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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이슈-생명위협받는 분쟁지역 취재] 지구촌 곳곳 작년 69명 사망

    [월드이슈-생명위협받는 분쟁지역 취재] 지구촌 곳곳 작년 69명 사망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의 안전이 극도로 위협받고 있다.2년째 내전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기자가 저항세력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했으며 납치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저항세력의 무차별 공격과 납치는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위협하는 절대적인 위험 요소가 되는 것은 물론 기자들의 안전을 우려한 소속국가 정부와 언론사간에 분쟁지역 취재 허가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시키고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국경없는 기자회(RS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최소 69명의 기자가 분쟁지역 취재 중 숨지거나 기사내용과 관련해 목숨을 잃었다.65명이 숨졌던 지난 95년 이래 최대 규모다. 이 단체가 최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전후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서만 지난해 기자 19명과 통역 등 보조원 12명이 희생돼 이라크는 2년 연속 기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취재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라크 외에 필리핀에서 13명, 방글라데시에서 5명, 멕시코에서 5명이 각각 숨졌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분쟁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살해된 기자들 대부분은 부패 및 범죄 조직 관련 기사와 취재활동이 빌미가 돼 암살당했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이유는 전례없는 대규모 취재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시도 때도 없이 저항세력이 테러를 감행하기 때문이다.RSF에 따르면 이라크 주둔 미군이 지난해 3월 아랍에미리트연합 소재 알 아라비야 방송사 직원 2명을,4월엔 미국 자금으로 설립된 알 이라키야 방송사 직원 2명을 각각 저항세력으로 오인해 사살했다. ●저항세력, 미디어 관심 끌려고 12명 납치 무엇보다도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제약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은 저항세력에 의한 납치다. 기자들을 납치할 경우 민간인에 비해 미디어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자들, 특히 외국 기자들은 납치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저항세력은 지난해 12명의 기자를 납치했으며 이 가운데 이탈리아 기자 1명은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이탈리아의 좌파 일간지인 ‘일 마니페스토’의 바그다드 특파원 줄리아나 스그레나(56·여) 기자는 지난 4일 바그다드 대학 앞에서 인터뷰 도중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 이슬라믹 지하드 산하의 납치단체는 이탈리아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르 피가로의 조르주 말브뤼노(41) 기자와 RFI 라디오의 크리스티앙 셰노(37) 기자가 지난 해 8월 20일 나자프로 향하던 도중 무장단체 ‘이라크 이슬람군’에 의해 납치됐다 4개월 만에 풀려난 데 이어 좌파 일간 리베라시옹의 바그다드 특파원 플로랑스 오브나(44·여) 기자가 지난 1월5일 이후 실종된 상태다. 지난해 12월16일 바그다드에 파견된 그녀는 총선을 앞둔 이라크의 현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던 중 호텔 앞에서 이라크인 통역 후세인 하눈 알 사디와 함께 사라졌다. 또 지난 1월22일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격월간지 ‘우라바 호이’의 사진기자 에르난 에제베리 아르볼레라(64·남)가 게릴라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의해 납치됐다. 이에 대해 마쓰우라 고이치로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언론인을 겨냥한 공격은 언론의 정보 수집 및 전달 능력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지금 언론인들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인을 겨냥한 공격은 세계인권선언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경영진 취재 중단에 기자들 “언론자유 침해” 프랑스 기자 2명이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 풀려난 지 10여일 만에 리베라시옹의 여성 특파원이 또 실종되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라크 취재 중단을 권고했다. 방송사와 신문사 경영진도 기자들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 파견 계획을 보류하거나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브뤼노 기자의 납치사건 이후 르피가로는 이라크 취재를 포기했다. 르몽드도 현지에 취재기자를 파견하지 않고 있다.RTL 방송은 바그다드에 있는 기자들이 호텔방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자들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LCI는 리비아에서 한때 납치된 적이 있는 프리랜스 기자 로제 오크를 통해 이라크 뉴스를 커버하고 있다. 유럽-1 방송은 1월 중 파견하려던 계획을 일단 미루고 있다. 유럽-1의 위그 뒤로셰 국장은 “알 자지라가 보내는 소식만 일방적으로 받을 수는 없지만 기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텔레비전의 경우 공영방송인 프랑스-2와 FR-3 텔레비전의 모회사인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마크 테시에 회장은 기자들의 파견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하지만 언론사의 편집국장·보도국장과 기자들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취재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브나 기자 구하기’ 공동노력 프랑스의 주요 신문사·통신사·방송사 국장들은 지난달 25일 오브나 기자가 소속된 리베라시옹에 모여 오브나 기자의 구명운동에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아울러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AFP,AP, 아르테방송(채널 5), 카파, 유럽-1,TF-1, 프랑스-2, 프랑스-3, 헤럴드 트리뷴, 르 피가로, 르몽드, 르 파리지앵, 레제코 등 주요 언론사 국장들은 성명에서 “기자들의 자유는 기본적인 권리다. 언론 보도의 자유가 없는 곳에 자유는 없다. 취재의 자유와 기자들의 안전은 모든 나라에서 모든 권력, 정치권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2 및 프랑스-3 채널의 기자들도 지난달 27일 경영진에게 기자들이 개인적 판단에 따라 이라크 취재를 갈 수 있게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두 방송국 기자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납치 및 테러 위험에도 불구, 이라크로 갈 준비가 돼 있는 자원자들이 있다. 이런 위험은 기자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베라시옹의 세르주 쥘리 사장은 지난 14일 파리의 올랭피아 극장에서 열린 납치기자 구명촉구를 위한 콘서트에서 “이라크가 ‘맹인’의 나라로 남아 있지 않도록 외부세계에 소식을 전달하는 것은 현장 취재기자들의 역할”이라며 “보도의 자유 없이는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otus@seoul.co.kr
  • 한·일수교 40주년 ‘민족주의 정체성’ 심포지엄

