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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헌법 소홀히 다룬다/허종렬 서울교대 법학 교수

    [시론] 헌법 소홀히 다룬다/허종렬 서울교대 법학 교수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초·중·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를 모두 분석·검토해 교육인적자원부에 의견을 제시한 것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헌재가 재판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헌법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교과서를 분석하여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헌재의 권한인 동시에 책무라 할 것이다. 헌재가 제시한 의견을 살펴보니, 일부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교과서에서 민법이나 형법 등에 비하여 헌법을 소홀히 다루는 점, 헌법재판을 설명하면서 이를 일반 법원 조직의 일부로 혼동한 점, 헌법재판제도를 소개하면서 위헌법률심사제도를 빠뜨린 점,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성문헌법과 기본권 보장 문제를 간과한 점, 법교육을 한다면서 권리보다 의무 본위의 설명을 한 점, 준법교육을 강조하면서 여전히 소크라테스의 일화와 ‘악법도 법이다.’라는 의구에 의존한 점등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 공감한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삭제할 때가 됐다고 본다. 플라톤의 ‘크리톤’이라고 하는 책을 읽어보면, 소크라테스는 그 법이 악법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조국의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소크라테스에게 악법이라고 하는 관념이 형성되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기원전 5세기의 사람이라고 하는 시대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 때는 국가와 법의 기원에 관하여 가족설적 인식이 강한 때였다고 할 것이다. 근대법의 역사는 악법에 대한 저항의 역사라 할 것이며, 그 점을 프랑스 인권 선언 등 인권투쟁사가 웅변해주고 있다. 우리 헌법이 헌법재판제도를 도입한 취지 역시 국회가 만든 법률에 대해서 그것이 악법일 수 있다고 하는 점을 전제로 하여 그 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점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준법교육을 한다고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꺼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사회과 교과서의 법 분야 내용에 정확성이 떨어지고 오류가 종종 발생하는 데에는 정부의 교육과정 및 교과서 편수진에 법 전문가가 부족하며, 교과서의 집필진 구성을 교과교육학 전공자들의 참여에 주로 의존해 온 점이 많이 작용하였다고 본다. 헌재가 지적한 교과서상의 문제점들은 모두 최근 헌법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지적할 수 있는 상식적인 문제점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학 전공자와 법조계 사람들을 적극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 교과서는 그 자체로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헌법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교사양성단계 및 현직 교원 연수 단계에서 이들이 헌법을 알도록 제도화하여야 한다.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의무를 학교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수행하여 할 사람은 교사들이다. 교육기본법 12조 역시 학교가 학생의 기본적 인권을 교육과정에서 존중하고 보호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대한 소양은 교사들이 교직생활을 함에 있어서 우선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이라 하겠다.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에서는 이 점이 극히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는데, 일본 교육대학들의 사례처럼 향후 우리 교원양성대학들도 이 점을 검토하여 교육과정에 헌법 과목을 필수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며, 정부 또한 이 점을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허종렬 서울교대 법학 교수
  • [열린세상] ‘도량의 정치’를 배워라/강형기 충북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구막부군(舊幕府軍) 부총재 에나모토 다케아키(夏本武揚)는 8척의 군함에 2000여명의 반정부군을 태우고 에도만(江戶灣) 시나가와(品川)기지를 은밀히 탈출했다. 목적지는 홋카이도의 하코다테. 막부 충성파들을 홋카이도로 모아 공화국을 수립하고 힘을 키워 메이지(明治) 정부를 타도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일부에서는 신 정부군에 저항하던 지방세력들이 있긴 했지만 그러한 세력도 대부분 항복해버린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불모지 홋카이도를 개척하여 곤경에 빠진 막부의 추종자들을 위한 터전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에나모토를 토벌하기 위한 정부군이 하코다테에 진입하면서 치열한 전투는 시작되었다. 삭막한 홋카이도에서 턱없이 부족한 물자와 지친 패잔병들을 데리고 정부군과 대치한 지도 벌써 7개월째. 승산도 없는 전투가 계속되면서 새 공화국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었다.8척의 함선을 모두 잃고 이제 남은 3개의 거점도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는 에나모토에게 토벌군 대장 구로다 기요다카(黑田淸隆)가 항복을 권해왔다.“관대한 처리를 할 것이니 무익한 저항을 중지하라.”는 것이었다. 에나모토는 답장을 보냈다.“뜻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끝까지 싸워 뜻을 보전하겠다. 다만, 다음 두 가지 사항은 부디 들어주기 바란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관대히 처리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전쟁으로 소실되어서는 안 될 귀중한 책의 원고를 보내니 부디 일본을 위해 활용해주기 바란다.” 반군대장 에나모토는 자신이 네덜란드에 유학했을 때부터 애독하던 책 ‘海律全書’의 원고를 “내 몸은 없어지더라도 이 책은 국가를 위해 남겨야 한다.”며 토벌군 대장에게 보냈다. 국제해양법과 외교에 대한 지식은 섬나라 일본이 살아가는 데에 절대적인 무기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후의 결전은 치열하고도 참혹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용맹한 부하들은 하나 둘씩 죽어갔다. 이런 가운데 정부군 대장 구로다가 “오랜 진중 생활에 얼마나 노고가 많습니까? 둘도 없는 귀한 책을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내 주신 책은 천하에 공포하여 큰 뜻에 부응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술 다섯 말을 보내 왔다. 에나모토는 지친 병사들에게 술잔을 돌렸다. 지친 그들을 위로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최후의 결별을 위한 자리였다. 그는 이미 “부하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죽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부하들을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항복한 에나모토는 전쟁포로로서 감옥에 갇혔다. 최후까지 저항한 반란군 수괴 에나모토에 대한 재판에서 사형은 당연히 예측된 것이었다. 그러나 에나모토의 구명을 위해 제일 먼저 나선 것은 그를 토벌한 대장 구로다였다. 그들은 서로 목숨을 걸고 전투를 했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목적은 같았기에 서로를 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구로다의 구명운동은 주효했고, 이후 에나모토는 메이지 정부에서 해군장관, 체신부 장관, 농상공부장관, 외무부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메이지 시대 최고의 행정가로 수완을 발휘했다. 아시아의 작은 국가 일본을 세계의 국가로 도약시킨 배경에는 이처럼 인재를 등용하는 메이지 지도자들의 도량(度量)이 있었다. 도량의 정치는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를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한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재가 필요한 자리에 등용되어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는 번영한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재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대단한 일은 인재를 알아보고 등용하는 것이다. 도량의 정치는 대의(大義)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운 사이라 할지라도 지향하는 목적이 같다면 그 수단은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그 수단을 조정하기란 정말 어렵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최근 우리 사회와 정치가 이런 모습으로 가고 있다.‘나는 저 사람이 싫다. 그래서 저 사람이 하는 일은 다 싫다.’는 식으로 정치와 정책을 평가하는 위기의 사회가 되고 있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 아라파트 사망 임박…中東 또 ‘혼돈속으로’

