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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이모 감독 무협물 ‘영웅’ 中인민대회당서 시사회

    국회의사당에서 영화시사회와 기자회견이 열린다면? 우리라면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가능하다.지난 14일 베이징의 심장부인 톈안먼 광장 서쪽에 위치한 인민대회당에서는 1000명에 가까운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영웅’의 시사회와 기자회견이 있었다.장이모우 감독과 아시아최고 스타 양조위·장만옥·이연걸·장즈이 등 제작·출연진 16명은 거의 국민 영웅이었고,외신기자들은 ‘대중국 만세’를 선포하는 듯한 이 행사의 들러리 같았다. ●자화자찬… 국가행사 같은 기자회견 기자회견장은 칼과 방패로 무장한 ‘진(秦)나라 군사’200여명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주최측은 한 체육대학에서 최정예만을 선발해 군대를 구성했다고설명했다.벽을 모두 둘러싼 스틸사진 앞에서 이들이 외치는 “風(풍),風,大風(대풍),大風…”이라는 구호는 큰 홀을 삼킬 듯했다. 더 놀라운 것은 기자회견 내용.사회자는 “진시황이 통일을 이뤄 지금의 중국이 있다.”면서 “중국의 역사와 미를 완벽하게 재현한 최고의 영화”라는 장황한 찬사를 늘어놓았다.중국기자들의 질문도 가관이어서 “촬영·연기·연출 모두 뛰어난 데 특히 주안점을 둔 게 뭐냐.”는 식으로 물었다.이에 장 감독이 “중국의 섬세함과 훌륭함을 알리고 싶었다.”고 대답하자 박수를치는 등 자화자찬 일색이었다.게다가 통역도 없이 중국어로 진행돼 외신기자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된 채 그들만의 잔치를 지켜봐야 했다. ●장이모,중국정부에 백기 들다 중국 5세대를 대표하는 장이모 감독은 ‘붉은 수수밭’‘국두’‘귀주이야기’‘인생’등으로 칸·베니스영화제에서 잇따라 상을 받은 거장.1990년대중반까지는 검열 때문에 중국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지만,최근 영화에서는 중국 현실을 긍정적으로 그려 이제는 정부 지원을 받기에 이르렀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중국 5세대 감독들은 예전에는 영화제용 영화를만들었고,지금은 정부가 좋아하는 영화를 찍는다는 이유로 젊은 감독들에게비판받고 있다.”면서 “‘영웅’역시 중국정부의 입맛에 맞아서 국가적인지원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아울러 “6세대 감독들은 여전히 심한 검열때문에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영웅’은 장이모가 처음 도전하는 무협영화.춘추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황제가 되려는 야심을 품은 진나라 왕 영정(훗날의 진시황)과 그를 죽이려는자객들 이야기다.무명(이연걸)·파검(양조위)·비설(장만옥)은 왕을 향해 다가가지만 국가 안정을 위해 영정의 존재가 필요함을 깨닫고 결국 암살을 포기한다는 줄거리다. 뛰어난 영상미와 색채의 상징성 등 예술적인 측면에서 과소평가할 수 없는작품이지만,국가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내용과 압도적인 물량·인력 투입으로 엮어내는 거대한 스케일은 분명 ‘위대한 중국’에 초점을 맞추었다.할리우드의 미라맥스가 수입해 전세계에 배급되는 이 영화에,중국이 아시아사상 최대 규모인 제작비 3500만달러를 전액 투자한 이유를 알 만하다. ●스타 배우와 유명 감독…뭘 말하고 싶었나 공동 기자회견 전날 따로 가진 인터뷰에서 장 감독은 “어릴 때부터 무협영화를 좋아해 꼭 찍어보고 싶었다.”면서 “무(武)보다는 협(俠)을 강조해 사람의 도리를 그렸다.”라고 의도를 밝혔다.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의 신화를 이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기적을 바라지는 않지만 영화산업에 공헌하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화양연화’에 이어 또 비운의 연인이 된 양조위와 장만옥은 “우리는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한다.”며 팀워크를 과시했다.“말 없이 고통 속에 사는 ‘영웅’의 파검이 내 성격에 맞는다.”는 양조위는 고독이 서린 이미지 그대로였다.‘여장부답게’ 사자머리로 나타난 장만옥은 “‘열혈남아’에서비로소 연기에 눈을 떴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배우로서의 욕심을 보여줬다. 생각보다 귀여운 외모의 이연걸은 “좋은 폭력도 있다는 것이 영화의 주제”라고 액션배우다운 해석을 내렸다. 아시아 최고 스타들과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특급 감독의 만남.과연중국 정부가 바라는 대로,전세계에 중국의 힘을 알리고 돈도 끌어모을 수 있을까. 20일 현지 개봉을 시작으로,국내에서는 내년 1월말쯤 진나라 병사의함성이 울려퍼질 예정이다. 베이징 김소연특파원 purple@
  • 윤석화 제작 연극 ‘19 그리고 80’-“우리 사랑에 빠졌어요”

    배우 경력 39년에 16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동아연극상(70·71·85년), 백상예술대상(70·81·85년)등을 휩쓴 ‘한국의 여배우’ 박정자(60).그녀가 19세 미소년과 사랑에 빠졌다? 연극 ‘19 그리고 80’(연출 장두이)은 자살 충동에 빠진 19세 남자가 변덕스럽지만 유쾌한 80세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도발적인 내용이다.하지만 확 터지는 불꽃보다는 서서히 꺼져가는 촛불처럼,조용하고도 슬프게 사랑과 삶을 관조하는 작품.콜린 히긴스 감독의 영화로 컬트의 고전으로 불리는 ‘해럴드와 모드’가 원작이다. 80세 여인 모드 역을 소화하느라 머리에 은분을 바르고 헐레벌떡 나타난 박정자는 “신부처럼 가슴이 설렌다.”고 운을 뗐다.“진짜 여든살이 될 때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고정 레퍼토리로 올리고 싶습니다.그러다 그 내용처럼 여든번째 생일 날 삶을 끝내고 싶어요.제 욕심일까요?” 김혜자·김주승 주연의 1987년 초연작을 보면서부터 줄곧 이 작품을 맘에두었다는 그녀.“작품이 환경친화적이에요.모드는 소유욕이 없는 인물이고요.제가 지향하는삶이 바로 그런 겁니다.” 그리고 이 ‘꿈의 연극’을 올리고자 3년간 상대역 해럴드를 찾았다고 했다. 까다로운 대선배의 연인으로 낙점된 행운의 주인공은 이종혁(28).97년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와 ‘서푼짜리 오페라’ ‘오! 해피데이’ 등 작은 뮤지컬무대를 거쳤다.잘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긴 하지만 서울공연예술제 신인연기상을 받은 실력파.잘 생긴 외모 덕에 올해 초 팬클럽까지 생겼다. 그가 이번 역을 맡은 데는 제작자 윤석화(46)의 힘이 컸다.“제가 연출하는 ‘토요일 밤의 열기’ 오디션에서 단연 눈에 띄는 배우였어요.전 가능성 있는 후배를 볼 때 살이 떨립니다.노래·연기가 만점이었어요.춤 실력이 떨어져 ‘토요일…’의 주연으로는 일단 유보했지만요.” 윤석화의 ‘보는 눈’을 믿고 박정자는 그 매력적인 젊은이를 새 연인으로 맞았다. “하늘 같은 선배와 일하게 돼 영광”이라며 수줍은 듯 말을 아끼는 그 앞에서 대선배 둘은 연신 농담을 주고받는다.“이건 비밀인데요.입술 키스신이 있어요.연습 중에도 모드는 황홀해 한다는 소문이있던데…”(윤석화) “귀까지 빨개졌다는 얘기를 듣곤 해.그게 배우의 권리이자 축복이지.(기자에게)억울하면 배우 되세요.”(박정자) 키스할 때 진짜 떨리냐는 짓궂은 질문에 박정자는 “나는 그냥 뻔뻔스럽게해.사실 남자 주인공이 더 떨지.”라며 베테랑다운 여유를 보였다.이종혁은 아직 연기는 미흡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습으로 선배 못잖은 연기를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제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은 몇 안되지만 쉴 틈 없이 한 우물만 팠습니다.” 아직 모드 역을 소화하기에는 나이가 덜 찼다고 말하는 박정자.“인생을 좀 더 살면 모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그래서 80까지 계속작품을 올리고 싶은 거고요.” 윤석화가 바로 끼어든다.“저보고는 ‘너한테 더 어울린다.’고 했잖아요.멋진 배우와 연습하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나 보죠?(웃음)” 장난스럽지만 원숙미 넘치는 배우 박정자,언제나 꿈을 먹고 사는 듯한 제작자 윤석화,덜 익었지만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배우 이종혁.이들이 선보일 연극 ‘19 그리고 80’은 새달 9일부터 3월16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만날 수 있다.(02)3672-3001. 김소연기자 purple@
  • ‘여중생 사망’추모집회 전국에서“너희 죽음은 외롭지 않았다”

    분노의 촛불은 월드컵 때 붉은악마의 물결처럼 서울 도심을 뒤덮었다.세대와 지역·이념의 장벽도 꺼지지 않는 촛불 앞에 녹아내렸다.시청앞 광장에서 태평로를 지나 광화문 사거리에 이르렀을 때 6만여개의 촛불은 커다란 ‘희망의 은하수’를 이루었다. 신효순·심미선양을 추모하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촉구하는범국민 평화 촛불대행진이 지난 14일 열렸다.주말 대규모 집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는 제야행사가 예정된 오는 31일 서울 광화문 등 전국 100여곳에서 또다시 촛불집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임오년은 촛불과 함께 저물게 된다. 14일 촛불집회에는 서울 시청앞과 부산 태화백화점앞,광주 도청앞 광장 등전국 60여곳에서 10만여명의 시민·학생이 참여했다.뉴욕과 베를린,파리,모스크바 등 12개국 16개 도시에서도 현지 유학생과 교포의 촛불집회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시청앞 광장에 모인 각계각층의 시민 6만여명은 태평로를 거쳐 광화문 교보빌딩 앞까지 행진,“SOFA 개정”,“평화시위 보장” 등의 구호를 외치다 밤 10시쯤 자진해산했다.밤 9시쯤 세종문화회관쪽 경찰저지선이 뚫리면서 500여명이 미 대사관 앞길까지 나갔으나 심한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이날 버스 100여대를 동원,이순신 동상 앞과 세종로 양편 1차선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미 대사관 방향으로 진출하려는 시민을 막았다.곳곳에서 작은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학생·시민에 의해 경찰이 대열에서 끌려나왔지만 대다수 시민은 “비폭력”을 외쳤고,“수고한다.”며 생수를 건넸다. 이날 참가자는 머리에 태극 두건을 두른 청소년,촛불을 마주 든 20대 연인,자녀와 함께 나온 30대 부부,등산복 차림의 60대 노인 등 세대를 초월해 지난 여름 월드컵 거리응원 때를 연상케 했다.아시아평화연대(APA) 회원 자격으로 집회장을 찾은 월든 벨로 필리핀대 교수는 “민족 자존의 뜨거운 염원을 확인했다.”면서 “지금의 열기를 전쟁과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전 세계적 평화운동으로 승화시키자.”고 호소했다. 한편 집회를 주최한 여중생 범대위측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전화사과와관련,“근본 원인을 언급하지 않고 ‘유감표명’ 수준에 그친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식 사과와 SOFA 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유영규 이세영 황장석기자 sylee@
  • 각부처 대선 관리 공무원들 대선후보보다 더 바쁜 나날

