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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국방부 문민화의 선결조건/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고려 인종 때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이 연회장에서 정중부의 턱수염을 고의로 태운 적이 있었다.당시 문신들의 무신들에 대한 업신여김을 짐작하고도 남는다.이러한 문무(文武) 반목의 와중에서 장군 정중부는 결국 의종 24년 문신들을 도륙하는 난을 일으켰다.무신정권 100년 시대가 열렸던 것이다. 최근 육군참모총장이 간부회의 석상에서 정중부의 난을 언급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있었다.이를 둘러싸고 ‘사실’과 ‘음모’의 얘기가 나돌고 있다.현재로선 무엇이 진실인지 모른다.다만 참여정부의 문민화에 대한 군내 일각의 거부감이 와전되면서 확대해석되지 않았는가 추정된다. 국방부의 명쾌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러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에 의해 ‘쿠데타론’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진솔한 입장표명만이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쿠데타는 결코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일어날 수도 없다.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가 넘는 나라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난 적도 거의 없지만,비록 일어났다고 해도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의 교훈이다. 작금 우리 군은 외롭다.남북한 사이의 화해·협력 분위기 아래 군의 위상과 역할이 도전받고 있다.전쟁과 평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가치혼란이 이를 부추긴다.동족 사이에 다시금 전쟁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평화와 전쟁은 상대적이다.평화를 지킬 능력이 없으면 전쟁이다.또한 전쟁을 막지 못하면 평화를 얻을 수 없다.우리 사회에서 전전(戰前) 세대가 전쟁의 참혹상을 잊지 않고 있다면,전후 세대는 평화의 이상향을 추구하고 있다.국가안보의 전문집단으로서 군이 힘든 이유다. 한국의 민주화 경험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직업주의’에 의존하기보다 ‘연고주의’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는 특징을 보여준다.‘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 모두 정권의 이해를 위해 군부를 자신의 수하에 두려 했다.문민통제의 수단은 주로 출신배경과 지역연고에 의해 군지도부를 특정 장교집단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김영삼정권 시절의 ‘부산·경상 인맥’이나 김대중정권 시절의 ‘목포·광주 인맥’이 그것이다.이렇듯이 군을 정치지도자 개인의 사적 관계에 의해 통제함으로써 장교집단 내부의 위화감이 조성되었고,종국적으로 군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제대로 서기 어려웠다. 그러나 군의 자율화와 전문화가 빠진 문민통제는 가식적이다.미루어 짐작컨대,최근 군부 안의 불만이나 저항은 제도화 없는 문민통제에 기인한다.민주주의 나라에서 문민통제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민간집단이 군부집단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 이 점에서 참여정부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군의 전문성을 손상하는 행동이 없었는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또 군 스스로 자율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충실히 해왔는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방부 문민화는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2006년이면 국방부에서 장군 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그러나 과연 이를 실현할 만큼 민간전문가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첫째,국방·안보 분야에서 전략 수립,군수 관리,인사 운영을 주도적으로 담당할 민간전문가를 키워야 한다.현재로선 국방부 문민화는 퇴역 장성들의 은퇴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최소한 인사문제는 군의 평가와 판단에 맡겨줘야 한다.정치적 고려에 의해 진급과 보직이 결정되는 한 군의 자율성은 신장되기 어렵다.국방부 문민화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 우유값 10~15% 오른다

    우유값이 줄줄이 인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유업체인 서울우유가 지난 1일 우유의 소비자가격을 평균 13% 올린 데 이어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빙그레 등 다른 유업체들도 추석연휴를 전후해 우유값을 10∼15% 인상할 예정이다. 매일유업은 유업체에 원유를 납품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지난 13일 원유의 납품가격을 13%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추석연휴 직전 또는 다음달 1일부터 비슷한 폭의 소비자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남양유업도 다음달 1일 주요 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을 10∼15% 인상할 계획이다.이들 유업체는 서울우유와 마찬가지로 낙농진흥회에 소속되지 않은 낙농가(비중 70%)의 원유 납품가격은 이미 10% 안팎으로 올린 상태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40년만에 장서 500만권 돌파”

