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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의 차 한잔]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펴낸 건축가 김정후 박사

    [저자와의 차 한잔]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펴낸 건축가 김정후 박사

    철강대국 독일의 아이콘이던 뒤스부르크의 티센 제철소. 60만평에 이르는 이 거대한 산업유산은 1985년 문을 닫자 도시의 흉물로 전락했다. 고철 덩어리에서 흘러내리는 검붉은 녹물과 화공약품의 독성 가득한 악취는 시민들에게 ‘절망’ 그 자체로 다가왔다. 하지만 12년 뒤, 죽음의 땅은 유례없는 친환경 공원으로 거듭나 시민들을 넉넉하게 끌어안기 시작했다. 제철소의 버려진 용광로는 스킨스쿠버장으로, 철제 파이프는 미끄럼틀로, 광석 저장고는 암벽등반 코스로 변신했다. 오늘날 연간 방문객이 50만명에 이르는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의 ‘반전’이다.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로 ‘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기’를 탐구해 온 런던대(UCL) 지리학과의 김정후(44) 박사가 이번엔 유럽 산업유산의 재활용에 주목했다.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에 이은 유럽 시리즈 3탄 격인 새 저서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돌베개)를 통해서다. ‘도시 속 도시’로 거듭난 가스 저장고(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터 시티), 유쾌한 상상력의 아지트로 탈바꿈한 수력 발전소(영국 런던의 와핑 프로젝트), 최고급 호텔로 변신한 200여년 역사의 감옥(핀란드 헬싱키의 카타야노카 호텔) 등 저자가 일일이 현장 취재한 14건의 사례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되기까지의 배경과 도시 관계자들의 지난한 노력 및 갈등, 변화의 의미 등이 충실히 녹아 있다. 김 박사는 산업유산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산업화를 경험한 도시에서 생겨난 산업용 건물이 대부분 역할을 상실한 가운데 이런 시설을 허물지 않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재활용하는 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지혜와 가능성이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업혁명의 본산인 유럽에서는 경쟁하듯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시대가 지나며 삶의 영역 밖으로 밀려났던 건물, 시설들이 시민들의 일상으로 다시 성큼 들어오기까지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핵심이었습니다. 도시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버려진 건물을 헐지 않고 재활용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반대했죠. 특히 파리의 철도, 빈의 가스 저장고, 뒤스부르크의 제철소 등은 막대한 부지만 차지하고 도시의 흉물로 전락했기 때문에 시민들은 하루빨리 이를 없애고 재개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 당국과 전문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산업유산이 훌륭하게 재활용될 수 있음을 시민들에게 치열하게 설득했습니다.” 산업유산의 성공적인 재활용이 도시와 시민들에게 가져다준 혜택, 일깨워준 가치는 해당 도시의 장소성과 역사성의 복원이라고 저자는 짚어낸다.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게 만듦으로써 시민들에게 도시에 대한 향수와 자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다. 탄광촌을 개조한 영국 더럼의 비미시 박물관이 탄광업의 쇠락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다시 불러모은 사례 등이 그렇다. “도시는 다양한 세대의 삶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 예술품입니다. 산업유산에 담긴 이전 세대의 삶, 시간의 켜와 흔적을 살리면서 우리 시대에 맞는 새 기능을 부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지속 가능하고 풍요로운 삶의 환경이죠.” 김 박사는 “우리 역시 선유도 공원, 윤동주 문학관 등 산업용 시설을 도시의 훌륭한 재산으로 되돌렸듯 더 늦기 전에 언제 헐릴지 모를 산업유산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강신주의 감정수업(강신주 지음, 민음사 펴냄) 대중과 소통하는 글쓰기로 유명한 저자가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의 분석 틀을 빌려 인간의 감정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 3부에서 인간의 감정을 48가지로 분석했는데 저자는 철학자의 어려운 말을 우리의 현실과 명작 소설에 비추어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준다. 일테면 모파상의 소설 ‘벨아미’를 통해 야심을 이해하고,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개츠비 내면에 숨은 탐욕을 읽어낸다. 또한 ‘레 미제라블’에서 공동체의 의미와 박애의 원리를 설명한다. 아울러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한 예술가들의 명화 45점도 소개했다. “감정이 먼저 움직여야 어떤 사람, 어떤 사물, 어떤 사건이 우리 시선에 의미 있는 것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 나만의 소중한 감정을 잘 가꾸고 보듬으라고 강조한다. 528쪽. 1만 9500원.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이택광·박성훈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2010년 9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부정기적으로 쓴 하루의 기록들을 묶었다. 하지만 제목처럼 일상을 담은 사적인 일기가 아니다. 이 시대가 가장 주목하는 탈근대 사상가인 저자는 뉴욕타임스 1면 기사나 사설에 등장하는 사건에서 시대를 진단하고, 논평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유럽 지역의 집시 인권 문제, 이라크 전쟁 후 감수해야 할 사회·경제적 문제,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 실업 문제 등 현대 사회의 고난에 대한 안타까움과 날카로운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불안한 청년 교육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국가의 소극적 행동에 크게 분노하는 등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사적인 감정이 드러나는 대목은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88쪽. 1만 7000원. 미국, 유럽, 중국의 화폐전쟁(스한빙 지음, 남영택 옮김, 평단 펴냄)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예측 전문가인 저자가 유럽 경제위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저자는 유럽 경제위기의 원인을 대내적, 대외적으로 구분해서 분석한다. 대내적으로는 유럽 각국의 방대한 복지로 인한 채무가 원인이고, 대외적 원인으로는 달러화의 경제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의 전략적 공격을 든다. 저자는 “채무위기가 늦게 폭발한 쪽이 먼저 폭발한 쪽의 자금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늦게 발생할수록 유리하다”며 “게다가 미국이 지닌 금융 능력은 군사 능력을 훨씬 상회한다. 따라서 유럽의 채무위기 폭발은 사실 필연적”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통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각국의 경제 대결과 현재의 채무 위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방법을 살펴본다. 552쪽. 2만 5000원. 인문학 지도(스티븐 트롬블리 지음, 김영범 옮김, 지식갤러리 펴냄) 현대 지성사를 수놓은 생각의 계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했다. 영국왕립예술학회 회원이자 영화제작자로 에미상을 수상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저자는 철학, 심리, 문학, 정치, 미학, 사회, 윤리,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50여명의 지성을 소개한다.‘인간이기 때문에 절망할 수 있다’고 말한 키에르케고르, 죽음이라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존재를 고민한 하이데거 등 인물마다 10쪽 내외로 생각의 핵심 개념을 짚는다. 또한 마르크스의 사상이 어떻게 루카치, 그람시 등에게 영향을 미쳤고 사르트르와 라캉, 프랑크푸르트학파 등은 어떻게 프로이트를 해석하고 그에게서 어떤 영감을 얻었는지 지적 계보를 추적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인물의 대표 저작에서 후대에 가장 많이 인용된 텍스트들을 엄선해 수록했다. 560쪽. 2만원.
  • 제원종합건설 오치복 회장, 독도 수호 위한 규탄서 발표