    제 16대 대통령선거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종 선거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행정자치부 직원과 경찰들의 손길이 바빠지고 있다. 불법 선거운동 감시·단속과 투·개표시설 설치,선거종사원에 대한 교육,비상사태 대비책 마련 등으로 이들은 ‘대권(大權)에 도전하는 후보’들만큼이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휴일인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1층 행자부 선거지원상황실.10평남짓한 상황실에는 상근요원 6명이 전국 자치단체의 선거준비 상황을 확인·점검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 10월28일 자치단체장 행위제한기간이 시작된 이후 계속 철야작업을 벌이고 있는 직원들은 각 자치단체 선거상황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막바지 선거관리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법정선거업무 일정에 맞춰 매일같이 4000여개 읍·면·동사무소의 선거준비상황을 점검하고,공무원 선거중립 지도·감독,부재자 투·개표업무 등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각종 업무가 폭주하면서 휴일에도 모두 출근,불법선거운동 감시 등으로 바삐 움직였다. 중앙선관위와 전국 244개 시·군·구 선관위는 지난달 초부터 대선상황반을 가동,24시간 비상대기 체제에 돌입한 상태.16일부터 시·군·구 선관위별로 각각 개표소 설치작업에 들어가고 18일부터는 1만 3471개의 투표소 설치작업을 시작한다. 대통령후보 경호 및 유세 경비,선거사범 단속 등의 업무를 맡은 경찰은 지난달 27일부터 경찰청을 비롯한 전국 246개 경찰서에 선거경비상황실을 설치,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선거가 끌날 때까지 하루 2만 6000여명,연인원 60만여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경비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찰은 특히 투표 전날인 18일 오전 9시부터 20일 개표가 끝날 때까지 ‘갑호비상’ 근무에 들어가 전 경찰관이 비번 없이 투·개표 상황에 투입된다.또 선거사범 수사전담반 3000여명,기동단속반 1만 1000여명,사이버수사요원661명을 투입해 단속 중이다. 행자부 심보균(沈輔均) 선거상황실장은 “이번 선거는 TV토론 등 ‘미디어선거’가 정착되면서 과거보다 관권·금권 시비가 크게 줄어 업무가 훨씬수월해졌다.”면서 “몸은 고달프지만 직원들 모두가 남은 선거일까지 철저한선거 대비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진 조현석 이창구기자 hyun68@
  • 호텔패키지로 오붓한 주말을

    특급호텔들이 패키지 상품의 가격과 컨셉트를 다양화하면서 수요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실속과 품위를 갖춘 특급호텔 패키지를 이용해 휴식을 취하려는 가족·부부·연인들도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급호텔 패키지 상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말·명절 등 비수기를 메우기 위한 틈새상품이었으나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에는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가격이나 서비스도 상품의 컨셉트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수요자 선택의폭이 크게 넓어졌다. ◆가족을 위한 실속형 겨울 패키지 1박 2인 기준 10만원대의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패키지 상품 판매기간도 대부분 이달 초부터 내년 2월 말까지로 대폭 늘렸다. 퇴실 시간도 오후 3시까지 연장해 준다.부산 해운대 그랜드와 제주 신라의경우 내년 3월 말까지 행사를 갖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올 초 문을 연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외국인 장기 투숙자를 위해 객실마다 주방용구가 딸린 부억과 세탁시설을갖춰 콘도처럼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저렴한 패키지를 내놓은 곳은 서울 노보텔 앰베서더 강남.내년 2월 말까지 매일 선착순 예약자 5명에게 방을 11만원에 제공한다.12세 이하 어린이용 침대도 비치해 준다. 하얏트(18만 5000원)의 경우 아이스링크와 수영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쉐라톤 워크힐(17만원)은 어린이 놀이방과 헬스클럽 이용권을 무료로 준다. ◆부부·연인을 위한 로맨틱 상품 부부나 연인을 위한 로맨틱 상품으로 가격은 20만∼30만원대로 다양하다.분위기 있는 호텔 바에서 라이브를 즐기며 칵테일을 겯들일 수 있다. 웨스틴조선은 이달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연인과 부부를 위한 로맨틱 패키지를 판매한다.2인 기준 25만∼33만원에 샴페인과 촛불 케이크로 장식된 귀빈층 이그제큐티브룸과 이그제큐티브스위트룸을 제공한다. 신라에서는 21만원에 1박 및 2인 조식을 즐길 수 있다.상품 종류에 따라 다양한 축하 케이크와 와인을 증정한다. 경주 웰리치조선은 지난 1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연인을 위한 연말 여행패키지 상품을 선보인다.평소보다 67% 할인된 9만 6000원.디럭스룸과 5만원 상당의 2인 석식,부대시설 20% 할인권 등을 제공한다. ◆초호화 패키지 상품도 눈길 롯데호텔은 하룻밤에 1200만원(세금·봉사료 포함)이나 하는 초호화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최고급 로열스위트룸에서 초특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방은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세계적인 여배우 소피 마르소,압둘라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묵었던 방으로 무려 139평에 숙박료만 800만원(세금·봉사료 제외)이다. 부대서비스로 200만원짜리 롯데백화점 상품권과 캐딜락 리무진 무료 이용권을 준다. 주방장이 직접 방으로 올라와 각종 요리를 해준다. 이같은 초호화 패키지 상품은 지난 99년 쉐라톤 워크힐이 밀레니엄을 기념,2000만원짜리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두번째다. 전광삼기자 hisam@
  •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청혼

    (뉴욕 AP DPA 연합) 9·11 테러 직후 구조활동 과정에서 지도력과 결단력을 발휘해 영웅으로 부상한 루돌프 줄리아니(58) 전 미국 뉴욕 시장이 마침내 청혼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의 대변인인 서니 민델(여)은 줄리아니가 지난달 24일 지난 2년여간 사귀어온 간호사 주디스 네이선(47)에게 결혼할 것을 제의했다고 밝혔다.민델은 그들이 언제 어디서 백년가약을 맺을지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았다. 이와 관련,뉴욕 타임스는 줄리아니 전 시장이 최근 프랑스 파리 출장중 네이선에게 청혼했으며 한 익명의 소식통은 두 사람의 결합을 ‘환상적’으로표현했다고 전했다.이 신문은 또 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줄리아니가 네이선에게 다이아몬드 10개와 백금으로 장식된 반지를 선사했다고 전했다.네이선은 1992년 벽지 외판원인 남편과 이혼했으며 10대 딸을 두고 있다.줄리아니에게는 10대 아들과 딸이 있다. 전부인 도나 하노버와 법정 소송 끝에 지난 7월 이혼 절차를 마무리한 줄리아니 전 시장은 2년여 전부터 네이선과 연인으로 지내왔다. 줄리아니는하노버와 결혼하기 전 6촌과 첫번째 결혼,14년간 결혼생활을 했으나 가톨릭 교회에 의해 인정받지 못했으며 하노버와 두번째로 결혼,20년간 함께 했다.
  • 대선과 북한/북풍은 없다?