    “지구를 한 바퀴 돌고도 남을 분량이지요.짧은 역사지만 이제야 세계 10위권대의 도서관 선진국으로 거듭 태어나게 됐습니다.” 15일 장서 500만권 돌파 기념행사를 앞두고 임병수(53)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이 밝힌 소감이다. 국립중앙도서관 하면 얼핏 ‘어디에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지난 98년 남산에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사해 기획예산처 바로 옆에 자리잡았다.지난 주말 이 도서관 열람실은 내방객으로 북적댔다.놀랍게도 하루 평균 3200명,주말에는 8000여명이 이용한다. 임 관장은 “장서 500만권 돌파는 일천한 우리나라 도서관 역사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니겠느냐.”고 하면서 “내방객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열람객은 하루 1만명을 족히 넘는다.”고 했다.장서 500만권 중에는 일본서 22만권,중국서 3만 6000권,서양서 43만 5000권,고서 25만 7000권,각종 논문 120만편,조선시대 왕실 가계 등 족보 25만권….‘동국이상국집’ ‘석보상절’ 등의 희귀 고문헌,중앙도서관 최초 등록자료인 ‘해방전후의 조선진상’,이밖에 국보·보물급 자료 등 사실상 없는 것이 없다는 게 임 관장의 설명이다. 이들 장서는 1964년 납본제도가 시행되면서 수집됐다.물론 매년 25억원의 예산으로 외국서적과 학계에서 필요로 하는 자료 등을 구입하기도 한다. 충북 영동 출신인 그는 성균관대 신방과를 나와 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장,LA 주재 총영사관 영사 겸 문화홍보원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 93년 5월 도서관장으로 부임했다.15일 행사에는 전국 도서관 관계자들을 초청한다.또 희귀자료 100여종의 전시를 열며 저녁에는 금난새씨의 지휘로 기념음악회도 열린다.문의 02-590-0632. 김문기자 km@seoul.co.kr
  • 盧대통령 아셈회의 참석 새달 7~12일 베트남방문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 달 7∼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5차 아시아·유럽정상(아셈)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밝혔다.노 대통령은 아셈회의 참석을 전후해 다음 달 4∼6일 인도를,다음 달 9∼12일 베트남을 각각 국빈방문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아셈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에게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지지를 당부하고 테러 척결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분야에서 국제공조를 강조할 방침이다.노 대통령은 회원국들과 아셈회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 협력사업을 제안하는 한편 유럽연합(EU) 및 독일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아셈회의는 EU의 10개 신규 회원국과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 모두 13개국의 가입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아셈회의에 이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20∼21일·칠레),‘아세안+3’ 정상회의(11월29∼30일·라오스)에 참석할 예정이다.다자정상회의 참석을 전후해 브라질·아르헨티나·영국·프랑스·폴란드 등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달 러시아 방문을 비롯,연말까지 방문국 수는 모두 11개국에 달한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청와대, 양비서관 ‘행사비요청 전화’ 추가조사

    청와대는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정부 주최의 ‘디지털방송 선포식’ 행사와 관련,가전업체의 행사비용 부담을 요청하는 전화를 건 데 대해 추가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전업체가 행사비용을 부담하지 않기로 결론이 난 며칠 뒤에 양 비서관이 업체에 전화를 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9일 “민정수석실은 양 비서관의 전화 건이 밝혀진 지난 7일 1차적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당시에 파악했던 내용과 다른 부분이 나오고 있어 다시 알아보고 있다.”면서 “(공직자윤리규정을 어겼는지 여부 등에 대해) 이번 주말쯤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가전업체가 행사비용을 분담하지 않기로 한 것은 지난달 20일 전후이고,양 비서관이 전화를 한 시점은 25일이었고 실제 통화는 26일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시간 차이가 나는 것은 업체로부터 통보를 받고 검토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추가 관심을 보였는지에 대해 “없었다.”면서 “대변인실은 아침마다 현안을 보고하는 차원에서 (양 비서관과 관련된)언론보도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를 올렸다.”고 말했다. 박정현 구혜영기자 jhpark@seoul.co.kr
  • 지방 새아파트 절반도 안찬다

    지방 새아파트 절반도 안찬다

    올 봄 이후 수도권 전셋값 폭락의 원인이 됐던 ‘입주대란’이 부산,대구,대전 등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3년전에 시세차익을 노리고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활용,아파트에 청약했던 투자자들이 잔금 부족 등으로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 대도시의 입주대란은 다음달 이후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부산의 경우 연말까지의 입주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실정이다.입주대란의 여파로 지방 대도시에서는 가수요 뿐 아니라 실수요까지 사라지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대형 주택업체들이 지난 몇년간 집중적으로 아파트를 분양했다.물론 투자자들은 서울·수도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 후불제 등을 활용해 청약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부산시 북구 화명동 대림쌍용아파트 입주율이 48% 수준에 머물고 있다.이에 앞서 6월 입주를 시작한 사하구 하단동 SK뷰는 처음 한달간 입주율이 40%에 불과했다.3개월이 지난 현재도 입주율은 70%선이다.대구도 마찬가지다.황금동 태왕아파트는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율이 50%에 지나지 않는다.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만 해도 높은 청약열기를 보였다. 고속철 개통,행정수도 이전 등으로 각광을 받는 충청권도 입주율이 저조하다.천안 불당지구의 입주율은 30%에 그치고 있다.안서동 부경파크빌은 입주를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입주율이 30%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문제는 다음달 이후 입주대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2002년을 전후해 분양했던 아파트들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부산시의 경우 연말까지 입주물량은 1만 7274가구나 된다.2003년 한해동안의 입주물량(1만 7436가구)과 맞먹는다.지난해 같은 기간(5841가구)에 비해서는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집이 팔리지 않는 실수요자가 늘어나는 것도 입주대란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주대란이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구매욕구를 사라지게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서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더라도 실수요가 살아날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게다가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해제보다 전매제한만 한차례 정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매제한은 분양권 거래를 허용하는 것으로,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를 위한 측면이 강하다.그런 만큼 분양권 전매제한을 부분적으로 풀 경우 반짝 가수요는 있겠지만 실수요는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독일영화 ‘베른의 기적’ 10일 개봉

