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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비외른달렌 ‘노골드 수모’

    설원과 은반을 주름잡던 ‘겨울의 스타’들이지만 그들에게도 내리막이 있는 법.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지는 별’은 누구였을까. 노르웨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에서 금 11개와 은 7개, 동메달 6개를 따며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남자 바이애슬론에 걸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한 올레 에이나르 비외른 달렌(32)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이전까지 올림픽 통산 금 5개와 은 1개를 수확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금 4개를 거머쥐며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다관왕을 노렸다. 그러나 결과는 ‘노골드’. 은과 동 1개에 그친 그의 부진에 덩달아 노르웨이는 금 2개에 머물렀다. ‘스키 황제’ 헤르만 마이어(34·오스트리아)도 알파인 슈퍼대회전과 대회전에서 각각 은과 동메달에 그치며 금맛을 보지 못했고, 최근 음주스키 파문을 일으켰던 미국의 ‘우상’ 보드 밀러(29)는 알파인복합에서 실격한 뒤 대회전에서 5위에 그치는 등 아예 메달권에 들지도 못했다.‘2005년 독일 스포츠우먼’에 뽑힌 여자 바이애슬론의 우스치 디즐(36)은 지난 4차례의 올림픽에서 금 2개와 은 4개를 일궈내며 ‘터보 디즐’로 불렸다.그러나 그는 이번 대회 12.5㎞에서 동 1개에 그치고 나머지 3개 세부종목에서 노메달의 쓴맛을 봐야 했다. 빙속 중장거리의 여왕 클라우디아 페흐슈타인(36) 역시 단체 금메달을 제외하곤 개인 종목에선 빈손으로 돌아섰다. 러시아의 피겨 여왕 이리나 슬루츠카야(27)는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일본의 아사다 마오(15)에게 진 걸 빼곤 1년 넘게 무적을 자랑했다. 아사다가 나이 때문에 불참, 역대 최고령 챔피언에 도전한 그는 결선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불운을 겪으며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25)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3위에 머물렀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比 3차 ‘피플파워’?

    필리핀에 결국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1986년 2월25일 `피플파워(민중혁명)´로 독재자 마르코스를 몰아낸 지 정확히 20년 만에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현 대통령이 축출 위기를 맞게 됐다. 아로요 대통령은 24일 사전에 녹화된 TV 연설에서 “정부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경고”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군의 일부 세력이 민간정부 축출을 기도한 것으로 드러나 이를 분쇄했다.”고 밝혔다.AP통신 등 외신은 정부가 집회 금지, 긴급체포권, 언론 통제, 군부 개입 조치를 발동했다고 전했다.●정부 전복 가능성이 비상사태로 이어져 그동안 피플파워 20주년을 겨냥한 군부 쿠데타설은 끊이지 않았다. 에르모게네스 에스페론 육군참모총장은 “쿠데타 음모에 가담한 준장 1명과 고위급 장교 등 3명을 체포했고 8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쿠데타 수사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혁명’이라는 문건이 적발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22일 14명의 하급장교가 체포됐지만 대통령궁 폭발사고의 배후로 알려진 군부 단체들은 ‘아로요 퇴진’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로요에 대한 쿠데타 기도는 공식 확인된 것만 6차례다.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이날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성직자들을 비롯한 5000여명은 “아로요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물대포로 맞선 경찰과 충돌했다.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인 EDSA 고속도로에도 수백명이 모여 하야를 촉구했다. 피플파워 20주년인 25일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예고돼 있다.●오늘 ‘피플파워’ 20주년 필리핀 피플파워는 1차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축출을,2차로 영화배우 출신으로 국정을 농단한 조지프 에스트라다를 각각 몰아냈다. 이제는 2001년 피플파워로 권좌에 오른 아로요를 향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우군이었던 아키노와 라모스 등 2명의 전직 대통령조차 등을 돌렸다.특히 아키노 전 대통령은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하며 반(反)아로요 세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야당 지도자인 테오도로 카지노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무장통치를 하겠다는 가혹 정치의 증거”라고 맹비난했다. 필리핀 국민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가톨릭교단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조작 의혹이 제기될 당시 교단은 아로요를 두둔했다. 그러나 이번에 가톨릭 교계가 아로요 대통령을 비판하면 3차 피플파워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자넬 히로니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대선조작 의혹과 경제난, 부패가 원인 아로요 위기는 부정선거 의혹과 경제난에서 촉발됐다. 아로요 대통령은 2004년 5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듬해 선거관리위원과 상대 후보와의 개표 차이를 논의한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민주선거의 정통성을 상실했다. 게다가 남편의 뇌물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도덕성도 추락했다. 경제 실정(失政)은 국민들이 아로요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결정타가 됐다. 그의 집권 기간 외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육박했다. 빈부격차도 극심해져 8400여만 인구 중 40% 이상은 하루 수입이 1달러를 밑도는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했다. 한편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 기자가 전날 10여명의 장교와 기업가들의 만찬에 참석해, 체포된 다닐로 림 준장이 스피커폰으로 ‘반(反)아로요 계획을 실행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유공자가족 가산점 헌법불합치” 내년 6월까지만 적용

    국가유공자 가족이 공무원 시험 등에 응시할 경우 10%의 가산점을 주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23일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주모씨 등 6879명이 국가·지방공무원 7·9급 시험 및 교원임용시험에 응시한 국가유공자 가족에게 10%의 가산점을 규정한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서 7대 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개정 때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것으로 헌재는 관련법이 내년 6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그 이전에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가산점 10%가 시험의 합격 여부에 중요한 효과를 지녀 국가공무원 시험에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들의 합격률과 합격자수가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국가유공자 가족 모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능력과 적성에 따라 공직에 나갈 수 있는 일반인들의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이날 권문용 전 서울 강남구청장 등 자치단체장 27명과 유권자 8명이 지자체장 연임을 3번으로 제한한 지방자치법 87조 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지자체장은 다른 후보자에 비해 선거에서 절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 장기집권의 가능성이 높고 사조직, 파벌과 공무원의 사기저하, 부정부패 등 결국 지방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현재 법으로는 지자체장에 대한 강력한 견제수단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헌재는 교원 재임용을 거부한 사립학교가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로부터 재임용 거부를 취소하라는 결정을 받아도 불복할 수 없게 규정한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 등 ‘불합리한’ 처분에 대해 권리구제절차를 마련하면서도 분쟁의 당사자이자 재심 절차의 피청구인인 학교법인에는 권리구제 절차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학법인연합회 관계자는 “교사를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사립학교의 권리를 인정해 준 것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환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표범, 그 위대한 인내심과 품격

    [이현세 만화경] 표범, 그 위대한 인내심과 품격

    어느새 친구의 아들들이 군에 가는 나이가 되었다. 가끔 술자리에 모이면 군대 얘기가 안주가 된다. 군에 보내서 기어코 고생을 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어제의 육군 병장들이 막상 때가 되니 걱정되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해서 얼마 전에 만화학과 제자들과 함께 전방 GOP 경계체험을 갔다. 한마디로 군대는 좋아졌다. 내무반은 일인침대와 휴게실로 꾸며져 쾌적했고, 목욕탕과 도서관도 만족스러웠으며 구타는 없어졌다. 이 세상 어떤 조직보다 사고율만 따져도 아들을 맡기기에는 가장 안전한 곳이 군대였다. 하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에게 군대는 여전히 힘들고 괴로운 곳이다. 몇 년 전에 군대를 소재로 한 만화 ‘까치병장’을 제작한 적이 있었다. 군대얘기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영화·연극·드라마·문학 작품들이 그렇듯이 내가 그린 ‘까치병장’ 역시 낯선 조직과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야기되는 갈등관계가 주요 소재였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 교훈을 담아냈다. 그런데 이번 GOP 경계체험에서 경계근무도 같이 서고, 대화시간도 가지면서 두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 하나는 여태껏 ‘문화상품의 소재로 주목받을 수 없었던 극적인 생활양식의 발견’이다. 영하 20도의 야밤, 전방의 철책선은 웅웅대며 울고 있었고, 가로등의 희뿌연 불빛 사이로 함박눈은 쏟아졌다. 이곳에서 GOP 근무 장병들은 해지기 전에 경계근무에 투입되어 날이 밝을 때까지 겨우 서너시간 쪽잠을 자가며 매일 똑같은 일상을 일년이나 반복한다. 이 장병들의 생활이야말로 젊은 시절 가장 혹독하고도 가장 극적인 삶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군인들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은 대개 충성과 명예, 용기 등이 차지했지만 이것은 어쩌면 극적인 소재만을 좇는 대중문화가 만들어 낸 순위 조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군인의 자질을 가진 병사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다수의 작가들은 서슴없이 ‘네팔의 구르카 용병’을 꼽는다. 강철처럼 단련된 신체, 올빼미에 견줄 만한 시력, 거기에다 물불 가리지 않는 용맹성까지. 그러나 대다수 작품들이 놓치고 있는 구르카 용병들의 가장 우수한 자질은 ‘인내심’이다. 한번 매복을 명 받으면 폭우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몇날 며칠이고 움직이지 않고 적의 움직임을 찾아 전방을 주시한다. 이 인내심이야말로 구르카 용병을 최고라고 칭하게 하는 최고 요인이지만 이 덕목은 극적 요소로 전환이 어려워 작품화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군인의 최고 덕목은 인내심이고,GOP의 장병들은 극한의 인내심을 요구 받는다. 반대로 사회에서 소위 조직폭력에 몸 담았던 자원이 대체로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었다. 그 이유는 체력이나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루한 일상을 견디지 못하는 ‘인내력 부족’이었다. 또 한가지 발견은 군에 오기 전에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하여 문화 예술을 접하기 어려웠던 병사들이 군에 와서도 문화적 인프라 부족 탓에 역시 문화예술과는 담 쌓고 사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젊은 장정들에게 주고 싶은 소프트웨어는 너무나 많지만 도서관이나 공연장, 전시장 같은 하드웨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이 병영이었다. 장병들은 우리 모두의 젊은 아들들이며 ‘군복 입은 시민’이다. 우리사회의 미래는 청년들의 몫이고,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왜곡된 가치관과 문화적 미성숙이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병영에서 모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젊은 피와 탄력있는 육체를 가진 장병들을 생각하며 눈을 감으면 아름다운 표범이 보인다. 표범이라면 흔히 아름다운 점박이 무늬와 잘 빠진 몸매, 그리고 앙칼진 성격과 날카로운 발톱을 생각하고 가끔은 제 덩치보다 더 큰 사슴을 나무 위까지 물고 올라가는 힘을 떠올린다. 그러나 나는 표범을 생각하면 먼저 단 한번의 사냥에 모든 것을 걸고 몇날 며칠을 위장하고 풀숲에 숨어서 먹이를 노리는 표범의 노란 눈이 생각난다. 내게는 바람도 숨을 죽이고 있는 그 침묵의 인내심이 표범이다.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하이에나처럼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 그 우아한 품격이 표범이다. 한때 한국의 모든 야산을 주름잡고 포효하던 표범은 지금은 철책선 남방 아래에는 한 마리도 없다. 옛날 표범과 함께 살았던 우리 조상 중 누구 하나가 표범의 종말을 알았을까. 앞으로 군을 소재로 한 작품을 할 기회가 있다면 군의 덕목 중에는 인내심이 최고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범국민운동’으로 병사들이 좀더 많은 문화·예술 환경을 접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해야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분명 GOP의 장병들은 ‘극한의 인내심’속에 생활하고 있고 병영체험을 하러간 학생들은 그 인내심을 경이와 존경의 눈으로 봤다. 장병들은 단절된 바깥세상의 문화예술을 그리워했고, 나와 함께 간 학생들은 집중력과 인내심을 배우고 왔다.
  • [사설] 사형제 폐지할 때 됐다

