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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나를 잃고 나는 걸었네 [강동삼의 벅차오름(끝)]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나를 잃고 나는 걸었네 [강동삼의 벅차오름(끝)]

    #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걷는 여행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상심 증후군’에 빠진 듯 했습니다. 상심증후군은 전문 의학용어로 타코츠보 증후군이라고도 합니다.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좌심실이 수축되어 위쪽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일본에서 쓰이는 문어 잡는 항아리 타코츠보와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어떤 상실과 고통으로 인해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났을 때, 별안간 모든 목표를 상실했을 때, 지독한 열병을 앓는 듯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을 때, 타코츠보 증후군에 빠졌을 때, 그때 ‘걷기’를 택했습니다. 살기 위해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엔 몇걸음만 걸어도 헉헉대는 내 몸에 절망했습니다. 큰 병을 앓고 난 내 몸은 한마디로 저질체력이 돼 있었습니다. 가까운 도두봉도 헉헉대며 올라갔습니다. 안되겠다싶어 제주도의 오름을 주말마다 한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걷는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새별오름에서 시작한 ‘벅차오름’ 토요연재 시리즈도 50회를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오름을 어디로 해야 할 지, 선뜻 정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오름을 선택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49회에 나간 말미오름과 함께 올레길 1코스를 마지막으로 정할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심사숙고하다가 새별오름 옆 오름이 떠올랐습니다. 새별오름에서 시작한 오름연재니까 새별오름으로 끝내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오름을 ‘이달오름’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 이달봉과 이달촛대봉이 나란히 솟아오른 모습이 마치 젖가슴 같습니다 이달오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새별오름 옆에 있는 오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달오름에 눈길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제주당 억새풍경을 감상하다가 그 앞의 오름이 궁금해졌습니다. 이름이 뭔지 궁금해졌습니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에는 이달오름을 대지에서 솟아오른 아름다운 젖가슴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봉우리가 두개인 쌍둥봉이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보면 흡사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달봉과 이달촛대봉이 이어져 나란히 솟아 있습니다. 초행길이어서 이달오름을 가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가장 쉬운 길은 새별오름 왼쪽 시멘트 길로 걸어가는 방법과 제주당 억새들녘을 지나가거나 아니면 새별오름 정상에서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새별오름이 익숙해져 있어 오름 왼쪽 길을 택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공동묘지가 나옵니다. 새별오름 서쪽 뒤편에 마을공동묘지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참고로 이쪽 탐방로로 이달오름을 가는 것은 비추합니다. 같이 갔던 아내가 하산할 때는 이쪽으로 오고 싶지 않다고 하네요. 심란해지는 것 같다며…. 우여곡절 끝에 이달오름 앞에 멈췄습니다. 또 한번 실책을 범합니다. 탐방로 시작점에서 오름 오른쪽으로 좀 더 가서 올라가야 하는데 시작점 앞 숲속으로 난 길이 보이길래 그 길을 택했습니다. 숲속입구로 들어가는 바람에 이달촛대봉으로 가는 길을 먼저 만납니다. 이달봉은 표고가 488.7m이고, 비고가 119m입니다. 반면 이달촛대봉은 표고 456m, 비고 86m여서 낮습니다. #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비우는 법을 배우고 인생의 내리막을 내려오는 법을 배웠습니다오름을 산책하며 배우는 것이 많았습니다. 가장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높은 산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을. 우거진 숲에서 보이지 않는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길없는 길처럼 막막해도 다가서야 길이 열린다는 것을. 헤매고 헤매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평탄한 길보다 실패하며 굴곡진 길을 걸어가봐야 상대방의 심경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 앞에서 자신을 낮추게 된다는 것을, 가슴이 따뜻해야 상대방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 깨달았습니다. 비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비워야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수풀이 우거져 들어갈 공간이 없으면 들어가려다가 포기한다는 것을. 비워야 홀로 되는 순간에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비워야 정상에서도 가슴이 뻥 뚫린다는 것을. 비워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것을, 비워야 멋진 전망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려오는 법을 배웠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절정기가 있습니다. 정상을 밟았지만, 금세 정상을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정상을 오래 지키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생의 내리막길은 늘 존재한다는 것을. 올라가는 법보다 내려오는 법이 더 힘들다는 것을. 늙어가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성숙해져야 단풍 들고 잎새를 떨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야 새싹이 다시 돋아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정비 안된 길로 또 잘못 들어서서… 가시밭길을 헤매었습니다이날도 그렇게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오르막길이 힘들어도 곧 정상이 나오고 다시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소나무숲을 오르다보니 이달오름 정상입니다. 조그만 막사같은 산불초소가 보입니다. 탐방객이 올라와 드론을 띄우고 있습니다. 정상이 탁 트이는 곳이 아니어서, 벤치조차 없어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습니다. 이달봉이라고 쓰여있는 표지석이 누워있습니다. 세워져 있어야할 표지석이 땅에 누운 채 있습니다. 새별오름과 달리 그만큼 이달오름은 탐방로 정비가 안된, 사람 발길이 드문, 조금은 초라한 오름임을 실감합니다. 내려오는 길은 더 험합니다. 가시덤불은 아니지만, 미끄러운 흙길이고 붙잡을 밧줄마저 여의치 않습니다. 후덜덜하며 내려옵니다. 혹시라도 낙상할까봐, 천천히 걸어내려옵니다. 남들이 올라온 길을 역방향으로 내려오는 탓에 코스는 난코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산한 뒤 새별오름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이번엔 갈림길에서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가시밭길을 헤맵니다. 가시덤불을 헤집고 겨우 빠져나와 다시 길을 찾았습니다. 20분간 지체된 듯 합니다. 다행히 겨울이어서 풀이 무성하지 않아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탐방이 때론 고행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달오름은 새별오름처럼 유명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말없이 서 있는 모습이 웬지 애정하게 됩니다. 조금은 아웃사이더 같은 인생에 연민의 정을 느끼는 이유와 비슷한 듯 합니다. 존재감 없는 모습이지만 진솔한 모습에 설득당했습니다. ‘미안하다, 몰라봐서…’ 그런 감정이 듭니다. # 서쪽 오름의 대명사 새별오름 들불축제는 불놓기 대신 빛의 축제로 열린답니다그리고 산길을 올라 새별오름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집니다. 360도가 탁 트인 오름이 50회를 소개하면서 많지 않았습니다. 남쪽이 트이면 북쪽은 막혀있고 동쪽이 트이면 서쪽은 숲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새별오름은 멀리 서귀포 앞바다, 마라도, 비양도, 한라산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새별오름은 은빛 억새가 장관인 곳입니다. 겨울인데도 억새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누군가는 셔터를 눌러대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 아래 억새오름을 카메라에 담고 마음에도 담습니다. 새별오름을 처음 소개할 당시 들불축제를 하느냐 마느냐 논쟁이 뜨거울 때였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논쟁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새별오름 들불축제는 방애불(들불)을 놓는 행사는 하지 않습니다. 산불위험·환경보호 논란으로 ‘오름 불놓기’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 대신 빛의 축제로 바뀝니다. 세계적인 음악가 양방언을 포함한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와 함께 미디어파사드, 빛, 조명, 불꽃 등으로 디지털 연출기술을 활용한 불놓기로 새로운 실험을 선보입니다. 새별오름을 유난히 사랑하는 한 선배는 이참에 365일 문화예술축제가 펼쳐지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던 말이 떠오릅니다. 2년 만에 새 모습을 보일 새별오름 들불축제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사랑하라… 마치 상처받은 적이 없는 것처럼‘샛별과 같이 빛나는’ 새별오름을 오르며, 춤추는 억새들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를 읊어봅니다. 이 시는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쓴 미국의 유명작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라는 설도 있지만, 난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시집에서 읽고 알게 됐습니다. ‘춤춰라, 마치 아무도 안 보는 것처럼(Dance like there’s nobody watching). 사랑하라, 마치 상처받은 적이 없는 것처럼(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노래하라, 마치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Sing like there’s nobody listening).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 처럼(Work like you don’t need money). 살아라,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Live like it’s heaven on earth)’. 오름을 오르는 순간만큼은 내 자신도 오름을 닮아가려 했습니다. 이 시(詩)와 같은 결로 말하자면… 걸으면서,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마치 한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걸으면서 내 주위에 너그러워졌습니다, 마치 한번도 친구가 있어본 적이 없는 것 처럼. 걸으면서 용서하는 법을 알게 됐습니다, 마치 한번도 미워해본 적이 없는 것 처럼. 걸으면서 내 자신에게 관대해졌습니다, 마치 한번도 엄격해본 적이 없는 것 처럼. 걸으면서 내 자신에게 다시 성실해졌습니다. 마치 한번도 게을러본 적이 없는 것 처럼. 걸으면서 어느 때보다 겸손해졌습니다, 마치 한번도 거만해 본 적이 없는 것 처럼. 걸으면서, 걸으면서…
  • 트럼프, 푸틴에도 경고장… “우크라전 종전협상 거부 땐 고관세”

