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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S칼텍스 ‘역발상 투자’

    GS칼텍스가 얼마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세번째 고도화 설비(질 낮은 벙커C유 등에서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얻어내는 시설)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GS칼텍스는 올 1·4분기(1∼3월)에 11년만에 분기 적자(232억원)를 기록하는 충격을 맛봤다. 고(高)유가 파고 탓이다. 이같은 위기상황 속에서 과감히 공격투자를 지르고 나온 배경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역발상을 주도한 이는 허동수 회장이다. 허 회장은 25일 숭례문 복원을 기원하는 `GS칼텍스배 어린이 환경미술대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오너이자 전문경영인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형이다. 대학(연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같은 전공으로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업계는 “오너 겸 전문경영인이기에 가능했던 (투자)결정”이라고 해석한다. 한 관계자는 “허 회장이 전문경영인이기만 했다면 적자 상황에서 3조원 투자를 밀어붙일 수 있었겠느냐.”며 “거꾸로 (전문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오너이기만 했다면 고도화설비의 중요성을 간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1위인 SK에너지도 얼마전 새 고도화설비 투자를 결정했지만 투자 규모는 1조 5000억원 남짓이다.`3차 오일쇼크´ 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요즘에는 고도화설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대적이다.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가늠짓기 때문이다.2010년 새 고도화설비가 완공되면 GS칼텍스는 고도화 능력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고도화 설비 비중(전체 원유정제 능력에서 고도화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39.1%로 SK에너지(18.1%)는 물론 현재 1위인 에쓰오일(25.5%)을 월등히 추월한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설] 서울대 학생 선발방식 개혁 주목한다

    서울대의 입학전형제도가 크게 바뀔 것 같다. 서울대가 미국 코넬대 입학전형 책임자인 도리스 데이비스 입학사정관과 자문계약을 맺고 학생선발 시스템 개혁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 사정관은 7월까지 2차례에 걸쳐 3주간 서울대를 방문, 입학전형 전반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자문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교측이 “고루 잘하는 1등보다 재능있는 10등을 찾겠다.”고 하니 획일적 학생 선발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대는 그동안 내신·수능·논술 등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해 왔다. 입시과열인 상황에서 학생 선발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객관적 수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대 입시에선 모든 과목을 다 잘하는 학생이 유리하고 특정과목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천재는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단순암기식, 주입식 붕어빵 교육으로 독창성, 창조성은 배양될 수 없었다. 서울대는 학업이 뛰어난 우수학생을 싹쓸이했으나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세계 100위를 벗어날 정도로 형편없다. 아시아권에서도 중국의 베이징대, 일본의 도쿄대는 물론 싱가포르 국립대에도 뒤져 부끄러울 정도다. 서울대가 다양한 기준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게 되면 입시위주의 고교교육이 정상화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학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던 과외 등 사교육도 줄어들길 기대한다. 서울대의 이번 실험은 다른 대학에도 파급돼 다양한 학생선발 방식이 퍼지게 됐으면 한다. 서울대가 학생선발 방식을 정교하게 짜 인재육성의 새로운 길을 열길 당부한다.
  • [챔피언스리그] “잠못이룬 팬들에 죄송”

    남의 잔치를 바라보는 이의 심정은 복잡하기 마련이다. 부상 공백에서 돌아와 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고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리는 데 공을 세운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2일 새벽 정작 첼시와의 결승전은 벤치에도 앉아보지 못했다. 연장까지 120분 접전을 1-1로 마무리하고 팀은 승부차기에서 6-5로 첼시를 제압, 통산 세 번째와 9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의 자리는 우승컵을 둘러싸고 환호하는 동료들의 맨 뒷줄 끄트머리였다. ●잔인하고 냉철한 퍼거슨의 우승법칙 이른 새벽, 국내 팬들의 탄식과 좌절을 이끌어낸 건 박지성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보내왔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영국 언론조차 킥오프 1시간 전 나온 출전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진 것을 의외로 받아들였다. 퍼거슨은 스카이스포츠 인터뷰에서 “오언 하그리브스의 컨디션이 워낙 좋아 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공식 멘트에 불과했다. 퍼거슨 감독은 그동안 중앙 미드필더와 오른쪽 풀백으로만 기용하던 하그리브스를 오른쪽 윙으로, 대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왼쪽 윙으로 보직을 바꿔 첼시의 의표를 찔렀다. 이런 변칙은 하그리브스와 풀백 웨스 브라운으로 하여금 플로랑 말루다-애슐리 콜로 이어지는 첼시의 왼쪽 측면 공격을 봉쇄하려는 의도였다. 동시에 첼시가 비장의 카드로 감춰온 오른쪽 풀백 마이클 에시엔을 호날두로 하여금 압박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막강한 첼시 미드필더진을 묶는 데 박지성보다 하그리브스가 더 적격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가 경기 전 ‘뛰어난 선수에게 결장을 통보해야 하는 퍼거슨의 마음’ 운운한 것이나 구단 쪽에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그의 결장을 암시했다는 전언도 퍼거슨의 선택이 첼시의 약점을 파고든 결과란 점을 뒷받침한다. ●파격 용인술은 절반의 성공 전반만 놓고 보면 이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호날두는 에시엔의 공격 가담을 차단하는 한편, 대인마크에서 허점이 있는 에시엔을 따돌리고 브라운의 오른쪽 크로스를 머리에 맞혀 선제골을 뽑아냈다. 하그리브스도 공수 연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상대 오른쪽 공간을 파고들었고 세트피스에서의 킥을 도맡아 유효슛 3-1 우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행운이 작용한 프랭크 램퍼드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아브람 그랜트 첼시 감독은 특유의 뚝심으로 몰아붙였고 맨유는 발이 묶였다. 승부차기에서 하그리브스와 라이언 긱스, 나니가 모두 킥을 성공시킨 것을 퍼거슨의 안목으로 연결하는 이도 있겠지만, 후반 이후 아쉬웠던 건 쉴새없이 움직여 공간을 파고드는 박지성의 집요함으로 경기 흐름을 바꿨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퍼거슨은 결정적인 승부에 박지성을 배제했던 기용 패턴을 고집했다. 긱스와 나니는 물론, 단판승부에서의 돌발상황에 대비해 벤치에 앉혀놓은 멀티플레이어 존 오셔와 대런 플레처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해서 너무 아쉬웠다. 박지성은 맨유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밤새 응원해준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그래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집중 인터뷰] MB정권 미래비전 제작소 미래기획위 안병만 위원장

