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절망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신성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884
  • [2012 런던올림픽] 탈락, 그래도 미래는 밝다

    농구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상범 KGC인삼공사 감독은 출국 전에도 냉정을 잃지 않았다. 팀의 한계와 세계의 벽을 잘 알고 있었다. “단기간 짜임새를 맞추는 건 무리다. 젊은 선수들이니까 분위기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만 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올림픽을 밟은 적이 없는 남자농구가 사고를 칠 것이란 장담 같은 건 없었다. 결과는 역시나(?) 탈락. 4일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조별리그 2차전에서 도미니카에 85-95로 졌다. 전날 러시아에 56-91로 무릎을 꿇은 데 이어 2연패로 8강행이 좌절됐다. 3쿼터에 한때 7점을 앞서며 신바람을 냈던 한국은 경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공격 리바운드를 연거푸 내줘 순식간에 80-88로 끌려갔다. 미프로농구(NBA) 올스타 출신의 알 호포드(30점 12리바운드), 잭 마르티네스(16점 25리바운드)가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다. 리바운드를 무려 56개(한국 27개)나 내줬다. 승부처에서 이승준(동부)·오세근(인삼공사)이 파울트러블로 벤치를 지킨 게 아쉬웠다. 이 감독은 “지역·대인 방어를 번갈아 쓴 수비가 잘 먹혔는데 리바운드에서 밀린 게 패인이다. 도미니카전에 집중했는데 정말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절망보다는 희망이 더 컸다. 어차피 3위까지 주어지는 런던행 티켓은 꿈같은 얘기다. 대표팀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김주성(동부)·하승진을 빼고 어린 선수들을 내세웠다.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김선형(SK)은 속공 레이업에 덩크까지 찍으며 ‘국제용 가드’의 탄생을 알렸다. 이승준과의 ‘쇼타임’은 환상적이었다. 골밑의 이종현(경복고)·김종규(경희대)는 NBA 리거와 몸을 부대끼며 경험을 쌓았다. 김태술(인삼공사)은 양동근(모비스)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웠고, 최진수(오리온스)·오세근도 돋보였다. 내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를 부쩍 키웠다. 이날 얻은 자신감이나 좌절은 한국 농구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日그린 초토화… 쓰나미급 ‘골프한류’

    日그린 초토화… 쓰나미급 ‘골프한류’

    1일 일본 골프가 장탄식을 쏟아냈다. 남자골프가 일본과의 정기 대항전에서 2연패를 일궜고, 전미정(30·진로재팬)은 일본여자투어에서 한국선수의 시즌 9승째를 일궜다. 규슈섬 나가사키의 파사주-긴카이 아일랜드 골프장(파71·7066야드). 올해로 네 번째 맞은 남자골프 한·일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대회 마지막 날 싱글 스트로크 방식으로 펼쳐진 3라운드에서 한국은 10명 중 3명이 이기고 1명은 무승부, 6명이 져 3.5-6.5로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첫날 포섬과 이틀째 포볼스트로크 플레이에서 각각 4-1, 4.5-0.5 압승을 거둔 한국은 최종합계 12-8로 일본을 따돌리고 2년 연속 우승했다. 일본이 거센 추격전을 벌였지만 이틀 동안 벌어놓은 넉넉한 점수 덕에 낙승 전망이 빗나가지 않았다. 2포인트만 더 벌면 우승하는 상황에 첫 주자로 나선 최호성(39)이 2언더파 69타를 쳐 후지모토 요시노리(3언더파)에게 1타차로 졌지만 홍순상(31)이 5언더파 66타의 ‘데일리 베스트’를 때려내며 1오버파에 그친 다니하라 히데토를 6타차로 쉽게 따돌렸다. 연이어 승리를 내준 조민규(23), 장익제(39)에 이어 5번째 조로 출발한 류현우(31)는 1오버파로 전반홀을 마친 뒤 13~14번홀 연속버디를 잡아내며 1언더파 70타로 끝내 1오버파에 그친 다카야마 다다히로를 따돌렸다. 홍순상과 류현우는 공동으로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했다. 한국은 이동환(25)이 오다 류이치와 71타 이븐파로 비긴 뒤, ‘막내’ 김도훈(23)이 1점(승)을 보태 2연패를 마무리했다. 주장 허석호(39)는 “당초 미국파 4명이 빠지는 바람에 우려가 많았는데, 되레 선후배들의 각오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도쿄 북쪽의 도야마현 야스오골프장(파72·6502야드)에서 벌어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니칫코 레이디스오픈 3라운드에서 전미정은 1타를 줄인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우승, 시즌 2승째를 신고했다. 한국 선수로는 올해 16차례 치러진 JLPGA 투어대회에서 9번째 우승컵을 수집한 주인공이 됐다. 우승 상금 1080만엔(약 1억 5000만원)을 추가해 시즌 랭킹 1위(7056만엔·약 10억 2000만원)를 굳건히 지켰다. 일본골프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넘어 절망에 가까운 탄식을 쏟아냈다. 한·일대항전을 주관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관계자는 “첫 대회 연장 승부 이후 갈수록 한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여자는 한국선수들이 일본투어의 주력 멤버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나가사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클래식·무용

    ●클래식 세계여행 5일 오전 11시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준비한 어린이를 위한 공연으로, 이번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우광혁 교수와 빛소리앙상블이 함께한다. 클래식 음악과 동요를 목관 5중주 앙상블이 연주. 1만 2000원. (031)828-5841. ●무용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6일 오후 8시, 7일 오후 6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인간관계에 집중해온 안무가 장은정의 신작. 우리 삶의 황폐와 무지한 폭력, 고독과 절망을 대면하면서 ‘좋은 곳’이란 무엇인지 역설한다. 1만~2만원. (02)2263-4680.
  • [생명의 窓] ‘공갈젖꼭지’의 불편한 진실/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공갈젖꼭지’의 불편한 진실/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아기를 품에 안은 젊은 부부가 식당 한 귀퉁이에 앉는다. 이내 아기가 운다. 반사적으로 아기 엄마가 공갈젖꼭지를 찾아 입에 물린다. 언제 울었느냐는 듯, 아기가 울음을 뚝 그친다. 주변에서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나도 한때 그걸 물었을 것이다. 아무리 빨아도 젖이 나올 리 없건만, 빨고 빨고 또 빨면 언젠가는 나오겠지, 어리석은 희망을 품고서 빨았을 것이다. 그렇게 빨다가 제 풀에 지쳐 스르르 잠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이빨이 나와서 더 이상 예전처럼 빨았다가는 젖꼭지가 찢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득하기까지 진실로 온 힘을 다해 빨았을 것이다. 보통은 ‘빠는’ 욕구가 강해지기 시작하는 생후 3개월 무렵부터 아기가 제 손가락을 너무 많이 빨아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보호할 요량으로 공갈젖꼭지를 물린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엄마들의, 혹은 육아책의 이런 설명에 동의하기 어렵다. 진실을 말하자면, 언어라는 수단 외에는 의사소통 방법이 없는 엄마가 말 못 하는 아기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나온 궁여지책이 아닐까. 아기의 욕구란 것이 대개는 생리현상에 집중되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먹고’ ‘싸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 욕구가 다 채워졌음에도, 여전히 아기가 울면 엄마는 돌연 벽에 부딪힌다. 예방 접종도 꼬박꼬박 챙겼고, 어디 특별히 아픈 구석도 없어 보이는데, 뭐 때문에 우는지 알 도리가 없다. 이 궁지에서 엄마를 구원하기 위해 나온 발명품이 바로 공갈젖꼭지라고 나는 믿는다. 요컨대 공갈젖꼭지는 아기의 필요보다는 엄마의 필요에 봉사한다. 공갈젖꼭지를 입에 물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기는 불만의 원인이 제거되었을까. 전혀 그럴 리 없다. 단지 망각되었을 뿐이다. 이 망각에서 깨어나는 순간은 공갈젖꼭지에서 젖이 나오지 않는다는 자명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과 일치할 터. 하여, 공갈젖꼭지를 입 밖으로 밀어냄과 동시에 터져나오는 두 번째 울음은 첫 번째 울음보다 더 서럽고 절망적이다. 하지만 첫 번째 울음의 의미조차 몰랐던 엄마가 그보다 훨씬 중의적인 두 번째 울음의 의미를 해독하기는 만무. 공갈젖꼭지가 떨어져서 우는 줄로만 알고, 다시 그것을 주워 아기 입에 넣어주며 달래기에 성공했다고 자인한다. 그런 식으로 아기는 공갈젖꼭지에 길들여지면서 자신의 본래 욕구와 차츰 멀어지게 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공갈빵’을 씹으며 잠시 공갈젖꼭지의 추억에 젖는다. 아무리 먹어도 결코 배가 부르지 않는, 크기만 엄청나지 속은 텅 빈 공갈빵은, 그 정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범죄적 배반감을 안겨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렁주렁 타이틀만 요란해지는 나 자신이 문득 공갈빵을 닮은 것 같아 부끄럽다. 덩치가 커질수록 그 안에 생명과 진리를 품기 어려운 종교 역시도 공갈빵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면 통과의례처럼 저마다 공갈젖꼭지를 물고 자라는 동안, 우리는 모두 자신의 참된 욕구를 모르거나 혹여 안다 해도 무시하도록 길러진 게 아닌가 싶다. 나 자신만 해도 이 나이를 먹도록 도대체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기가 가장 어렵기에 하는 소리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모델이 걸친 옷이 하도 예뻐 보이기에 코디한 그대로 주문을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분명 똑같은 옷인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인터넷 화면에 떠 있던 이미지와 어째 그리도 다르냐는 말이다. 이런 일을 자주 겪으면 포기도 빨라져서 얼른 다른 상품으로 욕구 이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변덕을 부리다가 문득 깨닫게 되는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이 실상은 자기기만이었구나. 예수 가라사대, 눈은 몸의 등불이라고 했다. 눈이 성해야 몸이 밝지, 눈이 성하지 못하면 몸도 어두운 법이란다. 눈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먹고 싶고, 입고 싶고, 갖고 싶고, 하고 싶은 욕구가 다 눈에서 비롯된다. 그 눈이 성하려면 마음부터 챙겨야 하리라. 거짓 욕구에 휘둘리지 않고, 참된 필요를 추구할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 나무들 눈으로 본 ‘현실 정치의 폐해’

