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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男교사 할당제 재추진

    서울 도화동에 있는 마포 초등학교. 이 학교의 평교사 58명 중 남자 교사는 단 3명이다. 한 명이 오는 7월에, 다른 한 명은 내년에 입대한다. 이렇게 되면 남자교사는 한 명만 남게 된다. 김병환 교장은 “남자 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신규교사를 뽑을 때 시교육청에 따로 부탁을 해야 할 정도”라면서 “남교사의 역할이 따로 있는 만큼 성적에만 얽매이지 말고 남자 교사를 더 많이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른바 ‘남교사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교육청은 이미 지난해 5월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옛 교육부에 이 문제를 건의했다. 교육부가 관련 연구가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시교육청은 ‘교원 양성균형 임용’ 특별연구 작업을 벌여 26일 공개했다. 과제를 맡았던 서울교대 박상철 교수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학생, 학부모 등 응답자 3168명 가운데 80.1%가 교사 성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초·중·고 교사 1056명, 학부모 1056명, 초·중·고 학생 1056명을 각각 남녀동수로 조사했다. 교사의 89.5%가, 학부모의 87.1%가 찬성했다. 남교사 할당제 도입에 대해서도 교사의 73.9%, 학부모의 80.6%가 찬성했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교육공무원법 임용령이나 교육공무원법을 고쳐 일반직 공무원처럼 남자교사도 30% 이내에서 선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교육청은 연구결과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한차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남자교사들이 부족해 남학생들에게 올바른 성(性)모델을 제시하기 어렵고,‘학생의 여성화’현상이 지나치다는 이유에서다. 교사의 ‘여초(女超)현상’은 대도시가 더 심각하다.2006년 기준 서울 초등학교(국·공립)교사의 83.3%, 부산 78.1%, 대구 77.9%가 여자교사다. 더구나 최근 신규 임용자 여교사의 비율은 90%에 달해 여교사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남자교사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 여성계가 반대하고 있고, 교과부도 유보적인 쪽이라 법개정을 통한 남교사 할당제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교과부는 “연구결과를 받아본 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많은 나라들이 우리 나라보다 여교사 비율이 높지만 인위적인 할당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고,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남자교사들이 배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여성 노동자회 배진경 사무처장은 “이미 교대 입학전형 때 25∼40%의 남성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임용 때도 같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이중혜택”이라며 반대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인위적인 수치 선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시론] 상수원구역 공장규제 완화 안 된다/장재연 아주대 교수·수돗물시민회의 공동의장

    [시론] 상수원구역 공장규제 완화 안 된다/장재연 아주대 교수·수돗물시민회의 공동의장

    환경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광역상수원 20㎞(지방상수원 10㎞), 취수장 15㎞ 이내’에 공장입지를 금지하고 있는 것을 ‘취수장 7㎞ 이내’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혜택을 보는 주민들도 있을 것이고, 지역경제에 다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런 효과를 몰라서 규제를 했을까. 현재 상수원보호정책은 부족한 점도 있고 개선할 점도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의 불편과 희생에 대해 좀더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상수원보호 규제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어려움, 기업의 부담능력과 행정적인 능력, 수도권지역과 다른 지방 주민들의 감정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상수원이 절대 부족하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한 우리나라는 보호구역 안의 공장입지제한은 불가피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현재의 상수원 주변의 공장입지제한, 오염행위 금지 등 사전예방정책에 대해 국민의 83%가 적절한 조치라고 응답했고, 경제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로 보는 의견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수원보호정책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국민적 동의가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상수원보호지역에 다수의 공장이 세워질 수 있게 됐다. 이명박 정부가 환경규제를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전봇대로 생각하고 뽑은 것이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상수원 보호를 강화하기는커녕, 국민 절대다수의 여론을 거스르면서까지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니 완화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스스로 기업친화적 정부를 선언한 만큼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한반도대운하 건설 후에 배후개발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지능적인 사전조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요지에 땅을 확보해 둔 소위 ‘강부자’들에게는 대박을 안겨 줄 것이고, 토지 투기 세력들에게 엄청난 ‘기회의 땅’을 제공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조치가 오직 상수원보호규제 완화만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거버넌스를 중시하는 시대흐름과 달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이명박 정부가 오만한 것인지, 무지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기 위함일까. 어쨌든 환경규제는 강화하고 다른 규제는 완화하는 국제적 추세와 거꾸로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전봇대도 아무거나 뽑으면 정전사태가 온다. 화재가 매일 발생하지 않는다고 소방서 없애는 격이다.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남대문소실과 태안기름오염사건이 터진 것이다. 과거에는 비양심적인 기업과 생활하수가 하천의 오염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의 국책사업, 정치집단들의 특정 정책이 환경훼손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상수원보호 완화조치, 그리고 이보다 수돗물 안전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대운하사업 역시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 때문에 가능해졌다. 그런 점에서 수돗물의 안전성 대신 기업활동 촉진과 토지가격 상승을 선택한 정부정책에 대한 수용 또는 반대는 더 이상 환경단체만의 몫은 아니다. 일자리창출에 도움이 되는 수준의 기업친화정부를 기대했지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을 허락한 것은 아니라면, 그런 국민들의 뜻을 여러 방식으로 정치적으로 표출하는 것만이 이명박 정부의 궤도이탈 질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수돗물도 정치이기 때문이다. 장재연 아주대 교수·수돗물시민회의 공동의장
  • [씨줄날줄] 그린스펀 원죄론/함혜리 논설위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린스펀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20년간 FRB 의장으로 재임하면서 급변하는 금융시장의 흐름을 탁월한 안목으로 예견하고, 그에 대비한 적절한 금리정책을 펴 미국의 장기 호황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경제 관료들이나 경제 전문가들, 투자자들은 그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그의 발언은 세계 증시, 나아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가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리켜 ‘그린스펀 효과(The Greenspan Effect)’라고 한다. 그린스펀 효과는 시장의 절대적 신뢰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장기불황 조짐을 보이면서 20년간 지속됐던 시장의 신뢰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대신 ‘그린스펀 원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한 유명 경제학자, 조지 소로스 등 세계적 투자가들, 전직 관료들이 한목소리로 그린스펀을 오늘날 경제 위기의 씨앗을 뿌린 장본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그린스펀이 극단적인 저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닷컴 버블 붕괴,9·11 사태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FRB는 2000년 5월부터 2003년 6월까지 연방금리를 12차례 인하했다. 그 결과 연 6.5%였던 금리가 1%로 떨어졌다. 특히 2001년 11월 이후 2% 이하의 초저금리가 3년동안 지속됐는데 이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의 출발점이라는 시각이다. 금융권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은행의 방만한 대출, 위험을 내포한 파생금융상품의 확산을 방치한 것을 거세게 비난한다. 그린스펀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도 많다. 미봉책인 줄 알지만 물가 안정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어찌됐든 ‘미국의 경제대통령’‘통화정책의 신의 손’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리스펀의 명성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되고, 세계 경제의 성장축이었던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Law스쿨 ‘한방의 꿈’ Low학점은 ‘한밤의 꿈’?

