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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통신] 이승엽 연이틀 대포…2년만에 두 자리 수 홈런

    [일본통신] 이승엽 연이틀 대포…2년만에 두 자리 수 홈런

    이승엽(35. 오릭스)이 연이틀 홈런을 쏘아 올리며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했다. 11일 호토 필드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1루수로 출전한 이승엽은 7회말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대망의 두자리수 홈런을 기록했다. 올해 이승엽의 두자리수 홈런은 지난 요미우리 시절인 2009년(16홈런)이후 2년만이다. 이로써 이승엽은 2경기 연속 홈런, 그리고 개인 커리어 사상 500홈런에 22개를 남겨두며 시즌 막판 물오른 타격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오릭스는 세이부에 5-10으로 패하며 9연승 이후 1무 포함 3연패를 기록, 퍼시픽리그 3위 자리를 라쿠텐에게 내주며 4위로 내려 앉았다. 올 시즌 이승엽이 기록한 10호 홈런은 비록 부진한 가운데서 쏘아 올린 홈런이긴 했지만 그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극심할 정도의 투고타저 시즌이 지속되고 있는 리그 특성상 두자리수 홈런을 기록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까지(11일 기준) 퍼시픽리그에서 두자리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모두 14명이다. 투고타저는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벌써 시즌 39호 홈런을 폭발하고 있는 나카무라 타케야(세이부)를 포함, 많은 타자들이 장타력을 뽐내고 있지만 예년과 비교해 장타가 급감했다. 올해 현재까지 퍼시픽리그에 소속된 팀의 홈런수를 모두 합치면 376개다. 이중 11%의 홈런을 터뜨리고 있는 나카무라(세이부, 39개)를 제외 하면 20홈런 타자는 단 한명(마츠다 노부히로 20개)뿐이다. 그 뒤를 차세대 일본프로야구 홈런왕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나카타 쇼(니혼햄, 14홈런), 최근 3년연속 3할-20홈런을 기록했던 세이부의 나카지마 히로유키(13홈런)가 뒤를 잇고 있다. 그야말로 홈런타자가 실종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각 팀내 두자리수 홈런타자도 찾기가 힘들다. 세이부 라이온스 3명(나카무라, 나카지마, 페르난데스), 니혼햄 3명(나카타, 호프파워, 이토이), 소프트뱅크 4명(마츠다, 마츠나카, 우치카와, 알렉스 라미레즈), 라쿠텐 1명(야마사키), 지바 롯데 0명, 오릭스 3명(T-오카다, 아롬 발디리스, 이승엽) 으로 총 14명이다. 반발력이 떨어지는 공인구, 그리고 태평양처럼 넓은 스트라이크 존 등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두자리수 홈런을 기록중인 타자는 홈런타자라고 불려도 이상할게 없는 모양새다. 과거 같으면 20홈런 타자 정도는 돼야 장타력이 있는 타자라고 인정했지만 이젠 이마저도 그 수치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승엽이 비록 .213의 타율로 기대치에 못미치고는 있지만 호세 오티즈(소프트뱅크)등과 같이 이미 장타력을 검증 받았던 외국인 선수들에게 비해 결코 뒤떨어지는 성적이 아니다. 혹자들은 올 시즌 부진한 이승엽을 가리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선수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오릭스에서 이승엽보다 홈런을 더 많이 기록한 타자는 T-오카다(13개), 아롬 발디리스(12개) 단 2명 뿐이다. 이제 28경기(11일 기준 오릭스는 116경기를 소화)밖에 남지 않은 정규시즌 일정을 감안할때, 이승엽이 팀내 최다홈런 타자로 올라설수 있을지가 더욱 기대된다. 최근 이승엽은 이전과는 다른 타구질을 선보이며 과거의 향수를 느낄만한 타격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이승엽이 기록한 홈런의 대부분은 센터 펜스를 기준으로 우월 홈런이었다. 하지만 9호,10호 홈런은 모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타구가 가운데로 넘어갔다는 것은 그만큼 섣부른 타격을 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전반적으로 앞쪽에 히팅포인트를 형성하게 될시 걸리면 우측으로 대형홈런이 터지지만 반대로 투수들의 변화구에 속을 확률이 크다는 뜻과도 같다. 하지만 최근 이승엽은 의식적으로 밀어치려는 성향이 강하다. 9호,10호 홈런 역시 이전과 같이 무리하게 잡아당겼다면 결코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승엽은 몰아치기에 상당한 장점이 있는 타자다. 28경기 밖에 남지 않은 올 시즌, 지금과 같은 타격 페이스라면 최소 15홈런,그리고 퍼시픽리그 홈런 10위권에 충분히 들어갈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수 있는 마지막 티켓(3위) 한장을 놓고 고만고만 팀들끼리의 불꽃튀는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지금 현재, 오릭스 입장에선 그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예년과 같은 홈런 추이였다면 이승엽은 부진했다는 소릴 들어도 할말이 없는 시즌이다. 하지만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가 공격야구의 실종, 그중에서도 홈런타자가 드문 가운데서도 두자리수 홈런을 쳐냈다는 것은 결코 간과해선 안 될 성적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일단 환영하지만 기대 못미쳐” “반값 운운하더니 장학금 확충”

    정부의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과 관련,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반값 등록금 실현’을 주장해 온 시민단체들은 “끝내 등록금 인하는 하지 않고 ‘부담 완화’라는 교묘한 표현으로 국민과 대학생들을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대학생과 학부모들은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김현우(25)씨는 “워낙 등록금 수준이 높은 상황이라 절대적인 액수를 낮추지 않고 장학금을 지원해 주는 것만으로는 체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년생 자녀 2명 모두를 대학에 보내는 현영실(55·여)씨 역시 “반값 등록금을 제시하던 정부와 여당이 이제 와서 내놓는다는 정책이 장학금 확충이냐.”라면서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학생들은 혜택을 볼 수 없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꼬았다. ●“저소득층 우선적 혜택은 다행” 반면 저소득층에 속하는 학생들은 만족스러워했다. 지방 국립대를 휴학 중인 최모(26·여)씨는 “반값 등록금을 생각하면 아직 한참 모자라지만 저소득층에 우선적으로 혜택이 돌아온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 운동을 펴온 이승훈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학교육실장은 “결과적으로 국민들과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에 전혀 못 미치는 것으로 끝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등록금 부담 완화정책은 절대적인 액수도 부족하고 장학금을 확충한다는 지원 방식도 잘못됐다.”면서 “등록금 인하가 아닌 장학금 확충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대교협 “정부 지원 소극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록금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이영선 한림대 총장은 “현재 우리나라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대폭 확대돼야 하는데 이번 대책 역시 소극적인 역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으로 고통받는 만큼 보편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손예림은 결국 탈락? ‘잔혹한’ 슈퍼스타K3, 오늘 공개

    손예림은 결국 탈락? ‘잔혹한’ 슈퍼스타K3, 오늘 공개

    지난 시즌보다 더 치열해진 경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Mnet ‘슈퍼스타K3’(슈스케3)의 마지막 예선, 슈퍼위크가 9일 밤 11시 전격 공개된다. 각 지역에서 예선 3차까지 총과한 150여 팀은 지난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2박 3일간 본선 생방송 무대에 오를 수 있는 TOP10 자리를 두고 ‘잔혹한’ 경쟁을 펼쳤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도전자들이 많았던 탓에 오디션 응시자들은 물론 이승철, 윤종신, 윤미래 3인의 심사위원들까지도 쉽지 않은 예선이었다는 후문. ‘슈퍼스타K3‘ 제작진은 “이제부터는 시청자 역시 또 한 명의 심사위원이 돼 도전자들의 실력 면면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시청자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은 심사위원들이 전문가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늘 공개되는 슈퍼위크는 가장 많은 탈락자가 발생한 예선 첫 날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대로, 슈퍼위크 첫 날부터 예상을 깬 쟁쟁한 실력자들이 대거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심사위원 이승철이 “내가 지역예선에서 극찬했던 도전자를 직접 탈락시키게 됐다.”는 안타까운 소감을 전했을 정도. 특히 삼촌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새로운 ‘국민 귀요미’ 손예림의 합격여부가 가장 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예고 영상에서 탈락한 듯 아쉬워하는 소감을 전하는 손예림의 모습이 전파를 탔기 때문.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재미요소까지 더해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슈퍼스타K3’ 슈퍼위크 편은 9일 금요일 밤 11시 Mnet에서 볼 수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기고] 사회적 자본의 버팀목은 신뢰와 배려/김경중 한국윤리전략연구원장