    사형제 폐지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법무부는 엊그제 “사형제도 존폐문제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해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를 공론화했다. 그 대안으로는 ‘절대적 종신형’을 내비쳤다. 그동안 정부는 국제사면위원회 등의 폐지 권고에도 사형제도를 고수해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법무부의 이번 방침은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환영한다. 앞서 우리는 인권선진국을 자부하는 한국이 사형제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한 바 있다. 우선 사형제 폐지는 시대적 조류다. 현재 사형제 폐지국가는 112개, 존치국가는 83개라고 한다. 특히 인권에 관해 종주국격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모두 폐지했다. 미국도 10여개주는 사형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의 예를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는 유신시절 대법원 사형확정 선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형을 집행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이른바 인혁당 사건이다. 또 법원이 오심(誤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에서도 사형 집행 후 진범이 나타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경우 사형제도가 있는 한 구제의 길은 요원하다. 사형제를 폐지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국회에는 사형제를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돼 이미 계류 중이다. 국가인권위도 지난해 4월 사형제 폐지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런 만큼 공청회 등을 열어 심도있게 토의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재 63명의 사형수가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사형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형제는 폐지돼야 마땅하다. 열린 마음으로 중지를 모아가야 할 때다.
  • 전세계 추기경 193명으로 유럽지역 몰려 형평성 논란

    전세계 추기경 193명으로 유럽지역 몰려 형평성 논란

    교황청이 22일 15명의 새 추기경을 발표함에 따라 추기경은 모두 193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번에 중국(홍콩) 출신 추기경이 처음으로 나오면서 추기경을 배출한 나라는 67개국으로 늘어났다. 교황선거권이 80세로 제한되기 때문에 콘클라베(교황 선출 추기경 비밀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추기경의 한도는 120명이다. 이번에 한도를 채우게 됐다. 추기경 선출은 인구와 신자 수, 가톨릭교회내 영향력과 전통 등에 따라 결정되지만 최근 들어 제3세계 교회를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유럽에 추기경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새 추기경을 포함하면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의 추기경은 39명이다. 콘클라베에서 이탈리아 출신 선거인단 비중은 1958년엔 33%였으나 지난해 베네딕토 16세를 뽑을 때는 17%로 낮아지기는 했으나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2억 전세계 가톨릭 신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남미 지역에선 추기경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브라질조차 추기경은 8명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폴란드의 추기경 수는 브라질과 같다. 미국은 15명이나 된다. 추기경 임명을 둘러싼 지역 및 국가간의 막후 힘겨루기 소문이 무성한 것도 지역에 따른 진보와 보수간 색채가 뚜렷하게 구분되고 향후 가톨릭 교회의 진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중남미 지역 성직자들은 빈부격차해소 등 사회정의 실현에 비교적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한글→영문 이니셜→아이콘으로 진화하는 CI

    한글→영문 이니셜→아이콘으로 진화하는 CI

    회사의 이미지를 표시하는 CI(Corporate Identity)도 진화한다. 한글 나열에 불과하던 기업명이 글로벌 경쟁시대가 시작된 1990년대에 영문 첫글자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그래픽을 이용한 심벌마크인 ‘아이콘(icon)’ 중심으로 가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LIG손해보험(LG화재)의 ‘희망구름’, 이달초 선보인 금호아시아나의 ‘꺾쇠’, 지난해 10월 발표된 SK의 ‘행복날개’ 등이 그 예다. 국민은행의 ‘별’, 하나로텔레콤의 ‘벌새’ 등도 있다.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시대가 되면서 아이콘의 힘이 커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광고나 제품을 통해 접근, 정보가 넘쳐나는 와중에서도 소비자의 눈에 띄어야 하고 잠깐 노출시켜도 기억에 남는 CI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LIG손해보험의 CI를 담당한 디자인파크의 손근민 실장은 “세계화 시대에 회사들이 도입했던 영문 이니셜은 세련미와 신뢰감은 있지만 구체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에는 미흡하다.”면서 “강력한 기업 이미지 전달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글자마크보다 한 단계 진화한 도형 모양의 아이콘이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콘의 또 다른 매력은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이다.LIG손해보험은 아이콘을 ‘희망구름’이라고 명명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운동기구인 아령이나 꽈배기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개인적인 경험이나 관심사에 따라 기억되지만 기본 개념인 ‘부드러움’은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LIG손해보험 관계자는 “이번에 교체한 CI는 여러 곳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는 점도 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이콘이 들어오면서 색깔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그룹 CI를 발표한 GS그룹의 심벌마크는 오렌지색, 청색, 녹색이 기본이다.LIG손해보험도 같다. 이 세 가지의 색은 일상적인 색깔로 소비자들과 친숙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SK,CJ 등에도 오렌지색이 쓰였다. 아이콘의 등장에는 법적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쓰는 영문 알파벳 두 글자만으로는 ‘간단하고 흔한 표장’이라는 이유로 상표등록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CI를 내부적으로 정해놓고도 국내외에 이미 등록된 상표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발표가 몇달씩 늦어지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잘 기억할 수 있는 아이콘을 미리 자사 상표로 등록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셈이다. 앞으로도 몇몇 그룹이 새로운 CI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아이콘이 더욱 많이 등장할 전망이다. 올해 창사 110주년을 맞는 두산그룹,40주년이 되는 효성그룹,30주년의 현대상선 등이 CI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기존 CI를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CI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영진의 감성과 의지다. 특히 기업 소유주의 의중이 절대적이어서 실제 작업에서 복수의 후보군을 마련하곤 한다.CI교체에 들어갈 수백억원도 경영진의 의지를 시험하게 한다.SK의 경우 이번 CI교체에 1200억원이 쓰일 것이라 보고 있다.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메리츠화재(구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관계자는 “CI 감시를 조금 게을리하면 색깔이나 도형의 크기가 변하거나 심지어 변형도 일어난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 대한 시각적 일관성이 중요한 만큼 끊임없는 유지·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형제 폐지 종신형으로

    법무부는 존폐 논란이 빚어진 사형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공청회 등을 거쳐 사형제 존폐 문제를 심도있게 분석한 뒤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등이 발의한 ‘사형특별법안’의 국회 심의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 법안은 사형을 폐지하고,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 중장기 개혁과제 등을 담은 ‘변화전략계획’을 21일 확정, 발표했다. 법무부가 사실상 사형제 폐지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꿈에 따라 사형제 존폐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그동안 강력범죄 발생률 등을 근거로 사형제 전면폐지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변화전략 계획에 따르면 법무부는 또 과거사 진상규명 활동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필요할 경우, 독자적인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하고, 문제 소지가 있는 사건의 목록을 작성해 자체 진상규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인혁당 사건’ 등 재심 절차에 들어간 사건에 대해서는 공판 활동을 통해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범죄 유형에 관계없이 수형자의 선거권을 박탈한 것이 가혹하다는 판단에 따라 단순 과실범 등 일부 수형자들에 대해서는 선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변화전략계획은 지난해 9월부터 천정배 법무장관 주도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만들어졌다. 최장 5년 동안의 중장기 계획을 담고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형제 폐지 ‘징벌 vs 인권’ 논란클듯

