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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피는 봄이 오면’ 어떤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어떤 영화

    트럼펫 연주자 현우(최민식)는 오케스트라 관현악단 같은 데서 고상한 연주만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질 않는다.위안이 돼 주던 옛애인 연희(김호정)마저 딴 남자와 결혼하려 한다.여자를 붙잡을 용기도 없는 현우는 도망치듯 탄광촌 중학교 관악부의 임시교사로 떠난다. 꽃피는 봄이 오면’은 관객을 일방적으로 화면에 스며들게 하는 드라마다.류장하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 등의 조감독 출신. 영화의 색깔이 궁금한 관객들에게 전작들의 감수성과 닿아 있다고 귀띔해 줘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매사에 심드렁하던 현우를 조금씩 움직이는 동력은,가난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빛나는 관악부원들.어린 제자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그토록 싫어하던 밤무대에서 트럼펫을 불고,탄광에서 비를 맞으며 관악부를 지휘하기도 한다. 배우 최민식의 동선과 감정진폭에서 한순간도 초점을 떼지 않는 영화다.주인공을 따라 조용조용 물처럼 흘러가는 드라마가 한없이 느리다고 불평할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점이 영화의 매력이다.캐릭터들에게 한 가지씩 상처를 품게 한 영화는 단정적 어법을 구사하는 법이 없다.연희는 현우를 못 잊어 맴돌지만 계속 어긋나고,탄광촌의 약사 수연(장신영)이 현우의 안식처가 되지만 그 감정의 실체는 아슬아슬 잡히지 않는다.힘들고 외롭지만 주인공이 절규하는 일도 없다.관객들은 오히려 그런 인물들에게 묘한 연민의 시선을 보내게 된다.갈등이 너무 쉽게 화해에 이르는 설정들은 아무래도 싱거워 보인다.현우의 노모 역에 중견탤런트 윤여정.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음반 새로 나왔어요]

    ●유 아 더 쿼리(You Are The Quarry) 조금 촌스러운 구석을 지니고 있는 목소리와 멜로디에,냉소와 재치가 넘치는 문학적인 가사로 많은 컬트 팬을 거느리고 있는 영국 뮤지션 모리세이가 7년만에 내놓은 신보.‘당신이 표적’이라는 제목의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영국 차트 2위에 랭크됐으며 영국 뮤지션들에게 냉소적인 미국 차트에서도 1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라그리마스 네그라스(Lagrimas Negras) 쿠바 음악의 거장 베보 발데스와 스페인 플라멩코 보컬의 달인 디에고 엘 시갈라가 50년의 나이 차를 넘어 함께 만든 앨범.베보 발데스는 역시 쿠바를 대표하는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성공적인 내한공연을 펼쳤던 추초 발데스의 아버지로 더 유명하다.특유의 절규하는 창법으로 노래하는 시갈라의 목소리와 군더더기 없는 발데스의 피아노 연주가 ‘검은 눈물’ 또는 ‘슬픔’을 의미하는 타이틀처럼 전체적으로 쓸쓸한 느낌을 준다. ●트러스트잇(Trustit) 미국과 유럽 클럽가의 스타 DJ 겸 아티스트인 주니어 잭의 데뷔 음반.그의 펑키함과 자유로움,멜로디의 아름다움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으며 ‘하우스 뮤직 어워드’ 4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클럽과 싱글 차트에서 지칠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Stupidisco’,로버타 플랙이 부른 ‘Feel Like Making Love’를 샘플링한 ‘luv 2 u’ 등 부담없이 즐기기에 좋은 곡들이다.
  • [발언대] 칠석제에 다녀와서/정희숙 서울 도봉구청 한문강사

    지난달 17일자 서울신문에서 음력 7월7일 열리는 ‘칠석제(七夕祭)’가 역사 깊은 우리의 민족축제이며,70년전 일제에 의해 단절된 이 축제를 오늘에 되살린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 행사를 한국의 ‘밸런타인 데이’로 정하자는 주장도 담고 있었다.기사를 곱게 스크랩하고 달력에는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넣어 22일 서울 선유도에서 열리는 칠석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날 아들과 함께 선유도로 향했다.행사장에 들어서니 연못에는 연꽃이 봉오리를 맺어 북두칠성을 수놓은 것 같았고,견우가 탔을 법한 가마와 직녀가 앉았을 법한 베틀이 놓여 있었다. 오색천이 나부끼고 불빛이 반짝이는 사이로 풍물패의 흥겨운 장단이 흘러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견우·직녀가 만나듯 백두산과 한라산 물을 섞은 물을 마시며 아들은 “기분이 참 좋아.”라며 환하게 웃었다.처음 마셔 보는 연꽃차는 쌉싸름하면서도 오랜 여운이 남았다. 학생들이 연꽃 한송이씩을 쥐고 참여한 ‘효자효녀 선언문’ 낭독,칠성님과 사해용왕님에게 드리는 칠성제,고풀이진혼·삼신춤과 같은 이색적인 춤,삼행시 짓기 등 행사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고 뜻 깊었다. 특히 ‘칠석제를 한국의 밸런타인 데이로 거듭나게 해 달라.’고 기원한 나의 졸작이 최우수 삼행시로 뽑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밤이 깊어가면서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그린 무용,대중가수의 라이브무대가 이어져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어 갔다.이별과 재회를 노래하는 그 절규가 선유도의 밤하늘에 울려 퍼질 때 우리 전통문화인 칠석제가 젊은이들에게는 물론이고 우리 민족 모두의 잔치 한마당으로 승화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정희숙 서울 도봉구청 한문강사
  • 은메달 女핸드볼팀 “국민 무관심 가슴아파”

    은메달 女핸드볼팀 “국민 무관심 가슴아파”

