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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中칭화대 연설 전문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방중 사흘째인 29일 베이징(北京)의 명문 칭화대(淸華大)를 찾아 ‘새로운 20년을 여는 한중 신뢰의 여정’을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다음은 연설 전문.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천지닝(陳吉寧) 총장님과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칭화대 학생 여러분, 오늘 중국의 명문 칭화대학의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칭화대 학생 여러분을 보니, 곡식을 심으면 일년 후에 수확을 하고, 나무를 심으면 십년 후에 결실을 맺지만, 사람을 기르면 백년 후가 든든하다는 중국고전 관자(管子)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이곳 칭화대의 교훈이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교훈처럼 쉬지 않고 정진에 힘쓰고, 덕성을 함양한 결과 시진핑 주석을 비롯하여 수많은 정치지도자들을 배출했고, 중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생각과 열정이 중국의 밝은 내일을 열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한국과 중국이 열어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 한국과 중국은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 해오면서 다양한 문물과 사상을 교류해왔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공유하는 것이 많고, 문화적으로도 통하는 데가 많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1992년에 수교한 지 약 2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호협력의 발전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교역액은 무려 40배나 늘었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와 선박이 하루에 백편이 넘습니다. 양국 공히 약 6만명의 학생들이 서로 유학을 하고 있는데, 이곳 칭화대에도 1천400여명의 한국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 국민들은 어려서부터 삼국지와 수호지, 초한지 같은 고전을 책이나 만화를 통해서 접해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중국에 관광 오게 되면, 마치 잘 아는 곳에 온 것처럼 친근감을 느끼곤 합니다. 저도 오래전에 소주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 항주가 있다는 말이 정말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이곳저곳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든가, 관포지교(管鮑之交), 삼고초려(三顧草廬)같은 중국 고사성어들은 한국 사람들도 일반 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입니다. 저는 양국이 불과 20년 만에 이렇게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렇게 문화적인 인연이 뿌리 깊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감대야말로 정말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어제 저녁 저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우정의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의 K-POP 가수들과 중국의 대중가수들이 함께 공연을 했는데, 양국 젊은이들이 문화로 하나가 되는 현장을 보면서 참 반가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중국 선현들의 책과 글을 많이 읽었고, 중국 노래도 좋아하는데, 이렇게 문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마음으로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 저는 한중 관계가 이제 더욱 성숙하고, 내실있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이 국민의 신뢰인데, 저는 외교 역시 ‘신뢰외교’를 기조로 삼고 있습니다. 국가 간의 관계도 국민들 간의 신뢰와 지도자들 간의 신뢰가 두터워진다면 더욱 긴밀해질 것입니다. 저와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05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저장성 당 서기였던 시 주석과 만나‘새마을 운동과 신농촌 운동’을 비롯해서 다양한 양국 현안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시주석과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대화와 협력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20년의 성공적 한중관계를 넘어 새로운 20년을 여는 신뢰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틀 전 제가 시 주석과 함께 채택한 ‘한중미래비전 공동성명’은 이러한 여정을 위한 청사진이자 로드맵입니다. 현재 두 나라 정부는 무역자유화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양국 경제관계는 더욱 성숙한 단계로 발전할 것이고, 새로운 경제도약을 이뤄가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동북아의 공동번영과 역내 경제통합을 위한 견인차가 될 것입니다. 또한, 기후변화와 환경 등 글로벌 상생을 위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벌써 우리 젊은이들은 자발적인 협력사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예로, ‘한중 미래숲’이란 민간단체는 양국 젊은이들과 함께 2006년부터 네이멍구 지역 사막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600만 그루를 식수했습니다. 중국 내륙의 사막화를 막아 황사를 줄이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양국의 좋은 협력사례이고, 앞으로 이런 협력 모델을 더욱 확대해 가야 할 것입니다. 양국의 뿌리 깊은 문화적 자산과 역량이 한국에서는 한풍(漢風), 중국에서는 한류(韓流)라는 새로운 문화적 교류로 양국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함께, 아름다운 문화의 꽃을 더 활짝 피워서 인류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생 여러분, 지금 전 세계가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서 아시아 국가들이 다방면에서 서로 협력을 강화해 간다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합니다. 역내 국가 간에 경제적인 상호의존은 확대되는데, 역사와 안보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불신으로 인해 정치, 안보 협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지금 동북아에는 역내 국가간에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고 평화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자적 매커니즘이 없습니다. 중용에 이르기를 ‘군자의 도는 멀리 가고자 하면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 했습니다. 국가 간에도 서로의 신뢰를 키우고, 함께 난관을 헤쳐 가며,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동북아 지역도 역내 국가들이 함께 모여서 기후변화와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안전 문제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연성 이슈부터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점차 정치, 안보분야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신념을 담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를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신뢰의 동반자가 되어‘새로운 동북아’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칭화대 학생 여러분, 저는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와 협력을 가져오려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새로운 한반도’ 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안정되고 풍요로운 아시아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한반도가 제가 그리는 ‘새로운 한반도’의 모습입니다. 저는 한반도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은 남북한이 불신과 대립의 악순환에서 못 벗어나고 있으나, 저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은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계와 교류하고, 국제사회의 투자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핵개발을 하는 북한에 세계 어느 나라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내건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행 노선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변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한국은 북한을 적극 도울 것이고, 동북아 전체가 상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면, 동북 3성 개발을 비롯해서 중국의 번영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문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진 동북아 지역은 풍부한 노동력과 세계 최고의 자본과 기술을 결합하여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지구촌의 성장 엔진’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삶에도 보다 역동적이고 많은 성공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 여러분이 이 원대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칭화인 여러분이 그런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 를 만드는데 동반자가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학생 여러분, 한국과 중국의 강물은 하나의 바다에서 만납니다. 중국의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한국의 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릅니다. 그리고 서해 바다에서 만나 하나가 됩니다. 지금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도아래, ‘중국의 꿈’(中國夢)을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도 국민 행복시대와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한반도라는 한국의 꿈(韓國夢)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국민 행복, 인민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함께 전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나라의 강물이 하나의 바다에서 만나듯이, 중국의 꿈(中國夢)과 한국의 꿈(韓國夢)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이 함께 한다면, 새로운 동북아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함께 꾸는 꿈은 아름답고, 한국과 중국이 함께하는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 젊은 여러분의 삶에는 앞으로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을지 모릅니다. 저에게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의 꿈은 전자공학을 전공해서 나라의 산업역군이 되겠다는 것이었는데, 어머니를 여의면서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고, 아버님을 여의면서 한없는 고통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저는 많은 철학서적과 고전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는 노트에 적어두고 늘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고통을 이겨내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가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글귀 중 하나가 제갈량이 아들에게 보낸 배움과 수신에 관한 글입니다.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 그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헤쳐가면서, 제가 깨우친 게 있다면 인생이란 살고 가면 결국 한줌의 흙이 되고, 100년을 살다가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바르고 진실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시련을 겪더라도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삼아 나아간다면, 결국 절망도 나를 단련시킨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꿈으로 채워 가면서 더 큰 미래,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문교류를 통해서 더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상공에 인공비 뿌려 朴대통령에 맑은 공기 선물하자”

