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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전환을 보는 각계의 다양한 시각

    ‘신에 대한 거역인가,신의 실수를 바로 잡는 것인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가수 하리수(26)에 이어 제2의 성전환 연예인인 이고니(23)가 최근 한 패션쇼의 개막무대를 장식하면서 성전환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수십년간 입고 있던 ‘바지’를 3년전 ‘치마’로 갈아 입어 화제를 모은 피아니스트 사라 브너(42·미국 맨해턴 음대교수)가 서울을 찾아 독주회를 가졌다. 이어 같은 달에 출간된 중국 최고의 조선족 무용가 진싱(한국명 김성)의 자전적 에세이 ‘신의 실수도 나의 꿈을 막지 못했다’ 역시 성전환에 대한 호기심을 한껏 높였다. 성전환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여성으로 느끼고 행동하거나 그 반대인 사람에게 구원일 수도 있다. 대한매일은 논란이 되고 있는 성전환에 대한 각계의 시각을 살펴보았다. ◆의료계=성전환에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탁관철 연세의대 교수(성형외과)는 “가수 하리수는 수술하기 전 정신은 여자,몸은 남자였다”면서 “이같은 상태로는 심신 양면에서 만족할 수 없고 행복감은 더더구나 느낄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정신병이 아니고 몸과 마음의부조화이므로 이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성전환수술 전문가인 장송선 프리마크리닉 원장은 “성적인 정체감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수여서 의기소침하고외로움 등을 느껴 그들끼리 어울린다”면서 “이들이 사회에서 받는 불이익은 너무 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며,대부분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종교계=천주교 개신교 등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하느님의영역을 침범하는 반윤리적 행위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있다.반면 불교는 자연인으로서의 고통을 해소해 정상적인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방편이라고 주장한다. 이동익 가톨릭대 교수(윤리신학)는 “성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고 주어진 것을 그대로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천주교에서 중시하는 인간 삶의 모습”이라며 “여러 여건 때문에 현재의 성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성 전환을 할 게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아래 내적인 치료를 통해 생리학적 본성을 키워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진관스님은 “20년전해인사에 머물때 여성과 꼭같은 외모 때문에 고통받는 비구의 모습을 보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의학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면 인권 차원에서 본인이 원하는 상태를 갖도록 도와주는 게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계= 문화계는 성전환 문제와 관련,특이한 것에 대해몰리는 관심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하리수가 화제가 되는 것은 “신기한 것에 대한 관심”이며 “성적인 터부에 대한 저항감이 누그러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방송진흥원의 이기현 박사는 하리수에 대해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연예인이 등장,주목받는 것”이라며 “방송도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탈피했음을 보여주는 것”고 말했다. 또한 성전환자를 포함,누구든 방송매체를 동등하게 탈 권리는 있지만 성전환이 천박스럽게 상품화되는 것은 문제라고 우려했다. ◆일반인=최근의 트랜스젠더 파동을 지켜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조윤장씨(34·회사원)는 “성과 관련해 무조건 억압하고보는 강박관념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우리 사회도 열린 성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신호로 봐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주부 엄주영씨(32·경기도 구리시 인창동)는 “하리수의 경우 트랜스젠더 문제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본다”면서 “하리수가 여자가 봐도 샘날 정도로 예쁜 외모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진 못했을 것”이라고말했다. 유상덕 김성호 황수정 윤창수 기자 youni@. ■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 인터뷰. “트랜스젠더라는 것이 내 상품성이라면 그것을 내세우는것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어요” 철저하게 세상의 이방인으로 고독속에 살아왔던 탓일까?영화 ‘노랑머리’ 시사회장에서 만난 하리수(26)는 ‘트랜스젠더’라는 상품성을 이용한 반짝스타에 불과하다는 주위의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트랜스젠더로 살면서 지구에 혼자 버려진 외계인인 것처럼 외롭고 슬펐어요.진짜 여자가 아니라고 밝혔는데도 ‘끝까지 사랑하겠다’고 말한 남자친구가 결국은 ‘여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떠나버렸을 땐 영화속의 J처럼 괴로웠어요” 사람은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걸까? 반짝스타의 천방지축 재기발랄과 거리가 먼 야무지고 솔직한 태도는 그의 과거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다. “도일(渡日)해서 트랜스젠더가 되기위한 비용을 모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감당하기벅찼어요.지금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연예활동을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하리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지난 98년 성전환수술을 받았다.그 뒤 도도화장품에서 ‘남자도 화장하면 예뻐진다’는 것을 주제로 CF를 찍기위해 예쁜 남자모델을 구하던 중 ‘트랜스젠더’인 그가 발탁됐다. “TV에서 나이를 속인 것은 연예계관행이었기 때문이예요. 연예인 중에서 자기 나이로 활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제가 TV에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주민등록증 번호라도 유출되서 피해라도입으면 책임져 줄것인가요?” 그는 자신을좋아하는 시선만큼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겹치기 쇼 프로그램 출현,영화,TV,가요계를 넘나드는 모호한 연예계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이 많다. “아직 가수,모델,배우 중에서 어느것이 내 분야인지 감이 안와요.이것 저것 열심히 해볼 예정이예요.또 내가 트랜스젠더로서 처음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만큼 다른 트랜스젠더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입니다”면서 사회의 편견에 굴하지 않겠다는 힘찬 포부를 밝혔다. “내가 신의 섭리를 거슬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그렇다면 신의 뜻대로 옳바르게 살아온 사람만 내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이송하기자 songha@
  • 신공항 고속도로 ‘애정표현’삼가세요

    인천공항으로 가는 신공항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행위를 포착하기 위해 설치된 폐쇄회로TV(CCTV)의 성능이 화제가 되고 있다.갓길 운행,불법 주·정차 등은 물론 차량 안에서 일어나는 연인들의 애정 표현도 생생하게 포착하기 때문이다. 4일 신공항하이웨이㈜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강매동과인천공항을 연결하는 공항전용 고속도로 본선 36.5㎞ 전 구간에 걸쳐 정밀촬영이 가능한 CCTV 카메라 33대가 설치돼운영되고 있다.1㎞에 1대꼴이다. 인천으로 진입하는 도로 중간에 있는 신공항하이웨이 교통서비스센터에서 원격 조종하는 이 카메라는 360도 회전이가능한데다 1.5㎞ 떨어진 차량의 번호판까지 식별해낼 정도로 성능이 탁월하다. 신공항하이웨이는 지난해 11월20일 임시개통 이후 이 장비로 고속도로 역주행 차량 50여대와 불법 진입 오토바이 10여대를 적발,경찰에 신고하는 ‘개가’를 올렸다.지난 5월중순에는 경찰의 요청으로 지명수배자의 차량을 적발하기도 했다.또 4월에는 운행중 엔진과열로 화재가 발생한 차량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신속한 인명구조에 도움을 줬다. 카메라의 성능이 탁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단속목적 이외의 촬영장면도 자료로 남기 때문이다.신공항하이웨이 관계자는 “불법운행 차량을 추적하다 보면 차량 안에서 연인끼리 애정표현을 하는 경우까지 잡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뒷짐만 진 채 CCTV에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점으로지적되고 있다.도로에 설치된 속도측정 무인카메라는 인천경찰청의 시스템과 연결이 안돼 작동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공항고속도로 교통순찰대 관계자는 “신공항고속도로의원활한 소통을 위해 제한속도보다 20%를 넘는 시속 120㎞이상인 경우에만 단속하라는 본청의 지침에 따라 승용차를이용한 이동단속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신공항하이웨이측 분석에 따르면 차량들의 평균시속은 11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개월간 신공항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6건에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만 11명이다. 송한수기자 onekor@
  • [공직인맥 열전](67)산림청