    존 로널드 로웰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이 퍼뜩 떠올랐다. 영화로 보면 2편 ‘두 개의 탑’에서 상당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엔트족은 오랫동안 숲을 지키는 영험한 나무 정령 종족이다. 말하는 데 아주 오래 걸려서 불필요한 말은 아예 하지 않는다든가, 깊이 뿌리를 내려 거센 홍수를 버티는 나무 전령은 선지자의 지혜를 보는 듯 인상적이다. 인간과 함께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는 장면은 엄청나게 웅장해 기억에 확 박혔다. ‘숲의 왕국’(현길언 지음, 물레 펴냄)을 보면서 ‘반지의 제왕’을 떠올린 것은 나무가 생각과 행동의 주체가 된다는 독특한 시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일 터. ‘반지의 제왕’이 화려하고 거창한 판타지 소설이라면 ‘숲의 왕국’은 잔잔하지만 예리한 우화다. 작가가 저자의 말에서 “애초에 작품의 창작 동기는 성경 ‘사사기’의 가시나무 이야기”라고 밝혔다. “형의 정치적 음모의 부당성을 백성들에게 호소한 내용이었지만, 정치 권력이 비민주화되는 과정을 은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작가는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평화일 텐데, 오히려 정치가 분쟁과 갈등과 음모와 정략만을 만들어 내고 심지어 폭력을 동반한 반평화로 치달았던 것이 인류의 역사였다.”고 말한다. 그 ‘인류의 역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현실 정치를 풍자하기 위한 배경으로 작가는 숲을 택했다.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찾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찾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찾는 숲이야말로 평화가 깨지는 절망과 새롭게 회복하고자 하는 생명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가장 적절해 보인다. “숲이 왕을 세우기로 결정했다더라.”는 말을 들은 원 노인은 그리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왕이 자신이 사는 숲을 잘 관리할 테고, 40년 동안 숲을 관리한 목 상무도 좀 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왕으로서 자격이 있다 싶은 밤나무와 잣밤나무, 벚나무가 자리를 고사했다. 결국 나선 것은 키 작고 날카로운 가시밖에 내세울 것 없는 탱자나무였다. 왕이 된 탱자나무의 첫 지시는 이랬다. “내 허락 없이는 사람이나 오소리, 노루, 심지어 새들도 숲을 지나다니지 못하고, 나무들은 매일 같은 자리에 모여 왕의 지시를 받아야 하오.” 왕이 숲의 질서를 바로 잡기를 원했건만, 첫날부터 의문이 생겼다. “우리 숲에 정말 왕이 필요한가?” 왕국이 된 숲은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함부로 숲에 들어와 열매를 따자 아예 나무에 열매가 맺히지 않도록 나비와 벌의 출입을 차단했다. 숲에서 흙과 돌들을 몰고 나가는 시냇물도 막았다. 명령을 듣지 않은 나무들은 탱자나무가 가시로 말려 죽였다. 왕을 추대한 호랑가시나무, 윤노리나무, 예덕나무는 권세를 누리지만 다른 나무들은 점점 기운을 잃었다. 왕의 전횡을 견디다 못한 나무들은 반란을 도모한다. 돌산을 숲으로 만들고, 평생을 지켜 온 원 노인은 평화롭던 숲에 정치가 등장하고 힘의 논리로 벌어지는 혼란과 갈등을 가만히 지켜본다. 오랜 세월을 숲과 함께한 그는 권력이나 투쟁, 폭력이 아닌 숲의 본령인 평화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작가가 책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현실 정치의 폐해를 절묘하고 날카롭게 풍자하는 힘이 책 끝자락까지 이어져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벼랑 끝 구당권파 기사회생?

    벼랑 끝 구당권파 기사회생?

