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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0) 긍정적 사고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0) 긍정적 사고

    우리는 대개 긍정적 사고를 권력과 돈에 아부하는 사고처럼 생각하는 무의식적 관습에 젖어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지식인은 비판적 사고를 해야 하는데, 긍정적 사고는 지식인의 비판적 사고와 한 자리에 동거할 수 없는 현실 맹종적 사고로 여기기 다반사다. 그런 사고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까닭은 우리의 역사적 업이 그렇게 형성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부터 나라가 백성을 제대로 두루두루 아껴 보살핀 적이 거의 없이 경제적·안보적 위기에서 버림받았다는 기억이 그런 무의식적 업을 낳게 하였던 것 같다. 지금도 살아남기 위해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악착같이 무슨 수를 강구하려는 우리의 행태도 나라정치와 지도층의 인격을 믿지 못하는 우리의 집단무의식과 깊은 연고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긍정적 사고는 아첨하는 사고와 다르다. 긍정적 사고는 모든 창조적 사고와 사기진작의 원동력이다. 쉽게 말하면 긍정적 사고는 자기의 운명 팔자를 수용하는 사고다. 예컨대 자기의 타고난 운명팔자가 나쁘다고 부모나 타인을 탓하고 비난한다고 자기의 운명이 개선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일생을 불운 속에서 헤매다가 임종을 맞을 뿐이다. 나쁜 운명의 여건을 좋은 것으로 바꾸는 사람은 그 운명을 사실로서 수용하고 거기서부터 인생의 설계를 세워 운명의 장애를 극복한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과 수동적으로 당하는 것은 다르다. 수용성과 수동성의 미묘한 차이를 철학적으로 잘 해명한 이가 20세기 프랑스의 저명한 가톨릭 실존철학자인 가브리엘 마르셀이다. 그는 수용성을 수동성과는 달리 자기 내부정리를 통하여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준비가 된 열린 마음의 자세에 비유했다. 열린 마음은 불운에 임해 마음이 내성적으로 안으로만 접히지 않고, 불운의 사실을 새로운 가능성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불운이 자기의 마음을 접히게 하느냐, 아니면 새롭게 열게 하느냐 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마음의 활용에 달렸다. 열린 마음은 불운이 자기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불운에서 ‘너는 좋아지리라.’라고 자기의 마음에 희망의 빛을 예견한다. 그런 예견은 불운을 기회로 활용하는 마음의 자세와 직결된다. 받아들임은 이미 주어진 제약의 굴레를 자유의 발판으로 삼기 위한 적극적 사고를 도입하는 자세이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말한 운명애(運命愛=amor fati)가 초인적 창조의 원동력이라고 여긴 것은 창조가 자신의 어려웠던 처지를 오히려 지혜로 되돌리는 마음의 활용과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유신론자 마르셀이나 무신론자 니체가 다 같은 내용을 다르게 진술한 것이겠다. 이처럼 창조적 사고는 긍정적 사고에서 잉태된다. 불운한 운명의 시련은 개인적인 것을 넘어서 한 시공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운명과 연관될 때에, 그 시공의 정신문화적 주제로서 등록된다. 대체로 정신문화의 필요성은 공동운명의 시련이 생기하였을 때에 일어난다. 그 공동운명의 시련은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가난과 질병에 의한 고통이나 전쟁에 의한 죽음이나, 소외나 무상감이나 억압의 부자유나 박탈의 절망감과 같은 것이 실존적으로 비슷하게 느껴지는 경우, 또는 기존의 사상이나 지식으로 새 미래를 헤쳐나갈 자신이 없는 무지의 자각현상이 강렬한 경우에 생긴다. 고통의 느낌이나 무지의 자각은 전혀 다른 두 개의 문제가 아니고, 동일한 문제의 두 측면이다. 왜냐하면 공동운명으로서의 고통의 느낌은 우리 문화가 과거에 스스로 지은 말과 생각과 행동의 습관이 현재완료진행형으로 쌓여 지금까지 작용하고 있는 자승자박의 굴레를 말하고, 무지의 자각은 그 현재완료진행형 상태에 있는 습기(習氣)의 구속을 풀 수 있는 해방의 새 지혜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는 마음이 욕망이라고 앞 글에서 늘 말해왔다. 이번에는 그 마음이 습관이라고 말한다. 욕망과 습관은 같은 뜻을 달리 표명한 것이다. 왜냐하면 욕망의 기호가 반복되면 습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신문화는 사회생활을 하는 마음의 욕망이 어떤 습기를 이룩한 결과다. 정신문화는 공동운명이고, 이것은 또 공동습기를 뜻한다. 공동습기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도 하고, 고통을 주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에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각한다. 이것이 정신문화의 문제의식이다. 그런데 긍정적 사고를 말하면서 왜 고통과 무지를 말하나? 바로 이 고통과 무지가 우리의 것이기에 그것을 공동운명으로서 감수하고 수용한다는 것이다. 운명애는 우리 것이니까 무조건 좋다는 감정적 편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감정적 편애는 자기 자식이므로 무조건 감싸는 지각 없는 부모의 편애와 다르지 않다. 운명애는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가 된 우리의 업장(業障)을 사실로서 인정함이다. 공동사실로서의 공동업장을 수용하면서 그 업장의 방해가 동시에 지혜의 원동력으로 변용될 수 없겠는가 하고 깊이 사유한다.12세기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이 ‘정혜결사문(定慧結社文)’의 시작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땅으로 넘어진 자는 그 땅을 밟고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다.’는 구절이 운명애의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공동운명의 업장이 우리를 넘어뜨리게 하였다면, 우리가 일어서기 위한 지혜가 다른 곳에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현재완료진행형으로 흘러오고 있는 바로 그 공동운명에 깃들어 있다는 것이 긍정적 사고의 의미다. 그런 긍정적 사고에서 우리를 고통과 무지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창조적 사고가 움튼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봐도 자기를 저주하고 학대하는 이에게 우리는 그의 운명팔자가 개선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기의 공동운명의 역사를 분노에 차서 누구의 탓으로만 돌리는 일도 현명한 지혜의 눈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기 것을 무조건 최상의 것으로 치켜세우는 자존망대의 국수주의적 행각도 우스꽝스럽다. 뱀의 독 속에 그 독을 치유할 수 있는 해독약이 있다고 한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게 이중적이다. 이것이 사실의 존재론적 법칙이다. 공동운명의 업장 속에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는 해독제가 있다는 것이 긍정적 사고의 의미다. 나는 16세기 율곡의 성리학에서 이통기국(理通氣局=理가 비록 보편적이나 특수적인 氣의 상황을 떠나서 실존하는 것이 아님)이란 철학적 언표를 아주 좋아한다. 저 언표 속에서 율곡은 주자학의 보편적 이치라도 조선의 역사적·사회적·자연적 상황을 떠나서 추상적으로 실존할 수 없다는 창조적 사고의 원리를 제창했다고 여긴다. 말하자면 주자학의 조선화를 겨냥한 사유가 거기에 배어있다고 생각된다. 주희도 이 이치를 깨치지 못한 데가 있다고 율곡은 그의 친구 성혼에게 호젓이 고백했다. 나는 율곡의 저 언표가 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퐁티의 사상과 매우 닮았다고 여긴다. 이 세상의 어떤 진리도 구체적 살(肉)을 떠난 추상적 본질이 성립하지 않으며, 구체적 날짜와 장소를 여읜 무시공(無時空)의 철학적 사유도 실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메를로-퐁티가 ‘의미와 무의미’에서 남긴 말이다. 그런데 율곡이 저 유명한 ‘이통기국’의 언표를 남기고 그에 알맞은 형이상학과 심성론의 원리를 말하고 정책의 면에서 그 시대의 아픔을 혁파할 수 있는 정책방도를 개진했으나, 불행히도 공동운명의 질곡을 희망으로 치환시키는 길을 언명하지 안았다. 우리가 고통과 무지에서 구체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방도를 탐색하기 위하여, 율곡의 저 명제가 한 번도 진지하게 심층적으로 자기화되는 길을 가져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해 보지 못한 이유도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운명의 업보가 현재완료진행형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거의 예외없이 우리 고통과 무지의 자각으로부터 학문을 창조하지 못한 채 다만 서양의 인문사회과학은 서양의 이론을 소화하지 않고 소개하고, 동양학 내지 한국학은 옛 고전의 생각을 역시 소개하는 정도로 마감해온 것이 아닌가 자성한다. 이 땅의 인문사회과학은 우리의 풍토병과 아픔을 치유하려는 진단처방보다 ‘…에 관한 연구’로서 ‘호모 스펙탄스’(homo spectans=관람자)나 ‘호모 인트로두첸스’(homo introducens=소개자)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지? 그래서 대학의 학문과 현실이 따로따로 헛도는 인상을 주었던 것이 아닌가 자성한다. 나는 자기 것으로 숙성된 학문에 의해 세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나라가 어떻게 아류의 신세를 면할 수 있는지 모른다. 율곡이 말한 ‘이통기국’은 결국 실사구시(實事求是)와 같겠다. 실사구시는 긍정적 사고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을 아껴야 한다. 진선진미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현실의 구체적 인간들은 다 잡석(雜石)이다.8회의 글에서 왕양명의 말을 인용했다. 예컨대 거리의 사람들이 5%,20%,75%의 금을 지닌 잡석과 같은 성인이라는 것이다. 순금의 금괴는 추상적이고 가상적인 존재일 뿐, 자연적으로는 실존하지 않는다. 옥석혼효(玉石混淆)라 하지 않던가? 모든 인간은 다 자기의 장기를 타고났다. 이것이 자연의 존재양식이 아닌가? 각자의 특장(特長)을 잘 살려서 신바람나게 공동운명을 좋게 바꿔놓게끔 힘을 실어주어야지, 보석을 보지 않고 잡석만 자꾸 캐내려 하면 누가 그 인민재판 앞에서 버틸 수 있겠는가? 우리는 역설적으로 옛 중국의 전국시대 제나라 정승인 맹상군의 삼천식객(三千食客)과 계명구도(鷄鳴狗盜)를 예사롭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 계명구도하는 식객이 맹상군을 위기에서 구출해 냈다. 사법재판은 어느 나라에나 다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만인이 만인에게 사법재판 하듯이 옥석을 가린다고 따진다면, 옥석이 다 타버리는 옥석구분(玉石俱焚)의 손실을 우리가 아니고 누가 입을 것인가? 서로 나쁜 점을 헐뜯는 사회보다 서로 좋은 점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사회가 더 좋은 양질의 사회생활을 일구고, 우리를 더 행복스럽게 만들리라. 비밀의 열쇠가 우리 안에 있듯이, 우리의 구원은 우리의 공동운명 안에 깃들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구청장 현장인터뷰] 추재엽 양천구청장

