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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타임슬립/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타임슬립/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요즘 대중예술장르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용어 중 하나가 ‘타임슬립’이다. 타임슬립(time-slip)이란 ‘시간이(에서/으로) 미끄러지다’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말로서,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가 소설 ‘5분후의 세계’(1994)에서 사용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타임슬립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 ‘타임슬립’(2008), 무라카미 모토카의 만화 ‘타임슬립 닥터 진’ 등에서 작품 소재로서는 물론 타이틀에까지 사용되면서 어느 사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다. 이런 연유로 타임슬립이란 말이 일본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1964년 SF문학의 거장 필립 K 딕이 ‘화성의 타임슬립’(Martian Time-Slip)이라는 작품을 발표한 바 있으니 생각보다 꽤 유서가 깊은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2012년 한국에서 타임슬립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 현상을 주도하는 것은 드라마이다. 올봄 ‘옥탑방 왕세자’가 타임슬립을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로 설정한 이후 타임슬립과 관련 있는 드라마는 얼마 전 방영 종료된 ‘인현왕후의 남자’를 비롯, 현재 방영 중인 ‘닥터진’ 그리고 방영을 앞둔 ‘신의’까지 계속 전파를 탈 예정이다. 어디 드라마뿐인가? 영화에서도 베리 소넨필드 감독의 ‘맨인블랙3’(Men in Black 3)가 이미 관객과 만났고,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왜 이렇게 타임슬립 관련 작품들이 잇달아 나오는 것일까? 먼저 타임슬립이라는 현상이 초래하는 가상성 혹은 상상력에 대해 시청자·관객의 수용성이 커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는 판타지 작품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은데, 지금의 시청자·관객은 리얼리티에 강박적이지 않다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시청자·관객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평행우주론’이나 가상현실에 대한 논의에 핍진성(逼眞性)이 부여되고, 비록 상상력에 기초하지만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외려 열광하는 모습을 보인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비롯해 ‘아바타’, ‘반지의 제왕’ 등이 거둔 엄청난 흥행 성공이 이를 말해 준다. 드라마 역시 ‘시크릿 가든’이나 ‘해를 품은 달’처럼 판타지가 극적 재미를 강화시켜 주는 기능을 함으로써 판타지 코드는 근래 한국 드라마가 거의 고명처럼 얹어 가는 양태가 되었다. 작가의 입장에서도 타임슬립으로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 역사와 현실을 접속·교차함으로써 시공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획득하고 스펙터클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유인요소임에 분명하다. 시청자·관객이 그 허구성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므로 상상력의 제한을 덜 받을 테니 말이다. 여기에 현실·현재에 대한 사람들의 무의식이 가세하면서 타임슬립이 더욱 매력적인 요소로 부상한 것이 아닐까? 다른 시간대로의 이동은 현재에 대한 불만족, 상실감, 후회, 좌절 등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과거나 미래를 바꾸고 싶은 심리를 내포한다. ‘맨인블랙3’에서는 지구의 파멸을 막기 위해 1969년으로 타임슬립하고, ‘옥탑방 왕세자’는 세자빈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려다 300년의 시간을 넘어 21세기로 타임슬립한다. ‘닥터진’의 진혁은 사경을 헤매는 연인으로 인해 괴로워하다 조선시대 후기의 시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처럼 현재의 문제나 위기가 과거 혹은 미래를 바꾸고 싶은 강력한 욕망을 추동하고, 이것이 다른 시간차원으로 이동하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 역시 약혼녀와의 삶의 가치관 및 취향의 차이로 고민하는 주인공이 속물적인 도시보다는 낭만과 예술적 풍취가 살아 있는 20세기 초반의 파리를 그리워함으로써 자연스레 그 시대로 타임슬립하게 된다. 적어도 작품에서의 타임슬립은 현재에 대한 불안과 불만족, 그래서 시간을 초월하여 새로 시작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타임슬립 작품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 연예계는 지금 핑크빛

    연예계는 지금 핑크빛

    연예계는 요즘 연일 핑크빛이다. 공식 석상에서 깜짝 고백으로 좌중을 놀라게 했던 유인나와 지현우 커플을 시작으로 서우와 인교진, 손은서와 최진혁, 강예솔과 홍광호까지 지난 한 주간 연이은 열애 소식이 이어지며 모두 네 쌍의 스타커플이 열애를 인정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리얼한 애정 연기를 펼치며 팬들로부터 ‘연인 의혹’을 받아온 지현우와 유인나의 경우 지난 7일 드라마 종방연 공식 석상에서 나온 지현우의 깜짝 사랑 고백이 공식 열애의 발단이 됐다. 지난 18일 한 언론이 이들의 심야 공원 데이트 현장 사진을 공개했고, 이날 밤 유인나가 자신이 진행하는 KBS 쿨FM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라’를 통해 열애를 인정하며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됐다. 20일에는 배우 서우와 인교진, 손은서와 최진혁 두 커플의 열애가 연이어 보도됐다. 서우와 인교진의 경우 SBS 드라마 ‘내일이 오면’에 동반 출연한 바 있다. 서우와 인교진 커플 또한 언론에 데이트 사진이 공개되면서 열애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4월 드라마 종영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으며 한달 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은서와 최진혁 역시 SBS 일일드라마 ‘내딸 꽃님이’에 함께 출연하며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열애 보도가 나가자 최진혁은 트위터를 통해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나고 있다.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고 아끼며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고, 손은서 역시 미니홈피를 통해 “조심스럽게 예쁜 사랑을 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사실이라 말씀을 드리고 추측성과 구설수가 아닌 예쁜 시선으로 저희를 응원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열애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21일에는 뮤지컬 스타 홍광호와 신인 여배우 강예솔도 2년간의 열애를 인정했다. 강예솔과 홍광호의 소속사 측은 이날 “강예솔과 홍광호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고 지내다 좋은 감정을 갖고 교제 중”이라고 밝혔다. 강예솔과 홍광호는 계원예술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10여 년간 친분을 쌓아 왔다. 강예솔은 MBC 드라마 ‘마이프린세스’, 케이블 tvN ‘로맨스가 필요해2012’ 등에서 얼굴을 알렸고, 2002년 뮤지컬 ‘명성왕후’로 데뷔한 홍광호는 현재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 출연 중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춤에 미쳐 살았던 세월 이젠 오래된 연인 졸업해요”

    “춤에 미쳐 살았던 세월 이젠 오래된 연인 졸업해요”