    2005년은 여러 의미가 겹치는 해다. 한·일수교 40주년 광복 60주년 한일병합 100주년 등. 그러다 보니 올해에는 한국과 일본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지어 왔는지를 밝히는 작업이 활발하다. 16일 한림대 한림과학원 한국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21세기 한국학, 어떻게 할 것인가’ 심포지엄은 한국의 정체성을 다루는 한국학이 어떤 내용이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기조발표에 나선 한림대 한영우 특임교수는 탈민족주의자들의 국사해체론을 반박했다. 그는 국사해체론의 뿌리를 일본 식민주의 역사가에서 찾은 뒤 “배타적·국수적 민족주의는 비판돼야 하지만 민족적 특수성을 거부하거나 민족의 실체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역사의 새로운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학 연구의 초점은 “왕조의 장기지속성이 보여주는 사회통합력과 신뢰구조에 대한 이해”여야 하고 그 핵심에는 “선비정신이 있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한 특임교수의 주장이 마냥 환영받은 것만은 아니었다. 한국에만 집착해 스스로 국학으로 내려앉은 한국학의 시야를 동아시아로까지 틔워줘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한림대 사회학과 전상인 교수는 한국의 근대화를 설명하는 기존 주장을 재검토하면서 “학문을 하는데 일종의 ‘운동’ 정서를 버려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서구의 근대화 과정이 절대선도 아닌데 서구 근대화의 틀에 맞게 한국사를 끼워 맞추려는 조급증을 지적한 것이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에 몸담고 있는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는 더 신랄하게 기존 한국학을 비판했다. 그는 기존 한국사 연구가 무비판적으로 서양의 역사발전론인 ‘고대-중세-근대’ 구분을 인용하고 있다면서 ▲비교사의 관점 ▲동아시아사의 관점 ▲중국사에 대한 이해 등을 통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전 교수와 미야지마 교수의 이런 비판을 거꾸로 일본에 투영한 심포지엄도 열렸다. 앞서 15일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와 BK21일본연구팀이 함께 주최한 ‘일본의 발명과 근대’ 심포지엄이다. 초점은 ‘일왕제의 위력’에 맞춰졌다. 근대 초입 대다수 사람들이 일왕이 누군지도 모르던 일본은 20세기 초반 절대적 일왕제가 성립했다. 일왕제 폐지를 내걸었던, 그래서 가장 이단적이었던 일본 공산당원 대부분이 전향했다는 사실에서 이는 잘 드러난다. 공산당 최고 이론가 사노 마사부는 전향 뒤 아예 일왕을 중심으로 하는 일국사회주의 건설을 내세울 정도였다. 성균관대 정혜선 교수는 만주사변에 비판보다 열광을 보내는 일본 민중과의 괴리감 때문이었다고 해석했다. 이런 힘은 ‘일왕=일본역사=국가의 중심’이라는 도식에서 나온다. 이것은 아직도 연례행사 같은 ‘야스쿠니신사 참배’에서 잘 드러난다. 단순한 제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한양대 박규태 교수의 결론이다. 박 교수는 일본 근대화 초기 “신사는 종교가 아니”라던 ‘신사 비종교론’으로 근대국가의 정교분리 원칙을 피해나간 뒤 신사와 일왕제가 결합하면서 사실상 국가종교화됐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의 정체성을 둘러싼 이런 숱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왜 민족주의적 정체성은 여전히 강한가. 경희대 허우성 교수는 아사바 미치아키의 ‘신체성’ 개념에서 그 답을 찾았다. 너무도 이기적이지만 자연스럽게 체화된 감정, 그것이 민족주의 정체성이다. 허 교수가 비판적 연구자들에게 “매국노로 비난받을 각오”를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18∼19일 한국일본학회 주최로 고려대에서 열리는 ‘한·일수교 40주년 기념세미나’는 일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목표로 삼았다. 기획특집으로 ‘일본역사교과서와 역사인식 문제’도 다룰 예정이어서 기억에 대한 논의까지 함께 벌어질 예정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성적은 연봉순이 아니잖아요?

    프로 스포츠의 성적은 연봉순일까. 통계적으로 팀 순위와 연봉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한동안 해태 타이거스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당시 해태 선수들이 다른 구단에 비해 적은 연봉임에도 헝그리 정신 하나로 뛰어난 성적을 올린 것으로 팬들은 기억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해태의 평균 연봉은 하위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워낙 팀 성적이 좋다보니 매년 연봉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전성기의 해태는 오히려 연봉이 성적을 좇아갔다.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인 뉴욕 양키스의 경우도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생기기 이전까지는 연봉이 성적을 만들지 않았지만 팀과 개인 성적이 좋다보니 선수들의 연봉 총액도 덩달아 뛰어올랐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가 한창이지만 한국이나 미국 모두 팀 간의 극심한 연봉 격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의 연봉 총액은 최하위의 2배이다. 메이저리그는 더하다. 양키스는 오프 시즌 동안 또 거액을 쏟아부어 최하위권 구단의 10배가 되는 격차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시카고나 보스턴 등 미디어 시장이 큰 도시를 홈으로 하는 구단은 밀워키나 피츠버그 같은 소규모 도시의 그것보다 연봉 총액이 4∼5배는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봉 총액이 5000만달러 수준에 머무는 구단의 팬들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승은 커녕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마저도 포기해 버린다.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인 ‘성적이 연봉순’인 불행한 사태가 이미 만연된 것이다. 구단 간의 심각한 연봉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한국과 미국이 서로 다르고, 해결 방법도 다르다. 미국은 도시간 야구시장 규모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고, 한국은 돈이 있어도 사올 만한 선수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구단 수입의 공동 분배 제도, 고액 연봉 팀에 대한 사치세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진다. 샐러리캡 등 파격적인 개혁 없이는 치유가 불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선수 공급만 늘리면 해결이 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선수 증원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아마야구의 활성화는 장기적 대책이다. 돈이 성적을 결정하는 것은 학교에서든 스포츠에서든 피해야 한다. 거꾸로 성적이 돈을 결정하는 현상은 사회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프로스포츠에서는 가장 좋은 상황이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피플 인 포커스] ‘이라크 총선 압승’ 시아파 지도자 알 시스타니

    이라크 총선에서 시아파가 제헌의회의 의석 절반가량을 차지한 가운데 시아파 최고지도자 그랜드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지원해온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의 이라크리스트(IL)를 누르고 최대 세력이 된 연합 정파 유나이티드이라크동맹(UIA)을 이끌어온 인물이 시스타니이기 때문이다. 시스타니는 선거를 앞두고 UIA의 공천자 선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거 참여를 독려한 그의 메시지는 시아파들을 대거 투표소로 향하게 했고 이는 UIA를 비롯한 시아파의 승리로 이어졌다. 당초 미군이 임명한 임시정부에 의해 선거가 치러지고 헌법이 제정되는 데 반대했던 시스타니는 강성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 세력을 중심으로 무력저항이 거세지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를 통해 독립을 성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스타니가 전면에 나서진 않을 것이며 지금처럼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 다만 헌법 초안과 같이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는 자신의 의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즉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1930년 이란 마샤드의 이슬람학자 가문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시스타니는 이란 중부 콤에서 공부했고 콤과 함께 또 다른 시아파 성지인 이라크 나자프로 이주, 시아파 최고지도자이던 아불 카심 호에이의 제자가 됐다. 그는 1992년 최고의 권위와 학식, 덕망을 가진 그랜드 아야톨라로 추대됐다. 시아파에서 존경받는 성직자를 일컫는 명칭이 아야톨라이며 그 가운데 절대적 권위를 인정받는 아야톨라에게 시아파 원로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호칭이 그랜드 아야톨라다. 시스타니는 보수 성향의 성직자이지만 이라크인들 사이에 합리적인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시아파 다른 정파뿐 아니라 수니파도 정부 구성에 참여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중국을 변화시킨 거인 장쩌민/로렌스 쿤 지음