    [구청장 현장인터뷰] 추재엽 양천구청장

    “독도는 우리땅.‘으뜸’ 양천구민 파이팅.” 제 87주년 3·1절인 1일 오전 11시. 추재엽(51) 양천구청장은 ‘제2회 독도사랑 양천마라톤 대회’가 열린 목동교 밑 안양천 변의 출발대에 올라 힘찬 목소리로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아침부터 봄을 재촉하는 꽃샘 추위가 몰아쳤지만 추 구청장은 7000여명의 참가자 모두가 출발할 때까지 태극기를 흔들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양천구와 독도를 사랑하는 구청장 ‘독도사랑’이라고 쓴 머리띠를 두른 그는 “마라톤은 암울했던 일제시대 손기정옹이 국민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준 스포츠”라면서 “3·1절을 맞아 구민들이 독도사랑과 양천 사랑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라톤 대회는 지난해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는 등 일본의 역사왜곡이 한창이던 때 이를 규탄하고, 구민들에게 자주 독립정신과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양천구를 시작으로 독도사랑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올해는 3·1절 기념식을 겸해서 열렸다. 추 구청장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과 애국가 제창, 만세삼창, 규탄사 낭독 등을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스포츠맨인 추 구청장은 이날 5㎞에 참가해 주민들과 함께 뛰려 했으나 대회 직전에 참가를 포기했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생길지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참가자들의 안전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그는 “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주민의 안전을 챙기는 게 우선이어서 포기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아줌마 부대에 인기 ‘짱’ 추 구청장은 이날 아줌마(?)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악수를 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임기동안 여성과 청소년을 위해 양천구를 교육·문화·예술·환경도시로 가꾸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안양천 변을 생태공원과 청소년을 위한 자연학습장으로 가꿨고, 목동과 신월동에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했다. 관내 58개 초·중·고등학교와 45개 유치원에 97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보도정비와 체육시설을 신설했다. 최근 3년동안 서울지역 특목고 입학생 숫자에서 양천구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전국자치단체 중 최초로 장수문화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마가 있는 실버공원도 조성했다. 그러나 열악한 재정에 비해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애로사항이 적지않다고 전했다. 그는 “재정은 지난해 25개 구청중 18위에 불과하지만 전문직 종사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강남구보다 살기좋은 동네로 알려져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유달리 많다.”면서 “그러나 주민들의 민원은 결국 구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추진력 겸비한 젊은 구청장 젊은 구청장인 만큼 감각도 젊다. 구청장으로서는 드물게 개인 홈페이지(www.powerchoo.com)를 직접 운영한다. 네티즌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그는 “올해는 컴퓨터를 완벽하게 배워 예쁘고 다양하게 홈페이지를 꾸며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마련한 20대 대표사업도 젊은 감각이 빛난다. 낙후된 신월동 지역의 발전을 위해 신월·신정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고, 교육도시답게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남부순환도로 주민들의 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신월∼신정∼목동∼당산간 경전철 사업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구청장은 구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열심히 일하는 공복(公僕)”이라면서 “공복답게 올해도 구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출생 1955년 충남 보령 ▲학력 서울공고, 홍익대 전기공학과, 한양대 행정대학원(박사과정) ▲약력 서울시의회 사무처 전문의원(4급), 국회 정책연구위원(2급), 한나라당 부대변인, 홍익대 총동문회 부회장, 한나라당 양천을지구당 상임부위원장, 가톨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제7회 지방자치대상 복지대상, 대한민국 고객만족경영대상 최우수상(CS부문), 자랑스런 향토인상 ▲가족 한정순씨와 1남 2녀 ▲기호음식 김치찌개 ▲주량 마시지 않음 ▲좌우명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 ▲애창곡 유행가
  • [토요영화]

    [토요영화]

    ●주홍글씨(KBS2 밤 12시15분)데뷔작 ‘송어’부터 유작 ‘주홍글씨’까지 10년 동안 아홉 편의 영화를 남겼다. 지난 22일에는 수많은 팬들과 동료, 친구들이 모여 그녀를 기억하는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번지 점프를 하다’,‘안녕 UFO’,‘태극기 휘날리며’,‘하늘정원’,‘연애편지’ 등 그녀가 스쳐갔던 명장면들이 추모식에 온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스물 넷이라는 꽃다운 삶을 살다간 영화배우 이은주의 이야기다. 이은주는 멜로 스릴러 ‘주홍글씨’에서 격정의 사랑에 휩쓸린 재즈 가수로 나온다. 엇갈린 사랑과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에로틱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김영하의 단편소설 ‘거울에 대한 명상’과 ‘사진관 살인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왔다.‘호모 비디오쿠스’로 단편영화계의 스타로 떴던 변혁 감독이 연출했다. 세상에 두려운 게 없는 강력계 엘리트 형사 기훈(한석규)은 순종적인 아내 수현(엄지원)과 도발적이고 매력적인 애인 가희(이은주)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성공을 향해 질주하던 그는 어느날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치정에 얽힌 사건으로 판단한 기훈은 살해된 남자의 아내 경희(성현아)를 용의자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한편 수현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기훈은 가희와의 관계를 청산하려 하지만 가희의 매력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 가희는 기훈과의 사랑이 흔들리며 절망과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고, 기훈을 둘러싼 세 여자가 안고 있는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는데….2004년작.118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콜래트럴(캐치온 오후 5시15분)‘히트’,‘알리’,‘에비에이터’,‘인사이더’ 등 남성성이 물씬 풍기는 선 굵은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마이클 만 감독이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를 기용해 택시 운전사와 살인청부업자의 하룻밤 동거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 미국 개봉 당시 흥행 1위에 올랐고, 평론가 사이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톰 크루즈가 냉철하고도 매력적인 악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주목받았다. 맥스(제이미 폭스)는 LA의 평범한 택시 운전사. 돈을 모아 리무진 대여업을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어느날 밤 우연히 타지에서 온 빈센트(톰 크루즈)를 태우게 된다. 두 사람은 하룻밤 동안 다섯 군데를 들러 볼일을 본 뒤 새벽 6시까지 공항에 데려다달라는 전세 계약을 맺는다. 맥스는 빈센트가 말한 볼일이 청부살인이라는 것을 알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는데….2004년작.120분.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노래로 강연 나선 통일운동가 백기완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노래로 강연 나선 통일운동가 백기완씨

