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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강타한 ‘중국식 호랑이 엄마 교육법’[전문]

    미국 강타한 ‘중국식 호랑이 엄마 교육법’[전문]

     “밤샘 파티, 아이들끼리의 외출, 학교행사에 대한 불만, TV시청과 컴퓨터게임, A 학점이 아닌 다른 성적, 체육과 학예회를 제외한 다른 과목에서 1등을 놓치는 일, 피아노와 바이올린 이외의 악기 연습… 이런 일들은 우리 집에서는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중국 엄마들이 성공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다.”  때아닌 ‘중국식 교육법’ 논란이 미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발단은 ‘제국의 미래’의 저자이자 성공한 중국계 미국 여성의 전형으로 꼽히는 에이미 추아(사진) 예일대 법대교수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호랑이 엄마의 군가(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다. 이 책은 발매 당일 아마존 판매 순위 6위에 올랐고,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추아 교수는 이 책에서 18세인 소피아와 15세인 루이사 등 실제 두 딸의 교육을 본인이 어떤 식으로 관리했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주입식 교육과 성적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중국 전통 방식’으로 묘사하면서 “중국 뿐 아니라 한국, 인도, 자메이카, 가나 등에서도 이같은 교육법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양 어머니들은 중국 어머니들의 자녀교육이 이뤄낸 결과에 대해서는 부러워하지만, 교육 방법을 따라하지는 않으려 한다.”면서 “30분~1시간의 피아노 연습에 만족하는 미국 어머니들과 2~3시간은 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중국 어머니간의 차이는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추아 교수의 책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과 교육학자, 작가들이 연일 강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들에게 ‘게으름뱅이’‘쓰레기’ 같은 모욕적인 말을 하거나 피아노 연주가 충분히 않다고 생각하면 화장실에도 못 가게 한 추아 교수의 교육 방식은 사실상 ‘인권 유린’이자 ‘아동 학대’라는 것이다.  NYT는 18일 “학업이나 음악에 대한 기술은 늘겠지만, 강요된 교육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을 파괴한다.”면서 “이같은 교육법 때문에 15~24세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자살률이 월등히 높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아 교수의 책을 요약해 지난 8일 처음 게재한 월스트리트저널의 홈페이지에는 추아 교수에 대한 옹호와 비판의 글이 수천개 이상 달렸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도 네티즌들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대인인 제드 루벤펠드 예일대 교수와 결혼한 추아 교수가 방향제시를 중시하는 이스라엘식과 주입 위주인 중국식 등 두 가지 교육법을 혼용해 딸들을 키우고도, 지나치게 중국식 교육법만 책에서 서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USA투데이는 “자녀 교육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으며, 옳은 방법을 지목할 수는 없다.”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을 받았지만 추아 교수의 큰 딸은 카네기홀에서 연주했고, 둘째딸은 테니스에 더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추아 교수 역시 해명에 나섰다. 자신의 육아 경험이 아시아나 중국을 대표하는 방식이 아닐뿐더러 책에서 교육법을 제시하려고 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 책은 두 딸을 키운 경험담일 뿐 결코 육아전문서적이나 교육책이 아니다.”면서 “중국식과 서양식에서 장점을 모은 교육법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완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다음은 2001년 1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에이미 추아가 직접 게재한 기고문-왜 중국 엄마들은 우수한가?에이미 추아(예일대 법학 교수) “가벼운 데이트, TV 금지, 컴퓨터 게임 금지, 오랜 시간의 음악 교습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반항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많은 사람들이 중국 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를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는지 그 비결에 대해 궁금해한다. 수많은 중국계 수학 천재와 음악 신동의 가정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제 실제로 성공적인 육아를 했다고 자부하는 내가 그들에게 그 답을 알려주고 싶다. 내 두 딸 소피아와 루이사(룰루)에게는 금지된 일들이 몇가지 있다. ‣ 밤샘 파티‣ 아이들끼리의 외출‣ 학예회 연극‣ 학예회 연극에 참가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불만‣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 스스로 선택한 과외 활동‣ A 이외의 성적‣ 체육과 연기 이외의 과목에서 1등을 놓치는 일‣ 피아노와 바이올린 이외의 악기‣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습을 하지 않는 것 ‘중국 엄마’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사용해 보자. 한국이나 인도, 자메이카, 아일랜드, 가나 등에서도 육아법이 비슷한 이같은 ‘중국 엄마’들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중국 엄마들 중에서도 아예 서양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있고, 중국 전통 방식의 육아법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을 실제 서양 엄마들을 포함해 ‘서양 엄마’라고 지칭해보자.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서양 엄마들은 아무리 본인이 엄격하다고 생각해도 중국 엄마와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내 미국 친구들은 고작 30분, 많아야 1시간의 피아노 연습을 매일 시키는 것만으로 “자녀에게 엄격하다.”고 말하곤 한다. 중국 엄마들은 ‘한시간은 기본이고, 2~3시간은 연습해야 실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문화적 배경이나 전통을 언급하는 것은 언제나 신중해야 하지만, 중국과 서양의 각기 다른 육아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50명의 미국(서양) 엄마와 48명의 중국계 이민자 엄마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를 살펴보자. 70%의 서양 엄마들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거나 “부모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었다. 반면 중국 엄마들 중에서는 위와 같이 생각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대신 중국 엄마들은 자녀들이 항상 최고의 학생이 되는 것과 학업적 성취가 성공한 육아의 척도라는 명확한 의식이 있었다. 심지어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지 않은 것은 ‘문제’로 받아들였고, 이는 부모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엄마가 서양 엄마에 비해 최소 10배 이상의 시간을 자녀와 공부하는 데 쓴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그 시간을 서양 아이들은 대부분 스포츠팀에서 즐기면서 보낸다. 중국 부모들은 일반적으로 “무엇을 하든 잘하게 되기까지는 결코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좋은지를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는 이같은 노력을 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이같은 중국 부모들은 육아 철학은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반항을 하는 등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나 시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아이들의 저항을 초기에 제압하지 못하는 것은 서양 부모들이 이같은 교육법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중국식 육아 전략은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습, 연습, 연습을 계속 강조하면 결국에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미국에서 ‘주입식 교육’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 수학, 피아노, 야구, 발레 등 어떤 과목에서건 아이들은 두각을 나타내면 부모의 칭찬과 감탄, 만족을 듣게 된다. 이같은 관계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감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아이들은 재미없던 일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부모 입장에서는 좀 더 쉽게 자녀가 더욱 열심히 노력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서 서양 부모들을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어린 시절, 난 최소한 한 번 이상 어머니에게 격하게 대들었던 적이 있다. 우리 아버지는 날 중국어로 ‘쓰레기’라고 불렀다. 이런 꾸짖음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난 비참함과 절망감을 느꼈고, 이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쓰레기’라는 표현이 내 자존심에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내 부모가 얼마나 나를 높게 평가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 한번도 실제로 내가 쓰레기라고 생각한 경우는 없었다. 어른이 된 후 난 내 부모가 나한테 했던 행동을 그대로 소피아(큰 딸)에게 한 적이 있다. 소피아가 나에 대해 심하게 반항하자, 영어로 ‘쓰레기’라고 욕을 했다. 저녁 파티 자리였고, 난 자리를 뜨려고 했다. 메시라는 파티 참석자는 눈물을 보이며 파티장을 나가버렸다. 파티를 열었던 내 친구 수잔은 나를 달래고, 손님들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는 중국 부모들이 ‘상상할 수 없는 행동’까지도 실제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행동이라도 말이다. 중국 엄마들은 딸에게 “이봐 돼지, 살 좀 빼”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양 엄마들은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면서 “건강을 생각하라.”고 하는데 그친다. 자녀에게 욕을 한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 결과 그들의 자녀는 여전히 폭식하고, 또다시 절망에 빠진다.(난 서양 아버지가 자신의 다 큰 딸에게 “아름답고 완벽하고 유능하다.”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중에 그 딸은 나에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정말 쓰레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명확하게 지시한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고작해야 “최선을 다해라.”고 말할 뿐이지만, 중국 부모들은 “너는 게을러 빠졌다. 너의 반 친구들이 전부 너를 짓밟고 있다.”고 말한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자녀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만 신경쓰느라 발버둥치고 있다. 난 아주 오랫동안 중국 부모들이 어떻게 자녀를 키우는지 지켜보고 고민해왔다. 그 결과 중국과 서양의 육아법에는 크게 세가지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서양 부모들은 자녀의 자존심에 대해 극단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이 실패를 경험했을 때 어떻게 느낄지를 걱정하고, 끊임없이 안심시키기 위해 애쓴다. 평범하거나 낙제했을 때도 자녀를 ‘잘했다’고 칭찬하는데 급급하다. 다시 말해 영혼의 안식을 찾아주려고만 한다. 중국 부모는 같은 경우에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A-’의 성적을 받아들고 집에 오면, 서양 부모들은 대부분 칭찬을 한다. 반대로 중국 엄마는 무서운 표정으로 무엇을 잘못해 ‘A’가 되지 않았는지 묻는다. 자녀가 B를 받아와도 서양 부모들은 여전히 칭찬을 한다. 어떤 서양 부모들은 자녀를 앉히고 꾸짖지만, 그마저도 조심스럽고 자녀의 눈치를 살피는 와중에 이뤄진다. ‘멍청하다’‘보잘 것 없다’‘불명예스럽다’는 식의 표현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이는 서양 부모들이 자녀들이 잘못본 시험으로 인해 그 과목을 외면하게 되거나, 나아가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의 성적이 계속 오르지 않는다면 서양 부모들은 학교장이랑 약속을 잡아서 학교의 교육법 문제를 지적하거나, 교사의 자질을 걸고 넘어진다. 실제로는 드문 일이지만, 중국 학생이 B를 받는 경우 학생은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쥐어뜯으면 폭발하게 돼 있다. 엄마가 곧 수십~수백개의 시험지를 풀게 하도록 할 것이고, A를 받을 때까지 이같은 일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부모들이 자녀에게 ‘완벽한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자녀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완벽한 성적’을 받지 못하는 것은 곧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적부진이 자녀에 대한 비난이나 체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이같은 비난과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성장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신들에게 모든 부분에서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이같은 생각의 근저에는 아마 유교적인 전통과 자녀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과 연결시키는 경향 때문으로 보인다.(중국 엄마들이 엄청난 시간을 자녀를 가르치고, 연습시키고, 살피고, 사생활을 알아내는데 보내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중국 자녀들은 이같은 부모의 은혜를 갚아야 하고, 복종해야 하며, 그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인식이 없다. 내 남편 제드(제드 루벤펠드 예일대 법학교수)만 해도 나와는 생각이 전혀 다르다. 한번은 그가 “자녀는 부모를 고를 수 없다.”면서 “애들은 실제로 태어나는 것조차 선택할 수 없는데, 부모가 알아서 태어나게 한 것인 만큼 부모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 빚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부모는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니라 책임만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때론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인) 나에게 서양 학부모와 심각한 의견차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셋째, 중국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녀의 희망과 선택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중국인 가정의 딸들은 고등학교에서도 남자친구를 사귈 수 없고, 중국 어린이들은 야영캠프에 갈 수 없다. 또 중국 아이들은 부모들에게 “학교 연극에 참여하고 싶어요. 난 주민6을 맡았단 말이에요. 매일 학교 방과후 4시간 동안 연습을 해야 하고, 주말에도 나가야 해요.”라고 요구하는 것 따위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다.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중국 부모들의 이런 행동이 자녀를 돌보지 않는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반대의 경우에, 중국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어떤 것이든 포기할 수 있다. 단지 서양과는 육아 방식이 다를 뿐이다. ‘강압적인 중국식 육아법’의 사례를 들어보자. 7살인 룰루(둘째딸)는 프랑스 작곡가 자크 이버트의 ‘작고 하얀 당나귀’를 연주하고 있었다. ‘작고 하얀 당나귀’는 듣는 것만으로 시골길을 뛰노는 당나귀를 저절로 연상케하는 사랑스런 곡이다. 그러나 이 곡은 양손이 따로 노는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이뤄져 있어 어린이들이 연주하기에는 정말 어렵다. 결국 룰루는 연주해내지 못했고, 주말 내내 룰루와 나는 한 손씩 따로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두 손으로 함께 연주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계속 연주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강습 전날 룰루는 포기를 선언했다. 난 “피아노로 돌아가라.”고 명령한 뒤 “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아노로 돌아가자 룰루는 갑자기 악보를 구긴 후 찢어버리고, 발로 차고, 주먹질을 하며 반항하기 시작했다. 난 테이프로 다시 악보를 붙였고 코팅을 해서 다시는 찢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룰루의 인형집을 차에다 실은 후 “니가 ‘작고 하얀 당나귀’를 내일까지 완벽하게 연주하지 못한다면 인형집을 구세군에다 기부해 버리겠다.”고 말했다. 룰루는 “엄마가 인형집을 기부하면 내가 피아노를 칠 필요가 없겠네요.”라고 말했다. 난 “점심, 저녁, 크리스마스와 하누카 선물, 생일선물과 파티가 없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래도 룰루는 굽히지 않았다. 난 룰루에게 “넌 할 수 없을까봐 두려운 나머지 아예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비겁하고, 게으르며, 멋대로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남편이 나서 나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 그는 룰루를 비난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협박이 실제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내 생각에 난 실제로 룰루를 비난하지 않았으며 단지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 그는 내가 룰루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 “룰루는 단지 기술적인 문제로 연주를 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 수준까지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난 남편에게 “당신은 단지 룰루를 믿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반박했고, 난 “소피아는 룰루의 나이에 저 곡을 훌륭히 연주해 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남편은 “룰루와 소피아는 다른 사람”이라는 논리를 폈다. 나는 비꼬는 투로 강하게 부정했다. “모든 사람은 각자 뛰어날 수 있는 분야를 갖고 있다. 패배자조차도 자신의 분야에서는 특별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난 기꺼이 룰루가 저 곡을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난 다시 룰루에게 돌아갔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저녁부터 밤까지 연습을 계속했고, 조는 아이를 계속 깨웠다. 물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집은 마치 전쟁처 같았고, 결국 난 목이 쉬어버렸다. 어느 순간, 결국 룰루는 해냈다. 두 손을 조화롭게 연주하고 있었다. 룰루는 내가 한 말을 이해하게 됐다. 연습을 계속했고, 점점 빨리 완벽하게 칠 수 있게 됐다. 그 아이에게서는 광채가 났다. “엄마. 보세요. 정말 쉬웠요.” 이 말을 하고 난 후 룰루는 피아노를 계속 쳤다. 그날 밤, 룰루는 내 침대에서 함께 끌어안은 채 잠들었다. 몇주 후 열린 리사이틀에서 룰루가 ‘작고 하얀 당나귀’를 연주하자 다른 부모들이 나를 찾아와 “룰루는 정말 완벽한 연주를 해냈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일로 인해 남편은 내 육아법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의 자존심을 걱정한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 말하자면 자녀들의 자존심을 가장 크게 상처 입히는 것은 하던 일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자녀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고 믿게 도와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서양에서 출간된 책들은 아시아계 엄마들을 ‘냉혹함’‘혹사’‘계획적’인 존재로 묘사하고, 자녀들의 실제 흥미를 무시한 채 강요한 일삼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중국 엄마들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그들은 자식을 위해 서양 엄마들보다 더 많은 희생을 한다고 믿으며, 자녀들을 잘못된 길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양측의 오해 모두에 근거는 있다. 모든 부모는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중국 사람들이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를 한 개인으로 존중하고 그들의 열정을 일깨우기 위해 용기를 심어준다. 또 자녀의 선택을 중시하고, 자연적인 환경에서 그들이 스스로 긍정적이 될 수 있도록 돌본다. 그러나 중국 부모들은 자녀를 보호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들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충분한 능력을 갖추도록 만들며 구체적인 기술과 일하는 습관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차이가 있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학생기자단 ‘숨은 기부자 찾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학생기자단 ‘숨은 기부자 찾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개찰구 앞. ‘사랑의 열매 모금함’이 설치된 이곳에서 대학생들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카메라와 녹취용 마이크를 든 이들은 한 곳을 뚫어져라 살피고 있었다. 이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 서울지부 소속 대학생 기자단. 벌써 10시간째 ‘지하철 모금함, 숨은 기부자를 찾아라’는 행사를 위해 익명의 기부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들이 참된 기부자” ‘~숨은 기부자를 찾아라’는 모금함에 성금을 기부하는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해 모금회 회보에 싣고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로 제작해 알리는 행사. ‘과연 어떤 사람들이 기부를 할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이 행사를 기획했다. “세상이 이렇게 각박한 걸까.” 7명의 기자단은 하나, 둘씩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오후 4시가 넘어가건만 아직까지 기부자가 보이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모금함이 가득 찼을 법도 한데, 올해는 사정이 정반대다. 지난해 모금한 자금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서 기부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몰라보게 차가워졌다. 오후 4시 30분.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려는 순간 첫 기부자가 나타났다. 정장 차림의 50대 남성이 주인공. 대학생 기자단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허둥지둥 카메라와 마이크를 기부자에게 내밀었다. 어리둥절해하던 기부자는 이내 ‘일상적인 일에 웬 호들갑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홍콩에 거주하다 잠시 귀국했다는 그는 어떻게 기부를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모금함이 보여서 돈을 넣었다. 기부하는 게 뭐가 대수냐.”라면서 “홍콩에서는 번화가에 있는 모금함에 돈을 넣으면 봉사자가 다가와 옷에 배지를 달아주는 등 기부가 일상적인 문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대학생 기자단에게 희망의 불씨를 남기고 다시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다시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삼각김밥과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자리를 지키기를 네 시간여. 오후 8시 40분쯤 두 번째 기부자가 나타났다. 평소 모금함을 볼 때마다 기부를 한다는 강혜경(50·여)씨는 “돈이 많지 않아 크게는 못 하지만 적은 돈으로 자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기자단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종일 2명… “그래도 세상은 따뜻” 이날 밤 11시까지 자리를 지켰지만, 기부자는 단 두명. 하지만 기자단은 실망하지 않았다. 기자단장 진유리(22·성신여대 4학년)씨는 “기부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까지 생각했는데 그래도 두명이나 나타나 힘이 났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사회가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금회 기획홍보팀 김효진 대리는 “모금함에 돈을 넣고 사라지는 사람들이야말로 참된 기부자”라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기부라는 사랑의 열매를 같이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동현·김소라기자 moses@seoul.co.kr
  • [고전톡톡 다시읽기] (51) 체르니셰프스키 ‘무엇을 할 것인가’