    “그나마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던 올림픽이 끝났으니 어쩌면 좋나요.” 29일 덴마크와의 아테네올림픽 결승전에서 숨막히는 ‘사투’끝에 금메달을 놓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안타까운 절규가 온 국민의 가슴을 쳤다.12년 만의 정상 복귀에 실패해서가 아니다.“언제 그랬냐는 듯 무관심으로 돌아설 국민들의 차가운 눈초리가 두렵다.”는 선수들의 질타가 전율처럼 폐부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실업팀 5개 불과 임영철 대표팀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핸드볼의 척박한 현실을 토로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오늘 우리가 진 것은 기술과 체력이 뒤져서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핸드볼을 지원한 덴마크에 밀렸기 때문”이라며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털어놨다.이어 “올림픽만 끝나면 핸드볼을 잊는 무관심을 이제는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세월이 지날수록 힘들다.”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덴마크 핸드볼과 우리의 현실은 비교하기가 부끄럽다.국내 실업팀은 고작 5개.대학팀 3개를 합쳐 봐야 성인팀은 8개뿐이다.그나마 올해 3개팀이 늘어 지난해보다는 형편이 나아진 편이다.반면 덴마크는 프로팀만 1부 16개팀,2부 40개팀 등 모두 50개팀을 훌쩍 뛰어넘는다. 4년전 시드니에서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고 경제 사정마저 어려워지면서 국내 핸드볼팀은 줄줄이 해체 상황을 맞았다.4명의 국가대표가 무소속 신세가 됐을 정도다.이 후유증으로 아시아권에서도 2위로 밀려나 6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먹구름이 끼기도 했다. ●선수층 얇아 30대 노장도 출전 그러나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에서 유럽의 강호들을 제치고 3위에 올라 아테네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선수층이 엷었기에 서른이 훌쩍 넘은 노장 임오경(33)과 오성옥(32)이 대표팀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핸드볼 선수들이 불꽃투혼으로 연출한 ‘사상 최고의 명승부’는 온 국민이 국내 핸드볼의 현실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대한핸드볼협회 홈페이지(handball.sports.or.kr) 게시판 등에는 “결승전을 보고 울었다.”는 글이 봇물을 이룬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열심히 하고,잘하는 핸드볼인데 그동안 무관심해서 정말 미안합니다.”면서 “앞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꼭 가겠습니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정말 맨 땅에 헤딩하는 꼴이다.지금은 국민이 박수를 치지만 금세 잊어 버릴 게 아니냐.선수들은 아테네올림픽을 대비한 강훈련으로 세 번이나 기절했을 정도다.한국이 4년 뒤 설욕할 수 있도록 제발 제대로 된 지원 좀 해달라.” 지난 2001년부터 중국 여자대표팀을 맡고 있는 ‘핸드볼인’정형균(49) 감독의 울분에 찬 제안이 이번에는 정말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마돈나’ ‘절규’ 뭉크걸작 도난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The Scream )’와 ‘마돈나(Madonna)’가 22일(현지시간) 도난당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복면을 한 무장강도 2~3명이 이날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에 침입,직원을 위협해 수십점의 작품들 가운데 ‘절규’와 ‘마돈나’를 훔쳐 달아났다고 밝혔다. 뭉크의 1893년 작품인 ‘절규’는 성별을 확인할 수 없는 한 인물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 벌린 채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으로,‘사랑과 죽음,절망’ 등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한 화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마돈나’는 성적인 쾌락의 극치에 이른 듯한 나신(裸身)의 성모 마리아를 그린 문제작이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유가 50달러시대-긴급 현장점검] (下) 산업현장 비상

    [유가 50달러시대-긴급 현장점검] (下) 산업현장 비상

    “(정부가) 마냥 보고만 있어도 되는 겁니까.보조금을 주든지,납품가를 탄력적으로 올려주든지,유가연동제나 원가공개제를 도입하든지 손을 써야 되지 않겠습니까.하다 못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행정서비스를 개선하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되지 않겠습니까….” 두바이유가 지난 80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한 19일 산업 현장에서는 고유가 부담에 따른 ‘절규’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원가공개·유가연동제 도입해야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은 대기업의 원료가격 인상에 대한 담합행위 조사와 원가공개,원유 가격과의 연동제 실시를 촉구했다. 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오원석 고문은 “유가 폭등으로 울고 싶은 심정인데 올해부터 폐기물 부담금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우리 보고 죽으라는 꼴”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감안해 과거처럼 원료생산 대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급과잉·中저가공세로 몸살 화섬업계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유가 부담과 세계적인 공급과잉,중국의 저가공세 등이 맞물려 화섬업계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탓이다.한국화섬협회 이원호 회장은 “화섬업계가 특수사나 산업용 섬유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빨리 전환되기 위해 기술 지원금을 연간 200억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유류 관련 보조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건설기계업체인 관악산업 조훈곤 부장은 “연료비 절감을 위해 경유를 값싼 벙커A유로 전환하는 것 등은 업계의 몫”이라면서 “다만,택시나 시내버스 업계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건설기계에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부담 납품가에 즉각 반영을 유가의 급등에 따른 원가부담을 납품가에 제때에 적용해 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레미콘·아스콘 제조업체인 공영사 관계자는 “관급이든 민간업체 납품이든 납품가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신홍식 부장도 “조달청은 제품가격의 5% 이상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차기 계약에서 이를 반영토록 하고 있는데 이를 수시 조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원가절감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높여달라는 주문도 쏟아졌다. 건설전문업체 K사 관계자는 “원가절감과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 외국인력을 쓰려고 해도 두달 이상 걸린다.”면서 “외국인의 입국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배려가 긴요하다.”고 말했다.또 다른 중견업체 관계자는 “인력뿐 아니라 건자재 등의 통관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면서 “행정서비스를 높이는 게 업계가 고유가 파고를 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세제혜택 지원 요청도 적지 않았다. 자동차부품업체인 ㈜덕부진흥 권영국 구매과장은 “업체들이 나름대로 비용절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세제혜택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성곤 최광숙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CEO 칼럼] 머슴형·치매형·횃불형 CEO/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CEO 칼럼] 머슴형·치매형·횃불형 CEO/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어제 광복절을 또 보냈다.1945년 해방의 함성이 퍼진 지 반세기가 훌쩍 흘렀다.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소용돌이치는 격변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그리고 또 쉴 새 없이 세계화 쇼크,정보화 쇼크,각계 각층의 욕구가 분출되는 민주화 쇼크,고령화 쇼크,중국쇼크,그리고 원자재 가격쇼크를 극복하면서 벅찬 미래를 헤쳐 나가야 한다.기업은 가치생산의 주체로서 나라 살림을 이끌어왔다. 한 때 60∼70년대는 불루칼라인 기능공의 생산성에 전적으로 의존해 가치를 창출했다.80년대는 화이트칼라인 관리직이 기여했다.이제 미래는 골드칼라(Gold Color)의 몫이다.미래 지력사회의 주인공인 골드칼라는 창조적 디자이너,기술개발의 역군인 엔지니어,그리고 전문경영인인 CEO 등이다.그런 점에서 한국적 CEO를 바로 보면서 격려하고 비판하는 작업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역사가 가르쳐주는 전문경영인에는 일곱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시키는 대로 하는’ 머슴형이 있다.오래 전 H그룹 C씨가 국회 청문회장에서 말해 드러난 유형이다.그렇다고 해서 머슴들도 쓸개까지 빠진 것은 아니다.그래서 오너와 머슴은 서로를 경멸하면서 엇박자로 살아간다. 둘째,‘알아서 기는’ 가신형이 있다.몇해 전 H그룹 분쟁 이후 드러난 유형이다.어르신대신 감옥에 들락거릴 용기와 고통감내도 필요하다.컴퓨터 같은 불도저라고 하여 ‘컴도저’라는 별명을 지녔더라도 가신은 가신일 뿐 참다운 CEO라 할 수 없다. 셋째,‘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속병앓이 형이 있다.S백화점 붕괴사고 직전 총수가 참석한 속칭 ‘어전회의’가 있었다.회장 아버지와 사장 아들 앞에서 CEO들은 꿀먹은 벙어리였다. 그러나 남모르게 속 끓는 절규를 하며 살아간다.총수 취향 때문에 진출한 자동차 사업에 목숨,아니 자리를 걸고 말린 CEO가 누가 있는가? 넷째,‘의중대로,대세대로’인 갈대원만형이 있다.원래 그깟 소신을 갖고 일해 봐야 손해라는 것을 일찍이 터득한 영리한 소시민형 전문경영인이다.갈대와 같아 유연성 치고는 최상급이다.따라서 회사내 출세운이 의외로 좋다.한국 대표적 기업의 간판 CEO였던 L회장이 스스로 실패한 경영자라는 뒤늦은 참회가 오히려 값지게 들린다. 다섯째는 ‘속과 겉이 다른’ 양두구육형이다.부패의 먹이사슬 속에서 기민한 수완을 발휘해 자기 몫을 챙기는 이들이다.서로 해먹다가 오너는 빌딩에서 투신하고,한 전문경영인은 감옥에서 푹 썩은 일화를 벌써 우리는 까맣게 망각하고 있다. 여섯째,‘오너가 된 줄 착각하는’ 치매형이 있다.K그룹의 A회장 같은 경우다.한때는 한국의 아이아코카로 불리면서 기대를 모았다.안타깝게도 재벌 총수 흉내를 내면서 전횡을 일삼고,자신도 부패먹이 사슬 속에 들어갔다.결과적으로 노사결탁,방만 경영으로 흘렀다.그 자신도 할 말이 많겠지만 너무 심한 치매에 걸린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그래도 희망을 심는’ 횃불형이 있다.한국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마치 어두운 밤에 횃불을 들고 달리는 용사처럼 소중한 CEO들이 도처에 있다.현대건설 전 이명박 회장은 개발신화를 이루었고 동부그룹의 한신혁 부회장은 소리없이 기업을 일궜다.투명경영의 상징 휠라코리아 윤윤수 회장은 고액연봉으로 샐러리맨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고,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은 4조2교대로 고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희망인 횃불형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이들이야 말로 사람밖에 없는 자원 빈국 한국의 보배들이 아닌가.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에듀 짱]서울시교육청 주최 초등교원 금강산 통일체험 연수

