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절망
    2026-03-13
    검색기록 지우기
  • 신축
    2026-03-13
    검색기록 지우기
  • 술집
    2026-03-13
    검색기록 지우기
  • 대국
    2026-03-13
    검색기록 지우기
  • 침투
    2026-03-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884
  • [CEO 칼럼]기업문화가 기업의 생명/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CEO 칼럼]기업문화가 기업의 생명/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경영이란 무엇인가. 인터뷰나 강연 때마다 자주 받는 질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경영은 기업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혁신해 성장·발전하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즉, 경영은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끝없는 과정이다. 사람에게는 특유의 행동을 결정짓는 영혼과 정신이 있듯이, 기업에는 기업의 활동과 성과를 결정짓는 기업문화가 있다. 그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 지난 1998년이다. 당시 나는 관료생활을 정리하고 현재의 회사에 왔는데, 회사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경제상황 속에서 대규모 경영손실로 인해 도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자본규모보다 훨씬 큰 영업손실이 발생한 막막한 상황,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사람이었다. 선배직원이 신입사원들에게 ‘곧 망할 회사에 왜 들어왔느냐.’고 물을 만큼 패배적이고 부정적인 기업문화가 회사에 팽배해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방만한 조직구조를 개편하고, 직원들의 고정관념과 패배의식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직원들에게 매년 10% 이상의 영업성장 목표를 제시하고 내가 먼저 앞장서서 뛰어다녔다. 이제껏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신상품 개발과 고객 서비스는 물론이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찾아다니며 영업에 나선 결과, 회사는 10년 만에 아시아 1위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공의 에너지는 바로 긍정적인 기업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믿음은 얼마 전에 ‘나비의 꿈’이라는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잡았다. 재정 자립도가 10%도 채 안 되는,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전남 함평군이 새로 취임한 군수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혁신하는 과정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천연자원도, 관광자원도, 산업자원도 전혀 없고 어느 마을이나 하나쯤은 있을 법한 변변한 특산물조차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가난을 대물림하던 마을, 그러나 더 암담한 것은 체념과 절망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뭔가 한번 해보자고 독려하는 30대 젊은 군수의 뒤에서 직원들의 뒷담화가 난무했다. 사람들은 버릇처럼 ‘차라리(그냥 놔둬)’와 ‘어차피(안될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군수는 ‘어차피’와 ‘차라리’라는 말을 ‘오히려’라는 말로 고쳐 나갔다. ‘오히려 기회야.’라는 긍정의 한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급기야 아무 것도 없고 낙후된 시골이지만 ‘오히려’ 진짜 시골, 깨끗한 환경을 경쟁력으로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하여 결국 ‘나비축제’라는 독창적인 아이템을 생각해 냈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긍정하고 조직문화를 점차 바꾸어 나갔으며 거듭된 실패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일어섰기에 마침내 축제는 대성공을 거뒀고, 함평은 최고 수준의 부자마을로 거듭났다. 그동안 그들에게 정작 필요했던 것은 자원이 아니고, 신념과 긍정의 문화였던 것이다. ‘안 된다.’고 하는 부정적 문화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안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자존심 도요타가 최근에 고전하는 것도 기술력이 아니라 기업문화 때문이다. 그들은 세계 자동차 산업의 격전장인 미국시장에서 전 세계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혁신을 도모할 때 ‘도요타가 최고’라는 자만심에 휩싸여 초기에 리콜이 급증해도 무시하고 있다가 변화의 타이밍을 놓쳐 오늘날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함평군의 성공사례와 도요타의 위기사례에서 보듯이 조직은 항상 변해야 살아남으며, 이 변화를 이끄는 힘이 바로 기업문화이다. 좋은 기업문화는 조직에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시켜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미래를 만들도록 이끌어 준다.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기업문화야말로 기업을 살리는 생명력인 것이다.
  • “장애 겪는 이웃에게 희망의 본보기 되고 싶어”

    “장애 겪는 이웃에게 희망의 본보기 되고 싶어”

    “저의 도전이 장애를 겪으며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희망을 찾았으면 해요.” 청소년의 달 5월을 맞아 30일 서울시 시민상 청소년부문 대상을 받은 정신여중 2학년 이예지(15)양은 수상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두 손가락 왼손으로 바이올린 연주 예지양은 선천적으로 왼손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겨우 붙어 있고 나머지 세손가락은 없다. 이른바 폴란드증후군 때문이다. 한 손이 남들과 눈에 띄게 다르다는 사실은 어린 아이에게 상처와 절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예지양을 절망하게 놔두지 않았다. 아버지 이철(48)씨는 예지의 왼손을 ‘예쁜 손’이라고 부른다. “자라면서 사람들에게 예지의 예쁜 손을 감추지 않고 더 보여줬어요. 신앙의 힘으로 아이의 장애를 다르게 해석하니까 오히려 꿈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네살이 되자 예지양은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피나는 노력 끝에 체르니과정까지 모두 마쳤다. 예지양에게 장애는 그저 불편한 것일 뿐이었다. 내친김에 또 다른 도전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끝날 무렵 일곱 손가락으로 배운 피아노보다 더 어려운 바이올린을 잡은 것. 문제는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활을 잡고 바이올린을 켜야 하기 때문에 왼손잡이용 바이올린을 특수제작해야 했다. “왼손으로 활을 잡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어릴 때부터 배운 피아노와 달리 현을 켤 때마다 오히려 마음이 안정됐어요. 그래서 손에서 피가 날 때까지 밤낮없이 연습했어요. 학교 관현악반과 교회 성가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요즘이 그래서 행복해요.” ●뛰어난 리더십… 기자 되는게 꿈 예지양은 음악을 하면서부터 집중력이 생기고 적극적인 아이로 변했다. 반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도 뛰어나다. 성적도 크게 올랐다. 중학교 1학년 초 전교 150등에 머물렀으나 현재는 10위권에 올라 있다. 글쓰기에도 소질이 있어 장차 훌륭한 기자가 되는 게 꿈이라는 예지양. 활을 잡은 가냘픈 왼손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며 이탈리아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 비탈리의 ‘사콘느 G단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예지양의 왼손이 정말 ‘예쁜손’이 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예지양은 어린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시각장애 1급인 오빠를 도우며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청운초등학교 6학년생 박민주양 등 95명의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표창을 받는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책꽂이]