    [고전톡톡 다시읽기] (51) 체르니셰프스키 ‘무엇을 할 것인가’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는 시대와 삶을 질문하는 모든 청년들을 위한 책이다. 작가는 새로운 시대의 자유와 혁명을 말하는데, 놀랍게도 이 과정이 사랑과 결혼을 통해 이루어진다. 바리케이드 앞이나 공장의 파업 현장이 아니라 사랑과 결혼을 통해 혁명을 한다? 그런 혁명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지하실’에서의 삶 “나는 자유롭고 싶어요!” 소설은 ‘자유’를 향한 베라 파블로브나의 당찬 외침과 함께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외침은 현실 앞에서 공허하기만 하다. 가난하고 비천한 집안 출신의 어린 여성, 19세기 중반 러시아에서 그런 여자에게 허락된 삶이란 자신을 구원해 줄 남자를 기다리거나 하급 노동자가 되는 것뿐이다. 이미 정해진 삶의 행보만이 강요되는 곳, 누구도 다른 삶의 가능성을 말하지 않는 곳, 베라는 이런 자신의 현실을 ‘지하실’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하실’에는 ‘사랑’이 넘친다. 아니 바로 이 ‘사랑’이 곧 그녀를 구속하는 지하실의 정체다. 흔히 사랑한다면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에 불과하다. 베라의 어머니가 모성애를 내세워 자신이 원하는 삶을 딸에게 강요하고, 부잣집 도련님 이반이 오로지 헌신적으로 남편을 보필해줄 여성을 배우자로 찾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모순투성이의 관계를 지속하는 한 우리에게 자유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베라는 이 ‘지하실’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전혀 다른 방식의 사랑의 모험을 감행한다. ●이기적 유물론자의 사랑법 베라와 사랑에 빠지게 될 두 남자 로푸호프와 키르사노프.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이기적 유물론자들이다. 물론 여기서 ‘이익’은 화폐적 척도로 계산되는 무엇이 아니라 존재를 충만하게 하고 삶을 고양시키는 선택을 말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원하는 것들의 ‘무게를 하나씩 달아’보고 ‘그중에서 가장 유리한 것을 선택’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동정, 연민, 희생으로 점철된 관계는 서로를 구속하고 괴롭게 한다. 그러니 오로지 저 자신을 위하여 사랑하고, 일하고, 관계하라! 이 이기적 계산법에 따라 베라는 집을 나오고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고자 노력하는 신청년, 로푸호프와 결혼을 한다. 베라와 로푸호프의 사랑은 그 자체가 지하실로부터, 강요된 삶의 행보로부터 탈출하는 일이며 동시에 새로운 삶을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부부 관계는 아주 파격적이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하여 각방을 썼고, 심지어 ‘중립의 방’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외부와 소통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또한 베라는 자신의 취미와 꿈을 살려 가난한 여자들과 함께 운영하는 ‘봉제공장’을 만든다. 구성원 모두가 공장의 주인이기에 그들은 각자의 관심과 능력에 따라 소비조합, 공동주택, 배움터 등의 새로운 관계와 생활들을 조직해 간다. 공장은 이제 단순히 생계를 위한 노동의 현장이 아니다. 그곳은 새로운 관계와 실험 속에서 가난한 여성들이 삶을 바꾸고 존재를 충만하게 하는 자유와 해방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베라와 로푸호프는 단지 스스로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그 일련의 행보들이 구체제를 타도하기 위해 바꾸고 외쳤던 바로 그 혁명의 실천이 된 것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엇을 할 것인가’의 혁명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이제 사회를 바꾸고, 일상을 바꾸는 것을 넘어 존재의 근본적인 고양을 시도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은 베라와 로푸호프의 결별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이들의 사랑 또한 머무르지 않는다. 로푸호프의 ‘절친’ 키르사노프와 베라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이 경우 보통은 서로에 대한 극한 분노와 질투, 자기 비하로 얼룩진 파국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영원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 온갖 망상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베라 역시 처음에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부정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로푸호프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절망에 사로잡히기는커녕 베라를 헤아려 주고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 심지어 베라와 키르사노프가 타인들로부터 비난받지 않도록 치밀한 자살극을 꾸미기까지 한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랑의 무상성을 깊이 통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다 거기에 맞는 시간을 갖고 있는 법이오.” “당신은 오직 한 종류의 사랑에 만족했지만 지금은 다른 것을 원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그에게는 이별의 아픔마저도 자신의 삶을 고양시키는 수련의 과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로푸호프의 노력으로 두 사람은 자기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었다. 베라는 그동안 자신을 지하실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로푸호프에게 의존하여 생활을 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의존한 채로는 살아갈 수 없다. 자기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한 사랑과 삶의 변화 앞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깨달음을 얻은 베라는 자신의 두 번째 사랑이 단순히 파트너를 바꾼 관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독립한 두 남녀의 결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녀는 의사가 되는 수련을 받기로 결심하는데, 당시로선 가히 혁명적인 이 도전은 베라가 자기 존재의 축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모든 의존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삶을 한가운데로 도약시키고 있었다. ‘완전한 독립 없이는 진정한 행복이란 불가능하다.’ 혼자서 가는 사람만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또 그런 사랑만이 통상적인 삶의 습속을 바꾸는 혁명이 될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시대의 격변 속에서 길을 찾는 모든 청년들에게 체르니셰프스키는 이렇게 답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것만이 사랑과 혁명이 조우하는 길이라고. 박수영(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김문이 만난사람] 희망을 싣고 달리는 탈북 버스기사 유금단 씨