    ‘베른의 기적’(The Miracle of Bern·10일 개봉)은 1954년 독일 축구대표팀이 우승한 스위스 베른 월드컵을 배경으로 한 독일영화다.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 축구를 매개로 화해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점에서 가족형 휴먼드라마이기도 하다. 2차 대전이 끝난 독일의 어느 탄광촌.열 세살 소년 마테스(루이스 클람로스)에겐 마을 출신의 축구선수 란(사스카 고펠)이 영웅 같은 존재다.어느날 11년 동안 러시아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아버지(피터 로메이어)가 돌아오면서 집안에는 균열이 생긴다.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매사를 독단으로 처리하며 가족들을 갈등과 침묵으로 내몬다. 스포츠 영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관객들은 편견을 떨쳐야 할 것 같다.이야기의 핵심이 축구장 안에 머무는 게임영화는 아니다.축구는 전후 피폐해진 독일 국민과 드라마속 가족 모두에게 유일한 희망.분열된 가족을 화해시키고 정체성을 찾게 해주는 역동적 소재로 축구가 동원됐을 뿐이다. 아들의 영웅인 란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결승전 전날,아버지는 마테스를 데리고 베른으로 떠난다.억지 감동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화의 매력은 더한다.베른행 여행길에 올라 흐뭇한 눈빛으로 무언의 대화를 섞는 부자(父子),흥분으로 격앙된 경기장 화면이 감동의 진폭을 거부감없이 키워나간다. 아쉬움이 없진 않다.아버지와 아들을 극의 구심점으로 삼은 영화는 유쾌한 곁다리 이야기들을 끼워넣어 드라마의 부피를 키우려 했다.본선까지 승승장구하는 독일 축구대표팀,월드컵 취재를 맡아 베른으로 떠나는 젊은 기자 부부 등 별개의 상황구도가 그것. 하지만 그들이 이음새 없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느낌이다.쉔케 워트만 감독.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경제플러스] 통신업계 하반기 600여명 채용

    KT와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통신업체가 추석을 전후해 모두 600여명을 채용한다.KT는 11월 말까지 신입과 경력 사원 250명을 모집하며 SK텔레콤은 9월 말부터 지난해와 비슷한 신입 및 경력사원 100여명을 각각 선발키로 했다.KTF와 LG텔레콤은 각각 50∼6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도 각각 20∼30명과 50명의 신규 인력을 하반기에 뽑는다.
  • 화폐개혁 이것이 궁금하다

