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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멋없어서 좋아요, 가사이 선수/김민희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멋없어서 좋아요, 가사이 선수/김민희 도쿄특파원

    나의 출근길엔 은밀한 즐거움이 있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 차장의 ‘정차(停車) 세리머니’를 훔쳐보는 일이다. 보는 사람이 하나 없어도 그는 승객들이 무사히 내렸음을 확인하는 의미로 멋있게 팔을 휘두르며 약 5초간 허공 이곳저곳을 찔러댄다. 특히 내가 애용하는 히비야(日比谷)선 차장들의 세리머니는 호쾌하고 절도가 있다. 처음 그 장면을 목도했을 땐 ‘저게 무슨 오버인가’하고 깔깔 웃었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빠져들어 7개월이 지난 지금은 세리머니를 보지 않으면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없을 정도다. 온몸으로 표현하는 직업의식이라고나 할까. 그게 일이니까 누가 보든 말든 최선을 다하는 거다. ‘잇쇼겐메이(一生懸命·목숨을 걸고)’라는 일본식 표현처럼 성실함을 최대의 미덕으로 삼는 일본인답다. 그런 성실함은 사실 멋이 없다. 화려함이 생명인 예술·스포츠계에선 더더욱 그렇다. 만약 커트 코베인이 27세에 요절하지 않고 무병장수하면서 2년에 한 번씩 앨범을 냈다면, 제아무리 천재라도 지금 같은 신화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을 거다. 일본인 중에 세계적으로 반항아 기질로 유명해진 스타가 없는 것도 특유의 성실함 때문인 것 같다. 예술·스포츠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글을 쓰고, 달리고, 맥주를 마시는 성실한 생활로 유명하지 않은가. 일본에서 소치 동계올림픽의 최대 스타로 떠오른 스키점프 은메달리스트 가사이 노리아키의 인터뷰를 TV로 보면서 그만 웃어버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무려 일곱 차례의 올림픽 도전을 거쳐 만 41세의 나이에 일본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인간 승리의 표상으로 주목받았다. 그쯤 되면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은퇴하겠다’는 스타 기질이 나올 법도 한데, 그의 발언은 나의 예상을 뒤엎었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니 계속 도전하겠다. (다음 올림픽인) 45세에도, 49세에도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싶다”고 했다. 멋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성실한 생활인의 답변 아닌가. 그 인터뷰를 보고 가사이가 좋아졌다. 그는 인생에 대한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다. 스포츠계는 ‘소년 급제’가 많은 곳이다. 20대 전후가 인생의 절정기다. 그런 곳에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 단체 은메달 이후 그 오랜 세월 동안 메달 없이 그늘에 가려져 있으면서도 꾸준히 몸을 만들고 출전 자격을 따는 건 보통 정신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 TV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보니 비시즌 동안 오키나와에서 훈련하는 그의 몸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뭐가 되든 끝까지 가보겠다는 마음가짐은 자신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포기하면 누가 나를 지켜봐준단 말인가. 짧고 굵은 인생보다 가사이처럼 가늘고 긴 인생이 더 값지고 귀중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국민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지만 나에게는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 가사이의 가늘고 긴 인생이 가능한 한 가늘고 길게 유지되길 바라며 4년 뒤 그의 활약을 지켜볼 예정이다. haru@seoul.co.kr
  • [국민행정 1년을 돌아본다] (상) 안전한 사회

    [국민행정 1년을 돌아본다] (상) 안전한 사회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출범한 안전행정부가 지난 1년여간 펼친 국민을 위한 행정을 되돌아본다. 이에 따라 ‘국민 행정’의 핵심 방향인 ‘안전한 사회’ ‘정보화 정부3.0’ ‘지방자치 자주화(自主化)’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3회 연재물로 마련했다. 많은 분야에서 가시적인 정책 개선을 이뤘고, 혁신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 박근혜 정부 2년 차를 맞아 그동안 도입된 정책의 지속적인 실효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쓴소리도 담았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안전행정부의 지난 1년 노력이 각종 ‘안전사고의 사망자 감소’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안행부는 재난·재해 및 범죄 예방을 위해 29개 중앙행정기관의 안전 정책을 총괄·조정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안행부는 재난 및 안전사고에 선제적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 지난해 5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국민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별 안전 관련 법·제도를 총괄적으로 조정·정비하는 차관·차장급 ‘안전정책조정회의’가 신설돼 매월 한 차례씩 열리고 있다. 또 중앙 부처·지자체·공공기관에 각각 ‘재난안전책임관’을 지정, 각종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조치했다. 이어 안행부는 각 지자체에 안전행정국·안전총괄과 등 안전관리 총괄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모든 광역단체에서 특별사법경찰관을 운용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더불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법령을 개정해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휘 아래 각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가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안행부는 또 강도, 절도, 방화 같은 범죄와 더불어 침수, 산사태 등의 재난, 감염병, 화재를 비롯한 안전사고 등 국민 생활 전반에 걸친 위험 요인을 종합·분석해 지도 형태로 보여 주는 ‘생활안전지도’를 제작해 올해 하반기까지 시·군·구 100곳에 우선 시범 운영한 뒤 2015년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4대 사회악 감축목표제를 도입해 주기적으로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각 분야의 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교통사고, 산업재해, 수난사고 등으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총 6757명으로 2012년 7233명보다 476명(6.5%) 감소했다. 분야별로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2012년 5392명에서 지난해 5080명으로 312명 줄었고, 산업재해·수난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도 각각 66명, 47명 감소했다. 4대 사회악의 경우 성폭력·가정폭력 분야에서의 재범률은 각각 1.5% 포인트, 20.4% 포인트가 낮아졌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 경험 비율은 2012년 9.6%에서 2.1%로 급감했다. 식품안전 체감도는 66.6%에서 72.2%로 상승했다. 이재율 안행부 안전관리본부장은 “우리나라 안전사고 사망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2%보다 높은 편”이라면서 “매년 안전사고 사망자 수를 6.5%씩 줄인다면 2017년에는 선진국 평균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 체감도에 대해 지난해 12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낀 국민은 29.8%인 반면 41%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만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높은 상태다. 이는 일선 현장에서 안전수칙 등을 지키지 않아 인명 피해를 가져오는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 과정에서 사상자 7명이 발생한 사고는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참사였지만 제도적인 결함이 본질적인 원인”이라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기점으로 도입된 책임감리제가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 달 3일 대형사고 재발을 막고자 발주부터 시공까지 건설공사 전 과정의 안전관리를 강화한 ‘건설현장 재해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제 감리회사가 대형 시공사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큰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사회 안전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런 점을 감안해 범부처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지자체 차원의 재난 및 안전사고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 지자체에 특별교부세 등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아덴만 작전’ 최고의 기억…명절이면 가족 생각 애틋

    ‘아덴만 작전’ 최고의 기억…명절이면 가족 생각 애틋

    “명절이면 가족 생각이 애틋하지요. 하지만 내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잠시도 소홀할 수 없습니다.”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해적의 위협에 맞서 우리나라 선박들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 ‘최영함’의 안승웅(49·부사관 98기) 원사는 29일 가족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절도 있는 그의 말투도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다소 누긋해졌다. 군인 가족의 숙명이지만, 가족들은 늘 아버지 없이 명절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한 아들 태준(22), 상훈(19)씨만 생각하면 안 원사는 뿌듯하다. 그는 “지난해 봄 아덴만으로 출항하기 전 처음으로 가족사진도 찍었다”면서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해 늘 미안했는데 아들들이 해군이 되니 고맙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영함의 부사관 중 최고참인 안 원사는 “30년 가까이 해군 생활을 하며 배에서 명절을 맞은 적이 숱하게 많지만, 이번 설은 더욱 특별하다”고 밝혔다.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고 납치된 우리 선원을 구해 낸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성공한 지 지난 21일로 3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작전 당시 최영함의 엔진 운용을 담당했던 안 원사는 최영함이 아덴만으로 출항한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지원했다고 한다. 안 원사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은 군인으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기억”이라고 강조하며 “1년 가운데 200일 가까이 바다에 떠 있는 생활이 때때로 고달프기도 하지만 후배들에게 그때의 경험도 들려주고 많이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해부대 파병요원으로 선발되는 바람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급하게 출항했던 김만수(31) 중사에게도 이번 설은 애틋하다. 지난달에는 아내 홀로 관공서를 찾아 혼인신고를 했다. 김 중사는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추석과 설 명절을 시댁에서 혼자 보내게 해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아내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설 연휴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임무 수행은 계속된다. 하지만 최영함 위에도 차례상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보참모 김수범(33) 대위는 “가까운 현지에서 과일과 재료를 구입해 차례상 음식을 마련하고 합동 차례를 올리기로 했다”며 “새해에도 우리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힘차게 항진하겠다”고 밝혔다. 청해부대 14진은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이끌었던 최영함과 특수전부대(UDT/SEAL) 대원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 해병대, 경계대 등 300여명의 장병으로 편성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아덴만 해역을 통과하는 국내외 선박 800여척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커버스토리] SM엔터테인먼트 매니저들 어떻게 뽑나