    자연인으로서, 지도자로서의 장쩌민(江澤民)의 생애는 80여 년에 이르는 중국 근세사의 격동기와 동의어다. 일본의 침략,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혁명, 톈안먼 사태, 그리고 오늘날 놀라울 정도의 경제성장, 타이완과의 긴장관계, 중·미관계에의 기회와 대립 등의 역사가 그러하다. ‘중국을 변화시킨 거인 장쩌민’(로버트 로렌스 쿤 지음, 박범수 등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펴냄)은 오랜 세월 중국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장쩌민이라는 렌즈를 통해 중국의 전쟁, 혁명, 정치혼란, 사회 대변동, 경제개혁, 국가의 변신, 그리고 국제무대에서의 부활을 광대하게 조망한 역사적 서술이다. 서술에 앞서 지은이는 서문에서 ‘처음부터 장쩌민을 회의적으로 본 사람들이 오히려 그를 제대로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마오쩌둥이 중국을 통일했고, 덩샤오핑이 중국을 개혁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장쩌민의 성취는 취약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쩌민이 집권했던 10년간 중국이 미국 다음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그리고 앞으로의 중국의 도전을 이해하기 위해선 장쩌민이 남긴 것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장쩌민은 1926년 장쑤성 양저우시에서 태어나 일본군 점령기에 초등 및 중등학교를 다녔다. 문학과 과학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에서 전기 및 전력 공학을 전공한 이후 기나긴 테크노크라트의 경력을 쌓게 된다.60년대 후반엔 엄격한 정치적 조사를 받고 후난성 보아이 농장의 핵심당원 교화학교에서 정치적 재교육을 받는 등 문화혁명의 악몽을 겪기도 했다. 마오쩌둥 사망후 1980년 덩샤오핑의 개혁과 개방시대가 열리면서 장쩌민은 핵심 정치가로서의 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개혁·개방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신설된 국가수출입관리위원회 및 국가투자관리위원회 부주임(부주석급)으로 발탁되고, 전국인민위원회 위원으로 당선된다. 이어 1985년부터 상하이 시장과 당 부서기로 재직하면서 상하이시를 재건하고 성장과 투자 진흥에 그의 진면모를 보여줌으로써 덩샤오핑을 이을 수 있는 후계자로 낙점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다.89년 중국공산당 총서기 및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선출되고,94년 국가 주석으로 선출됨으로써 확고한 1인자로 자리잡게 된다. 필자는 장쩌민이 10대 시절 겪었던 일본의 중국 침략이 그의 전 생애와 정신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겼으며, 어떻게 해서 그가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수십년후 어떻게 혹평속에서도 당을 개혁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통찰한다. 온정주의적이긴 하나 흔들리지 않는 비전, 일생을 통해 변하지 않았던 중국문명에 대한 사랑, 천부적인 협상 능력 등의 정치술과 오랜 테크노크라트로서의 경력에서 나온 경제적 식견 등을 통해 중국사회를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급부상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책 출간을 위해 중국이 이례적으로 장쩌민 최측근 및 고위 관리들의 인터뷰를 허락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기 드물게 내밀하면서도 포괄적으로 다가오는 장쩌민의 생애를 통해 중국 역사는 물론 오늘의 중국과 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2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2% 부족했던 북한 축구

    필자와 김호곤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9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디움에서 벌어진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B조 북한과 일본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워낙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북한팀이라 일본 축구전문가는 물론, 언론들까지 그 베일을 벗기기 위해 혈안이 됐다. 더구나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전지 훈련을 하면서 전력 노출을 피하기 위하여 울타리를 설치하기도 했다.10여년 만에 국제 무대에 등장했고,12명이 인민군 소속인 4·25체육단원으로 구성된 북한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일본과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대다수 선수들이 실전 경험이 부족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냈다. 결국 인저리타임 때 추가 골을 허용하며 1-2로 패배, 아쉬움을 남겼다. 북한의 패인으로는, 첫째 5만여 일본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위축됐다는 점이다. 북한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3.4세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1∼2명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 서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전반과 후반의 경기력 차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전반에는 지나친 긴장으로 간단하고 쉬운 패스와 컨트롤 실수로 경기를 제대로 풀지 못했지만, 후반에는 긴장감 해소로 오히려 일본보다 우세했다. 둘째, 일본의 양탄자 같은 잔디 적응에 실패했다. 북한은 추운 날씨와 시설 부족으로 좋은 잔디에서 훈련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패스의 강약과 타이밍 조절이 되지 않았고, 측면 크로스의 정확도가 떨어졌다.20여일 동안 중국에서 질 좋은 잔디에 대한 적응 훈련을 실시했지만,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골키퍼 심승철의 판단력 부족과 기량 미달을 들 수 있다. 북한의 결정적인 패인은 심승철의 판단력 부족에서 온 펀칭 실수였다. 평범하게 우측에서 크로스된 공을 쉽게 잡을 수도 있었으나, 펀칭 미숙으로 일본의 공격수 오구로 마사시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첫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북한 주전 선수들의 고른 기량과 강인한 체력, 정신력은 세계 어느 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골키퍼 심승철의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부시 왕특보’ 출세가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대통령의 ‘제갈공명’인 칼 로브 정치보좌관의 입지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선거전문가인 로브가 정치보좌관직을 유지하면서 백악관 비서실의 부실장도 맡아 국내정책 및 경제, 국가안보 관련 회의에서 부처간 현안을 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로브는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측근 중의 한 명으로, 오랫동안 전략과 정책 개발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제 역할을 확장할 때가 됐다.”고 논평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로브의 향후 역할을 두 가지로 예측하고 있다. 우선 대내적으로는 사회보장 개혁, 동성연애 금지 개헌과 같은 부시 대통령의 핵심 정책과제가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백악관 및 정부 내부의 전열을 정비한 뒤 의회를 상대로 강력한 ‘로비’를 벌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대외정책으로서 부시 대통령이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거둘 수 있도록 실현가능한 성과물들을 기획,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로브 보좌관은 북핵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브 보좌관은 지금까지 정부 밖 채널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해 두번이나 종합 브리핑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로브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의 ‘업적’을 위해 북핵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로브 보좌관과 친분이 깊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대북 특사설도 나오고 있다. dawn@seoul.co.kr
  • 자연의 선택, 지나 사피엔스/레너드 쉴레인 지음