    3년 전 ‘오네긴’ 공연에서 일어난 일이다.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아름다운 파드되(2인무)에서 황혜민이 회전을 하다가 엄재용 의상에 레이스가 엉켰다. 당황한 듯했지만, 금세 실을 풀고 태연하게 춤을 췄다. 7년째 호흡을 맞춘 터라 이런 ‘사고’는 문제도 아니다. 공연 막바지, 연인을 보내며 오열하는 장면에서 황혜민은 눈물과 에너지를 쏟아냈다. 쓰러질듯 아슬한 황혜민을 보듬으면서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엄재용에게서 안쓰러움과 애틋함이 묻어났다. 객석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 “둘이 정말 잘 어울려. 근데 언제 결혼한대?” 이미 무용계에서는 유명한 ‘스타 무용수 커플’이자 ‘오랜 연인’이라 관계자들뿐 아니라 발레 애호가들에게 이들의 결혼은 관심거리였다. 그리고 드디어 ‘날을 잡았다’. 8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화촉을 밝힌다. “2년 전부터 ‘언제 결혼하느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어요. 어떤 선생님은 전화 드릴 때마다 호통을 치시는 거예요. 결혼 소식에 그만큼 많이 축하해 주시더라고요.” 19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황혜민(34)은 귀엽게 웃으면서 주변 반응을 전했다. 그가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졸업한 뒤 이 발레단에 입단한 2002년, 프랑스 초청공연에서 엄재용(33)과 파트너가 되고 연인으로 발전했으니 벌써 10년이다. “그동안 서로 춤에 미쳐 살았다.”는 엄재용은 “오래된 연인이 헤어질 수 없는 것은, 그 사람만 보내는 게 아니라 동료이자 친구이자 엄마였던, 모든 것과 헤어지기 때문이라는 글귀를 읽었는데 매우 공감했다.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둘 다 내성적이라 큰 소리를 내면서 싸운 적도 없다고 했다. “큰 힘이 되면서, 일에 있어서는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는 게 오히려 고맙다.”는 황혜민은 “때로는 개그콘서트를 보고 흉내내는 모습이 유치하면서도 재미있다.”고 말마다 칭찬 일색이다. 이들이 앞둔 공연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비극인 탓에 황혜민도 “하필, 결혼을 앞두고!”라면서 깔깔댔다. “그래도 많은 버전 중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라 이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안무가 활기차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이어져서 관객들도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관전포인트를 묻자 황혜민은 주저없이 남성 솔리스트의 3인무를 꼽는다. 다른 버전에는 없지만, 셰익스피어 소설에서는 핵심 인물인 벤볼리오가 등장해 티볼트, 머큐시오와 역동적이면서 유쾌한 춤을 춘다. “기술적으로도 좋고, 2막에서 장난치면서 칼싸움하는 장면은 남성 무용수들이 실력과 끼를 발산하는 게 굉장히 멋있다.”고 설명했다. 엄재용이 “줄리엣이 이끌어가는 3막이 아름답다.”고 하자 황혜민은 “난 죽을 거 같다.”며 웃었다. 줄리엣이 신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약을 받아 비극으로 치닫는 부분이다. 등장인물이 거의 없고 음악도 비장하게 가라앉아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줄리엣의 에너지와 연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핵심은 역시 갈라공연에 많이 나오는 ‘발코니 파드되’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긴 키스 장면도 볼거리일 듯하다. 무려 16박자 동안 입을 맞대는 장면이다. 다른 무용수들이 “이젠 부부이니 거리낄 것이 없겠다.”면서 부러워한다고 했다. 이번만큼은 가장 아름답고 ‘사실적’인 장면이 되지 않을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전주 한옥마을에 젊은층 몰린다

    700여채의 전통 한옥이 즐비하게 늘어선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일대 한옥 마을. 세월을 비켜간 듯한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이곳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주말과 공휴일이면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부터 동아리 모임을 하는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20~30대 젊은이들이 한옥 마을을 가득 채운다. 한옥 숙박시설에 머무는 여행객도 70~80%는 젊은 층이다. 애초 전주 한옥마을은 어린 시절 한옥 생활을 했던 세대들을 겨냥한 ‘추억의 여행지’로 예상됐다. 하지만 50대 이상 장년층보다는 활기 넘치는 젊은 층이 한옥 마을을 점령한 지 오래다. 이는 인터넷과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세대들이 색다른 체험을 즐기는 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곳을 찾는 젊은 관광객들은 한옥 마을에 오면 분위기가 자연스러워 어색함이 없어지고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친숙한 골목과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걷기에 좋아 데이트 코스로는 제격이라는 평가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데이트를 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말이 입소문을 타고 퍼질 정도다. 걷기 열풍과 함께 찾아온 도보 여행 유행도 젊은이들이 한옥마을을 많이 찾는 주요인이다. 이들은 한옥 마을 구석구석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각종 먹거리 체험을 하는 등 다양한 여행문화를 즐긴다. ‘성균관 스캔들’, ‘약속’, ‘보통의 연애’ 등 사랑을 테마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한옥 마을 일대에서 많이 촬영된 것도 유명세를 더하는 데 일조를 했다. 한옥숙박체험시설인 동락원의 김재순(52) 주임은 “꽉 막힌 사무실과 아파트에 갇혀 살던 젊은이들이 전통 한옥의 마당을 보는 순간 감탄을 금치 못한다.”면서 “비가 내리면 툇마루에 걸터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쳐다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세대가 바뀌어도 우리의 문화와 정서는 통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조영호 전주시 관광마케팅 담당은 “올 3월 말부터 4월까지 한옥 마을을 찾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30대 젊은 층이 74.6%나 됐다.”면서 “젊은 여행객이 늘어난 만큼 한옥 마을을 도보형 도시관광 메카로 만드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보시라이 부인 프랑스인 내연남 캄보디아서 체포… 中 소환될 듯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또 다른 외국인 연인이 최근 캄보디아에서 체포되면서 조만간 열릴 보시라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국은 이 남성이 보시라이 가문의 해외자금 이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인물로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양국 관계상 중국 측에 넘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캄보디아와 중국 경찰은 2주 전쯤 합동작전으로 프랑스인 건축가 패트리크 앙리 드빌러(52)를 캄보디아에서 체포했으며 이 같은 사실을 캄보디아 주재 프랑스대사관이 확인했다고 홍콩 명보가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프놈펜 경찰청장은 “중국은 이 남성이 중국 경내에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드빌러는 구카이라이가 중국 밖으로 돈을 빼돌리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신들을 종합할 때 드빌러는 보 전 서기가 1990년대 다롄(大連) 시장 재직 시절 당시 다롄의 도시 재건 사업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구카이라이가 중국의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할 유럽 건축가를 찾기 위해 영국에 회사를 세웠을 당시 파트너 겸 연인으로 지냈다. 두 사람은 당시 영국 남부의 본먼스에서 같은 아파트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드빌러가 2006년 룩셈부르크에 세운 부동산 회사 역시 구카이라이의 법률 사무소와 같은 주소에 등록돼 있다. 드빌러는 지난달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돈 세탁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는 중국과 범죄인 인도협약을 맺고 있으며 2009년 7월 5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烏木齊)에서 발생한 유혈시위 사태 당시 수배돼 캄보디아로 도망쳤던 용의자 22명을 모두 중국에 인도한 바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씨줄날줄] 유로 2012/곽태헌 논설위원

    스포츠(SPORTS), 섹스(SEX), 스크린(SCREEN)의 앞 글자를 딴 3S 정책은 독재정권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즐겨 쓰는 정책을 뜻한다. 우민(愚民)화를 유도해 지배자가 마음대로 대중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인 셈이다. 식민지 정책을 펼 때 순치(馴致) 정책의 한 전형이었다고 한다. 서슬퍼런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2년 6개 구단으로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3S 정책에 따라 프로야구가 출범하게 됐다는 말이 파다하게 나왔다. 1983년에는 프로축구, 프로씨름, 농구대잔치가 출범했다. 3S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가 출범했을 가능성도 높지만, 프로야구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확실하게 자리 매김했다. 가족, 친구, 연인들이 야구장을 즐겨 찾으면서 올해에는 관중 700만명 시대를 열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에서도 스포츠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스포츠를 3S 정책의 하나로 폄하할 수만은 없다. 선진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인기가 높은 대표적인 구기 종목은 축구다. 축구의 종주국이라는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중요한 경기가 열리면 축구장은 만원사례다. 자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외국으로 몰려가는 것은 다반사다. 이번 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유럽 16개국이 참가한 ‘유로 2012’가 시작됐다. 유럽보다 수준이 낮은 아시아 및 아프리카 대표들도 출전하는 월드컵보다 유럽에서는 유로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유로 2012’에 출전한 모든 팀들의 경기가 박진감을 더해 가고, 예상외의 결과도 적지 않다. 유럽인들이 자국팀 승리를 기원하고, 우승까지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경제위기라는 벼랑 끝에 몰린 스페인과 그리스 국민의 염원은 더하다고 한다. 스페인은 ‘유로 2008’, 그리스는 ‘유로 2004’ 우승팀이다. 스페인은 어제 조별리그 경기에서 아일랜드를 4-0으로 완파하며,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 갔다. 1998년 5월 한국 여자 골프계의 맏언니 박세리는 메이저대회인 US여자 오픈 마지막날 마지막홀인 18번째 홀에서 해저드 주변 풀숲으로 공이 떨어지자, 골프화와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멋진 샷을 날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 샷으로 연장전까지 가면서 결국 우승을 거머쥐게 됐다. 당시 외환위기로 시름을 겪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샷을 날린 셈이다. 스페인과 그리스 국민도 축구를 통해 위안을 받고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자연 벗 삼은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2’ 성황리 막 내려