    [집중 인터뷰] MB정권 미래비전 제작소 미래기획위 안병만 위원장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미래를 불확실한 것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애매하다. 미래기획위원회는 그런 미래가 어떻게 진전될지 미리 투영해보고 국민에게 그 길을 제시하고자 만들어졌다. 특히 선진국의 문턱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확실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갈 길을 찾아주는 것이 앞으로 위원회의 주된 할 일이다. 이 작업에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 박사, 매킨지 컨설팅사 아시아 지역회장인 도미니크 바튼 등 세계적인 인사와 가수 박진영, 바이러스 연구가 안철수 등 젊은 전문가들도 발 벗고 나섰다. 안병만 미래기획위원장은 사무실 벽 한쪽에 걸려 있는 국정지표 ‘선진 일류국가’를 여러 차례 가리키면서 ‘선진화’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저마다의 재주를 잘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 반드시 선진국으로 갈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선진국의 열쇠는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고 말했다. ▶미래기획위원회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구체적인 목표는 ‘선진화’다. 크게 3가지로 작업을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작업이다.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10개국을 뽑아서 10개국 평균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 경쟁에서 우리가 이미 앞서는 부분은 격차를 더 넓히는 것이다. 셋째로 미개척 분야를 다른 나라보다 먼저 발굴해 개발시키는 작업이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성장동력을 찾아 구체화하는 작업을 위원회에서 하고 있다. ▶올 8월15일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아 국가미래비전을 선포할 텐데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되나. -지금 당장 내용이 나오기는 좀 이르다. 앞서 말한 3가지 작업을 통해 자료를 종합해 7월말까지 대통령에게 정리해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창조적 실용주의’에 입각해 비전을 직접 선택, 개발해 선포할 것이다. 이 비전은 새롭고 또 많이 변화된 내용이 담길 것이다. 그리고 실현 가능한 것을 제시할 것이다. ▶지난 14일 첫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온 만큼 다양한 시각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매킨지 컨설팅 그룹 아시아 회장인 도미니크 바튼이 ‘총체적인 격차’에 대한 얘기를 한 게 기억에 남는다.“한국은 하드웨어는 평균이상인데 소프트웨어가 떨어진다.”면서 “예를 들어 수학성적은 좋은 편인데 실제 동기부여는 낮은 게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즉 결과가 나쁘진 않지만 동기부여가 낮으니 창조적이지 못하고 지식의 활용성도 낮다는 것이다. 동기부여가 잘되면 퀄리티가 훨씬 좋은 아웃컴이 나올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이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위원회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쇠고기 파동 이후 젊은 세대와 정부의 소통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소통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국가의 계획도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국민적 호응이 없다. 국민적인 호응이 없는 계획은 실행 불가능하다. 정부가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에는 우리보다 앞서서 국민들이 먼저 나가줘야 계획이 성공한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해결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 여유가 없어 대화를 못했다. 문제는 대통령 자신이 너무 바빠 시간이 없어 정작 소통을 해야 할 사람과 제대로 대화를 못했다는 것이다. 난맥상이 있을수록 소통이 필요한데 필요할수록 더 잊기도 하는 법이다. 지금부터라도 90일간의 경험을 살려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첫 회의에서 ‘역사를 정치에 이용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난 역사를 어떻게 재조명할 예정인가. -과거를 볼 때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킴으로써 현재 정치의 이득을 챙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의 잘된 것도 인정하자는 것이다. 과거에 잘된 것을 보지 못하면 현재의 잘된 것도 간과하게 된다. 미래를 볼 때 과거의 공(功)은 살려서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으면 되고, 과(過)는 과대로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 지난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의 가장 큰 차이가 이것이다. 지난 정부는 전체를 보지 않고 부분만 부각시켰다.386세대의 경우도 국민 모두가 386세대는 아니지 않은가. 지난 정부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보는 균형감각을 갖추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데 가장 발목 잡혀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무현 정부는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좋은 말이지만 그러다보니 정부가 할 일이 많아지고 세금을 많이 거둬야 했다. 결과적으로 기관도 늘리고 공무원도 늘리고 역사상 가장 큰 정부가 됐다. 성장동력으로 이용될 부분을 떼어서 다른 곳에 붙였으니 성장동력이 움직이지 않는 현상이 생겼다. 노무현 정권 시절 세계경제는 최고 호황이었는데 우리는 기회를 한번 잃었다. 개발 도상국은 10% 이상 성장하는데 우리는 최근 5년간 4% 성장밖에 못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규제 완화가 옳다고 보고 그쪽으로 간다. 또 참여정부는 민주화를 다지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무책임한 참여가 많았다. 협치가 지나치게 시민사회 쪽으로 기울면 정부의 기능이 부실화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참여하더라도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선결 조건은 무엇인가. -폐쇄된 사고, 폐쇄된 국가관이 우리를 붙잡고 있다. 전세계가 호흡하는 시대인데 (개방을 한다고 해서)우리 정체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부터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고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세계화 측면이 약하다. 기업은 세계로 가려고 하는데 발목 잡히는 측면이 있지 않은가. ▶앞으로 한국사회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응집력이라고 본다.6·29 선언 때나 2002년 월드컵, 태안 기름 유출사고 때 몰려든 자원봉사자 등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옳다고 생각하면 그를 향해 모여드는 국민들의 응집력은 엄청나다. 이런 응집력은 보통 어려울 때 많이 나온다. 국민들이 자각해서 같이 헤쳐나가는 노력이 이성을 초월할 정도로 나타난다. 이건 굉장히 긍정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10년 후쯤 역사는 이명박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 대통령이 확실하게 하나 한 것은 선진화다.”라고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나라는 수없이 많다. 아차하는 순간에 미끄러지면 다시는 회복이 안 된다. 그러나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면 미끄러지지 않는다. 선진화는 참 시급한 문제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것뿐 아니라 생활의 양태도 선진화되어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게 선진국의 마지막 단계다. 글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안병만 위원장은 누구 - MB 시장시절부터 브레인 역할 안병만(67) 위원장은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 도중에 여러 차례 크게 웃었다. 본인 스스로 “워낙 태생적으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라고 말한 것처럼 긍정적인 생각과 웃음이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 안 위원장은 충북 괴산 출신으로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하버드대와 델라웨어대에서 최근까지 특임교수로 행정학을 강의해 왔다. 안 위원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을 두번 지냈다. 재임 기간 동안 용인에 한국외대 부속 외국어고등학교를 세우고 중국 베이징외대, 일본 도쿄외대와 교류 협정을 체결하는 등 한국외대를 글로벌한 대학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공식적인 인연은 2006년 2월 안 위원장이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을 맡으면서부터 시작됐다. 행정에 정통해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美 대선 사상 첫 흑백대결 관전포인트] 변화 vs 보수… 백악관레이스 새 구도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오는 11월4일 치러지는 미국 제44대 대통령 선거는 미 역사상 첫 흑백대결로 사실상 결정됐다. 흑백간 첫 대결이라는 상징성 못지않게 이번 대선은 미국 사회의 변화와 앞으로 일어날 더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버락 오마바(46) 민주당 상원의원과 존 매케인(71) 공화당 상원의원간의 격돌은 단순히 인종뿐 아니라 세대, 이념 정책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가 주장하는 ‘새로운 정치’와 워싱턴식 정치로 대변되는 ‘기존 정치’, 변화와 보수 사이에서 유권자들의 선택만 남아 있다.●이력·이념·외교·경제 정책등 극명한 차이매케인과 오바마는 피부색과 나이, 출생, 이력, 이념은 물론 정책에서도 비슷한 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대외정책에서 오바마는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조건없이 만나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라크 미군의 철수를 공약했고, 워싱턴의 로비정치의 청산을 선언했다. 매케인은 이같은 오바마의 대외정책을 외교적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공격하고 있다.그는 적성국 지도자나 테러리스트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오바마와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미국내 반대 여론이 고조되는데도 불구, 당초 이라크전쟁 찬성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미군 증강도 지지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4년 정도면 이라크전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철수할 것이라고 처음으로 철군 일정을 제시했다. 경제정책에서도 차이가 확연하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오바마는 반대, 매케인은 찬성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와 세금정책, 이민, 에너지 정책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매케인은 부시 행정부의 연장선상이라는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본선에서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매케인, 부시 행정부와 차별화 해야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대결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오바마의 우세를 예측한 결과들이 우세하지만 막상 본선에 돌입하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분석들이 대세를 이룬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나타났지만 본선에서 흑백 인종 변수가 얼마나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공화당 쪽에서 인종 변수를 드러내놓고 휘둘지는 않겠지만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비난 여론을 감수해가며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변화를 좇는 진보세력의 변화 요구 목소리에 미국내 뿌리깊은 보수세력들이 호락호락 정권을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돈다. 대표적 보수층인 복음주의 교회 등 기독교 보수주의 세력들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다. 하지만 상황은 오바마, 아니 정확하게는 민주당에 유리하다.8년간의 공화당 정부 아래에서 경제사정이 급격히 나빠졌고, 소모적인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 국민들의 지지도도 추락했다. 또다시 공화당에 4년을 맡길 것이냐는 질문에 유권자들은 주저하고 있다. 오바마는 민주당 경선을 통해 ‘변화의 화신’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타고난 언변과 유세때마다 수만명의 유권자들을 동원하는 뛰어난 흡인력, 젊고 기존 워싱턴 정치문화에 물들지 않은 신선함은 최대 강점이다.여기에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의 절대적 지지도 따르고 있다. 이들은 인종에 대해 기성세대와는 달리 민감하지 않다. 인종이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적다. 또 기존 정치문화에 물들지 않은 정치 신인은 정책에 있어 그만큼 유연하다는 점도 강점이다.●오바마 참신함 최대 강점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노동자계층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밖에 힐러리를 지지한 히스패닉과 여성, 아시아 유권자들 표를 어떻게 끌어모으느냐도 관건이다. 여기에는 힐러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민주당 경선 과정을 통해 남녀 성차별의 벽이 생각보다 높고 두껍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본선에서는 미국 사회가 과연 인종 차별의 벽을 넘어 새로운 선택, 변화를 택할지 주목된다.kmkim@seoul.co.kr
  • [CEO칼럼] 스피드 경영의 요체/원완권 우림건설 총괄 사장