    통합진보당 ‘당대표 선거 인터넷 투표 중단 사태’의 책임을 지고 참여당계인 윤상화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사퇴하고, 구 민주노동당 출신의 이상희 노원 공동지역위원장이 새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재투표는 당원 우롱하는 일” 신당권파 쪽의 참여당계 인사가 물러나고 구당권파와 가까운 인사가 그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당내 세력구도의 무게추가 기울었다. 선관위원장 교체가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못하지만, 한때 벼랑 끝에 섰던 구당권파는 투표 중단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원장까지 끌어내리게 되면서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한 모양새다. 구당권파는 28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총사퇴를 촉구하며 당권 재장악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날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이들은 “혁신비대위가 이번 일과 관련해 어떤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재투표로 넘어가는 것은 당원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신당권파를 궁지로 몰았다. 혁신비대위는 “파국적인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했지만, 구당권파는 이번 당대표 선거 프로그램 관리를 맡았던 업체와 신당권파의 ‘커넥션’의혹까지 제기하며 파상 공세를 폈다. 혁신비대위를 해체하고 그 자리를 구당권파 인사들로 채워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선거를 끌고 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선동·김미희 의원 등 구당권파 의원들과 당직선거 출마자 604명은 의견을 모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비대위원과 중앙선관위원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파상 공세를 폈다. 2차 진상조사위원회가 폐기한 ‘기술검증보고서’의 작성자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도 블로그에 글을 올려 “(진상조사 당시) 범죄 행위의 증거를 찾아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로그에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이 범죄자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통합진보당은 검찰에 의해 궤멸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다만 “비밀유지 계약에 서명했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면서 계약자인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직접 자신에게 설명을 요청할 것을 촉구했다. ●투표 중단 원인 전문가단 구성 2차 진상조사특위 이정주 온라인 분과장은 “범죄행위라고 표현한 부분이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도 알 수 없다.”며 “김인성 교수 본인이 밝힐 문제”라고 말했다. 전날 전문가 회의를 통해서도 인터넷 투표 장애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혁신비대위는 각종 의혹에 궁색한 답변으로만 일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윤상화 전 선관위원장은 서버 장애 원인에 대해 “협력 업체가 수시로 점검 기회를 요청했지만, 중앙선관위가 수락하지 않았다.”며 “철저한 봉인이 큰 문제를 낳았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서버가 노후화돼 장애를 일으켰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서버는 신형”이라고 정정했다. 통진당은 다음 달 2일부터 재투표에 들어가는 방안을 이날 운영위에 상정했으나 장애 원인 규명 문제로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중앙위원회 결정사항으로 넘겼다. 투표중단 원인은 전문가단을 구성해 규명하기로 했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운영위 시작에 앞서 “살얼음판을 걷는 하루, 절망과 고뇌가 교차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투표 중단 사태에 대해 혁신비대위원장으로서 사죄드린다.”며 큰절을 했다. 다만 “양심에 기반하지 않은 모든 주장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같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이석기·김재연 의원 ‘버티기’에 돌입한 구당권파를 에둘러 비난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홀로 된 결혼이민자 눈물 닦아주다

    홀로 된 결혼이민자 눈물 닦아주다

    2008년 모국 캄보디아를 떠나 스무 살이나 많은 한국인과 결혼하며 단꿈에 젖었던 함쏘말라(24)씨. 예쁜 딸까지 낳아 오붓한 가정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다문화지원기관에서 한국말과 요리를 배우며 즐거운 나날을 이어갔다. 그러나 행복은 안타깝게도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2월 남편이 급성 A형 간염으로 사망하면서 함쏘말라씨는 네살배기 딸과 함께 덩그러니 남겨졌다. 일용직을 전전했던 남편이 남긴 돈이라곤 셋방 보증금 300만원뿐. 그마저도 빼내 남편의 장례를 치르느라 거의 다 써버려 모녀에겐 눈물과 텅빈 지갑만 남았다. 3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월 7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받게 됐지만 거처할 곳이 마땅찮은 터에 어렵사리 지인의 창고방에 다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캄보디아에 있는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려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함쏘말라씨는 짧은 생을 포기하려고 수없이 마음먹었다가도 딸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지난 4월 구로구 복지정책과 사례관리팀이 빈곤층 현장조사를 하다 이처럼 딱한 사정을 접했다. 하지만 빠듯한 예산 탓에 직접 지원해줄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결국 박종평 생활복지국장이 직접 나서 민간 지원을 이끌어내기로 하고 직원들을 데리고 거리에 나섰다. 노력은 곧장 결실을 이뤘다. 손종주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대표, 김효성 ㈜마미엘 대표, 최영군 우리은행 구로구청지점장, 김윤기 국민차일드 대표, 문계철 성진정보통신 대표 등 9명의 지역 기업인이 구로희망복지재단을 통해 생활자금 1000만원을 내놨다. 구로구에서 연락을 받은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다문화가정 후원회인 ‘물방울 나눔회’를 통해 캄보디아 왕복 비행기 티켓을 지원했다. 함쏘말라씨는 다음 달 1일 어머니를 만나러 모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남은 돈으로 아이를 키우기엔 여전히 버겁지만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희망을 봤다.”면서 “도움받은 것을 잊지 않고 어린 딸을 위해 야무지게 살아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국회의원 겸직 막되 공익활동은 허용해야

    국회의원의 겸직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의정활동의 질 저하 등 폐해가 우려되면서다. 엊그제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신고현황에 따르면 19대 의원 3명 중 1명 꼴로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26명은 의장단도 못 뽑아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현재도 다른 데서 고정적 보수를 받고 있다고 한다. 19대 국회가 왜 ‘개문발차’조차 못하고 있나 했더니, 마음이 콩밭에 있는 의원들이 너무 많은 모양이다. 의원의 겸직은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법상 의원들이 변호사·의사·약사 등 영리 목적으로 겸직해도 제재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겸직은 의정활동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 이상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팔이 안으로 굽는 식으로 의원직을 수행할 개연성이 문제다. 국민보다는 자신이 속한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행정부나 사법부에 비해 유독 의원들의 겸직 비율이 높다면 3권 분립의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19대 국회도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은 18대에 비해 하등 나을 게 없다는 점에서 벌써 절망감이 느껴진다. 18대에선 42%가 넘는 127명이 겸직이었지만, 이번에도 무보수까지 포함하면 166건이라지 않는가. 이런 연유로 의원 임기 동안엔 겸직을 스스로 내려놓는 게 바람직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얼마 전 한양대와 호남대 교수였던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과 민주통합당 박혜자 의원이 의정활동에 충실하기 위해 교수직을 사직한 것은 모범적 사례다. 하지만 의원들의 양식에만 맡겨서는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국회 쇄신 차원에서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의 준(準)전면적 겸직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다만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는 겸직까지 무리하게 금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Weekly Health Issue] 꿈꾸었던 첫 직장, 과거 병력 말했더니 해고

    김흥동 교수는 안타까운 환자 사례를 거론했다. 유정아(여·28)씨는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했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어려서부터 앓아온 뇌전증, 정확하게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문제였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린이집 실습에 나선 유씨는 병원 치료 때문에 자신이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을 원장에게 털어놨다가 설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실습 현장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질환의 고통보다 큰 세상의 벽을 그때 처음 느꼈다. 그는 치료에 적극적이었다. 덕분에 어릴 때보다 증세가 많이 호전돼 짧은 순간에 얼굴 근육이 조금 떨리는 경련 정도가 고작이었다. 발작이랄 것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그가 어린이집 사태를 겪은 뒤부터 달라졌다. 유씨는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수도 있다는 절망감을 느꼈고, 이 때문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생각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천성이 밝았다.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런 노력 끝에 대학 졸업과 함께 어린이집 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가르치는 일이 생각과 달리 힘들었지만 그보다 평소 꿈꾸던 일이어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물론 일말의 불안감까지 떨치지는 못했다. 잠이 부족하거나 피곤하면 예기치 못한 경련이 발생할 수 있어서였다. 이런 사실을 주변에 미리 알리는 게 도리다 싶어 용기를 내 원장에게 뇌전증 환자임을 알렸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해고였다. 원장은 그에게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죄목’을 붙여 해고하고 말았다. 선입견과 편견만으로 생애 첫 직장에서 그를 내쫓은 것. 그에게 남겨진 상처는 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20대女, 아픈 과거 회사에 잘못 얘기했다가…