    제원종합건설 오치복 회장, 독도 수호 위한 규탄서 발표

    최근 독도지킴경영으로 눈길을 끌었던 제원종합건설의 오치복 회장이 독도 수호를 위한 규탄서를 발표해 화제다. ㈜제원종합건설의 오치복 회장은 지난 18일 연이어 쏟아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군국주의 망언과 관련하여 ‘아베 총리 망언규탄 및 종식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아베 총리의 잇따른 역사왜곡 발언과 독도망언을 규탄하고 일본 정부에 양국 간 역사를 직시하고 나아갈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뤄졌다. 그는 이번 발표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아베 총리가 계속해서 쏟아내는 독도 영유권 망언과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발언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가까운 이웃국가로서 선린우호의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태도와 계속해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선전하며 한일관계의 미래를 절망으로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아베 총리는 시대착오적인 망언을 중단하고 잘못된 역사관에서 벗어나 과거의 잘못을 속죄해야 한다”며 “세계평화발전과 상호번영을 위해, 또 가장 가까운 이웃인 대한민국과 정상적인 관계복원을 위해 속죄의 지도력, 평화의 지도력, 이웃사촌의 지도력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제원종합건설은 최근 독도지킴국민행동본부가 기획한 파주 ‘글로벌 CEO 평화마을’에 입주를 확정하고 독도 주권운동과 남북 평화 운동 등 애국 운동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찬란한 제국을 위한 역사 뒤집기 ‘가장 찬란했던 제국’

    찬란한 제국을 위한 역사 뒤집기 ‘가장 찬란했던 제국’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특히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나고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여유로운 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없는 좋은 때이다. 그렇다면 독서하기 좋은 요즘, 읽을만한 책은 없을까? 최근 한국의 근대사를 흥미진진하게 소설에 담은 ‘가장 찬란했던 제국’이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권태승 작가의 소설 ‘가장 찬란했던 제국’은 우리의 치욕스런 근대사를 바꾸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이색 역사소설이다. 실제로 일어난 역사와 긴밀하게 맞닿아있는 이 소설은 우리의 어두운 과거와 마주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국사와 세계사를 바로 보려는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소설이다. 김동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우리 세대가 대학을 다녔을 때와 달리 역사의식이 부족한 요즘 학생들을 보면 늘 안쓰러웠다”며 “이 책의 주인공들이 초과학적 기계인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서 역사를 바꾸려는 노력이 내게는 진지하고 심각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김원중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우리 역사를 뒤집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난 특공대 3인의 한국판 ‘백 투 더 퓨처’라 할 수 있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손에 들었으나 곧 국사, 세계사 책을 옆에 놓고 공부하면서 손에 땀을 쥐고 소설을 읽었다”고 말했다. 한편 ‘가장 찬란했던 제국’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에 이어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한국학과를 졸업하고 TG인터네셔널 대표이사로 있는 권태승의 첫 소설이다. 권태승 작가는 “우리의 절망적인 근세사를 역전하는 상상의 힘은 온전히 작가의 몫이다”며 “교과서를 통해 배운 역사가 아닌 작가의 애국심이 바꿔 놓은 대한제국의 역사를 이 소설을 통해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2030세대를 위한 저축제도 필요하다/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기고] 2030세대를 위한 저축제도 필요하다/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취업난, 전세난, 카드빚···. 오늘을 사는 20~30대 젊은이들을 짓누르고 있는 단어들이다. 입시 지옥을 지나 어렵게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있다. 취직하기도 어렵지만 취직 후 받은 월급으로는 결혼자금이나 전세금을 마련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많은 젊은이들이 아예 저축을 포기하고 소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와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거나 일부 젊은이들의 불성실함으로 질책만 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기성세대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젊은이들이 미래에 희망을 갖고 조금씩 저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저축은 현실을 긍정하고 미래를 착실히 준비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저축을 하게 하는 것, 저축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 이것은 기성세대가 마땅히 힘써야 할 책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젊은이들을 위한 저축제도 하나 따로 마련해 준 것이 있는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젊은이들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거나 빚 부담을 줄여주는 데는 관심을 기울였지만 성실하게 저축하려는 젊은이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일부 리스크를 안더라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저축상품을 선호한다. 따라서 저금리의 적금보다는 적립식 주식형펀드가 훨씬 2030세대에 친화적인 저축상품이다. 주식형펀드는 비록 원금손실 가능성은 있으나 장기투자하면 상당 수준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국회에 관련 법률이 계류되어 있는 장기세제혜택펀드야말로 2030세대를 위한 저축제도로 가장 적합하다. 연간 600만원 범위 내에서 5년 이상 국내주식형펀드에 가입하면 연 24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사람만 가입할 수 있어 가입자는 주로 임금수준이 낮은 2030세대가 될 것이다. 물론 가입 후 임금이 오르더라도 8000만원까지는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한편, 조세감면을 줄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세제혜택 저축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주식형펀드 가입으로 주식거래가 늘어난다면 증권거래세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소득공제에 따른 세수손실은 상당 부분 보전이 가능하다. 장기세제혜택펀드는 일반적인 조세감면과 다른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세제혜택펀드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자본시장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한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보수화되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자본시장이 활성화돼야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궁극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장기세제혜택펀드는 2030세대에게 희망을 안겨줄 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발전과 역동성 회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 [주말 인사이드] 팔각의 철창서 유혈 맞짱…종합격투기에 열광하는 심리는

