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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대통령 “n번방 회원 전원 조사... 가해자 엄벌”

    문 대통령 “n번방 회원 전원 조사... 가해자 엄벌”

    “영상물 삭제, 피해자 법률 및 의료상담 지원” 신종 디지털 성범죄 철저한 근절책 마련 지시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여성을 협박해 불법 촬영물을 제작·유포한 성착취 영상공유방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한 혐의를 받는 ‘박사’ 조모 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날 오후 3시 현재 역대 최다인 229만명의 동의를 받는 등 국민적 공분을 불어일으킨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으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명 이상이 서명한 것은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렇게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며 “정부가 영상물 삭제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고.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필요시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 18일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원은 불과 사흘째인 지난 20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공식 답변 요건을 채웠고, 현재 229만여명이 동의했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 청원도 158만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가장 많은 참여인원을 기록한 청원은 지난해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요청’으로 183만 1900명이 동의한 바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속보] 문 대통령, ‘n번방’ 사건에 “회원 전원조사 필요”

    [속보] 문 대통령, ‘n번방’ 사건에 “회원 전원조사 필요”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성 착취물을 제작·공유한 이른바 ‘n번방’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나섰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미 검거된 ‘박사’ 조모씨 등 운영진 외에도 ‘n번방’에 참여한 회원 전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경찰이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먼저 아동·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n번방’ 사건을 향한 국민들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는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영상물 삭제뿐만 아니라 법률·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n번방’ 사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서명에 동참한 것은 이러한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줄 것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경찰이 이미 구속된 일명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 등 일부 운영진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에 참여한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를 향해서도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아무도 모른다’, 숨 쉴 틈조차 없다…첫방 시청률 9%대 출발

    ‘아무도 모른다’, 숨 쉴 틈조차 없다…첫방 시청률 9%대 출발

    ‘아무도 모른다’ 첫 방송부터 제대로 터졌다. 2일 SBS 새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가 첫 방송됐다.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아무도 모른다’ 1회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6.9%(1부), 9.6%(2부)로 집계됐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무려 11%까지 치솟았다. ‘아무도 모른다’는 ‘아이’와 ‘어른’을 핵심키워드로 한 사회적 메시지, 김서형(차영진 역)의 연기 변신, 치밀한 스토리 등을 예고하며 기대를 모은 작품. 베일 벗은 ‘아무도 모른다’는 기대를 충족시키고 남을 만큼 막강했다. 특히 숨 쉴 틈조차 없을 만큼 몰아붙이는 ‘몰입도’가 강렬했다. 이날 방송은 주인공 차영진이 인적 없는 숲에 홀로 서 있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과거 차영진은 고등학생 시절 소중한 친구와 함께 이 숲을 거닐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차영진의 친구는 당시 세상을 들썩이게 한 성흔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발견됐다. 늦은 밤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았던 차영진은 죄책감에 사로잡힌 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던 차영진은 친구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친구를 죽인 범인의 전화였다. 범인은 성흔 연쇄살인의 끝을 알렸지만, 차영진은 어떻게든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절규했다. 결국 차영진은 경찰에게까지 범인이 또 살인을 예고했다며 거짓말했다. 그렇게 19년 후, 차영진은 오로지 사건만 파고드는 경찰이 됐다. 친구를 잃고 폐허처럼 살아온 차영진에게 인생 두 번째 친구가 생겼다. 7년 전 처음 만난 아랫집 소년 고은호(안지호 분)다. 히스테리가 심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고은호는 어렸을 때부터 방치되어 자랐다. 고은호와 엄마가 고은호의 애인으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 차영진이 구해줬고, 고은호는 차영진을 “영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둘은 친구가 됐다. 그렇게 고은호 앞에서만 미소를 띠게 된 차영진은 여전히 성흔 연쇄살인을 쫓고 있었다. 차영진은 성흔 관련 증거물을 수집하던 중 날개가 여섯 개 달린 천사 인형을 알게 됐다. 죽은 피해자의 여동생이 사건 직전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해당 인형을 받았음을 떠올린 것. 날개 여섯 개 달린 천사는 성흔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차영진은 과거 자료 속에서 신생명 교회와의 연관성을 찾았다. 그렇게 차영진은 신생명 교회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해당 인형을 만든 사람이 목사 서상원임을 알아낸 차영진은, 서상원이 사용하고 있다는 건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서상원이라는 이름으로 걸려온 전화, 송곳으로 손이 뚫리고 옆구리에 피를 흘린 채 죽은 여자 시체가 있었다. 차영진은 핏자국을 따라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서상원과 마주했다. 서상원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나 그의 손과 옆구리는 피로 흥건했다. 차영진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서상원. 충격에 휩싸인 차영진. 두 사람의 얼굴이 교차되며 ‘아무도 모른다’ 첫 방송은 마무리됐다. 연쇄살인 사건을 쫓는 경찰, 학교에서 아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심상치 않은 상황 등. ‘아무도 모른다’ 첫 방송이 다룬 이야기는 묵직했다. 반면 차영진과 고은호의 유대관계는 따뜻했다. 미스터리와 감성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엮인 스토리를, 배우들은 섬세하고 집중력 있는 연기로 그려냈다. 여기에 완벽한 완급조절의 연출이 더해지자 시청자는 숨 쉴 틈조차 없을 만큼 몰입하게 됐다. 역대급 문제작이자 몰입도 끝판왕 드라마의 탄생을 알린 ‘아무도 모른다’의 다음 방송이 기다려진다. 3일 오후 9시 40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왜소증 왕따’ 콰든 가족 “디즈니랜드 구경 갈 돈, 자선단체에”

    ‘왜소증 왕따’ 콰든 가족 “디즈니랜드 구경 갈 돈, 자선단체에”

    “우리 가족도 디즈니랜드에 정말 가보고 싶긴 해요. 하지만 진짜로 그 돈이 필요한 커뮤니티 조직에 돈이 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커뮤니티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니까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차라리 죽고 싶다고 절규하는 주장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온라인 모금 사이트에서 47만 호주달러(약 3억 7462만원) 이상의 모금 열기를 지핀 호주의 왜소증 소년 콰든 베일스 가족이 이런 가상한 뜻을 밝혔다고 영국 BBC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콰든의 어머니 야라카가 동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는데 그녀의 자매인 문다나라는 이날 NITV 인터뷰를 통해 가족들이 감동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진짜 문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 작은 녀석이 놀림을 당했다. 우리 사회에서 놀림 때문에 피부가 검거나 하얗거나 극단을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느냐”고 되묻고 모금된 돈이 두 자선단체 왜소증 경각을 위한 호주(DAA)와 발루누 치유 재단(BHF)에 기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콰든 가족을 초청해 미국 디즈니랜드를 구경시켜주자며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페이지를 개설한, 왜소증을 갖고 있는 미국 코미디언 브래드 윌리엄스와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윌리엄스는 디즈니랜드 초청 비용을 뛰어넘는 “잉여금”이 걷혔다며 나머지는 왕따 예방이나 아동학대 반대 자선단체 등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펀드미 규정에 따르면 모든 모금액은 모금 페이지에 게재된 목적으로만, 캠페인에 부합하는 취지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문화마당] 이 시간을 건너는 법/송정림 드라마작가