    취임 첫날부터 추가 제재 여지 언급 친분 과시하던 이전과 달라진 양상 러, 구체적인 제안 나올 때까지 유보“바이든 때보다 기회 있다” 열린 입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거부하면 관세 인상 등 새로운 대러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스트롱맨들과의 관계를 과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대러 발언은 이전 우호적이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진 양상이다. 임기 초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출구 전략을 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러시아를 향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만간 러시아 및 다른 국가에 높은 수준의 세금, 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올렸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자”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참여국에 어떤 나라가 포함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를 해칠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 “나는 러시아 국민을 사랑하며 푸틴과는 항상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에서 우리 승리에 도움을 줬고 그 과정에서 거의 6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또 “나는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큰 은혜를 베풀 것”이라며 “지금 당장 협상해서 이 터무니없는 전쟁을 멈추라”고 압박했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달 타임지 인터뷰에서 북한 참전 등을 이유로 “상황이 복잡해졌다. 종전이 쉽지 않다”고 언급하는 등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듯했다. 그 이후 취임 첫날부터 러시아를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취임 첫날에는 “푸틴 대통령이 협상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러시아는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날엔 백악관 문답에서 ‘푸틴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할지’ 묻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미국의 속내와 구체적인 협상안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이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새 (미국) 행정부의 협상 능력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이전 백악관 수장(바이든 대통령)의 절망에 비하면 오늘은 작은 기회의 창이 있다”며 열린 입장을 내비쳤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의 드미트리 폴랸스키 차석대사도 “트럼프가 생각하는 ‘협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 트럼프 뒤통수 친 젤렌스키…“영토 포기, 절대 안 해” 초강수 [핫이슈]

    트럼프 뒤통수 친 젤렌스키…“영토 포기, 절대 안 해” 초강수 [핫이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 특별연설에서 “누가 무엇을 원하든, 심지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단결해 요구할지라도, 우리는 결코 점령된 영토를 (러시아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빼앗긴 영토는 해방되는 순간까지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러시아를 평화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력과 상반된 내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푸틴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 평화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강한 경고를 내놓았다. 평소 푸틴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를 자랑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경고성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에도 푸틴 대통령을 향해 평화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가 시작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공언을 지키려는 상황에서, 빼앗긴 영토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다짐은 평화 협정까지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평행선만 달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트럼프의 선택은?현재 러시아는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러시아 편입 및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입 포기 등을 휴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과 같은 강한 안보 보장 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재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20년 유예하고 유럽의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킨다는 내용의 종전안을 제시했으나, 러시아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에 해결했다는 목표를 사실상 철회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특사로 임명된 키스 켈로그는 지난 8일 폭스뉴스에서 종전 목표 시점을 취임 후 100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취임 당일 국무장관 인준을 받은 마르코 루비오는 CNN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시한을 정할 수는 없다”면서 “어느 쪽도 최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양측 간 갈등을 종식시키려면 양측 모두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루비오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포기해야 할 ‘무언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기회의 창’이 열렸다며 긍적적인 교류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22일 “새로운 행정부의 협상 능력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이전 백악관 수장(바이든 대통령)의 절망에 비하면 오늘은 작은 기회의 창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에 전향적 입장을 내놨다. 이어 “따라서 우리가 무엇을 누구와 거래해야 할지, 미국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근화의 말하자면] 한남대교를 지나며

    [이근화의 말하자면] 한남대교를 지나며

    “젊음과 늙음이 엇갈리는 순간 그러한 속력과 속력의 정돈 속에서 다리는 사랑을 배운다.”(김수영, ‘현대식 교량’) 출퇴근길 한강 다리를 건널 때마다 마주하는 야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지고는 한다. 이제 그만 물릴 때가 되었는데 날마다 조금씩 새로움을 더하는 풍경 앞에 굴복하고 만다. 그 순간 김수영이 떠오른다. 몇 년 전 희귀병을 앓던 선배 시인은 병실에 홀로 누워 김수영의 ‘현대식 교량’을 보여 달라고 했다. 나는 어두운 마음으로 그 시의 원문을 찾아 주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미움과 원망 너머 용서와 화해를 갈망했던 것일까. 그 끝에 사랑을 배웠을까.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엇갈리는 순간, 서로 다른 속력과 패턴 속에서 마음은 늘 쉽지 않다. 한남대교를 지나 오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집은 코앞이다. 하지만 정체가 길어질 때가 많다. 수많은 시위 인파와 뒤엉킨 차량이 만들어 내는 소음은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지난 12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의사당 앞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죽은 자도 벌떡 일어나 화를 낼 만큼 놀라운 일이 우리 사회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수장이 권력을 앞세워 폭력적인 방식으로 국가내란을 일으켰다. 전체주의적 발상을 깔고 공포를 조장하는 계엄령 선포는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국회와 국민의 힘으로 최악의 사태는 막아 냈지만 분노와 치욕을 씻어내기 어려웠다. 국민의 의사 결정은 교통 체증만큼이나 더디게 반영될 모양이었다. 이제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한남동 도로 위를 점유하고 다시 시위에 나섰다. 극우세력과의 대치 너머 어떻게 대화를 시도해야 할지 길고 지난한 숙제가 남아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퇴근길 정체를 뚫고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따뜻한 온기와 함께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아이들도 무수히 많은 엇갈림을 겪을 테고 저마다의 속력으로 멈출 것이다. 그 속력의 정돈 속에서 사랑을 배워야 할 것인데 ‘다리’가 배운 사랑은 무엇일까. 김수영은 ‘현대식 교량’에서 심장을 기계처럼 중지시키는 연습을 무수히 해 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말 속에서 새로운 여유와 역사의 흔적을 느낀다고도 했다. 한일 협정이 체결된 1965년 직후 발표된 시이기에 당대 고민을 엿보게 된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을 경험한 이들에게 일본과의 공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적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제 적을 형제로 만드는 실증을 똑똑하게 천천히 보았으니까!”라는 구절은 분노와 화해의 가능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 지금 우리도 분노를 냉철한 이성으로, 수치를 전환의 용기로, 조급함을 새로운 기다림으로 바꾸기 위해서 용기 있게 움직이며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희한하게도 희망은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 솟아난다. 그것은 절망의 가장자리에서 피어나는 절박한 사랑이기도 하다. 이근화 시인
  • “그의 복귀에 절망, 보복 걱정”…경호처 직원, 김성훈 ‘직위 해제’ 요구 호소