    [CEO칼럼] 스피드 경영의 요체/원완권 우림건설 총괄 사장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건설 개발업은 수백가지 변수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일의 진행에서 많은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성장과 쇠락을 반복하는 건설개발업의 이면(裏面)을 보면 단기간에 사업 매출 증대와 기업 성장을 위해 언제나 빨리, 빨리를 외치는 조급증이 있었다. 이로 인해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기업까지 막대한 타격을 입는 결과가 발생했다.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많은 건설 개발업의 프로젝트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한 방안으로 스피드 경영을 제시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스피드경영의 속성으로 먼저(early), 빨리(fast), 제때(on time,real time), 자주·수시(often)라는 조건을 들었다. ‘먼저’란 유망 사업을 조기 발굴하고, 경쟁사보다 앞선 경쟁력을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빨리’는 사업 프로젝트와 관련된 효율적 시간 관리를 의미한다.‘제때‘란 적시(適時)에 맞는 상품 기획 설계나 시공 지원을 통해 적정 기간 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자주·수시’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동향과 프로젝트 과정 오류를 수시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스피드 경영은 기업 운영 속도를 빠르게 하여 기업의 효율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기업 경쟁력을 높여 주는 것이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E(역량)=M(경영자원)C(속도)’이라는 스피드 경영 공식을 산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공식에 따르면 업무 속도가 2배가 되면 기업의 역량은 4배 증가하지만 업무 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면 기업의 역량은 4분의1로 줄어든다. 빠른 의사결정과 빠른 실행을 통한 스피드 경영을 실현함에 있어 주의할 요소가 있다. 바로 조급증이다. 필자의 회사도 과거 한 때 성급한 의사결정과 무리한 프로젝트 진행으로 회사의 성장과 내실 확보에 제동이 걸리는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스피드 경영으로 인해 ‘윤리경영’ ‘고객만족 및 감동경영’ 등의 절대적 가치를 포기해선 안 된다. 논어 ‘자로’ 편에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말이 있다. 빨리 하려다 보면 잘 이뤄지지 않고, 작은 이익을 꾀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견고함과 내실 경영이 바탕이 되어야만 스피드 경영의 진가가 발휘된다. 속도경영을 위한 풍토와 기반조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첫째, 확고한 CEO의 의지로 권한이양, 정보화를 위한 투자를 이루는 것이다. 권한이양은 책임경영,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수반으로 한 업무이양이다. 정보화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구축, 그룹웨어 활용이다. 둘째, 스피드 경영을 위한 수시 현장경영이다. 국내외 업계, 소재 및 고객의 트렌드를 신속히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현장의 소리에 대처하는 것이다. 셋째,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다. 이를 위해 직원, 고객 및 협력업체의 의견 반영, 외부 자문단 등을 통한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넷째, 사소한 변화도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경영환경 변화 속도가 어느 때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 남기 위해선 이에 맞는 스피드 경영이 더욱 필요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원완권 우림건설 총괄 사장
  • [데스크시각] 잘나가는 룰라의 ‘좌파 실용주의’/최종찬 국제부 차장

    [데스크시각] 잘나가는 룰라의 ‘좌파 실용주의’/최종찬 국제부 차장

    브릭스의 대표주자인 브라질이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수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온 브라질은 올 성장률이 4.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망도 파란 불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경제가 최소 3∼4년간은 4∼5%의 실질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브라질이 경제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은 룰라 다 실바대통령의 실용주의적인 좌파실험 때문이다. 그의 개혁정책이 성장과 분배 두 토끼를 모두 잡았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그는 지난 2003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브라질 경제에 훈풍을 불어넣어주기 시작했다. 먼저 방만한 정부재정을 긴축 모드로 전환했고 세금제도도 고쳤다. 무엇보다 취임 첫 해부터 공무원 연금제도에 칼을 댄 것이 주효했다. 당시 공무원들은 일반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배가 넘는 연금을 받았다. 그는 공무원연금을 타기 시작하는 나이를 높였고 액수도 일반 직장인 연금에 맞게 대폭 줄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얻는 데 주력했다.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했다. 연금기득권자들도 손가락보다 반지를 잃는 게 낫다면서 공감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 때문에 연금 개혁은 성공했고 나라의 곳간이 건강해졌다. 또 하나는 서방의 우려와는 달리 시장친화주의 정책을 펼쳤다. 경제 규제를 대폭 풀면서 외국자본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이로 인해 1980년대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왔다. 주식과 채권시장에 외국인 자본이 몰려들면서 인기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지난 5년간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191%에 이른다. 수출도 3배나 늘었고 무역수지 흑자도 2배로 늘었다. 특히 무역흑자가 쌓이면서 브라질이 역사상 처음으로 순채권국이 됐다.80년대 외환위기에 빠져 두 차례 외채상환유예를 선언하는 등 빚을 달고 살다가 돈을 빌려주는 나라가 된 셈이다. 김원호 외대교수는 “재정 적자와 외채를 줄이기 위한 재정책임법을 완수한 룰라의 실용주의 좌파노선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에는 물론 국제 원자재값의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 원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브라질은 2006년부터 석유를 자급자족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상파울루주 대서양 연안의 산토스만에서 매장량이 50억∼80억배럴로 추정되는 심해유전을 발견했다. 이 유전의 발견으로 브라질 석유 매장량은 200억배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룰라는 브라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연내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문남권 외대 중남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브라질의 경제 호황은 룰라의 지속적인 개혁정책, 국제 농산물과 지하자원 가격의 급등, 주변국과의 안정적인 교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룰라는 또한 경제적인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사대국화의 길도 걷고 있다. 핵 잠수함을 2016년까지 만들 계획이다. 지금 브라질에서 룰라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고 있다. 지지율이 70%를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선인 룰라대통령이 3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러시아를 미국에 맞서는 강대국으로 재 부상시킨 블라디미르 푸틴처럼 자국에서 가장 인기 좋은 지도자로 대접받고 있다. 룰라의 거침없는 행보는 계속될 것 같다.“그는 중남미 맏형으로 남미 입장을 대변하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릴 것”이라는 박원복 외대 교수의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한국 지도자들도 룰라 대통령의 이런 실험 정신을 배울 필요가 있다. 최종찬 국제부 차장 siinjc@seoul.co.kr
  • “한국경제 활력 찾으려면 교육質 높여야”