    “상공에 인공비 뿌려 朴대통령에 맑은 공기 선물하자”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시안(西安) 상공에 인공비를 뿌려 맑은 공기를 선물하자.” 박 대통령이 오는 29일 중국의 천년고도인 시안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지역은 벌써부터 환영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시안은 인공강우를 뿌려 외빈을 접대한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맑은 공기를 선물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 영접에 공을 들이자고 주장했다. 시안 셴양(咸陽) 국제공항 주변에는 박 대통령 환영 광고판이 걸렸으며 관련 사진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도 확산될 만큼 박 대통령 방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시안 주재 한국영사관 고윤주 부총영사는 산시(陝西)성 정부로부터 “박 대통령 방문을 맞아 지금까지 어떤 외국 정상에도 선보이지 않은 최상급 의전을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환영 분위기는 이곳을 양국 경제협력의 대표 기지로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중앙 정부와 산시성 정부의 바람이 깔려 있다. 시안에는 삼성전자가 70억 달러를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으며, 160여개의 협력사가 함께 진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2005년 펴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1970년대 우리나라가 중동 진출로 큰 기회를 만들었다면 21세기에는 중국의 서부대개발이 새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안이 바로 서부대개발의 거점 도시 중 하나다. 시안은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중국 측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최적의 도시로 손꼽힌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1998년 처음 방중 때 시안을 들르는 등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외국 정상이 이곳을 찾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기간 동안 시안에서 대표적인 유적지 한 곳을 방문해 양국 간 관광 등 문화교류 활성화의 중요성을 역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안이 있는 산시성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으로 시 주석과의 개인적인 신뢰를 다지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시 주석은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불던 1969년 16세가 되던 해에 산시성 옌안(延安) 량자허(粱家河)촌으로 하방돼 7년간 농촌 생활을 했다. 시 주석은 이때 중국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됐다고 회고할 정도로 시안은 재기의 발판이 됐던 곳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사설] 노 - 김 발언록 공개가 안겨준 충격과 실망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격 공개와 이를 통해 드러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이중삼중의 충격을 던져준다. 우선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들이 충격적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싶을 정도로, 우리의 헌법적 가치와 분단 역사의 현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대다수의 대북관과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북한 세습체제가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 상대인 동시에 휴전선 너머로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적대세력이라는,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망각한 발언이다. 남북 화해를 위한 충정을 기저에 담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금도를 벗어난, 해서는 안 될 발언들을 마구 쏟아냈다고 본다. “50회가 넘게 외국 정상들과 회담하면서 나는 북측의 변호인 노릇을 했다”로 시작된 그의 발언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는 말로 이어졌다.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라고도 했고 “김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한다. NLL은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서해평화수역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이라지만 6·25 이후 국제법적으로도 실질적 해상경계선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해 온 NLL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수도 한복판에 외국 군대가 있는 것은 나라 체면이 아니다 싶어 내보냈다. ‘너희들(남측) 뭐하느냐’ 이렇게만 보지 말라. 점진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해 마치 주한미군의 후방 배치 등에 있어서 북과 교감하고 있는 듯한 언사를 하기도 했다. 6자회담에 대해서는 “북의 입장을 갖고 미국과 싸워 왔다”고 했고, 북핵에 대해서는 “이번에 북에 가면 핵문제 확실하게 얘기하고 오라는 주문이 많았는데, 판 깨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주장 아니겠느냐”고 했다.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은 미국의 실책이고, “제일 큰 문제가 미국”이라고도 했다. NLL이나 주한미군 등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 사회 일각의 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것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국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하고 이익을 도모해야 할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균형 잃은 발언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을 향해 ‘보고’라는 단어를 두 차례나 사용했을 만큼 시종 저자세로 일관한 발언 태도 역시 국민들의 자존감을 크게 깎아내렸다.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 또한 정치의 실종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절망을 안겨 준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그간의 억측과 논란을 감안할 때 회의록 공개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그러나 전격적인 공개가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극한 대립의 소산이라는 점이 문제다. 정쟁 앞에서 스스로를 제어할 줄 모르는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공개된 회의록은 향후 남북관계에 타격을 안겨 줄 것이다. 지금은 여야가 멱살 잡을 때가 아니다. 서로 확전을 자제하고 대외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 “아시아의 철의 여인” 중국서 뜨는 박근혜

    “아시아의 철의 여인” 중국서 뜨는 박근혜

    “중국 고전과 철학을 좋아하고 중국어를 하는 동북아의 첫 여성 대통령.” 중국 관영 라디오방송인 중앙인민광파전대 소속 칭인(靑音·38·여) 아나운서는 21일 박근혜 대통령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인들이 호감을 갖는 요소를 다 갖췄다는 얘기다. 오는 27~30일 박 대통령의 첫 방중을 앞두고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중국에서 판매 중인 그의 중국어본 전기만 벌써 7권에 달한다. 이들 중 ‘절망은 나를 단련시킨다’는 책은 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당당망’(當當網)의 도서 코너에서 ‘해외 정치인물 전기’ 분야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학생들 사이에 ‘대입시험은 나를 단련시킨다’ 등 유행어로 응용될 만큼 인지도가 높다. 박 대통령이 읽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도 덩달아 인기 서적이 됐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월간 에세이’에서 ‘중국철학사’를 읽고 힘겨웠던 시절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고 회고했던 수필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박근혜 팬클럽’도 결성되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체감할 수 있다. ‘박근혜’를 검색어로 신랑(新浪) 웨이보에 뜨고 있는 관련 글은 21일 오후 2시 현재 104만 4390건에 이른다. 취임 4개월 만에 전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112만 399건)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언론 보도 이외에 그의 자서전 중에서 발췌한 어록들을 소개한 문장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이 박 대통령에 호감을 갖는 것은 그의 인생 스토리 자체가 드라마틱한 데다 박 대통령의 친중국적인 면모를 주로 부각하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귀족 출신으로 역경을 딛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의 인생 여정과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모습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닮았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에게 친근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박 대통령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말을 듣지만 시련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 방식의 선거를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라면서 “외교적으로도 일처리 방식과 수사적 표현에 있어 강약 조절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한국에 대한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 여우커(여행객)들의 한국 사랑”이란 제목의 르포 기사에서 서울 거리에 중국인 여행객들이 넘쳐나는 등 중국인들이 일본보다 한국을 더 많이 선호하고, 상대국으로 보낸 유학생이 각각 6만명을 넘어섰다고 자세히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열린세상] 친구여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열린세상] 친구여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며칠 전 친구를 만났다. 3년 전에 50세의 나이로 명예퇴직을 한 친구는 퇴직금으로 지방에 조그만 가게를 열고 갖은 고생을 했지만 결국 투자금을 다 날리고 말았다. 열과 성을 다해 회사 일에 매진하다 날벼락처럼 강제 퇴직을 당했을 때, 친구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머리에 하얗게 서리를 이고 주름살이 깊게 팬 초췌한 모습의 그를 보면서 너무 마음이 쓰렸다. 젊은 시절 최루탄 가스에 눈물·콧물을 흘리면서 돌멩이를 던지고, 대기업 임원으로 지치지 않고 일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친구는 대학을 졸업한 외동아들이 아직 취직을 못 하고 결혼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50대는 군사독재에 맞서 1987년의 6월 항쟁을 주도한 세대이다. 이 세대로 하여금 젊은 시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거리에 나서게 한 고귀한 신념은 무엇일까. 그것은 독재에 맞서 빼앗긴 자유를 되찾는 것이리라. 교정에 무장 군인과 탱크를 진주시키고, 광주를 비롯한 이 땅 곳곳에서 무자비한 탄압과 살육을 자행하는 광포한 독재 정권에 맞서, 그들은 젊은 날의 고귀한 피를 아낌없이 흘렸던 것이다.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를 보면, 더욱 인간다운 삶을 갈망하면서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젊은 남녀가 등장한다. 이후 둘은 결혼을 해 부부가 된다. 그런데 두 사람의 길은 갈라진다. 남편은 점점 타락해 가는 자본주의 한국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젊은 날의 순수한 열정과 신념을 지키고자 자신을 외곬으로 몰아간다. 그런 그의 모습은 소금물에 전 날개로 냉혹한 현실의 바다를 힘겹게 건너려는 나비와 같은 존재에 비유된다. 반면 아내는 일상에 안주한 채 ‘글로벌 교육’을 위해 자식을 중국에 유학 보낸다. 50대를 맞이한 6월 항쟁 세대 대부분은 앞선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의 중간자적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들 대부분은 취직을 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일상인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젊은 시절 피 흘리며 추구했던 숭고한 정신을 늘 가슴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다. 생활인으로서의 고뇌와 민주화 세대라는 자부심이 뒤섞인 채, 가정과 사회를 위해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온 세대가 50대이다. 그런 50대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또다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사회는 물론이고 가정에서조차 버림받은 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아무런 노후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자식도 건사하지 못한 채 직장으로부터 버림받은 친구의 막다른 삶 앞에서 나는 아무런 위로도 해 줄 수 없었다. 그것은 친구 개인의 모습이 아니라, 암울하고 불행한 시대를 살아온 50대 우리 모두의 슬픈 자화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사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우냐고 울먹이면서 힘없이 고개를 떨구던 친구의 모습을 나는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김광규의 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에는 4·19 세대가 혁명 후 18년이 지난 뒤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회비를 만 원씩 걷고/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이 시에서 젊은 날의 뜨거운 사랑의 그림자마저 잊고 속물이 되어 살아가지만, 그런 제 모습을 부끄러워하면서 고개를 떨구는 4·19 세대의 자기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친구에게 꼭 이 말은 해주고 싶다. 친구여, 고개를 떨구지 마라. 우리가 고개를 떨굴 일은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옛사랑의 그림자마저 망각한 상황에 대해서일 뿐이다. 삶이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더 인간다운 삶을 갈망하던 그 정신을 떠올리면서 오늘의 암담한 상황을 헤쳐나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에서 이런 위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격동의 역사를 헤쳐 나온 우리 50대가 이대로 주저앉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친구여,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라.
  • 고갱의 3대 걸작 만나보세요