    20대女, 아픈 과거 회사에 잘못 얘기했다가…

    김흥동 교수는 안타까운 환자 사례를 거론했다. 유정아(여·28)씨는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했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어려서부터 앓아온 뇌전증, 정확하게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문제였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린이집 실습에 나선 유씨는 병원 치료 때문에 자신이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을 원장에게 털어놨다가 설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실습 현장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질환의 고통보다 큰 세상의 벽을 그때 처음 느꼈다. 그는 치료에 적극적이었다. 덕분에 어릴 때보다 증세가 많이 호전돼 짧은 순간에 얼굴 근육이 조금 떨리는 경련 정도가 고작이었다. 발작이랄 것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그가 어린이집 사태를 겪은 뒤부터 달라졌다. 유씨는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수도 있다는 절망감을 느꼈고, 이 때문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생각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천성이 밝았다.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런 노력 끝에 대학 졸업과 함께 어린이집 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가르치는 일이 생각과 달리 힘들었지만 그보다 평소 꿈꾸던 일이어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물론 일말의 불안감까지 떨치지는 못했다. 잠이 부족하거나 피곤하면 예기치 못한 경련이 발생할 수 있어서였다. 이런 사실을 주변에 미리 알리는 게 도리다 싶어 용기를 내 원장에게 뇌전증 환자임을 알렸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해고였다. 원장은 그에게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죄목’을 붙여 해고하고 말았다. 선입견과 편견만으로 생애 첫 직장에서 그를 내쫓은 것. 그에게 남겨진 상처는 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Weekly Health Issue] 뇌전증…“뇌의 전기적 이상에 의한 경련… 발작 편견 버려야” 잠을 자다가, 아니면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빛과 마주한 순간, 그도 아니면 멀쩡하게 자기 일을 하다가 느닺없이 특정 신체부위가 뒤틀리며 발작을 일으킨다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다. 심하지 않더라도 당사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소규모 발작이 이어지는 경우도 정도의 차이일 뿐 주변을 당황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바로 ‘간질’이라며 신내림 정도로 여겨왔던 질환 ‘뇌전증’이다. 우리는 문화적으로 발작에 대해 근거 없이 혐오와 기피의 정서를 키워왔다. 멀쩡한 사람을 두고 귀신이 씌었다거나 속되게는 ‘지랄병’이라며 기피하고, 경원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무지의 소산일 뿐이다. 의학은 뇌전증이 지랄병에 대한 막연한 인식처럼 갈피 모를 병이거나 잡귀가 들어 나타나는 발광이 아니라 뇌의 전기적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련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뇌전증을 두고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인 김흥동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뇌전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일반인들에게 ‘경기’, ‘발작’ 그리고 ‘간질’(뇌전증) 등의 용어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이런 용어들이 같은 뜻을 가진 말인지, 아니면 뜻이 다른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뇌전증이라는 말을 들으면 정신 질환으로 잘못 알거나, 치료가 어려운 불치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사코 병을 숨기고 치료조차 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것이다. 뇌전증이란 ‘뇌에 전류가 흐른다.’는 뜻으로, 일시적으로 뇌의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몸이 굳고, 떨리거나, 의식을 잃거나, 이상 감각 등의 증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특히, 뇌전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뇌전증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가운데 하나로, 우리가 잘 아는 소크라테스나 카이사르, 나폴레옹, 도스토옙스키, 고흐 등도 모두 뇌전증 환자였다. 하지만 뇌전증은 잘못된 정보와 인식 때문에 질병과 관련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가장 심한 질환이기도 하다. 이처럼 뇌전증에 대한 오해가 심화되면서 진단과 치료를 기피하게 됐고, 이런 가운데서도 병원을 찾아 잘 치료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도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다. ●뇌전증의 유병률은 어떤가. 우리나라 국민 100명당 약 1∼1.5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또 연간 새로운 환자 발생률이 유방암과 비슷할 정도로 흔한 만성 뇌질환이다. ●원인은 다 밝혀져 있나. 원인은 무수히 많으나 연령대에 따라 주요 원인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환자별로 다를 수 있는 원인을 찾아 교정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전증의 원인은 크게 봐 뇌가 형성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고, 교통사고나 출생 당시의 뇌 손상이나 뇌염 등에 의한 뇌손상, 해마경화증이나 알코올중독, 뇌종양, 뇌혈관기형,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이처럼 원인이 다양한 탓에 일부 환자의 경우 특정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증상을 상세히 짚어달라. 일반인들이 주로 알고 있는 증세의 양상은 눈을 치뜨고, 팔다리가 뒤틀리고, 입에 거품을 무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대발작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대발작보다 발작의 양상이 소소한 부분발작이 훨씬 많다. 부분발작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환자 본인만 아는 전조증상이나 비정상적인 느낌 등이 있을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이 관찰하는 시각에서 보자면,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반복적으로 입맛을 다시는 행동 등이 모두 뇌전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에 해당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각 치료법의 예후는 어떤가. 뇌전증은 치료하지 않아도 호전될 수 있는 양성부터 정상 발달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뇌전증성 뇌증까지 다양한 종류로 구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치료도 달리 하는 게 일반적이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약물외 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모든 뇌전증 치료의 첫 단계로, 전체 뇌전증의 약 70%는 이 방법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나머지 30%의 난치성 뇌전증은 점점 유용성이 확대되고 있는 수술적 치료나 케톤성 식이요법, 미주신경 자극술 등을 적용해 치료한다. ●뇌전증 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나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상존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 약 50%가 질환으로 인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취업할 때 뇌전증 환자임을 알린 경우 약 60%가 취업을 거부당했으며, 취업을 하더라도 40%는 발작 증세 때문에 해고됐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에 비해 취업률은 절반에도 못 미쳐 실업률은 1.7배, 미혼율은 2.6배나 높다. 사회적 참여에 있어 심각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럽에서는 교육시스템 구축 및 연구 지원에 적극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뇌전증의 날을 제정, 매년 실효성 있는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환자 80%가 자신의 질환을 밝히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고 답할 정도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뇌전증과 관련한 정책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뇌전증을 바로 알리기 위한 캠페인과 교육 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치료에 장기간이 걸리고, 비용 부담이 큰 소아뇌전증과 난치성 뇌전증에 대한 산정특례 적용, 뇌전증 수술에 소요되는 전극 비용의 수가 적용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 장애판정의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뇌전증에 대한 지금의 장애판정 기준이 너무 엄격하고 제한적이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감안, 뇌전증에 대해 추가로 장애 6급을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라디오로 읽는 천명관 신작 ‘몬스터’

    라디오로 읽는 천명관 신작 ‘몬스터’

    EBS ‘라디오 연재소설’이 14일부터 7월 초까지 소설가 천명관의 미발간 신작 ‘몬스터’를 연재한다. 은희경, 조해진, 편혜영, 백영옥 작가에 이어 다섯 번째다. ‘몬스터’는 전쟁 직후 거리에서 앵벌이로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절망 속에서 구원을 꿈꾸는 소년의 숭고한 노력을 천명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한 사실적인 묘사로 그렸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던 천명관은 2003년 단편 ‘프랭크와 나’(문학동네 신인상)로 등단했고, 2004년 첫 번째 장편 ‘고래’로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았다. 기존 문학의 틀과 화법, 길들여진 상상력을 깨버리는 이야기들을 풀어내 ‘한국판 마술적 리얼리즘’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천 작가는 “신작을 EBS ‘라디오 연재소설’을 통해 낭독으로 선보이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앵벌이 소년에게 동전 한 닢 던져 주는 마음으로 청취자들이 작품에 몰입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작품의 낭독은 소설가 최민석이 맡는다. 최 작가는 최근 장편 ‘능력자’로 제36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으며, 현재 밴드 ‘시와 바람’의 작사와 보컬을 맡고 있다. 방영찬 PD는 “천 작가의 작품은 특유의 재미뿐 아니라 소설적 의미를 잃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후배 작가이자 밴드 보컬이기도 한 최 작가가 낭독해 두 작가의 팬들은 물론 기존 청취자에게도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EBS FM의 ‘라디오 연재소설’은 출간을 앞둔 소설을 라디오에서 먼저 연재, 발표하는 프로그램으로 평소 문학을 접하기 어려운 청취자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전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평일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방송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연극리뷰] ‘그을린 사랑’

    [연극리뷰] ‘그을린 사랑’