    [주말 인사이드] 팔각의 철창서 유혈 맞짱…종합격투기에 열광하는 심리는

    괴물 같은 사내들이 팔각의 철창 안에서 싸운다. 주먹이 날고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쏟아진다. 몇 차례 격렬한 충돌 끝에 한 사내가 넘어진다. 그 위로 다른 사내가 올라탄다. 주먹이 쓰러진 사내의 온 몸을 강타한다. 쓰러진 사내가 정신을 잃자 심판이 급히 경기를 멈춘다. 승자는 철창 위에 뛰어올라 포효한다. 경기장을 울리는 관중들의 환호, 정신없이 번쩍이는 수백 대의 카메라 플래시, 고액의 대전료까지 영광은 모두 승자의 몫이다. 패자는 홀로 누워 있다. 비정한 약육강식의 세계, 종합격투기는 마치 정글같다. 종합격투기란 각 종목에 걸쳐 다양한 무술을 수련한 고수들이 ‘최소한의’ 규칙 아래 실력을 겨루는 경기다. 종합격투기의 역사는 제법 길다. 고대 그리스에는 복싱과 레슬링이 결합된 ‘판크라티온’이 있었다. 판크라티온은 물어뜯기, 손가락으로 눈 찌르기를 제외한 모든 공격을 허용했다. 한 사람이 항복할 때까지 경기는 계속됐다. 현대 종합격투기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규칙을 만들었다. 박치기, 성기·후두부 가격 등을 엄격히 금지한다. 5분 3라운드 1분 휴식, 혹은 5분 5라운드 1분 휴식 등 라운드 제도도 도입했다. 정해진 라운드 안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판정으로 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격투기는 여전히 누군가에겐 너무 과격하고 때로는 잔인한 스포츠다. 그런데 이런 거친 종합격투기가 요즘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8월 4일 미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좀비’ 정찬성(26)이 ‘폭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주제 알도(27·브라질)와 페더급 타이틀 매치를 벌였다. UFC 한국 방영권을 갖고 있는 슈퍼액션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HSBC아레나에서 끝난 이 경기를 중계했다. 그런데 당시 시청률은 평균 2.1%, 최고 4.9%(닐슨미디어리서치,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에 달했다. 102만명 이상이 이날 UFC 경기를 1분 이상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경기에서 정찬성은 탈골된 어깨를 끼워 맞추다가 알도에게 일격을 허용, 분패했다. 국내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도 인기몰이 중이다. 2010년 10월 23일 서울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첫 경기 관객은 8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10월 12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13회 경기 관객은 5000명을 넘어섰다. 3년 만에 관객 수가 6배 넘게 는 것이다. 로드FC 관계자는 “내년 10회 이상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1만명 이상 관람할 수 있는 경기도 열 것”이라며 국내 종합격투기 시장의 성장을 낙관했다. 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종합격투기에 열광하게 하는 것일까. “수컷의 본능이죠.” 한국인 최초 UFC 9승의 기록을 세운 김동현(32)은 종합격투기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김동현은 “많은 무도가 있지만 종합격투기야말로 진짜예요. 거의 실전에 가깝습니다”라며 “종합격투기는 강함에 대한 남자들의 동경을 충족시켜 줘요. 남자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슈퍼액션에서 UFC 경기를 중계하는 김대환(35) 해설위원은 ‘순수함’이 대중의 마음을 끈다고 보고 있다. 김 해설위원은 “종합격투기 링 안에서는 자기 자신 외에는 기댈 곳이 없어요. 선수 자신의 실력 외에 잔기술은 통하지 않습니다. 순수하죠”라며 종합격투기의 매력을 풀어놨다. 김 해설위원은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름을 건 도장도 운영하고 있다. ‘폭력의 심리학’의 저자인 김상균(52·백석대학교 법정경찰학부) 교수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종합격투기 인기의 비결로 지목했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복싱 정도의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충분했어요. 요즘엔 달라요. 젊은 세대는 어릴 때부터 학업과 취업에 치입니다. 스트레스 지수가 훨씬 높죠. 더 격렬하고 폭력적인 것, 이를테면 종합격투기 같은 걸 봐야 스트레스가 풀려요”라고 분석했다. 10년째 종합격투기 마니아를 자칭하는 홍운기(32)씨는 “제일 센 무술이 뭘까 하는 호기심에서 종합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태권도 고수랑 쿵푸 고수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는 궁금증이요. 왜 어릴 때는 친구들끼리 많이 싸우잖아요. ‘이소룡이 세다’ ‘아니다, 성룡이 더 세다’ 하면서요”라면서 “그러고 보면 남자들은 참 철이 안 드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종합격투기를 좋아하는 건 대부분 남성이지만 여성 팬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33·여)씨는 “너무 지쳐서 더는 움직일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선수들이 한계를 깨고 그 너머의 무언가를 보여줄 때 정말 멋져요. 그 맛에 종합격투기를 봐요. 격투기 선수들 섹시해요”라며 얼굴을 붉혔다. 그렇다면 부작용은 없을까. 김 교수는 “종합격투기를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됩니다. ‘자기 정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해요. 그러나 폭력적인 경기를 자주 보게 되면 폭력에 대해 둔감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더 폭력적인 것을 찾게 돼요. 인간의 폭력성과 잔인성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거예요”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반론도 있다. 김동현은 “종합격투기가 폭력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런데 폭력적인 게 비단 종합격투기뿐입니까. 영화는, 소설은 어떻습니까. 종합격투기만 비난할 게 아닙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항변했다. 김 해설위원 역시 “종합격투기는 지독한 수련을 거친 프로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엄연한 스포츠입니다. 축구나 농구와 다를 바 없어요. 색안경을 벗고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다시 처음의 팔각 철창 안으로 들어가 보자. 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절망이 철창의 전부는 아니다. 승리를 만끽한 승자가 철창에서 내려와 겨우 정신을 차린 패자를 향해 걸어간다. 승자는 패자의 귀에 위로의 말을 건넨다.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한다. 둘은 포옹한다. 서로 격려한다. 어쩌면 그것은 온 힘을 다해 싸운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종합격투기를 즐기든, 혹은 외면하든 결국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미처 알기도 전에 편견부터 가질 필요는 없다. 종합격투기의 세계가 마치 정글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의 삶은 진짜 정글이다. 철창 안에서 죽을 것처럼 싸운다고 해도 실제로 죽지는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팔각의 철창보다 훨씬 살벌하다. 매일의 삶에 비하면 종합격투기는 그저 하나의 오락일 뿐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10억 빚’ 파산 윤정수 “절망은 없다…잠시 쉬어가는 그림일 뿐”

    ‘10억 빚’ 파산 윤정수 “절망은 없다…잠시 쉬어가는 그림일 뿐”

