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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갱의 3대 걸작 만나보세요

    고갱의 3대 걸작 만나보세요

    그는 원래 증권거래소 직원이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 35세가 돼서야 뒤늦게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 버린다. 타히티로의 여정은 즉흥적인 것이었다. 원래 목적지는 베트남 통킹. 타히티에 도착한 그는 참혹한 식민지 현실에 절망한다. 고흐의 친구이자 대작 ‘타히티의 여인들’로 유명한 고갱의 회고전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가 오는 9월 2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고갱 예술을 양분하는 브르타뉴 시기(1873∼1891)와 폴리네시아 시기(1893∼1903)의 대표작들을 모아 심도 있게 조명한 국내 최초의 회고전이다. 그림들은 암울한 시대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노랗고 붉은 색채에 단순한 구성은 후기인상파의 거장임을 말해 준다. 세계 30여개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빌려 온 작품 60여점으로 성찬을 이룬다. 좀처럼 보기 힘든 3대 걸작인 ‘설교 후의 환영’ ‘황색의 그리스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도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는 1897년 딸 알린느의 죽음을 접하고 꼬박 한달 동안 밤낮으로 그린 대작이다. 보험료만 3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가 미술품이다. 성인 1만 3000원, 청소년 1만원. 1588-2618.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열린세상] 타나토스의 시대를 어찌할 것인가?/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타나토스의 시대를 어찌할 것인가?/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이제는 사라진 여신이 되었지만 동양의 여신 서왕모는 양면성을 지녔다. 그녀는 마귀할멈과 같은 모습일 때는 죽음의 여신이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일 때는 불사약을 지닌 생명의 여신이었다. 신화를 상징으로 풀면 이것은 우리 자신에게 내재하는 삶과 죽음의 양면성이라 하겠다. 프로이트도 우리에게는 삶의 본능인 에로스적인 욕망과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적인 욕망이 공존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유명 인사의 자살 이후 이를 모방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신드롬,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자살 공유 사이트라는 것의 존재, 꽃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서슴없이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실정 등을 볼 때 확실히 타나토스적인 욕망이 목전의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가 상황에 따라, 소신에 따라 정당화되고 때로는 찬미되기도 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시엔키에비치의 ‘쿠오바디스’를 보면 로마의 현인 세네카가 총애하는 여종의 시중을 받으며 우아하게 자기 손으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이 있다. 신미양요 때의 미 해병대 측 기록을 보면 강화도 전투에서 패배한 조선군이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서 그 투혼에 감동했다는 대목이 있다. 을사늑약 체결 이후 충정공 민영환은 음독해 순국한 자리에서 대나무가 자라났다는 충절의 일화를 남기고 있거니와 오백년 조선 시기를 통해 여성들이 정절 이데올로기에 의해 목숨을 버린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과거에는 자살이라 하지 않고 자진(自盡)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썼다. 그러나 나라가 망할 때 명분에 죽고 사는 노론계의 인물들은 즉각 자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행합일을 추구하는 소론계의 인물들은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저항하는 방식을 택해 투쟁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그 어떤 충절의 행위라 해도 자진이 미사(美事)로만 여겨진 것은 아니었다. 근래의 비극적인 사건 중 필자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것은 무명의 한 젊은 주부와 한때 화려한 은막의 스타였던 최진실씨의 자살이다. 특히 최진실씨의 경우는 친인척의 잇따른 자살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주었던 사건이었지만, 필자는 좀 다른 각도에서 비극의 본질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무명의 한 젊은 주부. 남편은 떠돌이 노동자였다.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손 벌릴 곳도 없는 그녀는 생활고를 못 이겨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투신했다. 아이 때문에 산다고 했는데 그런 이유마저도 존재하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그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녀가 구원받기를 포기하고 어린 두 아이와 더불어 자살을 감행한 극한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는,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최진실씨는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나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입지전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이 나라에서 누구든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표본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중은 그녀를 그냥 두지 않았다. 인터넷에서의 갖은 음해와 비방은 결국 그녀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근대의 불우한 여성 작가 김명순이 절망한 ‘독한 세상’을 감내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그녀의 모습은 이 사회가 약자의 부상에 대해 얼마나 가혹한지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로 향하고 한류가 세계를 석권한다 할지라도 자살률 1위의 국가라면 결코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나라가 아니다. 금수강산, 한강의 기적, IT 강국, K팝 등 그 모든 찬사도 죽음 앞에서는 의미가 없으며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한국의 존재도 빛이 바랜다. 자살률 1위라는 이 불행한 현실은 젊은 날의 ‘아픔’이나 누구나 겪는 삶의 ‘무게’ 정도로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는 단계를 훨씬 벗어났다. 무명의 한 젊은 주부와 최진실씨의 비극적인 사례에서 보았듯이 그것이 설사 개인의 ‘아픔’이나 ‘무게’에서 출발했을지라도 궁극적으로 이 사회가, 우리가 껴안고 책임질 일이었다. 황지우의 시구를 넓게 인유하자면 우리 모두 “아픈 세상으로 가서 아프자”는 마음가짐이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 [씨줄날줄] 배드 걸스와 젠틀맨/문소영 논설위원

    가수 이효리의 ‘배드 걸스’(Bad Girls)와 걸그룹 2NE1 씨엘(CL)의 ‘나쁜 기집애’가 요즘 화제다. 배드 걸을 좀 비하하듯이 번역하면 나쁜 기집애가 되지 않을까 싶다. 관행적으로 여자에게 따르는 수식어는 ‘순수한’이나 ‘착한’, ‘청순한’ 같은 형용사인데 ‘나쁜’이란 말을 붙여 놓고, “나쁜 것이 어때서”라고 뽐내듯이 드러내는 방식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듯하다. 특히 이효리(34)의 ‘배드 걸스’는 그녀의 변신 탓에 관심을 더 끈다. 섹시와 털털한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최적화했던 아이돌 스타 이효리는 어느 날부터 유기견 보호활동을 하고, 환경운동가들이 펴내는 ‘녹색평론’을 읽으며, 상업광고 찍기를 거부했고, 채식주의자가 됐다. 이효리가 직접 작사한 ‘배드 걸스’는 이렇다. “욕심이 남보다 좀 많은 여자/ 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여자/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 있는” 여자이고, “성공은 혹독하게 사랑은 순수하게/ 키스는 좋아 어쩔 줄 모르게” 하는 여자이다. 7년 전에 댄 킨들런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재능 있고 성적이 우수하며, 리더의 가능성이 큰 10대 알파 걸이 성장한 모습을 그려놓은 듯하다. 씨엘도 “난 여왕벌 난 주인공”이라고 하니 비슷하다. 섹시한 이효리 등은 또 뮤직 비디오에서 “이젠 못 참겠대 착하게 살아봤자 남는 거 하나도 없대”라고 세상을 한껏 조롱하며 성추행하는 선생과 직장상사에게 폭탄을 던져 응징한다. “그동안 쉽게 봤던 너부터 좀 조심하래”라고 으름장도 놓는다. 그녀에게서 착한 여자 콤플렉스는 찾아볼 수 없다. 여성을 괴롭히는 싸이의 ‘젠틀맨’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성희롱이 아니냐며 불편한 감정을 가진 여자들은 은근히 이효리의 응징에 속 시원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21세기를 살면서도 사고방식은 ‘조선 후기 선비’에 머물며 지고지순한 현모양처를 찾는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불편하고 무엄하다고 느끼려나. 대중문화 속 여성과 남성의 이미지는 부지불식간에 사회의 권력관계나 지위를 재현한다. ‘배드 걸스’와 ‘젠틀맨’의 가사나 뮤직 비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이 극명하게 보여줬듯, 성희롱은 지위와 직종·장소를 불문하고 널리 퍼져 있다. 열심히 일하고 착하게 살아봤자 남는 것이 없는 세상,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는 여자”는 거칠게 욕망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성공하는 약육강식의 세상이다. “절망과 욕망 그 어디쯤에서 남 모르게 애써 웃음 짓는” 나쁜 여자가 안타깝다. 착한 여자가 평범하게 욕망해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너무 순진한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오네긴’은 어떤 작품