    고갱의 3대 걸작 만나보세요

    그는 원래 증권거래소 직원이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 35세가 돼서야 뒤늦게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 버린다. 타히티로의 여정은 즉흥적인 것이었다. 원래 목적지는 베트남 통킹. 타히티에 도착한 그는 참혹한 식민지 현실에 절망한다. 고흐의 친구이자 대작 ‘타히티의 여인들’로 유명한 고갱의 회고전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가 오는 9월 2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고갱 예술을 양분하는 브르타뉴 시기(1873∼1891)와 폴리네시아 시기(1893∼1903)의 대표작들을 모아 심도 있게 조명한 국내 최초의 회고전이다. 그림들은 암울한 시대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노랗고 붉은 색채에 단순한 구성은 후기인상파의 거장임을 말해 준다. 세계 30여개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빌려 온 작품 60여점으로 성찬을 이룬다. 좀처럼 보기 힘든 3대 걸작인 ‘설교 후의 환영’ ‘황색의 그리스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도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는 1897년 딸 알린느의 죽음을 접하고 꼬박 한달 동안 밤낮으로 그린 대작이다. 보험료만 3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가 미술품이다. 성인 1만 3000원, 청소년 1만원. 1588-2618.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열린세상] 타나토스의 시대를 어찌할 것인가?/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타나토스의 시대를 어찌할 것인가?/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이제는 사라진 여신이 되었지만 동양의 여신 서왕모는 양면성을 지녔다. 그녀는 마귀할멈과 같은 모습일 때는 죽음의 여신이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일 때는 불사약을 지닌 생명의 여신이었다. 신화를 상징으로 풀면 이것은 우리 자신에게 내재하는 삶과 죽음의 양면성이라 하겠다. 프로이트도 우리에게는 삶의 본능인 에로스적인 욕망과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적인 욕망이 공존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유명 인사의 자살 이후 이를 모방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신드롬,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자살 공유 사이트라는 것의 존재, 꽃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서슴없이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실정 등을 볼 때 확실히 타나토스적인 욕망이 목전의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가 상황에 따라, 소신에 따라 정당화되고 때로는 찬미되기도 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시엔키에비치의 ‘쿠오바디스’를 보면 로마의 현인 세네카가 총애하는 여종의 시중을 받으며 우아하게 자기 손으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이 있다. 신미양요 때의 미 해병대 측 기록을 보면 강화도 전투에서 패배한 조선군이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서 그 투혼에 감동했다는 대목이 있다. 을사늑약 체결 이후 충정공 민영환은 음독해 순국한 자리에서 대나무가 자라났다는 충절의 일화를 남기고 있거니와 오백년 조선 시기를 통해 여성들이 정절 이데올로기에 의해 목숨을 버린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과거에는 자살이라 하지 않고 자진(自盡)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썼다. 그러나 나라가 망할 때 명분에 죽고 사는 노론계의 인물들은 즉각 자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행합일을 추구하는 소론계의 인물들은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저항하는 방식을 택해 투쟁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그 어떤 충절의 행위라 해도 자진이 미사(美事)로만 여겨진 것은 아니었다. 근래의 비극적인 사건 중 필자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것은 무명의 한 젊은 주부와 한때 화려한 은막의 스타였던 최진실씨의 자살이다. 특히 최진실씨의 경우는 친인척의 잇따른 자살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주었던 사건이었지만, 필자는 좀 다른 각도에서 비극의 본질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무명의 한 젊은 주부. 남편은 떠돌이 노동자였다.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손 벌릴 곳도 없는 그녀는 생활고를 못 이겨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투신했다. 아이 때문에 산다고 했는데 그런 이유마저도 존재하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그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녀가 구원받기를 포기하고 어린 두 아이와 더불어 자살을 감행한 극한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는,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최진실씨는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나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입지전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이 나라에서 누구든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표본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중은 그녀를 그냥 두지 않았다. 인터넷에서의 갖은 음해와 비방은 결국 그녀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근대의 불우한 여성 작가 김명순이 절망한 ‘독한 세상’을 감내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그녀의 모습은 이 사회가 약자의 부상에 대해 얼마나 가혹한지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로 향하고 한류가 세계를 석권한다 할지라도 자살률 1위의 국가라면 결코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나라가 아니다. 금수강산, 한강의 기적, IT 강국, K팝 등 그 모든 찬사도 죽음 앞에서는 의미가 없으며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한국의 존재도 빛이 바랜다. 자살률 1위라는 이 불행한 현실은 젊은 날의 ‘아픔’이나 누구나 겪는 삶의 ‘무게’ 정도로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는 단계를 훨씬 벗어났다. 무명의 한 젊은 주부와 최진실씨의 비극적인 사례에서 보았듯이 그것이 설사 개인의 ‘아픔’이나 ‘무게’에서 출발했을지라도 궁극적으로 이 사회가, 우리가 껴안고 책임질 일이었다. 황지우의 시구를 넓게 인유하자면 우리 모두 “아픈 세상으로 가서 아프자”는 마음가짐이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 ‘오네긴’은 어떤 작품