    [커버스토리] SM엔터테인먼트 매니저들 어떻게 뽑나

    과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조직폭력배들이 회사를 세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엔터테인먼트가 하나의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연예기획사 역시 선진화된 스타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그중에서도 동방신기, 보아, 소녀시대 등 K팝 스타들을 배출한 ‘아이돌의 산실’ 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연예계에서 단연 최고의 스타 시스템을 자랑하는 곳이다. SM에는 가수와 연기자를 발탁해 데뷔시키고 활동을 이어가기까지의 모든 과정마다 이를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다. 가수의 경우 신인 발굴과 곡 수집, 안무 구상과 콘셉트 결정 등 단계별로 관장하는 팀이 있는 것. 이 과정은 SM엔터테인먼트의 총 프로듀서인 이수만 회장의 진두지휘하에 유기적으로 진행된다. 1990년대 후반까지는 국내 작곡가와 안무가들로 앨범을 채웠으나, 지금은 해외 작곡가 450여명과 연을 맺고 토니 테스타 등 세계적인 안무가가 참여하는 등 국제적인 규모의 스타 양성 시스템을 갖췄다. 한 스타가 거쳐 가는 각 단계들을 총괄하는 건 스타를 담당하는 매니저다. 총 60여명인 매니저들은 각 팀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룹 엑소의 ‘늑대소년’ 콘셉트, 슈퍼주니어의 활발한 개인 활동, 소녀시대의 절도 있는 군무 등 아이돌 그룹들의 성공 전략 하나하나가 각각의 팀과 매니저들의 손을 거친다. 탁영준 실장은 “한 스타의 장기적인 플랜을 기획하는 게 매니저”라면서 “스타와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 인생 전반에 걸친 길을 제시하는 관계를 맺는다”고 설명했다. 엑소의 매니저 이승환씨는 슈퍼주니어를 담당하다 2011년 1월 엑소의 팀 윤곽이 잡혔을 때부터 이들을 맡았다.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하며 장단점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구상했다. 멤버들과 형 동생처럼 지내며 함께 봉사활동도 다녔다. 이씨는 “슈퍼주니어를 담당하면서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며 팀워크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알았고, 엑소를 키워낼 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SM은 매니저를 선발할 때 특정한 자격 조건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덕목은 신뢰와 성실성이다. 탁 실장은 “서로 간의 신뢰 속에 말단 직원들도 최고 결정권자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면서 “정해진 시간에 많은 일을 동시에 해내면서 또 하나의 일에 집중해 단시간에 끝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세계 최고 악당(?) ‘배트맨 빈 슈퍼맨’ 쇠고랑

    세계 최고 악당(?) ‘배트맨 빈 슈퍼맨’ 쇠고랑

    지난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남자가 마약 복용과 절도 혐의로 2년 9개월을 선고받았다. 별다른 뉴스거리도 안되는 이 사건은 그러나 AFP등 주요 통신사를 통해 전세계로 타전됐다. 그 이유는 바로 특이한 이름 때문. 화제에 오른 올해 23살 백수 청년의 이름은 ‘배트맨 빈 슈퍼맨’(Batman bin Suparman). 영화 속 영웅의 이름을 실제 이름으로 가진 그는 특이한 이름 때문에 이미 전세계적인 온라인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캐나다 토론토 입국시 이름 때문에 공항에서 체포된 적이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 배트맨은 지난 7월 마약을 복용한 채 싱가포르 남부의 한 사무실에 침입, 금품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또한 친형 누라즈만 슈퍼맨(Nurazman Suparman)의 현금인출 카드를 훔쳐 돈을 인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외언론은 “세계 최고의 ‘슈퍼배드’(superbad)가 감옥에 가게됐다” 면서 “배트맨은 이미 페이스북에 1만 1000명의 친구들을 가진 스타”라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생명최전선(KBS1 밤 10시 50분) 해마다 3만여 건에 달하는 중증외상 사고 중 절반이 교통사고 때문에 일어난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38%나 되고 특히 보행자의 경우 무단횡단보다 횡단보도 위 사고가 2.6배나 된다. 프로그램은 경기도 남부권역의 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환자 및 의료진의 사투와 사고의 경위를 추적한다. ■세상의 모든 다큐(KBS2 밤 12시 50분) 바람의 위력을 다룬 2편에서는 2011년에 미국 미주리 주 남서부의 도시 조플린을 휩쓸어 1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천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EF 5등급 토네이도와 1987년에 영국 남부 콘월 지방의 남서부 해안을 강타한 허리케인급 강풍을 자세히 분석한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안전대책도 소개한다.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MBC 밤 11시 15분) 학교에서 ‘빵 셔틀’로 살아가는 중3 도윤(채빈) 앞에 어느 날, 6개월 시한부 인생 친엄마 민주(유선)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렇게 10년 만에 돌아온 엄마. 도윤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민주가 이해 안 되는 와중에, 놀이터에서 빵 셔틀을 지시한 아이들을 훈계하려다 피투성이가 된 민주를 보게 되는데…. ■꾸러기 탐구생활(SBS 오후 4시 30분) 나라의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데 필요한 돈, 세금. 그런데 사람이 아닌 나무가 세금을 낸다는 믿기 어려운 소식이 들려왔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탐구대원들은 세금을 내는 나무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음료수를 마실 때 자주 사용하는 빨대 속으로 음료수가 올라오는 원리를 배워보고, 기압 차이에 의한 현상에 대해서도 탐구해본다. ■생활의 비법(EBS 오전 9시 20분) 집안에서 사람 빼곤 모두 경품이라는 경품왕 최길환씨. 그의 엽서 때문에 한 라디오 제작진들은 긴급회의까지 할 정도다. 그가 엽서 한 장 보내려고 주최 측 회장님까지 뒷조사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 경품 하나에도 혼을 쏟아 경품에 응모하는 ‘경품 당첨의 달인’ 최길환 씨의 경품 당첨 비법을 공개한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경기 일대를 들쑤시고 다닌 의문의 절도범은 피해자들조차 피해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기묘한 수법을 사용한다. 범인은 도대체 어떻게, 왜 범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것일까. 수법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소매치기 범행. 양주경찰서 강력 2팀 형사들이 눈보다 빠른 손을 가진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나선다.
  • 성범죄 전과자가 버젓이 지하철에서 공익근무를…

