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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 佛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원작의 맛은 확실히 깊고 그윽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뮤지컬에서 상업적으로 윤색돼 ‘노틀담의 꼽추’로 격하됐던 원작은 그 후손들에 의해서 품격을 되찾았다. 지난 25일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첫 막을 올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15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벌어진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속으로 완벽히 빠져드는 데 단 1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음유시인 그랭그와르가 부르는 서곡 ‘대성당의 시대’는 강한 마력으로 관객의 호흡까지 붙들었다. 대사 없이 54곡의 노래만으로 이루어지는 독특한 형식. 혹시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집시 여인의 삶을 노래한 에스메랄다의 ‘보헤미안’, 그녀에 대한 애끓는 욕망을 표현한 콰지모도, 페뷔스, 프롤로 세 남자가 부르는 ‘아름다워’, 에스메랄다의 연적 플뢰르드리스의 ‘말 탄 기사’에서부터 죽은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절규를 담은 ‘춤을 추오, 나의 에스메랄다’까지.1시간40분 동안 쉴새 없이 쏟아지는 노래들은 폐부까지 자극하고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짙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음악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에 눈 먼 인간들이 벌이는 욕망, 질투, 음모, 희생을 제대로 그리고 있기에 두고두고 곱씹게 한다. 특히 그간 많은 작품에서 전형적이고 단선적인 악인으로만 그려졌던 신부 프롤로는 끓어오르는 욕정을 주체 못해 번민하고 스스로 파멸해 가는 복잡한 인물로 살아났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배우들은 열창과 열연으로 무대에 빛을 더했다. 첫 공연이라 사소한 실수와 고음에서 약간 불안한 대목이 있기는 해도 크게 흠잡을 것은 못됐다. 단순하고 현대적인 세트와 의상은 고전적인 이야기를 담기에 손색없이 잘 어울린다. 무대 전면에 설치된 노트르담 성벽을 상징하는 조형물은 장면에 따라 성당, 집시들의 아지트, 파리 뒷골목 등으로 변화를 거듭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첨단 조명 기술은 무대를 더욱 풍성하고 화려하게 만들었다. 연기를 하는 배우와 무용수가 따로 분리돼 있는 것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 헤드 스핀까지 구사하는 16명의 무용수는 발레, 애크러배틱, 브레이크댄스, 현대 무용이 혼합된 역동적이고 육감적인 춤사위로 시종일관 시선을 자극했다.3월20일까지.(02)501-1377.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아하 그렇구나]상상밴드 vs 미스터 펑키

    지난해 가요계는 하루 평균 발매된 신보가 1장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불황에 시달렸다. 새해에도 별반 달라지는 양상은 보이지 않는다. 기성 가수들도 아우성을 치는 판에 신인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 이런 가운데 출사표를 던진 신생 밴드가 있다. 미스터펑키와 상상밴드.‘불황의 늪’을 뚫고 나왔다는 것 말고도 공통점은 또 있다. 음악적 이력과 나이를 볼 때 ‘신인’이란 꼬리표가 머쓱하다. 만만찮은 내공을 지닌 두 팀을 만났다. ■ 상상밴드 ‘상상 그 이상의 만남’. 여성보컬을 앞세운 다른 밴드와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 “나이가 많은 것”이라는 ‘생뚱맞은’ 대답이 돌아온다. 물론 탄탄한 음악성은 기본으로 하고 말이다. ‘관록’을 자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멤버 평균 나이 31세. 리더이자 베이스를 담당하는 쇼기부터 보컬의 베니, 기타의 무크, 드럼의 정상은 모두 ‘통뼈’를 자랑하는 가요계 실력파들이다. 쇼기는 닥터코어 911과 넥스트에 몸담았고 무크와 정상은 박완규, 강현민, 자두, 싸이, 모던주스 등 여러 가수와 밴드의 세션으로 활동해왔다. 저 자그마한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시원한 소리가 나올까 싶은 베니는 ‘부업’으로 신인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라이브 무대가 아니고 녹음실에서 제대로 된 연주를 하려면 26살 이상은 되야 한다.”는 게 정상의 생각이다. 상상밴드는 앨범 발매 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각종 이벤트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왔다. 트럭을 타고 서울을 비롯한 7개 도시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엽기 캐럴송’을 만들어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기도 했다. 첫 앨범 ‘첫 번째 상상(First Imagination)’은 기대에 맞아떨어진다.‘톡’쏘는 맛이 강한 노래들은 탄산 음료처럼 중독성을 지녔다. 멜로디 못지않게 화끈한 가사도 매력 포인트. 여성적인 색깔이 짙은 가사는 거의 베니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실연 당한 여자의 절규를 담은 ‘버림’, 외모 컴플렉스를 귀엽게 노래한 ‘피너츠송’ 등은 독특한 노랫말로 귀를 잡아끈다. 백수의 하루를 경쾌한 사운드에 실은 타이틀곡 ‘훌라훌라’는 요즘 한창 뜨고 있다.“청양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 성분이 기분을 ‘업’시킨대요. 우리 음악을 상상하면 즐거워지고 그랬으면 좋겠어요.(베니)” 먹을 만큼 먹어 서로 고집이 만만치 않을 텐데 한 식구로 묶인 이유가 뭘까.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는 욕심 하나로 “인간적으로 뭉쳤다.”는 이들은 “이제부터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직접 소비하고 싶다.(정상)”고 했다.“제가 밴드 멤버끼리 싸우고 깨지는 거 한 200번 봤거든요. 그게 다 ‘타산지석’이 된거죠.(무크)”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미스터 펑키 미스터펑키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떡볶이와 오뎅’이라는 노래는 한번 들어봤음 직하다. 일본어 ‘오뎅’이 문제가 돼 한 방송사 심의에 걸려 고초(?)를 겪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명 ‘떡볶이송’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다. “떡볶이와 오뎅을 파는 아줌마/순대와 튀김은 팔지 않아요…사람들은 맛나는 떡볶이만 먹고/오뎅은 왜 그런지 팔리지 않아.”라는 코믹한 대사도 튀지만 그보다 더 재미났던 건 여성 보컬의 목소리였다. 그뿐인가 단골 떡볶이집 아줌마를 출연시킨 뮤직 비디오는 단연 압권이었다.99년 처음 결성된 미스터펑키는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는 명희, 다재다능한 리더 정환(기타·보컬), 뒤늦게 한 배에 올라탄 호야(드럼·퍼커션)로 이뤄져 있다.“재미있고 쉬운 음악을 하죠. 우리끼리 ‘퍼니 펑키’라고 이름 붙였어요.(정환)” 5년 만에 정규 앨범을 냈지만 언더 무대에서 400회 이상 라이브 공연을 펼쳐온 베테랑들. 또 국내보다 타이완에서 더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2000년과 2004년 타이완에서 열린 록페스티벌에 참가했고 지난 3∼5일 타이완 가오슝시에서 열린 글로벌 페스티벌에서 타이완 인기 여가수와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제 내실을 기하는 게 이들의 목표.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해지는 동시에 자신들의 음악을 많이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다.“칭찬이든 욕이든 많이 들어야 업그레이드가 되겠죠.” 죽이 너무나 잘 맞는 이들이지만 한때 음악적 견해 차이로 서로 갈라서기도 했었다. 음악 생활을 접은 명희는 홍대 앞에서 1t 트럭을 개조해 ‘주스계의 샛별’이라는 간판을 달고 생과일 주스 장사를 하기도 했단다. 결과는?“쫄딱 망했죠. 뭐….” “서로 양보하고 맞춰가는 것도 재미예요. 이제 때려치고 장사할게 이런 얘기 절대 안 하죠.(웃음)”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눈물의 앨범”이지만 1집에는 이들 말대로 희망, 긍정, 새 시작의 메시지가 가득하다.‘다 잘될 거야’라는 의미의 타이틀곡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은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멤버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며 단단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음악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서울광장] 고개숙인 민주노총 살길은/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고개숙인 민주노총 살길은/우득정 논설위원