    ●농산물나라 친구들(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펴냄) 햄버거,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살지만, 밥이며 야채 앞에서는 입을 꼭 닫아버리는 아이들, 부모는 괴롭기만 하다. 달나라까지 날아가게 해주는 보리밥, 충치괴물을 물리치는 검은콩,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팽이버섯, 피부병을 낫게 해준 마늘장아찌 등 잡곡과 야채를 맛있게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 농산물을 소재로 한 창작동화 공모전 당선작들이다.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 도서관에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며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회원들에게는 홈페이지(www.jikigi.com)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2만원. ●사랑(허영엽 지음, 바오로딸 펴냄) 천주교 ‘글쟁이 신부’로 유명한 허영엽 신부의 열 번째 책. ‘사랑’을 테마로 성경을 읽어 그 속에 나타나는 사랑의 특징에 대해 썼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하느님은 왜 인간을 사랑하는가 등 ‘거룩한 사랑’을 주제로 한 짧은 글들을 모았다. 6500원. ●17일간의 부부항해 내비게이터(엄정희 지음, 코리아닷컴 펴냄) 50대에 만학도의 길에 들어서 서울사이버대학 가족상담학과 교수로 임용된 저자의 경험이 짙게 배어있는 책이다. 글로벌 기업의 전문경영인 남편의 내조는 물론, 아들을 잃은 슬픔도, 위암 선고의 절망도 모두 이겨낸 뒤끝의 이야기라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한 실천적 지침들은 이론과 삶이 어우러져 있다. 공소시효가 있는 부부싸움, 마이크를 주고받는 토론식 부부싸움 등 방법은 물론 ‘외도를 막는 8가지 기술’ 등은 당장 써먹을만 하다. 1만 2000원. ●혜경궁 홍씨와 왕실 사람들(정은희 지음, 채륜 펴냄) 조선 영·정조 시대의 비극적 역사의 산증인 혜경궁 홍씨의 삶을 다룬 조선 궁중 문화 이야기다. 그간 책들이 혜경궁 홍씨를 정치적 야심이 강한 여걸로, 혹은 친정을 위해 남편을 정신병자로 묘사하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묘사해 왔지만 이 책에서는 ‘한중록’과 ‘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인간 혜경궁 홍씨를 재조명한다. 1만 5800원.
  • “깜깜한 새벽에도 희망 가져야”

    │상하이 김성수특파원│상하이 엑스포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30일 현지 임시정부 청사를 찾는 것으로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전용기 편으로 상하이 푸둥(浦東)공항에 도착한 이 대통령 내외는 류우익 주중대사 등의 안내로 시내 루완(灣)구 마당(馬當)로에 있는 임정 옛 청사를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독립유물 등을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 측 관리 책임자들에게 청사 보존을 위해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한 뒤 방명록에 ‘애국선열들의 뜻을 이어받아 선진일류국가를 만들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청사 집무실에서 이 대통령은 ‘애타애기(愛他愛己)’, ‘광명(光明)’ 등의 글이 담긴 액자를 보고 “그때 광명이 얼마나 그리웠겠느냐. 깜깜한 새벽이었을 텐데…”라면서 “항상 희망을 가져야 한다. 절망 속에서 절망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연립주택형 3층 건물의 상하이 임정 청사는 1926년부터 5년간 우리 임시정부가 사용했던 건물로, 노무현·김대중·김영삼·노태우 전 대통령 등도 재임기간 모두 방문한 바 있다. 이 대통령 내외는 이어 루쉰(迅)공원 내에 위치한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찾아 역사자료 등을 둘러본 뒤 방명록에 ‘나라와 겨레에 바치신 뜨거운 사랑, 부강한 조국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2006년 4월부터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매헌 윤봉길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sskim@seoul.co.kr
  • 2D 블록버스터 ‘아이언맨2’ Up & Down

    2D 블록버스터 ‘아이언맨2’ Up & Down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기대되는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2’가 북미 시장보다 일주일 앞선 29일 국내에서 먼저 개봉했다. 미국 만화출판사 마블코믹스의 인기 캐릭터를 실사(實寫)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2008년 선보인 1편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제외하곤 슈퍼 히어로 영화가 힘을 못 쓰던 국내 시장에서 관객 43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아바타’ 이후 대작들이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변환돼 개봉하는 경우가 잦았으나 관객 눈높이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가운데 2억달러(약 2200억원)가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언맨2’는 일반(2D) 디지털 영상으로 승부를 건다. 영화의 흥행요소와 반감요소를 업(Up) & 다운(Down)으로 짚어 본다. 125분. 12세 이상 관람가. ■아드레날린 100% ‘아이언맨2’는 아드레날린 100%의 영화다. 속도, 싸움, 폭발 모두 흘러넘친다. 스스로 아이언맨이라고 밝힌 세계적인 무기 재벌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 슈트(suit·의상)를 빼앗아 가려는 정치권 농간에 저항하면서 세상을 구한 영웅 대접을 톡톡히 즐긴다. 그러나 아이언맨의 에너지원인 원자로 문제 때문에 독성물질에 중독돼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점차 절망에 빠져든다. 스타크 가문에 아버지가 개발한 원자로 원천기술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러시아 과학자 아이반 반코(미키 루크)는 위협적인 전투 슈트를 직접 개발해 ‘위플래시’로 다시 태어난다. 또 다른 군수업자 저스틴 해머(샘 록웰)까지 위플래시와 연합해 아이언맨 타도에 나서면서 양측은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이게 된다. 1편에서 아이언맨 슈트를 사양했던 제임스 로드(돈 치들)도 슈트를 입게 되고 위플래시 역시 원격 조종할 수 있는 로봇들을 대량으로 만들면서 1대1 싸움이 아니라 떼거리로 붙는 싸움으로 스케일이 커진다. 지중해 연안 모나코에서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원 그랑프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펼쳐진 아이언맨과 위플래시의 첫 격돌도 인상적이다. 온 몸으로 때우는 맨손 액션은 새로 등장한 캐릭터 블랙위도(스칼렛 요한슨)가 유일하게 선보이는데 꽤 완성도가 높다. 토니가 비서인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와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양념으로 들어가 있다. 1980년대 헤비메탈 팬이라면 음악도 솔깃하다. 호주 출신 록밴드 AC/DC의 열혈 팬답게 존 파브로 감독(토니의 운전기사 해피 호건 역으로 출연)은 AC/DC의 ‘슛 투 스릴’과 ‘하이웨이 투 헬’로 영화를 여닫는다. 1편에서는 ‘백 인 블랙’이 삽입됐다. 액션 장면에서 울려대는 아이언맨의 둔탁한 쇳소리와 브라이언 존슨의 찢어지는 듯한 금속성 보컬이 무척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미키 루크가 개발한 위플래시가 전자 채찍을 휘둘러서 그렇기도 하지만, 메탈리카의 히트곡 ‘위플래시’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미키 루크는 화려하게 재기해 화제를 모았던 지난해 영화 ‘더 레슬러’에서 “음악은 역시 80년대가 최고지. 90년대 음악들은 마음에 들지않아. 커트 코베인이 모든 것을 망쳤어.”라고 읊조려 올드팬들을 흡족하게 했다. 혹 감독과 뜻이 통했을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지루해지는 120분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한다. 새롭지 않다면 잘 섞어야 한다. 비율을 잘 조절해 묘약을 만들어 내야 한다. 화려한 슈퍼 히어로 영화의 속편에 대해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욱 강력해진 적? 이에 맞서 향상된 주인공의 능력? ‘아이언맨2’에서 가장 세진 것은 다름 아닌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쇼맨십이다. 토니는 기존의 대다수 슈퍼 히어로와는 달리 스스로 정체를 드러내며 더욱더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토니는 아이언맨을 개발하기 이전에도 타고난 매력과 재력으로 셀레브러티(유명 인사) 못지않은 화려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문제다. 슈퍼 히어로로서 아이언맨의 매력이 아닌 재벌가 개구쟁이로서 토니의 유머 넘치는 화술과 좌중을 사로잡는 쇼맨십을 보여 주는 것에 영화가 쏠리다 보니 125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이따금 지루해진다. 펄럭이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아이언맨 때문에 전쟁이 없어지는 등 국제 정세가 안정됐다고 토니가 자랑하는 부분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표적인 장면. 지구는 미국이 지킨다는 할리우드의 거만함이 엿보이며, 상대적으로 이란이나 북한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부분과 맞물려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떼로 몰려다니는 것을 제외하면 적들이 그리 강력하지 않다는 점도 재미를 떨어뜨린다. 특히 두목 격인 위플래시가 허무하게 쓰러지는 것을 보면 제대로 된 악당 한 명으로 최고 긴장감을 선사했던 ‘다크 나이트’와 비교된다. 마블 코믹스의 또 다른 작품을 위한 ‘떡밥’을 여기저기 뿌려놨는데 아이언맨 자체 이야기에 제대로 섞이지 않아 초점이 흐려지기도 한다. 2008년 개봉한 ‘인크레더블 헐크’의 마지막 장면에 토니가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는지. 마블의 슈퍼 히어로들이 총출동할 영화 ‘어벤저스’에 대한 포석이었다. ‘아이언맨2’도 이를 노골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1편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 깜짝 등장했던 비밀조직 ‘실드’의 국장 닉 퓨리(새뮤얼 잭슨)는 2편에서 토니를 위기에서 건져 내는 한편 적극적인 영입 작전을 펼치는 등 비중이 늘어난다. 마블의 최고 섹시 캐릭터 블랙 위도가 실드 소속으로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지만 눈요깃감 인상이 짙다. 마블의 대표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도 스쳐 지나간다. 마블의 히어로물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관객이라면 이 같은 요소들은 재미있다기보다 뜬금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준익 “내 작품들, 알고보면 모두 비극”(인터뷰)