    [기고] 사회적 자본의 버팀목은 신뢰와 배려/김경중 한국윤리전략연구원장

    얼마 전 법무부의 위탁을 받아 교도소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소속 지방관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청렴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었다. 교육을 통해 알게 된 K교도관의 말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는 “수용시설에 있는 분 중에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보호와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냉대와 질시의 대상으로만 살다가 수용시설에 오는 경우가 많다.”는 어느 사형수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국가와 사회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일부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봉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교육 전에 가지고 있던 해당 공직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편협된 생각임을 느꼈다. 한 가지 사실에 대해 잘못 판단하거나 왜곡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에서 오는 편협된 사고가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남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독선과 불신 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유연성·신뢰 등이 필요하며, 이 중 신뢰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일체의 신뢰, 사회규범, 네트워크 사회구조 등을 의미하며 경제발전을 위한 중요한 원동력으로서 이익이 공유되는 특성이 있다. 사회적 신뢰는 개인이나 집단 그리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존립을 뒷받침하는 버팀목으로서 성장을 이끄는 엔진으로 작용하며, 신뢰를 토대로 하고 있는 사회적 자본이 현대사회의 기본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무형의 사회적 자원으로서의 신뢰는 21세기 선진사회의 필수 조건이며 사회·정치적 발전과 안정은 물론 경제 발전의 절대적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2위이며 그중 신뢰지수는 5.21로 24위라고 한다. 이러한 저신뢰의 심화는 사회 균열로 이어져 국가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경제 성장 못지않게 사회제도와 구성원들의 의식 및 태도의 선진화가 절실히 요구되는데, 개인별 소득수준이 아무리 높아져도 구성원들의 행태·사고 등이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다. 공자는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서’(恕)라고 하였다. 서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남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일을 처리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서의 정신은 사회에서 인간의 도리를 세우는 기본원칙이며 보편 윤리에 가장 가까운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자본의 핵심적 요소 중에 신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배려’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모순과 갈등도 이러한 서 정신 결핍에서 초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신이나 조직이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면 우선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더불어 사회적 자본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배려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국가차원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 [IFA 2011] 삼성 ‘스마트’ LG ‘3D’… 차세대 TV전쟁

    [IFA 2011] 삼성 ‘스마트’ LG ‘3D’… 차세대 TV전쟁

    ‘차세대 TV는 스마트 vs 3차원(3D) 입체영상’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된 ‘국제가전전시회’(IFA 2011)는 플랫폼을 강조하는 ‘스마트’와 하드웨어를 중시하는 ‘3D’가 TV시장의 큰 화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특히 세계 1, 2위 TV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 플렛폼·LG 하드웨어 시각차 6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초슬림 베젤(테두리)이 적용된 ‘D8000’시리즈를 비롯해 D7000·D6500시리즈 등 모든 종류의 스마트TV 제품군을 대거 선보였다. 앞으로 거실의 스마트TV가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들을 제어하는 ‘홈 허브’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집에 어떤 스마트TV를 갖고 있는지가 가전업계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독일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TV도 이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 경쟁으로 가야 한다.”면서 “3D 기능은 결국 스마트TV의 일부로 흡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풀 발광다이오드(LED)’ 방식의 3D TV 가운데 세계 최대 크기인 72인치 ‘시네마 3D 스마트 TV’를 내놓는 등 3D 기능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태지, 빅뱅, 카라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의 미공개 3D 영상을 제공하는 한류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며 ‘3D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제 TV의 스마트 기능은 어지간한 신제품에 모두 탑재되고 있는 만큼 3D 구현 방식이 TV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기능이라는 설명이다.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 부사장은 “이제 ‘스마트는 기본, 3D는 대세’”라면서 “지금 3D TV의 주도권을 쥔 업체가 앞으로 3~4년쯤 뒤로 예상되는 ‘무안경 3D TV 시대’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신들의 강점 좀 더 부각 의도 현재 삼성이나 LG 모두 40인치대 이상 프리미엄 발광다이오드(LED) TV에는 대부분 스마트 기능과 3D 기능을 함께 탑재한다. 이를 ‘스마트TV’로 부르든 ‘3D TV’로 부르든 ‘엎어치나 메치나’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삼성이 ‘스마트’를, LG가 ‘3D’를 굳이 강조하는 것은 이 같은 패러다임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계산에서다. 반면 LG는 삼성이 강조하는 스마트 기능에 약점이 있다. 스마트TV의 핵심인 애플리케이션의 수 자체는 삼성과 큰 차이가 없지만, 경쟁에서 이기려면 소비자를 사로잡을 ‘킬러 앱’을 보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삼성은 올 상반기에 1950만대 안팎의 평판TV를 팔아 같은 시기 LG전자의 판매량(1360만대)를 40% 가까이 앞섰다. 사용자 수가 많다 보니 스마트TV 생태계 구축에 삼성이 그만큼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할 ‘비밀무기’를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제품전시회’(CES 2012)에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열린세상] 무역 1조달러 시대의 과제/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무역 1조달러 시대의 과제/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올해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상품무역은 지난 7월까지 약 630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와 경기회복 둔화로 우리의 수출 여건이 불투명하나, 이변이 없는 한 올해 1조 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지금까지 8개국에 불과하다. 수출은 그동안 우리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면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국내총생산(GDP)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무역의존도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약 105%로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 수출부문인 제조업의 수출의존도 얘기는 다르다. 제조업 생산에서 제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9년에 우리나라가 34.1%로 일본(24.1%)보다는 높고, 미국(35.8%)과는 비슷하고, 독일(60.9%)보다는 낮았다. 이 비중이 과도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다만, 오늘날의 수출 성과는 우리 산업 발전을 가져온 원인이자 결과라는 점이다. 무역의 성과는 우리 산업 발전의 자화상인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때마다 되풀이되는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 심화는 높은 무역의존도보다는 자본시장의 높은 개방성과 불안정성에 더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산업의 선진화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수출과 무역의 역할이 막중하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선진국들의 재정적자 위기로 인한 여파가 우리 경제의 신용도 하락과 자금 경색 및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우리나라의 대외채무가 지난 2분기에 4000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국제수지 부문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율 등 거시경제정책의 적절한 운용과 무역환경 조성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무역 1조 달러 달성 이후 우리나라 무역의 비전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첫째, 제조업의 경우 수출재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교역조건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역조건의 개선은 무역을 개시하는 본질적 이유이자, 무역이득의 국가 간 분배에서 자국의 몫을 높인다. 반면 무역의 양적 성장 추구는 ‘기존 생산구조의 확대 재생산’을 의미하는 한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필자가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품목별로 각국의 수출단가를 비교한 결과, 독일과 일본의 수출단가 순위는 중상위권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우리의 수출단가는 중하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둘째, 기술경쟁력 강화 전략과 가격경쟁력 강화 전략이 조화롭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기술적 제품차별화가 활발한 산업에서는 생산구조 고도화를 통한 수출재의 고부가가치화가 중요하고, 기술이 표준화된 동질재를 생산하는 산업에서는 가격경쟁력의 유지를 통한 수출확대 전략이 중요하다. 셋째, 수출 및 무역의 성과를 국민 일반이 폭넓게 체감할 수 있도록 수출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대기업과 정부가 중소기업과 협력해 핵심 부품소재의 기술 개발과 수출산업화에 진력해 나가야 한다. 비교우위는 기회비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를 위한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내수기반을 확대하는 길이기도 하다. 넷째, 서비스업도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을 모색해 제조업 수출과 서비스 수출 간 균형성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제조업 관련 서비스업의 발전을 통해 제조업 수출과 서비스 수출 간 시너지효과의 창출이 필요하다. 총수출에서 서비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에 우리나라가 15.1%로 제조업 강국인 일본 및 독일의 경우와 큰 차이가 없다. 마지막으로 자원부국들과의 산업 및 무역협력을 강화해 핵심 자원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지속발전을 위한 기초 토양을 탄탄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 [길섶에서] 통금(通禁)과 밤/임태순 논설위원

