해속 좁고 캄캄한 공간속에 갇혀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지의 위대한 승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허기와 죽음의 공포속에서도 빗물을 마셔가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그 처절한 사투야말로 생명의 존엄성을 선포한 장엄한 쾌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구출과정에서 우리는 10일동안 죽음과 직면해 있던 스물한살의 앳된 대학생이 그토록 침착하고 담대하게 행동한데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응급실에서 또렷또렷한 말씨로 매몰상황을 설명하는 최씨를 통해 우리는 젊은이의 강인한 체력과 진정한 용기를 보는 듯했다.최씨의 기적적인 생환은 엄청난 참사로 실의에 빠져있던 온 국민들에게용기와 희망을 안겨주기까지 한 것이다. 최씨 부모의 눈물겨운 구조활동도 우리를 감동시킨다.자식의 실종이라는 엄청난 슬픔앞에서도 그들은 의연한 자세로 사고이후 줄곧 자원봉사자로서 구조활동에 나서왔다.이 또한 절박한 상황에서도 남을 돕는다는 고귀한 인간정신의 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참사 현장에서 피어나고 있는 숭고한 인간애의 참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씨의 극적인 구조로 사고대책본부는 건물잔해 제거작업을 중단하고 생존자구출작업 위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한다.거의 절망적이었던 생존자가 나타났으므로 이제 다른 생존자의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시신발굴에서 구조작업으로 바꾼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온국민의 염원을 담은 구조작업이 한없는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정성스럽게 계속되기를 바란다.그리고 더 많은 생존자가 구출되기를 우리는 다시한번 간절히 기대해본다.
  • “살려달라” 실낱같은 신음 추적 전력구조

    ◎최명석군 발견서 기적생환까지/작은 공간 발견… 막대기 넣어 생존 확인/“다친데 없나… 조금 참아라” 감격의 대화/절단기등 동원 콘크리트 걷어내자 건강한 모습이…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9일 상오 6시10분 인간승리 드라마의 「서곡」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 메아리쳤다. 그로부터 2시간10분만인 상오 8시 20분 최명석군이 극적으로 구출되면서 「영웅」탄생과 함께 한편의 「신화」가 일궈졌다. ▷발견 및 생존확인◁ 최군을 맨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날 상오 6시부터 서울 도봉소방서 김명완(31)119대원 등 대원 2명과 함께 사체발굴 작업을 벌이던 성도건설 직원 김상헌(25)씨.이때가 상오 6시10분이었다. 그러나 워낙 실낱같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긴가 민가」하다가 다시 사람의 소리를 듣고는 퍼뜩 생존자가 있다는 생각이 떠올라 동료 구조대원들과 함께 현장을 뒤진 끝에 콘크리트 더미 아래로 작은 공간을 내 신음중인 최군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한참 걸려 손으로 잔해물을 뜯어낸뒤 아래로 통할 정도의 구멍을 만든 뒤 막대기를 넣어 사람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이 상오 6시30분쯤.이때부터 처참한 폐허속에서 온 국민에게 한가닥 「빛줄기」를 비추는 생존드라마가 연출됐다. ▷구조작업◁ 최군의 생존을 확인한 구조반은 이 사실을 즉각 소방 지휘본부에 알린뒤 대화를 시도했다. 『다친 데는 없어요』『예 없어요』 『이름이 뭡니까.나이는』 『최명석입니다.스물한살,백화점 직원입니다.빨리 살려주세요』『생존자는 더 없습니까』『현재는 없지만 주위에 다른 생존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구조본부는 상오 7시15분쯤 유압절단기·산소용접기·해머드릴 등 장비와 함께 구조대원들을 현장으로 보내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들어갔다. 구조대는 일단 구멍속으로 물수건 등을 넣어준뒤 『조금만 더 버텨달라』『돌이 떨어질 우려가 있으니 피할 수 있도록 가능한한 몸을 낮추라』고 알려줬다. 얽히고 설킨 콘크리트 상판을 해머드릴로 절단하고 겹겹이 쌓여있는 철근과 쇠파이프 등도 유압절단기와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하나씩 걷어냈다. 신음소리가 들린지 2시간 20분만인 상오 8시20분 최군의 초췌한,그러나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 비쳤다.사고 발생 2백30시간만이었다.구조대원들은 최군의 눈을 가린뒤 조심스럽게 밖으로 끌어냈다. 많은 구조대원과 실종자 가족,보도진은 통로주변에 몰려 있다가 최군이 실려나오자 한참 쏟아지던 장대비를 무색케할 정도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일요일 아침 TV 앞에 모여있던 많은 국민들도 아침식사를 거른채 최군이 구조되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가슴졸이며 지켜봤다. ▷병원주변◁ 최군은 매몰현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응급의료진으로부터 간단한 검사를 받은 뒤 곧바로 강남성모병원으로 후송됐다. 최군은 상오 8시45분쯤 의사 20여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3층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 병원 김민철 원장은 『최군의 건강상태가 예상밖으로 매우 양호하며 1주일쯤 치료를 받으면 퇴원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하오 1시쯤 최군의 집이 있는 광명시 전재희 시장이 병실로 찾아와 최군의 쾌유를 빌며 가족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최군을 만나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가까스로탈출에 성공한 최군의 친구 이강선(용인대 2년)군은 『네가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니…』라고 등을 어루만지며 『몸이 다 나으면 술이나 실컷 먹자』고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 ▷실종자 주변표정◁ 실종자 가족들은 최군이 이날 극적으로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들의 일처럼 흥분하며 나머지 실종자들도 혹시나 살아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실종자 최문숙씨(25·여·A동 폴로매장 직원)의 언니 봉안씨(32)는 『지난달 29일 사고 발생 이후 동생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한번도 버린 적이 없다』면서 『최군이 구조된 곳은 동생이 일하던 지점이라 아침에 최군의 구조소식을 듣고 마치 동생이 살아온 듯 기뻤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자 전인숙씨(41·여·A동 미스가와 아동매장 직원)의 노모 백덕순 할머니(70·강서구 화곡동)도 『충격을 받을까봐 아들이 현장에 못오게 했는데 최군의 생존소식을 듣고서는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이곳에 달려 왔다』고 뛰는 가슴을 달랬다. 한편 실종자 가족 4백여명은 이날 하오 2시쯤 반포대교로 몰려가 「정부가 책임지고 우리 아들딸 찾아내라」「우리 엄마들은 단식으로 대통령께 호소한다」「대통령령으로 발굴작업을 지시하라」고 쓴 피켓을 앞세우고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명석군 구조 시간대별 상황 ▷상오6시 A동◁ 지상2층 천장 잔해를 들어내고 여자시신 발굴작업 시작. ▷상오6시10분◁ 시신발굴 지점 근처에서 『여기 사람 있어요』라는 최군의 첫번째 구조요청 들림. ▷상오6시20분◁ 최군 두번째 구조요청. ▷상오6시30분◁ 지름 20㎝가량 구멍을 통해 최군의 왼손 확인. ▷상오6시35분◁ 나무막대를 구멍속에 넣어 생존확인. ▷상오6시35분∼7시◁ 최군과의 대화를 통해 신분을 확인하고 또다른 생존자 및 사망자 확인.본부에 추가구조대 긴급요청.구조복·담요·식수등을 구멍을 통해 넣어주고 빈 공간의 붕괴위험성 등을 고려,조심스럽게 수작업으로 구조통로 개설. ▷상오7시◁ 슬래브를 잘라내며 본격적인 구출작업 시작. ▷상오7시20분◁ 추가 구조대원 50여명 도착. ▷상오8시◁ 슬래브 절단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구조대원이 상체를 매몰공간속으로 넣어 최씨의 눈을 담요로 감싸는 등 안전조치. ▷상오8시20분◁ 구출,강남성모병원으로 후송. ◎최명석군 첫 발견 김상헌씨/작업교대시간 구조요청 소리… 『처음엔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너무 희미해 긴가민가했습니다.때마침 교대시간이어서 중장비작업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아찔할 뿐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삶에 대한 의지하나로 11일을 버텨온 최명석(20)군의 생존을 처음 확인한 성도건설 김상헌(25) 주임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씨와의 일문일답. ­발견 당시 상황은. ▲상오 6시10분쯤 백화점 A동 2층 상판슬래브밑에 여자시신이 깔려있는 것을 보고 압축기로 주위를 판 뒤 가로 5m,세로 7m 크기의 슬래브를 1.5m가량 잘라내려 했다.이때 갑자기 실낱같은 신음소리가 들렸다.잘못 들은 것같아 10분정도 작업을 계속 했을때 앞쪽에서 하얀 물체가 보여 시체인줄 알고 손전등으로 비춰보니 석면더미여서 뒤돌아서려는 순간다시 한번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견 당시 했던 작업은. ▲4명이 함께 여자시체를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마침 작업반 교대시간이어서 다른 곳에서는 중장비작업을 하지 않아 비교적 소음이 적은 상태였다.