    지난해 국내에서 독립영화로 개봉, 큰 인기를 끈 영화 ‘그을린 사랑’이 2012년 연극이란 새 옷을 입고 국내 관객을 찾았다. 극은 어머니 나왈이 사망한 뒤 세상에 남은 이란성 쌍둥이 자녀 시몽과 잔느에게 ‘너희들의 아버지와 친형(친언니)을 찾으라.’는 유언과 함께 출발한다. 아버지는 일찍 죽은 줄 알았고, 친형이나 친오빠 존재조차 몰랐던 시몽과 잔느에게 어머니의 유언은 충격 그 자체다. 고민 끝에 어머니의 과거 여행에 나선 잔느, 하지만 그녀가 접하는 어머니의 과거는 여태껏 자신이 알던 어머니와는 판이했다. 어린 시절 아랍 어떤 한 국가의 작은 동네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나왈. 동네 친구인 한 남자를 사랑하고 아이를 갖게 된다.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그녀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다른 마을로 버려진다. 그녀는 아이의 귀에 대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널 언제나 사랑할 거야.”라고 읊조린다. 나왈은 4년이 지난 뒤 아이를 되찾고자 평소 노래를 즐겨 부르던 사우다란 친구와 함께 아이가 버려진 마을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는 난민과 민병대의 전쟁으로 아이를 찾기는커녕 민병대의 우두머리를 살해하는 투사가 되어 버린다. 크파르 라야트 감옥에 투옥된 뒤 그녀는 그녀의 절친 사우다와의 약속대로 힘들 때마다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그녀에겐 ‘노래하는 여자’라는 별명이 붙게 되고, 고문기술자 니하드를 만나 고문당하고 성폭행당한다. 그 흔적은 시몬과 잔느의 출생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흘러 나왈과 니하드는 전쟁 법정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 순간 나왈은 깨닫게 된다. 니하드의 독백 속에 수십 년 전 자신이 첫 아이를 버릴 때 주었던 증표가 등장한 것. 니하드가 자신의 첫 아들이라는 진실을 맞이한 그 순간부터 나왈은 침묵에 빠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널 언제나 사랑할 거야.’라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나왈이 잔느와 시몽에게 굳이 스스로 진실을 찾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왈은 조용히 독백한다. “어떤 진실이든 스스로 발견해야 그 빛을 발한단다.”라고. 연극의 출발점과도 맥이 닿아 있다. 3시간 15분이라는 긴 공연 시간 속에 60대 나왈역의 배우 이연규의 열연이 돋보인다. 1막은 다소 지루하나 2막에서 보여 주는 세련된 무대 연출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7월 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2만~5만원. 1644-2003.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알아… 그래도 찾자, 희망

    ‘반딧불의 잔존’(김홍기 옮김, 도서출판 길 펴냄)의 저자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59)에게 역사란, E H 카에게 빗대 말하자면 ‘연대기적 욕망과 시간착오와의 대화’다. 과학으로서의 역사는 반듯한 일직선상에다 역사를 정리해 두고자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렇지 않은 증거들이 속출한다는 의미다. 카가 실은 소련사 연구자였지만 역사철학으로 이름을 남겼듯, 저자도 역사철학을 건드리지만 원래는 미술사학자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확실히 더 구미가 당기게 말하자면, 저자의 핵심 목표는 좌파 ‘종교’에 맞서 좌파 ‘정치’ 구출하기다. 이는 ‘호모 사케르’를 내세운 조르조 아감벤을 “잔혹한 지평”, ‘다중’이니 ‘대중지성’이니 하는 말들을 퍼트린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를 “유쾌한 지평”이라 부르는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잔혹하냐 유쾌하냐의 차이일 뿐 지평은 지평이다. 지평이란, 저 너머 어딘가에 광영된 세상이 있으리라는 ‘종교적’ 태도다. 못 미치면 종말론이요, 다다르면 구원론이다. 거대한 빛을 상정하는 지평 대신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산발적이고, 취약하고,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출현하고, 소멸하고, 재출현하고, 재소멸”하는 “이미지”다. “지평, 즉 저편을 본다는 것은 우리를 스치는 이미지들을 보지 않는 것”이며 “지평에만 배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최소의 이미지를 응시하지 못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라서다. 책의 부제가 ‘이미지의 정치학’인 까닭이다. 저자의 출발점은 이탈리아 신사실주의를 이끌었던 피에르 파솔리니(1922~1975)가 1941년과 1975년에 각각 남긴 두 메모다. 키워드는 반딧불이다. 이탈리아어로 강렬한 빛은 루체(luce), 이걸 약하고 작은 빛으로 축소한 단어가 루치올라(lucciola)다. 루체가 강렬한 서치라이트라면 루치올라는 어디선가 반짝대고 있을 미광(微光)쯤 된다. 루치올라는 반딧불이란 뜻이기도 하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미지로서의 반딧불이다. 파솔리니는 1941년, 그러니까 사나운 경비견이 컹컹 짖어대면서 파시즘의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사회를 비추던 그때에는 루치올라, 즉 반딧불을 찬양한다. “이런 시대에 사기와 기만의 교사자들이 충만한 영광의 빛 속에 있고,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저항자들은 도주하는 반딧불로 변형”한다. “가능한 한 이목을 끌지 않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그들의 신호를 발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1975년 파솔리니는 이 반딧불이 ‘소멸’됐다고 주장한다. 2차대전 종전과 함께 파시즘의 시대는 끝났지만 그 이후 역사 전개 과정을 보면 “더욱 심층적인 파시즘이 무솔리니의 행적을 대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시즘의 서치라이트 틈바구니에서 용케도 살아남았던 반딧불들은 더 사나워진 서치라이트, 그러니까 “감시탑, 정치인의 대중집회, 축구장, 텔레비전 세트 등이 갖춘 서치라이트”에 노출됐다. 이렇게 “모든 사회적 공간을 포위”당해버리니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서치라이트의 기계적 눈초리에서 달아날 수 없게” 됐다. 반딧불은 결국 “순결을 상실하기보다는 역사에서 스스로 말소되기를 선호”한다고 결론짓는다. 저자는 이런 파솔리니를 강하게 비판한다. “전체주의 기계를 지목하는 것과 그 기계에 전폭적인 승리를 넘겨주는 것은 서로 별개의 문제”다. “검은 밤이나 서치라이트의 눈부신 빛만 보는 것”은 “패배자로 행동하는 것”이다. “개방의 공간, 가능성의 공간, 미광의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공간을 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반딧불이 소멸하는 것은 오로지 관찰자가 뒤쫓기를 포기하는 한에서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 현 상황에 비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럴수록 밤에 눈을 뜨고, 쉬지 않고 돌아다니고, 다시금 반딧불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이런 희망의 근거는 어디 있던가. 단순하다. 반딧불이 거기 있어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죽음을 넘어서서 이야기하고 증언하고자 하는 이야기꾼의 주권적 욕망”이 있다. 이 욕망이 있는 한 반딧불은 어디서나 반짝인다. 광장의 촛불이건 SNS상의 한숨과 탄식이건. 그래서 문제는 반딧불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느냐 못하느냐다. 파시스트의 서치라이트건 좌파종교의 지평이건 강렬한 빛에 노출된 이는 반딧불을 놓치겠지만, 애써 찾는 이에게 반딧불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저자는 이미지로서의 반딧불을 프로이트의 ‘징후’에 빗댄다. 정신분석학의 철칙은 ‘억압된 것의 귀환’이다. 억압이 있다면 어디선가 반딧불도 파르르 날아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저자가 “반딧불의 소멸을 방관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프랑스에서는 30여권의 저서를 쏟아낸 중견학자라지만, 한국에서 번역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해서 번역자가 저자의 사상 전반을 설명해 둔 해제도 꼭 참고해볼 만하다. 한국 상황에서도 요모조모 읽힐 부분들이 많다. 방향성을 잃고 파격으로 치닫는 현대 예술에 대한 고민에도 참조할 수 있고, 연대기적 욕망을 뚫고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미시사에 대한 암시로 봐도 좋다. ‘우리 안의 파시즘’(삼인 펴냄)으로 파시즘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던 임지현 한양대 교수와 ‘헌법의 풍경’(교양인 펴냄)에서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정리한 김두식 경북대 교수와 비교해 봐도 좋다. 숱한 사상가들이 등장하지만 저자의 가장 큰 밑천은 발터 베냐민이다. 히틀러에게 쫓기자 피레네산맥에서 독약을 먹고 자살한 그 사람이다. 그러니까 죽어버린 베냐민으로 살아남은 파솔리니를 잡은 셈인데, 어쩌면 절망도 살아남은 자의 사치가 아닌가 싶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자에게 반딧불 찾기는 의무일는지 모른다. 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안도현 시인 “현 정부 향한 깊은 절망감 2년간 시 한 편 쓰지 못해…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소”