    단병호 위원장 시절, 민주노총의 한 부위원장은 민심과 동떨어진 총파업 투쟁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내부 선명성 경쟁을 꼽았다. 그는 민주노총을 달리는 자전거에 비유하면서 강경투쟁이라는 관성에서 이탈하려면 넘어지는 것, 즉 집행부 총사퇴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 지도부가 투쟁 일변도의 초기 노동운동을 고수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면서 민주노총도 시대흐름에 맞춰 변신하지 않으면 머잖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5년 후, 그의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비리가 불거지더니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마저 대의원대회 폭력사태로 창립 10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노조의 생명이 도덕성과 민주성이라면 두가지 가치 모두에서 최악의 추태를 연출한 것이다. 기아차 비리는 구조적인 병폐임에도 노사의 공동책임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릴 수 있지만 민주노총의 ‘반민주적’ 폭력사태는 어떤 논리로도 변명이 안 된다.‘곪을 대로 곪은 것이 마침내 터졌다.’는 내부의 목소리처럼 총체적인 대수술을 단행하지 않으면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까.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민주노총 조직진단을 위해 각급 조직간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 결과와 민주노총이 지난해 말 조직혁신위를 가동키로 하면서 내린 결론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3.6%는 ‘민주노총이 위기’라고 진단했다. 조합원들의 이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전투구(泥田鬪狗)식 노선투쟁을 꼬집은 반응이다. 또 조직혁신위 가동의 당위론에서 제기했듯이 11%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과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노조활동으로는 더이상 노동계급을 대표할 수 없다. 현장조직 약화로 대중투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재정 압박, 조직 피로도 누적, 내부 민주주의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민주노총과 산하 대기업 강성노조의 시계바늘을 조합원과 국민에게 맞춰야 한다. 그래야만 권력화된 ‘귀족노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그들만의 노동운동’에서 대중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라는 본연의 궤도를 되찾을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30여년 전 전태일 열사가 온몸을 불사르며 절규했던 노동정신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강경파의 조직적인 방해로 세차례나 무산됐으나 이수호위원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회적 협약 참여를 이행해야 한다. 노사정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 사용자와 머리를 맞대고 비정규직 차별시정 방안을 제시하고 노조 전임자문제와 복수노조 등 ‘노사관계로드맵’의 포장작업에도 동참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화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링 주변만 맴돌며 야유를 보내고 으름장을 놓는 식의 전략으로는 실리도 못 챙길 뿐더러 대중의 지지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특히 기아차 사태에서 드러난 구조적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방안도 하루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1997년 노동법 개정 이전처럼 행정기관이 감시·감독권을 보유하는 것은 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지만 노조가 자율적으로 제3의 회계기관으로부터 검증받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시도해볼 만한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사용자측으로부터 노조전임자 급여를 지원받는 관행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기아차 비리와 민주노총 내부 환부가 한꺼번에 돌출된 것은 어찌보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자정능력 복원을 통해 시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임시봉합은 민주노총, 나아가 노동계 전체를 사지로 몰고가는 길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지율스님 단식 100일째] 탤런트 고두심이 지율스님께

    [지율스님 단식 100일째] 탤런트 고두심이 지율스님께

    스님!너무 가슴이 아려옵니다. 뒷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불꽃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 제 가슴이 너무 아파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스님을 이렇게 99일 동안 단식을 하게 해 사지로 몰아넣는가를 생각하면 분노도 치밉니다. 하지만 살아야 합니다. 살아서 싸우십시오. 저는 2년 전 식목일 천성산으로 나무를 심으러 갔을 때 스님을 처음 뵈었지요. 환경과 인간을 파괴하는 개발을 막기 위해, 미물인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스님을 뵈었기에 오늘 아무런 의식조차 없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3일로 단식 100일째를 맞는 지율 스님! 딸을 살리려는 스님의 어머님의 절규가, 그리고 지율 스님의 의로운 싸움에 보내는 이땅의 수많은 중생들의 무언의 지지가 들리지 않으시는지요. 저는 촬영을 끝내고 조만간 개봉을 할 영화 ‘엄마’에서 어머니로 나옵니다. 그 영화 중 불가로 출가하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다음과 같은 긴 독백을 합니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적 눈에 티가 들어갔을 때 혀로 핥아 빼주셨제. 얼마나 시원하든지. 엄니 돌아가셨을 때 정말 잘했다고 했단게. 지긋지긋한 고생 끝나서. 다음에 태어나면 몸바꿔 엄마는 나로, 나는 엄마로 태어나서 그 지긋지긋한 고생은 내가 하고 엄마는 편하게 한 세상 사시요.” 1일 정토회관에서 스님의 뒷모습을 보며 삼배를 하고 나온 뒤 이 대사가 생각나서 그리고 지율 스님을 살려달라고 외치시는 스님의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두 자식을 키우는 에미입니다. 스님! 아시는지요? 에미의 심정은 속가에 있는 자식이나 출가한 자식에게 모두 똑같습니다. 정부에도 당부합니다. 개발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개발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발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하는 것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사람 아니 수없는 사람의 생명이 달려 있는 일입니다. 지율 스님! 절대 생명의 끈을 놓치 마십시오. 그것이 저같은 평범한 사람이 바라는 간절한 기원이자 바람입니다.
  • 儒林(271)-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71)-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청량리를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단양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 40분쯤이었다. 아침 6시 50분에 기차가 출발하였으니 거의 4시간 가까이 걸린 셈이었다.4시간이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소요시간인데, 충청북도의 경계역인 단양에 4시간가량 걸린다는 것은 지금은 볼 수 없는 거의 완행열차의 속도수준이었다. 과연 기차는 웬만한 역은 모두 섰다. 지금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열차가 생겨나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광속(光速)시대에 역이면 역마다 서고 한없이 느리게 가는 열차의 속도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무슨 피란열차를 탄 느낌이었다. 느림의 미학. 속도의 무한경쟁시대에 있어 요즘 유행되고 있는 화두, 느림의 아름다움. 나는 그 느림의 아름다움을 오랜만에 맛보기 위해 승용차를 타지 않고 신새벽에 일어나 청량리 역으로 나아가 무궁화호열차를 탔는지도 모른다. 청량리역. 청량리역에 대한 추억은 아득한 옛 기억과 맞닿아 있다. 고등학교 때의 무전여행을 떠날 때에 군용배낭에 쌀 한줌과 마른 건빵 같은 비상식품을 싣고 지도 속에서만 보던 낯선 역을 찾아 무작정 떠날 때의 두려움과 또 한편의 기대 같은 것. 그것은 마치 흔들거리는 이를 빼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불안감과 쾌감 같은 것이었다. 새벽녘 근처에는 항상 사창가에서 나온 할머니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이렇게 유혹하곤 했었지. “젊은이 놀다가, 좋은 색시 소개해 줄게.” 군대에 있을 무렵에도 휴가 나왔다 돌아가던 곳이 청량리역이었다. 그 무렵 버스의 여차장들은 이렇게 소리를 지르곤 하였었지. “청량리 중랑교가요.” 그 소리를 잘못 들으면 이렇게 들려오곤 했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요―차라리 죽는 게 나요― 차라리 죽는 게 나았던 청량리, 청량리역. 그 역의 이름은 저 암울했던 50,60년대의 청춘시대와 연결된다. 아직 6·25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던 참혹했던 전후의 계절, 차라리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싶은 심경으로 무전여행을 떠나고 시골 간이역에 기차가 멎을 때면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려 무임승차를 하였었지. 항상 사람들로 넘쳐나고, 냄새나는 변소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꼬박 밤을 새우던 완행열차. 한참을 자다 눈을 떠도 경기도를 벗어나지 못한 석가여래의 손바닥 안이었지. 때로는 휴가병 열차이기도 했었다. 새벽에 나왔다가 30분정도 시간이 남으면 사창가의 노파 손에 이끌려 판잣집에 끌려가 군화 끈을 풀지도 않고 혁대를 끄르고 엉덩이를 내린 후 눈 깜짝할 사이에 번개 같은 섹스를 했었지. 그럴 때면 지금은 할머니가 되었을, 아니 이미 죽었을 무성영화에 등장하는 엑스트라와 같은 여인들이 내 엉덩이를 때리며 이렇게 놀려댔었지. “아따 급하기는, 번개 불에 콩을 튀겨먹었나.” 요강에 오줌을 누고 도망치듯 달려가는 청량리역사. 그때 내 가슴에 줄곧 이런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요. 청춘시절의 잠재된 기억은 평생을 가는 것일까. 몇 십 년 만에 중앙선열차를 타는 청량리역은 옛날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는 초호화판의 현대식 건물이었고, 사창가가 있던 건물은 눈부신 상가로 급변해 있었지만 여전히 내 귓가에는 버스차장의 목쉰 절규소리가 아득히 들려오고 있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요. 차라리 죽는 게 나요―.
  • 서울신문 선정 2004년 10대뉴스