    자연 벗 삼은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2’ 성황리 막 내려

    지난 9, 10일 양일간 남이섬에서는 특별한 아웃도어 페스티벌이 열렸다.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2 뮤직&캠핑 페스티벌’(이하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2)는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와 음악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2는 전 세계에 열광적인 마니아를 보유한 뮤지션 제이슨 므라즈와 국내 공연계의 1인자인 이승환 등이 헤드라이너로 나섰고, 이밖에도 015B, 강산에, 뜨거운 감자, 버스커버스커, 칵스, 짙은, 소란, 크리스티나 페리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남이섬의 자연과 낭만이 넘치는 낮과 밤을 선사했다. 관객들의 가장 많은 기대와 호응을 모은 제이슨 므라즈는 ‘평화’라는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관객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페스티벌 첫날 저녁,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그의 공연은 울창한 나무가 둘러싸인 잔디와 쏟아져 내릴 듯한 밤하늘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동화 속 세상을 방불케 했다. 둘째 날 헤드라이너로 등장한 이승환은 ‘천일동안’,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등 역대 히트곡을 열창, 에너지 넘치는 무대 매너를 선보이며 ‘라이브의 황제’ 다운 면모를 뽐냈다. 특히 이번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2에는 올해 가요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버스커버스커가 첫 페스티벌 출전식을 치러 인기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입증케 했다.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2는 여타 록페스티벌 등과 달리 비교적 조용하고 얌전(?)한 특성을 띠고 있어 유독 가족 단위로 방문한 관객들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남이섬에서 공연을 보다 가족·연인과 함께 인근 아침고요수목원이나 가평 등지를 여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공연이 펼쳐진 남이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수시로 배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과, 남이섬 전체가 아닌 일부만 개방한 탓에 공연장 외부를 산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점 등은 다소 감점 사유로 꼽혔다. 자연을 벗 삼은 뮤지션들의 공연으로 환상적인 이틀을 선사한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2는 관객 3만 명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진이 흐려졌다… 느낌이 살아났다

    사진이 흐려졌다… 느낌이 살아났다

    척 봤을 땐 이질감, 그리고 거기서 오는 거부감이 들었다 해야겠다. 너무 깔끔하고 세련되고 단정해서다. 노정하(46) 작가는 핀홀 기법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핀홀, 그러니까 작은 구멍 안에다 아날로그 필름을 깔아두고 빛을 수동으로 조절해가며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의 원형, 카메라 옵스큐라의 전통을 되살렸다. 그래서 찍혀나온 사진을 보면 흐뭇한 풍경화의 느낌이다. 바늘구멍 부분은 거무튀튀하니 가려져있고 전반적으로 흐릿하지만, 그 속에서 따뜻한 빛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회화적 효과를 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카메라의 본질만 한번 남겨보고 싶었어요. 기계적 메커니즘이 자꾸 발달하다 보니 사진가들이 모였다 하면 전부 장비 얘기만 해요. 거꾸로 사진기, 렌즈 같은 고가의 장비를 다 버리고 작업한다면, 자연스러운 빛의 충돌에 더 집중한다면 어떨까 싶었던 거지요.” 핀홀 연작은 그렇게 탄생했다. ●카메라의 원형 ‘핀홀기법’ 사용 최근작은 완전히 다르다. 시대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어 디지털 작업이 등장했다. 덕분에 사진 속 형상들은 모두 명료하니 깔끔하게 딱 떨어진다. 따뜻한 느낌보다는 차가운 느낌이 강하다. 핀홀 연작은 다가서게 만드는데 최근작은 뒤로 물러나게 만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묘한 온기가 느껴진다. 작가의 표현 방식 때문이다. ‘여름 휴가’ 연작은 사진을 다 조각조각 잇대어 놨다. 잇대어 놓은 것을 교묘하게 위장했다거나 가린다거나 하지 않는다. 대놓고 이거 다 잇대어 붙여놨소, 해놨다. 지극히 조작적인데, 잇대는 방식에서 다름 아닌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당신이 여름 해변에 들어선다고 해 보자. 시선이 어디로 갈까. 저 멀리 모래밭 한번, 옆에 누운 여자 한번, 파라솔 기둥 한번, 급하게 뛰어가는 여자 아이 뒷모습 한번…. 뭐 이런 식으로 쳐다보지 않았을까. 그렇게 잇대어 뒀기 때문에 작품을 들여다보면 작가의 시선이 어떻게 움직였을까 느낌이 온다. 그래서 ‘모션 포토’(Motion Photo) 연작은 사진 자체로는 더 흐릿한데 오히려 더 생생하다. 모션이란 단어에서 봤듯, 들여다보고 있으면 천천히 사진이 변한다. 모션 픽처는 영화고, 포토는 사진이니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다는 얘기다. 이름만 듣고는 영화처럼 찍은 뒤 프레임을 뺀 게 아니겠느냐 싶었는데 “사진 수백장을 찍은 뒤 레이어를 계속 갈아끼우는 방식”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저 멀리 하늘,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 얼굴, 그때 옆을 지나던 자동차 등의 모습들이 스쳐간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작가가 거닐었던 그 거리의 냄새가 전해져 온다. 똑 떨어지는 깔끔한 디지털 사진을 이용해 작가의 시선을 냉철하게 따라가는 ‘여름 휴가’ 연작보다 오히려 작가의 감수성이 더 잘 전달된다. ●최근 작업선 디지털 카메라도 활용 사진은 현재를 영원히 남기는데 도전하는 매체다. 오늘날 수많은 친구, 연인, 부모들이 디카 하나 들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몰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사진은 그 영원이라는 것이 결국 과거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매체다. 사진이 생생하면 생생할수록, 그때 그랬지라는 감정이 더 짙어지는 역설적인 현상이다. 작가의 작품에 멜랑콜리, 바니타스처럼 낭만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단어들이 등장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작가의 작품은 그걸 묘하게 넘어서는 구석이 있다. 생생하게 사실적이어서 영원히 남겨주려는 욕망 대신, 흐릿한 시선으로 그곳의 느낌을 슬며시 전달해줘서다. 그러니까 핀홀 기법으로 찍은 사진들처럼, 카메라를 쓰되 작가의 시선으로 찍었기 때문이다. 전시는 7월 29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1관. 미술관이 선정하는 ‘내일의 작가’ 수상전이기 때문에 ‘자화상’ 시리즈, ‘공주’ 연작 등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함께 볼 수 있다. 5000원. (02)737-765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노무현 前 대통령 추모앨범 나온다

    노무현 前 대통령 추모앨범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공식 추모앨범인 ‘탈상(脫傷),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이 노 전 대통령의 생일인 9월 1일에 맞춰 발매된다. 12일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가치와 희망을 위해 (시민들이) 함께 나아가자는 취지에서 앨범 이름을 이렇게 정했다.”고 밝혔다. 추모앨범의 이름인 ‘탈상’(脫傷)은 잃을 상(喪)자 대신 다칠 상(傷)자를 썼다. 3년 상(喪)을 마치는 탈상이 아니라 모든 상처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라고 재단 측은 덧붙였다. 추모앨범에는 ▲상록수 ▲작은 연인들 ▲부산갈매기 ▲사랑으로 등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와 새로 만든 추모곡 등을 실었다. 타이틀곡은 작곡가 송시현씨가 만든 ‘시민레퀴엠’이다. 음악평론가 강헌이 프로듀서를, 송시현이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유명 아티스트와 오케스트라 등이 대거 참여했다. 재단 측은 “앨범 제작에 힘을 보탠 이들은 추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 측은 이와 관련, 세계 최초로 추모앨범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재단 측이 이를 위해 다음달 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이 직접 부른 노래를 취합한 뒤 이를 합창곡을 만들기로 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ATM서 300만원 이상 인출땐 10분 기다려야