    “한국경제 활력 찾으려면 교육質 높여야”

    프랑스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64) 전 파리대 교수가 “한국 경제가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학 등 고등교육 수준을 높이고 세계적인 상품 브랜드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1차 회의에서 주제발표를 하기 위해 내한한 기 소르망은 13일 서울 프랑스문화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둔화 원인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기 소르망은 “한국의 경제성장 둔화 이유로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 등 외부 요인을 꼽고 있지만 이는 유효하지 못한 분석”이라면서 “성장둔화는 절대적으로 내부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간 한국은 노동 투입량이 줄어드는 대신 여가 시간이 늘어났다.”면서 “노동량을 줄이면서 경제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기 소르망은 한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상품 브랜드 창출 ▲한국의 국가 인지도 제고 등을 제시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경제적 역동성을 창출한다.”면서 “여론을 의식하면 쉽지 않은 정책이지만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지도자가 이 원칙을 잘 수용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화 신봉자´로서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피력해온 기 소르망은 이 같은 견해를 14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나를 초청한 것은 한국의 경제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함”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한국의 미래를 성찰하는 위원회를 만드는 데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 소르망은 14일 미래기획위원회 1차 회의에서 대통령 국제자문단 자문위원으로 위촉될 예정이다. 그는 이번 방한에 맞춰 자신의 책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문학세계사)도 펴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오바마 자문역 발레리 재럿

    [피플 인 포커스] 오바마 자문역 발레리 재럿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가 있다.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자문역인 발레리 재럿(51)이다. 오바마가 직접 “그녀와 먼저 얘기하지 않고는 어떤 중요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재럿에 대한 오바마의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다. 재럿은 오바마와 아내 미셸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누이와 같은 존재”이며, 오바마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솔직하게 직언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재럿은 오바마와 함께 유세에 나서지 않을 때면 하루 두세 차례 오바마와 통화를 하며 상황을 점검한다. 그는 오바마가 대선 주자로 출마할 것인지에서부터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 이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컴백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 고비마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조언한 측근 중 최측근이다. 재럿은 시카고의 성공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시카고대 생물학과에서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정교수로 임명됐고, 어머니는 아동심리학자이다. 시카고 증권거래소 이사회 의장과 2016년 시카고 하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시카고의 주택 문제에 20여년간 관여해 오고 있다. 그는 평생동안 인종간·사회계층간 가교역할을 해왔다. 재럿과 오바마의 인연은 재럿이 1991년 시카고의 계획·개발 부서를 이끌 때 하버드 법대 출신의 미셸 로빈슨(오바마의 부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kmkim@seoul.co.kr
  • [李대통령·박근혜 오늘 회동] 野, 李·朴회동 파장에 촉각

    10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을 바라보는 야권의 심기가 편치 않아 보인다. 통합민주당의 한 관계자가 9일 “당내 협상용이라면 약발이 떨어지겠지만, 정국해법용이라면 야권의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어떤 결과든 정국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권 초반, 여권의 분열과 이명박 정부의 각종 혼선은 야권에는 상대적인 호재였다. 줄줄이 터진 대형 이슈 앞에서 야권의 공조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실질적 영수회담’이 야권에 미칠 영향력은 적지 않아 보인다. 야권이 국정운영의 동등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미지수다. 여권 내부에서 이번 회동을 ‘당내 화합과 정국 안정용’이라고 설명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회동을 계기로 여권의 단결이 가시화된다면 최근 인사 파동,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등을 계기로 파상 공세를 폈던 대여 공세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야권의 한 관계자는 “현안에 묻혔던 야당의 핸디캡이 속속 노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시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박 전 대표에 견줄 만한 중량급 인사의 부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당외 친박 인사의 복당을 수용할 경우엔 상황이 간단치 않다. 한나라당은 180석을 확보, 안정적 정국운영에 필요한 절대적 의석을 갖게 된다. 범야권의 정국 대응력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이 경우 범야권은 강경 노선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靑 “쇠고기 협상 실패 아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정치권에서 15일로 예정된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장관 고시의 연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그럴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재협상을 해야 한다면 모르지만 양국간의 신뢰문제도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가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선물을 주기 위해 급하게 합의가 이뤄졌다는 의구심이 드는데. -협상은 미국이 요청하는 것이지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사실 5월까지 끝내겠다고 했다가 올 4월에 미국이 우리나라의 대선, 총선 등 정치상황을 고려해 다시 협상을 요청한 것이다.2003년 12월까지 개방했다가 검역조건을 다시 검증한 것이어서 당초 2∼3일이면 끝날 줄 알았지만 오히려 협상을 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순방은 오래전에 결정된 것이라 무관하다. ▶이 대통령은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지하겠다고 했는데 협상 내용을 보면 그럴 수 없게 되어 있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이 역학조사를 한 결과를 우리측에 통보해 협의절차를 거치며,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관련 지위를 변경하면 수입이 중단된다는 뜻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사안이 통상마찰의 요인이 되더라도 GATT 20조를 원용해서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광우병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국가란 0.01%의 국민생명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0.01%의 확률이지만 국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고 그걸 간과하지 않고 충분히 숙고했다고 본다. 나름대로 규정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으나 그걸 다 막지 못했기 때문에 어제 (광우병 발생시)수입중단 얘기까지 나온 것이다. ▶5월15일 예정된 장관 고시를 연기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고시연기를 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재협상을 한다든지 하면 연기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국제적 신뢰도 있기 때문에 현재는 계획대로 가는 것이 옳다. ▶협상에 실패했다는 의견에 동의하나.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미국이 광우병 위험통제국가로 지정된 이후 체결된 협정 어떤 것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타결했기 때문에 실패한 협상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미니지방흡입…효과적이고 적절한 지방흡입