    “그의 복귀에 절망, 보복 걱정”…경호처 직원, 김성훈 ‘직위 해제’ 요구 호소

    대통령경호처 직원이 업무에 복귀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보복 조처를 우려하며 그의 직위해제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공개됐다.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현직 경호처 직원 A씨가 전날 보냈다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A씨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해서 김성훈 차장이 풀려나 경호처 직원들이 ‘멘붕’이다. 그가 어떤 짓을 할지 몰라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한 혐의를 받는 김 차장에 대한 경찰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반려됐다. 이에 김 차장은 즉시 석방됐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이광우 경호본부장도 석방했다. A씨는 “경호처의 대다수 간부와 직원들은 깊은 고뇌를 거쳐 헌법적 가치와 양심에 기대어 (지난 15일) 영장 집행에 응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3일 1차 체포 영장 집행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와 대치하다 약 5시간 만에 철수한 것과는 달리 지난 15일 2차 영장 집행 때는 경호처와의 충돌 없이 수월하게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사실상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지시를 불이행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직무배제와 같은 구두 인사 조처로 (영장) 집행을 막지 않았던 직원들에게 인사 조처를 예고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다수 경호처 직원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복귀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현재 많은 간부가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부서와 담당자들이 증거 인멸을 포함한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상황으로 어떤 보복 조치가 있을지 걱정”이라며 “경호처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그들의 직위 해제를 강력히 원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경호처는 이날 MBC 보도와 관련해 반박하고 나섰다. 경호처 측은 “부당한 인사 조처 등 ‘보복 조치’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검토된 바도 없다”고 밝혔다.
  • 김용호 서울시의원, 2025년 대한민국 희망프로젝트 ‘제2회 도전포럼 및 신년음악회’ 축사

    김용호 서울시의원, 2025년 대한민국 희망프로젝트 ‘제2회 도전포럼 및 신년음악회’ 축사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용산1)이 지난 16일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개최된 ‘2025년 대한민국 희망프로젝트 희망을 주는 신년음악회와 제2회 도전포럼 및 신년하례식’에 참석, 축사하며 참석자들에게 꿈과 희망과 도전정신을 심어줬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의회, 도전한국인본부(조영관 상임대표), 대한민국청년협의회(김영만 총재), 세계도전재단(장주찬 총재)이 공동 주최·주관하는 희망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됐으며, 하나님의군대, 유엔한반도평화반영재단, (사)국제청소년문화교류연맹, (사)1004클럽나눔공동체, 챌린지뉴스, 뉴스인, 국제나눔재단, 월드인코리아, 학생신문, 꿈방송(DBC), (사)서울우리예술가곡협회, 도전월드봉사단중앙회, 도전심리협회 등을 비롯한 다수의 단체가 후원했다. 1부 행사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도전정신의 중요성에 대한 특강이 진행됐으며, 도전한국인상, 서울시의회표창 시상식이 함께 이뤄졌고, 2부 신년음악회에서는 채움 예술단, 글로벌 걸그룹 맵시 등 다양한 예술인들이 참여한 퓨전형 음악회로 구성됐다. 김 의원은 축사를 통해 “절망과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며 도전하는 정신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이러한 뜻깊은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끝으로 “지난해에 이어 2025년에도 꿈·희망·도전을 위한 도전한국인 및 청년협의회 포럼을 추가로 개최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도전정신을 확산시키고 아울러 시민들에게 7전 8기의 도전 정신을 전파하고, 심어주기 위해 7월 8일이 ‘도전의 날’로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음울한 시대를 가로지르는 선율…묵직한 질문을 던지다

    음울한 시대를 가로지르는 선율…묵직한 질문을 던지다

    영혼을 사로잡는 음악. 그런데 그 선율을 듣는 사람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기 시작한다. 마음속 깊은 절망감을 건드린 것일까.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채우는 음울한 공기가 사람들을 휘감는다.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셰레시 레죄(1889~1968)가 쓴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헝가리어 원제목은 Szomorú Vasárnap)가 1933년 발표됐을 당시의 일이다. 뮤지컬 ‘글루미 선데이’는 말 그대로 ‘우울한 일요일’이라는 뜻의 이 곡이 발표됐을 당시의 일을 소재로 삼았다. 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오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에서 하는 이번 공연이 초연이다. 작품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14구역의 한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자보와 그의 연인 일로나, 레스토랑 전속 연주자인 안드라스와 레스토랑의 단골이 된 한스. 평범한 사람들 같지만 세 남자 모두 일로나를 사랑하는 독특한 관계를 형성한다. 작품은 네 사람의 엇갈린 감정들이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동시에 파괴하기도 하는 독특한 지점을 파고든다. 레스토랑 운영을 위해 다른 남자를 쳐다보는 일로나를 견디는 자보, 일로나를 마음껏 유혹하는 안드라스, 일로나에게 거절당한 후 자살을 시도했다가 독일군 장교가 돼서 돌아온 한스까지.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보면 막장스러운 이들의 사이가 위태로운 감정선을 끌고 간다.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은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안드라스가 써낸 문제작이다. 얽히고설킨 관계와 2차 대전이라는 시대 배경이 어우러져 풍성한 서사가 이어진다. 독일군 장교로서 권력자가 된 한스가 드러내는 이중인격, 인간의 존엄성을 고민하는 안드라스의 모습 등이 대학로 뮤지컬로서 던지기 쉽지 않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에서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글루미 선데이’ 곡은 깊은 잔상을 남긴다. 자보의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무대는 크게 변화하지 않지만 이 덕분에 주인공들의 서사에 더 집중하게 된다. 복잡한 관계와 시대상을 보여주는 만큼 쉽게 와닿는 전개는 아니지만 곰곰이 곱씹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진다. 행복했어야 할 사람들에게 닥친 작은 비극들이 혼탁한 시대를 부여잡고 살아가는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리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의 정서를 잘 살려낸 미장센과 다채로운 조명 연출이 초연작을 탄탄하게 한다. 원작과 실화가 존재하는 이야기가 대개 그렇듯 작품을 둘러싼 배경을 알고 보면 더 풍성하게 다가온다. 안드라스 역을 맡은 홍승안 배우가 막공을 마쳤고 오는 25~26일 배우들의 막공이 이어진다. 자보 역에 정문성·최재웅·김종구, 일로나 역에 이정화·허혜진·이지연, 안드라스 역에 정민·유승혁, 한스 역에 이진혁·반정모·홍기범이 출연한다.
  • [서울광장] 백골단과 서북청년단

