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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블유 이종석-한효주-김의성, ‘웹툰 W’ 마지막회 소환..엔딩 궁금증 폭발

    더블유 이종석-한효주-김의성, ‘웹툰 W’ 마지막회 소환..엔딩 궁금증 폭발

    ‘더블유(W)’ 이종석, 한효주, 김의성이 마지막회가 시작된 ‘웹툰 W’로 도킹했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더블유(W)’에서는 강철(이종석 분), 오성무(김의성 분), 오연주(한효주 분)가 마지막회가 시작된 ‘웹툰 W’로 소환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늦게 소환된 오연주는 웹툰 세계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설정값을 벗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윤소희(정유진 분)로부터 강철이 ‘채널 더블유’ 총책임자 손현석(차광수 분) 살해 죄, 도주, 증거 조작 등으로 구치소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죄수복을 입은 강철과 법원에서 재회한 오연주는 눈물을 쏟았고 강철은 오연주가 살아난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강철은 그 동안 현실세계로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묻는 오연주에게 번번이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진심으로 주인공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강철로 인해 ‘웹툰 더블유’의 마지막 회가 시작되면서 결말이 나야만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기 때문. 강철은 구치소로 이동하던 중 수갑이 풀리고 총이 생기자 오성무가 보낸 신호로 생각하고 도망쳤다. 앞서 정신 병원에 갇혀 있던 오성무는 자신이 웹툰 세계에 숨겨둔 태블릿을 찾아 탈출했고 뉴스를 통해 강철의 소식을 확인한 뒤 그림을 그려 강철의 탈주를 도왔던 것. 강철과 오연주는 오성무의 은신처를 찾아갔고 오성무는 딸 오연주와 재회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진범에게 얼굴과 의지를 빼앗겼던 오성무는 진범의 기억을 공유하게 됐고 자신이 간호사를 죽인 사실에 괴로워했다. 오성무는 강철에게 “네가 해피엔딩이면 나는 새드엔딩”이라며 “해피엔딩이 나기 전에 난 여기서 죽게 해줘. 부탁이다. 만화 속에 날 묻어줘”라고 부탁했다. 그런가 하면 대선 후보가 된 한철호(박원상 분)는 강철의 탈주 소식을 듣고 두려움에 떨었고 강철의 지인 서도윤(이태환 분)을 인질로 삼아 강철에게 태블릿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서도윤을 고문한 한철호는 웹툰과 현실, 두 개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연주는 오성무에게 ‘웹툰 더블유’를 끝내기 위해 한철호가 강철을 고문했던 장면이 담긴 CCTV를 그리겠다고 고백했다. 오성무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오연주의 목을 졸랐고 괴물이 된 자신의 모습에 절망했다. 경찰에 은신처가 노출되자 오연주는 태블릿으로 출입문을 모두 지워 시간을 벌었다. 오연주는 오성무와 강철이 진범과 히어로의 설정값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소멸 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됐고 한철호의 악행이 담긴 증거와 서도윤이 잡혀있는 장소를 제보해 해피엔딩을 완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강철은 오연주를 말리며 “내 해피엔딩이 진범한테는 새드엔딩”이라며 “어떤 엔딩이든 엔딩이 나면 아버지와 나. 우리 둘 중의 하나는 이제 당신 옆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자신과 오연주의 손가락에 있는 결혼 반지를 빼 탁자 위에 올려둔 강철은 오연주를 자신의 가족 명단에서 지우고 자유를 주겠다고 했고 “이제 당신이 결정해요. 어떤 엔딩을 만들 건지. 나는 오연주 씨 결정에 따를 거니까”라며 오연주에게 ‘웹툰 더블유’의 엔딩을 맡겼다. 이처럼 웹툰 세계에서 도망자 신세가 된 강철과 오성무는 또 한 번 소멸 위기에 처하게 됐고 오연주는 ‘정의의 히어로’ 강철과 ‘진범의 기억을 공유’한 오성무의 설정값으로 인해 두 사람 중 한 명의 해피엔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더해 두 개의 세계를 자각한 악당 한철호의 폭주도 ‘웹툰 더블유’의 해피엔딩을 위협하고 있다. 예측불허 전개를 이어가고 있는 ‘더블유’가 단 1회 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의 갈림길에 서게 된 강철과 오연주가 마지막 위기를 넘어 맥락 있는 해피엔딩을 그려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더블유’는 오는 14일 수요일 오후 10시 마지막회가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국내 스타트업 ‘뉴욕 세일즈’ 나선 박원순

    국내 스타트업 ‘뉴욕 세일즈’ 나선 박원순

    “창업은 젊은 경제의 상징입니다. 창업은 기술의 혁신, 새로운 아이디어, 열정과 도전의 결정체입니다. 창업으로 역동적이고 젊은 경제를 만들어 갑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서울 스타트업 데모데이 인 뉴욕’ 행사에 참석,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에 진출하거나 투자받기를 원하는 패션과 핀테크, 바이오 분야 등 서울의 10개 스타트업(벤처기업)이 참석했으며 뉴욕의 30여개 투자사가 참석했다. 글로벌 투자기관 ‘골드만삭스’, 실리콘밸리 최대 스타트업 투자 펀드회사 ‘500Startups’, 뉴욕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ERA’(Entrepreneurs Roundtable Accelerator) 등 세계적인 투자사들도 참석했다. 서울시는 스타트업이 직접 나서기 어려운 해외진출과 투자유치 분야를 서울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도와줄 목적으로 나섰다. 바이오 분야의 뷰노코리아 관계자는 “서울시 도움으로 해외 투자 확보에 나서게 됐다”면서 “뷰노코리아의 미래 가능성에 투자하고자 하는 회사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이번 서울 데모데이로 서울의 스타트업이 미국 진출의 기회를 잡는 동시에 서울이나 아시아에 투자를 모색하는 미국 기업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뉴욕뿐 아니라 우리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뉴욕 브루클린의 한 식당에서 ‘정보비대칭 이론’으로 2011년 노벨상을 받은 진보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를 만나 ‘불평등’ 문제 해결방안 등을 주제로 의견도 나눴다. 박 시장이 먼저 “저서 ‘불평등의 대가’를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다”며 “한국의 불평등도 심각한 수준이라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1대99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한국은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성장 동력이 줄어들어 젊은이들이 절망에 빠져 있다“며 ”고속성장에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복지와 일자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스티글리츠 교수가 저서 등에서 강조한 세제 개혁의 중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박 시장이 서울로 초청하자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는 “2009∼2012년 3년간 91%의 경제성장 성과가 상위 1%에게 모두 돌아갔다”며 “풀타임으로 일하는데 저소득으로 전락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도 60년 동안 최저임금 변화가 없었지만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지방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 변화가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 사진 뉴욕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박원순-스티글리츠 뉴욕 대담 “한국 미국 경제적 불평등 해소 시급”

    박원순-스티글리츠 뉴욕 대담 “한국 미국 경제적 불평등 해소 시급”

    북미 순방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식당에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를 만나 ‘불평등’ 문제 해결방안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정보비대칭 이론’으로 2011년 노벨상을 받은 진보적 경제학자로 저서 ‘불평등의 대가’ 등에서 시장 실패를 정부가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두 사람은 미국과 한국 모두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저소득층과 청년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 박 시장이 먼저 “‘불평등의 대가’를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다”며 “한국의 불평등도 심각한 수준이다”라며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1대 99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티글리츠 교수에게 “한국 경제학자들과 만나 이 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한국은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성장 동력이 줄어들어 젊은이들이 절망에 빠져 있다“며 ”고속성장에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복지와 일자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스티글리츠 교수가 저서 등에서 강조한 세제개혁의 중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박 시장의 서울 초청에 “아주 좋다”고 말한 뒤 2009∼2015년 사이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2009∼2012년 3년간 91%의 경제성장 성과가 상위 1%에 모두 돌아갔다”며 “풀타임(full-time)으로 일하는데 저소득으로 전락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도 60년 동안 최저임금 변화가 없었다“면서 ”연방정부가 어떤 정책도 내놓지 않았지만,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지방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 변화가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법으로 세금제도를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김영탁의 시식남녀] 여수, 한강, 와이키키브라더스