    미니지방흡입…효과적이고 적절한 지방흡입

    겨울동안 움츠렸던 몸을 회복하고,여름을 맞아 당당한 노출을 하기 위해서 오늘도 퇴근 후 헬스클럽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한나영(26·가명 )씨. 하지만 어느 정도 체중이 빠지고 난후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 신체사이즈 때문에 고민이 많다. 특히 청바지를 입을 때 허벅지 바깥쪽과 안쪽에 툭툭 튀어나오는 살들은 무슨 수를 써도 줄지 않아 나영씨를 괴롭히고 있다. 트레이너는 운동량이 적어서 사이즈 변화가 없는 거라고 타박하고,친구들은 왜 헬스클럽을 다녀도 그대로냐고 핀잔을 준다.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샤워를 한 이후에 체중계로 올라서는 것이 사형대에 오르는 것만큼 두렵다는 사실이다.지금 상황에서 나영씨가 가장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위 살을 뺀다고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위에서 언급한 운동이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일 것이고 이에 병행하는 식이요법,즉 음식 조절이 대부분의 다이어트 방법이 될 것이다. 운동으로 하는 다이어트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몸의 수분이 빠진 이후 지방 요소가 분해되어 운동에 필요한 힘을 만들어내게 되는데,지방 요소의 분해 과정에서도 세포가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직접적으로 지방 세포를 분해하여 빼내는 지방흡입이 각광을 받고 있다.그중에서도 전체 지방흡입이 아닌 일부분의 지방을 제거하여 체형 교정을 하는 부담 없는 방식의 미니 지방흡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분당에 위치한 미니 지방흡입 시술 전문 클리닉인 라인미 의원에서는 레이저를 통한 미니 지방흡입을 시술한다.지방을 녹여주는 레이저를 쏘아 지방층을 부드럽게 한 후 굵기 3㎜ 이하의 가는 캐뉼라를 삽입하여 그 지방을 빼내는 방법이 그것이다. 일단 시술부위가 작으므로 몸에 큰 무리가 안가고 붓기나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다.또,균등하게 지방을 빼내기 때문에 피부가 울퉁불퉁하게 되는 등의 단점이 적다. 캐뉼라가 가늘고,또한 시술부위가 작으므로 흉이 거의 남지 않는 것 또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한 다이어트가 좋다는 것은 절대적인 사실이다.하지만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시간 혹은 업무에 쫓겨 제대로 된 운동 및 식습관을 가질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전문의와 상담을 통한 적절한 미니 지방흡입으로 필요 없는 지방을 제거하고,이에 관리와 운동을 추가해 완벽한 몸매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몸에 대한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 [시론] 경기부양의 함정/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경기부양의 함정/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경기부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집권여당의 목소리가 다르고, 같은 당국자의 목소리도 때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법을 바꿔서라도 추경을 편성할 것인지, 환율이나 금리 같은 가격변수에 정부가 영향을 줄 것인지 등의 이슈는 단순한 견해차를 뛰어 넘는 철학의 문제이다. 새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이 불확실해 보이는 이유다. 지금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 원자재가격 급등과 같은 대외적 불확실성도 다루기 벅찬 상황인데, 이에 더해 대내적으로까지 불확실성을 만드는 것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야말로 기업투자의 가장 큰 장애요소가 아닌가. 정부는 경기부양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인위적 경기부양은 강조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경기부양은 인위적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본래 경기조절은 경제가 ‘자연’ 실업률이나 ‘잠재’ 성장률로부터 멀어졌을 때 그 자연적인 수준으로 되돌아 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짧은 기간에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려 하거나 자연실업률보다 낮은 실업률을 추구하는 것은 경제를 자연적인 수준에서 멀어지게 하는 ‘인위적’ 경기부양이 되는 것이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따라서 경기부양에 앞서 우리 경제의 ‘자연적’ 수준 또는 실력을 냉철히 파악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여러 연구기관들에서 대체로 4%대로 보고 있다. 각종 통계발표를 종합하면 현재 우리 경제는 4%대 성장률로 가는 추세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우리 경제의 현재 능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경기가 피크로부터 내려 오고 있다는 신호들은 감지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생산능력은 충분한데 수요부족이 심각해서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도식적 상황도 아닌 것이다. 우리 경제의 현안 문제는 총수요의 절대적 부족이라기보다는 수요구성의 극심한 불균형, 즉 수출은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데도 내수는 부진한 점, 그리고 낮은 잠재성장률로 대표되는 공급능력과 생산성의 부족이다. 그렇다고 경기부양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원화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미국 달러화에 대해 7% 이상,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20% 이상, 싱가포르와 홍콩 달러에 대해서도 각각 20%,8% 절하되어 있다. 금리도, 물가를 감안한 실질 예금금리는 이미 0%에 가까워졌고, 각종 통화지표들도 1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대출도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과 같은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물가상승만을 부추기기 쉽다. 감세도 어떻게 해야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지 잘 따져볼 일이고, 금리정책 방향은 한국은행에 맡기는 것이 옳다. 환율도 고정환율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의 흐름을 최대한 존중하되 ‘스무딩’ 정도만 하는 것이 좋다. 정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경기부양에 집착한다는 신호를 자꾸 보낸 후,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부 정책의 신뢰성은 크게 상처받게 된다. 신뢰를 잃은 정부의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매달린다는 세간의 인식을 하루빨리 불식시키고 어떻게 경제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것인지, 또 어떻게 잠재성장률을 올릴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보여 주는 데 역량을 집중하였으면 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6) 원불교 연지교당 원성제 부교무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6) 원불교 연지교당 원성제 부교무