    대학교 3학년 딸이 유럽 배낭여행을 ‘혼자’ 가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친구와 함께 갈 것을 권했다. 요즘은 혼자 가는 추세라며 뜻을 굽히지 않자 아버지는 그래도 오랫동안 여자 혼자서 다니는 것은 위험하지 않으냐며 만류했다. 그러자 딸은 “아버지 세대는 왜 그렇게 밤을 무서워해요. 그땐 밤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라고 반문해 아버지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야간통행금지(통금)가 있던 시절 밤은 절대적이었다. 술을 마셔도 마지막 버스시간이 되면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다. 통금에 걸리면 대학생은 그나마 새벽 4시에 훈방되는 특혜(?)가 주어졌지만 일반인들은 파출소에서 밤을 새운 뒤 즉결심판에 넘겨져 벌금을 물거나 구류를 살아야 했다. 이러니 여대생들은 해 지기 전에 귀가하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 통금 해제 이후 밤은 길어졌고 더 이상 무서워지지 않았다. 심야버스가 생기고, 휴대전화로 위치 파악까지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딸 가진 부모들의 마음은 여전히 밤이 불안하고 무섭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정부 ‘외교적 노력’ 헌법적 의무 확인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행정권력의 부작위(不作爲)라고 판단했다. 국가의 마땅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의 쟁점은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이 어디까지인가였다. 청구인 측은 외교적 보호권이 국가의 권리이기는 하지만 절대적 재량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외교통상부는 “외교적 보호권의 행사 여부와 방법에 대해서는 국가의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면서 “분쟁해결 수단의 선택은 국가가 국익을 고려해 외교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는 의견을 냈다.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가 협정만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양국 간 외교문제와 소모적인 법적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셈이다. 실제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성도 정부 측 입장을 뒷받침했다. 국가가 어디까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지, 외교적 보호권에 대한 국가의 재량권이 어디까지인지도 선을 긋듯 결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전쟁 이후 피해 사실과 규모를 일일이 조사해 규명하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국가 간에 일괄적으로 청구권 문제까지 타결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의 일반적인 협정 관행이라는 주장은 이러한 현실론을 근거로 한다. 정부는 일본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역사교육, 사죄 등을 요구했던 만큼 그 의무를 다했다고 봤다. 그러나 헌재는 정부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는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분쟁이 있을 경우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이에 실패했을 때 중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배상청구권은 단순한 재산권 문제가 아닌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침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국가가 이를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청구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재산권 등 기본권의 중대한 침해 가능성, 구제의 절박성 등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정부)은 이러한 작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재량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정부가 외교 관계의 불편이라는 ‘매우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사유’를 이유로 피해자 구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정부에 특정한 방식의 절차를 요구하거나 법적인 강제 의무를 부과한 결정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헌법적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헌재 결정과 관련, “해결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한·일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일본 측의 책임 있는 대응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경·안석기자 ccto@seoul.co.kr
  • ‘복지 포퓰리즘’ 정쟁 정면돌파 포석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인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한 것도 이번 8·30 개각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최근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 논란이 결국 주민투표로까지 연결된 데서 알 수 있듯 갈수록 거세게 몰아치는 복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정면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복지부 관료 출신이나 정치인이 주로 임명됐던 복지부 장관 자리에 경제관료인 임 후보자를 기용함으로써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최대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복지 문제를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이번 개각에서 이 대통령은 복지부 장관에 경제관료를 발탁하겠다는 뜻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으며, 두드러진 경쟁자 없이 임 후보자가 일찌감치 ‘낙점’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임 후보자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복지 정책을 경제 마인드로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뜨거운 현안인 의료법인 민영화나 상비약의 약국외 판매 등도 적극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이번 8·15 경축사에서 밝혔듯이 ‘맞춤형 복지’에 치중하면서 2013년 재정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쪽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임 후보자는 국무총리실장 시절 공·사석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복지 요구 수위가 올라가겠지만 정부는 일관성과 원칙을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임 후보자 발탁과 관련, “역발상으로 보면 된다. 복지와 경제는 정반대처럼 생각하는데 서로 반대편에 서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임 후보자는 총리실장을 하면서 복지 문제나 포괄적 경제를 섭렵한 만큼 전문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새로운 시각에서 복지 문제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제논리로만 복지정책을 풀다 보면 복지 혜택의 양과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어차피 고령화사회로 진입해 절대적인 복지예산이 갈수록 늘어나게 돼 있는 만큼 임 후보자의 내정으로 복지 정책이 크게 변화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 후보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말 외에 구체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언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면서 “다만 요즘 ‘복지경제’라는 말이 흔해졌듯 복지와 경제 문제는 따로 떼어 놓을 게 아니라 한 덩어리로 볼 수 있는 만큼 그런 시각에서 접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외신기자들을 상대하는 대변인 역할을 맡을 정도로 영어에 능통한 임 후보자는 행시 24회로, 옛 산업자원부에서 총무과장·공보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부내 다면평가에서 항상 최고점수를 받을 만큼 따르는 직원들이 많았다. 지난해 8월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추천으로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에 임명됐고, 1년 만에 다시 새로운 장관 자리로 이동하게 됐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달구벌에서] 이러려고 국제대회 유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경기장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 운영 미숙으로 허점을 드러낸 데다 숙박과 식당 문제까지 겹치면서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경기 운영의 허점은 지난 27일 개막 첫날, 첫 경기였던 여자 마라톤에서부터 나타났다. 출발 신호가 두 차례(?) 울리는 통에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웃지 못할 풍경을 연출한 것. 오전 9시 50여명의 여자 마라토너들이 출발을 기다리던 대구시내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앞 도로 위에서는 ‘뎅’ 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착각한 선수들이 뛰기 시작했지만 경기 운영 요원들은 출발 신호가 아니라며 선수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순간 ‘탕’ 하는 심판의 출발 총성이 울렸다. 스타트 라인으로 되돌아가던 선수들은 미처 자리를 잡지도 못한 채 다시 뒤돌아 뛰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라톤 코스 위에 관광버스가 버젓이 주차돼 선수들의 주로를 방해했다. 또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이 지쳐 쓰러지자 남자 안전요원들이 여자 선수들을 끌어안아 올리는 민망한 장면도 연출됐다. 정작 탈진한 선수들을 위한 간이 침대는 뜨거운 햇볕에 달궈져 쓰러진 선수들을 오히려 벌떡 일으켜 세울 정도였다. 대구스타디움 안 일처리도 매끄럽지 못했다. 조직위는 입장권을 오전·오후권으로 나눠 판매했다. 하지만 오전 관중들을 일일이 내보내지 못해 오후 스타디움은 북새통을 이뤘다. 구매한 입장권 좌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자원봉사자들은 봉사는 뒷전인 채 경기 관전에 여념이 없었다. 대회 개막 3일째인 29일 대구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줄지어 올랐다. 한 시민은 “일행이 있는 좌석을 찾기 위해 자원봉사자에게 위치를 물었지만 제대로 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경기 보기에만 바빴다.”면서 “공짜 경기를 보기 위해 자원봉사를 신청한 것은 아니냐.”고 꼬집었다. 개막식을 보기 위해 5만원을 들여 가족 표를 산 한 시민은 “B32블록의 17열 5자리를 샀는데 실제 가보니 16열까지밖에 없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잠잘 곳이 턱없이 부족해 외국 취재진들이 원정 숙박을 가는가 하면 경기장 먹을거리도 불만의 대상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은 선수와 임원, 취재진, 관광객 등 모두 3만 5000여명. 선수촌과 미디어촌에 들어간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3만여 명은 숙박 시설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호텔과 모텔 등 대구시내 대부분 숙박시설은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다. 이 탓에 모 통신사 국내 특파원은 경기장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경북 경주에 숙소를 마련했다. 스타디움의 먹을거리는 특히 문제다. 공사 지연으로 스타디움 지하몰이 문을 열지 못한 탓에 식당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3000여 명에 이르는 내·외신 취재진은 경기장 내 미디어 레스토랑에서 겨우 식사를 해결하고 있지만 한끼에 무려 1만 3000원이나 받았다. 게다가 반찬 가짓수가 너무 적고 질도 떨어져 취재진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지난 28일 밤 11시쯤에는 조직위가 스타디움 출입구를 모두 걸어 잠그고 철수해 스타디움 내 프레스센터 등에서 기사 송고를 하던 내·외신 취재진들이 감금당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대구 한찬규·윤샘이나기자 cghan@seoul.co.kr
  • 英연구팀 “낯선 술집서 마시면 더 취한다”