    북한이 조용하다.남한의 대통령선거를 20여일 앞둔 현재 북측의 언론 매체를 통한 구체적인 선거 관련 언급이 거의 없다.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도 전에없이 약하다.휴전선과 서해상에서 특별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미국의 대북 중유공급 중단이라는 굵직한 사건에 대한 공식 반응도 당초 예상을밑돌고 있다.남북한간 경의선·동해선 연결사업 착수,북·일 관계개선 등 일련의 혁신적인 조치를 취해오다 미국에 대한 핵개발 시인으로 대외정책에 제동이 걸린 북한 입장에서 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 있다.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간 ‘보혁대결’구도가점쳐지는 이번 선거에서 북한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그리고 후보들과의 역학관계는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북한이 바라보는 연말 대선 지난 6·29 서해교전이 발생한 일주일 뒤 북한은 ‘유감 표명’과 함께 남북 장관급회담을 제의해왔다.이때부터 한반도 정세는 급진전됐다.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정상회담,8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의 잇단 합의 등 북한이 내놓은 조치와 관련,대북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은 북한이 포용정책을 펴온 김대중(金大中) 정권임기 내 성과를 만들어놓으려 한다는 것이었다.다시말해 이번 대선이 북한에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북한에 대해 철저한 상호주의와 군사문제의 우선 해결로접근해야 한다는 이회창 후보와,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승계하면서 대북 교류·협력은 지속해야 한다는 노무현 후보간 정책 대결로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현재 북한은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남한 선거와 관련해 공식 논평을 내는 일은 거의 없고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평양방송 등에서 후보들의 구체적인 발언을 문제삼고 비난하는 일이 있었지만 빈도수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유호열(柳浩烈) 교수는 북한의 최근 태도와 관련,“최대한 문제를일으키지 않고 대선을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현재핵문제로 미국과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은 군사분계선 지뢰제거 작업과 관련,유엔사의 개입은 안 된다며 상호검증을 거부,결국 동해선 도로 연결 연내 완공에 차질을 빚게 하면서도 지난 25일에는 금강산 관광지구 사업을전격 발표했다. 대북 핵포기 압박책인 미국의 대북 중유공급 중단에 대해서도 제네바 핵합의 파기상황에 대한 미측 책임만 거론하는 강도 낮은 반응을 보였다. 후보에 대한 비방도 지난 7일 북한핵문제와 관련,한나라당을 비난한 것을제외하곤 드물게 나오고 있다. 이런 기류는 북한이 현재 대내적으로 처한 어려움과 고민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후보와의 역학관계 북한이 실제로 어떤 후보를 선호하는지,어떤 후보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평가는 전문가에 따라 엇갈린다.현상적으로는 남북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각종 교류를 제도화하자는 노무현 후보를 선호할 것이란 추측에는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다.노 후보가 햇볕정책을 이어가리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노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지·지원하지 않고 있는 ‘현실’도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지적한다.만약 노 후보의 당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길 원했다면 포용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이산가족 연내 추가상봉과 경의선·동해선 연내 연결 등에 앞장섰어야 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강경한 부시 미 정부와의 핵 협상을 통해 과실을 얻고자 하는 ‘큰 과제’를 해결하기엔 남한 정부의 변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북한이 핵포기 선언 등 전향적인 자세로 최근 한반도상황과 체제 변화를 꾀하지 않고 다시 벼랑끝 전술로 북·미관계 돌파를 시도하려 한다면,이회창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의미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평양에 주재했던 외교관은 “김정일 위원장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교류·협력의 길을 뒤로 물릴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김 위원장은 남한의 상대역이 누구인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수정 박록삼 기자 crystal@ ★역대선거와 북풍사례 지난 87년 13대 대통령선거. 그해 6월 연세대 이한열(李韓烈)군의 죽음 뒤 연인원 2000여만명이 거리로뛰쳐나와 ‘군부독재 철폐,직선제 개헌’을 외치는 ‘6월 항쟁’이 들불처럼 일어났다.그 결과 5공정권이 이른바 ‘체육관선거’를 포기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개헌을 받아들였다.그러나 민주정부를 수립하려는 국민들의 요구가 뜨거웠음에도 김대중(金大中) 평민당 후보와 김영삼(金泳三) 통일민주당 후보간 ‘후보 단일화’가 불발하는 바람에 정권교체는 이뤄지지 못했다.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의 후계자격인 노태우(盧泰愚) 민정당 후보가 결과적으로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다. 특히 87년 11월 ‘대한항공 858기’가 폭파됐다.그리고 대통령 선거 투표일 하루 전날인 12월 15일 ‘미모의 폭파범 김현희’는 자해를 방지하기 위해입에 재갈이 물린 채 서울로 압송됐다.비행기 트랩을 내리는 사진과 기사가모든 신문 1면에 일제히 실렸고 ‘당연하게도’ 유권자들의 반북 이데올로기와 보수심리를 자극하며 이 또한 문민정부 수립의 열망을 위축시켰다. 결국 선거는 36.6%를 득표한 노태우 후보의승리로 판가름났다.15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 시민단체들이 KAL기 폭파 사건의 진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 만큼 이 사건이 당시 대선의 변수였다. 이처럼 지난 남측의 크고 작은 선거에는 북한의 의도와 상관없이 항상 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고 영향력을 미쳐 왔다.분단된 상황에서 이른바 ‘북풍(北風)’이 선거의 당락을 결정짓는데 요인중의 하나로 작용해왔다.87년대선 이후에도 92년 대선 직전 안기부가 발표한 ‘거물 간첩 이선실과 남조선노동당 사건’ 역시 북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김영삼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은 대다수 선거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대목이다. 급기야 지난 96년 4월 13대 국회의원 선거인 4·11총선때는 ‘판문점 무력시위 사건’이 일어나며 집권 세력이 북한 변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상황까지 번졌다. 이듬해 15대 대선에서는 ‘오익제 편지사건’이 일어나며 당시 조심스럽게 당선을 자신하면서 ‘북풍 대책팀’까지 가동했던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선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오익제 전 천도교 도령이 월북한 뒤김대중 후보에게 보냈다는 편지가 안기부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상지대 서동만(徐東萬) 교수는 “최근 북핵문제가 현안인 만큼 이와 관련해보수세력에서 반북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하지만 선거 공간에서 분단 상황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남북의 화해·협력에도 맞지 않으며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북한과 선거관련 일지 ◆13대 대통령 선거(87.12.16) 87년 11월 29일 KAL 858기 폭파.12월 15일 폭파범 김현희 서울 압송.여당인민정당 노태우 후보 당선 ◆14대 대통령 선거(92.12.18) 92년 10월 안기부,남파간첩 이선실 및 남조선노동당 사건 발표.여당 민자당김영삼후보 당선. ◆첫 지방자치단체장 선거(95.6.27) 95년 6월26일 김영삼 정부는 민간의 대북지원도 금지하다가 갑자기 강원도동해항의 대북 쌀 수송선 출항식.역효과 불러 신한국당 참패. ◆15대 국회의원 총선거(96.4.11) 96년 4월5∼7일 무장 1개 중대 무력시위.11일 북한군 군사분계선 월경.여당신한국당139석,제1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79석 확보. ◆15대 대통령선거(97.12.18) 97년 11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 인사 북한 관계자 만나 ‘북풍 공작’ 시도.새정치국민회의 미리 알고 문제 제기.한나라당 패배.
  • 난타·뮤지컬·서커스·러시아 댄스…자동차 전시관 볼거리 풍성

    ‘서울모터쇼’에는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볼거리 행사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관람객들의 입장권을 추첨,자동차를 경품으로 준다.아반떼XD,클릭 등이 마련돼 있다.추첨은 행사 마지막 날인 29일 전시가 끝난 직후에 하고 당첨 번호는 언론에 공개된다.다만 모터쇼 관람후에도 입장권을 보관해야 경품을 받을 수 있다. 기아자동차는 자사 전시관 앞에서 매일 1회씩 재즈·살사·탱고 등 댄스 페스티벌과 서커스 공연을 보여준다.즉석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퀴즈쇼를열어 정답을 맞히면 다양한 선물을 나눠준다. 현대자동차는 색소폰 연주가인 대니 정을 초청해 연주회를 갖고,요리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 공연인 ‘난타'를 선보인다. GM대우도 지난 24일 컬러 마티스 광고모델로 활약 중인 인기가수 핑클을 초청,축하공연을 펼친데 이어 행사기간 내내 평일 3회,주말 4회에 걸쳐 ‘뮤지컬 갈라콘서트’를 공연한다. 또 매일 4회에 걸쳐 스윙밴드 연주 및 댄스 공연을 펼치며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즉석사진을 찍어준다.이밖에도 미니수첩 1만개와 핑클 브로마이드 3만장,핸드폰,열쇠고리용 곰인형 등을 마련,관람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5인조 러시아 무용수들이 공연하는 ‘러시아 월드댄스' 공연과 여성 전자현악기 연주가들의 공연을 준비했으며,르노삼성자동차는 재즈 댄스 공연을 펼친다. 자동차 관련 학술대회도 잇따라 열려 이번 행사의 진가를 높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한국자동차산업학회가 ‘열린 시장,열린 경쟁'이란 주제로 한국과 중국의 자동차산업과 인터넷을 이용한 부품조달 및 완성차 판매방향에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이어 22일에는 일본 과학기술회사와 한국자동차공학회가 각각 ‘전기자동차의 미래'와 ‘대체 가스연료 자동차의 상업화'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었다. 26일에는 대한자동차기술학회와 글로벌오토시스템이 각각 ‘웹사이트를 활용한 자동차 문화 활성화 방안'과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업자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주최측이 지난 달 실시한 ‘자동차 디자인 공모전’과 ‘어린이 자동차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입상한 작품들과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작차 경주대회’ 입상작들도 눈길을 끈다.이들 입상작들은 3층 대서양관에서 전시 중이다.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모터쇼 기간 중에 취재진이 뽑은 ‘모터쇼를 빛낸 베스트 카'를 발표,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시상한다. 전광삼기자
  • 이런 책 어때요 300자 서평/ 한국사를 바꾼 여인들-22명의 국모·여걸 열전

    우리 민족사를 빛낸 국모와 여걸을 주인공으로 한 통사적 성격의 열전.국조단군왕검을 낳은 고조선의 국모 웅녀,여신으로 모셔진 고구려의 국모 유화부인,온조의 어머니 소서노,호동왕자 로맨스로 유명한 낙랑공주,고구려 안장대왕의 태자 시절 연인으로 이른바 ‘연애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백제미인 한주,미색으로 서라벌을 울린 화랑들의 여왕 미실궁주,공녀에서 일약 원나라황후가 된 기황후,정난정과 여인천하를 구가한 중종의 제2계비 문정황후 등22명이 등장한다.풍부한 일화를 곁들여 재미있게 읽히도록 했다.저자는 전서울경제 문화부장.2만원. ▲한국사를 바꾼 여인들, 황원갑 지음, 책이있는마을 펴냄
  • 부산영화제 중간결산/ 한국 영화 전회 매진… 시민 축제로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최고 인기를 끈 영화는 해외 거장들의 영화가 아닌,바로 한국영화였다. 현재 일반극장에서 상영중인 ‘밀애’,곧 개봉할 ‘죽어도 좋아’,이미 많이 봤을 ‘집으로’‘오아시스’,심지어는 흥행에서 참패한 ‘피도 눈물도 없이’‘쓰리’까지,대부분의 한국영화가 전회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주말까지 예매가 완료된 좌석은 10만7000여석.전체 영화 226편 가운데 47편이 전회 매진됐다.하지만 프랑수아 오종,피터 뮬란,페드로 알모도바르 등 유명 감독 영화의 예매율은 의외로 저조해 1회 정도만 매진된 상태다. 이는 영화제가 특정 영화팬들이 아닌 시민들의 축제로 자리잡았다는 증거.거장들의 영화는 예년과 달리 남포동과 해운대에서 30분 거리의 시민회관에서 상영돼,일부러 찾아가는 관객이 적었다.반면 누구나 잘 아는 한국영화에 관객이 모여 영화팬이 아닌 가족과 친구,연인 단위로 축제를 즐기는 일반 시민이 늘었음을 보여줬다. 단편,애니메이션까지 관심이 다양해진 것도 특징.특히 사회고발성 다큐멘터리의 강세가 주목할 만하다.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와 박기복 감독의 ‘영매-산자와 죽은자의 화해’등은 영화 상영 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과 제작진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진행에 아쉬운 점도 많았다.15일 핸드프린팅과 ‘해안선’의 무대인사 때는 무대 설치가 늦어져 30분이나 행사가 지연됐다.무대와 일정 거리를 두고 붉은 테이프를 둘렀지만,정작 행사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은 그 안에 버젓이 서서 시야를 가려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16일에는 영사사고로 ‘몬락 트랜지스터’의 상영이 중단됐다.영화 ‘더블비전’의 홍콩 배우 양가휘와 ‘복수는 나의 것’의 박찬욱 감독 등 초청인사들의 잇단 방문 취소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소연기자
  • [2002 길섶에서] 겨울 이별