    [김영탁의 시식남녀] 여수, 한강, 와이키키브라더스

    여수에 대한 세 가지 기억 여수에 대한 개별적인 기억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한강의 소설 '여수의 사랑', 그리고 지금은 휴간된 문예지 '정신과표현'의 고(故) 송명진 시인이다. 모두 외롭고 쓸쓸하고 고단하며 아련하다. 모든 게 마지막이며 새롭게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여수는 운명적으로 세 가지를 감싼다.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다가 세월에 떠밀리며 유랑 밴드로 전전한다. 영화는 제 삶에서조차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세상과 운명에 내몰린 이들을 덤덤히 그렸다. 마지막 장면은 여수의 밤무대에서 심수봉의 노래 '사랑밖에 난 몰라'로 마무리된다. 그 울림은 처연하고 애달프다. 삶도, 사랑도, 희망도 쉽게 끝낼 것들이 아님을 아련히 짐작케 한다. 소설 '여수의 사랑'은 우리가 모두 버리고 싶은, 까마득하게 잊었던 생의 치욕들을 까집어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그 기억은 고통이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상처를 안을 수밖에 없는, 삶의 궤적이란 뼈아픈 과정이다. 고통스럽고 아픈 과정의 진실이, 다시 시작하고 살아갈 동력을 작동하게 한다. 이 소설은 지리멸렬한, 끝없는 절망, 좌절감 같은 바닥정서로 보면,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통한다. 그리고 황폐한 세상의 바닥에서 부재를 그리워하며 숨 쉬고 살아 있다는 것을 각성한다. 쓸쓸하고 외롭고 고단한 운명 속에서 죽음과 삶에 대한 교차는 생에 대한 강렬한 내구성을 키워낸다. “오동도에 가봤어요? 오동도의 동백나무들은 언제나 껍질 위로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은, 아프지만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 여수의 사랑이다. 송명진 시인은 '정신과표현'의 발행인 겸 주간으로 활동하다가 2010년 1월 8일 영면했다. 그는 전남 광양에서 출생했으나 청년기를 여수에서 보냈을 뿐만 아니라, 일찍이 여수 문화예술을 위하여 크나큰 일을 일구어냈다. '정신과표현'이 창간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그와 같이 일했다. 그가 유명을 달리하고 나서 시인들의 정성으로 첫 시집이자 유고시집인 '착한 미소'(황금알)가 나왔다. 그는 서울에 살면서도 애증이 점철된 여수를 늘 그리워했다. “언제 여수에 내려가 산비탈에 흙으로 집을 지어 살까?”하며 매양 여수로 내려가는 꿈을 꿨다. 그는 여수를 다녀오면 활기에 넘쳤고 옥돔, 조기, 가자미 등속을 가져와 우리는 솥에 쪄서 먹었다. 언제나 자신을 숨기고 낮춘 겸손의 미덕과 장인정신이 투철했던 송명진 시인은 이제 영겁의 시간 동안 여수 앞바다 파도소리를 듣고 있을 테다. 오동도 시누대, 그리고 돌산 '자네,/ 문득 세상살이 힘들 때가 있지/ 세상에 덜렁 혼자뿐이라고/ 아니다 아니다 이게 아니라고/ 막다른 골목에서 고개를 흔들 때/ 마음의 짐일랑 그대로 팽개치고/ 빈 몸 그대로 여수로 오시게/ 먼 길 달려온 자네에게/ 늘 넉넉하게 일렁이는 바다가/ 바람을 닮은 섬들이/ 흔들리는 것은 결코 중심은 아니라고/ 흔들리는 것은 잠시일 뿐이라고/ 넌지시 귀띔해 줄 걸세/ 때로는 사는 것이 얼마나 가벼운 거냐며/ 생미역 한 줄기 풀어/ 엉기고 맺힌 생을 해장시켜 줄 걸세/ 자네, 외로움이 얼마나 심했느냐고/ 겨울 이기고 돌아온 동백꽃 웃음이/ 옷깃을 풀고 와락 안겨들 걸세'(신병은 '여수 가는 길' 전문) 여수에 왔으니 오동도를 건너뛸 수는 없다. 마침 석양의 황금빛 구름이 들어올 무렵이다. 순천 사람 양해열 시인의 안내로 오동도로 들어가게 되었다. 바닷가 해안 바위를 깔고 앉아 할머니가 파는 멍게와 해삼이 눈에 들어온다. 오동잎처럼 보이는 오동도. 언제인지 모를 옛날에는 오동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섰기에 오동도라 불렀지만, 시누대가 지천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여기를 병참기지로 삼아 시누대로 화살을 만들었다. 잔뜩 매서워진 찬바람을 품안에 들이면 동백 또한 이곳에 흐드러질 것이다. 문득 동백 범벅에 드러누워 뒹굴고픈 충동이 들지만, 이는 겨울의 몫이다. 가끔 바람이 지나가며 시누대를 쓰다듬었다. 오동도는 순식간에 번쩍이며 서쪽에서 몰려오는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듯했다. 아직 석양의 구름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황금빛 옷을 벗고 바다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십년만에 찾아온 여수는 익은 듯하나 새로운 풍경이나 다름없었다. '설마 설마/ 혼자 깊어지다/ 뚝/ 뚝/ 저를 놓아버리는 단음절 첫말이/ 이렇게 뜨거운데/ 설마 설마/ 그게 한순간일라구'(신병은 '동백꽃 풍경' 중) 동백은 보는 이에 따라 희로애락이 다채롭지만, 신병은 시인의 '동백꽃 풍경'은 처연한 아픔이 동반한다. 동백꽃의 부재를 시로 달래볼 뿐이다. 해풍에 실려 오는 풍만한 처녀 가슴 같은 바람에 해삼과 멍게를 먹으며 소주 한잔 마시는 걸로 서운함을 달랬고, 그렇게 여수의 밤이 조금씩 깊어갔다. . 주인의 예쁜 딸 이름을 걸고 하는 '은하횟집'은 가정집을 개조하여 정감이 나는 횟집이었다. 주로 자연산을 쓰는데 그날그날 배로 잡아온 고기를 뼈째로 썰어주는 단골들만 오는 소박한 식당이다. 박해미, 채의정 시인이 합류했다. 자연산 광어, 돔, 우럭 등속을 뼈째로 썬, 맛깔스럽게 차려진 한 상이 나왔다. 주요리 옆으로 멍게와 전복이 예쁘게 치장을 하고 식욕을 당겼다. 특이한 건 뚝배기에 쌈장을 먹음직스럽게 담았는데 갖은 고명이 들어 있었다. 깨소금과 청양고추, 잘게 썬 대파 등이다. 회와 어울림이 여수 바깥에서 구경하기 힘든 맛이다. 여수까지 왔거들랑 순천만을 빼기에는 서운함이 크다. 일단 시 한 편. '널을 타고 이승을 건너가는 여인들/ 넓은 갯벌 수평선 위를 기고 있다/ 꼬막은 어금니를 꽉 깨무는 버릇이 있어/ 술병처럼 목을 늘인 흑두루미식당,/ 짭쪼롬한 내 손톱 밑이 시리다'(남푸름 '순천만 꼬막정식') 꼬막 채취할 때 한쪽 무릎을 널빤지에 대고 뻘밭에 미끄러지는 모습을 ‘널을 타고 이승을 건너간’ 빼어난 묘사는 리얼한 현장을 초월하여 신비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몸과 뻘이 하나로 육화되어 감각을 건드리며 밀려오는 밀도는 시리면서 꽉 찬다. 여수는 사랑과 삶, 그리고 영겁으로 회귀하는 삶의 연속성을 가르쳐준다. 따뜻한 남풍이 머뭇거리는 나그네의 등을 연신 떠민다. 글·사진 김영탁 시인 tibet21@naver.com
  • 심상정 “대표연설하는 이정현, 유체이탈 능력이 달인에 가깝다”