  • “절망의 순간에 빛이 보였다”/2백30시간만에 구조된 최명석군

    ◎“굴착소리 중단돼 한때 자포자기”/부모님께 효도 못한일 계속 마음 괴롭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백30시간에 극적으로 구조된 최명석(최명석·21·수원전문대 2년)군은 9일 상오 지하 매몰현장에서 이웃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뒤 그동안의 절박했던 상황을 또렷또렷하게 밝혔다. ­지금 심정은. ▲편안하다. ­그동안 어떻게 버티었는가. ▲지하수인지 빗물인지를 받아 먹었다.너무 배가 고플때는 종이상자를 뜯어 먹었다.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은. ▲잘해 드리고 싶다.생각해 보니까 너무 못해 드린 것 같다. ­안에서 절망했으리라고 보는데. ▲절망했다.처음 며칠은 구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나중에는 구해줄라면 구해주고 말라면 말라는 식으로 지냈다. ­며칠쯤 지났다고 생각했는가. ▲많이 돼야 5일쯤 된줄 알았다. ­사고 당시 상황은. ▲지하에 있다가 위로 올라가 비상구를 들어서려는 순간 건물이 흔들려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그러나 건물이 무너져 내려 그냥 곧바로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주위에사람들은 없었는가. ▲맨처음 아주머니와 누나가 소리를 질렀다.나도 『다 괜찮냐』고 같이 소리쳤다.그러나 누나하고 아주머니는 나중에 익사해서 다 죽었다. ­평소 운동은 하는가. ▲(웃으면서)별로 안 한다. ­구조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았나. ▲굴착기소리를 매일 들었다.구조반이 위에서 한두번 파다가 그냥 가곤 했다.그래서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막 파더라.그 순간 「빛」이 들어와 『사람 살려라』고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최군은 열하루째 「생사」를 기다리며 가슴을 졸였던 어머니·누나 등 가족들과도 상봉,『내가 살아나면 엄마가 좋아할 것』이라고 어머니의 두 손을 꼭쥐고 소리없이 흐느꼈다. ◎최명석군 그는 누구인가/남다른 효성… 입대 앞두고 아르바이트/수원전문대 건축설비과 1학년 마치고 휴학/스포츠만능에 항상 명랑… 「죽음」 극복에 도움 일요일 아침 한편의 「드라마」를 엮어내며 전 국민들을 감동시킨 최명석(20)군.2백30시간동안의 칠흙같은 어둠과 굶주림,외로움 속에서도 그는마침내 살아 돌아왔다. 최군은 70년 서울에서 아버지 최봉렬(52·웅진코웨이 종로지부장)씨와 어머니 전인자(50·봉제공원)씨와의 사이에 2남1녀중 막내로 태어났다.때문에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70년대초 석유파동의 여파로 아버지가 경영하던 의류매장 사업이 기울면서 한때 전세집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그는 전형적인 중산층가정의 막내로 항상 명랑함과 웃움을 잃지 않았다.이러한 성격이 있었기에 그 「사지」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군은 예전같지 않은 집안형편에 「생업」(?)에 뛰어들 결심을 하게 된다.조금이라도 벌어 부모님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수원전문대 건축설비학과 1학년을 마친 뒤 지난 2월 휴학,군입대를 앞두고 4월부터 삼풍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온 것도 그같은 「효심」때문이었다고 주위사람들은 말한다. 최군은 그때부터 삼풍백화점 지하 1층 황주무역 수입아동화 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의 소중함을 경험했다. 서울 강남구 신구국민학교와 신사중·용산고를 거쳐 대학에 진학,건축가의 꿈을 키워온 그는 어렸을때부터 각종 운동에 재능을 보여 「만능스포츠맨」으로 통했다. 특히 농구명문 용산고를 나온 탓인지 평소 농구를 몹시 즐기는 「농구광」으로 1백76㎝,65㎏의 다부진 몸매를 지녔다.만 9일 14시간만의 사투를 벌이고도 정신과 신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온전했던 것은 그의 타고난 체력 덕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활동적인데다 주위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깊었던 그의 주변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특히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가 나던 지난달 29일 탈출해 테헤란병원에 입원중인 유정화(21)양과는 남달리 친하게 지냈다고 주위사람들은 전하고 있다. 최군의 믿음직함에 반해 3개월전부터 최군과 사귀어 왔다는 유양은 이날 최군의 구조소식을 듣자마자 슬러퍼에 병원복 차림으로 강남성모병원으로 달려와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유양은 최군이 지하1층 매장에 있는 다른 동료들에게 아이스크림을 가져다 준다며 올라간 뒤 5분만에 굉음과 함께 자신의 몸이 어디론가 튕겨나가고 최군도 행방불명됐다고 회상했다. 유양은 사고 이후 병원에서 잠을 자다 최군이 콘크리트더미에 묻혀 있고 주위에 피가 낭자한 장면의 꿈을 꾸다가 깜짝 놀란 나머지 잠에서 깨 밤을 꼬박 지샌게 한 두번이 아니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 발굴 일시중단에 실종자 가족 “발동동”

    ◎「삼풍」참사 시체발굴·자원봉사 이모저모/지문대조 동생시신 밝혀지자 절망의 통곡/「극적구조 24명」 건강 회복… 내일부터 퇴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7일째를 맞는 5일 사고현장은 사체발굴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생사를 확인하려는 유가족의 안타까운 탄성으로 가득. 이날 서울교대 체육관에서 실종된 동생을 찾던 김모씨(32·여)는 친정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지문을 채취했더니 동생이 맞대요』라고 알려주며 울부짖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사고 7일째를 맞는 이날 서울교대에 모여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사체 발굴작업이 예상만큼 신속히 진행되지 않자 발을 동동구르며 애를 태우는 모습. 실종자가족들은 B동 건물의 붕괴위험으로 이날 상오 발굴 작업이 일시 중단됐다는 TV보도를 보고 매우 실망스러워 하면서 『이유야 어떻든간에 복구작업이 중단돼서는 안된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시. ○…구속된 삼풍백화점 이준(73)회장과 이한상(42)사장 부자는 이날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박찬종씨를 통해 자신과 회사소유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날 상오 서울서초경찰서에서 1시간동안 이사장을 만난 박씨는 『이번 사고의 사회적 파장을 참작해 보상금문제 등과 관련,이회장 부자를 설득하기 위해 변호사 자격으로 만났다』면서 『이사장은 유족과 부상자에게 사죄하는 의미에서 가족과 법인 소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언. 이 소식을 들은 피해자 및 가족들은 그러나 『엄청난 보상금을 치르려면 재산을 다 내놓는 것이 당연한데도 마치 큰 인심을 쓰는 척 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분노. ○…카자흐스탄 대통령 경제고문인 방찬영(60)박사는 영구귀국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부인 송인숙씨와 아들·딸등 일가족 3명이 모두 실종돼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방박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교수를 지내고 카자흐스탄 경제개혁 정책의 핵심브레인으로 활동하다 북한연구에까지 관심분야를 넓혀 최근 「기로에 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박영사간)을 출간한 경제전문가. 방씨는 이 저서의 서문에 『저자의 평생 동반자인 송인숙에게 바친다』고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를 남겨 주위를 숙연케 하기도.방박사는 오는10일 갖기로 한 출판기념회를 다른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칠 것 같다며 무기연기. ○…알로에 제품 제조업체인 「김정문 알로에」회장 김정문(68)씨도 이번 사고로 부인 유인자(33)씨와 아들 남늘군(3)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사고가 난 지난달 29일 하오 아들을 데리고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갔다가 소식이 끊겼다는 것. ○…사고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를 가장해 백화점 A동 지하 3층에서 카세트를 훔쳐 나오던 이모씨(25·경기도 김포군 하성면)가 경찰에 검거. 경찰은 또 「긴급구조봉사대」라고 적힌 표찰을 붙인채 삼풍백화점 설계도면을 갖고 지하 3층을 서성이던 홍모씨(37·광원·강원도 정선군) 등 3명도 붙잡아 조사중이다. ○…무너진 삼풍백화점 A동 건물 지하3층에 갇혔다가 사고발생 57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신천개발소속 미화원 24명가운데 23명의 건강이 거의 회복돼 빠르면 7일부터 퇴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 이들이 입원하고 있는 강남시립병원측은 이날 혈압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는 김석호씨(59·여)를 제외한 나머지 23명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히고 본인들이 희망할 경우 퇴원시킬 방침.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답지,불의의 사고로 가족과 친지를 잃은 사람들을 위로. 실종자 가족들을 돕는 방법도 음식 및 음료수 제공에서부터 영구차 무료제공·무료택시·법률상담·의료봉사 등 다양하게 펼쳐졌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실련 참여단체인 경제정의실천불교연합내 자비의 집도 이날부터 공동으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이들은 그동안 이곳에서의 식사제공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실종자 가족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경실련측은 가족들의 건의사항 등을 접수하는 한편 정부측과의 중재활동도 벌일 계획. ○…이밖에 서울시내 10여개 교회로 조직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서초구내 창신교회 여신도회,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구역협의회 신도,대한적십자사봉사요원을 비롯,민자·민주 양당의 서초을 지구당관계자 등 사회·종교·봉사단체들도 이날 서울교대 체육관 앞에 본부를 차려놓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식사와 각종 편의를 제공. ○…서울시 사고대책본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각계의 성금이 답지,4일 현재 1억8천여만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동안 김영삼 대통령의 금일봉을 비롯,시민·각급 지방자치단체·각계 각층의 인사들로부터 접수된 성금은 1억8천7백여만원이다. ○…붕괴참사 1주일째를 맞아 붕괴현장 주변은 지하에 매몰된 사체의 부패로 인해 악취가 진동하고 각종 해충이 들끓는 등 전염병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져 서울시 사고대책본부는 긴급 방역작업에 나서는 등 긴장. 대책본부는 이날 하오 1시부터 광진·서초·도봉구 등 3개 보건소와 군방역요원 10여명을 투입,사고지역에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실시.