    Law스쿨 ‘한방의 꿈’ Low학점은 ‘한밤의 꿈’?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다는 교육부 안이 지난해 확정됐을 때 직장인 홍모(33)씨는 ‘만세’를 불렀다.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홍씨에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비록 직장생활을 하면서 로스쿨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어쨌든 어릴적 꿈을 성취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꼭 성공할 겁니다.” 그러나 홍씨와 같은 직장인 로스쿨 준비생들이 로스쿨 입시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로스쿨을 준비할 수 있는 대학 재학생들에 비해 시간도 부족할 뿐더러 이미 받아둔 대학 시절의 학점도 재학생들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24일 로스쿨 준비생들의 최대 동호회인 서울대 로스쿨 입시연구회,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로스쿨 입시전문 PLS카페 등 3개 단체가 로스쿨 준비생 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직장인 등 나이 많은 로스쿨 준비생들의 대학 학점은 재학생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생 및 대학원생의 경우 학점 3.75(A학점) 이상의 고학점자가 57.1%에 달했지만 직장인들은 35.9%에 불과했다. 나이로 따져도 차이는 명확해진다.30세 이하는 학점 3.75 이상이 51.6%나 됐지만 31세 이상은 31.3%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학점이 로스쿨 입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무시하기엔 아직 이르다. 서울대의 로스쿨 우선선발은 총 300점 만점에 학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100점. 로스쿨 적성시험은 80점, 나머지 120점은 영어 점수를 포함한 서류점수다. 특히 일부 지방대도 학점을 높게 책정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직장인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로스쿨 적성시험과 영어 점수는 로스쿨 준비과정에서 만회가 가능하지만 학점은 ‘돌이킬 수 없어’ 이미 대학을 졸업한 ‘고령의 수험생’들은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결국 홍씨처럼 나이 많은 로스쿨 수험생들의 ‘노익장’의 꿈은 ‘꿈’에 그칠 것이란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씨는 “로스쿨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은 학부 시절 사법시험 준비를 하느라 학점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재학생들은 로스쿨 입시를 처음부터 준비할 수 있어 훨씬 유리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직장인들 가운데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로스쿨을 그 대안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로스쿨 입시에 학점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겠지만 직장인 등 고령의 준비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글로벌 시대] 다양성이 글로벌 시대의 핵심코드다/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글로벌 시대] 다양성이 글로벌 시대의 핵심코드다/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해마다 미국 포천지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 순위는 미국 400대 기업 직장인들이 이상향으로 꼽는 기업 순위나 다름없다. 물론 선정된 기업 입장에도 대단한 영예이다. 요즘은 일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도 시대상을 반영해 진일보하고 있다. 예로 미국의 HRC라는 단체는 해마다 ‘GLBT가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는데,GLBT(Gay,Lesbian,Bi-sexual,Transgender·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약자다. 성적 소수자들이 일하기 더 좋은 기업이 어디인지 우열을 가린다는 것과 상위 순위에 선정된 기업들은 투자은행, 광고회사, 회계법인,IT기업을 막론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뽐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바로 ‘다양성(diversity)’이라는 글로벌 시대의 핵심코드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순위는 해당 기업이 인적자원 관리에 있어 얼마나 적극적이고 성공적으로 다양성을 실현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성인력 활용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데에 우리가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90년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성별, 인종, 국적, 종교, 성적기호 등에 대한 편견없이 인재의 풀을 넓혀 인적자원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여성차별, 인종차별,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모두 기나긴 역사를 통해 인류의 DNA에 각인된 뿌리깊은 편견이다. 기업이 인적자원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이같은 뿌리깊은 편견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같은 변화는 기업들의 시대의식이 성숙했기 때문이기보다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계산된 전략적 고민의 산물로 봐야 한다. 현대의 기업은 더 이상 하드웨어적 경쟁력에서 절대적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 기업문화에 내재된 소프트웨어적 경쟁력이야말로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요소다. 다양한 조직 구성원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역동성과 유연성은 기업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고 창의성과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어느 분야보다도 셈에 밝은 기업세계는 이렇게 다양성이 가진 힘과 잠재력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무리짓기는 기업이라는 생태계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기업문화에 맞는 인재를 선별하겠다는 취지로 뽑은 조직원들은 그 기업이 생각하는 평균적 이상형으로 구성된 비슷비슷한 사람들의 거대 집합소가 되기 쉽다. 비슷한 성장배경, 비슷한 학력수준, 비슷한 생활환경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나와 다름’을 대하는 개방적 태도, 나아가 고정관념을 뛰어 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 다양성은 글로벌 시대 경쟁력의 원천이다. 꼭 기업세계에 국한해 얘기하지 않더라고 한국도 이제 다양성의 미덕에 눈을 뜰 때가 아닌가 싶다. 외부인이 느끼기에 한국은 아직도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서적 환경과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나라로 비친다. 이미 한국은 다양성의 잠재력을 시험할 수 있게 도와줄 많은 동반자들을 가지고 있다.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해외입양아, 전세계 해외동포 그리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기업의 외국인 직원들까지 그들은 모두 우리 의식 속에 다름을 인정하고 소화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소양의 인자를 심어줄 한 식구들이다. 대기업 기업광고에서 ‘동성애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자랑스러운 문구를 볼 수 있는 나라, 탈북자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나라, 하인스 워드의 출연이 더 이상 국민적 각성을 요구하는 사건이 되지 않는 나라를 꿈꿔 본다. 아무도 모를 일이다. 먼 미래 ‘제 2의 오바마’로 혜성처럼 등장할 대한민국의 새싹이 지금 이 순간 이 나라 어느 다문화 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는지도….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 경찰 범죄행동 분석팀은

    범행 동기와 증거가 뚜렷하지 않아 경찰의 애를 태웠던 유괴·살해범 정모(39)씨의 자백을 이끌어낸 주역은 경찰 범죄행동분석팀, 즉 한국의 프로파일러(profiler)들이다. 과거의 범죄는 원한이나 치정, 금전 문제 등의 동기와 그로 인한 화풀이 대상이 명확한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점점 무(無)동기나 이상(異常) 동기를 토대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연쇄·연속 범죄가 늘어나면서 범죄행동분석팀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2000년 2월 창설됐다. 범죄 현장의 행태 분석을 통해 범인의 프로필을 유추, 수사팀에 제공해 연쇄 범죄가 더 확대되기 전 범인을 검거하도록 돕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국내 프로파일러는 현재 경찰청 소속인 권일용 경위를 비롯해 지방경찰청 별로 3∼4명씩 모두 30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005년과 지난해 심리학·사회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경장 특채로 채용됐다. 범죄자와의 면담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 외에도 범죄 행태를 보고 범죄자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추리해 내는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심리학은 프로파일링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당초 형사들은 프로파일러들의 수사 개입에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만 2006년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 지난해 보령 일가족살인사건과 제주 양지승(9)양 성추행 살인사건 등 점점 이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해결되는 사건이 늘어나면서 요즘엔 분석 요청이 밀려든다. 권 경위는 “프로파일러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의 마음과 동화됐다가 다시 본연의 수사관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신이 건강해야 하고 가족과 친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총선 D-19] 돌아앉은 박근혜… 與유세지원 누가