    [김문이 만난사람] 희망을 싣고 달리는 탈북 버스기사 유금단 씨

    황순원의 ‘소나기’가 잠시 북으로 간다. 두메산골이다. 잔잔히 흐르는 강줄기가 있다. 오며 가며 정든 징검다리도 있다. 한 소녀가 그 다리를 건널 때 소년을 만났다. 둘이 오가피나무 열매를 따먹곤 했다. 겨울에는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영화 ‘러브스토리’처럼 뒹굴었다. 눈싸움도 했다. 강에서 산천어도 잡았다.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했다. 가재랑 놀았다. 그러다가 산에 올랐다. 두 손을 턱에 괴고 아래를 바라본다. 소년은 어디 갔을까. 중얼중얼 노래를 불러 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에~’ 소녀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나이 먹을수록 찾아오는 것은 불행과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친척 집에 맡기고 두만강을 홀로 건넜다. 파란곡절을 겪으며 남한으로 왔다. 두고 온 아들 때문에 가슴이 아파 매일이다시피 술을 마시며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렀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아들과 다시 남한에서 눈물겨운 상봉을 했다. 하여 ‘이제는 살아야 한다.’며 다부지게 일어섰다. 포장마차 보조, 공사장 막일, 식당 홀서빙, 노점상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가 버스 운전사가 됐다. 필기시험에서만 12번 떨어지고 13번째 합격하는 불굴의 의지로 이루어 냈다. ‘절망은 없다. 꿈 있는 자가 진정 아름답다.’라는 좌우명으로 이겨 냈다. 지금은 ‘뛰뛰 빵빵’ 신나게 서울 시내를 달린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는 인사말에 승객들의 표정이 환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사는 맛을 느낀다. 그 소녀의 이름은 유금단(40). 함경북도 출신으로 2001년 탈북했다. 북에서 온 여성으로는 드물게 남한에서 6년째 버스 핸들을 잡고 있다. 그는 2008년 광복 63주년 때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신정동에 있는 6623번 시내버스 차고지. 이날따라 눈이 많이 내렸다. 하얀 눈과 환한 웃음이 잘도 어울린다. 약속 시간이 약간 늦었기 때문에, 그렇게 달려오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였다. 그의 애마나 다름없는 버스 안에서 마주 앉았다. 먼저 지금 고향에도 눈이 많이 오겠다고 했다. “겨울이면 눈이 항상 많이 쌓여 있어요. 저는 눈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남한에 왔을 때 눈이 별로 없어서 속상했어요. 작년하고 올해가 눈이 좀 와서 기분이 좋아요. 오늘 비번인데 눈과 함께 놀라고 하느님이 축복해 주는 것 같아요.” 고향이 어떤 곳이냐고 했더니 “함경북도 산골이며 금강산 못지않은 좋은 경치를 자랑한다.”며 싱글벙글 웃는다. 역시 고향 얘기는 즐거운 일. 봄에는 산나물을 캐고 가재를 잡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강냉이를 절구에 찧어 먹었고 어머니가 삶아 준 줄당콩으로 허기를 채웠다. 그렇다면 부모 생각도 간절하겠다고 했더니 유씨는 잠시 차창 밖을 바라본다. 함박눈이 더욱 굵어진다. 유씨의 눈가는 차츰 젖어 갔다. “아버지는 40대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50대 초반에 돌아가셨지요. 두 분 다 젊은 나이에…. 아버지는 원래 남한 출신입네다. 6·25 때 17살이었는데 북한군에게 잡혀 갔지요.” 유씨는 남한에 처음 왔을 때 고모와 삼촌을 만났다. 그리고 조치원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도 갔다. 이때 가슴속 깊이 다짐한 것이 있다. 이산가족으로 한 많은 삶을 살아 가는 이 땅의 노인들을 위해 통일의 문이 열리는 날 버스에 수십대, 아니 수백대가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달고 북으로 달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절하게 당부했다. “제발, 그날까지 다들 건강하게 살아 계십시오.” 탈북해 남한에 온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을까. 적응하느라 고생도 많았을 텐데 말이다. “북한이나 남한이나 다 같은 조선 땅입니다. 남한으로 내려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제 인생은 여기(남한)에서 시작됐으니까요. 남한에서 귀신병을 앓다시피 온갖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걸 겪으면서 비로소 꿈과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남한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어의 이질감이었다. 막노동판에서 쫓겨났을 때도 그렇고 포장마차 보조일, 식당 홀서빙 일을 할 때도 말이 안 통한다는 이유로 그만두어야 했다. 함북 지방 사투리가 불친절한 반말로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 세상은 암흑이었습니다. 술을 안 마시면 견딜 수가 없었지요. 우울증과 귀신병을 반복적으로 앓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울었던 날이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그렇지만 어떡합니까. 북에 두고 온 아들 생각에 참고 또 참았지요.” 북한에서 8살 된 아들과 이별할 때는 “열흘만 있으면 엄마가 돌아올게.”라고 했다. 당시 남편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8년 징역형으로 수감된 상태였고 아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다시피 했다. 이런 아들이 떠올라 울음을 그치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노점상으로 나섰다.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아들과 남편을 데려오는 데 썼다. 하늘도 감동했던지 2005년 남편과 아들을 남한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됐다. 그가 버스 운전사가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유니폼을 입은 버스 기사가 멋있게 보이더군요. 또 시민들의 발이 된 내 모습을 상상했지요. 기분이 아주 좋아지더라고요.(웃음)” 함북 산골에는 시내버스가 없지만 북한에서 버스 기사는 중산층에 속한다. 그는 어느 정도 운동신경이 있어 운전을 자신했지만 필기시험에서 계속 떨어졌다. 한자식 단어가 낯설고 이해가 잘 안 됐다. 주변에서 해석을 도와 주워도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결국 13번째 도전에 합격해 마을버스 핸들을 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달려오는 5t 트럭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돌리다가 그만 장 파열을 일으키는 큰 사고를 당했다. 3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가 복부에 붕대를 감은 채 경기 지역 시내버스에 다시 올랐다. “그때 죽을 뻔했지요. 병원에서 호흡기에 의지해 지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 많이 격려를 해 주더군요.” 4년 전부터는 지금의 6623번 시내버스로 옮겨 신정동과 여의도를 오가고 있다. 새벽 2시까지 일하는 날도 많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아들 생각에 즐겁기만 하다. 버스의 단골 승객들한테는 ‘친절한 금단씨’로 소문이 나 있다. 키가 150㎝ 단신이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함경도 또순이’로도 통한다. 그는 특히 키가 작고 다리가 짧아 클러치를 밟을 때마다 정강이가 갈라지는 느낌을 받지만 정신력으로 참고 이겨 낸다. 아주머니들이 오르내릴 때 엄지를 치켜세우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런 격려와 관심에 힘입어 지난해 6월에는 모범운전자 자격증까지 땄다. “꿈이 있다는 것 자체가 목표의 절반은 이루어낸 것이지요. 또 꿈이 있어야 하늘이 도와줍니다. 저는 원래 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시골에 작은 요양원을 설립해 노인들을 모시는 일에 일생을 바치려고 합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나는 부자다. 남한테 빚이 없으니 부자가 아니냐.’라는 생각을 늘 한다. 또한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 가면서 개인적 감정으로 부딪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웃는 얼굴로 살아 가자.’고 다짐한다. 이런 내용으로 강연을 하면 매번 기립 박수를 받는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눈물 젖은 두만강’을 지금도 부르냐고 했더니 “이젠 너무 슬퍼서 잘 안부른다. 대신 윤태규의 ‘마이웨이’를 즐겨 부른다.”고 했다. 노랫말이 새삼 다가온다. ‘아주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다볼 것 없네/~누구나 한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이제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내가 가야 하는 일들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일어나 한번 더 부딪쳐 보는 거야. 마이웨이.’ 편집위원 km@seoul.co.kr ●유금단씨는 1970년 5월 함북에서 태어났다. 2001년 탈북해 중국 땅을 전전하다 2002년 6월 남한에 왔다. 막노동과 포장마차 보조, 식당 홀 서빙일 등을 하다 2003년 말 12번의 낙방 끝에 13번째 필기시험에 합격하면서 버스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이후 경기 지역 마을버스와 시내버스의 핸들을 2년 동안 잡은 뒤 4년 전부터 서울 신정동과 여의도를 오가는 6623번 시내버스 핸들을 잡고 있다. 2008년 6월에는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을 수상했으며 그해 8월 15일 광복 63주년 보신각 타종 행사에 우주인 이소연씨 등과 함께 참여해 화제가 됐다. 2010년 6월에는 모범운전자 자격증을 받았다. 현재 18살 된 아들과 함께 경기도에서 산다.
  • [열린세상] 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면서도/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면서도/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나라 수도에서 초등생들에게 공짜로 밥 먹이는 것이 가장 첨예한 정치의제이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초청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짐을 싸고 있다. 정치의제는 그곳의 문화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니 교육에서 예술을 생각하고 예술에서 교육을 창조하려는 요코하마 시나, 가난한 집의 아이들도 마음만 있으면 무상으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파리와 비교할 때 우리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그 나라의 문화력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그나마 몇 안 되는 유학생들에게 짐을 싸게 하는 나라에서 문화대국을 운운하고 있는 것도 서글프다. 미국은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그들의 도전과 기업가 정신을 창조적으로 수용하여 발전한 나라다. 그래서 유럽이 연합해도 미국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창조적 인재들이 이민 오고 싶은 나라인가. 그 대답은 천만에다. 창조적인 인재들은 거리를 걸을수록 아름다운 상념이 떠오르고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도시, 그리고 관용적인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한다. 19세기에는 농장이었던 우리의 무대가 20세기에는 공장으로, 그리고 21세기에는 심장(心場)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마음의 밭’을 경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경쟁력은 상상력이 샘솟는 문화력 높은 도시를 만드는 것에 달려 있다. 문화력이라는 것은 “아 좋구나!”하고 느끼게 하는 힘이다. 문화에는 두 차원이 있다. 살아가는 일상의 문화와 축제나 행사와 같은 비일상의 문화가 있다. 축제처럼 비일상의 문화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지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매료시키는 구심력은 일상의 생활문화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문화란 궁극적으로는 그 고도한 사회적 표명으로서의 생활문화에서 스며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경영의 기본과제는 풍요로운 생활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외부를 향해 작용하는 힘이라면, 문화력은 내향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20세기의 국가들이 부국강병을 외쳤다면 21세기의 국가가 문화력을 추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배양하면 ‘힘의 문명’을 갖게 되지만, 문화력을 양성하면 마음을 끌게 하는 ‘미의 문명’을 갖게 된다. 문화력은 “…그러한 생활을 하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것, 즉 ‘아 ! 좋아’하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찾아오게 하고 스스로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상상력을 키우고 자극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활동과 창조활동을 촉발시키는 무대와 같은 도시를 만들고, 그 지역다운 매력을 키워야 한다. 지역이 지역답다는 것은 그곳에 기대하는 고유문화가 있다는 것이며, 고유한 모습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도시의 ‘다움’은 어떻게 일구어 나가야 하는 것인가. 인간이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도시도 그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인간의 생활과 활동에 의하여 그리고 지형과 물·숲이 어우러진 상태에 따라서 다른 도시와 차이를 가지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다양성을 한마디로 특성이라고 부른다. 도시는 바로 그러한 특성을 축으로 하여 그‘다움’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도시의 ‘다움’은 공원, 주택, 빌딩과 같은 도시의 외형적 구성요소를 인위적으로 디자인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를 함께 가꾸려는 시민의식과 산업문화의 잠재력이 함께할 때 경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말 문제인 것은 우리의 도시에는 공동체가 파괴되었고, 자율적인 시민의식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절망적인 것은 우리의 정치가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것에 치중할 뿐, 공동체를 복원하고 그 지역다운 문화를 경작하는 근본문제에는 좀체 마음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어제의 문제처리에만 급급할 뿐 내일의 기회를 논하는 정치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 [13일 TV 하이라이트]

