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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사회의 응집성이 걱정이다/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 교수

    며칠전에 영문학을 하시는 한 선배교수께서 퇴임하셨다.전공분야도 달라서 자주 뵙지 못하던 분이었지만 퇴임식 자리에서 힘주어 말씀하시던 내용은 필자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였다.그중 한 가지는 영국에 관한 것인데 스코틀랜드,잉글랜드,웨일스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욕구수준을 갖고 있으면서도 영국은 나라를 조화롭게 경영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산술적인 총합을 넘어서는 정치경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씀이다.또한 국왕과 계급제를 유지하면서도 자유와 평등을 절묘하게 조화시켜나가고 있다고 하셨다.반면에 우리는 단일문화,단일민족이라는 습성에 포획되어 남을 인정하지 못하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 반목하고 질시하는 행태가 만연하게 되었다고 가슴아파하시는 듯했다.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요즈음의 어려운 경제에 대한 해결방법,과거사정리,국가보안법의 개정·폐지 논쟁 등을 둘러싼 정치세력간의 분리주의적인 대응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노교수의 가슴과 머리에서 정리되면서 전공하신 문학말씀 대신 사회비평을 하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어수선하다고들 한다.얼마 전 아침에는 미국에 사는 친구가 최근 한인타운의 부동산시장이 활황인데 투자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하더니 저녁에 만난 어느 장애인부모는 한창 일할 40대말에 아이 교육을 위하여 캐나다로 이민가기 위하여 집을 내놓았는데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어딘가 나라가 잘못되어 가도 한참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국가와 사회의 건전운행을 위하여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의 응집성이 급격히 이완되는 것 같다.여야로 깔끔하게 나눌 수도 없을 만큼 이념과 지역이 뒤엉켜 짜여진 우리의 정당구조에서 생성되는 정치세력간의 불신과 피해의식,기업주와 노동자 그리고 정부간의 불신,인터넷세대와 기성세대간의 상호 의구심 및 불신,국내의 확실성을 버리고 외국의 불확실성을 택하면서까지 기업과 자금을 해외로 들고 나가는 이들의 현실부정 등의 뿌리까지 파고들어가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할 때라는 긴박감마저 든다.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자기주장을 하는 각각의 주체 간에 소통이 단절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인터넷 광장에서 기성의 질서와 다른 ‘동굴속의 집회’를 자주 갖는 젊은이들과 그러지 못하는 분들 간의 소통단절,본원적 권력의 주체가 변한 후 언론,타 정파,사회구성의 타 세력 간에 형성된 소통단절,장애인·노인 등 소외계층이 느끼는 사회적 절벽감,기업하는 사람들이 공권력과 정책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분배론의 힘을 빼는 현실경제 앞에서 노동운동세력이 체험하는 무의미감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지점에서 소통의 장애가 누적되고 있다.이것이 결국은 국민 전체가 공적 공간의 사회인이라는 공유의식을 상실케 하고 있는 것 같다.개인들이 각자가 파놓은 논리적 참호에서 나와 공적 공간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소통의 장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이해가 서로 다른 ‘현존하는 타자’들이 한자리에서 긴장을 유지하며 어떠한 결론을 도출시켜 나가는 장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어쩌면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에 ‘나라소통위원회’같은 것을 두고 이 나라의 힘을 빼고 있는 소통장애를 진단하고 치유를 위한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대통령산하에 각종위원회들이 활동하고 있으나,본원적 권력은 그 속성상 편안한 사람들끼리의 참여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어 외부에 동업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를 위하여 사회의 어른들이 나설 때가 된 것 같다. 퇴임식장을 나가시던 노교수의 뒷모습은 마치 ‘혼자서만 거주하는 세계를 건설하려는 인간은 인간의 속성을 상실한,차라리 신과 같은 존재다.’라고 역설하고 있는 아렌트의 진지한 얼굴 같았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 교수
  • [차이나 리포트 2004] (23) 석유를 잡아라

    [차이나 리포트 2004] (23) 석유를 잡아라

    고유가 시대를 맞아 중국의 석유문제는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일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불안요인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석유수급 악화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글로벌 경제,나아가 국제 정치에까지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친다.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경제는 물론 안보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중국의 석유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2위 석유소비국 부상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인한 석유수입의 급증으로 세계 석유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2003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으로 부상했다.2003년 세계 원유소비 증가(1.9%)에 대한 중국의 기여율은 31.2%이다.미국(21.1%)과 일본(6.9%)을 크게 상회했다. 중국은 지난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5대 석유(원유·석유제품 포함) 수입국이 됐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석유 사용량 중 중국 비중이 90년 3.5%에서 2000년 6.2%,2004년 7.6%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이 중국 때문이라는 국제여론에 대해 중국은 신경질적인 반응이지만 이라크 정세불안,OPEC의 감산 결정과 중국의 경제성장이 맞물려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석유문제는 빠르게 증가하는 석유 수요를 생산이 따라잡지 못하는데 있다.현재 중국의 석유 확인매장량은 183억 배럴이며 석유생산의 80%이상이 육상 유전에서 생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유전은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지만 모두 노후화돼 원유생산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중국 총 원유생산량(하루 300만배럴)의 30%인 하루 100만배럴을 생산하는 다칭(大慶)유전의 경우 생산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의 석유공업단지 다롄 중국정부의 석유 안보정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도시가 다롄(大連)이다.랴오닝(遼寧)성 동쪽 반도 서남단에 위치한 이 도시는 최근 ‘대다롄건설(大大連建設)’ 계획을 발표하고 중국 최대의 석유 공업단지로 재건설한다는 입장이다.다롄시는 지난해 초 뤼순(旅順)시 솽다오만(雙島灣)에 위치한 석유화학 공업단지에 5억3000만위안(800억원)을 투자,중국 최대의 30만t급 원유 부두를 새로 건설했고 석유정제능력 확충과 송유관 건설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 개혁위원회는 금년초 4개의 국가전략석유 비축기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하고,다롄과 광둥지역을 우선 건설지역으로 선정하였다.왕청민(王承敏) 다롄 부시장은 “석유화학 관련 프로젝트들이 마무리되면 다롄시는 중국석유 안보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동북아 지역의 석유 제품교역 중심센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처럼 중국정부는 미약한 국내석유생산 능력을 보완하기 위하여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석유증산 대책으로 ‘서부대개발’ 프로젝트하에 내륙 유전의 신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등 서부지역은 방대한 에너지 가채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개발,수송,인력배치 등 인프라가 미비한 상태이다. 해저 유전개발도 새로운 대안이다.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의 왕옌(王彦) 광구탐사 매니저는 “중국석유생산의 80%를 담당하는 육상유전의 생산량감소가 심각하기 때문에 향후 중국의 석유안보를 위해서는 해양유전에 전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중국은 현재 발해만,남중국해,동중국해 등에서 유전개발을 추진중이지만 아직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2% 에 불과하다.향후 영유권 분쟁의 소지도 있어 쉽지만은 않다.현실적인 방안으로 중국은 해외석유개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석유 순수입국으로 전락한 1993년부터 시작된 해외 석유개발은 초기 소규모 유전매입 방식에서 1997년 이후 대규모 투자로 전환했다. 2000년 이후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Sinopec),중국해양석유공사 등 3대 국영석유회사를 통해 공격적인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석유외교 97년 수단에서 확인 매장량 2억2000만 배럴규모의 유전을 60억달러에 매입했고,카자흐스탄에서는 매장량 8억배럴규모의 악튜빈스크 유전을 43억달러에 매입했다.현재 카스피해,아프리카,아시아,남미,중동 지역의 약 16개 국가에서 유전의 지분 및 석유개발권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유전 매입가격이 시세보다 상당히 높았다는 점에서 국제 석유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특히 아제르바이젠 유전 매입가격은 차점 입찰자보다 40%가 높다.중국이 석유안보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중국의 공격적 유전 매입은 중국수뇌부의 적극적인 ‘자원외교’가 뒷받침하고 있다.97년 리펑(李鵬) 당시 총리는 카자흐스탄을 방문,초대형 유전인 우젠유전을 확보하기 위해 6000km 파이프라인 건설계약에 서명했다.2001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동시베리아 앙가르스크 유전에서 중국까지 잇는 파이프라인 건설(17억달러 규모)에 합의했다. ●동북아 에너지 협력 강화해야 에너지 자급도가 낮은 동북아 지역이 ‘중국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주변 국가들간 상생의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우선 한국과 중국 등 에너지 소비국과 러시아 및 몽골 등 자원 보유국간 협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동북아에너지 협력체’의 신설에 역내국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대적이다.동북아 지역의 석유제품 교역 활성화는 물론 석유 이외에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원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 추진도 확대되어야 한다. 중국의 석유안보 확보를 위한 노력이 불필요한 경쟁과 분쟁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중국과 주변국들 모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롄 김성진 중국 사회과학원 방문연구원 (산자부 서기관) sungjinkim15@hanmail.net ■ 원유수입 중동 의존도 커 미국과 충돌 가능성 상존 중국의 필사적인 석유확보 노력은 필연적으로 초강대국 미국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중동의 석유확보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갈등도 점차 불거지고 있다.중국의 심각한 고민은 원유 수입량의 50% 이상이 중동산이라는 점이다.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회원국 담당자인 노리오 에하라(Norio Ehara)는 “2010년 중국의 석유수입 중동 의존도는 70%를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은 미국이 걸프지역의 에너지 자원을 통제하기 위해 패권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것은 중국의 중동 석유시장 진출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미국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행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잠재적 적대국인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은 최근 새로운 유전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카스피해와 아프리카를 석유안보를 위한 전략지역으로 설정,진출을 확대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미국은 카스피해에 대한 독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 거점구축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이들 지역에서 아직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양국간 경쟁과 충돌의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최근 미국의 국가에너지정책(NEP) 보고서가 “앞으로 국제 에너지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중국의 석유안보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미국과의 갈등 해결이다.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런하이핑(任海平) 국제전략연구실 주임이 “중국정부는 석유 확보 과정에서 미국과의 전략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에서 중국의 고민이 읽혀진다. 중국의 해양석유개발도 주변국과의 군사적 충돌 위험성을 높여주고 있다.베트남과의 분쟁지역인 남사제도(南沙諸島)와 일본과의 분쟁지역인 조어대(釣魚臺)등이 대표적이다.한국과는 서해 및 남해 대륙붕 경계선을 놓고 분쟁을 일으킬 소지도 있다. 최근 중국 군함이 군산 앞바다에서 작업중이던 우리 석유 탐사선에 접근,무력 시위를 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아시아 에너지 문제 전문가인 미국프린스턴 대학의 켄트 켈더 교수는 “중국이 석유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력에 의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 김성진 중국 사회과학원 방문연구원 (산자부 서기관) sungjinkim15@hanmail.net
  • [아테네 2004] 젊은 피로 도약하라