    “수도권의 강풍(康風·강금실 바람)과 충청권의 창풍(昌風·이회창 바람)에 맞설 만한 카드가 없다.” 통합민주당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워 4·9 총선 바람몰이에 나서고, 충청권에선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가 표심 훑기에 나서지만 한나라당은 맞불카드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을 앞세워 탄핵 역풍을 뚫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 전 대표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구름 청중’을 몰고 다니는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선다면 수도권의 ‘친박연대’와 영남권의 친박 무소속연대의 파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충청권 공략에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측근들의 잇단 낙마로 자존심과 당내 입지에 크나큰 상처를 입은 만큼 선뜻 지원 유세에 나설 것 같지 않다.20일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열린 당 공천자 대회에 불참한 데 이어 22일 지역구인 대구 달성으로 내려가 총선 뒤 귀경할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잘려나간 수족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데, 그런 곳에 가서 자신의 수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당의 요청으로 지원 유세에 나서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핵심 당직자는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대적이다.”면서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대중적 인지도를 활용한 전국적인 지원유세를 기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도 “박 전 대표가 공천과정에서 서운함이 있겠지만 당을 위해 한번 더 희생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남권 친박 무소속 연대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의원도 박 전 대표의 주말 대구행(行)과 관련,“이명박 대통령과 한 ‘공정 공천’ 합의가 깨진 데 대한 최소한의 저항”이라며 “워낙 원칙주의자고 악법도 법이라고 생각, 한나라당이라는 틀을 깰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저항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지원 유세 거부를 기대했다. 당내 친박측의 한 의원도 “지난 총선 때 박 전 대표의 치맛자락을 부여잡으며 도와 달라고 했던 일부 인사들이 당선되자마자 ‘독재자의 딸’ 운운하며 은혜를 원수로 갚더라.”면서 “박 전 대표가 부처님이 아닌 이상 공천과정에서 자신의 수족을 자르는 데 앞장섰던 인사들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서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다른 측근 의원도 “이재오 의원이 서울, 강재섭 대표가 대구·경북, 이방호 사무총장이 부산·경남의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해당지역 지원유세를 책임지면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내 지역구엔 세 사람 모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프로농구] SK, 6강 PO 진출길 열었다

    [프로농구] SK, 6강 PO 진출길 열었다

    SK가 6년 만의 6강플레이오프 진출에 딱 한 걸음 만을 남겨놓았다. SK는 20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07∼08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연세대 2년 선후배인 방성윤(23점)과 김태술(16점 7어시스트 5리바운드)의 활약으로 꼴찌 오리온스를 96-84로 꺾고 4연승을 내달렸다. 28승(25패)째를 챙긴 SK는 전자랜드(27승25패)를 반 경기차로 밀어내고 단독 6위가 됐다.SK가 상대전적에서 전자랜드에 4승2패로 앞서 동률이 되더라도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SK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22일 KCC전에서 이기면 자력으로 6강플레이오프에 나간다. 물론 전자랜드가 21일 LG에 패해도 SK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다. 반면 전자랜드는 남은 두 경기에서 LG와 KCC(23일)를 모두 꺾고 SK가 KCC에 패해야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다. 12점의 점수차가 났지만 싱거운 승부는 아니었다. 오리온스가 마지막 홈경기인 점을 감안해 그동안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던 김승현(9점 6어시스트)과 카멜로 리(13점) 등 주축선수들을 모두 투입했기 때문이다. 두 팀은 3쿼터 중반까지 55-55로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SK가 오리온스의 공격을 4분여 동안 단 2점으로 틀어막은 채, 자시 클라인허드(26점)의 자유투와 김기만의 점프슛, 방성윤의 연속 7득점 등 융단폭격을 퍼부어 쿼터 종료 1분35초 전 68-57까지 달아났다. 오리온스는 4쿼터 시작 2분여 만에 김병철(15점)과 카멜로 리의 연속 3점포와 숀 호킨스(16점)의 자유투로 69-73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곧이어 SK 이병석(8점)에게 골밑슛과 3점포를 거푸 허용해 추격의 의지를 잃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MB, 주한미군 감축 중단 요구할 듯”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2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이명박 대통령이 (다음달)미국을 방문, 주한미군 감축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럴 경우 미국은 한국과 마주 앉아 토론을 거쳐 (감축)휴지기를 갖는 데 동의하는 게 신중한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미군 전문지 성조지(紙)가 20일 보도했다. 올해 말까지 3500명을 추가로 감축하기로 한 주한미군 감축 계획의 중단을 한국이 요청할 경우 미측은 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 병력은 4년간 1만 2500명을 감축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 3년 동안 3만 7500여명에서 2만 8500여명으로 감축됐으며 올해까지 예정된 감축계획이 완료되면 2만 5000여명 수준으로 유지된다. 벨 사령관은 또 “2012년 4월17일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를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노무현 정부와 합의한 전작권 전환 프로그램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것으로 낙관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제2 생쥐깡’ 언제든 또 터진다

    정부가 가공식품 품질관리를 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류검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생쥐 새우깡’ 사태의 재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산 반제품의 생산국 표시 규정도 허술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가공식품 품질관리 전반에 심각한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류 검사도 부정기적… 강제규정 없어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심에 따르면 새우깡 제조에 쓰이는 원료와 반제품의 품질검사는 오로지 ‘서류검사’에 의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조사인 ㈜농심이 자체 품질검사 자료를 식약청에 제출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중간 제조단계에서 이물질 혼입 등의 문제가 생겨도 이를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새우깡 사태뿐만 아니라 다른 이물질 검출 사건도 대부분 소비자 제보에 의해 발견될 수밖에 없다. ㈜농심측은 지난 1월16일 중국 현지 공장인 ‘청두농심푸드’에 대한 품질 검사 자료를 식약청에 보냈으며,2월29일에는 부산공장 자료도 제출한 바 있다. 더구나 서류로만 이뤄지는 품질검사조차 부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농심 관계자는 “품질검사는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한다.”고 말했다가 기자가 다시 정확한 조사 시기를 묻자 “회사 자체적으로는 정기 확인을 하고, 식약청에는 ‘때가 되면’ 서류를 제출한다.”고 말을 바꿨다. 식약청 관계자도 “자체적으로 검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쪽(제조사)에서 서류를 제출할 때마다 받아서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산 반제품에 관한 원산지 표시 규정이 허술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식약청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외국에서 1차 가공한 반제품은 ‘원료 생산국’과 ‘반제품 가공국’ 가운데 한 가지만 표시하면 되도록 규정돼 있다. ●원료 생산국·가공국 동시표시 왜 안되나 그러나 대부분의 가공업체가 원료 생산국만 표시하고 있어 반제품 가공국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반제품 가공국과 원료 생산국을 동시에 표시하는 방법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이중 규제라는 업체의 반발에 밀려 무산됐다.”고 말했다. 가공식품에 대한 이물질 혼입 사건이 잇따르면서 제품의 품질 관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품질관리에 허점이 많은 반제품의 경우 정부 예산을 늘려서라도 해외 현지공장에 대한 파견관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무실점 승리를 부르는 ‘박지성의 법칙’