    윤정수 미니홈피에 “절망은 없다” 개그맨 윤정수(41)가 10억원이 넘는 빚 때문에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미니홈피 글이 화제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윤정수의 채권자는 우리파이낸셜 등 금융기관 뿐 아니라 윤정수의 소속사인 라인엔터테인먼트도 포함됐다. 윤정수는 사업 투자 실패와 빚보증 문제 등으로 10억 원에 달하는 부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윤정수는 지난 1월 SBS 예능프로그램 ‘자기야’에 출연해 “회사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실패해 경매로 18억 규모의 집을 처분했다”면서 “대출이 너무 많아 월 대출이자를 900만원씩 갚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윤정수가 미니홈피에 올린 소개글이 눈길을 끈다. 윤정수는 미니홈피에 “절망은 없다. 인생이란 잠시 쉬어가는 그림일뿐.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할뿐이다”라는 글을 올려놓았다. 네티즌들은 “윤정수 씨 힘내세요”, “윤정수 씨 어떻게 하다 파산까지 왔을까” 등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네티즌 “테러 옹호 CNN 꺼져라”

    중국 당국이 지난달 28일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차량돌진 사건을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 세력에 의한 테러로 규정한 것에 이의를 제기한 미국 뉴스채널 CNN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반대 서명 운동을 당하는 등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민족주의 성향의 뉴스 포털 중화망(中華網)의 중화논단 카페에서 ‘CNN은 중국에서 꺼져라’라는 구호를 내세운 CNN 반대 만인 서명 운동 참여자가 6일 현재 10만 700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CNN 공격은 이 매체가 사건 발생 직후 4일 뒤인 지난달 31일 인터넷판에서 ‘테러인가, 아니면 절망적인 외침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실은 게 발단이 됐다.미국 조지 워싱턴대 션 로버츠 교수의 이름으로 실린 이 글은 차 안에 폭발물이 없었고 범인들이 총도 휴대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사건이 테러였다는 당국의 발표를 사실상 부정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선전 당국이 이번 서명을 주도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절망대교’ 한강대교도 희망을 입었다

    ‘절망대교’ 한강대교도 희망을 입었다

    ‘오늘도 자신에게 수고했다, 수고했다 다독거려 주세요.’ 체조요정 손연재 선수가 자살을 생각하고 서울 한강대교를 찾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말이다. 서울 마포대교에 이어 한강대교가 생명의 다리로 탄생했다. 서울시는 한강대교를 손 선수와 배우 이효리, 성악가 조수미, 야구선수 추신수 등 사회 명사 44명이 직접 쓴 위로의 문구를 쓴 스토리텔링형 ‘생명의 다리’로 꾸몄다고 5일 밝혔다. 2009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5년간 한강 다리에서 일어난 투신사고는 모두 900여건. 마포대교(110명)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한강대교(64명)였다. 따라서 시는 절망의 순간에 관심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자살 예방에 나선 것이다. 위로 메시지는 노량진과 용산을 오가는 한강대교 양방향 1680m에 연이어 펼쳐지며 보행자의 움직임에 따라 노출된다.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유명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위기가 깊을수록 반전은 짜릿하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내 인생의 반전 드라마는 끝내 완성되어야 한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가수 이효리는 ‘사람들의 시선 그리 중요한가요. 망쳐가는 것들 내 잘못 같나요. 그렇지 않아요. 이리 와 봐요. 다 괜찮아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이 밖에 만화가 허영만, 화가 육심원, 한젬마, 양말디자이너 홍정미씨 등 9명은 다리 난간에 그림과 메시지를 함께 담았으며 8개 대학 80여명의 예술 전공 학생들이 제작한 희망조형물 8점과 사랑과 응원의 말을 전하는 버스정류장, 생명의 전화 등도 설치됐다. 시 관계자는 “손연재 선수 등이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로 단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면서 “앞으로도 시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39년전 佛 유학 때 인연 맺은 지사 부인 만나

    프랑스를 공식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39년 전 프랑스 유학 당시 인연을 맺은 프랑스 유력 인사의 부인을 만나 옛 추억을 되살리는 등 개인적으로 각별한 하루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숙소인 르그랑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1974년 유학 당시 자신을 각별히 배려해 준 이제르주 전 지사의 부인 보드빌과 만나 환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프랑스 그르노블로 유학 왔을 때 각별하게 대해 준 당시 지사의 미망인이 박 대통령을 보고 싶어 했다”고 만남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직후 프랑스 동남부의 그르노블대학에서 어학 과정을 공부했다. 당시 보드빌의 남편은 지역 행정 책임자로서 박 대통령의 유학 생활에 적지 않은 신경을 써 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출간된 박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도 당시 프랑스 현지 하숙 경험과 외국인 친구들과의 일화 등 유학 시절 생활이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다. 앞서 파리 메데프회관에서 열린 한·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프랑스어로 20여분간 진행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향한 양국의 노력을 하나로 모은다면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문화, 기술과 산업이 만나는 창조적 융합을 통해 양국의 창조경제를 구현하고 미래의 경제 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프랑스어 연설은 한국이 프랑스에 보이는 관심을 대변해 주는 것이란 반응을 보였고 일부 참석자들은 박 대통령의 완벽한 프랑스어 구사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서는 의회 연설 전체를 영어로, 중국 방문 때는 대학 강연 일부를 중국어로 진행해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문화산업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의 문화 역량과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한국의 첨단 정보기술(IT) 간 만남을 통해 양국 문화산업이 크게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피에르 가타즈 프랑스 경제인연합회 회장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양국 경제인 200여명이 참석했다. 프랑스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박 대통령은 이날 밤 전용기편으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로 국빈 방문을 하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다. 파리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역사평설 병자호란’ 펴낸 한명기 명지대 교수