    ‘화약고’로 통하는 중동이 새로운 기회와 위기를 맞고 있다.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의 상징이던 야세르 아라파트(75) 자치정부 수반의 사망이 임박했기 때문이다.10일 긴급회의를 가진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아라파트 수반의 장례식을 카이로에서 치른 뒤 무카타에 안장할 것이라고 밝히고 라우히 파투 자치의회 의장이 아라파트 사후 자치정부 수반 대행을 맡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공식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사망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파투 자치의회 의장이 수반 대행 그러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의 살라 라파트는 프랑스로부터 아라파트의 사망을 통보받기 전에 사망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라파트의 마지막 길을 지켜 보기 위해 이날 급거 파리를 찾은 타이시르 엘 타미미 팔레스타인 종교법원 수장은 아라파트를 보고 나온 뒤 “생명이 남아 있는 한 생명보조장치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협상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요인으로 지목돼 왔던 아라파트의 사망이 현실화될 경우 평화협상 재개의 길이 열리게 된다는 점은 더할 수 없는 기회이다. 그러나 누가 후계자가 되든 아라파트만한 카리스마를 갖고 팔레스타인을 이끌어 갈 수 없으며,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전투구의 모습만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경우 중동은 또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미·이, 새 지도부에 기대 아라파트는 한편으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모색하는 ‘평화의 얼굴’을 보였지만, 동시에 결코 자살 폭탄테러 등을 포기하지 않는 ‘테러의 선봉’이란 다른 면모를 잃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3년 가까이 라말라에 연금되다시피 하면서 중동 평화협상의 교착을 부른 제1의 인물로 지적돼 왔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일단 아라파트 대신 들어설 새 지도부에 대해, 누가 되든 아라파트보다는 신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평화협상의 본격 추진을 통해 중동에 새 역사를 쓸 기회를 잡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오랜 분쟁도 일시적으로는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당분간은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가 대결과 충돌이 주를 이뤘던 과거의 분위기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한 목소리 내기 힘든 팔 내부 사정 아라파트 사후 팔레스타인 내부는 평화협상 등 공존을 모색하는 비교적 온건한 기존 지도층과,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해 무장투쟁을 선호하는 강경파쪽인 젊은 세대로 나눠질 것 같다. 두 진영은 아라파트의 뚜렷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암투를 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라파트 재임 시에는 그의 결정이 곧바로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영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평화협상에 나서기 전에 팔레스타인 내에서의 입장을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 더 시급한 상황이 된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내분에 빠지게 되면 이·팔 관계는 물론 중동 정세 전체가 위험해지는 대혼란의 시대에 접어들 공산이 적지 않다. ●상충된 이해 조절이 관건 이·팔 분쟁의 핵심은 난민 상태인 팔레스타인인들의 지위를 독립국가 창설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다. 독립국가 건설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기득권 양보를 최소화하려는 이스라엘과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팔레스타인간의 조정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팔레스타인 난민이나 이스라엘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정치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낼 수 있느냐는 문제다.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아라파트마저 이스라엘에 조금이라도 양보할 때면 배신자라고 비난받았던 것에 비춰 보면, 팔레스타인보다는 이스라엘쪽에서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의 어떤 정치지도자라도 국민들에게 이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애주가라면 이런 직업도…

    “술을 좋아하면 술을 직업으로 가져보세요.” 연세대 취업상담실에서 일하는 김농주씨가 술과 관련된 미래의 유망 직업 21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음주문화가 발달하고 술과 관련된 경제 규모가 무시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술과 관련된 직업을 파고들면 유능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코올 네이미스트(Namist)는 술 이름을 짓는 직업이다. 술 이름이 주는 어감이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각광을 받는다. 주세(酒稅)는 국가의 주요 수입원이지만 전문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주세법 전문가도 전망이 있다. 술 때문에 직장생활에 애로를 겪는 사람이 많은 만큼 알코올 치료인도 생각해 볼만 하다. 알코올의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 효과를 연구해 술로 고생하는 사람을 돕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술 원산지 관리 증명인은 유럽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주류의 원산지는 술의 가치와 가격을 결정하는 절대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와인이 일반화될수록 평가받는 직업이다. 와인 티처(teacher)도 웰빙 열풍을 타고 전망이 밝다. 와인 마실 때의 매너, 와인 제조법 등을 가르칠 수 있으며 미국 등 해외 취업도 가능하다. 술과 관련된 칼럼 등을 쓰고 다양한 콘텐츠를 분석하는 알코올 평론가와 저널리스트도 각광을 받을 것이다. 다양한 술을 시음하고 술에 대한 에피소드를 탐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대와 국가, 경기 움직임에 따른 술 소비 실태를 분석, 주류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주류 소비자 조사 전문가도 주류업계에는 꼭 필요한 직종이다. 김씨는 이밖에 와인 상점을 미학적으로 꾸미는 주류점 전문 인테리어, 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인터넷에 제공하는 알코올 웹사이트 경영 등도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추천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한국 골프규칙 권위자 KGA 임영선 부회장

    한국 골프규칙 권위자 KGA 임영선 부회장

    “누구든 4시간만 투자하면 죽을 때까지 전문가 못지않은 상식을 갖출 수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이 흔치 않아요.” 대한골프협회(KGA) 임영선(73) 상근 부회장은 골퍼들만 만나면 ‘제발 공부 좀 하라.’는 투로 설득한다. 그의 지론은 간단하다. 골프를 치려면 골프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그렇게 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어느 스포츠 종목이나 규칙이 있잖아요. 골프규칙은 사전찾기처럼 간단하고 아주 쉬워요. 일단 알아두면 그만큼 편리한 것도 없을걸요.” ●골프규칙은 英·佛·日·스페인·한국어로만 번역돼 그가 말하는 ‘사전찾기처럼 쉬운’ 골프규칙은 대한골프협회가 발행하는 ‘Rules of Golf’, 말 그대로 골프규칙이다.260여쪽짜리의 핸드북으로 에티켓, 용어의 정의, 플레이 규칙 등 모두 34개조에 이르는 골프의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이 핸드북은 임 부회장이나 KGA가 임의로 만든 게 아니다. 골프의 탄생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R&A(The Royal and Ancient) 골프클럽과 미국골프협회(USGA)가 합의해서 만든 원본을 한국말로 옮긴 것이다.R&A는 골프 탄생지의 주역으로서,USGA는 오늘날 가장 골프가 활성화돼 있는 곳의 주축으로서 세계골프계에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그 영향력을 4년마다 ‘골프규칙’ 개정판을 발행함으로써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KGA가 발행하는 핸드북도 따라서 4년마다 개정판이 나온다. 가장 최근 것은 올 초 발행돼 2007년 말까지 유효하다. 개정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영어 원문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조차 간단하지 않다. 문구 하나마다 정확하고 알기 쉽게 풀어쓰기 위해 한글학자가 필요하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규칙인 만큼 명확한 해석을 위해선 법학자도 필요하다. 물론 R&A와 USGA의 개정 작업에 앞서 한국의 의견도 보낸다. 그만큼 고된 작업이지만 기꺼이 이 작업을 주도하는 이유는 한국골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다. 전세계적으로 골프규칙은 영어 불어 스페인어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 등 5개 언어로만 돼 있을 뿐이다. 물론 그는 우리나라 골프규칙의 선구자이자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단순한 궁금증 해소 차원서 전문가가 되기까지 그로 하여금 ‘골프규칙’ 작업에 뛰어들게 만든 에피소드 하나.“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골퍼들에겐 핸디캡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어요. 핸디캡이라는 게 자신이 갖춘 절대적인 실력을 말하는 것인데, 골프장마다 자신의 핸디캡이 다르다고 설명하곤 했어요.A골프장에선 핸디캡이 얼만데,B골프장에선 얼마라는 식이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영국 R&A에 문의를 해봤죠. 그랬더니 핸디캡은 세계 어느 골프장을 가도 같다는 거예요.” 단순한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 한 문의를 통해 R&A와 접해본 그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우선 R&A에 골프 관련 책자들은 모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에 있는 책자들도 다시 정리했다. 어떤 것들은 너무 낡아 일일이 베껴 쓰기도 했고, 어떤 것은 일본 것을 번역했는데 제대로 옮겨 놓지 않아 다시 번역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물론 영국이나 미국에도 숱하게 다녀왔다. 이렇게 해서 그는 자신뿐 아니라 한국골프의 수준을 조금씩 향상시켜 나갔다.1996년 국제골프연맹(IGF) 이사로 선임돼 4년간 역임했고, 아시아골프연맹 이사는 같은 해부터 8년 동안 지내면서 한국골프의 위상도 높였다.IGF 이사는 골프계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못지않은 권위를 지닌다. ●아직도 목소리 크면 이기는 게 에티켓 현실 그런데 그의 눈에는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도 여전히 많다. “골프 인구 1만여명에 불과하던 30년 전이나 300만명을 넘나드는 지금이나 핸디캡 외의 규칙에 대해선 인식이 달라진 게 거의 없어요. 자동차 도로에서와 마찬가지로 골프코스에서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죠. 논란이 생겼을 경우 ‘미국에선 이렇게 해.’하며 우기는 골퍼들을 볼 때면 아찔하죠. 미국이나 한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골프규칙은 같아요. 제발 공부 좀 해야 하는데.” 심지어 프로들도 정확한 규칙을 모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OB(Out of Bounds)를 낼 경우 OB티에서 샷을 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지만 사실 골프규칙 어디에도 OB티라는 표현은 없어요. 일본과 우리나라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 공 찾는 시간을 줄이고 진행을 빨리 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이죠. 물론 골프규칙에는 로컬룰을 만들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로컬룰도 무조건 정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는 OB티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일반적인 것이 돼 버렸다는 듯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에티켓만은 제발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골프규칙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압니까. 바로 에티켓입니다. 제1장이 에티켓인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국내골프장 90% 이상이 그의 핸디캡 지정 따라 그가 요즘 치중하고 있는 작업은 각 골프장의 홀별 핸디캡(난이도 순서) 지정 작업이다.6년 전 미국까지 가서 USGA에서 시행하는 핸디캡 시스템 교육까지 받고 왔다. 홀별 핸디캡을 정하기 위해서는 티의 높이나 바람 방향과 세기, 러프, 벙커 등 10가지를 감안해야 한다. 국내 골프장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먹구구식으로 핸디캡을 정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90% 이상이 임 부회장의 핸디캡 지정을 따르고 있다. “그것 하나만 봐도 우리나라 골프수준이 점점 나아지고는 있다.”는 임 부회장은 “이제는 나보다 뛰어난 젊은 전문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뒤에서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외국인 선수 쿼터 늘리자