    英연구팀 “낯선 술집서 마시면 더 취한다”

    애주가라면 기억을 더듬어 술에 흥건히 취했던 날을 떠올려보자. 집이나 단골술집 등 익숙한 장소가 아닌 낯선 곳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영국 연구진에 따르면 익숙한 장소보다 낯선 곳에서 음주를 할 경우 자제력을 잃는 경우가 2배 더 높다. 영국 버밍엄대학 연구진은 최근 장소를 포함한 주변 환경이 알코올 분해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자원한 대학생 24명에게 각각 2곳의 장소에서 3번에 걸쳐 술을 마시게 한 뒤 취한 정도를 알아본 것. 한 곳은 학생들이 자주 들르는 익숙한 곳이었고, 한 곳은 매우 생소한 환경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학생들은 각각의 장소에서 술을 마신 뒤 컴퓨터로 문제를 풀며 음주정도를 측정했다. 사실 이 실험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첫 번째 장소에서 제공된 건 술이었지만 사실 두 번째 장소는 실제 술 냄새만 풍기는 무알코올 음료수였던 것. 이른바 ‘플라시보 효과’였지만 놀랍게도 첫 번째 장소에서 술을 마신 학생들의 평균 오답수가 6개였던 것에 반해 두 번째 장소에서 ‘술’이 아닌 ‘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12개의 오답을 기록했다. 즉 알코올의 실제도수보다는 술을 마실 때의 분위기와 환경이 개인의 음주정도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 연구진은 “익숙한 장소에서 마셨을 때보다 낯선 환경에서 술을 마실 때 실험자들이 2배 더 많이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음주연구 전문가 마이크 필모어 교수 역시 “술에 대한 자제력이나 허용치는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며 절대로 개인의 절대적인 주량은 있을 수 없다.”라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저널 ‘ 술과 중독’(Alcohol and Alcoholism)에 실렸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4G용 주파수 3각 분할… 스마트폰 서비스 경쟁 가속

    4G용 주파수 3각 분할… 스마트폰 서비스 경쟁 가속

    SK텔레콤이 29일 4세대(4G) 이동통신의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1.8기가헤르츠(㎓) 대역을 경매끝에 9950억원에 차지했다. 이로써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모두 롱텀에볼루션(LTE) 관련 주파수를 나눠 가져 차세대 통신 시장에서 ‘삼각 구도’가 갖춰졌다. SK텔레콤은 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4G용 주파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SK텔레콤이 보유한 LTE용 주파수는 800메가헤르츠(㎒) 대역(폭 20㎒)이지만, 이 가운데 10㎒ 폭에서는 2세대(2G)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어 나머지 10㎒ 폭에서만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경매 과정에서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낙찰자가 자금난을 겪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할 것이며, 그 비용은 소비자의 통신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통3사 가운데 유일하게 1.8㎓ 대역을 갖고 있지 않아 LTE 주파수 추가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경매를 통해 숙원했던 1.8㎓를 확보해 4G 시장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에 확보한 주파수로 대도시 및 무선 인터넷 수요 밀집지역에서 LTE 용량을 확대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SKT “수요 많은 곳 LTE용량 확대” 반면 이미 2세대(2G) 통신망용 1.8㎓ 대역(20㎒)을 갖고 있던 KT는 이날 오전 9시40분에 83라운드 입찰 불참을 발표하면서 SK텔레콤과의 경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1.8㎓ 대역을 포기하는 대신 KT는 800㎒ 대역을 최저 경쟁가격인 2610억원에 낙찰받았다. 급한대로 2G용 주파수를 전용해 4G망으로 쓸 수 있는 만큼 1조원 이상 무리하게 베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KT는 이번 경매를 통해 확보한 주파수 폭( 20㎒)에 기존 2G 서비스를 끝내고 남는 주파수 폭(20㎒)을 합쳐 40㎒의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경쟁사보다 2배 이상 빠른 서비스가 가능하고, 기존 대역을 재활용하면서 투자비 절감 등으로 1조 5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이득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KT “과열·국가 손실 막으려 포기” 회사 측은 “주파수 경매가 과열돼 사회적 논란과 국가적 손실을 가져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1.8㎓ 대역에 추가적인 입찰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그럼에도 1.8㎓ 대역을 확보했다면 LTE 주파수를 확보해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가 전파자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두 회사가 83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1.8㎓ 대역 확보에 나섰던 것은 이 대역이 세계 4G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기존 2G 시절에는 음성 통화에 유리한 800㎒가 인기였고 3G 시대에는 2.1㎓ 대역이 잘나갔지만, 4G LTE 시장에서는 1.8㎓ 대역이 널리 쓰이고 있다. 때문에 이 대역을 확보하면 앞으로 국내외에서 쏟아질 4G LTE 스마트폰 수급에서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LGU+ 만년꼴찌 탈출 계기 만들어 LG유플러스는 스마트폰 시대의 핵심 주파수인 2.1㎓ 대역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최저 가격인 4450억원에 낙찰받아 이통업계 ‘만년 꼴찌’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3G로 넘어가지 못하고 2G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3사 가운데 LTE 전국망을 가장 먼저 구축하는 등 전의를 다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금까지는 주파수와 스마트폰 확보 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지만 이제는 국내외 다른 사업자들과 동등한 출발선에서 LTE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통3사 모두 LTE 경쟁에 필수적인 황금주파수를 확보하게 되면서 앞으로 치열한 시장 경쟁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은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단말기 구성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KT는 주파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도 이미지 쇄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이번 경매에서 SK텔레콤이 1.8㎓ 대역을 확보한 대가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기로 한 만큼 LTE 서비스 요금을 높게 책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수상록’의 미셸 드 몽테뉴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수상록’의 미셸 드 몽테뉴

