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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수도 위헌결정 논란

    여야는 12일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의 정당성 여부와 대안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헌재의 결정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집중 성토하면서 정부측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헌재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정치헌재’‘수구헌재’‘사법쿠데타’라고 격한 표현을 써가며 헌법재판소를 비난하고는 “위헌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21일은 사법상국(司法傷國)의 날”이라고 성토했다. 이 의원은 “위헌이라는 정치적 결론부터 내려놓고 법의 문외한이 듣더라도 궤변투성이의 관습헌법 논리를 동원했다.”며 “대전시민과 충청도민들의 좌절과 절망, 분노와 허탈을 상상이라도 해봤느냐.”고 추궁했다. 그가 준비한 원고에는 “헌재 재판관 7명은 사퇴하라.”며 위헌 결정에 찬성한 7명의 이름까지 명시했으나 막상 대정부 질문에서는 지도부의 설득에 따라 이 부분만은 거둬들였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도 과거 정권에서 판사를 지낸 점을 들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구식 의원은 “정부·여당이 위헌 결정을 이유로 헌법재판관 전원의 인사청문회를 추진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내는 보복입법을 하는 것이 법치국가에 맞는 행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선교 의원은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붙여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조배숙 의원은 “듣도 보도 못한 관습헌법의 논리로 서울공화국을 벗어날 길이 막혀버렸다.”고 개탄했고, 충북 제천·단양 출신인 서재관 의원은 “충청인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공황과 경제적 혼란을 치유하는 특단의 대책이 뭐냐.”고 따졌다. 답변에 나선 이해찬 총리는 “정부 내에 후속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며, 헌재의 결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빠른 시일에 마련하겠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기본적인 방향을 잡으려고 하며, 국회와 협의해 최종적인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종합부동산세 이정도는 부담하자

    세율을 1∼3%로 하는 것으로 종합부동산세의 정부안이 확정됐다. 국세청 기준시가로 9억원이 넘는 주택이나 일정액 이상의 나대지, 사업용 토지를 가진 사람들은 몇십만원 이상 새로운 세금을 뜬금없이 내게 됐다. 집을 팔아 돈이 생긴 것도 아닌데 소유하는 죄로만 수십만, 수백만원을 새로 내라고 하니 조세저항을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부의 양극화서 비롯된 사회적 긴장의 완화나 건강하지 않은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이런 정도의 부담은, 가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올 7월기준으로 아파트 250만가구가 기준시가 1억원미만이라고 한다.1억원에서 5억원 미만도 270만가구로 집계되고 있다.5억원이상 아파트는 20만가구 미만이다. 기준시가가 낮기 마련인 다세대와 일반주택을 포함하면 국민의 절반이상이 기준시가 1억원미만의 주택에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대해 품게 될 절망감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지난 대선때 야당후보의 큰 패착중의 하나가 여당후보의 수도이전 공약에 맞서 “서울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대다수 국민의 거주형편과 집값에 대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을 것이다. 집값에 얽힌 불평등과 감정은 폭발성이 강한 사회적 과제다. 종합부동산세가 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나라당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보유세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세율을 낮추거나, 기준액을 올리는 시도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보다는 유독 종합부동산세에만 가구가 아닌 사람으로 과세하는 이상한 기준을 바로잡아 형평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준부유세인 종합부동산세가 가진 사람들을 더 편케 할 것이란 믿음을 가졌으면 한다.
  • 儒林(220)-제2부 周遊列國 제5장 喪家之狗

    儒林(220)-제2부 周遊列國 제5장 喪家之狗

    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겉으로는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는 ‘섭공호룡’의 고사는 오늘의 현실 정치에도 적합한 비유일 것이다. 겉으로는 용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하면서 진짜 용이 나타나자 혼비백산하여 도망친 섭공처럼 겉으로는 백성을 좋아한다, 백성을 위한다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취하는 권력의 속성은 진짜 백성의 고통과 백성의 실체가 드러나면 도망쳐 버리는 정치가들의 허명(虛名)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 고사에서 알 수 있듯이 섭공 역시 진실된 사람이 아니라 허례를 좇는 지도자일 뿐이었다. 섭공은 공자 일행이 자신의 영토에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먼저 공자의 제자인 자로를 불러들였다. 소문으로만 듣던 공자를 실제로 만나기 전에 제자를 통해 공자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기 위함이었다. “그대는 공자의 제자인가?” 섭공의 질문에 자로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럼, 묻겠으니 그대의 스승 공자는 어떤 사람인가?” 이에 ‘자로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라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공자의 제자 중에서 가장 용감하고 바른말을 잘하던 애제자 자로가 섭공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 이유는 대충 두 가지로 추정되는데, 그 무렵 자로는 7년에 걸친 가시밭의 나그네 길에서 절망하고 지쳐서 어쩌면 스승 공자에 대한 불만이 내심 싹텄을지도 모른다는 이유가 첫 번째이고, 실제로 스승의 능력에 대한 회의를 느껴 반신반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인 것이다. 인류의 스승인 공자와 제자들 간의 갈등은 똑같이 예수와 제자들 간에도 되풀이되는데, 예수가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며, 이 빵을 먹은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라고 선언하자 제자들은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하고 수군거리며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요한은 이때의 장면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았다.” 인류의 스승인 공자와 예수의 종교와 사상도 이렇듯 제자들 간의 갈등 속에서 더욱 완성되고 심화될 수 있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가까운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라는 예수의 말은 진리인 것이다. 자로가 섭공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 들은 공자는 몹시 섭섭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권력자들과 혼란한 정세 같은 외부적 상황에 의해서만 박해를 받았는데 마침내 우려했던 대로 같은 집안 식구인 제자들 간의 불화가 시작된 것을 깨달았을 때 공자의 심정은 참담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이를 내색하지 않고 자로를 불러 다음과 같이 타이른다. “너는 왜 섭공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스승의 사람됨은 도를 배우기에 게으르지 않고, 사람 가르치기를 싫어하지 않고, 도를 즐기기를 밥 먹는 것을 잊을 정도이며, 또한 가난을 근심하지 않아 어느새 늙어 노년에 이른 것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제자와의 불화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였다. 특히 직선적인 자로는 후반기에 접어든 공자의 주유열국시대 때 사사건건 스승과 부딪치는 것이다. 마치 베드로가 스승 예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배신하였듯 이 무렵 자로 역시 스승과 서너 차례에 걸쳐 노골적인 반목을 빚게 되는 것이다.
  • 윤성희 두번째 소설집 ‘거기, 당신?’