    심상정 “대표연설하는 이정현, 유체이탈 능력이 달인에 가깝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5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만 흡족할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수저에서 금수저로 오른 이 대표의 정치이력에 걸맞은 연설을 기대했다. 절망에 빠진 청년들과 하루하루 힘든 국민들이 이 대표의 연설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는 “거짓말처럼 아무 내용이 없었다”면서 “‘이 모든 게 국회 탓’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나 남은 국정철학을 널리 알리는 것이 이번 연설의 목적이었다”면서 “국민들이 알게 된 것은 이 대표의 대통령을 향한 절절한 충심과, 달인에 가까운 유체이탈 능력일 것”이라고 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리 갑순이 송재림 김소은, 우여곡절 끝 동거 시작 ‘옥탑방 키스’ 최고시청률

    우리 갑순이 송재림 김소은, 우여곡절 끝 동거 시작 ‘옥탑방 키스’ 최고시청률

    ‘우리 갑순이’ 송재림 김소은이 동거를 시작했다.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 4회에서 갑돌(송재림 분)과 갑순(김소은 분)은 우여곡절 끝에 옥탑방 동거를 시작했다. 갑돌과 갑순이 동거 첫 날을 자축하는 장면은 순간최고시청률 11.4%(AGB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4일 방송된 ‘우리 갑순이’에서 갑순은 절망감에 빠져 출산을 포기하겠다고 하고, 갑돌은 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지만 방법을 찾지 못한다. 결국, 갑돌은 재순(유선 분)을 찾아가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고, 재순이 금식(최대철 분)에게 사정하여 어렵게 방값을 마련한다. 갑돌은 재순에게 받은 돈을 가지고 가다가 불량배들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하지만 사력을 다해 방값을 지켜내며 두 사람만의 옥탑방을 얻는데 성공했다. 갑돌과 갑순은 공무원 시험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부모를 속이고 집을 나온 상황. 두 사람은 옥탑 마당에서 동거 첫날을 자축하며 키스를 나눴다.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는 매주 토, 일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농담은 내 삶의 방편… 소설 속에서 살 수 있어 즐거워”

    “농담은 내 삶의 방편… 소설 속에서 살 수 있어 즐거워”

    소설가 김중혁(45)과 ‘농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생의 비밀은 쓸데없는 것과 농담에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농담이란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이자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에세이나 소설은 농담처럼 쉽게 던지는 듯하지만, 삶에 관한 사유가 슬며시 깃들어 있다. 이런 그가 시답잖은 농담 속에 진한 슬픔을 배태한 네 번째 장편 ‘나는 농담이다’(민음사)를 펴냈다. 사고로 우주 미아가 된 우주 비행사 이일영, 어머니를 잃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송우영은 닮은 듯 닮지 않은 이부(異父)형제다. 소설은 일영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앞두고 지구로 보내는 메시지와 우영이 주변 사람들을 소재로 한 농담이 교차하며 결말로 나아간다. 우주 미아가 된 일영과 고아가 된 우영은 ‘슬픔’이란 교집합이 있다. 돌아갈 수 없는 슬픔과 만날 수 없는 슬픔이다. 다른 점이라면 ‘간절함’이다. 어머니는 아들이 ‘간절하고 간절하게’ 살길 바랐다. 하지만 어머니가 버린 아들 일영은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반면 어머니가 지킨 아들 우영은 헛발질 같은 농담으로 현실과 막을 친다. 작가는 “같은 상황에 처해 있지만 다른 두 사람은 어찌 보면 한 사람일지 모른다”며 “가족이지만 가족이라 할 수도, 핏줄을 나누고 있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형제의 극단과 양면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형제를 이어 주는 끈은 죽은 어머니가 남긴 열두 통의 편지다.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편지를 발견한 우영은 일영을 향한 어머니의 그리움과 그의 사고 뒤 받은 충격을 알게 된다. 일영이 ‘실종’ 상태지만 ‘고인’이 될 것이 확실시된 상황에서였다. 하지만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계속 말을 해야 하는 운명인 우영은 어머니, 형, 의붓아버지 등 주변인이나 성적인 소재로 농담 속을 유영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일영 역시 지구, 더 정확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설픈 농담을 전하며 절망을 애써 지운다. 작가는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게 살아갈 때 받게 되는 상처를 의도적으로 피하기 위해 던지게 되는 농담과 같은 것”이라며 “이런 농담은 스스로 웃고 싶지만 웃을 수 없어 던지는 슬픈 농담인 동시에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우영의 삶의 방식”이라고 했다. 소설 속 우영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말 속에 살 겁니다. 말 중에서도 농담 속에서 살 겁니다. 형체는 없는데 계속 농담 속에서 부활하는 겁니다. 그럼 죽어도 여한이 없죠. 아니지, 참, 죽지 않는 거죠?” 이는 작가의 고백과도 겹친다. “문자와 문장과 문단 사이에서 죽치고 있을 작정이고, 절대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그는 “소설 속에서 살 수 있어 즐겁다”고 말한다. 결국 전해지지 못한 어머니의 편지, 연인에게 가닿지 못한 일영의 메시지는 어떤 운명을 맞을까. ‘쓰인 편지는 반드시 전달되어야 하며, 이야기는 반드시 들어야 할 사람에게 가야 한다’는 힌트 정도면 상상의 여지는 충분할 것이다. 남은 것은 하나다. 우주를 유영하듯 농담 속을 거닐며 서서히 배어드는 슬픔을 음미하는 일.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中 ‘보이스피싱’ 점입가경...칭화대 교수도 30억원 날려