  • 국민 공감대바탕 국정 이끌듯/김 대통령 6·27민의 수용의 함축

    ◎개혁추진과정 공개… 여론 적극 수렴/구여권 등용 확대… 「정치적 복권」 검토 5일의 청와대비서실은 매우 침울했다.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민자당 의원들을 불러 조찬을 하면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내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언제나 당당했던 김대통령에게는 하기 힘든,그리고 잘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었다.참모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김대통령이 그 정도까지 얘기를 했다면 무언가 대단한 결심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무엇인가 「중요한 조치」가 있을것으로 점쳤다.이날 조찬에서도 김대통령은 『위기일 때 기회 역시 있는 것』이라고 말해 정국 타개를 위한 복안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한 수석비서관은 『김대통령의 오늘 말씀에 모든 것이 언급되어 있다.거기에 사족을 붙이지 말고 그대로의 뜻을 새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대통령의 조찬발언은 앞으로의 정국 전개와 관련,중요한 시사를 하고있다.김대통령은 이날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지방선거전이나선거직후 『지방선거는 중앙정치 차원에서 승패를 따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온 것과는 차이가 있다.논리적으로는 타당한 언급인데도 다수 국민,특히 정치권이 선거결과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현실을 무시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김대통령은 또 선거결과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자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특정집단이나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모두가 책임을 공유하고 큰 틀에서 난국을 헤쳐나갈 의지를 보인 것이다. 김대통령은 「민심이 상당부분 여권에 등을 돌렸다」「책임은 공유해야 한다」는 상황인식에 따라 정국수습책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날 조찬 대화에서 그 방향도 제시되었다.『변화와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을 하겠다』는 게 요지다. 김대통령의 언급은 『국정기조는 유지하되 운영방법은 다소 바꿀 수 있다』는 쪽으로 풀이된다.많은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개혁추진 과정을 지금보다 공개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여론을 수렴하는 방안이 있을수 있다.5·6공 인사의 등용폭 확대,혹은 정치적 사면복권 조치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서는 8·15를 전후해 정국분위기를 바꾸는 조치를 취하는 방법도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세대교체」「지역할거주의 타파」는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그러나 세대교체를 통해 지역할거주의를 극복한다는 김대통령의 결심은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한 관계자는 『세대교체는 김대통령이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단계』라고 예고했다.세대교체문제가 향후 김대통령의 정국타개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자의원·당직자 청와대 조찬 대화록/민심이반 심각 인식… 새출발 각오필요­당직자들/내 부덕의 소치… 선거결과 겸허히 수용­김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은 5일 상오 청와대에서 민자당 소속 의원 및 당무위원들과 함께 조찬을 하면서 정국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이날 대화록 요지. ▲이세기 서울시지부장=지방선거에서 민심이 이반된 현상이 있었고 그 틈사이로 지역감정이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호남에서는 DJ바람,충청에서는 JP바람이 불었고 서울에서는 두바람이 맞바람이 돼 돌풍을 일으켰다.우리는 이 바람을 너무 과소평가했다.통합선거법을 지키다보니 조직을 충분히 가동하기 어려웠다.결과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고 새로 시작하는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당에 힘을 실어줄 것을 건의한다. ▲서정화 인천시지부장=인천시장선거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분위기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그 이유는 민심의 이반이고 지지기반인 중산층의 지지를 잃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어려울 때일수록 결속해야 한다.당의 의견을 들어달라. ▲정시채 전남도지부장=당정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한다.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대통령=삼풍백화점사고에 대해 처참한 심정이다.돈이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악덕배가 있어서는 안되겠다.처음부터 모래,골재 할 것 없이 부실한 공사였다.정부는 이들을 살인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심정을 이해한다.정부가 이러한 사건과 관련,중형을 내리는 법개정안을 곧 제출할 예정이다.이번 국회에서 통과시켜주기 바란다.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삼풍사고를 잊지 말자.부정·부실공사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당초 이번 지방선거에서 너무 이겨도 안되고 너무 져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졌다.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이것은 국민의 뜻이고 하늘의 뜻이다.민심이 천심이라고 하지 않는가.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그래야만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다.국민이 민자당에 무서운 채찍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나는 대통령이자 당총재로서 내 부덕의 소치다. 나는 평소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편이고 듣기 싫은 소리도 듣고 있다.청와대 참모진 중에 듣기싫은 소리,직언하는 사람이 있다.당만 하더라도 이춘구 대표로부터 듣기싫은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다.내게 바른 말이 안들어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휴일이면 많은 사람에게 전화해 그들의 얘기를 듣기도 한다.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하고도 얘기한다.앞으로 국민의 소리를 더 귀담아 듣도록 하겠다. 나자신 과거에 절망적인 상황을 많이 겪었다.어떤 때는 사람들이 『김영삼이 다 죽었다』고 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나는 한번도 좌절하거나 절망한 적이 없다.반드시 쟁취하겠다는 투지만 있으면 전화위복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변화와 개혁은 계속 추진할 것이다.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변화없이 국민에게 꿈을 줄 수 있겠는가.잘못된 것을 고치는 개혁없이 진보가 있을 수 없다.다만 앞으로 개혁은 국민과함께 하는 개혁을 하겠다.어느 누가 뭐래도 단호하게 이 방향으로 나가겠다. 8월25일이면 임기가 절반이 지나는데 이제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내가 한 일에 대해 국민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남북문제만 하더라도 지금 우리에게 한반도의 평화 이상 중요한 것이 없다.나라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고 국민들이 다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민자당이 단합해서 집권당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해주기 바란다.이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단합하기 바란다.위기는 기회로 통한다는 말을 믿고 모두 용기와 자신감을 갖기 바란다.