    윤성희 두번째 소설집 ‘거기, 당신?’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의 덕담을 푸지게 들어온 작가 윤성희(31)가 새 소설집 ‘거기, 당신?’(문학동네)을 펴냈다. 2001년 첫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으로 문학적 좌표를 굳힌 작가는 새 작품에서도 기왕에 꺼냈던 얘기를 마저하기로 한 듯하다. 데뷔작에서 그랬듯 주인공들은 여전히 이렇다 할 희망없이 지리멸렬한 일상을 부유한다. 그들 주변부를 들춰내는 작가의 필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과장없는 문장, 생략의 묘미를 살린 상황묘사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섬세하고 또 따습다. ●‘레고‘ 이후 발표한 단편 10편 묶어 소설집은 그동안 띄엄띄엄 발표해온 단편 10편으로 묶였다. 첫번째 단편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를 통해 작가는 전작(‘레고로 만든 집’)을 의도적으로 오버랩시키며 못다한 이야기의 끝말을 이어붙였다. 지진아 오빠와 무능한 아버지가, 이번에도 불운의 가족구도를 빌려 엇비슷한 모양새로 환생했다.‘나’를 낳다가 죽은 어머니, 어려서 사고로 죽은 쌍둥이 언니, 집을 나가 죽어버린 아버지. 혼자 남은 ‘나’는 우연히 열차 칸에서 만난 가출 여고생 Q,W와 만두가게를 차린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궁핍, 소외, 고독 등의 초라한 이미지로 덧칠됐다. 그럼에도 그들을 향한 작가의 연민은 번번이 각별하다. 보물찾기에는 실패했으되 나와 여고생 친구들은 만두가게에서 함께 모여 살고(‘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밤마다 세금고지서들의 사연에 귀기울이는 ‘그’와 누군지도 모르는 그를 기다리는 ‘그녀’는 스며들듯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거기, 당신?’), 여자친구의 알 수 없는 마음을 찾아 서가의 책을 뒤지는 ‘갈매기’와 도서관 사서 ‘그녀’가 어느새 의기투합하기도 한다(‘그 남자의 책’). 소외된 인물들에 천착하면서도 작가는 주인공들 혹은 독자들에게 종국에는 치열한 생의 의지를 품게 만든다. 문학평론가 소영현은 “윤성희 소설의 궁극적 지향은, 고독한 존재들의 숨은 사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절망을 유머화하는 인물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시대의 ‘주변인의 주변인’들을 위무하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위무의 문학’ 소임 다한 글쓰기 곤고한 세상살이에 대한 위무가 문학의 한 기능이라면, 작가의 글쓰기는 소임을 다한 듯하다. 길눈이 어두운 독자라도 상관없겠다. 작가가 펼쳐 보이는 ‘위안의 지도’는 복잡하지 않다. 맨눈으로 샛길까지 찾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다. “…배가 부르다고 생각하니 쓸쓸하다는 생각은 조금씩 옅어졌다. 사람들은 그래서 밥을 먹나봐…”(‘봉자네 분식집’)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오늘의 눈] 매맞는 운동선수들/최병규 체육부 기자

    10일 세계 최강의 한국 여자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밝힌 코칭스태프의 구타 사실은 분노를 넘어 오히려 안쓰러울 정도다.“차라리 죽고 싶었다.”는 대목에선 한숨조차 내쉬기 어려운 절망감마저 앞선다. 이같은 체육계 일선 지도자들의 구타 관행은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리지 않고 심심찮게 이어져왔다. 게다가 겉으로 불거진 사실뿐만 아니라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코칭스태프와 하나된 생각에 남모를 고통속에 숨겨진 사건들은 무수히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체벌 수위를 훨씬 넘어선 구타와 언어 폭력, 철저한 사생활 감시가 횡행한 것은 체육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성적 지상주의’ 앞에서는 묻혀버린 것이 사실이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라면 혹독한 훈련과 어느 정도의 체벌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는 선수들에게도 배어있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이 겪는 비인격적인 구타 행위는 몇십개의 금메달과 하늘을 찌르는 명성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상처다. 2년전 프로야구의 한 감독은 선수를 나무라다 방망이로 머리를 쳐 여섯 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혔는가 하면 지난 아테네올림픽 여자유도 감독은 폭행에 가까운 동작을 취하다 국제적인 망신을 산 것이 최근 대표적인 불미스러운 사례다. 일선 지도자들의 자성과 노력으로 예전보다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 스포츠의 가부장적 정서 탓이다. 그러나 선배가, 윗사람이 시키면 무조건 따라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제 설득력이 없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경기력 향상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목표를 제시해 주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 운동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데 있다.”면서 “무엇보다 지도자와 선수들간의 쌍방향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한국체육과학원 이한규 박사의 충고는 일깨우는 바 크다. 최병규 체육부 기자 cbk91065@seoul.co.kr
  • [열린세상] ‘도량의 정치’를 배워라/강형기 충북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구막부군(舊幕府軍) 부총재 에나모토 다케아키(夏本武揚)는 8척의 군함에 2000여명의 반정부군을 태우고 에도만(江戶灣) 시나가와(品川)기지를 은밀히 탈출했다. 목적지는 홋카이도의 하코다테. 막부 충성파들을 홋카이도로 모아 공화국을 수립하고 힘을 키워 메이지(明治) 정부를 타도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일부에서는 신 정부군에 저항하던 지방세력들이 있긴 했지만 그러한 세력도 대부분 항복해버린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불모지 홋카이도를 개척하여 곤경에 빠진 막부의 추종자들을 위한 터전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에나모토를 토벌하기 위한 정부군이 하코다테에 진입하면서 치열한 전투는 시작되었다. 삭막한 홋카이도에서 턱없이 부족한 물자와 지친 패잔병들을 데리고 정부군과 대치한 지도 벌써 7개월째. 승산도 없는 전투가 계속되면서 새 공화국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었다.8척의 함선을 모두 잃고 이제 남은 3개의 거점도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는 에나모토에게 토벌군 대장 구로다 기요다카(黑田淸隆)가 항복을 권해왔다.“관대한 처리를 할 것이니 무익한 저항을 중지하라.”는 것이었다. 에나모토는 답장을 보냈다.“뜻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끝까지 싸워 뜻을 보전하겠다. 다만, 다음 두 가지 사항은 부디 들어주기 바란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관대히 처리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전쟁으로 소실되어서는 안 될 귀중한 책의 원고를 보내니 부디 일본을 위해 활용해주기 바란다.” 반군대장 에나모토는 자신이 네덜란드에 유학했을 때부터 애독하던 책 ‘海律全書’의 원고를 “내 몸은 없어지더라도 이 책은 국가를 위해 남겨야 한다.”며 토벌군 대장에게 보냈다. 국제해양법과 외교에 대한 지식은 섬나라 일본이 살아가는 데에 절대적인 무기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후의 결전은 치열하고도 참혹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용맹한 부하들은 하나 둘씩 죽어갔다. 이런 가운데 정부군 대장 구로다가 “오랜 진중 생활에 얼마나 노고가 많습니까? 둘도 없는 귀한 책을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내 주신 책은 천하에 공포하여 큰 뜻에 부응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술 다섯 말을 보내 왔다. 에나모토는 지친 병사들에게 술잔을 돌렸다. 지친 그들을 위로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최후의 결별을 위한 자리였다. 그는 이미 “부하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죽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부하들을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항복한 에나모토는 전쟁포로로서 감옥에 갇혔다. 최후까지 저항한 반란군 수괴 에나모토에 대한 재판에서 사형은 당연히 예측된 것이었다. 그러나 에나모토의 구명을 위해 제일 먼저 나선 것은 그를 토벌한 대장 구로다였다. 그들은 서로 목숨을 걸고 전투를 했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목적은 같았기에 서로를 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구로다의 구명운동은 주효했고, 이후 에나모토는 메이지 정부에서 해군장관, 체신부 장관, 농상공부장관, 외무부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메이지 시대 최고의 행정가로 수완을 발휘했다. 아시아의 작은 국가 일본을 세계의 국가로 도약시킨 배경에는 이처럼 인재를 등용하는 메이지 지도자들의 도량(度量)이 있었다. 도량의 정치는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를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한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재가 필요한 자리에 등용되어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는 번영한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재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대단한 일은 인재를 알아보고 등용하는 것이다. 도량의 정치는 대의(大義)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운 사이라 할지라도 지향하는 목적이 같다면 그 수단은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그 수단을 조정하기란 정말 어렵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최근 우리 사회와 정치가 이런 모습으로 가고 있다.‘나는 저 사람이 싫다. 그래서 저 사람이 하는 일은 다 싫다.’는 식으로 정치와 정책을 평가하는 위기의 사회가 되고 있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 부시재선 절망 美20대 자살