    사형제 폐지 ‘징벌 vs 인권’ 논란클듯

    법무부가 21일 발표한 변화전략계획은 ‘인권´과 ‘개혁´을 기본철학으로 깔고 있다.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정책(NAP) 권고안을 기본으로 올해 6월까지 NAP 초안을 만드는가 하면, 그동안 언급을 자제하던 사형제 폐지 논란이나 과거사 문제도 정면으로 다뤘다. ●과거사 진상규명에도 적극 나서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지원한다는 내용은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형선고의 징벌효과를 내세우며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찮다. 일부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키로 한 것은 교정업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역시 정책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현행 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지 않았다면,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오스트리아는 1년 미만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들에게, 캐나다는 2년 미만, 호주는 5년 미만의 수형자들에게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과거사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재심 절차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판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민·형사적으로 무한 책임을 지게 한다는 의미에서 공소시효 연장·배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대해 법률적으로 정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과거 검찰의 잘못이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반성하겠다는 것이지만, 검찰 내부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대목이다. ●서민 지원책은 강화 이번 전략계획은 서민의 눈높이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채무자의 채무 현황을 보증인에게 미리 알리도록 의무화한 것이나, 법률구조 대상자를 늘린 게 대표적이다.2008년까지 전국민의 절반이 민·형사상 법률구조 대상자가 되도록 적용범위를 넓혔고, 영세민·가정폭력 피해여성·장애인·범죄 피해자까지 무료 법률구조 대상에 포함시켰다. 소외계층뿐 아니라 일반 민원 서비스도 개선돼 2007년까지 민원안내 등이 개별통보되는 시스템이 갖춰지게 된다. 온라인으로 발급되는 증명서류도 현행 출입국사실증명, 외국인등록사실증명, 국내 거소 신고 사실증명 외에 사법시험 합격증명, 국적선택 및 이탈신고 사실증명까지 확대된다. 또 앞으로 피내사자를 포함해 검찰 조사를 받는 사건 당사자들에게도 검찰 조사과정과 처리결과가 즉시 통지된다. 자신에 대한 수사가 종결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현재 모습과 비교해보면 수사기관의 정보독점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 내에 ‘법교육 전담부서´가 설치되고 법무연수원에서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알기쉬운 법교육´‘우리활 국궁´ 등을 강의하는 등 일반인들에 대한 법률교육도 강화된다. ●고소사건 조정제도 도입도 검토 최장 5년간의 중장기 전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략계획은 검찰의 달라질 미래상을 보여준다. 우선 검찰의 공판역량 강화를 위해 재판부마다 전담 공판검사가 배치된다. 재산분쟁·명예훼손 등 사적분쟁에 관한 사건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되면 조정에 회부할 수 있는 ‘고소사건 조정제도´ 도입도 검토단계에 있다. 법무부 김준규 법무실장은 “한해 고소되는 인원 60만명 가운데 기소되는 사람은 17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민사사건으로 해결될 일이 형사사건으로 비화됐기 때문”이라며 도입 배경을 밝혔다. ●출입국 정책 등은 인식전환 틀 제시 올해 상반기 동안 자진 출국하는 불법체류 동포에게 출국후 재입국을 허용하는 제2차 동포자진귀국 프로그램을 실시하거나 중국과 구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방문과 취업을 동시에 하도록 5년 유효의 복수비자를 발급하는 ‘방문취업제´를 도입한 것은 법무부의 개혁행보와 관련 시민단체의 의견이 조율된 결과로 풀이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참여정부 3년] (상) 평가와 과제

    [참여정부 3년] (상) 평가와 과제

    ‘비정한 사회, 따뜻한 사회-양극화 시한폭탄, 이대로 둘 것인가.’ 청와대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본격적인 공론화를 시도하는 ‘양극화 문제’에 대한 특집 기획의 주제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올해 화두는 분명 양극화이다. 사실상 남은 임기 동안의 과제이다. 양극화의 ‘완전’ 해소가 아닌 완화를 위한 발판을 다지자는 의도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연설에서 “양극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물론 노 대통령의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발언은 ‘증세 논쟁’을 일으켰고, 급기야 같은 달 2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는다.”며 주춤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렇지만 일단 국민들에게 ‘양극화 해소’에 따른 해법 차이 및 갈등의 골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자평이다. 청와대의 등식은 ‘양극화의 해소=미래의 비전’이다.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의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중산층이 엷어지는 양극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결국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사회안전망이 없는 데다 저출산·고령화 사회까지 겹칠 경우,10∼20년 후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서슴지 않는다. 해법으로 좋은 일자리 공급, 복지서비스 확충, 공공서비스의 양 및 질의 제고 등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속내에는 상위계층의 공동체에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취임 3년 동안 경제의 침체 속에서 ‘성장’을 도외시할 수 없는 탓에 ‘분배’에 해당하는 양극화의 공론화를 꺼렸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도 성장과 분배를 떼어 놓을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렇지만 해법의 주체가 ‘국가냐, 시장이냐.’에 따라 다르다. 이화여대 이성형(정치외교학) 교수는 “국민들도 양극화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전제,“양극화가 구조화되면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정부가 증세나 토지개발이익금의 환수 등 과감한 정책을 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지 못하면 자칫 중남미의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율에 얽매일 인기영합의 정책은 국가의 미래 준비만 더디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신대 이인재(사회복지학) 교수는 양극화 해소에서 정부의 제도화된 조정력, 중장기 로드맵의 마련 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부처별의 정책이 아닌 복지·일자리·교육 등 관련 정책이 함께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양극화 해소를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보다는 국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고도 성장과 압축 성장에 따른 IMF의 후유증이 중산층의 붕괴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양극화를 소모적인 정쟁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동의보감과 줄기세포의 상관관계/이성낙 가천의대 총장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특히 자연과학은 수학적 논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반면 인문사회학은 감성적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학문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면 서양 사람들은 수학적 논리에 충실하고, 동양 사람들은 좀 더 감성적 논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황우석 사건을 놓고도 서양 문화권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무리 획기적인 과학적 결과물이라도 윤리성이 배제된 것이라면 결코 더이상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관련 ‘원천기술’만 있다면 황우석 연구팀의 비윤리적 연구 접근도 너그러이 이해하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해 놀랍기 그지없다.‘원천윤리’가 망가졌는데 ‘원천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과정보다도 결과가 중시되는 우리의 사회적 풍토가 실로 염려스러울 뿐이다. 이번 줄기세포 관련 사건이 불거진 후 서울대학교가 자체 조사위원회를 신속히 가동한 것은 순발력 있는 조치로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서 그 내용을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는 지극히 과학적인 근거의 산물이다. 그런데 여론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20%만이 이 결과에 동의하고,80%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는 많은 사람이 과학적 결과와는 상관없이 황우석 사건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이처럼 과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결과보다 감성적 논리로 접근한 주관적인 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00여년간 거세게 몰아닥친 서양화의 물결 속에서 과학교육이 미친 영향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현대화와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 저변에 형성된 의식세계는 여전히 과학보다는 비과학, 수학적 논리보다는 감성적 논리, 냉정한 윤리의식보다는 주관적인 윤리의식에 지배를 받는 것 같다. ‘좋은 것이 좋다.’라면서 용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풍토는 근래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하는 부정부패에 대한 불감증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애매모호한 온정은 넘쳐흘러도 냉철한 이성은 찾아볼 수 없다는 얘기다. ‘동의보감’은 조선시대인 1613년경에 간행된 저서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400년전 이런저런 약초들을 배합하여 만든 처방을 오늘날에도 온 국민이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는 데 있다.‘동의보감’에 나온 처방이 워낙 절대적이라 이를 자연과학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동의보감’에 명기된 약초로 만든 것도 어쨌든 약이기 때문에 우리 신체에 어떠한 형태로든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약이 아닐 것이다. 즉 작용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반작용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수학적 또는 추리적 논리이다. 세종대왕 때에 창안한 측우기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국보이지만, 오늘날 강우량을 측정할 때 그 측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역사물은 역사물로 보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동의보감’을 냉철한 비판적 분석 없이 맹신하는 감정적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동의보감’에 대한 일편단심과 황우석 사건의 경우에서 나타난 ‘그래도 나는 믿어.’라는 사고방식에는 이러한 감정적 논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하고 정의롭게 나가려면, 좀 더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이성낙 가천의대 총장
  • [2006 독일월드컵] “포백 완성이 급선무”

    [2006 독일월드컵] “포백 완성이 급선무”