    무실점 승리를 부르는 ‘박지성의 법칙’

    생각 같아서는 올 시즌 내내 계속됐으면 좋겠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박지성의 법칙’ 말이다. 지난 8일 있었던 포츠머스와의 FA컵 8강전 패배가 있기 전까지 맨유에는 ‘루니의 법칙’이 존재하고 있었다. 맨유가 올 시즌 리그에서 기록한 4패가 모두 웨인 루니의 결장 속에 나왔으며 그가 출전한 경기에서는 최소한 패배를 기록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 기분 좋은 법칙은 포츠머스전 0-1 패배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나 ‘루니의 법칙’이 사라지자 맨유에 새로운 법칙이 생겨날 기미가 보이고 있다. 바로 ‘박지성의 법칙’이다. 조금은 과장된 표현일 수 있겠으나 이 법칙 또한 최소한 맨유에게 패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무실점의 완벽 승리를 안겨주는 강력한 법칙이라 할 수도 있겠다. 박지성은 지난 12월말 복귀 이후 리그에서 5경기, FA컵에서 2경기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선발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맨유는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단 한경기도 패하지 않았으며 단 한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물론 박지성이 선발 출전한 팀들은 대부분 객관적인 전력에서 맨유에 뒤쳐져 있는 약체였다. 때문에 박지성이 아니었더라도 같은 결과를 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중에는 아스날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만만치 않은 아스톤 빌라전도 있다. 또한 ‘루니의 법칙’의 막을 내리게 한 장본인인 포츠머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가 약체였으며 무실점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단 얘기다. 이 같은 ‘박지성 법칙’은 공격수인 그의 뛰어난 수비가담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박지성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특히 윙백인 패트릭 에브라와 웨스 브라운의 오버래핑시 그들이 비워 놓은 측면을 무리 없이 커버하곤 한다. 지금과는 달리 과거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바 있는 박지성의 수비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맨유에서 박지성과 주전경쟁을 다투고 있는 선수는 라이언 긱스와 루이스 나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긱스는 공격적인 측면에서 노련한 모습을 보일지 몰라도 수비 가담 능력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나니 역시 공격적인 모습에 비해 수비시 박지성 만큼의 커버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맨유에게 있어 남은 기간은 올 시즌 농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뒤처질 것 같았던 아스날과 선두경쟁에서 다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지난 시즌 대파한 경험이 있는 AS로마를 만났다. 그러나 이제는 한 경기라도 패할 경우 리그 초중반과 같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승리를 이끌고 있는 박지성의 선발 출전은 맨유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승리의 법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원정경기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실점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때문에 수비가담 능력이 뛰어난 박지성의 선발 투입은 맨유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사용하고 있는 로테이션 시스템에 의해 박지성의 지속적인 선발 출전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행히도 박지성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어쩌면 출전 기회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맨유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박지성 본인도 더비 카운티전 이후 인터뷰에서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얼마만큼 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고 밝힌 바 있다. 맞는 말이다. 남은 시즌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또 그것이 모두 무실점 승리로 연결된다면 퍼거슨의 박지성 선택은 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soccerview.ahn@gmail.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과음·흡연이 성기능장애 부른다

    과음·흡연이 성기능장애 부른다

    남성은 의학적으로 80세까지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40세만 넘어서면 상당수가 ‘고개 숙인 모습’으로 전락한다. 태초부터 수컷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남성 건강’의 비결. 그러나 알고 보면 그 비결은 우리 주변에서 멀리 있지 않다. 생활습관만 바꾸면 그 어떤 정력제를 쓰는 것보다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남성의 적’ 알아야 ‘백전백승’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특히 폐암의 원인 물질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의외로 담배나 술과 같은 기호식품이 성기능 장애를 부른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알고 있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지나치기 쉽다. 남성이 흡연을 하게 되면 혈관이 수축되고 점차 딱딱해지는 ‘동맥경화’ 현상이 초래된다. 이는 혈액의 원활한 흐름으로 유지되는 음경의 발기 능력을 급격히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정자를 생산·저장하는 고환의 기능을 저하시켜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지고, 정자 모양의 변형을 불러 결국 생식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술은 더 위험하다. 발기부전과 술의 관계를 안다면 늦은 귀가를 원망하는 부인의 성화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1회 소주 2∼3잔 정도의 건강한 음주는 왕성한 성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반복적인 과도한 음주는 성감을 떨어뜨려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매일 술을 마시는 남성의 약 75%가 성감 저하를 경험하고,60%는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술, 담배는 피하고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면서 정기적인 성생활을 하는 것이 ‘수컷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지적했다. ●남성이여,‘쩍벌남’이 되자 지하철 안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옆자리 사람의 공간까지 빼앗는 남성을 뜻하는 신조어 ‘쩍벌남’. 여성들로부터 기피대상으로 지목되면서 한동안 ‘쩍벌남 퇴치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남성의학의 측면에서는 이 쩍벌남 자세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다리를 넓게 벌리는 습관이 이로운지를 판단하려면 남성만의 독특한 신체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정자를 생산하고 성기능에 필요한 남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고환’. 이 기관은 우리 체온보다 섭씨 1∼2도 낮아야 활발하게 정자를 생산한다. 따라서 가급적 이 부위를 차게 해주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표면적을 늘려 열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고환의 위치와 외피의 주름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공중도덕에 거슬리지 않는 만큼 적당히 다리를 벌려 앉는 것은 고환의 온도를 낮추고 혈액 순환도 좋게 하는 행동이다. 다만 다리를 꼬고 앉는 것은 고환이 숨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장시간 운전때엔 수시로 차에서 내려 바람을 쏘이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남성의학 전문병원 메디포맨 문성호 대표원장은 “영화에서 냉수욕을 하는 남성이 ‘정력남’으로 비춰지는 것은 괜한 설정이 아니다.”며 “가능하면 장시간의 사우나는 피하고 체온과 비슷하거나 낮은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발기부전은 만성질환의 ‘바로미터’ 당뇨병은 그 자체로 건강에 치명적이지만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당뇨병은 말초혈액의 흐름에 장애를 일으키고 신경감각을 마비시켜 발기부전과 직결된다. 일반적으로 중증 당뇨 환자 10명 중 6명은 발기부전을 경험한다. 심혈관질환도 마찬가지다. 심장동맥이 좁아지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발기를 담당하는 ‘음경해면체’의 동맥이 좁아지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음경해면체의 동맥이 좁아지면 발기력이 현저히 줄게 된다. 따라서 만성질환을 미리 막아야 발기부전을 예방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1주일에 최소 2∼3회, 각 30분씩 운동을 하고 서구식과 패스트푸드를 피해야 한다.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만성질환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발기부전은 당뇨병과 직결되기 때문에 검사를 받을 때 혈당, 콜레스테롤 등의 측정도 함께 한다.”며 “두 질환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성기능 개선 생활습관 7계명1.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라.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음경 퇴화를 막고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2. 숙면을 취하라. -성기능에 관여하는 호르몬은 밤 11시∼새벽 1시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성기능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남성호르몬은 수면을 취할 때 다량 분비되기 때문에 숙면이 필요하다. 3. 불필요한 약물 복용은 삼가라. -질병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이 성기능을 퇴화시킬 수 있다. 스테로이드와 일부 감기약은 성기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4. 건강식단을 짜라. -성기능 개선을 위해서는 식단을 바꿔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과 관련된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염분, 설탕 등은 모두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5. 지나친 음주, 흡연을 피한다. -지나친 음주, 흡연은 발기부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발기부전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과도한 음주, 담배는 멀리하는 것이 성기능 개선에 좋다. 6. 규칙적으로 운동하라. -자신감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조깅, 테니스, 사이클 등의 유산소 운동은 집중력을 높이고 몸의 활력을 높여 준다. 7. 괄약근을 키워라. -나이가 들면 괄약근의 수축력이 떨어져 성감이 떨어질 수 있다. 하루 10회(1회 10초) 정도 엎드려 괄약근을 조여 주는 운동을 하면 좋다.
  • 아름다움의 과학/ 울리히 렌츠 지음

