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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9)연기스님 前상사리(하)

    스님, 이제 매듭을 지어야 할 시간이군요.인도에서 연을 타고 오셨다는 그 연기 스님께서 화엄사를 창건했다는 지금까지의 견해를 부정할 수 있는 증거는 없습니다.불갑사를 마라난타 존자가 창건한 경우처럼 화엄사 또한 백제에 포교하러 온 인도 승려에 의해 544년(백제 성왕22) 창건되고,29대 법왕이 미륵사,금산사를 지으면서 미륵신앙의 힘으로 신라의 공격을 극복하기 위해 국력을 집결시킬 때 화엄사에도 많은 승려와 함께 재정적 지원을 했다는 기록은 진실인 듯 싶습니다.따라서 화엄사 창건과 신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이 확인된 셈입니다. ●화엄십찰 지정은 백제 유민 회유 목적 스님, 화엄사가 신라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백제 정복 후 백여 년 동안 계속된 백제인들의 저항과 이를 다스리기 위해 고안된 화엄십찰 정책 때문이었습니다.옛 백제 땅에 있던 사찰로서 화엄십찰로 지정되고 국력을 기울여 화엄사상 도량이 된 것은 전주 귀신사,계룡산 갑사,구례 화엄사였지요.셋 중에서 구례 화엄사를 중시한 것은 구례가 예부터 신라와 백제의 국경도시로서 군사 거점이기도 했지만 하동,순천,진주,사천,함양,산청,합천으로 이어지는 곳으로서 민심의 동향에 매우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구례는 옛 마한과 진한시대에도 두 나라의 국경으로 그때는 석주관(石住關)이라 불렀다 하더군요.삼한시대 이후 백제 땅이 되면서 구차례현(仇次禮縣)으로 지명이 바뀌었고,757년 신라의 전국 지명 개편 때 구례가 되었다 합니다.백제 유민들을 회유하기 위한 화엄십찰 지정과 화엄사상 전개에는 의상대사의 공헌이 아주 컸습니다.702년에 의상이 죽은 뒤에는 그의 제자들에 의해 계속되었는데,가장 큰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은 백제 정복 100년을 전후한 760년 무렵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화엄사를 중심으로 화엄사상 정책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통일 신라 정부가 매우 큰 공력을 기울인 것은 백제 출신으로서 존경받는 승려를 책임자로 정하는 문제였습니다.요즘 우리나라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과의 남북회담 때 남측 수석대표를 정할 때 북한에 고향을 두었거나 부모 형제가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경우와 같았습니다.통일 신라 정부는 이미 금산사의 진표율사를 통하여 그 같은 경험을 한 뒤이기도 해서 적임자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그때 여러 경로를 통하여 천거된 사람 중에 전라도 흥덕현(興德縣)이 고향이면서 경주 황룡사에서 화엄경을 강론하고 있는 연기(緣起)라는 승려가 있었습니다.또한 그는 754년 8월부터 화엄경 사경(寫經)을 시작하여 755년 2월에 완성함으로써 세간의 불자들로부터 높은 존경을 받고 있기도 했지요.그가 사경한 화엄경은 699년에 한문으로 번역된 주본(周本)80화엄이었습니다. ●연기 스님 고향은 고창군 흥덕면 그를 세상 사람들이 존경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어머니도 비구니였다는 점이었습니다.아드님이 출가하여 사문이 되자 어머니는 그 아드님에게서 계를 받고 사문이 되었는데 그런 뒤부터는 아들이 아닌 스님으로 존경하면서 모셨다고 합니다.아들은 일찍부터 백제 유민들의 원한에 사무친 삶을 해원시켜 주려는 꿈을 꾸어 왔고,그런 아들의 고귀한 마음을 알고 있던 어머니는 아들이 출가하자 그 아들을 돕기 위해 출가를 결심했던 것이지요.아들의 꿈이 어머니의 꿈으로 더욱 진솔해진 것입니다. 스님,제가 36년 전 겨울 화엄사로 갔던 이유는 바로 흥덕현이 고향인 그 연기 스님을 뵙기 위해서였습니다.내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던 계급 혁명을 위한 여러 행동들과 사회적 불안을 바로 이해하고 싶어서였습니다.그때 저의 그 같은 생각은 그 뒤에도 한참을 더 내 안에서 번민하며 살았습니다.그러다가 인연 연(緣)자 연기 스님의 생애를 이해하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졌습니다.연기 스님의 고향이었던 흥덕현은 지금의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흥덕현은 원래 백제영토였다더군요.백제 때는 상칠현(上柒縣)이라 불렀는데,신라에 복속된 뒤 백제 때 이름과 비슷하게 발음되는 상질(尙質)로 고쳤으며,고려 때에는 장덕현(章德縣)이 되었는데 충선왕의 이름 장(璋)과 음이 같다 하여 다시 흥덕으로 바꾸었다 하더군요. 연기 스님이 백제 유민들로부터 크게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화엄사를 맡게 되었고,그때부터 화엄사는본연의 화엄사상 도량으로 거듭 태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화엄경 사경도 화엄사서 만들었을수도 스님, 저의 생각으로는 스님께서 경주 황룡사에서 마치셨다는 그 화엄경 사경 작업도 어쩌면 황룡사가 아닌 화엄사에서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깁니다.왜냐하면 백제의 역사를 신라기(新羅紀)로 정리한 통일신라와 그 이후 사가들의 신라 중심 사고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오히려 그보다는 스님께서 이룩해 내신 저 불멸의 정신사인 ‘화엄석경(華嚴石經)’을 완성하기에 앞서 이 불사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일들을 준비하고 점검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화엄십찰을 정책적으로 고안해 낸 것은 통일신라의 핵심 권력자들이었지만 화엄사상이 구체적으로 펼쳐지기 위해서는 옛 백제 땅인 전라도와 충청도 사람들의 절대적인 참여와 지지가 필요했을 것입니다.그러기 위해 연기 스님은 다른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일을 고안해 내셨습니다.돌에다 화엄경을 새기는 일이었지요. ●옛 백제땅 돌며 평등사상 설법 불사가 시작되기 전에 연기 스님은 옛 백제 땅을 돌면서 화엄사상을 설법했지요.우주 모든 사물은 어느 하나라도 홀로 생겨 나거나 존재할 수 없으며,모든 것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고 대립하며 대립을 초월하여 다시 하나로 융합되는 것이라고 설파했습니다.따라서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이 되는 것이므로 신라인과 백제인의 갈등과 투쟁과 죽임도 어느 한쪽에만 원인이 있고 책임이 있지 않다는 것,끊임없는 대결보다는 대결을 뛰어넘어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는 길이 화엄사상임을 가르쳤습니다.적대감정을 해소하고 초월하여 하나가 되는 길을 절규했습니다.모든 사람은 본래 평등하지만 각자의 마음에 있는 두려움과 그 두려움으로 해서 생기는 고통 때문에 평등이 실현되지 못한다는 것,그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참회하고 서로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그런 다음 1만 4000여 장의 돌로 다듬은 석판을 만들고,그 석판 위에다 진본 60화엄경을 새겨 넣는 대장정을 시작하셨지요.모두 51만 자로 된 화엄경을 다섯 명의 서예가에게석판 위에 옮겨 적게 한 다음 석공들이 정으로 음각하는 순서를 밟았지요.글씨를 쓰고,음각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연기 스님께서는 화엄사로 모여 든 수많은 불자들과 함께 기도를 하거나 법회를 열어 화엄신앙의 원력으로 마음에 쌓인 증오와 원한을 씻어내기 시작했습니다.이 소문은 널리 퍼져나갔습니다.옛 백제 땅 민중들은 여러 날 동안에 걸쳐 화엄사로 몰려들었습니다.일년 넘는 동안에 모여든 사람은 수십 만 명이었습니다.화엄사를 향하여 오는 동안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통하여 그토록 견고하게 자리잡았던 분노와 두려움들이 어느새 많이 풀어지고 녹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절에 머무는 동안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남아 있던 응어리들이 조금씩 풀려 갔습니다. 연기 스님은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붙잡고 말씀하셨습니다.어머니의 인자함으로 자식의 어리석음과 잘못을 용서하고 다독여 안아서 기어코 사람의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 자식으로 키우듯이 먼저 나 자신의 어리석음과 두려움을 깨우친 다음 남을 용서하라고 하셨지요. 그렇게만든 화엄석경을 장륙전(丈六殿) 사방 벽에다 장엄했습니다.장륙전은 뒷날 각황전으로 이름이 바뀝니다만 우리나라 최초로 화엄사상의 이상인 평등과 자유로움의 궁전으로 태어났습니다.이렇듯 어머니와 아들은 백제 유민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증오와 저주를 씻어내고 안에다 두려움 없는 행복이 깃들게 했습니다.두 분이 죽고 난 뒤 백제 유민들은 두 분의 작지만 위대한 생애를 탑으로 승화시켜 솔바람 청청한 지리산 언덕에 세우고 효대라 불렀습니다.효대라는 이름을 부르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또 하나의 효대가 생겨났습니다.스님,그것이 바로 연기(緣起)였습니다.
  • 금융특집/한국투자증권 ‘탐스 거꾸로 주식형펀드’

    한국투자증권은 수익성 높은 저평가주를 발굴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탐스(TAMS) 거꾸로 주식형펀드’를 출시,보름여 만에 3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주가지수만 좇지 않고 기업의 본질가치에 비해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알짜종목을 발굴,미리 투자하는 철저한 가치투자 펀드다.장기적으로 지수나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꾸준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치투자란 특정주식의 값이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쌀 때 샀다가 적정가치에 도달하면 파는 방식으로,증시의 등락보다 우량한 종목선정이 성패의 관건이다.한투증권은 한투운용 내에 별도의 ‘거꾸로펀드 운용팀’을 구성,3단계에 걸쳐 ‘6개월에서 1년후 제대로 평가받을’ 우량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고 있다.
  •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개막/절대 강자는 없다