    ●역사 스페셜(KBS1 오후 10시) 1970년 12월 학자들에게 발견된 거대한 각석. 국내 암각화 연구의 시초가 된 이 각석은 발견되자마자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청동기 시대의 문양과 그림은 물론이고, 신라시대의 그림과 글자들도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학자들이 발견한 1500년 전, 천전리 계곡에 새겨놓은 오누이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들어 본다. ●체험! 삶의 현장(KBS2 오후 8시 50분) 북한의 포격 사건 이후 맞은 연평도의 겨울. 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배우 남경읍·경주 형제가 나섰다. 피격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조립식 임시주택을 경기도 파주시에서부터 연평도까지 옮기는 대규모 수송 작전이 시작된다. 꽁꽁 언 연평도를 녹이는 희망의 집짓기 현장을 함께해 본다. ●7일간의 기적(MBC 오후 6시 50분) 서른한 살의 4년 차 동갑내기 고동일, 김진영씨 부부 . 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한 기적원정대다. 노량진 재수학원 시절, 친구처럼 만나 7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 한 후, 각 국을 돌아다니며 사랑의 나눔을 실천했다.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고국에서 나누고 싶다는 닮은꼴 동갑내기 부부를 만나 본다. ●한밤의 TV연예(SBS 오후 11시 15분) “TOP군을 닮았다고요. 전, 도롱뇽 닮은 것 같은데.” 요즘 이 남자, 제대로 떴다. ‘시크릿 가든’의 귀여운 반항아, 현빈 비서 ‘김비서’ 역의 김성오. ‘도롱뇽’을 닮은 강한 인상과는 달리, 바가지 머리에 콧소리 섞인 애교로 현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시크릿 가든으로 찾아가 본다. ●하나뿐인 지구(EBS 오후 11시 10분) 해가 지날수록 월동을 위해 한반도를 찾는 독수리의 개체 수는 증가한다. 죽은 동물의 사체만 먹는 독수리의 특성상 먹을거리가 턱없이 부족한 한반도에서 급기야.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던 독수리는 카보퓨란 성분에 중독된 먹이를 먹고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한반도의 마지막 야생 독수리와 공존의 해법을 모색해 본다. ●아름다운 이야기 <보석상자>(OBS 오후 11시 5분) 씨름왕 박광덕. 제2의 강호동으로 불리며 연예계까지 진출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성한 소문 속에 자취를 감추고, 우리는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지인들에게 사기를 당해 10억원이란 큰돈을 잃고, 인생을 포기할 만큼 깊은 절망에 빠졌던 것이다. 10년 후의 삶을 생각하며, 재기를 꿈꾸게 되는데….
  • [아시안컵] 요시다 ‘원맨쇼’ 日 열도 울고 웃다

    [아시안컵] 요시다 ‘원맨쇼’ 日 열도 울고 웃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VVV-펜로에서 뛰는 수비수 요시다 마야(22)의 ‘무차별 해트트릭’에 일본이 울다 웃었다. 일본은 10일 새벽 카타르 도하 스포츠 클럽 스타디움에서 끝난 아시안컵 B조 조별리그 요르단과의 1차전에서 전반 45분 하산 압델 파타흐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요시다의 동점골로 1-1로 비겼다. 주인공은 단연 요시다였다. 나카자와 유지(요코하마), 다나카 마르쿠스 툴리오(나고야) 등 수비 주축 선배들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중책을 맡아 중앙수비수로 선발 출장한 요시다는 3번이나 골망을 흔들었다. 물론 공식 기록상으로는 헤딩 동점골만 요시다의 골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축구공이 골라인을 세번 통과했는데, 모두 요시다의 볼터치를 거친 뒤였다. 기막힌 희극은 전반 27분 시작됐다.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했던 요시다는 주장 하세베 마코토(VfL볼프스부르크)의 왼발 중거리슛이 요르단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오자 재빨리 왼발로 받아 차 골문을 갈랐다. 그러나 오프사이드였다. 전반 추가 시간 요르단의 첫 골도 요시다의 자책골이나 다름없었다. 공식 기록으로는 하산의 왼발 중거리슛이다. 하지만 이는 요시다의 왼발에 맞고 방향이 바뀐 것. 여기까지는 비극이었다. 절망에 빠질 만도 했다. 하지만 요시다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끝까지 열심히 공격에 가담했고, 결국 기적 같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후반 추가 시간 요시다는 요르단 진영에서 왼쪽 코너킥을 받은 하세베가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려주자 쏜살같이 달려들어 솟구쳐 오른 뒤 이마로 정확하게 받아 골문을 갈랐다. 이 그림 같은 골로 요시다는 일순간 역적에서 영웅으로 거듭났고, 일본은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한편 사우디아라비는 첫 경기가 끝난 뒤 조제 페제이루(포르투갈) 감독을 해임했다. 조별리그 B조 1차전 시리아전에서 1-2로 진 뒤 축구협회는 “페제이루 감독을 물러나게 하고 남은 경기는 나세르 알조하르 감독 체제로 치른다.”고 발표했다. 2009년 2월 사령탑에 오른 페제이루 감독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경질설에 시달려왔다. 알조하르 감독은 5번째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맡은 ‘단골 감독’이다. 지난 8일 중국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0-2로 졌던 쿠웨이트는 “판정에 대해 공식 이의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의 벤 윌리엄스 주심이 전반 12분에 중국의 두웨이가 쿠웨이트의 바데르 알 무트와에게 페널티 지역 안에서 심한 반칙을 했는데도 그냥 넘어갔고 후반 초반에는 알 무트와의 프리킥을 중국 골키퍼 양즈가 골라인을 넘어간 지점에서 잡았지만 역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사설] 아이티 참사 1년…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카리브해의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는 여전히 절망과 탄식의 땅이다. 규모 7.0의 강진이 덮친 지 내일(현지시간)로 꼭 1년이 되지만 대재앙의 상흔은 아직도 크게 가시지 않았다. 당시 23만명이나 숨지고 30만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150만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건물과 도로 등의 파괴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참상 그 자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해 10월 창궐한 콜레라로 지금껏 36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데다 17만명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 선거 후유증으로 정국 불안도 심상치가 않다. 국경·인종·종교를 뛰어넘은 국제 사회의 구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연하다. 지구촌 한 가족의 일인 까닭이다.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8년 중국 쓰촨 대지진 때도 세계는 힘을 모아 희망의 빛을 밝혔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다. 그러나 무능력한 아이티 정부와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들 탓에 재건작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유엔 아이티특사사무소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약속한 원조액의 63%만 이행됐다. 참으로 안타깝다. 반갑게도 우리나라의 활동은 적극적이다. 정부와 민간에서 4760만 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했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구호지역 파병부대인 ‘단비부대’의 활약도 눈부시다.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라는 부대이름처럼 구호와 재건에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국익에도 크게 보탬이 된다고 본다. ‘자원 외교’의 일환이자,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도약한 세계 10위권 경제국이라는 국격에도 걸맞다. 아이티의 비극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동안 혼돈과 고통의 시간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 사회가 다시 한번 뜻을 모아 아이티의 참담한 현실에 희망의 빛을 던져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아이티 대지진 참사 1년] 갱들에 총대신 삽을… 희망을 꽃피우다