    화폐개혁 이것이 궁금하다

    정치권에서 촉발된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예컨대 현재 1000원인 화폐를 1환으로 바꾸자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왜 바꿔야 하는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우리나라 화폐발행을 총괄하는 한국은행 김두경(金斗經) 발권국장을 만나 궁금증을 물어봤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화폐단위 변경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배경은. -우리나라는 현행 화폐단위가 채택된 1962년 이후 경상 GDP(국민총생산)는 2130배,소비자물가는 48배 올랐다.1만원이 처음 등장한 1973년 당시 20원이었던 버스 요금은 800원이 됐고,같은 시기 쌀 한 가마니는 1만원에서 20만원으로 뛰었다.인플레이션,경제규모 확대 등으로 거래 가격이 커짐에 따라 숫자의 자릿수가 늘어나 계산할 때 불편해진다.극단적으로 생각해서 10만원짜리 물건을 사는 데 지폐가 10장이라고 생각하면 거래할 때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각종 거시경제 규모도 이미 1000조원 단위에 이르러 조만간 ‘경’(京) 단위의 사용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화폐 단위가 변하면 국가의 위상이 왜 올라가나.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와 4자릿수의 환율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는 경제 후진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터키가 내년 1월 화폐단위를 바꾸면,OECD국가 가운데 4자릿수의 환율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남게 된다.이런 이유에서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도 환율이 1유로당 1400원인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기이한 나라’(international oddity)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선진국의 통화와 대등한 환율을 가진 후진국의 예를 들어 환율을 조정한다고 해서 대외위상이 제고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우리나라가 경제 실상과 달리 후진국으로 잘못 인식되는 문제점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고액권 발행 주장도 있는데. -경제 규모와 화폐 단위의 괴리를 지금은 10만원권 자기앞수표가 메우고 있다.1만원권의 평균 수명은 4년6개월이지만,10만권 수표는 재사용이 불가능해 평균 수명이 불과 1주일이다.더구나 취급 은행에서 5년 동안 보관하거나 마이크로 필름으로 떠서 보관해야 한다.이런 비용을 감안하면,10만원권을 찍어내는 데 드는 비용 6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이른다. 돈을 만들어내는 한국은행의 입장은 어떤가. -박승 총재는 올초 화폐단위 변경과 고액권 발행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한은은 고액권 발행,위폐 방지 및 도안혁신,액면절하(리디노미네이션) 등 화폐 선진화방안을 제시했었다.셋 중 하나를 택해도 어차피 돈을 새로 발행해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예컨대 1000원을 10환으로 변경할 때와 1환으로 할 때의 차이점은. -경제 규모의 차이점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다만,화폐단위를 기축통화인 달러에 맞추면 (1달러=1환) 국제화 시대에 맞춰 계산이 편리해진다는 장점이 있다.우리나라의 무역업자가 미국에서 125달러짜리 물건을 수입한다고 할 때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할 때 단번에 단위만 바꿔 125환으로 계산할 수 있다.유로화 역시 이런 의미에서 ‘1달러=1유로’로 맞췄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1000원=1유로’로 할 것을 제안했다. 계산의 편의성 등을 떠나 화폐단위 변경으로 인한 경제적인 실익은 있나. -기존에 도량형을 미터법으로 변경하는 것처럼 원칙적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다.화폐단위 변경으로 경제력 자체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현금자동화기기 교체,전산시스템 수정,각종 가격표시물 재인쇄 등에 따른 일시적으로 경기 부양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오는 11월 화폐 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일본의 경우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분석 결과 7561억엔(약 7조 935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여기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총 9905억엔(10조 3950억원)으로 총 10조원의 부가가치가 유발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일본의 명목 GDP의 0.2%다.우리나라는 일본의 지폐 교체 물량은 102억 2000만장으로,우리나라는 약 3분의1인 35억장 정도가 유통되고 있다.경제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할 수 없지만,어느 정도의 경제 부양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물가 상승 문제는 없다.일부에서는 ‘우수리 절상’을 염려하기도 한다.즉,1000원=1환으로 바뀔 때 900원이 0.9환이 되어야 맞지만,끝전이 안 떨어지기 때문에 편의상 1환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화폐 단위변경 실시 전후로 ‘이중가격 표시제도’를 하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현재는 1000원이지만,바뀐 다음에는 1환이 된다고 표시하면,나중에 ‘0’만 떼어내면 된다.실제로 유럽은 유로화 도입 전후로 5개월동안 ‘이중가격 표시제도’를 실시했는데,물가는 0.2%포인트만 올랐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화폐개혁론 왜 후퇴했나 정치권이 화폐개혁 논의에 불을 붙였다가 하루만에 물러섰다.왜 그랬을까.화폐개혁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필요하다면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절하)으로 할 것인지,고액권 발행으로 한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적지않은 데다,논의 시점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이 쇄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정치권과 한국은행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이다.시민단체 등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은 물론 고액권 발행에도 반대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화폐개혁의 당위성을 떠나 논의 시점이 최대의 논란거리다.“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연내 논의를 거쳐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부 정치권과 재계를 제외하면 모두 중·장기과제라는 시각이다.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한가한 타령을 할 때냐.”고 말했다.고액권 발행에 대해서도 “부자들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중산·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고 뇌물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예컨대 1000원을 1환으로 리디노미네이션 한다고 가정하면 굴비상자 2억환은 2000억원이 된다는 얘기가 아니냐.”며 “아직도 경제에서 부패척결이 중요한데,특히 고액권을 발행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측은 “29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을 각국 화폐 최고액권으로 나눈 결과,우리나라(1326)가 OECD 평균(124)의 10.7배 수준이었다.”며 “이는 1인당 국민소득을 각국 최고액권 화폐로 보관할 경우 OECD 국가는 평균 124장이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1326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같은 분석 결과에 따를 경우 우리나라의 최고액권이 현재의 10.7배인 10만 7000원 정도로 바뀌어야 하지만 화폐 유통의 편의성 등을 감안해 10만원권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화폐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해 논의 시점과는 달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가장 적극적인 곳은 정치권과 한은,재계 등이다.한은은 이해당사자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그동안 화폐개혁을 준비해 온 곳이라 정치권의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반면 재경부는 8일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이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한 일이 없으며,따라서 어떤 결론을 도출한 바도 없다.”고 한발짝 물러섰다.내심으로는 “경제 충격이 너무 크다.”며 반대다.KDI(한국개발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소 등 국책·민간연구소 역시 화폐개혁을 한다고 하면 말릴 수는 없겠지만 얼마나 실익이 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학계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각론은 또 제각각 설령 화폐개혁을 한다고 하더라도 리디노미네이션을 할 것인지,고액권 발행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리디노미네이션을 하면 고액권 발행은 저절로 해결된다.1000원을 1환으로 절하했을 경우 100환짜리 지폐를 만들면 기존의 10만원짜리와 같아 고액권 발행은 저절로 해결된다. 반대로 고액권 발행을 먼저 하면 나중에 리디노미네이션을 할 여지가 줄어든다.이중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권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당초의 기세와는 달리 정부측으로 공을 넘기겠다고 하면서도 리디노미네이션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민주당측도 같은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고액권 발행이 시급하다고 말한다.재계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그동안 재계는 고액권 발행보다 작업이 방대한 리디노미네이션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국책·민간연구소도 어차피 해야 한다면 리디노미네이션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하지만 시민단체는 리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발행 모두 반대하고 있다. 주병철 안미현기자 bcjoo@seoul.co.kr
  • 쉬어가기˙˙˙