    한국과 미국의 프로야구가 모두 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2004포스트시즌을 끝냈다. 시청률과 입장수입도 근래 최고를 기록해 해당 구단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지난주에는 한·미·일 3국의 프로야구 커미셔너가 일본에 모여 2년 뒤 최초의 야구월드컵을 열기로 합의했다. 일련의 소식들에 비춰 프로야구의 미래는 분명 장밋빛이다. 그러나 속사정까지 그럴까. 한국은 당장 병역 파동으로 불거진 선수 부족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선수의 절대수는 부족하지 않다.2군 선수를 1군으로 승격시키면 간단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익숙해지고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부족하다. 관련 선수들이 형기를 마친 뒤 병역 의무까지 완수하고 복귀하려면 최소 3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외국인 선수의 숫자를 증가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야구는 한국의 주요 프로 종목 가운데 가장 늦게 외국인 선수를 고용했다. 프로농구가 절대적인 선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용병을 들인 것에 견줘 야구는 지역연고제에 따른 구단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확실한 효과를 발휘했다. 해당 지역의 풍부한 선수 자원 덕분에 몇 구단에 편중된 우승팀이 여러 구단으로 분산됐다. 그러나 이제는 병역 비리로 인해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외국인 선수의 쿼터를 늘리는 안이 검토돼야 할 시점이다. 현재 3명까지 늘리는 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향후 2년 정도는 4명, 또는 그 이상까지 늘리는 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선수의 증원은 메이저리그의 선수 스카우트에 대한 대비책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1999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인 버드 셀릭은 프로야구의 경제적인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2001년 메이저리그 노사 협정에 대비했다. 당시 파업 사태가 계속되면 가뜩이나 떨어진 야구의 인기는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처지였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구단간 수익 분배의 폭을 넓히는 방안 외에 신인 드래프트의 대상을 전 세계로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끼리 한 선수를 놓고 경쟁을 벌여 선수 몸값만 올리는 사태는 피하자는 것이 골자. 여기에는 한국·일본의 프로구단과 계약되어 있는 선수도 대상이었다. 이후 위원회의 보고서는 대부분 무시되고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구단수를 줄이자는 카드를 선택해 국제 드래프트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아마추어 선수의 스카우트에도 속수무책이던 한국이 대응할 방법은 외국인 선수뿐이다. 우리 구단의 선수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메이저리그 구단의 선수도 빼내올 수 있다는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투아이’ 상무이사 tycobb@sports2i.com
  • [발언대] 단감 공동마케팅 절실하다/백철우 경남 농산물유통과 과수화훼담당 사무관

    과일 산업만 가지고 논할 때 단감은 경남의 자존심이다. 재배 면적만 전국 60% 수준인 1만 4000㏊(진주 2400㏊, 창원 2300㏊, 김해 1600㏊ 등)이다. 전국 생산량 22만t 중 경남이 거의 절반인 10만t을 생산한다.2만 5000여 농가들의 경영비를 제외한 총 소득은 최소 94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재배 면적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가격하락을 가져왔고(1993년 5만 3000원→2002년 1만 8000원), 재배농가들은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98년부터 동남아시아 국가에 적극적으로 수출을 추진해 성과를 거두었지만 2003년부터는 중국산 단감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생산량이 소득을 좌우했으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요즘에는 품질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특품 3만 2000원, 하품 8000원대로 그 차가 5배에 이른다. 또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향후 60% 이상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들 구매자들의 요구 사항은 대량 물량 공급과 품질 균일화이다. 하지만 경남도 주요 주산지 시·군의 개별 출하 비율은 60∼74%에 이른다. 더욱이 농협 등을 통해 계통출하를 하는 경우에도 당도, 색도, 형상 등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별한 후 차별화·브랜드화하는 시스템 구축도 미흡하다. 시·군 단위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단감 브랜드들이 브랜드 파워를 발휘하려면 자치 단체 내의 여러 농협들이 공동연합 마케팅 체제로 통합돼 농가들은 생산에만 전념하고 세척·선별·포장·저장·유통 등 상품화는 산지유통센터에서 총괄하는 체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단감간벌사업, 관수시설 확충, 모노레일설치, 과수원 농로정비 등 생산기반정비사업도 앞으로 안정적인 고품질단감생산체제 정착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로 작용할 것이다. 백철우 경남 농산물유통과 과수화훼담당 사무관
  • 공항 마약탐지견의 하루…밀수의 30% 적발

    공항 마약탐지견의 하루…밀수의 30% 적발

    5일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 외곽에 위치한 관세청 마약탐지견센터. 영국산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마약탐지견 ‘스카우터’는 방금 잠에서 깨어난 탓인지 아직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박종수 요원의 모습이 보이자 꼬리를 흔들며 와락 달려가 안겼다. 탐지견은 박씨처럼 핸들러라 불리는 탐지요원과 하루 일과를 같이한다. 박씨와 스카우터가 함께 일한 지 어느새 3년. 서로 눈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훤하다. 오늘 갈 곳은 인천공항 수하물 컨베이어벨트. 다섯살짜리 수컷 스카우터는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해야 한다. 마약밀수가 갈수록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탐지견이 적발해 내는 마약은 전체의 30% 수준. 공항을 오가는 여행객과 물류량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한국이 아직도 ‘마약청정국가’의 명예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세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마약견은 최고의 탐지견 마약탐지견은 다른 탐지견과는 ‘격’이 다르다. 냄새가 독특하고 부피도 큰 폭발물에 비해 마약은 보통 소량에 냄새도 적다. 그러나 마약견의 후각탐지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 적발해 내는 품목은 코카인과 헤로인, 히로뽕, 대마는 물론 최근 유행하는 야바와 엑스터시까지 10여종에 이른다. 은밀한 곳에 숨겨 놓은 몇 그램 단위의 마약류도 이들의 코를 피해갈 수 없다. 박종수 요원은 “무색무취해 적발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히로뽕도 놓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엑스터시로 불리는 메틸렌디옥시메탐페타민(MDMA)은 초콜릿과 비슷한 냄새가 나 혼동을 하기는 한다. ●놀아주는 것이 최대의 보상 같은 시간 역시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한살짜리 수컷 ‘실버’는 여행자 탐지교육에 한창이다. 양말 속에 숨긴 대마를 찾아낸 실버에게 담당대원은 칭찬을 하며 수건을 막대모양으로 둘둘 만 ‘더미’를 갖고 놀 수 있도록 던져준다. 탐지견으로는 600만∼1000만원을 호가하는 엄선된 종자만을 고른다. 하지만 마지막에 탐지견 자격이 부여되는 개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생후 3개월부터 시작되는 40주 동안의 자견(子犬)교육은 기초체력과 현장적응훈련으로 이루어진다. 일종의 유아교육인 만큼 강아지와 즐겁게 놀아주는 것도 중요한 교육과정의 하나다. 이어 대마초부터 시작,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을 찾아내는 14주 동안의 중간훈련이 끝나면 최종단계인 현장훈련으로 넘어간다. 관세청장 도장이 찍힌 ‘마약탐지견 인증서’는 1년1개월의 교육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개에게만 주어진다. 교육을 모두 마친 탐지견 한 마리 값은 당장 수천만원으로 뛰어올라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는다. 개 한 마리에 2평이 넘는 전용 숙소가 제공된다. ●성인여성 두 배의 식사 오후 10시 모두가 기다리는 식사시간. 개들의 취향에 맞춰 건식과 습식으로 제공되는 사료는 하루 4300㎉. 성인 여성의 하루 권장 열량의 두 배가 넘는다. 수의사 이지현씨는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많이 먹는 것”이라면서 “만약 보통 애완견들이 이 정도의 식사를 한다면 며칠 못가서 비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세관에서 활약하고 있는 마약탐지견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골든 리트리버, 코커 스파니엘 등 3종으로 모두 16마리. 또 자체교배로 국내산 탐지견을 생산하기 위해 애지중지 키우는 ‘씨받이’ 개를 비롯해 폭발물탐지견, 훈련견, 예비견을 합쳐 전국에서 74마리가 세관에서 일하고 있다. ●스트레스로 수명 짧아 하지만 화려함 뒤엔 스트레스가 있다. 장시간 근무와 긴장된 생활로 이들의 수명은 다른 개들보다 3년 정도 짧다. 포만감이 오면 집중력과 후각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루 한 차례 다량의 식사를 해야 하는 것도 괴롭다. 또 아무리 뛰어나도 8∼9살이면 후각능력이 쇠퇴해 은퇴를 하게 된다. 일년 내내 항공 화물에 후각을 집중하다 보니 은퇴할 즈음 코끝이 하얗게 변하는 멜라민 부족 현상이 오기도 한다. 탐지견이 은퇴하면 한국동물보호협회를 거쳐 일반 가정에 입양돼 노후를 보낸다. 최동민 탐지견 교육반장은 “몇년 동안 동료처럼 지내다 입양을 가는 탐지견의 뒷모습을 볼 때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 같은 아픔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전했다. 인천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긴~ 그리움의 나라 칠레(하)