    ●전국과학기술노조 첫 테이프… 올 100회 목표 살면서 우리에게 유행가는 무슨 의미로 다가올까. 또 어떤 그림자로 남을까. 주로 사랑과 이별, 기다림과 만남, 아픔을 다룬다. 한 시대를 풍미하다 향수와 추억으로도 남는다. 저마다의 다른 의미도 있겠지. 민족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들에겐 특히 각별하다. 한많은 아픔 속에, 멍든 가슴을 때때로 비틀어 쥐어짜며 회한과 통한의 눈물을 펑펑 흘리게 하겠지. 지난 16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소재의 한국노동교육원 대강당. 이 시대의 통일운동가로 잘 알려진 백기완(73) 통일문제연구소장이 특유의 검정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오랜만에 강단에 섰다. 전국과학기술노조에서 초청한 자리였다. 객석에는 전국에서 온 노조 간부 100여명이 앉아 있었다. 연단 한쪽에 ‘노래에 얽힌 인생 이야기’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날은 백 소장이 ‘노래로 연속 강연’ 첫 테이프를 끊는 날이기도 했다. 모처럼 백 소장의 ‘노래에 얽힌 인생’ 강의를 듣기 위해 일반인들도 소문을 듣고 참석, 눈길을 끌었다. 잠시 후 백 소장이 “여러분은 어렸을 적부터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의식을 키웠지요.”라고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여기에 있는 백기완은 그러지 못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첫째가 가난, 둘째가 어머니가 들려준 옛날 이야기, 셋째가 우리 민족의 문화, 민중의 문화가 나를 키웠지요.”라고 분위기를 집중시켰다. 이어 문화 가운데서는 노래, 그 중에서도 유행가가 자신을 키우는데 보탬이 됐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노래에 얽힌 한많은 인생사는 이렇게 풀어나갔다.‘세세연년’을 먼저 언급했다. “우리나라에는 노래를 잘 부른 가수가 백년설, 고복수, 남인수 이 세 분입니다.‘세세연년’은 1939년도엔가 백년설씨가 불렀지요. 어쨌든 45년 해방 직전인가 그랬어요. 고향(황해도 은율)에서 조막손인 사촌형과 함께 지낸 시절이지요. 조막손은 양손의 열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것을 말합니다.” 큰아버지의 아들, 즉 사촌형이 조막손이 된 까닭을 설명했다. 어린 백기완의 큰아버지는 독립운동으로 12년동안 감옥을 드나들었다. 이 과정에서 큰아버지는 모진 고문을 당했다. 일본 경찰들은 손바닥을 지지고 다리와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견디다 못한 큰어머니는 어디가서 식모살이라도 해야겠다며 집을 나가버렸다. 추운 겨울날 밤, 사촌형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겠다며 마당으로 뛰어나가다 엎어지면서 그만 모닥불더미에 넘어지고 말았다. 한참만에 누군가에 의해 꺼냈을 땐 이미 열손가락이 다 타버린 상태였다. 이후부터 사촌형은 아예 입을 자물쇠처럼 닫아버렸다. 꼭 할 말이 있으면 어디서 들었는지 ‘너 없는 이 세상은 불꺼진 항구다’라는 노래만 불렀다. 백 소장은 잠시 당시를 회상하더니 허공을 바라본다.“여러분 한번 불러볼까요.”라고 했다. 주저없이 “예”라는 대답이 나왔다. 백 소장은 손으로 마이크 옆의 탁자 위를 손바닥으로 타닥타닥 치면서 반주를 한다.“산홍아 너만 가고 나만 혼자 버리기냐/너 없는 이 세상은 눈 오는 벌판이다/달없는 사막이다 불꺼진 항구다.” 노래를 마친 백 소장의 목소리가 이내 울부짖음으로 격해진다.“내가 초등학교 입학 1년전, 일본 경찰이 찾아와 노력봉사에 안나온다고 행패를 부리자 참다못한 조막손 형님은 손가락 없는 주먹으로 일본 경찰을 때려눕혔어요. 물론 도망을 갔지요. 하지만 조막손 형님은 6·25전쟁때 미군의 폭격을 맞아 그만 두다리를 다 잃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망할놈의 비극이 어디 있습니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두세번 닦는다.“이 노래는 절망속에서 불렀어요. 집나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빼앗긴 나라에 대한 그리움으로 말야.”라고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참았다. 유행가는 절망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그리움의 불꽃이자 저절로 내쉬는 한숨이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요즘 유행가에는 이런 불꽃도 한숨도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절망의 개인사·분단 아픔 유행가로 풀어 ‘비내리는 고모령’에 이르러서는 분단의 비극을 뼈아프게 강조했다. 한맺힌 사연은 이러했다. 6·25 당시 백 소장은 17세였다. 바로 윗형(6·25때 전사)에 이어 자신도 피란길에 징집됐다. 그런데 징집자들을 태운 군용차가 갑자기 논길 옆으로 엎어졌다. 그는 부상당한 채 논두렁에 곤두박질쳤다. 한참만에 깨어보니 주변은 온통 칠흑같은 어둠뿐이었다.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혼자만 처박혀 있었던 것. 너무 겁이 나 ‘사람 살려달라.’고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발 닿는대로 산비탈을 막 돌아서 나올 무렵이었다. 어디선가 어억어억 울음섞인 노래가 나지막이 들려왔다.“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 날 밤이 그리웁고나…” 백 소장은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노랫소리가 들리는 집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갔다. 도착해보니 젊은 농민이 이미 숨을 거둔 피투성이의 아내를 안고 ‘비내리는 고모령’만 처절하게 부르고 있었다. 아내가 미군에게 겁탈당하는 광경을 보고 덤벼들었다가 아내는 총에 맞아 죽고 남편은 부상당한 채 피를 흘리며 아내를 부둥켜안고 있었던 것. 남편은 피를 흘려 죽어가면서도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만을 계속 반복하면서 부르다가 피눈물로 쓰러졌다. “여러분 전쟁은 이처럼 죽이고 또 죽이는 일이지요.‘비내리는 고모령’은 바로 우리 민족의 비극을 상징하는 노래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이어 ‘녹슬은 기찻길’을 목놓아 부른다.“휴전선 달빛아래 녹슬은 기찻길, 어이해서 피빛인가 말 좀 하려마. 전해다오. 전해다오. 고향잃은 서러움을. 녹슬은 기찻길아. 어버이 정그리워 우는 이 마음….” 백 소장은 이날 모두 11곡의 노래를 소개할 예정이었으나 7곡밖에 풀어내지 못했다. 이튿날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있는 통일문제연구소를 찾았다.1층짜리 한옥집 대문에 벽시 ‘새해맞이’가 첫눈에 들어온다. “야, 임마/춥고 배고프지/하지만 제 아무리 눈이 캄캄해도/눈깔 있잖아/그것 하나만큼은/펄펄 살아있어야 하는거여 임마/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알가서/마침내 꽝꽝 가로막힌/돌산도 뚫리는 거야 임마/그러시던 우리 아버지의 가래끓는 한말씀/딱 그 한말씀만 쓸어안고 새해를 맞았다.” ●“재기위해 몸부림칠때 민주인사들 외면” 새해 첫날 떡국도 못먹고 굶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해주었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10년전부터 매년 신년초에 연구소 대문에 내건다. 백 소장은 연구소가 어려웠던 시절을 얘기하면서 “입도선매식으로 책을 쓰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칠 때 철거민들은 몇백부씩 사주었지만 정작 민주화를 외쳤던 사람들은 단 한권도 안사주더라.”는 섭섭함을 강하게 표시했다. 아울러 고통이 있을 때마다 ‘한발자욱만 더’(벽시)라는 각오를 다지면 걸어왔단다. 백 소장에게 나머지 4곡, 즉 ‘울고넘는 박달재’‘고향설’‘달도 하나 해도 하나’‘사랑만은 않겠어요’의 사연을 풀어달라고 거듭 요청을 했다. 그러자 “몇가지 조건이 있어. 그걸 들어준다면 하지.”라고 전제했다.‘울고넘는박달재’에서는 땅콩팔이 소녀,‘고향설’에서는 전장에서 보내온 형의 편지,‘사랑만은 않겠어요’에서는 옥살이할 때의 사연 등이었다. 얘기하는 도중 자꾸 그때가 생각나는지 중간에 몇번이나 그만두자며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이봐 김 기자, 내게 남은 것은 눈물 두방울이야. 하나는 한숨의 눈물이요, 다른 하나는 아쉬움의 눈물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울면서 노래하고, 강연하고, 이런 노인이 전세계 어디 있겠어. 서울신문 노조에서 초청하겠다는 내용을 기사에 반드시 넣으라고.” 백 소장은 또 “유행가를 결코 찬양하지 않아. 살다보니 들려왔을 뿐이야. 부정부패에 맞서, 민족 반역자 타도를 위해 용감했던 백기완이 노래에 얽힌 한가닥, 우리 문화의 사연을 얘기하려는 것이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울러 “올해 100회정도 강연할 생각이니 초청을 하려면 통일문제연구소(02-762-0017)로 연락하라고 그래.”하면서 밖으로 쫓아내다시피했다. 주말매거진We팀장 km@seoul.co.kr 사진 광주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최근 펴낸 책 ‘부심이의 엄마 생각’에는 이력을 이렇게 적고 있다. ▲황해도 은율 구월산 밑에서 태어남(1933년). ▲초등학교만 다니고 혼자서 공부함 ▲젊은날엔 농민운동, 나무심기운동, 빈민운동을 함(54∼61년) ▲백범사상연구소를 세움(67년) ▲통일문제연구소로 바꿈(84년∼ ) ▲요즘은 통일문제연구소장, 계절마다 내는 책 ‘노나메기’ 발행인 ■ 저서 ‘항일민족론’‘통일이냐 반통일이냐’ 이외 수필집=‘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나도 한때 사랑을 해본놈 아니요´,‘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백기완의 통일 이야기´,‘장산곶매이야기´,‘이심이 이야기´,‘우리겨레 위대한 이야기´,‘그들이 대통령되면 누가 백성 노릇할까´, 시집=‘백두산천지´,‘젊은날´, 영화극본=‘대륙´,‘단돈 만원´,‘쾌지나 칭칭 나네´ 등.
  • [책꽂이]