    [에듀 짱]서울시교육청 주최 초등교원 금강산 통일체험 연수

    “이제 통일교육은 반전·평화교육의 연장선 위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교단에 설 것입니다.” 지난 5∼7일 2박3일간 열린 초등교원 금강산 통일체험 연수에 참가한 종암초 김홍례(여·28) 교사의 감회는 남달랐다.최연소 참가자인 김 교사는 어린시절 이산의 아픔에 절규하는 사람들이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현장을 TV로 보았지만 ‘분단과 이데올로기’는 그저 ‘뉴스’라고 생각해온 분단 3세대다. ‘빨갱이’는 ‘쳐부수어야 하는 적(敵)’으로만 배웠던 김 교사가 교단에 섰을 때 남과 북의 환경은 너무도 변해 있었다.적대적이었던 남북의 관계가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북한 땅을 밟아보니 비로소 남과 북이 같은 나라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초청으로 금강산 연수에 참가한 초등교사 400명은 생생한 북한체험이 통일교육을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지난 5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버스로 꼬박 7시간을 달려 군사분계선을 넘어선 교사들은 차창 밖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한 여름의 햇살과 푸르름을 더해가는 산과 들,삼삼오오 마을을 거니는 까까머리 꼬마들의 모습은 남한의 시골 풍경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5일과 6일 구룡연과 만물상 등반을 마친 교사들은 더욱 더 통일교육의 의지를 굳혔다.구룡연 정상 상팔담에 오른 홍연초 이봉수(61) 교장은 북측 환경요원이 구수한 입담으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풀어내자 “남과 북이 같은 언어와 정서를 지닌 한민족이라는 사실이 절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암괴석 사이사이 맑은 폭포와 연못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만물상 정상에 오른 안평초 송칠섭(35) 교사는 숨이 멎을 듯한 진한 감동을 느꼈다.그는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꼭 기억해 두었다가 이 감동을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주겠다.”고 다짐했다.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화려한 곡예 역시 많은 교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남사초 장경자(여·55) 교무부장은 “북한 교예단의 실력에 놀라고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교예단원들이 자식들 같아 피땀 흘리며 훈련받았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빠듯한 2박3일의 일정 중에 교사들은 곳곳에서 통일교육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했다.경희초 황인수(38) 교사는 “교육현장에서는 지식·인성교육에 밀려 통일교육이 무시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통일 후 한반도가 아시아 대륙으로 무한히 뻗어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만 인식해도 통일교육을 게을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자초 김미정(여·42) 교사는 “반전과 평화 교육을 피부로 느끼게 하려면 역할극 등을 통해 학생들이 간접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며 “통일교육의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금강산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교원 금강산 통일체험 연수는 유·초·중·고 교사 금강산 통일체험 연수는 서울시교육청이 통일교육의 내실화를 꾀하기 위해 실시해온 현장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지난 1999년 8월,교사 470명이 항로로 처음 금강산을 방문한 뒤 지금까지 3592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주로 7∼8월 2박3일 동안 여름방학을 이용해 연수가 진행된다.11개 지역 교육청 별로 통일교육 담당교사를 우선적으로 선발한다.참가교사는 구룡연,삼일포,만물상,해금강 등 금강산의 주요 관광코스를 둘러보고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도 관람한다. 교사들은 통일교육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분임토의 시간도 갖는다.10∼12명의 교사가 한 조를 이뤄 1시간 정도 토론을 실시하며 학교별 통일교육 우수사례 발표회 등도 연다.
  • [개인파산시대] ① 파산이 희망이다