    ‘오네긴’은 엇갈린 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과 차이콥스키의 음악, 존 그랑코의 안무가 직조된 작품이다. 순박한 시골 처녀 타티아나는 첫눈에 오만한 도시 귀족 오네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오네긴은 타티아나의 동생이자 친구의 약혼녀인 올가를 유혹해 타티아나에게 상처를 입힌다. 몇 년 뒤 공작 부인이 된 타티아나의 우아한 모습에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 오네긴. 3막으로 이뤄진 작품은 결국 절망으로 치닫고 마지막 타티아나의 절규가 관객들의 가슴을 밑바닥까지 휘젓는다. 7월 6~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0만원. (02)580-1300. 1544-1555.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남북 당국회담 무산] 靑 “양비론은 北에 면죄부 주자는 것”…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

    [남북 당국회담 무산] 靑 “양비론은 北에 면죄부 주자는 것”…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남북 당국회담이 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대립으로 무산되자 청와대 관계자가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라면서 전한 표현이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대표의 격을 맞추는 것)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전에 종종 썼던 말씀”이라면서 “이번 일을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대표에 비해 북한 대표의 ‘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존의 비정상적인 회담 관행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전날 “남북 누구든 상대에게 굴종이나 굴욕을 강요하는 건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결국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인식과도 맞물려 있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2002년 5월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 자격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을 만난 경험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펴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북한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남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야만 발전적인 협상과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의 눈치를 살피거나 정치적 계산에 밀려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만난 횟수나 대화 시간은 무의미하다”면서 “오히려 그런 식의 만남이 많아질수록 양측이 신뢰를 쌓을 가능성은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대화를 위해 원칙을 훼손하거나 저자세로 북한에 끌려다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제 스탠더드(기준)’라는 원칙과 상식에 기반을 두고 남북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한다는 기존의 대북 접근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이날 회담 무산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남북 양비론적 접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바르게 지적해 줄 때 발전적이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분들이 그것을 명확히 구분해 주지 않고, 북한에 대해 그러한 잘못을 지적해 주지 않고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분명하고 엄격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현 정부 방침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잘못을 냉철하게 지적하고, 원칙을 세워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얘기다. 회담 무산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청와대는 대북 문제를 담당해 온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을 중심으로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 측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밤 10시) 현대인이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인 비만. 최근 비만의 원인으로 장 내 세균이 주목받고 있다. 100조개가 넘는 세균이 사는 우리의 장 속에 비만을 유발하는 세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비만 그룹과 마른 그룹 두 분류로 모집, 분변을 검사하고 장 내 세균을 비교해 본다. ■천명(KBS2 밤 10시) 원은 장홍달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다인과 산채에 머물며 그녀를 보살핀다. 원이 다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 소백은 다인처럼 치마도 입고 머리핀도 꽂아 보며 애쓰지만, 다인만 보는 원 때문에 눈물을 쏟는다. 한편 이정환은 자신 때문에 자술서가 있는 산채가 발각될 위기에 놓이자 아픈 몸을 끌고 가 무명에게 맞선다. ■여왕의 교실(MBC 밤 10시) 산들초등학교 개학날, 하나(김향기)의 6학년 첫날이 시작된다. 하나와 나리(이영유)는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의 정체가 ‘레전드급 마녀’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한편 마 선생(고현정)은 별명에 걸맞게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쪽지시험 성적으로 꼴찌 반장을 정하겠다고 공표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 밤 10시) 혜성은 첫 재판에서 오로지 수하의 말을 믿고 무죄 주장을 시작한다. 방청석에서 수하는 마음을 보는 눈을 이용해 혜성에게 수신호를 하며 혜성의 변론을 돕는다. 그러나 도연은 그런 혜성의 반격을 지켜보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여유롭다. 한편 혜성에게 까칠하게 구는 수하가 자꾸 집까지 바래다 주는데….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가정에는 소홀했던 지난 세대의 무뚝뚝한 아버지를 결코 닮고 싶지 않았던 지금의 40대 아버지들은 서글프게도 닮아 가고 있었다. 과연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길을 가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리얼대탐험(OBS 밤 9시 50분)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힘들고 인적이 드문 몽골의 고비사막에 사는 기괴한 동물 ‘몽골리안 데스웜’. 이곳 유목민들은 이 괴물의 파괴적인 초능력을 두려워한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확인 생명체를 찾아 그 실체를 밝혀낸다. 이번 주에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따라 파란 전기를 쏘는 전설 속의 벌레 데스웜의 정체를 밝힌다.
  • 히틀러의 ‘마지막 연인’ 에바 브라운 편지 공개

    히틀러의 ‘마지막 연인’ 에바 브라운 편지 공개

    1945년 4월 30일 독일 베를린의 한 지하벙커에서 역사적인 총성이 울렸다. 바로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56)가 권총으로 자살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옆에는 동반 자살한 한 여인도 있었다. 히틀러의 마지막 연인 에바 브라운(33)이다. 특히 이들은 자살하기 불과 40시간 전 측근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려 히틀러와 브라운의 러브스토리는 비극으로 끝났다. 최근 ‘히틀러의 연인들’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나치 전문가 안나 마리아 지그문드가 새 책을 펴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그문드는 이 책(The Women of the Nazis)에서 브라운이 자살하기 며칠 전 친구에게 보낸 편지라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지그문드에 따르면 당시 브라운이 친구 헤르타 슈나이더에게 직접 쓴 편지의 날짜는 1945년 4월 19일과 22일로 자살하기 얼마 전이다. 브라운은 처음 편지에서 “벙커 주위에 대포와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면서도 “히틀러와 가까이 있어 행복하며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녀의 희망찬 편지는 그러나 3일 후 좌절로 바뀐다. 브라운은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것이다. 하지만 점점 더 끝을 향해 다가가는 것 같아 두렵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지그문드는 이 편지를 슈나이더의 상속자가 미국의 한 문서 수집가에게 팔기 전 복사했다고 전했다. 지그문드는 “이 편지는 브라운이 생전에 직접 타이핑 한 것” 이라면서 “자살하기 직전 희망에서 절망으로 변하는 그녀의 심경과 히틀러의 당시 기분이 간접적으로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으랏차차! 지방세 담당 공무원] “세금 횡령 누명… 그래도 보람”

    [으랏차차! 지방세 담당 공무원] “세금 횡령 누명… 그래도 보람”