    산림청은 산림자원의 조성·보호와 산불방지를 맡고 있는기관이다. 외환위기 이후인 98년 5월부터 주요 실업대책으로 추진한‘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도 산림청이 하는 일이다.숲가꾸기 사업은 가장 생산성이 높은 공공근로사업으로 평가받아올해도 1,200억원을 투입,연인원 313만명의 실업자를 고용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농촌진흥청과 함께 농림부 산하의 외청에 속해있다.67년 농림부 산림국에서 독립해 개청한 이후 여러 차례 소속 부처가 바뀌었다. 국토녹화에 중점을 둔 치산녹화 사업이 진행될 때인 73년에는 내무부로 소속이 넘어갔고,다시 87년 산림정책이 산지자원화로 전환되면서 농림부로 환원됐다. 소속기관으로는 임업연구원·국립수목원·산림항공관리소와 동부지방산림관리청(강릉)등 5개 지방청과 25개 국유림관리소를 두고 있다. 전체 직원은 1,406명으로 임업·연구·행정직으로 나뉜다. 60%가 넘는 847명이 임업·연구직으로 일하고 있다.임업직의 경우,인원수가 많은데 비해 상대적으로 자리가 적어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농진청과 마찬가지로 청·차장은 주로 농림부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올라갈수록 ‘내부승진’의 기회가 적은 데 대한 불만이 크다. 최대 현안은 산불방지 인력을 늘리는 것이다.99년 정부의구조조정으로 폐지된 산불통제관(국장급)을 부활하고 일선지자체를 포함해 지방산림관리청의 현장 산불방지요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숙제를 떠맡고 있는 신순우(申洵雨)청장은 관가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중학교때 열차사고로 한쪽다리를 잃어 의족을 하고 있는 장애인.‘능력’만으로 핸디캡을 극복하고 차관급 자리까지 올랐다. 지난 5월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에서 승진한 최용규(崔龍圭)차장은 UR(우루과이라운드)농산물 협상대표단의 실무수석,WTO(세계무역기구)농산물협상 실무대표 등 국제통상업무만 15년동안 맡은 전문가다. 올해 공개모집으로 선발된 서승진(徐承鎭)임업연구원장은서울대 대학원에서 산림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다.산불통제관·산림경영국장·국유림관리국장 등 요직을 모두 거쳤다. 농림부에서 잔뼈가 굵은 손찬준(孫讚俊)기획관리관은 지난 1월 산림청으로 자리를 옮겼다.정책의 기획과 조정·국제통상분야의 경험이 많다.IMF위기가 터진 97년말 주미 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농산물수입자금 도입 교섭활동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산불방지 업무를 지휘하는 정광수(鄭光秀)임업정책국장은94년부터 3년간 주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임무관으로 근무하면서 해외진출 국내기업의 현지지원과 국내 목재수요 조달에 큰 기여를 했다.지난해 4월 개방형직위에 공채로 뽑혔다. 백두대간 보전관리대책을 총괄하는 최종수(崔鍾秀)국유림관리국장은 경제기획원(EPB)과 공정거래위원회·농림부 등경제부처를 두루 거쳤다.꼼꼼한 일처리가 장점이다. 산림청의 산증인격인 조연환(曺連煥)사유림지원국장은 산림청이 개청되던 해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80년 16회 기술고시에 도전,최고령으로 합격했다.여러 권의시집을 낸 시인으로 최근 제4회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숫돌의 눈물’이라는 시로 전체 대상을 수상했다. 식물자원의 관리를 맡고있는 이원열(李元烈)국립수목원장은 99년 5월 광릉수목원이 국립수목원으로 승격되면서 초대원장으로 임명됐다. 김성수기자 sskim@
  • 아름다운 사랑에 상쾌한 아침

    ‘술은 입으로 들고/사랑은 눈으로 드는 것/우리가 늙어서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오직 그것 뿐/나는 술잔을 들어/그대를 바라보며 한숨을 짓네.’ 아일랜드의 상징주의 시인 예이츠의 ‘술노래’다.예이츠는 쌉쌀한 술맛을 알아가는 원숙한 나이에 비로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오는 사랑을 깨닫는다.그런 사랑을 ‘죽기 전에알아야 할 오직 한가지’라고 칭송한 것이다. 이 시처럼 요즘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사랑이 한층 원숙해지고 있다.그동안 아침 드라마의 문제로 지적됐던 불륜 등의자극적 소재에서 탈피,상처있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아침을 상쾌하게 한다. KBS2 ‘꽃밭에서’,SBS‘이별없는 아침’,MBC ‘내 마음의보석상자’의 주인공들은 젊은날 한번쯤 사랑을 해봤다.그러나 ‘이제 내 인생에서 사랑은 떠났다’고 느꼈을 때 주책없이 찾아온 사랑은 입밖에 꺼내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소중하고 감미롭다. ‘꽃밭에서’의 왕인희와 한재섭은 젊은 날 잠깐 연인이었던 처형과 제부.사소한 오해로 헤어질 정도로 젊고 어리석었던 두사람에게인희의 동생이자 재섭의 아내가 죽으면서 다시 사랑이 시작된다.처형과 제부라는 관계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지만 세월의 더깨가 쌓여 견고해진 사랑은 젊은날의 그것보다 애련하고 달콤하다. ‘이별없는 아침’에서 한정인은 폐암에 걸린 남편을 떠나보낸 슬픔이 있는 여자.‘일부종사’해야 하는 사회 통념에도 불구,총각의사인 권찬영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접기에는 너무나 안타깝다.동생 정서는“우리 언니 너무 이쁘다.이대로 혼자 살기엔 너무 아까워”라며 다시 찾아온 사랑을 축복한다. ‘내 마음의 보석상자’에서 박여사와 배선생의 황혼연애는 젊은 사람들의 사랑처럼 발랄하고 경쾌하다.미혼모로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박여사와 2년전 상처한 배선생은 서로질투하고,사소한 일에 토라지고,사랑에 겨워 울기도 하면서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간다.아들,딸을 다 결혼시키고 황혼에 접어든 두사람은 사랑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지 잘알고 있기에 그것을 제대로 즐길 줄 안다. ‘내 마음의 보석상자’의 박지현 작가는 “세상에 젊은 사람들의 사랑만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다”면서 “이혼,사별등으로 혼자 남게 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씨줄날줄] 흡연유죄?

    몇년 전 홍콩의 첵랍콕 공항이 개항된 후 그곳에 도착했다.넓은 공항청사에서 물어물어 찾아간 흡연실은 병원의 중환자실을 연상케 했다.하얀 모자에 가운,마스크,장갑 차림의청소원이 마치 전염병자를 대하듯 흡연자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었다.며칠 전 금강산을 다녀왔다.재털이가 없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이다.등산로 입구,온정리 휴게소등 재털이가 있는 곳이면 애연가들이 줄담배를 피워댔다.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도 물론 금연구역이다.애연가들은 힘들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칠세라 눈치를 본다. 정부·여당이 바닥난 건강보험을 메우기 위해 담배에 붙는 건강진흥기금을 현재 1갑당 2원에서 75배나 되는 150원 가량 대폭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지역의보에 대한정부지원을 50%로 늘리는 가운데 40%는 재정에서,10%는 건강증진기금에서 부담키로 의견이 접근된 데 따른 것이다.말할 필요도 없이 담배는 건강을 해친다.남에게도 피해를 끼친다.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를 마약으로까지 규정하고있다.이런데도 내 자식에게 담배를 권하겠는가? 따라서 담뱃값에 붙는 준조세인 건강진흥기금을 75배나 올리겠다는정부의 생각은 국민건강을 염려하는 탁월한 지혜라고 믿고싶다. 현재 우리 흡연인구는 1,300만명 쯤으로 추산된다.한국에서 담배는 사실상 정부가 독점판매하고 있고 대리인격인 담배인삼공사는 담배 전매로 연간 3조5,00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비꼬자면,정부는 국민들의 건강을 해친 대가로 이만큼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그러면서도 금연 캠페인을 벌인다,‘그린존’을 만든다,금연 월드컵을 치른다며 법석이다.흡연권과 혐연권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의 쌍생아라는 사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당국은한편으로 국민건강을 내세우며 뒤로는 돈을 챙긴다.건강보험 재정파탄이 애연가들의 책임인가?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겠다면 담뱃값을 올려 국민으로 하여금담배를 끊게 하겠다고 하는 것이 옳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원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사에 대해 40년간의 흡연으로 암에 걸린 리처드 보켄에게 ‘담배를 피우면 죽을 수도 있다’는경고를 소홀히 했다는점 등을 들어 30억달러의 배상금 지급 평결을 내렸다.미국은 ‘판매유죄’이고 한국은 ‘흡연유죄’인가. 김경홍 논설위원 honk@
  • [클린 사이버 2001] (1-2)지금 인터넷은 신음중