    ‘꼴찌의 반란’이 시작된다.27일 오후 2시 우리은행-삼성생명의 춘천경기를 첫머리로 71일간 펼쳐질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에서 금호생명은 단연 ‘태풍의 눈’이다.지난해 여름리그에서 단 2승에 그치는 등 2000년 팀 창단 이후 한번도 최하위를 벗어난 적이 없는 금호가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오른 이유는 이번 시즌 처음 시행된 자유계약(FA)선수 가운데 알짜인 김지윤 이언주 등을 영입했기 때문이다.금호의 급부상으로 여자프로농구 판도는 절대강자도,절대약자도 없는 ‘춘추전국시대’로 빠져 들게 됐다. 금호의 베스트5는 발군의 포인트가드 김지윤을 비롯해 고감도슈터 이언주,차세대 파워포워드 곽주영,그리고 외국인선수 타미 셔튼 브라운과 디안나 잭슨.면면으로 따진다면 단연 최강이다.곽주영만 빼놓고는 모두 수혈된 멤버이며,프로농구 골드뱅크(현 KTF) 출신 김태일 감독도 올시즌 새로 영입돼 팀 전체가 ‘리모델링’을 한 셈이다. ●금호의 ‘베스트5’ 단연 최강 금호 플레이의 핵은 김지윤.빠른 발과 경기를 읽는 눈,공격력 등 가드의 ‘3박자’를 고루 갖춘 김지윤의 합류에는 김태일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김 감독은 “만년 하위팀에 김지윤이 올지 반신반의했지만 첫 만남에서부터 농구 스타일,감독과 선수와의 관계 등에서 서로의 의견이 잘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지윤 영입은 좋은 가드와 함께 뛰고 싶다던 이언주까지 끌어들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냈다.평소 절친한 사이인 이들은 이적도 이신전심이었다.이언주는 “강팀에서의 10승보다 어려운 팀에서의 1승이 더 보람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지윤 언니와 함께 금호를 명문구단으로 만든 뒤 은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외국인선수 두 명을 기용할 수 있는 ‘특혜’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특히 셔튼 브라운은 2002년 겨울리그에서 김지윤과 함께 국민은행을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 놓으면서 최우수 외국인선수로 뽑혔다. 여자농구는 최근 2강(우리은행 삼성생명) 2중(현대 신세계) 2약(국민은행 금호) 구도가 지루하게 이어졌다.그러나 FA로 풀린 대어들의 이동으로 지각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4월8일부터 4강플레이오프 금호와 함께 국민은행도 최고센터 정선민을 영입해 ‘제2의 중흥’을 꿈꾸고 있다.박정은 이미선 김계령 변연하 등 국가대표 4명이 건재한 삼성과 장신군단 우리은행도 노련미까지 더해져 여전히 위협적이다.그러나 게임메이커 전주원이 임신으로 전격 은퇴를 결심해 전력에 구멍이 뚫린 현대와 네 차례 우승을 이끈 정선민 이언주 선수진이 모두 이적한 신세계는 고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겨울리그는 6개팀이 20경기씩 모두 60경기를 소화한다.각 팀은 홈과 원정 8경기씩,나머지 4경기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갖는다.정규리그 4강이 겨루는 플레이오프는 오는 4월8일부터 3전2선승제로 치러진다.4월15일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은 플레이오프 승자간 5전3선승제로 펼쳐진다. 올스타전은 3월5일 오후 2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예정.그러나 3·4월에 평양경기가 성사되면 일정상 취소하기로 했다. 한편 올시즌부터는 연장전에서 새로운 팀파울을 적용,세번째 파울부터 자유투가 주어진다.또 감독,코치,후보선수를 포함한 벤치 전체가 3개의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면 감독이 퇴장당하던 종전과는 달리,감독 혼자 테크니컬 파울 2개를 받았을 때만 퇴장당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
  • [나의 건강보감] 화가 황순칠 씨

    그가 필자를 데려간 곳은 화실 근처 아파트 단지 귀퉁이에 있는 쌈지형 체육공원이었다.그곳에서 윗도리를 벗더니 주저없이 철봉으로 몸을 날렸다.족히 70㎏은 돼보이는 몸이 가볍게 리듬을 탔다.어느 순간,철봉을 타고 솟구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돈다.한참을 그렇게 매달려 몸을 달군 그가 가뿐하게 내려섰다.“화가의 일이 건강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그렇지 않습디다.한번 영감이 밀려오면 앉은 자리에서 날밤 새는 건 예사고,직장인들처럼 시간을 자로 재듯 쪼개서 쓸 수 없어 건강에 대해 더 절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화가들이기도 해요.아,누군들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기야 하겄습니까?” ●날밤새는 게 예사인 화가… 건강 더 절박해요 화가 황순칠(49).그가 지난 9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고인돌 마을’의 잔상이 어지러운 세상에 짧지만 날카로운 비명으로 날아가 박혔다.“이유는 모르지만 나는 흰색이 좋다.어쩌면 온갖 색으로 덧칠된 추한 세상의 본디 모습일 수도 있고,그런 세상에 던지는궁극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어떻든 이유는 모르지만 나는 흰색이 좋다.” 그의 세계는 희다.배꽃처럼 시리게 희다.캔버스에 온통 검정을 담고,보라를 그리고,노랑을 덧칠해도 여전히 그는 희다.그의 세계가 희고,그의 생각과 발상이 모두 희어서다.살펴보니 시원하게 밀어붙인 그의 머리도 텅 비어 희다.뿐만 아니라 그는 이름도 희다.광주의 화실에서 만난 그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빡빡 민 머리를 뭐라고 하는지 아시요?” “뭐라나,배코?” “배코,그걸 쫌 빨리 해보쑈.” “배코,배코,그래도 배콘데요.” “그것이 내 이름이요.” 그러면서 그는 너털웃음을 토해냈다.그는 백호(白乎)를 아호로 쓴다.즐겨 읽는 논어에서 얻었다.말 그대로 희다는 뜻 아닌가.어떻든 그는 희다. 모든 화가들이 그렇듯 그도 ‘내 것’을 찾아 수많은 길을 헤맸다.“제가 처음부터 흰색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저도 젊어서는 사실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동양의 전통 색조인 오방색을 즐겨 쓴 적도 있고요.그러다가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무채색으로 바뀌어 저의 ‘흰색 시대’가 시작되는데,색이 그림의 본질은 아니지만 화가의 이상을 나타낸다고 보면 지금의 제 미술적 충동은 확실히 흰색에 가깝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동양화의 남종화를 거론했다.“남종화는 모든 세속적 욕망을 걸러낸 수묵의 그림입니다.모르긴 해도 인간을 지배하는 가장 세속적인 욕망 두 가지를 든다면 아마 물욕과 명예욕일 건데,화가로 산다는 것은 이런 욕심을 어느 정도 포기하거나 유예한다는 것을 뜻합니다.이런 정서가 배꽃 흐드러지는 내 그림 속에 담겼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겠지요.저는 지금도 나주 배밭에 가 그림을 그리노라면 마음이 뜨거워지고 알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낍니다.아마 ‘쾌(快)’라고 부를 수 있는 희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역동적인 건강한 삶의 활력은 ‘흥과 쾌' 그렇다고 그가 물욕이나 명예욕을 초월한 초인은 아니다.비록 가난하지만 그림값을 두고 흥정하는 일을 가장 싫어하는,어찌보면 좀 막힌 듯하지만 자신의 창의와 노고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범부(凡夫)인 제가 욕망에서 벗어나다뇨? 저도누구 못잖은 욕망을 갖고 삽니다.다르다면 저의 명예욕은 그림에 있다는 겁니다.제가 느끼는 절대적 행복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저만의 미적 감흥을 느끼는 일입니다.” 서예가로 출발해 서양 화단에 변화를 몰고 온 그를 두고 일부에서는 “하던 일이나 하지.”라며 냉소를 보이기도 했다.그러나 그런 사람들까지도 그의 거침없고 지칠 줄 모르는 실험이 한국 화단의 묵은 발상을 깨우는 자극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제가 지난 90년부터 삭발을 해오고 있는데 가난하지,가진 것 없지,오로지 그림 한길에 내 삶을 바쳐야 하는데,하는 듯 마는 듯 해서야 되겄습니까.그래서 머리 깎았어요.실험이든 뭐든 계기가 필요해섭니다.” ●체조선수처럼 손바닥에 굳은살 박여 그의 일상은 역동적이다.그처럼 미적 영감을 찾아 현장을 누비는 화가도 흔치 않다.군에 입대해 훈련소에서 ‘뺑뺑이’를 돌 때도 다른 사람들 다 텅텅 나가 떨어질 때 그만 독야청청 버텨냈다.이처럼 활동지향적이고 역동적인 그의 건강비결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은 바로 마음에서 키우는 ‘흥’과‘쾌’다.“흰색을 주조로 하는 지금의 제 그림이 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주체하기 어려운 힘이 똬리를 틀고 있는데,바로 ‘흥’과 ‘쾌’가 준 선물이라고 봅니다.” 더러는 등산도 하고 가끔씩은 수영으로 심신의 약을 삼지만 그의 ‘흥’,‘쾌’에 어울리는 운동은 철봉이다.인간이 다른 문명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날 수 있다면 아마 철봉에 매달리는 그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저의 철봉 이력은 어린 시절 초등학교로 거슬러가야 하지만 본격적인 화가로 나서면서 제대로 틀을 갖췄다고 봐야지요.” 외롭거나 노할 때,그리고 재밌거나 심지어는 심심해서 좀이 쑤실 때도 철봉에 매달린 덕분에 그의 손바닥에는 체조 선수처럼 굳은 살이 옹심이처럼 박여 있었다. “그래도 건강은 마음에 있습니다.자신감을 잃지 않고 낙천하며 사는 것,그리고 스스로 다른 사람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건강의 조건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모색하는 인간이라고 했다.이는 곧 부단한 도전이기도 하다.그의 책상 머리맡에 먹으로 그려 놓은 글귀,‘Be prepared for surprise.’(남들을 놀라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가 노도처럼 와닿았다.앞으로도 세상을 놀라게 할 영원한 청춘의 화가 황순칠. 글·사진 광주 심재억기자 jeshim@ 디스크·관절질환에도 좋아요 “언젠가 허리가 안 좋다는 지인에게 철봉을 권했지요.두고 봤더니 그이가 철봉을 오래 하지는 못하더군요.몸에 좋든 아니든,혼자 하는 운동에 흥미를 붙이기가 쉽지는 않죠.” 그러나 철봉에 대한 그의 열성은 각별했다.어려서는 평행봉도 곧잘 해 지금도 철봉 하는 김에 자주 평행봉에 매달리기도 한다.“체계적으로 배운 운동도 아니고,그래서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전 철봉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가 내세우는 철봉의 장점에 귀가 솔깃해졌다.“인근 학교나 아파트 놀이터면 만족스러운 운동장이지요.따로 시설비를 들이지 않으면서도 전국 어디서든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철봉에 매달리다 보면 온 몸이 나긋나긋 유연해지면서 척추 등 전신의 뼈가 새로 줄을 서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현대인에게 많은 디스크나 관절질환도 철봉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그래요.디스크 환자들 재활 훈련 받을 때도 철봉 하잖아요?” 지금도 팔씨름만큼은 누구와 붙어도 자신있다.철봉으로 근력을 다진 덕분이다.물론 배우면서 이를 부러뜨리는 등 어려움도 겪었지만 그때의 두려움만 떨치면 철봉에 매달려 하는 운동이라 다칠 염려가 거의 없다는 것도 철봉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키 168㎝,몸무게 68㎏의 탄탄한 몸을 가진 그는 지금도 아침,점심 그리고 저녁 하루 세번씩 철봉에 매달려 하늘과 땅을 번갈아 본다.건강을 얻는 철봉이지만 어쩌면 그는 철봉에 매달려 바로 서기와 거꾸로 서기를 반복하면서,바로 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그들이 엮어가는 지난한 미학 공동체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심재억 기자
  • 소금 자처한 ‘영원한 왕언니’/박찬숙, 여자농구 대표팀에 노하우 전수