    26일부터 300만원 이상 현금으로 입금된 돈을 자동화기기에서 찾으려면 10분을 기다려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11일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300만원 이상 현금으로 입금된 돈은 출금을 10분 연기하는 ‘지연인출제도’를 26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보통 현금 이체의 91%는 거래액이 300만원 미만인 데 비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는 84%가 300만원 이상이다. 지연인출제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피해자로부터 이체받은 돈을 빼가기 전에 사기범 통장에 대한 지급정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보이스피싱 피해액 인출의 75%는 10분 안에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만원 이상 카드론 대출금의 2시간 지연 입금은 지난달 21일부터 전 신용카드사에서 시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연인출제도로 인해 보통 시민이 불편을 겪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번에 300만원 미만 현금 입금을 했거나 은행 창구에서 돈을 찾을 때는 지연인출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지연인출제에 참여하는 금융 기관은 은행, 우체국,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일부 증권사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을 취급하는 기관이 대부분 포함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더위야, 우리 헤어지자”

    “더위야, 우리 헤어지자”

    여름 초입이다. 연일 섭씨 28~29도를 넘나드는 날씨를 대하고 있노라면 휴가 생각이 벌써부터 간절하다. 휴가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한국의 여름 날씨보다 훨씬 습하고 무더운 마카오는 어떨까. 중국 대륙에 자리잡은 마카오 반도와 섬으로 구성된 마카오는 열대 해양성 기후 그 자체다. 그러나 더위를 잊게 해줄 강력한 한방 ‘아이스월드’(Ice World) 전시회가 기다리고 있다. ●영하 8도 유지… 판다·마카오 유적 등 미니어처로 마카오에서 베네시안 호텔, 샌즈코타이센트럴 등을 운영하는 샌즈차이나가 코타이엑스포에서 개최하는 아이스월드는 아시아 최대 실내 빙상 전시다. 지난해 이미 23만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푹푹 찌는 바깥 날씨와 달리 영하 8도를 유지하는 실내 전시장은 말 그대로 ‘피서’ 공간이다. 1672㎡ 넓이의 전시장은 10개 세션으로 나눠져 주제별로 다양한 얼음 조각이 즐비하다. 연꽃, 판다, F1 그랑프리, 마카오 유적 등 대표적 명물이 미니어처 형태로 자리잡았다. 동화 속 숲, 러시아 미로, 세계 상징적 건축물 등 하얼빈 얼음 장인들이 직접 조각한 수준급 작품들이다. ●동화 속 숲·미로 등 수준급 얼음작품 체험 공간도 추워서 전시물을 대충 보고 지나친다면 30분 정도, 조각 하나하나를 눈여겨본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무료로 빌려 주는 다운 재킷만 입고 돌아다니다 보면 오싹한 추위에 여름이 절로 그리워진다. 크지는 않지만 직접 미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카지노 도시’로만 알려진 마카오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방문할 만한 유일한 전시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전시는 오는 9월 16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100마카오달러(약 1만 5000원)다. 방한용 신발, 부츠 등은 유료로 빌릴 수 있다. 느긋하게 보고 싶다면 옷을 챙겨 가는 것이 좋고, 추위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다운 재킷만으로도 충분하다. 글 사진 마카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가속기는 선도형 과학기술 핵심… 로드맵 없을 땐 고철덩어리”

    “가속기는 선도형 과학기술 핵심… 로드맵 없을 땐 고철덩어리”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2005년 과학자들이 구상한 ‘은하도시’에서 출발했다. 은하도시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과학중심도시의 이상적인 모델이었고, 그 중심에는 대형 가속기가 있었다.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인 중이온가속기는 2017년 세종시 일대에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구축에만 5000여억원이 소요되고, 함께 추진되고 있는 포항 방사광가속기와 경주 양성자가속기를 합치면 국내 가속기 건설 비용만 1조 4000억원에 이른다. 한국 과학계가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규모가 큰 만큼 관련 예산을 다른 분야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거나 가속기 구축 기술이나 전문 운영인력이 부족해 기대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함께 ‘가속기의 미래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29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과학기술 100분 토론회’를 개최했다. ■ 좌장: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 토론자: 현택환 서울대 중견석좌교수, 김대형 서울대 교수, 노도영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최선호 서울대 교수 ① 가속기가 필요한가 염재호(이하 염)=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총액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에 이르는 세계적인 연구개발(R&D) 투자국이다. 정부는 선도형 R&D를 이끌 수 있다며 가속기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논란이 많다. 이 자리가 문제와 해결책을 기탄없이 말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먼저 가속기에 대한 참석자들의 생각부터 듣자. 김대형(이하 김)=가속기가 노벨상을 받게 할 수도 있고, 성과가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 어떤 속도로 하느냐가 문제다. 공학과 의약학 등도 함께 투자되고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하는데 가속기는 이런 균형을 무너뜨린다. 최선호(이하 최)=한국에 있는 대형 연구용 가속기는 3개다. 한국 경제구조를 놓고 보면 우리는 가속기 빈곤국이다. 미국과 일본은 1930년대 가속기를 만들어 과학 강국이 됐다. 한국이 가속기 투자에 나선 것은 늦은 일이다. 국가 차원에서 과학을 키워야 한다면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노도영(이하 노)=물리학자의 가장 큰 관심은 자연을 보는 관점이나 이해하는 도구를 제시하는 것이다. 가속기는 중요한 도구이자 인프라다. 그 도구를 활용해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가속기가 있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염=정책 입안자나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구축 중인 가속기의 총비용은 1조 4000억원에 이른다. 소수의 과학자들을 위해 지나친 예산이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역시 한 군데서 할 수 없으니 모여서 하는 것 아니냐. 노=물론 가속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나 선도형 연구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다.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기술(BT)을 연구하는 데, 또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데 가속기가 핵심이다. 가속기가 일부 과학자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포항 가속기도 연인원 3000명이 사용한다. 운영을 할 능력이 되느냐의 관점에서 보자. 염=어차피 나눠 쓸 수 있다면 해외의 더 좋은 가속기를 함께 쓸 수도 있지 않나. 꼭 우리가 설치해야 하나. 노=현재 필요의 70~80%를 국내에서 소화한다. 그 이상 필요할 때만 해외로 간다. 현재 우리의 능력이나 필요성을 보면 국내 비중을 더욱 높여야 한다. 염=가속기를 핵심 시설로 여기지 않는 과학자들은 어떨까. BK21에서 1년에 지원되는 학생 인건비를 모두 합쳐도 2500억원 수준이다. BK21에서 수많은 논문들이 나오는데, 이에 비해 가속기 투자가 과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택환(이하 현)=가속기 하나 만드는 데 5000억원 정도 들어간다. 또 매년 10% 이상이 운영비로 들어간다. 계획대로라면 매년 유지비가 보수적으로 잡아도 2500억원이 든다. 교과부가 지원하는 창의연구단들이 기초과학 연구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였는데, 45개 연구단이 평균 연간 6억원을 연구비로 쓴다. 가속기 비용이 지나치고, 이는 우리 과학계가 감당해야 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한국이 과학 선진국이라지만 신진 연구자들의 연구 조건은 열악하다. 샘플이나 시료를 살 돈조차 없다. 신진 과학자를 키우는 것과 가속기를 당장 여러 개 동시에 건설하는 것 중 무엇이 우선인지 묻고 싶다. 최=과거 우리는 모두 해외 가속기를 사용했다. 이제는 그들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고, 우리도 책임질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세종시에 건설될 대형 중이온가속기는 일본에만 있다. 미국이나 유럽 과학자들도 우리 가속기를 필요로 하게 된다는 말이다. 선진국과 대등한 단계에서 뛰어들어 결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노=가속기는 수명을 30년 정도로 본다. 가속기 하나에 500억원 정도 투입되는데, 이는 출연연 한 곳 운영비에도 못 미친다. 가속기가 주는 결과나 혜택을 보면 비용에 대해 오해가 있다. ② 가속기 추진 논란 염=가속기 논란의 또 다른 문제는 여러 개가 한꺼번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결국 전문가들이 살펴보고 대형 과학에 투자해야 하는데, 국토 균형발전이나 정치적 이슈들이 논의를 끌어가고 있다. 그래서 비판이 터져 나온다. 지역 선정, 가속기 중복투자 같은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현=과학의 문제는 1차적인 논의와 제안이 과학자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과학적인 문제들이 정치적으로 풀리니 과학자들이 끌려가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가속기 설치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논의 자체가 과학계를 뛰어넘어 진행됐다. 지역 논리 등이 개입돼 과학자들이 관여할 수 없는 차원에서 결정됐다. 노=결국 논의를 언제 시작하느냐가 관건이다. 동시다발적으로 가속기 설치가 추진된다는 것은 로드맵이 없다는 뜻이다. 포항 가속기 수명이 10년 정도 남았는데, 그렇다면 지금 논의를 시작해야 나중에 생길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균형발전 등의 문제는 지형이나 연구여건 등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지금은 장소를 정하고 나서 무엇을 지을지를 결정하는 구조다. 완전히 거꾸로다. 김=가속기 같은 대형 연구시설 로드맵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책을 만들면 원칙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상황에 따라 수정 정도가 가해지는 것이 좋다. 그런 원칙이 없으니 문제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 최=사실 이번 논란은 국내에서 가속기를 두고 벌어진 첫 사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충분히 의논하고 룰을 만든다면 다음 대형 사업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③ 가속기 활용방안 염=운영 인력, 운영 노하우 등도 문제다. 과연 만들면 끝인가. 결국 활용의 문제인데, 충분히 활용이 가능할까. 최=별 생각이 없다면 활용도 어렵다. 일본의 한 지역에서 가속기를 설치했지만 비슷한 가속기가 많아 결국 고철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가속기를 만들 때는 특화가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 중이온가속기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연구를 목표로 설계하고 있다. 이는 해외 과학자들을 불러 모으는 데도 중요한 포인트다. 김=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구축과 인력 양성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우리는 포항 가속기를 통해 상당 수준의 운영 능력과 시설 유지보수 능력을 갖췄다. 결국 운영자와 연구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속기 투자가 과하다지만 실제로 가 보면 숙소조차 없다. 이런 세세한 문제까지 다 해결해야 장기적으로 성공이 가능하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LG 55인치 올레드TV 첫 공개