    역대 어느 선거보다 국론을 극단적으로 양분시켰던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재선에 절망한 20대 젊은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미 조지아주 애선스에 사는 앤드루 J 빌(25)이라는 청년은 6일 아침(현지시간)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건물터 안쪽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빌의 옆에는 자살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산탄총이 놓여 있었다.WTC 옆에 위치한 밀레니엄 힐튼 호텔의 경비원이 유리창을 통해 빌의 시신을 발견,WTC 일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항만청에 신고했다. 빌의 어머니는 “아들이 대선 결과에 잔뜩 화가 난 채 뉴욕으로 차를 몰고 갔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빌의 직장 상사인 매리 앤 모우니는 “그가 항의를 하기 위해 자살한 것으로 믿는다.”면서 “그가 목숨을 끊은 장소가 WTC 부지였다는 점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빌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빌은 조지아대학의 여론조사센터에서 6년 동안 근무해 왔다. 그의 동료들은 빌이 유능하고 밝은 성격의 젊은이였으며, 평소 정치와 관련된 얘기를 하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곧 결혼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높은 철조망에 둘러싸여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고 있는 WTC 부지에 빌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속 수능잡기] 인생은 아름다워

    한창 자신의 미모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딸이 엄마 A에게 묻는다.“엄마 나 예뻐? 사실대로 말해 줘.” 엄마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마음먹고 딸에게 답한다.“네 두 눈은 비대칭인 데다 대한민국 평균보다 현저하게 작다. 쉽게 말해서 ‘새우눈’이지. 코는 약간 정면을 향해 들렸는데 그런 코를 ‘들창코’라 한단다. 게다가 너의 입술을 보렴. 상당히 두껍고 그 끝은 밑으로 처져 있어. 턱이나 뺨 등의 선은 각져 있지. 또 너의 피부는 매끄럽지 못한 데다 군데군데 잡티가 있지 않니. 이를 감안할 때 너의 얼굴은 대략 40점 정도라고 할 수 있단다.” 같은 질문에 엄마 B의 답이다.“우리 딸보고 누가 밉다고 그러니? 그런 사람 있음 나와 보라고 그래. 세상에 내 딸 미모보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장님이야, 장님! 우리 딸만큼만 돼 보라고 해봐.” 냉정하게 따져서 엄마 A는 사실을, 엄마 B는 거짓을 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을 말한 엄마A의 말에 딸은 기분이 우울하고 야속하다. 그런데 엄마B의 말을 들은 딸은 사실이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다. 어떤 현상이 객관적 상황과 일치할 때 우리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거짓’이라 한다. 상식적으로 사실은 거짓보다 우월한 가치를 가진다. 거짓은 폐기처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모든 거짓이 폐기처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아닐지라도 진정과 사랑이 담긴 ‘진실’도 있는 법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들과 함께 수용소로 끌려간 아버지 귀도는 아들 조슈아에게 전쟁을 게임이라고 속인다. 순진한 아들은 전쟁을 1000점을 먼저 따면 1등상으로 탱크를 받게 되는 게임이라고 믿는다. 조슈아는 1000점을 따기 위해 숨바꼭질 게임에서 독일군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끝까지 숨는다. 이 영화에서 아들을 살린 것은 아버지의 ‘거짓말’이었다. 만약 사실을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엄마 A가 딸에게 사실을 말했을 때 딸이 슬픔과 분노를 느끼듯,‘사실’은 어린 조슈아를 절망과 낙담 속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진실’은 어린 조슈아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생명을 열어주는 거짓으로서의 진실, 바로 그것이 예술은 아닐까. 처녀가 아이를 낳았고, 모세가 홍해를 갈랐다는 종교, 전쟁을 게임이라고 말하는 영화, 물에 빠진 심청이가 왕비가 되었다는 소설, 이 모두가 허구요 가상이다.(물론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소설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허구와 가상에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힘이 있다. 과학자나 수사관이나 기자처럼 사실을 왜곡 없이 밝히는 작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삶에 있어서 사실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만이 중시되는 세상은 ‘멋’이 없다. 과장도 있고 엄살도 있고, 때로는 그럴싸한 왜곡도 있는 세상이 오히려 살 만하지 않을까. 세상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시, 조르지오 칸타리니 주연,1997년작. 김보일 서울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美 대선후 加이민사이트 접속 6배 증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실망한 적지 않은 미국 젊은이들과 민주당원 등이 미국을 떠나려 한다고 미국의 정치 웹사이트 ‘슬레이트 닷 컴’이 7일 보도했다. 분열된 국론과 상대방에 대한 혐오가 선거 뒤 누그러지기는커녕 더 커지면서 각종 후유증 등 ‘선거후 증후군’이 증폭되고 있다. ‘슬레이트 닷 컴’은 “가자 북으로, 젊은이들이여”란 기사에서 “선거 다음날 캐나다 이민사이트는 평소보다 6배가 많은 17만 9000명의 방문객이 접속했으며 대부분 미국인이었다.”며 “전과 달리 이들은 정말 심각하게 이 나라를 떠나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낙담한 케리 지지자들은 이 웹사이트에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들과 결별하자며 연방 탈퇴까지 거론하는 글을 올려 선거 후유증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이런 반응은 선거결과 ‘전쟁광’ 부시가 재집권하게 된 데다 미국 사회가 유례없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절망감’때문. 특히 종교적 엄숙주의와 독선적 도덕주의의 부상으로 미국사회의 자유와 다양성이 훼손되고 ‘답답한 단세포의 나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대선과 함께 실시된 주헌법 개정안 주민투표에서 오하이오, 유타 등 11개주가 동성결혼을 금지하기로 해 동성애자들이 캐나다 등으로 이민을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케리를 지지했던 뉴욕타임스(NYT)는 6일자 사설을 통해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채택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공화당이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 신앙과 가족의 가치를 믿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다면 그건 우리 잘못”이라고 민주당의 재기 노력을 강조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열린세상] 도덕적 가치가 우선한 美대선/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막스 베버는 “정치인이 깨끗한 영혼을 지니고 살아가기는 힘들다.”고 갈파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한때 정치인을 힐난하는 난센스 퀴즈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04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느낀 소감은, 정치인이 직업으로서 괜찮은 것이라는 점이었다. 정치인이 갖춘 자격과 능력보다, 그리고 그들이 투자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케리의 도전이 좌절되고, 부시의 집권 2기가 확정되었다. 한국에서의 실망과 환영 못지않게, 미국에서의 절망과 환호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만큼 중요한 선택의 현장이었고, 치열한 결전의 무대였다.1960년 63%의 투표율 이래 가장 높은 투표참여율을 기록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시한 선택의 기준은 도덕적 가치와 경제, 그리고 테러리즘이었다. 유권자의 22%가 도덕적 가치,20%가 경제,19%가 테러리즘을 가장 중요한 투표의 기준이라 지적하였다. 경제문제가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전통적 쟁점이었다고 한다면, 도덕적 가치와 테러리즘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미국 유권자들이 이야기하는 도덕적 가치란 낙태, 동성간 결혼, 줄기세포 실험, 가족에 대한 인식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공화당 부시 후보는 낙태와 동성간 결혼, 줄기세포 실험에 반대하고 전통적인 가족의 유지를 중시하는 입장이었다.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유권자의 79%가 부시에 표를 던졌고,18%가 케리를 지지했다. 아직, 미국사회는 전통적 개념의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으로 확증된 셈이다. 테러리즘과 전쟁 역시 중요 논점이었다. 어찌 보면,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중단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투표적 성격을 갖는 대선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부시는 ‘강력한 리더’를 자임하며, 테러에 대한 강경 대처와 국민의 안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민주당 케리 후보는 이라크 전쟁을 부시 대통령의 실수로 시작된 것으로 몰아붙였다. 전쟁의 명분으로 제시된 대량 살상무기가 이라크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국제적 연대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라크 전쟁에 동의하는 유권자가 49%, 동의하지 않는 유권자는 47%였다. 근소한 차이지만 전쟁에 대해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유권자가 다수이고, 전쟁이 진행 중인 현실 속에서 전쟁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은 무리였다. 국가안보라는 문제에 부딪쳐서는 득볼 것이 없는 민주당의 태생적 딜레마를 여지없이 보여준 선거였다. 11월2일 선거를 마치고도 또다시 혼란의 가능성이 우려되었던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미국의 선거제도에 기인한다. 미국의 대선은 일반국민이 하는 투표(popular vote)로 선거인단이 선출되고, 이들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 선거(electoral vote)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일반 국민이 하는 투표에서의 지지율과 선거인단이 하는 투표에서의 지지율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각 주의 정치적 자율성과 독자성을 극대화시키고자 과반을 점유한 후보측이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차지하는 제도를 택하고, 일반 대중의 민도를 신뢰하지 않았던 시대에 간선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초래되는 혼란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투표제도와 장비가 각 주마다 크게 달라 분권적으로 다양하게 투개표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투표방식과 개표기기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지지율이 팽팽할 경우 당락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오후 2시(한국시간 4일 새벽 4시) 패배를 인정하는 케리의 연설로 혼란에 대한 우려는 거두어졌다. 케리의 연설은 감동적이었다. 원고를 보지 않고 자신의 비전과 희망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갈라진 유권자를 통합해야 하는 과제가 부시 대통령에게 남겨졌다. 일반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 모두에서 승리하고, 집권 2기를 맞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유심히 살펴볼 차례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 김명인 리얼리즘? 自明한 것과 결별하라