    [문화마당] 이 시간을 건너는 법/송정림 드라마작가

    친구들이 하나둘 칩거에 들어갔다. 재택근무에 들어가게 돼서, 가게 문을 닫아야 해서, 아이 입학식이 연기돼서, 모임이 취소돼서…. 어쩔 수 없는 이유들로 ‘집콕’하게 된 친구들은 온라인상에서 위로와 정보를 나눴다. 그러다 어느 친구가 물어왔다. “연애소설이나 실컷 읽게 몇 권 추천해 줄래?” 루이스 세풀베다의 장편소설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는 연애소설만 찾아 읽는 노인이 나온다. 발전만을 좇는 인간행위에 환멸을 느낄수록 그는 연애소설을 읽고 싶어 한다. 그에게 연애소설은, 무거운 현실을 견디는 처방약이었다. 친구가 원하는 연애소설 조건도 그 노인과 같았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했으면 좋겠어.” 고전 중에서 몇 권 골랐다. 시간의 세례를 받아도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고전을 읽지 않으면 인생에 고전하게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우선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강력 추천했다. 차갑게 얼어붙은 심장으로 냉소 지으며 칼바도스를 즐겨 마시는 남자, 라비크. 사랑만 알고 그 밖의 것은 하나도 모르는 여자, 조앙 마두. 그들의 사랑이 어두운 시대 캄캄한 거리에 안개처럼 피어나는 소설이다. 언제든 체포돼 추방될 위험에 놓인 남자에게 사랑은 사치였다. 불행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여자에게 사랑은 꿈이었다. 여자는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고백한다. 당신을 만날 수 있었던 그 시간은 선물받은 시간이었다고. 남자도 얼음 같은 심장을 열어 고백한다. 당신은 내게 빛이었다고. 당신이 나를 살아가게 한 거라고. 절절한 연애소설의 끝판왕인 ‘폭풍의 언덕’도 다시 한 번 책꽂이에서 꺼내 먼지를 떨어볼 만하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상처 입고 떠난 히스클리프는 거부가 돼 돌아와 복수를 시작한다.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가던 캐서린은 쇠약해져 죽음에 이르고 만다. 증오와 환멸밖에 사랑의 방법이 없었던 히스클리프는, 그녀의 무덤 앞에 무너져내리며 신음하듯 절규한다. 귀신이 돼서라도 날 찾아와달라고. 어떤 형체로든지 내 곁에 있어만 달라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제인 에어’, ‘안나 카레니나’의 연인들 역시 사랑 때문에 가슴을 쥐어뜯는다. 그러나 사랑에 폭파당한 심장을 부여잡으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또 어떤가. 사랑에 농락당해 목숨을 잃으면서도 끝까지 그 사랑을 놓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소설 속에서 걸어 나와 말해 준다. 아무리 아팠어도 사랑은 위기의 삶에 던져지는 구명대였다고. 사랑하는 사람은 위태로운 삶의 구조대원이라고. 재난은 소리 없이 닥쳤고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맞았다. 그러나 한탄만 하며 불안과 두려움이 영혼을 잠식하게 둘 수는 없다. 반강제적으로 주어진 칩거 기간 동안 연애소설을 몰아 읽겠다는 친구의 계획에 박수를 보내 주었다. 고전을 몰아서 읽어 보겠다, 음악을 원없이 들어 보겠다, 몇 가지 요리법을 익혀 보겠다, 홈트레이닝으로 체력단련을 하겠다, 보고 싶었던 영화를 몰아 보겠다…. 사소한 계획들로 불안한 시간의 동행을 삼는 건 어떨까. 내 급한 발걸음에 치여 어디선가 방치돼 버렸던 인생의 계획들은 없었을지. 아주 사소해서 밀어 두었던 게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아니었을지.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느라 돌보지 못한 나에게 시선을 돌려 보는 것도 좋다. 밖으로 향한 문이 닫힐 때 내면의 창을 열어 나에게 시선을 두는 거다. 인생의 속도 계기판도 조절하고 방향 나침반도 점검하면서, 황망히 재난 속에 갇힌 우리 모두를 위한 기원도 간절히 하면서 그렇게 이 시간을 건너가 보는 거다.
  • [시론] 인간으로 살아가기/성전 스님 천흥사 한주

    [시론] 인간으로 살아가기/성전 스님 천흥사 한주

    이른 아침 천안역에서 지인을 만났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말했다. “마스크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써야죠. 스님도 기차 안에서 마스크 벗지 말고 쓰세요.” 기차 안에서는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마치 예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좌석을 찾아가 앉았다. 내 옆자리에는 나보다 더 늙어 뵈는 어른이 앉아 계셨다.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따금 연이어 얕은 기침을 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았을 기침이 유독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내 마음의 불안을 지웠다. 그의 기침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는 상관이 없는 기침일 뿐이라고 자위했다. 내 자위의 근거에는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에 대한 믿음도 한몫을 했다. 확진환자가 한 사람씩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쁘기도 했지만, 중국 우한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우리에게는 아직 코로나19가 대응이 가능한 병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우한의 사정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부족한 의료시설 그리고 허술한 방역체계. 내가 우한에 있지 않고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을 단순히 다행으로만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어제는 우한에 처음 이 병을 알린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글을 읽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갑니다. 가야 할 시간, 나루터는 아직 어둡고 배웅하는 이 없이 눈가에 눈송이만 떨어집니다.…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나는 다시는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우한 동호로 봄나들이하러 갈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우한대학 벚꽃놀이를 할 수도 없습니다. 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와 만나기를 꿈꿨습니다. 아들일지 딸일지 태어나면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나를 찾을 겁니다. 미안하다. 아이야….” ‘삶은 참 좋은 것이고 새로 태어날 아이는 나를 찾겠지만 나는 없다’는 이 부재의 절규 앞에서 나는 같은 인간으로서의 슬픔을 공감했다. 전쟁과 기아와 질병이라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이 위험 앞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전쟁의 위험은 상존해 있고, 질병은 주기적으로 우리를 찾아와 우리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지구촌 전체의 생산량이 남아돌아 감에도 한편에서는 기아로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아니라고, 우리나라가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그런 전 세계적 위험들은 너무나 가까이 있다. 부정하고 폐쇄적일수록 그 위험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유럽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혐오가 도를 넘고 있다. 동양인이 다가오면 바이러스가 온다고 말하는 정도라고 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인종차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덕성을 잃어버리고 동물적 이기심에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차별과 편견의 저변에는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염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질병 극복을 위한 아름다운 전형을 보여 주었다. 우한 교민들이 격리돼 있던 아산과 진천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고 함께하겠다는 성숙한 마음의 승리이기도 하다. 격리가 해제된 우한 교민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피어 있다. 그 웃음을 보면 우리가 이 두려운 시간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이 보이는 것만 같다. 우한에서 폐렴으로 죽어 가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와 마음이 ‘리원량’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슬픔으로 굽이치는 그 소리가 내게 메아리로 다가온다. 누군들 사랑하는 가족들과 햇살이 눈부신 세상과 이별하고 싶겠는가. 그 슬픔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우리가 무엇으로 인간이라 할 수가 있겠는가. 사람은 모두 같다. 고통을 싫어하고 행복을 좋아하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타인은 나와 같은 또 다른 나일 뿐이다. 인류의 재앙 앞에서 우리가 마음을 모으고 함께 슬픔을 나누어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바른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아직 코로나19는 진행 중이다. 세계 곳곳에서도 산발적으로 전염 소식이 들린다. ‘리원량’의 슬픔은 봄이 와도 그치지 않을 것만 같다. 가족을 두고 떠나는 사람들의 절규가 눈발이 돼 날린다. 이 슬픈 눈발의 분분한 날림은 언제나 그치려나. 봄이 와도 봄이 아닐 것만 같은 슬픈 예감이 든다.
  • [여기는 호주] 럭비 경기에서 ‘호주 왕따 소년’에게 쏟아진 응원의 물결

    [여기는 호주] 럭비 경기에서 ‘호주 왕따 소년’에게 쏟아진 응원의 물결

    학교 친구들에게 매일 같이 왕따를 당해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던 호주의 왕따 피해 소년인 콰든 베일스(9)가 지난 22일 (현지시간) 호주 내셔널 리그 럭비 경기에 등장했다. 소년의 등장에 2만여 명의 관중들은 응원의 박수갈채를 보냈고 선수들과 심판들은 이 소년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호주 퀸즐랜드 주 브리즈번에서 선천적 질환인 왜소증을 앓고 있는 콰든 베일스는 지난 19일 하굣길에서도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콰든을 기다리던 엄마 차에 탄 소년은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며 엄마에게 “밧줄을 주세요, 저는 죽고 싶어요”라는 절규를 했다. 아들의 절규에 가슴이 사무친 엄마는 왕따의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왕따로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 제발 여러분의 자녀, 가족, 친구에게 왕따가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알려 달라”고 말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페이스북에서만 1400만 번 재생이 되고 호주 언론은 물론 세계 언론에까지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호주 내셔널 럭비 리그의 원주민 올스타즈 팀은 지난 22일 뉴질랜드 마오리 올스타즈 팀과의 경기에 콰든을 초대했다. 이날 콰든은 인디저너스 올스타즈 유니폼에 시크하게 헤드폰을 착용하고 주장인 조엘 톰슨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콰든이 입장하자 2만여 관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소년을 응원했다. TV로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도 SNS에 “소년이 입장하는데 나의 눈가와 가슴에서 눈물이 나는 듯했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라는 글들이 이어졌다.호주 팀과 입장한 소년은 다시 뉴질랜드 마오리 올스타즈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고, 경기 시작 전에는 양 팀의 주장과 사진도 찍었다. 경기 중간 휴식 시간에는 심판과도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인기인이 되었다. 또한 호주 프로 럭비계의 전설이자 이날 해설 방송을 한 조너선 서스턴과도 기념촬영을 했다. 서스턴은 이번 주 동영상이 공개된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친구야 굳세거라, 우리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왕따는 옳지 않아!”라며 콰든을 응원했다. 콰든을 응원하는 물결은 호주 럭비계뿐 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답지했다. 미국인 코미디언 브래드 윌리엄스는 콰든의 가족을 디즈니랜드에 보내 주자며 고펀드미를 통해 만 달러를 목표로 했지만, 23일 현재 46만 달러 (약 5억6000만 원)의 성금이 모였다. 이 성금은 콰든 가족의 디즈니랜드 여행 경비를 제외하고 왕따 방지 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호주 출신 영화배우 휴 잭먼은 “우린 친구야, 너는 강한 아이야”라며 응원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에릭도 응원의 글을 남겼다. 콰든의 엄마 야라카 베일스는 “우리 인생의 최악의 날에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며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아들을 응원해 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알렸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여기는 호주] “엄마 죽고 싶어요”…학교서 ‘왕따’ 당하는 9살 소년의 절규