    전북 정읍의 원불교 연지교당(정읍시 수성동 1020-4). 법회 출석 교인이 고작 70명 남짓한 작은 교당이지만 원불교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달려 있어 여느 원불교 교당과는 사뭇 다르게 활기차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영어를 가르치고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이끄는 네팔 포카라 출신의 원성제(29·본명 케삽 사르마 파우렐) 부교무.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엄격한 네팔의 최고 계급인 브라만 집안 출신으로 원불교에 귀의해 성직자의 길을 걷는 인물이다. 원불교가 뭔지도 모른 채 그냥 불교와 한국문화를 배우러 한국에 왔다가 출가, 고국 네팔 사회의 차별없는 삶과 발전을 늘상 가슴에 새기며 사는 독특한 신앙인이다. 대각개 교절은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가 구도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불교 최대의 축일. 이 대각개교절 사흘 뒤인 지난 1일 오후 연지교당에서 원성제 교무를 만났다. 연이은 기념행사 끝이어서일까 조금은 피곤한 기색. 하지만 환하게 기자를 맞는 원 교무의 눈빛은 녹록지 않았다. 원광대 원불교학과 4년과 대학원 2년을 마치고 원불교 귀의겸 출가식을 가진게 지난해 12월. 한달 뒤인 올해 1월 교무 발령을 받아 첫 부임지인 이곳에서 주임교무를 돕고 있다. 원불교 성직자 생활이 채 5개월도 안된 신참인 셈이다. 한국에 사는 원불교 유일의 남성 외국인 교무 원성제. 그에게 한국은 무엇일까. 원불교 교단에서조차 눈여겨볼 만큼 독특한 외국인 교무이니, 응당 원불교에 닿은 인연과 출가 서원이 예사롭지 않았을 터. 지레짐작으로 섣부른 물음표를 찍었다. 한데 돌아온 것은 “속아서 원불교를 알게 됐다.”는 생뚱맞은 대답. 원불교가 무엇인지, 이름조차 알지 못한 채 한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 네팔 최고계급인 브라만 출신 장·차관급 고위관리들이 수두룩한 브라만 계급의 독실한 힌두교 집안에서 둘째아들로 태어난 원성제 교무, 아니 케삽. 그는 남부러울 것 없이 유복한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보냈다. 국비 장학생으로 해외유학을 한 뒤 고위관리로 최고급 대우를 받으며 사는 작은아버지가 대학진학 때까지 ‘인생의 모델´쯤으로 서있었던 것 같다. “공부 잘해서 유학 다녀와 고위관리로 살겠다는 생각을 가졌었고, 실제로 공부도 꽤 잘했습니다. 그런데 일종의 계획된 작전에 인생이 바뀌었어요. 돌이켜 보면 거스를수 없는 인연이지만…” ‘일종의 계획된 작전´이라. 알듯 모를듯한 말에 고개를 흔들자 웃으며 자초지종을 들려 준다. 원광대 교수인 김범수 화백이 작전의 장본인이자 인연의 씨. 불교미술에 관심많은 김 화백이 네팔을 자주 드나들던 중 케삽의 외삼촌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원불교 교도였던 김 화백에 감화된 외삼촌은 한국에 들어와 광주보건대를 졸업하고 귀국, 지금은 네팔에서 관광사업을 하고 있다. “9살 때 외삼촌 집에서 김 화백을 처음 만났는데 아주 편안하고 재미있는 분이었어요.1년에 두 번씩 외삼촌 집에서 만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원불교와 관련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요.” 카트만두 트리부번 대학에서 수학·물리를 전공하던 2학년때 결국 김 화백과 외삼촌의 “한국에서 불교와 한국문화를 공부해 보라.”는 권유에 넘어가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힌두교 신자였지만 부처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불교가 강한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진로를 바꿨는데, 원불교 성직자가 되어 있네요.” 한국에 들어와 원광대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도 원불교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5개월쯤 지나 당시 원불교 광주전남 교구장인 박성석 교무와 이야기하면서 비로소 ‘원불교 공부를 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것이다. “법당에서 원불교 상징인 일원상을 처음 보고 많이 놀랐어요. 불교는 뭐고 원불교는 무엇인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네팔 외삼촌에게 전화를 해 심하게 항의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원불교가 좋아졌다. 그중에서도 마음이 끌린 것은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세상 곳곳에 부처님이 계시니, 하는 일마다 불공을 드리는 정신으로 정성들여 살자는 ‘사실불공´의 정신이 가슴에 콕 박혔다. “힌두교에는 33억의 신이 있다고 해요. 이 33억의 신 대신 부처님을 놓으면 바로 처처불상이지요. 힌두교 신자이면서 거부감 없이 원불교에 빠져들 수 있었던 핵심인 셈이지요.” 말을 이어가는 원 교무의 입을 쫓다 보니 개혁 성향이 짙다. 실제로 그는 힌두교 신자이면서도 지나치게 소를 숭배해 받드는 네팔의 힌두교 신앙행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네팔에 있을 때부터 ‘무조건 높여서 숭배하는 게 아니라 대상에 맞춰 공을 들이는 평등한 신앙´을 생각했다고 한다. 원불교의 인과(因果)며 평등 같은 교리에 빠져들다 보니 카스트의 신분 구분과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네팔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브라만 집안의 ‘귀한 아들´이 사람들의 차별과 종교의 평등을 놓고 고민이 컸다니 신앙의 근기가 예사롭지 않다. “전체 인구의 80%를 힌두교인이 차지하는 네팔은 여전히 카스트의 나라입니다. 법적으로 계층과 계급을 규제하진 않지만 결혼은 물론 교육, 취업 같은 일상생활에서 카스트의 계급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요.” ● 원광대 입학… 정전·대종경을 네팔어로 번역 원불교 공부를 제대로 하자는 생각끝에 원광대 원불교학과와 대학원을 차례로 마쳤고 원불교 성직자가 됐다. 대학시절 주말과 방학때면 전국을 돌며 이주노동자들의 취업과 원만한 한국정착 돕기에 매달렸다. 연지 교당에 ‘외국인센터´를 마련한 것도 그 연장이다. 어느 순간 고국 네팔을 향한 원불교 신앙인이 되었고 지금도 그 목표는 한결 같다. 원광대 원불교학과 졸업논문 제목이 ‘힌두교와 원불교의 비교고찰´이고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제목이 ‘원불교 정전의 네팔어 번역´이다. 말할 것 없이 모두 원불교 선교, 특히 네팔 선교를 염두에 둔 고심의 흔적들. 원불교 전서 가운데 교전, 즉 기본교리인 정전과 대종경을 네팔어로 번역해 놓기도 했다. 한국에 머문 지 8년새에 제법 많은 것을 일궜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친 형님과 사촌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불쑥 꺼낸다. 대학을 졸업하고 네팔에서 3년째 대우좋은 경찰생활을 하던 형과, 대학 3학년이던 사촌동생을 자신이 걸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원불교에 귀의케 한 것이다. 형은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마친 뒤 대학원 재학 중이고 사촌동생은 원광대 원불교학과 3학년. 자신 때문에 원불교에 귀의, 한국에 사는 둘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도 똑바로 살아야 한단다. “처음 원불교를 알게 됐을 때 몹시 당혹스러웠지만 이젠 네팔을 떠난 때부터 출가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원 교무. 그는 한국말 가운데 ‘지금´, ‘여기´라는 두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면 최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말. 바로 ‘처처불상 무시선(處處佛像 無時禪)´이다. “내가 먼저 사람답게 살아야 고국 네팔의 평화와 발전도 있지요.” 끊임없는 마음공부야말로 나와 남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대종사 법문으로 기자를 배웅한다.“다른 사람을 바루고자 하거든 먼저 나를 바루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배우고, 다른 사람의 은혜를 받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은혜를 베풀라.” kimus@seoul.co.kr
  • [소설가 박경리 타계] 작품 세계

    박경리는 인간으로서는 차마 감내하기 어려운 곤고한 삶을 살아왔지만, 문학적으로는 누구도 쉽게 다다를 수 없는 거대한 산맥을 이뤘다. 굳이 여러 작품을 들지 않더라도 대하소설 ‘토지’, 이 한 작품만으로도 그는 한국 소설사에서 누구도 건널 수 없는 대하(大河)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불행한 출생에 남편과 아들을 잃은 슬픔, 그리고 폐암 선고…. 그가 사석에서 “나는 슬프고 고통스러워 문학에 몰입했고, 훌륭한 작가가 되기보다 차라리 인간으로서 행복하고 싶다.”고 고백한 것만 봐도 그 아픔이 얼마나 폐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박경리 문학작품에서 짙게 배어나는 인간 존엄에 대한 치열한 작가 의식, 도저한 생명사상에 대한 탐구도 그의 고단한 삶에서 기인한다.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1955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한 박경리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불신시대’,1958년 ‘벽지’‘암흑시대’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한국 문단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초기 작품들은 주로 단편소설이고, 체험적 삶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남편과 아들을 잃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딸이 화자(話者)로 자주 등장한다. 그는 이처럼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당대(當代)를 읽어낸다. 대표적인 작품이 ‘불신시대’와 ‘암흑시대’다.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극도로 반발했던 박경리는 자연스레 여성이 처한 불행한 현실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부모의 삶에 깃든 억압-피억압의 관계는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그의 고민은 초기 단편 ‘전도’와 장편 ‘김약국의 딸들’‘파시’ 등을 통해 문학적으로 형상화됐다. 작가는 1959년 생활고에 시달리는 고독한 여인의 심적 방황을 그린 ‘표류도’를 발표하면서 장편 소설로 선회했다. 이후 ‘내마음은 호수’‘푸른 은하’ 등을 발표하는 한편 1962년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내놓았다. 이전의 전쟁 미망인을 즐겨 등장시키던 체험적 작풍(作風)에서 벗어나 한층 객관적인 시선을 확보했다는 ‘김약국의 딸들’은 공간 배경도 전쟁터가 아닌 통영으로 바뀌었고 제재와 기법면에서 다양한 변모를 드러낸다. 박경리 문학의 명제는 자유에 대한 집착,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 인간소외에 대한 저항, 인간의 존엄과 사랑에 대한 절대적 믿음 등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제도와 관습에 대한 치열한 저항의 정신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김약국의 딸들’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 후반 들어 박경리 문학은 일대 전기를 맞는다. 장편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 그 자신 “빙벽에 걸린 자일, 주술에 걸린 죄인이 된 기분으로 25년간 글감옥 속에서 ‘토지’를 완간했다.”고 할 만큼 ‘토지’의 집필은 피를 말리는 지난(至難)한 작업이었다. 한국 문학사에 획을 그은 작품인 만큼 ‘토지’에 대한 논의 또한 풍성하다. 역사소설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 속에 ‘토지’는 가족사 소설·민족사 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규정되는 등 한국문학 담론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켰다.‘토지’는 이처럼 거대한 서사 구도 아래 다종다양한 계층의 이야기가 중층적으로 형상화돼 있다. ‘토지’는 인간의 존엄과 소외문제와 함께 생명사상의 흐름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토지’의 주인공 서희는 바로 이 존엄성을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작가에게 있어 인간 존엄성의 상실은 한(恨)의 정한과 통한다. 그 한을 풀어가는 과정은 곧 박경리 문학 등장인물들의 삶의 여정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토지’로 대표되는 박경리의 작품 세계는 민족적 삶의 총체상을 보여준다.”며 “박경리 문학의 밑바닥에는 인간적 품위와 낭만적 사랑의 정신,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한 줄기로 흐른다.”고 말한다. 하층민부터 상층민까지 한 사회의 모든 삶을 아우르는 ‘총체소설’의 양상이말로 박경리 문학의 업적이요 특징이라는 것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옛주인이 그리워 자살한 견공 ‘짱아오’