    김명인 리얼리즘? 自明한 것과 결별하라

    70∼80년대를 거치면서 소진된 것으로 여겨졌던 리얼리즘 논쟁이 ‘논쟁은 아무리 지독한 것이라도 좋다.’는 용인의 그늘에서 다시 불씨를 지필 태세다. 진보적 문학평론가이자 황해문화 편집주간인 김명인(국민대 대학원 겸임교수)씨가 최근 출간된 자신의 세번째 평론집 “자명한 것들과의 결별’(창비 펴냄)에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개념의 오랜 상호의존적 이항대립은 사실 역사적인 것에 불과하기에 자명성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이 논쟁을 새삼 다시 들춰낸 것이다. ‘자명성의 감옥’이라는 소제목을 붙인 글에서 저자는 그간의 경위를 이렇게 짚는다.“90년대 초반,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제를 둘러싼 리얼리즘론자들 내부의 추상 수준 높은 논쟁이 썰물처럼 급격히 빠져나간 뒤…그리고 그런 경향은 일부 리얼리즘론자들의 꾸준한 단속과 경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최근에는 이른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회통’이라는 명제가 제출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적 유물론의 인식체계와 관련된 강한 역사의식과 총체적 세계인식의 보유’를 리얼리즘론의 강점으로 꼽은 저자는 “90년대를 경과하면서 통시적 역사인식에서도, 공시적 세계인식에서도 돌아갈 정처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리얼리즘론은 확실히 일종의 답답한 동어반복이 되고….”라며 현실적으로 드러난 리얼리즘론을 ‘벌거벗은 임금님 꼴’에 견줬다. 그가 주목한 점은 그런 리얼리즘론의 부활. 저자는 ‘창작과 비평’ 지난해 겨울호에 실린 임규찬의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둘러싼 세 꼭지점’을 새로운 리얼리즘-모더니즘 논쟁의 시작으로 보고, 여기에서 비롯된 최원식·윤지관·황종연 등이 평론을 통해 드러낸 견해들에 대해 ‘자못 논쟁적이고 공격적’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또 소통 가능성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명한 것’으로 선험화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개념 자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이들의 논쟁이 가지는 한계”라고 지적하고 “‘자명한’ 것처럼 보이는 이런 개념의 오랜 상호의존적 이항대립은 사실 ‘역사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자명성의 감옥’을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자명성’은 더 이상의 논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개념이다. 그래서 그는 “자명한 것과 결별해 새로운 것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렇게 반문한다.“과연, 아직도 문제는 리얼리즘이고, 모더니즘인가. 세계에 대한 무지도 독단도 아닌, 냉소도 절망도 아닌, 탈주도 안주도 아닌, 그러면서도 ‘이것이 아닌 선택 가능한 다른 것’을, 이 미증유의 억압과 소외로 가득한 후기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탐사 과정에서 윤리적·미학적 대안을 찾는 일에도 여전히 ‘리얼리즘-모더니즘’패러다임은 유효한 것인지 묻고 싶다.” 1만 8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SBS 오후 11시5분) 염정아, 이지훈, 신화 에릭, 신혜성, 김동완, 이민우, 전진, 앤디가 출연한다. 스타들의 숨겨진 모습을 보여 주는 ‘셀카짱 콘테스트’에서 염정아, 이지훈, 신화의 깜짝 영상을 공개한다. 경악할 만한 에릭의 표현연기, 전진과 앤디가 함께 선보이는 기상천외의 쇼 등을 보여 준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프랑스가 낳은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 모네가 그린 ‘런던의 국회 의사당’이 백년 만에 뉴욕 경매장에 나왔다고 하는데 그 현장을 찾아가 본다. ‘런던의 국회 의사당’ 유화 시리즈는 모두 19점으로 이번에 경매에 부쳐진 작품은 다른 그림보다 많은 건물을 담고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화 문화인(EBS 오후 11시40분) 80∼90년대 대중가요뿐 아니라 대학가에서 인기 싱어 송 라이터로 활동했던 백창우. 그런 그가 언젠가부터 이른바 잘 팔리지는 않지만, 세상의 자양분이 되는 실험적이고 독특한 음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가수이자 작곡가인 백창우를 만나 본다. ●리얼 스토리 ‘실제상황’(iTV 오후 10시50분) 평소 자기관리가 철두철미한 이 여인의 부재는 가족과 회사동료에게 커다란 의문과 걱정을 남긴다. 실종자의 통화내역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그녀의 주변에 머물던 두 명의 남자를 주목하게 된다. 태국 여행 중 만난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들은 대체 어떤 관계였을까? ●TV특종 놀라운 세상(MBC 오후 7시20분) 하루 세끼 밥 대신 막걸리를 먹는 별난 할아버지의 막걸리 사랑 속으로 들어가본다. 인터넷에 올라온 놀라운 사진 속에는 손가락이 뒤로 꺾인 채 손등에 닿는 사람,90도 직각의 브이가 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팔꿈치에 혀닿기’를 할 수 있다는 사람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용서(KBS2 오전 9시) 수민은 6년간 사귀며 결혼을 약속했던 찬기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한편 연락을 끊은 채 공항에 나타나지 않은 인영 때문에 제주행 비행기에 홀로 오른 형우는 착잡하다. 그러던중 옆 자리에 대낮부터 술에 취한 채 앉은 아가씨에게 눈길이 가게 된다.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진국 생모의 산소에 진수를 데리고 간 희수는 외출했던 덕배와 영실을 부르고, 영실은 희수에게 시어머니를 가지고 논다며 노발대발한다. 깨어나지 않는 지혜와 절망감에 빠져 있는 재민을 위해 선자는 입양기관을 찾아가 자신이 갓난아기의 대리모가 되겠다고 자청한다.
  • [녹색공간] 지방과 공감하는 환경운동/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헌법재판소에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으로 결정나던 날, 관습헌법이라는 말이 하도 생소하고 어이가 없어서 지방대학에서 헌법을 강의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방분권운동에 관심이 많은 그 친구는 관습헌법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한 후 나에게 혁명적인 구호라며 이렇게 일갈했다.“친구여, 서울을 비우자.” 관습헌법이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인 논쟁을 여기서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주목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넘어야 할 기득권의 벽이 무척이나 높고 두껍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사람들이 화려한 밤을 밝히고,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느라 멀리 떨어진 지방의 원자력발전소는 오늘도 힘차게 돌아간다. 그러나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처분장이 수도권에 세워질 리는 없다. 수도권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하려고 한강 중상류에 사는 지방 사람들은 재산권 행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고, 댐이 건설되는 바람에 고향이 수몰된 환경난민들 역시 지방 사람들이다. 역대 정권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우선 수도권을 잘 살도록 한 다음 수도권의 부(富)가 지방에 골고루 퍼지게 되면 모두가 잘 살게 될 것이라고 국민을 설득했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더 커졌다. 지방에서는 다급한 나머지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단기적인 관점의 응급처방식 발전전략이 횡행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골프장과 기업도시도 그 연장선에 있다. 골프장은 건설과정에서 지자체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일정기간 동안 수익을 안겨주는 사업이기 때문에 멀쩡한 산을 깎아내면서까지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유치하려고 한다. 기업도시 유치 프로젝트는 지방의 특성에 맞는 기업을 찾아서 유치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단 부지부터 만들어놓고 어떤 기업이든지 들어오라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결같이 지역 내부 역량이나 사정에 맞는 사업이라기보다는 외부 요소에 의존하는 성장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외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방의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지방의 환경과 노동자들은 계속 소외되게 된다. 