    ●그는 지도 밖에 산다(제임스 캠벨 지음, 김유경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1959년 미국의 49번째 주가 된 알래스카. 면적(153만 694㎢)은 미국에서 최대이고 인구(62만여명)는 아이오밍 주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특히 알래스카의 북동부 내륙지역은 산맥과 툰드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기후 변화가 심하고 추위가 혹독한 곳이다. 우리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척박한 땅에도 사람은 산다.‘알래스카 최후의 변방인’으로 불리는 하이모 코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그의 ‘선택받은’ 삶의 기록이다.1만 2800원. ●신선전(갈홍 지음, 임동석 옮김, 고즈윈 펴냄) 동진시대 갈홍이 ‘포박자’ 내편을 완성한 뒤 신선들에 대한 기록을 모아 편찬한 10권의 지괴(志怪)소설이자 신마(神魔)소설. 도교문학을 대표하는 이 책에 실린 신선 중 유향의 ‘열선전’과 중복되는 인물은 용성공과 팽조 두 사람뿐. 나머지는 갈홍이 직접 수록해 선보이는 신선들이다. 책에는 실존인물도 등장한다. 도가가 한나라 때는 ‘임금된 자의 통치술’로 일컬어졌고 당대(唐代)에 이르러서는 종교로서도 자리잡아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를 이해할 만도 하다.1만 8000원. ●우리 민족의 놀이문화(조완묵 지음, 정신세계사 펴냄) 줄다리기·횃불싸움·놋다리밟기 등 마을 전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공동체적 놀이, 줄타기·농주(弄珠)같은 개인기예, 태껸·활쏘기·검술 등 전쟁기술에서 발전돼 나온 전통무예 등을 다뤘다. 신라 29대 임금인 태종무열왕 김춘추와 김유신이 함께 뛰는 모습을 통해 오늘날 축구와 같이 발로 공을 차는 놀이인 축국(蹴鞠)을 설명하는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곁들였다. 민족유희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국내 첫 전통스포츠사.1만 5000원. ●루 살로메(프랑수아즈 지루 지음, 함유선 옮김, 해냄 펴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태생의 작가 루 살로메의 이지적인 용모에서 풍겨나오는 오묘한 매력은 늘 주위에 정신적·육체적 동반자들을 불러모았다.21세 때 니체를 만나 그의 절망적인 사랑을 한몸에 받았고,36세 때는 연하의 릴케를 통해 진정한 낭만을 향유했으며,50세 때부터는 프로이트와 애정어린 우정을 지속했다. 프랑스 최초의 여성 장관이자 언론인이었던 저자는 마력의 뮤즈이자 팜므파탈인 루 살로메의 삶의 동력을 자유를 향한 영혼의 고투라는 시각에서 재현해낸다.1만 2000원. ●혁명과 문학의 경계에 선 아나키스트 바진(박난영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巴金)의 문학과 사상을 조명. 중국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루쉰에 비견될 만한 탁월한 작가라는 시각이 있지만, 그의 허무주의적이고 아나키즘 성향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수원대 동양어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중국에서의 바진에 대한 평가는 모순점이 있다.”며 “탁월한 작가로서 바진을 긍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측면과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따라 바진의 아나키즘을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중국 연구가들의 당위적 측면이 그것”이라고 지적한다.1만 7000원. ●발해고(유득공 지음, 정진헌 옮김, 서해문집 펴냄)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발해사를 체계화시킨 조선후기 실학자 영재 유득공의 저작을 완역. 유득공은 고려가 발해까지 우리역사에 넣어 남북국사를 쓰지 않았던 점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발해영토를 되찾으려 해도 근거가 없어져버렸다며 통탄한다. 유득공은 우리나라의 통일은 신라에서도 고려에서도 조선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신라와 발해가 양립한 남북국시대 이후 발해의 영토는 대부분 여진에 넘어갔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통일이 아니라는 것이다.8500원.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웅진씽크빅 펴냄)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앉아 책을 읽는 여인을 그린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여인’, 책을 읽으며 루이 15세를 기다리는 퐁파두르 후작 부인을 그린 프랑수아 부셰의 초상화, 반 고흐의 ‘아를의 여인(지누 부인)’,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 방’ 등 책읽는 여자들의 그림을 통해본 독서의 역사.1만 3800원.
  • 美 역대 대통령 절반 ‘우울증’

    에이브러햄 링컨은 절망감이 너무 심해 친구들은 그가 자살할지 모른다고 늘 걱정했다. 듀크대 메디컬 센터의 정신과 의사들은 14일(현지시간) 신경정신질환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링컨을 비롯한 미국 전직 대통령의 절반이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우울증이 태반인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1789년부터 1974년까지 재임했던 역대 대통령 37명의 전기와 문서를 분석해 증상을 분류한 결과 얻어낸 결론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웨스트 윙(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곳) 블루스’라 일컬으며 최고의 자리는 외로운 것이라고 보도했다. 링컨 대통령 밑에서 장군으로 있다가 뒤에 18대 대통령이 된 율리시스 그랜트 역시 사교 모임을 피한 채 술독에 빠져 살았다.27대 대통령인 윌리엄 태프트는 잠잘 때 숨쉬기에 곤란을 겪는 수면 무호흡증에 시달렸으며, 중요한 회의 중간에 잠이 드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조울증에 시달렸으며,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자 폭음을 일삼았다.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은 10대였던 아들이 전염병으로 사망하자 우울증에 빠졌다. 조너선 데이비슨 박사는 “우울증이나 정신병에 시달리던 이들도 최상은 아니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그녀의 봄’

    먼저 포스터 얘기부터 해야겠다. 웃통을 벗은 채 눈을 감고 있는 한 남자. 아랫배에 새겨진 화려한 문신과 한쪽 귀에 걸린 귀고리가 요즘 유행하는 동성애 코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연극 ‘그녀의 봄’(김학선 작·연출)은 이 선정적인 포스터가 유포시킨 소문처럼 동성애 연극이 아니라 통일 이후 겪게 될 남북한 사회의 현실적·정서적 괴리를 진지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극중 한기주가 게이로 설정돼 있긴 하지만 그의 성 정체성이 작품을 끌고 가는 핵심 요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불필요한 선입견을 심어줘 작품을 잘못 읽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포스터는 분명 문제가 있다. 무대는 남북한 통일 시범지구인 항구도시 경도. 신 경제특구인 이곳은 남쪽이나 북쪽 사람들 모두에게 기회의 땅이자 자본의 논리와 생존의 절박함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욕망의 분출구다. 경도호텔 소유주인 남쪽 기업가 소지성과 북쪽 조직폭력배 조용길의 권력다툼은 수십년간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의 틀에 갇혀 있던 남한과 북한의 불안한 동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조용길의 조직에서 러시안 룰렛게임으로 연명하는 김철희(최원석), 소지성의 여자 경호원 리원석(채국희), 기억이 뒤엉킨 동성애자 한기주(최광일)는 남북한에서 버림받고 절망의 진흙탕에서 뒹구는 주변부 인생들이다. 카지노와 타로점이 어울리는 세련된 무대세트, 화려한 조명, 감각적인 음악, 끊임없이 울려대는 총소리는 얼핏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스타일에 너무 치중한 탓일까. 정작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남북한 양쪽에서 쫓기는 신세인 김철희, 연인인 김철희를 찾아 경도에 온 리원석, 집에 불을 질렀던 과거를 잊으려다 성 정체성마저 변해버린 한기주 등 주요 인물의 비틀린 과거에 대한 설명이 크게 부족한 탓에 이들의 현재 캐릭터와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작품에 빈 공간이 많다는 뜻이다. ‘자본주의는 말이야, 인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괴물이야.’ 같은 상투적이고 직설적인 대사도 귀에 거슬린다. 통일시대에 대한 남다른 문제의식과 진지한 성찰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숙성 과정 없이 의욕만 앞섰다는 방증이다.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91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성의 필요성’을 위하여/김명곤 연극인·전 국립극장장