    [개인파산시대] ① 파산이 희망이다

    개인 파산시대가 오고 있다.400만 신용불량자 가운데 120만명이 파산 대상자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은 충격적이다.그러나 파산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파산은 인생의 종착점이 아니라 재생의 출발점이며,위기에 몰린 개인과 가계를 지탱하는 사회안전망이다.사회·경제적 빚을 청산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서울신문은 올해 파산자가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파산시대를 맞아 탐사보도 ‘개인파산,몰락인가 재생의 길인가’를 마련,파산문제를 심층취재했다.제도권 경제활동에서 비껴나간 파산자들을 쫓아 파산의 뿌리를 캐고,이들이 다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지를 진단했다.파산의 실태와 문제점,해법을 4회에 나눠 짚어본다. “단 한번도 연체없이 매달 갚았습니다.하지만 남은 건 빚과 가정파탄,망가진 생활 뿐입니다.”(32·파산한 회사원)“진저리 나는 압류통지서,직장마다 쫓아다니는 강제집행명령,더 이상 일할 병원도 없고 가슴 졸이며 사는 세월이 무섭습니다.”(41·파산 신청한 의사)“결혼을 후회합니다.남편만 믿고 살면서 사치나 낭비를 한 것도 아닌데….길거리에서 사은품까지 준다고 발급받은 카드가 악몽이 됐습니다.”(35·파산한 주부) 파산부 판사에게 제출한 파산자들의 자필 진술서에는 ‘카드 돌려막기’,‘가정파탄’,그리고 ‘재기’라는 세 단어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서울신문이 2002년 5월부터 올 6월까지의 파산자 중 기록을 입수한 306명의 대부분은 정부의 ‘카드 장려정책’이 본격 시행된 2000년 이후 1인당 4∼5장의 카드를 집중 발급받았다.최소 6개월에서 최장 7년까지 돌려막기를 해온 이들은 2002년 하반기 카드사의 갑작스러운 한도축소로 단숨에 침몰했다.‘파산’과 ‘면책’은 이들이 겪는 이혼과 별거,질병과 자살이라는 악순환 속에서 재기와 희망을 찾아 선택한 유일한 길이었다. ●목숨끊는 사람들…,파산이 희망 “로또 1등에 당첨돼 빚을 다 갚거나 파산을 신청해 모두에게 알리고 죄갚을 받든지,이도저도 안되면 우리 가족 모두 다같이 가는 것,아이는 빼고….” 지난해 7월 파산 신청 후 부인 송영애(가명·33)씨와 딸(9)을 남겨둔 채 목숨을 끊은 박모(35)씨의 유서에는 이런 사연이 씌어 있었다.박씨는 눈물 자국이 군데군데 남은 유서 말미에 ‘부자가 되라.’고 외동딸을 향해 절규했다.송씨 역시 남편의 삼우제 다음날 약을 먹었지만 목숨은 부지했다.빚은 송씨에게서 두 목숨을 거둬갔다.함께 살던 친정아버지도 생활고를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송씨 부부는 운영하던 유통업체가 부도나면서 9억여원의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됐다.원금보다 커진 이자는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송씨는 같은해 10월 파산했다. 그는 “남편은 죽음으로 채권자들에게 죄값을 치렀으니 저라도 딸아이를 지키고 싶다.”고 판사에게 애원했다.그에게 ‘파산’과 ‘면책’은 딸을 지키는 유일한 희망이 됐다.석달 뒤 면책이 승인된 송씨는 어느 소도시의 한 슈퍼에서 일하게 됐다.월 40만원의 수입에 불과해도 딸과 함께 사는 소망을 이뤘다. ●‘실직’,파산으로 가는 적신호 대기업에 다녔던 최진호(가명·40)씨는 97년 외환위기 당시 그룹의 구조조정으로 실직했다.1년 뒤 외국계 의류회사에 재취업한 그의 가정은 안정을 찾았다.2002년 3월에는 저축한 돈과 주택자금을 대출받아 13평짜리 임대 아파트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내 회사와의 갈등이 그를 옥죄기 시작했다.회사측이 영업사원인 최씨의 업무접대비를 급여에서 해결하도록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빚을 내서 영업을 하다 보니 실적은 저조해지고 손에 쥐는 돈도 줄어들었다.결국 최씨는 권고사직을 당했다.이때부터 부인이 식당일을 하며 맞벌이에 나섰지만 최씨의 실직 기간이 길어지자 각종 카드 빚은 나날이 늘었다. 1년여만에 중소업체에 취직했지만 월 200만원의 부부 수입으로 더이상 카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친정 식구들의 카드까지 동원해 돌려막았으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 와중에 최씨의 회사는 부도가 났다.4번째 실직으로 연체가 시작됐다.2003년 6월부터 카드사는 일시불 청구를 요구했고,대환대출과 보증인을 강요했다. 카드사의 반복되는 독촉과 추심 스트레스,경제적·정신적 상실감으로 최씨의 부인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최씨는 지난 2월 파산했다.초조하게 면책 승인을 기다리는 최씨는 “한숨과 눈물로 미소조차 잃어버린 아내에게 다시 한번 사랑과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며 재기를 다지고 있다. ●다단계판매 1년… 빚만 6000만원 박미진(가명·25·여)씨는 다단계판매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6000만원의 빚을 안고 파산했다.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에 다니던 박씨는 친구의 소개로 다단계에 뛰어들었다.회사 동료들은 박씨에게 카드부터 만들 것을 권유했다. 처음으로 카드를 만든 박씨는 물품대금 400만원을 현금서비스를 받아 회사에 지불했다.직급이 상승된다는 기대에 박씨는 친구도 끌어들였다. 직급이 오르고 판매조직을 맡자 수입은 한때 300만원까지 올라갔다.박씨는 더 많은 카드를 이용해 현금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물품대금을 갚는 데 400만원,판매망 관리에 600만원의 지출이 생겼다.영업부진과 반품,일을 그만두는 동료가 늘어나자 회사로 들어간 대금은 고스란히 박씨의 빚이 됐다.휴학생 신분이었던 박씨이지만 신청만 하면 카드가 발급이 되던 시절이었다.박씨는 11장의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다 지난 2월 파산했다.이혼한 어머니와 월세 23만원의 단칸방에 사는 박씨는 대학까지 자퇴하고 말았다. 안동환 유지혜 이재훈기자 sunstory@seoul.co.kr
  • ‘천성산의 절규’ 들리지 않는가

    ‘천성산의 절규’ 들리지 않는가

    불교에 ‘여법(如法)하다’는 말이 있다.말 그대로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뜻이다.법자를 파자하면 물이 흐른다,그러니까 어떤 일이 물 흐르듯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되어감을 의미한다.쉬운 경지는 아니다.탐욕과 어리석음과 분노에 귀가 막히고 눈이 가리어 어느 순간 순리는 간데없고 억지와 밀어붙이기가 물 흐르는 듯한 자리를 대신하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건설사업에서 순리를 벗어난 어긋남을 본다.19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인 고속철도건설사업.최대의 국책사업이라면 이 사업의 절차와 내용도 여법하여야 한다.그러나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토대로 공사가 오늘도 진행되고 있다.94년 협의 완료된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300여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고 기록하고,“계획노선 주변에는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식물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또 2002년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화엄늪 등 22개의 고층습지가 천성산에 있음에도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습지에 대한 기록조차 없다.이뿐만이 아니다.천성산을 뚫고 지나가는 16㎞ 지역에는 법기단층과 양산단층 등 활성단층이 있어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질학자들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물론 대책조차 없다. 마침내 마창환경운동연합과 습지보전연대회의 등 환경단체에서 생태조사에 나섰는데,2001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천성산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식물이어서 거래방지협약 대상종인 잠자리난,우리나라 특산종인 꽃창포를 비롯해 30여종의 환경부 지정 법적보호동식물 등 모두 1000여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지율스님은 산의 소리를 들었다.‘1000명의 성인이 난다.’는 아름다운 산 천성산에 살다가 터널이 뚫린다는 소식을 들은 지율스님은 무작정 매일 산에 올랐다고 한다.그러던 어느 날,“도와주세요,도와주세요”,환청이었을까.산과 산에 깃들어 사는 생명의 호소였다.지율 스님은 약속했다.“그래,내가 도와줄게.” 지난 3년여 동안 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지율 스님의 행보는 처절했다.부산에서 서울까지의 도보순례,38일과 45일에 이르는 단식,3개월 동안 매일 3000배,부산역 광장에서 화엄늪까지의 3보1배.그리고 이번에 다시 청와대 앞 단식이다.지난 6월30일 시작했으니 한 달이 넘었다.산은 이미 감동했을 터이나 사람만이 무심하다. 지율 스님의 간곡한 호소를 들어보자.“천성산에는 보호해야 할 종이 단 한 종도 살지 않는다고 했던 환경영향평가서와 천성산에서 도롱뇽을 본 일이 없다고 증언했던 교수들의 양식과 양심이 우리 환경현안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으며,그런 상황에 놓인 우리 국토의 미래를 예견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만일 터널로 인해 늪과 계곡이 마르고 지하수위가 하강하여 국토가 사막화되고 생태계가 무너진다면,이러한 훼손으로 인한 피해가 개발로 인한 경제적 가치 이상이고,미래에 이르러 복구할 방법과 대안이 없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이제 정부가 화답해야 한다.그 대답은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는 것이다.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에 걸맞게 여법해야 하기 때문이다.순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세영 스님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여주 신륵사 주지
  • “누명 벗었지만 파탄난 가정은… ”