  • 서울선정여중 1학년8반의 기원(「삼풍」 참사/담임잃은 교실)

    ◎선생님 꼭 살아돌아 오세요…/귀가길 찬거리 사러간뒤 실종/구조명단 나올때마다 “혹시나…” 『우리 선생님은 꼭 살아계실 거예요』 3일 상오 서울 은평구 갈현동 선정여중 1학년 8반 교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닷새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담임 신춘복(36·여) 교사를 기다리는 50여 학생의 심정은 답답하기만하다. 사고후 담임선생님이 실종됐다고 주위에서 이야기했을때도 설마설마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지나도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선생님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학교에 나오면 잡답으로 인사를 나누던 학생들은 말을 잃었다.우울한 표정으로 『선생님은 돌아 오실거야』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반장 영아는 혹시나 구조자 명단에 선생님 이름이 나올까봐 집에서는 공부는 뒤로 미루고 한순간도 TV앞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앞으로 계속 간직하시겠다며 예쁘게 찍힌 사진을 방학전까지 달라고 하셨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학습부장 수진이는 『지난번 중간고사때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국어과목에서 우리 반이 꼴찌를 해 선생님이 속상해 하셨다』고 털어놓으며 『기말고사때 꼭 만회를 해서 기쁘게 해드리려고 했는데 이제 어떡하냐』며 울먹였다. 사고일인 29일 신교사는 보통처럼 하오 4시30분쯤 퇴근했다.동료교사 3명과 함께 지하철 3호선 전동차를 타고가다 서울 교대역에서 내렸다. 이때가 5시30분쯤.평소 같으면 동료교사와 내려 간식을 같이한뒤 6시쯤 집으로 향했지만 이날은 곧바로 백화점으로 향했다.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한 찬거리를 사기 위해서였다.이것이 화근이었다. 신교사가 백화점에 도착하자마자 붕괴의 더미에 깔렸다. 지하철을 함께 타고 가다 서울 강남터미널역에서 먼저내렸다는 이혜옥(40·국어) 교사는 『집에 도착해서 6시10분쯤 사고소식을 듣고 신교사집에 전화를 걸어보니 아들이 「엄마가 아직 안왔다」고 해서 불길한 생각이 퍼뜩 들었다』면서 『평소처럼 간식을 먹고 갔으면 화를 면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사고직후 남편 이경호씨(40)는 외아들 현석군(10·국교5)을 외가에 맡기고 아내의 행방을 찾기위해 시내병원과 사고현장을 돌아다녔다.아들이 상심할까봐 절망의 내색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 제자들과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이 전달됐다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 최후 1인까지 찾아 구조하라(사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실종자가 2백40여명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사고발생 나흘째인 2일까지도 생존자들이 매몰의 절망에서 극적으로 구출되고 있어 생명의 존엄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마지막 한 사람의 생존자까지도 철저히 확인해 끝까지 구출해야 한다. 죽음과의 처절한 투쟁끝에 구조된 사람들,그리고 조금이라도 빨리 귀중한 생명을 살리려고 악조건하에서 헌신하고 있는 구조대원들의 활동은 정말 감동적이며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지금 이 순간에도 건물잔해틈 어둠속에서 꺼져가는 의식을 추스리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지금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할 일은 마지막 남은 생존자까지 구출해 냄으로써 참사의 고통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일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실종 매몰자의 생존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생존의 개연성이 있는한 구조작업의 고삐를 늦추지 말고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해내기 바란다.이번 사고는 유례없이 많은 실종자가 발생했고 이들의 가족·친지는 그들이 아직 살아 남아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실낱 같은 기대감에 슬픔과 고통을 견디고 있다.실제로 최근 미국 오클라호마시 연방정부건물 폭탄테러사건때도 30대여인이 1주일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더욱이 붕괴와 화재로 생존의 가능성이 절망적이던 A동 지하 3층에서 52시간만에 24명이 극적으로 구출된 것은 실종자중에서 아직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구조작업은 이 때문에 사람이 잔해속에 갇혀 있다는 상황을 전제로 설계·시공을 직접 맡았던 전문가를 참여 시킨 가운데 신속하고도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붕괴되지 않은 B동의 지하층에는 아직도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마지막 생존자를 확인할 때까지 콘크리트잔해의 제거와 복구작업은 신중해야 한다. 이미 장마가 시작되고 언제 큰 비가 내릴지 몰라 이미 기울어져 있는 남은 건물의 붕괴위험도 크다.다만 복구작업에 밀려 생존자 확인작업이 조금이라도 소홀해져서는 절대 안된다.