    서울신문 선정 2004년 10대뉴스

    ■ 국 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헌재 기각 3월12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3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저지 속에 찬성 193표로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지만 후유증은 심각했다. 탄핵 반대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고 이에 맞서 찬성 시위도 끊이질 않았다.60여일간 계속된 탄핵 논란은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마침표를 찍게 됐다. ●대학수능시험 사상 최대 부정행위 적발 대규모 부정행위로 얼룩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도덕불감증과 점수 만능주의가 결합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전국적으로 모두 374명이 입건되고 수험생 312명의 성적이 무효처리되는 등 사상 최대의 부정행위로 기록됐다. 광주에서 적발된 휴대전화 부정은 고교 선·후배가 공모한 대물림 범죄였다. 청주에서는 웹투폰 기법을 악용한 현직 학원장이, 부산에서는 아들의 대리시험을 알선한 학부모가 구속되기도 했다. ●17대총선 여대야소· 세대교체 4·15 총선은 한국 정치사에 묵직하고 또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열린우리당은 46석 미니정당에서 152석 과반수 제1정당으로 올라서 ‘참여정부 집권 2기’에 안정 의석을 확보하면서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으로 전환시켰다. 새 정치, 깨끗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기존 정치인들은 대폭 물갈이되고 초선 의원이 187명이나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노동당도 의원 10명을 배출, 진보의 첫걸음을 내딛고 정치 제도권으로 진입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지난 9월23일 0시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는 피해자가 있는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전국 집창촌이 된서리를 맞았고, 업주와 종업원이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했다.‘2차’를 가볍게 여기던 남성들이 줄줄이 입건되고, 일부 여종업원은 살길이 막막하다며 자살을 기도했다. 집창촌이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해외원정 성매매 상품이 등장했다. 혹자는 “경기도 나쁜데…”라며 부작용을 지적, 파문을 일으켰다.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 헌법재판소가 10월21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수도 이전 사업은 중단됐고, 충청권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이 뒤따랐다. 헌재가 위헌결정의 논리로 든 관습헌법을 놓고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를 구성,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씨 참수 지난 6월23일 가나무역의 직원이던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살해된 사건은 많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나는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했던 김씨는 끝내 참혹한 시신으로 고국 땅을 밟아야 했다. 김씨의 죽음은 추가 파병의 정당성 논란을 불러왔다. 앞서 지난 2월 이라크 추가 파병 동의안은 거센 찬반 양론 속에서 국회를 통과했다. 자이툰부대원 3600여명은 지난 8월부터 평화 재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내수 침체·장기 불황·청년 실업 내수시장은 지독한 불황 그 자체였다.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는 연중 세일로 ‘내수 지피기’에 나섰지만, 닫힌 지갑을 끝내 열지 못했다.10원짜리 아동복도 팔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는 올 4·4분기 39.3을 기록해 98년(34.9) 이후 가장 낮았다. 내수 경제의 ‘세포’인 자영업자들도 휴·폐업과 업종 전환으로 생존을 모색할 정도였다. ●황우석 교수 인간배아 복제 성공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국보급 과학자’로 우뚝 섰다. 이 연구는 뇌질환·당뇨병·심장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아복제 연구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뉴스’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황 교수는 현재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 개발과 무균돼지 생산 등에 주력하고 있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연쇄살인마 유영철(34)은 지난해 9월부터 여성과 노인 등 21명을 잔인하게 살해해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그는 정부수립 이후 가장 많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로 기록됐다.7월18일 체포된 뒤 “100명을 죽이려 했는데 빨리 잡혀 아쉽다. 시신의 일부를 먹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낸 그는 12월13일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살인 행각은 인간의 야만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무동기 증오범죄’의 전형이 됐다. ●고속철도 개통 4월1일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라는 고속철(KTX)이 개통됐다. 대형 제트기 이륙속도와 맞먹는 속도인 시속 300㎞로 주파하는 고속철은 국민들의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고속철 개통은 여행시간 단축뿐 아니라 공간개념까지 바꿔놓았다. 때마침 시행된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지방화 시대를 열었다. 인구의 지방분산, 기업의 지방이전, 지방 관광산업 활성화 등 국토의 균형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 국 외 ●부시 재선과 미국 일방주의 강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에 재선됐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펼쳤으나 미국민의 과반인 51%는 ‘전시 사령관’에 힘을 몰아줬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우려하며 케리의 승리를 바라던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달랐다. 재선된 부시가 유럽 등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지만 일방주의적 외교행태를 멈출지는 미지수다. 힘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움직임이 변수다. ●지구촌 1년내내 테러 몸살 미국의 대테러전 속에서도 이라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가 끊이지 않는 등 스페인과 러시아, 이집트 등 전세계가 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총선을 사흘 앞둔 3월1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기차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폭탄테러가 발생,14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스페인은 총선 후 이라크 파병군을 철수시켰다.9월1일 러시아 북오세티아공화국의 베슬란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인질극은 330여명의 사망자를 낸 유혈 진압극으로 끝났다. ●고유가와 달러 약세 고유가는 회복세에 접어든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는 10월2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55.6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라크 사태 악화, 중국 등의 수요 증가, 투기 극성 등이 주 원인이었다.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와 이라크 사태 등 불안요소는 여전하다. 여기에다 미국정부가 경상수지·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달러를 용인하며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다. ●후진타오 시대 본격 출범 후진타오(胡錦濤)시대의 출범은 실용적인 제4세대 지도부의 전면 등장을 상징한다. 평화적 세대교체를 통해 중국 정치가 개인적 카리스마에 의존하기보다 법과 제도의 의한 보다 합리적인 통치체제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9월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군사위 주석에 올라 당·정·군의 권력을 장악한 후진타오는 친정체제 구축 강화와 함께 지속적인 경제발전, 빈부격차 해소 등 균형발전이란 당면 과제를 어떻게 달성할지 주목받고 있다. ●아라파트 사망과 중동 평화분위기 기대 팔레스타인 독립 투쟁의 상징이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1월11일 프랑스의 군병원에서 사망, 중동의 정치지도가 크게 바뀌었다. 그의 죽음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무장투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아라파트의 뒤를 이어 새 수반이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마흐무드 압바스는 무장투쟁 포기를 촉구하는 등 아라파트와는 차별화된 온건노선을 내걸어 중동 평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기상이변과 교토의정서 내년초 발효 8월과 9월 4개의 허리케인이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했고,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홍수로 1000여명이 숨졌다. 중국 남부지방은 50년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물부족 사태를 겪었다. 올해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전세계적으로 900억달러에 달한다. 지구촌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11월 러시아가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비준함으로써 내년 2월16일 발효된다. ●이라크 주권 이양과 포로 성학대 파문 연합군 임시행정처가 6월 이라크 임시정부에 주권을 이양, 이라크의 민주화 일정이 시작됐지만 1년 내내 테러와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인 고 김선일씨를 비롯해 30여명의 외국인이 이라크에서 납치, 살해됐고 개전 이후 사망한 미군 숫자는 1300명을 넘어섰다. 이라크 민간인은 최소 1만 4000명이 희생됐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미군이 포로를 무차별 구타하고 성학대한 사실이 드러나 전세계의 분노를 샀다. ●일본 열도 ‘욘사마’ 열풍 배용준이 ‘욘사마’란 극존칭과 함께 일본 열도를 ‘한류 열풍’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요 촬영지엔 일본 여성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의 일본 방문 때면 공항과 호텔이 마비될 정도였다. 일본 내에서는 ‘욘겔계수’(총수입에서 욘사마 관련 상품 구매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욘플루엔자’(욘사마 열병)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욘사마’가 한·일 경제에 3조원의 파급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EU통합 가속 유럽연합(EU)은 5월1일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몰타·키프로스 등 동유럽 10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EU는 25개 회원국의 동·서유럽을 포괄하는 대표기관이 됐다.10월29일 25개국 정상들은 로마에서 회원국 전체에 적용되는 헌법안을 채택했다. 터키 및 기타 동유럽국가들의 추가가입을 심사중이어서 국내총생산에서 미국을 넘어서는 거대 유럽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화성 스피릿 안착 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잇달아 화성 표면 착륙에 성공한 뒤 과거 화성에 물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화성 표면 사진들과 광물 분석 자료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화성에 물뿐 아니라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자극받아 유럽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이 앞다투어 우주탐사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2의 스타워스’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 [아듀 2004 벽을 깬 마이너리티] 비정규직연대회의 박대규 의장