    지방세 담당 공무원의 삶은 대부분 체납 차량의 번호판 영치를 위한 잠복근무, 장기간 출장으로 점철된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것은 격려와 칭찬이 아닌 욕설과 폭행이기 일쑤다. 그러나 보람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1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서울호텔(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지방세공무원 생활 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한다. 56편의 글 중 ‘행복’을 쓴 경기 시흥시 문일웅(47) 주무관이 대상을 받는다. 그는 세금 횡령 혐의를 뒤집어쓴 뒤 수십 차례에 걸쳐 경찰과 검찰에 불려다니던 세 달 남짓의 시간을 생생히 풀어냈다. 세무 공무원 업무에 대한 회의와 절망, 우여곡절 끝에 무혐의를 받은 뒤 느낀 행복감과 원칙적 업무 처리의 중요성을 담담히 그려냈다. 대전 유성구 김홍권(47) 주무관의 ‘삼박자의 승리’, 울산 북구 정병문(47) 주무관의 ‘눈길이 머무는 의자’는 최우수상을 받는다. 지난해부터 생활 수기를 공모해 온 지방세연구원은 올해도 56편의 공모작을 모아 ‘세상(稅想) 이야기2’를 책으로 펴낸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유튜브 스타’ 데이비드 최 안방서 만난다

    ‘유튜브 스타’ 데이비드 최 안방서 만난다

    ‘기타신동’ 정성하(17)군과 ‘월드스타’ 싸이 외에도 유튜브에 올린 영상 하나로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한국계 뮤지션이 있다. 재미교포 2세인 데이비드 최(27)는 유튜브 전체 뮤지션 중 10위권에 진입했으며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80만 명, 음악 시청자는 8000만 명에 달해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나 비욘세의 기록에 못지않다. 11일 오전 9시 방송되는 아리랑TV의 토크쇼 ‘디 이너뷰’(The Innerview)는 유튜브 동영상 하나로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싱어송라이터 데이비드 최를 만난다. 그는 2006년 12월, 20분 만에 만들어낸 자작곡 ‘유튜브 연가’(You Tube A Love Song)로 하루아침에 전 세계 스타가 됐다. “그냥 재미삼아 올렸어요. 그런데 약 2주 만에 조회 수 50만 명이 넘었고 사람들이 다른 음악이 있는지 물었어요. 너무 놀랐어요.” 그는 이날 방송에서 당시의 인기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며, 촬영 현장에서 유튜브 연가를 즉흥 개사한 ‘디 이너뷰 연가’를 불렀다. 그간 인터넷 반짝 스타는 적지 않았지만 그는 달랐다. 젊은 시절부터 노래를 잘 불렀고 지금은 악기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았지만 이 재능을 갈고 닦아 검증받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17세 때인 2004년 ‘10대를 위한 존 레넌 작곡 경연대회’에서 ‘캔트 스탑 미’라는 노래로 참가자 9000여명을 제치고 우승했다. 또 그해 9월에는 ‘데이비드 보위 매시업 콘테스트’에서 ‘빅 셰이큰 카’라는 노래로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그 두 대회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확신을 얻었고 본격적으로 꿈을 향해 달려갔다. 그에게 음악은 소통이자 치유다. 그는 전 세계 공연을 다니며 만났던 팬들 중 절망 속에 빠져 있다가 자신의 노래를 듣고 희망을 얻었다는 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는 음악의 힘을 실감하면서 음악에는 편견의 벽도, 차별의 시선도 없다고 믿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제21회 공초문학상] “의심 속에서 움트는 詩語… 뜻대로 써지지 않아 불행”

    [제21회 공초문학상] “의심 속에서 움트는 詩語… 뜻대로 써지지 않아 불행”

    “눈물이 많았어요. 눈물로 쓰는 건 다 진짜인 줄 알았어요. 이제 눈물이 다 말라버리니까 눈물로 쓴 것들이 사실은 가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란 과연 무엇일까…. 진짜라는 게 언어에 담길 수는 없는 거잖아요. 진짜를 예술에 담을 수 있는 능력이 저한테는 없는 것 같아요.” 유안진(72) 시인은 고희를 넘기고서도 여전히 의심하고 탐색하는 작가다. 삶이 여물어도 확신은 흩어지고 의문은 외려 더해진다. “인생이 뭔지 끊임없이 회의하고 발견하고 찾아가는 것 같다”는 시인을 문학평론가 정효구는 “‘진아’(眞我)를 찾기 위해 힘들여 정성을 다한다”고 평한다. 제21회 공초문학상 수상작인 ‘불타는 말의 기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인은 ‘유리 벽을 지나다가/니가 나니?/걷다가 흠칫 멈춰질 때마다/내가 정말 난가?’ 되묻는다. ‘쉬운 걸 굳이 어렵게 말하고/그럴듯한 거짓말로 참말만 주절대’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왜 나인가, 어떤 게 진짜 나인가 의심할 때가 많아요. 교단에 서는 내가 다르고, 집에서 가면을 벗는 내가 다르죠. 늘 옳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늘 틀린 것도 아니고. 한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가짜는 아닌가, 산다는 게 뭔가 회의가 들어요. 그러니까 자꾸 시가 나오는 것 같아요.” 시인은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교육심리학을 전공하고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16권의 시집을 냈다. 적지 않은 성취이건만 지금도 “원하는 대로 써지지 않아서 불행하다”고 토로한다. 그는 “시라는 언어 예술은 비틀고 뒤집고 왜곡시키면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시를 ‘둥근 세모꼴’에 비유한다. “메밀은 (중략) 시와 너무 닮았다. 세모꼴 메밀과 속의 둥근 알갱이는 (중략) 창조 의도와 오해의, 신뢰와 의심의, 현실과 이상의, 진실과 허상의, 내심과 외형의, 이 시대와 꿈꾸는 시대 등의 모순 충돌과 갈등을 그대로 닮았다.”(산문집 ‘상처를 꽃으로’ 중) 진짜 자아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시인에게 그 자신은 ‘집’이 아니라 ‘짐’(문학평론가 정효구)이다. 그러나 그의 문학적 성취는 ‘둥근 세모꼴’ 삶에 대한 의심과 회의가 자책이나 절망에 그치는 게 아니라 깨달음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철부지도 아니면서 왜 이러고 있지?’ 하고 자문하다가도 ‘의심하고 의심받는 것은 철드는 것’(‘의심의 옹호’)이라고 긍정하고,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면서 허무에 시달리다가도 ‘위대한 허무란/기다릴 게 없는데도 기다리는 것’(‘기다림을 기다린다’)이라고 관조한다. 의심과 회의는 반성으로 이어진다. ‘거꾸로 로꾸거로 생각을 돌려봐도/캄캄한 암흑 속 아몰아몰 아지랑이뿐’(‘거꾸로 로꾸거로’)인 반성의 시간이지만 시인은 끈기 있게 삶을 응시한다. “인생은 한 번 지나면 못 돌아오잖아요. 그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걸 거꾸로 해왔어요. 위선과 위장과 허위로 살았어요. 못 하면서 잘하는 척하려고 했고, 남을 앞지르려고 했어요. 똑똑한 질문 하나 해보겠다고 너무 애를 썼어요. 거꾸로 해온 걸 다시 거꾸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서 ‘로꾸거’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거꾸로 해봐도 나는 너무 썩은 것 같아요.” 수상작이 실린 시집 ‘걸어서 에덴까지’에서 검은색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흰색이 다른 색을 용납하지 않는 배타적 색인 반면 회의와 후회를 포용하는 검은색은 ‘신의 색채’이기 때문이다. “흰색은 조금만 잘못해도 흔적이 생기잖아요. 흰옷에 묻은 얼룩은 아무리 세탁해도 지워지지 않아요. 하지만 검은색은 잘못과 실수를 모두 받아서 감춰 주죠. 인생은 자기를 때묻히면서 사는 거잖아요. 태양 속에 왜 흑점이 있을까요. 밤이 없으면 대낮이 없듯 검은색은 귀향점인 동시에 시작점인 것 같아요.” ‘내 이맛머리 새치는 언제쯤에야 검어질 것인가’(‘아직도 아직도냐?’) 자문하는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바보가 되고 싶다”며 해사하게 웃는다. “젊을 때는 잘나고 싶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과 같아지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실수하는 게 좋다”고 덧붙인다. “손자랑 노는 할아버지를 보세요. 나이든 사람의 근엄한 언어가 아니라 어린아이의 표정과 손짓을 쓰잖아요. 저는 너무 오만하게 살아왔어요. 인생이 후회스럽죠. 다시 살라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린아이가 되고 바보가 되는 것, 그렇게 낮아지는 게 지순해지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불타는 말의 기하학 쉬운 걸 굳이 어렵게 말하고 그럴듯한 거짓말로 참말만 주절대며 당연함을 완벽하게 증명하고 싶어서 당연하지 않다고 의심해 보다가 문득문득 묻게 된다 유리 벽을 지나다가 니가 나니? 걷다가 흠칫 멈춰질 때마다 내가 정말 난가? 나는 나 아닐지도 몰라 미행하는 그림자가 의문을 부추긴다 제 그림자를 뛰어넘는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할 것 같아 일단은 다시 본다 이단엔 생각하고 삼단에는 행동하게 손톱 발톱에서 땀방울이 솟는다 나는 나 아닐 때 가장 나인데 여기 아닌 거기에서 가장 나인데 불타고 난 잿더미가 가장 뜨건 목청인데. ■유안진 시인은… ▲1941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교육학과, 동 대학원 석사, 미 플로리다 주립대 교육심리학 박사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달하’, ‘봄비 한 주머니’, ‘다보탑을 줍다’, ‘거짓말로 참말하기’, ‘둥근 세모꼴’, 수필집 ‘지란지교를 꿈꾸며’ 등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소월문학상 특별상, 월탄문학상, 한국펜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유심문학상, 구상문학상, 간행물윤리위원회상 등 수상
  • [명사가 걸어온 길]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