    [여기는 호주] “엄마 죽고 싶어요”…학교서 ‘왕따’ 당하는 9살 소년의 절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9살 소년이 엄마에게 밧줄을 달라며 죽고싶다고 절규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해당 동영상의 주인공은 호주 퀸즈랜드 주 브리즈번에 살고있는 콰든 베일스라는 소년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콰든의 엄마 야라카 베일스는 하교하는 콰든을 데려오기 위해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엄마는 교문을 나서는 콰든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콰든은 선천적 질환인 왜소증을 앓고 있다. 엄마가 기다리던 차에 탄 콰든은 서럽게 울며 절규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자신의 두손으로 목을 조르며 “엄마 저에게 밧줄을 주세요. 죽고 싶어요”라며 서럽게 울었다. 이같은 9살 아들의 말에 가슴이 미어지는 엄마는 교장에게 전화를 하고, 왕따가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알리기 위해 아들의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동영상에는 가슴이 사무치는 엄마의 절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야라카는 “왕따가 얼마나 당사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지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이 영상을 공유한다”며 “우리 아들은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즐거운 생활을 하기 위해 학교에 간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거의 매일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제발 여러분의 자녀, 가족, 친구들에게 왕따가 얼마나 당사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지 알려주기 바란다. 왕따로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해당 동영상은 페이스북에서만 400만 번 재생이 이루어졌고, 10만 회 이상 공유가 되면서 콰든을 응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브래드 윌리엄스라는 코미디언은 고펀드미를 통해 불과 이틀만에 3만 호주달러(약 2400만원)을 모금해 콰든을 디즈니랜드로 보내주기로 하고 남은 성금은 왕따 방지 관련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호주 원주민 올스타즈 럭비팀은 “우리는 너를 응원한다”라는 동영상을 올리고 22일 열리는 경기에 콰든을 초대하기로 했다. 또한 콰든과 엄마의 사연은 호주 언론에 소개되고, 해외로까지 퍼지면서 세계인으로부터 응원글이 답지하고 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기고] 이제는 대한민국 인권도 생각할 때다/정선미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기고] 이제는 대한민국 인권도 생각할 때다/정선미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휴전선 하나를 두고 있는 북한 인권 수준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그런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중국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넘어오는 탈북민들은 대한민국을 믿고 목숨을 담보로 일종의 도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믿음과 바람과는 달리, 탈북민들은 오히려 대한민국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에 암담해한다. 특히, 탈북민 여성들은 탈북 과정에서 중국 남성과 결혼을 하든가, 인신매매를 당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은 후 대한민국에 겨우 정착하는 경우도 많다. 이후 대한민국에서 밤낮없이 일하며 모은 돈으로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을 탈북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거액의 돈을 지급한 탈북민들은 자신의 가족이 중국 공안에게 붙잡혔다는 처절한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중국에서 강제 북송되어 잔인한 고문 끝에 처형을 당하든가 극히 열악한 교화소 혹은 정치범 수용소에 가게 되는 등의 모진 처벌을 예상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2017년에는 탈북민 가족 5명이 모두 음독자살을 한 바 있다. 작년 11월에는 중국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이 급하게 강제 북송되는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주민은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러나 탈북민들의 인권에 대해 현 정부, 특히 외교부나 통일부는 모두 뒷짐을 지며 중국과 북한 눈치만 보고 있다. 마찬가지 현상들이 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가오는 3월 26일은 천안함 폭침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장병 46명이 전사한 가슴 아픈 사건임에도 현 정부는 아직도 북한의 만행을 100%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천안함 생존자 58명 중 22명이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으나 9명만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됐다. 이와 같이 천안함 희생자들의 목소리는 묻히거나 잊혀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특히 최저임금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늘고 있지만 이러한 절규들도 다 묻힌다. 일부 근로자는 주52시간으로 끊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돈벌이가 너무 줄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처럼 힘없고 억울하며 어려운 분들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진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분들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고, 이런 분들이 억울하지 않게끔 진짜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며, 이런 분들이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는 사회가 진짜 공정한 사회라고 하겠다. 정선미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 [곽병찬의 역사앞에서 묻다] 초강대국 틈에 끼여 있는 한반도… 선택지는 ‘화친’뿐, ‘척화’란 없다

    [곽병찬의 역사앞에서 묻다] 초강대국 틈에 끼여 있는 한반도… 선택지는 ‘화친’뿐, ‘척화’란 없다

    오늘은 음력 1월 17일이다. 1637년 오늘 청태종은 이런 조서를 보냈다. 엿새 전 조선의 인조가 보낸 상서에 대한 답이었다. “운명이 아침저녁에 달려 있는데도 오히려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헛소리만 하니 무엇이 유익하겠는가.” “이제 네가 살고자 하느냐. 마땅히 빨리 성에서 나와 항복하라. 아니면 싸우고자 하느냐. 그러면 빨리 나와서 한 번 싸워 보자.” 이 치욕적인 내용 앞에서 인조는 그저 안절부절, 목숨 부지에 골몰했다. “(너희는) 왕왕 우리 군사를 오랑캐 도적이라 하지 않았느냐. …어찌하여 나를 잡지 아니하고, 내버려두느냐.” “양의 바탕에 호랑이 껍질이라는 속담이 참으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더냐.” 청태종의 지적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청을 오랑캐라고 욕하고, 정묘조약을 파기하고, 오랑캐 정벌을 공언한 것도 척화파가 장악한 조정이었고 인조였다. 이튿날(음력 1월 18일) 인조는 항복의 뜻을 밝히되 다만 ‘출성 요구를 거두어 달라’고 애걸하는 내용의 국서를 쓰도록 했다. 출성은 곧 포로라고 여긴 인조는 두려웠다. 이조판서 최명길이 국서를 쓰자, 예조판서 김상헌이 찢었고, 최명길은 다시 붙였다. 그 모습을 본 병조판서 이성구는 분노했다. “화의를 배척하여 나랏일을 이 지경에 이르게 했으니 대감이 적에게 가시오.” 김상헌은 울면서 뛰쳐나갔다. 그해 2월(음력 1월)은 조선 역사상 가장 참혹했다. 남한산성에선 병사와 백성은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갔고 성 밖에선 수십만 백성이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로 끌려갔다. 조선은 삶은 닭 털 뽑히듯 산 채로 벗겨지고 있었다. 1637년 2월 24일(음력 1월 30일·산성 도피 47일째) 인조가 땅바닥에 엎드려 항복의식을 한 뒤 도성으로 갈 때였다. 포로가 된 1만여 백성이 울부짖었다. “임금이시여, 우리를 버리고 가십니까?” 절규를 외면한 채 돌아온 한양 도성은 “시체가 길거리에 이리저리 널려 있”(인조실록 음력 1637년 2월 1일 자)는 거대한 무덤이었다.“경성에 사는 백성이 가장 혹독하게 화를 당해 남아 있는 자라고는 단지 10세 미만의 어린이와 나이 70이 넘은 사람들뿐인데, 대부분 굶주리고 얼어서 거의 죽게 되었습니다.” 2월 3일 호조의 보고였다. 한성부는 이렇게 요청했다. “백골(白骨)을 묻어 주는 일이야말로 왕정(王政)의 급선무입니다. 적에게 죽은 도성 백성들이 길가에 버려져 있는데, 참혹해서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남정(男丁)을 징발해서 시체를 매장하게 하소서.” 병자호란의 참화는 미물조차 일찍이 예감했던 것이었다. 2월 인조 비인 인열왕후 상에 조문 사절로 찾아온 청의 사신을 사실상 내쫓고, 오랑캐 토벌을 공식화한 뒤였다. 당시 사헌부 장령 홍익한은 “황제를 참칭한 청의 사신을 참수하고 문서를 불살라 버리라”고 요구하고, 청과의 화친을 주장한 “최명길 등의 목을 베라”고 상소했다. 그 서슬에 마부태와 용골대 등 청 사신은 말을 훔쳐 타고 야반도주했다. 청은 이를 갈았다. “…부평 안산의 돌이 옮겨져 놓이고, 영남과 관서지방에서는 물오리가 서로 싸우고, 대구에서는 황새가 진을 치고, 죽령에서는 두꺼비가 행렬을 지어 나가고, 예안의 강물이 끊어졌다. 능에 벼락이 떨어지고, 서울의 땅이 붉게 변했으며, 하루 스물일곱 곳이 벼락을 맞았고, 큰물이 들이닥쳐 동대문이 막혔다. 무지개가 해를 꿰뚫고, 별이 변괴를 일으켰다.” 인조는 불안했다. 그래도 ‘전쟁 불사’를 외치던 자존심은 남아, 직급 낮은 역관을 청에 보내 분위기를 탐색했다. 청태종이 그를 통해 보내온 것은 최후통첩. “지금 척화를 주장하는 자들은 모두 유학자들인데 그들의 붓끝이 어찌 나의 군사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11월 25일(음력)까지 왕자와 대신을 보내 화의를 요청하지 않으면 조선을 칠 것이다.”청태종은 병자년 11월 말 환구단에 고한 뒤 군사를 이끌고 남진했다. 마부태가 이끄는 선발대가 압록강을 건넌 것은 12월 9일(양력 1637년 1월 4일)이었다. 불과 나흘 뒤 선발대는 한양 초입인 홍제원까지 밀고 내려왔다. 조선 조정은 14일(양력 1637년 1월 9일) 강화도로 피하려다 길이 차단된 걸 알고 허겁지겁 남한산성으로 도주했다. 산성에 갇혀서도 ‘척화파’는 연일 ‘화친’을 죽이려 했다. 남한산성 도피 5일째였다. “한 사람의 목을 베어 화의를 끊고, 백성에게 사과를 해야 합니다.”(심광길) “그게 누구냐.”(인조) “최명길입니다.” 21일째 인조실록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도 김상헌은 화친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김상헌을 따르는 사간 이명웅, 교리 윤집, 정언 김중일, 수찬 이상형 등이 상소했다. “최명길의 죄를 다스려 군사들의 마음을 진정시키소서.” 윤집은 “최명길이 화친을 주장하여 나라를 그르친 죄는 머리털을 뽑아 세어도 속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남한산성의 조정은 독 안에 든 쥐였다. 11일째 겨울비가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져 병사들이 얼어 죽었다. 왕은 대전 뜰에서 헤픈 눈물을 뿌렸다. “죄를 주려거든 병사들이 아니라 저에게 주십시오.” 17일째였다. 왕의 수라상에 닭다리 하나가 올라왔다. “처음 산성엔 새벽닭 우는 소리가 제법 들렸는데, 요즘 닭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더니 이게 마지막인가.” 정약용은 훗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먹을 것도 땔감도 떨어져 곤궁하기 이를 데 없다. 남은 소와 말도 굶주림이 심해 서로 꼬리를 물어뜯어 먹을 지경이었다.” “장수와 군사들이 추위에 얼어붙어 얼굴빛이 푸르고 검어 사람 같지가 않았다. 살갗이 찢어지고 동상에 걸린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 그 참혹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시 조정은 식량 배급량을 병졸 하루 3홉으로 줄였다. 맥주컵 한 잔 분량이다. 입으로만 결사항전을 하던 대신들에게는 5홉이 배급됐다.35일째 사실상 항복을 결정하고도 청이 요구한 척화 주동자 압송 문제로 조정은 뭉그적거렸다. 40일째 참다못한 병사들이 무장한 채 행궁 앞에서 시위했다. 그래도 주저하자 43일째 대전 앞까지 밀고 들어왔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했던 자들은 등골이 서늘했다. 서둘러 ‘주동자의 자수’를 받았다. 김상헌·정온 등 우두머리는 빠지고 자청한 윤집(36), 오달제(28)가 선택됐다. 47일째(양력 1637년 2월 24일) 인조는 곤룡포를 벗고 신하의 복장인 남색 옷을 입고, 죄인이 드나드는 서문을 빠져나와 삼전도의 수항단으로 향했다. 인조는 훗날 김상헌과 척화파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속이고 명예를 훔치기란 쉽다.” 그러나 오늘의 사서는 그들의 충절을 한결같이 칭송한다. 불과 40여년 전 임진왜란의 참화도 망각하고, 9년 전 정묘호란의 치욕도 잊고, 대책은 없이 대륙의 패자에 대한 정벌을 부르짖다가 사직의 유린을 자초했다. 참극은 예견됐고, 피해자는 백성이었다. 호란 이후 그들은 ‘숭명’(존주대의)과 ‘복수설치’를 이념화했다. 자신의 무능과 죄과를 숨기고 권력을 유지하며, 착취구조를 온존하려는 것이었다. 승객을 죽인 만취운전자의 만용과 무지를 용기요 절의라 칭송할 순 없는 일이다. 통상 2월이면 한반도는 긴장 속으로 빠진다. 2월 말부터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서, 북한은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맞섰다. 북미와 남북은 경쟁적으로 비난하며 군사적 대치를 강화했다. 이런 악순환은 불과 2년 전에야 잠복했다. 통일연구원은 그런 한반도 리스크가 올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북핵 문제를 순전히 선거용으로 이용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대선 판세에 따라 어떤 돌출 카드를 내밀지 알 수 없다. 국내에서도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척화’의 목소리가 기승을 부린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기대, ‘친북’의 외연을 ‘친중’으로 확대하고 여론을 ‘친미인가, 친중인가’의 택일로 끌고 가려 한다. 오로지 선거 승리를 위해 곤경에 처한 이웃을 조롱하고 배척하는 부도덕과 파렴치가 놀랍다. 저 참혹했던 ‘겨울 전쟁’의 기억까지 지우는 만용은 더 놀랍다. 경쟁하는 초강대국 틈에 끼여 있는 우리에게 선택지란 없다. ‘화친’뿐이다. ‘척화’란 없다. 미국과도 중국과도, 북한과도 러시아, 일본과도 화친해야 한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말 못 탈까봐 말 못한 기수…죽음 내모는 ‘다단계 하청’ 그 꼭대기 마사회는 침묵