    [저자와의 차 한잔] ‘역사평설 병자호란’ 펴낸 한명기 명지대 교수

    알다시피 병자호란은 1636년 12월 9일 시작해 1637년 1월 30일 종료된 청의 조선 침략 전쟁이다. 이에 앞서 조선은 1592년 임진왜란, 그리고 1627년 정묘호란을 겪었다. 그리고 병자호란 때 청의 가공할 전투력을 감당하지 못한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45일 만에 항복했다. 삼전도(三田渡)에서 인조는 청 태종에게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즉 세 번 절하면서 세 번씩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치욕적인 행위를 했다. 백성들은 더욱 처참했다. 50만명에 이르는 조선인이 청에 끌려가 노비로 전락했다. 비싼 속환가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오기도 어려웠지만 돌아온 후에는 ‘화냥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렇게 병자호란은 백성들에게 돌아갈 조국마저 앗아갔다. 그렇다면 역사 속의 한 과거, 당시와 현재의 상황은 정녕 다른 것일까. 역사학자 한명기씨는 ‘역사평설 병자호란’(푸른역사)을 통해 “병자호란은 과거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일 수 있으며 결코 오래된 미래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반추해야 할 G2 시대의 비망록”이라고 강조한다. “17세기 초반이나 지금의 한반도는 지정학적 조건이 비슷합니다. 강대국 입김에 의한 ‘끼인자’이거든요. 지금의 전작권 문제, 미국 일본 간의 밀월관계, 중국의 견제 등의 상황이 그러합니다. 정치적으로 미국을 바라봐야 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바라봐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격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격변의 핵심은 중국의 부상이라고 정의한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정치·군사적으로도 미국에 버금가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미래를 좌우할 태풍의 눈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일본은 부산하다. ‘떠오르는 중국의 행보를 예측하지 못하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병자호란 무렵처럼 국제질서의 판이 바뀌던 시기, 우리 선조들이 보였던 대응의 실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한다.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기 위해, 나아가 ‘선택의 기로’로 내몰리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성찰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맹자의 구절을 인용한다. “7년 된 병에 3년 된 쑥을 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달 묵은 쑥조차 없어 당장 죽어 가는 환자의 절박한 처지에서 보면 ‘3년 묵은 쑥’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일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쑥을 구해 놔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못 먹더라도 다음 세대는 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치권이나 나라를 이끄는 리더들이 합의점을 도출해 쑥을 구해야 하는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정파적 이익만 추구하고 있습니다.” 377년 전 병자호란 당시 추위와 굶주림 속에 절망과 슬픔을 곱씹으며 심양으로 끌려가야 했던 수많은 선인들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 책은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했던 글에 새로 내용을 첨가한 것이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모르는 남자에 신장 제공한女, 그 남자와 결혼

    모르는 남자에 신장 제공한女, 그 남자와 결혼

    잘 모르는 남자에게 신장을 제공한 여성이 그 남자와 결혼하는 마치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덴빌에서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이 결혼식이 화제가 된 것은 이들 커플이 신장을 나눈 사이이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카일 프롤리히(23·남자)와 첼시 클레어(26).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9년 한 자동차 박람회에서 였다. 당시 프롤리히는 신장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해 이식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보내던 환자였다.   가족들과 친척은 물론 장기기증센터에서도 적합한 신장을 찾지못한 그는 삶의 한가닥 희망을 안고 살다가 하늘이 내려준 ‘인연’을 만났다. 프롤리히의 친구의 친구였던 클레어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선뜻 자신의 신장이 적합하면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후 이루어진 검사에서 놀랍게도 적합 판정이 떨어졌다. 그러나 클레어가 신장을 제공하는 과정은 평탄치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와 인연을 끓을만큼 가족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 그러나 클레어는 고집을 꺾지 않고 프롤리히에게 신장을 제공했고 결국 이식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술 직후 서로의 안부를 물을만큼 각별했던 두 사람은 이후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졌고 결국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클레어는 “처음 프롤리히를 만날 때 부터 내 신장을 줘야 한다고 느꼈다” 면서 “이제 우리는 완벽히 하나로 묶였다”며 기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청소년 술·담배↓ 정크푸드 섭취↑

    청소년 술·담배↓ 정크푸드 섭취↑

    중·고등학생들이 예전보다 술·담배는 멀리하고 운동은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 섭취는 계속 늘고 있어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질병관리본부가 24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보건복지부, 교육부와 함께 전국 중고생(중1~고3) 7만 2000여명을 대상으로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를 지난 6~7월 진행했다. 조사 결과 흡연율(최근 한 달 하루 이상 흡연자 비율)은 9.7%로 지난해(11.4%)보다 1.7% 포인트 떨어졌다. 음주율(최근 한 달 한 잔 이상 음주자 비율)도 지난해(19.4%)보다 3.1% 포인트 낮은 16.3%였다. 2007년과 비교하면 흡연율은 3.6% 포인트, 음주율은 11.5% 포인트 줄었다. ‘1주일에 사흘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을 한다’고 답한 청소년은 35.9%였다. 지난해(33.6%)와 2007년(29.9%)과 비교하면 각각 2.3% 포인트, 6.0%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여학생은 1년 사이에 19.5%에서 23.4%로 3.9% 포인트나 올라갔다. 조사 대상 청소년들은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는 갈수록 가까이하고 채소는 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세 번 이상 탄산음료를 마시는 청소년은 25.5%, 세 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청소년은 13.1%로 지난해보다 각각 1.2% 포인트, 1.6% 포인트 상승했다. 하루 세 번 이상 채소를 먹는 청소년은 조사 대상의 16.6%에 불과했다. 1년 전 조사 당시보다 0.5% 포인트 낮아졌다.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절망감을 느낀 청소년은 열 명 가운데 세 명이나 됐다. ‘최근 1년 사이 2주 동안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사람’의 비율(우울감 경험률)은 30.9%나 됐다. ‘1년 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사람’의 비율(자살 생각률)은 16.6%로 지난해보다 1.7% 포인트 떨어졌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이석채 회장 퇴진 압박 수순? 잇단 악재에 기업사기 ‘바닥’