  • 시민정신(외언내언)

    분노와 절망이 켜켜이 쌓여 있는 사건현장에서 훈훈한 사람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몸을 던지는 시민정신들이다. 만약에 그 많은 생명이 무참하게 짓눌린 사고현장에서 몇조각 인간의 이야기들마저 주워담을 수 없다면 우리는 또 얼마나 공허해 해야 하는 것일까.삼풍백화점의 사고현장에서도 인간의 이야기들이 있어 우리를 안도케 한다. 비번이어서 모처럼 쉬던 경찰관이 사건현장에 뛰어들어 20여명의 생명을 구해낸 이야기 하며 TV를보다 용접공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새벽 1시에 현장으로 달려간 용접공이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감싸준다. 이웃 아파트에서 인테리어일을 하다 사건이 나자 자기일은 팽개쳐놓고 현장에 뛰어들어 세사람을 구하고 또 들어갔다가 시멘트더미에 갇혀 2시간여나 사투를 벌여야 했던 박근식씨의 이야기도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부상자들에게 공급할 피가 모자란다는 보도가 나가자 곳곳에서 헌혈대열이 늘어섰다.절단기가 필요하다면 절단기를들고 나왔고 어둠을 밝힐 전등이 없다면 손전등이 쌓이고 있었다.동네 아주머니들은 음식물을 준비해 구조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밤참을 챙겨주었고 어떤 병원에서는 누구의 연락이 없었어도 의사와 간호사들이 착착 병원에 도착해 밤을 새워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중에도 정미란씨의 이야기는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이 백화점서 일하는 정씨는 사고순간 때마침 밖에 있었다.사고가 나자 친정어머니에게 『나는 무사하나 동료들이 깔려 있어 구해야겠다』는 전화를 걸고 친구를 구하러 나섰다가 저세상사람이 됐다.그의 시신옆에서는 5살난 아들과 남편이 오열하고 있었다. 사람의 이야기들은 개탄하고 분노하는 일보다 더 소중하다.개탄하고 분노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런 일들은 따뜻한 심장을 지닌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 39세 영어교사 홍성태씨 기적의 생환(「삼풍」참사/생사의 갈림길)

    ◎절망 이긴 사투 27시간/지하 암흑속 말소리 듣고 정신차려/“유언이라도 전해달라” 콘크리트더미서 호소/“조금만 참아라… 살려낸다” 구조대원이 격려 『꿈만 같습니다.제가 살아 있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현장 지하에 매몰됐다가 27시간 만인 30일 하오 9시쯤 극적으로 구출된 서울 대원외국어고 홍성태 교사(39)는 생존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유…언을 전해 주…세요』 『구조대가 도착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당신은 살 수 있습니다』 절망적 상태에 빠졌던 홍씨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사고현장에서 자원봉사를 벌이던 박희용(33·서울 마포구 아현동)씨.29일 하오 9시쯤이었다. 이때부터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두고 홍씨와 박씨 사이에 들릴듯 말듯한 가느다란 대화가 시작됐다. 『1분밖에 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전해 주세…』 『약한 소리하지 마세요.당신을 꼭 살릴 겁니다』 평범한 삶을 살던 홍씨가 졸지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은 얄궂게도 너무나 가정적인 성품 탓 때문이었다.사고가 난 29일 상오 출근길에 부인과 아들(9)이 『퇴근하면서 맛있는 빵을 사오라』는 부탁을 지키기 위해 들른 것이다. 이날 홍교사는 수업을 마치고 자신의 차로 귀가길에 나서 성동구 구의동에서 동료교사를 내려줬다.이때가 하오 5시 30분.이날따라 길이 잘 뚫렸다.평소보다 곱절 빠르게 달려 20여분만에 백화점에 도착했다.그러나 1층 제과점으로 막 들어가는 순간,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더미를 안고서 빨려드는 듯 지하로 떨어졌다. 사고가 난지 3시간이나 지난 밤 9시.마침내 「생명의 은인」인 박씨와 조우하게 된 것이다. 『누가 살아 있어요.거기 누구 있어요』『돌더미…를… 치워 주…세요…』 박씨는 『조금만 기다리세요.곧 치워 드릴께요.당신은 이제 살았어요』라고 홍씨에게 힘을 주었다. 홍씨는 자기의 이름과 주소,집 전화번호를 박씨에게 또박또박 알려 주었다. 홍씨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으면서도 밖의 상황이 몹시 궁금한 듯 박씨에게 바깥 소식을 묻기도 했다. 『바깥 일은 어떻게 돼 갑니까』『당신을 꼭 살릴 겁니다.구조대가 들어오고 있어요.조금전처럼 약한 마음은 갖지 마세요.가족들도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대화가 오고 갔다. 가족들의 애타는 「환생의 염원」과 홍교사의 처절한 사투가 하늘을 감동시킨 것일까. 홍교사는 지하에 갇힌지 꼭 27시간만인 이날 하오 9시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극적으로 구출돼 병원으로 옮겨졌다.옆구리와 다리만 조금 다쳤을 뿐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인간승리」 드라마의 대단원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병원으로 급히 달려온 홍씨의 아버지 홍운표(71)씨와 어머니 서석귀(65)씨는 마치 득남이나 한 것처럼 기뻐했다.부인 지미영(36)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없이 웃기만 했다.그 남편에 그 부인이었다. ◎1차 해체 3∼4일 걸릴 듯/2차붕괴 위험… 작업 지연/어제 상오 주기둥 뒤틀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책본부는 30일 이틀째 구조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나 A동과 마주보고 있는 B동 및 A동 외벽의 붕괴 위험 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책본부는 삼풍백화점의 1차 해체 및 복구작업에만 3∼4일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동은 이날 상오 가로빔이 무너져 내린데 이어 주기둥까지 뒤틀리기 시작한데다 4층 수영장에 가득차 있는 물이 건물 틈새로 스며들 가능성도 있어 붕괴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A동은 남아있는 외벽이 흔들리고 있고 지하 2·3층 주차장의 승용차 등에 남아있는 휘발유와 유독가스 때문에 현장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대책본부는 이에따라 붕괴의 가능성이 높고 생존자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B동 지하에 대한 해체작업은 늦추기로하는 한편 A동 지하에는 상대적으로 생존자가 적을 것으로 보고 이날 하오 1시부터 본격적으로 매몰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해체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 이라크,반란군 진압/특수부대 긴급투입… 하루만에 저지

    ◎반란 지휘장성 자살 【암만·바그다드 AFP 로이터 연합】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교외 지역에서 14일 군사반란이 일어났으나 긴급 투입된 정부군 특수부대에 의해 하루만에 진압됐다고 현지의 믿을 만한 소식통들이 15일 밝혔다. 요르단의 암만에서 국제전화를 통해 접촉한 이들 소식통은 정부군 제2,제6 특수진압부대가 이동중인 반란군 대열을 포위,무력화했으며 지휘자인 투르키 이스마일 알 둘라이미 준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둘라이미 준장이 라마디에 주둔중인 「7월14일」 기갑대대를 이끌고 봉기,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아부 가립 지역에서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말했다. 반란군은 아부 가립 지역의 관영 라디오 방송의 송신탑과 대통령 전용헬기장을 공격하고 이어 지난달 발생한 둘라이미 부족 소요 사건 관련자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인근 교도소로의 접근을 시도하던중 정부군의 저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정부군이 탱크와 장갑차,헬기를 동원해 이들의 진격을 저지했으며 휘하병력이 궤멸되는 모습에 절망한 둘라이미 장군은 자살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 일 우익 「한·중 수탈사」 왜곡입증/일 귀족원 비밀회의록 공개의미