    ‘오네긴’은 엇갈린 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과 차이콥스키의 음악, 존 그랑코의 안무가 직조된 작품이다. 순박한 시골 처녀 타티아나는 첫눈에 오만한 도시 귀족 오네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오네긴은 타티아나의 동생이자 친구의 약혼녀인 올가를 유혹해 타티아나에게 상처를 입힌다. 몇 년 뒤 공작 부인이 된 타티아나의 우아한 모습에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 오네긴. 3막으로 이뤄진 작품은 결국 절망으로 치닫고 마지막 타티아나의 절규가 관객들의 가슴을 밑바닥까지 휘젓는다. 7월 6~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0만원. (02)580-1300. 1544-1555.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씨줄날줄] 배드 걸스와 젠틀맨/문소영 논설위원

    가수 이효리의 ‘배드 걸스’(Bad Girls)와 걸그룹 2NE1 씨엘(CL)의 ‘나쁜 기집애’가 요즘 화제다. 배드 걸을 좀 비하하듯이 번역하면 나쁜 기집애가 되지 않을까 싶다. 관행적으로 여자에게 따르는 수식어는 ‘순수한’이나 ‘착한’, ‘청순한’ 같은 형용사인데 ‘나쁜’이란 말을 붙여 놓고, “나쁜 것이 어때서”라고 뽐내듯이 드러내는 방식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듯하다. 특히 이효리(34)의 ‘배드 걸스’는 그녀의 변신 탓에 관심을 더 끈다. 섹시와 털털한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최적화했던 아이돌 스타 이효리는 어느 날부터 유기견 보호활동을 하고, 환경운동가들이 펴내는 ‘녹색평론’을 읽으며, 상업광고 찍기를 거부했고, 채식주의자가 됐다. 이효리가 직접 작사한 ‘배드 걸스’는 이렇다. “욕심이 남보다 좀 많은 여자/ 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여자/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 있는” 여자이고, “성공은 혹독하게 사랑은 순수하게/ 키스는 좋아 어쩔 줄 모르게” 하는 여자이다. 7년 전에 댄 킨들런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재능 있고 성적이 우수하며, 리더의 가능성이 큰 10대 알파 걸이 성장한 모습을 그려놓은 듯하다. 씨엘도 “난 여왕벌 난 주인공”이라고 하니 비슷하다. 섹시한 이효리 등은 또 뮤직 비디오에서 “이젠 못 참겠대 착하게 살아봤자 남는 거 하나도 없대”라고 세상을 한껏 조롱하며 성추행하는 선생과 직장상사에게 폭탄을 던져 응징한다. “그동안 쉽게 봤던 너부터 좀 조심하래”라고 으름장도 놓는다. 그녀에게서 착한 여자 콤플렉스는 찾아볼 수 없다. 여성을 괴롭히는 싸이의 ‘젠틀맨’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성희롱이 아니냐며 불편한 감정을 가진 여자들은 은근히 이효리의 응징에 속 시원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21세기를 살면서도 사고방식은 ‘조선 후기 선비’에 머물며 지고지순한 현모양처를 찾는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불편하고 무엄하다고 느끼려나. 대중문화 속 여성과 남성의 이미지는 부지불식간에 사회의 권력관계나 지위를 재현한다. ‘배드 걸스’와 ‘젠틀맨’의 가사나 뮤직 비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이 극명하게 보여줬듯, 성희롱은 지위와 직종·장소를 불문하고 널리 퍼져 있다. 열심히 일하고 착하게 살아봤자 남는 것이 없는 세상,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는 여자”는 거칠게 욕망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성공하는 약육강식의 세상이다. “절망과 욕망 그 어디쯤에서 남 모르게 애써 웃음 짓는” 나쁜 여자가 안타깝다. 착한 여자가 평범하게 욕망해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너무 순진한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남북 당국회담 무산] 靑 “양비론은 北에 면죄부 주자는 것”…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

    [남북 당국회담 무산] 靑 “양비론은 北에 면죄부 주자는 것”…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남북 당국회담이 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대립으로 무산되자 청와대 관계자가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라면서 전한 표현이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대표의 격을 맞추는 것)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전에 종종 썼던 말씀”이라면서 “이번 일을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대표에 비해 북한 대표의 ‘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존의 비정상적인 회담 관행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전날 “남북 누구든 상대에게 굴종이나 굴욕을 강요하는 건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결국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인식과도 맞물려 있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2002년 5월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 자격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을 만난 경험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펴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북한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남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야만 발전적인 협상과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의 눈치를 살피거나 정치적 계산에 밀려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만난 횟수나 대화 시간은 무의미하다”면서 “오히려 그런 식의 만남이 많아질수록 양측이 신뢰를 쌓을 가능성은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대화를 위해 원칙을 훼손하거나 저자세로 북한에 끌려다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제 스탠더드(기준)’라는 원칙과 상식에 기반을 두고 남북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한다는 기존의 대북 접근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이날 회담 무산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남북 양비론적 접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바르게 지적해 줄 때 발전적이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분들이 그것을 명확히 구분해 주지 않고, 북한에 대해 그러한 잘못을 지적해 주지 않고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분명하고 엄격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현 정부 방침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잘못을 냉철하게 지적하고, 원칙을 세워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얘기다. 회담 무산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원칙에 따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청와대는 대북 문제를 담당해 온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을 중심으로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 측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밤 10시) 현대인이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인 비만. 최근 비만의 원인으로 장 내 세균이 주목받고 있다. 100조개가 넘는 세균이 사는 우리의 장 속에 비만을 유발하는 세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비만 그룹과 마른 그룹 두 분류로 모집, 분변을 검사하고 장 내 세균을 비교해 본다. ■천명(KBS2 밤 10시) 원은 장홍달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다인과 산채에 머물며 그녀를 보살핀다. 원이 다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 소백은 다인처럼 치마도 입고 머리핀도 꽂아 보며 애쓰지만, 다인만 보는 원 때문에 눈물을 쏟는다. 한편 이정환은 자신 때문에 자술서가 있는 산채가 발각될 위기에 놓이자 아픈 몸을 끌고 가 무명에게 맞선다. ■여왕의 교실(MBC 밤 10시) 산들초등학교 개학날, 하나(김향기)의 6학년 첫날이 시작된다. 하나와 나리(이영유)는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의 정체가 ‘레전드급 마녀’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한편 마 선생(고현정)은 별명에 걸맞게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쪽지시험 성적으로 꼴찌 반장을 정하겠다고 공표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 밤 10시) 혜성은 첫 재판에서 오로지 수하의 말을 믿고 무죄 주장을 시작한다. 방청석에서 수하는 마음을 보는 눈을 이용해 혜성에게 수신호를 하며 혜성의 변론을 돕는다. 그러나 도연은 그런 혜성의 반격을 지켜보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여유롭다. 한편 혜성에게 까칠하게 구는 수하가 자꾸 집까지 바래다 주는데….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가정에는 소홀했던 지난 세대의 무뚝뚝한 아버지를 결코 닮고 싶지 않았던 지금의 40대 아버지들은 서글프게도 닮아 가고 있었다. 과연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길을 가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리얼대탐험(OBS 밤 9시 50분)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힘들고 인적이 드문 몽골의 고비사막에 사는 기괴한 동물 ‘몽골리안 데스웜’. 이곳 유목민들은 이 괴물의 파괴적인 초능력을 두려워한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확인 생명체를 찾아 그 실체를 밝혀낸다. 이번 주에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따라 파란 전기를 쏘는 전설 속의 벌레 데스웜의 정체를 밝힌다.
  • ‘유튜브 스타’ 데이비드 최 안방서 만난다