환경단체들은 골프장 건설과 기업도시 유치에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이념적으로 볼 때 이는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이념적인 선언과 반대운동만으로는 지방의 환경과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질 수 없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골프장이나 기업도시 프로젝트 뒤편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독재정권 시절의 개발논리와는 다른 형태의 신개발논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개발과 환경 사이의 대립 전선이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단체에 지금 당장 대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러서도 안 된다. 비판한다고 해서 대안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건전한 비판을 가로막고 결국 사회의 역동적인 발전마저 저해할 수 있다. 지금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보다 치밀하고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지방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지방 사람들의 절망과 서러움을 뒤로한 채 이념의 선명성만 앞세우는 것은 지혜롭지 않은 전략이다. 같이 울고 같이 웃어야 같이 싸울 수 있다.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환경단체, 지방주민,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외된 지방이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롭게 발전하기 위한 대안적인 발전 전략이 다채롭게 나와 골프장이나 기업도시 같은 프로젝트와 경쟁해 이겨야 한다. 이러한 승리의 경험을 통해 지방은 자신의 몸에 맞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 日 니가타 지진대책 허점 많았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의 지진재해 대책이 니가타 주에쓰 지진을 통해 허점투성이임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를 과신했다가 불통사태가 속출했다. 3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3일 일본 니가타현 주에쓰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의 최대 진도는 1995년 한신대지진 때와 같은 7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일본 기상청은 진앙에서 가까운 가와구치마치 사무소에 설치한 진도계의 기록이 지진 발생에 따른 ‘정전과 통신두절’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30일 복구해 확인한 결과 진도 7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통신 두절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당초에는 진도 ‘6강’이었다고 발표했다. 지진 직후 2000여명의 주민이 암흑천지에 고립됐던 야마고시무라는 휴대전화를 믿고 내부방송, 긴급무선연락망을 가설치 않았다가 호되게 당했다. 지진으로 인공위성으로 연결돼 있던 방재용 행정무선망이 무력화된 뒤 믿었던 휴대전화를 이용하려 했지만 안테나탑이 허망하게 무너져 무용지물이었다. 전기가 불통되자 먹통이 된 가정용 전화기도 문제였다. 따라서 전기가 없어도 통화가 가능한 구형 전화기가 인기다. 휴대전화는 터널 안에서도 무력했다. 지진 당시 승객 401명을 태우고 터널 안에 멈췄던 다른 신칸센열차도 승객 대부분이 외부와 전화 연락을 못한 채 하룻밤을 차 안에 갇혀 지샜다. 이날 현재도 피난민이 7만여명에 이르지만 식량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주에쓰 신칸센은 복구에 장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나 노약자를 중심으로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와 불안감,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적절한 정신과 치료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 젊은층이 빠져나가면서 폐교가 많이 생기자 대피시설이 부족한 것도 큰 숙제로 지적됐다. 지진 뒤 차 안에서 생활하다 숨지는 사고가 잇달아 니가타현이 차량생활가족 173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자 대상자의 30% 정도가 “피난소가 만원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고 대답, 피난시설 부족이 심각하다는 점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한편 지진으로 돌과 흙더미에 묻힌 승용차에 갇혔다가 92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출된 두 살배기 미나가와 유타군이 수시로 엄마를 찾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유타군은 안정을 찾은 뒤 “엄마 언제 와. 엄마 병원에서 죽어 버렸어?”라고 묻거나 자주 큰소리로 울고 있다. 또 “왜 이렇게 어두워.”라고도 해 심리 치료를 하고 있다. taein@seoul.co.kr
  • 여야 “민심 확인”…재보선결과도 아전인수

    여야 “민심 확인”…재보선결과도 아전인수

    여야는 31일 10·30 지방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자당(自黨) 중심’의 해석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은 비록 1석이지만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강원도 철원군수 선거의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3곳에 후보를 내 2곳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은 ‘여당의 참패’를 부각시켰다. 전남 2곳을 석권한 민주당은 “재기의 토대를 다졌다.”며 환호 일색이다. 열린우리당은 철원을 제외하고 수도권과 영남은 물론 호남지역에서도 참패하자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하지만 ‘기대 밖 선전’을 했다고 자평하는 등 정국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하는 듯한 기류도 엿보였다. 이부영 의장은 “무자비한 이념 공세 속에서 우리당 후보가 보수 색채가 짙은 철원 군수로 뽑힌 것은 의미심장하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열린우리당 문경현 후보는 선거 초반에 상당히 유리했으나 철책선 절단사건과 국가보안법 폐지문제로 절망적인 상태였다.”면서 “그런 악재를 딛고 승리한 것은 안보에 민감하고 보수적인 지역에서 민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전남 지역 참패와 관련해 이부영 의장은 “해남의 경우 우리당 성향의 후보가 양립해 패배했다.”고 말했으며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호남지역에서 민주당 후보 2명이 모두 당선된 것은 ‘호남 소지역주의’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6·5보선의 상승세를 완전히 잇지는 못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승리’라는 분석 속에 여권의 실정이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에 힘을 실어주고 한나라당에는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에는 변명할 여지가 없는 철저한 패배를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정권의 경제·민생 파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자 국보법 폐지 등 4대 입법 추진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에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한나라당은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유권자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축제 분위기다. 이전의 텃밭인 전남 지역 2곳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압승했기 때문이다. 한화갑 대표는 “당의 부활을 확인했다.”면서 “이번 선거를 토대로 민주당 지지가 전국으로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장전형 대변인도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내실을 다져 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10·30 재보선 결과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제각각 ‘색깔론 속 선전’,‘정권 실정의 반영’이라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은 양당이 지금까지 해온대로 서로를 겨냥해 공세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여야의 대치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수 문소영 김준석기자 vielee@seoul.co.kr
  • [31일 TV 하이라이트]