    나는 요즘 극단 아리랑 20주년 기념공연인 ‘격정만리’를 연습하느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15년 전에 공연했던 작품이지만 세월도 흘렀고, 국립극장장 6년 이후 오랜만에 하는 대학로 나들이라서 신작을 하는 기분으로 젊은 배우·스태프들과 숨을 고르고 있다. 그런데 나하고 연극을 안 해봤거나, 오랜만에 함께하는 배우들이 초기의 연습 분위기가 너무 부드러운 것에 놀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나는 숨 막히는 긴장과 서릿발 같은 치열함, 호통, 잔인하리만큼 혹독한 연습으로 소문난 독재적 연출가였다. 나는 연습 내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연습장은 언제나 폭발할 것 같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배우들은 처음에는 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투쟁도 했지만, 나중에는 나의 권위에 복종하고 지시에 순종하며 연기했다. 그런데 그런 배우들일수록 나의 독재로부터 벗어나면 자신이 따라야 할 명령과 권위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그런 독재적 연습 과정 속에서는 참여자들 간의 갈등도 증폭된다는 것을 알았다. 참여자들이 끊임없이 불평하고, 불화하고, 상대방을 모욕하고,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작품치고 성공한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로를 신뢰하고 애정으로 감싸며 화합해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작품의 성패에 관계없이 모든 참여자들이 최선을 다해 작품에 몰두하고, 그런 작품일수록 성공적인 결과를 이루어낸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나의 연출 스타일이 변한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자율적이고 민주적이고 창조적인 연습 분위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배우나 스태프와의 즉흥적 교감이나 창조적 순발력 속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결과가 작품에 제대로 반영될 때 그 효과는 놀랍다는 것을 여러 편의 작품을 통해 경험했다. 예술을 창조해가는 과정은 누에가 알에서 애벌레로, 번데기에서 나방으로 거듭나는 변화와 혁신의 과정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살아 있는 배우나 스태프 등 예술가들과의 만남과 영감의 교류, 그리고 순간순간의 창조적 섬광은 작품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핵심 요소이다. 이 창조적 섬광이란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것이며, 내면의 창조성은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명령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내면은 고여 있는 물과 같아서 머지않아 썩게 된다. 이것은 비단 예술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올해 주제는 ‘창조성의 필요성(Creative Imperative)’이었다고 한다. 세계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중요한 숙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혁신, 그리고 창의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판단해서 이 주제를 정했다는 것이다. 창조적 조직, 창조적 시스템, 창조적 인재 양성은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함께 가기 위한 필수조건이 된 것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는 내부의 창조적 힘으로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움직일 때, 각 분야가 안고 있는 중요한 숙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스스로의 창조적인 힘보다 외부의 강력한 힘에 의지하면서 숙제를 풀어가려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볼 일이다. 특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인 정치권이나 행정부는 그로 인한 갈등과 혼란의 양상이 무척 심각하다. 오랜 군부독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민주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가꾸어 나가기 위한 통과의례가 너무 길고, 결론이 나지 않는 데 대해 국민은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갈갈이 찢어놓고 있는 갈등과 분열의 혼란상을 종식시키고 창조적 사회로 변화하기 위해 우리 모두 ‘창조성의 필요성’에 대해 숙고해 볼 일이다. 김명곤 연극인·전 국립극장장
  • [27일 TV 하이라이트]

    ●특집다큐멘터리〈세계로 가는 동양의학〉(EBS 오후 7시20분)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인구 가운데 3분의 1이 동양의학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미국 동양의학의 중심은 침술. 우리나라에서는 침술이 한의학에서 외면당하고 있지만 서구에선 침술이 동양의학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연구도 활발하고 호응도 좋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35분) 쪽빛 바다를 따라 뱃길 따라 천의 얼굴을 간직한 여수. 금오산 자락에 이국적인 정취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 3대 기도도량 가운데 하나인 향일암과, 향일암에서 바라본 바다 절경을 소개한다. 빼어난 경관과 여수항을 둘러싼 남해바다의 섬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오동도와 거문도의 색다른 모습도 알아본다.   ●오감만족! 최고의 맛을 찾아라(MBC 오후 1시10분) 설 연휴의 시작을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시작해보자. 다른 지역 다른 집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우리 가문만의 전통이 고스란히 전해진 ‘내림음식’.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최고 음식들을 소개한다. 또한 중국과 북한의 설 음식을 소개하고, 전국 최고의 별미 떡에 대한 정보도 알아본다.   ●하늘이시여(SBS 오후 8시35분) 왕모는 영선으로부터 자경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가 하면, 슬아에게는 왕모와 만나고 싶다는 여자들이 많다며 그 목록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왕모는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단정짓는다. 다음날 자경은 왕모의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며 속으로 이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데….   ●고향역(KBS1 오전 8시5분) 송사장은 순덕을 만나 용서를 구하고 더불어 선경에게까지 사죄한다. 정인은 덕우가 출장갔다는 소리를 듣고 그 길로 준호가 있는 과수원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준호를 만나러 온 덕우와 마주치게 된다. 양조장에서 일하던 선경은 개성댁이 왔다는 말에 달려 나가지만 어디서도 아버지 채달평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걱정하지마(KBS2 오전 9시) 백화점에서 세찬의 바람 피우는 현장을 덮친 은새는 절망한다. 그리고 그 여자가 재이의 친모라는 세찬의 설명에도 원망의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영자는 명절 준비도 안 하고 친정에 가버린 은새 때문에 기가 막혀서 전화로 한바탕 퍼붓는다. 아픈 은새를 데려다주러 세찬 집에 온 연화는 영자와 말다툼을 벌이는데….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7)茶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7)茶室