    “만신창이된 내 인생,내 가족을 누가 책임질 것입니까.” 뇌물수수 혐의로 억울하게 28개월 동안 옥살이하다 무죄를 선고받은 경기도 연천경찰서 지구대장 김모(45) 경감의 한맺힌 절규다.김 경감은 지난달 30일 자신을 수사했던 수원지검 평택지청 Y검사와 수사관 등 4명을 불법 체포감금과 직권남용,증거인멸 및 허위 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김 경감은 모 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하던 2001년 10월 친구 박모씨의 이혼소송과 관련한 진정사건을 잘 처리해 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됐고 같은 해 11월 구속기소됐다.그해 12월 경찰로서는 가장 불명예스러운 파면 처분을 받았다.이듬해 1월 1심 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돼 ‘뇌물경찰’이란 오명이 붙어다녔다. 어머니는 아들의 구속에 따른 충격으로 11개월간 몸져누운 끝에 운명을 달리했다.대학생이던 큰딸은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사건이 불거진 뒤 별거에 들어갔던 부인과 결국 이혼했다. 1년에 걸친 항소심 끝에 법원은 김 경감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대법원 역시 같은 해 8월 무죄를 확정했다.별도로 진행된 파면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승소해 지난 4월 복직했다.김 경감은 고소장을 내며 “경찰서 수사과장도 검찰에 힘없이 당하는데 하물며 일반인들이야 어떨지 걱정스럽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Y검사는 이와 관련해 “그동안 겪은 개인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수사과정에서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열린세상] 안중근, 김선일, 유영철/심영희 한양대 사회학교수

    장면 1. 2004년 7월13일 중국 하얼빈역.안중근 의사가 폭탄을 던진 현장이다.그는 이토 히로부미가 역에 도착하여 출구를 통해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폭탄을 던졌다.그래서 출구 근처에 혹시나 무슨 표시가 있지 않을까 찾아보았다.그러나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다소 섭섭했지만 모두들 역사의 현장에 왔다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숙연한 모습이었다. 장면 2. 2004년 6월21일.텔레비전 뉴스에 이라크에서 납치된 김선일씨가 나온다.“나는 살고 싶다.나는 죽고 싶지 않다.한국군을 이라크에 보내지 말라.”고 절규하는 모습이다.다음날인 22일 김선일씨는 끝내 피살체로 발견되었다.가족들의 애통해 하는 모습이 화면을 장식한다.네티즌들의 반응이 요동친다.김선일씨 피살전에는 파병반대 의사를 밝혔던 사람들이 파병찬성으로 돌아선다.전투부대를 파병해서 이라크인을 응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면 3. 2004년 7월18일.무려 21명을 죽인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이 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한다.얼굴을 푸른색 마스크로 가린 그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보도방 아가씨들이 몸을 함부로 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부유층은 각성했으면 합니다.”라고 입을 열었다.범죄 전문가들은 이번 연쇄살인이 ‘반사회적인 증오성 범죄’의 대표적 사례라면서 ‘피해자 규모’와 ‘잔인함’에 경악하는 분위기다.사형을 폐지하면 안 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 세 장면은 모두 폭력의 다른 측면에 관한 것이다.우리는 평화를 위해서 폭력을 자제해야 하지만,안중근 의사의 행동처럼 폭력의 사용이 불가피하고 정당한 경우도 있다.그러나 무고한 사람을 인질로 잡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테러리즘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증오살인은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 이분법적 구별에 대해 생각해보자.‘안중근은 훌륭하고 이토는 나쁘다,김선일은 죄없고 테러단은 나쁘다.유영철은 악독하고 피해자는 불쌍하다.’이다.우리와 그들,친구와 적과 같은 이분법이 작용한다. 테러단,유영철은 극단적이고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했다.그러나 똑같은 불행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그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틀림없이 그들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테러단은 아마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또 그들은 이라크에서 일종의 의병 같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 평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처럼 이분법을 넘어 글로벌 시민권의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보복적 민족주의,국가안보의 관점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삶의 안전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김선일씨의 유족들이 추모식에서 “이라크를 용서합니다.당신들을 사랑합니다.”라고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바로 이런 깨달음에 기반한 것이 아닐까 싶다.이번 연쇄살인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성매매 여성들에게도 매도가 아니라 애도를 해야 한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실천하려는 마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지난 1월18일 미국전역에서는 마틴 루터 킹 날을 기념하여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반전평화시위가 있었다.“전쟁이 답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가 남긴 다음의 말은 두고 두고 깊이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여러분이 폭력을 사용하려는 유혹에 굴복한다면,아직 태어나지 않은 다음 세대는 길고 어두운 고통의 밤을 맞게 될 것입니다.그리고 당신이 미래에 물려줄 주요 유산은 무의미한 혼란의 세상일 것입니다.” 마음속의 이분법과 폭력에의 유혹을 버리는 것,그것이 평화의 첫걸음일 것이다. 심영희 한양대 사회학교수
  • [28일 TV 하이라이트]