    아름다움은 언제나 힘이 셀까. 외모지상주의의 공고한 장벽만큼이나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현실. 눈치보지 않고 “그렇다.”고 답할 수 있으려면 배짱이 두둑해야 할 것이다. ●아기들도 미인을 알아본다 ‘아름다움의 과학’(울리히 렌츠 지음, 박승재 옮김, 프로네시스 펴냄)은 도발적 묘미를 던지는 책이다. 독일의 의사이자 과학전문 저술가인 지은이에 따르면 “아름다움은 절대권력”이다.“예쁘면 착하다.”“잘 생긴 사람이 일도 잘 한다.” 등의 통설이 맞다고 단정한다. 반대로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은 신빙성이 없으며 아기들도 미인을 알아본다는 주장을 편다. 아름다움을 저울질하는 데는 상대적 잣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읽을거리가 아닌가, 선입견에 개운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판단은 잠시 유보하자. 저자가 직접 제시하거나 인용한 과학적 자료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흥미있는 논리근거이다. 예컨대 여성 몸매의 미적 가치는 시대에 따라 상대적이라고들 하나,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미국 텍사스대의 학자 데벤드라 싱의 이론에 따르면 ‘허리에서부터 엉덩이까지의 비율’이 곧 여성 신체미의 포괄적 판단근거이다.192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미스자메이카 우승자들을 측정한 결과, 그들의 허리-엉덩이 비율은 0.72에서 0.69 사이였다.‘플레이 보이’지 모델들의 비율은 0.71에서 0.68 사이. 매력적 몸매의 황금률은 허리-엉덩이의 비율이 0.7선에 있었다. 의사인 지은이는 뇌과학적 연구를 병행했다. 절대적 미의 기준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애써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인간 뇌구조의 본능적 반응까지도 짚었다. 눈 뒤쪽, 뇌 중앙 양쪽에 자리잡은 편도핵이라는 신경세포가 얼굴 표현을 인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바라보는 대상이 아름다운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15초. 더욱 흥미로운 것은 오른손잡이라면 관찰대상의 얼굴 오른쪽을 오래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모델들이 반사적으로 오른쪽 뺨을 카메라에 노출시킨다는 통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만하다. 또 사진 속 미인의 입술에 미소를 머금게 하면 피실험자들의 뇌에는 ‘기쁨’의 자극이 증가되기도 했다. ●아름다움의 부정·집착은 동전의 양면 이처럼 책은 객관적 공식을 동원해 아름다움을 정량화할 수 있다는 논지를 펼쳐 나간다. 완벽한 좌우 대칭, 동안(童顔), 큰 눈, 매끄러운 피부, 키 큰 남성 등 이미 오래전부터 암묵적 사회 합의가 이뤄진 미의 덕목들에 통계근거로 힘을 실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동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입과 턱 사이의 짧은 간격 등을 조건으로 갖춘 ‘아이 얼굴’형은 누구에게나 공격성을 자제하게 만드는 호소력을 지닌다. 이른바 ‘동안 원칙’이다. 역사적 예시들을 간간이 끼워 넣기도 한다.1960년 소년의 얼굴을 한 존 F 케네디가 TV에 등장하자 7000만 미국 유권자들은 그에게 삽시간에 매료됐다. 독일의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비욘 엥홀름 등 잘 생긴 정치가들의 선전도 거론한다. 이 책의 착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억울하면 아름다워지라는, 일방통행식 결론에 의미가 있진 않다.“아름다움을 부정하는 것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저자의 주제어는 외모지상주의에 승복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의 과학을 이해하면 외모에 관해 근거없이 시달리는 도덕적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15. 언어논리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15. 언어논리

    일반적으로 독해 문제는 글의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만 하면 어렵지 않게 정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질문 내용과 선택지를 구성함에 있어 결코 일정한 원칙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PSAT 실전강좌]본문 독해의 원리와 적용(이론 및 실전문제) 고도의 비판력과 사고력을 검증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유사 정답이 한층 더 고차원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의 독해 원리를 숙지해 보자. 1.‘모든 ↔ 거의, 전혀 ↔ 일부’ 등 개념을 포함한 선택지 활용문제 어떠한 대상을 모두 주연(형식 논리학에서 어떤 개념의 판단이 그 개념의 외연 전체에 미칠 때, 그 개념을 이르는 말)하는 ‘모든’과 최소한 하나 이상만을 의미하는 ‘어떤’이라는 논리학적 용어가 있다. 이런 논리학적 지식들은 단순 논리 부문에 관한 문제에서만 출제되는 것이 아니라, 독해 부문과 관련해서도 자주 문제로 변형돼 출제된다. ●<예제 1.2005년 행·외시> 다음 글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장을 (보기)에서 모두 골라 묶은 것은? 상대주의는 진리에 상대적 국면이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신적 권위든지 이성적 법칙이든지 절대성을 표방하는 모든 것을 배격한다. 진리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상대주의 이외의 절대적 진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억압적 체계나 규범을 비판하는 것과 모든 형태의 규범이나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후자는 다원주의를 넘어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상대주의는 가치와 도덕을 무너뜨리고 극단적 실용주의를 부추긴다. 또 아예 드러내놓고 학문이 이데올로기와 권력투쟁의 도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절대적 진리의 존재가 부정될 때 남는 것은 ‘의견’뿐이다. 한 사회나 문화를 지배하는 거대 담론이 사라지면 상대주의가 활개치게 되고 완전히 규제가 풀린 세계가 된다. 거기에는 단순한 구호와 유행, 그리고 피상적 이미지가 진리와 의미를 대변하게 된다. 또 신앙이나 이성에 의해 규제되던 감성·관능·탐욕 등의 폭발적 해방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요즘 예술, 특히 상업 예술이나 대중 예술의 급진성은 이런 분위기를 배경으로 이해해야 한다. 잘못된 절대주의의 붕괴는 환영할 만하지만 상대주의와 무정부 상태는 그것보다 더 무서운 악이다. 이런 세계가 빠질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형태가 정신분열증과 테러리즘이라는 지적은 옳다. ●보기 ㄱ. 모든 형태의 절대주의는 상대주의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ㄴ. 상대주의는 정신적 피폐함과 정치적 과격함 예술의 선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ㄷ. 상대주의는 여러 가지 위험스러운 결과를 초래하지만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이다. ㄹ. 상대주의는 상대주의 자체를 궁극적인 것으로 절대시한다. ㅁ. 실용주의는 상대주의를 야기하고 상대주의는 다원주의를 초래한다./ci0000 (1) ㄱ,ㄴ (2) ㄴ,ㄹ (3) ㄱ,ㄷ,ㅁ (4) ㄴ,ㄹ,ㅁ (5) ㄷ,ㄹ,ㅁ 정답 : (2) 이승일 에듀PSAT 연구소 소장
  • 의령 자굴산 골프장 갈등