    ●가부장제 근원찾아 문자문명시대 이전으로 가부장제적 누습의 전형으로 비판받아온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한다. 가부장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인류역사적으로도 뿌리깊게 자리잡아온 성차별적 사회제도이다. 더 나아가 ‘여성혐오’라는 성차별적 사회통념도 마찬가지다.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의 젖을 빨면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일생을 시작하고,‘어머니’란 단어로 말문을 열기 시작하는 동물이 인간인데도 대부분의 인간사회에서 가부장제와 여성혐오가 팽배해 있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연의 선택, 지나 사피엔스’(레너드 쉴레인 지음, 강수아 옮김, 들녘 펴냄)는 이같은 아이러니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를 찾고자 하는 동기에서 쓰여졌다. 외과의사이면서 인류학·고고학자인 지은이는 이미 전작 ‘알파벳과 여신’에서 가부장제와 여성혐오가 지구촌에 자리잡는 데 문자의 발명과 종교의 탄생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논증을 폄으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애초 제기한 물음에 대한 답을 완결하지 못했다는 느낌과 함께,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심술궂은 태도는 훨씬 뿌리깊은 것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비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후 여성혐오와 가부장제의 근원을 찾아 문자문명의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기로 했다. 그 연구의 결실이 바로 이번 책이다. ●‘임신·출산의 주체’ 여성이 원시문화 이끌어 ‘지나 사피엔스’(Gyna Sapiens)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 속한 선조 여성들을 의미한다. 인류진화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적응이 결정적이었다고 보고, 책 전반에 ‘현명한 남자’란 뜻의 호모 사피엔스에 대비되는 지나 사피엔스란 용어를 사용했다. 지은이는 논지를 풀어나가기에 앞서 4만년 전 최초의 태음력이 탄생하면서 호모 사피엔스가 꽃피운 원시문화의 주역이 여성, 즉 지나 사피엔스였음을 밝힌다. 여성은 번식, 즉 임신과 출산의 주체로서 진화를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인류는 점차 가부장제와 여성혐오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핵심 키워드로 ‘철’(Iron)과 여성의 ‘월경’이 등장한다. 신체적으로 강하지 못한 인간은 생존의 방편으로 지능이 높아지고, 이를 위해 뇌(머리)가 점점 커지는 진화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부터 여성은 거대한 태아의 머리로 인해 출산 중 죽음의 위협에 직면한다. ●여성통해 호모사피엔스 시간·죽음개념 터득 이같은 위험은 자연스럽게 여성들이 성 충동을 멀리하고 섹스에 대한 거부권을 갖게 하지만, 거부권 행사는 여성에게 절대 필요한 철분을 얻는 길까지 막아버렸다. 월경과 출산, 수유의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철분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여성으로선 건강 유지를 위해 철분 섭취는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철분은 식물보다 동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성분으로, 출산과 양육을 도맡았던 지나 사피엔스는 사냥을 주업무로 하던 호모 사피엔스에게 부족한 철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왜 여성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월경이 진화과정에서 사라지거나 축소되지 않았을까?’하는 점이다. 그리고 무언가 이같은 불리함을 상쇄할 만한 ‘선물’을 여성에게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나오는데, 지은이는 결국 그것은 달마다 피흘리기를 반복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란 결론을 내린다. 시간의 개념을 파악한 지나 사피엔스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고, 이같은 능력은 결국 지구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되게 한다. 그러나 시간의 자각과 함께 남성은 언젠가 죽어야 하는 유한한 운명임을 깨닫게 된다. 죽음의 공포와 더불어 여자들의 임신에 자신들이 기여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부성(父性)과 부권의 개념이 싹트고, 이는 자연스럽게 가부장제 문화의 동력이 됐다는 게 이 책의 핵심 뼈대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저자의 전작 ‘알파벳과 여신’ 저자는 책 끝머리에 ‘…지나 사피엔스’를 쓰게 된 동기가 전작인 ‘알파벳과 여신’ 출판 후, 애초 제기한 물음(가부장제와 여성혐오의 원인)에 대해 답을 완결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이번 책이 전작의 완결편인 셈이다. 따라서 그의 전작인 ‘알파벳과 여신’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야 ‘…지나 사피엔스’를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알파벳과 여신’은 가부장제와 여성혐오가 문자의 발명과 종교의 탄생과 더불어 본격화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 기록이 시작되었던 5000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 그 이후의 로마·이집트·일본·중국·인도·그리스·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시기만 해도 그 중심엔 여신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신격의 시대였다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이는 여성의 문화적 권리와 특권을 의미하는 것이었음을 설명한다. 그러나 갑자기 모든 것이 뒤틀리는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 변화의 동력으로 서양에서 발생한 3대 유일신 종교, 즉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가 강력하게 작용한다. 이 각각의 종교는 세상에 오직 단 하나의 신격만 존재한다는 유일신 개념을 핵심 전제로 삼는 한편 그 신은 명백히 남성이었고, 여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지은이는 특히 문자는 여성성인 아니마를 희생하고 남성성인 아니무스를 강화시켰다는 가설을 세우는데, 도그마(교의, 정론)로 고착된 구약성서나 신약성서·코란 등을 대표적 예로 든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고종의 ‘을사조약 거부’ 日도 알았다”

    “고종의 ‘을사조약 거부’ 日도 알았다”