    소설가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이 영화화된다.MBC 프로덕션은 7일 “8월 말 황석영씨와 ‘오래된 정원’의 영화 판권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황석영씨가 1988년 ‘무기의 그늘’ 이후 12년 만인 2000년에 발표한 ‘오래된 정원’은 광주항쟁을 전후한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변혁을 꿈꾸고 투쟁했던 사람들의 삶과 세월을 뛰어넘는 남녀의 애절하고 순수한 사랑을 담았다.
  • [씨줄날줄] 고려인 테러리스트/이기동 논설위원

    흑해에서 동쪽 카스피해에 걸쳐 있는 카프카스(영어로는 코카서스)산맥은 알프스와 맞먹는 거대 산맥이다.소련 붕괴 이후 내전과 테러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실상은 곡창지대로 이곳에서 나는 멜론,포도는 최상품이다.맑고 강한 햇살과 바람 덕분에 이곳의 포도주,샴페인은 러시아 최고로 꼽힌다.고려인이라 불리는 러시아내 한인 4만여명이 모여사는 데도 이런 비옥함이 작용했을 법하다. 인류학에서 유럽백인을 ‘코카서스인(Caucasian)’이라 부르는 것도 이곳의 수려한 산세와 무관치 않으리라.하지만 러시아인들에게 코카서스인은 좋은 인상이 아니다.곱슬머리,가무잡잡한 피부,다부진 체구를 한 이들은 희멀건 러시아인들과 인종적으로 구별된다.러시아인들이 이들을 ‘남쪽사람들’로 부르는 데는 거짓말 잘하고,싸움질이나 하는 문제아라는 경멸감이 담겨있다.모스크바의 주먹조직은 대부분 이들이 잡고 있다. 러시아 검찰이 1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북오세티야 인질범들중에 ‘한국인들’이 포함됐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전후사정으로 미루어 카프카스 일대에 사는 고려인일 것이라고 현지 공관은 분석한다.혹시 이 일로 14만 8000여명의 러시아 고려인 모두가 카프카스 테러범들과 같은 부류로 치부돼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다.지금까지 이곳 고려인들은 농사 잘 짓는 근면한 민족으로 대접받아 왔기 때문이다. 고려인들처럼 지지리도 박복한 이들이 또 있을까.한인들이 먹을 것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기 시작한 것은 140년 전이다.천신만고 끝에 극동지역에서 제법 번성하게 됐다 싶자 하루아침에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했다.카프카스 고려인도 강제이주 한인들의 후손이다.소련체제에선들 어찌 인종적 차별이 없었을까.아파트 배급시절에도 모두 기피하는 꼭대기층은 고려인 몫이라 하여 ‘고려인층’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기죽어 살아왔을 고려인 테러리스트의 가족사가 궁금하다.주린 배로 두만강을 건너고, 강제이주 열차칸에 실려 낯선 산자락에 내팽개쳐진 그 어느 한인의 후손이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됐을까.이달중 예정된 노무현대통령의 러시아,카자흐스탄 방문이 고려인들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러시아국민이다.관심을 갖되 우리가 왈가왈부할 여지는 크지 않음을 잊어선 안 된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추석 공직기강 암행 감찰

    감사원이 추석을 전후해 암행감찰에 나선다.신용불량자로 파악된 일선 공무원들은 집중 감찰 대상이다. 감사원은 7일 ‘추석절 공직기강점검 및 취약분야 비리실태’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감사원은 50명의 감사관을 파견,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1,2차에 걸쳐 앞으로 한 달간 특별 감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1차 조사에서는 취약업무와 문제성 있는 업무 비리를 조사할 것”이라며 “일부 신용불량자 공무원들이 관용카드를 사적인 용도에 사용하는 등의 비리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고 계좌를 관리하는 회계직과 물품구매 담당 공무원 가운데 신용불량자는 200∼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감사원은 이 신용불량자들이 회계담당으로 배치된 기관을 취약부문으로 분류하고 비리 관련 혐의를 조사한다는 것이다.감사원은 이외에도 보상금 지급 관련 업무상의 비리 등 5개 문제성 있는 업무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감사원은 또 오는 20일부터 추석을 전후해 2차로 공직기강 점검 차원에서 공직자들의 복무상태를 점검키로 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인천시장 여동생 통화기록 조사키로