    말 못 탈까봐 말 못한 기수…죽음 내모는 ‘다단계 하청’ 그 꼭대기 마사회는 침묵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부디 날 아는 사람들은 행복했음 좋겠다.” 지난해 11월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숙사 화장실에서 기수 문중원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14년간 말을 타 온 그가 40세의 젊은 나이로 스스로 세상을 등지며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는 억울함과 분노로 빼곡했다. 문씨는 3장짜리 유서에서 “경마장에서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다”면서 한국마사회의 부조리와 갑질을 낱낱이 고발했다.흔히 기수를 ‘경마의 꽃’이라 부른다. 그러나 전국 100여명에 불과한 이들의 실태는 알려져 있는 게 거의 없다. 서울·부산경남·제주 3개 경마공원에서 기수로 일하다 죽은 사람은 문중원씨가 처음이 아니다. 부산경남에서는 2005년 개장 이래 문씨 포함해 7명(기수 4, 말 관리사 3)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중 4명이 유서에서 마사회를 비판했다. 문씨가 죽은 지 두 달이 훌쩍 넘었지만, 유족과 동료들이 아직 장례조차 거부한 채 “마사회가 책임지라”고 절규하는 이유다. ●하청에 스러진 일곱송이 ‘경마의 꽃’ 경마공원에서 죽음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에는 마사회 내 하청식 인력 구조가 있다. 마사회를 떠받치는 경마 산업에서 말을 타는 기수, 말을 훈련하는 마필(말) 관리사, 그리고 이들 전체를 총괄·감독하는 조교사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인력이지만, 이들은 모두 마사회 소속이 아니다. 마사회가 말 소유자(마주)와, 마주가 조교사와, 조교사가 기수·말 관리사와 서로 독립된 계약을 맺는다. 계약이 복잡해진 건 마사회가 1993년 마주와 경기를 분리해 비리를 없애겠다는 목적으로 도입한 ‘개인 마주제’ 때문이다. 이후 마사회는 그간 직접 고용하던 기수, 말 관리사, 조교사와의 계약을 해지했고, 마주와는 출전 계약을 맺고 조교사 등에게는 면허만 주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 과정에서 조교사가 기수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됐다. 조교사는 기수가 어떤 경기에 참여할지는 물론 어떤 말을 탈지까지 정하는데, ‘을’인 기수는 ‘갑’인 조교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 문씨는 유서에서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 작전 지시부터 아예 대충 타라고 했다”면서 “마음대로 타면 다음에는 말도 태워 주지 않는다”고 썼다. 이는 문씨뿐 아니라 많은 기수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전국공공운수노조가 지난달 11일 전국 기수 125명 중 75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5%가 ‘부당한 지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60.3%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답했고, 지시를 거부할 때 어떤 불이익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85%가 ‘말을 탈 수 없다’고 했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는 건 계약 단계부터 철저히 불평등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의 41.4%는 아예 노동조건 계약서를 보지 못했고, 서명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문씨가 일하던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응답률은 56.3%로 가장 높았다.●“모든 통제권 쥔 마사회가 실사용자” 수많은 을이 “입사 이래 5번의 골절, 한 번의 뇌진탕, 수많은 상처”(2011년 말 관리사 박용석씨 유서)를 입으면서 “고통도 없고 편히 숨쉴 곳에 가기 위해”(2005년 기수 이명화씨 유서) 목숨을 끊는 동안 마사회는 “직접 계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뒷짐만 져 왔다. 하지만 노조 등이 모인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는 “실질적인 사용자는 공공기관인 마사회, 감독 책임자는 정부”라고 지적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 지원 쉼터 ‘꿀잠’의 김소연 운영위원장은 “문씨 죽음의 주범은 기수와 말 관리사에 대한 모든 권한과 통제력을 가진 마사회”라면서 “그런데도 마사회는 다단계 하청 구조도 모자라 노사관계를 부정하며 ‘개인사업주’ 운운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마사회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들과 직접 계약만 맺지 않을 뿐 기수와 조교사에 대한 면허교부권과 마방임대권 등을 모두 손에 쥐고 있어서다. 특히 말을 훈련하는 마구간의 일종인 마방은 조교사 일을 하는 데 필수다. 조교사 면허를 딴 사람 중에서도 마사회로부터 마방을 임대받은 사람을 마사대부라고 하는데, 마사대부가 아닌 일반 조교사는 사실상 실직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방임대권 심사는 마사회의 종합평가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게 유족과 노조 측 입장이다. 문씨는 일부 조교사들의 갑질에 시달리다 기수로 회의를 느끼고 2015년 조교사 면허를 땄지만, 4년 넘게 마사회로부터 마방을 임대받지 못했다. 그는 유서에서 “죽기 살기로 준비해서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라고 토로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2018년 부산경남경마공원 마방 개업 심사 때 문씨는 외부 평가에서 2등을 했지만, 마사회 직원으로 구성된 내부위원은 모두 3등 이하 점수를 줬다”면서 “매년 마방 심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선발자 소문이 도는데, 결과가 같은 경우가 많다. 마사회가 마방 임대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지난달 15일 “부정한 카르텔 앞에 문중원 기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면서 김낙순 마사회장 등 1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대책위 12명 檢 고발… 합의는 평행선 유족과 동료들은 문씨의 사망 이후 계속 정부를 향해 나서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마사회와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반복된 죽음 재발 장치를 위한 제도 개선, 유족에 대한 사과와 자녀 유족 위로 보상 등 네 가지를 놓고 벌여 오던 마사회와 대책위의 집중 교섭은 평행선만 달리다 18일 만에 중단됐다. 지난달 22일 김낙순 회장은 마방 심사 때 외부위원을 60% 이상으로 하는 등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대책위는 “교섭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마사회가 일방적으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대책위는 “현재도 마주 등록 심의위원회에서 마사회와 교류하는 교수 등이 위촉되는데, 완전히 독립되고 전문성 있는 외부위원을 데려오는 게 가능하겠느냐”면서 “마사회가 자체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선안이 발표된 날은 지난달 17일 경기 과천 마사회 본사에서 시작된 대책위의 오체투지 행렬이 4박5일 만에 청와대 앞에 도착한 다음날이기도 했다. 문씨의 부인 오은주(37)씨는 “8살 딸, 6살 아들을 키우며 여느 가족 못지않게 행복했던 결혼생활이 10년도 안 돼 끝났다”면서 “공공기관에서 온갖 갑질과 부조리를 겪다 7명이나 죽었다. 대통령은 제발 청와대에서 한 걸음만 나와 국민들이 얼마나 억울하게 살고 죽어 가는지 봐달라”고 말했다. 예수회 조현철 신부는 “마사회 슬로건인 ‘렛츠런’은 경기장 밖의 사람은 도박으로 내달리게 하고, 경기장 안의 사람은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을 잘 보여 준다”면서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영역인 노동, 안전, 인권이 계속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중원씨의 시신은 여전히 차가운 냉동고에 있고, 매일 밤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촛불이 타오른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사 외면 말라” 각국 지도자 “反유대주의와 싸울 것”