    올해는 을사조약 체결 100년이 되는 해다. 우리에게 을사조약은 외교권을 강탈당한 ‘늑약’(勒約·강제로 체결한 조약)이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 국제법적으로 상세히 따져야 한다는 논리를 갖다 대지만 사실 을사조약의 불법성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일본 그 자신이었다.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체결 된 조약의 유·무효를 따지기 위해서는 한쪽 당사자가 ‘강박(强迫)에 의한 의사표시’를 했는지 가려야 한다. 그러나 강박의 개념에도 차이가 있다. 을사조약의 경우 강박을 고종황제 개인에 대한 압력인지 대한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압력인지, 물리적 협박인지 아니면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포함시켜야 하는지 등을 두고 미묘한 의견차이가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하와이 카우아이 리조트 컨벤션 홀에서는 남북은 물론, 중·미·일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을사조약 100년 하와이 컨퍼런스’가 열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컨퍼런스의 주제가 바로 “한-일간 1905년 ‘협약’은 강박으로 이뤄졌는가?”이다. 서울대 이태진 국사학과 교수는 고종황제가 조약체결에 거부감이 없었다는 하라미 다마키 교수의 최근 주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하라미 교수는 고종황제의 공식일기인 일성록(日省錄)을 비롯한 각종 기록에 ‘황제 지시에 따라 협상했다.’는 을사5적의 상소문이 실렸고 황제의 비판적인 코멘트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적극적 동의는 아니었다 해도 적어도 반대는 안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교수는 조약체결 당시 일성록 같은 황제 관련 기록물의 작성권한이 대부분 일본인들에게 넘어갔다는 점을 들어 고종황제의 생생한 목소리가 애초부터 실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북한 대표로 참석한 일본 조선대학 강성은 교수는 을사조약을 주도한 이토 히로부미의 ‘복명서’를 추적했다. 복명서에서 이토는 고종이 조약체결에 동의한 것처럼 기록했지만 당시 이토의 비서실장 스즈끼 게이로쿠가 작성한 초안은 달랐다. 초안에는 ‘한국황제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선명하고 이를 가필해서 수정한 흔적까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애초부터 고종황제가 조약을 거부했고 일본도 고종황제가 거부했다는 사실이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일본측 참가자 가운데 한명인 아이치현립대 고쿠분 노리코 교수는 조약체결 당시 대한제국의 국내법제와 법사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과연 고종황제의 권한이 절대적이었느냐는 문제의식이다. 즉 갑오개혁과 같은 근대적 개혁 조치 뒤에는 더 이상 전근대적 절대 군주제 시절과는 다른 정치체제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종황제가 자유의사가 아닌 강박에 의해 조약체결에 동의했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럴 만한 권한 자체가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서울대 김기석 교수는 고종황제가 적극적으로 조약무효화 운동을 벌인 사실을 들어 우회적으로 강박을 증명했다. 고종황제는 조약을 체결한 뒤 목숨을 걸고 밀사를 미국과 러시아 등 당시 강대국들에게 파견했다. 밀사의 자살로 유명해진 헤이그밀사파견도 그 중 하나다. 미국에 밀사로 파견됐던 헐버트 박사가 1942년 출간한 ‘한국자유회의’에서 “황제가 보이신 불멸의 충의를 영원히 간직하라.”고 언급한 것도 고종황제의 끈질긴 노력을 뒷받침한다. 을사조약의 무효화 문제는 동북공정의 목표라는 간도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을사조약이 무효면 대한제국을 대신해 일본이 중국과 체결했다는 간도협약은 당연히 무효가 된다. 따라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대한제국과 상해임시정부를 계승했다는 점이 명확해지면 간도영유권 문제는 국제법적으로 분명한 결론에 다다른다. 물론 상해임시정부의 대표성 문제, 조약의 무효화가 곧 원상복귀를 뜻하느냐에 대한 국제법적 해석과 이에 대한 국제정치적 현실의 문제는 따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이집트 평가전의 의미

    지난달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세 차례 평가전을 만족스럽게 마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4일 이집트와의 평가전과 9일 열리는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첫 쿠웨이트전에 대비, 파주NFC에 대표팀을 재소집했다. 전훈에서 호흡을 맞춘 국내파 전원과 국내로 복귀한 유상철, 해외파 이영표 박지성 설기현 조재진 이천수 등 5명이 그 대상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취임 후 첫 해외전훈을 통해 국내파 젊은 선수들을 면밀히 파악하고 장·단점을 점검했기 때문에 이집트전은 몇 가지 의미를 담게 된다. 첫째, 세부적으로 파악된 국내파와 이미 검증을 끝낸 해외파를 두고 ‘베스트 11’을 선정하는 작업이다. 그동안 경험 부족에서 오는 수비 불안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지만, 재활훈련 중인 유상철의 출전 여부에 따라 그 안전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중원에서는 기존의 박지성 이천수가 건재하고, 김남일의 감각이 살아났다. 백업 요원으로 김두현까지 가세한다면 어느 포지션보다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공격은 이동국이 부동의 스트라이커 자리를 지킬 것이고 설기현과 조재진은 언제라도 득점 포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 상대 수비를 뒤흔드는 정경호의 플레이도 위협적인 존재다. 둘째, 이집트는 쿠웨이트를 가상으로 맞춘 상대다. 쿠웨이트 전력을 면밀히 살피고 돌아온 김호곤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쿠웨이트가 안정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기습적인 침투패스와 우측 오버래핑을 공격 루트로 삼아 적극적인 공격을 펼친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전을 통해 이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셋째, 전체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이다. 해외파 선수들은 장시간 여행으로 8시간의 시차에서 오는 피로감과 또 고르지 못한 기온의 차로 인해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인한 정신력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대표팀은 2차 예선 당시 안일한 정신력으로 몰디브와 비기는 등 엄청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2차 예선 내내 긴장을 풀 수 없었고, 축구팬들에게는 숱한 질타를 받았다. 최종 예선에서 만나는 팀들은 2차예선팀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한 팀이다.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강인한 정신력을 되살려 차근차근 경기에 임한다면 승리의 여신은 한국축구대표팀에 기쁜 소식을 전해줄 것으로 확신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열린세상] 부시와 빈 라덴/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부시 대통령이 다시 취임했다. 부시 2기 정부가 출범하는 데 대해서 축하의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미국 메릴랜드대 여론조사에서 21개국 2만 1953명 가운데 58%가 부시 재선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세계인들이 부시정부에 대해서 갖는 생각은 부정적이다. 이는 세계가 위험해진 이유를 부시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안보지상주의를 대외적 강경정책으로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지상주의가 대외적 강경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부시정부라면, 대내적 인권탄압으로 나타난 대표적 사례가 박정희 유신정부였다. 부시나 박정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보지상주의와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활용하여 시민사회의 자유를 제약했다. 다행히도 지난 40여 년간 한반도를 압도해 왔던 ‘적대적 상호의존’은 남한의 민주화 과정에서 소멸되어 나갔다. 다만 여전히 북한이 일당독재를 펴 나갈 수 있는 데에는 남과 북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대신하는 북한과 미국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부시와 빈 라덴 간의 관계는 일종의 미국판 적대적 상호의존을 반영하고 있다.2000년 9·11 테러는 세계 제1의 강대국인 미국만이 절대적 안보를 누리고 있다는 미국 예외주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무고한 인명살상과 사회심리적 충격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이른바 대테러전쟁을 정당화해 주었다. 그러나 부시 1기 정부 동안 그렇게 많은 인력과 물자가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문제는 전혀 해결의 조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저 부시와 빈 라덴간의 적대적 상호의존만이 돋보일 뿐이다. 대테러 전쟁의 구호는 미국 내부의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게 하고 애국주의에 호소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국민적 단합을 이끌어 나가는 데 유용해 보인다. 공화당 부시의 재선은 바로 여기서 가능했다. 2004년 11월 미대선을 며칠 안 남기고 미국에 테러 위협을 공개리에 표명한 빈 라덴이야말로 부시 재선의 일등 공신이다. 경제실정으로 인해 마지막 유세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부시에게 빈 라덴의 테러 협박은 구사일생의 기회였다. 대통령 선거가 일시에 전시 지도자로서 부시에 대한 국민투표적 신임투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시의 재선으로 인해 중동 지역의 반미전선에서 차지하는 빈 라덴의 지도적 입지도 그대로 유지되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빈 라덴이 부시 당선에 도움을 주듯이, 부시의 강경노선이야말로 빈 라덴의 반미강경노선이 지속되어 나가도록 하는 강력한 명분이자 토대이기 때문이다. 부시와 빈 라덴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끊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부시가 이라크에 이어 이란에까지 압박을 가하는 한, 중동 지역에서의 반미감정은 더욱 불타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온 세계에 자유를 확산’시켜 나감에 있어 ‘필요하면 무력’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한, 부시 2기 정부와 빈 라덴 등 반부시세력들 간의 적대적 상호의존 고리는 어느 일방이 제거될 때까지 지속되어 나갈 전망이다. 여기서 남북한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평화공존으로 바꾸어 나간 한국의 경험은 시사적인데, 그것은 안보지상주의를 버리고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감당할 수 있다는 한국민들의 자신감에서 가능했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부시 대통령에게 있는 게 아니라 미국민들의 정치적 의지에 있다. 지난날 베트남 개입을 반대하는 미국내 반전운동 경험에서 보듯이 미국의 이라크 개입에 대해 국내적으로 많은 반대가 제기된다면, 부시정부 역시 ‘명예로운 철수’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민의 반전평화운동이 안보위기감을 넘어설 수 있을 만큼 커져 가다가도 빈 라덴이 계속 미국에 대한 테러를 협박한다면 무망한 것이기에 답답함은 여전히 남는다.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DMB 콘텐츠 부재로 ‘삐걱’