    경남 의령군이 추진 중인 자굴산 골프장 조성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11일 의령군에 따르면 골프장이 조성되는 칠곡면 내 14개 마을 이장들이 전원 사표를 냈으며, 새마을지도자와 부녀회장들도 동반 사표를 냈다. 군이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골프장을 조성하는 데 대한 항의표시다. 군은 2005년부터 부동산개발업체와 함께 칠곡면 자굴산자락 내·외조리일대 173만㎡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지하수 고갈 등 환경오염을 우려, 이를 반대하고 있어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군은 지난달 13일 칠곡면사무소에서 사전 환경성 검토 주민 설명회를 열면서 공무원들을 동원, 반대하는 주민들의 참석을 물리적으로 막아 갈등이 격화됐다. 군은 주민 설명회를 하려다 반대하는 주민들의 저지로 두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자굴산골프장 반대대책위원회 전영수 공동위원장은 “칠곡면은 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하수 고갈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골프장과 가까운 곳은 불과 150m밖에 떨어지지 않아 독성이 강한 농약사용에 따른 환경오염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해남 의령군 건설과장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지하수와 농약사용 문제 등에 대해서는 사업주와 충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사업을 저지할 수 없다. 주민들과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군은 주민설명회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경남도에 체육시설 결정을 위한 주민설명회 결과를 통지했으며, 도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도시관리 계획 변경여부를 심사하게 된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도시를 바꾸는 디자인] (상) 스페인 빌바오·발렌시아

    [도시를 바꾸는 디자인] (상) 스페인 빌바오·발렌시아

    세계는 지금 초고층 건물을 지어올리는 ‘마천루 경쟁’ 중이다.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을 갖겠다는 자존심, 바람과 중력 등에도 끄떡없는 첨단 공법의 과시, 제한된 토지의 효율성 극대화 등은 경쟁을 부추긴다. 세계 중심도시로 성장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경제성과 상징성을 과연 마천루 경쟁에서만 찾을 것인가.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스페인의 빌바오와 발렌시아, 프랑스 파리,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현대 도시가 추구해야 하는 경제성과 상징성을 들여다본다. |빌바오·발렌시아 최여경특파원|#1. 스페인 북부 빌바오 공항 안내소. 시내 지도를 달라고 하자 친절한 미소를 띤 직원은 묻지도 않았는데 지도를 펼치며 “이곳이 구겐하임 미술관이고, 시청사에서 강을 따라 가면 나온다.”고 설명한다.‘빌바오 방문=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등식이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2. 발렌시아 동부의 해안도시. 하얀색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놀던 10대들은 “안에서는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밖에서는 밤낮이 다른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서 “이곳에서는 미래 도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재잘거렸다. 무엇이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스페인 빌바오와 발렌시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빌바오는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을 개관해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고, 발렌시아는 ‘예술과 과학의 도시’(Ciudad de las Artes y de las Ciencias)로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하나의 건물, 도시 전체를 변화시켜 스페인 바스크주 중심도시였던 빌바오는 1959년부터 격화된 바스크 독립운동으로 도시 속 위험 요소가 높아지고,1980년대 중반 실업률은 35%까지 솟구쳤다. 도시를 가로지르던 네르비온강은 공업화의 후유증을 겪으며 환경이 악화됐다. 과감한 선택이 필요했고, 빌바오 시정부는 그 방향을 광산·철강·조선업 대신 문화·서비스 분야로 잡았다. 중앙정부에 협력을 요청해 모든 제조설비를 강 뒤편으로 옮기고, 운송수단용 철로를 땅 아래에 묻었다. 이같은 변화는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에서 절정을 맞았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1억 9000만달러를 투자해 강행한 미술관 건립 사업은 착공 5년 만인 1997년에 마무리됐다. 활짝 핀 꽃 모양에 3만 3000여개의 티타늄 조각을 붙여 ‘금속꽃’(메탈 플라워)이라고 불리는 건물은 낮과 밤, 날씨에 따라 다른 빛깔로 번쩍인다. 입구에 놓인 미국 전위 예술가 제프 쿤스의 대형 강아지 모형과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형상의 조형물 ‘엄마’가 어우러진다.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가 “인류가 만든 20세기 최고의 건물”이라는 찬사를 했고, 세계적인 건축가들도 “쇠퇴하는 빌바오를 되살리는 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 괴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스페인 제1도시를 넘본다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는 남북을 관통하는 투리아강에 의존하며 어업과 농업, 공업지대로 성장한 도시이다.1957년 도시의 75%가 침수되는 대홍수를 겪으면서 도시개발의 전기를 맞았다. 대홍수 이후 강의 물줄기가 약해지고 일부는 강바닥이 드러나자 시는 이곳을 공원, 열린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문화 벨트’ 사업을 시작했다. 리카르도 마르티네즈 발렌시아 시정부 도시계획국장은 “‘균형잡힌 도시’와 ‘강의 재발견’으로 목표를 정하고 1991년부터 강을 따라 현대와 전통을 맛볼 수 있도록 도시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발렌시아 중심가는 연갈색의 바로크 건물이 펼쳐지며 오래된 도시의 느낌이 강하다. 북쪽 컨벤션센터부터 시작해 투리아강을 따라 공원, 박물관, 식물원 등을 거쳐 남쪽으로 가면 세련된 하얀색과 푸른색으로 돌변한다. 천재적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역량이 집중된 ‘예술과 과학 도시’는 세련된 미래도시의 극치를 이룬다.1.8㎞,35만㎡ 규모의 공간에 음악당인 ‘레이나 소피아 예술궁전’, 국제회의장 ‘레미스페릭’, 과학박물관 ‘프린시페 펠리페’, 야외공원 등을 조성했다. 칼라트라바는 지중해 해안도시인 발렌시아의 지역 특성을 살려 건물 주변에 얕은 호수를 조성했다. 낮에는 건물 디자인 자체의 매력으로, 조명이 켜진 밤에는 장대하고 호화로운 야경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특히 공사기간 14년, 사업비 3억 300만달러가 들어간 음악당은 보는 사람에 따라 거대한 전사의 투구나 우주선, 뛰어오르는 돌고래 등으로 변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주빈 메타 등 쟁쟁한 지휘자가 예술감독과 정기 축제를 담당하며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의 명성을 뛰어넘었다. 발렌시아는 예술과 건축 분야에서 수도인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를 뛰어넘는 여행지로 부상하며 연 40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kid@seoul.co.kr ■’엘 구그 경제효과’ 年 3억 2027만 달러 |빌바오 최여경특파원|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물 하나가 도시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세계 건축사에 한 획을 그었다. 세계 각국 도시에서 ‘우리도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은 건물을 가져야 한다.’고 부르짖을 정도다. 전 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을 끌어모으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실제로 어떤 파생효과를 가져다 줬을까. 빌바오 시정부에 따르면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1997년) 이후 해외 관광객은 1994년 142만 5822명에서 1998년 212만 3305명으로,1.5배가 늘었다. 이후 구겐하임 미술관의 명성에 힘입어 2002년 246만여명,2004년 339만여명,2006년 387만여명으로 한 해 평균 172%의 안정적인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빌바오가 관광지로 각광 받게 되면서 호텔은 1994년 29개에서 2006년 50개로 1.7배 늘었고, 이에 따른 호텔 이용객은 44만 2012명에서 112만 4649명으로 2.5배 증가했다. 미술관과 콘퍼런스홀에서 열리는 행사는 1996년 100여개에서 2006년 978개로, 행사 참가자 수는 같은 기간에 각각 2만명에서 18만 4581명으로 무려 9배 이상 급증했다. 빌바오 시정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3억 2027만달러의 파생 효과를 낳았다. 잘 지은 미술관 하나가 도시의 명성을 높이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하는 것은 ‘엘 구그(El Gugg·구겐하임의 애칭) 효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kid@seoul.co.kr ■스페인 빌바오 제1부시장 인터뷰 |빌바오 최여경특파원|“경제위기 상황에서 왜 천문학적인 재원을 들여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어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하게 투자한 결과 지금의 빌바오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 빌바오의 이본 아레소 멘디고렌 제1부시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업률이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빌바오는 고용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제조업이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면서 “제조업의 부담을 줄이고 레저, 주거, 관광 등의 분야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당시 우리의 관심사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었고, 문화·서비스업이 장기적인 고용 창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강을 등진 도시’에서 ‘강을 바라보는 도시’로 방향을 잡고, 네르비온 강변의 공장, 제조설비 등을 강 뒤쪽과 바닷가쪽으로 옮겼다.14년간의 노력 결과 한 세기 동안 공업활동으로 환경이 파괴된 네르비온 강의 생태환경이 다시 살아났다. 강을 따라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해 박물관·콘퍼런스홀·도서관 등을 지었다. 몇몇 주거빌딩과 호텔은 유명한 건축가에게 디자인을 맡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퇴색한 공업도시가 꼭 가봐야 하는 문화도시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빌바오는 현대 산업도시의 미래를 제시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kid@seoul.co.kr
  • [프로농구] 경민이 살아야 동부가 산다