    [아듀 2004 벽을 깬 마이너리티] 비정규직연대회의 박대규 의장

    ‘우리는 노예(奴隸)다.’ 30여년 전 몸에 불을 붙인 채 군중 속으로 뛰어들면서 절규했던 고 전태일 열사의 육성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설움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恨) 맺힌 부르짖음이다. 올 한해 노동계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뒤흔든 화두 중 하나가 ‘비정규직’ 문제다.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정부의 입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자 노동계는 발칵 뒤집혔다. 총파업 투쟁으로 이어졌고, 강성 노동자 일부는 45m 높이의 국회 앞 타워크레인에 올라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였다. 그 곳에 평범한 가장에서 핵심 노동운동가로 변신한 사내가 있었다. 박대규(44)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대표자연대회의 의장이 바로 그다.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슬을 끊기 위한 고단한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도 한때는 어엿한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10년 전 레미콘 차량을 몰면서부터 ‘월급’ 아닌 ‘수당’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불확실한 삶의 설계는 그를 투쟁의 무대로 견인했다. 비정규직 법안 철폐를 위해 열린우리당 당의장실도 점거하는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올라가고 매달리고 뛰어내리는 투쟁’이다.“소수의 고강도 투쟁이며 위험수위를 달리는 투쟁”이라고 정의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조직화되지 못한 탓에 이같은 선택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20개월째 수배 중인 동지의 아내가 세살 난 딸아이를 가리키며 ‘쟤는 아빠 얼굴을 몰라요.’라고 했을 때 “정말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일주일에 한두번 경기도 파주 집에 잠깐씩 들르는 자신의 처지는 그래도 낫다고 미안해한다. 엄동설한(嚴冬雪寒)도 박 의장 등 지도부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있다. 국회 앞 천막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기 위해….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새 광고] 장진영·염정아가 싸운다 왜?

    얼굴을 찡그리며 절규하듯 소리를 지르는 장진영의 얼굴, 이에 맞서 염정아도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폭발한다.“도대체 왜?”. 이들은 예쁜 드레스를 놓고 서로 가지려고 싸우고 있다. 장진영의 손에 쥐어진 현대카드S가 이들의 승패를 가렸다. 그러면서 “갖고 싶다면 가지세요.S가 후원합니다.”의 멘트가 흘러 나온다.
  •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

    3년 전, 못말리는 바람둥이 다니엘(휴 그랜트)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결국 티격태격하던 소꼽친구 마크(콜린 퍼스)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기까지의 적나라한(!) 일기를 만천하에 공개했던 브리짓 존스. 한겨울 속옷차림으로 연인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짓던 사랑스러운 그녀는 그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10일 개봉하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Bridget Jones : The edge of reason)은 마침내 꿈에 그리던 애인 만들기에 성공한 브리짓의 본격 연애담이다. 전편 도입부에서 알코올과 니코틴, 탄수화물 섭취량에 일희일비하며, 팝송 ‘올 바이 마이셀프’를 절규하듯 따라부르던 브리짓의 우울한 초상에 연민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던 싱글들이라면 새 일기장에 연인과 사랑을 나눈 횟수를 기록하며 행복해하는 그녀가 조금은 얄미울지도 모르겠다. 헤어지자마자 ‘보고싶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브리짓이나 출렁이는 뱃살이 그녀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마크의 연애행각은 애인없는 선남선녀들에겐 거의 고문 수준. 그러나 사랑은 쟁취하기도 힘들지만 지키기는 더더욱 어려운 법이라는 불변의 연애공식은 이들 닭살 커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6주간의 꿈같은 연애 기간을 보낸 브리짓은 젊고,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한 마크의 인턴 레베카에게 애인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하고, 상류층 변호사 모임에서 왕따를 당하는 냉정한 현실에 맞닥뜨린다. 게다가 마크마저 결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크게 좌절한다. 연애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에 눈뜨기 시작한 브리짓 앞에 옛 직장상사 다니엘이 다시 접근하면서 예측불허로 얽히는 삼각 관계가 영화 중반부 이후를 이끌어가는 줄거리다. 전편에서 다른 여배우가 연기하는 브리짓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해냈던 르네 젤위거는 우리가 기억하는 브리짓,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일이든 사랑이든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꼬이고, 천방지축 세상물정 모르는 서른셋 노처녀의 삶이 시종일관 유쾌한 폭소를 동반하는 건 스카이다이빙하다 돼지우리에 처박히고, 급경사 스키장에서 위태롭게 활강하기도 하는 등 온몸을 던진 그녀의 열연 덕분이다. 몸을 아끼지 않은 건 휴 그랜트와 콜린 퍼스도 마찬가지. 전편에서 브리짓을 사이에 두고 육탄전을 벌였던 두사람이 하이드파크 분수대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은 놓치기 아깝다.15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꼬깃꼬깃 몇천원 종묘 미니식당들