    안도현 시인 “현 정부 향한 깊은 절망감 2년간 시 한 편 쓰지 못해…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소”

    시인 안도현은 몰라도 흔히 ‘연탄재’라 부르는 안도현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시구를 들어본 사람들은 많다.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삶의 총체성을 돌아다보게 하는 시인 안도현이 4년 만에 시 63편을 묶어 10번째 시집 ‘북항’(문학동네 펴냄)을 내놓았다. 그에게 이번 시집은 각별하다. 전북 완주의 우석대 교수로 있는 안도현 시인은 유선 전화통화에서 “보통 2~3년에 한 번씩 시집을 묶어 냈는데 이번이 간격이 가장 길었다.”고 말했다. 무엇이 시인의 혀를 자르고 입을 봉한 것일까? 그는 “MB(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용산 참사를 해결하라’든지 ‘4대 강을 반대한다’고 동어 반복하듯이 시를 쓸 수는 없었다.”면서 “거꾸로 가는 시간에 대해 고민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0~2011년에는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했는데 현 정부에 대한 절망이 확고하게 깊어졌던 때였다고 회고했다. 시에는 ”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안도현은 “예전에는 시를 못 쓰면 조바심이 생겼는데 지난 4년 동안은 시를 쓰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는 그냥 거기 있어라’ 하는 심정으로 놓아두고 너무 매달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폴리페서’나 ‘정치 시인’이라는 시각을 우려하면서도 우리 시가 현실 문제에, 현실 정치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높은 목소리이거나 구호이고 싶지는 않았고 시의 본령인 서정과 현실의 문제를 결합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정이라는 것을 갱신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시집 날개에 쓴 그의 말을 빌리자면 “개판 같은 세상을 개판이라고 말하지 않는 미적 형식을 얻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과 문체를 갱신해 또 다른 시적인 것을 찾고자” 했다. 안도현은 옛 학자와 문인들이 남겨놓은 고전 번역본을 닥치는 대로 읽고 그 고전 번역본 문체를 사용해 시의 어조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에게 고전 번역체는 어색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엄하고, 서투른 것처럼 보이지만 정곡을 찌르고, 낡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때로 낯설 정도로 새롭다고 했다. 북학파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를 읽다가 썼다는 시 ‘표절’을 읽다 보면 그래서 벙싯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표제시 ‘북항’(北港)은 읽는 맛이 묘하다. ‘부캉’ 하고 발음하다 보면 북한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안도현은 “북항은 인천이나 목포의 실제 항구 이름이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일단 한자 북(北)은 북쪽을 말하기도 하지만 ‘달아난다, 패한다, 배신한다’ 등의 뜻도 있다. 북항에는 북(北)의 이런 어지러운 마음이 다 들어 있다.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아 복이 많다고 자부하는 안도현은 이번 시집을 통해 “그동안 드리웠던 ‘대중적 시인’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 강력했다.”고 말했다. 연예인과 달리 대중이 이름을 기억하는 시인이라는 사실이 그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다.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시인이 곧 ‘달콤하게 독자들의 입맛에 맞추는 대중 시인’은 아니라고 완곡하게 설명했다. 도종환, 정호승, 김용택 시인 등과 친하지만 이들과 같은 한묶음으로 취급받는 것이 싫단다. 도종환 시인을 19대 국회의원으로 내몬 사람은 안도현이다.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을 하면서 도종환을 추천하고 “시는 언제 쓰느냐.”고 반발하는 도종환을 설득했다. “시 쓸 사람은 많다. 내가 쓸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올해 안도현의 시가 한여름 들판의 초록처럼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주말 영화]

    ●독립영화관-더 킥(KBS1 토요일 밤 1시)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였던 문 사범(조재현)과 아내 윤(예지원). 태권도 외길인생 40년의 고집불통 가장인 문 사범은 태국 방콕에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어느새 주방 액션의 고수가 된 아내 윤과 댄스액션의 고수 첫째 태양(나태주), 하이킥의 고수 둘째 태미(태미), 박치기 고수 막내 태풍과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태국왕조의 ‘전설의 검’을 훔쳐 달아나는 악의 무리 석두 일당과 마주치게 된다. 그렇게 문 사범 가족은 단숨에 이들을 제압해 비검을 되찾으며, 태국의 국민영웅으로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석두 일당은 복수하기 위해 막내 태풍을 납치하고 마는데…. 과연 문 사범 가족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OBS 일요일 밤 11시 25분) 은하계 초공간 개발위원회 소속 우주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이들은 초공간 이동용 우회 고속도로의 건설을 위해 도로부지에 위치한 지구별의 철거를 결심한다. 영국인 아서 덴트는 지구 폭발 일보 직전, 가장 친한 친구였던 포드 프리펙트에 의해 구출된다. 포드는 실제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개정판 작업을 진행 중이던 우주인이었다. 그렇게 둘은 히치하이커가 되어, 은하계 대통령 출신인 포드의 사촌 자포드 비블브락스, 그리고 또 다른 지구인 트릴리언과 동행하게 된다. 한편 여정을 통해 아서는 지구와 관련된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그는 ‘깊은 생각’이라고 하는 슈퍼 컴퓨터가 프로그래밍한 일종의 컴퓨터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아리조나 유괴사건(EBS 토요일 밤 11시) 상습적으로 편의점을 털어서 수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린 범죄자 하이는 교도소에서 만난 경찰관 에드와 사랑에 빠진다. 하이는 에드와 결혼하고 새출발을 하기로 결심하고, 착실하게 직장을 잡고 신혼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아이를 갖기를 갈망하던 에드가 불임이라는 사실을 안 후 두 사람의 행복은 산산조각나고 만다. 깊은 절망으로 사직까지 한 에드는 어느 날 TV에서 다섯 쌍둥이를 낳은 아리조나라는 부부의 뉴스를 접한다. ‘감당하기 벅찰 정도’라고 인터뷰하는 아이 아빠의 말에 에드와 하이는 아기 한 명을 납치해 오기로 작정한다. 그렇게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아이 납치에는 성공한다. 하지만 때맞춰 교도소에서 탈옥해 찾아온 교도소 동료 게일과 에블 때문에 하이와 에드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게일과 에블은 하이의 아이가 실은 납치된 아기이며 보상금이 2만 5000달러나 걸려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게 된다.
  • 만점과 0점 사이 ‘홀리 모터스’

    만점과 0점 사이 ‘홀리 모터스’

