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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안의 또다른 나 심장에 대한 연민은 노년에 깨달은 삶의 선물

    내 안의 또다른 나 심장에 대한 연민은 노년에 깨달은 삶의 선물

    “오늘 나는 생산이 줄어든 노년기 문인이면서, 그러나 여기에도 생의 오묘함과 은혜로움이 넘치고 있다는 그런 신념에 젖어 있다.” 김남조(87) 시인은 스스로를 ‘노년기 문인’이라 일컫는다. 하지만 시인의 최근 행보는 이를 간단히 부정한다. 첫 시집 ‘목숨’(1953) 출간 60주년인 지난해 펴낸 ‘심장이 아프다’가 제25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제자·후배 문인들은 고갈을 모르는 그의 감수성과 창작열을 동경한다. 28일 서울의 한 찻집에서 만난 시인은 “지금에야 들리는, 소리를 낮춘 밀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오래된 풍금이 처음의 낭랑함은 잃어도 낡으면서 깊어지듯, 노년에 이르러 느끼는 감도(感度)는 더 깊고 간절하다는 시인의 고백이 낮게 울렸다. “고음보다는 저음, 땡볕보다는 으스름한 조명이 좋죠. 젊은이들은 배낭을 메고 천하를 누비지만 노인들은 한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요. 그때 피부를 뚫고 뼈에까지 닿는 볕을 느끼는 감도, 감동은 적은 게 아닙니다. 사람은 마지막까지 줄어들지 않는 감동의 분량이 있어서 늙어선 늙은 나름으로 가슴 안에 끌어모으는 것이 있지요. 삶의 은혜, 삶의 선물이랄까요.” 수상 시집 ‘심장이 아프다’는 실제 심장의 아픔이 낳은 시편들이다. 지난해부터 심장 질환으로 호흡 곤란 등을 겪은 그는 불과 한 달 전에도 대동맥 판막 협착증으로 20여일을 꼬박 병원에서 누워 지냈다. 때론 심장 박동이 멎기도 했지만 현재는 호전돼 회복 중이다. “이 나이로서는 상당히 심각하고 어려운 터널을 지나왔다”면서도 시인은 “자칫하면 못 읽고 지나갈 뻔했던 삶의 교과서를 읽는 게 참으로 좋았다”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내 심장은 식민지 시절부터 80여년의 생애를 지탱해 오면서 과로했고 이번 시집을 쓰면서도 내내 감정이 가동된 상태라 너덜너덜 소모됐습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인 심장이란 존재에 대한 연민과 측은함으로 시를 써내려 갔어요. 최신 의학으로 육체가 치유되면서 내면의 창문이 더 많이 열렸어요. 깊이와 높이, 어둠과 빛, 기쁨과 슬픔 등 일생 동안 써 오던 언어의 뿌리까지 새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시집에서 시인은 시를 ‘혈서’에 비유하는가 하면, ‘절망적인 희망’이라고도 불러본다. 콩트나 산문으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에게, 평생을 매달려온 시란 어떤 존재일까. 그는 “시는 내가 피할 수 없는 나의 진정한 적자”라는 간명한 답을 돌려줬다. 과거 그의 시에 담긴 정서가 다감하고 아름다웠다면, 현재의 시는 화려한 말을 뽑아낸 대신 웅숭깊은 진심과 서정을 담아낸다. 노시인은 시를 쓰는 이들이 일상의 거리 곳곳의 생활인들에게 은혜를 입은 존재임을 되새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길에 나가 보면 시인이 느끼는 이상으로 감성을 느끼되 시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삶에는 역할이 나뉘기 때문에 그는 식당에서 일하더라도 그의 말, 그의 눈짓은 내게 하나의 촉매 작용으로 시로 다가옵니다. 나는 그가 주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그의 차를 타기도 하면서 그들의 말을 뜨개질처럼 짜서 그들의 몸에 다시 입혀 줍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운명으로 이어져 있어요.” 충만한 문학적 이력을 이어온 시인이지만 그 역시 뒤를 돌아볼 때가 있다. ‘내 문학은 심약하고 겁이 많았었구나’(버린 구절들의 노트) 하고 회고하면서. “작가가 문학 속에서 다 정직한 건 아니에요. 사랑에서도 어떤 부분은 가다듬고 외출복을 입혀 문밖에 내놓고 어떤 부분은 피투성이가 돼서 상처를 핥으며 가련한 동물처럼 뒹굴잖아요. 문학 역시 늘 전적인 진실, 정직을 담지는 못하고 햇볕에 내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적나라한 것만이 문학의 바른 면은 아닐 테죠. 요즘은 초월성에 대한 기도, 극복의 미학을 이루는 것에 더 시선이 갑니다.” 김달진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시인에게 “부디 오래도록 선생만의 시적 연금술을 통해, 우리에게 한없는 위안과 감동을 주시라”고 당부했다. 시인은 겸허히 화답했다. “길지 않기에 더 소중한 노년에 깨닫는 삶의 선물, 그때라야만 듣는 낮은 목소리를 쓰고 싶다”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지금 필요한 건 ‘세계감’… 세계와 나 온전히 느끼는 감성의 회복이 과제다”

    “지금 필요한 건 ‘세계감’… 세계와 나 온전히 느끼는 감성의 회복이 과제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오래된 기도) 이문재(55·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시인이 품고 있던 ‘오래된 기도’가 시어로 흘러나왔다. ‘제국호텔’ 이후 10년 만에 펴낸 다섯 번째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이다. 한국 생태시의 대표 시인으로 불리는 그의 이번 시편들은 만물을 하나로 잇는 깊고 넓은 사유로 또 하나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시인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관(世界觀)이 아니고 세계감(世界感)이다. 세계와 나를 온전하게 느끼는 감성의 회복이 긴급한 과제다. 우리는 하나의 관점이기 이전에 무수한 감점(感點)이다”라며 지식, 정보가 득세하는 시대에 감정과 감성의 회복을 주문한다. “결국 시라는 것은 관계를 재발견하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나와 타인, 나와 우주, 나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이런 관계들이 다 깨져버린 시대가 아닌가. 이렇게 파편화된 관계를 우리가 재발견하고 재구성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어떤 경우에는/내가 이 세상 앞에서/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어떤 경우에는/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어떤 경우에도/우리는 한 사람이고/한 세상이다.’(어떤 경우) 그의 시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아포리즘’(인생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압축한 짧은 글, 잠언)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아포리즘은 대중성의 표지로 간주되지만 이문재의 아포리즘은 특정한 유형의 인식을 생산해내는, 좋은 아포리즘”이라고 짚는다. 지난 10년간 “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않고 시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라고 묻곤 했다. 시를 나 혹은 너라고 바꿔보기도 했다”는 시인은 천지간 모두가 ‘맨 앞’에 자리하고 있다는 인식에 이른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공부, 취직의 이유가 현재에 있는 게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경제적 기준 등 다 미래에 가 있어요. 지금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장소, 그리고 나. 이렇게 시간·공간·주체 세 개가 일치되는 삶이 가장 온전한 삶인데 이게 다 분리돼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요. 나란 존재가 누구 옆이나 뒤가 아니라 ‘지금 여기 맨 앞’이란 의식을 가지면 가만있지 않고 뭔가 (행동)하게 되지 않을까요.”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지금 여기가 맨 앞)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설] 세월호 수습도 못했는데 터미널 화재라니