    어느새 칠순을 훌쩍 넘긴 박완서씨는 5년 만에 펴낸 산문집 ‘두부’에서 마지막 잎새마저 떨쳐버린 만추(晩秋)의 나무를 닮고 싶다고 했다.젊은 시절 울창했던 영화로움을 모두 벗어버리고도 한점 흔들림없는 나무에서 찾은 노년의 지혜랄까.날마다 나무와 얘기를 나누면서 머잖아 찾아올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그래서 노소설가는 늦가을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을 ‘집착없음’에서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계절이 주는 을씨년스러움 때문인지 연인들도 사계절 가운데 겨울에 가장 많이 헤어진다고 한다.온라인 미팅전문사이트 ‘비다노블레’에 따르면 이별 경험이 있는 남녀 회원 6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응답자의 33%가 겨울에 연인과 헤어졌다는 것이다. ‘짙은 가을빛 사랑,차디찬 겨울날의 이별’을 그렸던 재작년 개봉작 ‘뉴욕의 가을’은 이별의 아픔을 순백색 피아노 선율로 채색했다.노소설가와 같은 달관의 경지에 미치지 못한다면 겨울이 문턱을 넘기 전에 각자의 이별 색깔을 준비해둬야 하지 않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 로맨틱코미디·SF·멜로…골라보는 재미가 ‘쏠쏠’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을 겨냥해서인가,이번 주에는 유난히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관객맞이에 나선다.6일 개봉하는 섹스코미디 ‘몽정기’와 스릴러 ‘레드 드래곤’을 시작으로 8일까지 로맨틱코미디·SF액션·코믹·멜로물이 줄줄이 뒤를 잇는다.입맛대로 고르자면 감상포인트를 아는 것은 필수. “잘 생겼다 싶으면 느끼하고,똑똑하다 싶으면 썰렁하고….어디 내 맘에 쏙드는 짝은 없을까?” 나이가 꽉 찬 노처녀·노총각들의 공통된 고민이다.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떨까.오랜 기다림 끝에 딱 맞다 싶은 짝을 만났는데 하필 동성(同性)이라면?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Kissing Jessica Stein·8일 개봉)는 짝을 찾아 좌충우돌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동성애 소재를 접목한 영화.보수적인 유대인가정에서 자란 뉴욕의 신문기자 제시카(제니퍼 웨스트펠트).평소 좋아하는 릴케의 시구(詩句)가 담긴 구인광고에 솔깃해 찾아간 상대가 같은 여자라니…. 영화는,결코 동성애는 하지 않을 것 같은 제시카가 같은 여성인 헬렌(헤더예르겐슨)에게 어쩔 수 없이 끌리는상황을 만들어가며,코미디의 정석을 따라 웃음을 끌어낸다.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그저 친구 사이로만 아는 가족과 동료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제시카의 모습에서 동성애 또한 평범한 일상 속 사랑이라는 점에 공감을 갖게 한다. 그렇다고 ‘여성의 자아찾기’나 ‘동성애도 사랑’이라는 식의,이미 많은 영화에서 우려먹은 주제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섹스를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헬렌과,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는 제시카.둘은 티격태격 싸우다가 그냥 친구로 머물게 된다.동성애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까지 아우르는 것. 이 작품은 10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돼 올해 초 미국 6개 도시에서 개봉했다가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3주만에 전국으로 스크린을 늘렸다.영국에서는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진지함과 재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성공한 보기 드문 수작이다. 8일 개봉하는 ‘텐 미니츠 트럼펫’(Ten Minutes Older)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영화 거장들의 단편을 모은 작품.아쉽게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10분에,시간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과 경험을 녹여냈다. ‘개에겐 지옥이 없다’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다운 간결한 터치의 블랙 유머가 살아 있는 작품.기차를 타기 전 남은 10분의 시간동안 삶을 뒤바꾸는 결정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인생의 선택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짐 자무시의 ‘실내-트레일러의 밤’은 여배우의 10분간 휴식에 카메라를 들이민다.잠시도 쉴 틈 없는 트레일러 속 여배우의 휴식은 현대인 누구나의 삶처럼 고단하다. 스파이크 리의 ‘우린 도둑 맞았다’는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미국 대통령 선거발표 직전의 숨막히는 전쟁을 인터뷰의 교차편집으로 속도감있게 표현했다. 나른한 일상,피로 젖는 아이,스페인 내전의 신문 기사 등이 몽타주로 이어지며 사적인 삶과 역사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빅토르 에리스의 ‘생명줄’,흙빛의 로드무비로 10분간의 환각상태를 비주얼하게 잡아낸 빔 벤더스의 ‘트로나까지 12마일’도 뛰어나다. 이밖에도 첸 카이거,베르너 헤어조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영화가사유하는 힘을 준다고 여긴다면 꼭 봐야 할 작품.올 부천영화제 폐막작이다. ‘레드 드래곤’(Red Dragon)은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에 이은 토머스 해리스 원작소설 3부작의 완결편.시간상으로는 맨처음 발표돼 1981년 마이클 만 감독이 ‘맨 헌터’라는 제목으로 한차례 만든 바 있다. 식인마 한니발 렉터와 FBI수사관 그레이엄(에드워드 노튼)의 대결구도에,멀리서 렉터의 조종을 받는 달러하이드(랄프 파인즈)의 엽기적 살인행각이 공식대로 흘러간다. 상대방의 내면까지 뚫어보는 듯한 앤서니 홉킨스의 눈빛은 여전히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만,많이 본 탓인지 ‘약발’이 달린다.‘러시 아워’시리즈의 브렛 래트너 감독.전편보다 충격은 덜하지만 그런대로 오싹하다. 에디 머피 주연의 ‘플루토 내쉬’(Pluto Nash·8일)는 휘황찬란한 네온과 암흑이 어우러진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만화 같은 영상을 선사한다.2087년 달의 도시에서 클럽 사장 내시와 도시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카지노 왕의 대결을 그렸다.볼거리는 많지만 웃음과 긴장감이 거의 없어지루한 게 단점.론 언더우드 감독. ‘유아독존’(7일·제작 비전 엔터테인먼트)은 인생이 꼬이는 세 남자가 덜컥 아이를 맡아 키우는 내용의 코미디.주연인 안재모·이원종이 ‘야인시대’로 떠 제작사는 쾌재를 불렀지만,영화는 조폭 코미디의 변주에 불과하다.주연배우들의 팬이라면 참고 볼 정도는 된다.‘반칙왕’의 조감독인 홍종오감독 데뷔작.이밖에도 10대들의 성적 호기심을 그린 ‘몽정기’와 불륜을 소재로 한 ‘밀애’(8일)가 이번 주에 선보인다. 김소연기자 purple@
  • [386세대가 본 W세대] ‘네 멋대로’ 式 20대의 사랑

    서울 마포노인복지회관 앞 버스 정류장에는 20대가 모여 들어 풍선을 달고 메모도 남긴다.얼마 전 몰아친 비바람 탓에 그 많던 메모가 사라졌건만 그들은 끊임없이 작업하기를 멈추지 않는다.그들은 얼마 전 종영한 TV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팬클럽 회원들이다.드라마에 자주 등장한 현장을 그들은 뜻 깊은 장소로 만들어 가고 있다.이처럼 신세대의 ‘드라마 기억하기’는 직접적이고 행동적이다. ‘네 멋대로 해라’(이하 네 멋)는 최근 10∼20대에게 널리 인기를 끄는 일본만화 ‘꽃보다 남자’(이하 꽃보다),한국영화 ‘엽기적인 그녀’(이하 엽기)와 마찬가지로 신세대의 실상을 보여주지만,상반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명징하게 신세대의 문화와 사랑을 표현했지만,서로 다른 각도를 보여준다. ‘꽃보다’는 현대형 ‘신데델라 콤플렉스’다.다만 순종형 신데렐라 대신 감수성 예민한 깡패형 신데렐라로 돌아갔다고나 할까.상류사회의 자식들이 가는 엘리트 고교에,계급상승의 꿈에 불타는 천박한 부모를 가진 서민 여학생이 입학하면서 생기는 사랑의 에피소드를 담았다.부자 학생의,가난하지만 당당한 연인.연재 중이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식의 결말이 예상된다. ‘엽기’의 그녀는 무늬만 현대적이고 내용은 진부하다.차리리 엽기녀는 ‘꽃보다’보다 더 깡패 같다.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과거에,옛 사랑에 머물러 있다.현실의 돌출적인 행동은 옛 사랑을 잊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그녀는 현재를 사랑하지 않으며,새로운 사랑을 향해 쉽게 달려가지도 못한다.결말이 해피엔딩인 건 어째 어설프다.이것이 오늘날 20대가 가진 속성일 수도 있으나,미래지향형 진실보다는 속절없는 꿈과 낭만적 향수에 가깝다. 이들의 반대편에 ‘네 멋’이 있다.세 사람의 주인공은 각자 현실에 찌들려 살지만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보여준다.그들은 자기 안에서 제대로 꿈꾸고 성장한다.부자이지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엄마를 가진 경,가난에 찌들었지만 스스로 살아가는 고아 미래,그리고 소매치기 출신으로 불치병에 걸린 복수.경은 집보다 자신의 사랑과 일을 더욱 중시한다.미래는 스스로 성공하기를 바라고,떠나버린 사람의 새 사랑을 인정해 준다.콤플렉스 덩어리인 복수는 사랑·일·가족에서 모두 비극적인 상태에 있지만 그 비극을 해결해나간다.‘극적으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세 사람은 ‘자신과 오늘’을 사랑한다. ‘네 멋’도 20대가 가진 하나의 현상이고 본질이다.사랑할 때 충실히 사랑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20대라면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 ‘네 멋’이 현재를 사는 20대의 이야기라면,‘꽃보다’와 ‘엽기’는 아무래도 만화 속의 주인공을 모방하는 코스프레 같다. 유민영 (모아이 커뮤니케이션기획실장)
  • 작년 미혼모 2만명 추산