    ‘한국 스포츠,젊은 피를 수혈하라.’ 한국은 30일 끝난 아테네올림픽에서 종합 9위로 8년만에 ‘톱10’에 진입,절반의 성공을 거뒀다.하지만 4년 뒤 베이징올림픽을 생각하면 안도할 처지가 못된다.중국은 이미 안방 올림픽에 대비해 강도 높은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중국의 발빠른 행보는 각 종목마다 숙명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한국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차기 대회에서 사상 첫 종합 우승을 노리는 중국은 자존심에 상처를 준 탁구와 배드민턴에서 설욕을 꾀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텃밭인 양궁과 태권도에서도 ‘타도 한국’을 외쳐 한국은 자칫 중국 돌풍의 최대 피해국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따라서 한국 스포츠의 세대교체는 시급히 서둘러야 할 당면과제인 셈이다. 최강 덴마크와 2차 연장전까지 가는 눈물겨운 사투 끝에 아쉽게 패한 여자 핸드볼.국민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긴 이들의 한가운데 ‘아줌마 부대’가 있다.일본에서 활약 중인 임오경(33) 오성옥(32),그리고 골키퍼 오영란(32)이다.30대를 훌쩍 넘긴 이들은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후배들을 이끌었지만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게다가 주포인 이상은과 허순영(이상 29)도 차기 대회에 나서기에는 버거워 대폭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배드민턴 남자복식 금·은메달을 거머쥔 김동문-하태권(30)과 이동수-유용성(31)조도 나란히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아쉽게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한 나경민(29)도 태극마크를 반납한다.이들의 퇴진은 예고됐지만 현실을 감안할 때 중국과 맞설 차세대 재목감이 마땅치 않은 게 고민이다.여자배구도 올림픽을 겨냥해 노장 중심으로 팀이 급조됐다.최고참 구민정(31)과 최광희 장소연 강혜미(이상 30) 등은 사력을 다했지만 나이 탓에 8강에 만족해야 했다.여자 농구도 이종애(29)와 조혜진(31) 김영옥(30) 등 노장이 많아 수혈이 절실하다. 구기종목뿐만 아니라 레슬링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의 간판인 김인섭(31) 문의제(29),펜싱 에페의 이상엽(32) 김희정(29),마라톤의 이봉주(34) 등도 체력적 부담을 절감한다.성공적인 세대교체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사격,복싱 등과 대비된다. 큰 대회가 끝나면 종목마다 대표팀의 대폭 수술로 재도약을 꿈꾼다.그러나 저변이 약한 한국으로서는 걸출한 신예 탄생을 언제까지 기대할 수 없고,‘헝그리 정신’을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안정된 지원 속에 체계적인 훈련을 하는 것이 해법이다.배드민턴의 한 관계자는 “젊은 선수들이 정상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수와 지도자의 노력은 물론 국민적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수시 합격 준비요령

    ‘지망 대학에 맞는 맞춤형 입시전략을 세워라.’ 2005학년도에 이어 7차 교육과정이 두번째로 적용되는 2006학년도에서도 수시모집이 관건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시모집 정원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들은 수시모집 전형 요소인 ‘학생부+면접·논술고사’ 등에 역점을 두고,각 희망 대학·모집 단위별로 학습전략을 짜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학생부는 수시모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수시모집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만으로 모집 정원의 2∼3배수를 선발한다.따라서 3학년 1학기까지 학생부 성적을 꼼꼼히 관리하는 게 좋다.또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관심을 갖고 준비하는 게 좋다.정시모집은 학생부의 실질 반영비율이 적지만 교과 영역을 중심으로 반영한다. 수능시험은 정시모집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2005학년도에는 수시 2학기 모집에서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54개나 된다.대학에 따라 반영 영역이 다른 만큼 희망 대학의 모집단위가 요구하는 영역과 과목에 집중해야 한다.대부분 대학은 3∼4개 영역을 반영한다.2005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언어,외국어,수리영역 중에서 2∼3개 영역과 사회·과학·직업탐구 중 1개 영역을 선택하는 ‘2+1’,‘3+1’의 방식이 많다.그러나 처음부터 특정 영역만 준비해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것보다 희망하는 대학군을 한데 묶어 준비하면 좋다. 이영덕 대성학원 상담실장은 “진로를 미리 결정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필요한 학습 계획을 세우는 전략이 좋다.”고 조언했다.심층면접·논술은 수시에서 비중이 높다.대학에 따라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논술은 일부 대학은 수시·정시모집에서 모두 시행한다.반영 비율은 낮지만 비슷한 점수대의 학생이 몰리면 당락을 좌우한다. 두 시험 모두 짧은 시간에 준비하기는 어렵다.희망 대학의 기출 문제를 확인한 뒤 신문과 잡지 등으로 시사·쟁점 등을 정리하고,견해를 적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심층 면접은 인문계라면 영어 독해,자연계라면 수학과 과학을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논술은 각 대학의 논술 요강에 맞추어 쓰는 연습을 해두면 도움이 된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與野 ‘싱크탱크’ 대해부] 중장기 정책개발…국가·당 ‘업그레이드’

    [與野 ‘싱크탱크’ 대해부] 중장기 정책개발…국가·당 ‘업그레이드’

    ‘브루킹스와 헤리티지 재단을 꿈꾼다.’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처럼 세계적인 싱크탱크의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열린우리당은 ‘열린정책연구원’이란 이름의 싱크탱크를 개설했고,한나라당은 기존의 ‘여의도연구소’를 확대개편한 싱크탱크를 곧 발족할 예정이다.물론 이렇게 해야만 하는 외부환경이 큰 이유다.지난 3월 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라 각 정당은 중앙당에 별도 법인으로 정책연구소를 설치해야 하며,국고보조금 총액의 30%를 정책연구소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돈 못쓰게 하기’ 일변도의 개혁바람이 정치권의 목을 조이는 시대에 연간 수십억원을 뭉터기로 쓸 수 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하지만,역으로 이것은 정치권이 ‘도덕적 해이’를 범하지 않도록 각별한 감시체제를 가동해야 하는 이유도 된다. ■ 우리당 ‘열린정책연구원’ “정말 피곤해서 못살겠습니다.안면 한번 없는 교수들이 맨날 이런저런 정치현안 관련 보고서를 들고 찾아와 읽어봐달라고 애걸하니….” 지난 2001년 어느 날 A당의 유력 대권주자이던 B씨의 한 비서관은 기자에게 이렇게 푸념했다.B씨의 눈에 들어 나중에 ‘자리’라도 하나 차지할까 싶어 찾아오는 교수들을 문턱에서 돌려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무차별 줄서기가 관행으로 지배했던 ‘1인 보스시대’ 우리 정치의 슬픈 자화상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6일 발족한 ‘열린정책연구원’을 통해 이런 구태를 내다버리겠다고 호언하고 있다.원장인 박명광 의원은 “진보성향의 학자는 우리당,보수적 학자는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에 연구위원으로 참여해 정책대결을 벌이고,대선 결과에 따라 그들이 자연스럽게 행정부로 진출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미국 민주당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를 모델로 거론했다. ●진보성향 학자들 대거 참여 열린정책연구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당내 인사 7명과 외부 인사 7명으로 구성되며,이사장인 당의장(당연직)까지 합쳐 총 15명이다.연구원의 사조직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사의 절반을 외부 인사로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외부에서 온 이사에는 한상진·이태일·이호일·장하진·임혁백·조기숙 교수 등 진보적 색채의 학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실질적 업무는 원장과 부원장,연구위원장 등으로 이뤄진 ‘운영위원회’에서 관장한다.부원장으로는 ‘연구담당’과 ‘교육담당’ 등 2명을 둔다.연구원의 업무가 크게 연구와 교육으로 나뉜다는 뜻이다.연구담당 부원장 밑에는 통일·외교·안보 연구위원회,민생경제 연구위원회,정치행정 연구위원회,사회복지 연구위원회 등 4개 위원회가 포진한다. 각 위원회 별로 20명의 연구위원이 배속된다.이들 연구위원의 절반가량은 외부 학자·전문가로 구성된다.박명광 원장은 “많은 학자들이 앞다퉈 연구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담당 부원장은 당원교육연수센터,정치아카데미,민주시민교육연수센터 등의 조직을 관장한다.상근 직원은 연구직 20명과 행정직 10명을 포함해 30명선이고 비상근까지 합하면 100명 규모다.여기에 외부 자문위원 300여명이 걸치고 있다.외연을 최대로 잡으면 400여명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식 대중 정치교육 주력 열린정책연구원은 미국식 싱크탱크보다는 독일식에 가깝다.브루킹스,헤리티지 등 미국식은 재원의 거의 전부가 기부금 등으로 운영되는 민간 재단이다.따라서 정당의 구속력이 절대적이지 않다.실제로 브루킹스 연구소는 최근 중도성향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어 민주당측을 긴장시키고 있다.반면 이념적 색채가 강한 독일식 싱크탱크는 거의 전 재원이 국고보조금이다.사회민주당의 에베르트 재단과 기독교민주당의 아데나워재단은 98% 이상이 국고 보조다.열린정책연구원이 지향하는 진보성향의 에베르트 재단은 1년 예산이 150억원에 이른다.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은 정책개발과 인재풀 양성 기능이 뛰어나지만,민간 자본의 지원을 받고 있어 정경유착 근절이 과제인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업무면에서도 열린정책연구원은 독일식에 가깝다.미국식 싱크탱크의 업무는 주로 정책연구이지만,독일식은 전국에 수백개의 지부를 두고 대중 정치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박명광 원장은 “우리가 정책 뿐 아니라 교육을 중시하는 것은 정책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와의 뚜렷한 차이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관련,정치권 관계자는 “독일의 싱크탱크는 재원을 국고에서 보조받는 대신 공공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연구성과를 국민과 공유하며 시민들을 상대로 한 정치교육을 활발히 하고 있다.”면서 “열린우리당도 열린정책연구원을 당 조직이라기 보다는 공공재로 여기고 국민에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지금은 공사중입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여연)의 홈페이지 문구다.하지만 ‘대공사’의 대상은 홈페이지만이 아니라 여연 전체다. 여연은 지난 95년 2월15일 ‘현안과 중장기 청사진 구축’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닻을 올렸다.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일시적 여론조사나 한시적인 현안 처리 등 당 총재나 대통령후보를 보좌하는 기능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하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 거듭날 예정이다.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라 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총액의 30%를 1년치 예산으로 확보,안정적인 재원확보 시스템을 갖춘 게 큰 토대다. ●무엇을 하나 대한민국과 당의 선진화라는 종합적 청사진을 위해 중장기 비전과 정책,기획전략을 개발한다는 목표다.2007년 대선에서 51% 득표로 정권을 창출한다는 이른바 ‘5107’프로젝트에 걸맞은 다양한 중장기 전략을 준비한다.수시로 여론동향을 체크해 정세를 분석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당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홍보에 주력하는 게 연구소의 기능이다. 박형준 여연 부소장은 “현안 중심의 대응보다는 당 안팎의 잠재력을 키워 다방면의 인프라를 구축,‘준비된 수권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또 외교·통일·안보,정치와 행정,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별 정책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당과 당의 외곽을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가교 역할을 할 계획이다. 박재완 여연 부소장은 “그동안 당 정책의 사각지대였던 지역과 저소득계층에 대한 연구,거시적·중립적 관점에서의 정책 개발,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당 외부의 지식인과 전문가그룹,시민·사회단체들과 연계해 지식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청사진을 내놨다. ●누가 일하나 여연을 이끄는 사람은 박세일 소장과 박재완·박형준 부소장 등 이른바 ‘3박(朴)’.이들 모두 초선 의원이다.세 의원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다.박세일 소장이 94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맡은 뒤 재정경제원 세제실의 박재완 사무관을 보좌관으로 차출해 96년까지 함께 일했다.그 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박세일)과 정책위원장(박재완)으로 호흡을 맞췄다.동아대 교수 출신인 박형준 의원 역시 박세일 수석이 주도했던 교육개혁,세계화 등 청와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을 맡은 이사진에는 당내외 주요인사가 포진했다.당내에서는 김형오 사무총장,이한구 정책위의장,박세일 소장,박진 국제위원장,유승민 제3정조위원장,원외의 곽영훈 ‘사람과 환경 그룹’ 회장 등이 이사로 활동한다.당외 인사로는 유임된 김태련 전 이화여대 교수에다 새로 홍성걸(국민대 행정학과)·안중호(서울대 경영학과)·김용호(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가세한다. 연구소 실무는 살림과 대외 협력을 맡을 운영본부와 정책기획실·정무기획실 2실 체제로 가동된다.운영본부장에는 지난 4·15 총선 때 안양에 출마했던 정진섭씨를 영입했고,9월에 20명 안팎의 연구원을 선발한다.정무기획실은 정세분석과 여론조사,홍보 등의 역할을 맡고 정책기획실은 외교통상·안보,재경,사회·문화 그리고 정치행정 등의 팀체제로 나눠 분야별 지식 인프라를 구축한다. ●당내 위상은? 당 정책위원회나 전략기획본부와 업무가 겹쳐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정책위원회나 전략기획본부는 현안 중심으로 여권에 대응,순발력있는 원내 정책을 결정하고 개발한다.반면 여연은 중장기 전략과 정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박형준 부소장은 “정책위가 현안을 분석하는 TF팀 같은 것이라면 연구소는 상시적 연구체제에 비유할 수 있다.”라면서도 “두 기구가 분리되지 않고 만날 수 있다.”고 일체감을 강조했다. 당 일부에선 여연에 대해 ‘초선의원 셋,게다가 모두 학자 출신이 모여서 뭘 할까.’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대부분은 여연의 튼실한 결과물이 어젠다 선점 기능이 약한 당의 치명적 약점을 메워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대입전형 개편안] 학생부성적 공정성 확보 난제