    [서울광장] 백골단과 서북청년단

    광복 8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또다시 역사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12·3 계엄 선포가 촉발한 탄핵정국은 극도의 혼란과 분열상을 보였던 80년 전의 ‘해방정국’으로 시곗바늘을 되돌려 놨다. 어렵게 쌓아 올린 민주적 가치와 사회통합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모습 앞에 절망이란 단어마저 떠오른다. 탄핵정국의 장본인,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이것이 사태의 완결이 아니라 혼돈의 또 다른 초입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단순한 특정 정파에 대한 지지 여부를 넘어서 사회 전반에 걸친 가치관의 대립으로 확산되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재등장한 ‘백골단’을 보자. 지난 9일 흰색 헬멧을 쓰고 국회를 찾은 청년들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부대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까지 했다. “윤 대통령을 지키는 자경단으로 활동하겠다”는 섬뜩한 결의를 비친 대목에서 많은 국민이 경악했다. ‘죽음을 불사하겠다’는 백골(白骨)의 상징적 단어가 백주대낮에 횡행하는 요즘. 그 퇴행적 그림자는 해방공간에서 서북청년단이 남긴 깊은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분단의 그늘이 짙게 드러난 시기 김일성 정권의 폭압을 피해 월남한 이들이 주축이 됐지만 반공을 명분으로 반대세력에 대한 잔혹한 탄압 선봉대로 전락한 기억이 새롭다. 정부 수립을 둘러싼 해방정국이나 대통령 탄핵의 해법 도출 과정에서 직면한 2025년의 정국은 그와 너무도 흡사하다. 공존의 싹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정치적 문화는 폭력적 해결을 찾으려는 극단적 세력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좌우 대립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폭력과 혼란으로 이어졌고, 결국 남북 분단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했다. 남북의 극단적 대립을 넘어서 좌우합작을 통해 통합을 모색했던 김구, 김규식, 여운형 등 정치인들은 한반도 민족 공동체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 헌신했지만 극단적 이념 대립 속에서 실패를 맛보았다. 80년간 우리 사회가 쌓아올린 민주적 가치와 경제적 번영이란 두 축을 흔드는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직면한 정치문화는 공존이란 이름조차 내밀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당파를 뛰어넘으려는 시도조차 배신자의 낙인을 찍는 집단주의적 정치문화 속에서 고립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세계 속에서 민주주의의 성공 사례로 손꼽혀 왔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서방의 모멸을 극복한 위업이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 10위의 우리 경제적 입지는 정치적 혼란으로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 위기의 장기화로 귀결된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그리고 쿠데타가 반복되는 태국의 비극을 되풀이 해선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통합의 비전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갈등과 대립은 피할 수 없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치열하게 싸우되 공존의 마음을 열어 주는 정치 문화가 필요하다. 탄핵정국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즉 행정·입법·사법부 모두가 흔들리는 현실이다. 특히 민주주의 보루인 사법부마저 당리당략을 위해 뒤흔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동서독 통합 과정에서 사회적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통일 독일을 경제강국으로 만들었다. 남아공의 진실과화해위원회는 과거의 폭력과 인권침해를 직시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사과나 보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신뢰 회복과 미래지향적 관계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 사회는 해방공간의 퇴행적 정치 행태를 반복하는 대신 화합과 포용의 정치를 통해 국민적 신뢰를 재구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위기 때마다 성숙해 온 저력이 있다. 분열을 넘어 공존의 공간을 넓히는 것은 우리에게 던져진 새로운 시대 과제다. 해방 이후의 분열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통합과 포용의 사회적 정체성 확립이 절실하다. 오일만 논설위원
  • “총리님, 개미 밟으세요?” 엉뚱한 질문한 기자 ‘깜짝’ 정체…답변은?

    “총리님, 개미 밟으세요?” 엉뚱한 질문한 기자 ‘깜짝’ 정체…답변은?