    중학교 때만 해도 모범생 소리를 들었던 A군(18).또래들은지금 대입 준비에 정신이 없지만 지난해 학교를 자퇴한 A군에게는 오직 인터넷만이 삶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끈이다.하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누구와도 만나려 들지 않는다. 정신병원에도 다녀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A군의 부모는 아들 문제로 다투다 현재 이혼 수속을 밟고 있다. B군(17·고2)은 어린이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음란 CD와 비디오테이프를 팔다 올초 경찰에 붙잡혔다.반에서 5등안에 드는 우등생이었지만 포르노 판매가 안겨주는 ‘황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B군이 한달동안 벌어들인돈은 580만원이나 됐다. C군(16·고2)은 ‘대일본제국’이라는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 놓고 일본을 찬양하다 지난달 경찰에 적발됐다.김구선생과 윤봉길 의사 등 독립지사의 사진을 일장기와 ‘대일본제국 만세’라는 문구와 합성해 훼손하고,‘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일본인은 한국인보다 우수하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30대 주부 D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채팅사이트에 접속한다.남편과 함께 있을 때에도 마음은 딴 데 가 있다.사이버세계의 친구가 아닌,실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그에게참기 힘든 고통이다. 6살 난 E양은 언어발달이 늦어져 아직까지 말을 제대로 못한다.엄마(30대)가 3년전부터 온라인게임에 빠져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탓이다.유치원 교사는 E양에게 특수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안티 XX’라는 간판을 내건 인터넷 A사이트 게시판.‘개XX’‘XX이가 궁예보다 못한 8가지’‘XXX=빨갱이’ 등 독설이 판을 친다.‘지역감정·인신공격 자제’라는 주의문은허울일 뿐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포털 B사이트의 동호회.‘섹스’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대번에 50여개의 동호회 목록이 나타난다.스스로 찍은 나체 사진을 공개하자는 곳부터아무 조건없이 하룻밤 즐기자는 곳, 부부·애인을 맞교환하자는 곳까지 입에 올리기 민망한 제목들이다. 인터넷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개인과 사회가극심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국내 인터넷 인구는 지난달말 현재 2,400여만명.7세 이상 국민의 55.3%에 이른다.이용시간 면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다.조사전문기관 닐슨-넷레이팅스에 따르면 올 1월 기준으로 한국인의 한달 평균 인터넷접속시간은 16시간 17분으로 2위인 캐나다(10시간 48분)를압도했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적 팽창에 걸맞은 내면의 가치는 찾아보기 힘들다.인터넷과 사이버 문화가 별다른 여과장치 없이,단기간에 무절제하게 생활 속으로 파고든 탓이다.사이버공간이 실제 공간에 연착륙(軟着陸)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못해 마치 몸집은 어른이고 사고능력은 초등학생 수준인 기형적인 꼴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교통표지나 횡단보도없이 마구잡이로 차가 돌아다닌 초기 자동차문화에 비견하는 사람도 있다.특히 사회 전반의 도덕·윤리규범의 혼란이 개인들이 실제 공간보다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사이버 공간과 만나면서 더욱 빠르게 부작용을 분출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역기능이 미치는 범위와 확산속도는 갈수록심각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범죄나 비행과 같은 일탈행위이외에 인터넷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는 인터넷중독증이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올초 나온 서울대 석사논문에 따르면 서울시내 고교생의 40% 가량이 중독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과거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렀던 일반 네티즌들이 불건전 정보를 만들어내는 ‘생산자’로 대거 전환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령과 계층도 다양해지고 있으며사이버공간과 실제공간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과 채팅 사이트에는 자음과 모음이뒤틀린 오염된 국어가 홍수를 이루고,유언비어와 욕설 괴롭힘 비난 말싸움이 난무하고 있다.특정 기업이나 개인·단체에 대한 반대 사이트들이 ‘안티’(Anti)사이트라는 모습으로 생겨나면서 윤리적인 불감증도 심해지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 *현장전문가의 제언. 우리사회의 가치기준이 흔들리고 있다.세계화 과정 속에서포스트모던적인 상대주의 경향이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정보화 시대의 특성과 결합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부정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이성 결혼 배움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급속히 변모하면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10대들의 성의식,자신의 잘못을 주위의 탓으로 돌리는 지도층의 태도,소외된 자에 대한 배타적 태도,배움이나 결혼을 물질주의 추구의 방편으로 계산하는 인식 등 생활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가치관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일어나고 있는 부정적 사회현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제 이러한 불분명한 가치관이 온라인에도 넘쳐나고 있다.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익명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타고 부정적인 영향이 엄청난 속도로전파되고 있다.사이버 유토피아가 자칫하면 디스토피아로전락할 위험마저 있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본질을 외면하고 문제와 상황에만 반응한다. 음란 폭력 비방 자살 등 사이버 공간의 현상은 인터넷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다.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대안은 실제 사회에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밖에 없다.또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런 현상이 상승효과를 발휘하지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계몽을 해나가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 초·중·고 교육과정에‘네티켓(인터넷 예절)’이 포함되길 바란다. 이제 사이버 스페이스도 일상적 생활 공간이다. 초등학교윤리교육에 푸른 신호등을 보고 건너라고 가르치는 것처럼사이버 공간에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인터넷 업체들도 네티켓 문화 확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홍윤선 네띠앙 대표이사. *‘사이버공간 행동 인식’ 설문. 직장인의 절반 이상은 인터넷때문에 회사 일에 어려움을겪은 적이 있다.특히 대다수가 당초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인터넷에 접속해 있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또 10명 중 3명이상이 현재 인터넷 문화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사실은 대한매일이 서울에 직장을 둔 남녀 282명을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행동과 인식’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원래 마음 먹은 것보다 더 오래 인터넷에 접속한 적이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0.1%(225명)가 ‘가끔’(48.4%),혹은 ‘자주’(31.7%)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6.1%는‘항상그렇다’고 했다.‘전혀 없다’고 한 사람은 3.6%에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56.9%가 인터넷때문에 집안 일을 소홀히 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주 그렇다’는8.3%,‘항상 그렇다’는 1.7%였다.‘배우자나 연인과의 애정관계보다 인터넷에 더 흥미를 느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드물지만 있다’(17.8%) ‘가끔 있다’(13.3%) ‘자주 있다’(3.4%) 등 34.9%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6.8%는 ‘종종 익명을 사용해서 현실공간에서 맛볼 수 없는 성적 환상을 즐긴다’고 했으며,8.2%는 ‘성적 흥분이나만족을 느낄 수 있는 기대감에 자꾸 인터넷에 접속하고 싶어진다’고 했다.자신이 인터넷으로 무엇을 하는지 가족이나 친구에게 숨긴다고 한 사람도 9%나 됐다. 사이버공간에서 남들로부터 욕설이나 비난을 들은 경험에대해 16.1%가 ‘2∼3회 들은 적이 있다’고 했으며 12.1%는‘1회’라고 답해 34.3%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직접 겨냥해 성적인 표현을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29.7%가 ‘1번 이상 있다’고했다.4차례이상도 9.2%나 됐다.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48%가 ‘이용자들의 자정노력’을 꼽았으며 이어 ‘인터넷서비스업체의 건전화 유도’(26%) ‘가정·학교의 윤리교육’(19%) ‘정부의 계도·단속’(5%) 등 순이었다. 김태균기자
  • 괴테·슈트라우스가 초대하는 요리 향연

    “혀끝에서 단 3초간 머문 맛있는 요리가,느낌은 그 어떤예술가의 작품보다 감미롭다.” 요리를 예술가와 결부시켜작품으로 승화한 이색적인 책 두권이 출간됐다. 대문호이자미식가였던 괴테의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아홉가지 음식을재현한 ‘훌륭한 요리 앞에서는 사랑이 절로 생긴다’(황금가지)와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과 요리를접목시킨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함께하는 낭만의 요리’(해냄)가 그것. 19세기 낭만 문학의 대가였던 괴테는 83살의 나이로 숨지기 3개월 전 점심으로 거위간 요리,갈비,노루 등심,사과무스 등 대만찬을 즐긴 대식가였다.대학 재학시절에는 갓 튀겨낸 생선을 먹기 위해 수업을 빠지곤 했다.뿐만 아니라 새연인의 관심을 끄는 데는 달콤한 과자나 초콜릿을 선물하는것만큼 효과적인 전략이 없음을 잘 아는 바람둥이였다. 책은 괴테의 서신과 기행문,소네트 등에 등장하는 그의 창작의 원동력이 됐던 수많은 여성들의 초상화와 함께 아홉가지 요리의 조리법과 특징을 소개한다. ‘슈트라우스의 왈츠와…’에서는 슈트라우스의 아름다운왈츠곡들이 탄생하게된 배경을 그가 좋아했던 음식 소개와함께 들려준다.곡 하나하나에 숨겨진 재미있는 사랑이야기와 그가 즐겼던 소박한 ‘오스트리아 빈 요리’에서부터 파리에서 유행한 ‘슈트라우스 프라이드 치킨’에 이르는 총14가지의 메뉴는 왈츠처럼 경쾌하고 달콤하게 다가온다. 책에는 유럽 각국의 유명 요리사 사진과 이름,그들이 근무하는 음식점의 주소 및 전화번호도 실려 있다. 이송하기자 songha@
  • ‘네팔 왕가 몰살’ 음모설 증폭