    성범죄 전과자가 버젓이 지하철에서 공익근무를…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공익근무요원들이 지하철역, 병원, 도서관 등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복무 중인 수형 보충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성범죄 전력이 있는 공익근무요원 249명 중 64명이 성범죄 취약지역인 지하철역이나 병원, 도서관 등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 뿐 아니라 ‘마약류관리법’ 위반 전과가 있는 공익근무요원이 구청에서 건강보호 증진업무를 하는가 하면 ‘방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공익근무요원이 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특수절도’ 전과가 있는 공익근무요원이 문화재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병무청이 소집 전 범죄의 내용과 유형은 고려하지 않은채 복무기관을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성범죄자의 경우 재범 우려가 있는데 병무청은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서 “소집 전 범죄경력을 고려해 복무기관을 선정해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에 의해 6개월 이상 1년 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보충역 편입 대상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선사회의 불편한 진실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 정약용 지음/노만수 엮어옮김/앨피/404쪽/1만 6800원 조선시대의 학자 정약용을 잠시 되돌아본다.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다. 실학자로서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가 한국 최대의 실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있다. 정약용을 떠올리면 오랫동안 겪어야 했던 귀양살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귀양살이는 그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 주었지만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내와 성실, 용기로 큰 업적을 이루어 냈다. 불세출의 학자이자 경제가로 유명한 정약용은 그렇게 우리 후세들에게 남아 있다. 위당 정인보는 “다산 선생 한 사람에 대한 연구는 곧 조선사의 연구요, 조선 근세사상의 연구요, 조선 심혼의 명예(明?) 내지 온 조선의 성쇠존멸에 대한 연구”라고 말한 바 있다. 신간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는 조선시대의 불편한 사회 이면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정약용의 사회비판적 논설과 한시, 소설, 편지글 등을 주제별로 엮었다. 18세기 후반의 요동치는 정치사회사 및 다산 개인의 삶과 연결지어 흥미롭게 풀어 쓴 ‘참여작가 다산’ 연구서인 셈이다. 다산의 올곧은 성품과 치열한 사회비판 의식 및 인간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사회가 안고 있던 각종 문제점들과 시대적 한계를 성찰한다. 이 책의 특징은 다산을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타이틀, 즉 참여파 작가라고 규정한 뒤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점이다. 다산을 실학자로 만든 사회 상황, 다산이 실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정치환경을 통해 다산을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한’ 깨어 있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만들었다는 대목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 환경과 그에 대한 예민한 자각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한 시대의 거봉’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년 전 조선 사회, 그리고 지금의 한국 사회 현실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귀양지에서의 가르침도 새롭게 다가온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야구 입문 50년…살아 있는 전설의 타자 백인천

    [김문이 만난사람] 야구 입문 50년…살아 있는 전설의 타자 백인천

    다 알지만 지구는 둥글다. 해와 달도 둥글다. 그리고 공도 둥글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모형은 둥근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원은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수레바퀴를 이용해 힘의 균형, 힘의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문명의 발전을 가져왔다. 뉴턴의 물리학적 측면에서도 원은 힘의 균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도형으로 여긴다. 수박, 토마토, 사과 등 대부분의 맛있는 과일이 둥근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둥글기 때문에 이변도 많이 생긴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야구 경기에서는 어떨까. 공도 둥글고 방망이도 둥글다. 파울도 많고 땅볼도 많다. 그러나 둘 다 제대로만 맞으면 큰 이변이 생긴다. 경기를 뒤집는 홈런이다. 까닭에 야구에 열광하는 팬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의 높아진 수준도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추신수나 류현진 선수의 경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기면 짜릿하고 지면 안타까워한다. 에라, 비오는 날 공통분모나 다름없는 야구 얘기나 실컷 해 보자. 전설의 타자가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상 4할 1푼 2리. 아직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주인공은 백인천(70)씨다. 그가 올해로 야구에 입문한 지 50년이 됐다. 비록 현역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원한 야구 선수처럼 살아간다. 야구장을 직접 찾기도 하고 집에서 TV를 시청하면서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후배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한다. 우리나라 홈런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 1960년 6월 제15회 청룡기쟁탈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서울시 예선에서 경동고와 휘문고가 맞붙었다. 경동고의 선공으로 시작된 경기에서 4번 타자 겸 포수로 출전한 백인천 선수는 3회 초 휘문고 투수 이명우의 볼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뜨려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홈런은 서울운동장 야구장 개장 이래 고교 선수가 터뜨린 첫 홈런이 됐다. 이후 백인천 선수는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명성을 날렸다. 1962년 1월 타이완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쑹산(宋山) 구장에서 홈런을 쳤다. 이 역시 쑹산구장 개장 이후 첫 홈런이었다. 주최 측은 홈런상으로 은 트로피를 수여했고 홈런공이 떨어진 지점에 기념패를 박아 백인천의 홈런을 기렸다. 이 대회 이후 백인천은 1963년 일본 프로야구계에 진출했고 곧바로 3할대를 유지하는 수위 타자가 됐다. ‘프로야구 일본 진출 1호’인 그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으면서도 일본 프로야구 생활 18년간 타격왕과 최다 2루타, 최다 3루타 등의 기록을 세운다. 40세 때에는 한국으로 귀국해 MBC청룡에서 감독 겸 선수로 뛰어 4할 1푼 2리의 시즌 타율 기록을 세웠고 아직도 경신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원년 최다 안타, 타격왕, 득점왕, 최고 출루율, 최고 장타율도 기록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전설의 타자를 만났다. 아파트 입구에서 동호수를 찾아 헤매고 있을 때 백씨와 마주쳤다. 동네 헬스클럽에서 막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 중이라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얘기부터 나왔다. “제가 프로야구 생활을 한 지 벌써 50년이 됐네요. 현역 선수로 뛴 20년 동안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습니다. 이제는 건강해지는 프로선수가 되려고 합니다. 1996년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삼성의료원에 입원했거든요. 그때 프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새삼 알았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절망 속에 허덕이다가 건강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야구에 미쳤듯 운동에 미치자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이젠 보다시피 이렇게 다 좋아졌어요.” 그의 집 안에는 현역 시절 야구공이며 배트, 모자, 각종 트로피 등이 진열돼 있었다. 건강을 과시하듯 MBC청룡 시절 4할 타율을 기록했던 배트를 꺼내 왕년을 회상하면서 스윙 자세를 취한다. 과연 운동만으로 그의 건강이 회복됐을까. 물었더니 침과 운동 요법을 병행하면서 구운 소금을 꾸준히 섭취했단다. 1년 전에 다친 고관절도 다 붙었고 뇌경색으로 가물가물했던 기억력도 완전히 회복했다며 웃는다. 18년 가까이 건강 찾기에 공들인 끝에 지금은 골프도 치고 사그라졌던 근육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나이 70이지만 다시 청년으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팔뚝 근육을 자신 있게 드러내 보인다. 야구 얘기로 화제를 바꿨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에 대해 “여러 가지로 발전했지만 섬세한 면에서 아직 부족하고 프로답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고 평가했다. 자신의 현역 시절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공의 반발력이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이 때문에 번트를 잘 안 하고 한 방 날리는 것을 자주 노린다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출신 선수들에 대해서는? “외국에 나가면 길게 가는 선수가 있고 짧게 가는 선수가 있습니다. 박찬호는 밑바닥(마이너리그)부터 출발해 오래갈 수 있었고 추신수도 그렇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2군부터 시작했습니다. 밑바닥에서 고생한 경험 때문에 오래갈 수 있었지요.” 요즘 타율이 내려앉은 추신수 얘기를 꺼냈더니 “타율은 바뀌지만 타점과 홈런은 안 바뀐다”고 하면서 원 포인트 레슨을 한다. 추신수는 5월까지만 해도 타율이 3할 3푼 3리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2할대로 떨어졌다. 백씨는 한국야구 최고의 이론가나 다름없다. 가장 큰 문제는 타격할 때 발사 자세에서 배트를 쥔 손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추신수는 전형적인 어퍼스윙 타자이기 때문에 밑에서 위로 퍼 올리는 타격을 합니다. 이런 유형의 타자들은 장타력을 지녔지만 체력적 부담이 크게 됩니다. 시즌 초반 체력에 문제가 없을 땐 홈런과 타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5월에는 3할대 타율과 7개의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수가 늘고 원정의 피로가 겹치면서 퍼 올리는 타격 자세는 부담을 주게 됩니다.” 그러면서 배트를 쥔 손이 떨어지는 것, 지나치게 넓은 보폭, 어깨가 먼저 열리는 자세에서는 결코 좋은 타격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살인적인 경기 스케줄을 잘 견뎌내야 살아남는다고 했다. “홈런보다 정확도를 높이는 쪽이 추신수에게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트를 쥔 손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몸쪽 공을 좀 더 공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류현진 선수에 대해서는 어떤 지적이 나올까. “류현진도 원정 경험을 잘 견디는 것이 관건이다. 팬들은 이기길 바라지만 상대가 있다. 프로는 냉정하며 그에 따른 정신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야구 중독자가 돼야 한다. 심한 중독자가 돼야 꽃을 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 선수에 대해서는 “성격도 좋고 비교적 적응을 잘하고 있다. TV를 통해 경기를 쭉 지켜보고 있다”면서 일본 감독들이 대부분 후배인데 만나면 힘도 좋고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의 수준과 관련해서는 “거의 일본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야구 인생 50년을 회고한다. “처음 일본 갔을 때 일본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아침마다 ‘야구 중독자가 되자’고 몇 번이고 다짐했습니다. 방망이에 무거운 쇠붙이를 붙이고 계속 스윙 연습을 했습니다. 제가 그걸 개발했는데 요즘에는 많은 후배 선수들이 그렇게 하더군요. 결국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었습니다. 후회 없는 야구 인생이었습니다.” 지금까지 4할 타자는 미국에 4명이 있고, 일본에는 없다. 그만큼 그의 기록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타자와 투수의 대결에서 누가 유리할까 물었더니 “그건 모릅니다. 잘 맞은 공도 수비수가 잡아 버리면 아웃되는 것이 아니냐”며 웃는다. 그의 고향은 평북 철산이다. 아버지가 중국에 사업차 갔을 때 출생했고 3세 때까지 중국에 살다가 북한에서 유치원을 다녔다. 광복 이듬해 해주를 통해 바닷길로 가족들과 함께 월남했다. 장충초등학교에 다니다 한국전쟁 때 피란을 갔고 졸업은 효제초등학교에서 했다. 중학교는 성동중학에 입학했다가 경동중학교에서 야구를 하는 친형의 권유로 전학을 했다. 그가 야구를 하게 된 계기가 된다. 이후 경동고에 진학하면서 야구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광복 후 고등학생으로는 최초의 홈런을 친 선수가 됐다. “그때부터 야구에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질은 별로 없었어요. 스포츠는 반복 연습입니다. 집에서 타이어 매달고 연습하다 보니 팔에 힘이 생기더군요. 시간만 되면 공을 쳤죠. 나중에는 저절로 신 나더라구요.” 그는 1983년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그리고 2002년 롯데 감독을 끝으로 야구장을 떠났다. 지금은 건강 관리에 전력을 쏟고 있다. 앞으로 야구 아카데미를 만들어 야구팬, 그리고 야구 꿈나무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1982년 당시 4할 1푼 2리를 기록했던 방망이를 들고 지그시 미소를 짓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백인천은 누구 1943년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에서 태어났다. 3세 때 북한 철산에서 유치원을 다녔다. 광복 이듬해 가족들과 함께 월남했다. 성동중학에 입학했으나 경동중학으로 전학하면서 야구 방망이를 잡게 됐다. 1960년 경동고 시절 서울운동장에서 개장 이후 첫 홈런을 쳤다. 1962년 타이완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쑹산(宋山)구장 개장 첫 홈런 타자가 됐다. 1963년 일본 프로야구 진출 1호 선수가 됐다. 일본에서 타격왕과 최다 2루타, 최다 3루타 등의 기록을 세운다.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귀국해 MBC청룡에서 감독 겸 선수로 뛰었다. 이때 기록한 4할 1푼 2리의 시즌 타율(80경기)은 현재까지 경신되지 않고 있다. 이후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을 역임했다. 1999년과 2006년에는 각각 SBS와 tvN에서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건강 관리에 힘쓰면서 한국 프로야구은퇴선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영민 타격상(1959년), 대한체육회 대한민국 최우수선수상(1962년), 일본 프로야구 수위 타자, 베스트나인(1975년),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 출장(1967, 1970, 1972, 1979년), 한국 프로야구 최우수감독상(1990년) 등을 받았다.
  • [주말 인사이드] 가깝고 저렴해서 ‘힐링 하우스’ 시끄럽고 위험해서 ‘킬링 하우스’