    평가전을 무난히 마친 아드보카트호가 독일월드컵 개막까지 3개월여의 기간을 남겼다. 이 기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조영증 FIFA 기술위원 골키퍼 이운재의 아성은 견고하다. 그러나 그의 공백엔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조준호 김영광의 대체 능력을 더 키우는 게 급선무다. 박주영의 제 자리도 제대로 찾아줘야 한다. 전지훈련 중 2득점을 올리긴 했지만 측면 공격수로서 팀 전체와 궁합이 잘 맞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금도 끊임없다. 해외파가 가세하면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 박주영의 활용도는 감독이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정윤수 축구평론가 대표팀의 실점상황을 분석해 보면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미드필드에서의 패스 한번에 수비라인 뒷공간이 쉽게 공략당했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윙백의 수비 복귀가 늦다는 점이다. 그 바람에 2명의 중앙수비수가 상하좌우의 거리와 공간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득점 몇 개로 호평받은 공격력도 더 키워야 한다.LA 갤럭시 등 약체팀과의 득점은 상대 수비수들이 달라붙지 않은 결과다. ●장원재 축구칼럼니스트 시험대에 오른 포백수비의 안정감과 경기 막판 집중력을 올리는 게 필요하다. 포백라인은 새로 실전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4명의 수비수 사이에 호흡이 절대적이다. 전훈을 통해 향상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안정감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전을 통해서, 그리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선수의 수급을 통해서 해결할 문제다. 또 80분 이후 선수들의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막판 방심은 큰 화를 불러 일으킨다. 이를 감독이 항상 주입시켜야 한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서울이야기] (38)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서울이야기] (38)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극화, 특히 소득 양극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실제로 한 일간지에서는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994년 조사에서 70%이던 것이 작년 말 조사에서 56%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줄어든 중산층은 상류층으로 진급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빈곤층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누가 빈곤층일까. 그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빈곤층’의 정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붕괴되었다거나 양극화가 심해져 빈곤층이 늘어났다고 말할 때의 빈곤은 상대적 빈곤의 개념이다. 이는 다른 사람에 비해 적게 가지는 것, 즉 상대적 박탈이나 불평등을 중시하는 개념이다. 반면에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빈곤의 척도는 절대적 빈곤 개념이다. 절대적 빈곤이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생활수준(이를 빈곤선(貧困線)이라고 한다.)조차 충족시킬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기초적인 생계조차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그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바로 절대적 빈곤층이다. 절대적 빈곤은 생존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대부분 사회에서 복지사업의 일차적 대상은 이들 절대빈곤층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가장 가난한 절대빈곤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하 수급자)’들이다. 흔히 생활보호대상자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기존의 생활보호법이 1999년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바뀌면서 보호대상자를 지칭하는 용어도 생활보호대상자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바뀌었다. 부양해 줄 가족이 없고 소득수준이 정부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수급자가 될 수 있다. 수급자가 되려면 동사무소에 신청하여 본인 및 부양가족의 소득과 재산에 대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사업이지만, 필요한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분담할 뿐 아니라 수급자 신청접수에서 자격 심사, 급여 지급 등 거의 모든 업무가 자치구 및 동사무소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중요한 복지사업이기도 하다. 실제 동사무소 사회복지전문요원 업무의 대부분이 수급자 선정 및 관리라 할 수 있다. ●가장 가난한 계층 기초생활 수급자 기초생활수급자를 공식적으로 가장 가난한 절대빈곤층이라고 할 때, 서울에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 2005년 말 기준으로 18만 6181명이 있다. 이는 서울시 전체인구의 약 1.8%에 해당하며, 전국의 수급자 비율 3.2%에 비해서는 60% 수준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에 기초생활수급자가 적은 것은 서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라는 이유가 크다. 산술적으로 보면 ‘가난한 사람’도 그만큼 적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부는 매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저생활에 필요한 경비, 즉 최저생계비를 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수급자를 선정한다.2006년 정부가 발표한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가 월 41만 8309원,4인 가족은 월 117만 422원이다.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할 때,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최저생계비가 전국 공통이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2006년 기준으로 4인 가족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저생계비는 서울에서 살건 산골에서 살건 상관없이 월 117만원이다. 서울은 다른 지방보다 일거리를 얻을 기회도 많고 일당도 더 높게 받기 때문에 최저생계비 기준인 월117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수급자 수가 적다. 그러나 서울에서 117만원으로 생활하는 사람과 시골에서 117만원으로 생활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어려운 생활을 할까. 시골에서는 월 117만원으로 4인 가족이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택가격을 비롯하여 서울의 높은 물가를 고려하면 서울에서는 최저생계비 기준보다 높은 120만원,130만원을 번다하더라도 최저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수급자로 지정되지도 못한다. 소득이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수준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에 실제 가난한 사람이 적어서라기보다는 수급자 여부를 결정하는 최저생계비 기준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제도상의 문제 때문에 수급자 비율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생계비 지원도 전국동일 수급자로 지정되면 일차적으로 생계비 보조를 받는다. 보조받는 금액은 본인의 수입과 가족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06년 기준 1인 가구에 월 32만 4909원,4인 가족에게는 월 95만 9424원이 지급된다. 수급자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인 최저생계비가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계비 지원액도 전국이 동일하다. 즉, 서울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수급자로 지정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지원받는 생계비 액수도 서울의 높은 물가를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는 타지역에 비해 훨씬 적게 받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간 편차 때문에 전국 공통인 생계비 보조 이외에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시에서는 저소득 시민을 대상으로 명절이나 월동기 등 추가 지출요인이 많은 시기에 현금 또는 현물지원을 하고 있다.2005년 기준으로 서울시는 연 2회 추석과 설날에 가구당 3만원씩 명절위문품을 전달하였으며, 월동대책비(연료비 및 양곡구입비) 명목으로 가구당 5만원을 지원하였고, 자녀교육 경비로 중고생은 연 27만 6000원, 초등학생은 연 2만 5000원을 지원했다. 또한 긴급구호비로 1인당 1회에 한해 7만 4000원, 그리고 결식학생 급식비로 한 끼당 2500원을 지원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지원액수도 적을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일회성 지원이기 때문에 부족한 생계비 지원액을 보충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역별 분포 전통적으로 서울에서 저소득층 지역이라고 하면 봉천동, 신림동 같은 달동네를 떠올렸지만, 이제 봉천동, 신림동은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동네가 아니다. 재개발로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많은 주민들이 중산층으로 바뀌어 버렸다. 대신에 대규모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새로운 저소득층 밀집지역이 되고 있다. 수급자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혜택 가운데 하나가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격이다. 서울에서 영구임대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와 강서구이다. 정부가 강서구와 노원구에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면서 영구임대아파트도 대단위로 함께 지어 이 지역에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서울의 전체 수급자 18만 6000명 가운데 11.5%에 해당하는 2만 1000여명이 노원구에 거주하여 노원구는 수급자가 가장 많은 자치구가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10.5%에 해당하는 1만 9000여명이 강서구에 살고 있다. 수급자들은 여러 가지 복지사업의 우선 서비스 대상이기 때문에 수급자들이 많이 사는 노원구와 강서구에는 자연스럽게 사회복지관이나 노인복지시설과 같은 각종 복지시설도 가장 많이 들어서 있다. 반면에 서초구는 수급자가 2900여명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수급자가 가장 적은 자치구다. 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강남구에도 8000여명의 수급자가 있는데 이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7번째로 많은 것이다. 강남구에 수급자가 많은 것은 수서지구에 대단위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급자 개인특성 최근 서울복지재단의 의뢰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서울시 저소득층 복지수요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수급자 가구의 가구주 가운데 55.5%가 여성이고,52.4%는 60세 이상 고령자이며,33.4%는 장애를,45.8%는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가구주가 58.3%이고,79.9%는 현재 미취업 상태이다. 한 가구의 경제수준은 가구주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이러한 조사결과는 절대빈곤층 가운데 상당수가 고령자나 장애인으로 근로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학력과 건강상태도 좋지 않아 취업도 어려운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 ‘여성, 고령,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 때문에’(37.1%),‘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23.5%)를 들어 경제활동 참여가 어렵다는 것을 호소하고 있다. 향후 3년간 경제상태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4.2%에 불과하여 이들이 빈곤상태에서 벗어날 가능성 또한 높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정부 이후 복지정책에 있어 생산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생계비를 지원하기보다는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궁극적으로 정부의 복지사업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하는 복지를 지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위의 조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는 경제활동에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 창출, 직업훈련, 자활지원사업 등 일하도록 만드는 복지정책도 필요하지만 기초생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도 여전히 필요한 복지정책이다. 사회 일부에서 가난한 사람에게 생계비를 보조하고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일방적인 지원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만 국민에게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면, 비록 밑 빠진 독이라도 계속 물을 부어 주어야 한다. 이 독이 깨지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생산적 복지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에서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생산적 복지의 의미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김경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사회부 선임연구원
  • 장점만큼 단점도 많은 ‘재수’ -할까 말까?

    장점만큼 단점도 많은 ‘재수’ -할까 말까?