    [프로농구] 경민이 살아야 동부가 산다

    “플레이오프를 위해선 양경민이 살아나야 한다. 정규리그 남은 경기에서 많이 뛰게 해 감을 찾도록 하겠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지난 7일 전창진 동부 감독은 양경민(36·192㎝)의 부활에 대한 바람을 털어놓았다. 동부의 국내 선수들 가운데 김주성을 빼면 큰 경기를 치러본 경험이 없는 데다 강대협, 이광재(이상 187㎝), 손규완(186㎝) 등이 상대 포워드와의 매치업에서 밀리기 때문. 용산중·고, 중앙대 출신으로 프로에선 줄곧 동부(전신인 TG삼보 포함)에서 활약한 양경민은 99∼00시즌부터 05∼06시즌까지 두 자릿수 평균득점을 올리는 등 정교한 외곽슛과 상대 에이스를 옥죄는 수비능력으로 감독과 원주 팬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2006년 제3자를 통해 스포츠토토를 구매한 사실이 적발되며 36경기(이후 21경기로 경감) 출장정지를 당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06∼07시즌 막바지 복귀했지만 오른쪽 대퇴근육이 파열됐고, 지난해 여름 태백 전지훈련 때는 고질적인 왼쪽 발목부상이 도졌다. 동부 구단관계자는 “부상 부위는 대체로 완쾌됐지만 심리적인 요인이 큰 것 같다. 달리고 슛을 던지는 데 문제가 없지만 갑작스럽게 방향을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과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각오로 양경민은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9일 전자랜드전에서는 29분여를 뛰면서 13점 3어시스트로 부활을 예고했다. 플레이오프에서만 무려 45경기를 뛰며 평균 12.3점을 올린 양경민이 부활한다면 동부가 통합챔피언을 거머쥐는 데 한결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창진 감독은 “경험이 워낙 많아 감각만 되찾으면 플레이오프에서 제 몫을 해낼 선수”라면서 “지금은 10∼15분이 한계지만 5분 정도만 더 베스트 컨디션으로 뛸 수 있어도 충분하다. 슛은 괜찮은데 수비와 순간 스피드가 아직 떨어진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격변하는 세계 노사관계가 주는 교훈/ 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 원장

    [열린세상] 격변하는 세계 노사관계가 주는 교훈/ 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 원장