    22일 검찰이 KT 본사와 이석채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 회장을 출국금지하자 KT 측은 당혹감과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이번 주 금요일 출국이 예정된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 참가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KT는 사태가 다른 방향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 전방위로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KT는 일단 이번 압수수색이 참여연대의 두 차례 고발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KT 측은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진 뒤 “참여연대의 고발 건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간 정상적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해 왔으며, 검찰 조사에도 성실히 응해 왔다”고 답했다. 검찰 역시 압수수색 이후 “고발 사건 2건과 관련해 자료 제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압수수색을 한 것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벌써 업계에서는 “정권 교체 당시부터 예정된 수순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정권 차원의 이석채 회장 ‘퇴진 압박설’과의 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특히 경영 행위와 관련된 배임 혐의로 고발을 당했음에도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이 회장 자택이 포함되고 출국금지까지 돼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KT는 최근 실적부진 속에 각종 악재가 이어지며 사기가 땅밑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KT는 지난 7월 보조금 과잉 경쟁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단독 영업정지라는 ‘본보기 처벌’을 받은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지하철 스마트몰 사업과 관련해 입찰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71억 4700만원의 과징금 조치를 받았다. 여기에 검찰 수사까지 본격화되면서 KT는 시민단체 공격, 정부 차원 제재 등 전방위로 치이는 모양새가 됐다. 당장 KT는 아프리카 관련 사업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KT는 르완다 정부와 손잡고 르완다 전역에 롱텀에볼루션(LTE) 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 28~31일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열린세상] 이웃 나라를 대하는 자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이웃 나라를 대하는 자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발언이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회견 도중 “아시아 국가에는 중국, 한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발언을 한 것이 단초였다. 지난 8월에도 나치식 개헌을 운운하다가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요즘의 일본 지도부들의 사고방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주변 국가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는 한국과 중국, 일본 사이의 오랜 갈등과 치열한 분쟁으로 얼룩져 왔다. 북한의 호전성은 차치하더라도, 세 나라 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동아시아의 역사를 오욕과 절망으로 가득 채워 왔다. 냉전이 종식된 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위험과 불안으로 위태위태하다. 자본주의의 세계화에 따른 교역과 인적 교류의 증가에도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정치적 관계는 가히 ‘험악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악화돼 왔다. 일본의 우경화는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유럽을 보자. 벌써 27개 국가가 유럽연합에 가입해 있고, 회원국 수는 더 늘어날 기세다. 평화를 향한 유럽인들의 열망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 지역보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상태에 접어들었다. 경제위기와 지역 간 불균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유럽에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지구 상에서 가장 앞선 형태의 정치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영토분쟁과 민족주의의 배타성에 신음하는 동아시아 입장에서는 너무나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종결된 이후 70여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유럽과 동아시아는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두 지역 한가운데에 독일과 일본이라는 전범국가가 자리 잡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전후 처리과정에서 연합국의 군사적 지배를 받았지만 미국의 동맹국가로 거듭나면서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과 국가재건을 이루었다. 지금은 모두 국제사회의 주도적인 구성원으로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역내에서 차지하는 두 나라의 정치적 입지는 동일하지 않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주도적 역할을 맡아 왔지만, 일본은 동아시아 갈등의 핵심을 파고들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엇갈린 역사적 궤적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운명을 크게 좌우하고 있다. 1970년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유대인 기념비 앞에서 과거사를 반성했던 일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큰 감회를 불러 일으켰다. 무릎을 꿇고 있는 독일 총리의 사진 한 장, 독일의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 독일인들은 전범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활발한 논의를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21세기 접어든 지금 일본의 행보는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 이웃 나라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은 채 일방적으로 평화헌법 개정을 논하면서 군사 대국화를 도모한다. 그 끝은 어디인가? 유럽연합이 부흥하게 된 배경에는 독일의 진정한 반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의 상흔을 아우름으로써 협력을 위한 상호 이해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인들의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이웃 나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치유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릎 꿇은 브란트처럼 진정한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1885년 일본의 지식인 후쿠자와 유키치는 서구와 같은 문명화를 달성하기 위해 막부체제를 종결해야 한다고 외쳤다. 유교사상에 물들어 개혁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중국이나 한국은 ‘나쁜 이웃’이기 때문에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탈아입구(脫亞入歐)론’의 핵심이었다. 이후 일본은 근대화를 거쳐 군국주의로 치달았고 서양세력에까지 도전장을 내밀다가 철퇴를 맞았다. 13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다시 ‘나쁜 이웃’을 멀리 하면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이웃 나라를 삐딱하게 바라보았던 후쿠자와의 망령이 아소를 비롯한 일본 지도층 주위를 여전히 맴도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 [MLB] Ryu, ‘대역전의 신화’ 던지나