    어제 경기 고양시의 대형 다중이용시설인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6명이 숨지고 수십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에 고개 숙이며 ‘안전 대한민국’ 건설을 외쳤건만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에 이어 급기야 또다시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화재는 어제 오전 9시쯤 터미널 지하 1층 푸드코트 인테리어 공사 중 용접 불꽃이 현장의 가연성 자재에 튀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형 마트와 복합상영관 등이 들어서 있고, 지하철역과도 연결돼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터미널에서 화재의 불씨를 안고 있는 용접 작업이 대낮에 안전 대책없이 버젓이 진행됐다는 게 어처구니없을 따름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뼛속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불과 40여일 전 우리는 세월호에 타고 있던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백명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아직도 16명의 실종자들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 속에 갇힌 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채 수습하지도 못했는데 터미널 화재라니, 이제는 정말이지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지친 상황이다. 하루하루 주변에서 어떤 안전사고가 벌어질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그토록 무수히 제기했던 우리 안의 또 다른 세월호 문제는 이번 화재로 여실히 입증됐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희생당할 때까지 이런 안전사각지대를 방치할 것인지, 중앙정부나 지자체 할 것 없이 맹성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눈물로 사과하고,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대변혁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담화 발표 일주일 만에 인재(人災)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또다시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됐다.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력한 의지를 담아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아직 그 절절함이 밑바닥까지 파급되지 않고 있다 하겠다. 우리 사회에 매사 설마 무슨 일이 있겠나 하는, 적당주의가 팽배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단 말인가. 가뜩이나 개각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붕 떠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안전 혁신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기 전이라도 안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소중한 국민들을 안전사각지대에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어린 시절부터 애정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에게는 어떤 사랑이 올까’를 꿈꾸던 숙녀가 있었다. 따분하기 만한 농장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사람은 당연히 꿈꾸던 미래를 만들어 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비록 결혼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외지인이며 의사인 그와 흔쾌히 결혼했다. 하지만 현실은 바라던 미래가 아니었고 남편은 그저 시골 의사일 뿐이었다. 상류 사교계를 향한 그녀의 꿈은 결국 다른 남자에게서 사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정하다고 믿었던 사랑은 언제나 버림받았고 결과는 엄청난 빚만 남았을 뿐이었다. 파산을 맞은 그녀는 비소를 먹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미련하게도 아내의 변화를 감지조차 못했던 남편 또한 아내가 남자들과 주고받은 연서를 읽고 충격인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인지 모를 모호한 이유로 벤치에 앉아 쓸쓸히 죽는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담 보바리’의 내용은 단순하다. 제목이나 내용이 주는 통속적이고 외설적인 분위기 때문에, 1857년 출간된 후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법정까지 갔다는 명성(?)을 믿고 성큼 다가선 독자들은 은밀한 내용을 희망하다 결국 허탈감만 안게 된다. 부푼 호기심은 허무감이 된다. 마담 보바리처럼. 어찌 보면 순수하고 어찌 보면 철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혁명과도 같은 문학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고전소설을 문학적 가치로만 읽기에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게 사실이다. 문학적 의의만으로 접근한다면 고전 문학을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전 읽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작품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모르고 읽는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해서 지루할 수 있는 ‘마담 보바리’가 왜 사실주의 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지 한 번쯤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실주의 문학의 탄생 배경은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구제도가 붕괴하면서 급격하게 떠오른 부르주아 사회, 즉 시민사회의 성장에 있다. 시민사회는 자연과학에 기초를 둔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생겨난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학적 정신이 문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이 새로운 물결을 새로운 소설 쓰기로 만들어냈다. “형식은 바로 내용 그 자체다”라는 그의 말은 그가 이 작품을 어떻게 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며 그것이 왜 사실주의 문학으로 연결되는지 알려 준다. 플로베르에게 소설의 소재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 있었던 ‘들라마르 사건’을 별다른 가미 없이 작품의 스토리로 사용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번역한 김화영 교수의 말처럼 ‘스타일’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해 문장의 리듬과 묘사를 중시했는데 한 문장에서 같은 음의 어절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할 만큼 아름다운 문장을 위해 공들였다. 엠마의 삶을 가운데 두고 남편인 샤를르를 처음과 끝에 둔 구성도 독특한 스타일의 완성에 일조했다. 플로베르는 감정이 과장되고 주관적이며 이상적 세계를 추구하는 낭만주의가 아닌, 시민사회, 자연과학적 정신이 요구하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완성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건의 흐름을 중시하기보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를 집요하게 추구했고 주인공 엠마 보바리의 파멸도 그렇게 그려냈다. 자연과학자처럼 대상에 대한 냉철한 관찰과 객관적 인식을 표현해 독자가 등장인물들의 불행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을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도덕적이고 절제된 여성의 삶에서 크게 벗어난 주인공 엠마의 격정적인 사랑 타령은 그 시대에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문체의 아름다움을 원서가 아닌 번역서로 느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불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실제 프랑스 문학 작품이 어떠한지 물으면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만큼 ‘멋지다’라고 말한다. ‘마담 보바리’만 해도 플로베르가 공들여 선택한 서술어의 변화는 미묘한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데 한몫한다고 한다. 우리말 ‘까맣다’, ‘새까맣다’, ‘거무스름하다’ 등이 같은 형용사인데도 전하는 의미가 조금씩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번역된 ‘마담 보바리’에서는 얼마만큼 치열하게 객관적인 묘사를 하고 있고 단어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지 충분히 느끼기는 어렵다. 물론 번역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주의 완성이라는 가치를 찾기에는 어떤 번역이든 언어의 차이를 완벽하게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과 다른 시대를 이해하는 것도 다가섬을 저해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고전을, 현재와 동떨어진 시대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고전 문학은 시대를 관통하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문학이든 해외 문학이든 고전은 인생의 깊이를 간접 경험하면서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가도록 하는 일종의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다. 무엇보다 인간 본질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다. ‘마담 보바리’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세월호 선장’이 우리 사회 안에 있는 것처럼 ‘엠마 보바리’ 또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과거와 미래만 좇는 ‘보바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모성애마저도 자신의 감정에 따르는 허약한 엠마나 쾌락을 누릴 수 있다면 도덕과 윤리는 저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엠마의 두 연인 레옹과 루돌프, 친절마저도 자신의 손익계산서로 보는 오메와 뢰르의 모습은 150여년이 흘러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모두 한 번도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고 그 생각으로 행동한다. 작품에서 가장 피해자일 수 있는 샤를르조차도 엠마에 대한 사랑이 일방적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럴 것이라 믿어버린다. 자기가 주는 사랑의 실체만을 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현실을 보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절망적인 결과가 올 수 있음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그의 책 ‘말’에서 “사람은 저항함으로써만 자신을 확정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속속들이 불확정적인 존재였다”라고 했다. 아홉 살 때부터 ‘마담 보바리’를 읽었다는 그의 말에 비쳐 보면 플로베르는 주어진 인생을 저항해 새롭게 자신을 확정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냉정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늘 주눅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일곱 살까지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집안의 골칫거리였던 그가 결국 자신과의 투쟁을 통해 위대한 작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엠마 보바리는 불행하게도 자신의 삶에 저항하지 못한 가녀리고 ‘불확정한’ 인물의 표상일 뿐이다. 엠마가 곧 자신이라고 말한 플로베르의 말은 어떤 의미인지, 마지막 장면만 스무 번 넘게 읽었다는 사르트르의 몰두는 무엇 때문인지 이 책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 *팁:글에 제시된 <마담 보바리>는 민음사에서 출간된 제목을 따른 것이다. 출판사에 따라 제목이 ‘마담 보봐리’, ‘보바리 부인’, ‘보봐리 부인’일 수도 있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佛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 스스로를 열성적 낭만주의로 규정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90)는 시립병원 외과 의사의 아들로 프랑스 루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로부터 과학적 사고를 이어받으며 플로베르는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가 될 수 있었다. 사실주의는 사물과 현상의 올바른 모습을 묘사하려는 사조를 말한다. 한편으로 플로베르는 낭만주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작품 속 문구의 심미성에서 이런 측면이 드러난다. 플로베르 자신은 ‘마담 보바리’로 인해 사실주의 작가로 자신을 평가하는 데 거부하며 스스로를 열성적인 낭만주의로 규정했다고 한다. 플로베르는 파리대학 법학부에 다니던 중 간질과 비슷한 증세의 발작을 한 뒤 본격적으로 문학 작품을 썼다. 1957년 ‘마담 보바리’ 때문에 ‘악의 꽃’을 쓴 샤를 보들레르와 함께 풍기문란죄로 법정에 서면서부터다. 소송이 진행될수록 소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 소설이 됐다. ‘살람보’, ‘감정교육’, ‘세 가지 이야기’ 등의 작품을 남겼다. ‘비계덩어리’, ‘목걸이’ 등을 쓴 모파상에게 영향을 끼쳤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엔젤아이즈 이상윤, 분노와 방황 끝내고 구혜선 품에 안았다…달콤한 소파위 키스