    ‘유튜브 스타’ 데이비드 최 안방서 만난다

    ‘기타신동’ 정성하(17)군과 ‘월드스타’ 싸이 외에도 유튜브에 올린 영상 하나로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한국계 뮤지션이 있다. 재미교포 2세인 데이비드 최(27)는 유튜브 전체 뮤지션 중 10위권에 진입했으며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80만 명, 음악 시청자는 8000만 명에 달해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나 비욘세의 기록에 못지않다. 11일 오전 9시 방송되는 아리랑TV의 토크쇼 ‘디 이너뷰’(The Innerview)는 유튜브 동영상 하나로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싱어송라이터 데이비드 최를 만난다. 그는 2006년 12월, 20분 만에 만들어낸 자작곡 ‘유튜브 연가’(You Tube A Love Song)로 하루아침에 전 세계 스타가 됐다. “그냥 재미삼아 올렸어요. 그런데 약 2주 만에 조회 수 50만 명이 넘었고 사람들이 다른 음악이 있는지 물었어요. 너무 놀랐어요.” 그는 이날 방송에서 당시의 인기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며, 촬영 현장에서 유튜브 연가를 즉흥 개사한 ‘디 이너뷰 연가’를 불렀다. 그간 인터넷 반짝 스타는 적지 않았지만 그는 달랐다. 젊은 시절부터 노래를 잘 불렀고 지금은 악기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았지만 이 재능을 갈고 닦아 검증받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17세 때인 2004년 ‘10대를 위한 존 레넌 작곡 경연대회’에서 ‘캔트 스탑 미’라는 노래로 참가자 9000여명을 제치고 우승했다. 또 그해 9월에는 ‘데이비드 보위 매시업 콘테스트’에서 ‘빅 셰이큰 카’라는 노래로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그 두 대회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확신을 얻었고 본격적으로 꿈을 향해 달려갔다. 그에게 음악은 소통이자 치유다. 그는 전 세계 공연을 다니며 만났던 팬들 중 절망 속에 빠져 있다가 자신의 노래를 듣고 희망을 얻었다는 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는 음악의 힘을 실감하면서 음악에는 편견의 벽도, 차별의 시선도 없다고 믿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으랏차차! 지방세 담당 공무원] “세금 횡령 누명… 그래도 보람”

    [으랏차차! 지방세 담당 공무원] “세금 횡령 누명… 그래도 보람”

    지방세 담당 공무원의 삶은 대부분 체납 차량의 번호판 영치를 위한 잠복근무, 장기간 출장으로 점철된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것은 격려와 칭찬이 아닌 욕설과 폭행이기 일쑤다. 그러나 보람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1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서울호텔(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지방세공무원 생활 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한다. 56편의 글 중 ‘행복’을 쓴 경기 시흥시 문일웅(47) 주무관이 대상을 받는다. 그는 세금 횡령 혐의를 뒤집어쓴 뒤 수십 차례에 걸쳐 경찰과 검찰에 불려다니던 세 달 남짓의 시간을 생생히 풀어냈다. 세무 공무원 업무에 대한 회의와 절망, 우여곡절 끝에 무혐의를 받은 뒤 느낀 행복감과 원칙적 업무 처리의 중요성을 담담히 그려냈다. 대전 유성구 김홍권(47) 주무관의 ‘삼박자의 승리’, 울산 북구 정병문(47) 주무관의 ‘눈길이 머무는 의자’는 최우수상을 받는다. 지난해부터 생활 수기를 공모해 온 지방세연구원은 올해도 56편의 공모작을 모아 ‘세상(稅想) 이야기2’를 책으로 펴낸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히틀러의 ‘마지막 연인’ 에바 브라운 편지 공개

    히틀러의 ‘마지막 연인’ 에바 브라운 편지 공개

    1945년 4월 30일 독일 베를린의 한 지하벙커에서 역사적인 총성이 울렸다. 바로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56)가 권총으로 자살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옆에는 동반 자살한 한 여인도 있었다. 히틀러의 마지막 연인 에바 브라운(33)이다. 특히 이들은 자살하기 불과 40시간 전 측근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려 히틀러와 브라운의 러브스토리는 비극으로 끝났다. 최근 ‘히틀러의 연인들’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나치 전문가 안나 마리아 지그문드가 새 책을 펴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그문드는 이 책(The Women of the Nazis)에서 브라운이 자살하기 며칠 전 친구에게 보낸 편지라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지그문드에 따르면 당시 브라운이 친구 헤르타 슈나이더에게 직접 쓴 편지의 날짜는 1945년 4월 19일과 22일로 자살하기 얼마 전이다. 브라운은 처음 편지에서 “벙커 주위에 대포와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면서도 “히틀러와 가까이 있어 행복하며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녀의 희망찬 편지는 그러나 3일 후 좌절로 바뀐다. 브라운은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것이다. 하지만 점점 더 끝을 향해 다가가는 것 같아 두렵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지그문드는 이 편지를 슈나이더의 상속자가 미국의 한 문서 수집가에게 팔기 전 복사했다고 전했다. 지그문드는 “이 편지는 브라운이 생전에 직접 타이핑 한 것” 이라면서 “자살하기 직전 희망에서 절망으로 변하는 그녀의 심경과 히틀러의 당시 기분이 간접적으로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제21회 공초문학상] “의심 속에서 움트는 詩語… 뜻대로 써지지 않아 불행”

    [제21회 공초문학상] “의심 속에서 움트는 詩語… 뜻대로 써지지 않아 불행”