    [명사가 걸어온 길]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

    가천대 길병원은 얼마 전 지역 병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내로라하는 대형 병원들과 나란히 2013년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됐다. 또 가천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의 교수진이 참여해 ‘식욕억제물질’을 처음 발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가천대 길병원·뇌융합과학원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다. 지난달에는 24년 전 가천대 길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 자매 중 세 명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네 쌍둥이가 무사히 태어날 확률은 70만분의1 정도였음에도 이길여 회장의 노력으로 모두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형편이 넉넉지 못한 네 쌍둥이 부모에게서는 병원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내 줄테니 연락을 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네 쌍둥이 자매는 현재 길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열정과 집념의 여인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일생을 상·하로 나눠 2주에 걸쳐 싣는다. 만약 당신이 자식에게 단 하나의 재능을 물려줄 수 있다면 무엇을 줄 것인가. ‘뜨거운 열정’을 주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열정 온도는 몇도나 되는가. 잘 모르겠다면 이런 시 한편 감상해보자.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이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절망을 극복하고 닦아낸 새 희망의 길을 노래한, 시인 정호승의 ‘봄길’이다. 그 희망의 길은 어떻게 닦아야 할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흔들리지 않는 집념과 6월의 태양처럼 뜨거운 정열. 그렇게 그 길을 만들어냈다. 그랬다. 한 여자의 일생에서 ‘열정의 수은주’는 한번도 눈금이 변한 적이 없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그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나온 걸음걸음이 모두 범상치 않은 흔적으로 남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보증금 없는 병원, 최초 진료카드 시스템 도입, 여성의사 최초 의료법인 설립, 국내 최초 해외 교육원 개관 등 ‘최초’와 ‘최고’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들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건국 이후 가장 크게 자수성가한 여성 CEO’라는 평가다. 2011년 경원대, 경원전문대, 가천의대 등을 ‘가천대’로 통합시킨도 것도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이었다. 또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선정 ‘2012년 세계의 위대한 여성 150인’에 선정될 만큼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가천길재단을 진두지휘하는 이길여 회장이다. 가천길재단은 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글로벌캠퍼스,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가천문화재단, 신명여자고등학교, 새생명 찾아주기운동본부, 가천 미추홀 청소년 봉사단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 회장을 가리켜 어떤 사람이냐고 새삼 물어본다면 답으로 압축할 수 있는 키워드가 몇 있다. 첫번째가 결코 식지 않는 ‘열정’이고, 두번째는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개비’이며, 세번째는 남을 위한 봉사정신이 담긴 ‘숟가락’이다. 또한 남들보다 항상 앞서 나가는 ‘개척정신’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 있는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때마침 학교 운동장에서는 체육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이 회장은 하얀 체육복 차림에 학생들과 함께 행진을 하고, 달리기 신호를 보내는 등 여념이 없다. 젊은 학생들과 서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새삼 놀라웠다. 학생들도 그런 이 회장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며 화합을 다지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잠시 후 이 대학 총장실에서 마주앉았다. 요새는 어떤 일로 바쁜지 먼저 물었다. “올해는 매력, 담력, 실력 등 세 가지를 키우려고 합니다. 가천대학과 길병원의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 또한 학교통합에 따른 커리큘럼 정리와 구조조정, 그리고 세계적인 대학을 향한 커리큘럼을 새로 짜는 일로 바쁘지요. 특히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로 의사의 길을 걸어온 지 꼭 55년째이다. 소감을 묻자 주저없이 자신만큼 많은 환자를 본 사람도 없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죽어가는 사람도 많이 살렸다고 술회한다. 또한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었다. “참된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위기를 겪게 마련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위기는 삶의 일부이며, 중요한 것은 그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위기 때마다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맞서 왔습니다. 모험과 도전에 익숙해진 탓인지 오히려 위기를 즐기며 기회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것 같아요. 바람개비는 맞바람이 강할수록 힘차게 돌아가거든요. 길병원 로비에 큰 바람개비를 설치한 것도 의료진은 물론 환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어린 시절 수수깡 속을 빼고 막대에 끼워 돌리는 바람개비 놀이를 많이 했다. 이때마다 그는 항상 1등을 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빨리 돌고 바람이 부는쪽으로 달리면 잘 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바람개비는 가만히 있으면 돌지 않는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앞으로 달려나가 바람을 일으켜야 돌아간다는 원리를 터득했던 것. 바람을 만들고 바람에 부딪히며 헤쳐나가는 것, 그것이 이 회장이 살아온 삶이다. 어려움과 시련이 닥칠 때면 항상 이 같은 바람개비를 떠올리곤 했다. 앞으로도 가천대를 모두가 부러워하는 글로벌 명문대로 키우기 위해 맞바람을 이기고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전북 옥구군 대야면 죽산리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한학에 밝았고 아버지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 길여(吉女)는 딸만 둘을 낳아 시어머니 눈밖에 난 어머니를 위로하는 뜻에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이름 덕분인지 그에겐 늘 행운이 따랐고 위기가 오더라도 기회로 만들 수 있었고 한눈팔지 않는 외길 인생을 걸을 수 있었다. 그가 가는 곳은 길(Way)이 됐고 좋은(吉)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의사가 된 것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아주 행복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정신문화연구원장을 지낸 유승국 박사가 지어준 그의 호 가천(嘉泉) 또한 ‘아름다운 기운이 솟아오르는 샘’이라는 뜻이고 보면 그의 팔자 자체가 천생 행복한 의사가 아닐까 싶다. 또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 밥과 반찬은 온데간데없고 놋숟가락만 가득 담긴 광주리에 대한 태몽 얘기를 자주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의사가 되고 나서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할머니한테 자주 구박을 받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이 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이러한 각오로 급장이 됐고 이후 한 가지 목표를 세우면 기필코 그것을 이루어내고야 말겠다는 근성이 생겨났다.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1등 성적을 놓친 적이 없었다. 의사가 되겠다는 강한 생각을 가진 것도 이 무렵이다. “우리 시골집에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웠어요. 주인 없이 길에 돌아다니거나, 다리가 부러지거나, 눈이 다치거나 몸에 심한 상처를 입은 불쌍한 동물들이었죠. 이들에게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고 또 포대기로 강아지를 업고 다닌 적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강아지가 죽으면 뒷산에 묻고는 한동안 울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의사놀이를 한 셈이다. 또 장티푸스에 감염된 친한 친구가 갑자기 죽는 모습을 보고 의사에게 필요한 두 가지 감정, 즉 생명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과 죽음에 대한 철저한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의사가 되겠다고 확실하게 다짐한 것은 1948년 35세의 아버지가 급성폐렴으로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서였다. 이리여고에 진학한 그는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다.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았고 1951년 전쟁의 와중에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지나온 세월을 생각해도, 밤하늘의 뜬 달을 보면서도 저절로 눈물이 났다. 모든 가능성은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대학을 마치고 전북 군산으로 내려가 세계평화봉사단에서 의료봉사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거기서 영국인 의사 골든을 만났다. 이 회장은 골든의 헌신적인 봉사정신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얼마 후 골든은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수련의(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소개해줘 군산에서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적십자병원에서의 과정을 마칠 무렵 인천에서 개원한 친구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동인천역 앞 허름한 2층짜리 적산가옥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맨발의 친구들(SBS 일요일 오후 4시 55분) ‘맨발의 친구들’이 부모님께 친구들을 소개한다. 누구 집이든 기습 방문하는 이들에게 당황하지만, 곧 훈훈한 분위기에서 웃음꽃을 피운다. 즐거운 시간도 잠시, 이들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금 엽기적인 게임을 시작한다. 한편 게스트로 함께한 이효리의 온갖 구박에 괴로워하는 강호동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다큐극장(KBS1 토요일 밤 8시) 생산 세계 5위, 매출 세계 9위. 2013년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성적표다. 선진국들이 100년에 걸쳐 이룬 것을 단 반세기 만에 따라잡았다.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어떻게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었을까. 그 시작에는 자동차 ‘포니’가 있었다. ■최고다 이순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준호는 미령의 숨겨진 딸이 순신임을 알고 기자회견을 미루려고 하지만 미령은 강경하고, 정애 역시 미령에게 순신이를 생각한다면 …그만두라며 미령을 찾아가지만 거절당한다. 한편 유신은 정애가 길자네서 일하는 문제로 찬우와 다투다 홧김에 헤어지잔 말을 해 버린다. ■금 나와라 뚝딱(MBC 토요일 밤 8시 45분) 몽희는 보석학원 내 공모전을 보고 이에 응모할 결심을 한다. 하지만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 아이디어 때문에 괴로워하고, 현수는 몽희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한편 현태에게 일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하는 현준. 이에 덕희는 영애를 완전히 떼내어버릴 기회로 생각하며 영애에게 두 가지 선택안을 제시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15분) 2007년 충북 옥천군 군북면 이백리에서 벌어진 흥암석재 사장 배진석씨 실종 사건. 용의자였던 동네주민 김모씨는 진술을 계속해서 번복하고 현장에 같이 있었던 서모씨는 동거녀를 살해하고 자살했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미스터리에는 과연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까. ■진짜 사나이(MBC 일요일 오후 6시 25분) 포병전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시작된다. 그동안의 연습은 잊어라, 이제는 실제 포탄사격이다. 한편 어김없이 찾아온 마지막 날 밤, 모두가 이별 앞에 참아왔던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강인했던 분대장 역시 눈물을 보이며 화룡대대에서의 마지막밤을 보내는데…. ■명불허전(OBS 일요일 밤 8시 15분) 한국 서양화의 거장 오승우가 함께한다. 한국의 사찰, 동양의 건축물, 한국의 명산, 십장생도를 주된 소재로 삼으며 우리 문화의 뿌리와 정신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그의 예술철학을 들어본다. 한편 갑작스레 닥친 실명 위기에 화가로서 사형선고와도 같았을 절망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던 이야기도 들어본다.
  • 지옥 같은 현실 탈출 꿈꾸는 처절한 몸짓