    미혼모의 숫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개인병원과 종합병원 산부인과 등 1927개 의료기관에서 10대 청소년 6699명이 출산을 했다.이중에는 14세 이하 어린이 31명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20∼30대 미혼모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조산소·무허가 의료기관을 이용한 출산인원을 합칠 경우 실제 미혼모 숫자는 2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이중 전국 8곳에 위치한 미혼모 시설을 이용한 연인원은 1588건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 가정아동복지과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추산도 힘들다.”면서 “지난해말 현재 전국 8곳에 위치한 미혼모시설을 이용한 연인원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라고 말했다.대부분의 미혼모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외를 당하고 있으며 함께 고민해야 할 ‘미혼부’들이 오히려 책임을 회피,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국내 미혼모시설은 모자보호시설,모자자립시설 등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미혼모들은 대개 집이나 미혼모 자신이해결하지 못할 경우 각종 상담소나 시·도,읍·면·동사무소의 의뢰에 의해 미혼모시설로 인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대의 경우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가출을 한 뒤 시설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정상가정보다 결손가정 출신이 많다.또 미혼모의 대부분이 자녀를 입양시키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는 계속 남는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홍신(金洪信·한나라) 의원이 최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설에 입소한 미혼모 205명중 직접 양육하겠다고 답한 미혼모는 20.3%에 해당하는 41명에 불과했을 정도다.미혼모들끼리 모여 공동으로 생활하며 아이들을 키우도록 돕는 ‘큰엄마회’ 김소양 회장은 “보육시설로 보내진 아이들은 19세 이상이 되면 자립해야 하지만 쉽지 않아 저소득 계층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미혼모와 미혼부가 스스로 아이들을 양육할 수있도록 제도적인 장치와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연기자 anne02@ ■전문가 진단·대책 학계와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은 15세 중학생의 인터넷 출산일기와 관련,청소년이 성적 고민과 욕구를 긍정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또 급증하는 10대 미혼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에 맞는 성교육을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성상담기관 ‘아우성’의 김현숙(35·여) 상담팀장은 “15세 중학생의 출산일기에 같은 또래로 짐작되는 네티즌의 접속건수가 60만여건에 이른다는 사실은 그동안 청소년이 성적 호기심과 욕구를 건강하게 해결할 창구나 공론의 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앙대 청소년학과 최윤진(46·여)교수는 “가장 가까워야할 부모와 대화가 단절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청소년이 인터넷 공간 등을 통해 또래와 고민을 공유하려 한다.”면서 “청소년이 마음을 열고 성에 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청소년 단체의 상담 창구를 활성화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미혼모 시설인 ‘애란원’ 한상순(52·여) 원장은 “최근 인터넷 등으로 청소년이 성에 관한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10대 미혼모가 고등학생 위주에서 중학생 위주로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성교제 등 전인적인 성교육이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 유경희(46·여) 소장은 “단순히 ‘미혼모’뿐만 아니라 ‘미혼부’의 문제도 함께 진단해 그들에게 각기 다른 교육과 선도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축제 속으로/ 보성 소리축제-부산 세계 합창올림픽-원주 세계 평화 팡파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음악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선보여 풍요로움을 더하고 있다.전남 보성에서는 녹차밭을 배경으로 한 판소리가,강원도 원주에서는 세계 군악대가 펼치는 웅장한 팡파르가,부산에서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퍼진다.가족들과 나들이를 겸해 음악에 흠씬 취해보자. ■보성 소리축제 - 녹차향에 취하고 가락에 덩실 덩실 귀뚜라미가 울어대는 가을밤,구성진 판소리 가락이 남녘의 녹차밭을 적신다. ‘제5회 보성 소리축제’가 25∼26일 녹차밭을 배경으로 막이 올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맘을 들쑤셔 놓고 있다.텔레비전의 ‘수녀와 비구니’ 광고로 널리 알려진 오롯한 차밭 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보성소리 전남 보성은 녹차와 함께 판소리의 고장이다.보성소리는 동편제,서편제와 함께 국내 판소리를 대표하는 유파의 하나다.밋밋하고 남성적인 동편제와 애간장을 녹이고 부침세가 심한 서편제를 아울러 장점만을 추스른 독특한 소리다. 조선조 말 서편제의 비조로 흥선대원군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했던 강산 박유전 선생이 보성에서 소리꾼을 길러냈다.보성소리 창시자는 정응민(鄭應珉·1896∼1964)이다.정응민은 강산의 가르침을 받은 백부 정재근을 사사해 보성소리를 완성했다.그의 제자로는 성창순·성우향·조상현·정권진 등이 계보를 잇는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25일 보성체육공원내 체육관에서 식전행사로 농악 한마당과 사물놀이가,식후에는 충북 영동군 난계국악단 초청공연,여수 민속예술단의 모듬북과 전통춤 공연이 이어진다. 특히 오후 2∼4시 천하제일 명창무대는 축제의 백미로 기대를 모은다.국창조상현과 송순섭·김일구·김영자·유영혜가 차례로 나와 심청가·적벽가·수궁가·춘향가·흥보가 등 판소리 다섯바탕을 한대목씩 불러 제껴 무대를 달군다. 또한 25일에는 공원내 서편제·보성소리 전수관에서 대통령상을 놓고 명창부와 일반·신인·중고등·초등부 등 5개 부문에 걸쳐 기량을 겨루는 예선전이 26일 본선을 앞두고 열린다.명창부 대상인 대통령상은 상금 1000만원이다. 한편 하루 2시간씩 열리는 소리난장은 관광객 참여마당이다.누구나 소리 한대목을 부르고 기념품을 받으며 우수자에게는 따로 푸짐한 상품이 주어진다. ◆가볼 만한 곳 보성읍내에서 승용차로 10분거리인 봇재 주변,득량만이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는 만져보고 싶은 드넓은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셔틀버스를 타고 인근 유적지와 연계한 판소리 성지순례도 좋다.체육공원∼다원∼소리 유적지∼해안도로∼율포 해수 녹차탕∼정응민 생가∼웅치 휴양림∼서재필 박사 기념공원∼대원사∼백민 미술관을 돈다. 이밖에 대마·쪽물 물들이기 체험장,녹차 시음장,향토 특산물 직판장과 음식점에서 눈요기를 하고 배고픔을 달랜다.득량만의 가을 진객인 전어 무침을 빠트려선 곤란하다.축제에 앞서 24일 회천면 영천리 도강마을에서는 8억원을 들여 3년만에 복원한 정응민 선생 생가 준공식이 열린다. 하승완(河昇完) 군수는 “격조 높은 소리축제를 통해 판소리 본향으로서 위상을 세우고 소리문화의 저변확대는 물론 보성소리 유적지와 녹차밭,해수녹차탕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성 남기창기자 kcnam@ ■부산 세계 합창올림픽 - 25개종목 독특한 하모니 선사 “깊어가는 가을,합창의 바다에 푹 빠져보세요.” 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합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초대형 ‘합창올림픽’이 부산에서 열려 가을 정취를 더욱 진하게 발산하고 있다. 지난 19일 개막된 ‘2002 부산 세계합창올림픽’은 오는 27일까지 부산벡스코,문화회관,시민회관,금정문화회관,을숙도문화회관,중앙교회 등지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세계 합창올림픽은 격년제로 열리며 올해가 2회째.첫번째 대회는 2년전 오스트리아 리츠에서 열렸다. 올림픽정신 아래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합창을 통한 인류의 평화적인 대통합을 이루는 세계 최대 합창제다. 국제합창올림픽위원회(ICOC)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는 39개국 175개팀,6958명이 참여해 아름답고도 웅장한 하모니를 선사한다. 25개 종목별 경연이 치러지며 올림픽과 같이 금·은·동메달이 수여된다.경연 부문은 어린이,청소년,혼성,여성,남성,민요,재즈와 팝,종교음악,현대음악 등이다. 행사기간동안 경연외에도 특별 이벤트인 챔피언콘서트,주제별로 무대에 서는 갈라합창콘서트,불교음악페스티벌,거리 갈라콘서트,음악박람회,우정음악회,세계합창심포지엄 등이 열려 부산을 축제의 마당으로 달군다. 특히 불교음악페스티벌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금정산 범어사에서 개최된다. 만남의 콘서트는 세계유수의 합창단들이 교회·학교·기업체 등과 함께 부산역 광장,백화점 등 시내 14곳에서 부산 시민들을 만나 자국의 전통음악을 들려준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음악박람회는 음악전문전시회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세계 40개국에서 음악전문가,바이어 등 2만여명이 참석한다. 우정의 음악회는 벡스코 등 각 경연장 야외 특설무대에서 참가자들이 합창으로 우정을 나누는 화합의 무대다.합창단들은 이 무대를 위해 20분짜리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개·폐막식을 비롯한 경연은 모두 무료이나 부대행사는 유료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원주 세계 평화 팡파르 - 웅장한 선율 군악대 진수 보여 “세계 군악대와 함께 사랑과 평화의 선율을 느껴보세요.” 지구촌 화합의 군악대 축제인 ‘2002 세계평화팡파르’가 23일부터 28일까지 강원도 원주 치악체육관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화려하고 번쩍이는 군악대원들의 복장과 절도 있는 행진,웅장한 선율이 단풍이 장관인 원주의 가을거리와 어우러져 관광객을 유혹한다. 행사기간동안 특설무대에서 하루 2차례씩의 정기연주외에 거리퍼레이드가 매일 원주 시가지를 수놓게 된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원주를 찾아 각국의 독특한 군악대 마칭에 빠져 보는 보는 것도 좋은 올 가을의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00년 처음 선보인 후 2년만에 열리는 행사로 참가국가도 많고 내용도 알차게 꾸며졌다고 주최한 강원도와 원주시,1군사령부 관계자들이 자랑한다. 참가국과 팀은 국내 육·해·공·해병대 등 5개팀을 비롯해 프랑스,러시아,미국,몽골,일본,영국,뉴질랜드,태국 등 모두 9개국 13개팀,773명의 군악대원들이 참가한다. 이들 가운데 일본의 자위대와 몽골의 국방부 군악대가 처음 참여하고 러시아 극동함대오케스트라는 군악대 이상의 연주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특히 이번 행사는 아시아 유일의 군악축제일 뿐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군악축제로 관심을 더하고 있다.영국의 ‘에든버러 타투’(Tattoo)와 캐나다의 ‘노바스코시아 타투’에 이은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타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강원도와 원주시도 행사를 격년제로 정례화해 관광상품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22일 전야제 행사는 원주시청앞에서 원주천 둔치까지 1.5㎞에서 거리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도립무용단과 유명 가수들의 공연도 함께 열린다. 23일 개막식 당일부터 6일간 치악체육관에서 펼쳐지는 ‘내셔널 데이’(National Day) 공연행사에는 매일 2개팀씩 나서 각국의 독특한 연주솜씨를 뽐낸다.시간은 오후 2시와 7시 두차례 100분씩 공연된다.공연 중간에는 우리나라 1군사령부와 국방부,해병대,여군의장대의 시범이 있어 관람객들을 즐겁게 한다. 분단국가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철원 노동당사 앞(24일, 육군·뉴질랜드팀)과 고성 통일전망대(27일, 육군·일본 육상자위대),서울 용산 전쟁기념관(25일, 육군·러시아),원주북원여고(27일, 프랑스·러시아)에서도 하루 두차례씩 공연이 이어진다. 행사장인 치악체육관 주변에는 군악대 홍보관이 별도로 마련돼 각국의 군악대 사진과 VTR영상,군복 등이 전시되거나 상영된다. 입장권은 현장에서 구입하면 어른 6000원(예약 4000원),어린이 3000원(예약 2500원)이고 65세이상 노인이나 장애인,국가유공자,20인이상 단체는 우대된다.(033)741-2801∼4.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
  • [대선후보 프리즘] (2)음주 스타일