    LG 55인치 올레드TV 첫 공개

    LG전자가 양산형 55인치 올레드TV를 유럽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LG전자는 23일(현지시간) 모나코 왕국에서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올레드(OLED)TV 등 2012년 신제품을 유럽 지역에 소개하는 ‘2012 유럽 TV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행사장에는 지난해 F1™ 챔피언 제바스티안 페텔, 영화 ‘연인’ ‘티벳에서의 7년’ 등을 연출한 장 자크 아노 감독 등이 참석했다. LG전자는 이번 발표회에서 양산형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1월 ‘미국소비자가전쇼(CES) 2012’에서 선보인 55인치 올레드TV(55EM9600)를 유럽 지역에 공개했다. 이 제품은 유력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시넷’의 ‘베스트 오브 CES 및’ ‘베스트 오브 쇼’에 선정됐고 최근 대한민국 멀티미디어 기술대상에서 대통령상도 탔다. 올 하반기 국내, 유럽, 북미시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출시된다. LG 올레드TV는 ‘WRGB’(White, Red, Green, Blue) 방식의 OLED 기술을 적용해 4색의 픽셀로 정확하면서도 깊은 색상을 재현하고 시야각도 넓다. 무한대의 명암비 구현, 빠른 응답 속도로 잔상 없는 화면과 초슬림·초경량 디자인 등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LG전자는 2009년 RGB 방식을 적용한 15인치 올레드TV를 출시했으나 이후 WRGB 방식 대형 올레드TV 개발에 집중해왔다. WRGB 방식은 상대적으로 발열이 낮을 뿐만 아니라 생산 효율성도 높고 흰색을 직접 구현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 및 제품 수명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여대생 성폭행 미수범 검거 도운 ‘용감한 시민’ 임병이씨

    여대생 성폭행 미수범 검거 도운 ‘용감한 시민’ 임병이씨

    “남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것이 상식 아니겠습니까.” 지난 18일 새벽 4시 50분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인근에서 혼자 귀가하는 여대생 A(25)씨를 성폭행하려던 범인을 1시간 30분이나 추적해 경찰이 검거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임병이(35)씨.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임씨는 사건 당일 새벽 한 여성의 다급한 비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창밖을 내다보니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한 여성을 넘어뜨린 채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처음엔 연인 사이인 줄 알고 여자가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는 임씨는 이후 “피해 여성이 반항하는 과정에서 ‘살려주세요’라고 하는 다급한 외침을 듣고 범죄 현장임을 직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씨가 옷을 챙겨 입고 나가는 동안 피해 여성은 가까스로 몸을 피해 달아났지만 20m도 가지 못해 또다시 범인에게 붙잡혔다. 그때 인근을 지나던 또 다른 남성이 지르는 소리에 범죄 현장을 발각당한 범인이 도주하기 시작했고 임씨는 112 신고와 더불어 자신의 승용차로 뒤쫓기 시작했다. 이후 인근 아파트까지 범인을 추적해 간 임씨는 출동한 경찰과 전화통화를 계속하며 범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임씨가 범인의 인상착의를 알고 있던 터라 경찰의 수색도 원활했다. 인근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까지 목격한 임씨는 경찰과 함께 해당 아파트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고 경찰은 친구의 아파트에 숨어 있던 하모(23)씨를 범행 1시간 30분 만에 붙잡았다. 경찰에 붙잡힌 하씨는 2년 전과 지난달에도 성폭행을 저지른 전과가 있었다. 임씨의 제보와 추적으로 성폭행을 막고 미제 사건까지 해결하게 된 것이다. 임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이웃에 사는 사람이라 도와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23일 성남수정경찰서 치안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고 신고한 임씨에게 200만원의 신고포상금과 감사장을 전달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제23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2인 인터뷰