    엔젤아이즈 이상윤, 분노와 방황 끝내고 구혜선 품에 안았다…달콤한 소파위 키스

    엔젤아이즈 이상윤, 분노와 방황 끝내고 구혜선 품에 안았다…달콤한 소파위 키스 엔젤아이즈 이상윤, 구혜선 커플이 서로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확인하며 향후 극 전개의 방향을 예고했다. 24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엔젤아이즈’13회에서는 이상윤(박동주 역)과 구혜선(윤수완 역)이 진한 키스를 나누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상윤은 정진영(윤재범 역)이 딸 구혜선을 위해 어머니인 김여진(유정화 역)를 고의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과 분노에 빠졌다. 그러나 이상윤은 깊은 방황 끝에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을 택하기로 하고 모든 사실을 덮고 구혜선과 결혼해 한국을 뜨기로 결심했다. 구혜선은 친구인 주안(차민수 역)으로부터 이상윤이 자기 어머니의 사망에 대해 재조사하며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듣고 이상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소파에서 달콤한 키스를 나눴다. 네티즌들은 “엔젤아이즈 이상윤 구혜선, 결국은 해피엔딩을 끝날 것 같다”, “엔젤아이즈 이상윤 구혜선 앞으로 많은 시련을 겪게 될 듯” 등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아마추어 골퍼가 자주 하는 골프 실수(이범주·최웅선 지음, 그리고책 펴냄) 골프는 미세한 실수 하나로 샷이 달라진다. 연습을 해도 실력이 그대로인 이들을 위해 기본적인 그립부터 시선, 손목, 스윙, 어깨 힘, 어프로치, 벙커, 퍼터 등 시작과 끝의 모든 실수를 담았다. 사진을 충실히 쓰고 QR코드로 동영상도 제공한다. 256쪽. 1만 5000원. 해방일기 7:깨어진 해방의 약속(김기협 지음, 너머북스 펴냄) 해방 2주년을 앞둔 1947년 7월, 좌우합작·남북합작을 추진하던 중간파 여운형의 죽음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냉전의 시작이던 당시 국내 정치는 좌우 대립이 아니라 중간파와 좌우 극단파가 충돌했고 극좌·극우의 적대적 공생 관계가 인민의 염원을 눌렀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444쪽. 2만 3000원.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우치다 다쓰루·오카다 도시오 지음, 김경원 옮김, 메멘토 펴냄) 일본 사상가와 사회비평가의 대담집. 세대, 교육, 연애, 사제관계, 성과주의 등 암울한 사회상을 유쾌하게 풀어간다. 260쪽. 1만 3000원. 탈성장사회(세르주 라투슈 지음, 양상모 옮김, 오래된생각 펴냄) 수년 전부터 탈성장을 주장해 온 저자가 경제성장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는 대안 모델과 사상을 제시한다. ‘평화로운 탈성장의 소론’(2007) 이후 집필한 글의 종합판. 304쪽. 1만 5000원.
  • 문재인 추도사 “청년시절 대통령님 처음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 향한 편지 전문