    정치인들에게도 술은 인간적인 면을 내비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이다.유권자들에게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대선 후보들은 술을 마시고도 흐뜨러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범부(凡夫)들과 분명한 선을 긋기도 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공식적인 주량은 소주 반병이지만 ‘실전’에서는 이보다 훨씬 강하다.얼굴이 금방 벌게지는 스타일이면서도,의원 연찬회 같은 자리에서는 정량으로 돌아가는 폭탄주를 소화해내고도 테이블을 돌며 의원들과 일일이 대작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술자리에서는 농담도 잘한다.그의 ‘폭탄주법(酒法)’은 이른바 ‘텐-텐’이다.소주든 위스키든 ‘뇌관’을 가득채우고 맥주도 10부로 따른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술 자체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다.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담소를 좋아해 술자리를 피하지 않는다는 얘기다.정치 초년생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을 함께하는 벗들과 밤을 지새우며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집에서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즐겨하는 술은 소주로 반 병 정도 마신다.이 수준을 넘어가면 흥에 겨운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작은 연인들’‘아침이슬’‘어머니’ 등을 종종 부른다.또한 ‘곱사춤’으로 여흥을 돋우는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술에 관한 한 ‘잡식성’으로 소주,양주,맥주,와인,민속주를 마다하지 않는다.다만 저녁식사 반주로는 화이트와인을,운동한 뒤엔 맥주를 즐기는 편이다.자리와 기분에 따라 폭탄주 10잔 이상도 마시는 실력이지만 대선출마 선언 이후엔 3∼4잔 정도로 절주하고 있다.주변에선 “폭음으로 흐트러진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민노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한때 ‘목숨 걸고’ 마실 정도로 술을 좋아했으나 지금은 많이 줄였다.초저녁 시작한 술이 동틀 무렵 끝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게 지인(知人)들의 전언이다. “편집국장의 일 가운데 중요한 게 기자들 술 사 주는 일입니다.1차를 끝내고 ‘그만 먹자.’해도 권영길만 끝까지 따라 붙었어요.붙임성이 있고,밉상이 아니어서 기분좋게 술을 사줬습니다.” 서울신문에서 함께 근무했던 남재희(南載熙) 전 노동부장관의 그에 대한 평가다.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는 대표적인 두주불사(斗酒不辭) 정치인으로 꼽히곤 했다.폭탄주 실력 또한 출중해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를 피할 정도였다.그러나 총리를 맡았을 때부터 철저하게 절주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경호 이지운 김재천기자 jade@
  • [대선후보 부인에 듣는다] (1)노무현후보 부인 권양숙씨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한매일은 종합일간지 중 처음으로 주요 대선후보 부인들의 본격 인터뷰를 포함,특집시리즈를 시작합니다.대선후보들의 인간적 면모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후보 부인들입니다.또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있어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대선후보 부인들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중요한 후보 평가 요소가 될 것입니다.인터뷰는 대한매일 신연숙(辛然淑) 문화에디터와 본사 명예논설위원인 김경애(金慶愛) 동덕여대 교수가 함께 주관했습니다.게재 순서는 특별한 기준 없이 인터뷰 요청에 응한 시점에 따라 결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대통령 후보 부인 권양숙(權良淑·55)씨는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언론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하다.4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먼저 사진 촬영부터 하자고 하자 “선거운동은 하겠는데 사진 찍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어색해 했다.그러나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통해 조심스러우면서도 뚜렷하게 생각을 털어 놓았고 안정감 있는 태도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다음은 일문일답. ■남편평가 및 자녀교육 ◆노 후보께선 평소 부인께 60∼70점짜리 남편밖에 안돼 부인이 무섭다고 하던데요. 그냥 평범한 가정이면 남편이 가정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텐데 남편은 지금까지 생활 그 자체가 힘든 선택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가정에 많은 시간을 내거나 인자하고 자상할 여건이 못됐습니다.가족들은 서운할 수밖에 없고,노후보는 항상 그 점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자기 점수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실제로 저는 점수를 후하게 안 주는데,아들과 딸은 아버지에게 후하게 줍니다.(노 후보에게는)원군(援軍)이 두 명이 있는 셈이죠.(웃음) ◆자녀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을 보니 노 후보께선 좋은 아버지였나 봅니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아침식사는 꼭 함께 했습니다.아침을 같이 먹으면서 식탁에서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본인 얘기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아이들은 제가 공(功)을 많이 들였는데도제 편이 안되더라고요. ◆부부간에 호칭은 어떻게 하십니까. “여보”“당신”이라고 합니다.처음에는 친구처럼 이름을 그냥 불렀습니다.같이 자랐으니까요.“여보”“당신” 소리가 잘 안 나와서 약간 반말로 ‘어∼’라고 할 때도 있었죠.(웃음) ◆노 후보께선 집에서 가사를 도와주거나 쇼핑을 같이 하는지요. 노 후보가 재야활동을 하기 전에는 저 혼자 나가서 쇼핑한 일이 별로 없습니다.하지만 재야활동을 시작하면서 평범한 삶과 가정을 꾸리기가 어렵더라고요.지금은 거의 못한다고 해야 하죠. ◆노 후보께서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로 비치는데 집안에서 가부장적이거나 그런 여성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노 후보가 여성문제에 보수적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질문도 받는데 사실은 아닙니다.어쩌면 그것은 순전히 제 탓이기도 합니다.제가 활동을 많이 안 하니까 ‘혹시 노 후보가 부인의 사회활동을 못하게 막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는 것이죠.하지만 제 성격이 어려서부터 나서서 하는 것을 잘 못합니다.실례로 지난 88년부터저희들 선거만 여섯 번을 치렀는데,저는 후보와 같이 움직이면서도 소리없이 표나지 않게 했습니다. ◆노 후보께서 부인에게 사회활동을 해보라고 권유한 적은 없나요. 결혼 당시 경희대 한의대가 설립 초기였습니다.그때 노 후보가 제게 “한의대를 가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또 다른 쪽으로도 공부를 해보라고 했습니다.그런데 아이는 어리고 항상 다른 식구들이랑 같이 살다 보니까,주부가 제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한다는 게 어렵더라고요.집념과 의지도 있어야 하는데 제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딸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손자·손녀를 봐줄 의향이 있습니까. 아들하고 딸에게 “며느리 될 아이와 딸이 계속 일을 할 것 같은데 내가 다 키워주겠다.”고 했습니다.지금도 허락이 된다면 아이는 키워주고 싶습니다.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거든요. ◆자녀들이 바르게 잘 커준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아주 밝습니다.특출나게 우수하진 않지만 아이들을 밝게 잘 키웠다고 칭찬받은 적이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체벌을 한 적은 있습니까.저는 가끔씩 야단을 칩니다.용돈을 끊기도 하고,큰아이의 경우 밥을 먹지 않기에 굶기기도 하면서 버릇을 고쳤습니다.그러나 노 후보는 (아이들을)큰소리로 야단치는 것을 못 봤습니다.그런데도 아이들은 아버지를 무서워하더군요. ◆시댁 일은 많지 않았는지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아무래도 항상 마음을 많이 쓰고,가능하면 어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지만,(노 후보가)정치인이 돼 서울에 오고부터는 제대로 못했습니다.노 후보도 (이 점을)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노 후보께서 변호사였을 때는 고소득자였는데,정치인이 된 이후에는 경제적 변화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점수를 못받는 것입니다.(웃음)한번 늘린 것을 줄이는 건 힘듭니다.경제소비 규모도 그렇고,키운 것을 줄이려고 하면 고통이 따릅니다.그렇게 풍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생은 안 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 두 분께서는 “작은 별장을 갖고 멋있게 살아보자.”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그 꿈은 안 이뤄진 셈인데요. 변호사를 계속 했더라면 그런 희망을 남편에게 많이 닦달했을 것입니다.(웃음)그러나 남편이 재야활동에 들어서면서부터 식탁에 앉으면 정치·사회 얘기를 계속했고,저도 들으면서 은연중에 물이 들었나 봐요. ■정치관 ◆노 후보께선 사실상 정치적으로 순탄한 길을 걷지는 못했습니다.좌절의 고비 때 심정은 어땠습니까.남편이 정치를 그만뒀으면 하는 생각은 없었는지요.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렵기도 하고,정치하는 분이 주위에 없었기 때문에 제가 좀 반대를 했습니다.그런데 낙선한 이유가 사람의 자질이 모자라서기보다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에 가니까 ‘호남당’이라고 안 찍어주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선거 때마다)‘만약에 이번에 낙선하면 정치를 그만두면 되지 않는가.’란 각오로 선택을 따랐습니다.솔직히 선거에서 떨어지면 나는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지난번 국민경선에서 노 후보가 승리했을 때 기분은 어땠습니까. 노 후보가 1등을 하리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그런데 경선기간 동안 민주당원들의 마음,노사모의 마음,일반 국민들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마음을 보게 되면서 벅찬 감격을 느꼈습니다.‘우리 남편이 정치 개혁에 큰 몫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 때문에 힘들어도 힘든지 몰랐습니다. ◆지금은 노 후보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는데요. 저는 (지지율이 치솟을 때도)인기가 끝까지 최상으로 가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민주당이 보궐선거,지방선거에서 일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했고 노 후보의 실수도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노 후보를 중심으로 한 대선 본 게임이 시작되면 노 후보를 바라보는 마음들이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합니다. ◆노 후보의 대선 출마를 만류한 적은 없었습니까. 노 후보는 제 남편이기도 하지만,그 이전에 많은 분들과 이념과 정치성향을 같이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제가 ‘하라,하지 말라’는 생각은 접었습니다.이제는 남편이 결정한 대로 따르고 협조할 것입니다. ◆노 후보의 책 가운데 제목이 ‘여보 나 좀 도와줘.’가 있던데요.남편의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요. 사실은 지금도 책 제목 때문에 “사모님 지금도 안 도와주시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제가 안 도와줘서 도와달라는 뜻으로 제목을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94년 당시 재정이 어려워 책 제목이라도 재밌게 하면 책이 좀 팔릴까 해서 노 후보가 그렇게 정한 것입니다.역시 그 예상이 적중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웃음) ◆노 후보에게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 집에서 제 별명이 ‘뉴스 중독자’입니다.하루종일 방송뉴스와 신문을 보거든요.노 후보에게 필요하면 스크랩은 아니지만 그날그날 내용을 전하기도 하고,노 후보 관련 기사나 좋은 사설이 있으면 보여주기도 합니다.대중연설 때에는 청중들의 반응을 살펴 전하기도 하고,노 후보의 제스처를 모니터해 주기도 하지요. ◆바람직한 퍼스트 레이디로 육영수(陸英修) 여사를 꼽았는데요.어떤 이미지가 맘에 와 닿았습니까. 우리 국민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육 여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청와대 안의 야당’이고,그 다음 봉사활동 아닙니까. ◆앞으로 퍼스트 레이디가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기본적으로는 남편이 초심을 잃지 않고 국정을 잘 다스리도록 내조를 잘해야 하지만,거기에만 머물러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여러 학자나 여성계에서 제게 모델을 줬으면 고맙겠지만,기본적으로 영·유아 탁아문제,방과후 어린이 프로그램,노인문제 등 약하고 소외된 쪽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노 후보께서 대통령이 된다면,자녀 관리는 어떻게 할 계획이십니까. 노 후보는 제도나 감시보다 문화가 바뀌어야 된다고 말합니다.저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대통령 아들에게 생길 것이 없다면 (부정부패의)연결고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다행히 아들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출발했고,딸도 그냥 예전대로 직장생활을 할 것 같습니다. ■가정생활 - 가족들 모두 독서 즐겨 ◇가족끼리 평소 즐기는 문화생활은 무엇입니까. 아들이나 남편이나 저나 주로 책을 많이 봅니다.운동도 좋아합니다.등산도 좋아하고….예전에 부산에 있을 때는 제가 수영을 굉장히 잘 했습니다.◇노 후보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챙겨주는 것이 있나요. 별로 없습니다.노 후보는 식사를 안 가리고 골고루 잘 합니다.생활도 규칙적으로 참 잘 합니다.자기관리가 철저한 분이죠.아침 5시면 일어나서 맨손체조하고 과식을 절대 안 합니다.건강의 비결인 것 같더라고요. ◇어려웠던 성장기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요. 자기가 몸소 체험한 부분하고 그냥 밖에서 사물을 봤을 때 하고는 느낌과 판단에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노 후보는 사법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 신분은 상류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성장기나 자신의 관심분야는 일반대중의 삶입니다.다른 분보다 대중의 정서와 생활상,어려움을 이해하는 데는 가장 많은 자산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 후보께서 국민경선에 참여한 이후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됐는데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노출되는 느낌이었습니다.본인이나 가족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들까지….몰랐던 사실까지 알아내 주고,그런 부분이 힘이 들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막상본인의 일이 되니까 견디는 과정이 아주 힘들더군요. 정리 김소연 홍원상기자 purple@ ■권양숙씨는 누구 - 평범한 주부… 독실한 불교신자 권양숙씨는 ‘그림자 내조’를 해온 평범한 가정주부다. 집안은 평범하다 못해 불우한 편이었다.어린 시절 아버지 권오석(權五石)씨가 좌익 혐의로 구속돼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1971년 아버지가 옥사하면서 어머니 박덕남(朴德南·82)씨는 일찍 혼자가 됐다. 권씨는 경남 김해시 진영 대창초등학교,부산 혜화여중을 거쳐 부산 계성여상 3학년 때 중퇴했다.수업료를 못 낼 정도로 가세가 기울었기 때문이었고,곧 부산서 직장생활에 들어갔다. 노무현(盧武鉉) 후보와는 고향 친구사이로 직장생활 중 할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고향에 갔다가 군에서 막 제대한 노 후보를 다시 만나 연인사이로 발전했다.연좌제를 걱정한 노 후보 집안이 완강하게 반대했으나 두 사람은 2년간 열애 끝에 1973년 결혼식을 올렸다.이때 4년여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고시공부하던 노후보를 도와 함께 합격의 기쁨을 나누게 된다. 슬하에 아들 건호(建昊·30·LG전자)씨와 딸 정연(靜姸·28·주한 영국대사관)씨가 있다.둘 다 미혼으로 권씨 명의로 돼있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 45평짜리 빌라에서 모두 함께 살고 있다. 권씨는 독실한 불교신자다.어려서부터 절에 다니는 모친의 영향으로 불교와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 김해 봉화산 정토암을 자주 찾았으나 1988년 서울에 올라 온 뒤 삼성동 봉은사,능인선원 등을 가끔 찾는다. 권씨의 언니 창좌(昌左·57)씨는 남편과 일찍 사별했다.남동생 기문(奇文·48)씨는 부산지역 모은행 간부이며,여동생 진애(珍愛·52)씨는 가정주부다. 이춘규기자 taein@
  • [열린세상] 개구리소년과 아이들의 안전