    [아이티 대지진 참사 1년] 갱들에 총대신 삽을… 희망을 꽃피우다

    카리브해의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는 여전히 절망의 땅이다. 지난해 1월 12일(현지시간) 진도 7.0의 강진이 역사의 시계를 수십년 뒤로 되돌린 뒤 꼬박 1년이 흘렀지만 복원은커녕 콜레라까지 번져 상처가 되레 덧났다.그러나 희망은 있다. 한국의 구호팀들은 아이티 재건 현장의 중심에서 기적을 일구고 있다. 아이티 지진 참사 1년을 이틀 앞둔 10일 재건을 도우며 아이티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가는 한국인 3인의 땀의 현장을 들여다 봤다. ●권기정 굿네이버스 지부장 권기정(35) 굿네이버스 지부장은 지난해 연말 네살배기 아이티 소녀 킴벌리를 처음 봤을 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한 고아원에 8개월째 머물러 있던 킴벌리는 옴에 걸려 살갗에 피고름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다. 지진 이후 부모와 생이별한 소녀는 보건소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이곳에 머문 권 지부장과 팀원 3명은 희망의 학교짓기 작업에 한창이다. 활동 근거지인 시티솔레가 폐기물 매립지이기 때문에 쓰레기 더미 위에 미래를 쌓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지역아동 70%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는데 현재 건설 중인 초등학교 2개가 완공되면 가난한 아동 1120여명이 공부할 터를 얻게 된다. 또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캐시 포 워크’사업을 통해 갱 단원들이 총 대신 삽을 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권 지부장은 “서울신문과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콜레라가 유엔 주둔군 탓에 유입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반(反)외국인 정서가 일부 퍼졌으나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아이티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볼 때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 소장 송인엽(57)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장도 아이티 공무원인 페레츠 펠트롭(40)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농림수산부 서기관인 펠트롭은 송 소장의 도움으로 선·후배 9명과 함께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아 3주간 공무행정을 배웠다. 수산 정책 등에 대한 선진 기술을 배운 것도 수확이지만 그보다 60여년 전 아이티로부터 지원받던 최빈국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적잖은 자극을 받았다. 송 소장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우리나라식 원조가 아이티 공무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30여명의 현지 공무원을 한국에 초청해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소장은 우리 정부가 아이티에 지원하기로 한 1250만 달러(약 140억 6800만원)를 현장에서 직접 집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 용역을 받은 KT가 폐허가 된 아이티 내 최대공단인 소나피 지역의 전기시설 복구를 주도, 산업의 대동맥에 새 숨을 불어 넣고 있다. 송 소장은 “아이티가 먼 나라가 아니다. 대지진 이전에는 이 나라 수출의 50%가량을 한국인이 운영하는 봉제공장들이 담당했다.”면서 관심을 호소했다. ●이준엽 단비부대 대위 이준엽 대위(38)는 두 달 전 자신의 손을 부여잡으며 연신 “고맙다.”고 말하던 알렉시스 산토스(60) 아이티 레오간시 시장을 잊지 못한다. 아이티 복구 임무를 받고 급파된 한국군 단비부대 소속인 이 대위가 산토스 시장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1월. 당시 허리케인 토마스가 레오간시를 강타, 강둑이 터지면서 인구 1000여명이 살던 마을이 물에 잠길 위기에 놓였었다. 오후 11시가 넘어 구호요청을 받은 이 대위 등 단비부대원은 현장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동틀 때까지 긴급복구작업을 벌였다. 산토스 시장은 이 대위를 “슈퍼맨”이라고 치켜세우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현지에서 의료 활동과 함께 지진 잔해제거 및 우물파기 등 재건 작업을 돕는 단비부대는 지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 대위는 아이티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한다. 그는 “아이티의 교육열은 한국 못지않을 만큼 높았다. 60년 전 아이티 도움을 받았던 최빈국 대한민국이 빠르게 성장했듯 아이티에도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티 후원문의 : 굿네이버스 1599-0300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사설] 수뇌부 인식 바뀌어야 軍 변화 가능하다

    장성들 차량에서 성판(星板·별)을 떼려던 방침이 백지화됐다. 특별한 때와 상황에만 성판을 달기로 했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말이 특별한 때·상황이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군 사정상 핑계에 불과하다. 더 씁쓸한 것은 ‘최소한의 예우는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사자인 장군들의 반발이 어땠을지를 짐작하게 한다. 성판 떼기는 군에 만연한 권위주의를 없애 강군으로 거듭나자는 개혁의 한 상징이다. 그런 사소한 것부터 반발에 막힌 마당에 국방개혁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 군이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국방개혁의 요체는 조직·장비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응전·예방 태세를 굳건히 다지는 것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끝에 불고있는 전군 차원의 개혁과 정신무장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런 마당에 성판 떼기 정도에도 딴죽을 걸고 나선 장군들에게 개혁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의문스럽다. 우리는 군 개혁 방향이 나왔을 때 무엇보다 수뇌부의 정신무장과 쇄신이 중요함을 주장했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은 영 딴판인 것 같다. 지난달 합동참모본부 인사때 육군이 주요 자리를 도맡은 건 개혁의 큰 화두였던 군 합동성 강화와 거리가 멀다. 지난해 K21 장갑차 침수사고 관련자 대부분에게 가벼운 경고조치만이 내려진 사실도 며칠 전 밝혀졌다. 비리·과실에 대한 엄중 문책을 외치던 군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을 납득하기 어렵다. 국방개혁은 군 수뇌부로부터 비롯돼야 한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 직후 “우리 군이 행정조직으로 변질됐다.”고 한 지적을 환골탈태의 큰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서울시민 대상의 조사에서도 국방부가 무능·권위적·비리의 3관왕 부처로 꼽혔다. 정치군인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을 받는 데는 수뇌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국방 선진화개혁은 71개나 되는 중차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군에 절실한 건 수뇌부의 정신개혁이라는 말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 때 국민을 절망케 한 군의 우왕좌왕과 책임전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수뇌부의 인식이 상전벽해처럼 바뀌어야 한다.
  • [6일 TV 하이라이트]

    ●신년기획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인간은 물만 먹고 60일 정도는 살 수 있지만, 호흡하지 않고서는 단 5분도 살 수 없다. 호흡은 건강과 직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숨이라고 다 같다는 생각은 금물. 우리 몸에 이로운 올바른 호흡법은 무엇일지 바른 호흡법으로 건강한 2011년을 보내는 방법을 한국체육대학교 오재근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체험! 삶의 현장(KBS2 오후 8시 50분) 트로트계 황제 박상철, 트로트 샛별 홍진영이 달려온 곳은 노량진 수산시장. 밤 11시부터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산물 종류와 양만 해도 무려 370여종 500여t. 제철 맞은 홍합부터 20㎏에 육박하는 대왕문어까지 나르고 또 날라도 끝은 보이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힘쓰는 일을 트로트남매는 잘 해낼 수 있을까. ●몽땅 내 사랑(MBC 오후 7시 45분) 나영은 태수에게 추파를 던져보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에 여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늘 승아 편을 들어주는 태수의 행동에 금지와 나영은 태수가 승아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나영은 승아랑 태수가 사귄다고 소문을 내버린다. 이 소문을 듣고 승아가 부인하자, 금지는 나영을 부추겨 승아가 태수의 여자인지 확인하려 한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SBS 오후 8시 50분) 경기 포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산 속 무덤에 사람이 살고 있다. 무덤 모양으로 만든 공간에 머물며 먹고, 자고, 시까지 지으며 자유를 노래하는 김영기씨. 그리고 경기 여주시, 늘 곁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부모님의 눈이 되어주는 해남씨. 언제나 함께하는 삼총사의 따뜻한 동행도 만나본다. ●다큐 프라임 원터풀 사이언스(EBS 오후 9시 50분) 해가 갈수록 우리의 눈과 귀를 더 집중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축제, 불꽃놀이. ‘2010 서울세계불꽃축제’와 ‘2010 부산세계불꽃축제’에선 화려한 색과 모양을 자랑하는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곳곳에 과학이 숨어 있는 ‘화학의 꽃’으로 불리는 불꽃놀이, 그 뜨거운 현장으로 떠나본다. ●아름다운 이야기<보석상자>(OBS 오후 11시 5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한 위기와 절망의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잘나가던 개그맨에서 시각장애인이 된 이동우씨가 데뷔 17년 만에 최초로 TV 프로그램 토크쇼를 진행한다. 거리의 수호천사 수와진의 안상수씨와 함께 어둠 속 환한 빛이 되어주는 우리시대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들어본다.
  • “세계평화” 희망가… 테러·사고 진혼곡