    이탈리아 총리에게 한 기자가 “개미를 밟으세요?”라는 엉뚱한 질문을 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기자가 화가, 조각가, 행위 예술가로 100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한 다재다능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13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9일 총리 집무실인 로마 키지궁에서 뒤늦게 송년 연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다양한 국내외 현안에 관한 질의응답이 오가던 와중에 한 기자가 느닷없이 이렇게 물었다. 그는 “총리님, 개미를 밟으세요? 걸을 때 개미를 신경 쓰나요? 할머니가 항상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개미를 밟으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거든요”이라고 질문했다. 진지한 분위기를 깨는 독특한 질문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질문을 듣고 잠시 얼어붙었던 멜로니 총리는 이내 웃음을 터트리며 답했다. 그는 “글쎄요…. 나도 모르겠네요. 절망적입니다. 제가 개미를 밟을까요? 눈에 보이면 안 밟으려고 하는데, 항상 개미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라고 답했다. 이어 “이게 정답인가요? 난처하네요. 뭐라고 해야 할지…앞으로 더 조심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질문을 던진 기자는 이탈리아 영상 뉴스 전문매체인 비스타 통신의 기자이자 편집장인 알레안데르 약흐나기에프다.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매번 비범한 질문으로 화제를 모으는 인물이라고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소개했다. 그는 멜로니 총리의 임기 첫해인 지난 2022년 12월 29일 열린 송년 연례 기자회견에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멜로니 총리에게 “총리님의 시간은 순환적인가요? 선형적인가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탈리아 언론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약흐나기에프 기자의 질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일부는 개미를 ‘국민’으로, 비를 ‘지도자의 몰락’으로 해석해 국민을 탄압하면 지도자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약흐나기에프 기자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질문의 의도에 대해 “열린 질문”이라며 “총리의 답변이 곧 질문의 의미를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인에 그치지 않고 화가, 조각가, 행위 예술가로 100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그의 예술적 감각이 기자로서의 독특한 질문과 시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코리에레델라세라는 풀이했다.
  • 삶조차 불멸의 작품으로… 화폭에 고뇌 새긴 ‘위대한 패배자’[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삶조차 불멸의 작품으로… 화폭에 고뇌 새긴 ‘위대한 패배자’[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굴욕의 상처로 점철된 생애정신질환 고통에 비극적 최후까지세상의 기준으론 패배자에 속한 삶죽음 후 얻은 명성과 극명한 대비편지로 만나는 ‘진짜’ 고흐동지이자 동생에게 쓴 편지 668통 예술 철학부터 굴욕적 현실 드러내그의 인생·작품 세계가 담긴 기록물세계 미술사의 거장들은 작품만큼 빛나는 ‘말’도 남겼습니다. 명언을 곱씹어 보면 거장의 삶과 예술에 스민 철학이 손에 잡힐 듯 돋을새김됩니다. 저 멀리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거장의 세계를 명언으로 압축해 작품과 함께 펼치는 지상(紙上) 갤러리. ‘팜므파탈’, ‘로망스’,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등을 저술한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계속 열어 드리겠습니다. 미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남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벽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도 못할,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급 사람(…)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기이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 주겠다.” 이 편지 내용은 한 가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오늘날 대중에게 반 고흐는 신화적 존재이며 숭배의 대상이다. 그의 그림이 전시된 미술관에는 관람객이 몰려들고 그의 일생과 예술을 다룬 책, 영화, 음악, 여행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 브랜드 가치도 수천억원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반 고흐의 걸작 ‘가셰 박사의 초상’은 1990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 달러(약 972억원)에 팔리며 세계 최고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죽음 후 위로와 희망을 주는 존재로 생전에 그는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패배자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그는 16세에 화랑 판매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견습교사, 서점 점원, 선교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자신의 길을 찾으려 노력했는데도 매번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27세에 뒤늦게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독학으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며 몇 가지 예술적 훈련과 수업을 받았다. 화가로 활동하던 10년 동안 회화 900여점과 습작 1100여점을 그리며 창작열을 불태웠지만 판매된 작품은 ‘아를의 붉은 포도밭’ 단 한 점뿐이었다. 당시 미술계와 미술시장은 강렬한 색채대비와 역동적인 붓 터치, 감정적 표현이 특징인 그의 혁신적 화풍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수차례 신경 발작을 일으켰고 자신의 귀를 자르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도 있다.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이 더해져 그는 결국 37세에 권총 자살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생전에 패배와 굴욕의 상처를 안고 살았던 반 고흐가 어떻게 사후에는 대중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극적인 전환의 배경에는 그림과 함께 남겨진 편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편지들을 묶은 서간집이 1914년 네덜란드에서 출판된 이후 반 고흐의 삶과 예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그의 편지는 ‘왜 불행한 화가들의 작품이 찬미의 대상이 되며 더 비싸게 팔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한편으로 대중이 고통을 겪은 예술가에게 더 큰 애정과 성원을 보내는 심리적 현상의 의미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준다. 반 고흐의 편지는 ‘저주받은 광기의 화가’로 알려진 세간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인간 반 고흐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지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반 고흐는 가족, 친구, 동료 화가들과 정기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현재 남아 있는 약 820통의 편지 중에서 668통은 유일한 후원자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것이다. ●예술의 열정 담긴 고흐의 편지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영어 3개 국어로 쓰인 편지는 반 고흐의 삶과 예술, 내면세계를 보여 주는 소중한 자료이며 깨달음의 기록을 담은 명상적인 자서전이기도 하다. 특히 스케치가 포함된 편지들은 작품세계의 이해를 돕는 안내서와 같다. 네덜란드 미술사가 얀 헐스커는 편지의 예술적 가치를 이렇게 평가했다. “반 고흐는 놀라운 글쓰기 재능 덕분에 편지에서 자신을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편지는 그의 삶과 작품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기록물이라는 것 이외도 뛰어난 문학성으로도 세계문학사에서 인정받고 있다.” 편지에 담긴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은 다음의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반 고흐는 절친한 화가 안톤 반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예술가가 겪는 내적 갈등과 투쟁을 이렇게 비유했다. “오늘 다시 한번 체념이라는 ‘검은 짐승’과 싸움을 벌였네. 그 짐승은 자르면 자를수록 새로운 머리가 돋아나는 일종의 두사(頭蛇)인 듯하네. 하지만 놈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 짧게라도 시간만 생기면 나는 이 오래된 ‘검은 짐승’과의 싸움을 즐긴다네. (…) 체념이라는 검은 짐승은 엄연히 현실 속에 살면서 ‘인간 삶의 크고 작은 많은 비참함’을 불러일으키지.” 이 편지는 그가 삶과 예술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는 과정을 통해 창작 의지를 다졌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체념에 굴복하지 않고 맞선 그의 태도는 실패와 좌절을 겪는 사람들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반 고흐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테오야, 나는 미쳐 가고 있다. 그건 나도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한테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 아닌지, 또 이득도 없는 일을 하면서 우애를 핑계 삼아 네 돈을 받아 챙기고 있는 것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거든. (…)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네가 보내 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그림이 전혀 팔리지 않은 상황에서, 동생의 도움에 의존해야만 하는 굴욕적인 현실은 그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남겼다. 편지에 나타난 가난, 죄책감, 형제애, 헌신 등의 주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과 고뇌를 담고 있으며 시대를 초월해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반 고흐가 여동생 윌에게 보낸 편지는 그가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음을 말해 준다. “사람도 곡식에 비유할 수 있다. 한 알의 곡식에도 싹을 틔울 힘이 있는 것처럼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에게도 그런 힘이 있다. 자연스러운 삶이란 싹을 틔우는 것이거든. 사람들이 싹을 틔울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겠지.” 그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며 사랑이 삶의 핵심이자 원동력이라고 믿었다. 사랑을 곡식의 싹을 틔우는 힘에 비유한 그의 글은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으며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을 발견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반 고흐의 삶과 예술에 독서가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가 여동생 윌에게 쓴 편지는 독서에서 얻은 문학적 표현과 심리적 통찰을 그림과 삶에 적용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나는 좋은 웃음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낀다. 그 웃음을 모파상한테서 발견했다. 웃음의 의미를 잘 전해 준 옛 작가 중에는 라블레, 오늘날에는 앙리 로슈포르, ‘캉디드’를 쓴 볼테르도 있다. 반대로 있는 그대로의 삶과 진실을 원한다면 ‘제르미니 라세르퇴’와 ‘소녀 엘리자’를 쓴 공쿠르 형제, ‘삶의 환희’와 ‘목로주점’을 쓴 졸라가 있다.(…) 그들은 우리가 공감하는 삶을 묘사하고 있어서 진실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수백권의 책을 읽으며 지식과 영감을 얻고 삶의 의미를 성찰했다. 그의 편지에 적힌 도서 목록은 그가 얼마나 폭넓고 깊이 있게 독서를 했는지를 보여 준다. 반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의 예술철학과 열정,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인물화나 풍경화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반 고흐는 삶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자신의 그림을 통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바랐다. 그가 생폴드모솔 정신병원에 입원하던 중 그린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은 고독과 절망 속에서도 예술에 헌신했던 그의 영혼을 상징한다. ●싸우고, 패배했지만, 승리를 거둔 인간 ‘생전의 패배, 사후의 승리’라는 주제는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핵심 문구다. 이는 독일 미술사학자 율리우스 마이어 그레페의 “싸우고, 패배했지만, 승리를 거둔 인간. 반 고흐는 현대의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가 구세주가 될 수 있는가는 제자들의 믿음에 달려 있다”는 말에서도 나타난다. 반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생전의 패배, 사후의 승리”라는 주제가 떠오르는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 누구라도 이런 글을 읽으면 밑줄을 그어 마음에 간직하고 싶어질 것이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 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것없으며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女 폐경 후 ‘성적 유혹 불가’라더니”...美 여배우의 20년 전 고백