    중국에서 값비싼 견공으로 대접받는 티베탄 마스티프(Tibetan Mastiff) 한 마리가 ‘자살’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짱아오(藏獒)라고도 불리는 이 개는 부의 상징으로 자주 소개되는 값비싼 개로,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매우 영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일 오후 2시경 산시(陝西)성의 한 10층 건물에서 검은색 짱아오가 돌연 뛰어내려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를 목격한 류(劉)씨는 “짱아오 한 마리가 혼자 베란다를 어슬렁거리다가 갑자기 창밖으로 뛰어내렸다.”면서 “(짱아오의)주인집 창문은 모두 열려 있었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짱아오 주인의 진술에 따르면 이 개는 지난 3일 새벽 전 주인의 집을 떠나 새 집으로 왔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도록 아무것도 먹지 않는 등 우울한 모습을 보였으며, 결국 새 주인이 없는 틈을 타 ‘자살’함으로써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 짱아오 전문가는 “짱아오가 종종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옛 주인을 잊지 못하거나 헤어지는 것에 상처를 입고 충동적인 자살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짱아오는 넓은 곳에 풀어놓고 키우는데, 갑자기 환경이 변하거니 좁은 공간에 갇히면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살할 줄 아는 개’로 알려진 짱아오는 예로부터 전염병에 걸리면 스스로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멀리 떨어져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거나 끼니를 거른 채 굶어죽는 사례가 종종 발견됐다. 또 낯선 사람과 침입자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며 자신을 돌봐주고 키워주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복종심이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전문가는 “아마도 이 짱아오는 전 주인을 그리워하다 자살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짱아오는 다른 종의 개들에 비해 주인과의 유대감을 매우 중시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커지는 광우병 논란] 도축장 승인권 美로,왜?

    [커지는 광우병 논란] 도축장 승인권 美로,왜?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 국민은 물론 수많은 미국 여행객들도 먹고 있습니다. 한국인 유전형이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2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지만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다음은 광우병 의혹에 대한 정부의 해명과 반론이다.( )는 정부의 설명. ▲곰탕이나 설렁탕은 안전한가 (미국에서 누구나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고, 미국에서도 뼈로 우려낸 육수를 수프나 소스 등으로 활용하지만 아직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광우병의 잠복 기간은 10∼30년이고,2003년 12월 광우병이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2010년 이후에야 광우병의 위험이 검증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도축 안전한가 (미국 도축장에 연방정부 수의사가 상주하며 임상 검사를 실시하고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의 제거 여부를 감독할 것이다.) 하지만 박 국장은 “과거에는 우리가 도축장 승인권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 측으로 오히려 넘어갔다.”면서 “우리 현지 실사단이 안전하다고 판정한 도축장에서 지난해 뼛조각이나 등뼈 등 SRM이 나왔는데 무엇이 안전하다고 강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물성사료를 먹지 않은 소는 괜찮은가 (미국에서 동물성사료 금지 조치가 시행된 1997년 이후 태어난 소에서는 광우병이 아직 확인된 사례가 없다.) 그러나 동물성사료 금지 조치는 여전히 미국 안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다. 이번 협상에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조건이 미 연방정부가 동물성사료 금지를 법제화한다는 공고를 내보내는 것이었다. 이마저도 미 축산업계는 막대한 자금 소요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지 않은가 (한국인의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형 ‘MM형’을 갖고 있다는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인에게서 광우병 위험이 더 높다는 결론을 연구자가 내리지 않았고,MM형 유전자가 광우병 감염설의 절대적 요인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은 ‘과학적으로 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곧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 역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뜻이다. ▲혈액, 살코기 등에서도 광우병 전달물질인 프리온이 발견될 수 있는가 (아직까지 프리온이 발견되지 않았다.) ‘프리온이 없다’는 확답은 아니다. 수입을 강행하는 정부조차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100% 신뢰할 만한 근거를 갖지 못한다는 말이다. ▲젤리, 화장품 등 소 성분이 미량 들어있는 식품 섭취는 안전한가 (젤라틴이나 콜라겐은 소가죽으로부터 만든다. 국제수역사무국은 소가죽은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이는 지금까지 소가죽에서 광우병 병원체인 ‘프리온’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2005년 이전까지는 화장품이나 젤라틴도 유발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현재는 안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동물사료 중 뇌와 척수만 금지했다. 정부는 이로써 90%의 위험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10%의 위험은 남아있지 않은가 (미국은 1억마리중 2마리꼴로 광우병이 발생했다. 이는 1989년 이전에 영국·유럽으로부터 수입된 육골분 사료 때문에 발생했을 수 있다.1997년 반추동물로 만든 사료를 반추동물에게 금지한 사료조치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는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상황으로는 광우병 발병 위험이 정상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본다.) ▲20년 전에 비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사망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일부는 인간광우병이라는 설도 있는데 (인간광우병과 알츠하이머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알츠하이머는 평균 발병연령이 60세 이상이라면 인간광우병은 평균 발병연령이 29세이다. 증상도 알츠하이머가 신경과적 증상이 많다면 인간광우병은 정신과적 증상이 많다. 두 가지가 혼동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쇼킹 패밀리’

    [강유정의 영화 in] ‘쇼킹 패밀리’