    지난 1일 밤 발생한 네팔 국왕 일가 집단학살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폭력시위가 격화하면서 5일 이틀째 통금령이 내려진 가운데 왕실내부 쿠데타,외세 개입 등 온갖 음모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군주제에 반대하는 네팔내좌익반군및 정부 관료 연루설과 힌두교 왕정을 반대하는 인도 개입설 등 각종 음모론 가운데 가장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은 새 국왕에 취임한 갸넨드라 부자(父子)에 의한 왕실 쿠데다설. 왕위계승 순위에서 밀려있던 갸넨드라가 국민적 신망이 높은 이튼칼리지 출신 엘리트인 조카 디펜드라 왕세자를 ‘미치광이’패륜아로 몰면서 권력을 찬탈했다는 이야기다.세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현대판 추리다. 갸넨드라는 디펜드라 왕세자가 사망한 뒤 4일 왕위에 올랐지만 대관식장은 ‘썰렁함’그 자체였다. 당초 왕실 고위 관리들은 디펜드라 왕자가 가족들의 결혼반대에 격분,만취상태에서 부왕 등 왕실 일가에 총을 겨눠몰살시키고 자신도 자살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디펜드라는사건 몇 시간 전 정부 관리들과 담소하며 스포츠경기상황을 점검,‘멀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건 당일 왕실 만찬에 갸넨드라 신임 국왕과 아들인파라스 샤 왕자만 불참한 것도 의혹이다.만취 상태인 디펜드라가 어떻게 정확히 목표물을 명중시킬수 있었는지,아무제지도 받지 않고 디펜드라 왕자 혼자 10여명을 죽일 수 있었는지,왜 왕가 직계 가족만 죽고 왕실 다른 직원들은 안죽었는지 등도 수수께끼다.병원에 실려간 디펜드라의 총상이 등뒤에 있었으며 이는 디펜드라 역시 살해 대상이었다는추정이 돌고 있다. 네팔 언론들은 갸넨드라의 아들 파라스 샤 왕자도 공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파라스는 지난해 가을 교통사고로 네팔의 인기 대중가수를 죽였다는 의혹과 함께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인물로 부자가 함께 권력찬탈을 꾀했다는 추측이다. 디펜드라의 신붓감 데브야니 라나가 현재 모습을 감춘 것도 신상의 위협 때문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비극의 단초를제공한 여인으로 당초 알려졌으나 사실은 음모속에 죽어간연인의 비보를 숨어서 들어야만 했던 비극의 주인공 ‘오필리아’라는 것이다. 갸넨드라 신임 국왕은 4일 TV 성명에서 “케샤브 브라사드우프댜야 법원장이 지휘하는 조사위원회가 참극이 빚어지게 된 배경을 조사할 것”이라며 사흘안에 사건 진상 규명을 약속했지만 네팔 국민들을 납득시킬지는 의문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오늘 퇴임 박순용검찰총장/ 흐트러진 검찰 조직·위상 추슬러

    우리 헌정사를 되돌아보면 공직을 떠나는 인사들에 대한평가는 다분히 감정적이다.대체로 마지막 물러날 때의 모양새에 따라 긍정-부정이 강하게 교차한다.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재임기간 중의 실질적 업무성과를 냉철히 따지는일이다.후임자들에게는 물론,전체적 국가운용에도 필요한작업이다.대한매일은 25일로 임기가 끝나는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을 시작으로 주요 퇴임 공직자들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고정코너를 신설한다.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다.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25일 2년의 임기를 마치고 28년 동안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는 박순용(사시 8회) 검찰총장은 자신의 회고처럼 재임기간 내내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박총장은 99년 5월 대전 법조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심재륜(沈在淪) 전 대구고검장의 항명파동과 소장 검사들의 잇단 집단 행동으로 벼랑에 서있던 검찰의 지휘봉을 넘겨 받았다.분열된 조직을 추스르고 비리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 개혁을 이뤄야 하는 중책이 그의 앞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취임 첫날부터 김태정(金泰政) 당시 법무부 장관이 연루된 ‘옷로비 의혹 사건’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여기에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사건’까지 맞물려 사상 초유의 특별검사제도입으로 이어져 검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지난해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과 진승현(陳承鉉) 금융비리 사건으로 다시 정치 풍파에 휘말렸다.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16대 총선 선거사범 편파수사를 이유로 한나라당의 총·차장 탄핵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유능한 후배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줄줄이검찰을 떠났고 조직은 흔들렸다.박총장도 “그만두고 싶을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실제로 옷로비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99년 12월30일 고위 간부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 내부 문제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만큼 국민에게사죄해야 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도 누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총장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며 그 자리에서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총장은 “재임기간 동안 검찰 가족들에게 외부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가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해왔다”면서 “처음 총장이 됐을 때 있었던 내부 불신은거의 사라지고 이제는 조직이 많이 안정됐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겪었던 총·차장 탄핵 파문은 오히려 검찰 조직재건의 원동력이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박총장 자신뿐 아니라 검찰 간부들도 잘못이나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정치적 공세에 밀려 수장이 물러나는 것은 조직을 위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일선 부장 검사의 권한과 책임을 대폭 강화한 부장 중심 수사체제 확립과 수사비확충, 불필요한 통계·보고의 폐지 등은 박총장의 주요 실적으로 꼽힌다. 평소 “총장은 임기가 끝나면 더이상 욕심을 부리지 말고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던 박총장은 “이제여행도 다니며 편하게 쉬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임기를마치고 떠나는 4번째 검찰총장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
  • ‘태조왕건’ 촬영 마친 탤런트 김영철

    경기 안양에 위치한 백운호수 옆의 카페촌.이곳에서 KBS TV의 인기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 역을 맡아 시청자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탤런트 김영철(49)이 ‘미륵’의 옷을 벗고 ‘평민’으로 일하고 있다.지난 99년말 배 모양을본따 만든 카페 ‘배다’를 운영하는 사장인 것이다. 20일궁예가 숨짐으로써 김영철은 비로소 드라마에서 퇴장하게되지만 이미 그는 ‘자연인’으로 되돌아왔다. 트레이드마크인 금빛 안대를 풀고, 흰 티셔츠에 캐주얼 점퍼를 차려 입었다. 다만 박박 민 머리만이 여전해 ‘과거의영화’를 알려준다. 지난주 경북 문경새재 야외촬영장에서 궁예의 최후장면을찍고,이틀전 KBS스튜디오에서 마무리작업을 마친 그를 ‘배다’에서 만났다. 지난 2년간 몰두해온 궁예를 마친 심경은 어떨까.“그동안술집에 가든 어디에 가든 궁예가 날 꽉 붙잡고 있었는데 이제 막 풀려난 느낌이예요.날아갈듯한 해방감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단순히 시원한 것만은 아닌 듯 했다.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궁예도 마찬가지일겁니다.그동안 나를 쫓아다니느라고 자기도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아직 허전하지는 않지만 어디 부모님이 돌아가신다고 바로그 심정이 느껴지던가요.” 카페주인의 일상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 일은 종업원관리가 제일 힘들어요.어느날 갑자기 출근을 안하고 일손이부족하면 머리에서 쥐가 날 지경이라니까요.” “제가 가게에 나오면 특히 아줌마손님들이 좋아해요.손을 떡 주무르듯한다니까. 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으니 미륵이아닌 김영철을 실감할 수 있었다. ‘태조 왕건’은 특히 정치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드라마다. 궁예의 카리스마에 편승하려는 ‘러브콜’은 없었는지 궁금했다.“물론 많았죠.하지만 전 정말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이예요”라며 “아내도 거기 끼면 이혼한다고 하더라”고말했다. 궁예의 카리스마가 앞으로의 연기생활에 오히려 부담스럽지나 않을지 물었다.“이미지를 꼭 변신해야겠다는 계획은없어요.제가 갑자기 코미디한다고 변신하는 건 아니잖아요. 같은 카리스마 연기도 색깔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계획중인 작품은 SBS시대극.‘장군의 아들’김두한의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하는데 궁예 못지않은 카리스마로 승부할 작정인가 보다. 인터뷰를 끝내고 ‘배다’를 나오는 순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왜일까.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온 그를 만난 건 분명 색다르고 반가운 경험이지만,카리스마가 넘치는 ‘궁예’를 더이상 볼수 없게 된 안타까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허윤주기자 rara@
  • “”가족·연인과 사랑을 심으세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한강변 꽃밭 가꾸기’ 행사와 화훼 및 조경전문업체가 참여하는 ‘꽃밭 전시대회’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한강공원에서 열린다. 한강변 꽃밭가꾸기는 가족·연인·친구들이 함께 꽃을 심으면서 사랑과 우정을 깊게 하고 한강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행사. 한강관리사업소는 참가자에게 패랭이꽃,하늘매발톱꽃 등우리꽃을 나눠줘 우리꽃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계획이다. 전체 식재면적은 2,500㎡(팀당 5㎡)로 피튜니아,메리골드,노스폴 등 3종 8만4,000포기를 심는다. 한강관리사업소는 시민들이 심은 꽃밭에 팻말을 설치,팀명과 일시·참가사연 등을 기재토록 해 오랜 추억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최용규기자 ykchoi@
  • 영화-패션계 ‘멕시칸’동시상영?