    문재인 추도사 “청년시절 대통령님 처음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 향한 편지 전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23일 “세월호 참사의 엄청난 희생은 명백히 이 정부의 책임”이라며 정부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문재인 의원은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에 참석, 추도사를 통해 세월호 사건을 “무능한 정부가 키운 재앙”, “무책임한 국가가 초래한 가슴 아픈 비극”이라고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1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참사를 ‘또 하나의 광주’라고 언급한 뒤 지난 20일 특별성명에 이어 이날 또다시 정부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의원은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이윤을 앞세우는 부도덕한 탐욕들이 안전을 헌신짝처럼 내팽겨쳤다. 선원은 선원대로, 해경은 해경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책임을 외면했다. ‘정부’도 없었고, ‘국가’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들 모두가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악화시킬 뿐이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모습, 거기에 정부 관계자들의 안이한 행태들이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는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존재해야 하나 대한민국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통치자만 있다. 그 통치자의 말을 받아 적기만 하는 장관들이 있을 뿐”이라며 박 대통령과 현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지금의 대한민국은 경쟁과 효율, 그리고 탐욕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박 대통령이 청산해야 할 적폐”라면서 “그 적폐의 맨 위에 박 대통령이 가장 크게 책임져야 할 ‘정치’가 있다. 박 대통령이 그 사실을 직시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만 적폐가 청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책임도 강조했다. 다음은 문재인 의원 추도사 전문 결국 민주주의가 안전이고 행복입니다. 시민들 삶 속에 들어가는 ‘생활민주주의’ 시대로 나아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대통령님을 그리며 이곳에 모였습니다. 대통령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우리는 여전히 대통령님의 따뜻한 미소가 그립습니다. 소탈하면서도 다정다감했던 인간미가 그립습니다. 대통령님이 떠나시던 그해 5월엔, 눈물과 한숨이 세상을 뒤덮었습니다. 거리는 온통 슬픔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5년이 지난 지금, 2014년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슬프고 우울합니다. 우리를 더욱 힘겹게 하는 것은, 절망을 이겨낼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대통령님이 생전에 말씀하시던 ‘사람사는세상’, 그곳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 달여 전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암담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악한 사람들이 만든 참사였습니다. 무능한 정부가 키운 재앙이었습니다. 무책임한 국가가 초래한 가슴 아픈 비극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한 채 차가운 바닷물 속에 꿈을 묻어야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세월호 모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팽목항에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돌아와 주기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겠습니다. 대통령님,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맨 얼굴입니다. 우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을 낱낱이 들여다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반드시 있어야 할 많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먼저 ‘안전’이 없었습니다. ‘안전’은 곧 ‘생명’입니다. 최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할 가치입니다. 그러나 이윤을 앞세우는 부도덕한 탐욕들이 ‘안전’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습니다.‘책임’도 없었습니다. 선원은 선원대로, 해경은 해경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책임을 외면했습니다. ‘정부’도 없었고, ‘국가’도 없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말해줍니다.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들 모두가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악화시킬 뿐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모습, 거기에 정부 관계자들의 안이한 행태들이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이렇듯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대응했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보다 빠른 수습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정부의 무능이 유족들의 마음에 못을 박았습니다. 무기력한 정부 때문에 온 국민의 가슴에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여정부 출범 초기의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참여정부의 책임이 아니었고,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의 일이었지만, 대통령님은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신속하게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와 유족들을 만났습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사람과 자원을 총동원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참여정부 출범 후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수립했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최종 책임을 지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재난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했습니다. 규제 완화 요구의 압박이 거세질 때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안전, 인권, 환경’을 위한 규제는 절대 완화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모든 규제가 악은 아니며 필요한 규제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 결과 참여정부 5년 동안에는 대형 안전사고가 없었습니다. 사고가 미연에 방지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 후의 정부를 거치는 동안, 정부의 안전의식은 후퇴일로를 걸어왔습니다. 정부 스스로가 안전 불감증에 걸렸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듯이 안전사고에 대한 지휘체계도 불분명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시스템도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엄청난 희생은 명백히 이 정부의 책임입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서거하시기 직전까지도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깊이 연구하셨습니다. 유작인 ‘진보의 미래’를 보면 대통령님이 고심하셨던 주제를 알 수 있습니다. “국가의 역할이 달라지면 사람들의 삶이 달라진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존재한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 대통령님 말씀처럼, 국가는 ‘사람사는세상’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위해 봉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통치자만 있습니다. 그 통치자의 말을 받아 적기만 하는 장관들이 있을 뿐입니다. 생전의 대통령님은 항상 스스로를 낮추었습니다. 국민과 국가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지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그리고 군림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대통령 직책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국민이 대통령이었습니다. 생전의 대통령님은 또 따뜻한 공동체를 그렸습니다. 낙오한 사람을 기다려 함께 가는 사회를 꿈꾸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대통령님이 더욱 그리운 이유입니다. ‘사람사는세상’의 의미가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이유입니다. ‘사람사는세상’은 성장지상주의가 아니라, 함께 가는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안전과 환경, 생태에 눈을 돌리는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이 떠나신 지금의 대한민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경쟁과 효율, 그리고 탐욕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청산해야 할 ‘적폐’입니다. 그 적폐의 맨 위에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크게 책임져야 할 ‘정치’가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그 사실을 직시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만 적폐가 청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서른다섯 해 전 청년시절에 대통령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한 시대를 같이 보냈습니다. 대통령님은 처음 국회의원에 출마할 때 ‘사람사는세상’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슬로건을 돌아가실 때까지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님이 멈춘 그 지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노무현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이제 국가와 정치와 민주주의의 중심에 시민의 안녕이 있고, 시민의 구체적인 삶 속에 국가와 정치와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생활민주주의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나라의 제도와 가치가 생활 가까이 있을 때 국민들은 행복합니다. 나라의 제도와 가치가 생활로부터 멀수록 국민들은 불행합니다. 민주주의가 대의적 형식에 멈추어, 시민은 정치의 도구가 되고 시민의 생활은 정치의 장식이 되어버린 시대를 뛰어넘겠습니다. 그리하여 시민의 생활이 정치의 현장이자 목적이 되는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생활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생활국가’로 나아가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정치를 실현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한 사람의 노무현이라는 생각으로 뛸 것입니다. 우리는 깨어있는 시민입니다. 우리 모두가 노무현입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탐욕보다 안전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대통령님이 못다 이룬 꿈을 기필코 실현하겠습니다. 우리 눈앞에 ‘사람사는세상’이 펼쳐지는 그날, 대통령님을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 손잡고 함께 덩실 춤을 추겠습니다. 그 자리엔 세월호 아이들도 환하게 웃는 얼굴로 함께 할 것입니다.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그날을 위해 다시 뛰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그리고 늘 함께 해주십시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노란 분노’/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노란 분노’/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쇼하네, ×××들.” 2002년 6월 25일. 월드컵 경기장 관람석에서입니다. 상대는 ‘금배지’들이었죠. 김대중 대통령이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밀물처럼 몰립니다. 근데 금세 썰물처럼 싹 빠집니다. 또 ‘눈도장’만 찍습니다. 관중들은 손가락질을 했지요. “우린 표 사려고 몇 달씩 헤맸는데….” “×××, 쇼를 해라.” 2014년 3월 4일. 이번엔 목욕탕에서 툭 불거졌습니다. 아저씨는 TV를 겨냥했고. 삿대질까지 마구 해댔죠. 화면엔 학교 배식 장면이 비쳤습니다. 선거에 나선 사람입니다. 목욕탕 주인은 다시 들입다 쏘아붙입니다. “그나마 끝까지 있으면 말도 하지 않아. 사진만 찍으면서 도대체….” 볼썽사나운 일은 그치지 않습니다.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빠뜨린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그렇습니다. 사고 이틀 뒤인 4월 18일, 뜬금없는 이들이 통한의 여수 앞바다로 내달립니다. 사람들은 뻔하다고 이죽댑니다.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들이밀 요량이라며. 제발 가면을 벗으라며. 국민을 섬기겠다던 약속은 어디에 뒀느냐며. 유족들은 외칩니다. 차라리 나라를 떠나고 싶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며. 바로 당신처럼. 참 뼈아픕니다. 아니 죽고 싶다는 얘기를 뛰어넘지요. 우리와 한 하늘 아래 숨쉬기를 비관한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리본 물결이 출렁입니다. 노란색이란 무얼 상징합니까. 희망이죠. 눈에 잘 띄는 색깔이어서 안전과도 통한답니다. 노란 리본은 말합니다. 움찔하는 우리들에게 속삭입니다. 파도처럼. 한풀 꺾인 희망 속에서도 또 다른 희망을 꿈꿔야 한다고. 주저앉지 말고 서로 일으켜 세우자고. 그런데 숱한 생명을 저버린 해경을 나무란다고 외려 반정부주의, 빨갱이 운운합니다. 당신이 스러진 지 꼭 다섯 돌. 오늘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먼저 힘없는 이들을 다시 떠올립니다. 소수자, 이른바 마이너리티(minority)입니다. 권위만 늘 내세우는 이들이 권력을 꿰찬 이상, 소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릴 뿐입니다. 세월호에서 숨진 아이들, 이민자도 매한가지이지요. 유족들은 또 어떤가요. 하나 더 있습니다. 대한민국 자살률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아마 벌써 9년째라죠. 죽어가는 몸뚱이에 돌덩이를 얹은 꼴입니다. 사회가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다른 이의 숨통을 끊어야만 살인이 아니듯. 되묻습니다. ‘자살 권하는 사회’라면 지나칠까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때론 이런 말로 마음을 달래던가요. 무엇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길 게 떠오릅니다. 노란색은 치유를 뜻한답니다. 빨강과 초록빛을 섞은 것이죠. 다시 말해 빨강 파동의 자극 효과와 초록 파동의 회복 효과가 혼합됐답니다. 따라서 노랑은 기능을 자극하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냅니다. 노란 리본이 남긴 교훈을 잊지 말고 가슴에 새기되, 국민들을 절망시키지 않도록 각 방면의 지도자들이 한층 애써야 합니다. 사람이 곧 희망인 세상을 일구자는 뜻입니다. 돈이 아니라. 가식을 훌훌 벗어던지고 볼 일입니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생명존중 운동을 벌이고 정책에 애쓰는 서울 몇몇 자치구를 응원합니다. 이는 시대의 사명입니다. 나, 우리 잘못이 아니라고 버려두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다르지 않은 까닭입니다. onekor@seoul.co.kr
  • [구본영 칼럼] 현장과 전문성 존중해야 국민이 산다

    [구본영 칼럼] 현장과 전문성 존중해야 국민이 산다

    “내가 살기 위해 먼저 빠져나왔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검찰 조사에서 내뱉은 말이다. 구조의 우선순위에 밀릴까봐 승객들을 물이 차오르는 선실에 내버려 둔 선장과 선원들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이 할 말을 잃게 한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도 어지간히 드러났다. 선박직 선원들의 무책임은 새삼 거론할 가치도 없다. 선박의 불법 증축, 상습 과적 운항 등은 무엇을 말하나. 구원파의 교주격 인사가 실질적 선주라는 선사는 돈에 눈이 멀어 승객의 안전 따위는 애당초 안중에도 없었던 셈이다. 이런 것들이 근인(近因)이라면 원인(遠因)은 따로 있다. 해운사의 위험한 운항을 방치하거나, 외려 유착한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 관료들의 무신경과 비리다. 게다가 선박의 안전관리를 맡은 한국선급, 해운조합 등 감독기관에도 이들 기관의 퇴직자들이 ‘관피아’란 이름으로 잔뜩 포진하고 있다지 않는가. 국민을 더욱 절망스럽게 한 것은 정부의 무능력이었다. 구조에 나선 정부기관들이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거의 생중계로 지켜보면서다. 일부 외신은 대한민국의 관리능력 붕괴라고 보도했다. 극심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고를 친 선장이나 그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씨보다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문책과 비판은 당연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망연자실하고 있을 텐가. “세월호는 또하나의 광주다”(문재인 의원)라고 남 얘기하듯 성난 민심을 자극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지금의 저 무기력한 당국자들과 부도난 세모그룹을 부채 탕감과 인천~제주 노선 취항 등의 특혜로 청해진해운으로 부활시킨, 현 야당의 집권시절 관료들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 또한 국민의 일부이고, 어쩌면 매사에 설마하며 적당주의와 안전 불감증에 찌든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 수준의 대책을 약속한 것은 원칙적으론 맞다. 다만 방법이 문제다. 대통령은 그제 국가안전처를 만들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하지만 기구나 매뉴얼이 없어 세월호가 침몰하고 구조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게 아니다. 제대로 운용할 사람이 부재했던 탓이다. 다음의 두 가지 삽화가 그 증거다. # 전문성 부족의 결과 보도에 따르면 전체 해경 중 수영을 못하는 대원이 10명 중 3명이라고 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조직은 줄곧 비대해졌지만, 구조 전문 인력은 2%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임명된 김석균 해경청장도 행시출신으로 함정 경험이 전무했다. 이러니 다 기울어져 가는 세월호에 도착한 ‘일반 해경’이 어떻게 선내에 진입할 수 있었겠는가. 다이빙벨이란 실효성 없는 장비를 투입하라는 ‘얼치기 언론’의 압력에 해경청장과 해수부장관은 희미한 소신마저 굽혔다. # 현장을 놓친 대가 지난 15일자 서울신문은 해경청사 위치 논란을 해부했다. 충남 태안해양경찰서와 제주지방해양경찰청 등이 해안에서 너무 먼 도심에 건설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어민들의 안전보다 직원들의 주거나 출퇴근 등 복지를 앞세운 결과라는 것이다. 해경 측은 “통신망을 갖춰 위치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이번 참사를 보면 궁색한 설명이다. 그나마 장비와 전문적 역량을 갖춘 해경 122특수구조대는 구조의 골든타임에 얼씬거리지도 못했다. 선진국일수록 전문성과 현장을 중시하는 공직 충원 및 승진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한다. 국가안전처 신설이 그저 고위 공직자 자리만 늘리는 결과가 돼선 안 될 것이다. 그러잖아도 관피아의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국가개조라는 비장한 카드를 거론하기 전에 박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운영 스타일부터 달라져야 한다. 만기친람식 ‘깨알 지시’가 능사는 아닐 게다. 전문성과 소명의식을 갖춘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창의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 [후보자 인터뷰] “은퇴세대 위한 사회공헌기금 프로젝트 추진”