    [주말 인사이드] 가깝고 저렴해서 ‘힐링 하우스’ 시끄럽고 위험해서 ‘킬링 하우스’

    지난 13일 오후 10시 서울지하철 2호선의 홍대입구역 근처 주택가. 한 손엔 지도, 다른 손엔 여행용 가방을 든 외국인들이 골목길 사이로 속속 사라졌다. 한껏 멋을 낸 외국인 여성 3명도 오밀조밀하게 집들이 들어찬 좁은 골목길 모퉁이를 지나쳐 갔다. 여름 바람을 타고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여느 동네 골목길 풍경과 다를 바 없는 이곳이 요즘 외국인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게스트하우스 밀집촌’이다. 콜롬비아에서 처음 한국을 찾았다는 알비(32)는 “하루 2만원에 3일간 아주 저렴하게 6인 1실 숙소를 빌렸다”며 “독특한 클럽 문화를 즐기기 위해 친구들과 휴가 일정을 맞춰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3년 전 50여개에 불과했던 홍대 앞 게스트하우스는 현재 무허가 업소를 포함해 250여개로 늘었다. 한 마을을 이룰 정도다. 2010년 공항철도가 연결되면서 교통이 편리해지자 홍대 주변의 자유롭고 독특한 유흥 문화를 즐기기 위한 젊은 외국인 여행객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이들이 지역상권 활성화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자유로운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유흥 지대에 뿌리내리면서 범죄의 위험을 키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새로운 숙박 문화와 유흥 문화가 어우러진 홍대 앞 게스트하우스촌의 명암(明暗)을 들여다봤다. 이날 회사 친구와 함께 홍대 B게스트하우스를 찾은 미국인 소냐(24·여)는 “교환 학생 때 만난 친구가 페이스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해 줬다”면서 “생각보다 깔끔해 만족스럽고 오늘은 주인이 알려준 홍대 맛집을 찾아가 볼 예정”이라고 했다. 홍대 앞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외국인들은 “편리한 교통과 저렴한 가격,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홍대 앞 게스트하우스촌은 6인실 기준 평일 1만 7000원, 주말 2만원 선으로 숙박비가 저렴하다. 최근 1~2년 새 문을 열어 시설이 깨끗하고 현대적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조건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한국계 미국인 에디 강(29)은 “다국적, 다인종 여행객들과 여행 정보를 교류하는 등 긴밀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이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이라면서 “공항이 가까운 데다 숙소 위치도 좋아 한국을 찾을 때마다 홍대 앞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저렴한 숙소를 찾아온 배낭여행객들이 주류를 이룬다. 게스트하우스촌 관계자는 한국을 자주 찾는 외국인이나 장기 배낭 여행객은 유적지 근처보다 이색적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선호해 홍대 앞을 찾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와 명동 일대에 생기기 시작했던 게스트하우스가 이곳에 집중적으로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B게스트하우스 주인은 “과거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사동이나 명동을 구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한다”면서 “인디 문화나 클럽 문화가 발달한 홍대 주변이 젊은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장소로 꼽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클럽 원정’을 오는 외국인 영어 강사들도 주요 고객이다. 지방 대도시에 사는 외국인 영어 강사들이 홍대 클럽 문화를 즐기기 위해 금요일 밤 상경해 게스트하우스촌에 짐을 푸는 모습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C게스트하우스 실장은 “호텔이나 모텔에 비해 저렴한 숙박비도 장점이지만 다국적, 다인종 여행객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가는 것 같다”면서 “주로 젊은이들이 규격화된 틀에서 벗어나 교감하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부러 게스트하우스를 찾는다”고 전했다. 홍대 주변 상인들은 게스트하우스촌이 형성되면서 상권 분위기가 한층 좋아졌다고 반긴다. 홍대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머리가 ‘노란’ 사람들이 오가면서 더 자유로운 홍대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 “지금은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졌지만 이왕이면 다양한 색깔의 피부와 머리색을 가진 사람들이 오가면 홍대 상권이 업그레이드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게스트하우스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주민들도 있었다. 마포구 동교동에 사는 회사원 김은지(27·여)씨는 “홍대 앞 게스트하우스는 일반 가정집을 개조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모텔촌 등 나쁜 이미지가 아니라 색다른 문화 공간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동 인구와 유흥 문화가 만나면서 게스트하우스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지난 4월 7일 동교동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5명이 뒤엉킨 난투극이 벌어졌다. 투숙객끼리 만든 술자리에서 이스라엘인 G(32)가 한국 투숙객 조모(26)씨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면서 일이 시작됐다. 조씨가 발끈하자 G는 게스트하우스의 현관문을 발로 부쉈고 주인 이모(28)씨와 G의 여자친구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들은 이웃의 신고로 경찰서에 연행됐지만 투숙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해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성추행을 했다며 마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홍대 앞 게스트하우스촌은 유흥가 근처라는 특성상 투숙객 간 사소한 다툼부터 집단 몸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보통 남녀 구분 없이 4~6명이 한 방을 쓰다 보니 성범죄나 절도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가 ‘도미토리형’(4~6인실)이기 때문에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럿이 함께 쓰는 방이니 밤에도 방문을 잠그지 않는 데다 주인이 상주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경찰이 집계한 마포구 외국인 범죄 동향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범죄는 2011년 219건에서 지난해 245건으로 11.9% 증가했다. 특히 폭력범죄의 비율은 2011년 대비 2012년 40%나 급증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과 미국인, 몽골인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비율이 늘어난 것은 홍대 앞이 관광지인 데다 최근 유동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종로와 인사동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있지만 홍대 앞은 특히 유흥가와 밀접해 있다는 게 특징”이라면서 “위치 특성상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게스트하우스 안에서 일어난 범죄는 신고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인이 보안의 취약성을 알리기 꺼리고 사건에 얽힌 외국인과 친분이 있는 한국인들이 신고를 만류하기 때문에 숨어 있는 범죄가 많다는 얘기다. 자격 미달의 게스트하우스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도 골칫거리다. 최근 홍대 앞에 게스트하우스 붐이 일자 고시원과 여관 등도 너나 없이 게스트하우스 간판을 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스페인에서 한국을 찾은 조디(39)는 “인터넷에서 홍대의 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지만 사진과 시설이 판이하게 달라 실망했다”면서 “집 앞에 술집이 있었는데 취객들이 밤새 소리를 질러 잠도 못 잤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 게스트하우스가 인터넷 예약 페이지에 올려 놓은 주소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마포서 홍익지구대 관계자는 “게스트하우스 붐을 타고 고시원이나 여관도 게스트하우스를 자처하는 등 무허가 게스트하우스가 급증하는 추세”라면서 “집주인 등이 서로 숨기려는 분위기 탓에 관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관련 범죄가 일어나면 상가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세심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한다”면서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에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문화재는 제 자리 있을 때 최고의 가치” “저자세 외교 버리고 문화주권 행사를”