    긴~ 그리움의 나라 칠레(하)

    산티아고에서 칼라마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광은 온통 황토빛 세상이다. 메마른 사막. 개미보다 작게 보이는 차가 뽀얗게 꼬리를 드리우고 달린다. 그래도 고고학자들에겐 바싹 마른 이곳이 세계 어느 곳보다 귀중한 ‘풍요의 땅’이다. 또 수많은 화산의 흔적들, 지금도 수백개의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과 수증기, 조각 같은 암석과 거대한 소금들판, 황홀한 플라밍고의 자태…. 관광에 관한 한 칠레 북부 사막지대는 가히 보석 같은 존재다. 이같은 보석을 줍기 위해 사람들은 트레킹과 바이킹, 등산, 혹은 좀더 편안한 사륜구동 자동차 드라이빙에 나선다. 현재 트레킹에 이용되는 수많은 길은 예전에 사막에 드문드문 자리한 마을을 잇는 물물교환 루트였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는 칠레 북부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아지트와 같은 곳. 이 독특한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여행과 탐험이 이루어진다. 이곳에 점포를 둔 수많은 여행자 오피스와 에이전시가 여행자들을 돕는다. ‘Catus Tour’(55-851-534),‘Southen Cross Adventure’(55-851-416) 등 여행 에이전시에 문의하면 관련 투어 및 가이드를 소개받을 수 있다. 숙박료 100달러 정도의 호텔도 몇 개 있지만 유스호스텔인 ‘Hostelling International’(55-851426) 등을 찾으면 30∼40달러에 싸게 묵을 수 있다. ●산 페드로 공항이 있는 칼라마에서 동쪽으로 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산 페드로 아타카마는 흙의 도시다.2만여명이 거주하는 도시지만 2층 건물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도회지라기보다는 시골의 큰 마을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듯싶다. 시내에 가득 들어찬 집과 점포, 담장 등 대부분은 흙벽돌로 지어진 것들이다. 대로든 골목길이든 포장이 안돼 역시 황토빛 일색이다. 처음엔 ‘예산이 없어 포장도 못하고 있구나.’하는 동정심이 일었으나, 이 모두가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됐다. 가능한 한 옛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 예전의 건축재료만 고집하고, 도로 포장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뽀얗게 날리는 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시면서도 그 자체를 상품으로 생각하는 관광마인드가 참 놀랍다. 그래서 시내는 그냥 거닐기만 해도 즐겁다. 처음 보는 이국적인 골목과 집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시내엔 다양한 레스토랑과 환전소, 인터넷방, 토산품가게 등이 가득 들어서 있다. 그중 중앙 광장 맞은 편의 토산품 시장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 대부분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든 수천 종류의 공예품이 가득 쌓여 있어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 있다. 파드레 르 파이제 고고학박물관. 입구에 발견자 구스타포 파이제의 동상이 있다. 이 벨기에인 수도사는 1955년 이 마을 교구 책임자가 됐다. 이어 그는 귀중한 물건들의 수집 및 안데스의 고고학 연구에 착수했고, 이는 이 박물관의 토대가 됐다. 그는 1980년 사망했다. 아타카마인들, 즉 사막지대에 오랫동안 살았던 옛 거주자들은 이웃 문화, 특히 중앙 안데스의 큰 제국들인 잉카와 티와나쿠 제국의 영향을 받았다. 이같은 사실은 산 페드로의 오아시스에서 발견되는 고고학적 유물·유적들, 이를테면 BC 800년까지 연대가 올라가는 원형집들과 같은 것에서 발견된다. 박물관은 총 3만 80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모두 1만 1000년 역사를 가진 아타카마인들의 문화를 증언해 주는 것들이다. 그중 일부가 8각형의 중앙홀과 여덟개의 긴 전시 통로에 전시돼 있다. 그중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것들도 있는데, 특히 도자기류가 눈길을 끈다. 그들의 발전적 단계에 따라 3개의 컬렉션에 포함된 미라들과 의복, 생활도구 및 장신구, 금 유물들도 볼만하다. 첫번째 미라는 파드레 르 파이제에 의해 발견됐다. 두번째는 라라체서 발견됐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티와나쿠시대의 산페드로에 있는 교회구역의 중앙부에 있는 묘지에서 발견됐다. 수천, 수백년 전의 미라들과 유물들이 온전하게 발견되는 것은 순전히 사막 특유의 메마른 환경 덕분이다. ●툴러마을 툴러는 산 페드로 아타카마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의 흔적이다. 이곳은 BC 800년부터 A.C 500년까지 연대가 올라간다. 산 페드로에서 9㎞ 떨어져 있는 툴러는 마을을 덮은 모래에 묻혀 기적적으로 보전됐다. 모래 밖으로 간신히 노출된 곳에서 꼼꼼하게 묘사된 원형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집을 지탱했던 벽으로, 둥그렇다. 현재 이 마을의 10%는 1982년 있었던 고고학적 발굴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이곳에선 걸으면서 둘러보거나 오두막집 입장과 관람을 함께 할 수 있다. ●문밸리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27㎞ 떨어져 있다. 이곳은 직경 500m 정도의 자연보호구역으로, 소금기가 섞여 있고 날카롭게 각이 진 인상적인 언덕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또한 5467㏊에 달하는 거대한 국립 플라밍고 보존구역 내에 위치해 있다. 문밸리 구성물들은 지각변동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수위가 낮은 호수 바닥이 융기해 접히면서 일어난 이 현상은 코딜레라 라 살로 알려진 산맥을 낳았다. 문밸리는 마치 조각처럼 아름다운 모양의 암석과 땅을 갖고 있다. 또 소금이 암석처럼 굳은 층이 포함돼 있으며, 여러 개의 굴도 볼 수 있다. 침식현상에 의해 생긴 ‘죽음의 협곡’도 볼 만하다. 붉고 흰색의 대비가 특히 아름답고 신비하다. 문밸리는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레킹 코스다. 비죽비죽 솟아 있는 암석이 이어지는가 하면 고운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지며 발바닥을 간질인다. 제법 높아 보이는 언덕을 힘겹게 올랐는가 싶으면, 깎아지른 벼랑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벼랑 아래는 조각처럼 깎이고 닳은 붉은색 사막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사막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거센 바람에 행여라도 벼랑 아래로 떨어질라, 벼랑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주저앉은 사람들은 한동안 멍하게 바라보기만 할 뿐 말이 없다. ●솔트플랫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칠레의 가장 큰 소금지대로,2305m의 고도에 30만㏊의 거대한 규모다. 이곳은 수백만년 전에 일어난 지각변동 과정에서 바다가 호수가 되고,1만 1000여년 전 호수의 물이 증발하면서 생겼다. 이곳은 산페드로강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 아직 군데군데 얕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이 강물은 안데스의 산 위에 쌓인 만년설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산 밑에 형성된 수많은 수맥을 통해 솔트플랫까지 온다. 이곳에선 여러 성분이 섞인 소금을 생산하다가 1975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소금 생산도 중단됐다. 두께가 4m에 달하는 이곳 소금 침전물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40%를 차지한다. 또 칼륨, 붕사, 기타 소금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솔트플랫 주변의 공기는 거의 절대적으로 건조하다. 그래서 거대한 솔트플랫 한쪽 끝에 서면 다른쪽 끝이 보일 정도로 시야가 맑다. 동틀 무렵 도착한 솔트플랫은 플라밍고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연한 핑크빛을 띤 플라밍고들. 