    [후보자 인터뷰] “은퇴세대 위한 사회공헌기금 프로젝트 추진”

    “민선 6기 구정 운영 최우선 가치도 ‘사람 중심’입니다. 무장애 순환형 안산 자락길,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홍제·아현고가도로 철거 등 5기 사업을 이어가겠습니다.” 20일 문석진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서대문구청장 후보는 줄곧 ‘사람’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9년째 자살률 1위란 불명예를 기록했고 행복지수는 최하위권, 노인 빈곤율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주민과 함께 만들고 함께 걸으며 함께 나누는 행복을 책임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렵고 힘들수록 나보다는 이웃을, 절망 대신 희망을, 포기 대신 도전을 꿈꾸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겼다. 재임 중 맞춤형 복지에 공들인 그다. 복지전달 체계를 중심으로 동 주민센터를 재편한 동 복지 허브화는 ‘지방이 중앙을 바꿀 수 있는 복지모델’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람 중심 공약의 핵심은 일자리와 교육이다. 돈이 아니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지속적인 일자리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의미다. 우선 퇴직한 5060세대를 위한 사회공헌기금 프로젝트를 당차게 추진할 계획이다. 문 후보는 “가령 대기업에서 경영, 회계 등의 업무를 했다면 사회적기업과 연계해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능력을 지닌 5060세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금을 만들어 사회적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하고 협동조합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65세 이상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일자리 목표를 연간 3000개로 잡았다. 그는 “순찰 교통지도, 급식 도우미, 청소 등 현재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 1766명이 참여했는데 2배로 늘리겠다”며 “돈을 떠나 일한다는 자부심과 소득격차 완화를 통해 고독사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환경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지역에 있는 대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의 1대1 멘토링 교육은 결실을 맺었다. 올해 가정형편 때문에 사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학생 4명이 연세대에 입학했다. 이에 따라 교육멘토링 사업을 꾸준히 확대할 참이다. 또 안산·인왕산 생태도로 연결,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다목적체육관 건립도 약속했다. 문 후보는 “4년간의 성과를 통해 함께하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변화를 실감한 주민들이 다시 힘을 실어 준다면 6기엔 지방자치단체 행복도 평가에서 전국 2위를 넘어 1위를 이룰 수 있다”며 웃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세월호 부모 적어도 18년은 보호해야/최용규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세월호 부모 적어도 18년은 보호해야/최용규 산업부장

    그 심정 어찌 말로 옮길 수 있겠습니까. ‘화를 내고 싶으면 화를 내라, 할 말이 있으면 시원하게 다 쏟아내라, 시간이 약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주변에서 별의별 얘기를 해도 털끝만큼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테지요. 많은 이들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다독여보지만 어디 마음에 와 닿기야 하겠습니까. 팽목항에 있을 땐 안 먹어도 배고픈 줄 모르고, 밤을 새워도 졸린 줄 몰랐을 겁니다. 어디 제 정신이었겠습니까. 넋 나간 초인과 같다고나 할까요. 흔히들 ‘탈진’‘탈진’합니다만 그 게 진짜 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좋은 것도 아닌데 적으면 적을수록 좋지요. 안 먹으면 죽는 줄 알지만 목구멍으로 절대 넘어가지 않는 게 탈진이라 합니다. 삼키려 하면 끌어내리지 않고 이내 쭉 밀어 올린다지요. 물 한 모금도 넘길 수 없다지요. 노인네들 죽기 전 “이거 안 드시면 큰일 납니다”고 하지만 죽는 줄 알면서도 못 넘기는 것은 탈진이 돼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세월호 부모들도 지금 그런 상황일 겁니다.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있어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지 모릅니다. 딴생각 나겠습니까. 온통 애 생각뿐이겠지요.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자기가 다 잘못한 것 같고, 그렇지만 정말 보고 싶고…. 그래서 본인도 모르게 볼을 타고 눈물이 또 흐를지 모릅니다. 그러니 무슨 소릴 해도 귀에 안 들어오겠지요. 사실 이 일이 터졌을 때 ‘앞으로 애 부모들이 큰일 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자살(이미 자살을 시도한 희생자 부모 보도가 있었습니다만)하는 사람, 폐인되는 사람, 이혼하는 가정이 나올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한 걱정이었으면 했는데 이미 시작된 듯합니다. 이제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죽은 아이들 대부분이 열여덟 살, 고2입니다. 그러니 최소 18년간은 정부에서 세월호 부모를 돌봐 주셔야 합니다. 특별법이든 다른 뭐로든 꼭 그렇게 해 주셔야겠습니다. 트라우마는 죽을 때까지 갖고 갈 형벌이지만 절망에 빠진 세월호 부모는 적어도 18년 동안 삶과 죽음의 문턱에 서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약’이라고요. 그것은 죽은 아이를 대신할 그 무엇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일 겁니다. 빨리 애 하나 낳아서 잊는다는 건데 그게 쉬운 건가요. 서너 살 먹은 애가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18년 아니 19년을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을 겁니다. 낳을 수 있다 해도 혹시 애가…. 덜컥 내려앉는 마음에 낳을 자신도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절망하는 것입니다. 하나 더 해주셔야겠습니다. 그 집, 그 동네에서 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에 대한 기억과 추억 때문이겠지요. 이사하고 싶어도 형편상 그렇게 못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 변화를 원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렇게 해 주세요. 정부가 뒤늦게나마 남은 자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상처투성이 정부를 그나마 믿지 않겠습니까. 덧붙이겠습니다. 국가 개혁한다고요. 제도나 시스템 불비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십니까. ‘가치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나요. 우리는 선장이 되면 뭐가 좋은지만 가르쳤지 ‘좋은’ 선장이 되라고 가르치진 않았습니다. 이게 핵심 아닐까요. ykchoi@seoul.co.kr
  • 강남 성형외과 ‘떼강도’ 알바 사이트서 공범 구인