    “문화재는 제 자리 있을 때 최고의 가치” “저자세 외교 버리고 문화주권 행사를”

    지난해 10월 일본 대마도에서 국내 반입된 서산 부석사관세음보살좌상 등 국보급 불상 2점의 환수를 촉구하는 토론회가 30일 오후 ‘서산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봉안위) 주최로 한국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실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들 문화재 환수를 둘러싼 양국 국민 감정이 악화되면서 반환이 답보상태라는 사실에 착안, 실효성 있는 반환 운동에 나설 것을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주경 스님(조계종 기획실장) 문화재는 제 자리에 있을 때 가장 가치를 드러내고 종교적으로도 신심을 불러일으킨다. 관세음보살은 천수천안을 갖고 세상의 모든 구석진 곳을 다 살피는 자비의 화신이다. 700년전 서산 부석사에서 금동관세음보살상을 주조하고 극락전에 모셨던 조상들도 똑같은 발원을 했다는 사실이 일본에 남아있는 복장기에 분명하게 기록돼있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유훈과도 같은 그 발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서산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은 본 자리인 서산부석사로 돌아와야 한다. ●김원웅 봉안위 공동대표(전 국회의원) 1965년 박정희 정부 당시 체결된 한일조약에 따라 일본이 약탈해간 우리 문화재를 일본 소유로 인정했다. 정부가 문화재 환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이 불평등한 한일조약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 찾기가 한일조약을 재체결하기 위한 국민운동에 시동을 거는 문화운동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일본 측이 부석사 불상의 정당한 소장경위를 밝히지 못한다면 되돌려줄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저자세 외교를 버리고 당당하게 문화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김경임 중원대 교수(전 튀니지 대사) 부석사 불상 문제는 오래전 약탈된 문화재가 절도라는 범죄를 통해 원 소유국에 돌아온 국제적으로도 희소한 케이스다. 원만한 해결에 도달해 국제적으로 전범을 세울 필요가 있다. 약탈이 증명된 경우 불법 문화재를 일본 문화재로 등록해 소유한 데 대해 피약탈국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불상 반환에 조건을 붙이는 등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약탈 문화재임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도 이 불상 반환에 앞서 일본정부에 대해 출처를 정식 요구할 수 있다. ●김문길 부산외국어대 교수 현재 대마도에 있는 조선 불상은 거의 화상을 입은 것이고 화상을 입지 않은 것은 당시 고가품으로 교토나 오사카로 방출된 것이라는 데 연구자들은 일치하고 있다. 화상을 입은 것은 왜구의 약탈품으로 보는 게 중론이다. 한·일 양국의 교류품은 기증 시기와 주체와 관련한 문헌이 있다. 반면 화상 입은 불상은 아무 증거가 없다. 왜구가 방화하고 약탈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지운 스님(수덕사 주지) 일본 대마도에서 불상이 돌아온 후 도처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일본인들은 반한시위를 하는 등 몰상식한 행위까지 한다. 우리는 불투도(不偸盜)를 계율로 삼는 수행자로 범죄행위에 단호해야 하지만 불망언(不妄言)을 일삼는 행위에도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봉안위 조사에 따르면 일본엔 불상이 방치되고 대세자보살은 불두만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표기조차 잘못돼 있다. 현재 나타난 결과만 따져도 참회가 우선일 것이다. ●이명수 새누리당 국회의원 19대 국회와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현 시점에서 전 국민적 공감을 높이고 미래 담론 형성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문화재환수국회포럼’을 결성할 것을 제안한다. 18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약탈문화재환수특별위원회’ 구성도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특위가 구성되면 민간단체, 지자체, 교민 등의 자발적인 활동 결집에 용이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칸영화제 파티서 30억원 목걸이 도난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에서 보석 도난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스위스 명품 보석업체 드그리소고노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칸 인근 휴양도시 앙티브에 있는 캡에덴록 호텔에서 절도범들이 80명의 경비 인력을 따돌리고 260만 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목걸이를 훔쳐 달아났다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이날 오후 회사 측이 칸영화제 참석자를 위한 파티를 개최했으며 파티가 끝난 뒤 목걸이가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드그리소고노의 창립자 파바즈 그루오시는 성명에서 보석이 도난당한 사실을 확인하며 “회사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목걸이는 19개의 백색 다이아몬드와 각종 유색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등으로 장식돼 있다. 목걸이가 사라진 곳은 칸 인근에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호텔이다. 이날 파티에는 영화배우 샤론 스톤, 할리우드 스타 패리스 힐튼 등이 참석했다. 칸에서는 앞서 17일에도 스위스 고급 시계 제조사 쇼파드가 제작해 유명 영화배우들에게 대여할 예정이었던 100만 달러 상당의 보석이 도난당하기도 했다. 한편 칸영화제 부대행사로 열린 자선기금 마련 경매에서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는 이벤트가 150만 달러(약 16억 5000만원)에 낙찰됐다. 에이즈연구재단(amfAR)이 연 이 경매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우주여행 동반자로 디캐프리오가 깜짝 등장했다. 우주여행권을 잡은 응찰자는 모나코에 거주하는 러시아인 바실리 클류킨(37)으로 밝혀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3억 든 금고 통째 훔친 도둑들 추적 따돌리려 ‘페이스 오프’