    “女 폐경 후 ‘성적 유혹 불가’라더니”...美 여배우의 20년 전 고백

    세계적인 여배우 나오미 왓츠(56)가 20년 전 겪은 조기 폐경과 할리우드의 여성 차별 경험을 고백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왓츠는 최근 출간한 저서 ‘감히 말하자면: 폐경에 대해 알았더라면 좋았을 모든 것’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다. 왓츠는 이 책에서 “폐경이나 심지어 폐경 전 단계라고 인정하면 다시는 일할 수 없을 거라는 경고를 받았다”며 “할리우드에서는 그런 여성을 두고 성적 유혹이 불가능하다고 불렀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연기를 시작한 이래로 나이를 주목받는 것은 직업적 자살 행위라는 경고를 받았다”며 할리우드의 나이 차별적인 문화를 꼬집었다. 왓츠는 36세에 임신이 잘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조기 폐경 진단을 받은 충격적인 순간도 생생히 묘사했다. “폐경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그는 “진찰대에서 거의 떨어질 뻔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의 반응은 절망적이었다. “폐경이 가까워졌다니 무슨 말인가? 그건 할머니나 겪는 거 아닌가? 아직 엄마도 되지 못했고, 여기 온 이유가 바로 엄마가 되기 위해서다. 취소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수년간 겪어온 열감과 발한 등의 증상이 조기 폐경의 징후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그는 이러한 경험을 공유해 다른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예상과 달리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왓츠는 “이제는 유명인들이 정기적으로 문자를 보내 자신이 폐경이라고 알려온다”며 “마치 내가 할리우드의 고민 상담가가 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아는 여성보다 더 섹시한 사람은 없다는 깨달음을 얻고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 [정은귀의 시선] 희망을 희망하는 하루

    [정은귀의 시선] 희망을 희망하는 하루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의 횟대에 걸터앉아― 가사 없는 선율을 노래하며― 절대― 멈추지 않아― 돌풍 속에서― 가장 감미롭게 들려― 그 폭풍 너무 쓰라려서― 그처럼 많은 이에게 온기를 준 그 작은 새를 당황하게 하네― 가장 추운 땅에서도 나는 들었네― 가장 낯선 바다 위에서도― 허나― 절대― 아무리 절박해도, 그건 내게 빵 한 조각 달라 안 했네. ― 에밀리 디킨슨 #254 새해엔 ‘정은귀의 시와 시선’ 대신 ‘정은귀의 시선’이라는 더 간결한 대문 아래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시를 고르는 시선(詩選)이자 때를 고르는 시선(時選), 눈이 가는 방향인 시선(視線)을 다 아우르며 이 공간에서 독자들과 함께 사람을 살리는 말을 나누고자 한다. 새해의 좋은 점이 무얼까. 작심삼일이라도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새해에 나는 거창한 계획 대신 두 가지만 마음먹었다. 뚜벅이로 걷기, 재래시장 이용하기. 식자재를 새벽에 받아 보는 배달 서비스는 겹겹이 두른 포장지 때문에 늘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터여서 기후와 환경을 생각하기로 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잘 지키고 있으니 일단 성공. 지난 12월은 모두들 힘들었다. 아직까지도 불면증, 소화불량, 불안, 우울, 화를 호소하는 분이 많다. 안타깝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일이 제자리를 찾을 것 같지도 않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시간을 지나는 중이니 이런 때일수록 다부지게 마음먹어야 한다. 시절을 바꿀 수 없을 때 무얼 하면 좋을까. 나를 바꾸면 된다. 더 다잡아 공부하고, 청소하고, 부지런히 걷고, 좋은 이들을 만나 희망을 나누는 거다. 계엄령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12월 오후에 영화 ‘룸 넥스트 도어’를 본 것은 좀 다른 숨을 쉬고 싶어서였다. 죽음과 우정의 연대를 품위 있게 그려 낸 영화가 참 좋았다. 내친김에 원작 소설인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What Are You Going Through)까지 읽었다. ‘안녕’, ‘잘 있니’ 같은 일상의 말이 사람을 어떻게 살리는지 실감하면서. 살갑고 다정하게 안부를 묻는 것은 위기를 살게 하는 든든한 힘이다. 소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지금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이 만든 지옥을 첫 번째 유형이 막아서고 견디며 헤쳐 나가고 있다. 무장한 차가 국회에 진입하자 온몸으로 막았다. 민간인에게 들이대는 총구를 맨손으로 막았다. 기말고사 기간에 거리에서 책을 읽으며 노래를 불렀다.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고립된 이들에게 달려갔다.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밤을 새웠다. 과거의 상처와 희생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 고통을 나눠 갖자는 마음이 만든 이 겨울의 풍경이다. 그렇게 희망은 절망의 순간에 천사처럼 날아들었다. 훗날 이 시간은 어떤 언어로 기록될까. 희망은 진실해서 오래 버티고, 날렵해서 멀리 간다. 노랫말이 없어 누구나 부를 수 있다. 허밍도, 침묵도, 비명도, 합창도 다 가능하다. 무엇보다 희망은 손쉬운 위무나 동정을 청하지 않는다. 희망을 희망이게 하는 것은 이 올곧은 힘이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며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이들이 거짓과 아첨 속에서 승승장구할 때 희망은 구걸 않고 당당히 버틴다. 비루한 아첨꾼들이 몰락할 때 희망은 여전히 올곧은 시선으로 그 너머를 보며 자기 길을 간다. 보이지 않아도 간절히 귀 기울이면 들리는 희망. 희망이 우리에게 온다. 쉼 없이 직선으로 온다.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 마냥 춥지 않고 쓸쓸한 1월… “시 쓰기 딱 좋은 계절이네”

    마냥 춥지 않고 쓸쓸한 1월… “시 쓰기 딱 좋은 계절이네”

    세상을 대하는 따스하고 애틋한 마음을 시인은 도저히 숨길 수 없나 보다. 시에서, 산문에서 다 들통이 나고 있어서다. 마냥 춥지도 않고 왜인지 쓸쓸하기만 한 1월, 시인은 “시를 쓰기 딱 좋은 계절”이라고 말한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끝별(61)이 최근 펴낸 잡문집 ‘시쓰기 딱 좋은 날’은 딱 1월을 겨냥한 책이다. 눈과 겨울의 감각으로 펼친 세상의 이야기가 언제는 시로, 언제는 에세이로 적힌다. 시인 김민정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난다의 시리즈 ‘시의적절’의 열세 번째 책이기도 하다.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펴낸다는 기획으로 지난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새해에도 이어 가게 됐다. 3월에는 김용택, 5월에는 박세미, 7월에는 박지일, 12월에는 고선경이 ‘등판’을 앞두고 있다. “처마밑 고드름 녹는 소리에/순무들의 푸른 귀가 돋는 곳으로 도망가자/도망온 것들이 그리워지는 그곳으로 가자//몇 날 며칠을 가자/너라는 천산산맥 나라는 만년설산 너머/강그라 가르추를 넘어”(73쪽·시 ‘강그라 가르추’ 부분) 90쪽을 펼치면 나오는 에세이에서 시인은 얼음덩어리를 발목에 붙인 채 비틀거리는 두루미를 본 기억을 떠올린다. 두루미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다리만 물에 담근다고 하는데 아마 발목에 붙은 얼음덩어리는 이런 습성 때문일 것이다. 거기서 정끝별은 “시라는 강물에 발을 담근 지 오래라면 오래다”라며 별안간 자신과의 연결점을 찾는다. 얼음덩어리를 매단 두루미가 지상에서 비틀거리다가도 언젠가 창공을 향해 멋지게 날아오르듯 시인도 한순간의 비상을 꿈꾼다. 발목께의 얼음에 금가는 소리는 그런 희망을 품는 이에게만 들리는 것일 테다. “나는 추파 춥스를 좋아한다. 다행이 행복의 동의어임을 눈치채듯, 사랑이라는 게 서로에게 바닥이 되어주는 것임을 눈치챌 때도 있다. 생의 팔 할을 차지하는 불행과 절망은 우리와 무관한 데서 들이닥칠 때가 많다. … 그렇게 내게 사랑은 빨아도 빨아도 줄어들지 않는 추파, 춥스! 같은 것.”(37쪽·에세이 ‘단짝과 단편들’ 부분) 빨아도 줄어들지 않는 사탕과도 같은 사랑. 시인은 그 사랑을 세상 속 여러 존재를 향해 기꺼이 내준다. 길에서 입양한 ‘아깽이’(새끼 고양이) 뽀또와 장비에게도, 어느 날 곁에 다가와 앉은 “눈동자가 또랑한 까치”(‘까치밥은 어디에?’)에게도. 그러다가 시인은 어느 날 미라를 보고는 ‘나무의 미라’를 떠올리기도 한다. “나무에도 미라가 있을까요? 오래된, 상한, 척박한 나무들을 볼 때마다 들곤 하는 생각입니다. … 그 나무에 둥지를 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들락이는 바람에 제 살을 말리는 그런 나무껍질 속에 유폐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소리의 묘혈, 빛의 묘혈을 찾아서.”(42쪽·‘나무의 미라’ 부분)
  • “돈으로도 충성심은 못 사”… 시진핑이 대만에 러브콜 보낸 ‘핑탄현’ 폐허로