    이준익 “내 작품들, 알고보면 모두 비극”(인터뷰)

    ”구르믈.. 견자의 시선으로 봐야” 이준익 감독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돌아왔다. ‘왕의 남자’ 이후 5년 만의 사극이다. 감독은 “여건만 된다면 죽을 때까지 사극을 찍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사극은 찍을수록 어렵다.”고 투정하기도 한다. 그에게 사극은 그만큼 특별하다. 단순히 시대배경을 과거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찾아내는 것이 사극의 역할이라 믿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의 시대상과 인물들이 현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감독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감독은 말한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견자가 주인공”이라고. “마케팅 측면에서 황정학과 이몽학을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었지만 견자를 중심으로 이 둘을 봐야 영화가 제대로 보인다.”고. “견자는 바로 2010년 한국의 젊은이들”이라고. ◆견자, 서자가 꾸는 꿈 견자는 태생이 서자다. 꿈을 꾸어도 헛꿈이 될 수밖에 없으니 꿈꾸지 않는다. 이준익 감독이 말하는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도 꿈이 없다. 감독은 “정확히 말하면 꿈 꿀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말한다. 감독의 말을 정리하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라는 영화는 견자라는 인물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꿰뚫는 하나의 창이 된다. 이 창을 통해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는 “현실을 직시해라. 가짜 희망에 속지 마라.”는 것. 약간은 비극적 정서가 뭍어나는 말이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들은 언뜻 즐겁고 유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감독은 “지금까지 모든 작품들이 알고 보면 비극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극적 정서로 치닫기보다는 감독 특유의 해학과 익살이 묻어나는 독특한 비극이다. 감독은 “인간은 절망의 끝에서도 웃음의 힘을 갖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도 이준익표 비극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특히 출연진이 화려하다. 황정민과 차승원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 자체로 화제가 됐다. 감독은 캐스팅에 있어서 무엇보다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감독은 황정민과 차승원의 연기에 매우 만족한 눈치다. 감독은 “황정민이 맡은 황정학의 대사는 대게 은유법이다. 반면 차승원이 맡은 이몽학의 대사는 전부 직유법이다. 수사의 차이만큼 두 배우의 온도가 서로 달랐고, 그것이 서로 잘 어우러졌다.”고 말한다. 감독 스스로 주인공이라 말했던 견자 역을 맡은 백성현에 대해서 감독은 개인적인 신뢰로 드러냈다. 배우의 길을 가려는 젊은이를 알아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는 것. 감독은 “스타는 감독이 만들지 못하지만 배우는 감독이 만든다.”는 지론을 꺼내기도 했다. ◆이준익표 사극, 새로운 도전 사실 이번 영화는 이준익 감독에게 있어서 하나의 도전이다. ‘왕의 남자’ 이후 세 편의 현대물을 만들어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관객들은 아직도 이준익 감독을 ‘천만 신화’로 기억한다. 그가 다시 사극을 들고 돌아왔으니 기대치는 더 크다. 그런데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왕의 남자’의 배경이 된 시대와 불과 100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언뜻 겹쳐보일 수 있다. 감독이 택한 방법은 원작을 해체해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 ‘왕의 남자’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그러면서도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감독은 무던히 애를 썼다. 시사회 이후 반응은 감독의 의도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모습이다. 이준익 감독의 도전은 이번 주말을 시작으로 그 성공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굳이 천만 관객이 아니더라도 감독의 메시지를 이 시대 젊은이들이 올곧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준익의 도전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서울신문NTN 이재훈 기자 kino@seoulntn.com /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박지성 에세이 출간,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박지성 에세이 출간,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산소탱크’ 박지성이 4년 만에 팬을 들었다. 박지성은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라는 제목의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06년 멈추지 않는 도전’에 이은 두 번째 에세이로 월드컵을 한달 남짓 남겨둔 상황이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박지성은 이번 책을 통해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진짜 비결에 대해서 말한다. 어린 시절 평발과 왜소한 체격 때문에 실력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였던 박지성이 세계 최고 명문 클럽에서 활약할 수 있기까지 절망과 성공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박지성의 성공 비결로 흔히 체력과 승부 근성, 팀 정신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박지성 스스로 이 책을 통해 말하는 성공의 비결은 책 제목대로 ‘더 큰 나를 위해 지금의 나를 버리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축구스타 박지성의 화려한 모습이 아닌 청년 박지성의 도전과 개인적 고민, 내면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사진=책 표지 서울신문NTN 이재훈 기자 kin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살찌는 지방 세포