    ●청소년 원탁토론(EBS 오후 8시10분) 인터넷 게시판 밑에 한 두 줄로 간단히 자신의 의견을 남길 수 있는 리플은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 수단이 되면서 하나의 통신문화로 자리 잡았다. 더욱 더 건전하고, 자유로운 의견교류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과연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청소년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0분) 초롱이와 통화하는 성실. 임신했다며 성실에게 뻔뻔하게 말하는 초롱에게 이혼할테니 기다리라고 말하고, 그 말을 들은 창수는 아내의 의외의 모습에 당혹해 한다. 한편 시나리오 공모에서 또 떨어져 의기소침한 미연에게 정환은 연애를 못해서 그렇다며 자기 형과 사귀어 보라고 한다. ●결정!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해남 두륜산에서 즐기는 바다의 우유 굴로 만든 굴죽과 오독오독 씹히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전복정식을 맛본다. 이와 함께 어머니의 손맛과 정성이 담긴 밥도둑 참게장에 산내음 그윽한 서른 다섯가지 나물에 칼칼한 된장찌개가 일품인 내장산 산채정식의 별미를 즐긴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시골이나 외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장날에 새로운 소식과 중요한 정보를 교환하지만 새 방송국 덕분에 이 같은 정보교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안데스 산맥에 고립된 페루의 한 마을이 기초적인 통신시설과 라디오로 인해 생활과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본다. ●게릴라 리포트(iTV 오후 8시5분)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천수만에서 ‘2004 천수만 세계 철새기행전’이 지난 2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40일간의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천수만은 매년 300여종, 하루 최대 40여만마리 이상의 철새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의 현장을 찾아 가본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 오후 6시) ‘러브하우스’에서는 수호천사 인순이가 출연해 함께 절망적인 환경에 처한 인천 서희영 씨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시간을 갖는다.‘브레인 서바이버’는 설렘 가득 안고 떠나는 가을 소풍 분위기로 꾸며진다. 또한 ‘대단한 도전’시간에는 차주은 코치에게 리듬체조를 배워본다. ●불멸의 이순신(KBS1 오후 10시) 남궁두는 순신에게 드디어 무예수련을 허락한다. 남궁두의 심부름으로 동래포구에 오게 된 순신은 허도주상단을 따라 온 무직을 만나게 된다. 순신은 무직으로부터 천수가 상단의 행수가 되어 있음을 전해 듣고, 또한 허도주상단이 왜(倭)와 밀무역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 [어린이 책꽂이]

    ●열세살의 논리여행(데이비드 A. 화이트 글, 고정아 옮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위한 논리력 개발서. 마흔 개의 재미있고 다양한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계발하도록 돕는다. 플라톤부터 헤겔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철학자 29명의 논리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해냄.8000원. ●내 우산 같이 쓸래?(캐서린 패터슨 글, 이수련 옮김) 열한살 소녀 비니가 겪는 성장통. 아빠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엄마, 남동생과 함께 시골로 내려온 비니는 집에도, 새 학교에도 정을 붙이지 못한다. 짝사랑하던 담임선생님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비니는 절망감을 느낀다. 달리.8500원.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돼지(가브릴레 키퍼 글·카르스텐 타이흐 그림, 조국현 옮김)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트뤼펠 돼지를 요술쟁이로 착각한 농장 아저씨, 아줌마가 벌이는 한바탕 소동. 유머 넘치는 내용과 따듯한 색감의 그림이 조화를 이룬다. 토마토하우스.7500원. ●새가 되고 싶어요(후베르트 가이스바우어 글·주잔네 베히도른 그림, 이은주 옮김) 길가에 홀로 서 있는 늙은 나무의 친구가 돼주고 싶어하는 소년의 이야기. 나무를 사람처럼 감정이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아이다운 순수함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반딧불이.9000원.
  • [뒷골목 맛세상] 관철동 퓨전요리