    수수께끼의 사나이 오스카는 황혼에서 새벽까지 하나의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옮겨다닌다. 대기업의 CEO에서 암살자, 거지, 광인, 가정적인 남자까지. 작품 속 배역을 연기하듯 하루 동안에도 전혀 다른 인생들을 살아낸다. 파리 곳곳을 훑고 다니는 오스카의 유일한 동반자는 셀린뿐. 셀린은 오스카가 각각의 배역(혹은 인생)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뀌는 분장실이 달린 거대한 리무진을 몰고 다닌다. 동시에 하루에 9개의 인생을 살아내는 오스카의 비서 역할까지 한다. 프랑스 영화계의 총아였던 레오 카락스가 칸에 돌아온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흥분시켰다. ‘홀리 모터스’는 ‘폴라X’ 이후 무려 1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이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 ‘나쁜 피’(1986), ‘퐁네프의 연인들’(1991) 등 문제작들을 쏟아내며 천재감독으로 불렸던 카락스도 어느새 52세가 됐다. 절망적인 사랑의 상처와 고통을 그려냈던 초기 작품과 달리 카락스는 삶에 대한 거대한 은유를 담아냈다. 삶이란(혹은 영화 창작이란) 끊임없이 가면이나 분장을 바꿔 가며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라는 게 카락스의 생각인 듯하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22편 중 호불호가 이만큼 극명하게 엇갈린 작품도 없다. 스크린인터내셔널에서 평점 2점(4점 만점)을 받았다. 4점 만점을 준 평론가가 둘이지만, 0점을 준 매체도 있었다. 프랑스 내부의 평점을 취합하는 르 필름 프랑세에서는 15명 중 5명이 4점 만점을, 1명은 0점을 매겼다.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아버지와 함께 하는 축제는 어떨까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아버지와 함께 하는 축제는 어떨까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5월의 끝자락인 지난주 내가 있는 대학에서도 축제가 열렸다. 축제 마지막 날 우리 국문과 학생들이 주점을 열었다기에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잠깐 들렀다. 싱그러운 봄밤, 인기 가수의 공연이 열렸고, 빠른 리듬에 맞춘 학생들의 춤과 환호성에 교정이 들썩였다. 초대받은 듯한 남학생들도 흥겹게 어울려 신명나는 판이 벌어졌다. 1980년대 초반 최루탄으로 얼룩진 대학 축제가 떠올랐다. 탈춤 공연이 끝나면 모두 어깨동무를 하고 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데모를 했다. 매운 최루탄 때문에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시대에 대한 울분을 토하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젊은 대학생, 그것이 지금의 아버지 세대가 겪은 축제의 모습이다. 최루탄 때문에 벌레 한 마리조차 살지 못하게 된 삭막한 교정, 엉망인 축제, 그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 전의 일이라니. 학생들과 면담을 해보면 아버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학생들의 사고와 생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주장만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리고 일찍 명예퇴직을 하여 경제적 부양 능력을 상실한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도 또 다른 원인의 하나였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학생 개개인의 가정환경과 관련된 측면보다 아버지 세대를 바라보는 사회적 풍토가 더 큰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가난한 분단국가에서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정치, 사회, 문화 등 제반 측면에서 일어난 급속한 변화의 틈새를 메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아버지 세대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자. 젊은 시절, 시대의 어둠에 절망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데모를 했다고,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 결혼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고, 그리고 컴퓨터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컴맹이라는 놀림을 받지 않기 위해 컴퓨터와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해 보자. 나아가 명예퇴직을 해서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서 두렵다고 말해 보자. 젊은 세대는 아마도 그런 경험을 무관심하게 들을 것이다. 그것이 젊은 세대의 잘못일까. 그렇지 않다. 아버지 세대 역시 젊은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유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 공유의 광장을 한 가족 안에서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광장을 사회 풍습에서 마련하는 것이다. 세대 간의 벽을 넘어 가치관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그것을 발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사회적 광장이 부재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아버지 세대를 고개 숙이게 하고 있다. 어느 시대든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거리감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공유의 광장을 마련하기 위해 무던 애를 써왔다. 그런데 지금 그런 노력을 하기는커녕, 아버지 세대는 보수고 젊은 세대는 진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퍼뜨리고 그런 담론을 확대재생산하는 축들이 있다. 그들의 논리가 만연하는 한 단절된 각 세대만의 밀실만 있고, 그 밀실의 충돌만 있을 뿐이다. 이청준의 소설 ‘축제’를 보면,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고 키가 작아지는 것은 뒷사람들의 삶과 지혜로 그것이 전해지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곧 자식과 후손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어머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아버지 세대가 젊었을 때에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고귀한 사랑을 깨우쳐 주는 사회적 광장이 있었다.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되고 말아라”는 정인보의 시조 ‘자모사’를 아버지 세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내년 축제 때 학생들이 아버지와 함께하는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청준의 다른 소설 ‘흰옷’에서,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가 서로 어우러져 한바탕 굿판을 벌이면서 세대 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서로 화해를 도모한다. 그런 축제의 광장이 대학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럴 때, 고개 숙인 아버지도 얼마간 고개를 들 수 있지 않을까.
  • 도예가 김지아나 새달 25일까지 ‘공간 그리고 풍경’展

    도예가 김지아나 새달 25일까지 ‘공간 그리고 풍경’展

    김지아나(40) 작가의 작품을 보면 피부과 확대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작가가 피부 고운 여성이라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고운 조각들이 겹쳐지면서 하나의 입체적인 면을 이룬다. LED가 뒤에서 빛을 쏘면서 은은한 기운이 감돈다. 조명 색깔은 8분 간격으로 스르르 변해간다. 변하는 빛을 적당히 소화해 도로 뱉어내는 이 조각들은 놀랍게도 종이나 천이 아니라 도자기들이다. 그러니까 흙을 구워 만든 것이다. 빛이 도자기를 통과할 수 있을까. “붓으로 흙물을 석고판에 얇게 펴바른 뒤에 그걸 하나씩 구워내는 거예요. 그래서 저 조각들 두께가 A4 용지 정도예요.” 조각 가운데는 색깔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더구나 도자기에 유약은 운명 아니던가. ●자기 조각 너무 얇아… 흙에 안료 섞어 색깔 내 “색깔을 따로 입히진 않아요. 아예 흙 자체에 안료를 섞어서 색깔을 냅니다. 유약은 안 써요. 맑고 투명한 느낌을 주려고요. 그리고 유약을 바르려면 그걸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두께가 있어야 하는데, 저건 너무 얇아서 유약을 먹지도 않아요.” 그러면 보존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제 나름의 비법이 있어요. 그거는 말씀드리기 곤란해요. 엄청난 비밀이어서가 아니라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될 것 같아서요.” 아니, 어차피 논문에다 쓰면 다 공개되는 거 아니던가. “알아도 못 따라 할 거예요. 그게 안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하하하.” 한 작품을 보니 세로로 붉은 선 두 가닥이 선명하다. 농담 삼아 전시장에 맞춘 63빌딩이냐 했더니 제목이 ‘시티-로드’라 했다. 중앙 차선과 아스팔트를 묘사한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잖아요. 그런데 어느 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헤드라이트에 비친 아스팔트를 쳐다보니까 참 아름답더군요. 우리가 놓친 저 풍경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 ‘시티-리버’는 운전하다 차창 밖으로 내다본 한강 풍경이다. ●입체적 자기 조각 붙여 그림처럼 평면화 그러니까 전공은 도예인데 작업은 회화처럼 한다는 얘기다. 회화하는 사람들이 캔버스의 평면감을 벗어나고자 캔버스를 찢고 오려붙이고 물감을 두껍게 찍어 바르는 방식을 쓴다면, 작가는 이미 입체적인 형상을 갖춘 도자기 조각들을 눌러 붙여 평면화하는 셈이다. 그래서 붓으로 흙물을 만지고 구워낼 때는 붓질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고자 애쓴다. 사람 손의 터치감을 느껴보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도예=공예’로 여기는, 그러니까 예쁜 그릇 만드는 게 도예 아니냐는 고정관념에 대한 반항이 느껴진다. 전공의 벽이 높은 우리 상황에서, 대가가 되기도 전에 이러는 거 조금 위험하다. 차라리 정직(?)하게 회화를 했으면 어땠을까. “사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너무 좋아했어요. 지금도 도예보다 그림책이 더 많으니까요. 그런데 미술 공부는 대학 가서야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그림 그리는 걸로는 상대가 안되는 거지요.” 절망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거꾸로 데생을 안 해서 손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받았어요. 그래서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오른손잡이에게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훈련을 시켜요. 버릇처럼 익혀온 손놀림을 벗어나 보는게 소중한 경험이거든요.” 무작정 잘 그리는 것보다 ‘어떻게’ 그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도예에서 회화로 육박해 들어간 이유다. ●잘 그리는 것보다 어떻게 그리느냐가 중요 반전은 있다. 한편으로는 그릇도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얘기가 좀 웃긴다. “그릇도 저렇게 얇은 도자기로 만들어요. 깨지기 쉽다는 이유로 그런 그릇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거꾸로 그런 그릇에 담아서 먹어야 그 안에 담긴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다고 봐요. 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얇은 그릇을 쓰면 정성스럽게 두 손으로 우물물을 떠먹는 느낌, 그걸 주고 싶었던 거예요.” 전시는 6월 25일까지 서울 여의도동 63빌딩 63스카이아트미술관. 미술관 측이 올해 처음 만든 신진작가 프로젝트 ‘공간 그리고 풍경’전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02)789-5663.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통진당 압수수색 후폭풍] 黨심장 잃은 통진 혁신은 간데없고 주도권 내분 격화