    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사 외면 말라” 각국 지도자 “反유대주의와 싸울 것”

    유럽 12곳 유대인 89% “반유대주의 증가” 유대인 증오 범죄 급증… 우려 목소리 커져폴란드 아우슈비츠 나치 강제수용소 해방 75주년을 맞은 27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반(反)유대주의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역사에 대해 반성해 왔던 독일은 오는 7월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으면 ‘반유대주의와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도 했다. AP통신 등은 이날 아우슈비츠 수용소 ‘죽음의 문’ 앞에 홀로코스트 생존자 200여명과 세계 50여개국 대표단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은 유엔이 1945년 1월 27일 옛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해방한 것을 기념해 지정했으며, 올해로 75년째를 맞았다. 이날 추모식은 최근 서방국가에서 유대인 관련 증오범죄의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BBC는 EU 산하기관인 유럽기본권청(FRA)이 최근 유럽 12개국의 유대인 1만 6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지난 5년간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에서 반유대주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또 응답자의 40%는 “실제 공격을 당할지 두렵다”고도 답했다. 반유대주의 증가 추이는 개별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2017·2018년 672건이었던 유대인 대상 증오범죄는 2018·2019년 1326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무슬림 대상 범죄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다. 프랑스에서는 2018년 발생한 반유대주의 사건이 541건으로, 전년(311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유대교 축일인 하누카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잔혹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던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반유대 범죄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미국에서 유대인을 향한 증오범죄는 2017년에 1986건, 2018년에 1879건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고, 2017년에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모든 주에서 반유대범죄가 일어난 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곳곳에서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93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마리안 투르스키는 “누군가 역사를 두고 거짓말하는 것을 외면해선 안 된다”면서 “무관심해지는 순간, 우리 후손들에게 또 다른 아우슈비츠가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날드 라우더 세계유대인회의 회장은 “반유대주의가 늘어나는 것을 내 생전에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어떤 누구에게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각국 지도자들도 반유대주의의 부활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주간지 슈피겔 기고에서 “반유대주의가 독일의 유대인들에게 삶의 일부가 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면서 “독일이 EU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되면 온라인상의 증오범죄나 잘못된 정보 등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단식 농성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마지막 절규…제발 들어달라”

    단식 농성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마지막 절규…제발 들어달라”

    “추석 때 하던 집회가 설까지 이어질 줄은 전혀 몰랐어요. 너무 버겁지만 그래도 버틸 때까지 버텨야죠.”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도명화 톨게이트지부장은 설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 지부장과 유창근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 영업소지회장은 지난 17일부터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과 집단 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도 지부장은 “벌써 8일이나 지났는데 몸무게가 하루에 1㎏씩 빠진 것 외에는 아직도 쌩쌩하다”면서 “목소리가 너무 멀쩡해 누가 보면 단식하는 거 맞느냐고 할까봐 걱정된다”면서 밝게 웃었다. 하지만 매일 물과 소금만 먹으며 지내는 환경에서 몸이 오래 버틸 수는 없다. 이미 5일차 때 진행된 녹색병원의 현장 진료 결과 혈당 수치는 50대로 뚝 떨어졌다. 공복시 혈당 정상치는 70~110㎎/dL다. 도 지부장은 “아무 이상도 못 느꼈는데 혈당이 떨어졌다길래 놀랐다”면서 “그래도 단식 열흘까지는 괜찮다고 하더라. 이후에 계속 잘 관리하면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공은 지난 17일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 계류 중인 2015년 이후 입사자를 포함한 요금수납원 전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으나, 법원의 1심 판결에 따라 패소한 수납원에 대해서는 고용을 해지하기로 했다.도 지부장은 “도공과의 교섭 과정에서 노사 쟁점이 뚜렷한데, 이게 해결되지 않는 건 도공의 해결 의지가 없다고밖에 할 수 없다”면서 “직접 고용되는 수납원들이 2월부터 출근하는데, 현장에서 이 분노를 더 모아서 투쟁하자는 데 단식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지난 21일부터 물과 소금을 포함해 어떤 음식도 입에 대지 않는 단식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민주일반연맹은 “수없이 많은 약자들이 40일 이상 단식을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이 이 정부와 공공기관 관료”라면서 “강 사무처장은 물과 소금마저 끊어 언제라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결의를 보여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사무처장은 명절에 생과 사를 오가는 경계에 자신을 맡겨 놓았다”며 “현재 혈압 수치가 190이 넘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고 수납원들은 지난해 7월부터 도공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성장만 서울 광화문 광장, 김천 도공 본사, 더불어민주당 지역구의원 사무실 등 5곳이다. 이들은 설 당일 고 문중원 기수,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 등과 함께 합동 차례도 지낸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문화마당] 인생이여, 만세/송정림 드라마작가

    [문화마당] 인생이여, 만세/송정림 드라마작가

    아직도 삶에 서툴고 후회를 거듭하는 내가 부끄럽던 날, 그림 한 점을 보았다. 작은 사슴 한 마리가 몇 개의 화살을 맞은 채 피 흘리고 있는 그림이었다. 주로 자화상을 그려 온 프리다 칼로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무나 자주 혼자이기에, 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 노트에 내 얼굴을 그려 본 적 있다. 나도 모르게 뺨에 눈물을 그리고 있었다. 자화상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게 아니라 마음을 그리는 것이었다. 아니, 마음이 저절로 담기는 것이 자화상임을 그때 알았다. 화살을 맞은 채 피 흘리는 사슴, 그 자화상을 그릴 때의 프리다 칼로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던 걸까.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했지만 총명한 소녀로 자라났다. 열여덟 살 소녀는 집에 오는 버스를 탔다가 큰 사고를 당했다. 옆구리를 뚫고 들어간 강철봉이 척추와 골반을 관통해 허벅지로 빠져나왔고 소아마비로 불편했던 오른발은 짓이겨졌다. 9개월 동안 전신에 깁스를 한 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칼로는 이 사고를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다친 것이 아니라 부서졌다.” 온몸에 깁스를 하고 침대에 누워 두 손만 자유로웠던 칼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침대 지붕 밑면에 전신 거울을 설치한 침대와 누워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젤을 선물했다. 꼼짝도 할 수 없었던 칼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기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된 칼로는, 예전에 학교 강당에 벽화를 그리러 왔던 디에고 리베라를 기억해 냈다. 그는 당시 멕시코와 혁명을 대표하는 미술가였다. 칼로는 그에게 그림을 가져갔고, 그림을 본 리베라가 외쳤다. “이 소녀는 분명 진정한 예술가다!” 22세의 칼로는 21년 연상인 리베라와 결혼했다. 여성 편력이 심했던 리베라는 외도를 멈추지 않았다. 몇 차례의 유산 끝에 만신창이가 된 칼로. 설상가상으로 남편과 여동생에게 동시에 배신당했다. 그녀는 리베라를 향해 절규했다. “내 인생에 대형 사고가 두 번 있었어. 하나는 교통사고, 다른 하나는 당신을 만난 거야. 그중에 당신을 만난 게 더 나빴어!” 칼로에게 척추의 고통이 본격화됐다. 몇 차례 대수술을 했지만 그녀의 육체는 계속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절망에 빠질 수 없었다. 인간의 배신에 질 수 없었다. 그녀는 눈물의 힘으로 일어났고 아픔을 그림에 담아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 그린 수박 정물화에 이 글자를 새겨 넣었다. “Viva La Vida!” 온몸이 부서져 평생 누워 지내야 했는데도, 사랑하는 남편과 혈육에게 배신을 당했는데도 다시 일어선 여인 칼로. 그녀에게 눈물은 삶의 동기였고, 의지였고, 의욕이었다. 인디언들은 말한다.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고. 그런데 우리는 사람을 선택할 일이 있을 때 중요한 오류를 범한다. 좋은 집안, 좋은 학벌은 따지는데 그가 한때 눈물을 흘렸던 사람인가는 따지지 않는다. 아니, 슬픈 과거를 지닌 자를 오히려 꺼린다. 한때 눈에 눈물을 지녔던 사람만이 영혼에 무지개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한 번도 울어 보지 않은 사람이 슬픈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파 본 사람이 고통을 헤아리고, 굶어 본 사람이 가난을 이해하고, 사랑을 잃어 본 자가 실연의 아픔을 안다. 실패해 본 자가 인생의 쓰라림을 안다. 한때 눈물이 고였던 사람은 인생의 가치를 소중하게 품는 사람이다. 눈물이 흐른다면, 인생의 연습게임을 치러내는 중이다. 눈물은 ‘인생 대표선수’의 증명서다. 그러니 탄식과 한숨도, 외로움과 슬픔도, 이 한마디로 지워내고 걸어가 보는 거다.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 ‘사랑불’ 현빈♥손예진, 청담동서 재회? 아무리 드라마지만…[SSEN리뷰]