    ◎태평양전쟁에 조선인 징용 준비 확인/“공격대상 미·영” 논리 허구성 드러내 일본참의원의 전신인 명치헌법하의 귀족원(추밀원) 비밀회의록이 5일 모두 공개됐다.비밀회의록은 24건으로 A4판 4백70쪽 분량.그 가운데 전후 미점령군 사령부가 가져간 「미국의 일본 공습 및 상륙에 관한 질의」는 공개대상이지만 자료는 입수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중의원이 갖고 있는 비밀회의록의 공개가 과제로 남게 됐다. 비밀회의록의 공개는 대부분 한국에서는 역사학자나 정치학자등에 의해 널리 확인돼 왔으나 일본에서는 극우주의자나 일부 보수정치인등에 의해 제멋대로 왜곡돼 왔던 과거의 침략수탈사가 다시 한번 정확히 확인됐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41년 1월 회의록에는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을 일으키기 1년전 이미 영미와의 전쟁준비를 진행시키고 있었으며 전쟁수행을 위해 조선인 노동자를 착취할 계획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이는 뒤에 징용으로 나타난다. 또 고노에 당시총리는 대동아공영권 구상과 관련,「대동아 각 민족을 구미의 제국주의로부터 해방한다」면서 「(예상되는 지구전에 대비해)남방경영에 의해 소요물자의 보급을 확보해 지구전체제를 정비하는 외에 길은 없다」고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즉 구미로부터 동남아시아를 분리시켜 자원을 강탈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정치권에서 부전결의등의 채택을 둘러싸고 비뚤어진 역사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시아와 싸운 것이 아니고 영·미와 싸우다가 본의아니게 아시아인에게 폐를 끼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영·미가 일본의 생명선인 유류등의 금수조치를 실시해 전쟁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는 일본 일부 보수주의자들의 논리가 엉터리라는 점이다.고노에총리는 『영·미는 중일사변과 관련,9개국조약에 기초해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대륙침략정책을 포기하지않자 영·미가 일본을 준적국화하고 가솔린등 대일수출금지에 이르고 있다』고 말해 모든 원인이 한반도와 만주에 이어 중국까지 마구잡이로 침략을 자행한 일본에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이밖에 비밀회의록에는 1894년(한국의 동학농민전쟁에 일본이 개입,청일전쟁이 벌어진 해) 청일전쟁 임시군사비를 심의하는 귀족원 회의가 히로시마에 건설된 대본영의 가의사당으로 의원들이 집합해 열리는가 하면 심의도중 군사비에 관한 사항이라며 속기까지 정지돼 기록이 남겨지지 못하게 되는 등 군의 문민정치원리에 대한 훼손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45년 3월 도쿄대공습 직후 열린 비밀회의에서는 이미 공습사망자가 5만5천명을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이와관련,한 전쟁작가는 당시 일본이 전쟁을 포기했다면 일본은 원자탄 투하도 피할 수 있었고 일본인 사망자 3백10만명 가운데 2백만명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침략에 눈이 먼 지도자들이 일본국민과 아시아인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꾸역꾸역 밀어넣고 있었던 것이다.회의록 내용을 살펴본 도쿄도립대 사사키 류지교수등은 「고노에내각은 절망을 선택했다」,「무책임한 체계의 공허함을 본다」면서 침략의 역사에 강한 비판을 가했다. ◎일제 비밀회의록 요지 일본 참의원은 18 91년부터 19 45년까지 명치헌법하의 귀족원에서 행해진 비밀회의록을 5일 공개했다.다음은 비밀회의록 가운데 한반도 및 침략전쟁과 관련된 부분들의 주요내용. ▷태평양전쟁과 조선인 노동력 착취 계획◁ 1941년 1월 고노에 후미마로총리의 「국내외정세에 관한 보고」.…제국장래의 생명인 대동아 공영권건설 문제에 관해 독일·이탈리아 양국은 일본의 지도권을 인정한다고 함이 명료하다. 독·이와 더불어 나아가는 길 말고는 길이 없다.전쟁은 독일측의 승리로 귀결될 것으로 믿는다.영국과 미국은 중일사변에 대해 우리의 지금까지의 대륙정책을 포기하도록 하고 있다.제국으로서는 그렇게 해서는 장래의 발전이 되지 않는다.그 결과 영국과 미국은 일본을 준적국화하고 장개석정권을 원조하고 있으며 가솔린등의 대일수출금지에 이르고 있다. (영·미와의 대결이 불가피하다면서)특히 노동력 보급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곤란을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지금의 탄광종사자 30수만명에 더해 시급히 약 4만명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다른 산업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쉽지 않다.국내 노동자 모집,조선 노동자 도입등에 관해 현재 응급 특별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아시아각지의 침략과 관련)예상되는 지구전에 대비해 남방경영에 의해 소요물자의 보급을 확보해 지구전체제를 정비하는 외에 길은 없다. ▷중일전쟁◁ 40년 2월 요나이 미쓰마사총리(해군장관출신) 상황보고.중경정권(장개석정권)이 항전을 계속하는 한 사변은 계속된다.(왕조명정권의 목적은)중경정권을 약화굴복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국제연맹탈퇴◁ 1933년 2월 사이토 마코토총리(조선총독역임)의 보고.(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립튼보고서를 국제연맹이 채택하면)동양평화의 확립에 대해 연맹과 소신을 달리하게 되므로 연맹과 협력할 여지가 없게 된다.…최후의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이 회의는 연맹이 보고서를 채택한 2월 24일보다 사흘 앞선 21일 열렸다).
  • “제2의 사강 출현” 불 문단 흥분

    ◎20세여학생 쥬스틴 레비,처녀작 「약속」 발표/철하거가 앙리 딸… 어머니 파멸 보는 소녀 그려 프랑스 문단이 40여년만에 전율하고 있다.프랑수아즈 사강이 「슬품이여 안녕」을 펴내 프랑스를 흥분시켰던 때가 18살이던 지난 54년.당시 프랑스 언론은 사강을 「무서운 어린 소녀」라고 극찬했다.그러나 올해 20세의 쥬스틴 레비라는 여학생이 41년만에 또 「무서운 어린 소녀」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철학가이기도 한 레비에게 「제2의 사강」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소설은 처녀작인 「약속」.이 작품은 사춘기의 소녀 눈에 비친 혼란과 파멸,지표없이 떠도는 심리를 잔잔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비는 어린이의 피어나는 꿈이 마약과 완전한 고독감 때문에 악몽으로 변하지 않는가 라고 기성세대에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그녀가 프랑스의 유명한 사상가이자 철학가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딸이라는 점에서 문단의 관심은 더욱 크다. 레비의 소설 「약속」에 나오는 주인공은 이제 갓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거친 18세 소녀 루이즈.루이즈가 대학가인 소르본느 광장 앞 한 카페에서 어머니와 만날 약속을 하는 장면에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루이즈는 어머니 앨리스와 1년만에 만날 약속을 했지만 앨리스가 약속시간에 늦는다.루이즈는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카페의자에 앉아 과거를 회상한다.어머니의 아름다움과 현란함 그리고 자신의 희망·불안함과 함께 어머니로부터 버려진 상황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친다.앨리스는 절망에 빠졌으면서도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약에 빠져들고 만다.결국 한 여인과 동거생활에 들어가고 딸 루이즈를 뇌리에서 잊어버린다. 앨리스는 우스꽝스러운 애인을 갖게됐지만 어린딸 루이즈는 어머니를 기다린다.루이즈의 생활은 어머니와 「약속」하지 않은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비평가들은 「약속」은 슬픈 이야기이면서도 다른 젊은 작가들처럼 경박하게 슬픔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주인공 루이즈가 어머니에게 오히려 어머니 역할을 하는 감동을 준다고도 평가한다. 일상의 다반사를 무리없이 잔잔하게 펼쳐,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인생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볼 정도라는 것이다.더덕더덕 화장을 한 여자친구,여자를 꼬시러 다니는 남자,담배냄새에 불평하는 여성 금연주의자,불평을 일삼는 남자친구들에 대한 묘사 등이 그렇다고 말한다.