    |센다이(일본) 박준석특파원|‘박찬숙은 살아 있다.’ 왕년의 슈퍼스타 박찬숙(45)씨가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의 ‘왕언니’ 노릇을 톡톡히 해 화제다.지난 19일 끝난 제20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일본 센다이) 중계방송 해설을 위해 현지에 온 박씨는 대회 기간 내내 대선배로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경험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수’했다.선수들은 “너무 화려한 경력을 지녀 어려운 면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을 제일 잘 알아준다.”고 말했다.그래서 일부 선수들은 개인적인 고민까지 털어 놓는다. 특히 박씨는 자신이 센터 출신인 만큼 센터에 대한 애착은 절대적이다.농구는 골밑이 든든해야 이길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박씨는 “한국 여자농구가 세계무대에서 통하기 위해서는 골 결정력을 지닌 센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정선민이나 김계령 등 대표팀 센터들도 박씨를 깍듯하게 모신다.선수들에게 박씨는 감독보다 더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듯하다. 힘들 때 박씨의 존재는 더 절실하다.준결승전에서 홈팀 일본에 충격의 패배를 당해 대표팀이 ‘초상집’ 분위기로 변했을 때 박씨는 먼저 후배들을 챙겼다.자신도 물론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꾹 참고 말없이 후배들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힘을 실어주었다. 당초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떠나려 했던 정선민도 박씨의 권유로 결정을 유보한 상태.박씨는 “아테네올림픽 때까지 함께 가야 한다.”면서 정선민을 적극 만류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실수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질책이 쏟아진다.선수 이름을 부르면서 눈을 부라린다.박씨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옛날보다 부족해졌다는 점을 제일 안타까워했다. 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이겨야겠다는 정신력은 이에 못미친다는 것.또 박씨는 “위기상황에서 자신이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pjs@
  • 종목분석/삼성전자

    지난주 삼성전자는 시장전망치를 웃도는 4·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이는 본격적인 실적발표 시즌에 돌입한 국내외 증시에서 단연 돋보이는 실적 모멘텀을 제공한 것으로,국내 시가총액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가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또 앞으로 세계 정보기술(IT) 경기는 물론,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은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14.1% 증가한 12조 9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영업이익도 2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영업이익은 각각 2003년 3분기와 2002년 4분기 대비 20.9%,74.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시장 예상치인 2조 2000억원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특히 전분기 대비 매출액이 42.1% 증가한 TFT-LCD부문은 올 상반기중 세계적인 공급부족 지속과 함께 5세대 6라인 설비의 가동률 제고로 당분간 삼성전자의 실적호조를 견인할 전망이다. 국내 거래소 전체 시가총액의 2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9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하드웨어 재고 수준 등 세계 IT경기 호전 전망과 함께 플래시 메모리,TFT-LCD,휴대폰 등 주력 부문의 영업호조로 올해에도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이로 인해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시대를 견인하는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동안 외국인들의 높은 한도 소진율과 절대적으로 높은 시가총액 비중은 주가상승의 단점으로 작용해 왔다.하지만 국내 기관의 증시 참여 및 랩(Wrap) 상품을 통한 일반인 투자자 확대에 따른 수요기반 확충으로 일정 부분 상쇄될 것으로 보여 수급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계 IT산업의 핵심인 이 회사는 그동안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올해 지수 1000포인트 기대와 함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중 하나다. 김동준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위원
  • 루지·스켈레톤 이어 봅슬레이 선수로 한국판 ‘쿨 러닝’ 꿈꾼다/토리노 동계올림픽 도전 강광배 씨

    지난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쿨 러닝(Cool Runnings)’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눈 한번 직접 구경해 본 적이 없는 자메이카 청년들이 온갖 비웃음을 뒤로 한 채 펼쳐 보인 도전 정신은 숭고함마저 느끼게 했다.10년전 개봉된 이 영화는 특히 승리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 정신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강광배(사진·30)씨는 ‘한국판 쿨 러닝’을 꿈꾼다.그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생소한,더구나 경기장이나 장비조차 구경할 수 없는 겨울스포츠에 매료돼 있다.루지를 거쳐 스켈레톤,그리고 이제는 봅슬레이 선수다. 강씨는 지난 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때 한국을 대표해 루지선수로 출전했다.95년 루지 국가대표를 선발한다는 공고를 보고 덜컥 지원했다.그러나 올림픽 성적은 43명 가운데 39위로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한계를 절감한 그는 스포츠마케팅 공부를 하기 위해 98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그러나 이것이동계스포츠로 회귀하는 또 다른 길이 됐다.오스트리아 스켈레톤 감독을 만나 99년부터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2년여의 짧은 경력이었지만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직전 열린 챌린지컵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성적은 물론 하위권이었지만 당시 강씨는 큰 박수를 받았고,선수촌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의 표지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루지와 스켈레톤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있는 강씨는 이제 ‘쿨 러닝’의 주인공처럼 봅슬레이에 도전장을 냈다.대학에 강의를 나가던 지난해 11월 후배 이기로(28)씨와 함께 강원도청 봅슬레이·스켈레톤팀 창단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목표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 봅슬레이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 그러나 상황은 열악하다.경기장이나 연습장은 물론 장비조차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강씨는 “봅슬레이도 바퀴를 달아 레일위에서 훈련을 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엔 아직 이런 훈련장이 없다.”면서 안타까워했다.물론 장비 가격도 2인용이 보통 3000만원 정도로 비싸다. 창단 뒤 곧바로 해외 전지훈련도 가졌다.지난해 11월25일 독일 인테베르크에서 열린 유럽컵대회에서 처음으로 공식경기에 출전,47개팀 가운데 44위를 차지했다.그러나 실망하지는 않는다.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문다.다음달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1차 목표로 삼고 있다.강씨는 “국내에서 체력훈련도 충분히 했고,또 후배와의 호흡도 잘 맞아 점차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고 장담했다.지난 여름에는 국내에서 체력훈련에 열중했다.경기장은커녕 장비조차 없기 때문에 다른 전문적인 훈련을 할 방법이 없었다.후배와 함께 웨이트트레이닝과 중심이동법을 중심으로 맹훈련을 했다.특히 봅슬레이는 스피드를 극대화해야 하는 경기인 만큼 순발력은 절대적이다.이를 위해 단거리 달리기를 반복하는 등 많은 신경을 썼다. 강씨는 “도전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모하다고 하지만 루지·스켈레톤에 이어 봅슬레이에서도 꼭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거듭 각오를 다졌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강현숙의 뷰티 살롱/매력의 필요충분조건 ‘미소’

    이미지 메이킹이나 자기 관리를 위해 성형수술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얼굴만 예쁘다고 진정 예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고 다니는 친구가 부러워서 차 떼기로 친구의 모든 명품을 도둑질한 20대 여성의 가치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얼굴을 뜯어고쳐 몰라볼 정도의 미녀가 명품 패션으로 치장하고 다닌다 해도 그 얼굴에서 미소를 찾아 볼 수 없다면 그는 아름다운 석고상에 불과하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재산은 인격적 매력(personal magnetism)이 아닐까? 자석처럼 끌리는 인격적인 지적 매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이 매력을 지닌 사람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를 가나 주위 사람을 기쁘게 하는 피스 메이커(peace maker)의 역할을 한다.반면에 이것이 부족한 사람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주위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워 메이커(war maker)의 역할을 한다. 세일즈의 기본 원칙은‘당신 자신을 팔아라(Sell yourself)’이다.자기 자신을판다는 말은 판매자의 가치를 높일 때 상품의 가치 역시 높아진다는 의미이다.자기라는 이미지를 세계라는 거대한 시장의 한 상품으로 생각해 보자.만약에 팔리는 상태가 나쁘면 자신의 이미지에 인격적인 매력을 곁들여 다시 한번 광택을 내 보자.자기라는 이미지의 새로운 상품이 어떻게 탄생될지 한번 기대해 보자.따라서 외모 계발과 인격 계발은 절대적으로 나란히 가야 한다.서로 균형이 맞지 않으면 비틀어지게 보이기 때문이다. 자,그러면 인격 계발의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 가장 쉽고도 어려운 게 늘 상냥한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다.꽃을 든 여자보다는 잘 웃는 여자가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이다.꽃은 어떤 꽃집에서도 살 수 있지만 잘 웃는 여자 뒤에 숨겨진 인격과 친절은 그녀 아니면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출근 길 스치는 사람들에게 딱딱하고 무표정한 얼굴보다는 오히려 살짝 한번 미소를 지어주자.누가 미친 사람이라고 해도 좋다.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따듯한 미소만큼 좋은 치유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국민대 미용예술아카데미 학과장
  • EU 꿈과 도전/(상)EU의 빅뱅