    제23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2인 인터뷰

    23회를 맞은 2012년 김달진문학상은 40대 시인과 평론가에게 돌아갔다. ‘김달진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서울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김달진 문학상 시 부문에 장석남(47·한양여대 교수)의 시집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가, 평론 부문에는 이경수(44· 중앙대 교수)의 ‘춤추는 그림자’가 각각 수상작으로 뽑혔다. 100세를 살아간다는 21세기에 청춘의 나이인 40대에 가볍지 않고 묵직한 걸음으로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들을 만나봤다. 김달진 문학상은 시인이며 한학자였던 월하(月下) 김달진(1907~1989)을 기리고자 1990년 제정된 문학상으로, 시사랑문화인협의회(회장 최동호 고려대 교수)가 주최하고, 창원시와 서울신문사가 후원한다. 인간의 고유한 얼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둔 정신주의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시인과 평론가를 선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김달진문학상 수상 축하 시낭송회는 역대 수상자들이 함께 모여 6월 5일 오후 6시 고려대 백주년 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시 부문 수상 장석남 교수 어려운 시대 서정시 더 필요 균형 이루는 삶 자세로 詩 써 “시인은 끊임없이 자신과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반성하는 사람이다.” 제23회 김달진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인 장석남(47) 한양여대 교수는 22일 자신에 대해 그렇게 소개했다. 이어 “사회적 위치에서, 우주적 위치에서, 자연의 위치에서도 과연 잘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갖는 사람이고, 그 의문을 한시도 놓지 않고 지켜보면서 의문의 풍경을 시로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치 화두를 들고 평생을 정진하는 승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시인 오세영이 심사평에서 “다수의 시류가 아니라 소수의 개성 혹은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평가할 만했다. 장석남은 김달진문학상 수상 이전에 김수영문학상(1992)과 현대문학상(1999), 미당문학상(2010)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이 그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는 “앞의 문학상들은 어둠침침한 회랑에 있는데 밝고 화창한 날이 찾아온 것처럼 시인으로서 고비를 넘길 수 있게 하는 힘이 됐다.”면서 “그러나 김달진문학상은 조용히 다가와서 어깨를 툭 치며 눈을 끔쩍끔쩍하는 듯한 격려로 이전과 아주 다르게 그윽하고 편안한 기분이다.”고 했다. 그는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일생을 숨어살면서 자족하고, 부귀나 명예 등 욕망을 좇지 않았던 월하 선생의 치열했을 삶을 동경해왔다.”고 했다. 특히 김달진의 ‘산거일기’는 머리맡의 솔바람소리 같았다. ‘산거’라는 연작시가 나온 배경이다. 자신이 쓰는 시와 선생의 삶과 문학이 비슷해서 이번 수상이 아주 편안하고 기분 좋다는 것이다. 그는 “시가 세속적 욕망을 표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욕망을 이길 수는 없지만 욕망을 들여다보면서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으로 쓰는 것”이라고 했다. 전업작가에서 교수가 된 지는 7년이 됐다. 모순덩어리 교육은 대학교라고 해서 없지 않아 갈등이 존재한단다. 그는 연간 10편의 마음에 드는 시를 쓴다고 했다. 시 관련 잡지도 많고 덕분에 청탁이 많은데, 계속 거절하면 잘난 척한다고 하니 작품을 안 쓸 수도 없단다. 연간 10편이면 50~60편의 시가 들어가는 시집은 5~6년만에 나오게 된다. 장석남의 생각으론 그런 간격이 정직한 시집들이 나오는 주기다.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에 살면서 서정시를 쓰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서정적이지 않은, 어려운 시대일수록 서정시가 더 필요하다. 속도 때문에 치어서 죽고, 병 걸려서 죽고 하는데, 왜 그런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더 절실하게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평론 부문 수상 이경수 교수 비평적 거리·균형감각 유지 덜 말하며 효과적 쓰기 모색 “2~3년 전에 나왔어야 할 평론집 ‘춤추는 그림자’가 올해 나와서, 제때 이별하지 못한 연인을 보듯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수상까지 하고 나니 마음이 더 복잡하다.” 제23회 김달진문학상 평론부문 수상자 이경수(44) 중앙대 교수는 21일 수상소감으로 기쁨을 표현하지 않았다. 시원하지도, 즐겁지도 않다. 시종 차분하고 망설이는 어투가 그를 싸고돌았다. 문학평론은 ‘문학을 위한 이타적인 글쓰기’인데, 문학이 힘을 잃고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고, 그에 따라 문학과 독자의 매개자인 평론의 역할과 자리도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작가들이 ‘콘서트’란 형식으로 독자들과 직접 만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문학평론가는 할 일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 교수는 “문학비평을 통해 세상하고 소통해나갔던 나로서는 이 시대 문학비평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떻게 글쓰기를 해가야 할지 더욱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미혼의 여성으로, 대한민국에서 버티고 살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그간 그의 평론은 여성으로서의 내 자리는 어디인지, 비평가로서 내 자리는 어디인지, 문학의 자리인가 어디인지를 찾아가면서 써내려간 평론들이라고 했다.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는 심사평에서 “이경수의 비평은 무겁고 둔중하다. 수사적 현란함을 펼치는 최근의 비평 경향과 거리가 있고, 문학과 삶과 사회라는 세 꼭짓점이 갖는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런 평가가 꼭 맞는 것 같다. 그는 “권력의 자장에 포섭되는 순간 개개의 목소리는 힘을 잃어버린다는 생각에 비평적 거리와 균형적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면서 “어디에도 매이거나 포섭되지 않는 외로움의 자리를 지키고 견디며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2008년 암수술을 하고 투병을 하면서 연간 최대 34편까지 쓰던 평론을 뚝 끊었었다. 1999년 등단한 이후로 10여 년 열정적으로, 의욕적으로 써내려갔던 평론이었다. 문단에서 성실하다고 평가받은 것은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열망 탓이었다. 그래서 병이 나았나 하는 생각도 한단다. 지난해부터 몸을 추스르며 다시 평론가로 돌아온 그는, 덜 말하면서 효과적인 글쓰기의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평론에 ‘가난하고 외롭고 낮고 쓸쓸한’이라고 붙였다. 이것은 백석의 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서 따온 것으로, 시는 ‘높은 자리’이지만, 평론은 소외된 ‘낮은 자리’에 있기를 희망하며 붙인 것이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에 문학이 힘을 잃고 있지만, 문학과 문학비평이 자본주의적 폐해를 일부 씻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칸이 여덟 번 부른 남자 그래도 별 느낌없다는 남자… 그는, 홍상수다