    [MLB] Ryu, ‘대역전의 신화’ 던지나

    클레이튼 커쇼(25·LA 다저스)가 류현진(26)을 마운드에 다시 세울까. 커쇼는 19일 오전 9시 30분(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세인트루이스와의 미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선승제) 6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2승 3패로 벼랑 끝에 선 다저스 구하기의 선봉에 선다. 에이스 커쇼가 승리를 이끌면 다음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최종 7차전은 류현진이 책임진다. 류현진은 지난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팀을 구했다. 선발 상대인 다승왕(19승9패) 애덤 웨인라이트에게 충격의 포스트시즌 첫 패배까지 안겼다. 류현진이 2승을 챙겨 팀을 25년 만에 월드시리즈로 이끈다면 챔피언십 최우수선수(MVP)도 기대할 수 있다. 커쇼는 메이저리그의 최고 투수로 꼽힌다. 2011년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올 시즌도 수상이 유력하다. 3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 커쇼는 지난 2차전에서 타선의 불발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6이닝 2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진가를 입증했다. 텍사스 출신인 그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번으로 다저스에 지명받았다.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눈부신 호투를 이어가며 최고 투수로 우뚝 섰다. 좌완으로는 드물게 빠른 공에 제구력, 기교까지 모두 갖춰 약점이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선발 맞상대는 2차전에서 충돌했던 루키 마이클 와카(22). 2차전에서 6과 3분의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우완 와카는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한 번씩 마운드에 올라 모두 승리했다. 두 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0.64. 역시 텍사스 출신인 와카(198㎝)는 타점 높은 강속구가 일품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9번으로 세인트루이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6월 빅리그에 올라 정규시즌 4승 1패, 평균자책점 2.78로 주목받았다. 이후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점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지에서는 커쇼를 앞세운 다저스가 7차전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결국 둘 중 누가 득점, 불펜 팀 지원을 더 받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6~7차전은 양팀의 화려한 선발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며 피말리는 선발 싸움을 예상했다. 그러면서 “커쇼와 류현진을 앞세워 다저스는 남은 경기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1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의 챔피언십에서 3승 1패로 앞서다 3연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커쇼와 류현진이 다시 세인트루이스에 절망을 안길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날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5차전에서는 보스턴이 홈팀 디트로이트를 4-3으로 꺾고 3승 2패를 기록, 6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겼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10월의 문화 산책/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10월의 문화 산책/안혜련 주부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인터뷰가 시선을 끈 것은 ‘끝이 싫은 영화는 만들기도 싫어’라는 큰 기사(서울신문 10월 8일자 20면) 제목 때문이었다. 가족 이야기에 집중해 온 그는 이번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6년간 키워온 아들이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료타의 이야기를 한다. 성장 과정을 함께한 아들과 친자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가정의 대비를 통해 진정한 아버지의 의미를 담아보려 했다는 그는 이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목욕을 마친 아이를 부모가 수건으로 닦아주는 장면처럼 일상이 갑자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이 되는 것을 느낄 때, 그는 그 장면을 찍고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술을 하는 영화감독이 아닌, 따뜻한 한 인간을 만나는 감동이 신선함과 함께 다가왔다. 나 역시 끝이 싫은 영화는 보기 싫다. 고통스럽고 잔인한 영화도 보고 싶지 않다. 힘들고 지치고 고통스러운 현실은 이제 그만, 영화 스크린에서는 사랑스럽고 애잔하고 좋은 이야기를 보고 싶다. 젊고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 보는 재미가 스토리 따라가는 재미를 앞설 때도 있으니, 나이가 들기 때문일까 심장이 쪼그라들어서일까. 가족 이야기마저 외부 혹은 내부의 폭력으로 파괴하고 와해시키는 최근의 우리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는 선하고 착한 이야기에서는 감동받지 못하나’라는 의문이 드는 중이었다. 인간은 때로 심장소리가 들릴 때까지 끝까지 가는 것에서 존재 의미를 찾는 것 같다. 삶에서 일에서 사랑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순수하지 않다는 듯, 마치 진실하지 않다는 듯. 폭력의 미학이라는 말도, 순수악이라는 말도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미학이라는 말로 치장하고 위장해도 폭력은 폭력일 뿐이고 악은 악일 뿐, 순수도 또 다른 선도 아니다.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수많은 선과 악, 사랑과 증오의 감정 중에서 요즘 들어 특히 악이나 증오가 영화나 드라마의 주된 소재나 주제가 되는 이유가 무얼까? 선과 사랑마저 폭력적으로 그려지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가 과거보다 더 잔인하고 파괴적인 인간이 되어 그런 것을 더 원하게 된 것일까?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그렇지 않다는 답을 알려줄 것 같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보여줄 것 같다. 깊어가는 이 가을, 심수관 도예전도 관심을 끈다. 서울신문에 선을 보인 작품들(10일자 20면)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15대 심수관은 인터뷰(7일자 2면)에서 여러 가지 시도, 그 모든 것이 혁신이며 그런 혁신이 축적되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때 전통이 된다고 그리고 심수관가의 전통은 그런 노력을 해온 혁신의 축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말하고 표현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고 하는데, 옛것에서 출발해 새것을 만들어 내는 그 어렵고도 어려운 일은 그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고민인 것 같다. 간송미술관의 ‘진경시대 화원전’을 소개하는 단원과 혜원의 그림(9일자 17면)도 이리 매혹적이니 안 가볼 도리가 없을 것 같고, 서울택리지 기사에 나온 200년 전 한강(11일자 23면)은 이곳이 어딘가 싶을 정도로 고즈넉한 모습이다. 200년 전 한강에서 2013년 예술의전당 도예전까지, 신문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만나는 가을의 정취가 좋다.
  • [주말 영화]

    ■독립영화관 부산국제영화제 기획-미스진은 예쁘다(KBS1 토요일 밤 1시 5분) 그녀의 호화로운 바깥살이에 은근슬쩍 군식구가 꼬이기 시작한다. 부산 동래역 주변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철도 건널목 지킴이 수동 앞에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이 나타난다. 한 손에는 꼬마 여자아이의 손을 꼭 쥐고 다른 손에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니는 미스 진과 매사가 시끄럽고 불안한 알코올 중독자 동진의 등장으로 수동의 잔잔한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다. 같은 공간에 있다가 남모르게 정이 들어버린 이들은 밥을 같이 먹고 함께 어울리며 조금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간다. 그러나 수동과 미스 진 무리를 못마땅해하는 역장은 어떻게든 그들을 쫓으려 하고, 꼬마를 아동보호센터에 인계하려고 복지사들을 부르는데…. ■5쿼터(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재능 있는 대학 미식축구 선수인 형 존을 동경하던 15세 소년 루크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한다. 모두가 힘들어하던 그때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권유받게 된다. 평소 사랑이 많았던 루크는 5명의 사람을 살리고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막내아들을 떠나 보낸 가족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존은 학교 코치들의 도움과 응원 으로 막내동생의 마음과 그의 희생을 평생 기억하기로 마음먹으며 강한 훈련에 임한다. 그리고 등번호를 동생이 달았던 5번으로 고쳐 달고, 마지막 4쿼터를 5쿼터라 부르며 팀의 정신적 지주로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낸다. 존이 속한 팀은 만년 하위권이었지만 놀라운 투지와 정신력으로 리그를 휩쓸어가기 시작한다. ■댄 인 러브(OBS 토요일 밤 10시 15분) 사춘기 세 딸을 키우는 댄은 홀로 행복한 가정 꾸리기에 여념이 없는 4년차 싱글 대디다. 지역 신문에서 가정 상담 전문 칼럼을 쓰며 독자들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하는 그이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은 꼬여만 간다. 딸들의 연애는 진짜 사랑이 아닌 반항심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더 과잉보호를 하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 마리에게서 참으로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사랑의 설렘을 만끽할 틈도 없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마리가 댄의 꽃미남 동생 미치의 여자 친구라는 사실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과 달리 댄의 마음속 불꽃은 쉽게 꺼지지 않고 마리 또한 댄의 순수한 매력에 조금씩 빠져든다. 그러던 중 댄과 마리는 둘의 키스 장면을 극성맞은 딸들에게 들켜버린다.
  • 베스트 셀러 ‘천로역정’ 10일 연극무대에 올려져