    교육인적자원부가 마련한 대입제도 개선안은 일선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를 해소하는 동시에 재수생을 감소시키는 순기능이 기대된다.학생부가 강화되는 만큼 기존의 공교육도 ‘좋은 학생으로 가르치기’ 경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전보다 높아졌다. 교육부는 무엇보다 새 대입 제도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의 인재 양성과 사교육비 경감을 대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새 대입제도가 교육부의 기대대로 일선 교육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교차한다.무엇보다 새 제도에서는 일선 고교와 교사의 역할이 가장 커졌다.당초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제시한 ‘교사에 대한 전면적 교육기획권 및 평가권 제공’은 협의 과정에서 다소 후퇴했지만, 새 제도로 교사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일선 고교와 교사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현재의 학생부에 봉사·특기 활동이 형식적으로 기재되는 상황에 비춰보면 교사의 업무부담이 가중되는 과정에서 또 한 차례 ‘형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부 및 대학별 논술·면접 강화로 사교육 시장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내신이 강화된 만큼 아예 중학교 때부터 고교 교과목을 공부하는 선행 학습이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수능과 학생부가 모두 등급제로 표기되면서 당락은 대학별로 실시하는 논술과 심층면접에서 좌우되어 ‘수능 위주의 사교육’에서 ‘면접·논술 중심의 사교육’으로 바뀔 수 있다. 대학들도 변별력 확보를 위해 결국 독자적인 평가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 내용상으로 ‘본고사’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대학에 각 고교의 원점수와 평균,표준편차 정보가 제공되면 고교별 학력차를 산출하게 돼 고교의 ‘줄세우기’가 가능해진다. 반면 이를 막을 뚜렷한 제도적 장치는 없다.공부를 잘 가르치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의 같은 등급 학생을 똑같이 취급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교육부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결국 새 입시제도의 안착은 대학과 고교,교사와 학부모 등 각 교육주체가 얼마나 자율성과 공정성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 고교와 대학이 어렵게 되찾을 ‘학생 평가권’을 지킬 수 있는지도 스스로의 손에 달려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부천 전국 제일 문화도시로 정착

    부천 전국 제일 문화도시로 정착

    ‘부천=문화도시’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수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요즘은 이견이 없다.실제 부천이 문화도시로 정착한 과정은 한 경제연구소의 연구과제로 채택될 만큼 ‘이례적’이었다.연구를 수행한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45) 수석 연구원은 “부천시가 단기간 내에 문화도시로 급부상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시의 문화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투자와 만화·영화·오케스트라 등을 매개로 한 참신한 도전,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 등을 최대한 활용해 문화산업 집적화에 성공한 결과”라고 진단내렸다. 이를 반영하듯 부천국제영화제는 지자체가 여는 국제영화제 가운데 가장 성공작으로 평가되고,부천시립교향악단은 전국 1∼2위를 다투는 수준 높은 악단으로 성장했다.영화제와 교향악단이 문화척도를 가늠하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지만 부천이 기초지방단체에 불과하고,90년대까지만 해도 ‘난개발과 공해로 찌든 도시’였던 사실을 상기하면 놀라운 변신이다. 이같은 현상은 정책과 민간 예술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시민들의 풍만한 문화욕구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난개발,공해도시가 문화도시로 화려하게 변신 부천은 1973년 시 승격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와 공장 등으로 교통이 불편하고 공해가 심한 도시라는 ‘원죄적’ 불명예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문화재와 관광지가 거의 없는데다 시민들의 자긍심과 정체성마저 부족해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수도권의 그저 그런 위성도시였다.이러던 차에 1995년 민선 단체장 출범을 계기로 ‘문화’라는 컨셉트가 도입됐다.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굴뚝없는 공장’인 문화를 특화전략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이해선 초대 민선시장은 97년 기초단체로는 처음으로 국제영화제(부천국제판타스틱)를 개최했다.평소 친분이 있던 이장호 영화감독이 부천의 방향설정을 위해서는 뭔가 대형 기획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당시 시의 규모로 보아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지만 시와 지역예술인들이 힘을 합해 밀어붙인 결과 짧은 시간 안에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한 부천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부산·전주·광주보다 질과 호응도 면에서 앞서고 있다고 자부한다.올해 8회째 열린 영화제(7월 15∼24일)는 국내·외에서 261편이 출품돼 8만 3413명이 관람하는 성황을 이뤘다. 차별성 전략이 주효했다.다른 지자체의 국제영화제가 일반 작품을 다루는 영화제인 것과는 달리 부천은 모험·환상·사랑을 주제로 한 ‘판타스틱’으로 특화,영화의 주고객인 젊은층에게 어필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을 영화전문가들로 구성하는 등 인적 인프라의 우수성도 강점으로 작용했다.게다가 부천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주민들의 접근성이 높아 관객 동원이 수월하다는 이점도 있었다. 부천시립교향악단(부천필)이 KBS교향악단 다음가는 악단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지휘자인 임헌정(52)씨의 역할이 컸다.부천필이 태동된 이듬해인 89년부터 15년째 지휘를 맡고 있는 임씨는 실력은 물론 특유의 카리스마로 부천필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부천은 ‘부천필’이 있는 도시” 치열한 실험정신으로 ‘한국의 사이먼 래틀(베를린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불리는 임씨는 99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최초로 말러의 교향곡 10곡을 모두 연주하는 위업을 달성했다.이를 계기로 부천은 클래식애호가와 문화계 인사들에게 ‘부천필이 있는 도시’로 알려지게 됐다. 임씨는 누구의 입김도 통하지 않는 실력 위주의 단원 선발로 유명하다.‘너무 팀워크가 좋은 것이 단점’이라고 엄살을 떠는 원동력이다. 그렇다고 단원들의 연봉이 높은 것은 아니다.수원이나 성남.·경기도립 교향악단에 견줘 중간 수준이지만 단원들의 ‘짱짱한’ 실력이 알려지면서 개인레슨 등이 밀려들어 부천필은 음대 졸업생들이 선망하는 악단이 됐다. 무엇보다 부천시가 문화도시로 열매를 맺은 데에는 원혜영 전 시장의 공이 컸다. ‘문화가 곧 경쟁력이고 현대는 문화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시대’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원 전 시장은 98년부터 지난해 12월 퇴임하기 전까지 문화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만화가 21세기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판단 아래 만화정보센터와 만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상동신도시 10만평에 영상문화단지를 설립했다.여기에는 해방 전후 서울 종로거리를 재현한 영화·드라마 세트장과 세계 건축물 미니어처인 ‘아인스월드’ 등을 부천으로 끌어들였다.애견테마파크와 서커스상설공연장이 건립 중이다. ●자치단체장의 정책의지가 원동력으로 작용 또 “박물관이 많은 도시가 진짜 문화도시”라며 종합운동장에 만화박물관,유럽자기박물관,교육박물관,수석박물관 등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을 입주시켰다.상동 호수공원에는 자연생태박물관,물박물관,활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다. ‘문화란 한 사람의 역할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문화도시 부천은 시장의 정책의지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대두되는 것은 이같은 원 전 시장의 역할과 무관치 않다.반면 원 전 시장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예술진흥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시의 정책의지와 맞물린 데다 일반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시민들의 높은 문화역량도 빼놓을 수 없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7시 중앙공원에서 어김없이 열리는 공연에는 수천명의 관객이 몰려든다.이들은 공연이 끝나도 귀가하는 사람이 거의 없이 인근 시청 잔디광장으로 옮아가 8시부터 열리는 ‘에어 스크린’에서 영화를 감상한다.부천필이 연간 30회 가량 개최하는 공연은 유료임에도 항상 관람객이 객석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다른 도시 문화공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지난해 부천에서 열린 대형 문화공연만 360건을 넘었다는 사실이 ‘문화의 생활화’가 이뤄졌음을 짐작케 한다. 상동의 한 할인매장에서 일하는 김미정(38·여)씨는 “토요일에 일이 끝나면 동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중앙공원을 찾는다.”면서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문화공연이 열리는 도시에 산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예술단체들,눈높이문화 뒷받침 이 과정에서 예술단체들의 활동도 두드러진다.부천예총은 시 전통축제인 복사골예술제와 시청광장에서의 영화상영을 주관하는 등 시의 문화정책을 뒷받침했다.또 연간 14회에 걸쳐 아파트단지 등 각 동을 순시하면서 연극·국악·합창·무용 등이 어우러진 ‘찾아가는 작은 무대’를 펼쳐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부천예총 최의열(42) 사무국장은 “부천시만큼 문화마인드를 갖춘 지자체는 찾기 힘들다.”면서 “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영역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밖에 없다.’며 시작된 문화정책에 시민들이 동화된 데에서 더 나아가,이제는 “문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아우성이 나올 만하다. 부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16) 서귀포 보목항의 자리잡이배 테우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16) 서귀포 보목항의 자리잡이배 테우