    지옥 같은 현실 탈출 꿈꾸는 처절한 몸짓

    독일의 피나 바우슈와 함께 유럽 현대 무용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프랑스 안무가 마기 마랭(62)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그녀가 이끄는 마기 마랭 무용단의 작품 ‘총성’과 함께다. 마기 마랭은 춤에 연극을 결합한 작품들로 유럽 현대무용 사조의 하나인 ‘누벨 당스’(새로운 춤)를 대표한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춘 무용수의 춤이라는 고전적인 형식을 뒤집고, 발레에 기반을 두되 몸짓과 대사, 소리 등 모든 요소들을 총동원한 ‘무용극’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풀어나간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독일의 ‘탄츠테아터’(무용극)와 비교되며 평론가들로부터 “독일의 탄츠테아터에 대한 프랑스의 대답”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연극뿐 아니라 문학과 영화 등과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표작 ‘메이 비’(May B)는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을 바탕으로 뚱뚱한 옷을 입고 온몸에 진흙을 바른 기괴한 무용수로 현대인의 절망과 부조리한 인간상을 표현했다. ‘총성’(Salves)은 2010년 프랑스 리옹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암울한 유럽의 현실을 소재로 했다. 무대 밖에서 끊임없이 총성이 울리고 폭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칠흑 같은 무대 위에서 무용수 7명이 바삐 움직인다. 피란민들이 모인 지하 벙커 같기도 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의 가정집 같기도 한 곳에서 이들은 식탁을 차리거나 탈출을 시도하고, 다른 세계를 동경하는 듯한 몸짓을 한다. 초연 직후 프랑스 르몽드지는 “무용수들은 섬광처럼 나타나 악몽 같은 파괴의 충격을 빈틈없이 전달한다. 매우 정치적인 작품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병든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고 평가했다. 마기 마랭은 1997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서울연극제에서 ‘바르떼조이’를, 2003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박수만으로 살 수 없어’를 선보인 바 있다. 6월 5~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4만~8만원. (02)2005-1114.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사람이 경쟁력이다/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열린세상] 사람이 경쟁력이다/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얼마 전 프로야구에 인간승리 드라마가 있었다. 200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팔꿈치와 어깨 수술을 하고 소속 팀에서도 버려진 선수가 새로운 팀에서 끈질긴 재활 노력 끝에 201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것이다. 그는 한때 1군에서 잘나가는 투수였다. 그런데 수술을 해도 혹사당한 팔은 나아지지 않았고, 더 이상 던질 수 없다는 절망 속에 그는 은퇴까지 고려했다. 다행히 그를 눈여겨보고 불러준 팀이 있었다. 그 팀의 배려로 그는 1년 반 동안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올해 마침내 결실을 봤다. 6년 만에 승리투수가 된 날 그는 인터뷰에서 “하루하루가 신기하다” “오늘 일어나서 어깨 상태를 보고, 경기장에 나와서 공을 던져보고 ‘괜찮구나’라고 느끼면 ‘아, 오늘은 됐다’라고 안도한다”고 했다. 지금도 그는 경기장 부근이 아닌 2군 훈련장 근처에서 혼자 자취하고 있다. “나는 언제 2군으로 갈지 모른다” “2군 훈련장 근처에 있으면 재활 때의 간절함을 계속 간직할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솔직히 한국시리즈는 꿈도 꾸지 않는다. 오늘 던지고, 내일 던질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런 하루가 조금 더 이어지기만 바라고 있다”는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그는 다시 던질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재활을 도와준 팀에 무한한 감사를 표시했다. 아직 팡파르를 울릴 때는 아니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한 선수의 의지와 인내심을 갖고 뒷받침해 준 팀의 배려가 일궈낸 인간승리에 가슴이 뭉클하다. 야구를 보면 인생살이와 비슷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조직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긴 안목으로 사람을 키우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조직은 성공하는 조직, 경쟁력 있는 조직이 된다. 구성원 개개인이 뛰어나더라도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인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는 반감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류현진 선수가 속한 LA 다저스는 올해 우승을 목표로 엄청난 투자를 해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지불하고 있지만 성적은 바닥을 헤맨다.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어이없는 에러로 당초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어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성공하는 조직은 사람을 관리하고 키울 줄 안다. 꾸준한 인내심을 가지고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어 저마다 역할을 하게 만든다. 201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선수는 개인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했겠지만 선수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 무리하지 않고 충분히 몸을 추스를 수 있게 관리해 준 팀이 없었다면 재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승리는 필수이다. 하지만 욕심이 앞서면 때로는 선수를 혹사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망가진 선수를 우리는 심심찮게 본다. 당장 급하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사람을 쓴다면 훗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상에 필요없는 사람은 없다. 모두 다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다. 리더는 그 사람만의 쓸모를 최대한 살려주는 사람이다. 1%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 1%를 완벽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리더는 안고 가는 사람이다. 특히 사람에 관해서라면 어떠한 선수, 어떠한 사람이라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좁은 속내를 자랑하듯 일희일비한다면 그 사람은 결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리더라면 가슴이 넓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동시에 등도 넓어야 한다. 아픔은 가슴으로 안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등 뒤에 두고 끝까지 책임지고 지켜줘야 한다.” 야신(野神)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에서 한 말이다. 지금 우리는 사람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가. 당장 내가 있을 동안 업적을 올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 연연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대통령 밑에서 중책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망신스러운 범죄를 저질러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것도 크게 보면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키우지 못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평생 해온 야구를 그만두어야 할 절망감 속에서 다시 일어나 마운드에 선 인간승리에 무한한 박수를 보내며 오랫동안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 [29일 TV 하이라이트]