    지난 15일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를 털려던 떼강도 일당의 주범이 유명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에서 공범을 ‘구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5일 강남구 신사동의 성형외과에 침입해 금품을 요구하다 달아난 권모(24·대학교 4학년)씨 등 2명을 특수강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범행 직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붙잡힌 공범 3명과 자수한 주범 김모(40)씨 등에 이어 이날 권씨 등이 경북 경산경찰서에 자수하면서 일당 6명이 모두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성형 상담을 받으러 온 것처럼 병원에 들어와 원장 A(48)씨를 흉기로 위협하며 “금고는 어디 있느냐, 현금 3억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A씨는 김씨 등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피신했다. 이들은 병원에 신분증을 흘리고 도망가면서 덜미가 잡혔다. 조사 결과 김씨는 유명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에 ‘돈 때문에 절망적인 사람은 모이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고, 나머지 5명은 이를 통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성형외과에 현금이 많을 것 같았고, 영화 속 조직폭력배처럼 위압적으로 보이기 위해 정장을 입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씨줄날줄] 월드컵 구호 유감/박찬구 논설위원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구호 아래 한마음으로 4강 신화를 이뤘다. 독일과의 준결승 다음 날인 6월 26일자 서울신문(당시 대한매일) 1면에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붉은 티를 입고 기적을 염원하는 대여섯 살 무렵 아이 두 명의 사진이 실렸다. 아이들뿐이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붉은악마가 되어 열광하고 환호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끝나지 않은 신화, 하나되는 한국’을 외쳤다. 4년 전 ‘우리 모두 붉은 악마가 되자’(Be The Reds)라는 붉은악마의 응원 구호는 ‘붉은 악마들이여, 함께 우리의 꿈을 향해 가자‘(Reds, Go Together For Our Dreams)로 바뀌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승리의 함성, 하나된 한국’이라는 슬로건이 우리 대표팀 전용버스에 새겨졌다. 한마음으로 다시 신화를 이루자는 의미로 ‘올 드 레즈’(All The Reds)라는 구호도 나왔다. 4년 뒤인 올해도 어김없이 월드컵 시즌이 다가왔다. 브라질 월드컵은 다음 달 13일부터 한 달간 일정으로 진행된다. 한국은 오는 6월 18일과 23일, 27일 각각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경기를 치른다. 지난주에는 ‘원팀, 원스피릿, 원골’을 기치로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홍명보호(號)’의 명단이 발표됐다. 한국 대표팀의 공식 슬로건도 정해졌다. ‘즐겨라, 대한민국’(Enjoy it, Reds)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각국 대표팀 버스를 후원하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인터넷 팬투표를 실시한 결과라고 한다. 러시아는 ‘아무도 우리를 잡을 수 없다’, 알제리는 ‘브라질 사막의 전사들’, 벨기에는 ‘불가능을 기대하라’를 각각 내걸었다. ‘즐겨라,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이 성적과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스포츠 정신에 부합한다는 해석이 일각에서는 나온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과 분노에 젖은 마당에 ‘즐겨라’가 과연 적절한 구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생때같은 아이들을 어른들의 잘못으로 바다에 묻고 시신마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현실이다. 절망의 나락에서 과연 ‘즐겨라’를 외칠 수 있을까. 2002년 상암 경기장에서 꿈과 희망을 똘망똘망한 가슴에 담았던 대여섯 살 아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들이다. 혹은 친구일 수도, 혹은 가족일 수도 있다. 슬로건 하나에서도 소통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는 공동체의 세심함이 아쉽다. 누리꾼들은 ‘힘내라, 대한민국’, ‘일어서자, 대한민국’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시대와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구호를 다시 검토하기 바란다.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 아베종양내과, 내달 ‘신 수지상세포 치료’ 결과 발표

    아베종양내과, 내달 ‘신 수지상세포 치료’ 결과 발표

    인간의 신체는 매우 세밀하고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이뤄지는 탓에 각기 천차만별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체질’이란 단어로 함축돼 표현된다. 따라서 사람의 체질에 따라 같은 약물을 주입했을 때 다른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데, 바로 이 때문에 개인별로 호전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 의학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전문가들은 이 점에서 착안, 환자의 특성에 따라 개인별로 각기 다른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탄생된 치료법이 바로 ‘개별화의료(Personalized medicine)’다. 환자의 질병을 분자 단계에서 개별적으로 진단하고,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까지 고려해 개개인에 적합한 치료를 실시하는 것을 말하며, 이 같은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신 수지상세포를 활용, 암 개별화의료를 실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아베종양내과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재발암환자 39명에게 해당치료를 실시, 총 74.4%를 호전시키는 혁혁한 성과를 거뒀으며, 이를 제17회 국제개별화의료학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국제개별화의료학회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아베종양내과 아베 이사장은 “암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그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일반적인 질병으로, 더 이상 절망적인 선고가 아니다”라며 “최신 신 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로 진행성 암과 침윤성 암도 치료가 가능한 단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아베 이사장에 따르면, 수지상세포는 ‘면역계의 사령탑’으로 킬러T세포에게 암 정보를 제공, 정상세포를 제외한 암세포만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게 하며, 이 때문에 부작용의 위험이 거의 없다. 이 같은 효율에도 불구, 인체의 1% 미만인 수지상세포를 암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량채혈로는 불가능하다는 점 탓에 1시간 이상의 성분채혈 과정이 필요했을 뿐 아니라, 해빙 시 세포 손상의 문제가 유발될 수 있는 동결보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얼마 전까지 상용화 되지 못했다. 그러나 아베종양내과는 기존에 활용되던 WT1과 MUC1펩타이드 외에 개별 특이적 암항원 등 3~5 종류의 펩타이드를 사용,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해냈다. 최근에는 NY-ES01와 GV1001펩타이드를 추가해 치료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혔다. 이것을 활용한 치료는 2주에 1번씩 수지상세포의 정보 전달을 하는 암별 해당 림프절에 피하주사로 진행한다. 치료성과의 비결은 면밀한 검사에도 있다. 개인별 유전자검사와 항원검사, 암별 종양마커검사 등을 실시, 기존 치료에서는 확인이 어려웠던 개인별 암세포의 특징이나 항암제에 대한 내성, 암세포 발전의 이유 등을 파악해 보다 효율적인 치료를 실시하며, 재발 및 전이에 대한 대책도 세운다. 아베 이사장은 “소량의 혈액(25ml)에서 수지상세포의 원료가 되는 단구를 분리해 유전자검사와 각종 기능검사를 한 후, 개인별 맞춤형 항원을 추가해 암백신을 제조하는 유일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14일 삿포로에서 ‘암 면역세포의 오늘과 내일’, ‘암 면역치료의 개발’등을 주제로 제 18회 국제개별화의료학회가 열리는데, 아베종양내과도 ‘신 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의 결과를 추가로 밝힌다”라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손성진 칼럼]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

    [손성진 칼럼]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

    살을 에는 고통의 순간에도 시간은 무심히 흐른다. 새순 같은 아이들을 삼킨 바다는 말이 없고 너울만 속절없이 일렁인다. 눈물로 적셔진 한 달. 자식의 가쁜 숨결을 지척에서 느껴야 하는 심정을 어찌 필설로 다할 수 있을까. 유족들에겐 억겁(億劫)과도 같은 시간이었을 게다.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차가운 송장이 되어 나오는 아이들보다 위정자들의 무기력 탓이 더 크다. 세월호와 함께 정의도 물에 빠졌다. 백주에 알몸이 되듯 치부란 치부는 죄다 드러났다. 팬티 바람으로 탈출하는 선장을 본 아이들을 무슨 낯으로 훈계하랴. 반만년 역사와 건국 70년 동안 쌓아올린 공든탑이 한낱 모래성이었다. 이 땅에 태어나서 이 땅에 존재하고 있음이 부끄럽다. 썩은 육신에 겉옷만 잘 차려입고선 매끈한 신사인 양 우쭐대며 살아온 우리였다. 번드르르한 포장을 걷어내자 악취가 진동했다. 선진국을 목전에 두었다는 대한민국의 실상이 모습을 나타냈다. 세상은 온통 새카맣다. 사고가 없었다면 언제까지 썩어빠진 속내를 숨긴 채 굴러갔을까.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있는가. 머리는 머리대로 썩었고 다리는 다리대로 부패했다. 종합병동처럼 온갖 한국병들이 노출됐다. 대충 하고 보는 ‘적당주의’, 어떤 상황에도 한가로운 ‘무사안일주의’, 나만 살자는 ‘이기주의’, 설마 그렇게 되겠느냐는 ‘설마병’,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타협주의’, 돈이면 다라는 ‘물질만능주의’, 온갖 연줄로 얽혀진 ‘밀어주고 끌어주기’…. 두 손가락이 모자란다. 만성병은 언젠가 곪아 터지기 마련이다. 곪아 터져도 처치할 능력이 모자라니 더 큰 문제다. 수족이 썩었으니 스스로 병을 치료하고 회생할 방도가 없다. 정부는 척추 없는 동물처럼 중심 없이 휘청거렸다. 구조를 책임져야 할 해경은 곁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못 본 척했다. 공직자와 민간단체는 한 가족처럼 짝짜꿍을 하며 지켜야 할 것들을 무시했다. 선사(船社)는 목숨을 담보로 잡히는 비정한 장사꾼에 불과했다. 언론은 앵무새처럼 주인의 말만 따라했다. 세계 57위인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몸소 실증했다. 와중에 수사정보를 유출한 수사관은 얼빠졌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집단 광신에 빠진 종교인들은 법마저 무시하는 거대 괴물이었다. 하나같이 죄악의 덩어리 같다. 이 죄악을 다 어떻게 하랴. 무슨 형벌을 받아야 죄를 사할까. 죄악의 형벌을 19년 전 큰 사고를 겪으면서 다 받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죄악은 여전히 우리 속에 자라고 있었고 형벌 또한 언젠가 또 받게 돼 있었다. 형벌은 애먼, 선량한 이웃의 몫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참척(慘慽)의 형벌. 가슴을 치는 비통함에 집단우울증이란 형벌을 함께 받은 이들도 대다수 착실한 국민들이다. 또 그러구러 지나갈 것이다. 언젠가 망각의 늪으로 빠질 것이다. 망각에 우리는 익숙하다. 이 비통함을 뒤로한 채 우리는 또 웃을 것이다. 잠시 차린 정신이 얼마나 갈지 미심쩍다. 전처럼 몸가짐은 느슨해지고 불법은 더 은밀해질까 두렵다. 죄악이 다시 움터서 언젠가 끔찍한 형벌이 죄 없는 백성들에게 내려질까 두렵다. 변화와 개선에 대한 믿음이 없다. 때가 되면 외친 개혁의 결과가 이런 참담함일진대 무슨 희망이 있을까. “유족이 무슨 벼슬이냐.” 소름끼치는 막말이다. 비아냥대는 무리는 딴 나라 사람들일까. 우리의 형제, 이웃이 아닐까. 잘못을 모르고 수치심을 모르는 이들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변화와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뻔뻔한 정신세계로는 대한민국이 개조될 수 없다. 내가 잘못한 형벌을 그들이 대신 받는다는 동족 의식은 갖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수치심은 느껴야 한다. 치부의 민낯 앞에 엄습하는 수치심에 몸을 떨어야 한다. 양심은 그래도 국민의 마음속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면서도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애꿎은 대중들이 있다. 세상은 국가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바꿀 것이다. 그래도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본다.
  •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이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이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