    “돈으로도 충성심은 못 사”… 시진핑이 대만에 러브콜 보낸 ‘핑탄현’ 폐허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중국 본토로 양안(중국과 대만) 경제협력의 상징이던 핑탄현이 ‘폐허’로 변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그간 베이징이 대만인의 마음을 얻고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정치적 공감대까지 끌어내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만에서 110㎞ 떨어진 핑탄은 수십 년 전만 해도 낙후된 어촌 마을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2009년 이곳을 양안 경제통합 시범 지구로, 2013년 시범 자유무역구로 지정하면서 ‘중국판 개성공단’으로 탈바꿈했다.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은 핑탄 관리들에게 “천년에 한 번 오는 (양안 통일) 기회를 얻었다”며 대만 기업인들을 후하게 대접해 평화통일 토대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1500억 위안(약 30조원)을 쏟아부어 각종 인프라를 구축했다. 대만 출신 인재들을 파격 지원해 한때 1000개가 넘는 대만 기업이 이곳에 입주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인들의 이주를 돕고자 핑탄~대만을 30분 만에 주파하는 해저터널 고속철도 건설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SCMP는 “대만인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핑탄은 이제 버려진 공장과 산업 단지, 텅 빈 상점들로 넘쳐난다”면서 “그곳에 남아 있는 소수의 대만인은 희망과 절망,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본토의 경기 침체와 베이징의 대(對) 대만 군사 위협 고조로 핑탄의 가치가 떨어졌다”면서 “중국이 돈으로 대만인의 충성심까지 사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이어지는 시 주석의 ‘대만 무력 통일’ 압박에 위기의식을 느낀 대만인들이 하나둘 철수하자 2012~2022년 연평균 9.3% 성장하던 핑탄은 2023년 성장률이 3%로 고꾸라졌다. 푸젠성 전체 성장률(4.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장야충 국립대만대 교수는 “베이징과 타이베이가 (양안 평화를 위한) 중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이상 경제통합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면서 “대부분의 대만인이 중국식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모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베이징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 “돈으로는 대만인 마음 못 사” 중국판 개성공단 핑탄현 ‘폐허’로

    “돈으로는 대만인 마음 못 사” 중국판 개성공단 핑탄현 ‘폐허’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중국 본토로 양안(중국과 대만) 경제협력의 상징이던 핑탄현이 활기를 잃고 ‘폐허’로 변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그간 베이징이 대만인의 마음을 얻고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정치적 공감대까지 끌어내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만에서 110㎞ 떨어진 핑탄은 수십 년 전만 해도 낙후된 어촌 마을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2009년 이곳을 양안 경제통합 시범지구로, 2013년 시범 자유무역구로 지정하면서 ‘중국판 개성공단’으로 탈바꿈했다.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은 핑탄 관리들에게 “천년에 한 번 오는 (양안 통일) 기회를 얻었다”며 대만 기업인들을 후하게 대접해 평화 통일 토대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1500억 위안(약 30조원)을 쏟아부어 각종 인프라를 구축했다. 대만 출신 인재들을 파격 지원해 한때 1000개가 넘는 대만 기업이 이곳에 입주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인들의 이주를 돕고자 핑탄~대만을 30분만에 주파하는 해저터널 고속철도 건설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SCMP는 “대만인들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핑탄은 이제 버려진 공장과 산업단지, 텅 빈 상점들로 넘쳐난다”면서 “그곳에 남아 있는 소수의 대만인은 희망과 절망,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본토 경기 침체와 베이징의 대(對)대만 군사 위협 고조로 핑탄의 가치가 떨어졌다”면서 “중국이 돈으로 대만인의 충성심까지 사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이어지는 시 주석의 ‘대만 무력 통일’ 압박에 위기의식을 느낀 대만인들이 하나둘 철수하자 2012~2022년에 연평균 9.3% 성장하던 핑탄은 2023년 성장률이 3%로 고꾸라졌다. 푸젠성 전체 성장률(4.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장야충 국립대만대 교수는 “베이징과 타이베이가 (양안 평화를 위한) 중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이상 경제통합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면서 “대부분의 대만인이 중국식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모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베이징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 우울한 어둠 뚫고 새해엔 희망의 빛 차올라라

    우울한 어둠 뚫고 새해엔 희망의 빛 차올라라

    2025년 을사년 새해 첫날이 밝았다. 한밤의 비상계엄 선포와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등 정치·사회적 혼란부터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까지 세밑에 불어닥친 절망적인 소식들로 대한민국은 아직 동이 트기 전 어둠 속에 놓여 있다. 새벽녘 구름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비록 작고 약한 빛을 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높이 떠올라 밝고 크게 빛나는 것처럼 새해는 우울한 그림자를 걷어내고 환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강원 영월군 별마루 천문대에서 촬영한 태백산맥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
  • “기내서 연기 뿜어져나와”…스위스 여객기 비상착륙, 승무원 1명 사망

    “기내서 연기 뿜어져나와”…스위스 여객기 비상착륙, 승무원 1명 사망

    스위스항공 여객기에서 운항 중 연기가 발생해 비상 착륙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승무원 1명이 사망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주 검찰청은 31일(현지시각) 승무원 1명이 사망한 스위스국제항공(SWISS) LX1885 비상착륙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비행기는 승객 74명을 태우고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스위스 취리히로 향하던 지난 23일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비행기는 운항 중 갑자기 많은 연기를 뿜어져 나오고 조종실과 객실 내부로 연기가 유입하자 그라츠 공항에 긴급히 내렸다. 승객들은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비행기에서 탈출했고, 연기를 마신 승무원과 승객 1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남성 승무원 1명은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전날 끝내 사망했다. 이 비행기는 에어버스 A220 기종으로, 엔진 결함 사례가 종종 발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리버 부호퍼 스위스항공 최고경영자(COO)는 “스위스항공의 동료를 잃어 혼란스럽고 절망스럽다”면서 “관계 당국과 협력해 사고 원인을 파악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엔진 문제 등 사건의 원인이 될 만한 사항들을 우선 확인하고 항공사·비행기 제조사 측의 과실이나 관리의무 위반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 안정적 전개·시의성 있는 소재 빛나[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시 심사평]