    베스트 셀러 ‘천로역정’ 10일 연극무대에 올려져

    베스트 셀러인 ‘천로역정’(天路歷程)이 10일 서울 창덕궁 옆 북촌아트홀 연극무대에 올려진다. 천로역정은 한국의 근대 첫 번역소설이며, 영미문학사에서 성경 다음으로 인기있는 작품이다. 꿈의 형식을 빌려 영원한 목표를 찾아가는 순례자의 여정을 비유와 상징으로 풀어낸다. 천로역정은 북촌아트 홀의 고전시리즈 첫번째 작품이다.‘믿음과 소망의 길에 서다’로 부제를 붙인 이 연극은 원작자인 존 번연의 주옥 같은 시구들이 10여곡의 노래로 창작돼 순례자들의 여정으로 펼쳐진다. 등장 인물들이 믿음과 소망, 사랑, 분별 등의 캐릭터로 사용돼 원작에 익숙한 독자에게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전체 공연은 우화와 환타지 음악으로 표현돼 청소년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이해 폭을 넓혔다. 필그림 역은 성악가 출신의 배우 이지성이 맡았다. 그는 “긴 여정의 인생길을 걷다보면 힘들고 낙심하고 절망할 때도 많지만 참고 견디면 좋을 때도 있다는 점을 연극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 기간은 10일~12월 31일.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3시·6시(일·월요일 공연 없음). 10세 이상 관람가. 공연가는 3만원이지만 학생 및 단체, 장애인, 경로자, 국가유공자는 할인된다. 후원은 홍성사와 기아대책·다문화가정문화지원단. 문의 02-988-2258.정기홍 기자 hong@seoul.co.kr
  • [암을 말하다-간암(하)]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센터 교수

    [암을 말하다-간암(하)]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센터 교수

    흔히들 간암(간세포암)을 두려워하지만 이보다는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더욱 절실하다. 특히 간암은 기존 3대 암치료법으로 통용되는 수술과 방사선 및 항암제 치료 외에 색전술이나 고주파치료·알코올주입술 등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가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다. 따라서 미리 절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으며, 민간요법 등으로 시간을 버리거나 간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의들은 간 건강을 회복하기 어렵다면 이식을 염두에 두고 미리 조직신청을 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 기증자가 많지 않아 대기기간이 의외로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간암 치료와 관련해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센터 이승규 교수, 간센터 김기훈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간암 치료에 어떤 방법들이 적용되는가. -크게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눈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간동맥 화학색전술·고주파열치료·알코올주입술 등이 있고, 수술적 치료에는 간 절제와 간 이식이 있다. 일반적인 암 치료는 수술·방사선·항암제 치료가 기본이지만 간암은 수술적 절제술·화학색전술·고주파열치료·알코올주입술 등이 근간이며 상황에 따라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치료방법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가. -간암이 진단되면 종양의 크기·위치·침범 정도와 환자의 간 기능 등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계획을 세운다. 간암은 대부분 정상 간이 아니라 간경변증이 있는 간에서 생기므로 치료가 쉽지 않다. 이런 간암은 재발을 줄이기 위해 주변의 정상 간 부위도 상당 부분 같이 절제하는데, 간경변증이 있으면 간 기능이 떨어져 절제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간암의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행 정도 등 암의 상태와 간 기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각 치료방법이 적용되는 임상적 상황을 설명해 달라. -초기 암이 크지 않고 간 기능이 좋다면 절제수술이 보편적이며, 이 경우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진행은 심하지 않으나 간 기능이 나쁘다면 간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많이 진행됐거나, 진행은 심하지 않으나 간 기능이 나쁘다면 화학색전술·고주파열치료·알코올주입술 등을 시행한다. 화학색전술은 간암이 다발성이거나 환자의 간 기능이 절제수술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나쁠 때 적용한다. 고주파열치료는 암의 직경이 3㎝ 이하이거나 개수가 3개 이하이고, 환자의 전신상태로 미뤄 절제가 어려울 때 좋은 치료 대안이다. →각 치료방법의 특징도 짚어달라.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는 병변을 포함해 암 주변의 문맥분지가 작용하는 영역을 광범위하게 잘라내는 근치적 절제이다. 이 경우 외과적 원칙은 환자의 간 기능과 간 재생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병변 부위를 최대한 많이 절제해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다. 간이식수술은 암은 물론 간경변과 간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며, 수술이 어려울 만큼 간 기능이 악화된 경우에 적용한다. 화학색전술은 전체 간암 환자의 30∼40%가 대상이며, 문맥에서 연결되는 혈류가 정상일 때 적용한다. 최근 선호되는 고주파열치료는 전이가 없고 절제가 불가능할 때 적용한다. 하지만 CT나 MRI에 보인 결절이 초음파상에 나타나지 않으면 적용이 어렵다. 알코올주입술은 순수한 알코올을 암조직에 주입해 암세포를 괴사시키며, 방사선 치료는 암이 많이 진행돼 혈관에 종양 혈전이 있거나, 주변 임파선이나 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 시행한다. 항암제 역시 암이 폐 등으로 전이되어 다른 치료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 사용한다. →각 치료법의 병기별 예후와 한계도 짚어 달라.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간암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1년 생존율은 90%, 5년 생존율은 75%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간 이식은 간 기증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간 기능이 좋은 환자라면 간 절제를 먼저 고려한다. 이 경우 생존율은 암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간 절제 후 5년 생존율이 55∼65%로, 간 이식과 큰 차이가 없다. 화학색전술로는 대상 환자의 20∼40%에서 종양의 완화와 생존 기간의 연장을 기대할 수 있으며, 전체의 10% 정도는 5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고주파열치료의 경우 3㎝ 이하의 작은 간암에서 80∼90%, 3.5∼5㎝ 크기의 간암에서는 50∼70%가 완전괴사가 가능하다. 알코올주입법은 종양이 비교적 작을 때 유용하나, 출혈이나 복수가 있거나 전이 상태에 따라 접근이 어려운 위치에 있으면 적용이 어렵다. →각 치료법의 경과와 합병증은 어떤가. -간암은 간문맥 혈류를 따라 전이하기 때문에 간절제술 과정에서 암세포가 주변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간암을 건드리기 전에 먼저 간문맥 혈류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중에는 과다출혈이나 혈관 파열 등의 합병증이 있을 수 있고, 수술 후 지혈이 안 되거나 간 부전이 올 수도 있다. →간암 치료의 최근 흐름도 소개해 달라. -최근에는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확산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고도의 정밀도가 필요해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절개 부위가 작아 출혈과 통증이 적고, 회복기간도 빨라 환자에게는 이득이 많다. 일반적으로 암의 크기가 5㎝ 이하이고, 병변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어야 적용이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장비와 치료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이런 한계를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 로봇 간절제술도 활성화되고 있는데,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300개 사례가 넘는 복강경 및 로봇 간절제술 중 147개 사례의 간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간암과 관련한 정책적 문제는 없는가. -간암 예방을 위해서는 간염 환자들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국가 암검진사업에서 40세 이상 고위험군에 대해 매년 복부초음파를 권고하고 있지만 수검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수검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하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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