    2월은 대입에서 쓴맛을 본 수험생들이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시기이다. 원하는 대학은 아니지만 합격한 대학이 있는 수험생도 마찬가지 고민에 빠져있을 수 있다. 이들 앞에 놓인 카드는 ‘재수’. 하지만 재수가 반드시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1년 동안 이미 배운 것을 복습하지만 시험 난이도를 비롯해 성공에 장애가 될 변수가 적지 않다. 어떤 사람이 재수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재수를 선택한 학생들은 고3 수험생보다 훨씬 고달프다. 심리적 부담이 더 크며 슬럼프에다 갖가지 유혹도 많아 성적 올리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반면 본인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원하는 대학진학을 할 가능성도 높다. 내신 관리 등의 부담없이 선택 과목 공략에 올인할 수 있어서다. 유웨이 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성공적인 재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며, 의지가 좀처럼 강하지 못한 학생들은 일단 종합반에 등록하고 학원 프로그램을 토대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면서 “재수 기간에 문제풀이에만 집중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1)기본 개념이 부족하며 중위권 이하 아무리 1년이라는 시간이 다시 주어졌어도 기본 개념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2)의지가 약하고 쉽게 포기하는 스타일 학원은 공교육 과정인 학교와 달리 사교육 현장이다. 따라서 수험생 본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에는 불굴의 의지로 재수에 임해도 더위가 거세지는 여름방학 무렵에는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3)지나치게 사교적이거나 체력이 약한 학생 재수학원에 모이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특히 이성간의 교제도 학교에 비해 자유롭다. 성격이 사교적인 학생들은 친구들을 사귀고, 이성 교제에 치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교 행위가 성적을 떨어뜨리는 주 원인은 아니지만 재수를 망치는 한 가지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또 한 가지, 재수에서 체력은 실력이다. (4)부모님이 과잉보호하는 학생도 재수에 성공하기 어렵다. 재수는 학교 공부와는 다르다. 고3 수험시절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조언과 도움이 많은 때라면 재수기간은 상대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부모의 과잉 보호속에 공부했다면 재수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5)수능 점수가 평소 모의고사 점수보다 높게 나오는 학생 2006 입시에서 수능 점수가 평소 모의고사 점수보다 높게 나온 학생들은 다시 도전했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다. 수능점수가 지난해 본인의 실력보다 높게 나왔다는 의미이므로 재수를 한다고 해도 오를 수 있는 점수의 폭이 낮아진다. (1)컨디션 악화·사소한 실수 등으로 수능을 잘못 본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 시험에도 운이 따라야 한다. 특히 지난해 수능에서 몸이 아프거나 밀려 쓰기 등으로 실패한 학생은 재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2)여러 영역 가운데 한두 개 영역의 점수만 현저하게 낮은 경우 자신의 성적을 분석했을 때 여러 영역 가운데 1∼2개 영역만 점수가 현저하게 낮은 학생은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재수기간 동안 취약 과목을 중점으로 공부하면 점수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3)수능 2∼3등급 학생 수능 2∼3등급을 맞은 중상위권 학생들은 이미 기초 개념정리는 어느 정도 돼 있다.1년 동안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중심으로 심화학습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다. (4)욕망에 비해 너무 성적이 저조할 때 욕망이 있는 학생은 학업성취 욕구가 강하다는 의미이다.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어 학업성취 욕구가 강한 학생들은 재수하는 기간 동안 꾸준한 자기 관리로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 도움말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수학·과학 개념정리부터 다시했어요” 재수 끝에 2006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한 문제만 틀리며 서울대 의대에 당당히 합격한 강지호(18)군의 경우는 재수 성공 사례다. 강군은 “수능에서 점수가 저조해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가지 못했다면,1년 동안 재수하는 것도 소중하고 귀중한 경험”이라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인생에서는 오히려 빠른길”이라고 추천했다. 경기과학고를 조기 졸업한 그는 2005학년도 수능성적이 460점대 초반에 머물렀다. 내신이 좋지 않아서 자신이 희망하는 의대에 입학할 수 없었다. 의사를 향한 꿈을 이루기 위해 2월 재수종합반에 등록한 뒤 1년 동안 자신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수능에 대한 방향을 잘못 잡고 있었어요. 수학은 문제 형식을 암기해서 풀었는데 응용력이 떨어졌죠. 재수를 통해 응용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공부를 했으며 모의고사 4등급까지 떨어졌던 점수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어요.” 그의 재수 성공기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다만 끈기있게 매진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하루 4∼5시간을 자면서 평일과 주말에 관계없이 하루종일 대입 종합반 학원에서 보냈다. 공부 내용도 학원에서 내준 과제를 푸는 것이 전부였다. 수학·과학은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한 뒤 2∼3번 복습을 거쳐 까다로운 문제중심으로 풀었다. 학원은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녔다. 하지만 한결같은 속도로 공부하는 것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비슷한 일과가 무척 지루했어요. 마음이 답답할 때에는 소설책을 읽거나 보드카페에 가기도 했어요. 잠시 바람을 쐬면 기분 전환이 됩니다. 또 재수를 하려면 체력 관리에도 힘써야 해요. 여름을 지나면서 체력도 많이 떨어져서 수능 20일 전까지 보양식을 먹었어요.” 지난 수능에서 1문제를 빼놓고 모두 맞힌 그의 성적도 처음부터 잘 나왔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6∼7월까지 수능 점수가 2005학년도보다 낮게 나왔을 정도다. 당시 슬럼프에도 빠지고 걱정했지만 그런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한 것이 실력을 쌓았다고 했다. “점수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꾸준하게 공부하면 어느 순간 점수가 확 뛸 때가 있어요. 그 뒤에는 점수가 계속해서 오릅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의지 부족땐 ‘기숙학원’ 고려해 볼만 ●자기관리가 철저한 학생 평소에 지독하다는 소리를 듣거나 1∼2과목에서만 점수가 나오지 않는 학생은 온라인 강의와 단과학원을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학습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고3까지 성적을 분석한 뒤 자신의 취약 과목을 추출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된다. 공부에 자신이 있는 과목들은 심화 학습 형태로 돌입, 고난도 문제 풀이를 중심으로 하는 기획 강좌를 찾는다. ●의지가 약하지만 주위에서 도와주면 잘 따라가는 학생 본인 스스로 시간관리에 자신이 없지만 학부모 등의 도움으로 학습효율이 높아지는 학생은 종합재수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보통 재수종합학원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규 수업을 하고 오후 10시까지 자율학습이나 보충 수업 형태로 진행된다. 따라서 고교 3학년 시절과 큰 차이가 없다. 재수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이 큰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종합 학원은 선발 시험을 통해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모아 가르쳐서 학업 성취도가 높다. 같은 학원에서도 성적순으로 반편성을 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수업 진행이 가능하다. 또 입시 전략이라는 중요한 싸움에서 학원이 제공하는 고급 정보나 전략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절대적으로 의지가 부족한 학생 고교 졸업 후 빠질 수 있는 온갖 유혹에서 벗어나 공부에만 몰두하고 싶은 학생들은 기숙사 학원도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기숙사 학원은 온종일 꽉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생활한다. 휴대전화는 물론 공중전화도 없는 곳에서 격리된 생활을 한다. 외부와 단절된 상태서 공부한다. 기숙사 사감이 모든 생활을 관리하며 외출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허용된다.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수하는 학생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타율적이고 엄격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수험생에게는 역효과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추억’으로 되살아나는 배호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추억’으로 되살아나는 배호