    1560년, 수년간 ‘진짜’ 마르탱 게르 행세를 한 ‘가짜’ 마르탱 게르에 대한 재판이 파리 고등법원에서 진행되었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라는 책과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희대의 사건은, 재판 말미에 진짜 마르탱 게르가 출현하는 대반전을 거쳐 가짜 마르탱 게르가 처형당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당시 보르도 고등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이 사건을 전해들은 몽테뉴는, 이 사건의 진실을 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가짜 마르탱 게르는 최선을 다해 진짜 마르탱 게르로 살았고, 진짜의 죽마고우도 아내도 모두 가짜 마르탱 게르를 진짜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진실은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법이 진실을 판단할 권리와 능력이 있는가. 몽테뉴가 보기에 마르탱 게르 사건은 법이나 지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인간의 모순성과 삶의 불가해함, 사실을 넘어선 진실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 루터파냐 칼뱅파냐를 기준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가짜 마르탱 게르’처럼 온전히 자신의 행위와 말과 정신으로 자립(自立)하기를 갈망했던 자. 삶의 진실을 신에게 묻지 않고 자신의 걸음 속에 담고자 했던 자. 스스로 미친 자가 되어 길을 떠난 돈키호테보다 조금 앞서, 여기, 자신을 탐색함으로써 광기의 시대를 온전히 살아낸 자, 몽테뉴가 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다 “전도자가 말한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네가 어떤 일을 하든지, 네 힘을 다해서 하여라. 네가 장차 들어갈 무덤 속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다.” 몽테뉴는 ‘전도서’의 구절을 12개나 발췌하여 서재 천장에 명문으로 새겨 놓았다고 한다. 몽테뉴가 인용한 유일한 성서 구절이다. 살벌한 ‘종교의 시대’에 몽테뉴는 대담하게도,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그는 고전 속에서 자기 시대와 인간을 읽었으며, 고전을 통해 전란의 늪에서 재생(Re-naissance)할 수 있었다. 흔히 르네상스를 찬란한 빛과 색의 시대로 상상하지만, 정작 16세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쟁과 죽음이다. 1598년에 낭트칙령이 공포됨으로써 기나긴 종교전쟁이 막을 내리기 전까지, 가톨릭과 이에 ‘항의’하는 프로테스탄트, 종교를 내세운 왕과 귀족들의 대규모 살육경쟁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거기에 기근과 페스트까지, 16세기는 흡사 태피스트리처럼, 화려한 문예부흥의 뒷면에 상상할 수도 없는 상처와 모순을 깔고 있었다. 휴머니즘? 그런 건 헛되고 헛된 이상에 불과했고, ‘그리스도의 이름’은 살육에 필요한 명분일 뿐이었다. “기독교의 적개심만큼 격렬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신앙심은 우리의 증오심, 잔혹함, 야심, 탐혹, 중상모략, 반역의 성향을 조장할 때는 참으로 놀랄 만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의 종교는 악덕을 근절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오히려 악덕을 감추고 키우고 부추기고 있다.” 전란의 한복판에서 몽테뉴는 그리스, 로마인들의 절제된 태도를 견지한 채 광신의 결과를 묵묵히 응시했다. 에라스무스의 자유주의 교육을 신봉하고, 칼 대신 펜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간파한 부친은 몽테뉴에게 두 살 때부터 라틴어를 교육시킨다. 우리로 치면, 모두가 한글을 쓰는 시대에 한문으로만 말하고 쓰게 하는, 기이한 조기교육을 실행한 셈이다. 몽테뉴가 어떤 종교나 정파와도 거리를 두며 보신(保身)할 수 있었던 데는 부친의 이런 ‘반시대적’ 조기교육이 공헌한 바가 크다. 청년기에 파리 왕립교수단에서 그리스 철학을 공부한 몽테뉴는 유학을 마치고 고향 보르도로 돌아온 1557년부터 고등법원에서 조세심의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어떤 절차로 법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법관이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법률이 신뢰를 얻는 것은 공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법률이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법률이 가진 권위의 불가사의한 근거이고, 그 밖에는 아무 근거도 없다. 어쨌든 늘 공허하고 판단이 불안정한 인간이 법률을 만든다.” 몽테뉴의 ‘몽테뉴다움’이 여기 있다. 그는 한번도 자신이 서 있는 지반을 확신한 적이 없다. 법관으로 근무할 때는 법의 판단력을, 파리 궁정에서 왕의 시종무관으로 근무할 때는 국가와 군주권력의 토대를 의심했다. 가톨릭이었지만 프로테스탄트에 적대적이지 않았고, 또 한편으로는 ‘새것’을 만들려는 일체의 개혁주의에 진저리를 쳤다. 확신으로 움직이는 제도와 권력에 대한 주의 깊은 거리감 때문인지, 후대는 그를 비겁자로 평가하기도 한다. 몽테뉴는, 모든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는 ‘유토피아’를 상상한 대가로 처형된 토머스 모어보다는, “우리 인간은 얻어맞거나 걷어차이면서도 왜 이처럼 참을성 있게 폭군의 굴레와 족쇄를 감수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던 에티엔 드 라 보에시에 주목한다. 나는, 인간은 왜 이토록 무력한가. 인간이란 모순으로 가득 찬 존재고, “자신에 대해 절대적으로, 단순하게, 결정적으로, 혼란이나 혼동 없이, 단 한마디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자신을 끔찍하게 미워했던 어머니와, 동생과 바람난 아내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음경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을 동반한 신장결석증을 앓으면서도 병원 한번 찾지 않고 고통을 감내한 것도, 어떤 것도(그것이 심지어 병이나 죽음일지라도) 함부로 판단하거나 내쳐서는 안 된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일생의 화두는 이런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13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마흔 살이 된 몽테뉴는 고향으로 내려가 이 문제에 대한 탐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에세’, 전장에서의 산책 “무언가를 찾는 사람은 누구나 ‘찾아냈다’, ‘찾을 수 없다’, ‘아직 찾고 있다’ 가운데 어느 하나로 귀착한다.” 몽테뉴가 주목한 것은 ‘아직 찾고 있는 중’이었던 회의론자들이다. “확실한 것은 하나도 입증될 수 없다. 판단의 주체도, 판단의 대상도 끊임없는 변화와 동요 속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성을 필요로 하는 건, 결정하고 선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전제를 의심하기 위해서다. “회의론자는 온갖 의견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반대되는 판단은 나를 분개시키지도 흥분시키지도 않고, 오히려 나를 눈뜨게 하고 단련할 뿐이다.” 이것이 몽테뉴 식의 회의였고, 때문에 그의 회의는 가볍고 명랑하다. 1572년부터 거의 죽기 직전까지 수정과 첨삭을 거듭하며 집필한 ‘에세’는 그의 명랑하고도 예리한 질문들로 가득하다. 흔히 ‘수상록’으로 번역되는 ‘에세’(Les Essais)는 몽테뉴 자신의 말을 빌리면 “정신의 잡동사니”이자 사유 시험(essai)이라고 할 수 있다. 몽테뉴는 “평화가 그 온전한 모습을 보여준 일이 전혀 없던” 전쟁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즉흥적 사유를 기록하는 일에 몰두한다. “여기에 쓰고 있는 것은 오로지 내 타고난 능력의 시험(essai)일 뿐, 후천적으로 얻은 능력의 시험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남들이 내 무지를 공격해도 별로 곤란할 건 없다. 무지의 자각이야말로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는 가장 아름답고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리 흐트러진 걸음걸이라도 평소의 자연스러운 내 걸음걸이를 보여주고 싶다.” 문체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침착함과 단순함, 종종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명랑한 어조 때문에 ‘에세’를 읽으며 화약냄새와 총포 소리를 연상하기란 쉽지 않다. 몽테뉴는 평가하고 판단하기보다는, 판단을 중지한 채 의심하고 회의한다. 그는 신 앞에서 맹세의 언어를 남발하는 권력자보다는 시장의 언어로 삶의 지혜를 기록하는 은자(隱者)가 되길 꿈꿨다. 무도한 세상이 종종 그의 판단과 능력을 필요로 하기도 했지만, 그때도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갔다가 침착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펜으로 걸었다”. “인생은 그 자체로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그대가 인생에 마련해 주는 자리의 좋고 나쁨에 따른다.”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서 인간과 자연과 이성을 사유한 몽테뉴가 터득한 지혜다. ●니체·푸코가 회의주의 본받아 세상을 편히 사는 법을 알아내라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몽테뉴와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던 니체는, 손을 떨게 하거나 눈물을 글썽거리게 하지 않는, 겸허하면서도 용기 있는 그의 사상을 예찬했다. 우리는 인간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만 말할 수 있을 뿐, 인간의 본질이라든가 의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푸코 역시 몽테뉴의 회의주의를 한편에 늘 품고 있었다. 우리 자신의 최고 걸작품은 “떳떳하게 살아가는 일”이라며, 과(過)도 부족도 없이 “분수에 맞는 평이하고 건강한 지혜”를 최고의 지혜로 삼았던 몽테뉴. 이 죽음과 불안의 시대에, 나 역시 그의 가르침을 본받고 싶다. “나는 그날그날을 살고 있다. 그리고 실례인 줄 알면서도, 단지 나만을 위해 살고 있다. 내 목적은 그것뿐이다.” 채운 남산강학원
  • [열린세상] 기억과 성찰/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기억과 성찰/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먼저 ‘이름’을 교환한다. 명함을 이용하거나, 말로 하거나 교환의 형식은 여러 가지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이름이라는 분류방식을 통해 상대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름은 ‘견출지’이고 이제부터(관계가 지속된다면) 그 이름 아래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축적되면서 기억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내가 만난 상대는, 이름으로 분류된 ‘폴더’ 안의 기억들로 ‘구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나 역시 그에게는 동일한 방법으로 기억될 것이다(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사물과 접촉하게 되거나 지식을 얻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기억의 정리과정에 ‘선택’과 ‘배제’의 논리가 작동한다는 점이다. ‘선택’과 ‘배제’는 기억의 효율성을 높여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감각되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으므로) 다른 한편으로 기억을 ‘주관화’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발생시킨다. 주관화 과정에서는 기억을 왜곡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데, 그것은 개인이건 집단이건 간에 불편한 기억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리하려는 본능적 성향과 관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경우 ‘편견’과 ‘견해의 대립’은 기억을 선택하고 배제하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기억은 당연히 ‘망각’과 ‘무시’의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기억은 ‘선택’과 ‘배제’, ‘망각’과 ‘무시’의 과정을 거쳐 일종의 ‘가상 세계’(집단적이거나 개인적이거나)를 만들어 내기가 쉽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상상 속의 귀신을 그리고 있으면서 살아 있는 개를 그리고 있다고 주장하기 쉽다는 말이다. 밖에서 볼 때 분명히 내가, 우리가 귀신을 그리고 있음이 관찰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억화의 과정이 조작될 수 있고, 임의로 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런 기억에 의존하는 우리의 의견은 항상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개인이나 집단의 욕망 때문에 기억의 한계를 거의 성찰하지 못한다. 특히 집단화된 기억은 ‘신성한 교육’을 통하여 그것이 참인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 없이 거의 절대적 권력을 가진 하나의 도그마로 작동되며, 집단 기억의 밖에 있는 모두를 ‘타자화’(적대시)하기 쉽다. 그래서 자신의 기억에 대한 ‘성찰’은, 이 모든 문제를 넘어서 ‘화해와 공존을 위한 소통’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할 미덕이 된다. 동아시아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사분쟁은 그런 점에서, 자기 성찰 없는 ‘기억정치’의 소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들은 교육기구의 독점을 통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집단 기억의 중심인 역사기억을 조작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한다. 중국은 1당 독재체제에 대한 정치적 도전을 ‘애국주의’라는 정서를 매개로 억압하기 위해서, 대형 국가프로젝트를 통해 고대사의 상한을 끝없이 끌어올렸고, 얼마 전까지 거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고구려사까지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이 ‘전범국가’라는 성찰 없이 ‘침략과 폭력의 현대사’를 재구성하여 자국사를 미화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가해자’로서의 일본은 사라지고 ‘피해자’로서의 일본이 부활한다. 북한은? 기억조작을 통해 ‘김씨 왕조’ 건설에 몰입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성찰 없는 기억정치의 가장 가혹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한국의 제1공화국과 관련된 논의가 제헌헌법정신 등 국민적 총의에 의해 선택되었던 국민적 합의에 대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축출한 지도자 한 사람에 대한 논의로 집중되는 것을 보면 매우 걱정스럽다. 오늘의 리비아를 보면서 카다피를 영웅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확실히 기억은 조작되기 쉽고, 대부분의 기억은 ‘자기 중심성’을 회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소통을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 진리라고 믿는 자신의 기억에 대한 성찰 없이 ‘다른 기억의 체계’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화해와 공존을 위한 미래를 논의할 수 있을까.
  • [문화마당] 당신의 휴가/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당신의 휴가/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처서가 지났다. 기세등등하던 여름도 이내 가을에 그 자리를 넘겨줄 것이다. 휴가 시즌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아직 한낮 볕이 강하지만, 계절의 흐름은 엄연하다. 아침, 저녁 바람의 느낌이 달라졌다. 한여름 불볕더위를 피하고, 거의 1년의 중간지점이며, 무엇보다 방학이 있다는 점 때문에 여름휴가는 대개 7, 8월에 집중되게 마련이다. 올여름 비가 너무 잦고 많아 여름휴가에 나서지 못한 사람들도 많지만,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생활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 휴가만한 것도 드물 것이다. 휴가란 ‘쉼’을 전제로 한다. 쉰다는 것은 긴장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편안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쉬기 위하여 ‘일’을 만드는 것을 종종 본다. 유명 피서지로 가기 위해 일정을 잡고, 예약하고, 성수기 교통체증을 뚫고 가야 하고, 또 가서는 사람들과 부딪치고 부대낀다. 그래서 휴가에서 돌아오면 오히려 피로가 더 쌓이는 경우도 많다. 쉬기 위해 떠났는데, 피로를 안고 돌아오는 아이러니라니. 그렇다면 진정한 휴가란 뭘까. 예전에 본 영화 가운데 휴가 혹은 휴식에 관하여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2007년도 작품 ‘안경’이다. ‘느림’과 ‘내려놓음’의 의미가 제대로 살아 있는 이 영화를 보면서 무릇 휴가란, 휴식이란 저런 거지 하던 기억이 난다. 우선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어느 바닷가에서는 휴대전화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 여성(고바야시 사토미)은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을 선택하여 이곳에 왔고, 그 ‘단절감’에 차츰 익숙해진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우리 삶에서 휴대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인 상황이 되었다.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하고, 하게 만드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것이 수다를 떠는 것이든, 영화를 보는 것이든. 또한 이 영화의 인물들은 엉뚱하며,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올까봐 명함만 한 크기로 문패를 만들어 붙인 민박집 주인(미쓰이시 겐), 매년 봄이면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팥빙수를 제공하는 신비로운 중년 여성 사쿠라(모타이 마사코), 거의 민박집 주변에서 맴도는 고등학교 여교사(미치카와 미카코) 등 영화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엉뚱하다. 그리고 그들은 아침마다 이상한 체조를 하며, 바다를 바라보거나 낚시를 하고, 팥빙수를 먹고는 장기를 두거나 만돌린을 켠다. 그들 표현에 의하면 그들은 그저 ‘젖어든다’. 영화에서 ‘젖어든다’라는 것은 매우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젖어든다는 것은 자연에 동화되고 일체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여정이나 목표를 잠시 접어두거나 내려놓고, 햇살을 받고, 바람을 느끼고, 먼 수평선과 파도를 바라보며, 석양을 응시하는 것. 그렇게 자연과 함께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휴가라고 이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파이낸셜타임스였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길고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기사를 언젠가 본 적이 있는데, 그만큼 개인적인 이유에서든, 산업 혹은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든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바쁘고 치열해서 여유가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여겨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에게 휴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일을 하고,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속도에 취해 사는 것 같다. 그리고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유보하는 경향도 강한 것 같다. 그럼으로써 성취감은 있겠지만 스스로를 너무 혹사하고 소진시켜 어느 날 갑자기 허무함이나 무기력증에 빠져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음을 본다. 이른바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이란 게 그것 아닌가. 휴식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나를 발견하고 돌아보는 시간. 내가 붙잡고 있는 것들을 잠시, 그러나 온전히 내려놓는 시간. 그것이 참다운 휴식이 아닐까. 당신의 휴가는 어떠한가.
  • [대구세계육상 D-2] ‘단거리 흑인천하’ 깬 中 류샹의 비밀은?