    DMB 콘텐츠 부재로 ‘삐걱’

    “고속도로 깔아놨는데 정작 달리는 것은 리어카다?” 최근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떤 특색있는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큰 관심거리이다. 매체혁명으로까지 칭송받는 뉴미디어지만 엉성한 콘텐츠나 지상파방송의 재탕 삼탕만 전달한다면 거대통신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다양한 채널과 프로그램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10여년 전에 출범한 케이블TV의 현주소를 짚어보면 이같은 우려가 그대로 드러난다.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의 케이블TV 채널 점유율은 60% 이상이다. 재전송채널 외에 개별 프로그램의 재전송까지 감안하면 지상파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뉴미디어가 케이블TV처럼 지상파 프로그램에 잠식된다면 뉴미디어로서 의미가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허가권을 쥐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뉴미디어 준비사업자들에게 ‘매체 특성에 맞는 콘텐츠 개발’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뉴미디어에 맞는 ‘뉴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장사가 돼야 한다” 이런 우려에 대해 뉴미디어 사업자들은 “일단 장사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위성DMB방송사업을 시작한 TU미디어는 20여개 독립제작사와 손잡고 콘텐츠 개발에 향후 5년간 7000억원을 들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허재영 홍보과장은 “방송위의 논리도 일리는 있지만 일단 매체 자체가 정착돼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소리라도 현실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매체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콘텐츠 투자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성DMB사업자들은 은근히 지상파프로그램 재전송을 허용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에 반해 지상파DMB 사업자들은 중계기 설치비와 단말기 마케팅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더구나 지상파DMB는 유료서비스인 위성DMB와 달리 광고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그런데 단말기 보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적어도 올해에는 광고비를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큐브미디어 신은정 기획팀장은 “이런저런 조사를 보면 광고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방송사와 통신사간에 책임 떠넘기기가 일어나고 있다. 통신사는 방송인 만큼 방송사가 부담하라고 주장하는 반면, 방송사는 일부 서비스 유료화로 이 문제해결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 위성DMB에 대한 지상파방송의 대응책으로 지상파DMB라는 개념이 시작됐기 때문에 무료서비스원칙을 쉽게 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통신사업자들이 “이런 식이라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 리스크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라” 칼자루를 쥐고 있는 방송위는 이런 논란에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위성DMB는 지상파 재전송를 금지한 유료서비스, 지상파DMB는 지상파재전송을 허용해주되 무료서비스라는 대전제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비사업자들에게 채널을 달라고 떼만 쓸 것이 아니라 1∼2년 정도 인프라와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덩치를 키워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터놓고 얘기해서 새로운 투자에 따른 리스크는 해당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이라고 잘라 말했다. 예비사업자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결국 초기투자 리스크를 국민들이 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방송위도 내부적으로는 고심하고 있다. 신기술·신사업 육성을 요구하는 업계의 목소리를 마냥 외면만 할 수 없다. 방송위 조규상 매체국장은 “원칙에는 변함없지만 어쨌든 정부로서는 해당 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민의 일단을 내비쳤다. ●절충점을 찾아야 이런 논란에 대해 양측 모두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DMB의 경우 ‘유료화’라는 이름을 피할 수 있는 어떤 특정 서비스를 개발하고, 위성DMB의 지상파재전송 문제도 일정 비율 허용한 뒤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美저가쌀 국산 최고급수준…식탁 점령 우려

    美저가쌀 국산 최고급수준…식탁 점령 우려

    미국산 쌀의 밥맛이 우리나라 고급쌀과 비교해 거의 뒤지지 않는 것으로 소비자 시식(試食) 결과 나타났다. 중국산도 당초 예상보다 국산 쌀과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 여름부터 수입쌀이 밥쌀로 시중에 유통될 예정인 가운데 수입쌀이 예상보다 빠르게 우리 국민의 입맛을 끌어당길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국산쌀 브랜드의 고급화와 차별화 전략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저가쌀에 4만 4688원 지불 의향 30일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국내 주부 310명을 대상으로 국산 및 외국산 쌀의 밥맛에 대해 시식평가를 한 결과, 둘 사이에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식평가는 지난해 수확된 국산 7종, 미국산 1종, 중국산 1종 등 9가지 쌀 브랜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어떤 쌀인지 미리 알려주지 않고 밥맛을 보게 한 뒤 해당 쌀의 ‘지불의향 가격’을 물은 데 대해 주부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산 ‘그린(Green)’에 20㎏당 평균 4만 4688원을 제시했다. 현재 소비자가격 5만 5000원으로 국내 최고수준인 경기도 이천 ‘임금님표’에 대해서도 똑같은 지불의향 가격이 매겨졌다. 농경연 관계자는 “그린이 캘리포니아산 중에서도 저가(현지 소비자가 2만 3000원) 브랜드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고급 브랜드를 평가대상에 넣었을 경우, 국산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산에 국산 섞으면 국산과 비슷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생산된 ‘칠하원’에 대해서는 20㎏당 4만 1200원이 지불의향 가격으로 제시됐다. 국산 쌀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충남 서산 STR(지불의향 4만 5974원)에 비해 5000원 가까이 낮지만 높은 가격경쟁력(현지 소비자가 1만 3500원)을 감안하면 후한 점수를 받은 셈이다. 특히 칠하원과 국산 쌀을 섞어 지은 밥의 지불의향가는 국산과 비슷한 4만 4446원에 달했다. 국산·외국산 혼합미를 쓸 경우, 순수 국산미와의 차이를 느끼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중국산 쌀이 식당·단체급식소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됐다. 농경연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쌀 소비자가격이 국산의 경우 ▲고가미 5만 3700원 ▲중가미 4만 8700원 ▲저가미 4만 1800원선에서 형성되고 ▲미국산은 4만 3400원 ▲중국산은 4만 1100원 가량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경연은 “미국산은 높은 품질 때문에 일반가정 구입 비중이 크고, 중국·호주산은 외식업소의 구입 비중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저가미 시장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국산 저가미들은 고가미로 가려는 노력이 가속화되는 한편 고가미 시장에서는 품질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랜드 중심으로 우리쌀만의 강점 길러야 농림부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다른 쌀 수출국에 비해 떨어지는 미국은 지난해 쌀 협상에서 자국산 쌀의 소비자 시판을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게 요구해왔다.”면서 “가격·품질 등을 종합할 때 나름대로 한국산 쌀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농경연 김명환 선임연구위원은 “수입쌀의 안방식탁 공략에 맞서 우리 쌀 브랜드의 소수 정예화, 고품질화, 차별화, 똑같은 품질유지 등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도정(搗精)후 소비까지의 유통기간이 짧을수록 밥쌀의 품질이 높다는 점에서 국산쌀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으므로 이에 대한 소비자 홍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올해 20㎏짜리 113만개 시판 정부는 지난해 말 잠정타결된 미국·중국 등 9개국과의 쌀 협상에서 올해부터 밥쌀용 쌀을 슈퍼마켓, 할인점, 백화점 등에서 유통시키기로 합의했다. 국회비준 등 절차를 고려할 때 이르면 6월, 늦어도 8월부터는 소비자들의 외국산 포장쌀 구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첫 시판물량은 전체 의무수입량(22만 5575t)의 10%인 2만 2558t.80㎏짜리 기준으로는 28만가마,20㎏짜리로는 113만개에 이른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82.0㎏)을 기준으로 하면 27만 5000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co.kr
  • 이라크 총선지원 전인범 대령 “이라크 민주주의 탄생 기여에 자부심”