    예전에는 배를 두둑하게 내밀고, 턱에 두어겹 살주름이 잡히는 풍채를 보면 “신수가 훤하다.”고 부러워들 했지요. 그런데 세상이 바뀌어 요샌 그런 사람을 보면 “살 좀 빼라.”고 타박을 해댑니다. 너무 그러지들 마세요. 당사자는 오죽 답답하겠습니까. 모든 살찐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지만 그거 생각처럼 잘 안 되거든요. 살이 찐다는 건 크게 세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고, 둘째는 지방세포 자체가 비만해 뚱뚱해지는 경우이며, 셋째는 이 두가지가 뒤섞인 경우입니다. 첫 번째 경우가 바로 소아비만인데, 이때 늘어난 비만세포는 평생 줄지 않습니다. ‘소아비만이 평생비만’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걸 아는 의사들이 한사코 자녀들이 사춘기 이전에 살찌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곤 하지요. 둘째 사례는 지방세포에 지방이 쌓여 풍선처럼 부푸는 경우로, 보통 어른이 되어서 살이 찌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마지막 혼합형은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가 동시에 늘어나는 유형으로, 대부분 중증비만 상태를 보이지요. 다이어트 죽어라고 해봐야 세포의 크기만 줄 뿐 세포 수가 줄지 않으니 걸핏하면 ‘요요’ 하는 게 이 유형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절망하진 마세요. 요요현상도 결국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만 있으면 이겨낼 수 있거든요. 문제는 사람들이 살찌는 것만 알아 너무들 쉽게 살을 빼려고 덤비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의사를 만나 상의하고, 계획적으로 한번 도전해 보세요. 이런 말도 있잖아요.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딨니?” jeshim@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13)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고전 톡톡 다시 읽기] (13)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84일 동안 한 마리 고기도 잡지 못한 어부가 있다. 사람들은 노인을 가리켜 ‘살라오’(최악의 사태)가 되었다고 수군거린다. 한동안 노인과 함께 배를 타던 소년도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새로운 배로 갈아타게 되었다. 더 이상 바다 위에서 노인을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다. 노인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이다. 하지만 노인은 하루 양식을 커피 한 잔으로 때우면서도 무엇도 원망하지 않는다. 85일째가 되는 날도 노인은 언제나처럼 담담하게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노인은 뜻밖에 엄청나게 큰 고기를 만나게 된다. ●체념과 담담함의 사이에서 노인은 그 고기의 힘에 끌려 다니며 몇날 며칠을 바다 한가운데서 지내게 된다. 고기가 자신의 배를 끌고 다니면 다닐수록 노인은 오히려 낚싯줄을 더 힘차게 움켜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존재로서, 노인은 고기가 아닌 자신이 죽을 수도 있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악전고투 끝에 고기를 낚고 나서도 노인의 처지는 달라질 것이 없다. 어마어마한 덩치의 고기를 배 안으로 들여놓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배 허리에다 단단히 붙들어 매고 집으로 향하는 노인은 그 선택이 또 어떤 사태를 유발할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역시나 상어 떼가 한 마리씩 노인의 성과를 가로채러 달려들기 시작한다. 노인은 결국 빈털터리로 집에 돌아온다. 아니, 노인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상어 떼의 습격을 받은 고기의 뼈 일부분과 파손된 어구, 그리고 피로뿐이다. 물론 그에게 돌아온 대가가 그것만은 아니었다. 노인을 극진하게 모시는 소년의 사랑과 이웃의 위로, 그리고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침대…. 이제 노인은 상처받은 몸을 치유하면 또다시 바다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을 기다리는 바다는 언제나 그랬듯 실낱같은 희망조차 약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노인도 마찬가지다. 늘 그랬듯이 노인은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친 몸을 쉬기 위해 다시 잠을 청한다. ●바다, 무한한 삶의 공간 물론 노인이 시종일관 이 체념과도 같은 담담함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마음은 시시각각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르내린다. 하지만 어떤 희망이나 어떤 절망도 노인에게는 무의미하다. 노인은 희망과 절망 중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다의 그 어떤 것도 노인에겐 전적으로 원망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고마움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큰 고기를 낚게 해준 낚싯줄은 그의 손에 상처를 남겨 고기와의 싸움을 힘들게 만들고, 잔잔했던 바람은 언제 폭풍으로 돌변해 배를 뒤엎을지 모른다. 양식으로 잡아 올린 돌고래는 비린 맛을 남겨 구토를 유발하고, 마실 수 없는 바닷물은 피가 난 손을 낫게 하는 최고의 약이 되기도 한다. 미끼로 쓰려 남겨 두었던 다랑어는 허기를 달래줄 양식으로 바뀌고, 돌아갈 곳의 위치를 알려주는 태양은 지친 몸을 달궈 그의 노동을 방해한다. 바다는 그렇게 노인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 생명줄이기도 한 반면 노인의 삶을 끝장낼 수 있는 잔인한 덫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노인이 바다를 희망이나 절망으로 쉽게 선택해 부를 수 없는 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노인 또한 바다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바다의 일부로서 노인은 자신이 잡은 고기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바다에서 살고 바다에서 죽을 수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노인의 존재마저도 바다에 살고 있는 그 무엇인가에게 있어 행운일 수도 절망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노인과 싸움을 벌인 고기에게 있어서 노인은 상어 떼의 재앙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며, 상어 떼에게 있어 노인의 존재는 자기보다 좀 더 큰 물고기이자 그들의 먹이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바다, 그곳은 절망도 희망도 삼켜버리는 무한의 공간이다. 바다는 온갖 가치들이 공존하고 있는 평화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들을 무참히 짓밟고 뒤섞어 놓는 전쟁터다. 그렇게 바다는 모든 것을 감수하고 죽음마저 받아들여 ‘삶’이라는 무게를 담을 수 있게 된다. ●삶, 성공도 실패도 없는 과정 많은 사람들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읽고 다음과 같이 평가를 내린다. 절망에 맞선 인간 정신의 승리. 물론 노인은 최악의 사태 속에서도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노인의 모습을 인간 정신의 승리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노인은 분명히 패배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건 노인조차도 받아들이는 진실이다. 그러니 노인의 모습을 인간 정신의 승리라고 말하는 건 허튼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무엇보다 위대하고, 영원히 그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라면 인간 정신의 승리라고 말하는 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살아남기 위해 투쟁한다. 그것은 의지나 정신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들은 살아있는 한 살아있기 위해 그들의 모든 힘을 소진시킨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그들은 죽는 한이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인은 분명히 패배했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맞다. 노인은 패배했다. 하지만 그 패배는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목표’라는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희망, 꿈, 목표가 없으면 삶의 의미가 없다는 듯이 아우성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삶을 조금 더 재밌게 살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할 뿐 삶의 본질은 아니다. 살아있다면 살아있음 그것이 삶을 이끌어 갈 것이다. 아무 희망이 없더라도 다시 바다로 나가는 산티아고 노인처럼. 이종영 영상인문제작소 이닥 연구원
  • KT임직원, 천안함 침몰사고 위로금 전달

    KT임직원, 천안함 침몰사고 위로금 전달

    KT는 천안함 침몰사고 관련 성금 1억1천350만원을 모금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했다고 20일 밝혔다.이번 성금은 KT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기탁한 것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쓰여질 예정이다.KT 관계자는 “조국수호의 의무를 다하다 산화한 천안함 침몰 희생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추모하고,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는 가족들에게 위로와 격려로 전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사진=KT서울신문NTN 차정석 기자 cj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천안함 함미인양 이후] “그이는 불사조라 믿었는데 희망이 점점 사라지네요…”

    [천안함 함미인양 이후] “그이는 불사조라 믿었는데 희망이 점점 사라지네요…”

    ‘010-5087-××××’ “지금이 가장 힘들어요. 점점 희망이 사라지네요…” 휴대전화로 들려오는 박경수 중사의 부인 박미선(29)씨의 목소리는 맥이 풀려 있었다. 평택 2함대 사령부 안 숙소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는 박씨는 남편이 살아 돌아오리라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며 절망감에 넋을 놓고 있었다. 서울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울먹였다. “함수에서 시신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가족들의 위로도 박씨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얼굴이 많이 상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박씨는 함미가 인양될 때만 해도 ‘제2연평해전’ 때처럼 남편이 꼭 살아올 것이라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불사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갑내기로 서로 끔찍이 아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박씨는 함미를 인양할 당시 겪은 스트레스 때문에 현재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탈진 일보직전이다. 당시 그는 겉보기에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독도함에서 가족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등 긴장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까지 수색이 이어졌지만 결국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박 중사의 형 경민(33)씨의 전화통화에 그는 끝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가족들은 현재 “제발 끼니를 챙겨 먹으라.”는 말조차 스트레스가 될까봐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은 아직도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 안에 함수를 인양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 가족들은 한가닥 희망에 마음을 의지하고 있다. 박 중사의 사촌형 경식(36)씨는 “함수에서 시신이 발견될 확률이 해군 함정이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침몰할 가능성보다는 높지 않겠나.”라면서 “제수씨도 함수 인양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현용 윤샘이나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천안함 이후 플랜 B는 있는가/부경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 교수