    안정적 전개·시의성 있는 소재 빛나[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시 심사평]

    이번 신춘문예에는 예년보다 많은 작품이 투고된 만큼 눈여겨볼 좋은 작품이 많았다. 다만 예년과 달리 기후 위기나 전쟁 등 기존 투고작들에서 자주 보이던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 줄어들었으며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을 다루는 내면의 이야기가 주조를 이루고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실감하는 세계가 그만큼 줄어든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한 가운데 영상이나 텍스트를 경유하는 간접적 체험을 다루거나 인공지능(AI)이나 게임적 상상력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늘어났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오늘날 문학이 다뤄야 할 이야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문학을 통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만 하는지 이런 고민을 안은 채 심사를 진행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네 명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운동 상태 유지’ 외 2편은 표제작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버려진 피아노를 소재 삼아 사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살피고 접촉하며 어긋난 운동을 유지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으나 결국 이 이야기가 설명으로 그쳐 버린다는 점이 지적됐다. ‘디오라마’ 외 4편은 사물과 시적 주체를 끊임없이 이동시키며 의미를 지연하려는 듯한 말하기 방식이 개성적으로 여겨졌다. 다만 투고작 중 일부가 지나치게 늘어져 긴장감이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마주 보는 구조의 전시장’ 외 2편은 매력적인 상상력 덕에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다만 작품의 씨앗이 된 상상력이 확장되거나 전개되는 대신 멀지 않은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있어 모처럼의 좋은 소재가 충분히 가능성을 펼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줬다. 당선작으로는 백아온씨의 ‘디스토피아’를 선정했다. 안정감 있는 전개와 시의성 있는 소재 선정 등 실력이 가장 돋보였기에 당선작을 합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플라스틱 인간’과의 사랑이란 사랑이 불가능한 이 시대의 은유이자 사랑을 꿈꾸는 결연한 다짐이기도 할 터이다. 이 시가 그리는 ‘디스토피아’야말로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랑의 모습이리라. 절망하는 대신 조용히 이 세계를 기억하고 재현하려는 시적 주체의 태도에 믿음이 갔다. 앞으로도 그 결연함으로 시와 더불어 나아가시길 바란다. 전에 없는 하 수상한 시절을 보내는 지금이야말로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장치인 문학이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 믿는다. 이번 심사를 진행하며 그러한 믿음을 가진 이가 나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 기뻤다. 문학은 나의 꿈을 당신에게 맡기는 일이자 당신의 꿈을 이어받는 일이기도 할 터이다. 귀한 작품을 투고한 모든 분께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 우울한 어둠 뚫고 새해엔 희망의 빛 차올라라

    우울한 어둠 뚫고 새해엔 희망의 빛 차올라라

    2025년 을사년 새해 첫날이 밝았다. 한밤의 비상계엄 선포와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등 정치·사회적 혼란부터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까지 세밑에 불어닥친 절망적인 소식들로 대한민국은 아직 동이 트기 전 어둠 속에 놓여 있다. 새벽녘 구름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비록 작고 약한 빛을 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높이 떠올라 밝고 크게 빛나는 것처럼 새해는 우울한 그림자를 걷어내고 환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강원 영월군 별마루 천문대에서 촬영한 태백산맥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
  • 연말 가족 여행이 비극으로… “2명 외 모두 사망” 발표에 통곡

    연말 가족 여행이 비극으로… “2명 외 모두 사망” 발표에 통곡

    사망자 명단 혼선 등 대응에 분노“유가족, 몇 시간째 아무것도 몰라”3代 걸친 일가족 5명 참변에 황망최연소 3세 포함 미성년자만 15명주로 광주·전남 지역민 피해 집중 “아악, 아빠.” “이렇게 가면 우린 어떻게 살아.” 29일 오후 2시 20분 전남 무안국제공항 탑승동 1층 로비. 사고 브리핑 과정 중 시신 확인이 마무리된 탑승자 명단이 호명되자 가족들 사이에선 비명이 쏟아졌다. 단상 앞에 앉아 있던 한 30대 남성은 ‘사망자 김○○’이라는 발표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날 오후 브리핑에선 탑승자 중 신원 확인이 가능해 사망자로 분류된 승객 5명의 이름이 1차로 불렸다. 악몽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속절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탑승자 가족들은 정부의 미흡한 사고 대응과 소통 부족에 분통을 터트렸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추가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등 총 22명의 명단을 공지했다. 한 명 한 명 사망자 이름이 불릴 때마다 대합실 곳곳에서는 유가족의 오열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호명된 사망자 명단이 앞서 알려진 것과 달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가족은 “좀 전에 (사망자로) 호명된 사람이 지금 공개한 명단에는 없다. 대체 우리 가족은 살아 있다는 거냐, 죽었다는 거냐”며 강력 반발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최소 30분마다 상황을 일러 주고 사망자 명단도 커다랗게 붙여 달라는 요구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며 “유가족들이 몇 시간째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날 탑승자 가족들에겐 하루 종일 절망적인 소식만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 소방청 관계자가 “생존자 2명 외에 모두 숨졌다. 시신들의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아 개인 확인이 어렵다”고 밝히자 탑승자 가족 대기실에선 통곡과 탄식이 이어졌다. 이날 사고가 난 무안공항은 주로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이용해 왔다는 점에서 피해도 인근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 휴가 여행을 떠난 사람이 많았는데 3대에 걸친 일가족 5명이 사고 비행기에서 비극을 맞기도 했다. 한 60대 남성은 “형수와 딸 부부, 딸의 아이까지 5명이 사고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사고가 난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달려왔다”며 황망해했다. 어린 손녀를 꼭 끌어안은 할머니는 “이렇게 아이를 놔두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오열했다. 딸과 통화하던 한 중년 여성은 “그래도 아빠가 친한 친구분들과 함께 가셨으니 괜찮을 거다. 엄마는 괜찮다”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가족도 적지 않았다. 부모님을 찾으러 온 20대 남매는 “엄마, 아빠는 꼭 살아 있을 거다. 빨리 찾으러 가야 한다”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다른 가족들도 “분명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사고 직후 공항을 찾은 가족들은 소방청 관계자들에게 “빨리 현장에 직접 가야 한다. 우리 눈으로 보고 가족을 구해 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가족들은 분노하기도 했다. 한 탑승자 가족은 소방청 관계자들에게 “정확한 브리핑도 없이 언제까지 대기실에서 늘어 가는 사망자 숫자만 듣고 있어야 하느냐”며 “시신 안치소라도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불만을 쏟아 냈다. 사고 5시간 후인 오후 2시 공항 1층 대합실은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탑승자 가족과 친지 1000명으로 가득 찼다. 가족들은 TV와 휴대전화를 통해 긴급특보를 지켜봤다. 일부 가족은 공항을 찾은 정치인과 단체장들의 손을 꼭 잡고 “제발 신원이라도 확인해 시신을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최연소 탑승객은 2021년생 3세 남아, 최연장자는 올해 78세인 1946년생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세(2004년생) 미만 미성년자 탑승객은 15명으로, 유치원생부터 초중고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행을 함께 떠났다 참변을 당한 공무원들도 있었다. 화순군청 전현직 직원 8명과 도청 출연기관 공무원 2명, 담양군청 직원 1명도 이번 사고기에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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