    2004년은 유럽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해이다. 오는 5월1일 중·동부 유럽의 10개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가입하기 때문이다. EU 회원국은 이에 따라 기존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난다.10개국의 신규 가입으로 EU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7500만명이 늘어나 EU는 총인구 4억 5000만명,국내총생산(GDP) 9조달러 규모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경제권으로 부상하게 된다. EU의 확대는 2차대전 이후 분단됐던 동·서 유럽의 재결합이라는 역사적 의의 외에도 분명 경제·정치적으로 새로운 세계질서가 구축되는 것을 의미한다.각국의 이질적인 역사와 문화적 배경,경제·사회체제를 극복하고 ‘법’이 지배하는 ‘유럽 합중국’의 건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U의 꿈과 도전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브뤼셀 함혜리특파원| 브뤼셀은 벨기에의 수도이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유럽연합(EU)의 수도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브뤼셀에는 EU의 최고 입법 및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각료이사회와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가 있으며 법안을 심의하는 EU 의회 등 주요 기구들이 자리잡고 있다.푸른색 바탕에 12개의 별이 중심 원을 그리고 있는 EU 국기를 어디서든 만나게 된다. 지난 연말 브뤼셀에 있는 EU 각료이사회 건물 콘실리움 앞에서 10여명의 체코 청소년들을 만났다.프라하에 본부를 둔 NGO ‘젊은 유럽클럽’의 회원들로 2004년 5월 체코의 EU 가입을 앞두고 현장 견학차 브뤼셀을 찾았다고 했다. 젊은 유럽클럽 회장인 로만 파울릭(19·스위타베 김나지움)은 “전에는 내 자신을 서유럽 사람들과 거리가 있는 동구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유럽인’으로 느껴진다.”며 “체코의 젊은 세대는 EU 가입을 계기로 체코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유럽의 재결합 체코를 비롯해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동구 8개국과 몰타,키프로스 등 10개국은 오는 5월부터 EU 회원국이 된다.그동안 네차례 확대 과정을 거쳤지만 EU 역사상 10개국이 동시에 가입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전례없는 역사적인 유럽연합의 ‘빅뱅’인 셈이다.EU 집행위(EC) 확대위원회의 장 크리스토프 필로리 대변인은 “이번 EU의 확대는 지난 5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유럽 통합의 한 과정이며,2차 대전 종료 후 얄타회담 결정에 따라 인위적으로 분단됐던 유럽이 재결합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10개국의 신규 가입은 이같은 역사적 의의 외에도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유럽공동체 출발 당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평화 정착이었지만 지금은 회원국의 공동이익 창출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EU는 경제,외교·안보,내무·사법 등 개별 국가의 주권사항으로 여겨졌던 분야들을 초국가적 기구를 통해 공동관리하고 있다.이를 통해 역내 국가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역외 국가들과의 경쟁에 공동대응하는 방식으로 공동이익을 추구한다.동구 국가들의 신규 가입으로 유럽에 대한 진정한 대표성을 확보하게 되는 EU는 유럽 공동의 대외정책 및 안보정책 수립을 통해 지역화를심화시키고,국제 현안에서 외교적으로 한목소리를 냄으로써 국제 위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기회이자 모험 신규 회원국들은 EU 가입과 동시에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없이 기존 회원국들과 무역을 할 수 있다.EU 집행위는 EU 가입 후 동구 8개국의 경제는 대(對)EU 수출이 8∼10%가량 증가하는데 힘입어 연평균 1.7∼3.2%포인트의 추가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기존 회원국들은 무역 창출 효과 0.1%포인트,이민 증가로 인한 안정적인 노동력 확보 0.3%포인트,무역장벽 제거로 인한 원가 절감 및 기술혁신 0.2∼0.3%포인트 등 연평균 0.5∼0.7%포인트의 경제적 혜택이 기대된다.EU 집행위 경제·재정위원회의 미카엘 티엘 수석연구원은 “10개국의 추가 가입은 유럽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실제로 올해 유로지역 12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0.4%에 불과한 반면 신규 가입국의 평균 성장률은 3.1%에 이른다.비유로 사용국(영국·스웨덴·덴마크)과 신규 가입국을 모두 포함시켰을 경우 EU 25개국의 올해경제성장률은 평균성장률을 웃도는 0.9%가 된다. 회원국이 늘어나는 만큼 회원국간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기 마련이어서 통합의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더욱이 이번 확대는 기존 서유럽 일변도의 확대가 아니라 과거 사회주의 체제 하에 있던 동구국가들을 자본주의 체제로 흡수하는 작업이어서 모두에게 큰 모험이다.지금까지 비슷한 경제구조와 소득 수준을 지닌 국가들을 대상으로 확대가 이뤄졌지만 이번 신규 가입국들의 소득 수준과 경제구조는 기존회원국들과 큰 차이가 있다.신규 회원국들의 1인당 GDP는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EU평균의 45% 정도에 불과하다.신규 회원국들은 EU 가입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31개 분야에서 법·제도와 사회시스템을 전환하는 작업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경제 체제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나라가 태반이다. 이에 대해 필로리 대변인은 “이번 확대로 EU의 색깔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부의 수준이 EU 가입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그보다는 투명하고 건전한 시장경제체제가 갖춰질 가능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회원국간 갈등극복이 과제 EU측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회원국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다.특히 EU의 지역정책을 둘러싸고 EU 예산을 부담하는 선진 회원국들과 EU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후진 회원국들간의 갈등,지금까지 재정지원을 받아온 기존 회원국들과 신규 회원국들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회원국간 격차를 해소하고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EU의 지역정책은 ‘구조기금’과 ‘결속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2006년까지는 현행 EU 지역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신규 회원국들이 당장에 받게 될 보조금은 현재 회원국들이 받는 규모에 비해 미미하지만 2007년부터 동구국가들은 EU 지역정책의 최대 수혜국이 된다.올초부터 시작되는 2007년 이후의 지역정책 수립과정에서 회원국 확대의 최대 피해국인 스페인을 중심으로 일부 회원국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EU 가입이 신규 회원국에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만은 아니다.신규 회원국들은EU 가입에 따른 각종 혜택을 받지만 동시에 경제주권의 약화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회보장제도,환경기준,근로환경,제품표준 규격,소비자 보호 등에서 엄격한 EU 규정이 동구국가들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저비용 경제구조와 제도의 유연성이 제약을 받게 된다. 유럽정책연구소(CEPS) 대니얼 그로스 소장은 “동구 국가들이 EU의 경제·사회시스템을 무리하게 받아들일 경우 산업기반이 붕괴된 동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EU 시장에서의 경쟁압력을 견뎌낼 수 있도록 구조조정과 사회 개혁을 서둘러야 하며 기존 회원국들은 갈등을 최소화하도록 지속적으로 협상하고 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커져왔나 유럽통합이 구체적으로 추진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부터이다. 프랑스의 외무장관 로베르 슈만은 1950년 5월9일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전략자원이었던 석탄과 철강을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관리할 것을 제안함으로써 유럽연합을 이룩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단초로 독일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은 1952년 유럽 최초의 공동체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출범시켰다.ECSC 회원국들은 1957년 로마조약을 체결,자본·서비스·노동의 자유이동이 가능한 유럽공동체(EEC)를 출범시켰다. EEC 회원국(당시 12개국)들은 1991년 1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장통합·통화 단일화 등 유럽통합의 기틀을 다지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체결했다.이 협약에 따라 1993년 11월1일 유럽연합(EU)이 공식 출범했으며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됐다. 회원국은 1973년 영국·아일랜드·덴마크,1981년 그리스,1986년 포르투갈·스페인,1995년 오스트리아,핀란드,스웨덴이 가입하면서 15개국으로 늘어났다. EU의 중·동부 유럽국가 확대가 결정된 것은 지난 1993년 코펜하겐 EU 정상회담에서였다.2002년 10월 EU 집행위는 키프로스,체코,에스토니아,헝가리,라트비아,리투아니아,몰타,폴란드,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 등 10개국에 대한 EU 가입 권고안을 채택했으며 같은해 12월 코펜하겐 EU 정상회의는 10개국의 가입을 확정했다.이들 국가는 이미 각국내 비준절차를 완료했으며 신규 회원국으로서 올해 6월 치러지는 EU 의원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불가리아,루마니아,터키가 EU 가입을 추진 중이며 중·장기적으로 EU는 유고연방,크로아티아,마케도니아 등 서부 발칸지역 국가까지 회원국을 확대해 ‘대서양에서 우랄산맥까지’라는 진정한 유럽의 통합을 실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고지혈증/미리 다스리면 성인병 걱정 ‘뚝’