    “세계평화” 희망가… 테러·사고 진혼곡

    평화와 전쟁,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지구촌의 엇갈린 풍경은 2011년 새해 첫날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각국 지도자들이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기대에 들뜬 인파가 거리를 메웠지만, 이집트와 러시아 등지에서는 테러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때아닌 의사당 대피령이 내려졌다. 폭설과 강추위, 경제위기와 긴축재정의 시련 속에서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새해맞이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최근 1m 가까운 눈이 내렸던 뉴욕에서는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100만여명이 운집했고 런던 ‘빅벤’ 시계탑 앞과 파리 에펠탑,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불꽃놀이와 축제가 열렸다. 각국 정상들은 신년 축하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의 발전과 평화를 호소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신년 미사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 종교적 관용이 절실하다.”면서 “말보다는 각국 지도자들이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사를 통해 “전 세계가 공동 번영하는 조화로운 국제사회 건설에 매진하겠다.”고 밝혔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강력하고 열린 친근한 러시아’를 내세웠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지도자들은 “재정 위기로 힘든 시기지만, 모두 함께 노력하자.”고 입을 모았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는 신년 메시지에서 “단합된 정신과 국가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과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인터넷·라디오 주례연설에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새 대통령은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힘찬 행보를 시작했다.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는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독일 아헨시에서는 시민들이 쏘아 올린 폭죽이 아헨 대성당 창문을 깨고 들어가 1630년 지어진 제단과 루벤스 그림 3점이 완전히 파괴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서부 이페레겡의 행사장에서는 압사사고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했으며, 모스크바에서는 불꽃놀이용 폭죽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했다.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는 새해 첫날부터 비상 소개령이 내려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워싱턴 인근 레이건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던 항공기가 관제소와의 무전 연락이 끊어진 채 의사당 인근의 비행 금지구역을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미군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F16 전투기를 비상 발진시켰고 의사당과 상·하원 건물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항공기와 관제소 간 무선 연락이 복구되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러시아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새해 첫날을 시작했다. 승객과 승무원 125명이 탑승한 Tu154 여객기가 수르구트 공항에 비상착륙하면서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Tu154기는 지난해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탔다가 추락한 ‘말썽 기종’이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알 키디신 교회에서는 새해맞이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기독교도들을 겨냥한 폭탄 테러로 21명이 죽고 97명이 다쳤다. 수사 당국은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연계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 등 분쟁 지역에서도 테러와 전투로 인한 사망자 발생이 잇따랐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시론] 아직도 우리에겐 희망이란 단어가 있다/나태주 시인·공주문화원장

    [시론] 아직도 우리에겐 희망이란 단어가 있다/나태주 시인·공주문화원장

    인류역사 이래, 달력이란 것이 생기고 나서 고요하게 저문 해가 있었을까? 지긋지긋하다 그러면서, 어서 빨리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해를 보내고 한해를 맞이했을 것이다. 참 인간처럼 간사하고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한 존재는 없다. 벌써 10년도 훨씬 전의 일. 새천년이 열린다고, 얼마나 흥분하고 요란스럽게 떠들고 그랬던가? 새로운 밀레니엄이 열리기만 하면 뭐든지 좋아지고 새로워지고 달라질 것만 같아서 얼마나 기대에 부풀었던가? 그러나 세월을 보태면서 더욱 우중충한 것이 우리네 살림살이요, 울퉁불퉁한 것이 우리네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다. 세상은 여전히 저만큼 헛돌아가는 듯싶고 우리는 이만큼 버림받은 것 같은 심정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갈등의 문제가 큰 근심거리다. 나와 다른 가치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우리들 자신의 옹고집과 좁은 소견머리가 걱정이다. 가진 사람과 갖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갈등이다. 케케묵은 얘기라지만 호남과 영남으로 대변되는 지역 간 갈등, 남북한의 분단도 실은 이념문제가 보태진 지역 간 갈등의 확대판일 수 있다. 최근, 더욱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종교 간 갈등, 정부 간 갈등, 세대 간 갈등이다. 새해 예산 배분문제로 불거진 불교계와 정부와의 마찰, 그것은 실은 불교와 기독교 간 갈등의 변형이다. 말할 것도 없이 갈등의 주체들이 십분 양보하고 격앙된 심정을 추슬러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부드러운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도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4대강 개발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생겨진 갈등일 것이다. 이 문제 또한 세력의 주체들끼리 현명한 쪽으로 해결을 보아야 하고 조정을 해나가야 한다. 정말로 높은 자리에 앉은 분네들, 자기들을 뽑아준 국민들 보기에 민망하지도 않은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세대 간 갈등이다. 학교 교실 안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맞붙어 몸싸움을 벌이고 머리끄덩이를 맞잡고 서로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든지, 남학생들에 의해 여교사들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심심찮은 기사들은 정말로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게다가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꽝! 하고 터진 연평도사건은 또다시 우리를 전쟁의 두려움에 떨게 했다. 당혹스러운 사건 앞에 갈팡질팡하는 군 수뇌부의 현명하지도 못하고 민첩하지도 못한 대응태세는 더욱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로 너스레를 떠는 정부의 높은 분네들 또한 우리를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포화가 튀는 속에서도 철모 끈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자기의 임무에 충실한 젊은 병사의 늠름한 태도는 우리를 안도케 했다. 연평도사건, 차라리 잘터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참에 느슨해진 정신을 조이고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목청들이 높다. 또 다시 한해가 스러지는 길모퉁이에서 두 개의 크리스마스트리에 우리는 주목한다. 하나는 서부전선 애기봉에 켜졌던 크리스마스트리요, 또 하나는 서울 조계사 경내를 밝혔던 크리스마스트리다. 부디 애기봉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본래의 뜻 그대로 평화의 마음, 밝은 마음을 북쪽에 전해서 평화통일의 빌미가 되었기를 바라고, 조계사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종교 간 갈등을 넘어서 우리 모든 사람들의 애달픈 마음, 섭섭하고 분하고 억울한 마음들을 두루 살피고 위로하는 희망의 불빛이 되었기를 바란다. 우리는 희망 없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인간은 절망에 죽고 희망에 살도록 되어 있다. 그러하다. 아직도 우리에겐 희망이란 마음의 재산이 남아 있다. 희망이란 단어가 남아 있다. 어떻게 하든지 이 희망이란 끈을 붙잡고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새해엔 뭐가 달라져도 달라지고 좋아지겠지. 거짓 희망이라도 희망은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주고 살아갈 용기를 보탠다.
  • “인형 아니에요” 키 60㎝ ‘엄지공주’ 화제

    “인형이야? 사람이야?” 인형만큼 작은 몸집으로 사는 3세 여자아이가 언론에 소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에 사는 아비라는 소녀는 태어난 지 6개월이 될 때까지만 자랐을 뿐, 이후로는 성장이 멈췄다. 현재 몸무게 6㎏, 키는 61㎝에 불과한 아비의 병명은 러셀실버증후군, 이 증후군은 몸의 한쪽 부분의 이상발달, 저체중 등의 증상을 보이는 증후군으로, 10만명 중 한명 꼴로 나타나는 희귀병이다. 아비의 엄마는 “아이가 자라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매우 절망했다. 남들만큼 자라기를 희망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밝은 성격을 가졌다는 아비의 특기는 숨바꼭질. 몸집이 워낙 작아 소파 밑이나 서랍장 사이에 숨으면 가족들 모두 아비를 찾느라 한바탕 애를 먹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보다 조금 더 큰 몸집의 아비는 ‘엄지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주위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라고 있다. 부모는 “비록 몸은 작지만 넓은 마음을 가진 아이로,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송년기획] 거침없는 이재오·박지원, 노회한 박희태, 솔직한 김무성