    # 배호가 남긴 노래,‘굿바이’에서‘0시의 이별’까지 우리나라 최초로 가수 이름을 따 제정된 길은 다름 아닌 ‘배호길’이다. 서울 용산의 삼각지 로터리에 있는 400m 구간이다. 이 길이 ‘배호길’로 명명된 것은 지난 2000년 11월. 배호는 1963년 스물한 살에 데뷔해 71년 스물아홉에 타계했다. 가수로써 배호의 활동기간은 불과 8년. 서른 문턱을 채 넘기지 못하고 타계한 지 올해로 만 35주기가 된다. 드러머 출신의 ‘북재비 무명가수’로 출발해서 전성기를 맞을 때 신장염을 앓아 사투를 반복했던 그의 첫 취입곡 제목은 하필 ‘굿바이’였다. 또 마지막 취입곡 제목은 ‘마지막 잎새’와 ‘0시의 이별’이었다. 우리 대중가요의 주 테마가 ‘사랑과 이별’임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발표곡 중 ‘안녕’이나 ‘또 하나의 이별’ ‘파란 낙엽’ 등의 단어들이 암시하듯, 배호는 활동기간 내내 늘 일찍 닥쳐올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은 인상마저 받게 한다. 때문에 그의 노래들이 더욱 팬들의 가슴을 적시는지도 모른다. 그가 남긴 노래들 중 현재 ‘돌아가는 삼각지’를 시작으로 ‘두메산골’ ‘파도’ ‘마지막 잎새’ 등은 노래비로 남겨져 있다. 또 ‘배호 가요제’도 1년에 세 차례, 그 것도 각각 다른 단체에 의해 개최되고 있다. 저간의 사정을 제쳐두고라도 이러한 현상은 분명 한국 대중문화 풍토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배호의 막내 외삼촌이자 작곡가·연주인인 김광빈(80)씨에게 ‘배호 스토리’를 들어봤다. 본명 배만금.42년 중국 산둥성 지난(濟南)에서 부친 배국민과 모친 김금순 사이의 3대 독자로 태어난 배호의 직계 혈육은 이제 아무도 없다. 세살 때 해방이 되면서 귀국 행렬에 합류, 월남했다. 타고난 음악적 자질은 외탁인 듯하다. 어머니 형제는 4남2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엄마야 누나야’의 작곡가인 김광수는 셋째 외삼촌이고 막내인 넷째 외삼촌이 바로 김광빈씨다. 배호에게 첫 취입곡 ‘굿바이’를 만들어준 김광빈씨는 배호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준 인물이다. 어린 시절, 만금은 독립운동을 하던 부친을 대신해 막내 외삼촌의 손에 의해 자랐고 김씨의 등에 업혀 한국 땅에 도착했다. 음악을 하고 싶어 중학교 2학년을 중퇴했다. 무작정 막내 외삼촌을 찾아 상경한 배호는 열여섯 살 때 ‘김광빈 악단’에서 드러머로 첫 음악생활을 시작했다.‘배호’라는 예명도 김씨가 지어준 이름이다. “배호의 ‘호’자가 늪 ‘호(湖)’로 운명이 그 이름을 따라간 것 같아 늘 마음이 아픕니다.” 이름을 호랑이 ‘호(虎)’자로 쓰지 못했던 것이 내내 아쉽고 마음에 걸린다는 김씨.“배호는 음폭이 매우 넓은 가수였습니다. 보통 18음을 넘어 19음까지 구사했는데 저음은 물론 고음도 일반 여성보다 세 음이나 더 올라갔지요.” 배호의 발성은 악보의 오선지 밖을 지나 ‘솔’ 음까지 구사할 정도였다고 김씨는 회고한다. 배호의 트레이드 마크인 중절모와 검은 뿔테안경도 나이가 들어보이게 하기 위해 그가 권유한 것이고 현재 경기도 장흥 신세계공원에 안치돼 있는 배호의 묘에 세워진 노래비 ‘두메산골(반야월 작사)’ 또한 그의 작품이다. 배호는 악단 시절 취입한 첫 노래 ‘굿바이’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김인배 작곡의 영화주제가 ‘황금의 눈’을 발표했던 66년도부터다. 데뷔곡 ‘굿바이´에서부터 마지막 취입곡 ‘0시의 이별´까지 무수한 명곡을 남긴 가수 배호씨의 노래는 대부분 悲歌이다. 예명을 지어준 김광빈씨는 호자를 虎로 않고 湖로 쓴 것이 못내 맘에 걸린다고 회고했다. 이 노래가 제법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서 배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나타난 인물이 당시 월간 ‘아리랑’의 연예기자였던 유명 작사가 전우(본명 전승우)다. 이후 배호의 후견인 역할까지 맡는다. 전우는 당시 MBC PD로 있던 작곡가 나규호와 콤비를 이뤄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람’과 ‘누가 울어’를 비롯한 노래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무렵 배호는 신장염이 더욱 악화돼 두 달 간 무대를 떠나 있어야 했다. 이때 배호를 찾아온 또 한 사람이 바로 ‘돌아가는 삼각지’의 작곡가 배상태(71)씨.‘돌아가는 삼각지’는, 당시 아세아레코드사 전속가수 김호성에 의해 먼저 녹음됐다. 얼마 전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당시 마스터 취입 기록카드에는 녹음날짜가 67년 3월12일, 그리고 그 옆에 ‘NG’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때문에 음반으로까지 제작되지는 않았다. # 병실에서 연습한 ‘안개낀 장충단 공원´ “‘돌아가는 삼각지’를 불러줄 가수로 배호를 수소문해 찾아갔을 때 그는 청량리에 있는 단칸방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더군요. 한 눈에 보기에도 병세가 심해 거동은 물론, 호흡조차 가빠 보였습니다.” 결국 취입을 만류하는 배호의 어머니를 설득해 ‘돌아가는 삼각지’를 취입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이들은 인근 여관에서 기타 반주에 맞추어 노래연습을 했고 며칠 뒤 장충스튜디오에서 노래를 취입했다. 이때가 67년 3월16일. 이 노래의 배경이 되는 삼각지에는 67년 2월부터 착공된 원형 입체고가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배호는 처음 녹음에 들어가기 전부터 매우 힘들어보였으며 노래가 끝날 즈음에는 아예 앉아서 취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장충녹음실에 근무하던 최길순(58·현 수창녹음실 대표)씨. 녹음날짜가 잡혔는데도 배호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결국 그해 4월 2일 배호는 전우-나규호 콤비의 새 노래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랑’과 ‘누가 울어’를 비롯한 13곡을 대도스튜디오에서 취입한 뒤 뉴스타레코드사를 통해 첫 독집음반을 발표한다. ‘돌아가는 삼각지’는 몇몇 가수들에게 취입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하지만 배호의 음성으로 나간 후 예상을 뒤엎고 각종 인기차트 상위에 랭크되기 시작한다. “배호가 급부상하자 아세아레코드사 측은 서둘러 전속금 30만원에 월 1500원을 주고 그를 전속가수로 영입했고 이 전속금으로 배호는 비로소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두 번째 히트곡 ‘안개 낀 장충단공원’(7월14일)은 이때 병실에서 연습했던 곡이지요.” 배상태씨는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아세아 측은 내친김에 뉴스타에서 발매된 배호의 독집음반 판권마저 사들여 아세아 레벨로 바꿔 다시 음반을 찍어내기 시작했다.68년 1월, 수록곡들을 새로 편곡해 재취입한다. 이렇게 해서 재탄생한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람’과 ‘누가 울어’를 비롯해 그가 발표하는 대부분의 노래들은 대히트를 기록하며 배호는 생애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그러나 병마에 시달리던 배호의 호흡은 늘 불안했다. 때문에 배호는 무대에서 그때그때 감정과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싱커페이션(syncopation)과 앤티시페이션 (anticipation)을 적절히 구사해 불안한 호흡을 스스로 조절했다. 드러머 출신가수답게 리듬 감각은 탁월했던 그는 당겼다, 놓았다 하는 애드리브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창조해 멋진 창법을 한껏 구사했다.(계속) 가요평론가·저널리스트 sachilo@empal.com
  • 경주 최고 농산물만 모아 공동브랜드 ‘이사금’ 탄생

    경북 경주시의 농산물 공동브랜드로 ‘이사금’이 출시된다. 13일 경주시는 지역 농산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라 3대 유리왕때 임금의 칭호인 ‘이사금’을 개발, 오는 4월부터 사용키로 했다.. ‘이사금’은 경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절대적 위치가 임금처럼 최고를 의미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금관과 중앙의 금색은 임금을 상징하며, 청색 영문은 전통의 색으로 동쪽 경주의 지리적 위치와 세계로 뻗어가는 청정농산물을 의미한다. 시는 오는 4월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준공과 함께 출하되는 우수 농산물에 대해 ‘이사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전국적인 파워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지역내 농산물 광고판과 대도시 지하철 광고판 등에 홍보해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기로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에는 10여개가 넘는 농산물 개별브랜드로 특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이번 공동 브랜드 개발로 소비자 신뢰확보와 함께 품질 및 가격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KCC 프로농구] 모비스 “특급 식스맨 있기에…”

    ‘벤치스코어’란 농구에서 주전 5명을 제외한 선수들이 올린 점수를 뜻한다. 벤치스코어가 많은 팀은 장기레이스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주전들이 부상이나 퇴장으로 출전 못할 때, 체력 비축이 필요할 때 득점력 있는 백업멤버들을 믿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 12일 부산 금정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모비스-KTF전은 벤치멤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모비스는 63-63으로 맞선 3쿼터 종료 직전 외국인센터 로데릭 라일리가 5반칙 퇴장당하면서 암운이 드리웠다.KTF의 골밑에 ‘킹콩’ 나이젤 딕슨(24점 15리바운드)이 버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하지만 모비스에는 ‘노장’ 김재훈(34·193㎝)과 ‘신예’ 김동우(26·196㎝) 등 특급 식스맨이 있었다. 선수로는 환갑을 넘겼지만 힘과 노련미가 빼어난 김재훈은 승부처인 4쿼터에서만 3점포 2개를 비롯, 양팀 토종선수 통틀어 최다인 19점(3점슛 4개)을 터뜨려 ‘수비전문’이란 말을 무색케 했다. 무릎수술과 재활의 지루한 날들을 뒤로하고 최근 코트로 돌아온 장신슈터 김동우도 고비마다 3점포를 쏘아올려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후보선수’ 김재훈과 김동우가 4쿼터에서만 무려 20점을 합작한 모비스의 91-78 승리. 원주에선 김주성(27점 14리바운드 5어시스트)이 공·수를 이끈 동부가 찰스 민렌드가 빠진 KCC를 88-79로 눌렀다. 동부는 모비스와 공동선두를 유지했다.‘두개의 탑’ 김주성-자밀 왓킨스(21점 16리바운드)는 KCC의 총 리바운드보다 5개 많은 30리바운드를 합작, 제공권을 뽐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대학 전공선택 이렇게] 꿈·적성 우선…직업 고르듯 신중히