    머리가 커서일까, 다리가 짧아서일까. 그동안 육상에서 아시아인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은 뒤집을 수 없는 정설로 여겨졌다. 특히 단거리는 흑인의 전유물이었다. 그들의 타고난 유전적 성질 자체가 육상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통념은 정말 깨질 수 없는 것일까. 정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아시아인이 유전적으로는 불리하지만 최근 세계 육상의 추세는 선수의 체격 조건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뒷받침된 테크닉이 점점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세계 육상의 판도는 트랙 단거리 종목은 북중미 흑인, 투척은 유럽의 백인, 중거리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흑인, 장거리는 아프리카 흑인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구분되어 왔다. 북중미 흑인은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낼 때 쓰이는 ‘속근’이 더 발달돼 있고 중남부 아프리카 흑인은 장기간 꾸준하게 힘을 내게 해주는 ‘지근’이 발달해 전자는 단거리, 후자는 장거리에 적합하다. 더군다나 흑인은 백인이나 아시아인에 비해 허벅지 뒤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파워존’이 더 발달돼 있는데, 이 파워존은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내게 해줘 흑인이 달리기를 더 잘한다는 것이다. 체형을 봐도 흑인은 머리가 작고 사지가 얇은 외배엽이어서 중배엽 체형이 많은 백인, 내배엽 체형이 많은 아시아인보다 육상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황색 탄환’ 류샹(28·중국)이 등장하면서 이런 편견은 단박에 깨졌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허들 110m에서 세계 타이기록인 12초 91을 찍고 금메달을 거머쥔 류샹은 2006년 육상대회에서 세계신기록(12초 88) 작성,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하며 세계 육상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류샹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진 단거리에서 이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아시아인 치고 좋은 체격 조건에 힘입은 바 크다. 류샹은 189㎝에 82㎏으로 당당한 체격이다. 팔다리도 긴 편이다. 허들이란 종목이 테크닉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것도 이유다. 허들 종목에서 기록 단축을 하려면 빨리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허들을 넘을 때 체공 시간을 얼마나 줄이는지도 관건이다. 체공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허들에 최대한 근접해서 넘어야 하고 리듬감과 유연성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뒷받침돼야 기록 단축을 할 수 있는 종목이 허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단거리종목이 아닌 허들을 선택한 류샹이 유전적인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것.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류샹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유전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후천적 훈련이나 노력을 통해서도 발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우리나라 선수들도 체격조건이 점점 좋아지는 만큼 좋은 선수를 선발해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류샹은 25일 오전 대구에 도착한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한숨 돌린 곽노현 교육감 “갈등 종지부… 吳시장 염려 새기겠다”