    [송년기획] 거침없는 이재오·박지원, 노회한 박희태, 솔직한 김무성

    2010년, 정치부 기자들에게는 ‘당근’도 없이 ‘채찍’ 소리만 요란한 한해였다.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조사가 5월 20일까지 이어졌고, 조사 결과 발표 뒤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6·2 지방선거가 열려 지방권력의 교체를 가져왔고, 6월 29일에는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논란이 정점으로 치달았다. 9월 27~28일에는 북한 김정은 3대 세습이 표면화됐고, 11월 초 방북한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의 북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로 한반도의 핵 위기가 다시 부각됐다. 11월 11~12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를 미처 평가하지도 못했는데,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고 한·중 간의 외교적 갈등이 부각됐다. 또 12월 3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1년 내내 이어진 4대강 사업 논란도 모두 정치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안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부 기자들은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쉴 수 없었고, 그것은 올해 우리나라가 정치, 안보, 외교적으로 큰 도전을 받은 한해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절망에서 희망의 싹이 트고, 위기에서 큰 기회를 엿본다고 한다. 우리에게 다가왔던 2010년의 도전들이 2011년에 새로운 국가 발전의 비전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들이 그런 취지에서 출입처별로 가장 중요한 취재원을 소재로 삼아 2010년을 마무리하고 2011년을 여는 송년 칼럼을 썼다. MB는 누가 뭐라 해도 서민적 누가 뭐래도 이명박 대통령(MB)은 서민적이다. 재래시장을 방문했을 때 식당에 들러 칼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동행한 참모진이나 기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다. 부지런한 것도 타고났다. MB식 해외출장에 출입기자들은 체력이 다 바닥이 났다. 군더더기 일정은 다 빼고 강행군 일정을 잡는다. 거리가 멀어도 1박 2일 또는 2박 3일로 스케줄을 잡는 경우가 많다. 드디어는 밤 12시에 출발, 왕복 비행기에서 이틀밤을 새우는 ‘1박 4일’ 출장까지 등장했다. 출장이 너무 힘들어 모 신문 기자는 ‘카카오톡’에 ‘1박 4일 금지’라는 글을 올려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을 가졌다는 건 국민에겐 행운이다. 그런데 서민적인 대통령이 이렇게 열심히 뛰었는데도, 올 한해 MB정부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8·8 개각 후유증, 총리실 민간인 사찰, 예산안 파동 등 드러난 악재 때문이다. 하지만 숨겨진 이유는 따로 있다. 경제가 살아났다고 말은 하는데,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공정사회’를 목청 높이 외쳤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글쎄…”라는 반응이 더 많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 때도 행동은 없고 말만 많았다. 새해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좋은 평가를 못 얻는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도 없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소신·일 ’로 밀어붙이는 金총리 김황식 총리는 ‘곱게 늙은’ 할아버지와 같은 인상을 준다. 지방 세족(世族)의 막내아들로 곱게 자란 데다 공직 생활도 승승장구하다 보니 세상의 신산(辛酸)한 맛을 보지 않은 이력 때문이다. 이는 곧잘 ‘성골’(聖骨)로만 살아온 ‘무색무취’한 인물이라고 폄하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면 김 총리는 뚜렷한 소신을 보여준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에 청와대에서 지급한 ‘대포폰’이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 “만약 대포폰 사용이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졌다면 극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원 면책특권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은 의원의 소신 있는 행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이를 남용해 개인의 명예훼손을 하라고 만든 제도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물론 소신이 지나쳐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취임 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료로 지하철 탑승권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소신을 바탕으로 김 총리는 조금 거창해 보이는 ‘자유’와 ‘평등’, ‘박애’를 추구한다. 자유는 자본주의, 평등은 사회주의 이념체계인 만큼 상호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두 개념을 완충시키기 위해 ‘박애’를 넣었다는 것이다. 박애는 나눔·배려로 해석된다. “일로써 말하겠다.”는 총리가 2011년 새해, 세 개념이 충돌하지 않도록 어떻게 절충해 낼지가 관심거리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마음에 안드는 질문엔 역공세 정치부장의 즐거움이자 부담 가운데 하나는 정부 및 정치권의 고위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기회 또는 ‘의무’였다. 올해 정치권에서는 박희태 국회의장,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민주당의 정세균·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대대표,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를 한 차례씩 인터뷰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는 권익위원장 및 장관 시절 한 차례씩 인터뷰를 가졌다. 가장 재미있었던 인터뷰는 여당의 실세라는 이재오 장관과 야당의 실세라는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대담이었다. 실세이기 때문인지 그들의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고, 그 때문에 인터뷰 기사의 파장도 컸던 것 같다. ‘최고의 대변인’으로 일컬어졌던 박희태 의장의 답변은 노회했고, 정세균 대표의 말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말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너무 많은 말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기사에 쓸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손학규 대표는 공세적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에는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이회창 대표나 검사 출신 안상수 대표의 답변은 간결하고 명료하게 핵심을 짚었다. 내년에도 더욱 다양한 정치 지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도운 정치부장 dawn@seoul.co.kr 현 장관式 남북관계 ‘새 집’ 기대 지난 8월 초, 1년간 해외연수 후 귀국해 다시 만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표정은 밝았다. 2009년 2월 취임 후 ‘북한을 잘 모르는’ 국제정치학자 출신의 통일장관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딛고 일어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천안함 사태 후 통일부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5·24조치’로 통일부가 오랜만에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북 강경정책의 중심에는 현 장관이 우뚝 서 있었다. 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구상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꼬이고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서 이 구상은 “무대책의 기다림 전략”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현 장관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 결과, 현 장관은 최장수 통일장관 자리를 넘보고 있다. 관가에서는 “현 장관이 대통령과 독대도 자주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제시한다.”는 후문이 있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에게는 뒤진다는 평가다. 현 장관은 최근 한 학술회의 축사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가 지을 ‘새로운 집’은 무엇일까. 2011년, ‘현인택 호’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김춘추·인조의 용기’서 오락가락 인조(仁祖)는 결국 삼전도에서 투항했다. 그 겨울날의 추위는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언 땅에 머리를 찧는 인조의 마음속을 헤아리는 일은 쉽지 않다. 김춘추(金春秋)는 반도의 귀퉁이에서 군사를 일으켜 삼국 통일의 길을 열었다. 승리의 환호는 귓전에 들려오는 듯하지만 김춘추의 심중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역사의 스코어보드는 인조를 패자로, 김춘추를 승자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스코어보드는 인간세(人間世)의 모든 국면을 담아내지 못한다. 패자는 살상을 줄임으로써 나라를 보존했고, 승자는 적에 버금가는 피를 흘렸다. 그러므로 인조의 치욕을 용기라 부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우리는 심각하게 용기에 대해 생각했다. 군함이 공격받고 섬이 폭격 당하고 중국이 방자하게 나올 때, 우리는 응징의 용기로 충천했으나 한편으로는 참는 것도 용기라고 자위했다. 우리는 김춘추의 용기와 인조의 용기 사이에서 오락가락했고, 결국 인조의 용기를 택했다. 그런데 해가 저무는 지금, 김춘추의 국력을 갖고서도 인조의 용기에 기댄 게 아닌가 하는 이물감(異物感)을 떨칠 수 없다. 인생을 연극이라고 할 때 우리가 부조리극을 연기한 것은 아닐까.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강군·야전형 군인’ 육성 말로만 지난 3월 천안함은 북한의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침몰했고, 11월 연평도는 ‘상식 밖의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정부와 군이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속은 시원치 않다. ‘강군’과 ‘야전’을 말로만 강조해 온 우리 군의 자화상이다. 역대 국방장관들은 늘 ‘강군’과 ‘야전’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국방부는 장관들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어 왔다. 6·25 전쟁의 뼈아픈 기억으로 우리 군은 늘 강군 육성을 계획했다. 얼마 전 초야로 돌아간 김태영 전 장관 역시 그랬다. 돌아보면 김 전 장관은 재임 중 군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장관 재임 중에도 국방부는 많은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여야 의원들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결국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장관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그리고 뒤이어 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했다. 국방부는 또다시 계획을 내놨다. 계획을 뜯어 보니 행정화·관료화된 문화를 없애고 전투 훈련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외모는 다르지만 유전자는 같다. 2011년 새해, 김 장관이 지난 60년간 세운 우리 군의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오후 11시 30분) 주사기를 들고, 각종 실험 도구를 이용해 분자요리를 만드는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 그들의 주사기에선 형형색색의 캐비어들이 탄생한다. 온도의 과학은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는 스테이크를 만든다. 마치 마술과도 같은 분자요리의 세계. 요리와 과학이 만나면 바로 예술이 된다는 분자요리비법의 세계를 만나본다. ●쥬로링 동물탐정(KBS2 오후 4시 30분) 동물탐정단은 같은 반 친구인 강산의 강아지, 똘똘이를 공격했다는 괴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강으로 출동한다. 친구의 말로는 굉장히 크고 무서운 괴물이었다고 하는데 똘똘이에게 직접 들은 이미지는 푹신하고 다정한 느낌이었다. 과연 강가에 나타난다는 푹신푹신한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일시트콤 몽땅 내사랑(MBC 오후 7시 45분) 김 원장은 마침내 옥엽이 미선의 아들임을 알게 되고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화를 내며 미선과 금지를 집에서 쫓아낸다. 미선, 금지, 옥엽은 집 앞에서 김 원장을 기다리며 용서를 빌고 김 원장은 하는 수 없이 미선, 금지, 옥엽과 함께 살기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옥엽을 볼 때마다 화를 내기 시작하는데…. ●괜찮아, 아빠 딸(SBS 오후 8시 50분) 기환은 자식들의 짐이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에 절망하고, 채령은 기환의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호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혁기를 찾아간다. 혁기를 찾아간 채령은 돈을 빌리려 하지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혁기를 보고 마음 아파한다. 한편, 만수는 악화되어 가는 집안 사정에 자책하며 가출을 한다. ●세계테마기행 칠레 1부(EBS 오후 8시 50분) 남미 대륙에 길게 뻗어 있는 칠레의 남쪽 끝, 파타고니아. 도보 여행가들에게 파타고니아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코스 중 하나라고 한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지나 안데스 산맥과 대서양 사이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는 고원, 파타고니아를 사진작가 나승열과 함께 떠나본다. ●경제스페셜<실패는 없다>(OBS 오후 10시 5분) 불황 속에서도 각 분야에서 창조적인 경영 노하우로 발전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 경영전략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1952년 창업한 이래 우리 전통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온 ‘국순당’은 친환경 제조 공법으로 녹색 환경 지키기에도 노력하고 있다. 배중호 대표와 함께 ‘국순당’의 오늘을 만나본다.
  • [서울광장] 대북정책 강온 포트 폴리오 다시 짜야/구본영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대북정책 강온 포트 폴리오 다시 짜야/구본영 수석논설위원

    며칠 전 외신을 타고 온 한 장의 야경(夜景) 사진에 ‘필’이 꽂혔다. 미국 해군연구소가 지난 10월 말 촬영한 한반도 위성 사진이다. 중국과 일본의 환한 밤풍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남쪽 전역도 휘황한 불빛에 휩싸여 있었다. 이에 비해 북녘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다. 아스라이 먼 은하계의 별빛처럼 평양에서만 희미한 빛이 보일 뿐이었다. 분단 65년간 남북의 궤적을 극명하게 보여준 단면도였다. 하기야 불야성(不夜城)을 이루는 남쪽 도시엔들 어디 부조리와 문젯거리가 없으랴. 하지만 대한민국 밤의 조도는 세계 11∼14위권의 국내총생산에 필적한다. 반면 낮엔 강성대국의 깃발로 뒤덮이지만, 밤엔 전등 하나 켤 여력도 없어 암흑 천지로 변하는 게 조선인민공화국의 남루한 초상화다. 사실 북한식 주체경제는 이미 파산상태다. 주민들에 대한 식량배급을 포기한 마당에 더 이상 사회주의 체제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에너지와 식량 등 중국이 놓아주는 수액주사와 남한과의 경협으로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를 아예 모르진 않을 게다. 오히려 그런 절망적 상황 때문에 핵개발에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시찰했던 미국의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는 최근 “북한이 당장에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북을 상대로 통일을 추구해야 하는 게 남의 비극이다. 부시행정부 때 북한을 다뤘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 사람들이 이상하긴 해도 미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북 수뇌부의 입장에선 핵위협이나 대남 무력 도발도 세습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사력을 다한 곡예일 뿐이란 얘기다. 우리의 수병 46명을 수장시킨 북의 천안함 폭침이 그런 엄연한 현실을 일깨웠다. 생때같은 젊은 해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희생된 연평도 사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대북 접근법과 통일 전략을 전면 재점검하라는 경보음이란 점에서다. 그런 맥락에서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언급을 주목한다. 얼떨결이었는지, 작심한 건지는 모르나 필자는 사안의 정곡을 찔렀다고 본다. 당내 지지기반을 잃을까봐 그의 측근들은 “햇볕론의 포기가 아니다.”라고 곧 물타기에 나섰지만…. 햇볕정책은 본래 이솝우화를 빗댄 수사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찬바람이 아닌 따스한 햇볕”이란 함의는 남북관계 개선에 ‘일정 부분’ 주효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수조원을 들여 햇볕을 쪼였지만, 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진 못했다. 북이 개혁·개방을 택해 옷을 벗긴커녕 핵·미사일 개발로 겹겹이 갑옷을 껴입고 있는 형국 아닌가. 한 북한 전문가의 지적처럼, ‘선샤인(Sunshine) 정책’이 북을 무장해제하는 게 아니라 김정일의 구두 광을 내는 ‘슈샤인(Shoeshine) 정책’이 돼선 곤란한 일이다. 이쯤에서 서독이 주도한 독일 통일의 교훈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동서독 교류를 강조한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만을 통독의 견인차로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동방정책 이상으로, 시장경제 강화와 서방과의 결속을 통한 경제·군사력의 대 동독 우위를 추구한 아데나워 총리의 서방정책이 통일의 밑거름이었는데도 말이다. 까닭에 새로이 정립해야 할 대북 정책 패러다임도 단선적이어선 안 된다. ‘햇볕’(교류·협력)과 ‘찬바람’(힘의 우위·도발 억제), 즉 강온을 적절히 배합한 정책 포트폴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개인의 자산관리 때도 분산 투자하면서 민족공동체의 명운이 걸린 남북관계를 다루면서 외골수 정책으로 위험을 자초할 이유는 없다. 전쟁이 아니라면, 가용한 모든 정책을 입체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대북 지원을 하되 북한정권보다는 주민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북한체제를 변화시켜 나가는 데 주력할 때다. kby7@seoul.co.kr
  • [연극리뷰] ‘책, 갈피’