  • 뇌물준 기업명단 이례적 공개/이 전노동 수사 안팎

    ◎거액 대출따른 관행적 비리에 쐐기/치밀한 「돈세탁」 넉달 추적,단서 잡아 26일 발표된 이형구 전노동부장관의 수뢰사건은 건국이래 처음으로 현직장관의 과거비리를 수사,사흘만에 구속시켰다는 점에서 「성역없는 검찰권 행사의 모범」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특히 현대자동차와 한국통신등 대형 사업장에서 노사분규가 한창인 상황에서도 주무장관을 구속하는 극히 이례적인 전례를 남기게 됐다. 검찰이 밝힌 수사의 전모는 산업은행 시설자금이라는 특혜성 대출을 둘러싸고 관행적으로 돈을 받아 온 한 고위공직자의 잘못된 윤리관과 「뇌물만 주면 만사형통」이라는 기업체의 비도덕적 행위가 어우러진 금융계비리의 전형이었다. 이원성 중앙수사부장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앞으로도 비리혐의자에 대해서는 직위와 시기를 불문하고 끝까지 수사해 사법처리할 것』을 분명히 하고 『깨끗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인사부터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같은 맥락에서 이 전장관 등에게 돈을 준 25개 기업체들의 명단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금융수뢰사건의 먹이사슬 관계에 있는 기업체와 금융기관의 상납구조를 뒤엎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검찰은 안병화 전한전사장사건 때 안씨에게 2억∼3억원을 건네준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이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을 참고자료로 삼아 3백만원에서 5천만원을 갖다 준 이들 기업체대표를 구속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수사는 특히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3인의 금융전문가」가 철저한 「돈세탁」 끝에 숨겨 놓은 돈을 금융수사의 최고 전문가인 대검 중앙수사부팀이 찾아내는 불꽃튀는 한판의 두뇌전이었다. 법망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금융계와 재계의 「뇌물커넥센」을 밝혀 내기 위해 김성호 중수부2과장을 주임검사로 한 수사팀은 가명계좌 3개를 실마리로 이에 연결된 40여개의 차명및 실명계좌를 샅샅이 뒤진 끝에 3명에게서 모두 5억여원의 돈이 오간 사실을 포착했다. 이 전장관은 재무부 이재국장과 경제기획원·재무부 차관을 지내면서 익힌 「돈세탁」의 비법을 유감없이 발휘했다.홍대식 산업증권사장과 손필영 산업리스사장도 마찬가지였다. 비자금계좌 추적에 투입됐던 수사관계자는 『내사 4개월동안을 추적에 매달렸으나 통장을 드나든 수표의 흔적도 남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깨끗하게 세탁돼 있어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절망감에 빠지곤 했다』고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수사팀의 단서는 덕산그룹부도사건수사 때 찾아낸 홍성그룹 박성철 회장이 만든 것을 포함한 가명계좌 3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김용학」「나오미」등 명의로 개설된 이 계좌를 통해 드나든 수표를 끈질기게 추적·역추적한 끝에 꼬리를 잡은 것이다.
  • 「낙법­놀이·33」으로 본사제정 공초문학상 수상 홍윤숙 시인

    ◎“나이 70에 받는 복된 선물 기뻐요”/47년 등단… 인간의 아픔 보듬어 안는 자세로 시작 『나이 칠십 먹어 새롭게 상을 타려니 공연히 쑥스럽네요.하지만 제 문학 일생에 주시는 복된 선물로 알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서울신문사가 제정한 공초문학상 제3회 수상자로 선정된 홍윤숙(70)시인은 마냥 기쁘기보다 옷 매무시를 가다듬게 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지난 47년 스물셋 나이로 시단에 데뷔,끊일듯 끊일듯 이어온 문학과의 인연이 어느새 50년이 다 되었다.문학과 함께 젊은 날과 중년을 보내고 문학에 기대 황혼을 맞게 된 셈.오랜 나날의 두터운 온축으로 시인은 이제 기쁨과 슬픔에도 큰 진폭으로 흔들리지 않는 무심의 영토에라도 들어선듯 하다. 『물론 상을 타면 좋기 한량없지요.하지만 우리 문학하는 사람 가운데 상받으려고 글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우리는 목소리가 우러나는 대로 그저 시집을 쌓아가는 것 뿐이고 그러다 찾아오는 상이란 뜻밖의 횡재같은 것이지요』 그러나 시인의 시세계는 수굿하고 초연한 평상시의 모습과 전혀다르다.그의 시는 사람으로 태어난 아픔을 누구보다 크게 앓으면서도 흠집난 그 삶을 결국 품어안고 마는 「치열한 사랑」의 세계다.시인의 이런 실존적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기는 이번 수상작「낙법­놀이·33」도 마찬가지.사람된 삶의 아픔을 터득했기에 「돌무더기 무너지는 아슬한 석양의 벼랑에 서서 떨어지는 모과의 향기를 아름답게」 느끼는 역설이 가능한 것. 『젊을 때는 사는 일에 허덕여 나이 먹고 났을 때를 챙겨볼 여가가 없지요.그러나 막상 인생의 하류에 당도하고 보니 그때 그렇게 허둥대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회한이 절로 밀려오데요.담담하게 고백하는 심정으로 시를 썼어요.인생에 자신만만한 구두점을 찍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시를 포함,놀이 연작시 65편 등 78편을 수록한 시집 「낙법놀이」는 「낙화」의 아찔한 절망감과 싸워온 시인의 삶의 자취다. 이처럼 지난날을 회한속에 돌아보는 시인이지만 젊은 작가들에겐 너그러운 점수를 주고 싶단다. 『요즘 작가들의 실험적인 시나 소설들을 나름대로 뜻있다고 생각합니다.문학이란 본디 다양성을 먹고 자라는 것 아니겠어요.하지만 마지막엔 문학의 본원적인 자리,원형으로 돌아가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제가 써온 정통시만이 유일한 원형은 아닐테지만 결국 문학도 고향을 꿈꾸니까…』 최근엔 윤대녕의 「은어낚시 통신」을 재미있게 읽었다고.후배의 작품에 대해 『단순한 듯하면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소재와 시각이 산뜻했고 필치도 신선했다』고 촌평한다.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탤런트를 갖고 있고 우연한 계기로 이것이 싹트면서 삶의 길을 결정하는 것 같다』는 시인은 『지나고보니 나도 스스로의 선택보다는 우연에 더 큰 부채를 진 것 같다』고 문학에 꿈을 품었던 스무살 무렵을 에둘러 회고했다. 『아무튼 문학이 없었으면 뭘 먹고 살았을지 막막해요.글쓰는 것 빼고는 재주라곤 없었으니….다시 태어나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겠지요』 「독실한」이라는 단서를 접고 카톨릭 신자라고 밝히는 홍시인은 『늘 회의하고 구속에 투덜거리는 「불량」신앙인이었다』면서도 『이처럼 끊임없이 묻고 싸웠기에 오히려 절대자에게 한발 더 다가갈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나이에 욕심이 있다면 그건 허욕일테지요.그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쓸수있는 데까지 쓸 생각이에요』 무성했던 잎을 떨쳐버리고도 거칠 것 없이 곧게 선 겨울나무와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시인의 문학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이다. ◎심사평/40여년 쓴 작품서 묵은 포도주 향기/수상작 「낙법…」뛰어난 상상력 발휘 시인 홍윤숙이 우리 시단에 등장한 것은 19 50년대 중반기로 알려져 있다.그러니까 이 시인의 시력은 줄잡아도 40년이 넘는다. 한 시인이 오랜 세월 시작활동을 했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긍정적인 각도에서 볼때 그의 시는 오래 묵은 포도주처럼 좋은 방향을 가질수 있다.그러나 이런 경우 끼어 들 수 있는 부작용도 생각될 수 있다.자칫 그의 시가 안이해질지도 모른다는 부정적 그림자가 그것이다. 시인 홍윤숙은 후자와 같은 우리 생각을 문자 그대로 기우에 그치게 하는 경우다.오랜 시력에도 불구하고 사물을 포착하는 그의 눈길은 여전히 매섭고 맵짜다.또한 그것을 도마위에 올려 요리하는 손길 역시 날래고 훌륭하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수상작으로 추거된 「낙법놀이」에는 한국시단이 가져야 할 좋은 시의 또하나 자격요건이 내포되어 있다.널리 알려진대로 현대에 와서 시는 서정시를 가리킨다.그런데 서정시는 그 속성이 사적인 세계를 노래하는 것과 함께 형태가 축약적인데 있다.이런 속성 때문에 서정시는 자칫 편향된 노래가 되기 쉽고 소수 호사가들의 애장품으로 떨어질 공산도 크다. 그런데 시인 홍윤숙은 그런 부정적 가능성을 정서의 보편성 확보로 극복했다.또한 신선한 시상제시로 그의 시가 많은 사람에게 애송될 수 있게 해주었다.특히 「낙법­놀이·33」에서 시인 홍윤숙은 모과향기의 「낙하」를 우리 자신의 한계의식과 일체화시키기에 성공했다.이 기법,상상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이번 수상을 축하한다.