    ‘172명, 273명, 31명.’ 세월호 침몰 사고 24일째인 9일 오전 현재 정부가 발표한 구조자와 사망자, 실종자 수다. 실종자 수가 전날 밤 11시보다 한 명 줄었다. 진도체육관에 남아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들, 딸, 어머니, 아버지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빈자리가 늘어갈수록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우리 아이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찬 바닷속을 헤매고 있는데 실종자 수가 줄어들수록 사회적 관심이 시들해지고 이러다 한두 달 지나면 까맣게 잊힐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안해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손을 묵묵히 잡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자원봉사자들이다. 침몰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열일 제쳐놓고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온 사람들이다. 상당수는 생업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진도체육관에는 하루 평균 200여명이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를 하며 화장실을 청소한다. 이들은 실종자 수가 ‘0’이 될 때까지, 가족들이 모두 돌아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전남도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394명의 자원봉사자를 시작으로 지난 7일까지 모두 2만 1200여명이 팽목항을 다녀갔다. 실종된 학생들이 자기 자식 같아서 달려온 주부, 휴가를 내고 온 직장인과 공무원, 의사, 약사, 중간고사를 마치자마자 달려온 대학생, 택시기사….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정말 ‘보통 사람’들이다. 팽목항과 함께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눈물로 돌아가는 또 다른 곳이 있다. 바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다. 하루에 수천에서 수만명이 다녀가는 안산합동분향소에는 매일 250명의 자원봉사자가 조문객을 안내하고 식당과 분향소 주변, 유가족 대기실 등에서 일을 돕고 있다. 7일 현재 안산 합동분향소에만 50만명이 다녀갔고 전국 131개 분향소를 모두 합치면 140만명에 육박한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9일 오전 7시 검정색 양복을 입은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출근길에 분향소를 찾을 시민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안산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언론인터뷰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시민들이 너무 많아 이들에게 도울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할 정도로 자원봉사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정부가 미덥지 못해 직접 나선 걸까, 아니면 우리 국민성에 슬픔에 처한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어려울 때 더 강해지는 DNA가 있기 때문일까. 둘 다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팽목항과 안산 합동분향소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장면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은 너나없이 나랏빚을 갚으라며 장롱 속 깊숙이 보관해 오던 아이들 돌반지와 결혼반지, 행운의 열쇠 등 금붙이란 금붙이는 모두 꺼내와 내놓았다.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는 350만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국가부도상태까지 내몰렸던 대한민국을 지킨 것은 정부나 정치인이 아니라 바로 딸 돌반지를 주저 없이 기부한 보통 사람들이다. 2007년 12월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때도 마찬가지다. 전국에서 주말도 반납하고 찾아온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태안 앞바다와 해안가를 시커멓게 뒤덮었던 기름때를 걷어냈다.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쪼그리고 앉아 기름때가 묻은 해안가 바위는 물론 돌멩이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으며 절망한 태안 주민들을 일으켜 세운 건 정부가 아닌 고통을 나누려고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안전 불감증에 빠져 침몰한 대한민국호(號)를 지키는 사람들은 팽목항에서, 안산에서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이들이다. 어른들의 잘못을 이번에야말로 바로잡겠다고 눈물로 다짐하며 분향소 재단에 하얀 국화를 올려놓고 노란 리본을 묶는 사람들이다.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나라 지키는 일을 이들에게 맡기고 뒷자리에 앉아 지켜만 볼 것인가. 침묵해온 다수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지 묻고 싶다. kmkim@seoul.co.kr
  • [세월호 침몰] “하루 3000명 민원 챙기다 날 저물어…그래도 울다 쓰러진 가족들만 할까요”

    [세월호 침몰] “하루 3000명 민원 챙기다 날 저물어…그래도 울다 쓰러진 가족들만 할까요”

    “마음이 너무 아파요.” 분노·절망·체념·눈물로 뒤범벅된 ‘팽목항’에서 만난 진도 임회면장 이원석(52·사무관)씨는 8일 “유가족들을 대하면 한 아버지로서 한계상황과 죄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며 “그들이 실종된 가족을 되찾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멍하니 먼바다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모습이 떠올라 밤잠을 설친다”며 “이런 악몽의 순간들이 하루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부터 지금까지 면사무소 직원 15명과 함께 팽목항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왔다. 가족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사고 첫 4~5일 에는 밤낮없이 현장을 누볐다. 연휴도 반납한 채 하루에 몽골텐트를 20동씩 만들었다. 시신 안치소·유류품 보관소 설치와 급수, 급식, 주변청소, 길안내, 교통정리 등도 그의 몫이다. 손이 달리면 직접 땅을 고르고 깔판을 깔고, 비오는 날엔 비닐을 들고 항구를 내달렸다. 사고 초기엔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의료진, 잠수부, 취재진 등 하루 2000~3000명이 팽목항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보통 아침 6시에 현장에 나와 청소와 유가족 휴게실을 살피며 하루를 시작한다. 물, 담요 공급 등 현장 민원에 매달리다 보면 금세 날이 저문다. 유족들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밤을 꼬박 새우면서 울다가 지쳐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 팽목항 주변에 마련된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해경 등 각급 기관 상황실의 애로도 챙겨야 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 정치인 등의 방문도 잦아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여간 많지 않다. 시신 인도 시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을 의무화한 지난달 22일부터는 현장상황실에서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며 유족의 신원확인을 도왔다. 시신이 뒤바뀌면서 DNA 검사가 강화된 이후부터다. 팽목항을 기점으로 오가는 배편이 줄면서 인근 섬사람들의 생활 민원도 챙겨야 한다. 이씨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면 또 시신이 발견됐다는 사실에 늘 마음을 졸여야 한다”며 “한둘씩 떠나고 남은 30여 유족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진도가 고향인 그는 고교 졸업 후인 1982년 공직에 입문 군청 투자마케팅 과장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팽목항이 있는 임회면장으로 옮겼다. 진도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김종면 칼럼] 분노를 부추기는 자 누구인가