    [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한숨 돌린 곽노현 교육감 “갈등 종지부… 吳시장 염려 새기겠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무상급식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오랜 갈등과 다툼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무상급식 논쟁이 불거진 이후 한치의 양보 없이 무상급식의 정당성을 설파해 왔다.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출신으로 제도권 공교육계에 몸담은 경력이 없는 곽 교육감은 지난해 6·2 교육감 선서 때부터 “무상급식이야말로 의무교육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밝혀 왔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8월 “2011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2012년부터 중등 1개 학년씩 2014년까지 중등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결재서류에 서명했다. ‘서울시는 단계적 무상급식, 교육청은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서울시 주장을 반박하는 가장 큰 논리였다. 이 서류를 근거로 ‘교육청이 전면을 단계적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공세를 펼치는 서울시의 입장에 적극 맞섰다. 이미 시의회 조례안이라는 법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곽 교육감은 서울시의 대응에 대해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했다. 서울시가 예산 지원을 거부하자 민주당 출신 구청장들과 상의해 21개구에서만 초등 4학년 무상급식을 실시했고, 서울시의 공격에는 법적 근거를 내세웠다. 주민투표가 발의된 뒤에는 법적 절차를 삼아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으로 대응했다. 절대적 열세로 평가받았던 오 시장과의 TV토론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곽 교육감은 지난 16일 법원의 주민투표 집행중지 신청이 기각되면서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결국 투표율 미달로 승리를 거뒀다. 곽 교육감은 24일 “오세훈 시장의 염려 또한 의미있게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열린세상] 다문화 지역 위한 사회통합 대책 필요하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다문화 지역 위한 사회통합 대책 필요하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이 14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인구의 2.7%가량 된다. 중소 제조업체는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존립이 힘들 정도이며, 국제결혼도 전체의 10%를 넘을 만큼 ‘다문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저임금 단순 노동자의 국내 이주, 저소득층 남성의 결혼난, 혼인 감소와 저출산 등이 그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문화 현상이 우리사회의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 대응 여부에 따라 그것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적절하게 대응했을 때는 저출산·고령화의 돌파구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경제적 활력과 문화적 다양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는 소외계층을 형성하고 갈등을 유발해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예삿일이 아니다. 우리는 2006년부터 다문화 현상에 국가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해 ‘여성 결혼 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지원’을 마련했고,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했다. 2011년 6월에는 ‘다문화 가족 지원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런 정책을 통해 이민자의 생활안정과 사회통합에 적지 않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책의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다문화 공간’인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이다.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안산, 천안, 영암, 양산, 창원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이 5% 이상인 지자체가 15개이고, 1만명 이상인 지역도 34개에 이르고 있다. ‘다문화 1번지’라고 불리는 안산시 원곡동은 주민의 32.3%가 50여개 국적의 외국인이다. 심지어 중국인 대상의 전문은행도 있다. 서울의 대림3동 등 다른 지자체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구에 비해 우리의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은 역사가 비교적 짧다. 역사가 짧다는 것은 이들 공간이 계속 형성·분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정책대응의 적확(的確)함을 요한다. 문제점도 더러 있다. 외국인 밀집 거주지에 대한 정책기조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으며, 현장과 멀리 떨어진 중앙이 정책을 주도하고, 외국인 저임 노동자 밀집 거주공간이 새로운 빈곤지역으로 변모할 소지도 있다. 일자리를 두고 외국인과 지역주민이 갈등을 빚는 지역도 있다.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이 정작 외국인이나 지역주민의 의견을 도외시한 채 시행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문화 공간을 건강한 공동체로 진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지역사회의 통합과 공생발전’에 의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 인종에 따른 차별과 같은 구시대적 편견을 뛰어넘어 다양성과 개방성이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건강한 공동체를 통해 지역의 경쟁력에 기여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억압과 희석’에 의한 일방주의가 아니라 ‘포용과 이해’에 의한 화합주의의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지역사회의 신뢰 구축, 상호 문화에 대한 학습과 공유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는 정부 혼자 할 일은 아니다. 자선단체 등 민간을 포함한 지역주민, 지자체, 중앙정부가 함께 하는 ‘협력의 추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중앙부처는 협력에 의해 제도 및 재원 지원과 인프라 제공을 담당하고, 지자체는 현장 밀착적인 지원을 주도해야 한다. ‘정책의 지방화’가 특히 필요한 이유는 공단 근로자, 도시 일용 노동자, 전문직 종사자 중심 등으로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이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환경 정비, 취업정보 제공, 자녀교육, 한글교육 등 지역수요에 맞는 전문화된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책추진에서는 가급적 이주민뿐 아니라 지역주민, 민간의 참여를 폭넓게 해야 한다. 시책 추진이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이민자 이해에 대한 교육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인 밀집 거주지 형성은 향후에도 증가할 것이고, 한국의 지역사회는 여기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역의 특성에 바탕을 둔 정책의 구비 여부에 따라 지역사회가 안정화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사회통합 강화를 위한 외국인 밀집 거주지 중장기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 [흔들리는 IT코리아-해법은 없나] (4) ‘한국의 애플’ 나오려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에서는 출근시간마다 넘쳐나는 차들로 전쟁을 치른다. 위계문화가 없는 실리콘밸리에서 ‘윗분’들을 위한 별도의 전용 주차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 역시 빈자리를 찾아다니느라 아침마다 몇 번씩 주차장을 돌며 자리를 찾곤 한다. 하지만 정 급할 경우 종종 규정을 어기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곤 하는데, 이때마다 직원들은 그에게 장난스럽지만 준엄한 경고를 내린다. 그의 차량(벤츠) 유리창에 회사 로고인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패러디한 ‘다르게 주차하라.’(Park Different)라고 쓴 종이를 끼워 두거나, 주차장 바닥의 장애인 표시를 벤츠 마크로 바꿔 놓는 식이다. 현재 애플과 사투를 건 정보기술(IT)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LG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CEO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주차장을 돌지도 않겠지만, 만약 그랬을 경우 직원들이 그의 차 유리창에 ‘삼성이 주차하면 다릅니다.’라거나 ‘Parking is Good!’이라는 글을 써서 꽂아둘 수 있을까.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를 계기로 국내 IT 기업들이 앞다퉈 “소프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소프트 경쟁력의 원천인 창의성과 다양성을 뒷받침할 기업 문화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애플이 일제가 아닌 이유’라는 기사에서 20세기까지 혁신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던 소니와 NTT도코모, NEC와 같은 일본 기업들이 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분석했다.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이 성장하게 되면 고위층의 지시에 대한 권위가 커져 반대가 불가능해진다. 창의성은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조직이 커질수록 반대가 불가능해져 창의적 사고나 의견 또한 점차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위계적 문화가 기업을 넘어 정치, 교육, 문화 등 사회의 모든 분야로 확산돼 개인의 융통성과 창의성을 죽이는 게 일본의 현실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뉴스위크는 유일한 예외로 게임기 회사인 닌텐도를 꼽았다. ‘위’라는 동작 인식 게임기를 통해 세계 IT 업계의 거인이 된 닌텐도가 혁신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도쿄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일본식 위계 시스템의 정점에 있는 도쿄가 아닌 지방도시인 교토에 본사를 둬 주류 기업문화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뉴스위크의 일본 분석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 한마디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해 일사천리로 업무를 진행하는 삼성이나 “‘CEO나 연구소장의 코멘트가 있었다’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의사 결정이 난다.”는 LG 또한 지금의 일본의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위기일수록 창의력을 기대하기보다 해병대식 캠프 훈련과 같은 ‘정신 재무장’을 강조하는 우리 기업 문화에서 과연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같은 혁신가가 나올 수 있는지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계적 기업문화는 그대로 둔 채 팀제 같은 것을 도입한다고 해서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일본병’을 키우면서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연따라 연예 반세기(演藝 半世紀)…그시절 그노래(4)