    11년 전 개구리를 잡자며 집을 나섰던 다섯 명의 소년들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그동안 유가족을 비롯하여 연인원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들을 찾으려 애썼지만,결국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이들이 타살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인을 둘러싼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사인에 대한 온갖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반성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이 사회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경찰청의 조사에 따르면,우리나라에서만 매년 700여 명의 어린이들이 갖가지 이유로 실종되어 부모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한 해에 경찰에 신고되는 미아만 약 4000여 명에 달한다는 보고를 보면서,우리 부모들이 만들어놓은 이세상은 과연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안전한 곳인가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자식을 둘 가진 나는 집 밖으로 아이들을 내보내면 매번 조마조마하다.아파트주차장에서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아찔한 순간을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출퇴근 길에 갑자기 발진하는 자동차들 사이로 앞뒤 가리지 않고 자전거나 롤러 스케이트 등을 타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이다.실제로 지금도 수많은 아이들이 조금만신경 쓰면 막을 수 있는 각종 안전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장애인이 되고 있다.그만큼 우리는 아이들의 안전에 무관심한 생활을 해 온 것이다. 힘 있는 사람들의 경호와 안전에는 온갖 신경을 쓰면서도 아이들의 안전에는 그토록 무관심한 이유가 무엇인가.물론 아이들이 어른들에 비해 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수도 없이 많은 어린이들이 미아가 되어 부모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학대 속에 살고 있지만,어찌된 일인지 우리들의 귀에는 이런 아이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다.이는 이 사회에서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와 목소리가 그만큼 무시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아이들의 안전과 권리에 대한 무관심은 내 자식만 잘 되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건아무 상관없다는 부모들의 이기심과 더불어 증폭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아이들을 키우는 대다수의 부모들은 내 자식의 성공에 밤잠을 설치면서 온갖 정성을 바치고 있다.그러나 자기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작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은 그리 많지 않다. 몇 달 전 미국에서는 웬디스 햄버거의 창업자 데이브 토머스라는 노인이 세상을 떠났다.바로 그 다음날 미국의 주요 미디어들은 일제히 한 부자 노인의 아름다운 인생을 애도하는 특집을 다루었다.그는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고아로 입양된 다음 자수성가하여 미국 전역에 6000여 개의 점포를 가진 햄버거 회사를 일구면서도 일생에 걸쳐 틈틈이 수십 명에 달하는 오갈 데 없는 불우한 아이들을 직접 입양하고,이들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데 정성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데이브 토머스는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위험에 처한 수많은 아이들을 돌보았던것이다.이 노인이 세상을 뜨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라 아이들에 대한 인류애를 실천에 옮기는 봉사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우리의 헌법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지구촌의 곳곳에서는 지금도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들의 안전이 무시되고 있다. 나와 내 식구만이 잘 살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의 안전과 인권이 존중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우리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는 것처럼 아이들 역시 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그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고 보호하는 것은 가정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회적 의무인 것이다. 박준식 한림대 교수 정치학
  • [임영숙 칼럼] 남산을 걸으며