    [김종면 칼럼] 분노를 부추기는 자 누구인가

    얼마나 더 많은 절망을 견뎌야 하나. 세월호 침몰 23일째, 아직도 진도 앞바다엔 수십명의 실종자들이 갇혀 있다.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만 무심하게 나부낄 뿐 희망은 떠오르지 않는다. 유족들은 망연자실, 표정이 없다. ‘자기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막연히 바라보는 사람,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른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 유대민족의 교훈서 탈무드가 ‘불행하다’고 지목한 바로 그 모습이다. 그들의 불행을 부축해야 한다. 새로운 삶의 푯대를 쥐여주고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증오와 분노의 불길을 잡아 줘야 한다. 실종자를 수습하고 유족의 문제를 살피는 일이 여전히 급하다. 변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국가안전처’라는 별도의 부서를 추진할 때가 아니다. 현장을 무시한 옥상옥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9·11사태 후 정부와 의회가 초당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20개월 동안 철저한 조사를 거쳐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일의 선후 완급을 헤아려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가히 ‘정신적 IMF사태’라고 할 만하다. 국가의 존재 의미조차 희미해졌다. 무능한 공적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정치권도 막무가내식 정쟁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한쪽에선 못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 대통령도 저의 출마를 권유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또다시 ‘박심’ 논란에 불을 붙였다.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갖게 할 만한 발언이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탄핵감이라고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수수방관이다. 이쯤 되면 ‘박심’의 소재를 떠나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마땅하다. 대통령을 파는 상황이 방치되는 것 자체가 레임덕을 자초하는 일이다. 세월호 조문객이 140만명을 넘었다. 전국이 애도 분위기다. 이 와중에 제 잇속을 챙기겠다고 ‘박심’ 운운하며 분란을 일으키는 전직 총리의 행태를 어느 국민이 곱게 보겠는가. 부끄러움을 안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상이 돼선 안 된다. 세월호 비극의 교훈도 바로 그것이다. 범국민적인 추모의 상징이 된 노란 리본에 대해 새누리당의 모모한 인사들이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정치적 프리즘을 통해 보면 모든 게 정치로 보인다. 국민의 눈물 어린 염원조차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정치적 청맹과니나 다름없다. 적선을 못하면 쪽박이라도 깨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시대의 천박한 정신의 현주소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국가개조에 앞서 인간개조를 해야 한다. 정신이 썩을 대로 썩었다. 사고 선박사가 돈벌이를 위해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화물 과적을 일삼았다면 이보다 더한 죄악이 없다.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는 관피아(관료 마피아)의 과오 또한 물욕에 눈먼 악덕업자들 못지않다. 정부는 ‘관피아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고질화된 관료사회의 적폐를 단번에 해소하기는 어렵다. 무너진 신뢰의 인프라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국가개조라는 거창한 수사가 아니라 국민의 가슴에 와 닿는 작지만 강한 실천이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해피아(해양 마피아)만이라도 제대로 척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신뢰할 것이다. 국가적인 재난의 의미도 모르고 경거망동한 고위 공직자는 물론 민심과 거리가 먼 호가호위형 정치꾼들도 더 이상 대통령 주위에 남겨 둬선 안 된다. 국민은 누가 분노하라고 해서 분노하지 않는다. 자명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스스로 분노한다. 국가가 불행에 빠졌는데 ‘박심’이 무슨 소용이고 ‘노란 리본 세력’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닷냥 서푼어치도 안 되는 소모적인 논쟁을 당장 거둬 치워라. 세월호 참사 뒷갈망을 하기도 힘겨운 형편이다. 이 유례없는 슬픔과 분노의 계절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 수석논설위원
  • 세월호 현장, 공짜밥에 구호품 빼돌리기까지…‘무개념 얌체족’들 빈축

    세월호 현장, 공짜밥에 구호품 빼돌리기까지…‘무개념 얌체족’들 빈축

    실종자·사망자 가족들의 침통한 분위기로 무겁게 가라앉은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인 척하며 구호물품을 빼돌리거나 돈을 챙겨가는 ‘얌체족’들이 기승을 부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20일째인 5일 연합뉴스와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고와 상관없는 일부 시민들이 진도까지 와서 공짜 식사를 하고 구호물품을 가져가는 일이 심심치않게 벌어지고 있다. 5일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40대 아버지와 10대 딸이 진도 팽목항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먹고 미리 준비한 빈 가방에 각종 음료수와 빵 20여개를 챙겨 떠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 비치된 침구류와 수건, 미용물품 등을 그냥 집어가는 사람들도 상당수라는 것이 현장의 이야기다. 지난달 말에는 팽목항 공용화장실에서 대형 롤 화장지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까지 생겼다. 또 “서울에서 일부 노숙자들이 내려와 구호물품을 ‘쇼핑’ 해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전남 진도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인 것 처럼 행세하며 구호물품을 빼돌린 혐의로 이모(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달 21일부터 3차례에 걸쳐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 실내체육관, 팽목항 등에서 실종자 가족이라고 속여 구호물품을 챙기다 경찰에 적발됐다. 단순히 호기심으로 참사 현장을 찾아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자원봉사자인 것 처럼 가족들에게 접근해 이것저것을 묻고 홀연히 자리를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른바 ‘인증샷’을 찍고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슬픔으로 가득찬 팽목항 등대 앞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기념촬영을 한 ‘철부지 커플’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절망과 허탈함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을 배려하지 않은 이들의 행동을 지켜본 자원봉사자들의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참담한 현장에서까지 얌체짓을 하는 이들을 보면 참담한 심정”이라며 “어려운 때일수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네티즌들 역시 “저런 사람들은 전부 공개해서 망신을 줘야한다”, “실종자 가족들은 애가 타는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기념촬영이라니…. 내가 다 부끄럽다”, “남이 아프건 말건 잇속만 챙기는 현실이 슬프다” 등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진실 아들 최환희 “배우 되겠다”…최진실 일기장엔 “엄마 어떻게 하면 좋아?”

    최진실 아들 최환희 “배우 되겠다”…최진실 일기장엔 “엄마 어떻게 하면 좋아?”

    최진실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난 탤런트 고(故) 최진실의 아들 최환희의 근황과 엄마 최진실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 눈길을 끌고 있다. SBS ‘좋은아침’은 2일 최진실의 어머니인 정옥숙 씨와 자녀 최환희, 최준희의 근황을 공개했다. 최환희는 엄마 최진실에 대해 “항상 옆에 계시고 편안한 분이셨다”면서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신 지금도) 옆에 항상 계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환희는 최진실을 그리워하며 “보고싶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인생에서 한 명뿐인 엄마니까 보고싶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최환희는 “엄마가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서 훌륭한 배우가 됐으니 저도 노력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학년이 올라가면 전공을 고를 수 있다. 드라마 전공을 선택하고 싶다”며 배우의 꿈을 밝혔다. 또 딸 최준희는 방과 후 댄스학원에서 활동적인 춤을 배우는 모습을 공개했다. 최준희는 댄스학원에서 걸그룹 에이핑크의 신곡 ‘미스터츄’에 맞춰 완벽한 안무 실력을 선보였다. 최준희는 “어릴 때부터 춤을 췄다. 춤이 가장 재미있고 쉽다”며 엄마에게 물려받은 끼를 뽐냈다. 한편 정옥숙 씨는 이날 딸 최진실의 유품을 공개했다. 딸의 글씨로 쓰인 일기장을 발견한 어머니는 “자신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라며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최진실의 일기장에는 “환희야 수민(준희)아 나의 아들 딸아. 엄마 어떻게 하면 좋아? 너희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구나, 엄마는 지금 너무 막막하고 무섭고 너희를 지푸라기라고 생각하고 간신히 너희를 잡고 버티고 있단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최진실은 또 “너희만 아니라면 삶의 끈을 놔버리고 싶을 정도다. 하루를 살더라도 너희와 활짝 웃으며 푸른 들판을 달리고 싶고, 한창 예쁜 너희 재롱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눈에 담아 기억의 창고에 넣어두고 싶은데 사는 것 자체가 너무도 힘들어 너희 모습도 놓치고 있구나”라며 자녀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진실의 일기장을 읽어내려던 어머니는 “절망적으로 이렇게 그냥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써 놓은 것 같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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