    요즘 한국인,고지혈증이 문제다.최근들어 한국인의 혈중 총콜레스테롤 농도가 서구인에 근접하면서 동맥경화에 의한 혈관성 질환의 유병률과 이에 따른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다.주로 서구화된 식생활과 운동 부족이 원인이며,대부분의 비만자들이 잠재적인 고지혈증 환자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고혈압과 당뇨병을 동반하는 고지혈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또 하나의 문명병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고지혈증이란 고지혈증은 혈액 속 지방성분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를 말한다.일반적으로 총콜레스테롤이 240㎎/㎗를 넘거나 중성지방이 200㎎/㎗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분류한다. 고지혈증은 그 자체가 특정 질환은 아니지만 체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증가시켜 동맥경화,고혈압,심혈관계 질환 등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해 문제가 된다.특히 고지혈증이 50세 이전에 시작된 경우 위험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은 배가된다.50세 이후에 발생한 경우라도 고혈압,당뇨병,비만증 등 다른 위험인자와 연계해 동맥경화증의 발생에 관여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한다. ●왜 생기나 콜레스테롤은 세포의 필수 구성성분으로 부신과 생식선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재료가 되며,담즙과 혈중 지단백 생성에 필수적이다.그러나 이런 콜레스테롤은 필요량을 모두 간에서 생성해 내기 때문에 따로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문제는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너무 많이 생산하거나 간의 대사능력 이상으로 많은 양의 지방분을 섭취했을 때 발생한다.물론 다른 원인도 많으나 음식으로 섭취하는 양이 절대적이다. 고지혈증의 원인을 살펴보자.▲음식물:위험인자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포화지방과 고칼로리 음식에 콜레스테롤이 많다.▲유전적 요인:타고난 유전자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결정하는 주요인이다.▲나이와 성별:콜레스테롤은 나이에 따라 증가한다.남자의 경우 20∼50세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약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여자는 20세부터 증가해 폐경기 전까지 남자보다 낮은 수치를 유지하다 폐경 후 급격히 높아진다.임신과 피임약이 콜레스테롤을 높이기도 한다.▲비만:비만인 사람은 정상인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반면 동맥경화증을 방어하는 HDL(고밀도지단백)은 적다.▲운동부족:운동부족은 비만을 초래,결과적으로 콜레스테롤 양을 늘린다.이밖에 스트레스와 흡연,특정 약물도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관리 고지혈증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파악해 관리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거나 뇌졸중,말초동맥질환,당뇨병 등이 있는 경우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심혈관 질환의 주요한 위험인자로는 흡연,고혈압,LDL(저밀도지단백),심혈관 질환 가족력,나이(남자 45세 이상,여자 55세 이상)가 있으며 비만,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는 식생활과 운동부족 등도 고지혈증 위험인자로 간주한다. 위험인자를 확인한 다음에는 공복상태에서 지단백(총콜레스테롤,LDL·HDL,중성지방)을 측정한다.특히 LDL은 심혈관 질환과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어 치료방법은 주로 이 수치를 기준으로 결정한다.LDL이 100㎎/㎗ 이하이면 적정,100∼129㎎/㎗는 적정 수준에는 못미치나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본다.130∼160㎎/㎗는 약간 높다,160㎎/㎗ 이상은 높다,190 이상은 매우 높은 상태로 정의한다.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거나 이에 준하는 다른 질환이 있다면 LDL의 목표를 100㎎/㎗ 이하를 잡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이밖에 주요 위험인자를 2개 이상 가진 경우는 130㎎/㎗ 이하,1개 이하인 경우는 160㎎/㎗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고지혈증은 따로 증상이 없기 때문에 20세 이상의 성인은 건강한 사람이라도 매 5년마다 고지혈증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료 치료의 기본은 식이요법이다.우선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줄이고,운동을 통해 에너지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구체적인 영양별 섭취 기준은 영양사를 통해 의학적 처방을 받아야 하나 육류와 소시지 등 육류 가공식품,달걀 노른자와 메추리·생선알 및 젓갈류,치즈 등 유제품과 크래커,비스켓,초콜릿,파이,케이크 등을 피해야 한다. 운동도 중요하다.특히 증세가 심각한 사람이라면 운동의 생활화가 필수적이다.운동은 속보 조깅 수영 줄넘기 에어로빅댄스 등인데,속보가 가장 쉽고 안전하다. 약물은 식이요법과 운동으로조절되지 않거나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에 적용한다.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40㎎/㎗ 이상이거나 LDL 수치가 160㎎/㎗ 이상,중성지방이 360㎎/㎗ 이상인 경우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을 함께 적용한다. ■ 도움말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연구소 박현영 교수.건양대병원 내분비내과 박근용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고지혈증 예방·치료 식사 지침 1.하루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한다. 2.과식은 피하고 곡류와 생선·육류,채소,우유,과일 등을 고루 먹는다. 3.싱겁게 먹어야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4.술은 고혈압과 뇌졸중의 위험이 있어 삼가는 것이 좋다.불가피한 경우 주 1∼2회,매회 2잔 이내로 마신다. 5.잡곡·채소·해조류 등 섬유소가 많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한다. 6.햄 소시지 핫도그 등 가공식품을 피한다. 7.비만이 걱정되면 과일이나 우유의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콜레스테롤 240㎎/㎗ 넘으면 위험 체내 지방질을 일컫는 콜레스테롤은 인체 유용성을 따져 LDL과 HDL로 구분한다. 이중 LDL(저밀도지단백·Low Density Lipoprotein)은 ‘나쁜 콜레스테롤’로,통상 말하는 콜레스테롤이 여기에 해당된다. LDL콜레스테롤은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소모되거나 간에서 분해해 혈액 속으로 내보내는데,섭취량이 필요량보다 많거나 운동 부족으로 소모량이 줄어 체내 축적량이 늘어나면 문제가 된다. 혈액 속 LDL콜레스테롤의 농도가 높아지면 혈관 벽에 달라붙어 지방핵을 만들거나 다양한 염증세포와 평활근 및 섬유세포를 활성화시켜 동맥경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반면 HDL(고밀도지단백·High Density Lipoprotein)은 ‘좋은 콜레스테롤’을 말한다.HDL콜레스테롤은 콜레스테롤이 줄어든 형태의 지단백으로,양이 많을수록 인체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모든 콜레스테롤이 ‘나쁘다’는 시각은 옳지 않다.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인체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은 부신피질 및 남녀의 성호르몬 등 여러가지 호르몬 재료가 되는가 하면 세포 생성의 필수 성분으로 발육기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부족할 경우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문제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필요 이상 많을 경우이다.이경우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동맥경화를 초래하며 이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뇌졸중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한다. 인체의 적정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200㎎/㎗ 미만이며,이 수치가 240㎎/㎗를 넘으면 위험상황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는 총콜레스테롤 200㎎/㎗ 미만,LDL콜레스테롤 100㎎/㎗ 미만,HDL콜레스테롤 60㎎/㎗ 이상을 권고한다. 심재억기자
  • “법조인생 몸값은 연수원서 결정 불성실하게 생활하면 ‘꼬리표’ 내내 따라다녀”/조우성변호사 예비법조인에 조언

    “사법연수원에서부터 (법조인으로서)마케팅은 시작됩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우성(사진·사시 33회·36) 변호사가 지난해말 발표된 45회 사법시험 합격자 906명에게 주는 조언이다.지난 6일 고시촌에서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마친 조 변호사를 만나 바람직한 연수원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변호사 경력 8년째인 조 변호사는 “연수원 시절의 첫 인상이 향후 법조생활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연수원 졸업 성적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그는 “연수원 때 한번 심어진 인상은 웬만해서는 지워지지 않는다.”면서 이미지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판사·검사 모두 일을 하는 과정에서 연수원 동기들과 직간접적으로 마주치게 된다.연수원 생활에서 게으르고 불성실하다는 인상을 남긴다면 그 ‘꼬리표’는 법조생활 내내 따라다니게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나면 이미지를 회복할 기회는 별로 없다.”면서 “특히 변호사는 가까운 법조인들에게서 수임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에게 일을 맡길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사람 좋게 행동하라는 주문이 아니라 좋은 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조 변호사는 법조인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 ‘글솜씨’를 꼽았다.조리있게 말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률문장을 잘 다듬는 것.사시 합격자들이 많은 궁금증을 갖는 연수원 성적도 판결문 쓰기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그는 “연수원에 있을 때 판결문을 술술 써내려간 친구들이 1,2등을 다퉜다.”면서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지만 로펌에 들어간 후 몇 개월간은 문장이 제대로 안 됐다고 선배들에게 많이 혼났다.”고 소개했다.법률 문장을 손에 익히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법조인들에게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사항은 바로 판단력.조 변호사는 “판단력은 적성과도 관계가 있다.”면서 “판·검사 등 재조법조의 경우에는 보다 냉철한 판단력과 성직자 수준의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상대적으로 재야 법조인은 법률 서비스 제공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의뢰인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에 컴퓨터와 인터넷의 도사가 돼야 한다.”면서 리서치의 대가가 될 것을 주문했다.국제화 시대에 능통한 어학실력은 법조인에게도 예외가 아니다.그는 “대일 교역량은 대미 교역량 못지않다.”면서 “그런데도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법률가가 극소수”라면서 일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변호사라면 비즈니스 마인드도 갖춰야 한다.”면서 “특히 로펌 변호사는 주고객이 기업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마인드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을 제대로 이해해야 최선의 법률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수원 입학 전의 여유시간을 경제 분야 책을 읽는 데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조 변호사는 “법조인들이 보수적인 경우가 많은데 배타적 성향을 갖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면서 “변호사가 된 이후 법조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느낄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고 전했다.그는 “정의감과 약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장된 법조인들도 많지만 그릇된 특권의식,선민의식에젖어 있는 법조인들도 상당하다.”며 “후배들이 이런 나쁜 습관만은 배우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낮은 소리/청계천 노점상 풍물시장 지연