    中 ‘보이스피싱’ 점입가경...칭화대 교수도 30억원 날려

    중국의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또 한 명의 젊은이가 보이스피싱에 속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유명 대학교수는 거금 1760만위안(약 29억4000만원)을 날렸다. 지난달 19일 광동(广东)성 후이라이(惠来)현의 예비 여대생 차이수엔(蔡淑研)은 보이스피싱에 속아 학비와 생활비 1만 위안을 잃은 뒤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30일 저녁 여대생의 아버지가 딸을 찾았을 때는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그녀는 얼마전 16만 위안(한화 267만원)의 상금에 당첨되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상대방은 우선 돈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했고, 그녀는 세 차례에 걸쳐 총 9800위안(한화 164만원)에 달하는 돈을 송금했다. 뒤늦게 보이스피싱에 속은 사실을 알게 된 차이수엔은 극도의 충격에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녀는 유서에서 “부모님이 주신 돈을 모두 잃었다. 대학 진학을 할 수 없을까 두렵다. 희망 뒤에 절망이 왔고, 생을 마감함으로 자책감을 떨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차이 양의 모친은 농사일을 하고, 부친은 타지에서 어렵게 돈을 벌어왔다. 그들은 “딸을 잃었는데, 돈이 무슨 소용이냐”며, “하루 빨리 범인을 잡아 딸의 죽음을 달래주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이 뿐 아니다. 칭화대(清华大)의 한 교수도 보이스피싱에 속아 거금 1760만위안(한화29억4000만워)을 잃었다. 교수는 그동안 모아온 저축액과 집을 팔아 이 거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공안국이 수사에 개입했지만, 아직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산동(山东)성 린이(临沂)시에서도 대학입학을 앞둔 쉬위위(徐玉玉) 양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대학 입학금 9900위안을 잃은 충격에 심정지로 사망했다. 이어서 같은 지역에 사는 대학생 쏭전닝(宋振宁) 역시 보이스피싱에 속아 돈을 잃은 충격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이처럼 중국의 보이스피싱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리커창(李克强) 국무총리는 1일 열린 국무원상무회의에서 ‘무선통신관리조례 (수정초안)’을 통과시켰다. 초안은 무선주파수 관리시스템의 개발 및 이용 개선, 행정심의 간소화, 사건 관리감독 강화 및 ‘가짜 기지국’ 이용 통신사기범 대한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는 약 60만 건, 피해규모는 222억 위안(약 3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데스크 시각] 규제 ‘장벽’… 지금 누군가 울고 있다/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규제 ‘장벽’… 지금 누군가 울고 있다/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해와 하늘 빛이/문둥이는 서러워/보리밭에 달 뜨면/애기 하나 먹고/꽃처럼 붉은 울음을/밤새 울었다’ 서정주(1915~2000)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친일 행적이 생전 그를 옥죄었다. 작품 ‘문둥이’는 그렇지 않다. 새파랗게 젊은 20대 일제강점기 전에 탄생했다. 풀이가 여러 갈래다. 누군가는 “같잖은 속설처럼 아이 간을 빼먹은 뒤 서럽게 울었다는 표현”이라고 썼다. 어떤 이는 “처지를 한탄하며 자신을 뜯어 먹었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한다. 그토록 큰 절망에 휩싸였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애기’에 머물렀다. 그래서 “희망(달)도 떴다가 금세 사그라졌다”고 덧붙인다. 살고자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같다. 자살하려다 구조된 사람이 “살려줘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지 않은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격언은 틀림없다. ‘자살’이 다시 화두다. 기업체를 꾸리다 장애물에 부딪혀 자살하는 숫자도 적잖다. 재도전 여지가 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태도다.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런 용기로 세상을 살아가지 왜 그랬을까. 그러나 이런 의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절망의 크기가 솟구쳐 오르는 희망을 짓누른 게다. 보통 용기론 제 풀에 목숨을 버리지 못한다. 쉽게 놓치는 게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길목에서 느끼는 절망이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평소 믿었던 주변 지인의 말에서, 마지막 동아줄로 여겼던 국가 기관에서 만나는 절망은 영 다르다. 그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규제다. 오죽하면 ‘손톱 밑 가시’로 불릴까. 손톱을 해코지당하면 글자 그대로 단말마(斷末魔)라고 부를 만하다. 필자는 대학 때 겪어서 안다. 이제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말이 그만 들렸으면 좋겠다. 따지고 보면 정책도 ‘규제하느냐, 풀어 놓느냐’ 하는 문제로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남들을 앞질러 규제를 철폐한 역사를 지녔다. 백성의 아픔을 헤아린 ‘위민 정신’ 덕택이다. 이미 590년 전인 1426년 남성 공노비에게 출산휴가를 한 달이나 줬다. 숨막힐 듯 견고한 신분제에도 숨통은 터졌다는 반증으로 여겨도 괜찮다. 뒷간에 가서나 달을 올려다보며 목놓아 울었을 법한 노비들이다. 1756년엔 나무를 엮어 무겁게 얹는 ‘큰머리’를 금지했다. ‘금수저’로 태어난 덕분에 권세를 한껏 누리던 양반 계층들에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요즈음 용어를 빌리자면 적극행정의 결실이다. 130년 전인 1886년엔 노비 세습제를 아예 폐지했다. 규제란 게 없애고 나면 “여태껏 왜 그랬나”라고 의문을 품을 만큼 도드라지게 효과를 낳는 분야다. 지난해 강원 동해안에 철갑처럼 둘러쳐졌던 군 경계철책을 걷어낸 게 대표적이다. 행정자치부와 국방부 등 부처들의 협업에 힘입었다. 안보 걱정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우리 정보통신 기술로 메우고도 남았다. ‘시작이 반’이란 격언 역시 들어맞는다. 60여년에 걸친 주민들의 숙원이 거짓말처럼 시원하게 풀렸다. 규제 개혁에 100% 완성이란 없다. 따라서 시한도 없다. 규제의 그늘에 가려 억울하거나 불편한 국민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민들의 생채기를 보듬어 평안을 안기는 일은 국가에 주어진 책무다. 단, 개혁은 빠를수록 좋다. 누렇게 곪아 손톱이 빠지기 전에 단행하는 게 최선이다. 손톱 밑 가시를 뽑은 뒤 얼마나 후련할 것인가. onekor@seoul.co.kr
  • [현장 블로그] 자식 잃은 세월호 유가족, 이웃·가족 있기에 버텼다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합니다. 자식의 죽음은 어떤 고통과도 바꿀 수 없다는 의미겠죠. 2014년 4월 16일 단원고 학생 246명이 부모의 가슴에 묻혔습니다. 이별의 과정은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어쩌지 못한 채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던 부모, 그들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누가 이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조심스럽지만,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마음을 해석한 논문이 나왔습니다. 정신보건간호사인 한양대 임상간호정보대학원 신명진(36)씨는 지난 1월 28일부터 4월 15일까지 세월호 유가족 부모 5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2014년 5월 11일부터 유가족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터라 가능했던 인터뷰라고 합니다. ●2014년 5월부터 심층 인터뷰·논문 논문에서 고통의 과정을 시간 흐름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충격’입니다.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하고, 자녀가 주검으로 떠올랐을 때 유가족들은 멍한 상태가 지속됐다고 합니다. 아이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고 못 감은 눈과 벌어진 입을 머릿속에서 지워 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자책과 분노의 연속’ 상태가 왔습니다. 수백명을 구조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고 모든 것을 원망합니다. 가족 관계도 엉망이 되고, 아이에게 잘해 주지 못한 것만 떠올라 후회를 반복합니다. 세 번째로 ‘하루하루가 절망과 고통’인 시간을 맞습니다. 분향소에도 들어가기 싫고 ‘세월호’란 단어도 듣기 싫습니다. 벚꽃이 질 때면 아이 생각으로 힘들고 예상치 않은 세월호 낙인으로 상처도 받습니다. 네 번째는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2주기가 다가오자 그때의 슬픔과 고통을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겁니다. 실제 한 유가족은 2주기가 다가오자 온 집안에 갯냄새가 진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관계를 통한 회복이 애도의 핵심” 그래도 마지막 단계에서 부모들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버틸 힘을 찾았다고 합니다. 나를 이해해 주는 배우자가 있었고, 사회봉사를 통해 되레 위로를 받았답니다. 그래서 신씨는 “유가족의 애도를 돕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 회복이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들에게 사회적 관계를 맺어 주는 회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끌어들이자는 거죠. 지금 4·16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들은 다음달 30일까지인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기한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해 달라는 겁니다. ‘예은이 아빠’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무기한 단식 중입니다. 관계의 출발점인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한 순간입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더민주 추미애 대표로 선출 ···대선 앞두고 ‘親文 지도체제’ 구축

    더민주 추미애 대표로 선출 ···대선 앞두고 ‘親文 지도체제’ 구축

    더불어민주당이 8·27 전당대회를 통해 ‘친문(친문재인) 지도부’ 체제를 구축했다. 친문 진영의 지원사격을 받은 추미애 후보가 50%를 넘는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되는 등 이날 선출된 지도부는 친문 인사들이 독식했다. 반면 김상곤 후보가 최하위를 기록하고 ‘범주류’로 불렸던 민평련·혁신위 소속 인사들이 고배를 마셨다. 이종걸 후보의 패배를 시작으로 비주류 역시 한 명도 지도부에 진입하지 못했다. 28일 연합뉴스는 당 안팎에서 힘의 균형이 친문 진영으로 급격하게 쏠린 것을 두고 문재인 전 대표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관측이 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내에서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구축되면서 안정적으로 내년 대선가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오히려 특정 계파에 의존하는 정당이라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 전체 지도부로 범위를 넓혀 살펴보면 이날 전대에서 선출된 9명(당 대표+최고위원 8명)의 새 지도부는 대부분 친문 인사들로 채워졌다. 우선 추 신임대표는 54.03%의 과반 득표를 달성했다. 애초 친문 진영의 표가 추 신임대표와 김상곤 후보에게 나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친문진영은 추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셈이다. 최고위원 8명 중에서도 양향자 여성 최고위원, 김병관 청년 최고위원, 지역별 최고위원인 김영주·전해철·심기준·최인호 최고위원 등 6명이 친문으로 분류된다. 송현섭 노인 최고위원이나 김춘진 호남 최고위원 등 남은 두 명도 친문 진영과 거리가 먼 인사들은 아니다. 김 최고위원의 경우 문 전 대표와 경희대 동문이다. 친문 진영 인사들 중에도 특히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양 최고위원과 김병관 최고위원 등 ‘문재인 키즈’ 2명이 과반의 득표로 지도부에 입성하는 등 ‘신친문’ 인사들의 약진이 눈부셨다. 사실상 이들과 함께 선거를 치른 최재성 전 총무본부장일 포함한 문 전 대표 영입인사 그룹은 이후에도 당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벌써 친문 내에서도 신친문 진영이 핵심을 차지하고 나머지 인사들은 외곽으로 밀려나는 등 세력구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주류의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물론 이종걸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하고 당 대표 경선에서 2등을 차지하며 나름대로 체면치레는 했지만, 지도부에 비주류를 한 명도 포함시키지 못해 이후 당내 의사결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힘이 빠진 비주류가 거듭 타격을 받으면서 ‘궤멸’ 수준까지 몰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당에서는 오는 10월 민생부문 최고위원을, 그 이후 노동부문 최고위원을 추가로 선출한다. 연합뉴스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여기에도 비주류 후보들이 입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괴물’, 그들은 왜 총을 들었나