  • 독 건설업체/외국인 노동자로 “몸살”

    ◎「저임 무기」일자리 33% 차지… 독인실업 유발/외국 하청업체도 “밀물”… 부도율 20% 늘어 최근 베를린 중심가 프리드리히 슈트라세의 선술집인 「오스카 와일드」 매상은 부쩍 늘어났다.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아일랜드와 영국 노동자들이 몰려들어 몇시간이고 「풋볼」을 시청하면서 맥주를 마셔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와 상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베를린의 어디에서나 감지되고 있는 건설붐을 타고 등장한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독일인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이들의 값싼 노임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독일인이 늘고 있어서다. 독일의 건설투자는 지난해 구서독 지역에서 4.1%,구동독지역에서 15.2%나 증가하는등 독일전역에서 활황세를 보여 극심한 인력난을 보이기 시작했다.그러나 묘하게도 이같은 「번영」의 혜택이 독일 건설업체와 독일 노동자에게 돌아가지는 않았다.오히려 저임 외국인 노동자와 하청업체의 수입으로 국내업체가 도산해 실업자가 속출해 선술집 오스카 와일드에 북적대는 외국인들을 달갑게 생각하는 독일인은 얼마되지 않는다.지난해 독일에 합법적으로 취업한 외국인 건설노동자는 유럽연합(EU)출신 합법취업자 10만명과 특별할당제에 의해 취업한 폴란드,체코 공화국등 비유럽연합 출신 3만명이다.그러나 불법입국자 40만명 및 독일업체에서 독일인과 같은 조건 아래서 취업한 15만명등을 포함해 외국인 노동자는 독일의 건설부문 총 노동력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그만큼 독일인들은 일자리를 잃었다는 말이 된다. 건설부문 실업률은 동·서 양독에서 각각 10%선에 육박하고 있으며 지난해 도산한 업체만 1천9백개에 이른다.이같은 도산율은 한해전에 비하면 20%나 늘어난 수치다.이는 외국건설업체가 저임노동력을 무기로 독일업체의 하청업체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에 빚어졌다. 독일이 요구하는 자격증을 갖춘 외국인 기능공의 임금은 영국인이 시간당 15마르크(약 8천원)를 받는데 이는 독일노동자 임금의 3분의 2가 못된다.주로 하청업체로 진출한 포르투갈 회사에 고용된 포르투갈 노동자는 영국인의 절반 수준인 7마르크쯤 받는다. 때문에 하청업체를 이용하기에는 규모가 작고 그렇다고 「틈새시장」에 숨어들기에는 덩치가 좀 큰 중소기업들의 도산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이 문제의 해결은 곧 기업도산 및 실업증가,그리고 특유의 외국인 혐오증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독일은 이 문제를 취업당일부터 독일 임금기준을 적용함으로써 해결한다는 입장이다.이는 EU국가 노동자를 채용한 건설업체에게 현지임금 적용을 의무화한 EU의결 사항과 프랑스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인력수출국들은 법적용시기를 외국근로자들의 체류 4∼6개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강력히 맞서고 있는데다 다음달 29일로 예정된 29차 유럽사회장관회의에서 적용시기를 취업 한달 뒤로 정한 유럽집행위의 타협안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독일은 절망반 희망반이다.
  • 노사화합이 외국인투자 부른다/황광하 서울대교수·경제계획론(시론)

    정부는 제15회 신경제 추진회의에서 외국인투자의 적극유치를 위해 지자체의 외국인 기업유치에 대해 중앙정부지원을 확대하고 광주 평동외국인전용공단의 입주조건을 개선하고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예외를 인정하고 대일투자유치 사절단의 활동을 강화하고 우수외국인력의 체류상한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투자유치촉진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91년을 정점으로 답보상태에 놓여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대책이라고 본다.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고 이는 신기술개발이나 고도기술 도입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외국인 직접투자는 선진기술을 도입하는 유용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 외국인 투자유치가 활성화되려면 정책수립에 있어서 외국기업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떡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외국기업이 해외투자에 적극적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일본을 위시한 선진제국이 국내의 노동력 부족과 높은 임금수준 때문에 해외생산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특히 과거의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산업 뿐만아니라 고부가가치산업의 생산거점 이전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부품수출·단순조립의 생산거점형이 아닌 상품수출을 대체하는 시장접근형이 증가하고 있다.더욱이 일본은 엔고 때문에 불가피하게 해외생산확대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해외투자는 분명 증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해외투자지역으로 우리나라를 선택할 것이냐가 문제다.일반적으로 말한다면 투자국과 도입국의 산업구조,경제 발전단계 및 여건,국제 경제관계,기업의 경쟁관계 및 전략,정부의 산업·기술정책 등이 해외투자지역선정에 기준이 되고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한마디로 투자환경이 좋은 나라를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 외국기업이 본 한국의 투자환경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임금·지가 등 높은 생산비용,높은 금융비용 및조달의 어려움,노사분규에 대한 우려,각종 행정규제 및 법제도 운영의 불투명성,그리고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의식이 그것이다.그리하여 생산비면에서는 후발개도국에,투자환경에서는 선발개도국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그러나 노동력의 질적 수준,경제의 기반구조,국내시장규모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많으므로 이를 잘 홍보하는 한편 투자장애요인을 제거내지 축소시켜나간다면 해외투자 유치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 이번 정부조치로 몇가지 불리한 여건이 제거될 수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화합을 통한 산업평화의 정착,안정적인 사회분위기의 조성과 외국기업에 대한 국민의식의 전환이다.우리가 외국에 진출하려고 할 때 그 나라의 노사관계가 불안하다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는가.또한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부드럽지 못하다면 생산거점을 그곳으로 이전하겠는가.이제 세계속의 한국을 생각할 때가 되었으니 우리도 선진형 노사관계의 정착을 앞당기고 세계인의 의식구조를 갖추어야 하지 않겠는가.이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많은 외국기업이 다투어 우리나라로 올 것이고 그래야만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산업,기업을 선택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그런 연후에 이들을 통해 우리 기술능력을 제고하고 외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용태세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노사화합과 의식개혁 모두 정부보다는 국민의 노력에 달렸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이를 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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