    1985년 10월4일,제주도 화북의 해신당에서는 도항제(渡航祭)가 열렸다.‘고대 제주항로 테우 조사단’이 화북을 출발했다.원초적인 고기잡이 배 테우를 복원하여 옛 뱃길에 도전함으로써 ‘한반도~제주도’의 고대 항로를 규명해보려는 시도였다.탐라와 육지부의 교류경로,해로 변천사와 유배길 조사도 이루어졌으니,배이름도 격에 맞게 ‘물마루’로 명명되었다.노르웨이 탐험가 T 헤위에르달이 남미에서 폴리네시아군도를 향하여 전통배를 타고 떠난 콘티키(Kontiki)호의 대탐험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테우를 활용한 최초의 모험이리라.물마루호는 서귀포시 보목동에 남아 있던 여섯척 중에서 선발되었다. ●테우와 자리잡이의 원조, 보목동 8월 중순 제주도를 찾아,‘서귀포칠십리 바다사랑회’를 이끌면서 수중탐사와 환경보존에 애쓰는 이원석 회장에게 테우와 자리 조사 안내를 부탁하였더니 약속이나 한 듯 보목동으로 이끈다.보목동이야말로 테우와 자리잡이의 원조이기 때문.대부분의 제주도 포구에서 테우로 자리를 잡아왔겠지만 보목만큼 그 전통을 이어가려는 곳은 보지 못하였다. 보목에서는 매년 테우로 자리를 잡는 ‘자리돔큰잔치’를 열어왔다.보목의 자리돔큰잔치는 관광객은 물론이고 인근 주민들도 사라져간 테우가 그리워서라도 몰려든단다.청년들의 보존 움직임도 활발해서 ‘보목섶섬 수중환경보호지킴이’(회장 강대환)를 조직하여 테우도 복원하고 전통어법 재현에도 힘쓰고 있다.덕분에 보목동에 가면 언제든지 테우를 볼 수 있다.그러나 한라산의 귀한 구상나무로 만들던 테우는 사라졌고 일본산 삼나무 테우들로 대체되어 조금은 안타깝다. 몇년 전의 일.제주도민들이 감귤을 들고서 북한을 집단방문한 적이 있었다.일찍이 북에 정착하게 된 제주 출신 노인 한 분을 만나게 되어 말문을 트다가 제일 먹고 싶은 것이 무언가를 물었다고 한다.그런데 노인은 허다한 먹을거리를 제치고 ‘자리젓이 그립다.’고 하였다.초년의 입맛은 일생을 간다고 하였으니 자리젓의 아른한 향취가 50년 넘게 이어진 셈이다. 사실 ‘자리강회’,‘자리물회’,‘자리구이’ ‘자리젓갈’ 등 자리 없는 제주도 식단은 왠지 빈자리 같다.활기 넘치는 강진국 마을회장은 우리 일행에게 “자리를 좋아한다니 절반은 제주사람으로 인정해 줍세.”라고 너스레를 놓았다.자리를 모르고서 제주도 먹을거리를 논하지 말지어다! ●고향을 지키는 고기, 그래서 이름도 ‘자리’ 오키나와에서 한반도 남해안 일부에까지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아열대성 자리는 붙박이로 한군데서 일생을 마친다.서귀포 외돌개에서 보목 앞의 섶섬에 이르는 난류대를 특히 좋아한다.보목에서는 ‘겨울에 눈이 오면 개가 죽는다.’는 속담도 있다.모든 물고기가 자유롭게 먼바다를 나돌고,모든 새가 먼하늘을 나돌 것 같지만 그런 상상은 시나 노래에서나 가능하다.자리에게도 엄연히 따스한 집이 있고 그리운 고향이 있다.자리는 자신이 태어난 따스한 곳에서 가능한 한 떠나질 않는다.그래서 이름도 ‘자리’다. 보목에서는 앞의 섶섬 동쪽에 동군자리,서쪽에 서군자리,서쪽 해변에 리알자리,지귀섬의 자귀자리,쇠소각 냇물이 흘러나오는 쇠소각자리 등의 ‘자리밭’이 유명하다.어민들은 이들 자리밭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테우를 들이밀어 자리를 낚는다.경계없는 바다같지만 엄연히 바다밭이 경계를 가른다.섶섬 주변에서는 섬그늘에 모여든다면,민물이 흘러들어 기수대를 형성하는 쇠소각에서는 감미로운 민물을 마시려고 몰려든다.그래서 똑같은 바다이지만 매양 동일한 바다는 없다.문전옥답만 강조하는 육지중심 사고와 다르게 기름진 바다밭의 해양중심 사고로 바라본다면 바다마다 전혀 다른 색깔을 연출하며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밭이 다르면 같은 배추종자도 맛이 다르기 마련.보목과 우도의 자리가 같을 수 없으며,고산의 자리는 성산의 자리와 다르다.같은 보목 내에서도 여(암초)의 상태에 따라 자리의 색감과 생김새,심지어 맛까지 다르다.절기에 따라서도 알이 찬 알찬자리,자잘한 쉬자리,산란하고 난 다음에 잡히는 거죽자리 등등 이름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조류가 센 곳에서 노는 가파도자리는 뼈가 굵어 물회용에는 어울리지 않아 구이용에 적합하다.뼈가 부드럽고 맛이 고소한 보목의 자리는 구이보다도 물회나 강회에 어울리니 같은 제주도 내에서도 제각각인 셈이다. ●더위 푸는 덴 물회, 술안주엔 구이 얼마전 경남 삼천포에서 자리구이를 맛보았다.횟집 주인 왈,“수온이 높아지니 여기까지 자리가 찾아드네요.”라고 했다.이제 자리는 차츰 북상을 하여 남해 해안가에서도 자신들의 자리를 마련한 것 같은데 남해안의 자리가 어떤 격식을 갖추고 있는가는 아직 감이 덜 잡힌다. 자리는 먹는 취향과 장소,시간에 따라서 맛도 다르다.복중의 더위풀이에는 시원한 자리물회가 그만인데 자리구이는 술안주로도 맞춤이다.자리젓국은 멸치젓과 더불어 제주민이 가장 보편적으로 먹는 젓갈.그런데 제주도 바깥에서는 똑같은 자리물회라도 당최 제맛이 나지 않는다.독특한 향을 내는 제피잎을 잘게 썰어넣어야 국물이 한결 시원해지는데 싱싱한 제피잎을 구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독특한 맛을 내는 제피잎 없는 자리물회는 사실 정통식이 못된다. 한때 구두미포구,서래포구,큰개머리,배개포구 등 전통적인 포구에서 25척에 이르는 테우들이 국자같이 생긴 국자사둘로 자리를 잡았다.자리만으로도 충분히 생계가 유지되었다.1명이 수경으로 물밑을 감시하면 2명이 그물을 드리워 조류에 떠들어오는 자리를 낚았다.배를 타지 않고 갯바다밭의 ‘덕’에서 자리를 잡는 덕자리사둘,동그란 모양의 사둘을 도르래의 힘으로 드리우거나 올리며 낚아가는 가장 보편적인 어법이었던 동고락사둘도 행해졌다. ●자리잡이·해초 채취… 전천후 다목적 배 그러나 GPS로 바뀌면서 배도 발동선으로 바뀌었으니 전통 테우 자리잡이도 한폭의 사진으로만 남은 셈이다.‘자리 삽서(사세요).’라고 외치며 마을길을 나다니던 아낙들의 외침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전통어법은 사라졌으나 자리잡이의 경제적 이득은 여전히 높아서 지금도 보목의 살림살이를 살찌우게 한다. 테우는 자리잡이에만 쓰였던 배가 아니다.전천후,다목적이었으니 해초 채취에도 요긴했다.바다마을 사람들은 기름진 해초 없이는 푸석푸석한 화산토에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해초 채취에 테우가 더할나위 없이 요긴했으니 해초를 그득 싣고 돌아오는 풍경 역시 화학비료에 떠밀려서 저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테우는 물마루호의 실험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제주민의 해상교통에 절대적인 수단이었다.탐라의 고대 대외교류도 테우에 의존하였다.삼국지동이전에 이르길,“배를 타고 왕래하면서 물건을 사고판다.”고 하였으니,테우를 이용한 교역이 일찍부터 이루어졌다.독일인 겐테(S.Genthe)는 ‘제주도탐험과 동해 중국에서의 표류’란 표류기에서,테우의 위력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어떤 파도에도 끄떡없는 이음새 영접하기 위해 보낸 배는 이상한 배였다.보트도 아니고,카누나 속을 파낸 통나무도 아니었다.뱃전이나 배의 구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거대한 뗏목이었다.거센 파도라는 어쩔 도리 없는 조건 때문에 적응법칙에 따라,예컨대 동인도의 마드라스 해안의 파도 때문에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것과 비슷하게,기상천외의 물건이 만들어졌음이 이내 밝혀졌다.거칠고 격렬하게 출렁이며 크고 육중하게 굴러오는 사나운 파도가 끊임없이 그 선박을 덮쳤다.막힌 보트라면 금방 물이 가득 차서 뒤집힐 것 같았다. 그러나 튼튼한 이음매의 큼직한 틈새가 있어서 부딪치는 파도의 위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큼직한 통나무들로 엮어 만든 듬성듬성한 이 선대(船臺)는 어떤 경우에도 물이 차서 뒤집힐 리가 없었다. 제주도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섬이다.중요 물자는 배로 움직였다.전통시대에 일주도로·관통도로가 없었음은 당연한 일.‘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도 광복 당시의 빈약한 교통로를 이렇게 말했다.“ 섬을 둘러싼 좁은 도로가 있었을 뿐이다.1940년대 당시 제주시에서 섬을 횡단하여 서귀포로 가는 도로는 부설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의 사정은 더욱 어려웠으리라. ●맥 잇는 마을 있어 그나마 위안 테우는 사라졌어도 테우를 복원해서 끝내 이어가겠다는 마을이 있음은 일말의 위안이 된다.신혼여행객도 태우고,문화관광특구도 만들어 당찬 마을로 가꾸겠다는 결의에 가득찬 것을 보니,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의연한 길을 모색하는 듯하여 감개무량이다.비록 배는 낡고 덜 효율적이지만 전통을 살려서 미래의 바다로 가꾸어 나간다는 바다살림의 의지는 바로 문화적 종다원성을 지키려는 안간힘이기도 하다. 해변가로 유별나게 솟구친 가파른 ‘제지기오름’에 오르니 보목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절대보호구역인 섶섬의 자연경관적 가치에 관해서는 무엇을 더 논하랴.관광객에게는 눈요기에 불과한 섶섬이지만 자리돔에게는 대를 이어 살아가고 있는 ‘붙박이 자리’임을 애써 기록하고 돌아온다.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동분서주하면서 유목민의 삶을 살아가는 도시민에게 섶섬의 자리들은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을 가르치는 것만 같다.
  • “불황탓 아기 낳기도…” 출산 사상최저