    세계 노사관계가 격변하고 있다. 교섭구조가 중앙집중화하던 국가는 점차 분권화를 지향하고, 분권화하던 국가에서는 집중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교섭구조가 분권화되면서 임금격차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예컨대 스웨덴의 연대임금(solidarity wage) 사례도 이젠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는 중앙집중적이던 교섭구조가 분권화하는 변화가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 유럽 국가들에서 단체교섭이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예컨대 교섭력이 큰 대기업노사 경우에는 노조의 막강한 교섭력으로 높은 임금상승 현상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서 하청 중소기업은 원청 대기업 노사의 집단이기주의로 인해 임금 및 근로조건 악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를 심화시키는 문제 또한 야기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인 계층간 양극화 현상에서도 노사간 단체 및 임금교섭이 해결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보인다.ILO는 이를 단체교섭의 위기이자 동시에 노동운동의 위기로 규정한다. 정부정책 변화도 노동운동의 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 대처의 정부정책은 정책변화가 노사교섭력 약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를 가늠할 중요한 사례이다. 유럽의 대다수 정부는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선진국 정부의 대노조정책 변화 사례로는 미국의 경우 노동조합 결성조건을 까다롭게 한다든지, 영국의 경우처럼 노동조합측의 단체교섭 요구를 사용자가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그리고 노동조합 결성에 대한 사용자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설상가상으로 계속 떨어지는 노조조직률도 노조의 교섭력 약화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조조직률 하락은 선진국가의 일반화된 현상이다. 또한 노조의 힘이 예전과 같지 않은 현상은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확인된다.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공공부문 개혁조치에 대해 강성노조의 상징인 노동총동맹(CGT)도 전혀 투쟁다운 투쟁을 못 하고 있다. 압도적 지지를 보이고 있는 의회권력 앞에서 체념 상태에 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규모를 보이고 있는 스페인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스페인의 최대노조인 노동총연합(CCOO)과 강성노조 노동총동맹(UGT)도 노동시장유연화법안을 사회경제위원회(CES)에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약화 요인에는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 무한경쟁이 가속화되는 글로벌화는 노조의 침묵을 강요하고 있으나, 노조의 대응은 기껏해야 반세계화를 메아리 없이 외치는 것뿐이다. 바야흐로 노조의 위기시대다. 그럼에도 세계노동조합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ILO는 각국 정부에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유럽 각국 정부의 우경화 현상, 거역할 수 없는 세계화에 대해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다. 요즈음 신정부의 노동정책이 보수주의적으로 변화하여 향후 5년 동안 노사관계가 요동을 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전문가가 많다. 그러나 세계 노사관계의 흐름에서 볼 때 우리나라만 이단아가 될 수 없거니와 그렇게 되어서는 세계화 추세에 살아남을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 시대를 열어가야 하고 경제선진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노사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노동계의 참여에 의한 노사관계의 대변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8년 다보스 포럼은 올해 화두를 ‘협력적 혁신’으로 정했다. 노사관계 혁신도 노사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세계 노사관계 변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 원장
  • [사설] ‘박재승 공천’ 훼손 말라

    민주당 공천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추측 또한 무성하다. 비리 전력을 가진 후보를 배제함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준 공천심사위원회에 대한 뒷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최고위원회 등 당내 반발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탈락자들도 재심을 청구하거나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모두 다 제 밥그릇을 챙기고자 하는 욕심이다. 따라서 유권자인 국민들의 눈에 곱게 비칠 리 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시대가 바뀌어도 한참 변했다. 공심위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몽니를 부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박재승 공천 혁명’을 환영하면서 평가한 바 있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고무줄 잣대 대신 흔들림 없는 원칙을 보여줘 박수를 받았다. 국민들이 정녕 바라던 바가 아니었겠는가. 실제로 국민 10명 중 9명이 “박 위원장이 잘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박재승 공천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깨끗한 후보’를 내세우려는 그의 뜻은 끝까지 존중돼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살고, 꺼져가는 불씨를 살릴 수 있다고 우리는 본다. 박 위원장도 지금까지 보여 줬던 바대로 공천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비리 전력자는 이미 탈락시켰고, 막말 정치인도 이번에 걸러낸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정치판의 막말은 도(度)를 넘어선 지 오래다. 여야가 똑같다. 한나라당 역시 남은 지역만이라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현역 의원 50% 이상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면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도, 박 위원장도 더욱 심기일전해야 한다.
  • 승자독식 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승자독식 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1등이 아닌 모든 것은 ‘죄악’이 되어 물러앉는 무한경쟁시대.2등의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도, 보여주려는 사람도 없다. 한번 꼽아보라. 기억하고 있는 은메달리스트가 몇이나 되는지. 수없이 이런 의문도 품었을 것이다. 왜 승리한 1등이 나머지 모두보다 더 많은 부(富)를 차지하는 세상일까.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이 이 완강한 현실의 아이러니에 대한 해답을 모색했다.‘승자독식 사회’(원제 The Winner-Take-All Society, 권영경·김양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극한으로 치닫는 ‘부익부 빈익빈’ 현실을 점검하고 원인을 분석한 책이다. 우리 모두의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질문에서 논의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 저술은 의미가 더 커진다.“스타는 왜 보통사람들이 일년, 혹은 수십년을 모아야 할 돈을 삽시간에 벌어들이는 걸까?”“돈이 돈을 버는 현실은 어디까지 가속화될 것인가?” 이런 의문을 품었던 보통사람들에게 왜곡된 채 속도를 붙여가는 경쟁사회의 실체를 짚어주는 데 초점을 모았다. ●상상초월하는 부와 권력의 쏠림 해부 우선 책은 승리한 1등이 나머지 모두를 독차지하는 현대 무한경쟁의 본질을 ‘승자독식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부와 권력의 쏠림현상이 문화ㆍ연예산업계, 투자금융산업계, 스포츠산업계 등 사회 전반에 적용되는 상상초월의 현실을 적시했다.1995년의 저술이지만 지금의 우리 상황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예컨대 1990년대 로맨스 소설가 대니얼 스틸은 작품 5권으로 6000만달러의 판권료를 받았다. 우리에게 친숙한 스티븐 킹이 4권으로 챙긴 판권료는 4000만달러.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가 패션쇼 무대를 두어번 왔다갔다 하고 받은 돈은 2만 5000달러. 미국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이윤창출에 크게 기여한다는 이유로 일반 노동자의 평균 150배가 많은 연봉을 챙긴다. 이도 모자라 스타 CEO에겐 해마다 더 높은 몸값이 매겨짐은 말할 것도 없다. ●불균형 시스템에 감염된 현대인에 경고 무한경쟁사회가 승자를 대우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해답이 나오질 않는다.“승자독식시장과 일반 노동시장은 가치 판단잣대가 엄연히 다르다.”고 책은 주장한다. 일반 노동시장이 ‘절대적’ 능력차를 따진다면, 승자독식시장은 ‘상대적’ 능력차에 따라 가치를 매긴다는 것이다. 승자독식 논리에 따른 부작용 사례들은 이미 사회 곳곳에 널렸다. 개인의 재능이나 사회적 효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1%의 가능성을 좇아 특정분야의 직업군으로 쏠리는 현상이 대표적이다.1% 승리를 위해 스스로를 갉아먹는 과도한 투자 역시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스테로이드로 몸을 망쳐가는 운동선수들, 막대한 스카우트 비용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스포츠 명문대학들, 감당하기 어려운 광고비를 쓰는 기업에 점점 더 길어지는 노동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노동자들…. 책에 따르면, 끝점을 향한 승자독식은 이미 100여년 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의 소득이 올라가는 대신 중간 정도의 재능을 지닌 이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영국 경제학자 마셜의 말로 일찍이 예견된 현상이었다. 99%가 함께 딴 열매를 선두 1%에게 몰아주는 불균형 사회시스템의 한가운데에 살면서도 우리 모두가 무감각한 이유는 무엇일까.“승자독식의 논리에 일상이 이미 완전감염됐기 때문”이라는 경고가 새삼 따갑다.1%가 되려 맹목적으로 휩쓸려 달리는 99%에게 책은, 다분히 관념적이긴 하되 “차라리 조금 덜 일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제언을 덧붙였다.1만 3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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