    서울과 일산을 잇는 자유로를 달리던 아침 출근길의 자동차가 갑자기 멈춰섰다고 합니다.길 옆 한강 둑 풀숲에서 나타났는지 아기 뜸부기들이 길을 건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자기네들끼리 마음껏 유유자적하며,해찰할 것 다 하면서,천천히 도로를 걷는 그 아기 새들을 발견한 한 운전자가 급제동을 걸고 그들이 놀라지 않도록 시동까지 끈 다음 뒤에 따라 오던 차들에게 신호를 보내 멈춰 서게 했다고 합니다. 1분이 아쉬운 아침 출근 길에 자유로의 자동차들은 뜸부기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기다렸다가 기분 좋게 다시 달렸다고 합니다. 자유로의 그 운전자들처럼 즐거운 멈춤을 저는 남산 산책길에서 자주 합니다.지난 여름 비 오는 주말,남산 야외식물원을 걷다가 앞 사람이 숨을 죽인채 서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바로 1∼2m 앞에 장끼 한 마리가,자신의 영역인 숲속을 벗어나 사람의 길을 따라 유유히 산책하고 있었습니다.또 어느 날인가는 산책길 옆 잔디밭에 앉아 있는 토끼를 만났습니다.온 몸이 하얀 털로 덮였으나 눈주변만 판다처럼 까만 털이 돋은 아주 잘 생긴 녀석이었습니다.서울시의 남산공원 소개 자료는,남산에 사는 짐승이다람쥐·쥐 등 2과 2종뿐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의외의 만남이었습니다. ‘동심의 화가’ 장욱진 선생은 “고궁이 가장 고궁다울 때는 비오는 날”이라고 했습니다.20여년 전 혜화동 자택을 찾았을 때였습니다.마당 한 쪽에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웠는데 그 정자의 난간이 부자연스럽게 높았습니다.술에 취해 정자에 올랐다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한 가족들의 배려였습니다.그날도 술에 취한 채 기자를 만난 장 화백은 비 오는 날 고궁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남산도 비 오는 날이 가장 산다워서 그렇게 산책하는 장끼와 토끼를 만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그러나 지난 여름의 집중호우와 태풍은 그마저도 지나친 호사가 아니었나 생각하게 했습니다. 남산 산책길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아름다운 사람들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강아지와 달리기를 하며 까르륵 까르륵 웃는 아이들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다정한 연인들,그리고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젊은 부부를 보며저는 그들의 희망과 꿈을 짐작해 봅니다.건강을 위해 맨발로 공원을 열심히 걷는 뚱뚱한 아줌마와 아저씨도 정겹습니다.야생화 공원 원두막에서 어린 손자에게 등을 긁게 하고 부채로 더위를 쫓으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행복 그 자체입니다. 무엇보다 남산이 아름다운 것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산책길과 식물원이 있다는 사실입니다.장욱진 선생의 혜화동 집 정자처럼 추락방지용 난간을 설치하고 점자를 병행 표기한 산책로가 남산에는 있습니다.국립극장을 끼고 들어가는 북측순환로에서도 저는 경쾌한 지팡이 소리를 내며 거침없이 걷는 시각 장애인들을 가끔 만납니다.자동차 위주의 삭막한 도시에서 시각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산책하고 숲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할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이제 가을입니다.잠시 멈춰서서 분주한 일상에 매몰된 자신을 한 번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먼곳도 바라 볼 때입니다.이 가을 남산을 한 번 찾아 보시기를 권합니다.남산은 서울 시민들에게내려진 축복입니다.많은 사람들이 숨쉬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산이지만 한 번 찾아 보시면 “이런 곳이 서울에 있었나.”하는 새삼스러운 느낌을 틀림없이 받게 되실 것입니다. 올해는 또 UN이 정한 ‘산의 해’입니다.국토의 66%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아직 산과 가깝게 지내지 않으시다면 가을 산을 꼭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산이든 산은 마음을 맑게 하는 평화와 고요함을 안겨 줍니다.가을 산에서 잠깐의 멈춤과 사색을 통해 어쩌면 작은 행복뿐만 아니라 깊은 깨달음에 이르게 되실 분도 계시리라 생각해 봅니다. 임영숙/ 미디어연구소장 ysi@
  • 500년 예술의 거리 아르바트엔-빅토르 최의 영혼 살아숨쉬고…

    [모스크바 글·사진 임창용 특파원] 9월 초,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 한쪽에서는 초가을 햇빛의 눈부심을 부정이라도 하듯,음울한 분위기의 가사와 멜로디가 골목을 휘감는다. “내게 한 모금의 물을,한 모금의 자유를/거리의 제단마다 타오르는 불길/꽃 대신 타오르는 불길/목이 말라,목이 말라/내게 한 모금의 물,한 모금의 자유.” 서른을 갓 넘긴 듯한 한 사내가 흐느끼듯 부르는 이 노래는 러시아의 전설적 록스타 빅토르 최가 부른 ‘한 모금의 물’.이 무명가수 옆엔 히피풍의 러시아 남녀 젊은이들이 비스듬히 눕거나 쭈그리고 앉아 노래를 듣는다. 빅토르 최는 1990년 모스크바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가진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른 뒤 한달쯤 지나 라트비아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아르바트 거리 한쪽 골목에 자리잡은 ‘빅토르 최 추모의 벽’주변엔 이미 12년 전 떠난 한인3세 록스타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젊은이들,이른바 ‘빅토르 최의 아이들’의 발길이 끊일 날 없다.이들은 빅토르 최가 무명시절 노래를 불렀다는 이곳에서,그의노래를 부르고 들으면서 일년 내내 그를 애도한다. 노래가 끝난 뒤 한 청년에게 ‘빅토르 최의 노래를 왜 좋아하느냐?’고 묻자 “초이는 최고의 록스타이자 러시아 젊은이의 우상”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국립 모스크바대학에 유학중인 임동명(30)씨는 “빅토르 최는 러시아 젊은이들에게 신화적 존재”라며 “그가 요절한 후 광적인 팬들이 오히려 늘었다.”고 말한다. 러시아 문화예술이 숨쉬는 500년 역사의 아르바트 거리.하지만 한국인 방문객에겐 같은 피를 나눈 빅토르 최의 숨결이 느껴지기에 한결 친숙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아르바트 거리는 러시아의 대문호 푸슈킨,투르게네프,레르몬트프 등이 어린시절을 보낸 곳이다.제정러시아 시대 다양한 양식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목공 골목,대장간 골목,과자와 빵 골목,음식점 골목,식탁보 골목 등이 거리와 이어져 있다. 일년 내내 차량통행이 금지돼 보행자 천국인 이곳은 무명 가수나 악단·화가·연극배우들의 무대이자 안식처이고,히피들의 마음의 고향이다.이들은 여기서 재즈와 록을 연주하고,초상화를 그리고,브레이크댄스를 춘다.이들의 예술을 배경으로 첨단 패션의 젊은이들이 수없이 거리를 오가고,친구나 연인들끼리 노천카페에서 보드카와 차를 마신다.1998년 국내에 소개된 소설 ‘아르바트의 아이들’의 주인공이 바로 이들이다. 하지만 이곳도 90년대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외국 브랜드의 상점과 기념품 가게,노점상 등이 거리를 메우면서 문화예술의 향기 가득하던 예전의 모습이 많이 퇴색했다고 한다..러시아에 부는 개방화·상업화 물결을 아르바트라고 비켜가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sdragon@ ■관광 포인트/ ‘붉은 광장' 바닥은 붉은색 아니네 기자가 모스크바에 체류한 9월 첫주는 마침 모스크바 탄생 855주년 기념주간이었다. 모스크바시 청사 앞의 베르스카야 광장을 비롯해 푸슈킨·루비안스카야 광장 등 시내 곳곳에선 러시아 전통춤과 콘서트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고,시민들은 교통이 통제된 주요 거리를 마음껏 활보하며 축제를 즐겼다. 특히 크고 작은 악단의 연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복장의 무용수들이 보여준 전통춤,에로틱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를 낸 룸바 등은 러시아 예술의 단면을 보여준 수준급 공연이었다. 모스크바는 흔히 인접한 문화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비교돼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855년 역사의 도시답게 볼쇼이극장,스타니슬랍스키-단첸코 모스크바 아카데미 음악극장,국립 크레믈린궁 극장 등 고품격 공연장이 많다.따라서 모스크바에 간다면 크레믈린이나 붉은 광장 등지만 둘러볼 게 아니라 꼭 공연장에 들러 러시아 발레나 오페라의 진수를 맛보아야 후회가 없다. 그렇다고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의 상징처럼 된 붉은 광장과 크레믈린을 빼놓을 수는 없다.붉은 광장(크라스나야 플로샤지)에서 ‘붉은’은 고대 러시아어 ‘아름다운’‘훌륭한’이란 뜻을 가진 단어와 어원이 같다고 한다.즉 ‘아름다운’광장이란 뜻.광장 바닥엔 붉은 색이 아닌 검은 회색 벽돌이 깔려있다. 2만5000여평의 붉은 광장은 크레믈린 북동쪽의 붉은 벽돌 성벽과 국립역사박물관,굼 백화점,바실리 성당,레닌묘 등 러시아 관광소개 책자에 단골로 실리는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밖에 모스크바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레닌 언덕(일명 참새언덕),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 사이로 모스크바 중심을 가르는 모스크바강,표트르 1세 때등 러시아 고대 건축술로 지어진 작품들과 참나무 거목들이 어우러진 칼로멘스코예 공원 등이 둘러볼만 하다. ■여행가이드/ 출입국때 현금체크 엄격, 고급호텔 선택해야 안전 ◇가는 길=인천공항에서 모스크바 세르베체보2공항까지 9∼10시간 소요.시차는 우리보다 6시간 늦는데 요즘은 서머타임 중이라 5시간 늦다.출입국시 현금(달러)체크가 엄격하다.출국시 입국신고서에 기재한 소지 현금 액수보다 많으면 그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 등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숙박·음식=별 5개짜리 호텔에서부터 별이 없는 저가 호텔도 있지만 외국인은 별이 있는 호텔에만 머물 수 있다.호텔마다 경비원들이 출입자를 제한하지만 가능하면 고급호텔을 택해야 안전하다.공항에서 전화로 예약할 수 있고,호텔 프런트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체크인한다. 러시아 전통음식은 대개 평민들이 즐기던 음식이다.각종 곡물로 만든 죽인카샤,러시아식 돼지고기 바비큐 샤슐릭,고기를 넣고 튀긴 빵 피로그,시베리아식 물만두 펠메니 등이 대표적이다.추운 기후 때문에 고기를 주로 쓴다. ◇여행상품 =모스크바만 여행하는 상품은 찾아보기 어렵고 모스크바-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묶거나 북유럽 국가들과 연계한 상품이 많다.스타투어(02-723-6360)가 모스크바-페테르부르크(6일)상품을 150만원대에,북유럽 3개국(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을 경유하는 11일짜리 상품을 330만원대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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