    칸이 여덟 번 부른 남자 그래도 별 느낌없다는 남자… 그는, 홍상수다

    우연적 만남이 빚어내는 관계의 변주. 반복되는 듯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의 디테일. 명징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기보다는 툭툭 일상의 단편을 던진다.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맞다. 홍상수 영화다.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된 ‘다른 나라에서´(31일 개봉) 역시 기이하고도 매혹적인 홍상수 식 화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보증을 잘못 선 어머니와 함께 모항이란 해변마을로 잠적한 영화과 학생(정유미)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는 안느(이사벨 위페르)란 이름을 가진 3명의 여인이 나오는 시나리오를 쓴다. 첫 번째 안느(사진 위)는 잘나가는 영화감독인데 한국인 부부(권해효·문소리)와 함께 여행을 온다. 두 번째 안느(아래)는 남편이 해외출장을 간 틈을 타 연인관계인 영화감독(문성근)과 모항에서 접선한다. 세 번째 안느는 한국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기고서 지인인 민속학 교수(윤여정)와 모항에 온 이혼녀다. 각각 에피소드는 별개로 존재한다. 그런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인물과 소품들은 다른 에피소드 속 상황과 묘하게 얽혀 들어간다. 칸 출국을 이틀 앞둔 홍 감독을 지난 11일 만났다. →칸영화제 경쟁부문만 해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이후 벌써 세번째인데. -고생한 배우들한테는 좋은 자리가 될 거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칸 영화제 측에서 경쟁부문이라고 이름 붙였을 뿐이지 내가 영화를 만들 때 다른 작품들과 경쟁하려고 만든 건 아니니까(특별한 소감이나 기대는 없다)…. 다만 내 영화를 보고, 느끼는 부분이 사람마다 다를 텐데 그 반응을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란 점은 좋다. #글쎄 왜 칸이 날 좋아하는지 안 궁금해 →13편의 연출작 중 8편이 칸에 초대받았다. 왜 칸은 홍상수를 선호할까.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알 길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장소(전북 부안군 모항)를 먼저 정했다. 영화를 찍을 만한 곳인지 여행 겸해서 2011년 초 1박 2일로 갔다. 아담하고 좋더라. 어떤 영화를 찍을지는 모르지만 그해 7월쯤 찍기로 했다. 그러다 그해 5월쯤 이사벨 위페르가 사진전을 위해 서울에 왔다. 인터뷰를 보니 한국 감독 중 나와 다른 누군가와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더라. 전에 파리에서 두번쯤 만나 안면은 있었다. 그래서 점심을 같이했다. ‘7월에 뭔가 찍을 건데, 뭔지는 모르는데 혹시 관심있느냐.’고 물었다. 더 묻지도 않고 하겠다더라. 그 친구를 주인공으로 정해놓고, 할 수 있는 얘기가 뭘까 생각했다. (한국 사람이) 외국인과 만날 때 수줍음과 과잉 친절을 떠올렸다. →촬영 당일 아침에 쓴 ‘쪽대본’을 주는 걸로 유명한데. -‘하하하’(2009)까지는 그래도 트리트먼트(시놉시스를 발전시킨 형태. 그림 없는 콘티의 개념)가 있었다. 전체의 30~40% 정도의 디테일은 있었다. 그런데 ‘옥희의 영화’(2010)부터 미리 알고 시작하는 부분이 확 줄어들고 있다. #아침마다 쪽대본 쓰는 게 적성 맞아 →점점 즉흥 작업을 선호한다는 얘기인데. -주어진 시간이나 준비가 없으니까 다른 머리를 쓰게 되고 현장에 더 집중한다. 그러면 튀어나오는 게 달라진다. 이번에도 촬영 2~3주 전 이사벨에게 1인 3역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스쳐가는 생각들을 메모해 놓고, 하루 분량을 찍고, 촬영한 분량을 생각하며 잠든다. 아침에 집중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식이다. →당일 시나리오를 써서 완성한 영화가 처음 구상과 얼마나 비슷한가. -처음 구상이란 게 별 게 없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만날 때 표피적이고 상투적으로 반복되는 양상들이 있다. 직감적으로 이걸 하면 되겠다 싶은 거다. 내가 조각가라고 치자. 어딜 갔다가 큰 돌을 봤다. 그 안에서 언뜻 형상이 보여 스튜디오로 갖고 온다. 깎아 들어가다 보면 돌 안에도 숨겨진 색도 있고 엉뚱한 결도 드러난다. 그러면 얼굴을 조각하려던 부분에 다른 형상을 새길 수도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날의 날씨, 촬영하는 동네 상황. 배우의 인품 같은 게 모두 결이 된다. 새로운 결이 튀어나올 때 판단하고 반응을 한 게 모여 영화가 된다. 뚜렷한 메시지나 주제의식이 있는 영화는 10명이 보면 다 비슷비슷한 반응이다. 하지만 (내 영화처럼) 이렇게 만들어진 경우에는 사람마다 다르게 보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게 그런 거다. →충무로에선 보기 드문 방식인데. -특별할 건 없다. 작곡가, 화가, 소설가들이 다 이런 방식이다. 전체를 다 구상해 놓고 소설을 쓰거나 작곡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드물다. 매번 일어나는 반응과 결정들이 반복되는 건데 기질에 맞는다면 좋은 방법이다. 나에게는 잘 맞는다. →당신의 영화 속 남성 캐릭터는 주로 교수나 시인, 영화감독들인데 십중팔구 위선적이고 찌질하다. 왜 그런가. -그 사람이 다룰 수 있는 인간형, 타입이란 게 정해져 있다. 그걸 평생 반복하는 거다. 평생 소시민들만 다루는 감독들도 있지 않나. 내가 뜬금없이 장르영화 감독처럼 대통령이나 공군조종사를 캐릭터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나야 찌질한 캐릭터 평생 다룰 수밖에 →초기 작품과 비교하면 갈수록 경쾌해진다. -첫 작품을 35살에 찍었고, 지금 52살이다. 사람이 겪는 게 있으니까 영화적 표현도 계속 옮겨가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고 내 변화에 대해 정리하고,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해봐야 소용도 없다. 말이란 게 구속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경계하는 편이다. →왜 좀 더 명료하고 익숙한 영화를 찍지 않나. -나에게 영화란 귀한 기회이고 발견의 장이다. 하루, 하루의 삶이 단순하지가 않다. 복잡하다. 모순되고. 설명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결 안 되는 일들도 많다. 그런 느낌들은 영화를 지금처럼 만들 때 더 근사치로 표현된다. 영화로 삶에 대한 해답을 내놓고자 하는 게 아니다. 삶의 복잡함을 비슷하게 구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런 영화를 스크린 앞에서 공유하는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만여명 하나 되어 ‘달리는 기쁨’ 나눴다

    1만여명 하나 되어 ‘달리는 기쁨’ 나눴다

    일제히 “와” 하는 함성을 지르며 1만여명이 출발선을 나섰다. 20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 모인 1만여명은 출발을 알리는 폭죽과 함께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내달았다. 아빠의 손을 꼭 잡은 초등학생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 연인, 노인 등 모두 달리는 기쁨 자체를 즐겼다. 제11회 2012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가 이날 오전 월드컵공원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하프 코스(21.0975㎞), 10㎞, 5㎞ 등 3개 부문에서 실력을 겨뤘다. ●1번 참가자는 초등 4학년 김정한군 대회 시작 30분 전 참가자들은 사회를 맡은 개그맨 배동성씨의 “자, 몸을 풀어주세요. 하나, 둘, 셋, 넷” 하는 유쾌한 목소리에 맞춰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서로 팔을 맞잡고 허리를 숙여 몸을 푸는 부부부터 어린이들까지 열심히 따라했다.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은 곳곳에서 별도로 응원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대회 1번 참가자는 초등학교 4학년 김정한(9)군이었다. 아들에 이어 3번째로 등록된 아버지 종식(47)씨는 “지난해까지는 혼자 참가했지만 올해는 가족과 함께 뛰고 싶어 대회 공지를 보자마자 신청했다.”면서 “4년째 대회에 참가하면서 삶의 활력을 얻게 됐는데 달리는 즐거움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일고 마라톤클럽 선후배 50여명 참가 고교 선후배 50여명이 함께 참가한 신일고 마라톤클럽은 출발 전부터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완주를 다짐했다. 이 대회에 6번째 참가했다는 김해만(58)·한동표(58)·허일배(58)씨는 “동기들끼리 대회에 참가하니까 서로 의지할 수 있어 든든하다.”면서 “앞으로도 오래오래 서로 인생의 버팀목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3년 연속 단체로 참가한 신한카드 마라톤 동호회(대표 손호규·39)는 올해도 130명이 완주, 대회 최다 인원 참가상을 수상했다. 동호회 대표 손씨는 “첫 출전 회원도 있었는데 부상 없이 대회를 마쳐 기쁘다.”면서 “1년 동안 열심히 연습해 다음 대회 때에는 순위권 선수를 배출하겠다.”며 내년 대회를 기약했다. 마라톤 애호가로서 17번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 기록을 보유한 김이수 사법연수원장도 사법연수원 연수생 및 직원들과 함께 하프 코스를 뛰었다. 25도의 다소 더운 날씨였지만 결승선을 들어오는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만족한 표정이었다. 하프코스 남자부 4등을 차지한 이한민(24)씨는 “학교 다닐 때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올해 2월부터 마라톤을 시작한 뒤 일상생활에서 쉽게 포기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스스로를 다잡아 줄 수 있게 해준 운동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글 신진호·명희진기자 sayho@seoul.co.kr 사진 손형준·박지환기자 boltagoo@seoul.co.kr
  • 구카이라이 연인 또 있었다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 서기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에게 또 다른 외국인 연인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이터는 구카이라이의 영국 내 사업과 아들 보과과(薄瓜瓜·24)의 영국 유학 등을 통해 보시라이 집안과 10년 넘게 알고 지내온 영국인 사업가 길스 홀의 증언을 인용해 프랑스인 건축가 패트리크 앙리 드빌러(52)가 구카이라이와 연인 사이였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카이라이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와 드빌러를 모두 알고 있다는 홀은 “드빌러는 레스토랑에서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는 등 헤이우드보다 훨씬 가까워 보였다.”면서 “둘은 틀림없는 연인 사이였다.”고 말했다. 드빌러는 보시라이의 가신 그룹 12명 중 한 명으로 알려졌지만 구카이라이와의 사적인 관계에 대한 의혹은 처음 제기된 만큼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보시라이 스캔들의 배후를 밝혀 줄 핵심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드빌러는 1990년대 중국 다롄(大連)에 머물면서 보시라이 집안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중국 회사가 건축 설계 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중국인 아내를 통해 당시 시장이던 보시라이에게 탄원서를 제출했고, 보시라이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면서 친분을 쌓았다. 드빌러는 2000년 아내를 남겨 두고 프랑스로 돌아갔고, 3년 후 이혼했다. 드빌러의 전 부인 구안제는 “전 남편은 정직하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타입이라서 보시라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혼 후 전 남편과 연락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드빌러는 중국을 떠나던 해에 구카이라이와 영국에 합작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양지 본머스에 설립한 이 회사의 사업 목적은 뚜렷하지 않았으며 2003년 폐업했다. 당시 두 사람의 거주지는 모두 이곳으로 기록돼 있었다. 현재 드빌러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변호인을 통해 인터뷰 거부 의사를 밝혔을 뿐 가족조차 그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홀은 드빌러가 평소 구카이라이의 유럽 사업 해결사를 자처했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칸 영화제 16일 개막… ‘황금종려상’ 누가 품을까