    “눈물이 많았어요. 눈물로 쓰는 건 다 진짜인 줄 알았어요. 이제 눈물이 다 말라버리니까 눈물로 쓴 것들이 사실은 가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란 과연 무엇일까…. 진짜라는 게 언어에 담길 수는 없는 거잖아요. 진짜를 예술에 담을 수 있는 능력이 저한테는 없는 것 같아요.” 유안진(72) 시인은 고희를 넘기고서도 여전히 의심하고 탐색하는 작가다. 삶이 여물어도 확신은 흩어지고 의문은 외려 더해진다. “인생이 뭔지 끊임없이 회의하고 발견하고 찾아가는 것 같다”는 시인을 문학평론가 정효구는 “‘진아’(眞我)를 찾기 위해 힘들여 정성을 다한다”고 평한다. 제21회 공초문학상 수상작인 ‘불타는 말의 기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인은 ‘유리 벽을 지나다가/니가 나니?/걷다가 흠칫 멈춰질 때마다/내가 정말 난가?’ 되묻는다. ‘쉬운 걸 굳이 어렵게 말하고/그럴듯한 거짓말로 참말만 주절대’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왜 나인가, 어떤 게 진짜 나인가 의심할 때가 많아요. 교단에 서는 내가 다르고, 집에서 가면을 벗는 내가 다르죠. 늘 옳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늘 틀린 것도 아니고. 한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가짜는 아닌가, 산다는 게 뭔가 회의가 들어요. 그러니까 자꾸 시가 나오는 것 같아요.” 시인은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교육심리학을 전공하고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16권의 시집을 냈다. 적지 않은 성취이건만 지금도 “원하는 대로 써지지 않아서 불행하다”고 토로한다. 그는 “시라는 언어 예술은 비틀고 뒤집고 왜곡시키면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시를 ‘둥근 세모꼴’에 비유한다. “메밀은 (중략) 시와 너무 닮았다. 세모꼴 메밀과 속의 둥근 알갱이는 (중략) 창조 의도와 오해의, 신뢰와 의심의, 현실과 이상의, 진실과 허상의, 내심과 외형의, 이 시대와 꿈꾸는 시대 등의 모순 충돌과 갈등을 그대로 닮았다.”(산문집 ‘상처를 꽃으로’ 중) 진짜 자아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시인에게 그 자신은 ‘집’이 아니라 ‘짐’(문학평론가 정효구)이다. 그러나 그의 문학적 성취는 ‘둥근 세모꼴’ 삶에 대한 의심과 회의가 자책이나 절망에 그치는 게 아니라 깨달음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철부지도 아니면서 왜 이러고 있지?’ 하고 자문하다가도 ‘의심하고 의심받는 것은 철드는 것’(‘의심의 옹호’)이라고 긍정하고,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면서 허무에 시달리다가도 ‘위대한 허무란/기다릴 게 없는데도 기다리는 것’(‘기다림을 기다린다’)이라고 관조한다. 의심과 회의는 반성으로 이어진다. ‘거꾸로 로꾸거로 생각을 돌려봐도/캄캄한 암흑 속 아몰아몰 아지랑이뿐’(‘거꾸로 로꾸거로’)인 반성의 시간이지만 시인은 끈기 있게 삶을 응시한다. “인생은 한 번 지나면 못 돌아오잖아요. 그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걸 거꾸로 해왔어요. 위선과 위장과 허위로 살았어요. 못 하면서 잘하는 척하려고 했고, 남을 앞지르려고 했어요. 똑똑한 질문 하나 해보겠다고 너무 애를 썼어요. 거꾸로 해온 걸 다시 거꾸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서 ‘로꾸거’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거꾸로 해봐도 나는 너무 썩은 것 같아요.” 수상작이 실린 시집 ‘걸어서 에덴까지’에서 검은색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흰색이 다른 색을 용납하지 않는 배타적 색인 반면 회의와 후회를 포용하는 검은색은 ‘신의 색채’이기 때문이다. “흰색은 조금만 잘못해도 흔적이 생기잖아요. 흰옷에 묻은 얼룩은 아무리 세탁해도 지워지지 않아요. 하지만 검은색은 잘못과 실수를 모두 받아서 감춰 주죠. 인생은 자기를 때묻히면서 사는 거잖아요. 태양 속에 왜 흑점이 있을까요. 밤이 없으면 대낮이 없듯 검은색은 귀향점인 동시에 시작점인 것 같아요.” ‘내 이맛머리 새치는 언제쯤에야 검어질 것인가’(‘아직도 아직도냐?’) 자문하는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바보가 되고 싶다”며 해사하게 웃는다. “젊을 때는 잘나고 싶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과 같아지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실수하는 게 좋다”고 덧붙인다. “손자랑 노는 할아버지를 보세요. 나이든 사람의 근엄한 언어가 아니라 어린아이의 표정과 손짓을 쓰잖아요. 저는 너무 오만하게 살아왔어요. 인생이 후회스럽죠. 다시 살라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린아이가 되고 바보가 되는 것, 그렇게 낮아지는 게 지순해지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불타는 말의 기하학 쉬운 걸 굳이 어렵게 말하고 그럴듯한 거짓말로 참말만 주절대며 당연함을 완벽하게 증명하고 싶어서 당연하지 않다고 의심해 보다가 문득문득 묻게 된다 유리 벽을 지나다가 니가 나니? 걷다가 흠칫 멈춰질 때마다 내가 정말 난가? 나는 나 아닐지도 몰라 미행하는 그림자가 의문을 부추긴다 제 그림자를 뛰어넘는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할 것 같아 일단은 다시 본다 이단엔 생각하고 삼단에는 행동하게 손톱 발톱에서 땀방울이 솟는다 나는 나 아닐 때 가장 나인데 여기 아닌 거기에서 가장 나인데 불타고 난 잿더미가 가장 뜨건 목청인데. ■유안진 시인은… ▲1941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교육학과, 동 대학원 석사, 미 플로리다 주립대 교육심리학 박사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달하’, ‘봄비 한 주머니’, ‘다보탑을 줍다’, ‘거짓말로 참말하기’, ‘둥근 세모꼴’, 수필집 ‘지란지교를 꿈꾸며’ 등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소월문학상 특별상, 월탄문학상, 한국펜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유심문학상, 구상문학상, 간행물윤리위원회상 등 수상
  • [명사가 걸어온 길]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