    ‘굴비상자 2억원’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지방경찰청은 6일 안상수 인천시장의 여동생 안미자씨의 통화기록을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안씨가 굴비상자를 전달받은 지난달 28일을 전후해 안 시장과 전화통화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안씨의 휴대전화와 집 전화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통신회사에 요청했다. 안씨는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지난달 27∼29일 안 시장이 중국 출장을 가있는 동안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어 만일 통화기록 조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재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화사실이 드러날 경우 안 시장에 대해서도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인 14일 이후 서면조사나 방문조사 등 어떠한 형태로든 조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또 현재 거론되고 있는 광주 소재 업체들의 관계자들을 섣불리 소환해 조사할 경우 ‘아무런 대가없이 건넸다.’며 뇌물공여죄를 피해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객관적 증거를 수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바닷모래 채취 환경영향평가 실시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싸고 군과 어민 간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인천시 옹진군에 대해 대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된다.해양수산부는 5일 이 지역 바닷모래 채취가 주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예산 10억원을 들여 실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옹진군에서의 해사채취는 덕적도 일대 어민들이 “바닷모래 채취로 환경이 악화돼 어자원이 급감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반발,지난 3월 이후 2차례나 채취가 전면중단돼 수도권 건설현장의 골재난을 일으켰었다.해수부는 6일부터 10일까지 인천시 옹진군 선갑도 해역 일대에서 바닷모래 5000t을 채취한 뒤 ▲해사채취 전후의 해저토사 이동 ▲어류 수산자원 변화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특히 선갑도 일대는 해사 부존량이 많아 지금까지 해사를 가장 많이 채취한 곳이어서 조사 결과는 서해 연안의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번 조사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한국해양연구원,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게 되며 2008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서기 1000년의 세계/브뤽게마이어 등 지음

    서기 1000년의 세계는 식민지 쟁탈전과 세계화로 인해 획일화된 20세기와 달리 여러 문화가 다양하게 꽃핀 시기였다.서기 1000년은 이슬람교가 퍼져나가고,동아시아가 문화적 주도권을 쥐고있던 시기였다.반면 유럽은 아직 변방에 머물고 있었다.유럽이 세계를 주도하게 된 것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부터.책은 서기 1000년을 전후한 세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북유럽의 바이킹이야말로 최초의 아메리카대륙 발견자였다는 사실,이슬람의 기발한 농법,만리장성보다 긴 성벽을 쌓은 북아프리카 베닌왕국의 경이로운 축성술 등도 밝힌다.2만 5000원.
  • [책꽂이]

    ●아나키스트의 초상(폴 애브리치 지음,하승우 옮김,갈무리 펴냄)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전성기를 이룬 아나키스트 운동과 1960∼70년대 전세계를 휩쓴 반전운동은 역사적으로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아나키스트들은 강요되거나 재단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이론적인 주장이나 논증보다는 직접 몸으로 실행하며 자기 사상의 정당성을 증명하려 했다.저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운동사 연구가.1만 6900원. ●대마를 위한 변명(유현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192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마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의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치열한 다툼은 그 자체가 미국 현대사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화학자본인 듀폰과 신문자본인 허스트가 대마를 음해했던 배경,황색저널리즘과 인종차별주의에 대마초가 동원되는 과정,닉슨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최초로 선언한 인물이 된 전후사정 등을 들려준다.대마초의 위험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으로,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차라리 대마초를 피우는 게 낫다는 주장도 담겼다.9000원.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세상은 아름다웠다(돈 미겔 루이스 지음,이진 옮김,더북컴퍼니 펴냄) 수천년 전 멕시코시티 외곽에 있는 고대 피라미드 도시 테오티와칸에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라 불리는 톨텍 인디언이 살았다.톨텍은 ‘영혼의 예술가’를 뜻하는 말.톨텍 인디언들은 모든 인간은 예술가이며,가장 훌륭한 예술은 영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라 믿었다.오랜 세월 톨텍의 ‘깨달은 자’,즉 나구알들은 무력으로 남미대륙을 정복하려는 유럽인들로부터 그들의 아름다운 진리를 지켜냈다.이 책에는 그 지혜의 목소리가 담겼다.9000원. ●아시안 아메리칸(장태한 지음,책세상 펴냄) 미국의 관문은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엘리스 섬으로만 알려져 왔다.그러나 아시아인 이민자들에게는 에인절 섬이 미국의 관문이었다.아시아인 이민자들이 거쳐야 하는 검문소가 설치돼 있던 에인절 섬에서 아시아인들은 최소 3일에서 최고 3년까지 갇혀 있어야 했다.아시아인들의 미국 이주는 19세기 중엽부터 시작됐지만 그들에게 미국 시민이 될 자격이 주어진 것은 1952년부터였다.미국이 ‘이민자의 천국’이라는 말은 유럽계 이민자,즉 백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다.백인도 흑인도 아닌 아시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살폈다.3900원.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린다 지음,김태성 옮김,북로드 펴냄) 파리라는 거대한 ‘역사박물관’의 참모습을 밝힌 역사·문화 다큐멘터리.책 제목에서 말하는 책은 빅토르 위고의 역사소설 ‘93년’을 가리킨다.‘93년’은 프랑스 대혁명이 한창이던 1793년부터 4년간 프랑스 서부에서 일어난 왕당파의 반혁명폭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중국 문화혁명을 온몸으로 겪은 저자의 경험이 이 책을 여행의 반려로 삼게 했다.‘파리에 모태,시테섬’‘음모가 살이 숨쉬는 앙부아즈’‘혁명귀족 라파예트의 두 얼굴’‘매혹적인 카르나발레 박물관’ 등이 주요 내용.1만 3000원. ●이인식의 과학나라(이인식 지음,김영사 펴냄) 로마의 플리니우스가 펴낸 ‘박물지’에는 스페인 남부 해안에서 목욕하던 인어가 슬픈 노래를 불렀다는 대목이 나온다.중국의 옛 문헌에는 인어에 해당하는 능어(陵魚)와 교인(鮫人)이 나온다.인어의 목격담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매너티(manatee,해우)라는 인어를 닮은 포유동물 때문이다.과학적인 궁금증,교실 밖의 과학세계를 다뤘다.1만 1900원.
  • “中 2010년 국가위기 올 수도”