    꼬깃꼬깃 몇천원 종묘 미니식당들

    미국작가 데이비드 샐린저의 자전적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이제 막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주인공 홀든 콜필드를 통해 사회의 거짓이나 위선이 어떻게 한 젊은 영혼을 소외시키고 끝내 파멸로 몰아가는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1980년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을 암살한 마크 체프먼의 손에 들려 있었던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의 암살 동기가 바로 거짓과 위선에 대한 콜필드의 절규 때문이라는 증언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지고 급기야 영미 문화권에 ‘콜필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노인들만의 놀이터로 변한 종묘공원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뉴욕의 밤거리를 방황하던 주인공 홀든은 무심코 택시운전수에게 센트럴 파크의 연못에서 살고 있는 오리들에 대해 묻는다.“겨울이 되어 연못에 얼음이 얼면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 어쩌면 홀든으로서는 자신을 뉴욕이라는 연못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한 마리 오리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이제 막 초겨울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 종묘공원에 들어서서,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여기저기 삼삼오오 떼를 지어 웅숭그리고 있는 70,80대의 노인들을 바라보자, 나는 어쩔 수 없이 홀든의 질문을 기억에 떠올렸다. 그리고 덧붙였다. “겨울이 깊어지고 종묘공원에 추위가 몰려오면 노인들은 어디로 갈까?” 애오라지 노인들만이 모여 노인들만의 놀이터로 변한 종묘공원은 얼핏 훔쳐보면 그다지 보기에 좋은 정경은 아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몸을 가려줄 만한 변변한 지붕 하나 없는 노천의 벤치에서 어떤 이들은 바둑이나 장기판에 여념이 없고, 어떤 이들은 시국에 대한 이야기로 목청을 높이고, 어떤 이들은 맨땅에 주저앉아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고, 어떤 이들은 낡은 노래방 기기의 노랫가락에 맞추어 한껏 몸을 흔들어대며 막춤에 몰두해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떤 이들은 눈에 뜨이게 남루한 행색으로 아예 맨땅에 몸을 웅숭그린 채 대낮부터 죽음처럼 혼곤한 잠에 빠져 있기도 하다. 우연히 종묘공원에 들른 젊은이들이나 아직 노인 축에 끼어들기에는 어정쩡한 40,50대의 중년들은 노인들의 여러 모습에 흡사 못 볼 것이라도 본 양, 서둘러 얼굴을 돌리며 발걸음을 빨리 한다. 그런가 하면 아예 눈살을 찌푸리며 도전적인 기세로 노인들을 휘둘러보는 이도 없지 않다. 노인들의 여러 모습 중에 어느 하나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일수록 혐오의 기색마저 숨기지 않는다. 사회며 가정 어디에서도 소외되어 마침내 종묘공원 이외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의 집단이 젊은이들로서는 어쩐지 무익하게 여겨지는 느낌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10년 20년 후가 아니라 벌써부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듯이 고령화 시대의 노인문제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종묘공원에 와서 한 나절만 노인들과 함께 시간을 지낸다면, 비록 젊은 청춘의 나이일지라도, 그대는 이미 노인들이 겪어내는 저 막막한 황혼의 시간이 검붉은 노을처럼 그대의 가슴에 무겁게 덮쳐오는 것을 절감할 터이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잉여의 시간? 나이 60을 넘어서 70,80을 넘기고 자칫하면 90에서 100까지 넘겨야 하는 저 캄캄하고 무료하며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잉여의 시간. 그리하여 벌건 백주대낮부터 종묘공원을 찾아 바둑이나 장기, 혹은 소주 한 잔이며 낡은 유행가 가락에 맞추어 몸을 흔들게 하는 잉여의 시간. 이 잉여의 시간은 정말로 그렇듯 어둡고 부정적인 의미밖에 없을까. 시인이며 구도자이기도 한 유도혁은 일찍이 ‘하느님 비오는 날에’라는 시에서 하느님을 전혀 뜻밖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구주죽이 내리는 비/비닐우산으루 가리우고/골목길을 지나시는 하느님. 빗물에 젖은 바짓가락처럼/썰렁한 어깨./슬그머니 들어오시어/따끈한 시래기국, 막걸리잔으루/목이나 축이구 가셨으면…. 시인 유도혁의 눈에 비친 하느님은 저 높은 천상의 어디에선가 우리를 굽어보며 지고지순한 은총을 베푸는 하느님이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시인이 시래기국에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대접해야 할 춥고 배고픈 하느님이다. 그리고 시적 정경으로 보아 하느님은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며 오히려 노인에 가깝다. ●얻어 마신 술기운으로 막춤도 춰보고… 비단 유도혁이 묘사한 하느님이 아니더라도, 계룡산이며 지리산 혹은 히말라야의 깊은 곳에서 마음공부를 하는 이들 중에서는 이 시대의 하느님은 저마다 거지며 지체부자유자의 행색으로 세상의 낮은 데를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온몸으로 세상의 악기(惡氣)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그런 하느님은 어쩔 수 없이 일상의 우리가 그토록 혐오해 마지않는 소외된 인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70,80년대 종로 5가 기독교 회관에서는 매주 금요기도회가 열리고는 했다. 이 금요기도회에는 바로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다가 감옥에 끌려간 소위 양심수들을 위한 기도회였다. 그리고 기도회 석상에서 겁 없는 목사들은 감히 목소리를 높여 부르짖고는 했다.“여러분, 지금 우리나라에 하느님이 와계십니다. 불의한 권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소외된 민중들이 바로 하느님인 것입니다.” 어떤가, 이런 식의 낮은 하느님이라면 어렵사리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오늘 종묘공원에 삼삼오오 떼를 지어 웅숭그리고 있는 이들이 다름 아닌 다중의 하느님이 아니랴. 아침 일찍부터 삼양동이나 상계동, 혹은 천호동이나 구로동에서 무료 전철이며 버스를 타고 나와서 12시가 되면 무슨 종교기관에서 나누어주는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하느님. 바둑을 두는 이들에게 바둑 훈수를 하고, 장기훈수도 하고, 우국지사의 시국에 대한 열변에는 이따금씩 고개도 끄덕이는 하느님. 어쩌다 마음씨 좋은 이웃을 만나면 돼지머리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그 기운으로 다른 이들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몸을 흔들며 막춤을 추는 하느님. 이윽고 황혼의 시간이 되어 종묘공원에도 땅거미가 스며들면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가는 일행들의 꽁무니를 따라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는 하느님. 마음공부를 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주장한다. 새로운 개벽이야말로 물질개벽이 아닌 정신개벽이며 그 개벽의 요체는 바로 무소유(無所有)라고. 무소유야말로 자본주의가 과학과 더불어 이루어낸 물질개벽의 악기를 몰아낼 유일한 힘이라고. 그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세상살이에 더 이상 욕심내어 아등바등할 것도 없고 세상살이에 더 이상 더하거나 뺄 것도 없이, 이제는 다만 한 끼니의 무료급식과 한 잔의 소주, 혹은 부침개 한 점에 배를 채우고 낡은 노래방 기기의 가락에 따라 막춤을 추는 종묘공원 노인들의 저 잉여의 시간 속에도, 무소유가 새로운 정신개벽의 힘으로서 푸르게 싹트고 있는지도 모른다. ●뒷골목엔 없는게 없는 색다른 먹을거리 그대가 종묘공원에서 어느 새 노인들과 정이 들었다면 그대는 우선 저녁 어스름이 시작되는 무렵에 종로 3가 보도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포장마차로 가라. 거기에는 역시 노인들을 상대로한 온갖 먹을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상식적인 포장마차보다 화려하고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3마리에 5000원하는 메추리,2마리에 5000원하는 꽁치,2마리에 1000원하는 양미리 외에도 장어·곰장어·꼬막·전어·곱창·생굴·부침개·돼비불고기·허파볶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대가 아무 먹을거리나 고른들 5000원에서 1만원 사이다. 종묘공원 매표소 왼쪽 일대에는 수구레라는 약간 색다른 먹을거리를 파는 종로수구레, 미니식당, 대명식당 등을 만날 수 있다. 소껍질로 만든 수구레(3000원)를 위시해서 닭발·돼지껍질·북어찜·두부김치·생선구이·오징이볶음·순두부술국·순대술국·소내장술국·넙치찜·모듬전·해물탕·생선매운탕·닭도리탕·감자탕 등 없는 것이 없다. 가격 또한 비싸지 않아 3000원,5000원에서 1만원 안팎인데,1만원짜리는 서너 사람이 먹을 양으로 충분하다. 이밖에도 파고다공원으로 가면, 공원 담벼락을 밖에서 따라 도는 뒤편에 역시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들이 몇 군데 있다. 풍년집, 신토불이식당, 초원식당 등이 그곳인데, 먹을거리가 저마다 약간씩 다르다. 이를테면 풍년집은 3000원짜리 홍어찜에 홍어회·계란탕·삶은 오징어·생굴·순두부·조기·동태찌개 등이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이다. 신토불이식당은 2000원짜리 황태해장국·콩비지·소뼈선지해장국에 2500원짜리 닭육개장 등이 있고, 초원식당은 우거지국이 1500원에, 닭 반 마리 2500원, 고등어자반 2000원, 계란말이 2000원, 묵무침 2000원, 계란프라이 1000원, 알배추 1000원 등이다. ■ 온몸으로 무소유 실감 만일 그대가 종묘공원 어디에고 널려있는 저 많은 잉여의 시간들 속에서 무소유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싶거든, 주차장 사무소 옆에 숨어있는 천막집으로 가라. 주로 노인들만이 이용하는 천막집에서 1500원짜리 소주나 막걸리에 3000원짜리 돼지머리고기나 2000원짜리 부침개 한 접시를 사들고 주변의 맨땅에 퍼질러 앉아라. 그리고 아무 노인이라도 붙들고 소주 한 잔에 돼지머리고기 한 점을 권해라. 비단 그대가 아니라도 일대를 둘러보면 결코 혼자서 아구아구 먹고 마시는 노인들은 없다. 마침내 술병이 비거든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춤판에 그대 또한 서슴없이 끼어들어라. 젊은 그대가 끼어든들 노인들 중의 누구 하나 흘겨보거나 시비하지 않을 터이다. 그렇게 끼어들어 즐기는 틈틈이 옆에 있는 노인들의 표정을 훔쳐보아라. 저마다 흥에 겨워 눈에 초점마저 사라진 신명의 노인들은 이미 조금 전까지 그대가 상식으로 알던 저 잉여시간 속의 노인들이 아니다. 세상살이에 더 이상 더하거나 뺄 것도 없이, 세상살이의 시시비비는 훌쩍 벗어나 애오라지 낡은 노랫가락 하나에 인생 전체를 실은 채 흔들거리는 신명의 노인들. 그 노인들이야말로 다름 아닌 무소유 자체이다. 어떤가, 무소유를 온몸으로 실감한 그대 또한 이미 무소유하지 않으랴.
  • [기고] 성매매 여성 자활여건부터 만들라/김강자 대불대 겸임교수·전 종암경찰서장