    ‘괴물’, 그들은 왜 총을 들었나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마크 에임스 지음/박광호 옮김/후마니타스/520쪽/2만 2000원죽음의 스펙터클/프랑코 비포 베라르디 지음/송섬별 옮김/반비/300쪽/1만 8000원 13명이 사망한 1999년 콜럼바인고등학교 사건, 한인 학생 조승희가 32명을 살해한 2007년 버지니아텍 사건, 2012년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상영관의 총기난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국의 총기살인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을 둘러싼 추이는 공통점을 갖는다. 일상 대부분을 보내던 공간에 나타난 조용한 성격의 살인자, 똑같이 되풀이되는 지역사회와 주변 반응, 혐오증과 정신이상 같은 일탈적 병력 등이다. 그런데 주변인들의 살인자 인물평은 의외인 경우가 많다. “이해심 많고 성실한 사람인데”,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인데”…. 그들은 왜 총을 들었을까.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와 이탈리아의 사회참여적 사상가가 펴낸 ‘죽음의 스펙터클’은 갈수록 확산되는 ‘분노 살인’과 ‘묻지마 범죄’를 살인자가 아닌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들여다본 책들로 눈길을 끈다. ‘나는…’가 다중을 향한 총기살인 사건을 직장, 학교 등 일상에서 들췄다면 ‘죽음의…’은 무차별 다중 살인의 원인을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찾아내고 있다. 미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첫 총기 다중살인은 공식적으로 1986년 오클라호마주 에드먼드우체국 지소에서 집배원 패트릭 셰릴이 직원 15명을 총을 쏴 살해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1998년 미국의 직장 내 분노 살인은 9건이 보고됐는데, 2003년에는 45건으로 늘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는 학교에서도 총격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올해만 해도 4월 기준으로 사상자가 네 명 이상인 대형 총기사건이 무려 78건이나 발생했다. ‘나는… ’는 그 사건들을 샅샅이 추적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 우선 다양한 직종으로 번진 ‘분노 살인’의 시작인 1986년 에드먼드우체국 총기사건을 보자. 여기에는 우체국이 1970년 우편재조직법에 따라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민영화되며 직원들이 가혹한 경쟁 체제에 내몰린 사정이 깔려 있다. 살인자 셰릴은 범행 전날 관리자에게 심한 질책을 듣고 자신의 해고를 확신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25년간 일한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뒤 회사로 찾아가 학살극을 벌인 로버트 맥의 경우를 보자. 그는 해고 통보를 받은 후 닷새가 넘도록 낙담한 채 겁에 질려 있었다고 한다. 잔혹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아들이려 애썼지만 실패했고 마침내 “나 자신을 종료할 때가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총기 살인사건의 추이를 훑다 보면 살인자들이 총을 든 이유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저자는 무엇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밀어붙였던 이른바 ‘레이거노믹스 ’이후 가혹해진 직장 환경과 노동자들에 가해진 정신적·육체적 충격에 주목한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와 장시간 노동, 구조조정의 불안감, 일터 괴롭힘…. 이 같은 요소들로 채워진 미국의 직장 문화가 직장인들에게 자살과 복수의 충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 붙인 저자의 후기가 혹독하다. “왜 이 이야기의 진짜 악당들과 싸우지 않고 회사, 우체국, 학교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것일까. 이 책은 레이건이 남긴 것들을 캐내어 인근 종려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마침내 그가 제대로 된 심판을 받게 하려는 시도다.” ‘죽음의 스펙터클’ 역시 ‘묻지마 살인’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 온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범죄와 자살이라는 절망적 사건들을 들여다보며 지옥을 견디다 못해 괴물이 돼 버린 사람들과 죽음을 택한 사람들의 고통에 주목한다. 2012년 영화상영관의 총기살인 사건을 계기로 책을 썼다는 저자는 비슷한 범죄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콜럼바인고교 사건을 일으킨 에릭 해리스는 ‘자연 선택’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범행했다. 2007년 핀란드 헬싱키의 고등학교에서 9명을 살해한 페카에릭 우비넨은 범행 직전 인터넷에 ‘자연선택 신봉자의 선언문’을 남겼다. 그 대목에서 저자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란 이들이 승자 독식이라는 개념에 완전히 설득당했다”고 지적한다. 그 과시적인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총기난사범들을 저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어머니보다 기계로부터 더 많은 말을 배운, 스펙터클에 매혹된 존재들.’ 그리고 이 사회와 시대가 개인들에게 가하는 비인간적 압력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괴물들’의 출현은 막을 수 없다고 단정한다. “그 끔찍한 광기를 이해해야만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왕자만 7000명 부패한 왕정 붕괴 직전 소련의 분열 연상 그럼에도 순응하는 국민들

    왕자만 7000명 부패한 왕정 붕괴 직전 소련의 분열 연상 그럼에도 순응하는 국민들

    사우디아라비아/캐런 엘리엇 하우스 지음/빙진영 옮김/메디치미디어/424쪽/2만 2000원 종종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슬림 여성들이 ‘운전 시위’ 하는 사진을 외신을 통해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 그대로 ‘해외토픽감’을 대하는 시선 정도로 봐넘기기 일쑤다. 하지만 사우디에서 여성 운전의 상징성이 갖는 무게는 결코 작지 않다. 여성이 운전의 자유를 확보하게 되면 남성이 거머쥐고 있는 지배의 고삐가 끊어진다. 이는 ‘남자는 알라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한다’는 와하비즘의 핵심 전제 중 하나가 흔들린다는 뜻이다. 물론 사우디 여성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운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운전 시위’가 변화의 싹으로 작용할 건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관념적으로만 알고 있는, 혹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사우디의 속사정을 파헤친 새 책이 ‘사우디아라비아’다. 그런데 왜 하필 사우디아라비아일까.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사우디는 중동 최대의 교역 대상국이다. 1970~80년대에는 중동 붐의 핵심 무대였고, 오늘날에도 원유 수입의 3분의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주요 우방국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사우디는 우리에게 훨씬 중요한 나라다. 그런 사우디가 갈등과 분열 상황에 놓여 있다. 저자는 “붕괴 직전의 ‘소련’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했다. 일차적인 문제는 늙고 병든 지도자의 왕위 승계다. 왕자만 7000명이 넘는 탓에 나라 전체가 부패로 병들었고, 국민들은 왕가의 호혜를 누리며 좌절하고 또 순응한다. 분노는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 일탈 정도로만 표출될 수 있고, 어떤 이들은 근본주의에 경도돼 지하드(성전)에 몸을 바치기도 한다. 외부적으로도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린 이후 ‘중동의 수장’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뿐 아니다. 사우디 전체 인구의 3분의2는 30세 이하다. 높은 인구 증가율에 비해 일자리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청년 스스로도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보수적 종교지도자들이 교육에 간섭해 청년들이 실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문을 나서기 때문이다. 이 탓에 많은 일자리가 외국인들의 차지가 되고 청년들은 또다시 절망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테러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총체적 난국을 포착하기 위해 5년 동안 사우디 곳곳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책은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현상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분석이 전부다. 따라서 저자의 결과물을 해석하는 방식도 이해 당사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씨줄날줄] ‘집으로 가는 길’/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집으로 가는 길’/강동형 논설위원