    ‘사랑불’ 현빈♥손예진, 청담동서 재회? 아무리 드라마지만…[SSEN리뷰]

    ‘사랑의 불시착’ 현빈♥손예진이 남한에서 재회했다. 19일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극본 박지은, 연출 이정효)에서는 대한민국에 돌아와 제자리를 찾아가는 윤세리(손예진 분)와 그녀를 보낸 뒤 조철강(오만석 분)의 음모를 밝히고 그를 본격 제압하기 시작한 리정혁(현빈 분)의 활약이 펼쳐졌다. 리정혁은 법정에서 조철강이 그동안 저지른 수많은 비리를 폭로했다. 조철강은 유죄를 선고받고 절규하면서, 리정혁에게 윤세리를 죽일 거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남겼다. 조철강은 호송 중에 미리 짜여진 작전대로 탈출에 성공했고, 리정혁에게 전화해 남한으로 간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는 남한으로 와 윤세리를 찾았다. 한편 남한으로 돌아온 윤세리는 흔들리던 사업을 다시 재정비하는 등 이전의 생활로 돌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모자란 것 없이 풍족한 환경에 행복해하면서도 리정혁의 부재에 허전해했다. 10회 말미에는 리정혁과 윤세리의 기적적인 재회가 이루어졌다. 리정혁을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길을 걷던 윤세리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그를 발견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얼어붙었다. “한참 헤맸소. 서울 강남구 청담동까지만 말해주고 구체적인 주소를 말해주지 않아서”라며 다정한 눈빛으로 윤세리를 바라보는 리정혁의 모습으로 10회는 끝을 맺었다. 이어 에필로그에서는 5중대 대원들 표치수(양경원), 박광범(이신영), 김주먹(유수빈), 금은동(탕준상)과 정만복(김영민 분)이 리정혁을 찾아 대한민국에 도착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북한 군인들이 남한을 옆 동네 오듯 쉽게 넘어오는 설정은 윤세리만큼이나 시청자를 얼어붙게 했다. 다소 비현실적인 전개에도 현빈, 손예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이 시청자들을 붙들고 있다. 특히 에필로그에선 배우 김수현이 카메오로 등장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14.6%, 최고 15.9%로 5주 연속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쿠르드족의 평화 갈망했던 헤브린 칼라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쿠르드족의 평화 갈망했던 헤브린 칼라프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헤브린 칼라프(35)는 시리아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의 떠오르는 샛별 정치인이었다. 긴 갈색 머리에 보조개가 파인 얼굴의 그녀는 2018년 미래 시리아 당(FSP)을 창당하고 전선이나 다를 바 없는 시리아 북부 라까 일대를 누볐다. 라까는 시리아 반군에 이어 이슬람 국가(IS)가 마지막 수도로 삼아 최후의 항전을 했던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12일(이하 현지시간) 칼라프는 시리아 북부와 터키 국경을 나란히 달리는 M4 고속도로를 달려 라까로 가던 길이었다. 방탄 도요타 SUV의 뒷좌석에 앉아 창 밖으로 9년 내전에 할퀸 고향 마을들의 상흔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터키군의 공격이 끝난 지 사흘 되는 시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미군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안돼 터키군이 마음 놓고 국경을 넘어와 유린한 것이었다. 칼라프는 정치적 회합에 참석하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쿠르드족, 아랍인, 투르크멘족 등 종교와 민족의 경계를 뛰어넘자고 호소해 분열과 갈등에 익숙한 이 지역에 꼭 필요한 새로운 정치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 지역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관용을 목놓아 호소하기도 했다.칼라프는 터키 국경에서 10㎞ 떨어진 테릭이란 곳에서 살았는데 쿠르드족 자치 지역 ‘로야바(Rojava)’ 가운데 하나였다. 로야바는 다양성, 자치, 여성의 인권을 중시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부는 9년을 끈 내전의 와중에도 영토를 조금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쿠르드족에 자율권을 부여했다. 쿠르드족과 아사드 정부는 불가침 협정을 맺어 안전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IS가 발호하면서 상황은 달라졌고 쿠르드족 전사들은 1만 1000명의 목숨을 희생해 나라의 3분의 1에서 IS 전사들을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찾아온 평화는 미군 철수와 터키군의 공격으로 지난해 10월 초 산산조각 났다. 칼라프는 돌아다니지 말라는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탈 아비아드 마을 근처의 고속도로에서 터키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 아흐라 알 샤르퀴야의 매복 공격을 받아 세상을 등졌다. 도요타 SUV에는 총알 자국이 선명했다. 괴한들은 차량을 에워싸고 있었는데 한 괴한이 죽어 누운 기사를 향해 “또 한 마리 달아나던 돼지를 국민군이 박멸했다”고 외쳤다. 이어 얼굴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인 목소리가 들리는데 나중에 그의 어머니 수아드 무함마드는 딸의 목소리가 틀림 없다고 확인했다.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의 제이슨 모틀락은 지난달 18일 장문의 현지 르포를 통해 어머니 수아드가 “딸의 피가 모든 쿠르드인, 쿠르드족과 아랍인, 기독교도를 단결시키길 바란다. 헤브린은 이걸 위해 혼을 희생했다. 세히드 나미린(순교자는 죽지 않는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그녀의 집 벽에는 두 남자형제, 큰딸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모두 터키에서 쿠르드족의 자치를 위해 싸우다 숨졌다고 했다. 여기에 헤브린까지 더해졌다. 다만 어머니는 헤브린은 “폭력이 먹힌다고 믿지 않았다. 그녀는 총알에도 결코 손을 댄 적이 없다”고 말했다. FSP 사무총장으로서 그녀는 여러 부족 지도자들을 만나 신뢰를 구축하고 분쟁을 해결하며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희생자들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결혼도 하지 않고 가진 것도 없이 늘 여성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칼라프는 다수의 총격을 받고 다리와 두개골에 골절이 있었으며 처형 전 끌려다닌 듯 엉덩이 쪽에 상처가 많았다. 그녀와 기사, 비서, 그리고 적어도 8명이 M4 고속도로에서 처형 당하듯 희생됐다. 어머니는 그녀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많았고 목과 귀, 손목 등에서 장신구를 빼냈다고 했다. 무함마드는 “그녀는 터키에도, 누구에게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은 에르도안(터키 총리)이 이런 짓을 하도록 내버려두느냐”고 절규했다. 아래 동영상은 영국 BBC가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아흐라 알샤르퀴야의 거짓 해명을 조목조목 파헤친 9분 분량의 탐사 보도물로 13일 공개됐다. 평화를 갈구했던 그녀의 안식을 기원할 따름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단독] 필터 몇 초내 새까만데 마셔도 된다니… 끝나지 않은 ‘붉은 물’ 절규