    [열린세상] 천안함 이후 플랜 B는 있는가/부경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 교수

    요 즘 천안함 사건에 매일 가슴이 조여든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순간이 자꾸 다가와서다. 그들이 겪었을 공포와 절망의 순간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져서이다. 이제 막 20년 남짓 산 그들이 바로 내 학생들이기 때문일까. 청소년기 내내 공부에 찌들려 살다 대학에 들어와 꿈에 부풀어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많은 복학생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찬란할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긴 그들이 눈에 밟혀서일까. 매일 가슴에 화가 솟구친다. 그들에게 그렇게 큰 짐을 지우고는 우린 왜 그렇게 아무 준비가 없었던가. 사고 그 자체는 고사하고라도, 왜 우린 사건 이후 20여일이 지난 이제야 그들을 건져내었나. 버뮤다 삼각지대도 아니고, 열대우림의 깊은 계곡도 아닌 바로 옆에 가라앉은 그 젊은이들을, 그것도 단 20분도 안 되어 알게 된 침몰에 우린 왜 어떤 준비도 대책도 없었던가. 3주나 되는 긴 시간 동안 왜 온 나라가 단체로 바보들처럼 우왕좌왕했나. 지난 며칠 진행된 순발력과 집중력이 왜 처음부터 재빠르게 발휘되지 않았을까. 정전이 되면 격실 창이 닫히지 않는다는 건 처음부터 전문가들을 동원해 물으면 알 수 있었던 일 아니던가.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수 있지 않았나. 그 시간에 더 빠른 구조를 모색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애초에 정전이 되면 보조 전원이 작동되도록 하는 플랜(Plan) B가 있었더라면, 사고 시 긴급 구조할 수 있는 플랜 B 시스템이 근처 있었더라면, 멀리서 구조장비가 오는 며칠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온통 마음이 아프다. 학생들에게 자주 묻는다. ‘플랜 B는?’. 무슨 일이든 어떤 예측하지 못할 상황이 생길 때를 대비해 반드시 보완적인 방법이나 계획을 세우라고 강조하기 위해서다. 삼풍 사고 후에도, 성수대교 침몰 후에도, 씨랜드 화재사건 후에도, 대구 지하철 사고 후에도, 몇 시간을 나열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고들 뒤에, 항상 그 플랜 B는 없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어떤 장치도, 교육도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청소년들은 안전장치 없이 수학여행에 나서고 있으며, 결국 제 2의 씨랜드 화재가 얼마 전 또 일어났다. 여전히 우리에겐 플랜 B가 없다. 우 린 아직도 ‘설마’를 반복하며 그저 또 이렇게 준비 없이 살아가려나 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다른 소를 잃지 않을 텐데. 아니, 우린 아직도 원시인처럼, 베개 세우면, 밤에 손톱 깎으면 도둑 들고, 아프다는 태도로 이런 재난을 나쁜 운에 돌려버리고 만다. 실제 우린 차가운 바다에 그 꿈 많은 청년들을 두고도, 원인에 대한 수많은 추론과 미신에 가까운 음모론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았는가. 사실 이런 현상은 단지 우리 사회에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의 9·11사건 후 나돌았던 각종 추론과 음모는 가히 수십 편의 영화가 나올 법한 것이었다. 그건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기 때문이다. 원시시대부터, 주변파악을 위해 우리 인간은 어떻게든 ‘왜냐하면’에 답했어야 했다. 그래서 작은 단서 몇 개만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탁월한 능력이 생겼고, 이를 빗대어 심리학자들은 ‘초보적 과학자(naive scientist)’ 라고 말한다. 수백 번의 실험을 통해서가 아닌, 몇 개의 현상을 가지고 바로 그럴듯한 이론을 만들어내곤 한다. 원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보는 우리 인간은 아직 재난이나 사고를 한 번의 재수 없는 일로 돌리고, 선택적 정보로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만든 후 잊어버리는 초보 과학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린 천안함 사고 후 또다시 많은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 정치적, 구조적 문제로 돌리고 치워둘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플랜 B는 숙제로 남길 것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어설픈 원인추론 시나리오 그 자체가 아니라, 희생을 아파하고 준비하는 바로 그 플랜 B인데도 말이다. 요즘 큰 기업들은 10년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다양한 위기에 대처할 플랜 B가 들어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에 대한 세세한 대책과 전략이다. 푸른 꿈을 가진 수많은 나의 미래 복학생들을 다시는 희생시키지 않을 플랜 B는? 그런 줄도 모르고 일찍 군대에 다녀오라고 말해왔던 나의 무책임함에 가슴이 또 답답해진다.
  • 상처에서 나온 희망, 시