    [연극리뷰] ‘책, 갈피’

    중학생 때 세계문학전집에 홀린 적 있다. 짙은 흑갈색 하드커버 위에 화려하게 수놓아진 금박의 제목이 드러내는 권위. 덕분에 그 전집만 다 읽으면 세상을 다 알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러시아 대륙의 차디찬 눈보라처럼 휘몰아치는 ‘~스키’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서는 끝났다. 1권 첫 장 정도 만져보다 만 것. 대학 시절, 지금은 사라져버린 서울 종로서적을 무던히도 좋아했다. 주변에선 교보문고를 추천했다. 깔끔하고 널찍한 매장, 체계적인 분류 같은 것이 추천 이유였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쌓아둔 듯한 서가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하나 툭 빼 보는 재미에, 발길은 언제나 종로서적을 향했다. 열심히 읽기? 그건 나중 문제였다. ‘역시 촌놈 정서’라고 중얼거리며 픽 웃었던 기억. 연극 ‘책, 갈피’(이양구 연출, 한강아트컴퍼니 제작)는 누구나 품고 있지만 이제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하나쯤 꺼내게 만든다. 연극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재경, 재경을 질투하지만 늘 뒤처지는 지혜, 문학을 꿈꾸며 방황하는 영복, 이런 영복에게 목매지만 냉담한 반응에 절망하는 보경, 그리고 책방을 묵묵하게 지키면서 이들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책방 일꾼 지현과 현식의 얘기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어릴 적 한 동네에 살던 이들이 동네서점과 책을 매개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관통하는 주제는 작품에도 등장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다. ‘한 번 떠난 길은 다른 길에 끝없이 이어져 있어/ 내가 남겨둔 길을 다시는 가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그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제목이 그냥 ‘책갈피’가 아니라 ‘책, 갈피’인 이유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어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던 그 시절, 그래서 묘한 희망과 불안 속에 살았던 그 시절을 겪었던 모두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책장이 빼곡히 들어찬 서점으로 공간적 배경이 한정되다 보니 인물 동선에서 다소 어색한 대목은 있다. 그러나 서울, 대전 등지의 공공도서관에서 실제 공연이 이뤄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법하다. 내년 2월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상상아트홀 블루. 전석 2만 5000원. (02)3676-3676.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2010 톱10] TIME 선정 10대 월드뉴스

    [2010 톱10] TIME 선정 10대 월드뉴스

    21세기 첫 10년 마지막 해를 보낸 지구촌은 아이티 대지진 소식으로 문을 열어 위키리크스발(發) 외교전쟁을 치르며 세밑을 맡고 있다. 국제사회는 우울한 뉴스에 애태우다가도 간간이 들려오는 기적 같은 소식에 환호하기도 했다. 미 시사주간 타임이 10일 연말을 맞아 올 한해 지구촌을 달궜던 10대 국제뉴스를 추려 발표했다. 北 연평도 도발… 한반도 일촉즉발 3대 세습을 본격화한 북한은 올해 우리나라를 겨냥해 잇달아 도발하면서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 지난 3월 천안함 폭침으로 46명의 군인이 희생된 데 이어 지난달 11월에는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군인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매몰 칠레광부 70일만에 구조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칠레 코피아포 인근 산호세 구리 광산 붕괴현장에 70일간 매몰됐던 광부 33명이 구조됐다. 광부들이 땅 밑 622m에서 공포와 싸우며 만들어 낸 ‘드라마’는 매몰자 가족은 물론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다. 위키리크스 美외교전문 25만건 폭로 ‘디지털 전사’(줄리언 어산지)와 세계 최강대국(미국)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어산지가 2007년 설립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지난 6월과 10월 미국의 전쟁 기밀문서를 공개한 데 이어 11월 하순부터 미 국무부 외교전문 25만여건을 차례차례 폭로하며 국제사회에 ‘외교폭탄’을 던지고 있다. 지난 7일 런던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어산지는 자신이 구속되면 미국 등에 치명타를 안길 ‘최후의 심판’ 파일을 공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파키스탄 대홍수… 국토 25% 침수 지난 7월 8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대홍수로 파키스탄 국토의 4분의1 이상이 물 속에 가라앉았다. 물난리로 2000여명이 숨졌고 2000만명에 달하는 이재민은 굶주림과 싸우며 사투를 벌였다. 아프리카 첫 월드컵… 한국 16강 치안 등에 대한 우려를 안고 지난 6월 11일 개막한 아프리카 대륙의 첫 월드컵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을 비롯해 한국의 첫 원정 16강 달성, 개최국의 첫 16강 탈락 등 여러 기록을 남겼다. 경기장 밖에서도 점쟁이 문어 파울의 활약과 남아공 전통악기 ‘부부젤라’ 응원전 등 다양한 화제를 낳았다. 국제사회 예멘발 소포폭탄 공포 아라비아반도 끝자락의 가난한 나라 예멘은 올해 테러세력의 새 근거지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10월 29일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가 발송한 것으로 보이는 예멘발 소포폭탄 2개가 영국 등에서 발견되면서 국제사회가 테러공포에 꽁꽁 얼어붙었다. 아이티 7.0 강진…23만명 사망 지난 1월 12일(현지시간) 오후 중남미 섬나라 아이티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35초간 지속된 이 지진은 지구촌 최빈국의 많은 것을 앗아갔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궁을 비롯, 국회의사당 등 주요 건물이 모두 무너지면서 23만여명이 숨졌고 수백만명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아이티에서는 최근 콜레라까지 창궐, 20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유럽 각국 긴축재정안…시민 거리투쟁 심각한 경기침체로 유럽 각국은 올해 앞다퉈 긴축 재정안을 내놓았다. 시민들은 복지 축소에 반발, 거리투쟁을 이어갔다.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300억 유로(약45조원)를 긴급 수혈 받은 그리스 정부가 공공부문의 예산을 삭감하자 수만명의 시민이 대정부 투쟁을 벌인 것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포르투갈 등에서 긴축 재정 반대 집회가 열렸다. 멕시코 끝나지 않은 ‘마약과의 전쟁’ 2006년부터 시작된 멕시코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이 올해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출혈만 컸을 뿐 성적이 좋지 않다. 마약갱단과 정부군의 충돌로 올 한해 1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태국 뒤덮은 ‘붉은 셔츠 시위대’ 지난 4월과 5월 태국 방콕의 거리가 붉은 물결로 채워졌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복귀를 원하는 수천명의 시위대는 붉은 셔츠를 입고 길거리로 나섰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경진압을 벌여, 91명이 숨지고 1800여명이 다치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영화리뷰] ‘하쿠나 마타타-지라니 이야기’

    [영화리뷰] ‘하쿠나 마타타-지라니 이야기’

    “2005년 12월 6일 쓰레기장 한가운데에 돼지나 날짐승들이 썩은 고기를 찾는 그 안에 아이가 앉아서 아무런 삶의 의욕도 없이 눈동자는 다 풀려져 있고,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뒤지다가 입으로 가져가는 장면을 멀리서 보다가 충격을 받게 됐다. 눈 감으면 떠오르고 또 떠오르면 가슴이 아프면서 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야 될까, 뭔가를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와 같은 그런 압박감을 받으면서 생각했던 게 희망을 회복하는 일을 해야겠다….” ‘쓰레기 더미에서 핀 꽃’ 지라니 합창단을 만든 임태종 목사의 말이다.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동쪽 단도라 지역의 고로고초 마을은 세계 3대 슬럼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고로고초는 현지어로 ‘쓰레기’라는 뜻이다. 나이로비 전역의 쓰레기가 모인다. 이곳 사람들은 쓰레기 속에서 쓰레기에 기대 살아간다. 삶의 희망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로 노래의 꽃을 피운 게 바로 지라니 합창단이다. 지라니는 현지어로 ‘좋은 이웃’이라는 의미. 임 목사는 고로고초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2006년 이 합창단을 만든다. 9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하쿠나 마타타-지라니 이야기’는 연습 장소를 마련하고, 오디션을 통해 합창단원을 뽑고, 처음에 음계도 모르는 아이들이 조금씩 실력을 보태 가는 모습을 쫓아간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에 공연하러 다니며 주목받게 된다. 빈 소년 합창단보다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감동의 깊이는 그에 못지 않았던 것. 영화 문법으로 따져보면 이 다큐는 세련되지 못했다. 무척 서툴다. 그러나 감동을 느끼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이야기가 여기까지였다면 음악의 기적을 다룬 여러 작품 가운데 하나로 묻혔을 법하다. 하지만 이 다큐가 갖고 있는 미덕은 따로 있다. 합창단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에 있었던 여러 갈등에도 눈을 돌리는 것. 합창단의 미래와 리더십을 두고 벌어진 한국인 스태프 사이의 갈등, 소통 부재로 인한 한국인 스태프와 케냐 스태프 사이의 갈등, 한국인 스태프와 초심을 잃어 가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 사이의 갈등 등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케냐 아이들보다 임 목사를 비롯한 한국인 스태프들이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는 것. 물론 영화 속 케냐 아이들은 “나쁜 짓 대신 노래를 부르게 됐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케냐 스태프들은 “한국인 스태프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회의를 했으면 좋겠다.”며 일방 소통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의 상당 부분은 한국인 스태프의 입장을 다루는 데 할애된다. 케냐 아이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들어가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쉽다. 영화 막판에 종교 색채를 진하게 드러내는 점도 선교용 다큐멘터리라는 꼬리표를 달게 해 다른 종교를 가진 일반 관객들이 다가서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탤런트 정애리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90분. 전체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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