    이달 말 개봉되는 영화 ‘멕시칸’에 등장하는 멕시칸풍의옷이 극장에서 선도 보이기전에 패션가에서 화제가 되고 동대문 시장 등에서 인기를 끄는 등 히트를 예고하고 있다.지난 2월부터 상영되고 있는 영화 ‘스내치’의 아일랜드 느낌의 의상도 패션 디자이너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멕시칸은 브래드 피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연인 사이로 출연한 영화.줄리아 로버츠는 하늘거리는 꽃무늬 쉬폰 치마와 분홍색 스판 미니티를 입었다.깨물어주고 싶은 여인의 매력이물씬 풍긴다.수놓인 코르크굽의 샌들과 종이 쇼핑백 모양의토트(tote)백,발찌,가죽과 금속소재의 목걸이가 그녀의 귀여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꽃무늬 치마는 패션몰 등에서 벌써 인기다.서울 명동 밀리오레에서 매장 ‘九’를 운영하고 있는 최여정씨는 “2만6,000원짜리 꽃무늬 쉬폰치마가 하루에 10장 이상씩 팔린다”고 말했다.이같은 현상은 서울 동대문 패션몰에서도 마찬가지다. 멕시칸에서 브래드 피트의 헐렁한 겹쳐입기식 캐주얼 의상은 요즘 인기있는 후아유,아이겐포스트,지오다노 등의 중저가 캐주얼브랜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편한 캐주얼에 구슬목걸이,원석반지 등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하고 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의 엄주영 대리는 “영화 멕시칸에 나오는 옷은 엘에이룩이라 하여 편안함이 특징으로 미국에서도 대유행”이라고 말했다. 멕시칸의 의상은 ‘슬리피 할로우’‘작은 아씨들’등으로아카데미 의상상에 3번이나 후보로 올랐던 콜린 앳우드가 담당했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스내치’에서 영감을 얻어지난 3월 꾸며진 것이 다크리스챤 디올의 올해 가을/겨울 패션쇼.이 회사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아일랜드 느낌의줄무늬와 체크무늬,복싱선수로 등장하는 브래드 피트가 두른 폭넓은 벨트 등으로 패션쇼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씨는 “패션 디자이너와 할리우드 영화의 공생관계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그 당시 디자이너 지방시는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에게 자신의이름인 동시에 브랜드이기도 한 지방시를 입고 영화에 출연하게 했다.1980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는 주인공리차드 기어가 아르마니의 셔츠를 입고 나왔다.아르마니는영화가 나온 다음해 9,000만 달러의 매상을 기록했고 대중의 패션을 이끌게 됐다. 디자이너 이규례씨는 “영화나 유명인을 통해 유행을 만들어 나가는 스타마케팅 전략은 시대의 흐름이며 특히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유용하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장익는 마을](3)가평 운악산전통장

    경기도 가평군 하면 대보1리 이곡마을 ‘운악산전통장’(대표 홍삼순·54)의 된장은 쌈을 싸 먹을 때도 따로 쌈장을만들 필요가 없을 만큼 감칠맛이 뛰어나다. “된장 맛을 좌우하는 건 역시 메주의 원료인 콩 선택에달렸지요” 가평군 향토음식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홍씨는 그래서 ‘콩만은 이웃 마을 것도 안쓴다’는 고집을 지킨다. 장을 담글 때도 메주 1말(6장)에 소금물은 1동이반(18ℓ)만 섞어 장맛을 진하게 만든다.장가르기를 마쳐 된장을 만들 때는 메주 1말에 1장분의 메주가루를 섞고,간장물만 쓸뿐 덧 소금물은 일체 섞지 않는다.장을 담근 뒤 고추씨 가루를 2∼3㎝ 두께로 골고루 덮어 파리 등의 접근을 막고 골마지가 끼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고추의 매콤한 맛이 장에스며들도록 한다. 홍씨는 매년 30가마 분량의 메주콩을 쓴다.장 맛을 잊지못한 고객들의 주문이 잇따라 9월쯤이면 된장이 모두 팔려나간다. 전통장에서는 그동안 메주와 된장·간장만을 빚어왔으나올해부터는 고추장과 청국장도 소량 생산한다.고추장은 찹쌀을 넣지 않고 메주가루에 고추가루와 호박을 넣은 약장(略醬)으로 단맛이 배어나 인공 감미료에 길들여진 현대인의입맛에도 맞는다. 전화(031-585-2204)로도 주문가능하다. 가격은 메주 8㎏ 1말(6장)에 5만원.된장은 2㎏ 1만5,000원,4㎏ 3,000원,8㎏은 5만5,000원이다.간장은 1.8ℓ에 5,000원.청국장과 고추장은 1㎏에 각각 5,000원과 1만원이다. 한편 이곡마을은 경기북부의 명산 운악산 줄기 대금산에병풍처럼 둘러싸였고,연인산 골짜기의 맑은 물이 내려오는청정지역이다.조선조 때부터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이 유명해 ‘보습구지’로도 불렸다.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운악산 포도’의 산지이기도 하다. 가평 한만교기자 mghann@
  • 바탕골 예술관 아이 손잡고 가보세요