    시인 최승자는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존재한다.”고 했다. 또 시인 도종환은 “상처 그 밑에서 새 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고 노래했다. 이 말들처럼 시인은 그 누구보다 상처에 예민한 사람들이다. 또 이들은 자기 마음의 생채기를 헤집고 다스려 그 안에서 보편적 감성을 이끌어 낸다. 그런 점에서 시인 류근은 예리한 시인이다. 그의 첫 시집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사 펴냄)에는 긴 시간 동안 생기고 아무르고 다시 덧난, 축적된 상처 속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들이 있다. 1992년 등단 이후 어떤 지면에도 시를 발표하지 않았던 그가 18년간 쌓은 상처의 기록이다. 제목처럼 작품 속 화자는 상처에 지독히도 예민한 체질이다. 그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나 갈 길 가로막는 노을에서도 흔히 다친다. ‘내게도 부를 수 없는 상처의 / 이름은 늘 있다’(‘상처적 체질’ 중)고 고백하는 그에게는, 자신 앞에 놓인, 또 자신이 바라보는 세월 자체가 모두 상처다. 그의 상처는 많은 부분 누군가의 부재(不在)에서 온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도 ‘진정한 지옥은 내가 이 별에 왔는데 / 약속한 삶이 끝내 오지 않는 것이다.’라고 썼다. 이처럼 시집 곳곳에는 작별로 상처 받고, 그리움으로 상처가 곪는 화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사랑은 애절하다. ‘사랑을 만나면 젊은 오르페우스처럼 / 죽음까지 흘러가 우는 것이다 / 울어서 생애의 모든 강물 비우는 것이다’(‘벌레처럼 운다’ 중) 같은 사랑의 맹세는 통속적 연애시에 가깝다 할 정도다. 하지만 시인은 오히려 ‘내 슬픔은 삼류다.’라며 통속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면서 그 통속(通俗)을 통해 세상(俗)과 널리 통(通)하는 보편성을 획득한다. 해설을 붙인 문학평론가 최현식도 “류근의 시는 통속의 재현이 아니라 통속미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시집에 통속적 사랑과 그리움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포근한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들 사이에는 여유로운 해학성이 묻어나는 작품도 더러 등장한다.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는 웃음과 함께 전해지는 가슴 한편 찌릿함을 피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장래 희망이 퇴근이었던 나는 / 풀려난 강아지처럼 성실하게 / 아랫도리를 흔든다 /(중략) 노을 끝에 비스듬하게 내 하루 동안의 욕설이 / 내어 걸린다 아아, / 쓰벌!’(‘퇴근’ 중)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지금 대전청사에선…] 코레일 인턴 선발방식 고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인턴사원 선발 방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정광수 산림청장과 한 수형자 사이에 오간 편지도 화제다. ●투명성 확보방안 모색 중 코레일이 인턴 선발을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5월 중 인턴사원 500명을 채용, 이 중 100명을 11월 정규직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채용시장을 후끈 달군 호재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3년 만의 신입사원 채용이라 응시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레일은 선발 방식이나 일정 등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는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선발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철도 자격증도 없고 전공도 관련성이 적은데…진입장벽이네.” “코레일만 바라보고 공부한 사람들, 절망적이고 억울하다.” 등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코레일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진화 계획 등으로 신규 채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임금 반납분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고통분담에 나섰는데 ‘역풍(?)’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필기시험은 문제 출제와 장소 확보 등 부담이 뒤따른다.”면서 “인턴과 정규직 선발에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산림청장 수형자 편지에 관심 제65회 식목일인 지난 5일 정광수 산림청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보낸 이는 수형자 J씨. 현재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목공을 배우고 있다. 총 5장의 편지지를 가득 채운 사연은 출소 후 생태학습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것. J씨는 국립수목원에서 발행한 동·식물 및 곤충·조류 등 관련 책자와 정 청장의 저서 ‘춘추전국의 지혜’ 등을 부탁했다. 말미에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약속드린다.”는 각오까지 담았다. 정 청장은 책 구입을 지시하는 한편 자신이 갖고 있던 책 등을 모아 직접 쓴 편지까지 동봉해 즉시 배달토록 했다. 정 청장은 “누구나 한 번의 실수는 할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반복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라며 “큰 일도 아니고, 편지를 기다릴 분의 마음을 생각해보니 지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생명의 窓] 그녀들의 고민/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생명의 窓] 그녀들의 고민/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실수로 미국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친 어머니와 딸, 그리고 며느리는 대합실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먹을 것을 사러 간 딸이 지갑을 두고 갔다면서 자기 가방 속을 찾아보라는 말에 속을 뒤지다 수첩을 꺼내든 어머니는 갈피에 꽂힌 ‘유서’를 발견했다. 항상 우울해하고 의기소침해 있는 딸이 마뜩지 않았다. 돌아온 딸에게 네가 뭐가 부족해서 자살을 생각하느냐 몰아붙였다. 그런데 같은 모양의 가방을 갖고 온 며느리의 것이었다. 더욱 놀랄 일이었다. 영어도 잘하고, 똑부러지게 일하고, 외모를 가꾸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 슈퍼우먼 며느리가 죽을 생각을 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평생 바람을 피운 남편과 살았던 어머니, 반복적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딸과 다를 줄 알았던 며느리에게도 말 못한 고민이 영혼을 잠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녀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답답한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이 이야기는 대학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아내들의 외출’의 한 장면이다. 연극이 끝난 후 정신과 전문의와 관객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 있어 나도 참여하였다. 극내용보다 재미있고 생생한 얘기들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튀어나왔다. 한 관객은 사춘기에 들어간 두 아들이 벌써 몇 년째 아버지와 대화를 하지 않고 있어 가운데 낀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자 다른 한 관객은 반대로 십대의 딸에게 학원 스케줄을 짜주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너무 순종을 해 걱정이라는 것이다. 자기 주장이 있어야 정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연극 속의 등장 인물들이 서로에게 하는 말이 “네가 뭐가 부족하고 어려운 게 있다고 힘들어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을 보고, 혹은 그동안 각자 상대방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부분만 가지고 평가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알고 나니 겉으로는 아이들도 공부를 잘하고, 아파트 융자도 다 갚았지만 어느 순간 “내 인생은 뭐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채 덫에 걸려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답답함을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는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마치 유유히 호수 위에 떠 있는 우아한 백조가 사실은 떠 있기 위해서 물밑에서는 쉴 새 없이 발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 같이. 관객들의 고민도 등장 인물들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한쪽은 너무 부딪쳐서 문제, 다른 한쪽은 너무 순종적이라 문제였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두 어머니는 어찌 되었건 아슬아슬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어떻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그들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었다. ‘누가 내 고민을 이해해 줄까?’ 일상의 고민들이 자기 안에 맴돌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었다. 내 생각에 고민의 핵심은 ‘우리’는 있는데 ‘나’가 없다는 것이고, 진심어린 소통을 원하면서도 막상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에너지를 쏟고 노력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나 자신에 대한 즐거움, 성찰은 없었다. 남편과 자식이 잘돼야 내가 좋은 것이라는 생각만 했던 것이다. 그러니 어느 순간 우리라는 틀 속에 있던 그들이 떠나고 나면, 혹은 투자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나면 빈껍데기만 남아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는 이해받고, 통할 소통의 방법도 잃어버렸다. 절망감은 깊어간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의 우울은 큰 사건을 경험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연극의 등장인물, 관객들의 고민이 그랬듯이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삶의 무게들이, 우리라는 책임감으로 얹어 놓은 부담들이 선을 넘으며 내 영혼을 주저앉혀 버린 것이다. 그러기 전에 짐을 덜어야 한다. 삶의 의미를 ‘우리’가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지워진 많은 부담을 내려놓고 나눠준다. 그 과정에 아무 말없이 묵묵히 가지 말고 소통을 해야 한다.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 다시 떠나 보자.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 [천안함 생존자 증언] 실망하다 절망한 가족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기자회견이 있은 지 5시간 만에 함미에서 김태석 상사의 시신이 발견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냈다. 기적을 바라는 실낱같은 기대감이 허물어졌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실종자가족협의회는 긴급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시신의 신원이 나오기 전에는 극도의 전화 공포증을 보이는 등 아노미 상황을 방불케 했다. 이상민 병장의 누나 상희(28)씨는“군에서 (사망사실을 알리는) 전화 온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며 “불안해서 미치겠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앞서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진행된 천안함 생존장병 합동기자회견을 유심히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음만 아프다. 오히려 안 보는 게 나을 뻔 했다.”며 고개를 젓는 가족들도 있었다.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 예비군훈련장 내 실종자 가족숙소에서 TV를 통해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일부 가족들은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기도 했다. 조진영 하사의 아버지는 “자식을 해군에 보낸 것을 이렇게 후회해 본 적이 없다.”며 말끝마다 한숨을 빼놓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함께 만난 김종헌 중사의 작은 아버지 호중(59)씨는 부대 밖 해군회관 앞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답답해서 밖으로 나왔다.”면서 천안함 생존 장병 합동기자회견을 시청한 심경을 토로했다. 조씨는 “처음부터 기대는 안했지만 이 정도로 실망스러울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화가 난것 같다는 말에 조씨는 “기가 차서 울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도 이렇게 애들 장난보다 어설프지는 않을 것”이라고 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김씨도 “(생존 장병들이)이미 입을 다 맞추고 나왔다.”며 “지난 13일동안 한 것이 고작 저렇게 입을 맞추는 것이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2002년 서해교전 생존자였던 박경수 중사의 사촌형 경식(36)씨는 “국방부가 모든 책임을 생존 장병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면서 “생존장병들을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환자복 입은 사람들을 줄세워서 앉혀 놓고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문화마당] 기억, 서사, 시뮬라시옹/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기억, 서사, 시뮬라시옹/신동호 시인