    [명사가 걸어온 길]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

    가천대 길병원은 얼마 전 지역 병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내로라하는 대형 병원들과 나란히 2013년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됐다. 또 가천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의 교수진이 참여해 ‘식욕억제물질’을 처음 발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가천대 길병원·뇌융합과학원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다. 지난달에는 24년 전 가천대 길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 자매 중 세 명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네 쌍둥이가 무사히 태어날 확률은 70만분의1 정도였음에도 이길여 회장의 노력으로 모두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형편이 넉넉지 못한 네 쌍둥이 부모에게서는 병원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내 줄테니 연락을 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네 쌍둥이 자매는 현재 길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열정과 집념의 여인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일생을 상·하로 나눠 2주에 걸쳐 싣는다. 만약 당신이 자식에게 단 하나의 재능을 물려줄 수 있다면 무엇을 줄 것인가. ‘뜨거운 열정’을 주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열정 온도는 몇도나 되는가. 잘 모르겠다면 이런 시 한편 감상해보자.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이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절망을 극복하고 닦아낸 새 희망의 길을 노래한, 시인 정호승의 ‘봄길’이다. 그 희망의 길은 어떻게 닦아야 할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흔들리지 않는 집념과 6월의 태양처럼 뜨거운 정열. 그렇게 그 길을 만들어냈다. 그랬다. 한 여자의 일생에서 ‘열정의 수은주’는 한번도 눈금이 변한 적이 없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그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나온 걸음걸음이 모두 범상치 않은 흔적으로 남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보증금 없는 병원, 최초 진료카드 시스템 도입, 여성의사 최초 의료법인 설립, 국내 최초 해외 교육원 개관 등 ‘최초’와 ‘최고’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들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건국 이후 가장 크게 자수성가한 여성 CEO’라는 평가다. 2011년 경원대, 경원전문대, 가천의대 등을 ‘가천대’로 통합시킨도 것도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이었다. 또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선정 ‘2012년 세계의 위대한 여성 150인’에 선정될 만큼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가천길재단을 진두지휘하는 이길여 회장이다. 가천길재단은 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글로벌캠퍼스,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가천문화재단, 신명여자고등학교, 새생명 찾아주기운동본부, 가천 미추홀 청소년 봉사단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 회장을 가리켜 어떤 사람이냐고 새삼 물어본다면 답으로 압축할 수 있는 키워드가 몇 있다. 첫번째가 결코 식지 않는 ‘열정’이고, 두번째는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개비’이며, 세번째는 남을 위한 봉사정신이 담긴 ‘숟가락’이다. 또한 남들보다 항상 앞서 나가는 ‘개척정신’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 있는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때마침 학교 운동장에서는 체육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이 회장은 하얀 체육복 차림에 학생들과 함께 행진을 하고, 달리기 신호를 보내는 등 여념이 없다. 젊은 학생들과 서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새삼 놀라웠다. 학생들도 그런 이 회장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며 화합을 다지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잠시 후 이 대학 총장실에서 마주앉았다. 요새는 어떤 일로 바쁜지 먼저 물었다. “올해는 매력, 담력, 실력 등 세 가지를 키우려고 합니다. 가천대학과 길병원의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 또한 학교통합에 따른 커리큘럼 정리와 구조조정, 그리고 세계적인 대학을 향한 커리큘럼을 새로 짜는 일로 바쁘지요. 특히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로 의사의 길을 걸어온 지 꼭 55년째이다. 소감을 묻자 주저없이 자신만큼 많은 환자를 본 사람도 없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죽어가는 사람도 많이 살렸다고 술회한다. 또한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었다. “참된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위기를 겪게 마련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위기는 삶의 일부이며, 중요한 것은 그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위기 때마다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맞서 왔습니다. 모험과 도전에 익숙해진 탓인지 오히려 위기를 즐기며 기회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것 같아요. 바람개비는 맞바람이 강할수록 힘차게 돌아가거든요. 길병원 로비에 큰 바람개비를 설치한 것도 의료진은 물론 환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어린 시절 수수깡 속을 빼고 막대에 끼워 돌리는 바람개비 놀이를 많이 했다. 이때마다 그는 항상 1등을 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빨리 돌고 바람이 부는쪽으로 달리면 잘 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바람개비는 가만히 있으면 돌지 않는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앞으로 달려나가 바람을 일으켜야 돌아간다는 원리를 터득했던 것. 바람을 만들고 바람에 부딪히며 헤쳐나가는 것, 그것이 이 회장이 살아온 삶이다. 어려움과 시련이 닥칠 때면 항상 이 같은 바람개비를 떠올리곤 했다. 앞으로도 가천대를 모두가 부러워하는 글로벌 명문대로 키우기 위해 맞바람을 이기고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전북 옥구군 대야면 죽산리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한학에 밝았고 아버지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 길여(吉女)는 딸만 둘을 낳아 시어머니 눈밖에 난 어머니를 위로하는 뜻에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이름 덕분인지 그에겐 늘 행운이 따랐고 위기가 오더라도 기회로 만들 수 있었고 한눈팔지 않는 외길 인생을 걸을 수 있었다. 그가 가는 곳은 길(Way)이 됐고 좋은(吉)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의사가 된 것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아주 행복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정신문화연구원장을 지낸 유승국 박사가 지어준 그의 호 가천(嘉泉) 또한 ‘아름다운 기운이 솟아오르는 샘’이라는 뜻이고 보면 그의 팔자 자체가 천생 행복한 의사가 아닐까 싶다. 또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 밥과 반찬은 온데간데없고 놋숟가락만 가득 담긴 광주리에 대한 태몽 얘기를 자주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의사가 되고 나서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할머니한테 자주 구박을 받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이 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이러한 각오로 급장이 됐고 이후 한 가지 목표를 세우면 기필코 그것을 이루어내고야 말겠다는 근성이 생겨났다.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1등 성적을 놓친 적이 없었다. 의사가 되겠다는 강한 생각을 가진 것도 이 무렵이다. “우리 시골집에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웠어요. 주인 없이 길에 돌아다니거나, 다리가 부러지거나, 눈이 다치거나 몸에 심한 상처를 입은 불쌍한 동물들이었죠. 이들에게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고 또 포대기로 강아지를 업고 다닌 적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강아지가 죽으면 뒷산에 묻고는 한동안 울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의사놀이를 한 셈이다. 또 장티푸스에 감염된 친한 친구가 갑자기 죽는 모습을 보고 의사에게 필요한 두 가지 감정, 즉 생명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과 죽음에 대한 철저한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의사가 되겠다고 확실하게 다짐한 것은 1948년 35세의 아버지가 급성폐렴으로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서였다. 이리여고에 진학한 그는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다.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았고 1951년 전쟁의 와중에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지나온 세월을 생각해도, 밤하늘의 뜬 달을 보면서도 저절로 눈물이 났다. 모든 가능성은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대학을 마치고 전북 군산으로 내려가 세계평화봉사단에서 의료봉사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거기서 영국인 의사 골든을 만났다. 이 회장은 골든의 헌신적인 봉사정신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얼마 후 골든은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수련의(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소개해줘 군산에서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적십자병원에서의 과정을 마칠 무렵 인천에서 개원한 친구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동인천역 앞 허름한 2층짜리 적산가옥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맨발의 친구들(SBS 일요일 오후 4시 55분) ‘맨발의 친구들’이 부모님께 친구들을 소개한다. 누구 집이든 기습 방문하는 이들에게 당황하지만, 곧 훈훈한 분위기에서 웃음꽃을 피운다. 즐거운 시간도 잠시, 이들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금 엽기적인 게임을 시작한다. 한편 게스트로 함께한 이효리의 온갖 구박에 괴로워하는 강호동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다큐극장(KBS1 토요일 밤 8시) 생산 세계 5위, 매출 세계 9위. 2013년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성적표다. 선진국들이 100년에 걸쳐 이룬 것을 단 반세기 만에 따라잡았다.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어떻게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었을까. 그 시작에는 자동차 ‘포니’가 있었다. ■최고다 이순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준호는 미령의 숨겨진 딸이 순신임을 알고 기자회견을 미루려고 하지만 미령은 강경하고, 정애 역시 미령에게 순신이를 생각한다면 …그만두라며 미령을 찾아가지만 거절당한다. 한편 유신은 정애가 길자네서 일하는 문제로 찬우와 다투다 홧김에 헤어지잔 말을 해 버린다. ■금 나와라 뚝딱(MBC 토요일 밤 8시 45분) 몽희는 보석학원 내 공모전을 보고 이에 응모할 결심을 한다. 하지만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 아이디어 때문에 괴로워하고, 현수는 몽희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한편 현태에게 일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하는 현준. 이에 덕희는 영애를 완전히 떼내어버릴 기회로 생각하며 영애에게 두 가지 선택안을 제시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15분) 2007년 충북 옥천군 군북면 이백리에서 벌어진 흥암석재 사장 배진석씨 실종 사건. 용의자였던 동네주민 김모씨는 진술을 계속해서 번복하고 현장에 같이 있었던 서모씨는 동거녀를 살해하고 자살했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미스터리에는 과연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까. ■진짜 사나이(MBC 일요일 오후 6시 25분) 포병전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시작된다. 그동안의 연습은 잊어라, 이제는 실제 포탄사격이다. 한편 어김없이 찾아온 마지막 날 밤, 모두가 이별 앞에 참아왔던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강인했던 분대장 역시 눈물을 보이며 화룡대대에서의 마지막밤을 보내는데…. ■명불허전(OBS 일요일 밤 8시 15분) 한국 서양화의 거장 오승우가 함께한다. 한국의 사찰, 동양의 건축물, 한국의 명산, 십장생도를 주된 소재로 삼으며 우리 문화의 뿌리와 정신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그의 예술철학을 들어본다. 한편 갑작스레 닥친 실명 위기에 화가로서 사형선고와도 같았을 절망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던 이야기도 들어본다.
  • 지옥 같은 현실 탈출 꿈꾸는 처절한 몸짓