    수억원의 현금 등이 든 금고를 훔친 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 성형수술까지 한 도둑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절도범들은 영화 ‘도둑들’에서처럼 각자 역할을 나눠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8개월간의 연습 끝에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6일 고급아파트에 침입해 현금과 명품시계 등이 든 금고를 훔친 배모(45)씨와 정모(40)씨를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배씨의 애인 신모(43)씨와 이모(3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배씨 일당은 지난 3월 28일 오후 4시 30분쯤 강남구의 한 고급아파트에 들어가 현금과 수표, 명품시계 등 모두 3억 38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든 철제금고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배씨는 지난해 8월 “카지노업체 사장인 A씨 집에 20억원가량이 든 금고가 있으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얘기를 A씨의 운전기사인 이씨에게 전해 듣고 신씨, 정씨 등을 끌어들여 8개월간 범행을 모의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아파트를 찾아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의 위치를 확인하는 등 외부 답사를 했고 지난 2월에는 아예 집 안에 들어가 실제 금고의 크기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계획을 곧바로 실행하지 않고 때를 기다릴 만큼 치밀했다. 금고의 크기가 가로 60㎝·세로 80㎝로 생각보다 크고 견고하다는 것을 확인한 배씨 일당은 금고를 통째로 훔치기로 하고 철제 손수레와 렌터카업체에서 빌린 승합차를 준비했다. 또 승합차에는 위조번호판을 붙였다. 무게가 120㎏에 달하는 금고를 옮기기 위해 운반책으로 정씨를 끌어들였다. 범행 당일 정씨가 금고를 훔쳐 나오자 인근에서 망을 보던 배씨가 금고를 승합차에 싣고 서울의 한 카센터로 가져가 연삭기로 구멍을 냈다. 20억원이 들어 있을 것이라던 금고에는 현금 1억 5000만원과 수표 1억 3800만원, 시가 5000만원짜리 명품시계 등 총 3억 3800만원의 금품만 있었다. 배씨와 신씨는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1500만원을 들여 성형수술을 받았다. 배씨는 눈꺼풀을 올리고 귓불을 늘어뜨린 것은 물론 턱까지 깎았고 신씨는 얼굴에 넣어둔 보형물을 뺐다. 하지만 치밀했던 이들의 범행은 사소한 실수에 꼬리가 잡혔다. 렌터카에 붙인 위조번호판이 떨어지면서 실제 차량번호가 범행지 인근 CCTV에 찍힌 것이다. 경찰은 차량을 빌린 정씨를 검거한 뒤 주범 배씨까지 붙잡았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조폭 전락 야구 유망주, 누구 탓입니까

    조폭 전락 야구 유망주, 누구 탓입니까

    2006년 7월 화랑대기 고교 야구대회가 열린 부산 구덕야구장. 부산고와 전주고가 맞붙었다. 부산고의 마운드는 3학년 위대한이 지켰다. 위대한은 6이닝 동안 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4안타 무실점으로 경기를 틀어막았고, 부산고는 9대0,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위대한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전국대회 4경기(28이닝) 연속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까지 위대한에게 관심을 가졌다. 정규 고교 과정을 따랐다면 2003년 부산고에 입학한 위대한은 2006년 2월 졸업해 대학이나 프로 야구에 진출했어야 했다. 하지만 위대한에게는 촉망받는 유망주의 이면에 어릴 적부터 길든 못된 행동과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찌감치 동네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강도, 절도 행각을 벌였다. 1학년 때 이미 법정에 섰다. 1심 법원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부장판사는 “선동열을 능가하는 훌륭한 야구선수가 돼 그동안의 은혜와 빚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훈계하며 실형 대신 소년부 송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범행은 반복됐고 결국 구속돼 1년 6개월여를 소년 감호시설에서 보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위대한은 어두운 과거와 절연하고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 나갔다. 끊임없이 훈련에 매진했다. 다시 정상급 기량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전과기록을 본 프로 구단들은 그의 입단을 꺼렸다. 천신만고 끝에 2007년 그의 자질을 높게 평가한 당시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의 눈에 들었다. 폭력과 범죄로 얼룩진 청소년기를 마감하고 프로선수의 꿈을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SK 입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어두웠던 과거가 인터넷에서 다시 살아났다. 위대한의 미니 홈페이지는 욕설로 넘쳐났다. SK 구단 홈페이지에도 위대한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예전에 했던 실수가 너무 후회되고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옛날 일은 다 반성하고 야구만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저를 밉게 보는 분들이 많아 괴롭습니다. 이제부터 새로운 야구 선수 위대한으로 봐주십사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위대한은 사과를 했지만 성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그는 1군 무대를 밟아 보지도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났고 그해 8월 군에 입대했다. 부푼 마음으로 SK에 입단한 지 4개월 만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그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등장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부산지검이 영화 ‘친구’의 소재가 된 부산 지역 폭력조직 ‘신20세기파’를 소탕할 때 그는 자수를 했다. 군 제대 후 방황하는 위대한에게 손을 내밀어 유혹한 곳이 신20세기파였다. 키 185㎝, 체중 100㎏의 건장한 체구에 운동으로 단련된 위대한은 주먹 세계에서도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것이다. 법원은 26세의 성인이 된 그에게 더 이상 미래를 준비하라며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직도 야구 유망주에서 조폭으로 전락한 위대한을 두고 “철없는 시절의 죗값을 다 치른 청년의 꿈을 과도한 비난으로 꺾어 더 큰 범죄자를 만들었다”는 지적과 “죗값을 치렀다고 해도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프로무대에 서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등이 맞서고 있다. 위대한은 오는 6월 만기 출소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린제이 로한 “임신했다” 고백…만우절 장난?

    린제이 로한 “임신했다” 고백…만우절 장난?

    ’할리우드의 사고뭉치’ 린제이 로한(26)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임신했다고 밝혀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한은 지난 1일 트위터에 ‘임신했다’(Its official. Pregnant)는 글을 올렸으나 문제는 이날이 만우절이라 ‘재미없는 농담’일 가능성도 높다. 트위터 글 게재 이후 현지 연예매체들이 취재에 나섰으나 로한 측은 언급을 피하고 있어 아직까지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로한은 의류 홍보차 브라질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30일(현지시간) 노브라 상태로 드레스를 입고 개인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이 포착돼 화제가 된 바 있다. 현지언론들은 만약 로한이 진짜 임신했다면 상대는 현 남자 친구인 에비 스노우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편 할리우드의 최고의 사고뭉치로 불리는 로한은 그간 절도, 난투극, 약물 복용, 교통사고 등을 끊임없이 일으켰으며 오는 5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재활원에 입소할 예정이다. 인터넷뉴스팀
  • 당진농협 3분만에 9000만원 털려