    “불황탓 아기 낳기도…” 출산 사상최저

    경기가 극도로 침체됐던 지난해,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이도 가장 적게 낳았다.연간 신생아수가 사상 최저치다.선진국 가운데 ‘가장 아이를 안 낳는 나라’라는 달갑잖은 기록도 2년 연속 유지될 전망이다.반면 사망률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우고 있다.정치권이 ‘출산장려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03년 출생·사망통계 보고서’에 나타난 결과다.한때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아들딸 출생비율(性比)은 비교적 개선됐으나 경상도 사람들은 여전히 ‘아들’에 지독하게 집착하고 있다.쌍둥이 출산이 늘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여자의 3배에 육박하는 40∼50대 남자 사망률은 좀체 개선되지 않아,짓눌리는 가장(家長)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지난 한해 동안 태어난 총 신생아수는 49만 3500명으로 전년보다 1100명이 줄었다.1970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10년전인 93년 신생아수는 72만 4000명이었다. 여자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는 평균 아기수는 1.19명으로 전년(1.17명)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일본(1.29명)·영국(1.73명)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절대적으로 낮다.가임여성수도 전년보다 2만 7000명이 줄었다. 통계청 정창신 인구분석과장은 “분모에 해당하는 가임여성수 감소폭이 분자격의 신생아 감소폭보다 크다 보니 출산율 하락세가 수치적으로 멈췄다.”면서 “출산기피 풍조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정 과장은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남녀 초혼연령 상승이 출산율 저하의 주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경제성장률이 2002년 3·4분기(2.7%)부터 꺾이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진 것도 지난해 신생아수 급감을 가져온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인구 1000명당 사망자수는 5.1명으로 2001년부터 3년째 변화가 없다.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의술이 발달한 덕분이지만 ‘출산율 급감’과 겹치면서 심각한 고령화 문제점을 낳고 있다.이는 곧 성장동력 저하로 이어져 정부의 ‘묘책’ 마련이 요구된다.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선진국처럼 아이를 낳으면 각종 세제혜택과 함께 장려금도 주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씨줄날줄] 지부상소(持斧上疏)/손성진 논설위원

    면암(勉庵) 최익현은 조선 말 혼란기에 중심을 잃지 않은 선비였다.언관(言官)직을 주로 맡던 면암은 1876년 도끼를 메고 궁궐 앞에 꿇어 엎드려 상소를 올렸다.조선을 개방하는 일본과의 병자수호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병자지부소(丙子持斧疏)였다.1905년에는 을사조약 체결을 주도한 박제순(朴齊純) 등 오적을 처단하라는 청토오적소(請討五賊疏)를 올렸다.조헌(趙憲) 선생은 1591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를 칠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자 지부상소(持斧上疏)를 올리고 대궐 밖에서 사흘 동안 일본 사신의 목을 베라고 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생은 의병을 일으켜 700의병과 금산에서 전사했다. 중국에서는 진(秦)나라 이전부터 있었고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진 상소는 간관(諫官)이나 유학자 등이 임금에게 올린,정사에 관한 비판이나 충언이다.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던 왕을 견제하고 민의를 전달하는 언로(言路)였던 셈이다.왕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상소문을 을람(乙覽:임금이 늦은 밤까지 글을 봄)할 의무가 있었다.도끼를 짊어지고 올리는 지부상소는 왕을 가장 강력히 압박하는 상소였다.받아들일 수 없다면 도끼로 목을 쳐달라는 것이니 왕인들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리 없다. 상소를 가장 많이 올린 이는 율곡 이이다.율곡은 홍문관 교리 때 을사사화를 일으킨 윤원형을 논박하고 가짜 공훈을 깎으라는 상소를 올린다.선조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41번이나 상소문을 올린 끝에 동의를 얻었다.율곡의 상소중에서는 만언봉사(萬言封事)가 유명하다.세상의 잘못된 점 일곱가지를 일만자로 쓴 상소문이다.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믿지 않는다,신하들이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하지 않는다,재앙을 당하여도 구제할 대책이 없다 등으로 요즘에도 들어맞는 지적이다. 충주 지역 유생(儒生) 40여명이 상경해 대통령에게 지부상소를 올렸다.내용인즉,공공기관 이전에서 충북 북부권을 배제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갓을 쓰고 도끼를 든 모습이 시선을 끌긴 했는데 지부상소를 올릴 만한 국가중대사였는지,고개가 갸우뚱해진다.우리에겐 최고통치자의 국가 장래에 관한 현명한 판단을 도와주는 올곧은 지부상소가 필요하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2030 미혼녀가 꼽은 ‘내 남자의 조건’

    2030 미혼녀가 꼽은 ‘내 남자의 조건’