    [뒷골목 맛세상] 관철동 퓨전요리

    이제 막 네온사인들이 불을 밝히는 황혼 무렵에 관철동에 들어선 이라면, 그리고 옛날의 관철동을 기억하고 있는 사십대나 오십대의 중년이라면, 대부분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는 현란한 일루미네이션에 문득 아연한 느낌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여기가 정말로 관철동이 맞아? 하고, 무언가 낯선 거리에라도 온 듯한 생경감에 몇번이고 주변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종각으로부터 시작하여 종로서적을 지나고 삼일빌딩 가각을 돌아 다시 종각에 이르는 사각형 블록의 관철동은 10여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이다. 이 공간이 언제부터인가 애오라지 젊은이들만이 넘쳐나는 젊은이들만을 위한 놀이공간이 되어, 예의 현란한 일루미네이션마저도 어쩌다 잘못 들어선 40,50대에게는 아예 접근조차 거부하는 출입금지 경고등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도대체 언제부터 관철동은 그렇듯 ‘젊은이들만의 세상’이 된 것일까. 일찍이 40대의 나이에 요절한 작가 강홍규의 ‘관철동시대’가 그려 보이는 60,70년대의 관철동은 그야말로 ‘문학동네 술동네’였다.‘귀천’의 천의무봉한 천상병 시인, 장면박사에게 맞서 국회의원 후보자가 되기도 했던 한국판 돈키호테 김관식 시인, 시인보다는 은둔한 명의로 알려졌던 신동문, 번역가이자 철저한 무소유의 철인으로 평생을 향기롭게 산 민병산, 시인 신경림, 평론가 구중서, 분례기로 한 시대에 필명을 드높인 작가 방영웅, 만다라로 문단에 얼굴을 내민 작가 김성동까지 포함해서, 한국기원을 중심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뻔질나게 드나들던 관철동은 오직 어른들만의, 어른들만을 위한 놀이공간이었다. 그런 관철동이 80년대에 이르면 작가 강석경의 ‘숲속의 방’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젊은이들의 거리로 변한다. 작가는 지문에서 말한다.‘하긴 노래 부를 곳이 없어서 이곳에 오는 것은 아니겠지. 젊음은 젊음끼리 모여 숲을 이루는 것이다. 숲속에서 위안을 받고 혼란도 확인한다.’ 그렇다. 어느 시대이거나 젊은이들은 그 사회에서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어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리하여 젊은이들은 기존의 질서를 거부한 채 전위적이고 반항적인 자신들만의 문화공간을 창조하려 한다. ‘숲속의 방’의 주인공 소양 또한 어쩔 수 없이 전위적이고 반항적이다. 대학생 소양은 80년대 우리 사회를 휩쓴 두 개의 이데올로기, 관제(官製) 보수주의와 그에 맞선 도식적이고 교조적인 민중주의, 그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한다. 또한 ‘벼락부자 할머니를 우습게 여기고 부모에게 반항하며 부르주아적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관철동에서 나름대로 문화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호스테스도 되어 보지만, 그녀의 무기는 자칫 스스로를 상처 내기 쉬운 순수한 감수성 하나뿐이다. ‘…성을 도구로 여자가 물질화, 비인격화된다는 건 너무 끔찍하다. 비루하게 생긴 한 녀석이 팁을 준답시고 가슴에 손을 넣어서 그 자리에서 빼내 찢어버렸다. 부잣집 딸의 객기는 결코 아니었지만 나는 방종하기 위해 호스티스가 되려 한 것도 아니다. 쇠사슬같이 무거운 청춘을 탕진하기 위해, 그냥 바닥으로 내려갈 대로 내려가 보라고. 무엇보다도 나는 내 속의 헛된 계급, 부르주아적 속성을 부수고 싶었을 뿐.’관철동이라는 젊은이들만의 숲속에서 새로운 문화공간을 창조하려 하던 소양은 끝내 한 편의 시를 남기고 자살로 짧은 청춘을 탕진하고 만다. 여기는 꿈이 아니야 날개는 없고 몸뚱이만 있는 더러운 땅이야 새가 아니고 나비가 아니고 땅을 전신으로 문지르고 다니는 뱀이야 날개는 환각이야 깨어지면 아프고 괴롭고 추한 몸뚱이야 오늘은 본질적으로 가장 절망한 날이었어 모든게 나랑은 관계없는 저들의 생명체였어 소양의 시체를 앞에 두고, 그녀의 언니는 탄식한다.‘바보같이 세상 밖에서 자신을 찾으려 하다니, 네가 적당히 타협만 한다면 땅에 온몸을 문지르고 다니며 피 흘리지 않아도 좋을 텐데, 청춘은 쇠사슬이 아니라 날개일 텐데.’ 80년대의 소양이 오늘 다시 살아와서 나와 함께 관철동의 거리에 선다면 이번에는 무슨 시를 쓸까. 올리브, 포모도르, 포호아, 송스피자, 겐조라멘, 쇼부, 고메이, 테리야키, 사누키보래, 스시켈리포니아, 도니도니, 고추와 마늘, 삼김, 옥돌대나무통삼겹, 떡삼돌김치삼겹살, 와인돌김치삼겹살, 황토불가마통삼겹…. 소양의 눈에 얼핏 스쳐가는 음식점 간판들의 일루미네이션 중에서 과연 몇 가지에나 자신이 죽음으로써 이루고자 했던 문화공간의 정체성을 느낄까. 오늘의 관철동은 온통 퓨전음식의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이른바 동서양을 넘나드는 음식의 백가쟁명이다. 간판 이름들 또한 자칫 머리를 어지럽게 하지만, 메뉴에 이르면 그 기발하고 자유로운 착상과 통통 튀는 아이디어에 차라리 경탄하는 마음마저 든다. ‘고추와 마늘’의 메뉴에는 오니기리, 쓰꾸네, 페타이볶음면, 아스파라가스말이가 있고,‘사누키보래’에는 카레우동, 해물야키우동, 치킨샐러드우동, 북어해장우동, 얼큰해물우동이 있다. 스시캘리포니아에는 치즈드래곤롤, 알랙산더롤 채리블러섬롤, 스파이더롤, 바이킹롤, 프렌치키스롤, 라이언롤이, 쇼부라는 일본식 선술집에는 각종 초밥 이외에도 해물계란탕, 누룽지탕, 삼겹살고추장구이, 꽁치김치찌개, 해물떡볶이, 새우칠리탕수육 등이 있다. 이외에도 무교동 낙지골목에서 비교적 고전적인 낙지요리법을 지킨다고 알려졌던 ‘무교동낙지’마저도 프랜차이즈화되어 관철동에 들어와서는 낙지육개장, 양푼낙지비빔밥, 해초수제비, 해초칼국수, 낙지순두부찌개, 영양갈낙탕 등 퓨전요리를 내놓고 있다. 관철동은 거의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건대나 홍대, 신촌, 압구정이나 혹은 강남역 부근에 흔한 프랜차이즈의 지점들이다. 삼김 종각점, 홍초불닭 종로점, 쇼부 종각점, 봉추찜닭 종로점…, 이를테면 음식점마저도 모두 규격화되어 또 하나의 새로운 ‘관제’가 된 식이다. 관철동에서 보신각 바로 뒤편에 있는 ‘관철동44번가’(02-722-6598)라는 유기농 돼지요리 전문집을 발견한 것은 차라리 행운에 가까웠다. 우선 ‘관철동44번가’는 지점 따위를 거느린 본점도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어느 본점의 지점도 아닌 개인 업소였는데, 메뉴 중에서 먼저 매료된 것은 새싹비빔밥(5000원)이었다. 새싹비빔밥은 순무, 브로콜리, 유채, 설채, 적채, 알팔파 등 8가지 씨앗들을 1,2㎝로 싹을 틔워 그 새싹에다가 사과며 파인애플 소스며 고추장에 비벼먹는 식이다. 새싹비빔밥의 새싹들은 어쩐지 덜컥 한 입에 입안에 넣기가 꺼려질 정도로 너무 앙증스럽지만, 정작 한 입 넣으면 이내 입안에서 감도는 새싹들의 부드러움에 취하고 만다. ‘관철동44번가’는 주메뉴가 새싹비빔밥이 아니라 유기농돼지 요리다. 사료에 뽕잎을 섞어서 키운 돼지고기에 크로렐라와 녹차의 가루를 버무려 숙성시켜, 유기농웰빙말이삼겹살, 유기농열겹살, 웰빙소스삼겹살, 메콤소스삼겹살 등으로 메뉴화 하고 있다. 1인분에 7000원인데, 상추, 깻잎, 브로콜리, 치커리 등의 야채를 사과와 파인애플, 오렌지 소스에 버무린 야채샐러드에 곁들여 먹거나 무를 둥근 모양 그대로 얇게 썰어서 식초에 절인 무절임으로 고기를 싸먹기도 하고, 묵은 김치에 싸먹기도 한다. 점심 메뉴로는 솥밥(5000원)이 있는데, 이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흑미와 완두콩을 청평에서 생산한 쌀에 섞어 무쇠솥에 그대로 밥을 내는 식인데, 이 솥밥에다가 손님의 취향대로 된장찌개, 오삼불고기, 제육볶음, 낙지볶음, 김치찌개 등을 골라먹을 수가 있다. 이를테면 손님이 네 명이라면 저마다 다른 메뉴를 골라 네 가지를 골고루 맛볼 수가 있는 셈이다. 이 솥밥은 미리 예약만 한다면, 버섯이며 무, 콩나물, 굴 등을 넣어 버섯솥밥, 무솥밥, 콩나물솥밥, 굴솥밥 식으로 먹을 수가 있는데 값은 같다. 종로코아 뒤편의 좁은 골목길에서 ‘일번지연탄불소금구이’를 발견했을 때 나로서는 거의 감격할 뻔했다. 아니, 아직도 연탄불이 남아 있다니! 게다가 돼지껍질까지 있다니!나는 어쩔 수 없이 한두 세월을 뒤로 훌쩍 건너 뛴 기분이 되어, 둥근 알루미늄 탁자 가운데에서 새파란 불꽃을 널름거리며 피어오르는 연탄불을 바라 보았다. 그러자 문득 70년대의 옛날로 돌아가 천상병, 김관식, 민병산, 신동문, 강홍규 등의 어른들 맨 꽁무니에 나 또한 작가 김성동과 함께 껴앉아서 그이들에게서 술잔을 건네받고 황송해하는 모습이 연탄불꽃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돌아보면, 그이들은 모두 세상을 달리하여 먼 곳으로 떠난 옛사람들이 아니랴. ■ 입안 얼얼… 눈물 줄줄 관철동에만 해도 불닭이라는 이름의 닭요리 체인점들은 무려 10여군데가 넘는다. 홍초불닭, 황초불닭, 종로본초불닭, 신화불닭, 신화로불닭, 청양초화다닥…. 이밖에도 봉추찜닭, 황추찜닭도 있다. 이쯤 되면 가히 불닭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불닭이니, 홍초, 신화(辛火), 화다닥 하는 명칭에서도 얼핏 느낄 수 있듯이 이 닭요리들은 모두 매운 맛과 관계가 있다. 이 요리들의 특징은 맵다 못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매우 맵다는 점이다. 입안에 넣자마자 대뜸 무슨 바늘처럼 혓바닥을 콕콕 쏘아대는 매운 맛은 아무리 매운 맛을 즐기는 이라 할지라도 자칫 눈물까지 줄줄 흘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다. 많은 불닭들 중에서 뜻밖에도 지점이 아니라 본점이라는 종로본초불닭(02-735-4065)을 찾았는데, 불닭(1만 2000원)을 위시해서, 바비큐불닭, 치즈불닭이 있고, 한 접시에 9000원짜리 불떡볶이, 불오징어, 불닭발들이 있는데, 이 중에 불자가 들어간 것은 모두 바늘 같은 매운 맛이었다. 이 매운 맛을 상쇄시키는 것이 누룽지탕인데, 한 그릇에 5000원이지만 무한정 리콜이 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고기 한 점 먹고 이미 얼얼해진 입안에 누룽지탕 국물을 훌훌 들이마시고, 다시 고기 한 점을 먹고 얼른 국물을 훌훌 들이마시는 식이었다. 종로본초불닭의 젊은 사장 최두호씨는 젊은이답게 이렇듯 매운 맛이 유행하는 것을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풀이하여, 계속되는 불경기를 이겨내기 위한 심리적 대응으로 보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 것을 먹다 보면 저절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이었다.
  • [MLB 월드시리즈] 86년 묵은 ‘밤비노 저주’ 탈출