    [대학 전공선택 이렇게] 꿈·적성 우선…직업 고르듯 신중히

    수험생 가운데 상당수는 대학 전공을 수능 점수에 맞춰 단숨에 정한다.평생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전공을 결정하는데 ‘남이 가고,주위에서 가야 한다고 해서 선택했다.’고 답할 정도이다.전공 선택에서 자기 탐색이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이 때문에 대학에 진학한 뒤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으로 머리를 싸매는 학생들이 많다.입학 초기 자신의 적성을 새로 발견하고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활로를 찾으면 그나마 다행이다.시행착오로 인생을 허비하지 않도록 올바른 진로 선택을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진로 전문가들은 전공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정한 뒤 능력·적성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라.”고 조언한다.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요가 많은 학과를 선택하고 진학하려는 대학·학과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교생은 자신의 적성과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상위권 학생들은 적성에 상관 없이 법학과와 의예과,경영학과 등 인기 학과를 선택한다.중·하위권 학생들도 이와 비슷하거나 취직이 잘되는 과를 정할 뿐이다.적성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신의 적성부터 살펴야 전공 선택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먼저 검사를 통해 자신의 적성과 흥미·성격·가치관 등을 알아봐야 한다.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적성 검사에는 직업흥미검사와 진로적성검사,일반직업적성검사,진로의식 발달검사,인성검사 등이 있다.중·고생들은 자칫 적성과 흥미의 의미조차 혼동하기 쉬운 탓에 자신의 적성과 관심도를 모두 따져 봐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검사가 가능하다.워크넷(www.work.go.kr)에서 직업흥미 검사와 직업선호도 검사가 가능하고 커리어넷(www.careernet.re.kr)에선 직업흥미검사와 직업적성검사,직업가치관 검사,진로성숙도 검사를 할 수 있다.에듀넷(www.edunet4u.net)에서는 진로성숙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에서 운영하는 커리어넷(www.careernet.re.kr)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16가지 직업군을 찾아 준다.하지만 인터넷 심리검사는 정확성이 떨어지므로 절대적으로 믿어서는 안된다. 적성검사를 통해 특정 분야에 대한 적성을 살펴봤다면 다양한 상담센터를 통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세부사항을 그려야 한다.시·도 교육청에는 청소년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YMCA진로진학상담실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상담실도 다양하다. ●전공에 맞는 직업 체험 자신의 전공을 결정했다면 실제 어떤 직업에 연관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청소년들이 단기간에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시·도 청소년상담실을 비롯해 한국산업인력공단,중앙고용정보원,YMCA 등에서 제공한다. 중앙고용정보원의 ‘잡스쿨’의 경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강의와 현장 체험을 통해 직업의 실체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예를 들어 유전공학 분야를 주제로 프로그램이 짜여지면 먼저 특정 직업에 대한 정보를 개괄적으로 다룬다.인터넷 사이트와 진로를 선택할 때 겪는 어려움과 중요한 점 등을 소개한다. 또 유전공학과 대학 교수가 직접 유전공학의 중요성과 관련학과 및 전망,졸업생의 진출 분야 등에 대해 설명한다.또 유전 공학 관련 기업체 종사자가 이 분야의 추세와 소속 기업에서 만들어낸 제품 등에 대해 강의한다.학생들은 과정 가운데 기업체를 방문해 기업체의 규모와 공정과정,설비 등도 견학한다.이같은 직업 체험 과정은 학생들이 전공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전공은 전문·장래성을 고려해 선택” 직업에 대한 탐색 과정을 마쳤다면 대학과 학과를 결정해야 한다.여기에는 자신의 학업성적이 절대적으로 반영된다.하지만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때는 지명도나 인기보다는 장래성을 살펴야 한다.교과 과정과 교수진,시설,선배의 취업 등 모든 따져본 뒤 결정한다.학교에 재학하는 동문 선배를 찾아가 조언을 듣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실 수험생들은 대학 선택에서 대학 브랜드와 학과를 놓고 고민하기 마련이다.처음에는 적성을 고려해서 학과를 선택하지만 막상 원서를 넣을 때는 대학을 먼저 정한다.전문가들은 마지막까지 장래성을 고려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영대 연구위원은 “다음은 자신의 꿈에 맞춰 학과를 선택한다 해도 과연 졸업 후에 얼마나 유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전문화된 사회에서 학과는 곧 자신의 미래와 관련이 있어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첩경”이라고 말했다. ■ 도움말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중학생을 위한 진로선택법 중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뚜렷하게 정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학생들의 성적이 가변적이기 때문에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도 하다.하지만 중학교 3학년에는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적어도 문과와 이과를 놓고 어느 쪽이 적성에 맞는지 선택해야 한다. 먼저 진로 탐색 검사를 통해 자신의 문·이과 적성을 살핀다.수리·공간지각 능력이 높으면 이과 분야에 적성이 맞을 확률이 크다.언어 능력 등이 높으면 문과계통 적성일 가능성이 높다.수학과 과학에 남다른 흥미를 느끼면 이과,국어와 영어 등을 선호하면 문과 적성으로 추측할 수 있다.그러나 학생들의 적성은 개인적인 취향과 다를 수도 있어 적성 검사를 통한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 중학교에서는 대개 5월 초쯤 진로 적성 검사를 실시한다.4월 중순에 치른 중간고사 성적표와 진로 적성 검사 결과를 비교하는 것도 좋다.또 교육청과 전문 기관에서 만든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일부 과정에서는 다양한 직업인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놓고 있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전공 탐색이 이뤄졌다면 담임 교사와 진로지도 교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객관적인 자료와 자신을 오랫동안 눈여겨 본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구상을 해야 할 시기이다.단기적으로 3학년 때에는 진학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진로 결정을 토대로 인문계와 실업계,특수목적 고교 가운데 어느 곳에 진학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최근에는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려고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실업고교생의 진로선택법 실업계 고교는 졸업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학 진학을 선택한다.실업고는 마지막 교육 과정이 아니라 고교 과정의 하나인 셈이다.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통상 실업계 학생들은 취업과 진로,창업 등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다.인문계에 비해 실업계 재학생들은 취업과 진학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일찍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을 거두기 어렵다.1학년 때는 적성 검사 등을 통해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2학년에서 학업성적을 고려해 진학과 취업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친 선배들의 소중한 조언이 필요하다.선배와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사회생활의 어려운점과 취업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특히 전공분야로 취직하려는 학생들은 일찍 현장 분위기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경험이 부족한 졸업생 가운데 직장을 자주 바꾸는 사례가 허다하다.또 취업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진학을 결정한 학생들은 특별전형 등 입시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실업계 재학생은 아무래도 입시 정보에 둔감하기 마련이다.또 대학 수업에서 필요한 외국어와 수학 등에 대한 보충 학습도 필요하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록그룹사운드 효시 ‘키보이스’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록그룹사운드 효시 ‘키보이스’