    초등학교 동창으로 풋사랑의 추억이 있는 서른두 살 동갑내기.알고 지낸 시간 25년. 전세 오피스텔에 사는 월급쟁이 외과 전문의.수입의 3분의1은 시골 부모님께 보내야 하고 외모는 비교적 훤칠함.아버지 환갑 때 손주를 안겨드리고 싶다며 당장 결혼하자 하고 아이는 적어도 셋은 낳아야 한다고 혼자 들떠 있음.37세 이혼남.준종합병원 원장의 막내아들.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아버지 병원에서 일하는 보기보다 튼실한 남자.외모 준수에 경제력은 막강.결혼은 10년쯤 기다려 줄 수 있고 일하는 아내를 위해 아기는 없어도 된다는 ‘쿨’한 남자.일로 만난 탓에 아직 친구 같은 편안함은 없다.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주인공 신영 앞에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이다.만약 당신이라면 누구를 택하겠는가.인생의 반려자를 결정하기까지는 수많은 조건들을 이리저리 재고 따져보기 마련.2030 미혼녀들이 꼽는 ‘내 남자의 조건’을 들어본다. 최근 창간된 미혼남녀 전문 잡지 ‘싱글즈’가 25∼35세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서면 및 인터넷으로 조사한 결과 51.5%가 ‘이것만은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조건’으로 ‘경제력’을 꼽았다.‘성격’이 24.5%로 뒤를 이었고 외모·직업·가정환경 등은 1∼4%씩에 그쳤다. ●제1조건은 “경제력” 52%·“성격” 25% 이같은 조사 결과에 회사원 한은정(30)씨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요즘같이 불안한 세상에 내가 아무리 같이 번다고 해도 남편의 돈벌이는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단언했다.대학원생 임수진(26)씨도 “경제력이 없으면 매사에 자유롭지 못하다.”고 공감을 표시했다.그러나 “건물 몇개 하는 식으로 돈 자체가 목적이 되면 그 결혼은 이미 피폐한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성격’을 꼽은 회사원 임윤숙(26)씨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성격이 더러우면 말짱 꽝”이라고 주장했다.대학원생 황재랑(26)씨도 “돈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면서 “현재보다는 앞으로의 잠재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랑감의 단점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으로는 ‘외도로 이어질 바람기’를 꼽은 사람이 31%로 가장 많았다.‘노름’이 21%,‘경제적 무능력’이 20%로 뒤를 이었다. 회사원 이은하(23)씨는 “노름하는 남자,바람기 많은 남자는 절대 만나지 말자는 게 내 신조”라면서 “이 두 가지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배려를 배제한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황재랑씨도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이라면서 “욕구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참을 수도 믿을 수도 없다.”고 동의했다. ●남자가 동거 경험 있다면 “헤어진다” “상관없다” 각각 19% 결혼하려는 남자가 전에 동거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자초지종을 들어보고 결정한다.’고 대답한 미혼 여성이 29.5%로 가장 많았다.‘상대에 따라 결정한다.’가 21%,‘곧바로 헤어진다.’와 ‘완전히 끝난 관계라면 상관없다.’가 각각 19%로 팽팽했다.‘사랑한다면 피눈물 삼키며 용서한다.’가 6%,‘괜찮다.나도 과거에 남자 있었다.’도 5.5%를 차지했다. 회사원 조연주(24)씨는 “정말 어려운 문제지만 충분한 대화가 먼저”라면서 “서로가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회사원 배지현(25)씨는 “일단 들어보기는 하겠지만 계속 그 앙금이 남아 힘들 것”이라면서 “차라리 지금 힘들어도 헤어지는 것이 서로를 위해 나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반면 회사원 이상은(24)씨는 “과거는 과거일 뿐,완전히 끝난 거라면 상관없다.”는 의견이었다. 결혼을 한 뒤 남편에 대한 가사노동의 기대치는 얼마나 될까.‘내가 바쁠 때는 남편이 도맡을 수도 있어야 한다.’가 48.5%로 ‘완전 공동부담’ 24%를 크게 앞질렀다.기계적인 공동부담보다는 바쁠 때는 융통성을 발휘해 분담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설거지·빨래 정도 시킨다.’가 9%,‘청소기 돌리는 정도의 성의만 보이면 된다.’가 5.5%였다.1%에 그친 ‘내 남자 손끝에 물을 묻히게 할 수 없다.’는 항목에는 질문 자체에 거부감을 보인 여성들이 많았다. ●“운명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운명적인 사랑’을 믿습니까.44.5%가 ‘그 운명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답했다.‘운명적 사랑은 있다.’가 24%,‘현재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데 가끔 혼란스럽다.’가 17%를 차지했다.‘난 이미 내 운명을 만났다.’가 6%,‘운명적 사랑은 없다.’가 5.5%로 비슷했다. 대학원생 곽영진(26)씨는 “사랑이란 누구와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때그때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일 뿐,운명이란 만들어 가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임수진씨도 “내가 사랑을 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 사람을 그냥 운명이라고 믿는 측면이 큰 것 같다.”고 거들었다.반면 회사원 이상은(24)씨는 “가끔 모르는 사람을 보고 심장이 뛸 때가 있다.”면서 “언젠가는 운명적 사랑이 나타날 것을 믿는다.”고 기대했다. ‘내 남자를 만나고 싶은 방식’으로는 ‘어느날 갑자기 운명적으로’가 48%로 가장 많았고 ‘오랜 친구에서 애인으로’가 32%로 뒤따랐다.곽영진씨는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성격·성품을 속속들이 알고 친밀함 속에서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에게서 진정한 사랑이 싹튼다.”고 강조했다. 조사를 진행한 ‘싱글즈’의 임지혜(30) 에디터는 “절반 이상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경제력을 꼽은 것은 재미있는 결과”라면서 “전에는 유머감각 등이 많이 꼽혔지만,극심한 경제 불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효용 이재훈기자 utility@seoul.co.kr
  • 儒林(164)-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儒林(164)-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이렇듯 노자와 공자는 중국의 사상을 양분하는 양대 산맥이었으면서도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공자를 중심으로 하는 유가사상이 현실적이라면,노자의 도가사상은 초현실적이다.공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사회를 인(仁),의(義),예(禮),지(智)와 같은 훌륭한 덕과 올바른 예의제도로써 다스려 보려고 애를 쓰는 데 비하여 노자는 어차피 사람은 그 어떤 제도로 교화되거나 변화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현실 차원을 넘어선 도(道)라는 절대적인 원리를 추구하면서 현실 사회가 어지러운 것은 사람들이 불완전한 자기의 이성을 바탕으로 하여 그릇된 자기 중심의 이기주의적인 판단 아래 행동하기 때문이라 생각하였다.곧 노자의 사상은 사람의 이성적 한계에 대한 각성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올바르다,훌륭하다고 믿는 것은 모두 절대적으로 올바르거나 훌륭한 것이 못 된다.올바른 것은 그릇된 것이 전제가 되어야만 하고,훌륭한 것은 나쁜 것이 전제가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사람들의 모든 가치,즉 높다,낮다,길다,짧다,아름답다,추하다,행복하다,불행하다는 모든 판단이 그러한 것이다.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러한 상대적이고 일시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불행에 빠지게 되고,사회적으로는 혼란과 분쟁이 일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자는 절대적인 원리로서의 도의 추구,인간 이성의 한계성에 따른 각성에서부터 이른바 무(無)의 사상과 자연의 사상을 발전시킨다.‘무’란 도의 본원적 상태이며,그것을 다시 인간에의 성품에 있어 무위(無爲),무지(無知),무욕(無慾),무아(無我) 등의 개념으로 발전시킨다.결국 노자는 사람들의 인위적이고 의식적인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그리고 사람들이 인위적이고,의식적인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곧 ‘자연’인 것이다.‘자연’이란 ‘스스로 그러한 것’이며,‘저절로 그러한 것’을 의미한다.이것은 사람들을 불행케 하는 모든 가치판단이나 사회적인 구속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상태를 뜻한다.그것은 자연의 한 구성 요소로서 인간 본연의 회복이며,인간이 타고난 모든 구속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곧 절대적인 자유의 추구인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유가사상은 필연적으로 사회 참여를 통하여 지상에서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군자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초현실적인 도가사상은 필연적으로 자연 상태 속의 은둔생활을 통하여 신선이 되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므로 유가사상은 도가사상을 ‘현실도피’라고 비난하고 있으며,도가사상은 유가사상을 ‘지나친 세속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공자는 시대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 주나라 초기의 봉건제도를 부활시키려고 애썼으나 노자는 그 시대의 혼란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제정한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하고 주나라 초기의 봉건제도는 물론 모든 인위적인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다. 사마천도 사기에서 유가와 도가사상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세상에서는 노자의 학문을 하는 자는 유학을 배척한다.유학자들 역시 노자를 이런 식으로 배척한다.‘길이 같지 않으면 서로 일을 꾀할 수 없다.’” 사마천의 기록처럼 공자의 유가와 노자의 도가는 두 갈래의 ‘같지 않은 길’인 것이다. ‘노자의 학문을 하는 자는 유학을 배척 한다.’라는 사마천의 기록 역시 논어에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이다. 훗날 공자가 초나라의 작은 속국 중의 하나였던 섭(葉)을 방문했을 때 길가에서 장저(長沮)와 걸닉(桀溺)이란 수수께끼의 인물을 만나는데,논어에 기록된 이 장면을 통해 당시 공자가 노자의 도가사상을 따르던 사람들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았는가를 미뤄 짐작케 하고 있다.
  • 지표·체감경기 괴리 심하다

    지표·체감경기 괴리 심하다

    숫자로 나타난 우리 경제 상황과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상이 너무 벌어지고 있다.수출 위주의 ‘외끌이 성장’ 탓이 가장 크지만 통계지표에 의존한 정부정책의 판단 오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정부도 이같은 점을 의식해 통계 보완작업에 나섰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성장률이다.한국은행은 최근 올 2·4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 늘었다고 발표했다. 무려 28.1%나 신장한 정보통신(IT)산업이 1등공신이었다.문제는 IT산업에 종사하는 취업자 비중이 전체 취업자와 비교할 때 ‘한 줌’(2003년 기준 3.3%)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비(非)IT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취업자들이 1년여만에 최고라는 ‘5.5% 수치’에 공허감을 느끼는 이유다. 그래서 삼성경제연구소가 IT산업과 비(非)IT산업에 종사하는 취업자수 등을 따져 현실적인 가중치를 얹어보았다.이렇게 해서 나온 2분기 성장률은 불과 3.4%.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결과를 기준으로 할 때,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의 성장률 격차(2.1%포인트)는 1년전(0.4%포인트)보다 5배나 커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6%였지만,국무조정실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체감 물가상승률은 9.73%로 곱절 이상 차이난다.실업률도 마찬가지.통계청이 공표한 7월 실업률은 3.5%이지만 사실상 실업자나 마찬가지인 ‘구직단념자’까지 포함하면 3.9%로 오른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박사는 “수출과 내수기업간 경기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기존 지표만으로 경제실상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책수립 때 이같은 점을 예의주시,통계지표를 재해석해 경기판단의 오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각종 통계 보조지표의 개발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통계청 조직을 확대 개편하거나 미국 NBER(전미경제연구국)과 같은 중립적인 전문경제예측기관 설립을 검토중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직지심경은 왜 안알려졌나”

    |뉴욕 연합|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 고교의 에델 우드 교사(사회)는 세계사 과목의 토의 주제 가운데 하나인 ‘인쇄기술,진화인가 발명인가’를 다루는 시간에 고려에서 만들어진 직지심경에 대해 가르친다. 우드 교사는 서양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알려진 구텐베르크의 성경보다 78년이나 앞서 고려의 직지심경이 제작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관련 자료와 함께 설명하고 ‘왜 구텐베르크는 그토록 잘 알려져 있는 반면 인류 역사상 최초인 한국의 금속활자 인쇄본은 무시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토의토록 할 예정이다. 많은 한국인조차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직지심경의 세계사적 의미가 미국의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토의될 수 있게 된 것은 코리아 소사이어티(회장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의 ‘한국 알리기’ 프로그램의 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어디선가 직지심경에 대한 말을 듣고 더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자료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던 우드 교사는 지난해 한·미 학술,문화교류진흥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에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보냈고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한국 알리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교사 대상 ‘여름 펠로십’에 우드 교사를 초청했다.이에 따라 9박10일 동안 한국에서 사적지와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고 한국학 전문가 강의를 들은 뒤 귀국한 우드 교사는 강의에 한국의 역사를 반영하기 위해 새 교육안을 마련했다.직지심경 토의는 그 가운데 일부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최영진 한국학 프로그램 담당관은 “세계사 담당 교사들조차 한국의 역사에 관해 거의 전적으로 무지한 데는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책임도 있다.”며 “영어로 번역된 훌륭한 한국학 관련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 [삶과 경영이야기](23)총장출신 경영인 송자 대교회장