    앞선 나라의 예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북유럽 여러 나라들의 정책은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성매매 처벌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이 개방되어 있으나 최근 성매매를 범죄로 지목하고 있는 스웨덴 말모지역에서는 1977년부터 1983년까지 무려 7년 동안 218명의 성매매여성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해 생계, 주택, 의료 등 모든 지원과 상담, 교육을 통한 일자리를 개발했고 그 결과,158명을 탈성매매화했다.7년 이상을 범국가, 사회적으로 양질의 지원을 했음에도 불과 158명만이 탈성매매할 수 있었다는 것은 탈성매매의 어려움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웨덴에서 1999년 성 구매 남성처벌법이 시행되자 성매매 여성들이 단속이 어려운 주택으로 숨어들었다. 스웨덴 정부에서는 행적을 감춘 이들을 찾지 못해 성병검진 등 현장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 중국, 태국 등은 성매매를 처벌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성매매가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이다. 오히려 단속과 체벌 속에서 성매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성매매에 대해 비처벌을 고수하고 있는 덴마크, 영국, 이탈리아에선 오히려 성매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같은 현상이 증명하는 것은 분명하고 준엄하다. 그것은 성매매가 획기적인 사회도덕 개념(남성의 성 구매를 부도덕을 떠나 불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수준)을 떠나 여성이 자기계발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의 사회적인 참여 기회 확대와 다름아닌 일자리 창출로만 가능하다. 냉정하게 말하면, 성매매 여성들 역시 여성이자 미래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바로 우리 후손들의 어머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라나는 세대가 우리의 미래라면, 자라는 세대를 간수하는 것은 다름아닌 여성들이다. 성매매 처벌을 강조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들이(사실은 보편적인 우리 옆집 여인들이)이 사회에서 자식을 기르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먼저다. 오랜 경찰생활을 한 필자로선 “사흘 굶어 남의 집 담 넘지 않는 사람 봤냐?”는 절규가 새삼 사무친다. 당장의 먹을거리, 살 곳 등 기본적인 생활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그들을 무조건 범죄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도망칠 곳을 마련해두고 쫓으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고 두번째는 이미 성매매에 근접해 있는,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지위에 속해 있는 여성들의 자활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자활 의지를 먼저 문제 삼지 말라는 것이다. 언제 한 번 우리 사회가 그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던가? 그들의 인권과 권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들의 기본적인 생활권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비겁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현재의 성매매에 대한 전쟁은 이상을 따라 현실을 도외시한 전쟁이다. 결국 집창촌은 음성화될 수밖에 없다. 집창촌에 생계를 맡긴 여성들에게 이미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내가 만나본 여성들은 대부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창촌에 흡수된 여성들이었다. 문제는 간단하다. 그들에게 자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하는 말이지만, 성을 매수하는 남성을 탓하기 전에 여성이 성매매에 나서는 일을 막아야 한다. 그것은 그들의 생계보장, 미래가 보장될 때만이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그들 역시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자,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동료라는 사실이다. 김강자 대불대 겸임교수·전 종암경찰서장
  • 비장한 표정의 朴대표 ‘모 아니면 도’ 강수

    비장한 표정의 朴대표 ‘모 아니면 도’ 강수

    “백척간두에 선 위태로운 나라, 실업자의 피맺힌 절규, 절망의 한숨소리, 서민은 죽어가는데 극렬한 편가르기의 후폭풍 속에서 쓰라린 증오의 상처만 남아….” 27일 국회 본회의장 연설대에 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40분 내내 감성적인 언어를 모조리 동원해 ‘먹고 사는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특히 연설 서두의 3분의1가량은 현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민생 파탄을 생경한 언어로 묘사하는 데 할애했다. 경제, 안보, 교육으로 화두를 세분화했지만 최종 지향점은 “먹고 사는 문제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4대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쪽으로 모아졌다. 이번 연설은 지난 7월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와는 달리 야성(野性)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당시에는 각종 정책 대안을 늘어놓아 “여당 대표로 착각하는 것 같다.”는 비아냥 섞인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여당은)듣기 불편하시더라도 나라가 위태롭고, 국민이 그만큼 고통스럽다.”며 여권을 압박해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에선 즉각 “의회를 무시하고, 여야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쿠데타적 발상”,“대안도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반박이 나왔다. 박 대표는 평소 즐겨써 온 화법을 빌려 “(선조가)목숨을 바쳐 지켜온 나라인데, 어떻게 (4대 법안 같은)일을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쪽에선 “옳소. 맞습니다.”는 지원사격용 추임새가 곁들여졌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에 대한 반박은 ‘좌파’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박 대표는 “외국 언론도 지적했듯 현 정권이 4대 입법과 같은 좌파적인 노선을 철회하지 않는 한 경제 회복은 불가능하다.”면서 “반성보다는 신경질적인 반응만 보이면 국제 사회에서 점점 더 고립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보탰다. 그러나 이날 새롭게 부각된 내용은 별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대부분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경제·교육·안보 역시 이미 당론으로 소개된 내용들이다. 다만 4대 법안 가운데 국가보안법은 결사적으로 폐지를 막겠다고 천명해 안보정책의 관심사에 무게추를 뒀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24일 TV 하이라이트]