    ■대한민국 행복발전소(KBS1 밤 7시 30분) 개그맨 윤형빈이 독거 할아버지 댁을 찾아가기 위해 할아버지와 통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윤형빈을 빨리 만나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리고, 그 바람에 윤형빈은 진땀을 흘린다. 수십 년을 고독하게 살아오신 할아버지에게는 한 통의 전화도 낯설었던 건데…. ■천명(KBS2 밤 10시) 원은 민도생이 남긴 세자독살의 결정적 증거인 처방전과 자술서로 진실을 밝힐 희망에 부푼다. 이호는 원의 도주 소식을 듣고 철저히 소윤파의 보상을 받은 것이라 단정, 오해의 골은 깊어만 간다. 장홍달을 통해 모란꽃의 진실을 안 다인은 오해를 풀기 위해 원을 만나러 가려 하지만, 자신을 미행하는 존재를 감지하고 절망한다. ■불만제로 UP(MBC 오후 6시 20분) 향도 맛도 좋은 과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맛과 건강을 위해 즐겨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과일을 먹으면서 ‘왜 이렇게 맛이 없지.’하며 고개를 갸웃거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탐스럽고 예쁜 과일, 맛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히든 챔피언(KBS1 밤 10시 50분) 핸즈코퍼레이션은 휠 생산업체로는 드물게 모든 공정에 자동화시설을 도입했다. 또한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며 휠 검사실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그 결과 생산시스템과 품질을 인정받아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업체는 물론 닛산, 폭스바겐 등 굴지의 자동차업체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건강한 아침(EBS 오전 6시) 평소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등과 허리 근육이 약해지고 척추 주변 근육이 뻐근하거나 뭉치고 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을 방치하게 되면 척추가 비틀어지고 목, 어깨 통증은 물론 골반과 다리까지 휘게 된다. 긴장으로 뭉쳐진 척추 주변의 근육을 풀어주고 휘어진 척추를 바로잡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리얼대탐험(OBS 밤 9시 50분)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초기 선교사들과 탐험가들은 콩고분지에 사는 희귀한 수중괴물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오늘날 이 지역에 사는 피그미족은 목이 가늘고 길며, 크기는 코끼리만 한 동물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모켈레 므벰베라는 동물이다. 정말정글 어딘가에는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괴물이 존재하는 것일까.
  •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② Veneto 베네토주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② Veneto 베네토주