    붉디붉은 동백꽃이 벙그러져 하늘을 향해 얼굴을 내민다. 퍼득이는 새의 날갯짓에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붉은 동백의 무리들은 마치 절망 속에서 자신의 삶을 내던져 버리는 중생들의 아픈 추락비행 같다.‘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속에 깃든 의미는 아마 희망이었던 것 같다. 추락과 날개는 상반된 감각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추락이 절망이요 포기라면 날개는 곧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오로지 한 곳을 향해 집중하고 인내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넉넉한 삶의 여유다. 신년 들어 일지암에서 중생의 평안과 차인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다회를 열었다. 멀리 서울과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초의차문화연구원들이 참석했다. 신년다회는 일지암 초당에서 열렸다. 까실까실하고 상큼해 보이는 새 볏짚으로 엮어올린 지붕을 가진 일지암 초당에는 3평 남짓한 차실이 있다.3방향으로 문을 해닫고 한쪽에는 차를 덖을 수 있는 부엌으로 만들어 놓은 일지암 초당 옆으로는 그 유명한 유천이 흐른다. 초당의 문을 열면 두륜산의 광활한 산맥이 울퉁불퉁 튀어오르는 것이 보이고, 늦은 오후 맑은 석양에는 서해바다의 잔잔한 물소리가 바람과 풍경소리를 타고 월담을 한다. 아름다운 풍광을 다탁으로 한 일지암 초당의 다실은 그야말로 담백하다고 말할 뿐이다. 갈아 붙인 회벽에 몇겹으로 이어 붙인 회백색 벽지와 3명 정도가 마실 수 있는 작은 차 도구가 전부다.2∼3명의 찻자리는 늘 고요하다. 오직 바람소리와 유천의 물소리를 벗삼아 자신의 마음을 흘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지암의 차실을 두고 ‘무애의 차’ 자리라고 하는 것이다. 차인들에게 차실은 차, 차도구와 함께 매우 중요한 것중 하나다. 차를 하면 할수록 자신만의 차실을 하나쯤 가꾸는 염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부쩍 자신의 차실을 소유하는 차인들이 늘고 있다. 작게는 3∼4평, 크게는 10여평의 차실을 근사하게 가꾼 후 가까운 차인들을 초대해 차회를 여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도심의 아파트에서도, 먼 산골의 초막에서도 차실을 꾸며 차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차실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일본의 차실이다. 일본의 차실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고도의 문명을 향유한 일본문명의 상징처럼 일본의 차실은 세계적인 눈길을 끌었다.100여년이 넘는 대숲속의 차실들은 일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눈에도 동양문명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이른바 초암으로 불리는 일본의 다실들은 실로 담백하기 짝이 없다. 허리를 굽혀야 하고 몇 사람이 옹기종기 몰려 앉아 무릎을 맞대고 먹어야 하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차실이 바로 이 시대의 차인들과 서양인들의 마음과 눈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초암의 백미는 텅 비어 있고 작다는 데 있다. 초암에 대해 조선시대 이형상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내 집은 초려삼간/세상일이라곤 전혀 없네/차 달이는 돌 탕관과 고기 잡는 낚싯대 하나/뒷산에 절로 난 고사리 그것이 분수인가 하노라.”라며 소유하지 않는 자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초암의 핵심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적이라는 점에 있다. 그리고 작지만 위대한 공간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한적한 대숲이나 정원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초암은 흙과 볏짚을 혼합해 바른 벽이나, 대나무와 흙으로 엮어 만든 벽이 대부분이다. 방바닥 역시 마찬가지다. 대나무 자리를 깔거나, 갈대를 엮어 만든 것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암 차실은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가집 같은 것이다. 이른바 건축의 기본을 도외시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쉽게도 일본 초암차의 원류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우리의 옛 초가집의 소박한 멋이 원형인 것 같다. 최근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일본 초암다실의 원형은 우리나라라는 것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센리휴에 의해 완성된 초암차실은 당시 강대했던 무사계급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꺾으려는 정치적 목적도 가미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비록 자결은 했지만 도요토미의 왕사역할을 했던 센리휴는 차의 근본정신 회복을 통해 일본 지배계급의 야만성을 희석시키려 했던 것이다. 인간의 영혼을 굽어보게 하는 소박한 다실인 초암은 우리나라의 초가집들과 매우 닮았다. 초암다실이 세계적인 다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사성과 함께한 정신성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근원적 투쟁심을 탈각시켜 버린 무소유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물신주의의 총아인 자본주의는 불가사리처럼 무엇이든 거대화시키고 조작해낼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 그러나 초암은 그런 자본주의적 가치관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역설의 미학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곧게 수직으로 뻗어내린 직선의 미학에 휘어지고 굽어진 곡선의 미학으로 맞서고 있다. 화학화시키고 인위적으로 조작한 재료 대신 흙과 집 그리고 대나무 등 천연재료를 사용,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데 그 위대함이 있는 것이다. 작고 어두운 초암은 폐쇄적인 공간이 결코 아니다. 사방을 개방해 누구라도 들고 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 열린공간은 신분의 차별을 초월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초암은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했다. 깊은 산중에서 수행을 하기 위해 손가는 대로 지어낸 띠집인 초암, 가난한 선비들이 호연지기를 기르고 청빈함과 검소함을 자랑하기 위해 만들었던 모사(茅舍), 초려(草廬), 초정(草亭), 또한 왕이나 왕세자 등이 제를 지내기 위해, 잠시 머물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은 모옥(茅屋), 초옥(草屋) 등이 존재했다. 먼저 초암은 원래 스님들이 살던 암자의 명칭이기도 하다. 대중수행을 피해 홀로 수행을 하기 위해 깊은 산중에 아무렇게나 지은 작은 암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초암은 천연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검소하고 청빈한 삶의 원형을 그대로 담아내게 된 것이다. 설잠 스님의 ‘모암’이란 시는 이같은 상징성들을 그대로 드러낸다. “푸른 산 깊은 곳에 귀틀집 한 채 얽었는데/집 아래로는 맑고 맑은 만길 깊은 못이로세/가는 곳 되는대로 구름따라 함께 가고/머물 때엔 한가로이 달 아래 절방에 함께 있네.” 선비들이 독서나 차를 마시는 데 이용했던 초정이나 누실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즐기며 호연지기와 청빈함을 자랑했던 초정이나 누실 역시 작고 소박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암의 원형들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 점에서 초암은 자연주의의 원형이랄 수 있다. 그같은 것은 차가 지닌 자연성과 우주성을 일체화한 독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초암은 또 차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물론 역사성과 현실성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현대에 와서 초암은 문명의 역설성을 상징하고 차의 본연성을 담아낸 천연의 기제로 자리매김될 만하다. 차의 정신은 궁극적으로 하심(下心)에 있다. 넓고 큰 집, 넓고 화려한 광채가 나는 차실은 바로 현대인들의 욕망을 상징하는 또 다른 기제다. 그러나 초암으로 대별되는 차의 정신은 내 욕망을 내려놓은 하심을 구조적으로 추구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좁고 작아서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문들, 도대체 막힘이 없는 사방으로 열린 공간들, 울퉁불퉁 튀어나온 소나무의 서까래 등 순수한 자연의 미학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경계를 풀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초암에서 소박한 미의식을 본다. 소박한 미의식이란 작고 볼품없는 공간속에서 채워낼 수 있는 정신적 충만감을 의미한다. 일지암 초당의 신년차회는 바로 이같은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바싹 마른 장작을 구들에 넣고 사방으로 환히 열어젖힌 초당의 문들, 바로 앞의 작은 연못과 붉게 핀 매화 향, 그리고 손에 잡힐 듯 툭툭 꽃봉오리를 벙그러올리는 동백꽃이 바로 또 다른 차의 세계를 구현한 것이다. 그들은 그 찻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스님 참으로 부끄럽고 초라합니다. 이렇게 위대한 자연의 경이 앞에서, 꾸미지 않은 자연의 소박함 앞에서 내가 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그들은 자연을 품에 안았고, 현대사회 속에서 일그러져 있는 자신의 작고 초라한 모습을 관조할 수 있었다. 찻자리가 소중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차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자연을 나누고 결국은 우주를 나눌 수 있다. 한발짝 더 나아가 차를 통해 자신을 개벽시킬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술은 사람을 들뜨게 하고 육신을 망치지만 차는 사람을 가라앉히고 육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신묘로운 작용을 한다는 말이있다. 차 한잔은 이렇게 인간의 삶의 양식을 바꿀 수 있기도 하다. 일지암 암주 ■ 현대인의 차실은… 차실은 차인의 품격과 인격을 나타내는 척도다. 요즘 찻자리에 초대되어 가보면 이른바 명품으로 치장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것은 누구의 작품이며 이것은 얼마나 값어치가 나간다고 자랑을 한다. 그럴 때 그 찻자리에는 은근히 질시와 불편함이 싹튼다. 이른바 차회가 아니라 과시회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차가 자신의 신분과 인격을 상승시켜주는 인격체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경우를 보며 씁쓸해한다. 흔히들 차를 격식의 문화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갖추어진 다실에서 갖추어진 다구와 차를 준비한후 예법에 따라 마시는 것이 바로 차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른바 그것은 바로 차가 격식화되어 있는 것이다. 차는 격식의 문화가 아니다. 물론 의식을 통해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차는 당연히 격식의 차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차는 자연스러움과 소박함 그리고 편안함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우선 차는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차를 마실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공유하는 나눔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 거실이나 방에서 행다를 해도 된다. 차실은 가급적 비린내가 나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깨끗하고 아담한 분위기 연출을 위한 곳이면 더욱 좋다. 먼저 다실을 꾸밀 공간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다. 다실의 크기는 3∼4평 정도가 제격이다. 다실의 크기가 너무 넓으면 주위가 산만하고 어지럽기 때문에 오히려 차실로서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다실은 손님을 접대할 몇 가지 가구와 다구, 요란하지 않은 화분이나 서화로 간단하게 장식되어 있으면 더욱 좋다. 다실에 놓여진 난과 꽃은 차실의 분위기를 한층 품격있게 만들기도 하다. 다만 너무 요란스럽게 꾸며진 장식물들은 오히려 차실의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실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응접실이나 서재를 이용해도 된다. 우선 차를 마실 수 있는 차도구를 위한 상시적인 공간을 마련한다. 그곳의 넓이는 0.5평 정도면 된다. 가능하다면 창문을 통해 밖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좋으며 조촐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소나무 화분이나 꽃 등을 준비해 놓아두면 더욱 좋다. 마지막으로 응접실이나 서재도 없는 단칸방에서도 차는 가능하다. 평상시에 차를 마실 수 있는 도구를 사람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놓아둔 다음 차를 마실 때 자리를 마련해 마시는 것이다. 참으로 훌륭한 행다란 다실의 유무에 있지 않고 그것을 소박하고 검소하게 즐길 수 있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백경훈 글

    ‘무스탕’. 겨울철에 입는 옷 얘기가 아니다. 네팔 중북부, 티베트 남쪽과 국경을 마주한,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고원과 협곡의 땅.14세기 나라의 기틀을 세워 역사를 이어오다가 1760년 네팔에 자치권을 빼앗긴 옛 왕국이다.1년 내내 강풍이 불고 물이 귀해 척박한 데다가 해발 4000m를 넘는 고산지대가 대부분이고 외부인의 출입도 자유롭지 않아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은둔의 땅’으로 불린다. 여행작가이자 시인 백경훈과 사진작가 이겸이 함께 지은 ‘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호미 펴냄)는 히말라야 설산의 신비로움이 지배하는 네팔 깊숙이 숨겨진 은둔의 땅 ‘무스탕’을 20일 동안 캠핑 트레킹으로 탐사한 여정을 글과 사진으로 생생히 기록한 국내 최초의 ‘무스탕 여행서’이다. 특히 글을 쓴 백경훈은 우연한 계기로 네팔에 사로잡혀 직장을 관두고 지난 7년간 네팔을 7차례나 다녀온 자칭 ‘네팔병 환자’. 오랜 염원인 무스탕 트레킹을 결심한 것은,‘삶이 무엇이고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일종의 구도 행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한국인은 아직 아무도 간 적이 없는, 이른바 ‘죽음의 코스’를 선택, 위험을 무릅쓴 모험을 통해 무스탕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담았다. 오지 탐험가들에 의해 간간히 소개되던 무스탕의 신비를 한 꺼풀씩 벗겨 보여주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무스탕에 첫발을 디딘 저자들은 무스탕을 한마디로 ‘문명의 입김이 닿지 않은 태고의 신비’라며 감탄한다. 거칠고 황량하지만 동시에 휘황하게 아름다운 태곳적 윈시 모습 그대로였다. 히말라야 설산을 굽이굽이 돌 때마다 새로운 절경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풍경, 윈시의 빛깔로 신비롭게 빛나는 자연의 모습, 마을이 있는 곳마다 하늘에서 펄럭이는 신성한 깃발 ‘룽다’, 척박하고 거센 땅에 맞서 사는 종교적이고 순박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삶 등이 책 페이지마다 살아 숨쉰다. 저자들은 태초의 하늘 그대로인 무스탕의 하늘을 ‘천공(天空)’이라고 표현한다. 발을 질질 끌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천길 낭떠러지 절벽을 보면서 절망과 희망을 함께 느꼈다는 그들은 무스탕 여정을 끝내면서 “잠시 신(神)과 동행했다.”고 중얼거렸다.20일간 스쳐간 온갖 풍경과 자연에서, 사물과 사람에서, 역경과 고난에서, 희열과 환희에서 그들은 신을 만난 것.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과 순박한 무스탕 사람들의 미소에서 인간의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다.1만 8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비운의 ‘은반 요정’ 다시 태어 나리