    ●진실게임(SBS 오후 6시40분)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여장 남자들의 요절복통 스토리 ‘진짜 여자를 찾아라’,특수분장한 가짜들의 놀라운 얼굴을 공개하는 ‘태어날 때부터 특이한 얼굴을 찾아라’ 등을 보여준다.여장한 남자들의 원래 모습과 분장실 상황을 전격 공개한다.유재석과 판정단들의 특별 오프닝도 선보인다. ●세계의 한인(YTN 오전 10시30분) 2006년,‘시베리아의 꽃’으로 불리는 사하공화국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알렉산더 김을 만나본다.2001년에 이미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이력이 있는 그는 고려인 특유의 끈기와 생명력으로 국회부의장까지 올랐다.사하공화국에 고려인 최초의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초보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살피는 방법과 전문가들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는 방안을 아울러 ‘소아과 상담 양식 제정’이라 정하고 그 제작 방법을 알아본다.나아가 이 양식을 대한소아과학회 등 관련기관에 건의한다. ●최양락,이봉원의 금요천하(iTV 오후 10시50분) 국내 최고의 게스트와 함께 앙케트쇼 분장토크대결을 펼친다.순위를 맞히지 못하면 영구분장을 해야 한다.황금가마솥배 윷놀이 대회와,게스트가 직접 말이 되어 움직이는 업그레이드 윷놀이 대회도 펼쳐진다.최양락 이봉원의 황당해설도 눈길을 끈다. ●왕꽃 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부용화가 챙겨 준 옷을 입고 거울을 보던 초원은 갑자기 거울에 비친 장면을 보고 기절한다.자다가 일어난 초원은 할머니 신이 들어온 상태로 식구들의 앞날을 예견한다.눌림굿을 앞두고 초원은 시름시름 앓는다.약도 잘 넘기지 못하는 초원은 부용화를 만나기 위해 나선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는 구두쇠 시어머니의 비위를 맞추면서 살아가는 지현은 언젠가는 시어머니의 재산이 다 남편 것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그러나 어느 날 30년 만에 나타난 남편의 형 민석이,이 꿈을 산산이 깬다.큰아들과 상봉한 시어머니는 이것저것 퍼주기 바쁘다.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영실은 덕배에게 진수를 살려주면 덕배가 하자는 대로 무엇이든 하겠다며 절규한다.응급처치 끝에 진수의 맥박이 돌아오고 긴장이 풀린 영실은 기절해 버린다.덕배는 영실이 깨어날 때까지 간호하고,진국과 희수는 일부러 영실의 간호를 덕배에게 맡긴다.
  • 신동문 시전집·산문집 나란히 출간

    신동문 시전집·산문집 나란히 출간

    동문(東門) 신건호 혹은 신동문(1927∼1993),그를 만나는 일은 우울한 기쁨이다.해방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1940∼50년대의 공허와 혼돈을 저항과 참여의 시적 에너지로 발화(發話)시킨 그를 사람들은 ‘시대의 발언자’로 지목했으나,그 기억은 곧 비산(飛散)하고 말았다. 그렇게 잊혀졌던 그가 탐미적 풍토에 절어 있던 전후 문학 속에서 ‘시는 곧 상황이며,현실’이라는 말뚝 하나로 되살아났다.그의 시를 묶은 시전집 ‘내 노동으로’와 산문집 ‘행동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솔출판사 펴냄)가 최근에 발간돼 그에 관한 이런 기억의 단상들을 되살려놓고 있다. 그는 전후 문단에서 가장 극단적인 평가를 받은 시인이었다.한편에서는 “그의 시라는 게 절규일 뿐 예술에는 못 미친다.”고 폄하했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그의 반골정신은 현실에 맞서는 힘의 상징”이라고 편들었다.이런 와중에 그는 1963년 잡지 ‘세대’에 지상중계된 ‘순수문학이냐 참가문학이냐’라는 세미나에서 미당 서정주와 맞닥뜨려 이렇게 설파했다.“언제나 상황의 시를 써야 한다.즉 현실에서 기회와 소재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특수한 경지도 시인에게 취급되면 필연적으로 보편적 경지가 된다.나의 시는 전부가 상황의 시다.나의 시는 현실에서 생겨난다.나의 시가 뿌리박은 곳은 현실이며,돌아가는 곳도 현실이다.” 이렇듯 당대의 흐름에 맞선 반시적(反詩的) 페이소스를 앞세워 참여와 저항의 시를 써냈지만 그의 삶은 파행과 고난의 연속이었다.무슨 까닭인지 서울대 문리대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했고,경희대에 수영 특기생으로 입학했으나 늑막염으로 이내 학교를 떠나야 했다.그후 지병인 폐결핵으로 10년 가까운 세월을 요양원에서 소일한 그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공군에 자원 입대하기도 했다.이때 그가 겪은 전쟁은 그의 시세계를 이룬 진원지가 됐거니와,시대에 맞서 그토록 치열하게 엮어낸 시인의 삶은 그러나 1975년 그가 충북 단양에 칩거하면서 까마득히 잊혀지고 말았다. 시인 신경림이 “그의 시는 그 이전의 시인 아무와도 같지 않으며,또 그 이후 그와 같은 시는 아무에게도 없었다.”고 회고하거니와 새삼 전후 한국문학의 참여쪽 여백을 채워줄 그의 시를 다시 읽는 일은 우리에게 ‘우울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시전집 7500원,산문집 1만 3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꽃피는 봄이 오면’ 어떤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어떤 영화

    트럼펫 연주자 현우(최민식)는 오케스트라 관현악단 같은 데서 고상한 연주만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질 않는다.위안이 돼 주던 옛애인 연희(김호정)마저 딴 남자와 결혼하려 한다.여자를 붙잡을 용기도 없는 현우는 도망치듯 탄광촌 중학교 관악부의 임시교사로 떠난다. 꽃피는 봄이 오면’은 관객을 일방적으로 화면에 스며들게 하는 드라마다.류장하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 등의 조감독 출신. 영화의 색깔이 궁금한 관객들에게 전작들의 감수성과 닿아 있다고 귀띔해 줘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매사에 심드렁하던 현우를 조금씩 움직이는 동력은,가난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빛나는 관악부원들.어린 제자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그토록 싫어하던 밤무대에서 트럼펫을 불고,탄광에서 비를 맞으며 관악부를 지휘하기도 한다. 배우 최민식의 동선과 감정진폭에서 한순간도 초점을 떼지 않는 영화다.주인공을 따라 조용조용 물처럼 흘러가는 드라마가 한없이 느리다고 불평할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점이 영화의 매력이다.캐릭터들에게 한 가지씩 상처를 품게 한 영화는 단정적 어법을 구사하는 법이 없다.연희는 현우를 못 잊어 맴돌지만 계속 어긋나고,탄광촌의 약사 수연(장신영)이 현우의 안식처가 되지만 그 감정의 실체는 아슬아슬 잡히지 않는다.힘들고 외롭지만 주인공이 절규하는 일도 없다.관객들은 오히려 그런 인물들에게 묘한 연민의 시선을 보내게 된다.갈등이 너무 쉽게 화해에 이르는 설정들은 아무래도 싱거워 보인다.현우의 노모 역에 중견탤런트 윤여정.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음반 새로 나왔어요]

    ●유 아 더 쿼리(You Are The Quarry) 조금 촌스러운 구석을 지니고 있는 목소리와 멜로디에,냉소와 재치가 넘치는 문학적인 가사로 많은 컬트 팬을 거느리고 있는 영국 뮤지션 모리세이가 7년만에 내놓은 신보.‘당신이 표적’이라는 제목의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영국 차트 2위에 랭크됐으며 영국 뮤지션들에게 냉소적인 미국 차트에서도 1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라그리마스 네그라스(Lagrimas Negras) 쿠바 음악의 거장 베보 발데스와 스페인 플라멩코 보컬의 달인 디에고 엘 시갈라가 50년의 나이 차를 넘어 함께 만든 앨범.베보 발데스는 역시 쿠바를 대표하는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성공적인 내한공연을 펼쳤던 추초 발데스의 아버지로 더 유명하다.특유의 절규하는 창법으로 노래하는 시갈라의 목소리와 군더더기 없는 발데스의 피아노 연주가 ‘검은 눈물’ 또는 ‘슬픔’을 의미하는 타이틀처럼 전체적으로 쓸쓸한 느낌을 준다. ●트러스트잇(Trustit) 미국과 유럽 클럽가의 스타 DJ 겸 아티스트인 주니어 잭의 데뷔 음반.그의 펑키함과 자유로움,멜로디의 아름다움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으며 ‘하우스 뮤직 어워드’ 4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클럽과 싱글 차트에서 지칠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Stupidisco’,로버타 플랙이 부른 ‘Feel Like Making Love’를 샘플링한 ‘luv 2 u’ 등 부담없이 즐기기에 좋은 곡들이다.
  • [발언대] 칠석제에 다녀와서/정희숙 서울 도봉구청 한문강사