    충남 당진의 한 농협 금고에 있던 현금 9000만원이 3분 만에 털렸다. 경비업체는 오작동으로 잘못 판단했고, 절도 사실은 7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발견됐다. 24일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2시 15분쯤 당진시 우강면 한 농협에 괴한이 침입했다. 괴한은 농협 건물 뒤쪽 방범 쇠창살을 공구로 자른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현금 보관실 내 1m 크기의 소형 금고를 열고 90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모두 1만원권 지폐로 주말에 현금지급기 돈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것이다. 범행에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경비업체 관계자는 경찰에서 “경보음이 울려 직원이 출동했으나 오작동으로 알고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괴한은 보관실 폐쇄회로(CC)TV 방향을 돌려놓거나 화면 앞부분에 미리 준비한 분무형 페인트를 뿌렸다. 절도 사실은 7시간이 넘게 흐른 오전 9시 45분쯤 출근 당직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금고의 잠금장치는 비밀번호를 통해 열 수 있으나 특별한 파손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이 속전속결로 이뤄졌고, 출입카드가 필요한 금고 보관실을 괴한이 유유히 통과한 점 등으로 미뤄 농협 내부를 잘 알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농협과 경비업체 직원 등을 상대로 조사하는 한편 농협 인근 CCTV 영상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씨줄날줄] 스마트폰 절도/정기홍 논설위원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전화의 변천사는 의외로 짧은 편이다. 마티 쿠퍼란 미국 모토로라사 연구원이 1973년 발명해 1983년 출시한 것을 첫 제품으로 친다. 무게가 771g이나 나갔다니 어깨에 메고 다녔을 법하다. 휴대전화라기보다 선(線)이 없는 군대 무전기를 변형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7월 소형 휴대전화가 처음으로 보급된 이후 서서히 유선전화를 밀어내고 ‘휴대전화 세상’을 구가했다. 이후 2009년 말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해 ‘손 안의 인터넷’ 역할을 하면서 생활 패턴을 바꾸는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휴대전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보조금 제도’다. 1997년 도입된 이후 한 개당 5만~30만원대를 보조금으로 지급했지만 시장에는 언제나 ‘공짜폰’이 활개 쳤다. 이동통신업체가 ‘약정요금제’ 등으로 휴대전화 값을 벌충한다는 실상을 알면 땅을 칠 노릇이지만 보조금이 한국산 휴대전화를 세계 1등으로 만든 공신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피처폰을 대신한 스마트폰이 시판되면서 공짜폰은 드물어졌지만 업체를 옮겨다니며 공짜 수준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메뚜기파’들은 지금도 시장에 득실거린다.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휴대전화는 5400만개에 이른다. 이 중 스마트폰은 무려 3000만개다. 최근 고가 스마트폰이 이를 노리는 ‘검은 손’ 때문에 엉뚱한 조명을 받고 있다. 100만원대의 분실된 최신 스마트폰이 홍콩이나 중국에 밀반출돼 고가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주로 찜질방에서 훔치거나 택시와 버스에 놓고 내린 것이다. 지난달엔 6만 3000개의 분실 스마트폰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일당이 붙잡혔다. 도난당한 이들 스마트폰은 3~5일이면 중국으로 건너가 팔린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절도의 타깃이 된 데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훔칠 수 있기 때문이라니, 도둑질치곤 이보다 쉬운 게 어디 있을까 싶다. 스마트폰이 중국까지 가는 루트가 흥미롭다. 장물아비가 새벽에 서울 홍대역과 강남역 등의 도로변에서 택시를 향해 스마트폰으로 수신호를 하면 곧바로 흥정이 된다. 한 개에 10만~45만원 선에 거래된다고 한다. 택시기사 입장에선 스마트폰을 2~3개만 팔아도 50만~60만원은 거뜬히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면도 있겠다. 해외로 밀반출되는 스마트폰의 규모는 한 해에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3의 경우 중국에서 60만원가량에 팔린다. 우리 기술로 만든 스마트폰이 암거래에서 최고의 인기라니 뿌듯하다고 하기엔 너무 찜찜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日서 훔친 진짜 국보급 불상2점 통관서 ‘위작 판정’ 실수로 반입

    日서 훔친 진짜 국보급 불상2점 통관서 ‘위작 판정’ 실수로 반입

    일본에서 국보급 불상 2점을 훔쳐 국내로 반입한 뒤 판매하려 한 해외 원정 문화재 절도단이 붙잡혔다. 대전지방경찰청은 29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 A(69)씨를 구속하고 수천만원의 자금을 대거나 운반과 판매를 맡는 등 범행에 가담한 B(52)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문화재를 훔친 절도책 3명 등 다른 공범 4명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6일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시 미네정 카이진신사 등 신사 3곳에서 국보급 불상인 동조여래입상과 관세음보살좌상, 대장경 등 문화재 3점을 훔친 뒤 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동조여래입상은 일본의 국가 지정 중요 문화재, 나머지 2점은 나가사키현 지정 유형 문화재다. 훔친 문화재 3점의 가치는 모두 150억원 상당에 달한다. 이들은 신사 창고의 기와를 들어내고 구멍을 낸 뒤 침입했으며 범행 직후 대장경은 신사 주변의 야산에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불상은 모두 압수됐다. 한반도에서도 보기 드문 수작으로 평가되는 동조여래입상은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쯤, 관세음보살좌상은 고려시대 말인 1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불상들은 부산항 통관 과정에서 문화재감정관실이 위작으로 잘못 판정하는 실수를 범하면서 국내로 반입됐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부산항 문화재감정관실에 감정을 의뢰했더니 두 불상 모두 ‘100년이 안 된 위조 골동품’이라고 판정해 반입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도난이나 강탈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게 확인되면 우리 정부가 소유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대전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연극 데뷔 50주년 맞는 이 시대의 어머니 손숙