    “민주주의 탄생의 첫발을 지켜보면서 감개가 무량합니다. 우리 한국군도 이라크 민주화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어제 치러진 이라크 선거는 중동역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역사의 현장에서 선거지원을 진두지휘한 한국군 장교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현재 이라크에 위치한 다국적군 사령부(Multi National Forces Iraq)의 선거지원과장으로 근무하는 전인범(47·육사37기) 대령. 자이툰 관계자에 따르면 전 대령은 지난해 12월초 일선 연대장을 마치고 이라크로 출국했다. 한국군 장교로는 처음으로 다국적군사령부 전략작전참모부 민사작전본부 선거지원과장으로 보직을 받았다. 휘하에는 미군 중령 2명, 영국군과 호주군 장교 1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선거지원과장은 선거지원 업무의 핵심. 이를 한국군 장교가 맡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라크 선거는 유엔이 지원하는 이라크 독립선거위원회 (IECI;Independent Electoral Commission of Iraq)에서 주관했다. 이라크 내무부가 치안책임을 맡았다. 하지만 내무부의 능력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다국적군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또한 이번 선거는 하루 평균 95차례의 크고 작은 공격이 이루어지고 최근 1월 들어서만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매우 어려운 치안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이같은 상황하에서 선거지원과의 업무는 독립선거위원회와 내무부간의 상호협조 문제, 유엔 대표부·이라크 국방부·지상군 본부·안보회의 등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따라서 3500t이 넘는 선거 물자를 5400개소의 투표소에 이동시키고 이들 투표소에 대한 경계 제공, 지휘통제 기구설치 그리고 상황실 운영 등을 지원했다. 특히 은행의 전산업무가 불가능한 이라크에서 독립선거위원회 소속 근무자들의 봉급 3400만 달러를 수송하는 작전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박사학위 수사’ 全北 의료계 비상

    검찰이 돈주고 받은 엉터리 의학박사학위 (서울신문 1월 28일자 2면 보도)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자 해당 대학과 의료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전북대, 원광대, 우석대, 서남대 등 의대, 치대, 한의대가 있는 대학들은 28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했다. 특히 그동안 박사학위자를 많이 배출한 지도교수나 기초의학 교수들은 자신들의 명단이 검찰에서 거론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대학의 경우 긴급회의를 열고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실험실습비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학의 현실을 검찰에 호소하는 방안 ▲그동안 받은 돈을 돌려주는 방안 등에 대해 협의를 했으나 이렇다할 대책을 확정하지 못했다. 전주지역 개업의들은 “언젠가는 터질것 이라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검찰수사가 확대될 경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의료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개업의 A씨는 “엉터리 박사학위를 준 의대 교수와 조교들이 비자금 통장을 해지하는 등 증거를 없애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임상의는 박사학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이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與 계파별 2~3명씩 “全大 출마”…정리 진통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내 각 계파들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출마를 희망하는 의원 개인과 소속 집단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표로 선출하는 상임위원 5명 중 여성몫 1개를 제외하면 4위 안에 포함돼야만 하기 때문에 후보단일화는 절대적이다. 대의원 1인이 2표를 행사하지만, 표가 분산될 경우 5위 내 진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참정연 김두관·김원웅… 유시민도 고민중 우선 단일화에 진통을 겪는 계파는 개혁당파를 모태로 하는 참여정치연구회 소속 의원들이다. 참정연의 공동대표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일찌감치 공식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3선인 김원웅 의원도 다음주 중 당의장 선거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유시민 의원은 동료들로부터 “밖에서 비판만 하지 말고 책임있는 자리를 맡아 자신의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며 강력한 출마 권고를 받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 이와 관련, 참정연은 “다음달 전국 이사회를 열어 후보단일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면서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복수후보도 출마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친노직계 문희상·김혁규·염동연 친노직계에서도 문희상 의원과 김혁규 의원, 염동연 의원 등이 출마할 예정이다. 문 의원이 독주하는 가운데, 호남맹주를 자처하는 염 의원이나 부산·경남 대표주자인 김 의원도 지역기반이 있어 순조롭지 않겠느냐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친노직계가 3명이나 출마하면 표 분산으로 인해 예상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구(舊) 당권파에서는 신기남 의원이 사실상 출마를 결정했다. 천정배 의원 등이 그에게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 것을 간곡히 요청했지만,‘명예회복’을 위해서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임종석 의원에게 선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고, 지난 27일 조계사를 방문해 지난해 의장사퇴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선친의 친일 경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경선 준비에 돌입했다. ●옛당권파 신기남… 재야파 장영달 단일후보 낙점 재야파는 원내대표 경선 전후로 장영달 의원을 단일후보로 낙점한 상황이다. 장 의원은 지난해 당의장 선거에서 득표순위 6위로 순위 내에 들지 못했다. 재야파에서는 “지난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두고 장 의원이 보여줬던 모습이 기간당원들에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면서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체분석하고 있다.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서 상품성 있는 ‘신선한 인물’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재선들의 출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신(新)40대 기수론’인데, 대구·경북이나 부산·경남쪽 인사의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재선그룹인 송영길·김영춘·임종석 의원 등이 당 안팎에서 출마요청을 받고 있다. 재선그룹도 2월 중에야 단일후보를 낼 예정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베트남 주택시장도 ‘韓流’