    ●와!e멋진 세상(MBC 오후7시20분) 동토의 땅 알래스카는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알래스카의 곰사냥 속으로 떠나보자.미국 동부지역에서는 17년 만에 빨간 눈의 매미가 하늘을 뒤덮었다.여기서는 매미를 불청객이라 부르는데,이는 17년마다 매미떼가 출현하면 뜻하지 않은 사건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양방과 한방 전문의들이 말하는 디스크 진단과 다양한 치료법을 알아본다.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진 현대인들에게 자주 찾아온다는 디스크.이 디스크 치료를 과거에는 대부분 수술로 했으나 요즘은 안전한 치료법이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한다.운동 요법은 치료는 물론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문화센터(EBS 오전 11시) 요즘 게임은 대부분 머리를 충분히 활용해야 하는 지능적인 것이 인기를 끈다.마술의 세계에서는 카드마술이 바로 두뇌를 쓰는 마술이다.상대방이 고른 카드를 알아맞히는 다양한 기술들을 배우고 속칭,야바위처럼 카드 위치를 알아맞히는 방법,마술사에게 필요한 화술과 연기술 등을 배워본다. ●인생극장(iTV 오후 10시50분) 스무 살 지나에게 찾아온 운명같은 첫사랑 강훈.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는 지나.친구이자 라이벌인 미혜를 물리치고 그의 여자친구가 되기 위한 지나의 노력은 결국 강훈을 감동시킨다.과연 을왕리에서 벌어진 진실은 강훈이 알고 있는 그대로일까? ●해결!돈이 보인다(SBS 오후 7시5분) 피자라는 음식이 생소하던 1984년 한국 최초로 피자를 들여온 피자업계의 선구자,성신제 사장이 쪽박집의 기사회생에 함께한다.그는 피눈물나는 현장조사와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 한국인의 입맛에 맛는 피자를 탄생시켰다.대박집 20년 노하우를 전수받게 될 주인공은 누가 될까. ●풀 하우스(KBS2 오후 9시50분) 할머니와 영재 엄마는 어른들께 인사도 안왔다고 지은을 야단치며 본가로 들어와 살라고 한다.지하철에서 지은은 영재가 선물한 녹음기를 놓고 내리고,지은이 녹음기를 잃어버린 것을 안 민혁은 자신이 같은 것을 생일 선물로 사주겠다고 하지만 지은은 같은 것이 아니라며 거절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KBS1 오후 8시25분) 진수가 다친 사실을 안 영실은 절규를 하고,진국과 희수를 오해한 덕배는 흥분한 나머지 진국을 때리려 한다.진국은 희수에게 집안 분위기에 익숙해지라고 위로하고,희수는 그런 진국이 오히려 가엽게 느껴진다.복숭아를 먹는 꿈을 꾼 지혜에게 재민은 태몽이 아니냐며 흥분한다.
  • [공연리뷰] 조수미 국내 첫 오페라 ‘리골레토’

    조수미의 국내 첫 오페라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리골레토’ 무대는 오페라에서 음악과 성악가의 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여실히 입증한 무대였다.연출은 다소 단조로운 편이었지만,베르디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목소리에 담은 레퍼토리들은 관객의 몸과 마음을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페라 전막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역시 리골레토역의 바리톤 레오 누치.그의 목소리에는 살아숨쉬는 리골레토의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만토바 공작의 집으로 찾아가 질다를 내놓으라며 부르는 아리아 ‘몹쓸 악당놈의 가신들’에 담긴 아버지의 절절한 절규는 관객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조수미의 목소리도 숨을 멎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사랑에 빠져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아리아 ‘그리운 그 이름’은 긴 떨림의 여운을 남겼다.하지만 첫 무대의 긴장감과 지방 순회공연에서 누적된 피로 탓인지 목소리에서 감정의 굴곡이 살아나지 않았다.아름답긴 했지만,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는 슬픔이 절절하게 객석에까지 전달되기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만토바 공작역의 아킬레스 마르차는 음의 강약을 살려 유연하게 흐르게 만드는 음색이 인상적인 테너였다.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람둥이역을 목소리만으로 충분하게 살려내는 연기가 인상적이다.‘리골레토’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경쾌한 아리아 레퍼토리 ‘여자의 마음’도 극의 아이러니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한 느낌이다. 이탈리아 볼로냐 오페라단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은 수준높은 단원들의 실력 덕에 독창 외에도 4중창,합창 등 다양한 노래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3막에서 사랑놀음을 하는 만토바 공작과 마달레나,고통받는 부녀인 리골레토와 질다가 부르는 4중창이나 1막2장의 마지막에서 질다를 납치한 귀족들이 부르는 리듬감 있는 합창곡 등은 절묘한 앙상블을 이끌어냈다. 빼어난 음악에 비해 전체적인 공연의 진행과 무대미술 등은 다소 미흡한 편.세종문화회관의 낡은 시설 탓인지 무대 전환을 위해 3번이나 휴식시간을 가져 극의 호흡이 자주 끊겼고,유서 깊은 회화라지만 파스텔톤으로 그린 세트는 정교한 맛이 떨어졌다.연출은 고전의 품격을 표현하기에는 무난했지만 생동감이 없었다.하지만 무대 좌우의 조명을 다르게 해 선악의 경계에 선 리골레토와 세상의 풍경을 은유하는 연출만큼은 돋보였다. 약간의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무대는 오페라 애호가들에게는 원작에 충실한 제대로 된 오페라를 감상할 기회가,초보자에게는 오페라의 정수를 느끼며 그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할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공연은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99-1114.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그는 우리 가족을 죽였습니다”

    “낮에는 견딜 만한데,저녁이 되면 아내가 걸어들어올 것만 같아요.범인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죽인 거지만,그 가족의 삶까지 함께 죽었습니다.” 유영철이 유일하게 후회했다는 지난해 11월 혜화동 살인 방화 사건의 희생자 배모(53·여)씨.배씨는 파출부로 일하러 갔다가 집 주인과 함께 희생됐다.유영철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의 한 형사는 “여전히 반성의 기색은 없지만,유일하게 혜화동 아주머니를 죽인 것은 후회한다더라.”고 전했다. 지난 17일 저녁 경찰로부터 “유력한 용의자가 잡혔다.”는 말을 듣고 남편 김모(66·서울 성동구 응봉동)씨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사건이 난 뒤 8개월 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무슨 단서라도 잡혔을까 뉴스부터 챙기던 김씨였다.관련기사를 꼼꼼히 스크랩까지 했다.충격으로 심신이 상한 탓에 아내와 살던 집을 지난달 팔고 큰아들 집으로 이사했다. 21일 기자와 만난 김씨는 용의자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김씨는 “얼굴 한번 보고 싶다.”면서 “뺨이라도 한대 때려주고 차라리 혀 깨물고 죽으라고 하고픈 심정”이라고 절규했다.김씨는 “뉴스를 눈에 불을 켜고 봐도 범인은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안 하더라.”면서 “기가 막힌다.”고 고개를 저었다.유영철이 “후회한다.”고 했다더라는 말을 전하자 김씨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떨구었다.한참만에야 김씨는 “죽였으면 그대로 가지 왜 불까지 질렀는지… 하루 4만원 벌려고 일하러 간 죄밖에 없는데….”라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다른 여자들은 토막내 죽였다는데 그래도 나는 시신이라도 확인했으니 다행”이라면서 “토막난 여성들은 가족이 확인도 못할테니 얼마나 안된 노릇이냐.”고 한숨을 지었다. 유영철의 성장환경이 불우해 범죄로 빠져들었다는 일부의 ‘동정론’에는 “그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자기 손으로 돈 벌어 공부한다.”면서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큰아들(36)은 “아버지도 평생 노동일을 했고 어머니도 노점상에 파출부였지만,우리 3형제에게 한번도 나쁘게 살라고 가르친 적 없었다.”면서 “남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는 “14년 동안 가락시장에서 노점상을 해 24평짜리 집 한칸을 마련하고는 그렇게 좋아하더니 1년도 살지 못하고 갔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적금을 들어놓았으니 4월까지만 고생하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사설] ‘빌 게이츠도 한국에선 성공 못해’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인 안철수(안철수 연구소)사장이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정부의 원칙없는 지식정보산업 정책과 잘못된 업계 관행,소비자들의 그릇된 인식을 통렬히 비판했다.그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범람과 지적 재산권에 대한 소비자들,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의 ‘공짜 의식’이 지식정보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임을 경고했다.또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챙긴 실탄에 의지,덤핑 입찰을 남발해 하청 중소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일부 대기업 시스템통합(SI)업체의 횡포도 고발했다.그는 ‘눈먼 돈’으로 불리는 각종 정책자금 지원에 의존하는 벤처업계 풍토와 생산성보다 예산 절감을 우선시한 결과 덤핑의 악순환을 조장하는 정책당국의 근시안적인 발상도 질타했다. 안 사장이 열거한 지식정보산업의 문제점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를 축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말로만 정보기술(IT) 강국,지식정보산업 육성이라고 떠벌렸지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적재산권 보호분야의 우선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물이 판을 친다.게다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구조조정 관련 보고서에서 하이테크 기업의 40%가량이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만큼 ‘속빈 강정’임이 확인됐다. 정부는 입만 열었다 하면 미래성장산업 육성,혁신 클러스터 건설 등을 외친다.또 그 길만이 2만달러 시대에 도달하는 유일한 통로라고 주장한다.하지만 안 사장이 제기한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부의 구호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부디 행정관료들은 업계에서 터져나오는 피맺힌 절규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 [임영숙 칼럼] 김선일씨가 남긴 것