    ●홈피에서도 책임 공방전 비례대표 부정 경선 문제를 놓고 신당권파와 구당권파로 나뉘어 끝없이 대립하던 통합진보당은 검찰이 22일 ‘당의 심장’으로 여기는 당원 명부를 압수해 가자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하며 잠시 통일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당의 운명을 검찰 손에 내맡기게 된 책임 소재를 놓고 신·구당권파 간의 내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전날 구당권파인 김미희 당원비대위 대변인이 신당권파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압수수색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날을 세운 데 이어, 사퇴를 거부한 비례대표 15번 황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아 당을 야만의 손에, 해산의 위기로 몰아넣은 자를 용서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오병윤 당원비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압수수색에 대한 책임이 혁신비대위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지금 책임을 논하는 건 맞지 않다. 당원 명부를 압수당한 상황에서 이 비대위, 저 비대위를 넘어 당을 지키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책임 공방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도 당원들은 하루종일 책임을 전가하며 공방전을 폈다. 구당권파는 “신당권파가 당을 배신하고 검찰을 끌어들였다.”고 공격하자, 신당권파는 “구당권파의 비정상이 검찰 사태를 일으켰다.”고 반박하는 글이 게시판을 도배했다. 구당권파는 검찰의 압수수색 사태로 신당권파가 수세에 몰리자 이를 반전 카드로 삼아 당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양측, 지지층 결집 새 기회로 이번 일을 계기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오 당원비대위원장은 전날 당원 명부 사수를 위해 당원 총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초 지난 21일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출당 문제를 논의하려 했던 신당권파는 23일로 회의를 미뤘다. 신당권파 관계자는 “검찰 압수수색 사태 때문에 도저히 지금은 출당 문제를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이 연일 코너에 몰리던 구당권파의 생명을 연장해 준 셈”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학계와 종교계, 시민사회 원로로 구성된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의 지지에 힘입어 이·김 당선자를 사퇴시키고 쇄신 작업을 진행하려던 신당권파는 압수수색으로 제동이 걸리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들의 사퇴 문제도, 지난 12일 중앙위 폭력 사태를 일으킨 당직자 징계 문제도 점점 관심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다. 오는 30일까지 매듭지으려 했던 비례대표 사퇴에 차질이 예상된다. ●시민사회도 “쇄신 어쩌나” 당혹 신당권파의 혁신비대위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짓밟으려는 의도’라고 규정하며 구당권파가 만들어 놓은 책임론의 프레임을 벗어나려고 애썼다. 심상정 전 공동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은 통합진보당의 혁신 노력에 대한 찬물 끼얹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권영길 의원은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가 이석기·김재연 두 당선자에 대한 출당 조치를 하려는 시점에 검찰이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것은 비대위 개혁 작업을 방해하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통합당 손학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진보당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가짜 진보, 좌파수구적 진보에 깊은 절망을 느낀다.”며 “껍데기만 남은 진보는 이제 깃발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지옥 따로 없어… 오만했던 내가 먼저 변하겠다” [단독]

    “지옥 따로 없어… 오만했던 내가 먼저 변하겠다” [단독]

    “‘우리 스님은 과격하고 무식하게 말하지만, 정직하고 청렴하고 한 점 티끌도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신실한 신도들이 느낄 상처와 절망을 생각하면 지옥이 따로 없다.” 명진(62) 스님은 17일 서울 한남동 남산맨션의 사무실에서 칩거하며 “승복을 입고 세상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승려 도박 동영상’ 사건과 연계돼 명진 스님과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 승려 4명의 2001년 룸살롱 출입 사건이 재차 주목 받게 되자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명진 스님. 당시 사건으로 종회 부의장을 사퇴했고, 법회나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밝히고 반성했지만, 그를 따르는 신도 중 30~40%는 이번에 사건을 알게 돼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명진 스님은 “페이스북의 19살 친구가 스님을 존경했는데, 기대가 무너졌다고 써놓은 글을 보고, 기대와 희망을 무너뜨린 것은 죄”라고 했다. 승려 도박을 검찰에 고발한 성호 스님과 ‘한편’이라는 시각에 대해 “일면식이 없다.”면서 “성호 스님이 지난 3월 룸살롱 문제와 관련해 참회록을 보내와 다 끝난 줄 알았다.”고 했다. 스님들의 도박·음주·성매매와 같은 파계에 대해 명진 스님은 “일부 스님들의 문제일 뿐”이라면서도 “한국 불교가 선종으로 가면서 일반적으로 계율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고, 한국사회가 자본주의화되면서 스님들도 자본에 물들었다.”고 지적했다. 부처님 시대의 계율에 따르면 음악을 들어서도 안 되고, 여자와 단독으로 만나서도 안 되고, 돈을 수중에 지녀서도 안 된다고 했다. 9세기경 중국 화엄종의 청량 국사가 계율을 지키려고 늙은 어머니가 찾아와도 병풍을 치고 만난 사례를 들었다. 이런 형식적 계율의 엄수는 당대에 계율을 잘 지키지 않는 풍토를 개선하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명진 스님은 “다만, 복잡해진 현대사회에 맞는 새로운 계율이 필요하지 않은지 불교계가 고민할 시점에도 왔다.”고 제안했다. 자승 총무원장을 둘러싼 권력투쟁의 양상처럼 보이는 현 사태에 대해 명진 스님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총무원장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 현재의 ‘총무원-종회 권력분립형’ 체제는 1994년 한국 불교계의 진보·개혁적 사람들이 승려대회를 통해 종헌·종법을 고쳐서 나온 것이다. 당시 명진 스님은 “개혁에 실패하면, 내가 중노릇을 그만하겠다.”라고 선언한 뒤 밀어붙여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 3선 저지’에 성공했다. 차기 총무원장은 명진 스님의 은사인 탄성 스님이었다. 그러나 그 개혁으로 “서의현 총무원장은 사라졌지만, 계파 보스를 중심으로 한 ‘150명의 작은 서의현’들이 등장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총무원장과 몇몇 비리스님을 쫓아내면 됐지만, 이제는 종무행정에 발을 딛는 스님들이 대부분 비리와 부패에 모두 엮이게 돼 문제의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 다시 종헌·종법의 개정을 통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명진 스님은 “28일 초파일을 월악산 보광사에서 쇤 뒤 문경 봉암사에서 하안거를 하며 잘난 척하고 깝죽대고 오만했던 나를 다스리겠다.”면서 “이제 MB 정권 바꾸는 것보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더 시급하고, 변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