    ‘칼리프의 아이들’ ‘블러드 다이아몬드’와 ‘집으로 가는 길’…. 시공간이 다른 이들의 공통분모는 ‘소년병’이다. 칼리프의 아이들은 이슬람국가(IS)가 운영하고 있는 소년들로 구성된 부대의 별칭이며,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품질이 으뜸인 아프리카 시에라이온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를 일컫는다.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해 벌인 10여년간의 내전에서 흘린 피를 빗대 이곳에서 생산된 다이아몬드를 피의 다이아몬드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블러드 다이아몬드도 이를 소재로 한 영화다. 집으로 가는 길은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13살의 나이로 정부군 측 소년병이 돼 마약과 살인·강간 등 온갖 만행을 일삼은 이스마엘 베아의 증언이다. 그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역시 평범한 소년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유니세프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이 소년병들을 대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서 괴물이 된 소년병도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년병들이 마약을 하고 폭행을 해도 직원들은 이들에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정말로 아니야, 이겨 내야 해”라고 말한다. 소년을 총알받이로 내몰고, 세뇌교육을 통해 살인 병기로 만드는 어른들의 탐욕과 위선이 가득한 사회에 책임을 돌린다. 철없는 아이들 탓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우슈비츠에서 경험을 고발한 프리모 레비는 수용소에서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이었다는 것에 절망한다. 어른들이 이럴진대 사리 분별을 못 하는 소년병들의 범죄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20일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의 한 예식장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50여명이 사망한 사건의 주범이 12~14살의 아이라는 소식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테러범이 소년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소년병에 의한 테러 사례는 계속 늘고 있고 범행이 잔혹하다. 이 사건 하루 뒤인 21일에는 이라크에서 폭발물을 허리에 두른 12살의 IS 소년병을 붙잡기도 했다. 그는 경찰서에서 테러 실패에 대한 분함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현재 아프리카 소말리아, 중동의 여러 나라, 중남미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년병은 약 3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소년병은 남의 나랏일이 아니라 우리의 오래된 얘기이기도 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과 대화를 나눈 소년병이 화제가 됐다. 그 소년은 6·25전쟁 중에 차출된 2만 9600여명의 소년병 가운데 한 명이다. 전쟁 때 소년병은 2573명이 희생됐고 4000여명이 생존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중 2만 4000여명이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징집 연령 미달 등의 이유로 소년병 존재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고혼은 아직도 집으로 가는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올해의 합격자] 국가직 9급 최연소 합격 조영희씨

    [올해의 합격자] 국가직 9급 최연소 합격 조영희씨

    올해 상반기 치른 국가직 9급 공무원 선발시험 전형이 마무리돼 지난 3일 최종 합격자가 발표됐다. 국가직·지방직의 7·9급 공채 시험 중 일부는 올해 말까지 남은 채용 절차가 진행된다. 서울신문은 아직 합격 문턱을 넘지 못했거나 내년 시험에 대비하는 공시생들을 위해 올해 최종 합격자들의 수기를 싣는다. 국가직 9급 공채 합격자 4182명 가운데 최연소 합격한 조영희(18·여)씨의 합격 비결과 포부 등을 들어봤다. 중·고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를 치른 저에게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또 다른 관문이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공직의 길을 걷고자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몸이 아픈 저를 생각하는 부모님의 오랜 바람이었습니다. 충북 청주 봉정초 재학 시절 장애를 갖게 돼 허리와 다리가 불편합니다. 부모님의 바람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공무원이 돼 지금껏 이 사회와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도움과 배려를 갚아나가고 싶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저보다 더 힘든 역경을 견디고 계신 분들이 많겠지만, 제가 장애를 갖고 살아 왔기 때문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민원인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 전 시간 영단어 암기 활용 수험 생활은 고됐지만, 워낙 기초가 없어 힘든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저를 버티게 해 줬습니다. 지난해 5월 청주에 있는 학원에 등록해 11개월 만에 공부를 마쳤습니다. 체력이 약하다 보니 수면시간은 하루 평균 6~7시간을 지켰습니다. 매일 오전 9시에 시작하는 학원 강의를 듣기 전 30~40분 정도는 영어 단어를 외우고, 전날 강의를 정리한 노트를 다시 보며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한 뒤에는 노트정리를 했습니다.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도 하고, 다음에도 두고두고 볼 수 있어 유용했습니다. 문제풀이에 들어가기 전 이론을 다지는 데 노트정리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수업 중 필기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개요를 짜 노트로 옮기고, 내용을 이해한 뒤에는 직접 쓰면서 암기도 했습니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무작정 공부만 하진 않았습니다. 하루 목표량을 채웠다면 나머지는 자유시간으로 보냈습니다. ●까다로운 한국사 철저한 대비를 평소 가장 어려운 건 영어 과목이었지만, 정작 시험에서는 한국사가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한국사 문제를 풀 때는 학습량이 부족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내년 국가직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이 점을 유의하셨으면 합니다. 면접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예상 질문을 작성하고 자료를 수집해 예상 질문에 답안을 생각해 보는 식으로 연습했습니다. 공부량이 방대해 지치는 순간에는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는 등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게 도움이 됐습니다. 합격 후 부모님과 외할머니 등 가족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미약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일을 하다 보면 갈 길은 멀다고 생각됩니다. 지난해 한참 시험 준비 중일 때 합격자들이 ‘잘하고 있다’는 말을 해줄 때 큰 힘이 됐습니다. 저와 같은 과정을 헤쳐나간 사람이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게 위로가 됐습니다. 수많은 공시생 분들께 잘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끔은 절망스러워도, 이 세상 모든 꽃은 반드시 피기 마련이니까요. 정리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나태주 풀꽃 편지] 마이너 시대

    [나태주 풀꽃 편지] 마이너 시대

    요즘은 너나없이 사는 일이 힘들다고 하고 지쳤다고 한다. 옷이나 밥이나 집이 없어 힘들고 지친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힘들고 지쳤다고 그런다. 번아웃(burnout)이란 생소한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 오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극도의 피로에 달했다는 얘기이고 각자가 지닌 삶의 에너지를 바닥냈다는 얘기다. 왜 이 지경이 되었나. 그것은 우리가 지나치게 외곬으로 살아서 그렇고 지나치게 올인하며 살아서 그렇다. 여기 1.5볼트짜리 건전지 두 개가 있다고 치다. 두 개를 직렬로 연결하면 3볼트짜리 불이 켜지고 병렬로 연결하면 1.5볼트짜리 불이 켜질 것이다. 때로는 3볼트짜리 불을 밝혀야 하기도 하겠지만 더 많게는 1.5볼트짜리 불을 밝히며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메이저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개는 마이너 인생이라 생각할 것이다. 인생에 대해서도 그렇다. 마이너가 없는 메이저가 어디 있겠는가. 한 사람의 생애를 두고 볼 때도 메이저 시대보다는 마이너 시대가 더 길다고 보아야 한다. 어쩌면 마이너 없는 메이저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부디 자기네 인생이 마이너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언젠가는 분명히 찾아올 메이저 인생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이 소망이다. 그것이 진정 인생에 있어서 행복과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고 값진 인생, 아름다운 인생을 만나는 첩경이다. 정말로 우리네 인생에는 메이저만 있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마이너 다음의 메이저다. 그것은 하루의 일과를 두고 볼 때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우리가 기분 좋고 유쾌한 시간만 사는 건 아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겨운 시간을 견디고 건너서 저녁 시간을 맞이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 하루의 일과가 깜냥대로 좋았다고 말하고 더러는 앞으로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들 삶에서 고난이나 고통, 실패, 시련, 절망과 같은 이름들은 마이너의 항목들이다. 그러나 그런 항목들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진정한 성공과 소망과 행복이 열리도록 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한 묘미요 비밀이다. 오히려 마이너의 시기가 혹독할수록 더욱 빛나는 성공과 소망과 행복이 약속된다. 이런 말이 있다. ‘살아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젊어서 죽을병에 한 번 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일단 죽을병에 걸렸다가 거기서 빠져나오게 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그 이전의 인생과는 전혀 다른 인생, 새롭게 태어난 인생이 된다. 이를 나는 ‘결핍의 축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핍은 궁핍과는 다르다. 궁핍은 애초부터 없던 상태를 말하고 결핍은 있던 것이 없어진 상태를 말한다. 그러므로 결핍은 결핍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핍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따르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점점 좋아지게 될 것이고 끝내는 완전히 좋아지는 상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사는 일에 지쳤다는 것은 고난이든 결핍이든 마이너 상태를 못 견뎌서 그런 것이다. 고생하며 살아온 부모들이 자식들에게는 자신들이 겪은 고생을 대물림하지 않고 싶어서 지나치게 애지중지 키워서 그렇다. 어려서부터 고난 없이, 시련 없이 키워서 그렇다. 그렇다고 억지로 고난이나 결핍을 주자는 애기는 아니다. 우리가 지금 충분히 좋은 조건인데도 마음이 그래서 그렇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하는 얘기일 뿐이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인생이 마이너 시대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분명 그다음에 열린 메이저 시대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할 일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이너의 시대가 끝나고 메이저의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인생의 실패는 절대로 실패 그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실패하면서 인간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까지 배우게 될 것이고, 그리하여 더욱 큰 성공과 더욱 밝은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마이너 시대, 그것은 미구에 찾아올 메이저 시대에 대한 찬란한 약속이고 예고이다. 그것이 진정한 인생의 성장이다.
  • 중국 공산당을 흔드는 손, 1억 900만명의 중산층