    ‘비운의 피겨요정’ 남나리(21·미국명 나오미 나리 남)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엉덩이 부상으로 지난 2000년 전미피겨선수권 이후 6년 동안 공식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남나리는 지난 14일 끝난 전미피겨스케이팅선수권 페어부문에서 5위에 올랐다. 상위 두 팀에 주어지는 다음달 토리노동계올림픽 티켓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남나리는 자신의 복귀를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물론 아쉬움도 남았다. 테미 레프테리스(24)와 한 조를 이뤄 출전해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에 올라 토리노행 기대를 부풀렸지만 14일 프리스케이팅에서 5위에 그쳐 올림픽 출전의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만 한 것. 그러나 남나리로서는 ‘희망’을 확인한 대회였다. 오랜 부상에서 부활했음을 과시했고, 새롭게 시작한 페어에서도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초 목표도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이었기에 결코 절망은 없다. 한국계 2세 남나리는 10살이던 95년 사우스웨스트 퍼시픽대회에서 우승,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1999년 전미선수권 여자 싱글 2위에 깜짝 등극,‘제2의 미셸 콴’으로 불리며 미국 은반의 새 요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뜻밖의 부상 악재를 만났다. 점프연습을 하면서 당한 엉덩이 부상으로 2001년 수술까지 받았다. 이후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2002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메달이 유력했던 그는 끝내 출전조차하지 못했다. 심한 마음고생으로 한 때 은반을 떠날 생각도 했던 남나리는 “6살부터 오직 올림픽 출전을 꿈꿔왔다.”며 올림픽을 향한 열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나리는 지난해 4월 싱글에서 페어로 전향해 피나는 훈련을 거듭했다. 사실상의 복귀전이었던 지난해 11월 퍼시픽코스트섹셔널 챔피언십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록 토리노행 티켓은 얻지 못했지만 대신 밴쿠버행 ‘희망의 티켓’을 예약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가슴 울리는 멜로 될수 있을까

    가슴 울리는 멜로 될수 있을까

    “가벼운 트렌디 드라마가 아닌, 가슴 울리는 멜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는 16일부터 MBC에서 방송되는 월화 미니시리즈 16부작 ‘늑대’(연출 박홍균, 극본 김경세)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은 이같은 기획의도를 밝혔다. 남자주인공으로 톱스타 문정혁(에릭)과 엄태웅이 캐스팅되고, 여자주인공으로 한지민이 합류하면서 일찍부터 주목받은 이 드라마가, 베일을 벗고 보니 정통 멜로드라마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의도대로 ‘숱하게 기획되는 트렌디 드라마에서 벗어나, 열정과 감성이 공존하는 멜로드라마’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것 같다.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장면들에서 ‘만화 주인공’같은 인물들의 설정과 스토리는 그동안 쏟아졌던 트렌디 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각각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캐릭터와 이들이 만드는 삼각관계는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상위 여성들만 상대하는 전문 바람둥이 배대철(문정혁)은 “추락해도 상관없어. 한번 올라가면 돼.”라고 외친다. 부잣집 철부지 아들 윤성모(엄태웅)는 국회의원 아버지 밑에서 여자만 밝히는 ‘폼생폼사’이며, 이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백화점 사주의 외동딸 한지수(한지민)는 3개월밖에 살지 못하는 시한부 인생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캐릭터들일 수밖에.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펼치는 삼각관계도 공식에 맞춘 듯한 설정이다. 조폭 보스로부터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한지수의 경호원 겸 운전사가 돼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배대철의 감정도 어디선가 본 듯하다. 부모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지수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 윤성모가 “네가 좋은 건 아닌데, 안보면 이름이라도 부르고 싶다.”며 접근하는 방법도 새롭지 않다. 관건은 이들의 사랑이 얼마나 ‘진정성’을 보일 수 있겠느냐에 있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바람둥이와 부잣집 아들이 동시에 한 여자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스토리는, 주인공들이 보여줄 질투와 상처, 절망의 감정이 얼마나 진실하게 표출될지에 달려있다. 물론 강추위 속에서 오랜 시간을 쏟으며 촬영하고 있다는 제작진의 노력도 무시할 수는 없다. 박홍균 감독은 “트렌디 드라마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시간이 많이 드는 어려운 장면들도 공들여 찍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납득 안되는 황 교수 사과·해명

    황우석 교수가 어제 논문조작과 관련해 제1 저자로서 책임지겠으며, 국민에게 사죄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바꿔치기됐고 원천기술은 갖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의 말은 논문에서 허위 데이터를 사용한 게 뭐 그리 큰 잘못이냐는 항변투로 들린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반박으로 일관해 혼란만 되레 가중시켰다. 그럴 것이면 굳이 참회하거나 사과할 이유가 없었다. 사과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까닭이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황 교수에게 진실의 말을 기대했다. 물론 객관적 사실을 떠난 평가 부분에서는 조사위와 견해차가 있을 수 있고, 연구팀이 자랑하는 기술력이 폄하된 데 대해 억울하고 할 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검증을 통해 밝혀낸 논문조작 결론에 대해 상당부분 인정한다면서도 ‘조작기준’을 되묻는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줄기세포를 배양해본 적이 없고, 중간단계를 점검할 안목도 없었다면서 줄기세포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하는 근거는 또 무엇인가.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는 점에 대해 미즈메디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실망스럽다. 연구 결실을 놓고 미즈메디 연구팀과 어떤 교감과 묵계가 오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일부 미즈메디 연구원에 대해 실명을 거론해가며 ‘범죄행위’를 예단한 점은 경솔했다. 연구과정에서 누가 누구를 속이고, 속았는지를 국민에게 대놓고 얘기할 사안인가. 한국 과학계를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들고, 국민에게 절망을 안긴 과학자에게서 ‘학문적 범죄행위’에 대한 인식을 끝내 찾을 수 없었던 점은 유감이다.
  • [11일 TV 하이라이트]

    ●살림의 여왕(EBS 낮 12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발명한 이희자 사장님, 프라이팬 뚜껑을 개발하게 된 박희경 사장님,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아학습용품들을 만들어낸 이현옥 주부님. 생활 속의 불편함을 좀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발명을 하게 됐다는 세 명의 주부들을 초대해, 그 결과물을 스튜디오에서 직접 확인해본다.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KBS연기대상을 수상한 김명민. 그에게 10년의 무명시절이 있었고, 한때는 좌절과 절망 속에서 이민까지 결심했다고 한다. 화려한 조명 뒤에 숨겨진 김명민의 새로운 모습을 ‘조영구가 만난 사람’에서 만나 본다. 또 연예인 중에서 유달리 어려보이는 `동안´ 연예인들의 공통적 특징을 분석해본다.   ●클로즈업(YTN 오후 1시20분) 장동건과 이정재가 출연하고 제작비가 200억원 가까이 든 초대형 블록버스터 태풍. 적도, 친구도 될 수 없었던 두 남자, 말이 통하고 가슴이 뜨거워져도 그들은 싸워야 한다. 곽경태 감독이 영화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의미와 영화 속 명장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곽 감독의 작품세계와 계획 등을 들어본다.   ●청춘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MBC 오후 6시50분) 보라와 상미가 집수리 때문에 잠시 동안 갈 곳이 없는 희진 교수를 자기네 집에 모신다고 한다. 오랜만에 여자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하는 희진과 보라, 상미. 그런데 보라와 상미 집에 있는 며칠 동안 희진에게는 온갖 힘든 일들이 닥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낭독의 발견(KBS1 오후 11시40분) 100회 특집으로 지난해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수상후보였던 고은 시인과 세계적인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씨가 낭독무대에 오른다. 또 99회까지 무대에 섰던 세 명의 진행자와 낭독손님의 얼굴을 다시 만나보고, 시청자와 제작진이 꼽은 최고의 낭독, 감동 깊은 낭독을 다시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추적 60분(KBS2 오후 11시5분) 장기이식수술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하지만 브로커들의 사기행각, 수술 후 관리소홀로 인한 2차 감염,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수술 부작용들은 힘들게 중국행을 선택한 환자들을 또 다시 울게 하고 있다.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그들은 중국행을 멈추지 않는 것인지 추적해본다.
  • [줄기세포 현실과 미래] (1)‘황우석사태’ 이후