사진으로만 보았던 것을 실제로 보니 아름다운 핑크 빛깔이 훨씬 고와 보인다. 총 5종류의 플라밍고가 있다는데, 이곳에 있는 놈들은 대부분 인디언 플라밍고라고 가이드가 설명해준다. 솔트플랫에만 3000여마리가 서식한다고. 핑크빛 몸체에 크기는 너비가 1.2m, 키는 90㎝ 정도다. 큰 몸집에 비해 무게는 2.5㎏으로 가벼워, 걷는 모습이 하늘하늘 춤추는 것 같다. ●게이저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즉 해발 4321m에 위치한 온천지대다. 이 온천들은 산 페드로 아타카마로부터 94㎞ 떨어져 있다. 그러나 험한 비포장길이다 보니 차로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엘 타티오 화산에 근접해 있다. 새벽 5시 숙소를 출발해 동트기 직전인 7시쯤 게이저스에 닿았다. 수많은 땅속 구멍으로부터 뜨거운 물이 뽀얀 김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풍경은 황홀경 그 자체. 구멍 주변의 흙엔 물에 섞인 소금과 구리 등 다양한 금속 성분과 미네랄이 침전돼 있다. 뿜어져 나온 물은 매우 뜨거워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하다. 각종 성분이 섞인 주변의 흙은 부드러우면서 아름다운 색조를 띠고 있다. 특히 높이 뿜어져 나오는 물과 김이 어둠을 헤치고 나온 첫 햇살에 반사되면서 그려내는 영롱한 빛깔은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다. 온천지대 인근에는 사람들이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도 있는데, 대표적인 곳은 퓨리마타 핫 스프링이다. 특급호텔인 엑스플로라 내에 설치된 이 온천탕은 산페드로 아타카마로부터 28㎞ 떨어져 있다. 요금은 1만 페소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시설이 매우 고급스럽다.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게이저스로 가는 길은 메마른 사막이지만 풍광이 아름답다. 사막을 덮고 있는 식물의 주인공은 단연 ‘코이로아’란 풀. 메마른 환경을 뚫고 자라선지 그 억세기가 마치 철수세미 같다. 하지만 메마른 사막에 아름다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멀리서 보면 코이로아가 덮고 있는 사막은 영락없이 황금빛을 띠며 환상적인 풍광을 뽐낸다. 코이로아 말고도 초록 카펫을 돌에 덮어놓은 듯한 차레타, 노란 꽃을 피운 빙고빙고, 스위티한 냄새와 맛을 내는 리카리카 등을 볼 수 있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강한 생명력을 품고 있어선지 이 식물들은 대부분 피를 맑게 하거나 위장병 등에 효과가 높은 약재로 쓰인다. ●마스칸티호수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1시간 정도 동쪽으로 이동하면 해발 4300m 높이의 고원지대에 호수 두 개가 있다. 면적이 15㎢에 달하는 광활한 라구나 미스칸티, 그리고 미스칸티의 10분의1 정도의 크기인 미니케 호수. 주변엔 높이 해발 5600m의 미스칸티 볼케이노와 미니케 볼케이노 등을 포함한 5개의 화산이 호수를 에워싸고 있다. 거울처럼 맑은 호수에 만년설이 덮인 볼케이노 봉우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고도가 4300m에 달해 고산증세가 나타날까 우려했는데, 별로 낌새가 없다. 경험상 3000m 이상 올라가면 증세가 나타났었는데, 어지럼증도 거의 없고 숨도 별로 가쁘지 않다. 현지 가이드 ‘알루’의 설명. 이곳엔 코이로아 등 억센 생명력을 가진 식물들이 사막을 덮은 채 산소를 내뿜고 있어 다른 지역의 고산지대보다 산소량이 훨씬 많다고 했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산티아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칠레의 중부에 위치해 있다. 지중해성 기후로 연중 온난하고 주변이 옥토로 둘러싸여 칠레 인구의 절반 가까운 600만명 이상이 모여 산다. 하지만 안개가 많이 끼어 연중 절반 이상은 오후에도 안데스의 눈 덮인 경관을 보기 어렵다. 시 중심부엔 근대 고층빌딩과 국립박물관, 시립극장, 대통령 관저 등이 정연하게 서 있다. 특히 산타루치아 언덕은 시 중심에 솟은 곳으로 16세기 초 스페인의 데드로 발디비아가 칠레 점령때 요새를 구축한 곳이다. 가장 훌륭한 시내 조망권을 제공한다. 시내관광은 구시가지의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광장 주변으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16세기 세워진 대성당 ‘더 캐더럴’을 비롯해 중앙우체국과 시청사,1808년 건축된 궁전을 이용한 국립역사박물관, 산티아고 박물관인 ‘카사 콜로라다’ 등이 볼 만하다. 특히 성당 ‘더 캐더럴’은 규모의 장대함과 독특한 외양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장식과 조각, 그림으로 가득한 내부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국립박물관엔 7만여점의 칠레 역사를 담은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이밖에도 광대한 자연공원인 산크로스타발 언덕, 군사학교박물관, 중앙시장, 모네다궁전, 시립공원 등이 가볼 만한 시내 명소로 꼽힌다. 매주 일요일 아르마스광장을 기점으로 시내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시에서 주관한다. 여행 에이전시 및 여행자사무소로는 ‘Sernatur’(02-236-1420),‘Chillean Travel Serve’(02-251-0400) 등이 있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본 재미 있는 풍경 두가지. 개와 한국 자동차가 참 많다는 것이다. 거리나 골목, 특히 공원에 가면 웬놈의 개가 그렇게 득실거리는지. 작고 귀여운 것도 아니고, 한국이라면 ‘식용’으로나 적합할 것 같은 개들이 시내를 누빈다. 칠레의 도시는 꼭 한국차 박물관 같다.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포니부터 스텔라, 르망, 엘란트라, 엑셀 등이 용감하게 거리를 누빈다. 특히 칠레의 택시 중엔 르망이 유독 많다. ■ 안데스산맥 바라보며 칠레포도밭도 둘러볼까 ●칠레의 와인 칠레에서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칠레의 식도락 전통은 해물요리와 바비큐의 일종인 ‘패릴라다스’로 특징지어진다. 이같은 특별요리들은 대개 좋은 칠레와인을 곁들여 먹기 마련이다. 와인은 칠레의 국가적 상징 중 하나요, 칠레 전통의 한 부분이다. 또 국제적 명성을 얻은 뒤로는 국민적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메를로트, 카베르네트 사우비그논, 사우비그논 블랑크, 샤로도나이 등 다양한 와인들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와인 페어에서 상을 받았다. 칠레 포도밭의 역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칠레의 가장 오래되고 전통이 있는 포도밭들이 생겼다. 당시 그들은 유럽인들로부터 기술적 가르침을 받았으며, 좋은 품종의 포도나무를 수입해 자체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칠레 와인이 실제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20세기 후반부이다. 그것은 칠레 산업에 있어서의 급격한 이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와인산업은 이때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이루어냈다. 통계를 보면 칠레 와인의 폭발적 성장세를 알 수 있다.80년대 연간 1500만달러어치의 와인이 수출되던 것이 90년대 후반엔 5억달러를 넘었다. 산티아고 외곽지대는 와인의 주 생산지다. 이곳엔 과일이 널려 있고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다. 동쪽으로는 안데스산맥, 서쪽으로는 해안과 경계를 이루며 펼쳐진 광활한 계곡. 이 지대는 포도 재배에 지리적, 기후적으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중 콜차구아 계곡의 와인 순환로는 가장 유명하며, 이 길을 따라 하루코스의 투어도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 가면 포도밭의 다양한 모습을 즐기고,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또 콜차구아 또는 휴이큐박물관을 방문하고 지역 예술인의 작품들과 점심식사도 즐길 수 있다. 이 투어는 산티아고 아르마스광장에서 출발하며, 남쪽으로 170㎞쯤 가야 한다. 산페드로(칠레) 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열린세상] 간도 문제를 방치할 것인가/이덕일 역사평론가