    서울신문은 새해를 맞아 삶과 직결된 각종 이해충돌의 현장을 찾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안을 모색하는 새 기획을 마련한다.이미 표면화된 민원성 시위의 원인을 해부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예비된 시위’에 대해서도 해법을 찾아보려는 것이다.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불필요하게 지불하고 있는 소모적 비용을 최소화해 보려는 것이다.우선 지난해 강제철거돼 생활기반을 잃은 서울 청계천 노점상들을 위해 서울시가 개장하기로 한 풍물시장의 오늘을 살펴본다. 30년 가까이 서울 청계천에서 잡화노점을 해온 장상문(53)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초조하다.지난해 11월말 청계천 노점 철거 후 한달이 넘도록 일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철거에 협조한 노점상들에게 약속했던 동대문의 풍물시장 개장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장씨는 “그 어렵다던 ‘IMF’ 한파 때도 네 식구 밥줄 구실을 톡톡히 했던 노점이었다.”면서 “3월에 복학할 아들 등록금이라도 마련하려면 하루 24시간 일해도 부족할 판인데 놀고만 있자니 답답해 죽을 노릇”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400여 노점상 “일 못해 파산 직전” 서울 중구 을지로 7가 동대문운동장 축구장.지난해말 서울시가 청계천 노점을 철거하면서 임시 수용시설로 제공한 이곳에는 현재 400여개의 노점좌판이 장사가 시작될 날만 기다리며 39일째 발이 묶여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청계천 노점을 본격 정비하기에 앞서 전국노점상총연합과 서울노점상연합 소속 노점상 400여명에게 정비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동대문운동장을 가수용 시설로 제공하고 이곳에 풍물시장을 조성,생계를 꾸려나가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지난달 10일에는 전기와 수도 등 기반시설 설치와 광고와 이벤트 개최 등 시장 홍보를 시에서 전폭지원한다는 데 상당 부분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기·수도 시설 설치는 물론 노점상끼리 자리를 배정하는 문제도 마무리되지 않았다.최근엔 시가 2005년 동대문운동장을 헐고 공원과 문화공간,주차장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해졌다. 7일 오후 운동장에는 노점상 50여명이 나와 좌판을 정리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노점상 백순권(73)씨는 “두달 동안 장사를 못해 집에는 각종 공과금 고지서만 쌓이고 있다.”면서 “물건도 손질하고 돌아가는 얘기도 들을 겸 운동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청계천으로 다시 나가겠다” 일부 노점상은 서울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잡화상 김모(63)씨는 “철거 전에는 운동장에 들어오기만 하면 시에서 수도와 전기,천막 설치는 물론 시장 홍보도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시의 말만 믿고 좁은 운동장 안에 모여 있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공구상 이모(57)씨는 “생활비를 벌려고 공사판에 나가도 나이가 많다고 써주지 않는다.”면서 “이 상태가 계속되면 다시 청계천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측은 풍물시장 개장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를 노점상 탓으로 돌리고 있다.자리배정이 끝나야 전기와 수도 등의 설치가 가능한데 노점상 단체 사이의 갈등으로 합의가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은 400여 노점상들이 시장을 열려고 했지만 자리배치 문제가 합의되지 않아 무산됐다.흥분한 일부 노점상들이 싸움을 벌이는 등 곳곳에서 험악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시 “개장 지연은 노점상간 갈등탓” 서울시 관계자는 “노점상측에서 자리배정은 전적으로 자신들에게 맡겨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면서 “자기들끼리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해 시장 개장이 늦어지는 것을 공연히 서울시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노점상들의 말은 다르다.서울시측이 당초 가수용부지로 운동장 북쪽 스탠드를 제공했을 때만 해도 들어온 노점상이 400명 정도밖에 안돼 자리배정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시측이 500여명을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돼 자리다툼이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전국노점상총연합 관계자는 “애초 동대문운동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고 강경하게 투쟁하던 전국노점상연합 소속 노점상 500여명이 2주 전 서울시와 협의가 성사돼이번주중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라면서 “상황이 변한 만큼 시장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견인차량 보관소로 쓰이고 있는 남측 스탠드를 추가로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용지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시 관계자는 “노점상측이 요구하는 운동장내 견인차량 보관소 부지는 민간업자와 올해 7월까지 위탁계약이 돼 있어 제공이 어렵다.”면서 “게다가 엄연히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시설을 일부 노점상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세영 김효섭기자 sylee@ ■안호 청계천노점 생존권투쟁위원장 동대문 풍물시장의 개장 지연과 관련,안호 청계천노점 생존권투쟁위원장은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에 가수용부지로 내놓은 곳이 전체 노점상을 수용하기엔 너무 좁고 시의 지원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달 가까이 장사를 못한 노점상이 많은데. -젊은 상인들은 그나마 공사판에 나가 일이라도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그마저도 못한다.회현역 쪽에서 노숙하는노점상까지 생겼다.지금과 같은 상황이 1개월 이상 이어지면 청계천 노점상들은 다 망한다. 왜 개장이 늦춰지고 있는가. -지난달 10일 서울시 관계자와 협의 당시 시측에서 전기·수도·차양막 설치는 물론 광고와 각종 이벤트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그러던 서울시가 노점상간의 자리배정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 자리배정을 둘러싸고 노·노 갈등이 심각하다는데.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노점 위치에 신경을 많이 쓴다.하지만 그 때문에 개장이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애초 400명을 수용하기로 한 장소에 500명을 더 들여오기로 했다면 시측에서 부지를 더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그런데 시에서는 모든 책임을 상인들에게만 돌리면서 팔짱만 끼고 있다.시측이 ‘노·노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시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제공한 면적에서는 1000명이 장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부지만 더 나온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운동장일부라도 내줘야 한다.전기·수도시설 설치와 홍보지원 약속도 빨리 이행해 주기를 바란다. ■권종수 서울시 건설행정과장 서울시 권종수 건설행정과장은 “풍물시장 개장은 자리배정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풀린다.”면서 “서울시가 시장 개장에 소극적이라는 일부 노점상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장이 지연돼 상인 피해가 크다. -서울시와의 협의가 늦어져 500여명의 노점상이 뒤늦게 합류했다.미리 들어와 있던 상인들도 ‘늦더라도 모두 들어온 뒤 시장을 열겠다.’고 했다.예정대로 자리배정이 마무리된다면 이달 중순쯤에는 개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에 대한 노점상들의 불신이 적지 않은데. -분명히 해둘 것은 동대문운동장은 노점 철거 대가로 시측이 상인들에게 분양해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시에서 불법 노점을 철거해 보관하던 곳에 상인들의 생계를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임시방편으로 장사를 허락한 것이다.따라서 이건 애초부터 계약이나 협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수용인원이 배로 늘었으면 시에서도 추가 조치를 강구해야 하지 않나. -일부 노점상들이 견인차량 보관소를 내주기로 시가 합의해 줬다고 하는데 터무니없는 소리다.동대문운동장은 엄연히 공공부지다.공공목적으로 사용하는 주차장을 노점상들 때문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 시에서는 현재 도심 순환버스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곳을 노점상들이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을 조율중이다. 2005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면 노점상들은 어디로 가나. -관계부서에서 대체부지를 검토중이다.응봉역 주변 중랑천 둔치나 주말에 이용되지 않는 역세권 주차장,공터를 알아봤으나 현재로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공공부지인 동대문운동장을 일부 상인을 위해 제공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
  • “금융사고 주범은 감독시스템 결함”/중앙대 김대식교수등 ‘금융산업 발전방향’ 보고서

    “LG카드 사태나 SK글로벌 분식회계와 같은 금융위기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금융감독 시스템의 구조적인 결함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권한이 너무 집중돼 금융위기 등에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관치금융마저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카드사 및 가계대출 부실의 원인을 놓고 관련 당사자간 책임 떠넘기기식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나온 분석이어서 주목된다.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금융기관 직접감독권을 확대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동시에 나왔다. 김대식 중앙대 교수와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방향’이란 보고서에서 금융감독 시스템의 대대적인 수술을 촉구했다.보고서는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글로벌시대의 한국금융’에 실렸다. ●금감위·금감원 이원체제 부작용 김 교수 등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와 감독당국자들의 비리사건은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부문에 대한 감독정책 수립 및 집행권한이 금감위와 금감원에 집중된 탓”이라고 진단했다.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초 재정경제원의 금융감독 기능과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 등 기구를 통합해 금감위(정부기구·정책결정)와 금감원(민간기구·정책집행)의 이원(二元)체제로 만들었지만 부작용과 시행착오만 양산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인·허가 ▲건전성 규제 ▲법규준수 점검 ▲경영상황 평가 ▲퇴출 결정 등 감독업무의 모든 과정이 단일 시스템 속에서 이뤄지면서 특정부문에서 발생한 감독상 실수나 부조리가 다른 부문으로 쉽게 전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로 인해 검사결과에 대한 점검이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감독 실패가 발견되더라도 자기 책임을 면하기 위해 모른 척 덮어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등은 특히 감독기구 내부의 ‘보호주의’에 대해 경고했다.전·현직 직원들이 감독소홀로 문책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금융기관의 위법·불법을 적발했을 때,일부러 사태를 축소시키고 금융기관 징계수위를 낮추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LG카드 등에 대한 문제도 이런 관행 때문에 더욱 곪아터질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금감위·금감원 통합해 민간조직으로 보고서는 실질적인 금융감독 권한이 금감원보다는 금감위와 증권선물관리위원회 등 공무원 조직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김 교수 등은 “감독규제는 정치적 논쟁 대상이 될 때가 많기 때문에 중립성 확보가 절대적인데도 정부가 감독기구를 장악함으로써 관치금융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최근 사례에서도 금융기관 퇴출 등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음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금감위와 금감원을 영국의 금융청(FSA) 같은 공(公)법인 형태로 통합할 것을 권고했다.민간조직에 공권력을 위임하라는 얘기다.김대식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정책결정과 정책집행 기능이 분리돼 있으면 감독 실패의 원인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책임의식이 약해지고,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은의 금융기관 직접감독 권한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금융시장의 다양화·글로벌화 등으로 금융위기 발생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개별 금융기관의 유동성·건전성을 직접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김 교수 등은 “전 세계적으로 60% 이상의 나라가 금융감독 기능을 중앙은행에 주고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은행·증권 등을 통합해 단일 감독기구 형태로 운영 중인 나라는 일본·영국·스웨덴 등 10여개국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이런 나라들도 대개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을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균기자 windsea
  • [녹색공간] 상생은 상승이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모나지 않은 채,그렇다고 불거진 무엇처럼 요란스럽지도 않은 채 스미듯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절실하게 깨닫는다.구한말의 사상가인 최한기(1803∼1877)는 ‘기측체의’‘추기측리’편의 ‘자연당연(自然當然)’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자연이란 천지가 움직이는 이치이고,당연이란 사람들이 스스로 추측하는 이치이니,공부하는 사람은 자연으로 표준을 삼고 당연으로 공부를 삼아야 한다.”고 말이다.또 그 둘을 서로 잘 견주어야만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되물어 뜻을 새기면 그것은 서로의 분명한 입장에 대한 배려이며 동시에 그 독립적인 입장끼리 서로 어울림을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요즈음은 자연으로 표준을 삼기는커녕 오히려 당연을 절대적 가치로 삼아 우리 스스로 허물 짓는 일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듯하다.지난 한 해 동안 귓전에 맴돌았던 새만금사업이 그렇고 세밑을 달구었던 사패산 터널이나 천성산의 꼬리치레 도롱뇽 이야기들이 그러하다.곰곰 생각해 본다.우리들이표준으로 삼아야 할 것들을 가차없이 뭉개는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다.사람이 어찌 저 홀로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자연 또한 마찬가지다.아름다운 존재가 되기 위해선 서로의 존재에 대한 존경과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자연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언어와 사고를 지니지 못한 존재이므로 그것을 지닌 사람이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할 일이다.그들은 이미 자연이라는 존재인 것만으로도 우리들에게 넌지시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시인 김춘수가 ‘꽃’이라는 시에서 말한다.시인이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비로소 그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말이다.이는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를 탁월하게 표현한 것이다.그것은 다름 아닌 만남이다.자연과 사람의 만남.그것에 있어 김춘수의 시처럼 사람들이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은 어쩌면 지구상에 살아가는 존재로서 부여받은 책임과 의무에 가까운 것이다.하지만 우리는 그 의무와 책임에 대해 몹시 등한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연과 사람,그 둘이 서로 원만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어긋난다면 당장 자연이 헐벗고 파헤쳐질 테지만 결국 추해지는 것은 사람일 뿐이다.그것은 사람이 자연에 세를 든 세입자이기 때문이다.세입자는 빌려 쓰는 집에 대한 관리의 책임이 있는 것이며 본디의 모습을 함부로 바꾸거나 할 수 없는 것 아니던가.주인의 허락없이 집을 부수는 세입자는 그 집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자연과 우리와의 관계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자연에게서 버림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어찌 두렵지 않은가. 서로 어울려 사는 아름다운 상생은 곧 상승(上乘)이다.앞서 이야기한 최한기의 같은 책,‘추측제강’편에 ‘허물을 알면 고친다.(知過則改)’는 글이 있다.“자기의 허물을 아는 것이 남의 착한 일을 듣는 것보다 나으므로,오직 허물을 아는 것이 절실하지 못함을 걱정해야 하고,허물을 고치는 것이 빠르지 못한 것은 걱정할 것 없다.(知己之過 勝於聞人之善 故惟患之過之不切 不患改 知之不敏)”라고 했다.새해에는 이미 알고 있는 우리들의 허물을 고치는 해가 되어 천성산의 화엄늪에 꼬리치레 도롱뇽이 예전처럼 그렇게 무심히 살아 갈 수 있었으면 싶다. 그리하여 자연과의 상생은 곧 상승이라는 상식이 통하는 기쁨으로 가득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지누 시인·사진작가
  • 새해 부동산시장 전망/(상)주택