    진달래가 피었다. 개나리 몽우리가 찬바람에 움츠러든 사이, 급했나 보다, 내 마음을 끌고 참 멀리도 간다. 산기슭의 은사시나무 가지들이 친구들의 메마른 손가락처럼 천천히 나를 부른다. 그랬었지, 사월의 우리는 4·19의 죽음 앞에 진달래보다 붉은 가슴으로 뜨거웠었지. 사월의 우리는 쓰러진 민주주의를 못내 아쉬워하며 자주 하늘을 보았고 또 눈이 부셨지.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어느 봄날, 고만고만한 것들이 잔디밭에 모여 알맹이를 꿈꾸며 신동엽의 시를 읽었다. 지난 일요일 오후 선배가 진달래처럼 찾아왔다. 등산객들로 붐비는 동네 슈퍼마켓 앞에서 불콰해진 얼굴로 그가 말했다, “어찌 사는지 궁금해서….”라고. 사는 이야기를 주워 담더니 불쑥 1980년대로 나를 데리고 간다. 영화 ‘화려한 휴가’로 시작된 넋두리는 이내 오월의 광주 영혼들을 불러들였다. 눈물이 그의 볼로 흘러내렸었던가, 도서관에서 거리로 그를 이끌어낸 것은 바로 광주항쟁의 부채의식이었노라고. 옆자리의 등산객이 힐끗거렸다. “어뢰다.”, “잠수시간은 십이분이란다.”, “배의 두께가 11.6㎜라는데….” 온통 천안함과 관련된 그들의 대화 속에 낯선 소음처럼 들렸나 보다. “그래도 너는 지금도 잘사는지….” 그의 목소리가 꽃샘추위의 개나리처럼 수줍다. 전교조 사태로 해직됐다가 복직한, 영어교사인 그의 머리칼도 옛 기억처럼 듬성듬성 빠져나갔다. 분명 다시 부채의식을 깨우려고 찾아온 게다. 지나간 기억이 과거에 머물면 추억이 되지만, 현실에서 나를 움직이면 서사(敍事)가 된다. 역사의 분명한 존재자가 되는 것이다. 난데없이 일제의 독립운동으로부터 4·19, 5·18, 6월민주화운동과 6·15공동선언의 긴 물줄기가 출렁이는 듯했다. 먼 항해를 마친, 민주주의라는 서사의 배가 항구에 도착해 승선객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1980년 오월, 광주는 감춰졌다. 시민폭도, 간첩의 배후조종, 미디어는 나치의 괴벨스처럼 거짓선전을 일삼았다. 고단했다. 노동자 김종태, 서울대생 김태훈은 그날 광주를 알리고자 목숨을 던졌고, 고신대생 김은숙, 서울대생 함운경은 폭력적인 광주진압의 배후에 미국이 있음을 알렸다. 영화 ‘작은 연못’은 노근리,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의 기억을 이제 겨우 서사의 책꽂이에 꽂는다. 광주를 감추었던 미디어가 천안함 침몰에는 속속들이, 전문적으로 모든 걸 공개하려 한다. 30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미디어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 이제 미디어는 진실에 접근하기는커녕 진실을 ‘생산’한다. 수중압력, 초계함의 배수량과 속도, 내부구조까지, 정보의 바다에서 슬픔의 진실은 뒷전이다. 사실과 진실은 무작위로 재생산된다. 암초, 기뢰, 어뢰, 도발…. 설령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다 해도 이 해석과 주장의 현기증이 멈추지 않을까 걱정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simulation)을 통해 상상적인 것에 의한 실재적인 것의 붕괴, 허구에 의한 진실의 붕괴가 온다고 했다. 시뮬라시옹은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위장하는 행위이다. ‘쇠붙이’들의 시뮬라시옹으로 지난 세월 분단으로 발생한 모든 불행이 위협당한다. 그뿐인가, 국토와 생명 파괴의 행위는 4대강 사업으로 위장된다. 미디어를 통해 사건이 이미지가 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문제제기를 멈추고 위조된 현실에 익숙해지면서 시뮬라시옹에 지배당하고 만다. 보드리야르는 이에 절망하지만 절망의 문 밖에는 다시 꽃이 핀다. 실패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오늘 다시 실패를 반복하려는, 미련한. 나는 어찌할 것인가. 이 아침에도 돈을 벌어야 하지 않는가. 지난 일을 그저 추억으로 삼는, 미디어를 즐기는 지독한 범부(凡夫)이고 싶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전화(戰禍)가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는 진행 중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산기슭에 진달래가 피었다.
  • [시론] 아들아, 아들들아/나태주 시인

    [시론] 아들아, 아들들아/나태주 시인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다. 서해바다에서 남정네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것도 젊은 우리의 아들들이 거푸 죽어가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저 놀랍고 놀란 가슴, 떨리기만 할 따름이다. 처음 그 일은 어!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찾아왔다. 애당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군함에 타고 있던 사람들 아닌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진하여 새하얀 제복을 입은 대한의 해군이 아닌가. 그것도 칠흑 같은 밤이었다고 한다. 고달픈 하루 일과를 접고 휴식하려는 시각, 밤 9시. 전우끼리 담소도 나누고 취침준비를 하기도 했겠지. 모처럼 한가한 마음으로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기도 했을 것이다. 얼마나 놀랐을까?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두 동강이 나고 가라앉는 순간, 얼마나 다급했을까? 탈출할 수 있었던 사람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지만 배 안에 갇혔던 사람들은 얼마나 무섭고 황당했을까? 막막했을까? 차마 마지막 기도의 순서조차 챙기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몸서리쳐지는 일이다. 그들이 누구인가?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들들이다. 한 사람도 아니고 마흔 명, 그리고도 여섯 명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하고 양양한 젊은이들이다. 아름다운 일, 고귀한 일, 좋은 일들을 하면서 살 사람들이다. 아니, 지금까지도 충분히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국방의 의무를 치르고 있던 사람들. 그들의 한시절 젊음을 바친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의 안녕이 보장되었던 거다. 자식을 길러보고 군대에 보내본 사람은 안다. 차라리 내가 겪고 내가 당했으면 좋겠다고 머리 조아리고 싶은 그 심정을 안다. 아들이 누구인가. 나의 자랑이요 희망이요 나의 신앙, 나의 별인 사람이다. 내 대신 내일을 살아줄 사람이다. 그 아들이 내 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 희망의 줄이 툭! 끊어진 것이다. 그 별이 멀어진 것이다. 아들아, 아들들아.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어찌하여 그 사람이 하필이면 너였단 말이냐. 이게 진정 꿈이라면 깨어나기를 바란다. 누군가 아니라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깡그리 거짓말이었다고 말해 주기를 바란다. 참척(慘慽)의 슬픔. 오죽했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앞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생겼겠는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그것은 뼛속 깊이 스며드는 아픔이요 시림이요 떨림이다. 차라리 죽고 싶은 삶이다. 결코 우리는 그 수렁 같은 슬픔과 암흑을 알겠노라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 나라 전체가 초상집이다. 국민 모두가 상주 입장이다. 하지만 자식 잃은 어버이의 통곡을 어찌 감당하랴. 사랑하는 남편을 여읜 아낙의 절망을 어찌 짐작하랴. 그들이 결혼한 사람이라면 그들의 아이들은 또 얼마나 힘들게 아버지 없는 앞으로의 날들을 견디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 아들아, 아들들아. 이제는 눈물도 마르고 통곡도 바닥이 났다. 우리가 무슨 죄를 얼마나 많이 지었기에 이런 일들이 닥친단 말이냐.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라. 용서하라.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 자랑스러운 계급과 이름을 불러 우리의 가슴에 예쁜 씨앗으로 품느니, 부디 고운 새싹으로 자라 잎을 피우고 가지를 뻗어 소담스러운 꽃송이로 피어나려무나. 영원히 시들지 않고 아픔 없고 죽지도 않는 정신의 꽃으로 살려무나. 그대들이 그토록 사랑하고 싶었던 그대들의 조국 대한민국, 우리가 더 사랑해주마. 누추하고 구구한 목숨이지만 조금만 더 이 땅에 살다가 그대들 곁으로 가마. 아들아, 아들들아. 우리 모두의 마음 바쳐 눈물과 울음 바쳐 그대들을 사랑한다. 용서하라. 용서하라. 이 땅의 어버이 된 자, 형제 되고 이웃 된 사람 모두 무릎 꿇고 그대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 장혁 “병역비리, 배우 아닌 인간으로 위기”