    간도(間島)가 우리 땅이었던 때는 고구려나 발해 시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도 조선시대에도 우리 영토였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청나라의 강희제는 1709년(숙종 35년) 프랑스 선교사 레지(Regis), 자르투(Jartoux) 등에게 만주와 내몽고 일대를 실측케 하는 한편 1712년에는 오라총관(烏喇摠管) 목극등(穆克登)을 보내 조선과 국경을 획정하게 했다. 청에 사대하던 조선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었는데, 심지어 목극등은 조선측 접반사인 박권(朴權)과 함경도 관찰사 이선부(李善溥)를 연로하다는 핑계로 무산(茂山)으로 가서 기다리라고 할 정도였다. 박권은 한 사람만이라도 동행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소용없었다.‘이향견문록’에는 이때 조선의 역관(譯官) 김지남(金指南)이 따라가 “목극등과 여러 차례 따지고 밝힌 끝에 드디어 백두산 꼭대기의 천지 북쪽을 청나라 땅으로 하고 남쪽을 우리나라의 땅으로 정하여 천지가에 비석을 세워 경계로 삼았다.”라고 적고 있는데, 이 비가 바로 ‘서쪽은 압록, 동쪽은 토문(土門)’이라고 기록된 유명한 백두산정계비이다. 목극등은 토문강이 삼도백하(三道白河) 다음의 송화강 지류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이에 따라 백두산 동쪽의 간도는 조선 땅이 되었다. 목극등의 목적은 간도가 아니라 청나라 발상지인 백두산에 있었던 것이다. 한편 레지 신부 등은 1716년까지 측량을 끝내고 자르투의 감독으로 지역별 지도로 만들어 1718년에 강희제에게 헌상했는데, 당초 원고(原稿)는 북경에 주재하던 선교사들의 주선으로 파리의 동양학자 뒤 알드(Du Halde) 신부에게 보내졌다. 뒤 알드는 이를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에게 제출하여 왕립도서관에 보관토록 했는데, 이 지도가 출판되기 전 국왕 측근의 지리학자인 당빌(D’Anville)은 이를 42장의 ‘새 중국지도(Nouvel Atlas de la Chine)’로 만들었다. 중요한 사실은 이 지도에 청과 조선의 국경이 압록강과 두만강 훨씬 북쪽이라는 점이다. 이 문제를 일찍부터 연구한 김득황(金得榥) 선생은 ‘백두산과 북방강계’라는 책에서 만주 지방을 실지 측량해 국경선을 그린 레지 신부의 이름을 따서 이 국경선을 ‘레지선(線)(Regis Line)’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는 실제 조선과 청의 국경선이었다. 조선 사신들이 청나라에 갈 때 현재의 세관 구실을 하는 곳은 책문(柵門)이었는데, 그 기행문인 여러 ‘연행록’에 따르면 책문은 한결같이 봉성(鳳城)에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봉성은 현재도 압록강 북쪽 수백 리 지점에 그 지명 그대로 있다. 조선이 청일전쟁(1894∼1895년) 이후인 1903년에 이범윤(李範允)을 간도관리사로 파견해 관리한 것은 조선 영토를 실제로 관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때 간도지역에 살던 한인들은 너도 나도 호적을 등재해 순식간에 1만호에 달했다. 일제는 1905년의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한 이후 1907년 8월 간도파출소를 개설했는데, 파출소의 사이토 소장은 당초 “간도는 한국의 영토로 한다.”라고 못박았으나 일제는 1909년의 간도협약에서 간도를 만주철도부설권과 맞바꾸어 청나라에 넘겨주었다. 국제법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국제법의 시효는 100년이지만 분단국가의 처지에서 중국에 간도를 돌려달라고 요청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북핵, 탈북자 문제,200만명에 달하는 중국 동포 문제 등도 복합적으로 우리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첫 단추는 이 문제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소한 당사자가 아닌 일제가 제멋대로 체결한 간도협약은 국제법상 무효라고 선언하고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기는 각종 불이익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 정도 고통 없이 어찌 후손에게 역사를 바로 세워 물려주겠는가. 이덕일 역사평론가
  • [의회]강서구 의원 구정질의 민생 초점

    [의회]강서구 의원 구정질의 민생 초점

    기초의회 의원들이 날카로운 질문으로 행정 사각지대를 겨냥하고 있다. 국가 주요 사안은 아니지만 서민들의 민생과 바로 직결되는 것이 자치구의 구정이기 때문이다. 다음달 9일 임시회를 여는 강서구 의회 의원들은 구정 질의를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이번 구정질의에는 ‘단골 메뉴’인 교통문제를 비롯해 장애인, 중소기업 지원 등 민생과 밀접한 현안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김기홍(화곡8) 의회 부의장은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화곡동의 교통문제가 특히 심각하다.”면서 “현재로는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해법 마련에 더 고심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복지시설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가양동과 등촌동에 비해 화곡동에는 복지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이를 해소하는 방안도 이번에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양대교 남단 입체로설치 본격 추진 탁수명(등촌1) 의원은 지난해부터 주장해온 가양대교 남단 입체로 설치문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탁 의원은 “가양대교 남단에는 차량이 몰려들어 교통체증이 무척 심각하다.”면서 “최근에는 서울시와 강서구도 이를 공감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정규모 이상의 중소기업은 기금을 조성, 지원을 받는데 비해 소규모 영세 상공인들에게는 지원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면서 “조례개정을 통해 영세 상공인에 대한 지원과 기금조성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주택과 장애인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관심이 많은 이명호(등촌3) 의원은 “사회복지 자활 공공근로가 12일로 규정돼 한 달에 30만원도 채 벌 수 없다.”면서 “자활 공공근로자들의 열악한 상황과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 등을 중심으로 구정질의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개화동 일대 건축제한 완화 공론화할 것” 기초의원만 4선인 홍영유(방화2) 의원은 개화동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개발제한구역이 풀린 개화동 일대를 토지허가지역으로 묶어 2층 이하로 건축제한을 둔 것은 오히려 개악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홍 의원은 “너무 지역사정을 모르고 위에서 탁상정책을 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이곳 주민들은 집단 민원을 제기했으며 구정질의를 통해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강서구만 거주자 우선 주차제가 야간에만 실시돼 시설관리공단이 적자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전일제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서구민의 축제 한마당인 ‘허준축제’에서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약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약령시장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내놓았다. 김광헌(가양2) 의원은 “허준축제를 올해도 잘 마쳤지만 내년에는 시민들이 감초 등 생활 약재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실용적인 축제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加 여성지위청 성분석국장 엘런 드와이어 르노

    加 여성지위청 성분석국장 엘런 드와이어 르노

    “눈에 보이는 성차별적 요소를 없애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엘런 드와이어 르노 캐나다 여성지위청 성분석국 국장은 27일 ‘성별영향분석평가(GBA·Gender-Based Analysis) 전문가초청 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강연회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개원 1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것이다. “양성평등은 남녀를 ‘똑같이’ 대우하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여성과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인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정책에 반영하는 GBA가 필요합니다.” 그는 GBA를 담당하는 성분석국이 생긴 1999년부터 국장직을 맡고 있는 전문가.20여년 넘게 정부와 사회단체에서 여성관련 특히 성폭력 예방을 위해 힘써온 인물이다. “지난 5년간 캐나다는 여러 정책에 GBA를 반영했습니다. 예를 들어 육아와 부모 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는 ‘샌드위치 세대’의 여성들을 비롯, 가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을 가진 남녀 누구나 복직을 보장받으며 휴직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르노 국장은 앞으로 GBA를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된다고 지적했다.“여성 기업가들이 은행대출 받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난 안될거야.’라는 생각으로 시도조차 안하고 있습니다. 이젠 사회가 달라지고 있으니 여성들도 스스로 보다 적극적으로 권리를 누릴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아울러 그는 “한국에서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GBA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GBA확산을 위해 한·캐나다 간 협력을 시작으로 여러 국가간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29일 TV 하이라이트]