    새해 부동산 시장은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져들 전망이다.집값과 땅값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띨 것으로 점쳐진다.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가·오피스텔 청약도 수그러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새해 부동산시장 흐름을 두차례에 걸쳐 전망해본다. ‘집값 하향 안정속 전셋값 보합,거래 스톱’ 부동산 전문가들의 새해 집값 전망이다.‘10·29대책’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50만 가구 이상의 신규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정부의 투기억제정책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지방분권도 가속화되고 있다.따라서 올해는 지난해 말부터 잡히기 시작한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하락 굳히기 들어가 국토연구원은 올해 전국의 집값이 3%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5%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회복에 따른 소득증가,풍부한 유동성 자금,대체 투자상품 부족 등 집값 상승 요인도 있다.수도권 택지공급의한계,재건축 이주 수요 등도 무시할 수 없다.그러나 일부 상승 요인은 주택거래신고제 실시,양도·보유세 증가 등 ‘10·29대책’의 주요 내용들에 눌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전망이다.50만 가구 이상의 신규 입주 물량도 하향 안정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손경환 토지·주택연구실장은 “10·29대책 이후 아파트값이 매주 연속 하락하고 있으며,주간 하락폭이 0.1∼0.2%대로 연착륙하고 있다.”면서 “새해 집값은 하향 안정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 점차 강도를 높이고,칼날의 방향이 비싼 아파트,‘단타’거래자,다가구 소유자 등을 향하고 있다.시세차익을 노린 가수요를 잡아 아파트값 상승을 막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부풀려진 아파트값은 어느 정도 빠질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 전국 1%정도 떨어질 듯 전셋값도 안정세를 띨 것으로 점쳐진다. 국토연구원은 전국 전셋값은 1%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서울은 상승·하락요인이 섞여 있어 보합세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전셋값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지난해 서울지역 전셋값 움직임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7만 4898가구로 전셋값 안정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특히 입주 물량이 많았던 성북·관악·동작·서초·강서구 등에서 전셋값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하지만 입주물량이 적었던 중구·서대문구 등은 전셋값이 다소 상승했다.이런 추세라면 새해 서울지역 전셋값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올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5만 3000여가구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그러나 사실상 주거 기능을 띤 오피스텔 입주가 지난해 2만 2552가구에서 올해에는 4만 351가구로 급증,전셋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남구가 5201가구로 입주물량이 가장 많다.서초구에서도 3647가구가 입주 예정이다.수도권에서는 용인에서 3만 5268가구가 쏟아져 나오고 남양주에서 9729가구가 대기하고 있다. ●3월 거래신고제 실시땐 거래 ‘올스톱' 주택 거래는 당분간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3월부터 주택거래신고제가실시되면 매수세가 더욱 움츠러들 전망이다.10·29대책 이후 중개업소에는 거래가 모두 중단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김치영 공인중개사는 “10·29대책 이후 매매를 성사시켜보지 못했다.”면서 “신고제가 실시되면 정상적인 거래마저 끊길 것으로 보여 중개업소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택보급률 향상으로 무주택자가 줄어들고,임대 아파트 공급이 증가해 매수세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재산세 부담이 늘어나 주택 소유 욕구가 떨어지고,양도세 중과세를 걱정해 매물 증가도 예상된다. ●신규 청약시장도 침체 새 아파트 시장도 침체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이미 지난해 말 주택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 청약에서 입지가 떨어지는 곳에서는 미달이 이어졌다.수도권 1순위 청약 ‘제로’사태도 발생했다. 올해도 청약시장은 침체 늪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업체들의 청약경쟁률을 높이고 계약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도 다양해질 전망이다.사전 예약제와 마감재 보너스 시공 등의 조치가 확산될 것으로 점쳐진다.류찬희 기자 chani@
  • 美, 이란제재 잠정 완화/양국 관계개선은 불투명

    |워싱턴·밤(이란) 연합|미국 정부는 이란의 지진 참사 구호 활동을 돕기 위해 구호단체 등의 대 이란 지원과 관련된 제재 규정을 잠정적으로 완화했다. 미국은 또 엘리자베스 돌 상원의원을 대표로 한 고위급 공식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며,현재 이란 정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지난달 31일 “비상사태인 만큼 구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7일부터 90일간 지속될 이같은 포괄적 제재 완화 조치는 미국 기업들과 국민들이 구호에 이용되는 기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해 취해졌다고 미 재무부는 설명했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 국제개발처(AID)나 비정부기구(NGO) 등이 구호에 필요한 운송장비,위성전화,라디오와 개인용 컴퓨터 등을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가 추가로 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미국의 제재 완화로 두 나라는 일단 관계 개선을 위한 기초는 마련한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번 조치가 실제 관계 회복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쪽에서 “긍정적 움직임” “새로운 움직임” 등을 거론하며 관계 개선 가능성을 흘리고 있지만,이란은 잠정적인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환영하지만 이란에 대한 제재가 완전히 철폐돼야 새로운 양국 관계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구호 활동을 내세운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완화로 그동안 냉랭했던 미·이란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은 시동이 걸렸으며,향후 3개월간 양국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에 따라 관계 회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 당국은 1일 밤 시의 건물잔해 속에 갇혀 있는 생존자 구호활동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밝혔다.
  • 20·30代 현대작가 ‘8人8色’/호암갤러리 ‘아트스펙트럼’展

    박세진,정수진,박미나와 사사,이윤진,문경원,한기창,이한수.각기 다른 개성과 색깔을 지닌 여덟 명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서울 순화동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스펙트럼(Art Spectrum)’전은 20,30대 젊은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 양상을 살피는 전시다.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주목받되 너무 노출되지 않은 작가들을 발굴,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이 전시는 삼성미술관이 2년마다 개최하는 한국 현대작가 기획전으로 2001년에 이어 두번째다. 참여작가 중에서 최연소인 박세진(26)은 가장 전통적인 회화 장르로 간주되는 풍경화를 통해 동영상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안견의 ‘몽유도원도’ 배경을 연상케 하는 그의 풍경화는 독일 낭만주의 회화처럼 이상적인 원경을 표현한다.하지만 그의 그림은 세부적인 데까지 빠짐없이 다룸으로써 근접(zoom-in)과 망원이라는 두 가지 시야를 동시에 확보한다.종이에 수채물감과 버찌를 으깬 즙을 사용한 ‘장미도’ 같은 작품은 하나의 모티프를 반복하는 ‘연속회화’ 방식을 택해 회화의 절대적인 시공간을 극복한다. 2층 전시실 전체를 차지한 이한수(36)의 ‘팬시 니르바나(Fancy Nirvana)’는 녹색,빨강,주황의 플라스틱 보살상 500개로 구성된 미디어 설치작품.이 중 절반 이상에는 레이저 포인트가 설치돼 있다.작가에 따르면 이것은 해탈한 보살을 의미한다.디지털 기술과 가상공간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사회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전시기간 중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내년 2월29일까지.(02)750-7824. 김종면기자 jmkim@
  • 정동주가 말하는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민중의 恨·魂 다시 보듬을 것”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은 한국인의 삶을 뒤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앞만 보고 달리는 삶을 두고 우리는 뭔가에 쫓기듯 사는 삶,뒤돌아볼 겨를이 없는 삶,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곰곰 되씹어 볼 생각을 하고 있는 삶을 산다고들 한다.정신 없이 바쁘게 산다는 말로 압축시켜 볼 수 있겠다.바쁘다는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웬만한 잘못쯤은 면책시켜주거나 아예 문제삼지 않으려는 집단면죄부와 같은 능력을 지닌 것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바쁘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려니와 냉혹하게 말하자면 죄악에 속할 것이다.큰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말이다.한국인은 뭐든 잘 잊어버린다고 한다.망각증이라고도 하는 이 심리는 분명 한국인 특유의 자기중심주의 사고 방식이 낳고 기른 질병이다. ●허탈·부끄러움의 역사 참회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유리한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특이한 질병이다.지배계급일수록,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자일수록,권력이 있고 이른바 한국을 망해먹는 3연(緣) 즉 지연,혈연,학연이 치밀하게얽힐수록 망각증이 심하다.이 따위 엉터리 삶을 부끄럽지만 뒤돌아보고 참회하려는 것이다. 한국인의 삶 모두가 역사 안으로 들어와서 역사를 기록하는 닥나무로 만든 책갈피에 안겨 있는 것은 아니다.역사를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로 나누어 말할 때 앞의 것은 대개 지배자 중심이다.후자에 속하는 많은 것들은 역사의 책갈피가 아닌 강물이나 바람소리,풀잎이나 나무,물과 불,흙과 바위의 체온 속에 숨거나 기대어 한국인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다.그들의 삶을 불러내어 역사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 위한 시도가 ‘달빛의 역사’다. 그들의 삶 어떤 것은 귀신이나 도깨비가 되고,어떤 것은 전설이나 노래가 되어 한사코 한국인의 삶과 죽음 언저리를 기웃거리기도 한다.이것들은 절대적으로 신화가 될 수 없다.신화라는 이양물(異洋物)로 덮어 싸서 헐값으로 치워버리려는 서구적 태도는 그 저의가 아무래도 수상쩍어 보인다.알고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둔갑시키려 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국인은 잘못이 없는가? 중국 역사에 함몰된 중화사대주의자나 서구우월주의자 모두 ‘달빛의 역사’로 볼 때는 지배계급들이며 정사의 편에서 살다 죽고 싶은 이들이다.죽어서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역사 바깥에서 서성거리거나 웅크리고 있다가 잊혀져버리기도 하는 것이 달빛의 역사다.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달빛의 역사는 햇빛의 역사와 관계 있다.이것을 부정하는 것이 관제사학이다.한국 관제사학의 근원에는 중화사대주의와 친일사관이 숨어 있다.한국역사이면서도 한국사에서 추방당해야 하거나 폄하되고 무시되어온 것이 달빛의 역사다. 달빛의 역사는 이 땅에 발 딛고 하늘 이고 살아온 사람들의,다만 자연에 순응하고 노래해온 인간과 자연의 생생한 허밍 코러스다.그래서 아직 따뜻한 체온과 숨결이 남아 있다.눈물의 고뇌와 웃음의 향기가 살아 있다. 일년 동안 만나게 될 주제는 모두 90여 개이다.그중 몇 개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될 것이다. 맨 먼저 풀고 싶은 과제는 이른바 천불천탑의 성지로 불리는 운주사 석탑에 새겨져 있는 낯선 문양들의 의미다.어쩌면 이 문양들의 비밀이 풀려짐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지녀온 여러 생각들이 허탈과 부끄러움으로 결론지워지게 될지도 모른다. ●잠들지 못하는 편견·박해의 희생물 대원군의 편견과 오만이 빚은 천주교도의 대학살,영원을 꿈꾸는 자의 시간이 시작되는 미륵의 세계,보기 드문 인문적 감동의 명소이면서도 숨겨져 있는 역사와 문화의 남평문씨 마을,새뮤얼 무어 목사가 심어준 한국 천민들의 인권해방을 향한 기도,전쟁과 증오의 폐허에서 꽃 피운 화엄사상의 전설,한국 찻그릇의 미학을 빚은 젊은 사기장들,차별 없는 삶을 꿈꾼 스승들,조선의 사랑을 온몸으로 노래하며 떠나간 논개와 그 후예들,김시습이 일본 차문화에 끼친 불멸의 정신사,목 없는 불상들이 전하는 조선 유학생들의 이념과 시위문화,임술년 진주농민항쟁과 오늘의 한국농민들,편견과 증오의 상처를 통해서 읽는 파괴와 자기 부정의 역사인 양주 회암사지의 교훈,외로움과 절약으로 산 여성운동사의 한 증거,이도차완의 비밀과 미륵사상,초의가 침묵으로 외친 조선은 중국보다 못하지 않다는 교훈,서포 김만중의 유배지 파도소리로 다시 읽은 구운몽,남한산성에 숨겨진 종교 박해사,한국은 일본 차 문화와 중국 차 문화의 식민지 등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일궈왔으면서도 지배계층의 이념이나 편견에 매몰된 채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애절하고 그리운 옛일이면서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참회하게 하는 부끄러움들을 만나보고 싶다. 대부분 한국인 역사의식의 수면 아래서 잠행하고 있는 이 대단한 비밀 아닌 편견과 박해의 희생물들은 우리를 용서하기 위해 잠들지 못하고 있다.더는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전쟁과 이별,기구한 삶과 죽음의 기록 혹은 그림들은 숨길 수 없는 한국인의 자화상이면서 그리운 것들로 쌓여온 역사의 원천이자 문화의 양식이다. 살아서 먼 길을 걸어 죽음 너머의 시간에 닿기 위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다면,그 노래 듣기를 원한다면,먼저 차별의식을 극복해야 한다.성,신분,지역,소유에서 차별의식이 남아 있는 한 그대는 영원히 인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무어 목사의절규 앞에서 과연 우리는 떳떳한가? 인간의 아름다움을 본 이는 그 자리에서 천국을 볼 것이라는 그의 말이 오늘날 한국인에게 어떤 교훈으로 다가올 것인가.햇빛으로서의 지배자가 아닌 달빛에 물들 뿐인 피지배자의 낮은 삶과 고요한 죽음이 때로는 우리를 지나온 길로 뒤돌아보게 한다. ●지나온 길 되돌아 가는것도 여행 지금 한국인은 너무 바쁘다.바쁘기만 한 삶에서는 그윽한 향기를 만들기 어렵다.향기 없는 삶은 거칠고 단조롭다.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역겨울 수 있고 귀찮은 존재이기 쉽다.그것은 인생을 다만 분주하게 살 뿐이다.시끄럽고 무의미하다.그래서 새로움을 느끼게 하고 나를 그 위에 싣고서 더욱 새로워져 모두에게 새로움을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그것의 절반은 내가 스쳐 지나온 길 위에 놓여 있다.잠깐만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자.지나온 길로 돌아가는 것도 여행이고 나그네 길이다.잘만 돌아가면 그것만큼 진보하기도 어렵다.그리고 새벽을 기다리자.깨어 있어야 새벽을 본다.집이 아닌 들길이나 산길에서 밤을 맞으면 달빛은 더 아름답다.집이어야만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오래도록 눈비 맞고 자란 슬픔을 만나려면 눈비 내리는 들길에 서야 옳다.슬픔을 지나야 문화가 보인다. 슬픔은 인간의 조건이니까.달빛을 쪼이고 슬픔을 캐는 여행이 될 것 같다.
  • 국내 파장/조류독감 이어 ‘광우병 공포’