    Veneto 베네토주 베네토의 행복학 실습 언젠가 들은 ‘행복론’ 강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것이었다. ‘기대했던 것을 보여주면 만족하지만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줄 때 행복해진다’고. 그런 의미에서 파도바Padova와 트레비조Trevizo는 행복을 준 도시였다. 이 도시의 모든 것은 의외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오리엔테이션이람?’ 그런 마음으로 스크로베니 예배당Scrovegni Chapel로 달려갔다. 관람 전에 반드시 동영상을 시청하는 일은 ‘알고 보라’는 뜻 외에도 그 시간 동안 관람자들의 체온이나 배출하는 땀 등을 조절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들이 이토록 소중하게 보존하려는 것은 조토Giotto di Bondone·1266년(추정)~1337년의 프레스코화(1303~1305년)였다. 사람들을 꾸벅꾸벅 졸게 했던 동영상과 달리 눈앞에 펼쳐진 예수와 마리아의 생애, 최후의 심판 등은 사람들을 빨아들였다. 입체적으로 표현된 인물들은 내면의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고 있었고, 그 기쁨, 절망, 고통, 환희는 성서 속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했다. 관람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야 했지만 조토의 화풍은 동시대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파두아와 근교 도시에서는 지오토 스타일의 프레스코화를 종종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전날부터 여전한 비를 뚫고 팔라조 보Palazzo Bo에 들어섰을 때도 ‘웬 대학이람?’ 이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이런 투덜거림은 원형경기장을 연상시키는 세계 최고最古, 1594년의 해부실과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의학대학부속 식물원 앞에서는 가당치 않은 것이었다. 파두아 대학은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전세계적으로는 볼로냐, 파리 다음으로 3번째) 대학이다. 교황의 영향력이 컸던 볼로냐에 비해 파도바는 학문의 자유가 인정되는 분위기였고, 학생들은 단테,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의 실력 있는 선생들을 모셔서 직접 수강료를 지불했다. 회장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세계 여러 도시와 가문의 문장은 당시 이 대학으로 유학을 왔던 명문가의 자제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증명한다. 선생들의 열정도 대단하여 제자들을 위해 자신의 시신을 실습용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지금도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실습실은 원형의 나무 난간들이 촘촘하게 둘러쳐진 형태였다. 참관 중에 기절하는 사람의 추락을 막기 위한 것. 악취를 배출하기 위한 창문이 필수였고, 그나마 겨울 동안에만 가능했다. 해부학의 발달 덕택인지 모르지만 유럽의 대성당은 성인들의 유해를 보물로 간직하고 있다. 파도바 성안토니오 대성당에는 안토니오 성인의 성대와 혀, 아래턱이 보존되어 있다. 자녀를 위한 수호성인이기도 한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기적의 증표들도 남아 있어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이탈리아 여행 내내 계속 비가 내렸지만 트레비조Treviso의 비오는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잔잔히 물결치던 운하와 세차게 돌아가던 물레방아 때문인 것 같다. 중세의 수채화 같은 도시 풍경은 실레강으로부터 뻗어 나온 브라넬리 운하로 인해 마치 작은 베니스를 연상케 한다. 운하 주변의 집들은 창가에 꽃을 내놓거나 석상 등을 진열해 놓았다. 작은 다리를 건너 회랑을 지나고 또 로마시대 그대로인 듯한 골목들을 걷다가 도착한 곳은 신전을 연상케 하는 두오모였다. 티치아노의 ‘성모 수태고지’와 지롤라모 다 트레비조의 ‘꽃의 성모’ 등이 증명하듯 트레비조는 놓쳐서는 안 될 작품들을 품고 있었다. 트레비조의 프레스코화에 최초로 안경을 쓴 인물이 등장하고, 그런 이유로 지금도 트레비조의 안경이 유명하다는 소소한 사실들이 트레비조의 작은 상점 하나하나를 달라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문득, 시뇨리 광장 근처의 베네통 매장이 다른 어느 도시보다 크다고 느꼈다면, 그건 이 도시가 베네통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일행이 쇼핑을 간 사이 노천카페에 앉아 트레비조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발포성 와인인 프레스코를 한잔 마셨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베네토 지방의 두 도시를 여행하며 느꼈던 행복감이 잔 속의 공기방울처럼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는 그런 행복이었다. ▶travie info 카페 페드로키 1831년에 문을 연 카페 페드로키Caffe Pedrocchi 는 오스트리아에 대항하는 청년 운동이 시작되었던 역사적인 장소다. 건축가의 이름을 딴 이 카페는 녹색, 빨강, 백색의 소파천 색으로 구별되는 3개의 홀로 이뤄져 있다. 그중 가운데 홀이 카페고 그린홀은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내어 주던 곳이었다. 대표 메뉴인 페드로키 커피는 에스프레소 위에 차가운 민트 아이스크림을 얹은 것으로 색다른 맛이다. 주소 Via VIII Febbraio, 15-Padova 문의 +39 049 8781231 www.caffepedrocchi.it트레비조의 베네통 본사 트레비조는 부유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거리의 작은 상점들조차 예사롭지 않다. 그중에서 가장 반가운 브랜드는 역시 베네통이다. 트레비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베네통은 톡특한 컬러감으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캐주얼 브랜드가 됐다. 루치아노 베네통이 아직도 새로운 사업구상을 하고 있다는 베네통 본사 건물은 작고 아름다운 정원을 끼고 있었다. 주소 Via Villa Minelli, 1 31050 Ponzano Veneto Treviso 문의 +39 0422 519111 www.benettongroup.com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5-8806,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02-3789-6110, 맥아더글랜 한국사무소 02-553-0822
  • [옴부즈맨 칼럼] 안과 밖, 현실과 비전/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안과 밖, 현실과 비전/안혜련 주부

    우리가 꾸는 꿈은 거의 언제나 ‘안’이 아닌 ‘밖’을 향해 있고, 현실 너머의 또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새로운 상황을 가정하고 기대한다. 그 꿈은 늘 우리 희망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절망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그 꿈을 꾼다면 삶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진정한 비전이 되겠지만, 현재를 도외시한다면 그 꿈은 한순간 사라지는 사막의 신기루 같은 헛된 망상에 그칠 것이다. 서울신문의 장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 ‘안’의 지역 상황을 타 언론보다 자세히 소개해 준다는 점일 것이다.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해 유무형의 온갖 정보와 권력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지면을 고정적으로 할애해 지방 각지의 동향과 서울 시정에 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전해주는 것은 지역 발전의 균형이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하겠다. 다만 안에 대한 충실함이 나태와 진부함이 되지 않도록 밖의 일을 감지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의 ‘현실’을 인지하는 데 급급해 ‘밖’의 새로운 ‘비전’을 소개하는 데 소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서 ‘밖’이란 공간적 개념뿐만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포함한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신문이 현 정부의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한 “소통의 창”(5월 16일 자 2면)은 비전을 갖고 ‘안’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적절한 기획이라 생각된다. 첫 토론회의 주제는 중소기업 정책으로 비좁은 시장, 빈약한 인재풀이라는 고질적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참석자들은 창업 때부터 글로벌화 추진, 주식옵션제를 통한 인재 영입, 창업 생태계와 성장사다리 건설, 공적개발원조로 해외진출 지원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으며, 글로벌화로 불공정·불합리·불균형이라는 3불(不)을 잡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결론에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각 사안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日 달군 ‘보이지 않는 가족’”(5월 13일 자 1면 16면) 기획 역시 밖에서 안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는 좋은 예시로 생각된다. 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로서는 초고령 사회 일본의 선례에 비추어 미래의 대처법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자가 경계해야 할 ‘인생 후반 5대 리스크’가 섣부른 은퇴 창업, 금융사기, 중대 질병, 황혼 이혼, 성인자녀 부양이라니, 이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안’과 ‘밖’이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안과 밖은 바뀌기도 하고, 나 자신 속에도 안과 밖은 존재한다. 각기 다른 경우와 장소에서 ‘밖’을 바라봄으로써 우리의 ‘안’은 더 충실해질 수 있고 내실을 기할 수 있다. 지역 현안과 특색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파악해 국민의 관심사에 진정성 있게 접목시킨다면, 서울신문은 새로운 참신함으로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면서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신문, ‘안’의 일에 충실하면서도 ‘밖’의 흐름에 둔감하지 않은 서울신문이 되길 희망한다.
  • [씨줄날줄] 봄의 실종/임태순 논설위원