    [삶과 경영이야기](23)총장출신 경영인 송자 대교회장

    ‘교수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학습지 브랜드 ‘눈높이’로 잘 알려진 교육정보기업 ㈜대교를 4년째 이끌고 있는 송자(宋梓·68) 대표이사 회장.그는 8년씩이나 대학 총장을 역임한 학자 출신이지만 지금은 전문 경영인으로 그만의 독특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그의 변신에는 교수 때부터 철저히 몸에 밴 ‘기업가 정신’(경영 마인드)이 자리잡고 있다. ●대학경영 마인드 첫 시도 -미국에서 경영대학원 교수를 10년쯤 하고 귀국한 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했다.자연스럽게 경영 일선에 있는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고,수업시간에도 이들의 실제 경영 노하우를 접목시키려 했다.이 때문인지 학교측으로부터 보직 교수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재무처장으로 보직을 받아 학교 살림살이를 도맡았다.이후 상경대학장을 거쳐 1985년 기획실장을 할 무렵에는 학교가 100주년을 맞았다. -80년대에는 졸업정원제 도입으로 학생 정원이 늘고 분교도 생겨서 학교 재정이 어려웠던 때였다.부채를 줄이고 재정을 건전하게 만드는 일은 중요한 과제였다.그래서 100주년 기념행사의 실무책임을 맡으면서 그때까지 어느 대학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했다.100억원 모금운동이었다.“그 큰 돈을 어떻게 모으려 하느냐.”며 주변에서 수군거렸지만,도와주는 분들이 많았다. 모금운동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주위에서 “대학 경영에 일가견이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덕분에 대학교육협의회 총장 모임 때는 대학경영에 대한 강의도 맡곤 했다.90년대 들어서는 ‘대학도 경영이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덕분에 92년 총장 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됐다.“대학 총장이 세일즈맨까지 돼야 하냐.”는 수군거림은 이전이나 마찬가지였다.다행히 그때는 언론 등이 우호적으로 도와줬다. -총장이 되자 학교홍보(IR)·모금 등 대외협력담당 부총장직을 신설했다.입학관리처를 만들어 ‘입학’을 대학의 연중 행사로 진행했다.국내 최초로 시도한 일들은 다른 대학들의 벤치마킹(모방) 대상이었다. 동문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학교발전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세계 40여곳을 돌아다니며 가진 학교설명회에서 “대학도 기업처럼 운영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변했다.학교도 투자해야 발전을 하며 사회에 필요한 창조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학교가 수요자(학생·학부모)의 입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세대 총장 임기를 마친 뒤 명지대 총장으로 갔다.이후 교육부 장관도 했지만 ‘이중국적’ 논란에 휩싸여 3주일 정도 몸 담았다가 그만뒀다.지금와서 보면 ‘그같은 마음고생 하나 없었다면 자칫 교만해질 수 있었을 텐데….그런 일들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삼고초려’에 기업 일선으로 -교육부 일을 털고 나왔을 때 대교 창업주인 강영중 회장이 찾아왔다.민간기업의 일이 생소한 나에게 강 회장은 “대교는 교육 기업이니 한번 맡아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선생과 학생이 있는 교육전문업체니 학교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솔직히 민간 기업에서의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했다.연세대 총장시절 동문인 강 회장으로부터 기회만 되면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하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았지만,고사했다.그런 지 7년만에 강 회장의 완곡한 요청으로 대교에 새 둥지를 틀었다. -30년 넘게 학교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민간 기업으로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교육기업이 총장의 역할만큼 매력적이고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였다. 대학 총장과 기업 경영인은 ‘자율권’과 ‘위험 부담’에서 차이가 난다.총장은 자율권이 많지 않은 대신에 위험 부담은 크지 않다.학교는 쉽게 부도가 나도 망하지 않는다.기업은 다르다.최고경영인의 말 한마디에 업무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만 한번의 오판으로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기왕 기업을 맡았으니 세계에서 1등 하는 교육기업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현재 세계 1위 교육기업은 일본의 구몬인데,회원 330만명 가운데 해외회원이 180만명이다.대교는 국내회원만 240만명이다.이제 국내 1등에 머물 것이 아니라 해외로 뻗어나가 구몬을 이기고 싶다. ●“1등도 변해야 산다” -2000년 회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세계적인 컨설팅업체로부터 자문을 받았다.회사의 향후 방향과 목표가 컨설팅 대상이었다.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2009년까지 매출 3조원을 목표로 다양한 신규사업에 대한 전략을 세웠다.지난해 8000억원이 넘는 매출과 시장점유율 43%로 1위를 지켰다.하지만 만족할 수 없다.지금은 출산율이 떨어져 학습지 시장이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게다가 학습지 사업이 잘 된다고 하니까 200여개 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어 경쟁도 심해졌다.매출액은 해마다 증가하지만 점유율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직원들에게 ‘지금 1등이라고 언제나 1등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 기업인 만큼 윤리 기업이 돼야 한다.전문성도 있어야 한다.3700여명의 직원들과 1만 5000여명의 사업자(교사) 모두가 전문인이 되도록 독려하고 있다.전문가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구몬을 앞지르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대교 아메리카’를,동부에는 ‘대교 USA’를 만들어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교포 외에 미국 초등학생도 타깃이다.‘대교 캐나다’와 ‘대교 홍콩유한공사’,중국의 3개 현지법인 등을 통해 캐나다·중국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뉴질랜드,호주,싱가포르 등에도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했다.회사 창립 30주년인 2006년까지 회원 수를 330만명으로 늘리는 ‘CAN33’프로젝트를 시행중이다.현재 국내 회원 240만명을 300만명으로 올리고,구몬의 미국시장 회원 30만명을 능가한다는 목표다. ●‘고객이 우리 월급 줘’ -1만 5000명의 전국 사업자 80% 이상이 여성이고,이들이 상대하는 사람 대부분이 학생의 어머니이다.어머니들의 요구에 철저히 맞출 수 있는 고객중심적 영업이 이뤄져야 한다.‘누가 당신의 월급을 주느냐.’고 물었을 때 ‘회사’라고 답하면 잘못이다.월급은 고객이 주는 것이다.따라서 고객만족을 위한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어머니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이를 위해 매월 사업자를 뽑아 강도 높은 교육을 시킨다.옛날에 비하면 업무가 힘들고 4년제 대학 졸업 기준 등 까다로워 지원자가 다소 줄어들어 지금은 온라인 교육 등을 통해 편의를 제공한다. -교육기업은 사람 장사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매출 증가도 중요하고 거래소에 상장도 했기 때문에 주가와 배당정책 등도 중요하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조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하는 것이다.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대교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노력하고 있다.일이 재미있고 자부심을 느끼고 신뢰할 수 있는 즐거운 일터를 만들어야 직원도 잘되고 회사도 잘 된다. ●평생 교육사업에 헌신코자 -교육기업뿐 아니라 학교를 세워 제대로 운영해보는 꿈도 갖고 있다.교육 관련 신규사업이라면 뭐든지 도전할 수 있다고 본다. 대교는 현재 1000억원이 넘는 여유자금이 있다.모범적이고 자율적인 초등학교를 세워 운영해볼 계획이다.향후 중·고등학교로 넓힐 예정이다.하나은행·IBM 등과 직원 전용 보육원도 3군데 운영하고 있다.향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는 50여개 이상의 보육원을 열 계획도 있다.보육원이 활성화되면 한국 여성들이 자유롭게 일하는 데 도움이 클 것이다.현재 운영 중인 사이버대학을 통한 온라인교육 사업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평생 교육에 종사해 왔기 때문에 교육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할 것이다.무슨 일이든지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송자 회장은 송자 대교 회장은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언제나 혈기가 넘친다.똑 부러진 말투에 현란한 언변이 20대 청년을 연상케 한다. 그가 현재 보유한 직함만 봐도 열정적인 그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대교 회장 외에도 한국싸이버대학 총장,명지학원 재단이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월드비전 이사,푸른이보육원 이사장,세이프티키드코리아 공동대표 등이다. 연세대 상학과,미국 워싱턴대 경영학 석·박사를 마친 뒤 1967년 미국 코네티컷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시작으로 명지대 총장까지 30여년간 대학에 몸담았다.그뒤 2001년 대교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아직도 회장보다 총장으로 불리는 것이 익숙하다고 털어놓는 그는 일주일에 2∼3번씩 학교와 경영관련 학회,교회 등에서 ‘삶과 경영’에 대해 강의한다.
  • ‘월권 시비’ 이종석 ‘失權’ 위기

    ‘월권 시비’ 이종석 ‘失權’ 위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직의 하이라이트는 이종석 NSC 사무차장의 실권과 NSC 개편,노무현 대통령의 정 장관을 통한 내각 ‘친정체제’ 구축에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3일 청와대가 ‘분권형 국정운영’ 방침을 발표하자,이같은 해석을 내렸다. 노 대통령의 외교안보분야 핵심참모인 이 차장의 경질 검토 및 NSC 개편은 정동영 장관의 권한·역할 확대와 함께 외교·안보팀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NSC 개편과 함께 청와대는 NSC로 기능이 흡수된 채 8개월 동안 공석이던 청와대 외교보좌관도 곧 임명할 예정이다. ●이종석 차장 경질 얘기 나오는 까닭은 김선일 피살사건 이후 야당도 아닌 여당 의원들이 “NSC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며 별렀었다.여당 내에는 이 차장의 월권과 대북전문가인 이 차장의 외교안보 전 분야로의 역할 확대에 대한 회의가 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 차장과 NSC가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방향설정을 잘못했고,여러차례 실수를 했던 것이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NSC문제는 이 차장만의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보수적 외교안보 라인이 정보왜곡을 하고 허위보고를 했음에도,이 차장이 그같은 상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이는 국회 ‘김선일 청문회’ 기관보고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고,일부는 주이라크 대사관의 김도현 외무관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폭로되기도 했다.노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 크게 실망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정 장관의 특별한 관계 노 대통령은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정 장관에게 특별한 ‘계급장’을 달아준 셈이다. 여권 중진들은 대통령의 권한 약화를 우려했지만,386의원들은 정 장관이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한다.충성의 배경은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권’의 든든한 배경이 된다는 점이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노 대통령과 정 장관의 ‘남다른 관계’도 작용한 것으로 읽혀진다. 노 대통령이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당내에서 많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정 장관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또 정 장관이 ‘노인폄하 발언’으로 정치적 시련에 처했을 때에도 노 대통령의 우호적인 시선은 변함이 없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아테네올림픽 2004]명마 7억… “우리는 귀하신 몸”