    조류독감 파동으로 닭과 오리고기 소비가 뚝 끊어진 가운데 소비자들은 쇠고기마저 마음대로 먹기 어려운 형편에 놓였다.특히 국내에서 수입하는 식용 쇠고기의 68.2%가 이번에 광우병 우려가 제기된 미국산이어서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쇠고기의 68%가 미국산 24일 농림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쇠고기 공급물량은 45만 7700t으로 이 가운데 69.4%(31만 2000t)가 수입산이다.여기에 햄 등과 같은 외국산육류의 가공식품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소비자는 육류의 절대 소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올들어 11월 말까지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22만 9785t으로 금액으로는 8억 1439만달러어치가 수입됐다.이밖에 호주산이 7만 2324t(1억 8053만달러),뉴질랜드산이 2만 6713t(6559만달러)이다.지난 2001년 광우병이 발생,한때 수입이 금지됐던 캐나다산도 8003t(2049만달러)이 들어왔다.정부는 광우병,구제역 등 치명적인 가축질병 파동을 피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 노력을 기울였으나 국내의 육류소비가 해마다 5% 이상증가하면서 아직까지 미국산에 절대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쇠고기 수입액 규모에서 우리나라는 이탈리아,미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 수입국이다. ●관련업계 불똥 이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견 사실이 전해지면서 대형 할인점 등 유통업체는 즉각적으로 매장 재배치에 착수했다.쇠고기뿐만 아니라 그동안 판매장 재배치를 미루던 닭고기와 오리고기에 대해서도 판매장을 축소 또는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이날 오후부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주문을 전면 중단하고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의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또 전체 수입 쇠고기 판매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매장 판매를 중단했다.홈플러스도 미국산 쇠고기의 주문을 중단하고,매장에서 전량 철수시키는 대신 한우와 돼지고기 판매전략을 대대적으로 펴기로 했다.롯데마트는 25일 일주일 판매분량의 호주산 쇠고기 40t을 긴급투입하기로 하고 호주 현지에서 추진중인 자체 소사육 농장 마련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외식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TGI프라이데이스는 스테이크 등 쇠고기를 넣은 메뉴에 미국산 쇠고기 대신에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베니건스 등은 판매점 밖에 호주산 쇠고기만 사용한다는 점을 홍보하기로 했으며,맥도널드측은 “처음부터 호주산 쇠고기와 태국산 닭고기를 공급받고 있어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미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예상 밖으로 장기화되면 국내 피혁시장도 위협을 받게 된다.피혁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세계 피혁시장이 미국산 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미국 현지에서 자국산 가죽의 판매를 중단한다면 한 해 수출액이 13억달러에 달하는 국내 가죽제품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아울러 소의 골분 및 추출물이 원료로 들어가는 수입화장품과 의약품,식품 첨가물과 가공식품 등도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운기자 kkwoon@
  • [대한포럼] 대학별 필답고사 공론화를

    요즘 대학별 필답고사가 쟁점으로 달아 오르고 있다.규제개혁위원회가 대학입시에서 필답고사를 규제하고 있는 교육부 조치를 사실상 재검토하도록 권고한 게 도화선이 됐다.규개위는 필답고사 규제 필요성이나 목적 부합성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대학 자율권인 학생 선발권마저 제한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붕괴된 공교육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교육혁신에 대한 사회적 기대도 필답고사 부활 공론에 탄력을 보탰다. 대학별 필답고사는 도탄에 빠진 한국 교육만큼이나 파란만장한 변화를 겪었다.1981년까지만 해도 대학은 신입생을 뽑으면서 당연히 본고사라는 필답고사를 치렀다.그러다 1982학년도에 대입학력고사가 도입되면서 필답고사는 중단된다.그리고 12년이 지났고 대입학력고사를 대신해 지금의 수능이 등장하면서 대학별 필답고사가 일시 부활했다.그리고 4년이 지나자 국립대의 필답고사가 제한되더니 2002학년도부터는 사립대마저 금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교육부가 필답고사를 금지한 첫번째 명분은 국어·영어·수학 위주의 비슷한시험을 중복해서 치르게 되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고교에서 국어·영어·수학의 수업 비중이 높다 보니 학생부 성적도 국·영·수 성적이요,수능시험 역시 국·영·수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데 국·영·수 위주의 필답고사마저 치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그래서 논술이나 면접 구술시험 혹은 적성시험은 허용하면서 필답고사는 제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반론은 즉각 나온다.일선 고교의 국어,영어,수학 수업 수준은 낮아 학원을 다녀야만 수능을 치를 수 있는 형편이고,또 수능마저 대학에서 필요한 수학능력을 제대로 판별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서울대학교마저 새학기만 되면 합격생을 대상으로 영어나 수학 과외를 하는 북새통을 치러야 하는 형편이 아니냐는 것이다.대학 강의를 받지 못할 학생들을 걸러 주지 못하는 시험은 이미 시험으로서 몫을 잃었고 따라서 대학별 필답고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필답고사 금지의 두번째 명분은 사교육 문제다.필답고사를 허용하면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국·영·수 과외를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한다.반론은 숨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한 해에 사교육비는 13조 6000억원으로 한 해 교육예산의 54.8%에 이르고,초·중·고교생의 72.6%가 학원이나 과외를 하는 판에 사교육 운운은 핑계를 위한 핑계라는 것이다.오히려 필답고사를 허용한다면 사교육이 크게 완화된다고 반박한다.지금처럼 수능 과외만 하면 내신 과외를 안 해도 되듯 필답고사 과외만 하면 내신이나 수능은 물론 논술 과외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이번엔 필답고사를 치를 만한 대학이 몇이나 되느냐고 반격한다.물론 자체적으로 필답고사를 출제하고 관리할 만한 대학이 많지 않을지 모른다.그러나 조금만 생각의 폭을 넓히면 길은 보인다.지역적으로 가깝거나 수준이 엇비슷한 대학들끼리 공동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다.문제는 필답고사를 쥐고 있는 주먹을 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느냐일 것이다.국민 세금으로 대학에 돈을 배분하는 업무를 못하게 될까봐 주먹을 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 교육을 이 지경으로 몰고온 ‘교육 권력’들은 빈사 상태의 한국 교육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대학별 필답고사를 허용하면 한국 교육이 소생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패러다임으론 한국 교육이 절대 회생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길이 막혔으면 돌아가는 게 순리일 것이다.이젠 대입 필답고사 규제를 푸는 문제를 즉각 공론화해야 한다.교육의 낡은 패러다임도 바꾸고 대학의 자율권인 학생 선발권도 되돌려 줄 일이 아닌가.결단이 섰다면 서두르는 게 지혜일 것이다. 정 인 학 논설위원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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