    사연따라 연예 반세기(演藝 半世紀)…그시절 그노래(4)

    31년도의「삼천리(三千里)」가 지적했듯이 윤심덕(尹心悳)은 관부(關釜) 연락선의 갑판 위에 신발을 벗어 놓은채 현해탄(玄海灘) 투신이 아닌「이탈리아」행을 한 것일까? 그가 1897년생이니까 올해 나이 76살. 설혹 정사설(情死說)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이제 고인이 됐을 가능성이 많다. 어쨌든 그녀는『사(死)의 찬미(讚美)』가「히트」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대중 가요계의 첫「달러·복스」역을 했다. 물론 돈을 번 것은 가수가 아니고「레코드」사다. 일부 부유층의 장식품 정도로 희귀했던 축음기가『사(死)의 찬미(讚美)』이후 무섭게 보급되었다.「소리판(레코드)」의 위력이 처음으로 방방곡곡에 과시된 것이다.  그 때의 취입료는 한판 1곡에 2백원, 7곡이면 1천4백원이다. 1천4백원이면 10여간자리 기와집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부호의 아들이면서 집 한채 없이 셋방을 전전하던 김우진(金祐鎭)과 그의 애인 윤심덕(尹心悳). 윤심덕(尹心悳)은 취입료로 받은 1천4백원의 거금을 마지막 사랑의 향연에 아낌없이 던져버린 것일까? 그리고「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면서 세상을 떠난 것일까?   사실 윤심덕(尹心悳)이 창가조의 가요를 부른 건 위대한 성악가의 꿈을 지녔던 그녀로서는 마지막 자포자기 같은 거였다. 그 때 대중가요 가수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그러했다.  창기(唱妓)들까지도『광대는 안한다』고 했다. 신극 무대의 막간 가수를「스카우트」하려고 창기(唱妓)한테 여가수가 되기를 권유했을 때 한 기생은『비록 팔자가 기구해서 이 짓을 하고 있지만 어찌 광대노릇까지 하겠느냐』고 한마디로 거절했다는 일화도 있다.  가수가 하나의 직업인으로 독립할 수 있는가도 문제였다.  여가수의 선구자가 단연 기생이라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양가집 규수가 가수가 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손쉬운 게 기생이었다.  1920년~30년대는 가위 기생의 전성시대였다. 서울에만도 조선권번(朝鮮卷番), 한성권번(漢城卷番) 등 많은 권번에 2천여명의 기생이 집결하고 있었다. 가무의 본고장이 바로 기생방이고 기생의 노래가 바로 대중가요「신민요」였다. 이래서「레코드」사는 우선 손쉬운 기생들 가운데서 가수를 찾았던 것이다.  기생 출신의 가수로 이름을 날린 건 선우일선(鮮于一扇), 왕수복(王壽福), 이은파(李銀波), 이화자(李花子), 김복희(金福姬), 김운선(金雲仙), 손금홍(孫錦紅).  특히 평양명기 선우일선(鮮于一扇)과 경기도 부평(富平) 태생의 이화자(李花子)의 인기는 대단했다.  선우일선(鮮于一扇)은『꽃을 잡고』『능수버들』(모두 金敎聲 작곡), 그리고 형석기(刑奭基) 작곡의『조선팔경』을 「히트」시켰다.  <에, 금강산 일만이천 봉마다 기암이요. 한라산 높아 높아, 속세를 떠났구나. 에헤야 좋구나 좋다, 지화자 좋구나 좋다. 명승의 이 강산아 자랑로구나>  선우일선(鮮于一扇)의 이『조선팔경(朝鮮八景)』은 지금까지도 애창되고 있으니까 반세기를 내려오는 고전급 유행가라 할까? 아름다운 조국에의 찬가이자 그 때의 망국한(亡國恨)을 달랜 구성진 노래다.  또 한사람 인기 기생가수에 왕수복(王壽福)이 있다. 왕(王)도 선우일선(鮮于一扇)과 마찬가지로 평양기생이었다. 선우일선(鮮于一扇)은 목소리가 곱고 절대적이었지만 얌전하고 수동적이어서 끝내 기생의 자리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왕수복(王壽福)은 달랐다. 그는 야심이 있고 활동적이었다. 수완이 좋아서 부호, 한량들은 마음대로 움직였다.『능수버들』(金敎聲 작곡)이「히트」하자 그는 당시의 재벌 박(朴)모씨를 움직여 동경(東京) 유학까지도 할 수 있었다.  비슷한 경우가 손금홍(孫錦紅)이다.  그는「포리돌·레코드」에서『무정(無情)』(全壽麟 작사·작곡)을 취입,「히트」시켜 명성을 날렸다.『오락가락 무심타, 쓸쓸한 세상. 누굴 믿고 산단 말이오, 누굴 믿고 살아요』라는 짤막한 가사. 기생들의 외로운 신세를 한탄하는 이 노래는 당시 장안기생의 주제가쯤 되었다.  그런데 이 노래의「히트」이면엔 재미있는「에피소드」가 있다. 당시 화신(和信) 자리에 있던 한창(韓昌)「빌딩」의 주인 한(韓)모씨가 이『무정(無情)』의「레코드」가 나오는대로 매점(買占)했다는 것. 수천장씩 나오는대로 한(韓)씨는 사들여 창고에 넣고「레코드」사는 좋아라고 자꾸 찍어내어 결국 한 사람 상대의「베스트·셀러」가 된 셈이다.  어리석은 장사 속셈이었다는 설도 있고 한(韓)씨가 손금홍(孫錦紅)을 밀어주는 방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그 인연으로 손(孫)은 한(韓)씨의 애인이 됐다.  그러나 기생 출신 가수로 노래, 염문 양면에서 가장 화창하게 이름을 날린 게 이화자(李花子)다.  이화자(李花子)는 19살 되던 해 부평(富平)의 어느 술집에서 작곡가 가수 겸 배우였던 김용환(金龍煥)에게 발탁되었다. OK「레코드」에서 첫 취입을 한 것이『어머님 전상서』. 가냘픈 목소리, 색정적인 용모의 이화자(李花子)는 이 노래 하나로 하루 아침에 가요계의 여왕이 됐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꼴망태 목동』『화유춘몽(花柳春夢)』『초립동(草笠童)』등이 그의 인기를 계속 굳혀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적(妓籍)을 버리지 않았다. 그를 만나려고 한량들은 은쟁반에 돈을 수북이 담아 명함과 함께 바쳐야 했다.  그때 돈이면 큰 돈인 2백원은 바쳐야 간신히 며칠 뒤에 한자리에 앉는 영광을 차지했다는 것.  인기에 못지않게 염문도 많았다. 가요계에「데뷔」할 무렵에는 김용환(金龍煥)과 염문을 날렸고 그 뒤엔 모 부호의 애첩이 되었다. 그러면서 남인수(南仁樹) 김해송(金海松)과 사랑놀이를 계속했다. 김해송(金海松)은 이난영(李蘭影)의 전 남편. 인기와 돈과 사랑을 마음껏 누린 이화자(李花子)는 뒤에 술과 아편에 빠져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해방 다음 해인 46년 가을 그는 아무도 돌봐 주는 사람없이 혼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노래들은 뒤에 황금심(黃琴心)의 목소리로「리바이벌」이 되었지만 이화자(李花子)의 이름은 거의 잊혀져 가고 있다.<조관희(趙觀熙)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1월28일 제6권 30호 통권 제224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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