    ‘스포츠 장비에도 명품이 있다.’ 올림픽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제전이다.하지만 최근의 올림픽은 ‘돈’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으며,특히 몇몇 종목들은 장비 가격이 상상을 초월해 ‘금 사냥을 위한 돈싸움’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장비에도 ‘귀족’과 ‘명품’이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출전하는 28개 종목 가운데 장비 하나만으로 큰 관심을 끄는 종목은 승마.“명마 한 필이 메달 색깔을 좌우한다.”고 할 만큼 말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국가대표 선수들의 국내용 경기마는 보통 2억원을 호가한다.그러나 이번 올림픽 장애물경기에 출전할 5마리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5월 마필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지는 그랑프리경기를 통과한 말은 7마리.이 가운데 5마리가 ‘귀한 몸’을 아테네에서 드러낸다.3마리는 5년전 30만∼50만유로(약 4억 3000만∼7억원)에 구입한 명마들이다.현재의 시가는 이를 훨씬 웃돈다.나머지 2마리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독일로부터 3년간 장기로 빌린 말.임대료만 월 4만유로(약 5700만원)선으로 알려져 2필의 몸값은 40억원을 훌쩍 넘는다. 수상종목의 귀족은 단연 요트다.최고급인 크루저급에서 미스트랄급까지 다양하지만 최소한 4000만원은 기본이다.올림픽 전용 요트는 선체와 돛대의 재질 등이 개발을 거듭하면서 한 척당 5000만원은 줘야 한다. 주로 독일에서 수입하는 조정의 경우도 1인승의 경우 2000만원은 들여야 레이스를 제대로 펼칠 수 있다.사이클과 사격도 만만찮다.사이클의 경우,벨로드롬이나 도로경기용 구분없이 가격은 1000만원 이상.가장 가볍다는 티타늄 재질의 몸체만 700만원선이고,가장 중요한 바퀴는 한 세트에 300만원은 줘야 한다. 사격의 경우,소총이나 권총은 300만원 정도지만 클레이로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한 정에 1000만원 정도.그러나 실탄값은 한 해에 1000만원 이상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종목으로 꼽힌다. 이들에 견줘 ‘금밭’으로 통하는 양궁은 장비의 국산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200만원 정도면 메달을 쏠 수 있다.조준기와 평행기 등 소모품을 포함해도 300만원선.화살도 10만원 이하다.게다가 사격의 실탄처럼 소모품이 아니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인 면에서도 ‘효자 종목’으로 불린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儒林(155)-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儒林(155)-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신과 신이 서로 만나기 위해서 벌인 ‘신들의 만남’,인류가 낳은 3대 성인인 예수와 석가모니 그리고 공자는 시간적,공간적인 격차로 서로 만난 적은 없다.또한 인류가 낳은 최고의 철인들인 소크라테스와 마호메트도 서로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예외가 있으니 그것은 공자와 노자가 서로 인간의 모습을 지닌 채 기원전 506년에 극적으로 해후를 하는 것이다.인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하고 신비스러운 대사건 중의 하나이다. 이는 마치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로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나오는 명화 중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이 그림에는 천상의 하느님이 인류 최초의 사람인 아담을 창조하면서 서로 손끝이 마주 닿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이는 천상과 지상이 만남으로써 하늘과 땅이 비로소 하나로 결합되고,생명이 최초로 탄생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데,공자와 노자의 만남도 이에 못지않아 마치 낮을 지배하는 해와 밤을 지배하는 달이 서로 만나는 행성들의 대격돌인 것이다. 노자(老子). 공자와 더불어 중국이 낳은 최고의 사상가.공자보다 오히려 광범위하게 중국의 민간신앙을 움직여 사상적 기초를 닦은 수수께끼의 인물.그리하여 오늘날 중국의 정신을 지배하는 도교를 창시한 신비의 용(龍). 일찍이 톨스토이는 번역된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읽고 그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의 사상은 공자와 맹자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그러나 노자로부터 받은 영향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지대한 것이었다.” 그뿐인가. 칸트의 철학을 계승한 관념론의 대가인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도가사상을 강의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지금 노자의 중요한 저서(도덕경)가 전해지고 있다.그것은 빈에서 출판된 것으로,나 자신도 그것을 읽은 일이 있다.도덕경에는 특히 자주 인용되는 말로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무명(無名)의 도는 하늘과 땅의 시작이며 유명(有名)의 도는 우주(만물)의 시작이다.’중국인들에게 있어서 만물의 근원이 되는 가장 고귀한 것은 곧 무(無)이며,허(虛)이며,전혀 불확정하고,추상적이며 보편적인 것으로서,그것은 또한 도(道)라고 불려졌었다.” 중국철학,그중에서도 특히 노자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던 헤겔은 또한 노자의 도가사상을 서양철학을 낳은 그리스의 헬레니즘과 비교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리스 인들은 절대적인 것이 유일하다고 말하고 그것은 지상(至上)의 존재라고 말하고 있는데 반하여,노자는 유일한 긍정적인 형식으로서 부정할 수 있는 오직 추상적인 무(無)만을 얘기하여 왔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헤겔의 관념철학은 노자의 무사상에서 사유방법이나 사상체계를 받아들여 완성되었던 것이다.이러한 사유방법은 야스퍼스로 이어져 야스퍼스는 ‘공자와 노자’라는 저서를 통해 주관과 객관의 한계를 초월하고 절대적 원리로서 도를 추구하는 노자의 사상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하고 있으며,특히 노자의 사상은 키에르케고르,니체로 이어지는 실존철학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것이다. 근세 분석심리학의 거장 융(C.G.Jung)도 현대인의 심리분석방법으로 노자의 무 또는 무의식 사상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리하여 유럽인들은 노자의 이름을 문자 그대로 ‘늙은 자식’으로 표기하여 라틴어로‘라오시우스’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인류 사상 최고의 롱 셀러는 ‘성경’이지만 두 번째의 베스트셀러이자 롱셀러는 바로 라오시우스,즉 노자가 지은 ‘도덕경’인 것이다.
  • 발기부전 왜 생기나

    외부에서 성적 충동이 가해질 경우 뇌가 척수를 통해 관련 정보를 음경으로 전달하면 곧장 골반 동맥이 확장되면서 혈류가 증가,발기가 이뤄진다.이 과정에 부교감신경이 작용하는데,이때 스트레스나 불안,우울,초조감이 작용하면 흥분한 교감신경이 부교감신경의 작동을 방해,발기가 어렵게 된다. 발기부전은 혈관계와 내분비계,신경계와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데,이 중 한가지만 이상이 있어도 발기부전으로 이어진다.실제로 병원을 찾은 발기부전 환자의 5%가 당뇨병 환자로 판명되기도 한다.또 중증 우울증의 경우도 거의 대부분이 발기부전 증세를 보인다. 이처럼 발기부전은 관련 질환의 영향이 절대적이지만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실제로 한번 성행위에 실패한 사람은 이를 의식하다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김 박사는 “60대가 3개월 동안 성행위를 못할 경우 그 자체가 발기부전의 원인이 되며,발기부전의 진단은 상대방의 반응도 중요한 만큼 필요한 경우 부부를 대상으로 성취도를 파악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발기부전은 단순한 노화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심장질환 등 연관된 질병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쉬쉬하면서 병을 키우기보다 뭔가 이상하다고 여겨지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등 터지는 民生] 商議제시 ‘선진국 극복사례’

    [등 터지는 民生] 商議제시 ‘선진국 극복사례’

    ‘경제 위기를 극복한 미국과 핀란드의 모델을 따라갈 것인가,90년대 침체에 빠진 일본과 독일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투자와 소비 부진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의 탈출구로는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길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선진국 경제의 취약점 극복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업환경 개선(미국)▲노동시장 경직성 해소(영국)▲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핀란드) 등을 참고해 과감한 정책을 추진해야 경기침체를 타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은 80년대 초 경기침체와 고실업,노사갈등 등을 일관된 기업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해소,90년대 이후 지속적 성장을 이룬 반면 일본과 독일은 장기침체를 경험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80년대 초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투자 활성화와 기업체질 강화 정책을 밀어붙여 소비와 투자를 되살릴 수 있었지만,90년대 초 일본 정부는 금융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정 확대와 통화 정책을 통한 내수 부양을 시도한 결과,2002년까지 연평균 1.1% 성장의 장기불황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기업 투자마인드 제고를 위한 선결 과제로 노사갈등 해소를 지목했다. 1979년 집권한 영국의 대처 행정부는 노조의 강력한 반발속에서도 노동시장 개혁 정책을 추진,고실업의 원인인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고 현재의 안정된 노사관계(90년 파업 630건→2000년 212건)의 토대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80년대 경제 모범국가였던 독일은 통일 이후 조세부담과 노동시장 경직성,슈뢰더 총리의 기업환경 개선 정책 실패 등으로 아직도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핀란드의 사례를 들며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R&D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핀란드는 90년대 초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경험하면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투자액 비율을 90년 1.88%,93년 2.16%,2001년 3.42%로 꾸준히 늘린 결과,94년 이후 연평균 3.6%의 경제성장을 실현했다.반면 우리나라는 R&D투자액이 절대적으로 적어 기술무역수지(2002년 21억달러 적자)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산업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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