    가요평론가/저널리스트.1956년 충주에서 출생. 월간지 ‘여원’‘수정’ 등 취재기자를 거쳐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문화사 편집부장 역임. 현재 한국대중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가요작가협회 편집위원, 그리고 서울 wbs-FM 원음방송 ‘박성서의 가요사 5060닷컴‘과 부산 mbc ’박성서의 음악파일’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첫 록그룹 음반은 ‘빗속의 여인´이 아닌 ‘그녀 입술은 달콤해´ 지난 한해 가요계의 큰 변화 중 하나는 ‘포크’와 ‘그룹사운드 음악’을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 ‘7080 음악’이 부활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LP 음반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그룹사운드 사상 최초의 음반은? 지금까지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신중현이 이끌던 그룹 ‘에드포’의 첫 앨범에 담긴 ‘빗속의 여인’을 꼽는다. 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필자가 취재한 결과 ‘키보이스’가 발표한 노래 ‘그녀 입술은 달콤해’로 확인됐다.‘에드포’‘코끼리 캄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록그룹사운드의 효시를 이루는 5인조 그룹 키보이스의 ‘그녀 입술은 달콤해’가 처음 취입, 발표된 것은 1964년 7월3일. 이는 ‘빗속의 여인’(64년말)보다 5개월 앞선다. 따라서 ‘그녀 입술은 달콤해’는 그룹사운드 최초이자 최고(最古)의 음반인 셈이다. 당시 키보이스의 멤버는 차중락(싱어), 김홍탁(리드기타), 옥성빈(리듬기타)), 차도균(베이스기타), 윤항기(드럼) 등이다. 이 라인업이 갖춰진 것은 1963년 늦가을. 이 음반의 실제 주인공들인 당시 키보이스의 멤버들을 직접 만나봤다. 멤버 중 차중락씨는 이미 고인이 됐고 옥성빈씨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김홍탁, 윤항기, 차도균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존재 자체를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필자가 제시한 음반과 그리고 당시 취입 날짜가 기록된 마스터 카드, 그리고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들려주자 이들은 매우 놀라워했고 어렴풋이나마 조금씩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설핀사운드(Surfin Sound)를 모방하는 그룹으로 출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4·19 의거, 그리고 5·16으로 이어지는 60년대는 그야말로 격동의 연속이었다. 이 무렵 영국에서는 리버풀 출신의 비틀스가 요란스레 ‘I Wanna Hold Your Hand’을 외쳐대고, 롤링 스톤스가 폭발적이면서도 괴상한 불협화음으로 세계 젊은이들의 심장을 흔들고 있었다. 우리의 60년대는 ‘보릿고개’ 시절이었다. 작가 김승옥의 단편소설 ‘서울 1964년 겨울’에서 드러나 있듯 60년대 젊은이들은 현대에 동화되지도 못하고 전통에 대한 미련도 없는 우울한 세대였다. 가요사적 측면에서 보면 64년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대히트한 해로 61년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로 촉발된 신가요의 붐이 다시 트로트로 급선회한다. 그러나 이때 미8군무대를 중심으로 그룹사운드가 고고한 탄성을 알리며 ‘젊은이들만의 또 다른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미8군 무대를 통해 활동을 시작했던 키보이스는 ‘이미테이션(카피) 그룹’이었다. 비치 보이스와 비틀스의 노래·연주가 이들의 연습 테마였고 무대에서의 주요 레퍼토리였다. 때문에 이들의 초기 사운드는 ‘설핀 사운드’가 주류를 형성한다. 미국에서는 50년대 베이비붐 세대를 거쳐 풍요로운 60년대, 여유와 놀 거리를 찾던 틴에이저들에 의해 캘리포니아 사운드, 즉 ‘웨스트 코스트 사운드’가 열광적 지지를 받은 시기였다. 한국에 온 젊은 미군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었다. 키보이스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서인지 ‘한국의 비틀스’라고 불리기도 했다. 비틀스의 등장이 당시 각국의 록그룹들에게 끼친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특히 기타 3대와 드럼만으로도 노래와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획기적으로 제시해 주었고 이것이 곧 세계 그룹사운드의 형태를 순식간에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된다.5인조 키보이스 역시 초기에는 기타 셋, 그리고 드럼과 보컬로 구성됐다. 키보이스는 ‘Ky’에서 시작 키보이스의 태동은 가수 윤항기로 부터 시작된다. 윤씨의 회고. “해병대 군악대 복무 중이던 60년대 초 휴가때면 친구들과 어울려 록그룹의 꿈을 지폈지요. 그때 함께 어울렸던 멤버들이 나중에 키브러더스에 합세하는 김광정,‘김치스’의 리더가 되는 유희백 그리고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하는 차도균이었습니다.” 차도균은 62년 KBS 신인 콩쿠르를 통해 발탁돼 작곡가 손석우로부터 곡을 받아 ‘타고난 팔자’ 등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당시 방송국 전속가수 제의를 마다하고 본인의 취향인 팝을 부르기 위해 미8군 무대에 나섰던 패기 넘치는 젊은 싱어였다. 보컬을 강화하기 위해 차도균은 사촌동생 차중락을 가세시키고 연습시절 함께했던 유희백이 떠난 자리에 ‘한국 기타의 파이오니아’로 일컬어지는 김홍탁을 불러들였다. 한국 록 역사에서 ‘김홍탁가(家)’라는 확실한 계보를 구축하는 김홍탁의 가세로 키보이스는 한국 록그룹 사상 가장 개인기가 출중한 초호화 라인업을 갖춘다. 이들이 처음 모여 사용한 그룹명은 ‘더 키즈’였다. 당시 미 8군쇼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이름 끝에 ‘키’자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작곡가 손목인의 장남인 ‘후랭키손’, 그리고 신중현은 ‘잭키’,‘히키신’으로 통했다. 또 윤항기는 ‘항키, 차도균은 ‘도키’로 불리었다. 해서 이들은 처음 그룹명을 ‘더 키즈’로 정했으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보다 분명한 뜻을 가진 ‘Key(열쇠)’, 즉 ‘키보이스(Key boys)’로 팀 이름을 바꾼다. 한국 록의 1세대 키보이스는 미8군 쇼 가수들을 공급하는 업체 ‘대영’에 소속되면서 미8군 무대에 진입한다. 아울러 일반 무대로의 진출을 위해 발표한 노래가 바로 ‘그녀 입술은 달콤해(김영광 작사·곡)’였다. 이로써 당시 젊은 작곡가 김영광에 의해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록 스타일의 노래가 탄생됐던 것. 김영광의 곡이라는 점도 록 그룹사운드 역사상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당시 서울 장충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이들의 첫 음반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곡이 ‘정든 배는 떠난다’이다. 이 노래는 나중에 에보니스 나훈아 등에 의해 리바이벌된다. 첫 발표때 리드보컬은 가수 송기영이 맡았다. 송기영은 활동기간 동안 10여장의 음반을 발표했음에도 음반 어디에도 얼굴 사진이 공개된 적이 없다. 그래서 얼굴 없는 가수로 불렸다. 지금도 도대체 그가 누구였는지 가요계 관계자들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지면을 통해 그의 실체를 비로소 밝히자면 바로 작곡가 김영광이었다. 이에 얽힌 에피소드와 비화는 후에 소개하기로 한다. 키보이스의 인기는 일반무대에서도 여전했다. 세시봉 디쉐네 등 음악감상실의 무대를 통해서 대중적 영향력을 과시했던 이들은 64년 여름 KBS-TV에 출연해 한국 최초의 록 그룹사운드임을 과시한다. 그해 12월 내한했던 영국의 5인조 록그룹 ‘리버풀 비틀스(리버풀5)’와 경복궁 합동공연의 파트너로 선정된 주인공 역시 키보이스였다. 이 공연은 프로모터가 오리지널 비틀스가 내한했던 것처럼 홍보해 사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무렵 부산 해운대에서 한국 록그룹사운드 사상 처음으로 단독 야외공연을 펼치며 인기를 얻는다. 초기 키보이스 멤버들은 모두 넉 장의 음반을 남기고 67년에 해체한다. 이후 윤항기는 71년 ‘키브러더스’를 결성하며 컴백했고 이후에도 솔로로 활동했다. 리드싱어 차중락은 66년 키보이스 시절 솔로로 발표하는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Anything That Part of You)’을 발표하면서 솔로로 전향했다. 이후 ‘사랑의 종말’ ‘철없는 아내’ 등을 발표하며 이듬해 가수왕에 등극했고 차도균 역시 67년 ‘가이즈 앤 돌스(Guys & Dolls)’에 잠시 몸담았다가 68년 12월 ‘꽃잎에 새긴 사랑’을 발표하며 다시 솔로로 전향했다. 스탠더드 팝보다 헤비메탈 사운드를 추구하던 김홍탁 역시 이후 ‘HE5’‘HE6’ 등을 거치면서 당대 최고 인기그룹으로 부상하며 그룹사운드 황금기를 주도한다. 이들 초기 멤버들은 키보이스를 떠나서도 솔로로, 그룹으로 각기 가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초기멤버 중 옥성빈만이 잔류하게 된 키보이스는 다시 조영조 장영 등과 함께 제2기 키보이스를 결성, 활동하게 된다. 키보이스의 대표곡인 ‘해변으로 가요’ ‘바닷가의 추억’ 등은 모두 2기 키보이스 시절의 발표곡들이다. 이들에 의해 굳건히 명맥을 이어온 키보이스는 이후로도 3,4기 등으로 이어지며 키보이스 계보를 이어간다. <계속>
  • [시론] 자살예방,종합대책이 나와야/이영문 아주대학교 정신과 교수·수원시자살예방센터장

    [시론] 자살예방,종합대책이 나와야/이영문 아주대학교 정신과 교수·수원시자살예방센터장

    최근 들어 자살에 대한 논의가 많다. 경제위기론과 자살을 연계시키는가 하면,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한 아노미적 자살에 대한 이론까지 언론은 한국인의 자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4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인구수는 22.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 4위에 해당되며 증가율로 따져볼 때는 가장 높은 국가로 기록된다. 과연 우리나라는 소위 자살공화국인가?솔직히 표현하면 아직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 필자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중립적 자세다. 자살예방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기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여전히 어려운 것은 단 하나, 왜 자살하는가의 문제이다. 개인적 결정이 결국은 자살자의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강요나 스트레스에, 혹은 만성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일지라도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고독한 개인의 결정이다. 과연 우리는 그 개인의 자살을 존중해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실의에 가득한 얼굴로 그 죽음에 대한 심리적 해부를 감행할 것인가.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자살의 딜레마이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왜 자살이 증가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것보다는 이미 나타난 현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대응하는 현실적 전략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상은 선사시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진행되는 사회병리의 한 축으로 생각해야 한다. 있었던 현상을 그대로 인정하고 인간 생명에 대한 생각을 추스르는 것이 순서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호들갑 떨며 문제만을 외치는 것은 본질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늦은 감이 있으나 보건복지부가 최근 ‘자살예방 5개년 계획’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2010년까지 자살률을 18.2명 선까지 낮추고 생애주기에 따른 차별적 자살예방 전략을 짠 것은 자살문제에 분명 국가적 개입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문제는 구체적 실천과 이에 따른 소요예산의 마련이다. 자살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이고 생물학적 요인이 결부된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 종교, 철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인간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도를 내주기를 기대한다. 자살예방 문제는 보건복지부만의 소관업무가 아니다. 청소년의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입시제도 개선이 동반되어야 하며 가정폭력과 우울증이 연계된 문제는 여성부와 법무부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빈곤에 의한 자살문제는 경제정책과 연관되어 있다. 한마디로 자살예방 문제는 그 시대, 한 국가의 사회철학을 대변해야 한다. 예컨대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40대와 50대 남성의 지나친 경제부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보면 예방이 가능한 자살은 없다. 다만 자살에 이르는 정신질환의 중간 요인들을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 정신건강 상담을 국가가 도울 수 있다면 미래의 정신질환을 예방함으로써 이로 인한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 또한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민간의 비영리기구들(한국자살예방협회, 생명의 전화 등)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주는 것은 예산의 중복지출을 피하고 중재에 따른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역단위의 작은 실천 프로그램(가령 대구방송의 ‘생명사랑캠페인, 수원시자살예방센터의 아름다운 사람지킴이) 등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고 생명력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국가적 혜안을 기대해 본다. 이영문 아주대학교 정신과 교수·수원시자살예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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