    [단독] 필터 몇 초내 새까만데 마셔도 된다니… 끝나지 않은 ‘붉은 물’ 절규

    “뭘 근거로 정상화 발표를 하는 건가요? 저희 집 와서 필터 확인 후 직접 마셔 보라 하세요. 정상화란 말이 입에서 나오나.”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은 주민 1053명이 쏟아낸 말에는 분노의 서슬이 담겨 있었다. 7만 9980자, A4용지 56쪽(글자 10포인트)에 담긴 그들의 언어를 한 의미로 함축하자면 ‘비정상’이었다. 지난해 5월 말 인천 적수 사태가 발생한 지 65일 후인 8월 5일 인천시는 ‘수돗물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절규 같았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9월 인천 서구 주민 105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마지막 문항은 주관식으로 이번 사태를 겪으며 느낀 점과 해결했으면 하는 점을 물었다. ‘워드 크라우드’(글에 쓰인 단어의 빈도수에 따라 핵심 단어를 시각화) 기법으로 분석하니 부정(정상화가 필요하다)의 의미가 대부분이었던 ‘정상’이 244회로 가장 많았다. ‘책임’과 ‘해결’ 194회, ‘보상’ 139회, ‘필터’ 124회, ‘적수’ 120회, ‘아직’이 118회였다. 정상화 선언이 성급했다는 증거는 수질 민원에서도 나타난다. 인천시는 정상화 근거로 수질 민원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점을 들었지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2016년부터 2019년 8월까지의 수질 민원을 보면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인천 서구의 월평균 수질 민원은 9건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8월에 접수된 수질 민원은 총 544건(보상 포함 750건)으로 평소보다 60배 넘는 민원이 들어왔다. 서울신문은 13일 인천 서구에 접수된 수질 민원 6611건을 바탕으로 적수 사태를 재구성했다. 1991년 대구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최악의 수돗물 스캔들로 꼽히는 이번 사건이 재현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2019년5월 30일, 민원 6건(첫 날 기록 못 함) ‘국가건설기준’ 무시한 수계전환 오전 9시 48분, 인천 공촌정수장을 통과하던 수돗물이 갑자기 6배나 뿌예졌다. 수돗물의 탁도(물의 탁함 정도)는 통상 0.1NTU(탁도 단위)를 유지하지만 이날 오전 11시 40분에 0.6NTU까지 올라 수질기준(0.5NTU)을 초과했다. 전기 점검으로 무리하게 물의 흐름을 바꾼 게 원인이었다. 평소에는 정수된 물이 공촌정수장에서 영종 지역으로 흐르지만, 이날은 물이 정반대로 흘렀다. 물이 역방향으로 흐르면서 상수관에 붙어 있던 철이나 망간 같은 이물질이 후두둑 떨어져 나왔다. 수계전환을 할 때는 이물질이 떨어져 나오지 않도록 ‘국가건설기준’에 따라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진행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되돌릴 기회는 있었다. 곧바로 이물질을 빼내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들은 탁도계를 임의로 꺼버린 혐의까지 받고 있다. 시민들의 고발로 진상조사에 들어간 경찰은 지난해 11월 공무원 7명을 공전자기록 위·변작,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5월 31일, 민원 1건(둘째 날 역시 기록 못 함) 서구 학교 10곳 급식 중단 붉은 수돗물이 나오면서 서구의 학교 10곳이 급식을 중단했다. 지역 ‘맘카페’에는 정체 모를 이물질이 가득 낀 필터 사진과 함께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언론에 ‘인천 서구에 수돗물 대신 붉은 물’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인천상수도본부는 이날 오후 6시쯤 “복구 작업을 마쳤으며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이날 수질 민원 수백 건이 쏟아지자 상수도본부는 “민원 담당자까지 현장에 나가 수습하느라 수질 민원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했다.#6월 1일, 민원 147건 수질검사 요청 68건에 대해 ‘적합’ 인천상수도본부 수질연구소는 수질검사 요청이 들어온 68건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안심하고 마셔도 좋다는 뜻이다. 수돗물안심확인제(탁도, pH, 철, 구리, 잔류염소, 아연, 망간)와 유해중금속인 납, 비소, 크롬, 카드뮴 등 11가지 항목을 조사한 결과다. 별 대응 없이 상수도본부가 적합 판정 결과만 내놓자 서구 검안·검단 맘카페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적수가 나온 곳은 당하동 6500가구를 포함해 전체 8500가구 정도였다. 수돗물 사용 후 다섯 살 아이의 얼굴과 엄마 몸에 반점이 생겼다는 등 민원이 속출했다. #6월 7일, 민원 653건 원인조사반 18명 구성·인천시는 조사 거부 수질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온 날, 환경부 차원의 전문가 원인조사반이 꾸려졌다. 환경부 5명, 수자원공사 5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수계전환 절차와 방법, 상수도 관망과 수질 분석, 변색된 필터 등을 분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파견된 환경부 전문가들은 민원 지역 옥내배관 청소에 투입됐다. 인천시가 조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한 토론회에서 “인천시가 사태 정상화에 협조하지 않으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고 설득하니 13일이 돼서야 조사에 협조했다”고 말했다. #6월 18일, 민원157건 사고 발생 19일 만에 박남춘 시장 공식 사과 정부원인조사반은 이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수계전환 시 준비 부족과 초동대처 부족을 꼽았다. 이날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이 경질됐다. 당시 민원을 제기한 청라동 주민은 “민원이 줄어서 피해가 줄고 있다는 보도는 잘못됐다”면서 “그럼 매일 전화를 100통씩 해야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박남춘 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수질검사 기준치에만 근거해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식으로 주민들께 설명해 불신을 자초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사태 발생 후 19일 만이다. #7월 5일, 민원 43건 일부 정상화 선언… “매출 6분의 1” 반발 환경부는 이날 서구 청라동과 검암동 수질이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 36개 지점의 망간·철 검출 조사 결과 모두 기준치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 수질 민원은 70건이 들어왔고 8일에도 84건이 접수됐다. 주요 피해 내용을 보면 ‘물에 검은색 이물질이 있다’, ‘온수 틀 때 쇳가루가 심하게 발생해 필터가 몇 초 안에 새까맣게 된다’ 등이 있었다. 검암동에 사는 민원인은 “매출이 6분의1로 줄었다. 영업손실을 보상해 달라”고 토로했다. #8월 5일, 민원 27건 8월 민원 544건인데…완전 정상화 선언 박 시장은 붉은 수돗물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근거는 두 가지다. 수질이 정상 수치로 측정되고 수질 관련 민원도 수질 피해 이전 수준으로 접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7월 중순 이후 민원이 현저히 감소했고 피부질환, 위장장애 등 신체적 피해 민원은 접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신문이 확인한 결과 8월 1일 서구 오류동 경로당에서 “노인분들 피부발진 등으로 힘들어함”이라는 민원이 접수됐고 8월 6일엔 석남동 한 민원인이 피부병을 호소했다. 82건의 민원이 접수된 7일에는 한 민원인이 “세탁 후 옷이 심하게 오염됐다”고 민원을 넣었다. 8월 한 달간 수질 문제를 제기한 민원은 총 544건을 기록했다. 이는 7월 한 달 접수된 615건보다 불과 61건이 줄어든 수치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이주원의 군(軍)고구마] “어디 갔어 내 탄피” 목숨 걸고 탄피 찾는 이유는?

    [이주원의 군(軍)고구마] “어디 갔어 내 탄피” 목숨 걸고 탄피 찾는 이유는?

    대부분의 남성이 거쳐 가는 군대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선진병영’으로 바뀌어 가는 지금도 군대의 모습은 옛날처럼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함을 느끼게 합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을 만한 군의 고구마 같은 모습을 ‘군(軍)고구마’를 통해 사이다같이 파헤치겠습니다. “어디 갔어 내 탄피. 타타타타타타 탄피….” 가수 양동근의 ‘탄띠’ 노래 가사 중에는 애타게 탄피를 찾아 헤매는 외침이 나온다. 탄환이나 포탄의 껍데기를 의미하는 탄피는 군대에서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물건’으로 꼽힌다. 아무리 좋은 탄피받이를 장착해도 탄피는 얄밉게 사방으로 튀어 사라지곤 한다. 탄피 하나라도 사라지면 “반드시 찾아!”라는 중대장의 절규에 온 병력이 달려들어 나올 때까지 찾는다. 탄피 하나에 왜 이토록 목숨을 거는지 간부들은 제대로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몰라보게 좋아진 요즘 군대에서 전근대적인 탄피 찾기가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 가는 이유는 뭘까? 국방부에 문의한 결과 가장 큰 이유는 ‘사고 방지’ 차원이라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실탄 은닉에 따른 사고 위험 방지와 국가재산 결산을 위해 회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입대하는 모병제보다 사고 위험이 크다. 자칫 실탄을 숨겨 사고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탄피만이 제대로 사격 훈련이 종료됐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탄피는 실제 사격이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전했다.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측면도 있다. 군 관계자는 “잃어버린 탄피를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탄피의 납 성분이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탄피를 회수해야 할 근거 규정은 있는 것일까. 국방부의 ‘3군 공통군수지원 절차 및 방침 지시’를 보면 탄피 반납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 지침에 따라 육군의 ‘교탄지원지침’, 해군의 ‘탄약관리 규정’, 공군의 ‘탄약획득 및 관리’ 규정에도 사격훈련 후 탄피 반납을 명시했다. 국방부의 지침을 살펴보면 사격장에서 사격훈련을 할 경우 탄피 반납이 100%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찾아도 분실된 탄피를 회수하지 못해 반납이 불가능하다면 해당 부대장의 확인 후 탄약지원부대에 분실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절도 등 사고로 인한 분실이 아닌 이상 탄피를 분실했다고 지휘관을 징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탄피 회수 실패 사례가 누적되면 부대장 평가가 좋을 리 없다. 모두가 탄피에 목숨을 거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소총에서 흘러나온 탄피뿐만 아니라 유도탄이나 조명탄 사격을 하고 난 뒤에도 탄피를 회수한다. 국방부 지침에는 40㎜ 이상 중구경 무기도 사격을 하게 되면 반드시 100%의 비율로 탄피를 제출해야 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공중사격과 해상사격의 경우 100%가 아닌 ‘최대한’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때문에 해군 특전(UDT) 요원들의 사격 훈련 등에는 별도의 탄피 회수 절차가 없다. 바다나 하늘에서 쏘는 탄을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규정이 그래도 야전부대에서는 탄피 수색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특히 장병들은 총알이 표적지에 명중했는냐보다 탄피가 탄피받이에 명중했는지 더 신경 쓸 지경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절차상 피곤함이 있더라도 사고 예방이 먼저 아니겠느냐”고 했다. 미군은 어떨까? 미군은 사격훈련을 하더라도 탄피를 내버려두고 훈련을 마무리한다. 미국은 모병제 국가다. 모두 자발적으로 군에 들어온 만큼 실탄을 몰래 훔쳐 사고를 칠 것이라는 의심이 한국 군대보다는 약하다. 더욱이 미국 대부분 지역은 총기 소지를 허용한다. 탄피와 실탄은 물론 총기류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탄피 실종은 사건 축에도 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국의 총기 인식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면서 “아무래도 한국이 사고 방지에 대한 민감도 측면에서 더 예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주원기자의 軍고구마]“어디갔어 내탄피” 목숨걸고 탄피찾는 이유?