    [김문이 만난사람] 연극 데뷔 50주년 맞는 이 시대의 어머니 손숙

    한 시대의 어머니였다.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한 채 참으로 모진 ‘여자의 일생’을 살았다. 글 공부는 근처에도 못 갔다. 첫사랑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억지 결혼을 했다. 남편의 바람기와 혹독한 시집살이, 게다가 자식의 죽음까지 가슴이 찢어지듯 처절하게 감내해야만 했다. 어머니는 손녀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배우고 죽은 남편을 따라 저승으로 가면서 유리창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그렇게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의 현대사를 눈물로 겪은 어머니였다. 연극 ‘어머니’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연극은 1999년 2월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매년 공연되고 있다. 그래서 연극 ‘어머니’ 하면 우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초연 당시 어머니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을 받았고 그해 5월 러시아 타캉가극장에 초청돼 ‘마마’라는 환호 속에 기립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공연 때 한국 기업가한테 격려금을 받았다는 구설수로 32일 만에 환경부 장관직을 그만두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 손숙(69)이다. 흔히 배우들은 타인의 삶을 산다고 한다.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의 역할을 주로 맡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대에서 살아온 지 50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손씨는 다음 달 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하용부, 윤정섭, 김미숙, 김철영 등과 함께 오른다. 이 연극이 끝나면 오는 4월 임영웅 연출가와 함께 극단 산울림에서 치매 노인을 다룬 신작 ‘나의 황홀한 실종기’에 출연한다. 또 7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손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공연한다. 10월쯤에는 극단 신시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손씨는 연극 공연에 항상 남다른 의욕을 보이지만 올해만큼은 더욱 바쁘고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아 지난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카페에서 잠시 만났다. 단발머리에 편한 티셔츠 차림, 그리고 소탈한 웃음이 인상적이다. 50주년을 맞는 소감부터 물었더니 “글쎄 바쁘게 살다 보니 인생의 반은 다른 인생으로 산 것 같다”고 웃으면서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연극으로 견딜 수 있었고 다시 일어서게 됐다. 고스란히 내 인생만 살았다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관객들의 박수에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특히 ‘어머니’는 연극 인생 중 자신에게 각별한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어머니’ 덕분에 자신의 고향인 밀양에서 매년 연극제가 열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머니’는 10여년 동안 늘 밀양연극제 폐막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이를 보려는 지역 주민들이 객석을 꽉꽉 채운다. 자연스럽게 고향 시절 얘기가 먼저 나왔다. “밀양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6·25가 발발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대신 육군병원으로 바뀌었지요. 그러는 바람에 입학식만 본교에서 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강변 솔나무나 들판 돌멩이 위에 칠판 올려놓고 공부하고 겨울에는 창고를 빌려서 공부했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전쟁과 가난이라는 환경 속에서 우유 가루와 학용품 등 구호물자를 실은 미군 트럭이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는 말 그대로 춥고 배고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것이 큰 축복으로 남는다고 술회한다. 또한 밀려오는 피란민들을 보면서 전쟁의 참상이 어떠한지 생생하게 목격하게 됐다. 중학교는 부산에서 다녔다. 그러다가 부산여중에 입학한 지 6개월 만에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무작정 서울로 왔다. 잠시 어머니를 회고한다. “어머니는 교육열이 대단했습니다. ‘여자도 배워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여자의 일생이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요. 어머니는 16살에 결혼했지만 아버지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버리고 시집살이를 혼자 도맡아 했습니다. 그러던 어머니는 자식들이라도 배워야 한다며 저와 동생을 데리고 서울로 오게 됐습니다.” 서울로 온 손씨는 돈암동에 살면서 시골 아이 취급을 받아 처음엔 적응이 힘들었다. 하지만 풍문여고에 진학하면서 문학소녀의 꿈을 키워 나갔다. 글짓기 대회에서 여러 번 상을 받기도 했다. 문예반장을 맡아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황석영·조해일 등 여러 학생들과 문학의 밤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손숙 학생은 작가가 되려고 했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와 폴 발레리 등에 심취했다. 종로2가에 있는 음악홀에서 국내외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얘기하는 것이 공부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다. 매년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신춘문예’에도 몇 차례 도전할 만큼 작가 지망에 대한 열의를 가졌다. 그는 살아오면서 ‘울며 웃으며 함께 살기’, ‘손숙이 만난 사람’, ‘섬마을 소년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책을 썼는데 이 또한 그의 문학적 바탕에서 이루어졌다. 그 문학소녀는 고3 어느 날 서울 남산드라마센터에서 유진 오닐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접하게 됐다. 이해랑 선생이 연출하고 황정순·장민호·여운계 등 당대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 이 작품은 문학소녀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았다. 갑자기 찾아온 연극의 전율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했다. 고려대 사학과 재학생이던 그는 1963년 개교 60주년 기념 연극 ‘삼각모자’(스페인 작가 알라르콘 이 아리사의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꿈에 그리던 남산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랐다. 남자 주인공은 당시 고대극회 선배인 김성옥(77·목포시립극단 예술감독)씨가 맡았다. 이런 인연으로 사랑이 시작돼 2년 뒤 결혼하게 된다. 1968년에는 극단 동인극장에 들어가 유진 오닐의 ‘상복을 입은 엘렉트라’에서 주인공 엘렉트라 역을 맡아 직업 배우로 연극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극단 산울림 창단(1969년)에 참여해 평생 스승으로 모시는 임영웅(77) 연출가와 인연을 맺었다. 또한 2년 뒤에는 국립극단에 들어가 이해랑(1989년 작고) 선생을 만나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연극 인생을 회고하면서 “산울림과 국립극단에서 청춘을 다 바쳤다”고 말했다. 잊지 못할 작품으로는 산울림 시절의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 ‘홍당무’, ‘바다의 침묵’ 등을, 국립극단 시절의 ‘파우스트’, ‘간계와 사랑’, ‘천사여 고향을 보라’ 등을 꼽았다. 그는 “15년 동안 지낸 국립극단 시절에는 훌륭한 스승과 선배들을 만나 나름대로 좋은 면도 있었으나 여러 가지 제약과 작품의 한계도 많았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맞지 않아 자꾸 반발했더니 미운털이 박히고 나중에는 싸움닭이 되더라”며 웃었다. 다시 현재 진행형인 ‘어머니’로 화제를 돌렸다. 환경부 장관과 맞바꾼 연극이기 때문이다. 하여 당시 상황을 물었다. “러시아 공연 1주일 전에 장관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체결된 국가 간 약속을 도저히 취소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공연을 강행했지요. 평생 잊지 못할 무대였습니다. 관객들이 15분 동안 ‘마마’를 외치며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무대에 올라온 기업인들로부터 액수도 모른 채 격려금을 받았지요. 단원들에게 나눠 주고 지방 공연을 하지 못해 위약금으로 썼는데 그게 뇌물이라고 하더군요. 장관직 사퇴 후 너무 억울해서 열흘 동안 잠도 못 자고 울었습니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미국 그랜드캐니언으로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녔다. 얼마 후 귀국한 그는 임영웅 선생한테 위로의 전화를 받고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오게 된다. 돌이켜 보면 ‘어머니’로 시련을 겪었지만 오히려 ‘어머니’로 빨리 제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동료 배우들이 TV드라마로 넘어갈 때에도 오로지 연극무대를 지켰다. 하지만 먹고살기는 여전히 빡빡했다. 게다가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후 많은 빚을 졌다. 때마침 라디오 진행 섭외가 들어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989년부터 MBC ‘여성시대’를 진행하게 됐다. 이때 다양한 청취자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성과 환경문제 등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칼럼과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뱉어 냈다. “연극은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현장 예술입니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 시선을 마주하고 호흡하는 것은 굉장한 일입니다. 또 스크린이나 TV드라마와 달리 관객으로부터 치유받을 때도 많지요. 연극이 열악한 환경이긴 하지만 그걸 다 초월해 연극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는 연극 인생을 다시 회고하면서 ‘담배 피는 여자’, ‘그 여자’, ‘셜리 발렌타인’ 등 모노드라마를 잊지 못한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선 지금 자신의 인생 모노드라마를 잠시 떠올리는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 모노드라마는 어떻게 이어 나갈까.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지 연극을 하지 않겠느냐. 연극을 할 때마다 늘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일이 매우 즐겁다”고 말하고, 웃으면서 그런 관객을 위해 연습하러 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연극인 손숙은 194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 후 부산여중 시절 서울로 왔다. 풍문여중과 풍문여고를 졸업했다. 고려대 사학과 1학년 때 개교 60주년 기념 연극 ‘삼각모자’의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1969년 극단 산울림 창단 멤버로 참여했고 1971년 국립극단에 입단, 고 이해랑 선생 등 당대 최고의 연출가들과 작품을 함께 했다. 1989년 MBC ‘여성시대’를 시작으로 20여년 동안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1999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았고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이 밖에 ‘아름다운 가게’ 공동대표(2002) 등 여러 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활화산’(1975), ‘객사’(1979), ‘어머니’(1999)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세 차례 수상했다. 이 밖에 대한민국연극제 여우주연상(1986), 이해랑연극상(1997), 은관문화훈장(2012)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울며 웃으며 함께 살기’, ‘손숙이 만난 사람’, ‘여성수첩’, ‘섬마을 소년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있다.
  • [14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서울 정릉동 김정인·이선영씨 부부의 집에는 두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다. 뇌졸중과 노환으로 고생하시는 정인씨 어머니와 치매를 앓고 있는 선영씨 어머니다. 어린아이가 된 두 어머니를 위해 부부는 자식이 아닌 부모가 됐다. 오래전 부모님이 자식들을 사랑으로 길러냈듯 두 어머니의 호출에 언제든 달려가는데…. ■삼국지(KBS2 밤 1시) 사마의는 위흥 태수 신의에게서 맹달이 제갈량과 신성에서 대군을 일으켜 낙양을 취하고, 천자를 체포할 거란 말을 듣고 맹달의 목을 벤다. 사마의는 맹달의 목을 조예에게 바치고, 조예는 장안과 낙양의 병력을 사마의에게 넘기고 제갈량을 공격할 것을 명한다. 사마의는 촉군의 군량 소재지인 가정을 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토크클럽 배우들(MBC 밤 11시 15분) 배우 9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의 개성을 지닌 배우들. ‘럭셔리 카리스마’ 심혜진, ‘절대미모’ 황신혜, ‘채플린 박’ 박철민, ‘예만옥’ 예지원, ‘피오나 고’ 고수희, ‘원더풀 송’ 송선미, 그리고 2013년 최고의 기대주 신소율, 고은아, 민지를 비롯해 ‘로맨틱 가이’ 존박이 함께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제작진 앞으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서 한 통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초대장을 따라 찾아간 경북 포항의 한 마을에서는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한창이었다. 추위도 잊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사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바로 청림좋은이웃지역아동센터 아이들로 6년째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었는데…. ■EBS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스웨덴, 핀란드와 같은 나라의 노동자들에게도 해고와 실업의 위험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을 두려워하는 노동자들은 없다. 프로그램은 해고와 실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보편적 복지국가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최고의 복지는 노동복지를 통해 완성되는 것임을 확인한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인천 시내의 한 마트에 절도범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범인은 대담하게도 마트 영업시간에 찾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이 노리는 것은 오직 분유뿐.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모자를 눌러써 얼굴 확인은 불가능했지만 30대 여성인 것으로 추정됐다. 생계가 어려워 범행을 결심한 젖먹이 엄마의 범행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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