    ‘봄을 맞아 아침 물안개 젖어들고 따사로운 햇살 비치는양평으로 나들이를 나서보는게 어떨까요’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을 지나 경기도 양평읍까지 이른 다음 양평대교건너 서울쪽으로 다시 내려와 10여분 달리면 바탕골 예술관(강하면 운심리).극장,미술관,도자기 공방,공작실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봄나들이와 겸해 가질 수 있는 바탕골 예술관이 봄 프로그램을 마련,나들이객을 유혹하고 있다.비슷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이웃의 카페 등을 함께 소개한다. ◆바탕골 ‘여기여기 붙어라’=25일부터 4월 22일까지 일요일마다 ‘추억만들기-우리가족은 예술가’를 봄이벤트로 마련한다. 물레로 그릇을 만들고 김밥과 샌드위치로 맛있는 점심을먹은 후 미술관에서 ‘굿바이 백남준전’을 관람한다.가족 장기자랑과 애니메이션 상영과 판화작업으로 가족 티셔츠를 만드는 기회도 갖는다. 3인 가족기준 8만원,바탕골 VIP회원 4만원. 4월5일과 15일에는 연인과 가족끼리 봄 햇살을 맞으며 즐길 수 있는 ‘오 해피 데이’를 마련한다.5일엔 한대의 피아노를 두사람이 연주하면서 어린이의 천진난만함을 표현하는 드뷔시와 포레,비제,슈베르트의 작품들을 연주하는‘피아노로 듣는 어린이 세계’,15일엔 피아노,첼로,소프라노,플루트,클래식기타의 화음을 담은 ‘봄의 앙상블’을 즐긴 뒤 갤러리카페에서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워먹기도한다.어른 어린이 구별없이 1만5,000원,VIP회원은 7,000원. 미술1관에서 전시되는 ‘굿바이 백남준’은 입체적이면서회화적인 충격을 던져준다.‘타이어 없는 자동차’ 등 자동차 시리즈를 포함,모두 107점이 전시된다.미술2관에선화가 박의순의 ‘봄을 찾기,보물찾기전’이 열리고 공작실에서는 섬유,목공예,판화작업 등을,도자기공방에서는 연필꽂이,사각접시,머그잔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이 공방에서 참신한 작품을 만든 이는 오는 7월1일 바탕골 생일파티에 초대된다. 양평 버스터미널에서 바탕골예술관으로 가는 버스가 있지만 몇차례뿐이어서 자가용을 몰고 가는 게 편하다. 월요일은 휴관.www.batangol.com,(031)774-0745◆여기도 들르세요=양평대교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5분쯤달리면 왼쪽으로 레스토랑과 갤러리가 함께 있는 아지오(031-774-5121)를 만날 수 있다.김영미,정채,유민자,민정기,김성호씨 등 몇년전부터 양평지역에 또아리를 튼 화가들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15명 이상이 예약하면 이들 화가 아틀리에를 방문,풍광을즐기며 작품세계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다.아트상품도 전시하고 도자기 굽는 프로그램도 있다. 강하면의 전원갤러리(031-771-1959)도 아기자기하게 전시공간을 꾸며놓았다.도예가 이창화씨가 도자기 빚는 법을가르쳐준다. 약간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양수리에 있는 서종갤러리(031-774-5530) 또한 찾을만 하다.독특한 미관의 2층 전시관도 볼거리여서 주부들을 중심으로 발길이 잦다. 또 5일마다 한번씩 열리는 양평읍내 5일장에서 쌉싸름한곰취,알싸한 풋내가 넘치는 두릅,강하면이 집산지인 표고버섯,강상면의 토산물 팽이버섯,도라지,쑥 등을 살 수도있다. 임병선기자 bsnim@
  • 천년후에도 우리사랑 이곳에서…

    해먹에 눕자 남국의 바람이 발가락을 간질이고 사랑하는 이의 입술이 부드럽게 스친다.누구나 꿈꾸는 신혼여행의 추억을 필리핀에서 만들면 어떨까.모두 7,10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섬마다 보석같은 해변과 아름다운 리조트로 신혼부부들을 유혹한다.실제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년 연속 가고싶은 신혼여행지 1위로 필리핀이 선정되기도 했다. ■수족관이나 다름없는 리조트 필리핀의 리조트는 규모나 요금이 천차만별이다.리조트들은 천연 백사장이 없으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서라도 대부분 해변을 끼고 있다.따라서 스쿠버다이빙,스노클링,제트스키,윈드서핑 등의 수상스포츠가 어느리조트에서나 가능하다. 또 골프,테니스,승마 등도 곳에 따라 즐길 수 있으며 저녁에는 대나무춤 등의 필리핀 민속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이러한 스포츠·레저 활동은 숙박요금에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맘에 드는 것만 돈을 지불하고즐길 수도 있다.리조트는 개인적으로 예약하는 것보다 여행사를 통하는 것이 경제적이다.리조트가 여행사에게 보다 싼요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리조트의 신혼여행 프로그램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따라서 예산에 맞춰 리조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여행사에서리조트상품을 살 때는 요금에 어떠한 옵션이 포함되어 있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아름다운 풀크라 리조트 라틴어로 ‘아름답다’는 뜻의 풀크라 리조트는 화려한 시설을 자랑하며 필리핀 중앙의 세부섬에 위치하고 있다.보통 세부는 국제공항이 있는 막탄섬과세부섬을 함께 가리키며 두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막탄은 섬 자체가 통째로 리조트로 꾸며져 있다. 이 리조트는 가든,저쿠지,패밀리 빌라 등으로 방에 이름을붙여놓고 있으며,방마다 개인 수영장을 따로 마련해놓고 있다.밤이 이슥해지면 수영장에 조명등이 켜지고 하늘에서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등 수많은 별들이 떠올라 연인의 눈동자속에 박힌다. 수영장 가의 개구리,도마뱀 등을 친구삼아 물살을 가르고망고주스로 휴식을 취하면 미국 할리우드에서 찍은 패러다이스 영화의 주인공이 부럽지 않다. 아울러 방마다 개인오디오가 제공되므로좋아하는 음악 CD를 들고나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모기향까지준비해놓는 등 리조트측의 세심한 배려를 곳곳에서 느낄 수있다. ■자연미가 넘치는 다칵리조트 필리핀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민다나오섬 북부 디플로그에 위치한 다칵리조트는 한국에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민다나오는 가톨릭교가 주류인 필리핀정부와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이슬람교도 모로 민족해방전선(MNLF)과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많이닿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가는 길이나 리조트는 절대 안전하다고 한다. 다칵리조트는 95년 미스 유니버스대회 수영복촬영이 이루어진 곳.길이 750m의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한다.또한 필리핀의국민영웅 호세 리잘이 한때 몸을 숨기기도 한 역사적 장소다.17㏊의 코코넛 숲에 지어진 다칵리조트는 흰 백사장을 끼고 있으며 대나무,코코넛 잎 등으로 지어진 156개의 방갈로를 가지고 있다. 필리핀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각 섬을 배로 연결하는 ‘아일랜드 호핑’(Island Hopping)이 발달되어 있다.다칵에서는벙커라 불리는 대나무날개를 단 필리핀 전통배를 타고 이루과이섬(일명 나폴레옹섬)으로 소풍을 떠난다.산호초와 선명한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 이루과이섬에서는 스노클링,일광욕등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야자나무 숲 아래서 통돼지 바베큐로 점심을 들면 상쾌한 바닷바람이 불어 와 입맛을 한층 돋운다. 이루과이섬은 곳곳에 꽃이 심어져 있어 분위기가 산뜻하다. 심성이 순하고 친절한 필리핀의 원주민들이 어떤 모습으로사는지 둘러볼 수도 있다.돌아다닐 때는 떨어지는 야자에 머리를 맞지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다칵에서는 섬으로 떠나는소풍 외에도 승마,골프,볼링,테니스,등산 등을 즐길 수 있다. 고구마처럼 살갗을 태우며 투명한 바다속 물고기와 놀다보면 사랑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필리핀 세부 윤창수기자 geo@. * 필리핀 가는길. 필리핀 항공(02-774-0078)은 서울-마닐라·세부,부산-마닐라 직항노선을 운행하고 있다.서울에서 마닐라는 매일,세부까지는 목·일요일 주2회 취항한다. 세부 섬의 풀크라 리조트(www.pulchra.co.jp)는 막탄 국제공항에서 차로 90분 거리다.4박5일 1인 기준에 가격은 약 140만원.문의 마린투어(02-3275-5757) 민다나오섬의 다칵리조트는 마닐라에서 디플로그 공항까지비행기로 70분 정도 날아간뒤 자동차로 갈아타고 45분 쯤 달려간다.필리핀 중앙의 세부섬 워터프론트호텔 맞은편 선착장에서 디플로그까지 매일 페리가 운행되며 5시간 30분 가량걸린다.요금은 22불(약2만8,000원).다칵은 4박5일 1인 기준에 139만원.문의 누비다투어(02-777-8366)
  • “李箱, 진실 혹은 거짓말”