    ●선택(SBS 오전 8시30분) 태완은 정민의 아이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해준은 태완이 진정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이니 정민에게 더 이상 부담을 갖지 말라고 말한다. 한편 정민이 속한 팀은 지난번에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기획상품은 철저한 비밀 속에 준비하려고 한다. ●언론과의 대화(YTN 오후 3시15분)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을 짚고 좋은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 본다. 우리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두고 송영식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 변성호 사립학교법개정 국민운동본부 위원장이 패널로 나서 의견을 나눈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아기에게 엄마 젖을 먹이려면 남편의 가사분담이 절대적이다. 심지어 모유 수유율을 높이기 위한 첫째 방안으로 남편의 도움이 꼽히고 있을 정도. 이번 시간에는 모유수유 성공을 위해 뒷받침되어야 할 남편들의 동참을 적극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본다. ●코미디 금요천하(iTV 오후 10시50분) 중계콩트 ‘현장에서 전해드립니다’에서는 속옷회사의 신상품 아이디어회의 현장을 생생하게 생중계해 본다.‘리얼콩트 형사 24시’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사건에 부딪히는 강력반 형사들의 좌충우돌 사건이 일어난다.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가수 김범룡이 잡혀온다. ●논스톱5(MBC 오후 6시50분) 영화감상문이 당첨된 용만은 경품으로 러시아행 비행기표 다섯 장을 얻는다. 남자들 중 한 명은 가지 못할 수밖에 없고, 러시아여행을 위해 남자들은 온갖 수를 쓰기 시작한다. 혜선은 당분간 용만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지우와 수아는 혜선에게 집안 일을 시킬 생각으로 들떠 있는데…. ●윤도현의 러브레터(KBS2 밤 12시20분) R&B의 황태자 김조한, 래퍼 후니훈을 주축으로 뭉친 그룹 TODAY가 함께하는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다.‘김제동의 리플해주세요!’ 코너에서는 ‘선생님이 되려고 준비중인데 무대공포증 때문에 너무 걱정입니다.’라는 사연을 보내준 어느 여성과 함께 고민 해소법을 찾아본다. ●인물현대사(KBS1 오후 10시) 경북대 수학과 교수로 60∼70년대 미분기하학과 응용해석학 분야에서 많은 논문을 발표해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던 수학자 안재구 박사. 대학교수 신분으로 한국사회의 ‘상층부’이자 ‘사회지도급’이었던 그가 편안한 삶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 [2008학년도 새 대입안] 교육부 내년 200개교 실태조사

    [2008학년도 새 대입안] 교육부 내년 200개교 실태조사

    교육부가 새 대입제도의 핵심 보완책으로 발표한 ‘학업성적 신뢰제고 종합대책’은 ‘학교생활기록부’ 즉, 내신에 대한 신뢰 확보 없이는 새 대입제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의 산물이다. 새 제도에 따르면 수능시험의 등급화로 점수따기 경쟁은 의미가 크게 줄어드는 대신 떨어진 수능 변별력을 해소할 방편으로 학생부 비중은 대폭 강화된다. 내신 비중이 커짐에 따라 고교 등급제의 빌미를 제공했던 ‘내신 부풀리기’를 교육부가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것이 대책의 요지다. 내년 1월 처음으로 내신 부풀리기 실태조사에 들어가는 것이 ‘대수술’의 첫단계다. 전국 2000개 고교 가운데 10%인 200여개 학교를 각 시·도교육청이 조사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사·학부모·전문가로 구성된 대책팀을 구성하고 ‘학업성적 신뢰제고 방안’을 내년 신학기 이전에 제시할 계획이다. ●학교장 학업성적관리 책임제 도입 또 학교 단위의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학교장 책임제를 도입한다. 시·도교육청별로 ‘학교평가개선 장학지원단’을 운영한다. 매달 한 차례씩 실태파악을 통해 학교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내신 부풀리기가 적발되면 학교장과 해당교사에 대한 징계도 강화된다. 특히,2006학년도 대입전형부터 평어보다 석차백분율을 반영하고, 같은 석차가 여러 명일 경우 중간석차를 부여하는 등의 보완책을 대학에 권고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억제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내신 부풀리기’는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교과성적 표기 방식을 원점수와 표준편차로 변경하더라도 여전히 학교·지역간 격차가 존재한다는 문제점은 남는다. ●학교·지역간 격차 해소방안 제시 안해 전문가들은 내신 부풀리기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강남과 비강남권·지방 등 전국 2000여개 고교의 학력 차이를 해소할 방안을 교육부가 이번 새 제도에서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고교가 천차만별인데다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전보다 크게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대학은 여전히 등급제와 유사한 변별력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교 특성을 전형에 반영하거나 우수고교의 우수학생을 유치하려는 ‘새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내신 평가를 위한 일선 학교의 협조도 절대적이지만 과연 교육부가 바라는 대로 학교들이 내신 부풀리기 유혹을 완전히 뿌리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교육부가 교사별 평가제도를 보완 장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착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교사당 학생수가 너무 많고 교육과 평가 이외의 잡무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부를 얼마나 충실하게 기록 가능한지, 또한 주관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 비교과영역에 대한 신뢰도를 어떻게 확보할지도 과제다. 촌지와 치맛바람이 다시 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인 것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설] 새 대입안 성공 대학·고교에 달렸다

    새로운 대입제도가 확정됐다. 수능시험과 내신을 각각 9등급제로 하고 독서활동을 기록하며 수능시험을 문제은행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특목고 출신은 동일계 진학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새 제도가 사교육을 줄이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바뀐 입시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다. 여기에는 대학과 고교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능시험을 등급제로 바꾸면 가장 염려되는 것이 변별력이다. 내신을 수우미양가식 평가에서 9등급제로 바꾸어 변별력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충분하지 않다.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는 것은 대학의 몫이 된다. 본고사식이 아니면서 학생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법을 짜야 한다. 고교에서는 내신 부풀리기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되며 학생부를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고교등급제 파문이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내신성적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사교육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선행 학습이 없이도 학교 수업을 충실하게 받는 학생이 좋은 내신을 받도록 해야 한다. 대학과 고교의 연계도 중요하다. 대학이 논술과 심층면접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면 고교도 이에 부응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부 활용 방안을 놓고도 협의해야 한다. 발표되자마자 새 대입제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겸허하게 듣고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을 당부한다. 학부모와 고교, 대학의 협의체는 제대로 운용해야 한다. 실질적인 논의를 거쳐서 모아진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처음에 원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 中기업, 정부에 소송

    중국의 한 민간기업이 휴대전화 시장의 진출을 제한한 중국 정보산업부(MII)결정을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정부 정책결정에 고분고분한 중국의 기업풍토에서 기업이 행정당국의 시장 진입 제한 결정에 이례적으로 반발하며 법정 대결을 벌인 것에 대해 외신들은 ‘기념비적인 소송’이라고 평가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의 민간 전자제품 업체인 Aux는 ‘정보산업부가 자사 브랜드의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한 것이 지난 7월 발효된 행정승인에 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정부 통제를 완화하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의 필요조건으로 법제화한 법률안중 하나다. 신문은 “Aux그룹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관료들의 경제 간섭을 완화하는 법률에 따른 것”이라며 “승소할 경우 세세한 부분까지 개입하고 통제하는 중국 공무원의 간섭을 배제하게 될 중대한 전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법률전문가들도 “Aux의 소송으로 중국은 법의 통치 확립에 분수령적인 일보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평가했다. Aux그룹은 앞서 정보산업부에 휴대전화 시장진입을 허용해 달라고 설득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대해 Aux그룹은“이같은 규제는 명백한 위법이며 법이 정보산업부의 조치에 대항하는 권리를 우리에게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2010년 中매출 250억달러”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2010년 中매출 250억달러”

    |상하이 오일만특파원|삼성전자가 향후 6년내에 중국내 매출액을 4배 이상 확대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25일 상하이 과학기술관(SSTM)에서 열린 ‘글로벌 로드쇼’에 참석,“중국내 매출액을 올해 60억달러에서 2010년 25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중국 시장은 고도성장에 따라 고소득층의 고급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제,“‘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장기적으로 중국에서 디지털 1위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한국기자단과의 일문일답 요지. 중국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치열한 경쟁으로 현지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 -핵심 기술·부품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에 승부를 걸겠다.30여개 중국내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저가 중국업체보다 20∼30% 이상의 고가전략을 지속할 계획이다. 중국 동북부와 서부지역 판매 확대를 위해 선양과 청두에 판매법인을 신설하는 등 기술개발과 함께 마케팅 전략도 강화시키겠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중국 이전에 대한 계획은. -현재로선 이전 계획은 없지만 경영의 미래란 알 수 없는 것이다. 급변하는 중국 경제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모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 전체로 볼 때 순이익이 3분기 이후 감소추세에 있다고 하는데 내년 전망은. -경영이란 상대적이고 경쟁구도에서 절대적이란 것은 없다.3분기까지 지난해 전체 실적을 능가하는 43조 7000억원의 매출과 10조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우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발휘로 4분기에도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겠다. 한편 삼성전자의 브랜드 위상과 디지털 리더십 강화를 위해 열린 글로벌 로드쇼에는 아시아와 중동·북미·중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주요 거래선과 현지 언론인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oilman@seoul.co.kr
  • [기고] 교육의 사회적 형평성/이병태 진주국제대 교수 ·명예논설위원