    미국 태생의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은 서사시 ‘황무지’에서 1차 세계대전을 통해 현대문명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인간을 지켜보면서 봄은 잔인하다고 했다. 그는 ‘잘 잊게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내준 겨울이 오히려 따뜻했다’면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문명의 모순에 실망한 시인은 역설적으로 봄 대신 겨울을 찬미했지만 봄만큼 인간의 감성을 풍성하게 하는 것도 없다. 모든 게 죽어 움직이지 않던 대지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니 감탄과 찬사를 보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상춘곡’이니 ‘신록예찬’이니 하면서 봄을 노래했다. 문학과 거리가 멀 듯한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1980년대 어느 날 봄 서울신문에 보낸 기고문에서 봄은 가난한 사람부터 찾아온다며 멋을 부렸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겨울은 죽음과 절망의 상징이었지만 봄은 희망과 부활의 계절이었다. 지구온난화로 봄이 짧아지는 추세지만 특히 올해는 저온현상이 이어지면서 봄이 실종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4월에는 서울에 19년 만에 눈이 올 정도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봄다운 봄이 없었다. 5월에 접어들어서는 8일 강원 화천·양양, 경북 영천의 낮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한여름 더위가 찾아와 봄을 느낄 새가 없었다. 9~10일 비가 내리면서 반짝 무더위는 가셨지만 비가 그치면서 다시 기온이 올라간다고 하니 계절의 여왕인 봄은 곧장 여름으로 달려갈 모양이다. 빠듯한 전력사정에 갑자기 닥친 이상고온 현상으로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 때이른 전력난도 우려된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등 양극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기상에도 이 같은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폭우나 폭설이 잦아지고 혹서와 혹한이 길어지는 등 날씨가 점점 ‘포악’해지고 있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환경 파괴가 날로 극성을 부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은 환경도서의 고전 ‘봄의 침묵’에서 ‘우리는 이제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숲과 바다에는 죽음의 정적만이 깔려 있을 뿐이다’면서 환경재앙에 경종을 울렸다. 봄이 여름에 흡수돼 사계절이 겨울, 여름 두 계절로 양분되는 것은 우울한 일이다. 희망의 찬가와 생명의 환희가 넘실대는 봄이 사라지면 우리네 감성도 황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질도 그렇지만 계절 역시 한쪽으로 편중되는 것은 좋지 않다. 간밤에 소리 없이 내린 봄비가 새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열린세상] 詩가 없는 봄날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詩가 없는 봄날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시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돈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쓰느냐만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평소 조곤조곤하게 말한다. 그런 그가 이날은 핏대를 올리면서 문학에 대한 정부 정책, 특히 ‘문학나눔’ 사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해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학나눔 사업을 통해 문화 소외 지역 및 계층에 우수 문학 도서를 선정해 무상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사업 내용에 대해 문인들, 특히 시인들의 불만이 거세다. 작년에 비해 소설은 연간 116종으로 조금 늘어났지만, 시집은 40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예산도 작년보다 2억 3000만원밖에 증가하지 않아, 종당 구입 호수도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 소설과 시 모두 종당 2000부를 구매해 배포했는데, 올해부터는 1200부로 줄어든 것이다. 5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봄꽃이 만개했다. 철쭉꽃, 목련꽃, 모란꽃, 벚꽃 등이 천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겨우내 집안에만 계시던 팔순의 노모와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을 산책한다. 공원의 모든 이들이 봄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탄성을 발한다. 청년은 애인에게 꽃보다 자기가 더 예쁘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애인은 봄 햇살 같은 환한 웃음을 터뜨린다. 향긋한 꽃 앞에서 누가 돈을 생각하고, 출세를 생각하겠는가. 꽃처럼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 순결한 영혼과 정신, 황홀하면서도 고귀한 사랑 등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봄꽃은 세속에 찌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치유해주고, 삭막한 우리네 삶을 화사한 온기로 따뜻하게 데워준다. 팔순의 노모께서 공원에 핀 꽃을 보시고는 “해마다 봄이면 꽃은 저렇게 아름답게 피는데, 사람은 늙으면 다시 젊어지지 않는구나”라고 말씀하신다. 봄꽃은 우리 모두를 시인으로 만드는 마력도 있는 듯하다. 많은 시인이 꽃을 시의 중요한 소재로 삼았다. 김소월은 시 ‘진달래꽃’에서 “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노래했다. 임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진달래꽃에 투사해 임이 나를 버리고 떠날지라도 임이 가시는 길에 자신의 분신인 진달래꽃을 뿌려드리겠다는 것이다. 김영랑은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고 노래했다. 모란과 같은 삶을 살고자 한 시인, 그래서 모란이 지면 삶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절망하는 시인, 그런 시인에게 모란이 피고 지는 봄은 ‘찬란한 슬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인이 봄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시와 봄꽃이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시는 본래적으로 갈등과 대립이 아닌 화해와 합일의 세계를,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정신적 가치를 지향한다. 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영혼의 교감을 이루는 세계를 강렬히 갈망한다. 그런 시를 통해 모든 존재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황홀한 세계와 만나게 되고, 동시에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이 시대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하게 된다. 사회가 아무리 물질적 측면에서 풍족하다 하더라도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는 문화를, 그 문화의 정수인 시를 푸대접한다면 그 사회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에 영혼을 팔아버린 아이들에게 시집을 읽도록 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시인 친구가 돈에 대한 욕심 없이 좋은 시를 쓰려고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시를 찬밥 대우하고 있는 현 상황은 그래서 한심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시인 친구는 “그렇지 않아도 시집이 팔리지 않아 시집 내기가 어려운 판국인데 정부가 아예 시를 말살시키고 있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보니 진달래꽃이 지고 있다. 떨어지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저 소중한 봄꽃이 없는 봄을 상상해 보다가, 불현듯 우리 사회에서 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시가 없는 사회와 봄꽃 없는 봄은 무엇이 다를까.
  • 한쪽 눈의 루키, 대타 출전해 PGA 첫 승

    한쪽 눈의 루키, 대타 출전해 PGA 첫 승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에게 줄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만들다 플라스틱 장난감 도구가 부러지며 튀어오른 파편이 그의 오른 눈을 찢었다. 열 바늘을 꿰맨 상처는 이내 아물었지만 각막이 심하게 손상됐다. ‘폐용성 약시’ 진단을 받은 그는 오른 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다. 데릭 언스트(23·미국)는 두 눈의 시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한쪽 눈’ 골퍼다. ‘몸이 백 냥이면 눈은 구십 냥’이란 옛말은 특히 그에게 절실하다. 양쪽 시력이 합쳐지는 ‘입체시(視)’가 불가능하다면 골퍼에겐 절망적이다. 그런데도 골프를 시작했다. 한쪽 눈으로만 보니 거리를 가늠하는 건 물론 몸의 균형을 잡는 것조차 서투를 법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언스트는 ‘불편함’을 ‘익숙함’으로 바꿔 놓았다. 언스트는 네바다주립대학 시절 기량이 절정에 이르러 두 차례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US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준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미국·유럽 아마추어 국가대항전인 파머컵과 US아마추어선수권에 출전했다. 그 뒤 마침내 꿈에만 그리던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이동환(26·CJ)이 수석 합격했던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공동 17위로 통과한 뒤 올해 PGA 투어 조건부 출전권을 움켜쥐었다. 핸디캡을 극복하고 당당히 PGA 투어에 뛰어들었지만 ‘루키’를 기다린 건 쓴잔뿐이었다. 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파72·7442야드)에서 막을 내린 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 이전까지 그는 출전한 올 시즌 7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컷 탈락할 정도로 프로에 적응하지 못했다. 앞선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이번 대회 네 번째 대기 선수에 이름을 올린 그는 2부 투어가 열리는 조지아주 애선스로 향하다 “자리가 비었다”는 연락을 받고 허둥지둥 렌터카를 갈아타고 참가했다. 예정된 장소에 차를 반납하지 않으면 물게 될 추가 요금 1000달러를 아끼려 했던 것. 그러나 언스트는 데뷔 이후 여덟 번째인 이번 대회 1라운드부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과 공동 선두에 오르며 조심스레 기적의 조짐을 보이더니 이날 마지막 라운드도 공동 4위로 시작해 18번홀 극적인 버디로 연장에 들어간 뒤 악천후 속에 진행된 연장전에서 귀중한 파를 지켜내 우승까지 일궈 냈다. 다음 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 등이 한꺼번에 따라왔고, 페덱스컵 포인트는 196위에서 32위로 치솟았다. 1207위에 머물렀던 세계 랭킹도 123위로 1084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우승 상금은 120만 6000달러(약 13억 2000만원). 이전까지 번 돈은 2만 8255달러에 불과했다. 올 시즌 최연소 투어 우승자로 이름을 올린 그는 “돈은 돈일 뿐 잠시 왔다 사라질 테지만, 앞으로 2년 동안 여기서 뛸 수 있는 점은 정말로 내가 바란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골퍼 가운데 장애를 극복한 이로는 오른 손가락이 두 개밖에 없는 막스 글라우어트(28·독일)가 유러피안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가 290야드에 이르는 장타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고, 국내에서는 청각장애를 극복한 이승만(33)이 경력을 쌓고 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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