    “2010년 중국에 위기가 온다?” 중국이 오는 2010년 무렵 사회 및 경제 분야는 물론 환경과 통치 부문의 위기에까지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중국 정부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10년 전후 국가적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업·금융·빈부격차·농민문제 등이 국가안전을 뒤흔들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 가운데 특히 “부패문제는 사회위기 및 소요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실업 및 빈곤문제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사회를 위험상황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3일 당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 등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도농간 격차를 주요 불안요소로 꼽으면서 “농민들은 의료보험도,교육기회도 제공받지 못한 채 사회적 안전망에서도 소외돼 심각한 사회불안정의 근원이 되고 있지만 제한적인 국가재정,사회보험 등 안전망 확충에 따른 임금수준 상승 등 국제경쟁력 약화로 농민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난제”라고 지적했다. 빈부격차도 위험 수위를 넘어서면서 직접적으로 사회안전에 악영향을 주고 있으며 높은 저축률과 해외투자비율에도 불구하고 더딘 은행개혁과 불량채권의 증가로 금융불안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가안전을 뒤흔들 10가지 위험요소로 실업,농촌황폐,금융부실,빈부격차,생태오염 및 자원고갈,타이완 문제,세계화의 급진전,정부·기업에 대한 불신,에이즈 확산 등을 들었다.연구 책임자인 베이징대 딩위안주(丁元竹) 교수는 “경제·사회 발전 차이,농촌과 도시격차 확대 등이 중국의 직면 과제”라고 지적하면서 “설문과 인터뷰에 참여한 98명의 국내외 전문가 가운데 66%가 2010년 전후가 중국의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시기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골프장·카지노 입장료 싸진다

    골프장·카지노 입장료 싸진다

    특별소비세가 완전 공중분해될 처지에 놓였다.몇 안되는 특소세(국세) 품목을 내년에 지방세로 전환하거나 추가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골프장·경마장·카지노장 등의 입장료가 싸질 전망이다. 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에어컨 등 특소세 부과대상 24개를 폐지키로 함에 따라 ‘살아남은’ 품목은 승용차 등 8개다.이중 골프장·경마장·경륜장·카지노·슬롯머신장 5개 품목은 지방세로 전환될 처지에 놓였다.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은 “내년에 이들 품목의 특소세를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별도 항목의 지방세를 신설하거나 기존의 레저세(지방세)와 합치는 방안이 가능하다.어느 쪽이든 지자체 자율로 세율을 정할 수 있어 지금보다 골프장 등의 입장료가 싸질 것으로 보인다.물론 ‘소득 재분배’를 들어 지방세 이양을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아 변수다. 그런가 하면 야당은 승용차와 기름에 붙는 특소세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사치품 특소세는 폐지하고 중산층이 쓰는 자동차·유류 특소세는 그대로 둔 것은 잘못”이라며 “아예 특소세를 모두 폐지하든지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 71명은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들어 LPG(액화석유가스) 특소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특소세법 개정안을 이날 국회에 별도로 제출했다. 자동차업계의 승용차 특소세 폐지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내수를 견인하는 역할이 큰 데다 고용창출이나 부품업계 등 전후방 파급효과가 전자산업보다 크다.”면서 “자동차 특소세부터 우선 폐지하거나 어려우면 세율을 추가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부 이종규 실장은 “기름 한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유류나 승용차 특소세를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일축했다.열악한 운수업계의 고통을 감안해 LPG 특소세라도 없애자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언뜻 들으면 그럴듯한 주장 같지만 이미 정부가 택시업계에 대해 LPG세금 인상분을 보조해 주고 있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골프장 등 6개 품목의 특소세 세수는 3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승용차(1조원)·유류(3조원) 특소세 세수는 지난해 4조원으로 전체 특소세 세수의 83%나 되는 점도 정부가 강력히 버티는 이유 중의 하나다. 안미현 최광숙기자 hyun@seoul.co.kr
  • 노동부 5개기금 개편 불가피