    지옥 같은 현실 탈출 꿈꾸는 처절한 몸짓

    독일의 피나 바우슈와 함께 유럽 현대 무용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프랑스 안무가 마기 마랭(62)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그녀가 이끄는 마기 마랭 무용단의 작품 ‘총성’과 함께다. 마기 마랭은 춤에 연극을 결합한 작품들로 유럽 현대무용 사조의 하나인 ‘누벨 당스’(새로운 춤)를 대표한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춘 무용수의 춤이라는 고전적인 형식을 뒤집고, 발레에 기반을 두되 몸짓과 대사, 소리 등 모든 요소들을 총동원한 ‘무용극’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풀어나간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독일의 ‘탄츠테아터’(무용극)와 비교되며 평론가들로부터 “독일의 탄츠테아터에 대한 프랑스의 대답”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연극뿐 아니라 문학과 영화 등과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표작 ‘메이 비’(May B)는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을 바탕으로 뚱뚱한 옷을 입고 온몸에 진흙을 바른 기괴한 무용수로 현대인의 절망과 부조리한 인간상을 표현했다. ‘총성’(Salves)은 2010년 프랑스 리옹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암울한 유럽의 현실을 소재로 했다. 무대 밖에서 끊임없이 총성이 울리고 폭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칠흑 같은 무대 위에서 무용수 7명이 바삐 움직인다. 피란민들이 모인 지하 벙커 같기도 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의 가정집 같기도 한 곳에서 이들은 식탁을 차리거나 탈출을 시도하고, 다른 세계를 동경하는 듯한 몸짓을 한다. 초연 직후 프랑스 르몽드지는 “무용수들은 섬광처럼 나타나 악몽 같은 파괴의 충격을 빈틈없이 전달한다. 매우 정치적인 작품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병든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고 평가했다. 마기 마랭은 1997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서울연극제에서 ‘바르떼조이’를, 2003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박수만으로 살 수 없어’를 선보인 바 있다. 6월 5~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4만~8만원. (02)2005-1114.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사람이 경쟁력이다/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열린세상] 사람이 경쟁력이다/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얼마 전 프로야구에 인간승리 드라마가 있었다. 200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팔꿈치와 어깨 수술을 하고 소속 팀에서도 버려진 선수가 새로운 팀에서 끈질긴 재활 노력 끝에 201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것이다. 그는 한때 1군에서 잘나가는 투수였다. 그런데 수술을 해도 혹사당한 팔은 나아지지 않았고, 더 이상 던질 수 없다는 절망 속에 그는 은퇴까지 고려했다. 다행히 그를 눈여겨보고 불러준 팀이 있었다. 그 팀의 배려로 그는 1년 반 동안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올해 마침내 결실을 봤다. 6년 만에 승리투수가 된 날 그는 인터뷰에서 “하루하루가 신기하다” “오늘 일어나서 어깨 상태를 보고, 경기장에 나와서 공을 던져보고 ‘괜찮구나’라고 느끼면 ‘아, 오늘은 됐다’라고 안도한다”고 했다. 지금도 그는 경기장 부근이 아닌 2군 훈련장 근처에서 혼자 자취하고 있다. “나는 언제 2군으로 갈지 모른다” “2군 훈련장 근처에 있으면 재활 때의 간절함을 계속 간직할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솔직히 한국시리즈는 꿈도 꾸지 않는다. 오늘 던지고, 내일 던질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런 하루가 조금 더 이어지기만 바라고 있다”는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그는 다시 던질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재활을 도와준 팀에 무한한 감사를 표시했다. 아직 팡파르를 울릴 때는 아니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한 선수의 의지와 인내심을 갖고 뒷받침해 준 팀의 배려가 일궈낸 인간승리에 가슴이 뭉클하다. 야구를 보면 인생살이와 비슷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조직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긴 안목으로 사람을 키우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조직은 성공하는 조직, 경쟁력 있는 조직이 된다. 구성원 개개인이 뛰어나더라도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인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는 반감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류현진 선수가 속한 LA 다저스는 올해 우승을 목표로 엄청난 투자를 해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지불하고 있지만 성적은 바닥을 헤맨다.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어이없는 에러로 당초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어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성공하는 조직은 사람을 관리하고 키울 줄 안다. 꾸준한 인내심을 가지고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어 저마다 역할을 하게 만든다. 201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선수는 개인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했겠지만 선수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 무리하지 않고 충분히 몸을 추스를 수 있게 관리해 준 팀이 없었다면 재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승리는 필수이다. 하지만 욕심이 앞서면 때로는 선수를 혹사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망가진 선수를 우리는 심심찮게 본다. 당장 급하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사람을 쓴다면 훗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상에 필요없는 사람은 없다. 모두 다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다. 리더는 그 사람만의 쓸모를 최대한 살려주는 사람이다. 1%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 1%를 완벽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리더는 안고 가는 사람이다. 특히 사람에 관해서라면 어떠한 선수, 어떠한 사람이라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좁은 속내를 자랑하듯 일희일비한다면 그 사람은 결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리더라면 가슴이 넓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동시에 등도 넓어야 한다. 아픔은 가슴으로 안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등 뒤에 두고 끝까지 책임지고 지켜줘야 한다.” 야신(野神)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에서 한 말이다. 지금 우리는 사람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가. 당장 내가 있을 동안 업적을 올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 연연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대통령 밑에서 중책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망신스러운 범죄를 저질러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것도 크게 보면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키우지 못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평생 해온 야구를 그만두어야 할 절망감 속에서 다시 일어나 마운드에 선 인간승리에 무한한 박수를 보내며 오랫동안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 [29일 TV 하이라이트]

    ■대한민국 행복발전소(KBS1 밤 7시 30분) 개그맨 윤형빈이 독거 할아버지 댁을 찾아가기 위해 할아버지와 통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윤형빈을 빨리 만나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리고, 그 바람에 윤형빈은 진땀을 흘린다. 수십 년을 고독하게 살아오신 할아버지에게는 한 통의 전화도 낯설었던 건데…. ■천명(KBS2 밤 10시) 원은 민도생이 남긴 세자독살의 결정적 증거인 처방전과 자술서로 진실을 밝힐 희망에 부푼다. 이호는 원의 도주 소식을 듣고 철저히 소윤파의 보상을 받은 것이라 단정, 오해의 골은 깊어만 간다. 장홍달을 통해 모란꽃의 진실을 안 다인은 오해를 풀기 위해 원을 만나러 가려 하지만, 자신을 미행하는 존재를 감지하고 절망한다. ■불만제로 UP(MBC 오후 6시 20분) 향도 맛도 좋은 과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맛과 건강을 위해 즐겨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과일을 먹으면서 ‘왜 이렇게 맛이 없지.’하며 고개를 갸웃거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탐스럽고 예쁜 과일, 맛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히든 챔피언(KBS1 밤 10시 50분) 핸즈코퍼레이션은 휠 생산업체로는 드물게 모든 공정에 자동화시설을 도입했다. 또한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며 휠 검사실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그 결과 생산시스템과 품질을 인정받아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업체는 물론 닛산, 폭스바겐 등 굴지의 자동차업체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건강한 아침(EBS 오전 6시) 평소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등과 허리 근육이 약해지고 척추 주변 근육이 뻐근하거나 뭉치고 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을 방치하게 되면 척추가 비틀어지고 목, 어깨 통증은 물론 골반과 다리까지 휘게 된다. 긴장으로 뭉쳐진 척추 주변의 근육을 풀어주고 휘어진 척추를 바로잡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리얼대탐험(OBS 밤 9시 50분)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초기 선교사들과 탐험가들은 콩고분지에 사는 희귀한 수중괴물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오늘날 이 지역에 사는 피그미족은 목이 가늘고 길며, 크기는 코끼리만 한 동물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모켈레 므벰베라는 동물이다. 정말정글 어딘가에는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괴물이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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