    경순 감독의 ‘쇼킹 패밀리’는 가족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가정의 달에, 가족 영화라, 별다른 소회가 없을 듯싶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라는 익숙한 단어 앞에 붙은 불온한 수식어를 주목해야 한다. 쇼킹이라니, 수상하다. 제목이 주는 예감은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사실로 확인된다. 알고 보니 쇼킹한 것은 가족이 아니라 그 가족을 정답이라도 되는 양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우리들이다. ‘쇼킹 패밀리’는 우리가 비정상 가족, 이단 가정이라고 부르는 가정에 대한 다른 시선을 요구한다. 경순 감독이 요구하는 바는 간단하다.‘제발 개인주의를 좀 인정하자.’라는 것 말이다. 경순이 말하는 개인주의란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이다. 한국에만 해도 오천만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성격, 이름, 직장, 외모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중 누군가는 결혼을 늦게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으며, 결혼을 했다 해도 아이를 12명 낳을 수도 있고 아예 한 명도 낳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이상하다.’라고 표현한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해볼까? ‘비정상이다.’라고 못박는다. 경순 감독은 정상의 범주에 포함되기 위해 수많은 개인의 다양성을 사상하는 것 자체가 쇼킹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쇼킹함을 반추하기 위해 다양한 개인들의 삶을 제시한다. 영화에 출연하는 네 인물들, 감독의 딸 수림, 친구 경은, 스태프 세영은 특별한 인물들이 아니다. 이혼녀라고 부를 때 이상하게 보였던 인물들이 말하고 이야기를 들려주자 우리 곁의 친구 중 한 사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가 가정 혹은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쏟아부었던 노력들은 말도 안 되는 집착으로 재조명된다. 그렇다고 경순이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들이 비정상이며 그들이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렇게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각기 자신의 삶에 진정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때로 ‘쇼킹 패밀리’의 어법은 거칠고 도발적이다. 부러 그렇다. 경순 감독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을 말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을 대적할 선언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편이 벌어온 월급 봉투를 손에 쥐는 것이 곧 여권 신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이 곧 대한민국의 평범한 상식이다. 게다가 그 상식은 고루하고 편협할 뿐만 아니라 상식적이기까지 하다. 어떤 점에서 ‘쇼킹 패밀리’는 김태용 감독이 ‘가족의 탄생’에서 했던 이야기를 좀 더 사실적으로 들려준다고도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라는 양식을 통해 관객들은 현실의 육성을 체감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김태용 감독의 제안에 동의했던 많은 사람들조차도 그 제안이 이미 우리 현실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는 불편함을 드러낸다는 것이다.‘가족’이란 미풍양속으로 환기되기에, 그 가족을 바꾸자는 것 자체가 이단으로 호도된다. 하지만 가족이란 서로를 얽어 매는 구속은 아니지 않을까? ‘가족’에 대한 아름다운 동화가 넘쳐나는 오월,‘쇼킹 패밀리’는 그야말로 주목할 만한 쇼킹 보고서이다. 영화평론가
  • 신간 ‘아메리카나이제이션’

    신간 ‘아메리카나이제이션’

    한국사회에서 미국은 단순히 특정 국가 하나를 의미하지 않는다. 해방 이후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핵심 변수이자 삶의 화두가 됐다. 이제 미국을 빼고는 한국의 평화도, 경제도, 문화도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토플대란과 영어몰입교육은 교육·문화의 미국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쇠고기 수입조치 논란은 ‘경제의 미국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다양한 제도와 가치가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 재편성과 (정보)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토대로 세계 각 지역에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그 결과 수용 지역에서 자발적이거나 강요에 의해 그런 것을 베끼고 따라잡는 현상과 과정.” 최근 출간된 ‘아메리카나이제이션―해방 이후 한국에서의 미국화’(김덕호·원용진 엮음, 푸른역사 펴냄)가 정의하는 ‘미국화’(Americanization)의 개념이다. 책은 미국이 한국사회에서 절대적 지위를 점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분석한다. 책을 집필한 한국아메리카학회 연구자들은 우리가 친미와 반미의 이항대립 구도에 갇혀 미국의 실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모두 8편의 논문은 ‘우리 안의 미국화’ 양상을 정치, 언론, 종교, 학문, 대중문화 등 다방면에서 분석한다. 유선영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대한제국 그리고 일제 식민지배 시기 미국화’)은 식민지 조선인들이 식민 지배국이 일본이었음에도 미국을 구원자이자 근대성의 시혜자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한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 대중문화, 미국과 함께 혹은 따로’)는 대중문화 전반에 드러나는 미국화 흔적을 일방적인 주입이 아닌 수용, 포섭, 저항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진구 호남신학대 초빙교수(‘해방 이후 남한 개신교의 미국화’)는 한국의 미국화에 개신교가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살핀다. 최성희 경희대 영미어학부 교수는 한국전쟁 직후 미국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연극을 관람한 남녀의 입장차에 주목한다.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하는 여성들은 여주인공의 ‘자유부인’적 캐릭터에 열광한 반면, 남성들은 여성관객들의 반응을 미국의 소비주의 및 물질주의와 동일시하며 비판했다. 성별에 따라 미국을 수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친일명단’ 선정 어떻게

    29일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4776명을 발표한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객관성과 엄밀성을 사전 편찬의 절대적 가치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는 사안인 만큼 엄격한 증거주의 아래 확증이 없는 사안은 판단을 유보했다.”는 설명이다. 선정원칙으로는 지식인과 문화예술인의 경우 사회적·도덕적 책무와 영향력을 고려해 특히 엄중한 책임을 물었고, 군·경찰과 헌병 밀정 등 식민통치기구 복무자들에게는 좀더 가혹한 기준을 적용했다. 뚜렷한 친일행적이 없는 생계형 부일협력자는 제외했다. 명단에 포함된 주요 인물은 ‘애국가’ 작곡가로 일본천황 찬양곡을 작곡하고 나치 독일에서 ‘일독회’란 친 나치 단체에 가담했던 안익태,10여회에 걸쳐 국방헌금 7만여원을 헌납하고 일본군 위문공연에 나섰던 최승희, 일본 군수성 총동원국 군수관리관보 출신으로 박정희 사후 5공화국 출범 전까지 국무총리를 지낸 신현확, 일본군 지원병 칭송시를 쓴 아동문학가 이원수 등이다. ‘만선일보’에 실은 친일논설이 최근 추가로 확인된 시인 유치환은 국내 및 만주 전문가들의 심의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이번 명단에서는 빠졌다. 편찬위는 “안익태의 경우 해외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고 나치에 협력했던 행위가 너무 명백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최승희에 대해서도 “제자와 기념사업회 관계자, 연고지인 강원도 홍천 주민들이 조사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했으나, 현재까지 확보한 자료에서는 부일협력 행위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부인할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편찬위는 설명했다. 편찬위는 향후 60일 동안 명단에 실린 친일인사 유족 및 관계자로부터 이의신청을 받고 학계 의견도 수렴할 방침이다. 확정된 명단은 총 7권(총론 1권, 인명편 3권, 부록 3권)으로 구성된 친일인명사전 가운데 올 8월 말 1차로 발간되는 ‘인명편’에 수록된다. 지난 3월 말 민족문제연구소를 찾아 최승희의 사전 수록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던 안병주 경희대 무용과 교수는 “6월 말까지 소명자료를 준비해 제출하면 연구소가 검토키로 합의했었는데 이렇게 발표해버려 당혹스럽다.”면서 “강압적 시대상황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문화예술인들을 다 친일로 몰아간다면 미래세대는 어디서 문화의 뿌리를 찾아야 할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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