    칸 영화제 16일 개막… ‘황금종려상’ 누가 품을까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칸은 영화인에겐 로망이다. 부침을 겪은 경쟁자(베를린·베니스영화제)들과 달리 변함없는 권위를 뽐내는 칸 국제영화제가 16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22편의 경쟁 부문 초청작을 훑다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품은 감독만 해도 아바스 키아로스타미(1997년 ‘체리향기’)와 켄 로치(2006년 ‘보리밭에 부는 바람’), 미카엘 하네케(2009년 ‘하얀 리본’), 크리스티안 문주(2007년 ‘4개월, 3주, 그리고 2일’) 등 네 명이다. 게다가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도 경쟁 부문에 나서 충무로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쟁 부문 주요 작품을 살펴봤다. 현장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노장들의 새 작품이 우선 눈에 띈다. 2009년 칸영화제 평생공로상을 받은 프랑스의 알렝 레네(90)가 첫손에 꼽힌다. 1960년대 프랑스 영화의 부활을 알린 ‘누벨바그’의 상징 레네는 ‘당신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로 3년 만에 경쟁 부문에 돌아왔다. 프랑스 희곡작가 장 아누이의 1941년 작 ‘에우리디케’가 원작이다. 평생 사회적 약자와 계급문제에 천착해 온 로치(76)는 ‘에인절스 셰어’를 내놓았다. 가정폭력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글래스고의 한 청소년 이야기를 달콤씁쓸한 코미디로 풀어낸다. 이란에서 영화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느껴 온 키아로스타미(72)는 일본에서 찍은 ‘사랑에 빠진 누군가처럼’을 들고 온다. 원로배우 오쿠노 다다시를 비롯해 다카나시 린, 가세 료가 출연했다. 도쿄에서 만난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기묘한 사랑을 그렸다. 관객의 관습적인 기대를 항상 배신하는 하네케(70)는 ‘아무르’로 경쟁 부문을 두드린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80대 노부부가 어느 날 외부의 위협에 의해 유대와 사랑을 위협받는 상황을 포착했다. 평단과 관객이 사랑하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69·캐나다)의 ‘코스모폴리스’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뉴욕의 젊은 자산관리사가 강박증에 빠져 보내는 24시간을 그린 영화로 주인공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꽃미남 흡혈귀 로버트 패틴슨이다. 모처럼 칸 나들이에 나선 얼굴도 눈에 띈다.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프랑스의 레오 카락스는 ‘폴라 X’(1999) 이후 13년 만에 ‘홀리 모터스’로 레드카펫을 밟는다. 오랜 친구이자 페르소나인 드니 라방과 함께한다. 1997년 ‘중앙역’으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브라질의 월터 살레스 감독은 ‘온 더 로드’로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트와일라잇’의 헤로인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비롯해 에이미 애덤스, 커스틴 던스트, 비고 모르텐슨 등을 캐스팅한 화제작이다. ‘예언자’(2010)로 2009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재와 뼈’, 칸이 발굴한 루마니아 영화의 자존심 문주 감독의 ‘비욘드 더 힐스’도 두고 볼 만하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6)의 콤비 앤드루 도미닉 감독과 브래드 피트가 재결합한 ‘킬링 뎀 소프틀리’도 복병이다. 지난해 경쟁 부문에 한국영화가 한 편도 진출하지 못한 것과 달리 올해는 칸과 각별한 인연의 두 감독이 레드카펫을 밟는다. 칸에서 감독상(2002년 ‘취화선’ 임권택 감독), 심사위원대상(2004년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과 여우주연상(2007년 ‘밀양’ 전도연), 심사위원상(2009년 ‘박쥐’ 박찬욱 감독), 각본상(2010년 ‘시’ 이창독 감독),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2010년 ‘하하하’ 홍상수 감독)에 이어 한국영화인이 대망의 황금종려상을 품을지 기대하는 까닭이다. 홍 감독이 칸에 초대된 건 ‘강원도의 힘’(1998), ‘오! 수정’(2000),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하하하’(2010), ‘북촌방향’(2011)에 이어 여덟 번째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13편이란 점을 감안하면 칸의 각별한 애정을 짐작할 만하다. 경쟁 부문 진출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에 이어 세 번째. 한국 감독으로는 최다이다. 2001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자벨 위페르가 1인 3역을 맡은 것으로 화제를 모은 ‘다른 나라에서’는 한 해변마을에 여름휴가를 온 3명의 안느(위페르)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임 감독도 칸이 낯설지 않다. 200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그때 그 사람들’로 감독주간에 초청된 게 첫 인연. 2010년에는 김기영 감독의 고전을 재해석한 ‘하녀’로 경쟁 부문에 올랐다. ‘돈의 맛’은 여러모로 ‘하녀’를 떠오르게 한다. 재벌가의 딸 백금옥(윤여정)은 돈 때문에 자신과 결혼한 윤 회장(백윤식)이 필리핀 하녀와 바람난 것을 알게 된다. 백금옥은 집사 격인 주영작(김강우)과 뜨거운 관계를 맺고, 그의 딸 윤나미(김효진)도 주영작을 탐한다. 재벌가의 치정과 위선, 돈을 둘러싼 음모가 난무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조계종 승려 도박 ‘광클’ 조현오 발언 후회 ‘시끌’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조계종 승려 도박 ‘광클’ 조현오 발언 후회 ‘시끌’

    석가탄신일을 코앞에 두고 터져나온 스님 억대 도박 사건이 누리꾼의 클릭을 가장 많이 유도한 한주였다. 성호 스님은 지난 9일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 등 8명이 지난 4월 23~24일 전남 장성의 호텔에서 도박판을 벌였다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과 몰래카메라 동영상을 제출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집행부 부·실장 6명이 총사퇴하고 11일에는 총무원장 명의의 대국민사과도 발표됐다. 두 번째로 많은 검색을 끌어낸 키워드는 조현오 후회다. 지난 9일 조 전 경찰청장은 7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고인과 유족에게 많은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3위는 운전 중 DMB 시청 처벌 소식이다. 지난 7일 경찰청은 ‘금지’로만 규정돼 단속하지 못했던 운전 중 DMB 시청행위의 처벌 방안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량이 움직일 때에는 내비게이션 영상 송출을 제한하는 기능을 의무적으로 넣도록 할 방침이다. 112 거짓 신고가 뒤를 이었다. 경찰은 112 거짓 신고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대신 구류를 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 시민이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검은색 승용차에 가뒀다.”고 허위 신고를 해 50여명의 경찰이 긴급 출동해 차량을 수색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진 데 따른 것. 5위는 고영욱 혐의 인정이 차지했다. 가수 고영욱은 지난 9일 경찰조사에서 미성년자인 피해자 A양과의 성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영욱은 연예인을 시켜 주겠다면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A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연인관계로 합의하에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 발표도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7위는 오바마 동성결혼 지지였다. 지난 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최근 논란이 된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오는 11월 대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솔로몬과 미래, 한국, 한주 등 네 곳의 저축은행 퇴출 소식이 8위에 올랐다. 9위는 지난 11일 93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여수 엑스포 개막식이다. 10위는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의 중심에 선 통합진보당 이정희(공동대표) 사표 소식이다. 12일 중앙위원회 개막에 앞서 이정희 공동대표는 물론 심상정·유시민·조준호 공동대표가 일괄사퇴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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