    이라크 과격 테러집단에 의한 김선일씨의 참혹한 죽음에 많은 어머니들이 눈물을 흘렸다.그의 불우했던 성장환경에 가슴 아파하며 “내 아들처럼 느껴진다.”고 안타까워했다.참수 동영상을 보지 않고도 정신적 외상을 입어 “내가 죽인 것 같다.”고 괴로워하는 이들도 있었다.그러나 비극적인 소식이 알려지고 장례식이 열린 지난 30일까지 1주일 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사회를 걱정스럽게 보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언론의 상업주의와 정치인·지식인들의 정략적인 태도가 지나쳐 집단적 히스테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찬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파병 찬반과 상관없이 개인의 성격에 따라서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어느쪽이든 죽은 김씨는 살아 남은 이들에게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남겼다. 우선 그는 우리 모두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살고 싶다.”는 그의 절규는 인간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었다.시인 김정란씨가 지난 24일 서울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고인은 이렇게 말한다.“잊지 말아라.살아 있는 너희는 잊지 말아라.사람이 사람인 것은 갈대보다도 더 연약한 것이라는 것을,사람은 사람이라는 잔인한 짐승에 불과하다는 것을,사람은 사람이라는 지옥이라는 것을….내 죽음은 아직 물질의 세계에 남아 물질을 얻으려고 아옹다옹 다투는 너희에게 던져졌다.아니다 던져진 것은 내 죽음이 아니라,주검이다.…너희가 해결해야 할 너희안의 짐승이 죽인 몸…” 이 질문의 무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다른 숙제 역시 만만치 않다.테러 대상국이 된 한국이 국제 사회에 보여줄 적절한 행위와 대응은 무엇인가.미군이,아니 미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건 인지 시점은 정확한 것인가. 국가는 국민에게 무엇이며 부실한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재정비해야 하느냐 등이 그것이다.정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는데 누가 잘못했는가,무엇이 원인인가,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동안 외교통상부와 국정원,국가안전보장회의(NSC),국방부 등 외교안보 기관들이 부실한 정보·협상능력 때문에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특히 외교통상부는 AP통신의 피랍확인 전화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김씨를 살릴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조직문화와 근무자세까지 집중포화를 받았다.이라크대사관의 허술한 교민보호 대책 또한 도마위에 올랐다.미국·영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병할 예정이면서도 이라크어를 구사하는 외교관은 단 1명 파견한 무신경과 현지 문화와 언어,지역정서를 잘 아는 중동전문가를 키우지 않은 단견도 지적됐다. 이런 모든 문제들을 우리가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면 고인이 남긴 숙제는 오히려 큰 선물이 될 것이다.장례식장에서 낭독된 유가족들의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는 그 선물을 우리가 받을 수 있음을 일깨운다.“선일이가 죽기까지 당신들을 사랑했듯이 그 사랑으로 우리 모두는 당신들을 용서합니다.…한국이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세계가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것 안에 선일이가 꽃피우고자 했던 꿈이 있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선일이와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이 자리에서 슬픔과 고통의 언덕을 넘어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합니다.이라크를 용서합니다.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종교적 믿음이 없더라도 인간 존재 안의 ‘잔인한 짐승’을 인류애로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그 작은 실천으로 고인이 준비했다가 미처 전하지 못한 담요를 팔루자 주민들에게 고인의 이름으로 전달하면 어떨까. 주필ysi@seoul.co.kr˝
  • “이라크를 용서합니다” 故 김선일씨 영결식

    “이라크를 용서합니다.당신들을 사랑합니다.” 고 김선일씨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10시 부산 동래구 사직동 사직실내체육관에서 3000여명의 가족·친지·조문객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유족대표로 나선 김씨의 형 진국(38)씨는 영어와 아랍어로 통역되는 가운데 “한국이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세계가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것 안에 선일이가 꽃피우고자 했던 꿈이 있었다.”고 ‘이라크를 향하여 전 세계로’라는 용서의 메시지를 전 세계를 향하여 읽어내려갔다.영결식장은 오전 9시50분쯤 경찰의장대의 호위를 받는 운구행렬이 경찰악대의 장송행진곡에 맞추어 들어서면서 한꺼번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유가족들은 울음을 참으며 말없이 운구형렬을 뒤따랐으나,자리에 앉자마자 아버지 김종규씨가 끝내 비통한 표정으로 고객를 숙인 채 흐느끼기 시작했고,어머니 신영자씨도 조용히 “선일아,선일아.”를 부르며 울먹였다. ‘고 김선일 형제 기독연합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은 최홍준 목사의 사회로 임보혜(24·여)씨의 추모시,허남식 부산시장과 기독교 대표 길자연 목사 등의 추모사,이동수 목사의 약력 소개,유족대표의 추모사,헌화 등의 순으로 3시간동안 진행됐다. 고인이 이메일편지에서 ‘보혜가 해주는 음식을 마음껏 싶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던 임씨는 “당신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해야만했던 우리는 할말이 없다.”고 추모했다.임씨는 특히 고인이 테러범들 앞에 무릎꿇고 외쳤던 “나는 죽고싶지 않다.나는 살고 싶다.(I don’t want to die.I want to live)”를 다시 절규하여 영결식장의 분위기를 더욱 숙연케했다.영결식장의 단상 가운데는 김씨의 대형영정과 한국어·영어·아랍어로 ‘나는 이라크를 사랑합니다’라고 쓴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2개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고인이 이라크 테러단체에 납체된 직후로 추정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가 소개되면서 ‘그의 피가 이라크를 새롭게 하기를 기도한다.’는 메시지가 자막으로 전해졌다. 가수 윤형주씨는 이 자리에서 고인이 이라크에서 사용하다 유해와 함께 돌아온 손때 묻은 기타로 ‘순례자의 노래’를 불렀다.장로인 윤씨는 “고인이 순례자처럼 이 세상을 떠돌다 고향인 하늘나라로 가라는 뜻으로 이 노래를 추모곡으로 골랐다.”고 밝혔다.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구덕체육관을 출발,거제교회∼양정로터리∼시청앞∼연산로터리∼온천장∼금정문화회관∼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오후 1시쯤 장지인 영락공원에 도착했다.이어 오후 2시 영락공원 제7묘원 39블록에서 박의영 목사의 하관예배로 안장됐다.고인이 묻힌 묘역은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서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씨의 무덤에서 10m 정도 떨어져 있다. 한편 이날 서울·부산·울산 등 전국 26곳에서 1만여명의 시민들이 추모의 촛불을 밝혔다.또 국내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이라크 민정 이양을 규탄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김선일씨 추모곡 ‘제망부가’ 인터넷 확산