    |하노이·호찌민 류찬희특파원| 베트남 주택시장에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 하노이 신도시(조감도) 개발에는 대우건설을 비롯해 6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 아파트 5000여 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호찌민에서는 ㈜대원이 모델하우스를 열고 아파트를 분양하기 시작했다.LG건설, 주택공사도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노이·호찌민에 한국형 아파트 수출 대우건설 등 6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베트남의 하노이 신도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하노이 신도시 ‘뚜 리엠’지구 63만평 가운데 우선 27만평을 개발, 외교·업무·상업·주거단지 등을 조성하고 아파트 50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201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 태동의 산파역을 했던 이현구 대하호텔(하노이)사장은 “하노이 시정부가 현지 업체 및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가급적 빨리 사업승인을 내주기로 약속했다.”면서 “하노이 신도시 개발의 시범단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대원은 경제 수도인 호찌민 외국인 주거지역인 ‘안푸’에서 모델하우스를 열고 아파트 405가구를 분양중이다. 30% 정도 팔렸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대원은 연내 비슷한 규모의 2차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주택공사와 LG건설도 호찌민에서 주택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업체 진출 ‘윤활유’절대적으로 필요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경제 성장률이 높다. 인구가 8000만명(정부발표·실제 인구는 1억명 이상 예상)에 이른다. 대부분 호찌민과 하노이를 중심으로 몰려 있다. 부동산 투기열풍도 거세게 불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chani@seoul.co.kr
  • “금융대전 토종銀 자존심 지킬것”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토종은행의 ‘자존심 지키기’에 승부수를 걸고 나섰다. 황 회장은 18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만찬간담회에서 ▲토종은행으로서의 역할 ▲체질개선 ▲은행-증권, 은행-카드의 시너지효과 거두기 등을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올해 핵심 경영코드로 제시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부실 여파가 지난해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가능한 범위에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 두었다.”며 “어느 은행보다 중소기업의 금융 지원에 전폭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위상과 토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영업전략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카드·보험·증권과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LG증권 인수를 계기로 은행-증권간의 겸업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카드업은 기본적으로 여신업이기 때문에 은행업무와 궁합이 잘 맞는다.”며 LG카드 인수에도 강한 애착을 보였다. 보험업 진출의 구체적인 계획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의 국내 행보가 빨라지고 있지만, 적어도 경영 수준이나 상품이 엉망이라서 외국은행에 초토화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걱정스러운 얘기도 꺼냈다.“지난 17일 각 사업본부장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올해 경기전망이 어두운 탓인지 거의 지난해 실적보다 낮게 가져왔더라.”며 “그래서 지난해보다 10∼30%씩 높게 잡도록 했다.”고 털어놨다. 체질개선을 위해 성과급제나 전문직군제를 도입하는 데에는 노조의 협력이 절대적이라고 덧붙였다. “남의 것을 빼앗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차별화된 상품으로 승부를 거는 게 금융대란을 해쳐나가는 핵심”이라며 다른 은행들의 경계스러운 눈초리를 부담스러워했다. 은행권 진입 1년만에 안착한 그가 ‘황영기’브랜드(Brand)로 어떤 새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서울경찰청장 이기묵·최광식 경찰청 차장·경기경찰청장 이택순·경찰대 학장 강영규

    정부는 19일 서울경찰청장에 이기묵(李基默) 경찰청 정보국장, 경찰청 차장에 최광식(崔光植) 전남지방청장, 경기경찰청장에 이택순(李宅淳)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찰대학장에 강영규(姜永圭) 경찰청 경비국장을 각각 치안정감으로 승진·발령했다. 이에 따라 김홍권(金洪權) 경찰청 차장, 하태신(河泰新) 경기경찰청장은 물러나게 됐다. 교체설이 돌던 이승재(李承栽) 해양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중 유일하게 유임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역안배와 서열을 고려한 균형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2차례 연속 경북 출신이 경찰총수를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기묵 청장은 충청, 최광식 차장은 호남, 이택순 청장은 서울, 강영규 학장은 영남 출신이다.1947년생인 김홍권·하태신 치안정감이 사임해 세대교체를 꾀했고, 각 지역 출신의 치안감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인물을 발탁, 조직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이다. 한편 허준영 신임 경찰청장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경찰총수로서 업무에 들어갔다. 전임 최기문 청장에 이어 ‘임기제 2기’인 ‘허준영호(號)’의 출범으로 경찰 개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인권은 지켜서 좋은 것이 아니라,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적 가치”라면서 “올해를 ‘범죄피해자 보호 원년’으로 삼고 사회적 약자 보호에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이기묵 서울경찰청장 프로필 대인관계가 넓고, 경찰청 정보과장과 정보국장을 거친 정보통. 꼼꼼하고 치밀하면서도 직원 고충을 세심하게 챙겨 덕장(德將)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 조희구(53) 여사와 1남1녀.▲충남 보령(56)▲홍성고ㆍ중앙대 신문방송학과▲간부후보 24기▲서초경찰서장▲경찰청 공보관▲충남경찰청장▲경찰청 정보국장
  • 공무원시험 면접 예정대로 대폭 강화

    ‘면접주의보’가 내려졌다. 올해부터 공무원 시험의 면접이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다. 별도로 준비하지 않으면 1·2차 시험 및 필기시험을 통과하더라도 면접에서 탈락하기 쉽다는 얘기다. 중앙인사위원회 정윤기 인사채용과장은 18일 “공무원 원서접수 때 학력기재란을 폐지했기 때문에 응시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면접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면접을 갑자기 바꾸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서울신문 2004년 12월14일자 6면 보도참조) 정 과장은 “사실 지금까지의 면접은 시간이 짧은데다 면접위원도 부족하고, 면접 내용 역시 업무중심이 아닌 단순한 내용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면서 “앞으로는 면접위원·시간·질문내용·면접기법 등 모든 면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행정·외무고시의 경우, 지난 2003년까지 10분 안팎의 면접을 실시했으나 지난해 20분에 이어 올해부터는 40분 정도로 늘릴 예정이다.6∼7분 정도 소요됐던 7·9급의 면접도 7급은 20분,9급은 15분정도 시간을 할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형식적인 측면이 많았던 면접내용도 내실화된다. 일부기업의 면접전문가들에게 면접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면접의 질을 강화하고 면접 방식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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