    [줄기세포 현실과 미래] (1)‘황우석사태’ 이후

    줄기세포 조사 발표를 본 국민들의 심정은 절망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줄기세포 연구는 여기서 중단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희망은 있다. 많은 학자들이 줄기세포 연구에 땀을 흘리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의 종주국 위치는 아직도 공고하다. 머지 않은 장래에 진정한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자신하고 있다. 학자들은 황우석 교수 사태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서 성실하게 연구하고 있는 생명과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0여개 팀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연구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경우 국내에서만 30여개 팀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과학기술부에 33개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가 등록돼 있다. 핵치환 배아줄기세포는 그동안 황 교수팀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는 없던 일이 됐다. 따라서 향후 목표는 그 빈 자리를 다시 한국 과학자가 차지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다.2002년 3월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팀이 사람 체세포에서 핵을 추출해 소의 난자에 이식하는 ‘이종간 핵치환’에 성공한 데 이어 2003년 1월에는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생쥐의 배반포기배에 주입한 뒤 대리모 자궁에 착상시켜 ‘키메라 쥐’를 탄생시켰다. 2003년 11월에는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정형민 교수팀이 쥐의 배아줄기세포를 살아있는 쥐의 뇌에 이식, 손상된 뇌 기능을 회복시키는 뇌신경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성체줄기세포 수년 내 실용화 서울 아산병원과 강남성모병원 등에서는 이미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한 척수마비환자 치료의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도 2007년 9월 완공되는 시립보라매병원 신축건물에 각 대학 연구진 200여명이 참여하는 ‘공공 제대혈 은행 및 성체줄기세포 연구센터’(가칭)를 조성하기로 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황 교수 파문 이후 배아줄기세포의 대안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뼈나 간, 혈액 등 구체적인 장기의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로 해당 장기가 손상될 경우에 대비해 조직을 재생시키는 세포를 만들어낸다. ●“황 사태로 주춤해서는 안돼” 과학계는 이번 사태가 성실하게 연구를 하고 있는 다른 학자들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황 교수 사태를 잊고 진지하게 성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황 교수팀이 다뤘던 부분은 줄기세포 분야에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줄기세포 연구는 크게 ▲치료용 줄기세포 생산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용 세포 생산 ▲동물 이식실험 등으로 나뉘지만 황 교수는 치료용 줄기세포, 그 중에서도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생산에만 집중했다.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성패를 좌우할 난자 수급에 있어 외국보다 유리하다. 차병원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는 이미 1998년 난자은행 운영을 위한 기술개발을 완료, 국제학회에 1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치료법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난자 냉동보관에 있어서도 확실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소 정형민 교수는 “미국, 일본, 영국, 호주,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각국에서 엄청난 지원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면서 “한 연구자의 조작사건으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는 연구 전반이 위축된다면 앞으로 줄기세포 치료법이 개발됐을 때 엄청난 돈을 주고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줄기세포연구회 대표운영위원인 한양대 생물학과 김철근 교수는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지만, 황 교수가 했던 핵치환배아줄기세포 연구도 누군가에 의해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발전해야 성체줄기세포 연구에도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표 유지혜 김준석기자 wisepen@seoul.co.kr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1회전] 흑 낙승의 국면이었는데…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1회전] 흑 낙승의 국면이었는데…

    제7보(62∼78) 우상귀에서 백이 입은 손해는 엄청나서 거의 절망적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 바둑은 속기시합이다. 시간이 많은 바둑이라면 유리한 쪽에서 변화를 피해 안전하게 이기는 길을 연구하겠지만 시간이 없는 바둑에서는 그것이 훨씬 어렵다. 하긴 백도 시간이 많은 바둑이었다면 우상귀와 같은 대착각을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이 바둑은 속기시합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흥미로운 대국이라고 하겠다. 백62의 모자 씌움은 상변의 백 석점을 버리겠다는 뜻이다. 살리려고 한다면 (참고도1) 백1,3으로 뛰어나와야 하는데 흑2,4로 같이 뛰어나오면 백은 곤마만 하나 생겼을 뿐이어서 도대체 무엇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백62는 흑63을 유도하여 상변을 버리고 백64로 좌변에 세력을 쌓은 뒤에 이것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뜻이다. 흑이 여기에서 손을 빼고 좌변을 삭감했다면 낙승이었을 것이다. 상변의 뒷맛이 께름칙했다면 백70으로 이단 젖혔을 때 (참고도2) 흑1,3으로 참았어도 대우세였다. 백4로 치중해도 17까지 아무 수도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백18로 늘여두는 정도인데 이때 좌변을 삭감하면 된다. 그런데 느닷없는 흑71,73으로 77까지 패가 생겼다. 그런데 흑은 팻감이 어디 있는가? (78=62) 유승엽 withbdk@naver.com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자서전/이종인 옮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는 유럽 중심의 근대건축 흐름에서 당당하게 자신만의 색깔을 지켜낸 미국 건축의 자존심으로 통한다.‘현대 건축의 거장들’의 저자 피터 블레이크는 라이트를 ‘최후의 미국인’이라고 평했는데, 이는 그가 평생에 걸쳐 미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걸작들을 남겼기 때문이 아니라 진정한 미국인의 기상을 구현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라이트의 작품 중 상당수가 사적(史蹟)으로 지정되어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인생을 담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자서전’(이종인 옮김, 미메시스 펴냄)이 발간됐다.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 70여년 동안 1000여점에 달하는 건축을 남긴 라이트는 많은 건축가들이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손꼽는 인물이다. 그에 관련된 논문과 저작만 2000여점에 달한다. 그는 살아있을 때부터 전설적 인물로 통했다. 탁월한 디자인과 독창적 이론에 있어서 누구도 견줄 수 없는 업적을 남겼고, 그의 인생 자체도 한 편의 드라마처럼 파란만장했다. 책은 이 위대한 건축가가 자신의 삶과 사랑, 그리고 건축에 관한 모든 것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어나간 기록이다. 건축이 자연과 소통하고 융합해야 한다는 그의 ‘유기적 건축이론’과, 혁신적인 양식들이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를 라이트 자신의 육성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라이트는 자연과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유기적 건축’ 이론의 주창자로, 건축물은 그가 속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인간은 그의 가족, 친구들,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 그리고 그가 ‘유소니언(Usonian)´이라고 불렀던 미국인들이다. ‘프레리 하우스’‘유니티 교회’‘유소니언 하우스’ 등 미국인들의 삶과 신앙, 환경에 적합한 건물들을 디자인함으로써 이를 구현하였다. 당시 성공적인 건축가의 필수과정이었던 유럽 유학을 거절한 것도 이런 맥락의 결단이었다. 책에서 라이트는 자신의 유기적 건축이론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어린 시절 목장 생활을 비롯하여 미국 건축의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던 시카고 건축사무소 시절, 그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였고 절망을 주기도 하였던 네 여인과의 사랑, 미래의 건축에 대한 비전과 제안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이혼과 스캔들, 방화로 인한 화재, 그로 인한 부인과 아들의 죽음 등 잇단 비극이 닥치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인으로 남아 건축에 전념하는 거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2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부시 “日, 아시아전략 수정하라”

    |도쿄 이춘규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악화된 중·일 관계를 우려, 일본 정부에 ‘아시아전략의 수정’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한 역사문제에 대해 “중·일간 대화를 촉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과거보다 구체적 형태를 띤 이 요청의 대상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뿐 아니라 고이즈미 총리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요청은 아시아에서 일본의 고립화가 진행될 경우 미국의 국익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계감 때문이며 직접적으로 ‘야스쿠니 참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의 아시아 외교를 수정토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같은 달 16일 교토에서의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 중국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을 집요하게 질문했다. 신문은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17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래 중·일 관계의 회복이 절망적인 상태가 됐다고 보고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지속적인 ‘우려’를 전해 왔다고 덧붙였다.taein@seoul.co.kr
  • [사고] 로버트 김·한승원 특별칼럼 신설

    재미 한국인 로버트 김과 소설가 한승원씨가 새해부터 특별 기명칼럼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이에 따라 기존 필자인 송두율 교수와 함께 3주마다 한번씩 매주 수요일자로 집필하게 됩니다.●로버트 김의 희망 메시지 조국을 사랑한 죄로 견디기 힘든 역경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로버트 김이 미국에서 ‘로버트 김의 희망 메시지’를 집필합니다. 로버트 김은 퍼듀대 대학원을 나와 NASA와 해군정보국(ONI)에서 근무했으며, 기밀유출 혐의로 연방교도소에서 7년반의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원망 대신 감사를, 절망 대신 희망의 이야기를 전할 것입니다. 오랜 미국 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밖에서 본 우리의 모습과 미국사회의 신조류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입니다.●한승원의 토굴살이 이야기 작가 한승원이 ‘한승원의 토굴살이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씨는‘초의’‘해변의 길손’‘아제아제바라아제’‘동학제’ 등의 소설과 시로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 우리 문단의 원로 작가입니다. 몇년 전부터는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장흥 바닷가로 돌아가 ‘해산토굴’이라는 글집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삶과 사랑에 대한 깊이있는 천착을 보여온 작가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는 또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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