    ‘그대의 절규 외면 당하고,그대의 꿈도 짓이겨지고,더러운 힘에 무릎 꿇은 조국이 그대를 버렸다 해도…용서하시라 못난 우리를,그대의 목숨 앗아간 이들까지‘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노래가 인터넷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제망부가(祭亡夫歌)’라는 제목의 추모곡은 지난 25일 민중노래 사이트인 ‘송앤라이프(www.songnlife.com)’에 처음 발표됐다.탄핵반대 촛불집회 당시 널리 불려진 ‘너흰 아니야’등 사회비판적인 노래를 만들어온 민중노래 작곡가 윤민석(40)씨가 노랫말을 만들고 곡을 붙였다.제목은 죽은 누이를 그리워하는 신라시대 승려 월명사의 향가 ‘제망매가(祭亡妹歌)’에서 땄다. ‘그대 살아오시라…한송이 들꽃으로 한줄기 바람으로,새하늘 새땅에 살아오시라’는 노랫말로 끝을 맺는 이 곡은 김씨의 명복을 비는 기도문 형식을 띠고 있다.윤씨는 “노래로라도 고인의 뜻을 기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후렴구 앞부분에는 피랍 직후 “살고 싶다.나의 삶 역시 소중하다.”고 울부짖는 고인의 육성을 그대로 담았다.이 곡은 발표 이틀 만인 27일 현재 조회수 7000회를 넘었으며,네티즌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네티즌 ‘fomink1’은 “고인의 절규하는 육성에 가슴이 미어진다.이 땅의 힘없음을 부디 용서하시라.”는 글과 함께 본인의 블로그에 이 노래를 올렸다.‘97manse’는 “제망부가를 다운받아 촛불집회 때 틀었더니 시민들이 귀를 많이 기울이더라.”면서 “눈물이 나더라도 듣고 또 들으면서 고인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마르지 않는 ‘부산의 눈물’… 조문 줄이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절규하던 고 김선일씨는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고향땅에 돌아왔다.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부산의료원에는 비통과 애도의 물결 속에 이틀째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손때 묻은 책과 사진… 고인의 흔적이 생생한 유품이 이날 사촌형 김진학(38)씨에 의해 공개돼 주변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전날 고인의 시신과 함께 도착한 유품은 여행가방 2개와 주인잃은 기타,이라크에서 듣던 휴대용 콤팩트디스크(CD)플레이어 등이었다.CD플레이어 안에는 ‘바이올린 연주곡’이라고 적힌 CD가 들어있었다.여행가방에는 여름 및 겨울 옷가지와 함께 고인이 이라크 어린이와 활짝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력서용 사진을 확대한 듯한 인물사진 2장을 비롯,이라크 현지에서 찍은 사진 20여장이 담겨 있었다. 고인이 사용하던 노트북과 아랍어와 영어로 적힌 성경책,아랍어 성경내용이 적힌 소책자,영어문법책,아랍어 교재 등도 나왔다.영어책 갈피에서는 이라크 한인연합교회 교인이 보낸 엽서가 발견됐다.엽서에는 “어제 나누었던 대화로 형제를 좀 더 알게 됐습니다.연합교회는 철수하지만 형제님이 주위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유품 중에는 검은 천에 두건을 두른 아랍여성 등 그림 2점,머리에 쓰는 두건 2점,‘OPERATION IRAQI FREEDOM,2003-IRAQ’라는 글귀와 함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얼굴에 빨간색 X표가 돼 있는 면티셔츠 2점 등이 눈길을 끌었다.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십시오” 휴일을 맞아 고인의 빈소에는 각계각층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오전 위로예배에서 설교를 맡은 온누리교회 박종길 목사가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합니다.용서해 주소서.”라며 눈물을 흘리자,고인의 부모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이어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십시오.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다툼이 있는 곳에 평화를,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주십시오.”라며 기도문을 읽어 내려가자 빈소는 울음바다로 변했다. 이날 오전에는 협상단 대표였던 장재룡 외교부 차관보를 비롯해 손학규 경기도 지사,고인의 동문인 한국외대 안병만 총장과 한승헌 이사장,권영길 의원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 등이 조문했다. 고인의 중학교 동창인 김규완(34)씨는 학창시절 함께 찍은 봄소풍 사진을 들고왔다.‘1985년 4월18일 봄소풍 태종대’라고 적힌 단체사진에서 고인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김씨는 “처음엔 선일이인지 몰랐다.사진을 보고 옛날 모습이 남아 있어 알아봤다.”면서 “이런 일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친구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슬프다.같이 술 한잔 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앞서 26일 오후 5시25분 대한항공 KE59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고인의 시신은 군 수송기에 실려 오후 7시25분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시신은 오후 8시35분쯤 빈소가 마련된 부산의료원에 도착했으나 민주노총 등 부산시민평화행동 회원 1000여명이 병원 입구를 가로막은 채 “김선일을 살려내라.”,“파병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시신은 20여분이 지나서야 안치실로 향했다. 오후 9시쯤 안치실에서 실시된 검시 결과 시신은 일부 멍든 흔적은 있었으나 대체로 깨끗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검시를 참관한 부산의료원 직원은 “고인의 다리 일부에 멍이 발견되고 복부일부에 부패흔적이 보였을 뿐 나머지 신체에는 별다른 상처 흔적이 없었다.”면서 “참수됐던 목 부위도 현지 의료진이 봉합해 외관상 흔적만 있을 뿐 참혹했던 당시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부산 김효섭 이효용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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