    ‘저주는 풀렸다. 이젠 기적을 안겠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공수에서 맹활약한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주포 매니 라미레스를 앞세워 3연승을 질주,86년 만에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챔피언 등극을 눈 앞에 뒀다. 보스턴은 27일 적지인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3차전에서 7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낸 채 3안타 2볼넷 무실점 호투하며 생애 첫 월드시리즈 승리를 따낸 마르티네스에 힘입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1로 완파했다. 홈 1·2차전과 원정 3차전을 모두 잡은 보스턴은 남은 4경기 가운데 1승만 거두면 1918년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 반지를 끼며 ‘밤비노의 저주’에서 벗어나게 된다. 특히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ALCS)에서 3연패 뒤 기적의 4연승을 거둔 보스턴은 이날 포스트시즌 홈 6연승을 달리던 세인트루이스를 적지에서 꺾고 포스트시즌 7연승을 구가했다.4차전은 28일 오전 9시 같은 곳에서 열린다. 보스턴은 데릭 로(14승12패 5.42), 세인트루이스는 제이슨 마퀴스(15승7패 3.71)가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이날 초반 양팀 선발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 1승1패 방어율 5.40으로 부진한 마르티네스는 초반부터 공이 높았다. 제프 서판도 포스트시즌에서 2승1패 방어율 2.84로 세인트루이스 선발진 중 가장 상태가 좋았지만 막강 보스턴 타선을 압도하기에는 ‘2%’ 부족했다. 대신 타선의 집중력은 ‘밤비노의 저주’를 깨려는 보스턴 쪽이 훨씬 앞섰다. 주인공은 디비전시리즈 2차전부터 이날까지 무홈런 2타점에 그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라미레스.1회초 선취 좌월 1점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1회말 짐 에드먼즈의 좌익수 플라이를 정확하게 잡은 뒤 총알 같은 송구로 홈으로 파고 들던 래리 워커도 잡아냈다. 보스턴은 4회 트롯 닉슨,5회 라미레스와 빌 뮬러의 적시타까지 터지며 4-0으로 앞서나갔다.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2차전과 마찬가지로 득점 찬스를 스스로 날렸다.1회 1사 만루 찬스를 놓친 데 이어 3회 무사 2·3루에서도 워커가 2루수 땅볼로 아웃된 뒤 서판도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로 3루에서 태그아웃돼 찬물을 끼얹었다. 제구력이 흔들리던 마르티네스는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의 졸전에 힘입어 4회부터 7회까지 모두 범타 처리했다. 세인트루이스는 9회 워커의 1점홈런으로 영패를 모면했지만 대역전극을 기대하며 부시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 2000여 홈팬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비장한 표정의 朴대표 ‘모 아니면 도’ 강수

    비장한 표정의 朴대표 ‘모 아니면 도’ 강수

    “백척간두에 선 위태로운 나라, 실업자의 피맺힌 절규, 절망의 한숨소리, 서민은 죽어가는데 극렬한 편가르기의 후폭풍 속에서 쓰라린 증오의 상처만 남아….” 27일 국회 본회의장 연설대에 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40분 내내 감성적인 언어를 모조리 동원해 ‘먹고 사는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특히 연설 서두의 3분의1가량은 현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민생 파탄을 생경한 언어로 묘사하는 데 할애했다. 경제, 안보, 교육으로 화두를 세분화했지만 최종 지향점은 “먹고 사는 문제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4대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쪽으로 모아졌다. 이번 연설은 지난 7월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와는 달리 야성(野性)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당시에는 각종 정책 대안을 늘어놓아 “여당 대표로 착각하는 것 같다.”는 비아냥 섞인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여당은)듣기 불편하시더라도 나라가 위태롭고, 국민이 그만큼 고통스럽다.”며 여권을 압박해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에선 즉각 “의회를 무시하고, 여야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쿠데타적 발상”,“대안도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반박이 나왔다. 박 대표는 평소 즐겨써 온 화법을 빌려 “(선조가)목숨을 바쳐 지켜온 나라인데, 어떻게 (4대 법안 같은)일을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쪽에선 “옳소. 맞습니다.”는 지원사격용 추임새가 곁들여졌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에 대한 반박은 ‘좌파’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박 대표는 “외국 언론도 지적했듯 현 정권이 4대 입법과 같은 좌파적인 노선을 철회하지 않는 한 경제 회복은 불가능하다.”면서 “반성보다는 신경질적인 반응만 보이면 국제 사회에서 점점 더 고립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보탰다. 그러나 이날 새롭게 부각된 내용은 별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대부분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경제·교육·안보 역시 이미 당론으로 소개된 내용들이다. 다만 4대 법안 가운데 국가보안법은 결사적으로 폐지를 막겠다고 천명해 안보정책의 관심사에 무게추를 뒀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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