    노동부 5개기금 개편 불가피

    방만하게 운영되는 정부기금의 통폐합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감사원이 노동부 소관 5개 기금 운용실태 전반에 대한 특감에 착수했다.감사 결과에 따라 기금의 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2일 “노동부 소관 5개 기금의 개편작업이 불가피해 이번 주 감사에 들어갔다.”면서 “기금 전반의 시스템을 정비해보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고용보험기금 남아돌아 특감을 통해 고용보험기금,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임금채권보장기금,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근로자복지진흥기금 등 13조원 규모의 기금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당초 목적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감사원은 앞서 한 달간 예비조사를 벌여 이들 기금운용 전반에 문제점이 드러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고용보험기금이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용보험은 적정수준보다 높은 보험료율로 인해 여유자금이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2004년 수입·지출계획에 따르면,고용보험의 기금 고유 사업비는 2조 1283억원.반면 여유자금운용비로 책정된 금액은 사업비의 4배가 넘는 8조 5190억원에 달한다.돈이 넘치는 데도 기금을 꼬박꼬박 내는 근로자와 고용주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은커녕,상당 규모를 예산사업으로 전용하는 등 부적정한 운용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노동부의 일반회계로 추진돼야 할 사업들이 기금에서 집행되는 사례들을 여러 건 포착했다.”면서 “실효성이 미미한 사업에도 기금이 투입되는 등 낭비 요인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금이 예산사업으로 전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로 ‘모성보호 지원사업’이 꼽힌다.전혀 상관성 없는 사업이 실업급여사업에 포함돼 고용보험 기금에서 집행되고 있는 것이다.2001년부터 최근까지 고용보험기금에서 빠져나간 ‘산전후 휴가급여’는 2149억원에 달한다. ●다른 기금은 재정자립도 열악 반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은 운용 자체가 힘겨운 형편이다.장애인 고용이 늘어나면서 고용주들의 의무고용 부담금이 줄고 있는데 반해 장애인고용장려금 등의 지출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감사원 관계자는 “올해도 추경예산에서 500억원 가량을 지원받았다.”면서 “정부 지원 없이는 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복지진흥기금은 기금의 존립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기획예산처가 최근 발표한 ‘기금존치평가결과’에 따르면 근로자복지진흥기금은 기금 목적이 불분명할 뿐더러 사업타당성도 결여돼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고용보험의 보험료율을 인하하는 방안 ▲고용보험과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을 통합하는 방안 ▲중복투자되고 있는 기금 사업을 통폐합하는 방안 등을 연구 중이다.감사원 관계자는 그러나 “근로자복지진흥기금의 폐지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감사원은 20일간의 감사를 통해 ▲기금수익의 운용 규모 ▲기금사업의 실효성 ▲기금운용비리 ▲부당지급사례 및 징수누락에 초점을 맞춰 중점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문화마당] 기록문학의 의미/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시인

    최근 과거사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특히 1세기 전부터 1970,80년대까지의 과거사가 집중 거론되고 있는 듯한데,1세기 전이라 함은 어림잡아 일제 강점기부터의 역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왜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시기에 대한 조명인가 하는 점은 새삼 숙고해야 한다.무엇보다도 과거사에 대한 바른 이해의 중요성은 우리 모두 인정하고 있는 만큼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실 나 자신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 태무심하고 있었다.아마 대다수의 사람이 그랬다고 해도 무방하리라.당면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그런데 최근에 출간된 두 권의 책을 보면서 비로소 나름대로 사유하게 되었다. 그 책은 문학평론가 유종호의 ‘나의 해방 전후’와 일본 교포 작가 유미리의 장편소설 ‘8월의 저편’이다.유종호의 ‘나의 해방 전후’는 다음과 같은 문제적인 진술로 시작된다.그런데 이런 전제는 유미리의 ‘8월의 저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러 계제에 토로한 바 있지만 자기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를 상상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우리의 근접 과거인 일제 시대나 해방 직후에 관해서도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심상은 너무나 실상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앞세운다면 나는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일제 강점기에 대한 나의 사고 내용들을 전반적으로 수정하게 되었다.그래서 나는 이 두 저자들에게 내가 체험하지 못한 시대를 제대로 사유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크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이제 우리는 역사를 상상하되 최대한 사실에 근접해서 상상해야 하고 또 이 시기에 관한 한 그것이 가능해지는 최소한의 영역을 확보하게 되었음을 말할 수 있다.기록문학의 중요성이란 바로 이 점에서 나온다. ‘나의 해방 전후’에는 창씨개명을 둘러싼 우리들의 해묵은 오해,어린 초등학생까지 엄혹한 사역에 동원한 일제의 잔혹성,광복 이후에도 무의식적으로 일본어를 쓸 정도로 오랜 시간 가혹하게 주어졌던 내선일체의 교육 등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저자는 “이 책에는 있지도 않은 일을 적었거나 사실을 변조한 허구 부분은 전무”하다고 맹세하고 있으니 믿어도 좋으리라. 정말 충격적인 것은 ‘8월의 저편’이다.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작가가 오직 일본어 자료들만을 통해서 습득한 지식과 가족들과 주변 인물의 취재만을 통해 썼다는 이 소설에는 일제의 총동원령과 정신대의 만행 등이 차마 눈을 뜨고 책장을 넘기기 힘들 정도로 가차 없이 그려져 있다.일제 강점기,한 마라토너가 겪은 인생의 사계가 다큐멘터리적으로 그려져 있는데,진실과 대면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은 극명하게 보여준다.이것이 언제나 끝날지 기약하기 어려웠던,일제 강점기의 우리 민중의 삶이었던 것이다.작가 유미리는 이렇게 말한다.“개인과 가족의 사연을 드러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역사를 그리는 방식을 택했다.”고. 이러한 훌륭한 기록 문학들이 있는 한,일제 강점기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전진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두 권의 책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 할 것이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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