    소설의 영토를 넓히는 젊은 소설가의 장편소설이 주목된다. 김연수의 ‘?A빠이,이상’(문학동네)은 일제강점기에 요절한천재 작가 이상(李箱)을 소설의 밭에다 성공적으로 이식한작품이다. 중학생 이상의 학력을 가진 한국인이면 합창하듯닮은꼴로 떠올리는 이상의 상(象)을 한층 또렷하게 만들었다든가 세게 흔들어버렸다는 뜻이 아니다.역사와 기억의 논 한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이상의 동상을 데굴데굴 굴려 소설과 이야기의 밭으로 옮긴 뒤 그럴듯한 식물체로 키워냈다는뜻이다. 이상이란 진실을 추구하는 전기작가적 열성이 아니라 이상을‘먹음직한’소재로서 차근차근 해체하고 화학적으로 소화시켜가는 소설가의 욕심이 손에 잡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상의 소설 ‘날개’에 나오는 인상적인 낱말을제목에다 날렵하게 얹은 ‘^^빠이,이상’은 이상이 문제가아니라 김연수가 이상을 빌어 하고자 하는 소설적 ‘말’이문제다.1970년생인 작가는 그전부터 ‘무엇이 진짜고,진짜란무엇이냐’란 주제에 매달려왔다. 이 질문은 대개 진짜와 가짜는 서로 녹아들?? 마련이어서 구태여 구분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맺곤 한다.김연수의 이런 질문과 주제는 우리 삶의 실재와 허구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한다는 멋진 말로 포괄되곤 하지만,삭막한 삶이나 뜨거운 불륜같은 우리 소설 일반의 길에서 동떨어지고 엉뚱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상이란 볼륨있는 소재에 휘둘리지 않고 특유의 주제를 지켜내려는 작가의 애씀이 와닿는 ‘^^빠이,이상’은,그러나독자와 동떨어져 재미없게 저 혼자 흘러가는 소설이 아니다. 재미있다는 말이다.진짜와 가짜가 가장 통속적으로 맞부딪히는,이해하기 쉬운 진위논란으로 이야기를 끌어내기 때문이다. 1937년 4월17일 사망 순간 제작된 뒤 종적이 묘연해진 이상의 데드마스크,그리고 이상이 죽기 전 썼을 수도 있고 안썼을 수도 있는 연작시 ‘오감도’의 제16편이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진짜냐,가짜냐의 논란에 독자들은 끌려든다. 이런 터를 닦아놓은 뒤작가는 슬슬 자기가 생각하는 진짜 진위 문제를 내보인다. 자기들 삶에 이상?? 과도하게, 비상하게 끌어들인 사람들의진짜 삶은 무엇이냐가 그 하나이다. 또 더 높은 단계는 김해경이란 본명과 식민지 시절 총독부 건축기사라는 유망한 직업을 내팽치면서 솟아난 천재 작가 이상과,이런 문학가 이상이 아닌 자연인 김해경 가운데 ‘김해경이자 이상’이란 한인간의 삶을 문제삼을 때 어떤 것이 더 진짜냐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진위문제의 최고 층위로서 작가의 회심의 질문인, 무엇이 이상의 진짜냐라는 주제는 ‘?A빠이,이상’의 대기권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즉 식물처럼 밑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다기 보다 작가가 독자의 머리에다 주입시키려고애쓰는 데 그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인 이상에 일차원적으로 기생하는 대신우리 머리 속에 있는 이상이란 이미지와 기억을 소설의 한뙈기 밭으로 개간해낸 작가의 공과 역량은 높이 살만 하다. 김재영기자 kjykjy@
  • [편집위원 칼럼] 2002년 월드컵축제를 기다리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입장권이 15일부터 판매된다.한국에 배정된 74만장 중 30%인 23만장이 이번 1차판매기간 동안추첨을 통해 배부될 것이라 한다.그동안 적잖은 행사와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이제서야 월드컵축제가 다가오고 있구나 실감이 된다. 연인원 600억 세계인구가 지켜본다는 ‘지상 최대의 스포츠쇼’ 월드컵 축구의 재미를 더 말해 무엇하랴.화려한 플레이,숨막히는 박진감,뜻밖의 승부.한달 동안 지구촌의 이목을붙잡아 놓는 월드컵축구는 개최국 프리미엄 또한 엄청나다. 한국이 일본과 함께 21세기에 처음 열리는 17회 대회를 유치한 것은 축구에 있어 아시아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쾌거이며특히 IMF시대를 겪은 한국에게 월드컵대회는 국제사회를 향한 당당한 재기의 선언인 동시에 민족문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월드컵을 기다리면서 세 가지 기대를 해 본다. 첫째,월드컵대회를 맘껏 즐겨보자는 것이다.13년 전 감격 속에 치렀던 88서울올림픽은 한국이 사상 처음 주최한 세계규모의스포츠잔치로 시민들은 즐기기보다는 삼가고 보살피고조심하며 보내야 했다.선수촌 기자촌 등에서는 외국인들에게선물을 퍼부었고 그들이 지나는 길,묵는 곳마다 갈고 닦으며행여 무슨 책을 잡힐까 노심초사했다. 냉전과 권위주의 시대였고 개발도상국으로서 국제적인 위상도 높지 않았을 때 시험보는 기분이었던 건 당연했는지 모른다. 이번 월드컵대회는 시민이 주인으로서 즐기고 향수하는 대회였으면 한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자신감을 내보였으면 좋겠다.한국이 안 나가는 경기,빅게임이 아니라도 열심히 하는팀에게 박수쳐 주며 잔치 자체를 즐기고자 다짐해 본다. 둘째,문화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해 보자는 것이다. 올림픽 때도 좋은 기획이 많았지만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 생각에 그쳤던 기억이 있다.이번에는 한 두개라도 평소볼 수 없었던 공연이나 전시를 통해 세계를 느끼고 문화충격도 받고 싶다. 셋째,일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한·일 양국은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단절과 불신의벽이 아직도 높다.경위야 어쨌든 세계적 이벤트의 공동개최란 예사롭지 않은 소명은 두 나라가 좀더 가까워지라는 의미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이를 계기로 일본대중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등 가시적인 조치들도 나왔다.시민 입장에서도보다 열린 자세로 상대 문화를 탐구하며 공동개최의 의미를새기고 싶다. 하지만 이런 기대들이 얼마나 실현될지 최근의 정황들은 걱정을 앞서게 한다.부담스런 입장권가격은 TV시청으로나 만족해야 하는 것 아닌지 고심하게 한다.문화행사들은 어떤 게기획되고 있는지 알려지지도 않아 계획을 세울 수 조차 없다. 문화행사도 경기처럼 미리 예고를 해야한다.조기 예매와 패키지판매는 광범한 시민 참여와 체계적인 행사준비를 도울것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한·일 우호 분위기가 삐걱거리는모습이다.대회 명칭을 ‘한·일월드컵’으로 정한 당초 합의를 어기고 일본측이 ‘일·한월드컵’이란 명칭을 사용하겠다고 나왔다 한다.이런 처사는 한국인의 일본인 이해를 어렵게 한다.최근 이수현씨의 의로운 죽음에 대한 일본인들의 애도물결과이번 월드컵 합의의 파기는 일본인들의 ‘한국인치켜세우기’와 ‘한국인 경멸’의 또다른 변주일까. 한국과 일본,국제축구연맹은 공동개최 결정이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으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말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문제를 풀기 바란다. 그래야 월드컵이 진정한 스포츠문화축제의 장인 동시에 한·일 국민들이 미래를 향해 허심탄회한 발걸음을 떼어 놓을 수있는 앞풀이 마당이 될 수 있다. 신연숙 위원 yshin@
  • [굄돌] 시민회관의 추억

    어릴 적 광화문 근처에 살았던 내게는 동네 극장처럼 가깝게 다가왔던 시민회관(지금의 세종문화회관의 전신)에서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그야말로 쇼도 보고,영화도 보고,마술도 보고,가지각색의 이벤트가 마치 요술램프처럼 펼쳐졌던 꿈과 환상의 공연장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싫어하셨던 엄마 곁을 빠져나와 아버지를 따라 미국 서부영화도 보았고,때론 ‘독 짓는 늙은이’라는 영화를 위시하여 그 당시 유행하던 어른들의 문예영화를 본 적도 있다.초등학교 시절에는 내 생애 가장 잊을 수 없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라는 만화영화를 바로그곳에서 보면서 비운의 공주와 왕자를 위해 펑펑 울기도 하였다.그리고 역시 그곳에서 올리비어 하세라는 아름다운 미국 여배우가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루지못한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서 내 사춘기시대의 막을 열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때 장안의 명콤비로 이름을 날렸던 고춘자와 지금은이름조차 잊었지만 그녀의 명파트너인 만담가가 진행하는 ‘진짜’쇼도 보았다. 한 외국 마술단 남자가 공주같이아름다운 여자를 통속에 가두어놓고머리며 허리며 다리를 톱으로 잘랐다가 도로 붙여놓는 것을 보고 충격으로 밤새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그런 동네에 살았던 내겐 정말 시민회관이라는 곳은 신나는 대중 문화체험의 장소였다.그러던 어느날 시민회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불이 났고,지금의 세종문화회관으로 변신을 하였으며,최근 또다시 불이났다. 그런데 그런 공연장과 무슨 인연인지,나는 극장을 지키던 동네꼬마에서 이제 그 공연장의 무대를 지키는 공연 예술가로 변신해 있다. 이제 그때 그 시절과는 달리 서울에만 해도 적지않은 공연장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극장들은 예술이니 국립이니 하는 간판을 걸어놓고도 단순한 임대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그 중에서도 특히 ‘예술의전당’의 행보는 실망스럽다.얼마 전 대중가수에게까지 오페라하우스를 대관하며 오로지 수지 타산을 극장 경영 목표로 바꾼 듯 하다. 그렇게 되면 갈수록 순수 예술가의 처지에선 턱없이 비싸지기 마련인임대료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고,결국 무대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이것이 자본주의 극장경영의 논리라면 차라리 임대보다는 자체적으로수준있고 경쟁력있는 작품을 발굴,제작하는 방식으로 관객과의 정면승부를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최데레사 현대무용가.
  • 25일 평양공연 ‘창무극 춘향전’ 위희경씨