    장혁 “병역비리, 배우 아닌 인간으로 위기”

    “병역비리로 입대했을 때,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위기 느꼈다.” 드라마 ‘추노’로 사랑받은 배우 장혁이 과거 ‘병역비리 파문’ 당시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장혁은 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해 “당시 배우 활동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했었다.”며 “순간의 실수가 일생일대 가장 큰 치명타로 되돌아 왔다.”고 밝혔다.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장혁은 “그때는 긍정의 ‘ㄱ’자조차 생각나지 않을 만큼 절망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내가 일을 저질렀으니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입대 후 죽기 살기로 훈련에 임한 장혁은 “군대에서도 모두 나를 비난하는 것 같아 군복 다 찢어질 정도로 훈련했다. 그랬더니 주위 시선이 조금은 따뜻해졌다.”고 전했다. 또 장혁은 “군 제대 후 다시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드라마 ‘고맙습니다’에 캐스팅돼 정말 기뻤다. 이후 ‘추노’까지 연기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혁은 이날 방송에서 ‘추노’ 속 화제를 모았던 ‘명품 복근’을 실제로 공개했고, MC인 2PM 우영에게 절권도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사진 = KBS 2TV ‘승승장구’ 화면캡쳐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동국 “월드컵서 골 넣겠다”

    이동국 “월드컵서 골 넣겠다”

    “8년을 기다렸습니다. 꼭 뛰고 싶었습니다. 비록 그라운드는 아니지만 48 00만 붉은 악마와 함께 더 뜨겁게 뛰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꼭 이겨 주십시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부상당한 이동국(31·전북)이 축구대표팀을 응원했던 CF다. 이동국은 “이 CF를 보면 아직도 가슴이 짠하다.”고 했다. 4년 전 ‘비운의 스타’로 불렸던 이동국은 남아프리카월드컵을 앞둔 지금, ‘현재 진행형’이다. ●굽혀지지 않는 무릎… 2006년 시련 2006년 4월5일 포항 스틸야드. 독일월드컵 2개월 전이었다. 컨디션은 최고였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골(5경기), K-리그에서도 4경기 연속골 행진 중이었다. 공을 잡으러 달리던 이동국이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무릎부상. 정밀진단을 위해 독일로 향했다. 무릎십자인대 파열. 수술이 불가피하다. ‘월드컵과는 인연이 아니구나.’ 싶었다. 아내 앞에서 태연한 척했지만 잠이 안 왔다. 잠든 아내를 뒤로하고 조심조심 컴퓨터를 켜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의사의 한마디에 그동안 힘들게 준비한 것이 무너졌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기에 좌절하진 않겠다.” 이동국은 소리없이 울었다. 하염없이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2002년과는 달랐다. 당시엔 경기력이 안 나와 엔트리 탈락을 짐작했었다. 온 나라가 월드컵 4강에 열광할 때 이동국은 애써 외면했다. 너무 힘들어 폐인처럼 지냈다. 그 생경한 경험이 교훈을 줬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가진 기량보다 큰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발전할 기회를 못 잡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준비한 2006년이었다. 월드컵을 발판 삼아 빅리그에 진출하려는 야심이 있었다. 그 꿈마저 무너진 듯해 더욱 절망했다. 독일에서 수술을 받고 한 달. 제대로 구부려지지 않는 무릎을 보며 ‘다시 뛸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겼다. 이동국은 5월, 다시 글을 썼다. “어제 월드컵엔트리를 발표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은 반드시 시련을 이기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2006년을 준비해 온 것처럼 2010년을 위해 또 준비하겠다.” ●“그간 굴곡, 극적드라마 위한 장치” 그렇게 준비한 남아공월드컵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이동국은 지난달 3일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호쾌한 발리슛으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홍콩전에 이은 A매치 두 경기 연속골. “공이 날아오는 순간 정확히 발에 대자는 생각만 했다. 날아가는 걸 보면서도 ‘골키퍼가 저걸 못 막네?’ 싶었다.” ‘라이언킹’의 화려한 부활. 이제 월드컵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이동국은 담담하게 말했다. 2006년보다 간절함이 덜한 건 사실이라고. 월드컵을 무대 삼아 빅리그에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나이라고도 했다. 그래도 10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월드컵 출전은 기억도 아득한, 너무나 짧은 ‘찰나’였다고 입맛을 다셨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15분 출전이 전부. 이대로 은퇴한다면 아쉬움이 너무 클 것 같다고 했다. 절박함이 덜한 대신 여유가 생겼다. “골 조급함은 없다. 팀이 이기면 된다.”고 했다. 운동장에선 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원하는 투쟁력과 몸놀림을 끊임없이 떠올린다. 이동국은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활동량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양쪽을 흔드느라 골문 앞 날카로움이 떨어지는 면도 있다. 골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때도 있지만 동료에게 찬스 만들어 주는 역할도 좋다.”고 했다. ‘내가 최고’, ‘내가 골게터’를 외치던 이동국이 어느덧 팀 승리를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동국은 올 시즌 수비수 한두 명을 달고 뛰면서 동료에게 완벽한 찬스를 내준다. 지난해 골대 앞에서 받아먹던(?) 스타일에서 완전히 변신한 것. 챔스리그 조별예선 3·4차전에선 두 경기 연속골까지 뽑으며 ‘폭발’을 시작했다. 이동국은 지난해 K-리그 득점왕(20골),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하며 전북을 통합챔피언으로 이끌었다. 200 9년이 ‘최고의 한 해’였다던 그는 올해를 또 ‘최고의 한 해’로 만들겠다고 했다. 월드컵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1998년 월드컵을 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화면으로 자주 나오는 중거리슛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월드컵은 꼭 뛰고 싶은 무대다. 개인적으론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동안의 굴곡이 ‘보다 극적인 드라마를 위한 장치’였다고 웃으며 회상할 날이 올까. 이동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글 사진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