    [이주원기자의 軍고구마]“어디갔어 내탄피” 목숨걸고 탄피찾는 이유?

    대부분의 남성이 거쳐 가는 군대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선진병영’으로 바뀌어 가는 지금에도 군대의 모습은 옛날처럼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함을 느끼게 합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을 만한 군의 고구마같은 모습을 약칭 ‘軍고구마’를 통해 사이다같이 밝혀 드리겠습니다.“어디갔어 내 탄피. 타타타타타타 탄피…” 가수 양동근의 ‘탄띠’ 노래 가사 중에는 애타게 탄피를 찾아 헤매는 외침이 나온다. 탄환이나 포탄의 껍데기를 의미하는 탄피는 군대에서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물건’으로 꼽힌다. 아무리 좋은 탄피받이를 장착해도 탄피는 얄밉게 사방으로 튀어 사라지곤 한다. 탄피 하나라도 사라지면 “반드시 찾아!”라는 중대장의 절규에 온 병력이 달려들어 나올 때까지 찾는다. 탄피 하나에 왜 이토록 목숨을 거는지 간부들은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정확한 규정과 근거를 아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 몰라보게 좋아진 요즘 군대에서 전근대적인 탄피 찾기가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국방부에 문의한 결과 가장 큰 이유는 ‘사고 방지’ 차원이라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실탄 은닉에 따른 사고 위험 방지와 국가재산 결산을 위해 회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다. 성인 남성이라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군에 입대한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입대하는 모병제보다 사고 위험이 크다. 자칫 실탄을 숨겨 사고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빈 탄피만이 제대로 사격 훈련이 종료됐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탄피는 실제 사격이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전했다.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측면도 있다. 군 관계자는 “잃어버린 탄피를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탄피의 납 성분이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탄피를 회수해야 할 근거 규정은 있는 것일까. 국방부의 ‘3군 공통군수지원 절차 및 방침 지시’를 보면 탄피 반납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 지침에 따라 육군의 ‘교탄지원지침’, 해군의 ‘탄약관리 규정’, 공군의 ‘탄약획득 및 관리’ 규정에도 사격훈련 후 탄피 반납을 명시했다. 국방부의 지침을 살펴보면 사격장에서 사격훈련을 할 경우 탄피 반납이 100%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찾아도 분실된 탄피를 회수하지 못해 정 반납이 불가능하다면 해당 부대장의 확인 후 탄약지원부대에 분실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절도 등 사고로 인한 분실이 아닌 이상 탄피를 분실했다고 지휘관을 징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탄피 회수 실패 사례가 누적되면 부대장 평가가 좋을 리 없다. 모두가 탄피에 목숨을 거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소총에서 흘러나온 탄피뿐만 아니라 유도탄이나 조명탄 사격을 하고 난 뒤에도 탄피를 회수한다. 국방부 지침에는 40㎜ 이상 중구경 무기도 사격을 하게 되면 반드시 100%의 비율로 탄피를 제출해야 하도록 규정했다. 단 공중사격과 해상사격의 경우 100%가 아닌 ‘최대한’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때문에 해군 특전(UDT) 요원들의 사격 훈련 등에는 별도의 탄피 회수 절차가 없다. 군 관계자는 “바다나 하늘에서 쏘는 탄을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탄피는 국가 재산이기 때문에 국가가 처분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가재산을 회수하는 절차에 따라 당연히 반납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회수한 탄피의 일부는 항간의 소문대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규정이 그래도 야전부대에서는 탄피 수색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특히 장병들은 총알이 표적지에 명중했는냐 보다 탄피가 탄피받이에 명중했는지 더 신경쓸 지경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절차상 피곤함이 있더라도 사고 예방이 먼저 않겠느냐”고 했다. 미군은 어떨까? 미군은 사격훈련을 하더라도 탄피를 그냥 내버려두고 훈련을 마무리한다. 미국은 모병제 국가다. 모두 자발적으로 군에 들어온 만큼 실탄을 몰래 훔쳐 사고를 칠 것이라는 의심이 한국 군대보다는 약하다. 더욱이 미국 대부분 지역은 총기소지를 허용한다. 탄피와 실탄은 물론 총기류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탄피 실종은 사건 축에도 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국의 총기인식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면서 “아무래도 한국이 사고 방지에 대한 민감도 측면에서 더 예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금요칼럼] 추악한 ‘근대’와 영원한 ‘근태’/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추악한 ‘근대’와 영원한 ‘근태’/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지금은 많이 약해졌지만, 예전에는 ‘중세 암흑기’라는 말이 널리 회자했다. 로마 멸망 후 르네상스 전 약 1000년을 인류 문명사의 발전을 가로막은 암울한 시기로 규정한 근대주의 시각의 결정판이다. 그런 암흑을 몰아내고 문명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환골탈태시킨 근대(modern)를 한껏 드높이는 의미를 행간에 담은 말이기도 하다. 솔직히 근대라는 이름의 다양한 혁명이 없었다면 고도로 진화한 현재의 문명도 이처럼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세를 비하하고 근대를 치켜세우는 심리가 우리 안에 알게 모르게 여전하다. ”당신은 참 중세적이다”라고 할 때, 그것이 부정적 의미로 작동하는 현실은 그 좋은 방증이다. 그런데 중세만도 못한 근대도 적지 않다. 겉으로는 아주 근대화한 것처럼 말쑥해 보일지 모르나 근대의 가면 뒤에 숨은 내면의 본질이 더 추악한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로 고문 행위를 꼽을 수 있다. 근대 이전에는 고문 자체가 합법이었다.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 고문만큼 확실하고 편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극한 고통에서는 누구라도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도 한몫 거들었다. 근대는 바로 이런 비인간적 고문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성문화했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폭력을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법 이면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온전히 포기하기에는 고문의 유용성이 내미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체로 중세의 고문이 공개적이었던 데 비해 근대의 고문은 주로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한 예로 조선시대에는 대역 죄인일지라도 피의자에 대한 심문은 공개적으로 행했다.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문도 같은 장소에서 발생했다. 피의자의 공초 내용 또한 거의 그대로 기록으로 남았다. 둘러선 관원도 많았다. 지방이라면 동네 사람들도 고문 광경을 줄곧 목도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어차피 사형을 면치 못하리라 판단이 들면 피의자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절규하듯 외칠 수 있었다. 자신의 진심을 그 장소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알릴 수 있었다. 저주의 말을 퍼부을 수도 있었다. 고문 중에 죽거나 공개 처형을 당하더라도 현장의 사람들에게 자기가 왜 죽는지 당당하게 알릴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억울하게 죽을 수는 있어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근대의 고문은 달랐다. 법으로 금지됐으니 공개적으로는 어떤 고문도 불가능했다. 그 대신 외부와 단절된 밀실로 고문의 장소가 바뀌었다. 제3의 눈동자가 전혀 없는 그곳에서 피의자는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일방적 폭력 앞에서 급격히 인간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고통을 당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제대로 안다면 차라리 정신적으로 힘이 나겠는데, 고립무원의 밀실에서는 심리적 공포가 몇 배로 올라간다. 전해 듣기로는 고문실에서 가장 힘든 때가 “너 여기서 이렇게 죽어도 아무도 몰라”라고 고문자가 귓속말로 속삭일 때였다고 한다. 이게 바로 추악한 근대의 한 사례다. 지난 월요일은 김근태 전 의원의 8주기였다. 20일이 넘도록 오롯이 감내한 잔혹한 고문의 후유증과 함께 그는 결국 눈을 감았다. 당시 고문에 의한 조서임을 뻔히 알면서도 기소한 검사는 검찰 조직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비슷한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사 지휘와 기소를 독점한 검찰이 불법 고문 행위를 밥 먹듯 묵인했으니, 한편으로는 헌법을 일상적으로 부정한 범법 집단이요, 다른 한편으로는 합법을 가장한 추악한 근대 검찰의 민낯이라 할 수 있다. 마침 같은 날인 30일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다. 이제 추악한 근대를 청산하고 민주화와 함께 영원히 ‘근태’를 기억할 2020년대의 밝은 해가 막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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