    요즈음 상당한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가 고교등급제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 일선 교육기관과 관련행정기관, 나아가 사회일반인도 물론이다. 왜 고교등급제가 사회적인 논쟁거리가 되었을까? 이상할 것은 하등 없다. 입시라는 과제에 관련된 사람·기관은 모두 제 이익이 더 많은 쪽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려 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고육지책’,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 수험생·학부모들의 ‘집단소송’, 교육부의 ‘절대3不 정책’이 그렇다. 완벽한 사회제도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문제점보다 이점이 많은 제도가 더 좋을 것이다. 아울러 현실성·시의성이 있기에 절대 영원한 제도란 없다. 사회제도는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공공제도는 어느 특수계층·특수인의 전유물이 아니므로 많은 사람이 진정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일부 대학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바람에 교육의 평등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면 ‘평등한 교육’에서 평등이란 어떤 것일까? ‘평등성’‘형평성’‘공평성’은 민주주의 3대 이념의 하나인 평등권의 내용이다. 민주주의 이념으로서의 ‘평등’에서 절대성이란 있을 수 없다.‘절대 평등’은 올바른 개념이 아니다. 상대적이어야 한다. 모든 것을 모든 인간에게 똑같게 해야 한다면 올바른 평등이라기보다 절대적 평등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못하는 사람보다 보수를 후하게 주는 것이 평등이지, 일을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모두에게 똑같은 보수를 주는 것은 평등한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구분·차별에 따른 상대적 대우가 진정한 평등이다. 이처럼 상대적인 평등교육은 주장하되 천편일률적 제도에 의한 절대적 평등교육은 생각하지 말자. 여기서 교육의 사회적 형평성 혹은 평등성이란 먼저 경제적·지역적·신분적 조건과 성별·연령, 기타에서 차별적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교육방법상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한 교실에서 가르친다면 두 그룹의 학생이 받는 혜택에는 차이가 심하게 날 수 있다. 즉 잘하는 학생은 그 시간에 많은 지식을 습득하지만 못하는 학생은 얻는 것이 없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공평한 교육이 못 된다. 사회적 형평성이란 각각에게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해주어 궁극적으로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사회적 형평성’을 이루려면 천편일률적인 제도의 틀에 맞춘 교육이 아니어야 한다.‘절대적 평등’ 교육 체제가 아니라 ‘상대적 평등’ 교육 체제라야 하는 것이다. 자율성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인간 개개인의 능력, 교육기관의 사정이 모두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준화에 따른 문제점도 외면할 수 없다. 입학 당시부터 시작된 학습 능력 차이는 일률적인 수업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차라리 하위그룹 학생이 제 수준에 맞는 학교를 택할 수 있는 제도라면 도리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상위그룹 중심의 교육은 하위그룹 학생들을 소외시킬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결코 평등한 교육혜택이 아니다.‘절대 평등’을 내세운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교육 희생자를 최소로 줄여야 한다. ‘모두가 똑같게’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왜 등급제가 필요했으며 그 발생원인이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해 보자. 교육의 사회적 형평성에 관한 새로운 인식이 절실하다. 지금 우리에게는 합리적인 교육제도를 정착시키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이병태 진주국제대 교수 ·명예논설위원
  • [사회플러스] 고법 “수능 총점석차 비공개 정당”

    서울고법 특별6부(부장 이동흡)는 20일 2002년에 수능시험을 치른 신모씨 등 당시 고3 수험생 6명이 “수능시험 총점기준 누적성적분포표와 개인별 석차를 공개하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비공개는 정당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능 총점기준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정책은 학생의 자질과 적성보다 성적에 따라 대학에 지원하고 대학 서열화가 이뤄지는 폐단을 해결하려는 것”이라면서 “공익적 목적이 비공개로 인한 수험생들의 불편 해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학별로 입시전형이 다양화하고 있으므로 원점수 총점과 표준점수총점이 대입전형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로서도 모든 대학의 입학전형을 만족할 석차나 누가성적분포표 등의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2005학년도부터는 ‘선택형 수능체제’로 변화돼 총점기준 수능성적의 정보가치는 더욱 감소된다.”고 덧붙였다.
  • [임영숙 칼럼] 국가 경쟁력 높이려면

    [임영숙 칼럼] 국가 경쟁력 높이려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대한 정부의 일차적인 반응은 본질적인 것보다는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한국의 경쟁력 순위가 지난해보다 11단계나 떨어진 29등에 불과하다는 보고서 내용에 충격을 받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수치가 마치 참여정부 성적표인 양 몰아붙이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에 불쾌했을 수도 있다. 더욱이 경제위기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실제로 더욱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막을 필요도 있었을 터이다. 그렇더라도 경제부총리를 비롯, 정부 당국자들이 보고서의 신뢰도만 물고 늘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믿음직스럽지 않다. 국가경쟁력 순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최근 몇년간 한국경쟁력 순위를 각 기관별로 비교해 보면 그 편차가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2003년엔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전년도보다 8단계 떨어진 것으로 평가했는데 WEF는 오히려 7단계나 올라간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평가기관마다 객관적인 통계지표와 주관적인 설문조사를 병행하며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새로운 평가방식을 계속 개발하고 있지만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처럼 정밀한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어떤 국가경쟁력 평가도 불완전한 데이터나 분석적 오류가 없는 완벽한 것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쟁력 평가가 해마다 발표되고 주목을 받는 것은 각국의 경제정책 수립과 해당국가에 대한 투자 결정에 도움을 주는 시사점을 거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WEF 보고서에 나라가 금방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지만 신뢰성에 문제가 많다며 마냥 무시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조사결과의 현실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주목된다. 이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강화해야 할 것인가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WEF순위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가장 많이 깎아내리는 악성 지수는 민간분야의 여성고용(102위), 외국노동자 고용의 용이성(99위), 입법기관의 효율성(81위), 은행 건전성(77위), 농업정책 비용(77위) 등이었다. 교육경쟁력, 노사관계, 부패문제도 한국 경쟁력 하락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봄 IMD순위에서 한국 대학교육의 질은 끝에서 두번째인 59위였다. 최하위권에 머무는 이런 분야들을 방치하는 한 우리 국가경쟁력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1위인 핀란드를 비롯, 상위권의 스웨덴(3위) 노르웨이(6위) 등 북구 국가들의 여성지위가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여성의 정치적 경제적 참여 지수를 나타내는 유엔개발계획의 여성권한척도(GEM)에서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각각 1·2위인 반면 한국은 최하위권인 68위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국가경쟁력 차이는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또 북구국가들의 부패지수가 매우 낮고 국민 학습권이 적극 보장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3번째 국가경쟁력 1위를 차지한 핀란드는 2000년부터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없이 깨끗한 나라’ 연속 1위국가이다. 또 핀란드의 세계1위 경쟁력 비결은 ‘교육’이라고 타리아 할로넨 대통령이 지난해 말했다. 고교등급제로 소모적인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와 핀란드를 한번 비교해 볼 만하다. 국무조정실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가 설치돼 있지만 국가경쟁력은 지표관리만으로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인 지표관리보다 장기적인 국가경쟁력 제고방안을 세우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주필 ys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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