    “신분을 초월한 사랑과 남녀평등이란 춘향전의 줄거리를 남북간 화해와 사랑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설 연휴 기간인 오는 25일 평양 봉화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창무극춘향전에서 주인공 ‘춘향’역을 맡게 된 위희경(魏喜慶·28·국립국악원 소속)씨는 “이번 공연이 남북한 문화교류의 첫 단추를 꿰는것이라는 주위의 평가나 기대 등을 감안,무척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지역의 사단법인 춘향문화선양회(회장 安澣洙)의 주도로이뤄진 이번 공연은 남북이 공동 제작하는 첫 창무극 춘향전으로 전체 8막 가운데 앞쪽 4막은 남측이,뒤쪽 4막은 북측이 각각 맡는다. 우리측 공연단은 춘향전의 본고장인 남원시립국악단원을 주축으로 30여명이 무대에 오른다.남원출신 안숙선(국립창극단 예술총감독) 명창도 동행한다. 99년 제69회 남원 춘향제에서 공연된 창무극 춘향전에서 춘향역을맡았던 위씨는 뛰어난 소리 실력과 무용 솜씨를 기억하고 있던 임이조 춘향예술단장에 의해 전격 발탁됐다.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어렵게 이뤄진 공연인 만큼 첫무대이지만남북한의 일체성을 확인하는 귀중한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위씨는 1년여동안 서울과 남원을 오가며 동료 단원들과 공연을 준비해왔지만 각종 국내외 사정 때문에 번번이 공연이 연기돼 꽤나 가슴을 졸였다고 털어놨다.활달한 성격의 신세대 국악인인 위씨는 “부모님이 모두 이북 출신이어서 더욱 큰 애착을 느낀다”고 털어 놓았다. ‘내일이 찾아와도’를 부른 대중가수 위일청씨는 그녀의 친오빠다. 남원 조승진기자 redtrain@
  • [기고] 이벤트성 상봉 이제 그만

    지난번 남북 각각 100명씩의 1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에 지원인원의한 사람으로 평양으로 들어가 꼭 50년 만에 누이동생을 만나고 돌아온 뒤 나에게는 알게 모르게 묘한 변화가 일어나 있었음을 스스로도일말의 놀라움 섞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걸 한 두마디로 털어 놓기는 매우매우 어렵거니와 가령 이런 식으로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남북관계를 두고 이렇게 짧은 글 하나를쓰는 경우에도 요즘 와서는 지난번 평양에서 50년 만에 만났던 그 누이동생의 얼굴부터 우선 눈 앞에 슬그머니 떠오르곤 하는 것이다.현북한체제 안에서 누이동생이 이런 내 글을 읽게 될 리는 만무하겠지만 설령 읽게 된다면? 이런 이 오빠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상정(想定)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혹여 지금 내가 쓰는 이 글로 하여 북에 있는 누이동생이 곤혹스럽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거나모종의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등등등등. 사실 지난 50년간 휴전선 넘어 북한이라는 땅은 아주아주 먼 땅이어서 거기 남아 있는 친족들도 아예 마음 속 깊이깊이묻고만 살아 왔었는데,한데 별안간 남북간의 통로가 요만큼이나마 뚫리고 북에 남아있는 친족 상면도 가능해지면서 사(私)적으로 부딪쳐 있는 이런 국면들이야말로 6·15선언 이후 우리 남북관계가 새 패러다임으로 들어섰다고 하는 그 구체적인 실제 상황일 것이다. 이런 짧은 글 하나를 내놓는 경우에도 두 달여 전에 만났던 북의 누이동생부터 떠올리며 되도록 그 누이동생에게 폐가 안 되듯이,혹은지난번 방북 길에는 만나지 못했지만 네살 아래인 남동생이나 거기딸린 조카들 입장까지도 나름대로 헤아리며,더 나아가 현 북쪽 당국의 내 이런 글에 대한 반응 하나하나까지도 큰 품으로 싸안 듯이 대어들게 되는 이것,이런 마음 자세…. 대체 이게 무얼까. 사실은 이런 것이야말로 일단은 사람 사는 가장자연스러운 반응양태이지 싶어진다.그야,보기에 따라서는 나의 이런반응양태야말로 어느 한 구석 이미 북한의 볼모로 잡혀 있는 꼴이 될는지도 모른다.26년 전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1년 가까이구치소에 갇혀 있던 나 자신부터가 우선 그 점을 민감하게 곤혹스럽게 의식하게 된다. 요컨대 남북관계는 이렇게 급류를 타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 여건이나 의식은 재래의 ‘틀’에 그냥저냥 갇혀 있다.이 어색한 괴리감!운신의 불편함! 하지만 새삼 딱부러지게 밝히거니와 나는 예나 지금이나 결코 공산주의자는 아니고,다만 이 땅에서 지난 50년 가까이 소설을 써온 사람으로서 모든 지혜와 정열을 쏟아부어 우리의 통일에 뜨겁게 동참을하고 싶은 것뿐이다.따라서 현 북한의 누이동생이나 남동생,조카들에게 신경을 쓴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 문학까지 저버리면서 내문학적 양심에 배치(背馳)되면서까지 그쪽에 대해 신경을 쓰거나 동조할 생각은 없다.북의 누이동생도 이 오빠가 그렇게까지 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진정으로 믿는다. 세상사 모든 일은 직접 닥쳐보고 나서야 알 일인 것이다.2년 전 98년에 9박10일간 북한을 다녀 올 때는 재북 가족 누구 하나 못 만났음에도,아아 북쪽 산천이며,몇 안되는 북한사람들이며,심지어는 공기알갱이까지도 싸목싸목 뭉클하게 가슴에 다가들었었다.그때 흘낏이나마 친했던 두어 사람은 저번 두번째 방북 길에도 다시 만나 극히 짧은 시간일망정 따뜻한 정분을 나누었다. 달포 전인가,일본의 총련계 동포들이 처음으로 입경했을 때도 적십자사 자문위원 자격으로 워커힐 만찬장에 동참했었는데 그 분위기는매우매우 오순도순하고 시종 따뜻하였다.어쩌다가 일본 땅에서 살게된 그냥저냥 자연인으로서의 70대,80대 노인들,이 사람들이 지난 50년간 몽매에도 잊지 못할 고향 땅으로 어찌하여 올 수가 없었는지,새삼 의아해질 뿐이었다.정작 만나 보면 한 사람 한 사람 이렇게도 따뜻하게 정이 가는 것을,싶어지던 것이었다. 어제 저녁 이산가족 교환방문으로 2차로 내려온 북쪽 손님들과의 만찬 자리에 같이 합석하여 절감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저번 1차때의그 지나치게 극적인 분위기는 벌써 조금 가라 앉아 보였는데, 응당사람 사는 매사가 그렇긴 할 것이었다.같은 일이 거듭되면 어차피 평상의 감정으로 차츰 돌아오며 비로소 제대로 범연하게 터를 잡아가게될 것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같은 식탁의 바로 내 옆에 앉았던북한에서 내려온이산가족 60대 노인 한 분이 개구 일성 주절대는 것이 아닌가. “어서 서신 교환하고,면회소를 설치해설란에 해 가야지.이거야 원‥”. 이벤트성 행사로 한껏 통일 분위기가 고조된 속에서 그 이의 이 한마디는 그 이상 신선할 수가 없었다.나는 두 눈을 한껏 벌려 떴을 뿐이었다.남이나 북이나 사람이란 이렇게 똑같은 생각임을 새삼 확인한순간이었다. 이호철 소설가, 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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