    중국 공산당을 흔드는 손, 1억 900만명의 중산층

    개혁개방이 실시된 이후 중국은 소비와 문화 측면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2015년 한 해에만 약 1억 2000만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거의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중국 여행객을 일컫는 ‘유커’(游客)의 구매력이 다른 나라의 비자 정책을 바꿀 정도다.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이른바 중산층의 숫자도 급팽창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산층은 중국을 다스리는 공산당에 독이 될까, 아니면 약이 될까. 경제 수준이 향상되면 정치적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대체적인 역사 흐름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나 정치학자에게 중국의 중산층이 공산당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논란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의 중산층이 공산당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산층이라는 개념은 매우 모호하다. 중국에서는 1990년대에만 해도 이런 중산층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그러던 것이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고소득에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급속하게 늘었다. 실제로 2000년 연간 소득이 1만 1500달러(약 1258만원)~4만 3000달러(약 4700만원)인 인구는 500만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무려 2억 2500만명에 달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2020년까지 중국의 중산층 숫자가 유럽 전체의 중산층 숫자를 넘어서며 이는 시간문제라고 잡지는 분석했다. ●中 중산층 인구 4년 뒤 유럽 중산층 숫자 추월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중국의 중산층이 1억 900만명으로 처음으로 미국의 중산층(92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정의한 중산층은 5만~50만 달러의 여유 자산을 보유한 계층이다. 또 다른 중국학자인 리춘링의 2010년 연구 결과에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978년 3645억 위안(약 60조 696억원)에서 2006년 21조 871억 위안(약 3460조원)으로 무려 58배 증가했다. 도시 가정의 인당 평균소득은 1978년 342.4위안(약 5만 6000원)에서 2006년 1만 1759.5위안(약 193만원)으로 34배 증가했다. 2013년 매킨지 보고서는 중국의 중산층이 구매력 기준으로 브라질과 이탈리아 사이에 있으며 도시 인구의 68%가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산층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자유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연결된다.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과 함께 1980년대 군부 독재를 종식했다. 대만도 1990년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중산층의 요구가 빗발치면서 국민당 권위주의 정부는 자유선거를 인정했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등 중국의 많은 도시는 이미 한국이나 대만이 변화하던 시점과 같은 소득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1989년 비극적인 천안문 사태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권위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반부패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중국인은 시 주석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말하는 중산층은 중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오히려 중국인들은 중동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 등에서 발생한 혼란에 놀랐다. 또 일부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서 보듯 국민의 직접 투표가 복잡한 문제에서는 믿을 만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즉 중국의 중산층은 공산당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당이 무자비하게 굴지만 적어도 국민이 먹고살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과 정치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경우 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노년 병원비 걱정… 모은 재산 상속 변수에 촉각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먹고살 만한 국가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산층은 공산당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배고픔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먹거리는 안전하지 않다. 또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누가 자신을 돌봐 줄지 걱정하고 있다고 잡지는 소개했다. 대부분의 중국 가정은 한 자녀 정책에 따라 자녀 한 명만을 두고 있는데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기초적인 수준이다. 자신이 노년에 아프기라도 한다면 병원비로 재산을 모두 탕진할까 조바심을 내고 있다. 여기에 들쭉날쭉한 부동산 정책 역시 축적한 부를 물려주는 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을 하지만 형편없는 이자율로 인해 고수익을 노리는 다단계 사기가 곳곳에서 횡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산업에 만연한 부패에 대해 중산층은 분노하고 있다. 특히 관시(關係·관계)로 연결된 정실과 족벌주의 타파에 중산층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과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문제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공장 등이 공기와 토양, 물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지만 정작 공산당 등 권력기관의 친구와 알고 지낸다는 이유로 공장주가 처벌받지 않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쓰레기 소각장 건설 계획에 1만명 반대 시위도 중국에는 현재 200만개가량의 비정부기구(NGO)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NGO에서 일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중산층으로, 공산당과는 별개로 중국이 좀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들은 여성이나 게이, 이민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시정, 근로자에 대한 공정한 대우 등을 원한다. 이들은 공산당 독재에 대해 공개적인 도전을 하지 않고 있지만 공산당이 권력을 휘두르는 방식에 대해서는 종종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3일 광둥성 자오칭시 가오야구 루부진 주민 1만여명은 시내 중심가와 국도 주변에서 당국의 쓰레기 소각장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당국이 친환경 전력발전소 개발 의사를 밝히면서 정작 쓰레기 소각장 건설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공산당은 8800만명에 이르는 당원 중에 상당수가 중산층이며 이들이 당의 지지 기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012년 시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며 권력을 잡았을 때 제시한 ‘중궈멍’(中國夢·중국의 꿈)은 친중산층 정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은 여전히 법치주의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개인의 재산권이나 안전은 미흡하며 부패 척결도 어렵다. 언론 자유가 없다면 시민단체가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힘들다. 중국인은 1930년대 혼란스러운 역사와 함께 1960년대 끔찍한 문화혁명을 겪으며 혼란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도시인 절반 35세 이하… 소통 부재땐 ‘폭발’ 예상 하지만 현재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의 절반 가량이 평균 35세 이하로 이들은 대부분 마오쩌둥 시대의 권위주의 정권시대 혼란스러운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불평을 거침없이 쏟아낼 것이다. 루부전에서 발생한 시위도 그런 예 중 하나다. 칭화대에 따르면 2010년에만 중국에서 18만건의 시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발전은 완만해지고 있다. 공산당이 공장폐쇄나 국영기업의 구조조정과 같은 국민의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1989년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것은 공산당원 중 일부가 개혁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징조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시 주석의 반부패 정책은 정적을 만들어 내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수십 년간 직면한 도전을 잘 헤쳐 왔다. 공안을 비롯한 국가안보기구는 사회불안정 요인을 잘 해소하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억압만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의 중산층은 더 늘어날 것이고 이들의 요구도 점점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이들의 수요를 충족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국의 중산층은 중국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라고 잡지는 전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여름의 끝/이성복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여름의 끝/이성복