    지난달 17일자 서울신문에서 음력 7월7일 열리는 ‘칠석제(七夕祭)’가 역사 깊은 우리의 민족축제이며,70년전 일제에 의해 단절된 이 축제를 오늘에 되살린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 행사를 한국의 ‘밸런타인 데이’로 정하자는 주장도 담고 있었다.기사를 곱게 스크랩하고 달력에는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넣어 22일 서울 선유도에서 열리는 칠석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날 아들과 함께 선유도로 향했다.행사장에 들어서니 연못에는 연꽃이 봉오리를 맺어 북두칠성을 수놓은 것 같았고,견우가 탔을 법한 가마와 직녀가 앉았을 법한 베틀이 놓여 있었다. 오색천이 나부끼고 불빛이 반짝이는 사이로 풍물패의 흥겨운 장단이 흘러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견우·직녀가 만나듯 백두산과 한라산 물을 섞은 물을 마시며 아들은 “기분이 참 좋아.”라며 환하게 웃었다.처음 마셔 보는 연꽃차는 쌉싸름하면서도 오랜 여운이 남았다. 학생들이 연꽃 한송이씩을 쥐고 참여한 ‘효자효녀 선언문’ 낭독,칠성님과 사해용왕님에게 드리는 칠성제,고풀이진혼·삼신춤과 같은 이색적인 춤,삼행시 짓기 등 행사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고 뜻 깊었다. 특히 ‘칠석제를 한국의 밸런타인 데이로 거듭나게 해 달라.’고 기원한 나의 졸작이 최우수 삼행시로 뽑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밤이 깊어가면서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그린 무용,대중가수의 라이브무대가 이어져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어 갔다.이별과 재회를 노래하는 그 절규가 선유도의 밤하늘에 울려 퍼질 때 우리 전통문화인 칠석제가 젊은이들에게는 물론이고 우리 민족 모두의 잔치 한마당으로 승화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정희숙 서울 도봉구청 한문강사
  • 은메달 女핸드볼팀 “국민 무관심 가슴아파”

    은메달 女핸드볼팀 “국민 무관심 가슴아파”

    “그나마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던 올림픽이 끝났으니 어쩌면 좋나요.” 29일 덴마크와의 아테네올림픽 결승전에서 숨막히는 ‘사투’끝에 금메달을 놓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안타까운 절규가 온 국민의 가슴을 쳤다.12년 만의 정상 복귀에 실패해서가 아니다.“언제 그랬냐는 듯 무관심으로 돌아설 국민들의 차가운 눈초리가 두렵다.”는 선수들의 질타가 전율처럼 폐부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실업팀 5개 불과 임영철 대표팀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핸드볼의 척박한 현실을 토로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오늘 우리가 진 것은 기술과 체력이 뒤져서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핸드볼을 지원한 덴마크에 밀렸기 때문”이라며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털어놨다.이어 “올림픽만 끝나면 핸드볼을 잊는 무관심을 이제는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세월이 지날수록 힘들다.”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덴마크 핸드볼과 우리의 현실은 비교하기가 부끄럽다.국내 실업팀은 고작 5개.대학팀 3개를 합쳐 봐야 성인팀은 8개뿐이다.그나마 올해 3개팀이 늘어 지난해보다는 형편이 나아진 편이다.반면 덴마크는 프로팀만 1부 16개팀,2부 40개팀 등 모두 50개팀을 훌쩍 뛰어넘는다. 4년전 시드니에서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고 경제 사정마저 어려워지면서 국내 핸드볼팀은 줄줄이 해체 상황을 맞았다.4명의 국가대표가 무소속 신세가 됐을 정도다.이 후유증으로 아시아권에서도 2위로 밀려나 6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먹구름이 끼기도 했다. ●선수층 얇아 30대 노장도 출전 그러나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에서 유럽의 강호들을 제치고 3위에 올라 아테네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선수층이 엷었기에 서른이 훌쩍 넘은 노장 임오경(33)과 오성옥(32)이 대표팀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핸드볼 선수들이 불꽃투혼으로 연출한 ‘사상 최고의 명승부’는 온 국민이 국내 핸드볼의 현실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대한핸드볼협회 홈페이지(handball.sports.or.kr) 게시판 등에는 “결승전을 보고 울었다.”는 글이 봇물을 이룬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열심히 하고,잘하는 핸드볼인데 그동안 무관심해서 정말 미안합니다.”면서 “앞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꼭 가겠습니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정말 맨 땅에 헤딩하는 꼴이다.지금은 국민이 박수를 치지만 금세 잊어 버릴 게 아니냐.선수들은 아테네올림픽을 대비한 강훈련으로 세 번이나 기절했을 정도다.한국이 4년 뒤 설욕할 수 있도록 제발 제대로 된 지원 좀 해달라.” 지난 2001년부터 중국 여자대표팀을 맡고 있는 ‘핸드볼인’정형균(49) 감독의 울분에 찬 제안이 이번에는 정말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마돈나’ ‘절규’ 뭉크걸작 도난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The Scream )’와 ‘마돈나(Madonna)’가 22일(현지시간) 도난당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복면을 한 무장강도 2~3명이 이날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에 침입,직원을 위협해 수십점의 작품들 가운데 ‘절규’와 ‘마돈나’를 훔쳐 달아났다고 밝혔다. 뭉크의 1893년 작품인 ‘절규’는 성별을 확인할 수 없는 한 인물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 벌린 채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으로,‘사랑과 죽음,절망’ 등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한 화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마돈나’는 성적인 쾌락의 극치에 이른 듯한 나신(裸身)의 성모 마리아를 그린 문제작이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유가 50달러시대-긴급 현장점검] (下) 산업현장 비상

    [유가 50달러시대-긴급 현장점검] (下) 산업현장 비상

    “(정부가) 마냥 보고만 있어도 되는 겁니까.보조금을 주든지,납품가를 탄력적으로 올려주든지,유가연동제나 원가공개제를 도입하든지 손을 써야 되지 않겠습니까.하다 못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행정서비스를 개선하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되지 않겠습니까….” 두바이유가 지난 80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한 19일 산업 현장에서는 고유가 부담에 따른 ‘절규’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원가공개·유가연동제 도입해야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은 대기업의 원료가격 인상에 대한 담합행위 조사와 원가공개,원유 가격과의 연동제 실시를 촉구했다. 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오원석 고문은 “유가 폭등으로 울고 싶은 심정인데 올해부터 폐기물 부담금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우리 보고 죽으라는 꼴”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감안해 과거처럼 원료생산 대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급과잉·中저가공세로 몸살 화섬업계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유가 부담과 세계적인 공급과잉,중국의 저가공세 등이 맞물려 화섬업계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탓이다.한국화섬협회 이원호 회장은 “화섬업계가 특수사나 산업용 섬유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빨리 전환되기 위해 기술 지원금을 연간 200억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유류 관련 보조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건설기계업체인 관악산업 조훈곤 부장은 “연료비 절감을 위해 경유를 값싼 벙커A유로 전환하는 것 등은 업계의 몫”이라면서 “다만,택시나 시내버스 업계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건설기계에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부담 납품가에 즉각 반영을 유가의 급등에 따른 원가부담을 납품가에 제때에 적용해 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레미콘·아스콘 제조업체인 공영사 관계자는 “관급이든 민간업체 납품이든 납품가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신홍식 부장도 “조달청은 제품가격의 5% 이상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차기 계약에서 이를 반영토록 하고 있는데 이를 수시 조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원가절감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높여달라는 주문도 쏟아졌다. 건설전문업체 K사 관계자는 “원가절감과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 외국인력을 쓰려고 해도 두달 이상 걸린다.”면서 “외국인의 입국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배려가 긴요하다.”고 말했다.또 다른 중견업체 관계자는 “인력뿐 아니라 건자재 등의 통관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면서 “행정서비스를 높이는 게 업계가 고유가 파고를 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세제혜택 지원 요청도 적지 않았다. 자동차부품업체인 ㈜덕부진흥 권영국 구매과장은 “업체들이 나름대로 비용절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세제혜택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성곤 최광숙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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