    그 여름의 끝/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무사히 폭풍을 견뎌낸 백일홍이 붉은 꽃들을 매달았다는 첫 연의 언술을 읽으면 새삼 다행스러운 생각과 동시에 어떤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됩니다. 여리면서도 질긴 생명이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는 방식이 잘 드러나 있지요. 하지만 화자의 내면을 이야기한 두 번째 연으로 넘어오면서 시를 읽는 이들의 머릿속은 조금 복잡해지기 마련입니다. 폭풍에 쓰러지지 않은 것이 다른 것도 아니고 바로 ‘나의 절망’이기 때문입니다. ‘절망은 쓰러져야 좋은 게 아닌가?’ 하는 물음도 곧 따라 붙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골똘하게 궁리해 보면 이것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절망은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서 쓰러져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쓰러질 절망이었다면 애초에 이것은 절망다운 절망도 아니었을 테고요. 참다운 절망이란 자신 스스로 충분히 절망하고 또 반성과 복기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사라지는 존재일 것입니다. 여름의 폭풍을 견뎌낸 백일홍이 피어나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핏빛으로 덮듯 절망을 온전히 견딘 자리에서 새로운 나의 가능성이 피어날 것입니다. 박준 시인
  • [금요 포커스] 청년, 통일을 꿈꾸다/이금순 통일부 통일교육원장

    [금요 포커스] 청년, 통일을 꿈꾸다/이금순 통일부 통일교육원장

    지난 7월 ‘2016 통일리더캠프’ 참가자들이 중국에 다녀왔다. 통일리더캠프는 통일 문제에 관심과 열정을 가진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참여·체험형 통일교육 프로그램이다. 통일교육원은 분단과 통일에 대한 바른 이해와 통일한국의 미래 비전을 심어 주기 위해 ‘통일리더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통일 미래 세대인 초·중·고·대학생들에게 1박 2일의 국내 통일 미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연 6000여명의 학생들이 통일 주제 토론회, 연극, 현장체험 등에 참여해 통일이 ‘먼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와 함께 대학생들에게는 5박 6일의 북·중 접경지역 탐방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올해는 5월 넷째 주간에 열리는 대학생 통일모의국무회의 수상팀, 통일논문·CF 공모대회 우승자, 대학생기자단, 주한유학생기자단 등이 ‘중국통일리더캠프’의 참여 기회를 가졌다. 특히 올해는 하얼빈과 선양 등 항일유적지가 추가돼 민족의식 고취와 통일 문제 인식에 깊이를 더하는 여정이 됐다. 캠프 참가자들이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시인 윤동주가 태어나고 자랐던 생가와 그가 소년 시절 다녔던 대성중학교다. 축구를 잘하고 밤늦게까지 시를 쓰며 재봉틀로 스스로 옷가지도 고쳐 입던 다재다능하고 섬세한 청년 동주는 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민족의식이 각별했다. 창씨개명 강요와 조선어 사용 금지 등 일본의 압제가 심해질수록 윤동주는 우리말로 시를 쓰는 것으로 일본에 저항했다. 견고한 모국어로 빚어낸 그의 시는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독립운동의 결정체였던 것이다. 남의 험담은 결코 하지 않는 윤동주의 고결한 성정은 식민지 조국의 현실을 아파하며, 그런 조국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한없이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슬픔과 절망을 딛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하는 단단한 영혼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 청년 윤동주를 21세기의 대한민국 청년들이 만나고 왔다. 1945년 2월, 만 스물일곱의 나이로 옥사해 영원한 청년이 되어 버린 그가 현시대의 벗들과 나눈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살아서 누리지 못했던 광복의 기쁨,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전쟁의 참담함, 분단을 딛고 일궈 낸 눈부신 성장 그리고 아직 이루지 못한 통일의 꿈…. 이런 이야기로 밤이 새고 날이 밝지 않았을까. 전후 세대와 그 자녀들이 사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지금, 분단은 어느덧 일상의 질서로 굳어가고 통일은 관념적 구호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통일리더캠프’에 참가한 청년들은 숱한 젊은이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린 그 자리에 들어섰을 때 너 나 할 것 없이 통일의 열정으로 충만해진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쳤던 인사들이 꿈꾸었던 ‘진정한 의미의 광복’은 남북한이 통일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그들은 캠프를 통해 국경 너머 낯선 땅에서 국가와 민족과 통일의 문제를 실감하고 돌아온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자신이 통일시대를 살아갈 주역이라는 것을 가슴 벅차게 느끼는 것이다. 청년 윤동주는 암울한 시대를 살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꿈꾸고 희망하며 기다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동주처럼 이 시대의 젊은이들도 꿈꾸며 통일을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보다 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통일미래를 그려 보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전국 6개 대학이 통일교육 선도대학으로 지정됐으며 올 2학기부터 통일·북한 교양과목이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이 실시된다. 현장에서 통일 문제를 다뤄 온 전문가들의 대학특강도 좀더 확대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통일교육원은 보다 많은 대학생들이 통일체험교육 현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청년의 꿈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리고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
  • DJ 7주기 추도식…더민주·국민의당, 어색한 조우

    DJ 7주기 추도식…더민주·국민의당, 어색한 조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 인사들이 18일 서울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총출동해 조우했다. 특히 지난해 야권이 둘로 갈라진 후에 처음 열린 추도식인만큼 두 야당 인사들은 저마다 ‘DJ 정신 계승’을 앞세워 적통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더민주 당권주자인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도 모두 참석해 표심잡기에 집중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야권 지형구도가 격변하면서 유력 인사들간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된 만큼, 이날 추모식장 곳곳에서도 어색한 조우가 속출했다. ◇ 야권 총집결…DJ 적통경쟁 = 이날 현충관에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400여명이 참석해 김 전 대통령을 추도했다. 더민주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 의원단을 비롯, 문재인 전 대표,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안철수 전 상임대표를 필두로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추도식장을 찾았다. 새누리당에서도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도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조화도 추도식장에 자리했다. 여야 인사들은 본 추도식에 앞서 귀빈실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티타임을 갖고 안부를 주고 받았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 귀빈실을 찾아 이 여사와 악수를 나눴다. 추도식에서는 모두 숙연한 표정으로 김 전 대통령의 육성 영상메시지를 시청했다. 박 비대위원장과 더민주 당권주자인 추미애 후보는 시청 도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한 김홍업 전 의원은 “찾아주신 모든 분들, 꾸준히 아버님의 묘소를 방문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분을 그리워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을 니편내편으로 나누는, 가르는 편가르기 정치가 우리나라 멍들게 하고 국민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며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이 했던 통합의 정치, 그 정신을 다시 간절하게 그리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행사장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여사는 ‘대통령의 아들들’ 두 명의 손을 꼭 잡으면서 감사인사를 했다. 현철씨에게는 “내가 몸이 좋지 못한데 오늘 찾아워줘 고맙다”고 했고 건호씨에게는 “어머님께 안부 전해달라. 내가 몸이 좋지 못해 찾아뵙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건호 씨는 “아무쪼록 건강하시라. 꼭 안부를 전해드리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 곳곳 어색한 조우, 文 “미국 잘 다녀왔냐” 安“네팔 힘들지 않았냐” = 야권이 분열된 채로 총선을 치른 이후 다시 한 곳에서 총집결한 만큼 추도식장 곳곳에서는 어색한 조우가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대권경쟁 맞수인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추도식장에서 바로 옆 자리에 앉게 됐다. 둘은 지난 5·18 기념식때 광주에서 만난 후 석달 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둘은 가볍게 악수와 목례를 나눴고, 문 전 대표가 “미국에 잘 다녀오셨냐. 시차적응은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안 전 대표는 “시차적응하느라고, 이제 이틀 됐다. 네팔은 다녀오실때 힘들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이에 문 전 대표가 “그래도 (저는) 하룻밤 자고 새벽녘에 왔다. 카트만두까지 일방로도 생겼다”고 말하자 안 전 대표가 “거기랑 왕래가 많나보다”라고 했다. 그러나 둘은 이를 끝으로 대화를 더 나누지 않았으며 행사내내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도 “안녕하시냐”고 짧은 인사만 나눈채 더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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